각각 재수생과 고교 자퇴생이었던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약취·유인, 살인, 사체 유기 등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여자아이를 집으로 유인해 잔혹하게 살해했다는 끔찍한 내용이었다. 법원은 이날 1심 판결을 통해 이들에게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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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3월 29일 폐쇄회로(CC)TV 등에서 신원확인이 어렵도록 자신의 모친 옷을 입고 거주지 인근을 배회하며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범행 대상으로 삼기로 하고, 이를 박씨에게 알렸다.
이후 김씨는 초등학교 하교 시간에 맞춰 인근을 배회하다 A양(당시 7세)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통해 A양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살해했다. 유인과 살해, 그리고 사체를 훼손하는 과정에서 김씨와 박씨는 수시로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통화를 했다.
주범 체포되자 “내가 얽힐 수 있나” 메시지 보내
A양 가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수사에 나섰고 그날 밤늦게 A양 시신을 발견한 후 김씨를 체포했다. 김씨가 체포된 직후 박씨는 김씨에게 “내가 얽힐 일은 없나요?”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김씨는 “네가 전과 붙을 일은 없다고 장담할게”라고 답했다.
김씨는 박씨에게 약속한 대로 체포된 이후 박씨의 범행 가담을 극구 부인했다. 주고받은 메시지에 대해선 “농담이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범행이 “내 안의 또 다른 인격이 저지른 범행”이라는 주장까지 폈다. 결국 경찰은 박씨에 대한 유의미한 진술을 듣지 못한 채 김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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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김씨는 박씨의 첫 번째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박씨 지시를 받고 범행을 했다”고 증언했다. 검찰도 법원의 허락을 받아 박씨의 혐의를 살인방조가 아닌 살인죄로 변경했다.
검찰은 재판 도중 만 19세가 된 박씨에게 무기징역, 만 19세 이하로 소년법이 적용되는 김씨에겐 법정 최고형인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도 검찰의 요청 그대로 형을 선고했다. 또 두 사람 모두에게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도 함께 명령했다.
두 사람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 김씨는 “정신장애를 앓는 미성년자로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양형 부당을 주장했다. 박씨는 “김씨의 살인 관련 이야기를 가상의 상황이라고 받아들였을 뿐 도저히 실제 살인상황이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고 살인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2심 재판부는 김씨 주장을 기각하고 1심과 같은 징역 20년과 전자장치 30년 부착 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김씨에 대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줄 아는 어린이의 밝고 순수한 마음마저도 무참히 짓밟아 버렸다”며 “진지한 참회나 반성 없이 범행을 타인의 책임으로 돌리려고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다만 박씨의 주장은 일부 받아들였다. 법원은 “(박씨 입장에선 범행 당시 대화를) 가상의 살인 상황에 대해 평소 나누던 대화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며 살인 혐의를 무죄로 보고 살인방조와 사체 유기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박씨에겐 살인방조 혐의로는 이례적인 징역 13년형을 선고했다. 형은 2018년 9월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