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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칼럼)`간` 빼놓고 사는 CEO들
- [포인트아이 안병익 대표] 모 제약회사 TV 광고는 주인공이 밤늦게 귀가하다 부인에게 걸렸을 때, 중요한 회의 중에 휴대폰 벨이 울렸을 때, 사장님께 아부 할 때, "살다 보면 간이 철렁할 때도 있고, 간이 콩알만해 질 때도 있고, 간을 빼줘야 할 때도 있다”라는 말과 함께 '간장약'을 선전하고 있다. 아마도 대한민국의 CEO라면 회사의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이 광고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때로는 '간이 철렁하고, 간이 콩알만해지고, 간을 빼줘야 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최근 '북한 핵실험' 같은 사건이 터지면 CEO들 간은 철렁해진다. 예전에 IMF라는 어려운 환경을 경험해 보았기에, 무력 사용 등으로 전쟁으로 확대되면 어찌하나 하면서 가슴을 쓸어내린다. 조그만 사고라도 터지면 CEO들의 간은 콩알 만해진다. 잘 운영되는 서비스가 잠시 중지되거나, 매출 증가세가 소폭 둔화되거나, 열심히 만든 제품이 약간의 하자가 있거나 하면 CEO들 간은 콩알만해 진다. 평 직원이 퇴사해도 경비 지출이 소폭 증가 해도 마찬 가지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범해야 할 CEO가 그런 사소한 일을 가지고 호들갑이냐고 할 것 이다. 그러나 CEO들은 다르다. 모든 큰 일은 사소한 문제와 사소한 현상으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잠시 중단된 서비스로 인해 경쟁업체에게 1위 자리를 내어 줄 수도 있고, 소폭 둔화된 매출 증가가 계속해서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한, 제품이 가지고 있는 약간의 하자가 회복될 수 없는 큰 오류일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CEO들은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서두부터 거창하게 CEO들을 두둔하고 나선 것은 CEO들이 잘났다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현재의 대한민국 ‘현주소’가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웬만한 코스닥 상장기업의 자본금은 강남 고급 아파트 한두 채 값도 안된다. 또한 주식 시가총액은 강남 일반아파트 십여 채 값도 안 된다. 훌륭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십 수년을 수십, 수백 명의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온 코스닥 상장기업 CEO들에겐 맥 빠지는 일이다. 같이 노력한 직원들도 마찬가지 심정일 것이다.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는 사회이지만 노력한 만큼 결과가 얻어진다는 진리가 변하질 않길 바란다. 얼마 전 서울시 공무원 시험에 KTX 임시열차를 타고 전국에서 10만 명의 수험생이 몰렸다는 뉴스는 충격적이었다.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업을 선호한다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선 우리나라 사회의 창의성이 무너지고 성장의 씨앗이 사라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요즘 벤처기업들은 사원을 뽑기가 너무 어렵다. 웬만한 대학의 IT 분야 우수한 학생은 대기업에서 장학금에 보조금까지 주면서 사전에 ‘쌍끌이’를 해간다. 수 백장의 이력서가 들어와도 쓸만한 인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그런데 청년 실업은 50만 명이라고 한다. 주변에는 온통 기러기 아빠다. 학생 10명중 3~4명은 외국으로 공부하러 나간다. 이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우리회사만 보아도 2004년에 미국이나 일본도 하지 못한 폰 네비게이션 기술을 개발하여 세계 최초로 상용화 하였고 퀄컴이 주는 ‘최고의 LBS(위치정보서비스) 부문’상도 받았다. 그리고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사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하였다. 비록, 작은 회사지만 우리처럼 그 기술만큼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회사들이 수백, 수천 개가 넘는다. 이런 기업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다. 지금의 미국 IT 대기업들은 모두 벤처에서 출발하였다. MS가 그렇고, HP, IBM, 오라클, SUN 등 대부분의 IT 기업이 그렇다. 이제는 바뀌었으면 한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사회 및 자본 시장에서 제대로 그 가치를 인정 받고,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창의성 넘치고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직장으로 바뀌었으면 한다. 우리나라도 벤처로 출발한 회사들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북한 핵실험 소식에 간이 철렁하고 고객과 직원의 만족을 위해 항상 간을 빼놓고 살아 가야 하는 CEO들처럼 정부도 사회 구성원 모두도 항상 긴장하고 노력했으면 한다. 앞으로 대~한민국은 노력한 만큼 성공하는 사회, 그런 성공을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안병익 대표<약력>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박사 수료KT연구소LBS산업협회 서비스분과 위원장한국공간정보시스템학회 이사포인트아이2000년 4월 포인트아이닷컴 설립2001년 3월 벤처기업 인증 획득2003년 4월 LBS 시스템 개발(GIS 플랫폼)2005년 12월 경찰청 통합정보체계 구축2006년 6월 코스닥증권시장 상장
- 긴 여행의 끝에서 다른 삶의 물길을 여는 포구, 베니스
- [조선일보 제공] 어쩌면 이 여행기는 같은 자리를 몇 차례 맴돌다 미로 속에 갇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물이 길을 만들었다. 베니스를 처음 봤을 때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싶었다. 곤돌라가 누비는 수로마다 너무 로맨틱해서 비현실적인 낭만이 장밋빛 등불을 달고 동동 떠다녔다. 하지만 이곳 방문이 네 번째였던 그날은 달랐다.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에서 홀로 죽어간 작곡가 아센바흐의 자취를 좇는 여행이기 때문이었을까. 가끔씩 내리는 비에 베니스는 음울하게 젖어 있었다. 숙소로 가는 길, 짙은 녹색 바다는 응고된 푸딩 같았다. 배는 푸딩을 으깨듯 힘겹게 물 위를 지났다. 베니스에 쉬러 왔던 아센바흐는 비굴하거나 불친절한 베니스 사람들에 질릴 때쯤 열네 살 폴란드 소년 타치오를 발견한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러 온 타치오는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타치오를 찾지 못해 베니스의 좁은 골목에서 쪼그리고 앉아 울먹이는 꿈을 꾸던 아센바흐는 잠에서 깨어 땀을 흘린다. 그의 땀은 검은색이다. 젊음을 의식한 초로의 신사가 머리를 염색했기 때문이다. 신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종종 바다를 바라보지만 갈피를 잡지 못한다.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되지 못한다. 빈 하늘을 어지럽게 떠도는, 새. ▲ 죄수들이 다가올 고문과 죽음을 생각하고 한숨지으며 건넜다는‘탄식의 다리’. 그 아래 좁은 수로 위를 베니스의 상징인 곤돌라가 여유롭게 떠간다.새들의 세상이었다. 베니스의 명소인 산 마르코 광장은 언제 가도 비둘기 천지였다. 도시 전체로 번져가는 전염병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아센바흐가 가로지르던 광장을 거닐 때, 노천카페의 악단이 영화 ‘모 베터 블루스’의 테마곡을 멋지게 연주했다. 비둘기들이 힘차게 공기를 가르며 관악기가 쏟아내는 음표 사이를 저공 비행할 때마다,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도 솟아올랐다. 새의 날갯짓과 어린이의 웃음소리와 브라스 밴드의 음악, 그리고 저 멀리 바다에 떠 있는 곤돌라 위의 연인들. 이보다 더 낭만적인 풍경이 있을까. 그러나 춤을 추는 사람 모두가 즐겁진 않은 법. 광장 구석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노인은 비둘기가 날아오를 때마다 찡그리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고 보니 손 어깨 머리 등 어디나 앉는 새들은 이악스러웠다. 1유로짜리 모이를 산 관광객이 채 펼치기도 전에 달려들었다. 받은 팁만큼 음악을 뽑아낸 브라스 밴드는 악기를 내려놓았고, 잠깐의 낭만을 선사한 곤돌라 사공은 웃돈을 요구했다. 그리고 흐려진 노안(老眼)에, 아이들은 유난스러웠다. 결국 되돌아왔지만, 아센바흐는 신발 끄는 소리와 긴 그림자를 남기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베니스를 떠나려 했다. 소리와 그림자 외에, 떠나는 자의 뒷모습이 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깊을수록 고독한, 섬. 섬은 한적했다. 남북으로 좁고 긴 베니스 리도섬은 아센바흐가 묵었던 곳이다. 그가 투숙했던 ‘호텔 데 뱅’(Hotel Des Bains)으로 갔다. 이곳의 레스토랑과 카페와 엘리베이터에서 그는 타치오와 수 차례 마주치면서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삐걱거리는 나무 복도를 지나 1층 카페로 들어가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함께 나온 초콜릿 입힌 딸기를 보니, 딸기 하나를 먹고도 냅킨으로 깔끔하게 닦아 냈던 아센바흐가 떠올랐다. 손꼽히는 휴양지 리도섬은 여기서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 기간에만 방문해서였는지 썰렁한 분위기가 익숙지 않았다. ▲ 산 마르코 광장을 뒤덮은 비둘기떼.비 뿌리는 해변엔 아무도 없었다. 아센바흐가 타치오를 무망하게 바라보던 바닷가에는 파란색 간이 의자들이 접혀진 채 열 맞춰 늘어서 있었다. 함께 있어도 외로운 것들이 있다. 늦은 오후, 우산도 없이 모래사장을 걸었다. 물이 땅에 남긴 흔적 위에 다시 인간의 흔적을 보태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아무리 곧게 걸으려 애써도, 돌아보면 발자국은 늘 어지럽다.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살아온 독일인 아센바흐는 삶의 마지막 여행에서 어린 소년에게 매혹되어 극심한 혼란을 경험한다. 모래가 기억하는 비, 삶이 추억하는 여행. 여행이 가치있다면, 그건 끊임없이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가 나면 모래는 곧 비를 잊는다. 그리고 삶은 끝내 웅덩이를 이루며 고인다. 흐린 하늘이 더욱 어두워졌다. 열정도 권태도 모두 집어삼키고서 시간의 웅덩이에서 영겁회귀하는, 밤. 밤이 서린다. 베니스의 굽은 골목길마다. 베니스를 떠나기 전날 밤 12시, 거리로 나섰다. 밤의 농도는 촉각으로 다가왔다. 아센바흐의 타치오에 대한 매혹의 정체는 뭘까. 동성애적인 그 감정은 이성의 신봉자였던 그가 투항하게 된 열정의 상징일 수도 있고, 예술가인 그가 빠져들 수밖에 없는 절대적 아름다움의 표상일 수도 있다. 베니스 골목길은 좁고 어두웠다. 운하를 만나면 길이 끊어지기도 했다. 낮에도 헤매기 일쑤인 베니스에서 밤의 골목길은 미로 그 자체였다. 그가 타치오를 미행하던 작은 운하길, 디에트로 라 페니체를 찾아 헤맬 때, 후미진 골목길로 방향을 틀었다가 예기치 않은 광경과 마주쳤다. 운하에 맞닿은 기둥에 기대선 채 격렬한 ‘행위’에 탐닉하던 남녀는 낯선 자가 나타나자 고개를 숙인 채 얼어붙었다. 더 당황한 행인은 왔던 길을 서둘러 되돌아갔다. 밤은 차가웠다. 그러나 적어도 밤은 겪어내고 견뎌내야 하는 시간은 아니었다. 자정을 넘긴 디에트로 라 페니체에서 어둠은 안온했다. 타치오가 건넜던 작은 다리 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운하엔 가로등 불빛이 잉크처럼 번지고 있었다. 죽음의 그림자를 목도하고도 베니스를 떠나지 못했던 아센바흐는 결국 노년의 초입, 뜨거운 태양 아래서 숨을 거뒀다. 그러나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버나드 쇼의 말이 떠올랐다. 모든 일을 용서받는 청년기는 아무것도 스스로 용서하지 않으며, 스스로 모든 일을 용서하는 노년기는 아무것도 용서받지 못한다. 열여덟 편 영화의 궤적을 좇았던 긴 여행은 베니스의 폐곡선 같은 미로 속에서 마지막 장을 맞았다. 길은 모두 세계의 끝으로 통한다고 믿었지만, 어떤 길은 그 안에서 꼬리를 물고 맴돌았다. 이젠 정말 여행을 끝낼 때가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과연 여정도 끝이 날까. 저 멀리서 누군가 가방을 끌며 뒤늦게 숙소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바퀴가 달렸지만, 무거운 가방 소리였다. 아무도 오지 않는 다리에 서서 메마른 눈동자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금 눈앞에서 검게 빛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저, 물. ‘베니스에서 죽다’는 이탈리아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1971년작이다. 작곡가 아센바흐는 휴식을 취하러 베니스에 갔다가 가족 여행중이던 열네살 미소년 타치오를 발견하고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끝내 말 한 마디 나누지 못하지만, 매혹된 아센바흐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베니스를 떠나지 못한 채 결국 죽음을 맞는다. 말년에 이르러 탐미적 경향이 짙어진 비스콘티 작품세계를 또렷이 보여주는 걸작. 베니스의 빼어난 풍광을 담은 몽환적인 영상이 시종 관객을 사로잡는다. ★여행박스=베니스는 ‘물의 도시’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유럽의 대표적 관광 도시다. 해상무역을 통해 중세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이 수상 도시는 버스와 택시에서 경찰차까지 모든 교통수단이 배로 되어 있다. 카날 그란데로 불리는 대운하와 150여개의 작은 운하들 사이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비둘기 떼로 뒤덮인 산 마르코 광장과 강성했던 베니스의 영화(榮華)를 엿볼 수 있는 산 마르코 대성당이 최고 명소. 대운하 한 가운데 버티고 선 리알토 다리는 베니스를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방문하는 곳이다. 다리 근처에선 각양각색의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과 전통 시장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라노 글라스’의 원산지인 무라노섬,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도 들를 만 하다.
- (미리보는 경제신문)분양가 밑도는 지방 아파트 속출
- [이데일리 김경근기자] 다음은 6월15일자 경제신문 주요기사.(가나다순) ◇매일경제 ▲1면 -분양가 밑도는 지방 아파트 속출 -`부담금 공화국` 오명 벗나 -美 인플레 우려 확산 -한민족을 하나로 만든 축구 ▲종합 -세계증시 한달새 2조달러 증발 -기업 사회공헌 순수해야 인정 받는다 -순익 줄었는데 배당은 급증 -주부 취업 늘고 청년은 줄고 -효자 `CDMA폰` 이젠 애물단지 될판 -"저출산 최고 해법은 남녀평등" ▲정치·외교안보 -내년 예산안 1차 당정협의 마무리 -여권내에 제3의 대선후보론 ▲국제 -日 자율근무제 도입한다 -왜고너 GM회장 재무구조 안정 주력 -中 자동차 성장통 심각 -자르카위 후계자 무하지르 "미국에 곧 가공할 복수" -OECD 근로시간 갈수록 줄어 ▲금융 재테크 -토종 사모투자회사 겉돈다 -하이닉스 채권단 46곳서 9곳으로 축소 -외환銀 인수자금 국내조달 우선 ▲기업과 증권 -韓·中 `항공 FTA` 협상 시작됐다-사상 첫 주류 박람회 코엑스서 개최-효성, 故 조홍제 회장 일화집 발간-日 반도체3사 차세대 공동사업 무산-"자사주 쌀 때 사두자"-SKC 최신원 회장 지분 매입 왜?-박종수 우리투자증권 사장 "메릴린치식 IB 만들겠다"-LCD 부품주 일제히 하락-외국인 대규모 순매도 언제까지-외국인 선호 중소형주가 뜬다-칼라일, 아시아펀드 6억달러 조성▲부동산 -은행PB 부동산 상담현장 체험해 보니-입주자 `막막`, 건설사 `답답`▲사회-회사도 학교도...화제는 월드컵-"경제범죄 구속수사가 원칙"◇서울경제 ▲1면 -CEO 39% "경영계획 수정"-농민, 농지 담보로 종신연금 받는다-국제 원자재가격 일제히 급락 ▲종합 -신규 일자리 창출 `적신호`-"시중銀 담합조사 곧 마무리"-서비스수지 적자 日 줄고 韓은 급증-서울디지털단지 등 수도권 노후 공단 6곳 민간 재개발 방식으로 "리모델링"-보험설계사 펀드판매 못한다-수출입물가 고공행진-소득재분배 효과 OECD 7분의1-다국적기업 거래한도 확대-"양성평등이 저출산 해법"-증여세 부실과세 제동-정부투자기관 14곳중 11곳 수익▲금융 -"보증보험시장 개방 得보다 失"-김기홍 국민銀 수석부행장 "외환銀 인수자금 국내조달 우선"-데이비드 마셜 피치이사 "韓은행, 수익원 다각화해야"▲국제 -글로벌 투자자 증시이탈 가속-日 금리인상 늦춰질 듯-中 공상은행 9월 홍콩증시 상장-사우디 7조원 투입 경제신도시 건설▲산업 -시멘트업체 신사업 `대박행진`-CRT업계 "얇게...더 얇게"-새한 `역삼투분리막` 수출 "쑥쑥"-인터넷·전화·TV 단말기 하나로 즐긴다-다기능 스마트폰도 `슬림바람`-美 명문대 IT 석사학위 국내서 딴다-데이콤·파워콤 `LG` 브랜드로-대리점서 경품제공 약속 등 안지킬 땐 통신업체가 책임져야▲증권 -기관주도 반등 기대감 `솔솔`-해외ETF 내년초 상장-제지업종 하반기 업황 개선 기대-칼라일그룹, 亞기업 투자펀드 조성-유통대표주 잡아라-LCD 부품·장비주 `휘청` ▲사회 -붉은악마·獨교민 `안전비상`-아파트 주민 `부담금 갈등`-화이트칼라·뇌물 범죄 구속수사-인천공항 운송화물 1000만톤 넘었다-쇠고기 원산지 표시 의무화-교장 초빙·공모제 시범 도입▲부동산 -분양시장 `5중고`-주공 국민임대 통합관리◇한국경제 ▲1면 -경기하강·현대차 경영공백 여파로 車부품업체 몸살-출산장려로 교과서 개편-판교 당첨자 오늘부터 자금출처 조사 ▲종합 -잉글랜드팀 `월드컵 최고의 유니폼`-긴축 공포에 글로벌 자산 `도미노 폭락` -로드리고 라토 IMF 총재 "주가급락은 예정된 수순"-`달동네` 재개발 4층 이하로-보험설계사 펀드 가입 권유만 가능-하반기 인플레 우려 커진다-주택보유세율 1%땐 세부담 美의 3배-한·미FTA협상..분쟁 해결방법 이견▲정치-"집안싸움에 민생경제 소홀"-여야 "사학법 재개정 6월 국회서 검토"▲사회-들쭉날쭉 `구속잣대` 사라지나-경영인·교수출신 교장 늘어날 듯-민사소송 없이 피해배상 받는다-손해보험 가입안한 선박 입항 금지▲국제 -日 큰손 美부동산 다시 `기웃`-상하이 협력기구 "더 밀착" -美 직장인들 "1시간 점심은 사치"-도요타, 에탄올車 내년 첫선-유럽 `反독점 타깃` 이번엔 애플▲산업 -`삼성지킴이` 이학수 전략기획실장-에쓰오일, 롯데와 협상 부진에 제2 인수자 물색 나서나-디자인도 초일류 시대-KT `광대역 통합망` 시대 열었다-세계에서 가장 얇은 브라운관 개발-LG, 통신그룹 체제 갖춘다-나노섬유 국산화..내년부터 양산-인천공항, 동북아 물류허브 부상▲부동산 -"계약률 30%만 돼도 감지덕지" 울상-주상복합 분양가 상승 불가피-송파지역 아파트값 급락세 ▲금융-산은, 수출중기에 5천억원 지원-국민銀, 국내투자자 우선 유치▲증권 -IT `바닥`..조선 `두각`-거래대금 이달 4조원대로 `뚝`-자산가치 큰 低PBR株 잡아라-해외펀드 분산투자효과 `뚝`-제2거래소 당분간 추진 않는다-LCD 부품·장비株 "으악"
- (한근태의 靑春전략)낭만적인 직장은 없다
- [이데일리 한근태 칼럼니스트] 대학시절 먼저 군대를 가서 휴가 나온 친구의 얘기를 재미있게 들었다. 몸도 튼튼해진 것 같고, 말하는 것도 무언가 어른스러워진 것 같았다. 도대체 군대가 어떤 곳이냐는 질문에 그는 별 것 없다는 식으로 막연하게 얘기했다. 그래도 친구들이 궁금해 하면 재미있는 이벤트를 몇 개씩 얘기해 주었다. 보초 서면서 라면 먹은 이야기, 담 넘어서 고참과 막걸리 먹은 이야기, 화목(火木, 불쏘시기용 나무)을 하러 간 길에 일어난 해프닝, 부대 앞 다방 미스 김에 대한 일화… 당시 나름대로 군대에 대한 그림을 그렸는데 제법 낭만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논산훈련소에 들어가는 날 바로 깨지고 말았다. 위병소 초입부터 군기를 잡는 것으로 시작해, 괴로운 기상시간, 생전 안 하던 모포 개는 일, 줄을 서서 밥을 타먹고 식기세척 하는 일, 줄 서서 훈련 받고 못하면 얼차레를 받는 일, 걸핏하면 집합 당해 야단맞고 구보하고…되돌릴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런 권한이 없었고 3년간 그런 세월을 보냈다. 군대시절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여기가 니네집 안방인 줄 아냐?” 란 말이었다. 정말 군대는 우리 집 안방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청년들을 불러 군인으로 만드는 곳이었다. 나른한 민간인을 불러다 군기가 엄정한 빠릿빠릿한 사람으로 만드는 곳이었다. 하지만 군대에 대해 낭만적인 생각을 품었던 나는 기대와 현실의 갭이 너무 커 한동안 헤어나질 못했다. 여러분은 직장 하면 무엇을 연상하는가? 직장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가? 또 상사에 대해서는 어떤가? 즐거움을 주는 곳, 자아를 실현시키는 곳, 부모처럼 자애롭고 형님처럼 챙겨주는 상사,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돈도 버는 곳…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 투성이다. 직장경험이 없는 사람일수록 직장에 대한 환상은 크다. 하지만 직장은 그런 곳이 아니다. 직장은 여러분의 안방이 아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않고, 가고 싶은 시간에 출근하고 가기 싫으면 안 가고, 맘에 맞는 사람과만 얘기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과는 평생 말 한 마디 안 섞고… 만일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면 내게 보여달라. 당분간은 가능할 지 모르지만 계속 생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그렇다고 직장은 지옥 같은 곳, 괴로움만 주는 곳, 일 외엔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는 곳이란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직장 생활이 즐거움이 될 수도 있고, 직장 안에서 인간관계도 얼마든지 맺을 수 있다. 하지만 직장에 대해 과도한 기대와 요구를 하는 사람들의 의외로 많다. 하지만 직장은 결코 그런 곳이 아니다. 여러분에 대해 모든 것을 책임져 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숭고한 이념과 가치를 앞세우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 “인재를 제일로 귀하게 생각한다, 고객의 성공을 돕는 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무엇보다 내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모든 사람을 공평하게 대한다 등등…” 이러다 보니 사람들은 회사에 대해 과도한 기대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마치 성인군자들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기업을 하는 것 같은 착각도 하는 것 같다. 숭고한 가치를 앞세우는 회사일수록 그 안에 있는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갈등이 커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무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별 기대를 안 했을텐데 워낙 말을 멋지게 해 놓았는데 현실이 그렇지 않으니 나타나는 결과이다. 하지만 회사는 회사일 뿐이고 그 안에 있는 구성원은 구성원일 뿐이다. 요즘 사람들은 쿨하다는 말을 좋아한다. 쿨 하다는 것은 무모하게 매달리고 집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상대가 싫어하면 미련 없이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사랑 중에는 짝사랑이 가장 힘들고 괴롭다. 상대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데 나 혼자 좋아하려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회사에 대해서도 쿨할 필요가 있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고 냉철하게 행동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직장에 대한 철학을 명확히 해야 한다. 직장이란 과연 어떤 곳인가, 직장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직장에 대해 어떤 기여를 하고 있는지, 회사의 니즈와 당신의 니즈가 일치하고 있는지, 일치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신이 사장이라면 당신 같은 사람을 계속 직원으로 고용하고 싶은지… 이런 질문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의 모든 비극은 서로에 대한 그릇된 기대에서 출발한다. 지금이라도 그런 기대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진정으로 쿨하게 사는 방법이다.
- 프랑스 폭동에 `유럽경제 후폭풍`
-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프랑스 이슬람계 청년들의 장기 소요사태로 프랑스 경제의 후폭풍이 우려되고 있다. 폭동이 전국으로 번지고, 독일과 벨기에 등 주변국들로 폭력사태가 확산되면서 경제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프랑스는 세계 최대의 관광대국으로, 폭력사태 때문에 이미지가 실추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타격이 예상된다. 또 장기적 소요사태는 소비자들과 기업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켜 소비와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투자심리 위축..경제회복에 찬물 국제통화기금(IMF)은 프랑스 경제가 올해 1.5% 성장한뒤 내년에는 1.8%로 성장세가 빨라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프랑스 정부의 전망치(올해 2%, 내년 2.5%)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IMF는 고유가와 무역 상대국의 경기둔화로 프랑스 경제가 하향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경제가 4분기부터 회복세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소요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투데이온라인은 이코노미스트와 재계 관계자 등이 소요사태가 경제회복을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프랑스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일부 사업장의 영업이 중단되고 보안비용이 증가하는 것외에 소비심리 외축과 외국인 투자 감소 등으로 부정적 영향이 확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4분기 회복과 내년이후 성장 가속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나텍시스 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마크 토아티는 공공질서의 붕괴가 4분기 소비자 신뢰를 훼손할 수 있으며 소비심리 악화와 기업들의 업황전망에 대한 불안감은 고용계획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말을 끼고 있는 4분기는 소매업체들이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라는 점에서 소비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프랑스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전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다. 컨설팅업체 세르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니콜라스 바조는 "현재 소요사태가 외국자본의 투자처로서 프랑스의 매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광대국 프랑스..중장기적 타격 전망 소요사태가 2주일째로 접어들지만 아직 관광객들의 대규모 예약취소 등 구체적인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럽의 선도여행사로 파리와 니스 등지에 대한 관광상품을 판매중인 TUI는 "현재 예약상황은 정상적인 수준"이라면서 "일부 관광객들이 자신들이 묵을 호텔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물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관광업계에서도 프랑스를 여행하려는 미국인 관광객들이 프랑스 소요 때문에 여행을 취소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문제는 앞으로 소요사태가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프랑스 사태와 관련해 미국 등 10여개 국가가 자국 여행객들에게 프랑스 관광 주의령을 내린 상태다. 호주, 오스트리아, 영국, 캐나다, 독일, 헝가리, 일본, 러시아, 스페인 등도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프랑스는 연간 750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최대 관광국으로 관광수입이 국민총소득의 8%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폭력사태가 심화되고, 차량방화와 폐허가 된 건물 등이 TV를 통해 전 세계에 방영되면서 관광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의 레옹 베르트랑 관광장관은 "폭동에 따른 리스크가 향후 관광산업에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들에게 프랑스는 여전히 안전한 지역이라고 강조하면서 `파리가 불타고 있다` 는 등의 선정적 제목으로 상황을 전하고 있는 외국 언론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최대 여행뉴스 발행사인 트래블프레스는 "프랑스 폭동이 이미지를 다소 훼손시킬 수 있다"면서 "프랑스가 워낙 매력적인 관광지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소요사태가 궁극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로화 2년래 최저..유로자산 기피 심화 폭력사태 확산의 영향은 통화가치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째 이어지고 있는 프랑스 방화·폭동이 유럽으로 번지면서 8일 아시아 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2년래 최저수준으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전자외환거래 시스템 EBS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58분 현재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환율은 1.1762달러로 전날 뉴욕 종가 1.1805달러보다 하락했다(달러 강세-유로 약세). 이같은 환율수준은 지난 2003년 11월 1.1751달러이후 2년만에 최저치다. 유로화는 엔화에 대해서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엔 환율은 전날 138.92엔에서 138.52엔으로 떨어졌다. 통신은 유럽 2위 경제국 프랑스에서 발생한 소요사태가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유로화 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11일째 지속되고 있는 소요는 지난 1968년 학생 소요사태이후 도심 폭동으로는 최장 기간에 해당한다. 미즈호 기업은행의 외환담당 부사장인 가토 미치요시는 "폭동이 프랑스 전역으로 번지고 독일과 벨기에로 전파되면서 유로화에 상당히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폭력사태가 유로화에 지속적으로 부담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화가 약세를 보일 경우 수출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게 된다. 하지만 통화가치 하락은 외국인들의 투자 유인을 떨어뜨림으로써 경제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 (edaily리포트)돈이 `웬수`
-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늙어선 도대체 뭘 먹고 살지." 요즘 직장인들에게 최대의 화두는 아마 길어지기만 하는 노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일 것입니다. 그럴때마다 가슴이 답답해지곤하지요. 모아놓은 돈은 별로 없는데 조기퇴직이다 구조조정이다해서 은퇴시기는 더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퇴직연금을 기획 취재중인 증권부 조진형기자 대한민국 직장인들의 노후에 대한 단상을 전합니다.노후자금으로 써야할 퇴직금이 중간중간 생활자금으로 사라져버리고 있습니다. 집 마련하랴, 부모 봉양하랴, 자녀 뒷바라지하느랴. 사실 노후재테크니 노후설계니 하는 것은 대다수의 직장인들에게 사치스러운 일일지도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사회에 사는 우리들의 자화상입니다. 퇴직연금이 도입된다고는 하는데 도대체 어찌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니 머리만 아파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꿈틀대기도 힘든 상황인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노후생활에 필요한 자금은 중산층 기준으로 월 200만원이라고 합니다. 20년으로 치면 4억8000만원입니다. 좀 여유있게 살려면 13억원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억단위 금액에 `억!` 소리가 나옵니다. 생각해보면 그만한 돈이 필요한 것은 당연합니다. 퇴직시기는 점점 앞당겨오는데 수명은 점차 늘어나니 말입니다. 현재 78세인 평균수명이 10~20년 후엔 85세까지 늘어난다고 합니다. 55세에 퇴직한 직장인은 대부분 일한 연차보다도 더 긴 노후를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항상 `돈`이 `웬수`입니다. 평생직장이 사라진 상황에서 이제 그만한 돈을 마련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돈 생각을 하니 건강만 나빠지고, 머리는 더 하얗게 새는 겁니다. 누군가는 최근 주식시장의 활황도 직장인들의 노후 걱정이 반영돼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가진 것은 별로 없고, 돈은 많이 마련해야 하는 압박감에 돈이 주식으로 몰리고 있다는 겁니다. 가장 확실한 노후대비 수단이었던 부동산이 내리막길을 타면서 나온 불안감에,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렸다는 대목에선 고개가 끄떡여지기도 합니다. 문득 우리가 말하는 노후대책은 모두 `돈`으로 귀결되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종신보험, 퇴직연금, 국민연금, 부동산, 주식 등등. 노후재테크 수단 모두 `돈` 얘기 일색입니다. 그러나 `돈`이 노후를 책임져주지는 않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곧잘 `20년 후의 내 모습`을 그려보면서 흐뭇해하곤 합니다. 이 때 20년 후 돈을 얼마나 벌고 있을지 계산하면서 흐믓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스스로의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직장인이 되면 돈에 찌들어서인지 꿈을 잃어버려서인지 모르겠지만, `퇴직 후의 내 모습`은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단지 퇴직 후의 재정만 걱정할 뿐입니다. 노후에 아무리 돈이 많다한들 생활이 그려지지 않는다면 노후대책은 전혀 세워져있지 않다고 봐야합니다. `돈`은 항상 그렇듯 노후대비를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얼마전에는 거의 100억대의 부자인 할머니 한 분이 한강에서 투신해 자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잘 보여준 사례이겠지요.그렇다면 가장 확실한 노후대책은 무엇일까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평생 일할 수 있으면 어떨까. 청년실업도 해결하지 못하는 판에 노년에게 돌아올 일자리가 어디에 있겠느냐고 말하실 수 있겠습니다.그렇지만 일자리와 행복의 기준은 정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염두에 둔다면 일자리 하나 정도는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퇴직후 일을 하면 자연히 돈 문제도 해결되고 제2의 인생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지요. 건강도 챙길 수 있습니다.금융계 최고경영자(CEO)에서 택시기사로 전업한 김기선씨는 행복한 노년이 어떤 것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는 얼마나 행복에 겨웠으면 `즐거워라 택시인생`이란 책도 냈습니다. 영풍상호신용금고 사장 퇴임을 1년 앞두고 택시기사가 된 그는 3년의 법인택시 기사를 거쳐 환갑에 맞춰 꿈에 그리던 개인택시를 마련했다고 합니다. 놀라운 것은 그는 직장 초년생일 적부터 환갑 때 개인택시 기사가 되기로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이뤄냈다는 것입니다. 바텐더로 전업해 관심을 모았던 서상록 전 삼미그룹 부회장도 성공적인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와 같은 사례는 외국에서 흔한 일입니다. 호텔 사장이 벨보이가 된 사례, 대학총장이 경비가 된 사례, 시의원이 청소부가 된 사례.. 어찌보면 이런 일들이 아직도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에 문제가 있을 수 있습니다. 김기선씨는 이렇게 얘기합니다."기사식당에서 먹는 된장찌개가 아주 꿀맛이에요. 예전에는 제육볶음이 그렇게 맛있는지 몰랐어요. 나이 들면 밥맛 없고 잠이 오지 않아 고생한다는데 전 밥맛이 너무 달고, 잠도 얼마나 잘 자는지 몰라요. 열심히 일한 자의 행복이 이런 것인가 봐요. 사장으로서 기사가 모는 차 타고 편하게 이동할 때보다 제가 직접 운전석에 앉아 있는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어떻습니까. 노후에 이만큼 행복할 자신이 있으신가요.풍족하지는 않더라도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생활자금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요. 그렇지만 재테크다 노(老)테크다 해서 돈이 노후의 전부인 듯 물질만능으로 휩쓸려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 CEO의 자녀 경제교육-황우진 푸르덴셜생명 사장
- [조선일보 제공] ▲ 5일 서울 강남 본사 사무실에서 만난 푸르덴셜생명의 황우진 사장은 “영어나 수학을 잘 하는 것만큼,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법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영한기자 younghan@chosun.com 푸르덴셜생명의 황우진(50) 사장은 딸 지나(20)씨와 아들 준현(18)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5-5 법칙’을 가르쳤다. ‘5-5 법칙’이란, 용돈 중에 절반을 무조건 떼어내 저축하는 것이다. 청년기에 목욕탕 목욕관리사(속칭 때밀이), 골프장 인부 등으로 학비를 벌었던 황 사장 자신이 직접 실천한 습관이라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처음엔 낯설어해도 일단 ‘5-5법칙’에 익숙해지니까, 절약하고 아끼는 생활 습관이 생기고, 나중엔 소풍 비용도 절반은 뚝 떼어놓고 놀러가겠다고 말할 정도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 한 대기업의 형제간 싸움도 실은 돈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아이들을 건전한 경제인으로 키우려면, 어릴 때부터 돈의 가치관과 소중함에 대해 부모가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는 돈에 관한 한, 아이들에게 매우 엄격했다. 그는 아이들이 입학하자마자, 직접 은행에 데리고 가서 통장을 만들어줬다. 아이들 용돈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는 주급으로 1000원씩 줬지만, 5학년이 되자 월급제로 바꿨다. 돈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충분해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용돈기입장은 매일 쓰게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검사했다. 정해진 용돈 외에 ‘공짜 용돈’은 절대 주지 않았다. 심부름, 집안청소 등 땀을 흘려서 정당한 대가를 얻어야 한다고 가르쳤던 것이다. “장난감, 만화책 등 본인들이 갖고 싶어하는 건 원칙적으로 본인이 해결하게 했어요. 물론 자전거 등 가격이 비싼 물건은 부모와 상의 해서 절반씩 나눠 냈지만요.” 아이들이 용돈을 낭비하지 않고 잘 썼다고 판단되면, 아낌없이 칭찬해 주었다. 아이들은 은행에 저축하면 이자(利子)가 붙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단돈 100원이나 500원에도 은행을 놀이터 드나들 듯하며 돈을 불려가는 데 재미를 붙였다. 이렇게 지나씨와 준현군이 고사리 손으로 한푼 두 푼 모았던 통장은, 현재 잔액이 각각 500만원, 200만원을 훌쩍 넘는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짜임새 있는 재정 관리 습관을 가르친 덕분인지, 부모와 떨어져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유학하고 있어도 급전을 보내본 적이 없다”고 했다. 황 사장은 아이들에게 악착같이 돈을 모아야 한다고만 가르친 건 아니었다. 부모와 자녀 간에도 신용(Credit)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00년 황우진 사장이 이탈리아에서 근무할 당시 가족과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황사장, 딸 지나씨, 부인 이경란씨, 아들 준현군“현관 옆 선반에 작은 항아리가 있었는데, 항상 동전이 수북이 쌓여 있었죠. 하지만 아이들이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제멋대로 동전을 가져가진 않았어요. 돈이 필요하면 작은 공책에 용도와 액수를 써 놓고 가져가되, 나중에 꼭 갚도록 했습니다.”황 사장은 자녀들의 금융교육에 ‘나눔’도 접목시켰다. 준현군이 태어나자마자, 한 사회복지단체에 매달 1만~2만원씩 기부금을 보내기 시작한 것. “아직 아이들은 본인들 이름으로 기부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잘 몰라요. 나중에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기부 증서를 보여 주고, 아버지가 왜 이런 일을 했는지 알려줄 겁니다. 이웃을 위해 자신의 수입 중 일부는 나눌 줄 알아야 한다는 걸 가르쳐 주고 싶어요.” 자녀가 만 15세가 될 때엔, 종신보험에도 가입했다. 돈만 물려주려는 게 아니라, 삶을 짜임새 있게 계획하며 산다는 게 어떤 건지 가르쳐 주기 위해서란다. 황 사장은 “요즘 젊은이들은 부모에게 손만 벌리면 모든 게 쉽게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자녀를 자립심(自立心) 있게 키우고 싶다면, 자녀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돈 관리법을 꼭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편의점·커피점도 "IT를 팝니다"
-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한 무리의 소녀들이 스타벅스 라떼를 홀짝이며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저장된 15만개의 디지털 음원들을 들어보고 그 중 좋아하는 음악을 골라 CD로 굽는다. 점원들은 다양한 음료를 만들면서 동시에 최신 뮤지션들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한 손에 맥도날드 빅 맥을 든 청년들이 다양한 DVD 타이틀롤을 흝어보며 대여할 작품을 선별한다. 상점 다른 한 편에서는 컴퓨터로 휴대폰 벨소리 등을 다운받거나, 고화질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둔 사진을 인화할 수도 있다. 주요 비(非) IT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커피와 햄버거, 옷을 판매하는 상점 안에 DVD와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IT를 끌어들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8일(현지시간) 주요 비 IT기업들이 미국인이 기술을 소비하는 방법을 바꿔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맥도날드는 최근 DVD 대여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제 고객들은 맥도날드에서 빅맥, 후렌치후라이를 사면서 원하는 DVD도 빌릴 수 있다. 또한 보크 브룩 등 일부 매장에서 벨소리 다운로드, 디지털 이미지 인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오스크(매점)도 시험 운영중이다. 맥도날드는 지난 2003년 처음으로 DVD 대여 서비스를 구상, 워싱턴 일부 주차장에 14개의 DVD 대여 자판기를 설치했다. 색다른 시도가 긍정적인 반응을 낳자, 올 여름 5개 대도시 매장에서 대여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이번 노동절부터는 볼티모어 매장에서도 DVD 대여 서비스가 개시된다. 대여료는 하루에 1달러와 세금. 각 매장은 최신작 35~40개를 포함한 550여개의 DVD를 갖췄고 매주 목요일 신간이 들어온다. 회사 측은 올해 말까지 미국 전역의 1만3700개 매장 중 1000개에 DVD 대여 키오스크를 운영할 방침이다. 스타벅스는 지난 1971년 설립 당시부터 커피와 함께 음악을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해왔다. 이에 따라 2년전 실험적인 `카페`를 운영했고, 그 성공을 토대삼아 다른 지역에도 `미디어 바` 개념을 적용하기 위해 추진중이다. 케네스 T. 램버드 스타벅스 엔터테인먼트 사장은 "우리의 가장 최종적인 전략은 스타벅스를 잠시 들러가는 곳이 아닌 최종 목적지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한다. 커피 한 잔 사들고 음반가게로 가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마시며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인먼트 센터로 만들겠다는 것. 현재 시애틀과 오스틴에 있는 스타벅스 카페는 컴퓨터 스크린을 갖추고 있어, 쉽게 음악을 듣고 CD를 구울 수 있다. 특히 밥 딜런의 1962년 미공개작 `Live at the Gaslight`, 앨라니스 모리셋의 `Jagged Little Pill Acoustic` 등도 갖추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신종 스타벅스 카페는 일부 지역서 미지근한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CD 판매 매출은 괄목할 만 하다. 음반산업이 P2P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스타벅스는 레이 찰스 데뷔앨범 77만5000장, 콜드플래이의 `X&Y` 11만5000장, 데이브 매튜 밴드의 `Stand Up` 10만7000장을 팔았다. 갭, 에디 바우어, 레인 브라이언트, 리스토레이션 하드웨어 또한 회사 브랜드가 찍힌 패키지와 함께 CD 믹스를 판매하고 있다. 세이프웨이, 알버트슨, 스톱 앤 숍 등의 잡화점 체인들은 맥도날드와 마찬가지로 DVD 대여 기계들을 설치하고 있다. 편의점 체인인 세븐일레븐은 지난 2월 최근 휴대폰 판매를 개시했다. 최저가 29.99달러에 1분당 통화료가 20센트에 불과한 저가 휴대폰은 1년도 안돼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회사 측은 주로 저소득층이 구매하지만, 부유층이나 기술 전문가들의 구매도 만만치 않다고 귀뜸한다. 한 때 IT를 소비한다는 것은 전자제품 전문점에 가서 가격을 지불하고 전자기기를 구매하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레이저 디스크, 컴퓨터 칩 등의 가격이 폭락하고 장비들도 간소화되면서, 소비자들이 IT를 소비하는 방법이 변하게 됐다. 수많은 아울렛들이 업종과 관계없이 기술 및 엔터테인먼트 장비들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WP는 복잡하고 부담스러웠던 기술장비들이 우유와 계란과 같은 일상용품으로 일대 변신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조시 베노프 포레스터 리서치 연구원은 "스타벅스나 맥도날드 등에서 IT 관련 상품을 집어든다는 생각이 속도와 편리성에 사로잡힌 현대 문명에 잘 들어맞았다"며 "그것은 순간적인 만족감과 관련된 행위다"라고 평가했다.
- (한국경제 반세기)"무너진 신화"...율산 부도③
- [이데일리 이종석기자] 율산 부도는 결국 정부와 채권단 내에서 추진했던 ‘재무구조개선방안’이 갑자기 무산된데서 부터 비롯되었다는게 당시 재계의 평가다. 그렇다면 누가, 왜 율산 재무구조개선방안을 무산시킨 것일까.◇ 납치사건의 전말이에 대한 해답을 추론하기 위해서는 79년 1월25일 발생한 신선호 사장 납치기도 사건의 전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 사장이 밝힌 내용을 근거로 당시 사건을 정리하면 대략 이렇다.“1월25일 오후 1시. 신선호 사장은 중구 태평로 동방빌딩 7층 율산실업 사장실에서 괴청년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괴청년은 “청와대 비서실인데 윗선(실장님)에서 보자고 하신다. 할 얘기가 있으니 오후 2시30분까지 경제기획원 앞으로 나오기 바란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전화를 끊었다.일방적인 전화를 받은 신 사장은 막막한 심정이었지만 그렇다고 안 나갈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재계에는 청와대 비서실에서 은밀히 재벌그룹들에 대한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던 터라 비서실장을 내세운 전화를 무조건 무시할 수만도 없는 처지였다.약속시간 5분전인 오후 2시25분 경제기획원 앞에 도착해 2~3분 정도 기다리니 청년 2명이 다가와 “신 사장이냐?”고 묻고는 함께 가자고 했다. 이들은 신 사장의 운전사를 내리게 한 뒤 직접 차를 몰아 삼청동 총리 공관 앞에서 점퍼 차림의 20대 청년을 한 명 더 태운 뒤 삼청터널로 들어섰다.차량이 청와대 비서실쪽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자 신 사장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자 일행 중 한명이 “뻔한 것 아니냐. 경기도 여주 근처 조용한 곳에 가서 얘기하자”면서 신 사장의 두팔을 양쪽으로 끼고 꼼짝 못하게 했다.차는 제3한강교를 거쳐 경부고속도로에 진입, 양재동 톨게이트에 이르러 표를 사기 위해 정차했다. 이 순간 신 사장이 “사람살려” 라고 외치면서 발버둥치자 매표원이 다가왔고 이들이 당황하는 사이 신 사장은 뒷문을 열고 탈출에 성공한다. 범인들은 그대로 하행선으로 달아났고, 신 사장은 톨게이트 사무실로 대피해 회사 차량을 불러 귀가했다.”대낮 납치극에서 탈출한 신 사장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건의 전모를 소상하게 밝혔다.“전화만 받고 어떻게 순순히 약속장소에 나갈 수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 사장은 “범인들의 전화 목소리가 정중하고 청와대 비서실을 사칭하는데다, 도심의 경제기획원 구내에서 만나자고 해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답했다.실제로 사건 며칠 후 범인 3명이 모두 붙잡혔는데 이들은 돈을 노리고 청와대 비서실을 사칭한 것으로 드러났다.◇ “건방진 아이들 때문에 내가 당한다”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불거져 나왔다. 다음날 각 신문들은 신 사장 피납사실을 대서특필하면서 신 사장이 언급한 청와대 비서실을 그대로 활자화해 버렸고, 이 보도를 접한 청와대 비서실장 K씨가 대노하는 사태로 비화한 것이다.비서실장으로 갓 부임한 K씨는 당시 기업인들과 연쇄 접촉을 갖고 있었고, 이 과정에서 좋지 않은 소문이 나돌던 터였다. 이런 시점에 신 사장이 청와대 비서실과 비서실장을 거명하자 크게 노했다는 것이다.K씨는 “건방진 아이들 때문에 내가 당한다”며 격노했고, 그렇지 않아도 자금사정이 어려웠던 율산에 칼을 들이대는 계기가 되지 않았겠느냐는게 당시 사건에 대한 재계의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계 중진은 “어쨌든 신 사장이 정권실세 이름을 거명한 것 자체가 결정적 실수였다”고 회고했다.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던 서석준 전부총리(아웅산 폭발사건으로 사망)는 후일 율산 부도와 관련 재계인사들에게 “참 억울하게 당했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율산 처리과정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어쨌거나 이 사건 이후 율산의 상황은 급전직하로 추락한다.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방안이 갑자기 백지화됐고, 은행감리가 시작된데 이어 사건 발생 후 두달여만에 전 계열사 일괄 부도로 이어졌다.◇ 정경유착의 시작과 끝75년 혜성같이 등장했다가 4년 후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린 율산그룹의 흥망은 70년대 한국 경제의 허실을 여과없이 보여준다.수출기업들에게 은행돈을 마구 퍼주었던 특혜금융과 이를 토대로 `모래성`을 쌓았던 당시 기업들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또 정권 실세의 입김에 따라 기업의 존망이 오락가락하던 후진국형 기업시스템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경유착의 시작과 끝이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79년 그룹부도 후 외부와 연락을 두절했던 신선호 사장은 2000년 7월 서울종합터미널 부지 1만8천평에 센트럴시티를 지으면서 재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서울종합터미널 부지는 76년 서울시가 율산에 매각하면서 “고속버스터미널 완공시 소유권이전 등기를 필해주겠다”며 제3자 양도를 원천 금지해 놓은 땅이었고, 그 덕에 부도 이후에도 채권단에 넘어가지 않은 율산의 마지막 남은 자산이었다.신 사장은 센트럴시티를 재기의 발판으로 삼고자 절치부심했지만, 영업부진으로 1년만에 경영권과 보유지분을 매각하는 등 또 한번의 좌절을 겪는다.율산의 성장과 부도, 그리고 이어지는 재기와 좌절은 근대 한국기업 성장사의 단면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