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은 A씨의 사망 당시 동거남인 이모(당시 38세)씨와 그의 남동생 B씨(당시 36세)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는 2012년 9월 집에서 A씨가 다른 남성을 언급했다는 이유로 무지막지하게 폭행해 숨지게 한 후 동생 B씨를 불러 함께 암매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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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원인을 특정할 수 없게 되자 결국 경찰은 이씨에게 살인이 아닌 폭행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검찰도 경찰 수사대로 폭행치사와 사체은닉 혐의로 이씨 형제를 재판에 넘겼다.
1심은 2017년 1월 A씨에 대해 “고인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예의마저 저버리는 비인간적 범죄를 저지르고 범행을 영원히 은폐하려 했다”면서도 “다투던 중 우발적으로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동생 B씨에겐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내렸다.
이씨와 합의했다는 유족은 A씨의 부친이었다. 하지만 A씨와 부친은 사실상 ‘남남’ 관계였다. A씨는 어린 절 부모가 이혼한 후 할머니 밑에서 생활하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가출해 집을 떠났다.
그는 할머니 등 가족과의 유대관계도 거의 끊긴 상태에서 보육원을 전전하며 어려운 생활을 이어갔다. 부친과는 1년에 한 번 정도 연락하는 게 전부였을 정도로 사실상 교류가 없었다.
A씨가 2012년 9월 이씨에 의해 숨진 이후 2016년 10월 시신으로 발견되기까지 아무런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지만 A씨 부친은 A씨를 찾지 않았다. 실종신고도 물론 하지 않았다.
경찰이 이씨 등을 체포해 수사를 진행하며 A씨의 유일한 혈육 자격으로서 연락한 후에야 A씨가 변을 당한 것을 알게 됐다. A씨 부친은 경찰 조사에서 “딸이 혼자 잘 사는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A씨 부친의 ‘처벌불원서’를 일반적인 유족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유리한 정상’으로 보고 이씨의 형량을 대폭 깎아줬다. 사실상 인연이 끊어졌다고 하더라도 유일한 유족이었던 부친의 합의였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당시 검찰은 “생전 피해자와 절연 관계에 있던 아버지의 합의로 감형돼 유감스럽다”며 “유대 관계에 있는 유족의 일반적인 합의와 동일하게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분노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부녀관계가 끊어지지 않았던 만큼 당시 재판부로서도 합의를 양형에 반영할 수밖에는 없었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형량을 거의 절반 가까이 줄인 것은 다소 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