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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한미군과 강력한 한미동맹 과시…고위력 '현무' 미사일 등 위용
-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건군 제75주년 국군의 날을 기념해 26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창군 이래 최대 규모 시가행진이 펼쳐졌다. 국군의 날을 맞아 서울 도심에서 시가행진을 하는 건 2013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행진 구간인 숭례문~광화문 일대에 많은 시민들이 모여 국군의 날을 축하하고 장병들을 응원했다. 이날 오후 시가행진이 이뤄지기 전 제9공수특전여단과 육·해·공군 및 해병대 장병 750여명은 세종대로 일대에서 특전사가 독자적으로 창안한 실전형 전투품새 등 태권도 시범을 펼쳤다. 이어 4시부터 한 시간 가량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 MC(모터사이클) 기동대를 선두로 숭례문에서 광화문 육조마당까지 1.2㎞ 구간의 시가행진이 진행됐다. 제병지휘관의 구호와 함께 행진이 시작되자 장비부대가 먼저 출발하고 도보부대가 뒤를 따랐다. 건군 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 26일 오후 군 장병들이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시가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번 시가행진에는 전차, 장갑차, 미사일 등 국산 첨단무기를 실은 기계화 장비 차량 170여대와 장병 4600여명이 동원됐다. 특히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주한 미 8군 전투부대원 300여명이 처음으로 시가행진에 참가해 동맹의 강력하고 끈끈함을 보여줬다. 게다가 해군의 최첨단 차세대 이지스함인 정조대왕함도 증강현실(AR) 영상으로 함께 해 해군 함정이 시가행진에 함께 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10년 전 시가행진은 국방부 장관이 주관했지만,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현장을 찾아 행진을 함께 하며 국민들과 국군의 날을 축하했다. ◇‘한국형 3축 체계’ 위용 과시이날 오전 경기도 성남 소재 서울공항에선 ‘강한 국군, 튼튼한 안보, 힘에 의한 평화’를 주제로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축구장 16개 크기에 이르는 서울공항 활주로에는 우리 군의 최첨단 지상 전력들이 총출동했다. 장비부대 분열의 선두에는 한국형 무인 정찰기(UAV)와 S-100 소형 드론 제대, 해군의 해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핵심인 무인수상정(USV)·무인잠수정(UUV) 등이 섰다. 이어 지상유도무기 ‘현궁’과 K-808 차륜형 장갑차 ‘백호’ 105㎜ 차륜형 자주포를 비롯해 K-21 보병전투장갑차, 120㎜ 자주 박격포, K-1A2 및 K-2 전차, 교량 전차 AVLB, 장애물개척전차 K-600 등을 포함한 기계화 제대가 위용을 과시했다. K-55A1 및 K-9 자주포, 다연장로켓 ‘천무’, 대포병 레이더 ‘아서-K’ ‘천경-Ⅱ’ 등으로 구성된 포병 제대와 대공포 ‘비호복합’, 지대공 미사일 ‘천마’, 화생방 정찰차·제독차 등 방호 제대도 행렬에 등장했다. 해병대의 한국형 상륙돌격장갑차(KAAV)도 함께했다.26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드론 부대가 분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장비 부대 행렬의 마지막은 ‘한국형 3축 체계’가 장식했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전력으로 △북한의 핵·미사일 발사 징후를 선제적으로 탐지·타격하는 ‘킬체인’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북한의 공격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 등으로 응징·보복에 나서는 ‘대량응징보복’(KMPR)으로 구성된다. 이중 KAMD 전력인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L-SAM’과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M-SAM’(천궁), ‘패트리엇’ 체계 등이 모두 등장해 다층 미사일 방어망을 선보였다. KAMD는 고도 40~150㎞의 상층부를 방어하는 주한미군 사드(THAAD), 15~40㎞의 하층부를 담당하는 패트리엇(PAC-3) 및 M-SAM, 중간층(50~60㎞)에서 하강하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L-SAM으로 구성된다. L-SAM은 지난 5월 말 4번째 요격시험까지 성공하며 개발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위력 ‘현무’, 첫 실물 공개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시 선제적 타격과 대량응징보복의 주요 수단인 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도 모습을 드러냈다. 작년 10월1일 제74회 국군의 날 기념행사 때 3축 체계 소개 영상에서 고위력 현무의 발사 장면을 보여준 적이 있지만, 실물을 공개 행사에 동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고위력 현무는 5축짜리 차량 컨테이너에 실려 있는 형태로 등장해 그 구체적인 형상은 확인할 수 없었다. 이는 우리 군의 고위력 탄도미사일 개발·운용이 이른바 ‘비닉’ 사업으로 분류돼 그 제원 등의 공개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한국형 3축 체계 주요 장비 중 하나인 고위력 현무 미사일이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제75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공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우리 군의 현무 계열 미사일은 전량 퇴역한 사거리 180㎞의 ‘현무-Ⅰ’을 시작으로 ‘현무-Ⅳ·Ⅴ’까지 개발됐거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단거리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Ⅱ’와 순항미사일 ‘현무-Ⅲ’는 이미 실전 배치된 상태로 10년 전인 2013년 건군 65주년 국군의날 기념 시가행진 때도 참여했다. 군 당국이 이날 국군의날 행사에 동원한 고위력 현무는 그 세부 유형이 공개되진 않았으나 기존 현무-Ⅱ에 탄두 중량을 늘린 개량형이거나 현무-Ⅳ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현무-Ⅳ의 탄두 중량은 최대 2톤 이상으로 최대 사거리는 800㎞ 수준으로 추정된다. 현무-Ⅳ의 비행거리를 300~500㎞ 수준으로 줄이면 탄두 중량을 4~5톤 이상으로 늘릴 수 있다. 각국이 운용 중인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이 대체로 현무-Ⅱ와 같은 500㎏~1톤 수준임을 감안할 때 4~5톤의 탄두를 실을 수 있는 미사일은 이례적이다. 특히 현재 개발하고 있는 현무-Ⅴ의 경우에는 탄두 중량이 최대 8~9톤에 달해 세상에 없는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이같이 기형적으로 탄두 중량을 늘리는 건 북한의 핵심 군사시설이 대부분 지하에 있기 때문이다. 8~9톤의 탄도미사일을 마하10 이상의 속도로 떨어뜨리면 지하 100m 이상에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정권 수뇌부의 벙커까지 직접 타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서울 지역 내린 비의 영향으로 당초 계획했던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 등 고정익 항공기와 국내 개발 소형무장헬기(LAH) 등 회전익 항공기의 공중 분열 및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기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구름의 높이가 낮아 한미 특수전 요원들의 집단·고공 강하 역시 취소됐다.
- 김정은, 극초음속 전략무기까지 시찰…기술보다는 완제품 이전 가능성
-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러 막바지 일정으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을 직접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방러 마지막 일정까지 전략무기를 시찰하면서 한미일 3국에 보란 듯 군사협력 가능성을 과시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김 위원장은 지난 16일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국제공항 인근의 크네비치 군 비행장에 도착해 세르게이 쇼이구 장관과 함께 러시아 항공우주군의 주요 장비를 둘러봤다. 지난 7월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기념일) 70주년 행사 참석차 대표단을 이끌고 방북한 쇼이구 장관을 ‘무장장비전시회’에 초대해 김 위원장이 직접 ‘무기 세일즈’를 펼쳤던 장면이 이번에는 입장을 바꿔 반복된 것이다. ◇김정은, 러시아 최신 첨단무기 둘러봐이날 쇼이구 장관이 김 위원장에게 소개한 주요 무기의 하나는 미그-31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 Kh-47 킨잘 미사일 시스템이었다. 킨잘은 서방과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대결을 벌이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미사일이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공습에 활용하고 있다. 전투기에 실려 발사된 뒤 자체 추진체로 가속해 사거리 2000㎞ 내에서 음속의 10배 이상인 최고 시속 1만2350㎞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배포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킨잘 미사일을 직접 만져보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크네비치 군 비행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북한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주요 과제로 삼아 개발·배치를 추진하는 상황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 김 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뒤 관영매체를 통해 “1000㎞ 수역의 설정표적을 명중했다”며 성공을 주장했다. 다만 우리 군은 이 미사일이 극초음속은 아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특히 이날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를 소개하면서 이 가운데 한 기종에 대해 “모스크바에서 일본으로 날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일본을 거론한 것은 폭격기의 단순히 항속거리나 작전반경을 과시하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최근 한미일의 연대 움직임을 고려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쇼이구 장관은 또 러시아 공군 최신 전투기 모델인 수호이(Su)-34, Su-30SM, Su-35S, Su-25SM3 등도 소개했다. 김 위원장은 하바롭스크주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유리 가가린 항공기 공장을 방문해 수호이(Su)-35 등 러시아 주력 전투기와 민간 항공기 생산 공정을 시찰한 데 이어 이틀 연속으로 공군력 관련 시설을 찾았다.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은 블라디보스토크 율리시스만의 정박해 있는 태평양함대의 마셜 샤포시니코프 대잠호위함으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은 세르게이 메르쿨로프 함장의 영접을 받고 니콜라이 예브메노프 해군 총사령관으로부터 어뢰 발사관과 RBU-6000 등 대잠 무기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외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에서 사용된 장거리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도 브리핑 내용에 포함됐다. 이때 김 위원장은 북한이 지난주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습이 러시아 국방부가 공개한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켓 조립 격납고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北, 기술 이전 전 완제품 도입 가능성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재래식 무기가 시급한 만큼 북한에 정찰위성·핵잠수함 기술 등 첨단 무기 기술을 전수하는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소련제 포탄 등을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5일 후보자 사무실에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러 정상회담과 관련 “북러가 군사적으로 긴밀해지면 북한의 첨단무기 개발 등에 상당한 영향을 주리라 본다”고 “전략적으로 한국군의 능력을 향상하는 방법도 있지만, 동맹국·우방국과 긴밀한 군사협력으로 도발을 억제할 수 있기에 다각적 측면에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전문가들은 군사기술 이전보다는 완제품을 줄 가능성에 주시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전투기 전력이 낙후돼 있어 러시아가 북한에 수호이 완제품을 줄 가능성이 점쳐진다. 위성 역시 북한은 발사 자체에 실패했고, 위성은 올리지도 못한 상태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기존 정찰위성을 제공, 판매, 임대, 공동 활용, 부분 정보공유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면서 “북한의 지상 송수신과 분석설비 지원, 교육훈련 등이 포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핵잠수함 기술 확보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는 “북한은 2016년 세계에서 7번째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했지만 그동안 이를 싣고 다닐 잠수함이 없었다. 이를 탑재할 수 있는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도 선진국처럼 핵추진잠수함을 만들어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을 상시 추적·감시해 핵무기를 발사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북한, 핵 사용시 김정은 정권 종말” 4차 EDSCG 공동발표문(종합)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한미 외교·국방당국은 15일 서울에서 4차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열고 양국의 안보 공조를 재확인했다.우리 측 장호진 외교부 1차관·신범철 국방부 차관과 미국 측 보니 젠킨스 국무부 군비통제 차관·사샤 베이커 국방부 정책차관대행이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제4차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뒤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오른쪽부터) 신 국방차관, 장 외교부 1차관, 젠킨스 미 국무부 차관, 베이커 미 국방부 차관대행(사진=연합뉴스)한미 양국은 EDSCG 공동언론발표문을 통해 “미국은 핵, 재래식, 미사일 방어 및 진전된 비핵능력 등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하여 대한민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한다는 미국의 철통같고 흔들림 없는 안보 공약을 확인했다”며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될 수 없으며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어 한미는 “북한의 역내 안정에 대한 위협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러한 위협이 북한이 자신의 노골적인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대가를 치르지 않아도 되도록 북한을 비호하는 제3자들에 의해 일부 조장되고 있다”며 “양측은 한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즉각적이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발표했다.양측은 유엔안보리(UNSC) 결의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양측의 의지도 재확인했다.한미는 “다수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한 북한의 전례 없는 횟수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우주 발사가 역내 및 국제 안보를 심각하게 저해한다”며 “외교적, 정보적, 군사적,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여 북한의 제재 회피 및 불법 사이버 활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이어 “한미는 북한과 러시아간 유엔안보리 결의들에 부합하지 않는 협력에 대해 가장 강력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러한 협력이 불법적인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진전시키려는 북한의 시도 및 북한이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지원함에 따라 제기되는 위협과 관련해 가질 수 있는 함의에 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지난 2016년 12월 처음 진행한 EDSCG회의는 2018년 2차 회의를 개최한 이후 남북이 대화분위기를 띄면서 중단했다가 작년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간 정상회의를 계기로 재개됐다. 이후 작년 9월 3차회의를 열었고, 이번에 서울에서 처음으로 4차회의를 했다.회의 직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향후 EDSCG가 핵 전략 계획에 특화된 핵협의그룹(NCG)과 상호보완적으로 동맹의 확장억제 강화 노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NCG는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방안을 담아 한미 정상이 지난 4월 합의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지난 7월 출범했다.차기 고위급 EDSCG 회의는 2024년에 개최될 예정이다.
- 우주기지서 북러 정상, 군사적 밀월 과시…푸틴, 로켓 기술 이전 시사
-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년 5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김 위원장이 당초 2019년과 마찬가지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첨단 우주시설인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를 회담 장소로 택했다. 한미일 삼각 협력 구도에 맞서 북러 간 군사 협력 강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과의 무기거래나 군사기술 이전은 북한의 핵 개발 및 탄도미사일 발사와 마찬가지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따라서 북러 간 무기거래가 현실화될 경우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앞장서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보스토치니 기지, ‘우주 대국’ 러시아 상징정상회담을 위해 푸틴 대통령은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 행사 일정을 마친 뒤 약 1000㎞를 이동해 이곳에 왔다. 김 위원장 역시 지난 10일 북한에서부터 타고 온 전용열차로 우주기지 인근 기차역에 내린 뒤 회담 장소까지 자동차로 이동했다. 이 같은 동선은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적 밀월 관계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포탄 등 재래식 무기를 제공하는 대신, 러시아는 정찰위성과 고체연료 기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추진잠수함 등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무기거래 의지를 대놓고 보여주는 모양새다.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이후 수호이 전투기 생산 공장을 방문한 것 역시 같은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로켓 조립 격납고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러시아가 임대 사용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2년부터 건설한 곳이다. 2016년 4월 첫 위성 발사로 본격적인 운영을 시작한 최신·최첨단 시설로 ‘우주 대국’ 러시아를 상징하는 장소다. 2000루블짜리 지폐 뒷면에 등장할 정도다. 건설 예산이 3000억~4000억 루블(당시 약 5조~7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北, 보여주기 아닌 진짜 위성 보유 의지한미일을 겨냥한 핵 위협 능력 강화를 위해 ICBM 등 발사체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 보스토치니 우주기지는 매력적인 장소일 수밖에 없다. 특히 북한은 지난 5월과 8월 연이어 군사 정찰위성을 쏘아올렸지만 실패했다. 다음 달 3차 시도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위성 발사 등 우주기술 확보가 절실하다.특히 앞서 우리 군 당국은 1차 발사 당시 서해에 추락한 북한 위성체 ‘만리경 1호’의 주요 부분을 인양해 미국과 공동조사한 결과 매우 조악한 수준으로 군사적 효용성이 전혀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은 보여주기식이 아닌 진짜 ‘위성’을 갖기 위해 러시아와 적극 협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북한의 인공위성 제작을 도울 것인가’라는 언론 질의에 “우리는 이 때문에 이곳에 왔다”면서 “북한 지도자는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고, 그들은 우주를 개발하려 하고 있다”고 답했다. 러시아가 보유한 위성 관련 기술을 북한에 이전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로켓은 사실상 장거리 미사일과 구조가 똑같아 러시아의 로켓 기술 이전은 북한의 ICBM 기술이 완성에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러시아는 김 위원장에게 최근 개발한 로켓 ‘안가라’ 조립·시험동과 ‘소유스-2’ 우주로켓 발사 시설, 현재 건설 중인 안가라 발사 단지 등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 로켓 기술에 관심을 보였고,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질문을 하기도 했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현지시각)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소유스-2’ 로켓 발사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北, 김정은 없는데도 ‘도발’…대비태세 과시이번 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하바롭스크 지역은 그의 부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실제 고향이자 조부인 김일성 주석이 ‘88여단’으로 활동한 지역이다. 하바롭스크주 내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는 ‘유리 가가린’ 전투기 공장이 있다. 여기에서 수호이(Su)-27, Su-30, Su-33 등 옛 소련제 전투기와 2000년대에 개발된 4.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35, 2020년 실전 배치된 첨단 5세대 다목적 전투기 Su-57 등을 생산한다. 민간 항공기도 제조한다. 게다가 잠수함 등 군함 건조를 위한 ‘아무르’ 조선소도 있다. 앞서 김정일도 2001년과 2002년 콤소몰스크나아무레를 찾아 전투기 공장과 조선소 등을 시찰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러에 김광혁 공군사령관과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동행한 것도 전투기 생산 공장 시찰 등 일정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최근 ‘전술핵공격잠수함’을 전격 공개하는 등 해군력 증강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미국 폭격기와 정찰기 등의 한반도 전개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 43분께부터 11시 53분께까지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김 위원장이 국외로 떠나 있을 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군이 중단 없는 지휘통제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 26일 국군의날 행사…최신 국산무기 8종 27대 공개, 10년만 시가행진
-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는 건군 75주년 및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이달 26일 국군의 날 행사가 열린다. ‘현무-V’로 알려져 있는 고위력 탄도미사일이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되고 한국형전투기(KF-21)와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등 최신 개발장비 8종 27대의 실물이 등장한다. 주한미군 참가 확대도 특징이다. 올해 국군의날은 10월 1일이 추석 연휴 기간인 점을 고려해 앞당겨 기념식을 개최한다. 26일 오전 10시 6700여 명의 병력과 68종 340여대의 장비가 참가한 가운데 서울공항에서 열린다. 오후 4시부터는 숭례문에서 광화문 일대에서 국민과 함께 하는 시가행진이 펼쳐진다. 국군의 날 시가행진은 10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국군의 날 기념식, ‘자유수호 출정식’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은 “기념행사는 식전행사에 이어 기념식, 식후행사, 분열 등으로 진행된다”면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강력한 힘으로 지키겠다’는 자유수호 출정식의 의미를 담아 최신 장비와 어우러진 국군의 위용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 건군 제65주년 국군의 날을 맞아 10월 1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시가행진에서 군악대와 기수대가 행진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최초의 한국형 전투기인 KF-21과 국산 차세대 소형무장헬기(LAH),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인 L-SAM 등 국산 개발 장비 8종 27대의 실물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9월 1일 창설한 드론 작전사령부의 정찰 감시·타격 드론도 동원된다. 행사 제대는 과거와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구성됐다. 과학화 보병으로 변화 중인 보병대대 장병들은 워리어플랫폼을 착용하고 등장한다. 장비부대는 기존처럼 단순 장비 나열이 아니라 무인체계 및 유무인 복합체계인 아미타이거, 3축 체계 등 과학기술 강군으로의 변화상을 보여줄 예정이다. 공중분열 시에는 회전익 9종 54대, 고정익 11종 76대가 행사장 상공을 수놓는다. 회전익은 소형무장헬기(LAH)가, 고정익은 KF-21이 선두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또 현재 공군에서 운용 중인 F-35A 등 6종 21대의 전투기가 국군의 날 최초로 대규모 편대 비행을 펼친다. ◇미8군 부대원도 한국군과 함께 행진합창단과 국군교향악단의 합동 무대도 있다. 지금까지는 합창단만 행사에 참가했지만, 처음으로 국군교향악단이 함께 하는 것이다. 합창단은 건군 75주년을 기념해 각 군 장병, 생도, 카투사, 예비역·대학생 중에서 각각 75명씩을 선발했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최대 규모의 주한미군이 참가한다. 집단·고공강하는 한미 최정예 요원 200여 명이 연합작전수행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실제 공중침투와 동일한 방법으로 전술강하를 하면서 공중에서 다양한 침투기술을 선보인다. 고정익 항공기가 펼치는 대규모 공중분열에도 미 공군전력 7대가 참가해 한반도 영공을 함께 수호하는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F-15K 전투기 편대가 공중에서 기동하고 있다. (사진=공군)시가행진에는 최초로 미 8군 전투부대원 등 300여 명이 미군 도보부대로 편성돼 한국군과 함께 행진한다. 기존에는 UN의장대와 미 군악대가 참가하는 수준이었다.건군75주년과 동맹 70주년, 정전70주년을 감안해 해외에 있는 6.25 참전용사와 후손 등 44명을 초청했다. 23일 한국에 도착한 이들은 국군의 날 행사 참관 외에도 4박 5일간 서울에 머물며 JSA 견학, 전쟁기념관 헌화 등 안보현장 체험의 시간을 갖게 된다. ◇해군도 첫 국군의 날 시가행진, AR로 구현시가행진 제병지휘관 구호와 함께 행진이 시작되면 장비부대가 먼저 출발하고 도보부대가 뒤따른다. 공중에서는 아파치 헬기와 블랙이글스가 동시에 비행한다. 해군도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 처음으로 함께 한다. 차세대 이지스 구축함 정조대왕함이 증강현실(AR)로 행진에 동참하는 것이다. 공중전력은 지상전력과의 시간차를 고려해 4차례 비행 예정이다. 정조대왕함 영상은 중계방송과 광화문 일대 대형 스크린 3개소(다정빌딩, 일민 미술관, 코리아나호텔)를 통해 일반 국민이 볼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해 7월 2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서 안전항해 기원 의식을 한 뒤 장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출처=대통령실)특히 올해는 이전 행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국민과 함께하는 행진’이 마련됐다. 장병과 국민들은 군악대, 염광고교 마칭밴드, 각 군 마스코트 인형 등과 함께 서울시청 앞에 설치한 국민사열대에서 광화문광장(육조마당)까지 행진한다. 행진을 마친 뒤에는 광화문광장에서 대형 태극기 펼치기 행사가 진행되고, 이어 꽃종이가 살포되면서 이날 행사는 종료된다. 한편, 국군의 날 행사를 기념해 20일에는 서울 한강 일대에서, 24~25일까지는 광화문·서울시청 일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군문화 체험행사’가 계속 진행된다.기획단 측은 “행사 당일과 예행연습이 진행되는 14일부터 26일까지 서울공항 주변과 서울 시내 일대에서 항공기 비행음이 예상된다”면서 “특히 행사 당일인 26일 오후 1시부터 3시 40분까지는 서울공항에서 숭례문까지, 2시부터 6시까지는 숭례문에서 광화문광장까지 ‘차없는 거리’(일부구간은 야간까지)를 운영할 예정으로 시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