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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관료가 본 외환위기 극복과정(전문)
- 한 경제관료가 본 외환위기와 그 극복과정
재정경제부 부이사관 변양호(국방대학교 파견 중)
1. 가령 한 환자가 심장병으로 사망했다고 하자. 당뇨나 비만 때문에 병세가 악화되었을 수도 있고 찬바람이나 의사의 부주의 때문에 좀 더 일찍 사망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사망원인은 심장병이다. 당뇨나 비만, 찬바람이나 의사의 부주의가 사망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은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었던 과도한 부실채권에 있었다. 우리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면, 그래서 외국인들이 우리 금융기관들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외환위기는 오지 않았다. 동남아 국가들의 위기나 국제금융체제상의 모순, 일본 엔화의 약세에 따른 일본 금융기관들의 여신회수, 국제투자자들의 herd behavior, 성급한 금융개방 등은 위기 발생의 시기를 다소 앞당기는 데 기여했을 뿐이다.
2. 97년 위기가 금융기관이 보유한 과도한 부실채권에 있지만 그 당시의 부실채권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 지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교과서적인 접근방법은 부실의 규모를 파악하고 (recognition), 부실금융기관의 처리방법을 정하고 (damage control), 이해관계자 간에 손실을 부담시키는 것이다 (loss allocation). 가장 먼저 부실채권의 규모를 알아야 하는 것은 그래야 부실로 인한 손실의 규모를 계산해 낼 수 있고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의 강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98년 우리 정부는 부실채권의 규모를 118조원으로 전제하고 64조원의 공적자금 투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수립하였고, 98년 하반기 개혁 진척 상황을 해외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부실채권의 규모가 최대 100조 내지 12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그 당시 정부는 64조원의 프로그램을 가능한 한 조기에 집행하였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를 금융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이 실제로 실천되고 있다고 판단하여 우리 경제가 신뢰를 회복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정부가 제시한 부실채권규모에 대해서는 시장이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우리 나라의 부실채권의 규모는 이 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하였다. 이제는 좀 더 객관적으로 부실채권의 규모를 밝혀 위기의 본질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3. 당시 부실채권이 언제부터, 왜 커졌는가 하는 것도 좀 더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심장병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심장병이 언제,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가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그 동안의 연구는 크게 진전되지 못하였다. 차입 경영 등 우리 기업의 건전치 못한 경영과 우리 금융기관의 부실 경영은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왜 하필 97년에 위기가 발생했는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동남아 위기의 전염효과라고 할 수만은 없다. 동남아위기가 우리의 문제를 국제금융시장에서 새롭게 노출되는 계기가 되었을 수는 있다. 과거부터의 부실이 동남아위기로 새롭게 노출되고 인식되어 위기가 발생했는지 아니면 실제로 97년 들어 부실채권이 늘어났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97년에는 한보, 기아 등 많은 재벌 기업이 도산했는데 여기에는 96년의 교역조건의 악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경제에서 명목GDP는 실제 경제 활동을 과대 평가한다. 반대로 디플레 경제에서는 실질GDP는 실제 경제 활동을 과대 평가한다. 디플레 경제에서 불변가격 기준으로 계산되는 부가가치는 높게 나올 수 있지만 기업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판매대금은 가격 하락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들의 유동성 사정은 그 만큼 나빠진다. 교역조건이 불변이라는 가정 아래 96년의 실질GDP을 계산하면 매우 낮게 나온다.
4.부실채권과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중요한 과제는 부실채권을 예방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최근의 금융 불안도 따지고 보면 금융기관들이 과연 건전한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부실채권은 기업의 부실 경영, 금융기관의 부실경영, 그리고 금융감독의 미흡에서 연원하고 있기 때문에 부실채권의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 금융기관, 금융감독의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의 차원에서는 궁극적으로 경영의 합리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경영은 사적인 영역이므로 정부가 특정 기업의 경영 합리성 정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경영감시와 언론 등 사회적 감시가 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의 차원에서는 관치금융의 폐해를 말할 수도 있겠으나 금융기관들이 과연 독자적인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보다 심도있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금융감독의 차원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긴급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만큼 관련 금융관련 정부 기구의 역할분담을 평시체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유지 즉 부실채권의 예방을 위해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들 기관들은 이 업무만을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부실채권을 예방할 수 있다. 이들 기관들이 단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기관 경영에 부담을 주는 행위를 강요한다면 우리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은 확보되기 어렵다.
금융시장의 안정은 좁은 의미의 정부, 즉 재경부가 한국은행과 함께 관심을 가져야할 사안이다. 만약 금감위가 감독업무와 함께 금융정책업무까지 관장한다면 과거 재무부가 저지른 과오가 다시 되풀이 될 것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유지와 투자자보호에만 몰두하고 한국은행은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재경부와 협조하고 재경부는 금융산업의 발전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노력할 때 금융은 보다 정상화될 것이다.
특히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재경부의 권한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권한이 없어야 시장에서 받아주는 훌륭한 정책을 개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힘이 있으면 당장 효과가 나올 수 있는 무리한 정책에 매달리게 되고 그 결과 중장기적으로 금융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것이다. 최근 재경부장관의 부총리 승격과 관련하여 재경부가 여타 부처를 주도할 수 있게 힘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재경부에 힘이 있으면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나올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상태에서 재경부에 조정권한 이외에 더 줄 것이 있다면 예산 편성 규모, 즉 세출 세입 규모를 결정하는 권한을 주어 거시정책을 보다 합리적으로 수립하게 하는 것 외에는 없을 것이다.
최근 일본은 독립적인 금융감독기관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감독기능과 금융정책수립기능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즉 금융감독청을 금융청으로 개편하고 그 동안 대장성에서 수행하던 금융정책업무를 모두 금융청에 이관하였다. 금융청에서는 지금까지 대장성에서 근무해왔던 금융관료의 채용을 거부하고 통산성 관료들을 대거 영입했다고 한다. 따라서 대장성관료가 통산성관료로 바뀌었을 뿐 기능 면에서 볼 때 금융청은 과거 대장성과 다를 바가 없으며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소지가 그대로 있다고 할 것이다.
5.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부분은 과연 우리 나라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고금리 정책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학자들 간에 더 많은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만약 우리의 문제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본다면 고금리정책은 타당했었다고 판단된다. 우리의 문제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으로 인한 금융기관의 과다한 부실채권이라면 문제기업의 퇴출이 필요하고 고금리정책은 이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97년 위기 당시 처음부터 저금리/유동성확대 정책을 사용하였다면 문제기업의 퇴출을 지연시켜 결국 더 많은 구조조정비용을 지불하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퇴출되지 않았어야 할 기업들까지 도산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제기업과 정상기업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초기에는 고금리정책을 사용하여 문제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유도하고 일단 어느 정도의 퇴출이 이뤄진 후 저금리정책으로 선회했던 그 당시의 정책운영이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인다.
당시 일부에서는 고금리정책이 환율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고금리정책의 유용성을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당시 채권시장이나 단기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의 유출입에 상당한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6. 당시 당면한 외환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처음으로 추진한 것은 우리 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있었던 단기 외화채무의 만기를 중장기로 연장하는 것이었다. 외채만기연장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 만기연장금리였다. 만약 우리 나라가 그 당시 Moratorium을 선언하고 협상을 하였다면 만기연장금리를 더 낮출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대우와 같이 개별기업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차입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는 외국에도 많이 있다.
그러나 국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우리 정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경우 우리 기업들은 국제거래에서 불이익을 상당기간 동안 받을 것이다. 예컨대 현금이 아니면 원자재 수입이 불가능하다면 대외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우리 경제는 많은 부분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가능한 한 만기연장금리를 낮추지만 시장금리적인 성격이 유지되는 방향에서 협상을 하였다. 그 결과 217억불을 정부 지급보증아래 1년 내지 3년의 만기로 평균 Libor+250bp에 연장하였다. 우리측에게 Call option도 주어졌다. 당시 우리 금융기관들은 Libor+500bp을 주어도 소액의 초단기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웠고, 지금도 일부 은행은 후순위채권 발행에 700-800bp 이상의 가산금리를 주고 있으며, 만기연장 후에 우리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국제 금융거래가 점차 정상화되었다는 점등을 고려하여 협상 결과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7. 외채만기연장에 대한 합의 직후 바로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을 추진하였다. 이는 외채만기연장 협상시 우리 정부가 외국채권은행들에게 한 약속이기도 하였다.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실제로 외화가 필요했었고, 우리가 Old money (기존채무의 만기연장) 뿐 아니라 중장기 New money (신규채권발행 등을 통한 신규자금 확보)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외국의 신뢰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실 97년 12월 외채만기연장 협의를 시작할 때 JP Morgan은 Old money와 New money를 함께 추진하지는 제안을 하였다. 이는 과거 일부 중남미국가에서 추진되었던 방법으로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여 우리 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있었던 기존외화채무를 정부채권으로 교환해 주는 동시에 신규투자자들에게도 정부채권을 발행하여 New money를 조달하자는 것이다. 발행금리는 기존채권자와 신규투자자가 함께 경매에 입찰하여 결정하고 이렇게 결정된 금리를 Old money와 New money에 동시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 제안을 거부하였다. 기존채권자와 신규투자자 간의 상이한 수요탄력성을 고려할 때, 신규자금조달금리를 기존채무 만기연장에 적용하면 우리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적용이 가능한 기존 부채의 만기연장을 우선 추진하고 이에 따라 우리의 신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규자금 차입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였다.
실제로 외평채는 변동금리부로 환산할 때 5년 만기와 10년 만기가 모두 Libor+304bp에 발행되었다. 외평채에는 Call option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기간이 장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존외채의 만기연장금리 (Libor가산금리가 1년 만기 225bp, 2년 만기 250bp, 3년 만기 275bp)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없고 무엇보다 신규자금이라는 점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외평채 발행 직후 외평채 가격은 급등하여 약 2주일 동안 유통수익률이 40-50bp가 하락하였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발행금리가 잘못되었다 라는 비판이 있었고, 또 일부에서는 외평채 발행의 성공으로 우리 경제의 신인도가 상승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었다. 외평채 발행금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소위 Book building 방식으로 결정되었는데 이러한 신규채권발행방식이 시장가치를 가장 근접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 그 당시 외평채 뿐 아니라 전 아시아 국가 채권의 수익률이 하락하였다는 점, 그리고 98년 5월 이후 상당기간 동안 외평채의 유통수익률이 발행수익률을 크게 상회하였다는 점들을 고려할 때 외평채 발행의 성공으로 한때 외평채를 비롯한 아시아 채권의 가격이 강세를 보였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8. 우리의 위기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영이 너무나 부실하였기 때문이다. 위기발생 이후 우리가 시행하였던 개혁 조치들과 공적자금의 투입 등을 미리 시행했더라면 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나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 정부는 위기 예방에는 실패하였지만 위기극복에는 큰 능력을 발휘하였다. 지금 보면 그 때 제시되었던 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게 보일 수 있으나 위기극복을 위한 종합적인 처방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느 외국투자자는 우리 국민은 위기 예방에는 큰 능력을 보이지 않지만 위기극복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한다고 한 적이 있다. 위기 발생 후 아무리 위기극복을 잘 한다 하더라도 위기를 예방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위기가 점차 극복되면 마음도 해이해지는 것이 인간이지만 위기가 또다시 코앞에 닥칠 때까지 해이한 마음에서 만용을 계속 부리는 것은 정말 현명하지 못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은 저마다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필자가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을 말하라면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고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룰을 지키는 절도를 요구한다. 정부, 금융기관, 대기업, 노조 등 중요한 위치에 있을수록 남에게 믿음을 주어야 시장경제가 꽃필 수 있다.
- 한국노총 특별 기자회견문(전문)
- 주40시간, 주5일노동제 쟁취 및 일방적 구조조정 저지를 위한 1단계 총파업
한국노총 특별 기자회견문
□한국노총은 7월 11일 0시를 기하여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한국노총의 이번 총파업은 금융산업노조 22개 6만5천명과 근로복지 공단 등 공공부문 5천여명, 코카콜라 보틀링, 한국화이자, 한국화장품, 한국GMB, 세방전지, 부국철강 등 제조업부문 1만여명이 참가한다. 또한 광산노련 8천여명, 전국자동차노련 충남지부 3천여명 등 총 9만여명이 전면파업을 전개하며, 철도노조 2천여명, 전력노조 1천여명, 정투노련 1천5백여명 등 2만여명의 집회파업 등 총 11만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총파업 투쟁이다. 한편 한국노총은 총파업 돌입과 함께 7월 11일 오후 1시 서울역광장에서 2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총파업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총파업은 정부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조합원들의 강력한 저항의 일환이다. 또한 이번 투쟁은 전 국민적 요구로 발전하고 있는 주 40시간노동과 주5일근무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다. 현 정부는 IMF 경제위기 발생이후 구조조정의 미명하에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노동탄압적 정책에 대하여 한국노총은 강력한 총파업투쟁으로 대항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번 총파업투쟁의 본질이다.
□7월11일 총파업 투쟁에서 우리가 요구하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①주40시간 노동/주5일 근무의 쟁취 ②관치금융 청산과 금융지주회사법 제정 유보 ③단체협약 실효성 확보 및 전임자임금 자율성 쟁취 ④비정규직 노동자 보호 및 노동조건 개선 ⑤철도, 체신, 전력, 가스산업 등 공공부문의 일방적 민영화 저지 ⑥사회보험제도의 정착을 위한 행정체제 구축 ⑦아파트노동자의 고용안정 쟁취 ⑧기타 산업의 노동기본권 및 생존권 확보" 이다.
□우리는 특히 금융산업에 대한 일방적 구조조정에 맞서 산하 금융노조와 굳게 단결하여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것이다. 현재 정부는 겉으로는 파업지도부와 협상을 하면서도 이면에서는 은행노동자들의 강력한 총파업을 파괴하려는 온갖 책동을 일삼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의 지시를 받은 각 은행은 조합원들의 파업과 무관하게 정상영업이 가능하다느니, 파업불참은행으로 예금이 대이동한다느니 하면서 파업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또한 공안당국은 파업지도부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선풍을 예고하면서 파업대열을 와해시키고자 갖은 횡포를 다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정보의 이와같은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만약 정부당국이 파업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를 강행한다면 전체 조합원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해 두는 바이다. 아울러, 현정권과의 대화중단 및 전국민 불복종운동 등 중대한 결단도 불사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이다.
□또한 우리는 세계 최장인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을 주40시간, 주5일 근무로 단축하여 노동자와 국민대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미 세계적으로 주5일근무는 보편화되어 있는 현실로 우리나라만 최장의 노동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총을 비롯한 사용자단체는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월차 및 생리휴가의 폐지와 연차휴가의 축소 및 할증임금의 삭감 등을 제시하면서 마치 노동시간 단축에 동의하는 듯이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용자들의 주장은 우리가 요구하는 임금삭감없는 노동시간 단축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간교한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
정부는 이러한 사용자들의 기만적인 요구를 단호히 거부하고 전체 노동자와 국민의 간절한 염원인 노동시간 단축을 즉각 제도화하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노사관계를 파멸로 몰아넣고 국민경제의 근간을 와해시키는 위험천만한 곡예와 같은 것이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철도/체신/전력/가스산업 등 국가경제의 핵심부문을 무분별하게 민영화함으로써 재벌과 외국자본의 수중에 사회간접시설을 고스란히 바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또한 현재 진행중인 감사원의 감사는 그 도를 넘어서서 개별 공기업의 노사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고, 단체협약을 무력화 시킴으로써 노동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 정부는 즉각 이러한 무분별하고 일방적인 공공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가운데 국민경제에 이바지하는 방향에서 합리적이고 사회통합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은 우리의 요구 관철을 위해, 이번 1차 총파업투쟁을 성과적으로 마무리하고, 오는 9월부터 제2단계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제2단계투쟁은 제1단계투쟁의 연장선상에서 전개될 것이며, 특히 사용자들이 추진중인 휴가제도의 축소와 임금삭감 음모 등 근로기준법을 개악하려는 어떠한 책동에도 단호히 맞서 투쟁할 것이다. 만약 정부여당이 이러한 사용자들의 근로기준법 개악음모에 부화뇌동하여 전체 노동자들의 의사를 거스른다면 우리는 11월말 또는 12월초에 민주노총을 비롯한 전 사회단체와 연대하여 대규모 총파업투쟁을 강행할 것임을 명백히 천명하는 바이다.
□우리는 마지막으로 현정부에 결단을 촉구한다.
이번 총파업투쟁은 전적으로 정부의 무리한 금융 및 공공부문에 대한 일방적 구조조정 정책에 의해서 초래된 결과이다. 따라서 내일부터 전개되는 한국노총 및 산하조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은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고자하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이다. 이에 대하여 정부가 공권력으로 탄압하고자 한다면 전체 노동자와 국민들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노도와 같은 노동자들의 파업물결을 폭력적으로 짓밟으려 하지말고 진지한 대화를 모색하여 노동자들의 요구에 만족할 만한 답변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지금도 시간은 파업실행의 현실로 쉬지않고 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2000년 7월 10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 남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