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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희의 핫스팟)겪어봐야 깨닫는 냄비장세
- [edaily]
▶ 세계 경제의 대미(對美)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있는 상황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위험 선호 경향』이 연준리의 금리 인하 조치 등으로 인해 매우 높아지면서 국내외 증시 유동성이 개선되었지만, 금리인하를 축으로 한 통화정책 완화주기가 마감시점에 근접해 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경기 회복의 속성을 규정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2000년 중반까지 5년 동안 전세계 GDP의 누적 증가분에서 미국 경제의 성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에 달하며 세계 경제의 대미(對美)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져 있고, 대안적인 성장 엔진을 아직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미국의 향후 경제전망은 우리나라 주식시장에도 매우 중요한 변수일 수 밖에 없다.
현재 증시에 반영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너무 높은 수준이라 『냄비 장세』의 성격이 강하고, 특히 한국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가지고 있는 경기회복 기대에 대한 실체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낙관론에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국내 투자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측면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 올 1/4분기 미국 개인 지출, 10년 만에 감소세 전망
미국의 저명한 한 조사기관이 50명 이상의 美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올해 1/4분기에 美 개인 지출은 연율로 0.3% 감소할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만약 실제로 1/4분기에 美 개인 지출이 감소세로 나타난다면, 이는 91년 4/4분기 0.8% 감소 이후 첫 감소세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해 자동차업체들은 미국시장에서 무이자 할부정책을 도입해 자동차 판매를 적극적으로 장려한 덕에, 10월과 11월에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서킷 시티 그룹, 시어스 리벅, 페더레이티드 스토어즈 등 의류, 전자제품 관련 소매업체들도 지난해 4/4분기에 연휴 쇼핑시즌 중 쇼핑객 유치를 위해 최대 75%의 가격인하를 실시하며, 밀어내기 式 판촉전을 펼쳤다..
이와 같이 가격정책에 의한 충격 요법 式 수요 진작책으로 인해 작년 3/4분기 1% 증가에 그쳤던 소비자 지출 증가율이 (각종 서베이에 따르면) 작년 4/4분기에는 약 1.9%로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4/4분기 활발했던 개인 소비세가 자연스런 수요 증가보다는 무이자 할부판매 및 파격세일과 같은 충격 요법 式 수요 진작의 결과 성격이 강하다. 일례로 미국 소비자신용 대출이 작년 11월에 199억 달러(+14.6%) 증가한 1조6,350억 달러로 발표되었는데, 명목 기준의 증가폭은 연준리가 지난 1943년 1월 소비자 신용대출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가격정책에 의한 충격 요법식 수요 진작책은 해당 기업 입장에서 출혈 마케팅 성격이 강해 언제까지 지속할 수 없다. 더구나 자동차 무이자 할부판매가 한창 단행되었던 작년 12월에 벌써 자동차 업계의 12월 판매가 증가했으나 증가율은 전월보다 둔화된 것으로 나타나며, 무이자 할부판매의 약발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도 막상 특소세 인하 이후의 12월 국내시장에서의 자동차 매출이 당초 기대와는 상반되게 신통치 않았던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GDP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이 작년 4/4분기에 나타내었던 회복세가 근본적으로 충격 요법 式 수요 진작책에 의해 미래 예상되는 수요를 당겨 쓰는 성격이 강해,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에게 강한 착시현상을 유발시킬 수 있다.
자동차만 하더라도 무이자 할부판매 덕택에 약 1백만명 정도의 미국인들이 당초 계획을 앞당겨 자동차를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미래 매출에 있어 공백을 만들고 있다.
▶ 6차례에 걸친 경기 후퇴기 가운데 무려 5차례나 더블 딥(Double Dip) 기록
향후 주식시장의 방향성에 대해 가장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이슈 중의 하나는 『경기 회복세의 지속 여부』일 것이다. 향후 실물경기에 대한 기대가 너무나 높아진 지금, 그러한 기대의 바탕이 되고 있는 작년 4/4분기 소비 회복세의 성격을 고민해보는 작업은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작년 4/4분기에 있었던 대폭적인 전자제품 가격 인하의 영향으로 소비세가 살아나고 그 여파가 최근 보였던 D램 가격의 상승 원인 중의 하나라면, 최근 미국 금융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처럼, 美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다 재차 경기후퇴에 빠져드는 "더블딥"(double dip)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과거 경기 후퇴기의 美 경제는 회복세가 도래하는 듯하다가 재차 경기후퇴로 접어드는 경향을 나타내 왔다 실제로 지난 1950년대 후반 이후 6차례에 걸친 경기 후퇴기 가운데 무려 다섯 차례나 더블 딥(Double Dip)을 기록했었다.
(① 1957∼58년의 경우 57년 2/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이후 성장률은 급반등했으나, 다시 후퇴국면으로 진입. ② 1960년에도 경제는 2/4분기와 4/4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중간의 3/4분기에는 플러스를 일시적으로 보였음 ③ 1969∼70년에는 2분기 마이너스에 이어 2분기 플러스 성장세가 이어졌다가 70년 4/4분기는 결국 마이너스로 반전 ④ 1973∼75년 침체기에는 73년 4/4분기와 74년 2/4분기 두 차례 일시적으로 플러스 성장세를 보였던 적이 있음 ⑤ 1981∼82년 경기 후퇴기 때도 81년 2/4분기에 일시적으로 플러스 성장을 순간적으로 보였던 적이 있음)
▶ 문제는 경기 회복 여부가 아니라 회복의 속성
작년 4/4분기 소비 회복국면이 실질적인 성격으로 발전할 수 있느냐, 아니면 순환적 반등(Cyclical bounce) 성격에 그칠 것이냐 하는 여부를 고민해봐야겠다.문제는 경기 회복 여부가 아니라 회복의 속성에 대한 것이다.기업투자나 실질적인 소비회복이 아니라 정책에 의해 야기된 경기 회복세나 가격논리에 의한 충격 요법式 수요 진작책은 저조한 순익회복에도 불구, 투자자로 하여금 매우 강력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
향후 美 소비지출이나 고정투자가 지속적인 경기회복의 원동력이 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리고 저조한 설비 가동율은 가격 결졍력의 개선 여지를 제약하고 노동시장을 계속해서 압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유동성 논리에 의해 이미 고 평가된 미국 주식시장의 경우 뚜렷한 실적 호전 없이는 과매수 부담에 시달리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PER기준으로는 과거 역사적 박스권 최상단에 현재 있음.)
▶ 겪어보고 체험해야지만 빠져 나올 수 있다
최근 주변 사람들의 주식에 대한 관심과 기대수준에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91년 이후 10년 동안 주식투자를 하지 않았던 시골에 있는 친척이 10년 만에 주식투자를 다시 시작하면서 지방 은행주를 샀다고 1주일 전에 전화가 왔었다. (그 친척은 1990년 시장이 지금처럼 흥분했을 때 주식투자를 처음으로 시작했는데 그 후 몇 년 동안 고생했었다.)
그리고 평소 회사에 전화를 하지 않으셨던 장모님마저 “무슨 종목 사면 좋겠냐?”고 회사에 전화가 왔고, 웬만하면 사지 말라는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셨다.그리고 그나마 보수적으로 자산을 운용했던 일부 국내외 기관투자가(외국인 투자가 포함)들도 주식편입 비중을 거의 다 채워놓고, 주가만 오르기를 기다리는 사실에 또 놀랐다.
또한 주식투자와 무관한 일반기업인 일성신약이 투자목적으로 한국통신 주식 20억원 어치를 샀다고 공시가 나왔다.한 마디로 전 국민이 주식과 연애하느라고 정신이 없다.그런데 한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주변에 주식에 조금이라고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은 거의 주식을 다 샀는데, 앞으로 더 높은 가격에 누가 살 것인가?”
미국의 드와이트 맥도널드(Dwight Macdonald)라는 작가는 대중문화를 “위험 그 자체… 벽 너머에 포진해 있는 적…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늪지”라고 색다르게 정의한 바 있다. 사실 이성적으로 대중문화를 이렇고 저렇고 평가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지금의 주식시장이라는 대중문화는 엄청난 흡입력을 보이며, 한 쪽으로 투자가들을 자꾸 바라보게끔 만들고 있다.
이성적으로 논리를 펴며 주가가 올라간다 아니다 여부를 말하는 작업이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마치 집안이 부자인 아버지가 가난한 청년에게 시집간다고 우기는 딸을 아무리 달래도, 딸에게는 이성적인 아버지의 이야기들이 자리잡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감성에 이미 빠져 있듯이…
감성은 “흐르는 강물처럼(A River Runs Through It)” 흘러가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 흐르는 감성을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고, 겪어보고 체험해야지만 나중에 감성의 흐름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결국 가난한 청년과 결혼한 딸이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쯤 되면 뒤늦게 철이 든다.증시에 반영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너무 높은 현 시점에서, 투자자를 개인적으로 만나서 꼭 말하고 싶었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