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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도 핵 선제공격 권리 있다"
- [오마이뉴스 제공] 국제사회의 관심이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에 쏠려 있는 가운데 강대국들 사이에서 핵선제공격전략 채택이라는 가공할만한 "도미노 현상"이 벌어지고 있어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연합뉴스>가 프랑스의 일간지 <리베라시옹> 27일자를 인용보도한 것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이른바 "불량국가"들과 테러리스트들을 선제공격할 수 있도록 대대적으로 핵전략을 수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러한 내용은 몇 주간의 검토를 거쳐 내년 초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러한 프랑스의 핵전략 변화 조짐은 2001년 6월 자크 시라크 대통령이 "핵무기를 다른 나라를 향해 겨누지는 않을 것이며 핵무기를 군사전략에서 무기로 채택하는 일을 거부한다"고 발표한 "21세기 전략 독트린"과 정면으로 배치하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라도 하듯, 프랑스 정부는 오는 2008년까지 약 200억달러를 투입해 사정거리가 아시아에 이르는 M51 탄도미사일 발사용 4세대 잠수함 도입이나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중거리 미사일의 성능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가 이처럼 핵전략을 "억제"에서 "선제공격"으로 바꿀 조짐을 보이기에 앞서, 미국과 함께 양대 핵강국의 한축을 형성해온 러시아 역시 핵선제공격 전략 채택을 강하게 암시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0월 17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는 선제 핵공격 전략을 러시아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은 원칙적으로 핵선제공격에 반대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선제공격 전략을 계속 외교정책의 우선 순위에 올려놓는다면 러시아도 같은 방식으로 행동할 권리를 갖고 있다"며 러시아의 핵전략 변화를 강하게 암시했다.
러시아는 이러한 핵전략을 뒷받침하고 미국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MD)를 무력화하기 위해 최신예 대륙간탄도미사일인 SS-19를 대폭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 미사일은 2002년 5월 미-러간에 합의한 핵무기감축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푸틴 대통령은 이 미사일을 두고 "아마도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일 것"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미국에 이어 러시아, 프랑스도 핵선제공격전략 채택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핵전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또 한가지 우려 사항은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의 핵전력 강화이다.
핵보유 여부를 확인도 부인도 않는, 이른바 NCND를 고수해 온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잠수함에 핵탄두를 실어나를 수 있도록 미국제 크루즈미사일을 개조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공격적 핵전략이 중동 지역의 비핵화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주요 핵강대국들이 너도나도 핵선제공격을 채택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최대 핵강대국인 미국이 핵선제공격을 공식 채택했기 때문이다. 군사패권주의 추구 의사를 노골적으로 밝혔던 부시 행정부는 출범직후 기존의 핵전략을 전면 수정해, 러시아, 중국 등 핵보유국은 물론이고, 북한,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 비핵국가에 대해서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략을 채택한 바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부시 행정부는 북한 등 지하요새가 발달한 나라와 테러집단을 핵무기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공격하기 위해 "지표관통형" 소형 핵탄두 개발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러시아와 프랑스의 핵선제공격 채택 움직임에 대해 예전이라면 강력하게 반발했을 미국이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최대 핵강대국이자 핵비확산체제를 주도해온 미국이 공격적인 핵전략을 채택한 상황에서, 러시아, 프랑스 등 다른 핵보유국들이 미국의 뒤를 따르는 것을 문제삼는 것은 "부메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MD와 함께 핵선제공격 전략을 채택하자 러시아 역시 새로운 핵탄두 개발 및 선제공격 전략을 채택하고, 이에 불안을 느낀 프랑스가 핵전력 강화 및 선제공격 검토에 들어가는 형태로 인류사회에 새로운 핵공포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냉전시대 핵공격 목표가 주로 미-소 양국이었다면, 지금의 핵공격 목표는 이른바 "불량국가"와 "테러집단"이다. 또 과거와 달리 핵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신무기 개발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핵전쟁의 공포는 오히려 냉전시대보다 훨씬 구체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또 하나 관심의 초점은 중국이 이에 어떻게 대응하고 나올 것인지에 있다. "최소 수준의 핵억제력 유지"를 핵전략의 근간으로 삼아왔던 중국은 미국이 자신을 겨냥해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핵선제공격 대상에까지 올려놓자 대응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아직까지 핵선제공격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는 않지만,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다른 핵강대국이 핵전력 강화와 함께 선제공격 채택을 추진할 경우, 중국도 전면적인 핵전략 재검토에 들어갈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할 수 있다.
흔히 미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 이란 등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위태롭게 하고 있다고 비난해 왔다. 북한은 NPT를 탈퇴해 핵무기 보유를 추진하고 있는 최초의 사례를 만들고 있고, 이란 역시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분과는 달리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북한은 미국이 자신의 안전을 보장해줄 경우 핵개발 계획을 포기할 수 있다는 태도이고, 이란 역시 자신의 핵 프로그램의 투명성을 보여주겠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NPT체제를 근본부터 무너뜨리고 있는 미국 등 핵강대국들의 횡포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너무나도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NPT가 진통 끝에 1995년 무기한 연장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배경은 두 가지에 있다.
하나는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에 대해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 안전보장(NSA)이고 다른 하나는 핵보유국이 완전히 핵무기를 폐기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담은 1995년 NPT 연장 합의문은 부시 행정부의 출범과 함께 "휴지 조각"이 되고 있고, 다른 핵보유국도 "선제공격 권리는 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지구 차원의 핵문제에서 한반도가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핵문제를 그저 "북한 핵문제"로 보는데 익숙해 온 우리의 좁은 시야와 관성을 반성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