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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미 경기회복의 복병
  • [edaily=뉴욕] 과거 60년대와 70년대, 미국에서 한참 진행됐던 "소비는 미덕"이라는 캠페인이 우리의 눈에는 참으로 기괴한 논리로 비춰졌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정부는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강조하던 때였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처럼 자본축적이 성숙기에 도달한 경제는 충분한 공급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지출이 경제에서 대단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당시 한국의 경우에는 공급능력 자체가 워낙 취약한 상황에서 자본축적이 경제의 최우선 과제였기 때문에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자금확보가 급선무였다. 이제는 한국도 소비가 미덕인 상황이 된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이제 미국경제도 서서히 불황기를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주말 발표된 1월중 개인 소득 및 지출은 상당히 의미심장한 내용이었다. 지난주 금요일 미 상무부는 1월중 저축률이 12월의 1%에서 1월에는 1.8%로 높아졌다고 발표한다. 이는 단순히 가처분소득에서 지출을 하고 남은 부분의 증가율을 계산한 것으로 일반적으로 계산되는 저축률과는 다소 다른 개념이다. 저축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번 만큼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높아진 저축률이 미국의 경기회복을 그만큼 더디게 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저축률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경기회복이 상당히 지지부진한 패턴으로 전개될 것임을 의미한다"이라고 지적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6%였던 저축률이 내년에는 2.9%로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90년대 미국이 장기호황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저축률은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한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에 대해 미국 증시의 장기 랠리의 영향으로 보고 있다. 자산가치의 증대로 인해 소비자들이 저축할 유인을 찾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콜롬비아대학의 미쉬킨 교수는 "자신이 부자가 됐다고 생각하면 당연히 저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쉬킨 교수는 높아진 저축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와 장기적으로 차별화된다고 주장한다. 저축은 퇴직이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의 보험역할을 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투자재원으로 작용하게 되지만 경제가 불황에 빠져있을 때는 경기회복을 위해 저축률이 낮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저축률이 과거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투자재원의 부족과 같은 문제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미쉬킨 교수는 "그동안 국내 저축의 부족을 외국계 자금유입으로 충당됐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었지만 이같은 현상이 마냥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축률의 상승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단기적으로 저축률의 상승은 경기회복의 속도를 더디게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002.03.04 I 김상석 기자
  • (정동희의 핫스팟)겪어봐야 깨닫는 냄비장세
  • [edaily] ▶ 세계 경제의 대미(對美)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있는 상황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위험 선호 경향』이 연준리의 금리 인하 조치 등으로 인해 매우 높아지면서 국내외 증시 유동성이 개선되었지만, 금리인하를 축으로 한 통화정책 완화주기가 마감시점에 근접해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경기 회복의 속성을 규정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2000년 중반까지 5년 동안 전세계 GDP의 누적 증가분에서 미국 경제의 성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하며 세계 경제의 대미(對美)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있고, 대안적인 성장 엔진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미국의 향후 경제전망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도 매우 중요한 변수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증시에 반영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 『냄비 장세』의 성격이 강하고, 특히 한국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경기회복 기대에 대한 실체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낙관론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측면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 올 1/4분기 미국 개인 지출, 10년 만에 감소세 전망 미국의 저명한 한 조사기관이 50명 이상의 美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분기에 美 개인 지출은 연율로 0.3% 감소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만약 실제로 1/4분기에 美 개인 지출이 감소세로 나타난다면, 이는 91년 4/4분기 0.8% 감소 이후 첫 감소세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해 자동차업체들은 미국시장에서 무이자 할부정책을 도입해 자동차 판매를 적극적으로 장려한 덕에, 10월과 11월에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서킷 시티 그룹, 시어스 리벅, 페더레이티드 스토어즈 등 의류, 전자제품 관련 소매업체들도 지난해 4/4분기에 연휴 쇼핑시즌 중 쇼핑객 유치를 위해 최대 75%의 가격인하를 실시하며, 밀어내기 式 판촉전을 펼쳤다.. 이와 같이 가격정책에 의한 충격 요법 式 수요 진작책으로 인해 작년 3/4분기 1% 증가에 그쳤던 소비자 지출 증가율이 (각종 서베이에 따르면) 작년 4/4분기에는 약 1.9%로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4/4분기 활발했던 개인 소비세가 자연스런 수요 증가보다는 무이자 할부판매 및 파격세일과 같은 충격 요법 式 수요 진작의 결과 성격이 강하다. 일례로 미국 소비자신용 대출이 작년 11월에 199억 달러(+14.6%) 증가한 1조6,350억 달러로 발표되었는데, 명목 기준의 증가폭은 연준리가 지난 1943년 1월 소비자 신용대출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정책에 의한 충격 요법식 수요 진작책은 해당 기업 입장에서 출혈 마케팅 성격이 강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없다. 더구나 자동차 무이자 할부판매가 한창 단행되었던 작년 12월에 벌써 자동차 업계의 12월 판매가 증가했으나 증가율은 전월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며, 무이자 할부판매의 약발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막상 특소세 인하 이후의 12월 국내시장에서의 자동차 매출이 당초 기대와는 상반되게 신통치 않았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이 작년 4/4분기에 나타내었던 회복세가 근본적으로 충격 요법 式 수요 진작책에 의해 미래 예상되는 수요를 당겨 쓰는 성격이 강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에게 강한 착시현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무이자 할부판매 덕택에 약 1백만명 정도의 미국인들이 당초 계획을 앞당겨 자동차를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미래 매출에 있어 공백을 만들고 있다. ▶ 6차례에 걸친 경기 후퇴기 가운데 무려 5차례나 더블 딥(Double Dip) 기록 향후 주식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가장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이슈 중의 하나는 『경기 회복세의 지속 여부』일 것이다. 향후 실물경기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높아진 지금, 그러한 기대의 바탕이 되고 있는 작년 4/4분기 소비 회복세의 성격을 고민해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작년 4/4분기에 있었던 대폭적인 전자제품 가격 인하의 영향으로 소비세가 살아나고 그 여파가 최근 보였던 D램 가격의 상승 원인 중의 하나라면, 최근 미국 금융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처럼, 美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다 재차 경기후퇴에 빠져드는 "더블딥"(double dip)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경기 후퇴기의 美 경제는 회복세가 도래하는 듯하다가 재차 경기후퇴로 접어드는 경향을 나타내 왔다 실제로 지난 1950년대 후반 이후 6차례에 걸친 경기 후퇴기 가운데 무려 다섯 차례나 더블 딥(Double Dip)을 기록했었다. (① 1957∼58년의 경우 57년 2/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이후 성장률은 급반등했으나, 다시 후퇴국면으로 진입. ② 1960년에도 경제는 2/4분기와 4/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중간의 3/4분기에는 플러스를 일시적으로 보였음 ③ 1969∼70년에는 2분기 마이너스에 이어 2분기 플러스 성장세가 이어졌다가 70년 4/4분기는 결국 마이너스로 반전 ④ 1973∼75년 침체기에는 73년 4/4분기와 74년 2/4분기 두 차례 일시적으로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던 적이 있음 ⑤ 1981∼82년 경기 후퇴기 때도 81년 2/4분기에 일시적으로 플러스 성장을 순간적으로 보였던 적이 있음) ▶ 문제는 경기 회복 여부가 아니라 회복의 속성 작년 4/4분기 소비 회복국면이 실질적인 성격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 아니면 순환적 반등(Cyclical bounce) 성격에 그칠 것이냐 하는 여부를 고민해봐야겠다.문제는 경기 회복 여부가 아니라 회복의 속성에 대한 것이다.기업투자나 실질적인 소비회복이 아니라 정책에 의해 야기된 경기 회복세나 가격논리에 의한 충격 요법式 수요 진작책은 저조한 순익회복에도 불구, 투자자로 하여금 매우 강력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 향후 美 소비지출이나 고정투자가 지속적인 경기회복의 원동력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저조한 설비 가동율은 가격 결졍력의 개선 여지를 제약하고 노동시장을 계속해서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유동성 논리에 의해 이미 고 평가된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뚜렷한 실적 호전 없이는 과매수 부담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PER기준으로는 과거 역사적 박스권 최상단에 현재 있음.) ▶ 겪어보고 체험해야지만 빠져 나올 수 있다 최근 주변 사람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과 기대수준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91년 이후 10년 동안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던 시골에 있는 친척이 10년 만에 주식투자를 다시 시작하면서 지방 은행주를 샀다고 1주일 전에 전화가 왔었다. (그 친척은 1990년 시장이 지금처럼 흥분했을 때 주식투자를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그 후 몇 년 동안 고생했었다.) 그리고 평소 회사에 전화를 하지 않으셨던 장모님마저 “무슨 종목 사면 좋겠냐?”고 회사에 전화가 왔고, 웬만하면 사지 말라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셨다.그리고 그나마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했던 일부 국내외 기관투자가(외국인 투자가 포함)들도 주식편입 비중을 거의 다 채워놓고, 주가만 오르기를 기다리는 사실에 또 놀랐다. 또한 주식투자와 무관한 일반기업인 일성신약이 투자목적으로 한국통신 주식 20억원 어치를 샀다고 공시가 나왔다.한 마디로 전 국민이 주식과 연애하느라고 정신이 없다.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주변에 주식에 조금이라고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은 거의 주식을 다 샀는데, 앞으로 더 높은 가격에 누가 살 것인가?” 미국의 드와이트 맥도널드(Dwight Macdonald)라는 작가는 대중문화를 “위험 그 자체… 벽 너머에 포진해 있는 적…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늪지”라고 색다르게 정의한 바 있다. 사실 이성적으로 대중문화를 이렇고 저렇고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지금의 주식시장이라는 대중문화는 엄청난 흡입력을 보이며, 한 쪽으로 투자가들을 자꾸 바라보게끔 만들고 있다. 이성적으로 논리를 펴며 주가가 올라간다 아니다 여부를 말하는 작업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마치 집안이 부자인 아버지가 가난한 청년에게 시집간다고 우기는 딸을 아무리 달래도, 딸에게는 이성적인 아버지의 이야기들이 자리잡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감성에 이미 빠져 있듯이… 감성은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흘러가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 흐르는 감성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고, 겪어보고 체험해야지만 나중에 감성의 흐름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결국 가난한 청년과 결혼한 딸이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쯤 되면 뒤늦게 철이 든다.증시에 반영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너무 높은 현 시점에서, 투자자를 개인적으로 만나서 꼭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이다.
2002.01.14 I 정동희 기자
  • (결산2000)재계이슈..현대,소그룹화와 鄭씨부자 명암
  • 2000년의 페이지를 넘기는 시점에서 확실한 것 하나는 "정주영의 현대"는 이제 없다는 것이다. 정주영 명예회장이 일군 현대그룹은 소그룹으로 쪼개지면서 분해됐다. 국내최대 자동차기업인 현대차는 정주영이 아닌 정몽구 회장에게. 국내 최대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고문에게 넘어갔다. 현대의 최전성기를 상징하던 계동사옥은 외환은행에 맡겨져 외국기업에 넘어갈 처지다. 또 유조선으로 물막이한 정주영 공법으로 유명한 서산간척지는 정주영 손을 떠나 이름도 모르는 일반 농민들의 수중에 떨어지게 됐다. 정주영의 성과는 지난 한해동안 철저히 파괴됐고 한국경제 발전의 최대 공헌자라는 명예는 땅에 떨어졌다. 99년말기준 30대 기업집단현황을 보면 현대는 자산 88조6490억원 자본 34조5480억원 자본금 13조2870억원 매출 95조470억원으로 국내 1위의 재벌이다. 자산면에서 현대는 2위인 삼성보다 무려 21조원이나 많고 자본과 자본금도 월등했다. 매출만 삼성보다 13조원정도 적을 뿐이다. 현대는 지난 5월말, 6월말 정몽구 회장측과 정몽헌 회장측간 치열한 암투 끝에 자동차소그룹 10개사가 떨어져나옴으로써 분리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정몽헌 회장이 실질적 오너 역할을 하게 될 새로운 현대는 25개 계열사에 매출 69조원, 자산 58조원, 부채 48조원으로 삼성에 이어 재계 2위가 됐다. 하지만 내년상반기중 자산 20조원 규모의 현대전자가 분리되고 연말까지 자산 11조원 규모의 중공업계열이 분리되면 현대는 자산 25조원으로 재계 5위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반면 9월1일 새로 출범한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그룹은 10개 계열사에 매출 27조원 자산 31조원 부채 20조원으로 재계순위 5위 수준이다. 현대가 재계5위로 떨어지면 현대차그룹은 4위로 올라서게 된다. 중공업계열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도 내년말까지 현대에서 분리된다. 지난 11월말 현대측의 계동사옥 매입요구를 끝까지 거절하면서 이미 독립된 계열의 길을 걷고 있음이 확인됐다. 중공업은 전자, 고려산업개발 등 현대계열사들의 지분을 해소하고 1000억원이 넘는 건설 지급보증을 내년중 해소, 법적인 관계를 청산한다. 중공업 계열은 지분 10.3%를 보유중인 정몽준 고문이 실질적 오너다. 지난 90년대초부터 준비한 후계작업 및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이뤄진 계열분리는 정주영 체제가 갖고 있던 강점의 무력화, 각 구성원들의 경쟁력 약화라는 정반대의 성과를 보여 "실패한 구조조정"이다. 계열분리에 따른 정씨 4부자의 명암도 엇갈렸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한때 재산이 45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던 정주영 명예회장이다. 그는 그나마 갖고 있던 2400억원 가량마저 현대건설에 출자, 마지막 재산을 현대를 위해 쏟아부었다. 하지만 정몽구, 정몽헌 회장은 아버지가 일군 계열사들을 하나둘씩 챙기면서도 자신의 돈은 한푼도 쓰지않았다. 정몽준 고문만 중공업 주식을 매입하느라 수백억원을 쓴 것으로 국내 최대 조선회사인 현대중공업을 사실상 상속받는 것으로 그들의 시대를 열었다.
2000.12.29 I 문주용 기자
  • (초점) 정씨 일가는 책임 다했나
  • 현대가 13일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을 매각, 현대건설에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이처럼 오너의 재산이 오가는 자구안을 놓고 그룹 주변에서는 `사재출연`이란 주장을 내놓기도 하지만 세간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단지 `포트폴리오`만 변경됐을 뿐 오너로서 어떠한 금전적 부담도 진 게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정 전 명예회장 외에 다른 정씨 형제들은 `포트폴리오 변경`조차 없었다. 정씨 일가의 이같은 현대해법은 지난해 이건희 회장이나 김우중 회장이 삼성자동차 및 대우사태 당시 내놓은 해법들과 비교할 때 균형을 크게 잃은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우중 대우회장의 경우 = 김우중 대우회장은 그룹 워크아웃 결정 직전인 지난해 7월 채권단 앞으로 모두 1조3500억원에 달하는 개인재산(私財)을 내 놓았다. 형식은 4조원 규모의 신규 단기자금 차입에 따른 담보였지만, `임의처분 동의각서`를 함께 제출해 사실상 채권단이 그룹 빚을 갚는 데 알아서 쓰라고 내 준 셈이다. 그룹 역시 8조8800억원 규모의 자산을 같은 형식으로 채권단에 제출했다. 김우중 회장이 내놓은 자산이 1조3500억원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도 있으나, 그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공식적인 재산` 모두를 그룹과 채권단에 헌납해 부실을 덜어주는 역할을 했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경우 = 김우중 회장에 조금 앞서 이건희 삼성회장은 삼성자동차 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삼성생명 지분 21.4%를 채권단에 내놓았다. 협력업체의 손실분을 포함한 총 4조9000억원의 삼성자동차 부채 가운데 2조2000억원을 개인재산으로 갚겠다는 의미였다. 역시 삼성이 평가한 삼성생명 주식 가치가 적정하냐는 논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지만, 삼성그룹의 금융지주회사로 통하는 삼성생명에서 이 회장이 차지하는 지분은 4.6%만이 남게 됐다. `결자해지` 차원이라 하더라도 상당히 비싼 대가를 치렀다는 게 당시의 평가였다. ◇정씨 일가의 경우 = 수개월 동안 한국경제를 짓눌러 왔던 현대그룹의 오너일가 가운데 개인재산을 움직인 사람은 정주영 전 명예회장 한 사람이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자신의 현대차 지분 6.1%(2200억원)를 채권단에 매각한 뒤 이 돈으로 현대건설의 회사채 매입에 사용한다는 것. 그러나 이는 정 전 명예회장의 재산목록에서 `현대차 주식`이 `현대건설 회사채`로 변경된 것일 뿐 재산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반면 채권단은 우선 현대차 지분을 재매각할 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을 져야한다. 또한 현대에 대한 채권을 계속 연장해 줌으로써 유동성 제한과 함께 여신 리스크를 동시에 부담해야 한다. 채권단이 이같은 부담의 대가로 얻은 것은 채권회수 가능성을 높였다는 것 하나뿐이다. 재벌 총수 그룹의 좌장격인 정주영씨가 `3부자 동반퇴진`이란 카드를 내밀며 김우중, 이건희씨와는 비교가 안될 사업수완(?)을 유감없이 발휘한 셈이다.
2000.08.14 I 안근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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