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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Specialist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아틀란타에 살고 있는 헬렌은 대학원생이다. 그녀는 학비에 보태기 위해 주식 투자를 하기로 했다. 그녀가 노린 회사는 XYZ라는 컴퓨터 회사다.
존은 시애틀의 한 자동차 정비 공장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다. 그는 아파트를 늘려가기 위해 XYZ 주식을 팔기로 했다.
헬렌과 존은 일면식도 없지만,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는 XYZ 주식을 자유롭게 매매할 수 있다.
◇헬렌이 존을 만났을 때
헬렌과 존은 NYSE `멤버 회사`인 A증권사와 B증권사에 각각 전화를 건다. 헬렌은 자신의 담당 브로커인 피터에게 XYZ 주식을 100주 사고 싶다고 말한다.
피터는 "마켓 오더(market order)로 살까요, 리미트 오더(limit order)로 살까요"라고 묻는다.
"지금 XYZ은 얼마에 거래되고 있나요" 헬렌이 되묻는다. "마지막 거래가 40달러12센트에 거래됐어요.(The last sale in XYZ was 40 and 12.) 지금 40달러에 1만주 비드(bid)가 나와 있고, 40달러12센트에 5000주 오퍼(offer)가 있어요." 피터가 씩씩하게 말한다.
XYZ를 40달러에 1만주 사자, 40달러12센트에 5000주 팔자가 있다는 뜻이다.
헬렌은 "마켓으로 사주세요. 제가 오늘 집에 없거든요. 정확한 체결 가격은 내일 알려주세요."라고 말한다.
피터는 "체결 가격은 금방 나와요. 몇분만 기다려주면 바로 전화를 드리죠"라고 답한다.
"피터, 다음달에 제가 친척집에 가서 자리를 오래 비우거든요. XYZ 주가가 갑자기 떨어지면 어떻게 하죠?" 헬렌이 걱정스럽게 묻는다.
"언제든지 가까운 지점에 전화만 주세요. 주가가 급락하면 그때 팔면 되죠. 아니면 리미트 오더로 매도 주문을 내놓고 가든가. 특정 가격을 정해 놓고 팔자 주문을 내면, 자동으로 주문이 들어가는거죠."
헬렌은 피터의 조언대로 XYZ가 30달러에 도달하면 매도하도록 리미트 오더를 함께 내기로 했다.
비슷한 시각, 시애틀의 존도 브로커에게 전화를 걸어 XYZ 100주를 팔겠다고 말한다.
헬렌과 존의 주문은 A, B증권사를 통해 입력되고, NYSE 트레이딩 플로어에 있는 브로커 부스에 전산으로 전달된다.
헬렌의 주문을 접수한 A증권사의 커미션 브로커(Commission Broker)는 XYZ 거래가 이뤄지는 트레이딩 포스트(trading post)로 간다.
"XYZ는 지금 얼마야?" XYZ 담당 `스페셜리스트(specialist)`에게 묻는다.
"40 and 12 - 40 and 38 - ten by ten. The last sale was at 40 and 25." 스페셜리스트는 스크린을 흘깃보고는 빠르게 답한다.
XYZ의 최고 매수가격(bid)은 40달러12센트, 최저 매도가격(offer)은 40달러38센트라는 뜻이다. `ten by ten`은 bid가 1000주, offer도 1000주라는 의미다. NYSE의 최소 거래 단위는 100주이기 때문에 여기서 ten은 1000주를 의미한다. XYZ의 직전 거래가격은 40달러25센트다.
헬렌의 주문을 가지고 있는 브로커도 자신의 브로커 부스 또는 포스트의 스크린에서 호가 정보를 볼 수 있지만, `관례적으로` 스페셜리스트에게 호가 상황을 물어본 것이다.
포스트 주위에는 여러명의 브로커들이 호가 상황을 지켜보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고객의주문을 가장 좋은 가격에 처리하기 위해 눈치를 보는 것이다.
그때 존의 매도 주문을 들고 있던 브로커가 포스트 주위의 브로커를 상대로 크게 외친다. "100 at 40 and 25.(40달러25센트에 100주 매도)" 최저 매도가격 40달러38센트보다도 13센트나 낮다.
헬렌의 브로커는 반사적으로 "Take it!"이라고 외친다.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호가를 다른 브로커에게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브로커는 거래 체결 내역을 단말기에 입력한다. 수초후 피터는 헬렌에게 전화를 걸어서 XYZ 체결 가격을 알려준다.
◇211년의 전통..스페셜리스트
NYSE는 세계 최고의 증권거래소다. NYSE는 메이저 거래소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페셜리스트라는 독특한 방식의 주식 거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앞서 나온 헬렌과 존의 주식 매매가 NYSE의 전형적인 거래 방식이다. NYSE에서는 멤버(member) 회사만이 트레이딩 플로어에서 증권 매매를 할 수 있다. 멤버 회사 또는 멤버인 개인은 일정한 자리세를 내고 멤버십을 딴다. 가장 최근에 거래된 멤버십 가격은 185만달러였다. 통상 멤버십 가격은 200만달러를 호가한다.
현재 NYSE의 회원사 수는 333개, 일반 투자자들과 거래하는 회원사는 238개다. NYSE의 멤버 수는 1953년이후 1366개로 고정돼 있다.
플로어에서 거래를 담당하는 브로커는 2종류가 있다. 커미션브로커(Commission Broker)는 멤버 회사에 소속된 브로커다. 이들은 자신이 소속된 하우스(회사) 고객의 주문을 전담 처리한다.
독립브로커(Independent Broker)는 개인자격의 멤버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하우스에도 소속돼 있지 않고 독자적으로 매매에 참여한다. 커미션브로커가 특정 주문 처리에 바쁘거나 휴가를 갔을 경우 하우스와 계약을 맺고 주문을 처리해준다. 독립브로커는 흔히 `2달러 브로커`로 불린다. 브로커 수수료로 100주당 2달러를 받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NYSE 고유의 스페셜리스트는 브로커들 사이에서 주가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스페셜리스트의 기능을 알기 위해서는 NYSE의 매매 체결 과정을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다.
NYSE의 트레이딩 플로어에는 20개의 트레이딩 포스트가 있다. 모든 증권매매는 포스트에서 이뤄진다. 각각의 포스트에는 특정 스페셜리스트가 배정돼 있다. 스페셜리스트 앞의 컴퓨터 단말기에는 해당 포스트에서 거래되는 주식의 호가 정보가 일목요연하게 나온다. 이같은 호가 정보는 포스트 주위의 브로커들에게도 공유된다. 1500여개의 브로커 부스와 각 부스에 소속된 브로커들은 스페셜리스트를 축으로 경매 방식으로 증권을 거래한다.
211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스페셜리스트는 NYSE 증권 거래의 시작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TV에서 NYSE 플로어를 보면, 그야말로 `시장`이라는 느낌을 받는 것도 NYSE가 고집스럽게 스페셜리스트라는 `사람 중심의 시장 매매 제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셜리스트의 역할
NYSE에는 7개의 대표적인 스페셜리스트 회사가 있고, 이들은 모두 443명의 스페셜리스트를 고용하고 있다. 각각의 스페셜리스트 회사는 특정 주식의 호가 형성, 즉 시장조성(market making)을 담당한다.
라브랑쉐, 스페어리드앤캘로그, 플리트, 반더뮬렌, 베어와그너, 퍼포먼스스페셜, 서스퀘아나가 7대 스페셜리스트다.
이들 `7대 마피아`의 위력을 직감하려면 다음의 숫자를 보면된다. 라브랑쉐는 다우 존스 30종목 중 9종목의 시장조성자다. 스페어리드앤캘로그는 3종목, 플리트는 9종목, 반더뮬렌은 3종목, 베어와그너는 4종목 등 모두 28종목이 이들 스페셜리스트의 손에 의해 최초 호가가 만들어진다. 다우 존스 지수의 마켓메이킹이 이들 스페셜리스트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S&P100을 구성하는 100종목 중 93종목, S&P500을 구성하는 500종목 중 424종목이 7대 마피아를 통해 시장 조성을 한다.
스페셜리스트의 역할은 크게 5가지다. 우선 포스트를 책임지면서 경매 방식의 증권매매를 주관한다. 스페셜리스트들은 최초 오프닝 가격을 고시하고 장중에는 브로커들의 매수, 매도 호가를 공시한다.
둘째, 스페셜리스트는 딜러 기능도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계정으로 주식을 사고 팔 수 있고, 고객의 주문을 대행하기도 한다. 스페셜리스트의 자기매매는 시장조성자로서 해당 종목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셋째, 브로커 간의 호가가 일치하지 않을 때 스페셜리스트는 그 연결 기능을 한다. 일종의 촉매제 역할이다. 호가 갭을 중간에서 조정함으로써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매수 주문이 급격하게 늘어나 매도 주문을 압도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때 스페셜리스트는 자기 계정으로 매수, 매도 수요를 적절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자본공급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호가가 급변할 때 스페셜리스트는 시장에 개입, 가격 변동에 쿠션역할을 한다.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의 급등 및 급락을 제어하는 완충작용이다.
한마디로 스페셜리스트는 시장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 결과 NYSE 증권 거래의 98%가 직전 가격의 8분의1 포인트라는 좁은 가격 범위내에서 이뤄지게 된다.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면서 매매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같은 스페셜리스트의 역할은 `선관의 의무`가 충실하게 지켜질 때 빛을 발하는 것이다. 스페셜리스트는 모든 매매 주문의 한 가운데에 서 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이익을 채울 기회도 그만큼 많다.
NYSE가 자랑하는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비판도 여기서 출발한다.
◇프런트 러닝
NYSE 개혁을 진두지휘하는 존 리드 회장은 지난달 7개 스페셜리스트 중 규모가 가장 큰 5개 회사에 대해 1억달러씩의 벌금을 부과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도 이들 회사에 대해 소환장을 발부했다.
스페셜리스트들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고객의 비용으로 자기 거래를 함으로써 이른바 프런트 러닝(front running)을 했다는 것.
프런트 러닝은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기에 앞서 자신이 그 주문 정보를 이용, 주식을 매매함으로써 이득을 얻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들어 A고객이 B주식을 10달러에 10만주 매수키로 주문을 냈다면 이 주문을 접수한 스페셜리스트가 미리 B주식을 9.5달러에 매수한 후 10달러 또는 10.5달러에 A고객에게 되파는 식이다.
만약 스페셜리스트들이 이같은 프런트 러닝을 상습적으로 해왔다면 이는 NYSE의 거래 시스템 자체를 부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스페셜리스트는 공정한 주가 형성을 돕는 심판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조사는 지난 4월 최초로 제기됐었다. 당시 조사의 핵심은 프런트 러닝이 아니라, `부적절한 시장 개입`이었다.
NYSE는 스페셜리스트들에게 `negative obligation`이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스페셜리스트가 굳이 시장 조성을 하지 않아도 주식 매매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스페셜리스트의 주문을 즉각 철회해야한다는 것이다.
반대의 규정도 있다.(affirmative obligation) 이는 매수-매도 호가가 불균형할 때 스페셜리스트가 시장에 개입, 월활하게 거래를 유도해야한다는 의무다.
4월 조사 당시에는 스페셜리스트들이 매수-매도 호가가 일치하는 상황에서도 이를 직접 매치하지 않고, 자신이 매도자로부터 주식을 사서 매수자에게 되팔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같은 의혹도 스페셜리스트의 신뢰를 깎아내리는 것이지만 프런트 러닝만큼 심각한 위법 행위는 아니다.
스페셜리스트의 존폐를 거론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해진 것은 NYSE의 리차드 그라소 전 회장이 거액 연봉 파문으로 쫓겨난 후 `시장 개혁`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프런트 러닝이 도마위에 올랐고, 의회에서까지 스페셜리스트 문제를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불만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비판은 대형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이 피델리티다.
피델리티는 NYSE도 나스닥처럼 모든 증권거래를 전자거래로 일원화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스페셜리스트를 근간으로 하는 경매 시스템이 비효율적이라는 것.
피델리티의 스콧 드사노 글로벌에쿼티 트레이딩 헤드는 "나스닥 방식의 거래가 바로 우리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피델리티같은 대형 기관투자자가 스페셜리스트를 불신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피델리티는 NYSE 하루 거래량의 4~5%를 차지하는 큰 손 중의 큰 손이다. 피델리티 거래가 전체 거래의 10% 가까이 근접하는 경우도 종종있다.
이처럼 거대 기관들은 자신의 주문이 노출되거나 다른 기관에 의해 역이용당하는 것이 몹시 못마땅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리미트 오더다.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개장 직후 특정 주식을 특정 가격에 매입하는 리미트 오더를 자주 사용한다. 리미트 오더는 오픈북(OpenBook)이라고 하는 특정한 매매 단말기에 호가 정보가 집중된다. 스페셜리스트들이 리미트 오더 상황을 취합, 자신들의 입맛대로 프런트 러닝을 했다는 것이 피델리티같은 대형 기관들의 주장이다. 피델리티는 이같은 문제 때문에 자신들은 리미트 오더를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힐 정도다.
NYSE는 이런 큰 손들의 불만을 모른척 할 수 없다. 그렇다고 스페셜리스트 제도를 폐지하자니 저항이 만만치 않다. 2세기가 넘도록 유지된 기득권을 쉽게 내놓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스페셜리스트 회사 중 가장 규모가 큰 라브랑쉐는 NYSE의 이사회 멤버이기도 하다. 그라소 전 회장 시절, 스페셜리스트 회사들은 그야말로 `언터처블스(untouchables)`였다.
스페셜리스트의 순기능도 놓치기 아까운 측면이 있다. SEC의 윌리엄 도날드슨 의장조차도 "스페셜리스트가 가장 적절한 가격을 찾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도날드슨 의장이 전직 NYSE 회장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스페셜리스트 옹호 발언은 이 제도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불만이 쌓여왔지만, NYSE의 스페셜리스트 의존도는 꾸준히 높아졌다. 1995년 8.6%에 불과했던 스페셜리스트 자체 매매 비중이 지난해에는 14.9%로 높아졌다. 이는 수익성을 위해 스페셜리스트들이 자기 매매를 늘린 탓도 있지만 증시 침체기에 가격 변동을 줄이기 위해 시장 개입을 많이 했다는 뜻도 된다.
◇가격이냐 시간이냐
대형 기관들이 스페셜리스트를 폐지하자고 주장하지만, 시장 조성자의 유무는 가격 안정성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여준다. NYSE 개혁의 선봉에 있는 존 리드 회장도 전자거래가 거래 체결 시간을 줄여줄 수 있을지 몰라도, 최적의 가격을 찾아내는데는 약점이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국 주식시장에선 가격 안정성의 중요성을 부각시키는 사건이 일어났었다. 1999년 이뮬렉스 사건이 그것.
이뮬렉스라는 회사의 CEO가 회계 부정에 휘말려 자살했다는 거짓 보도자료가 비즈니스와이어에 잘못 게재된 사건이 있었다. 보도자료 내용은 완전히 거짓이었지만 이같은 소문은 삽시간에 시장에 퍼졌다. 이뮬렉스 주가는 119달러에서 32달러로 수직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가가 떨어질 때 투기적인 세력들은 공매도를 하기 마련이다. 미국 시장에서도 당시 이뮬렉스에 대한 공매도 공격이 있었다. 특정 공매도 세력은 이뮬렉스가 100달러선이 위협받자 107달러에서 공매도 주문을 냈다.
이 주문은 마켓오더였는데 주가가 수직 하락하는 상황에서 매도 호가가 너무나 급격하게 떨어지자 공매도 주문이 제때에 체결되지 않았다. 주가가 35달러까지 떨어지고 나서야 이 주문이 체결됐다.
이후 보도자료가 거짓이라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뮬렉스 주가는 다시 급반등하게 된다. 35달러에 공매도 주문을 체결한 투기세력들은 한순간에 투자자금을 날려버렸다.
스페셜리스트는 이처럼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온갖 불확실한 정보를 중간에서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서킷 브레이커처럼 매매 자체를 중단시킬 수도 있지만, 서킷 브레이커는 가격이 이미 급등 또는 급락한 이후에 발동되는 것이 보통이다. 스페셜리스트는 그야말로 스페셜한 상황에 써먹으려고 존재하는 것이다.
- 월가시각(15일)..내구력 테스트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마음은 딴 곳에 있지요. 시장이 죽은 것 같아요. 더구나 주말이니까." 브라운브라더스헤리만의 채권매니저 리차드 코스는 월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채권시장은 오후 2시에 조기에 마감했다. 뉴욕시, 뉴욕시민, 뉴욕증시는 `911테러` 이후 또 한번 내구력 테스트를 받고 있다.
이번에는 정전이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은 조기 폐장 주장에도 불구하고 정상 거래를 강행했다. 옵션 만기일이었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세계의 경제 수도로서 자존심을 세우고, 위기 대처 능력을 과시하려했는지도 모르겠다.
911이후 벡업시스템을 더욱 가다듬은 금융기관들은 위기 상황에서도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란듯이 증명해보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날 거래는 `절름발이`였다. 거래량이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많은 시장참가자들이 아예 출근을 할 수 없었고, 일부 기관에서는 통신 장애가 있었고, 비상 전력 공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이날 오프닝 벨을 직접 울린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조차도 "핵심 인력이 아니면 집에 머물러 있어달라"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를 맞아 벡업 시스템은 훌륭하게 작동했지만,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은 벡업을 할 수 없었다.
주가지수도 보합선을 유지함으로써 "오늘 거래는 없던 것으로 하자"는 무언의 합의를 드러내보였다.
그러나 `없던 것`으로 하기에는 이날 나온 경제지표들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7월 소비자물가는 0.2% 올랐다. 코아 인플레도 0.2% 상승, 디플레이션 우려를 완화시켰다. 7월 산업생산도 예상치 0.2%를 훨씬 웃도는 0.5% 증가를 기록했다. 산업생산은 제조업의 전영역에 걸쳐 고르게 증가했다.
일찍 거래를 끝낸 채권시장은 경제지표를 가감없이 반영, 국채 수익률은 비교적 크게 올랐다. 달러도 주요 경쟁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경기회복이 가시화됨에 따라 정전때문에 미뤄뒀던 매수세가 다음주 본격적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변수는 정전 사태가 경제에 미칠 파장이다. 뉴욕시 인근에 전력이 속속 공급되고는 있지만, 복구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는 보도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정전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것이 부담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쉘비 터커는 "이번 정전 사고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왜 이같은 사고가 일어났는지, 재발 방지를 위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메릴린치의 수석 전략가인 리차드 번스타인도 "정전 시간이 단기간에 그쳤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소비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홈디포나 로우스 등에서 팔리는 간이 발전기의 판매량을 보면 소비심리의 변화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발전기 판매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전력 인프라를 믿음직스럽지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소비성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정전쇼크`, 월가 마비..다우·나스닥 보합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최악의 정전 사태로 월가가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비상전력으로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은 정상 거래를 강행했지만 거래량은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채권시장과 선물시장은 조기에 폐장하고, 아멕스는 거래 자체를 하지 못했다. 일부 금융기관들은 전력 공급이 여의치 않자 매매를 포기했고, 통신망 장애로 나스닥 종목에 대한 주문이 중단되기도 했다.
주식시장을 조기 마감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마침 옵션만기일이어서 청산 절차를 위해 정상거래를 강행할 수 밖에 없었다.
15일 다우 지수는 전날보다 11.13포인트(0.12%) 오른 9321.69, 나스닥은 1.67포인트(0.10%) 오른 1702.01을 기록했다. S&P500은 0.16포인트(0.02%) 오른 990.67로 마쳤다.
뉴욕증권거래소의 거래량은 5억6200만주, 나스닥의 거래량은 7억주에 불과해 평소 거래량인 14억주에 크게 못미쳤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가가 오른 종목은 1505개, 내린 종목은 1197개였고, 나스닥에서는 1422종목이 오르고, 1423종목이 떨어졌다.
주간 단위로 다우 지수는 1.4% 올랐고, 나스닥은 3.5% 상승했다. S&P는 1.3% 올랐다.
국채 수익률은 크게 올랐고(채권가격 하락), 달러는 주요 경쟁국 통화에 대해 강세를 나타냈다. 원유선물 가격은 떨어졌지만 정전으로 정유사 가동이 중단돼 가솔린 선물 가격은 크게 올랐다. 금선물은 떨어졌다.
금융기관 종사자들이 맨하튼 등으로 제때에 출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거래가 극도로 저조했다. 전날 정전으로 귀가하지 못한 일부 트레이더들은 노숙한 후 곧바로 회사로 나오기도 했으나 100% 트레이딩에 투입되지는 못했다.
뉴욕증권거래소 오프닝 벨을 직접 울린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핵심 인력이 아니면 자택에 머물러 달라"고 당부했다.
개장전 발표된 경제지표는 주식시장에 긍정적이었다. 7월 소비자물가는 0.2% 상승했고, 코아 인플레는 예상치(0.1%)를 웃도는 0.2% 상승, 디플레이션 우려를 덜어줬다.
7월 산업생산은 0.5% 증가, 예상치 0.2%를 웃돌았다. 반면 뉴욕연방은행 지수는 20.0을 기록하리라는 예상을 깨고 10.0을 기록했다.
미시간대학 소비자심리지수는 다음주 화요일로 발표를 연기했다.
경제지표는 주가를 강하게 끌어올릴만한 재료였으나 시장 자체가 `절름발이`였기 때문에 주가 반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금리가 급등한 것도 주가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종목별로는 발전설비 업체가 단연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GE는 0.81% 상승했고, 캡스톤터빈은 22.54%나 오르는 등 발전 장비 업체들이 큰 폭으로 올랐다. 정전 사고 이후 발전설비에 대한 투자가 급증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했다.
반면 전력을 공급하는 유틸리티 기업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뉴욕시에 전력을 공급하는 콘솔리데이티드에디슨은 0.48% 하락했다.
컨티넨탈에어라인, 델타에어라인 등 항공사들도 무더기 결항으로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 하락세를 나타냈다.
금융주들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티그룹은 0.51%, JP모건은 0.71% 하락했다.
기술주 중에서는 델컴퓨터가 3.03% 상승했다. 델컴퓨터는 전날 실적을 발표하면서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어 컴퓨터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이밖에 인텔은 0.36% 떨어졌고, 마이크로소프트는 0.35% 하락했다.
- LG 최고경영자 8명, 성공비결 온라인으로 공개
- [edaily 문주용기자] "LG 최고경영자들의 성공비결을 온라인상으로 배워보세요"
LG그룹은 15일 사이버교육「CEO가 나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사이버동영상 프로그램을 통해 성재갑 LG석유화학 회장, 이문호 LG인화원 부회장, 강유식 ㈜LG부회장, 김쌍수 LG전자 부회장, 정병철 LG CNS 사장, 구본준 LG필립스LCD사장, 우남균 LG전자 사장, 김정만 LG산전 사장 등 8명의 최고경영자들이 자신들의 경영철학과 신념, 성공체험 등을 인터뷰 형식으로 임직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이버 특강은 경영학 교과서에 나오는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최고경영자들이 수십년간 경영현장에서 직접 겪었던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한 "성공적인 리더의 조건"등 경영철학, "CEO가 될 수 있었던 자신들만의 핵심역량" 그리고 "슬럼프 극복기"등 인생의 선배로서의 삶의 교훈까지도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직원의 교육신청이 쇄도, 개설된지 3주만에 3000명이 수강했고 지금도 수강신청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수강 임직원들은 ▲비즈니스의 기본원칙 ▲비즈니스의 핵심 ▲전체를 보는 눈 ▲리더십 ▲이제 시작이다 등 5개 주제에 대해 매일 1시간 가량 한 주제씩 5일동안의 학습을 통해 국내외 유수CEO들의 관점에서 "성공적인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식견과 소양, 그리고 자세 등을 배우게 된다.
8명의 LG최고경영자는 각 주제별 오프닝부문에서 동영상을 통해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LG인화원은 이처럼 높은 내부 임직원의 수강열기를 감안, 오는 7월부터는 사이버교육
"CEO가 나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를 외부에도 공개키로 하고, "LG사이버 아카데미"
(www.cyber.lg.co.kr)를 통해 LG 최고경영자들의 노하우를 외부기업체의 직원들도 단체수강을 통해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LG최고여영자들은 사이버 특강을 통해 최고경영자까지 오를 수 있었던 자신들의 핵심역량을 들려줬다.
성재갑 LG석유화학 회장은 “사심없이 흔들림없는 직업관으로 일해 온 결과 CEO까지 오를 수 있었다”며 주인정신, 일에 대한 열정과 실행력, 변화에 대한 추구, 팀웍을 위한 용병술 등을 들었다.
이문호 LG인화원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재량을 많이 주고 필요 정보를 공유하도록 해서 개인의 능력발휘와 창의성이 개발되도록 했다”며 ‘임직원에 대한 지원과 관심’을 꼽았다.
강유식 (주)LG 부회장은 “항상 자신이 처한 위치보다 한단계 더 위에서 조직의 활동이나 사물의 흐름을 보고자 노력했다”고 말하고, “사원시절에는 관리자의 입장에서, 관리자시절에는임원의 입장에서, 임원시절에는 CEO의 입장에서 생각했다”며, “이렇게 할때 관점의 확대가 가능하고, 자기가 하는 일을 객관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자신의 모든 역량을 모아 하는 일의 결과를 좋은 방향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한시도 놓친 적이 없다”며 “자기 역할에 대한 애착과 헌신”을 덧붙이고 있다.
김쌍수 LG전자 부회장은 “일에 대한 재미와 성취감이 내 자신의 발전으로 이어진다”고 말하고, “혁신적인 감각과 차별화된 기술로 노력하면 자신도 모르게 노하우가 축적되어 행동으로 나타난다”며 “톱 매니저들이 리스크를 의식하면서도 과감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축적된 노하우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우리은행, 새로운 CI 선포식
- [edaily 문병언기자] 우리은행(은행장 이덕훈)은 20일 오전 본점 4층 강당에서 "우리나라·우리은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하나된 우리를 의미하고 한국금융의 새벽을 깨우는 견인차의 의미를 담고 있으면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우리은행 CI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주거래고객 대표 60여명과 임직원, 우리금융지주회사 회장단 및 자회사 사장 등 총 6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방송인 이계진씨 사회로 진행됐다.
"출발! 우리은행"이라는 오프닝 영상을 시작으로 CI선포의 의미, 은행장 기념사 및 윤병철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이성진 노조위원장의 축사로 이어졌다.
이덕훈 은행장은 이날 기념사에서 "오늘 시작하는 우리은행과 우리은행 신CI는 변화하는 환경에 우리 모두가 주체적으로 적응하고 한층 더 발전적으로 성장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늘을 기점으로 그동안 축적해 온 인프라를 바탕으로 "고객을 우리가족과 이웃"처럼 생각해 고객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 되자"고 제안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박승 한은총재를 비롯해 류시열 은행연합회장, 김우식 연세대학교 총장, 경실련 이종훈 공동대표가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전달해 새출발하는 분위기를 한층 높였다.
이와 함께 노사 대표 및 개인, 기업, 중소기업 고객 대표가 "우리에게 좋은 일이 생깁니다"라는 캠페인 문구 조각을 맞춤과 동시에 CI가 극적으로 등장해 고객과 임직원 모두가 함께 해야 비로소 우리은행이 탄생된다는 "엠블렘 완성"과 "멀티미디어 쇼"가 이어졌다.
그리고 "축배의 노래" "희망의 나라로"와 같은 선곡으로 한층 더 축제의 분위를 조성한 성악가 신동호와 박정원 교수의 축하공연, 앞으로의 각오 및 미래상을 밝은 이미지와 함께 성우의 힘 있는 나레이션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피날레 영상" 및 "행가 제창"으로 이날 행사의 끝을 맺었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새롭게 제정된 심볼마크는 도전과 희망을 상징하는 여명을 표현하고 있으며, 한국금융의 새 지평을 여는 선도자가 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심볼마크의 바탕을 이루고 있는 원형은 하나된 우리를 의미하며, 마크 가운데 퍼져나가는 빛의 형상은 여명을 상징해 새벽을 깨우며 힘차게 떠오르는 희망찬 미래와 우리은행의 비전인 "한국금융의 자존심을 천하에 세우고 꿈과 희망을 실현해 나가는 모습"을 담고 있다.
로고는 고딕체에 끝단을 세리프 처리해 부드러운 요소를 가미한 세련된 형상을 표현했다. 우리은행 심볼마크 및 로고의 기본을 이루고 있는 색은 청색으로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담고 있는 청색을 사용함으로써 우리은행의 희망찬 미래를 나타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우리나라의 우리은행으로서 우리나라 경제의 재도약을 위한 금융산업의 발전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가장 경쟁력 있는 은행으로 거듭나 역사 속에 영원히 빛날 수 있는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대표은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