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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니팁)우리투자證, ELS 4종 판매..`1천호 돌파 이벤트`
-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우리투자증권(005940)은 14일까지 1500억원 규모 주가연계증권(ELS) 4종을 판매하고 1000호 출시 기념 이벤트를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우리투자증권은 ELS 1000호 출시 기념으로 청약고객을 대상으로 1등 서울대학병원 헬스케어 강남센터 100만원 상당의 종합건강검진 서비스(3명), 2등 5만원권 우리기프트카드(20명), 3등 3만원 상당의 쌤쏘나이트 여행가방(30명)을 제공한다.ELS 1000호는 삼성전자, SK텔레콤을 기초자산으로 만기 3년으로 설계됐으며, 6개월마다 총 6회의 조기상환의 기회를 제공한다. 조기상환 행사가격이 기준가격의 90% 수준부터 12개월마다 5%씩 하향 조정되며, 조기상환 조건 충족시 연 11.5%의 수익이 확정된다. 만기까지 상환되지 않더라도 모든 기초자산이 기준가격의 60%이하로 하락한적이 없으면, 만기에 원금에 15%(연 5.0%)의 수익이 지급된다.ELS 1001호는 기초자산이 한국전력, 현대모비스로 마찬가지로 만기 3년이며 매6개월마다 총6회의 수익확정 기회가 있다. 조기상환 행사가격이 기준가격의 90% 수준부터 12개월마다 5%씩 하향조정되며, 조기상환조건 충족시 연14.0%의 수익이 확정된다. 만기까지 상환되지 않더라도 모든 기초자산이 기준가격의 60%이하로 하락한적이 없으면, 만기에 원금에 15%(연 5.0%)의 수익이 지급된다. ELS 1002호는 삼성전자을 기초자산으로 하며, 만기 2년으로 4개월마다 총 6회의 수익확정 기회가 있다. 조기상환조건이 2가지로 4개월마다 조기상환 평가일에 기초자산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100% 이상이거나 또는 한번이라도 최초기준가격 대비 10%이상 상승한적이 있는 경우에는 연 12.0%수익률이 조기에 확정된다. 조기상환되지 않더라도 기초자산가격이 최초기준가격의 70% 이하로 하락한적이 없으면, 만기에 원금을 지급한다.ELS 1003호는 기초자산이 KOSPI 200이며, 만기 2년으로 6개월마다 총 4회의 수익확정 기회를 준다. 조기상환조건은 기준가격의 100%부터 6개월마다 5%씩 하향조정되며, 조기상환조건 충족시 연 9.3%의 수익으로 조기상환된다. 조기상환되지 않더라도 기초자산이 기준가격의 70% 이하로 하락한적이 없으면 만기에 원금에 10%(연 5.0%)의 수익을 지급한다.
- 설경구 "내가 캐스팅 됐을때 유괴범 역할인 줄 알았대요"
- [노컷뉴스 제공] ♣ 설경구 충격 1탄 - "유괴범 아니라 앵커 역할이었다" 2000년,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연극배우 출신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과 함께 충무로 '빅3' 배우로 손꼽혀온 설경구가 '그놈 목소리'에서 그동안의 밑바닥 인생 이미지를 벗고 시청자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앵커로 변신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 순간, 하나뿐인 아들을 유괴당한 뒤 한 조각 웃음조차 머금지 못할 정도로 한없이 작아진다. 1991년 이형호 유괴살해사건이 소재인 '그놈 목소리'는 부모의 애끓는 심정을 담은 영화로 1일 개봉한다. ♣ 설경구 충격 2탄 - "앵커 역 때문에 처음으로 피부관리 받다" 설경구는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생경한 경험을 했다. 그동안 밑바닥 인생 혹은 주변인만 연기해온 그로서는 피부과를 찾을 일이 없었다. 그래서 체중 조절 말고 외형에 신경써본 적이 별로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박진표 감독의 데뷔작) '죽어도 좋아'를 보고 지독한 사람 같아서 궁금했다. 그래서 사건자료만 받은 상태에서 작품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내가 앵커인지 나중에 알았다. '어, 뭐야. 내가 왜 앵커야' 싶었지. 날 데리고 앵커를 하려 했으니 참." 제작 초반, 설경구가 캐스팅된 사실이 알려지자 주위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를 '유괴범'으로 오해했다. 그 정도로 설경구의 이미지는 화이트칼라인 앵커라는 직업과 상극을 이루고 있었다. "마음의 준비보다는 외형에 더 신경을 썼지. 피부과 다니면서 잡티 제거하고 얼굴 관리 받고 머리 단정하게 하고. 난 (피부과에서) 치료 받은 적이 없어. 근데 잡티를 제거했더니 곰보처럼 된 거야. 얼마나 불안했는데. 잘못돼서 꺼멓게 굳어 버릴까봐." 더구나 영화의 첫 장면이 뉴스보도라 더욱 긴장됐다. "팍 하고 나왔는데 으악 하면, 날 앵커로 안 받아들이면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는 거잖아. 근데 그걸 또 크랭크인 날 찍었네. 얼마나 긴장돼." 결과적으로 말하면 설경구는 앵커처럼 보인다. 공들인 보람? 있다. "사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평소 궁금해 하던 사람과 영화 찍어서 좋다.거기까지! 영화 잘 만들어서 범인을 잡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그냥 영화 잘 찍자, 근데 찍으면서 머리가 돌더라." ♣ 설경구 충격 3탄 - "유괴당한 부모 심정으로 자학하며 찍었다" '그놈 목소리'는 설경구가 오랜만에 자학하며 찍은 영화다. 옛날에도 촬영하다 안 풀리면 자학을 했지만 이번에는 그 강도가 좀 셌다. 영화에선 편집된 장례식 장면을 찍을 때다. 설경구는 촬영지인 충북 제천 화장터로 당일 아침 내려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박 감독이 전화를 해왔다. "야, 부모가 온정신이었겠냐?" 그냥 툭 던진 한마디에 설경구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바로 내려가서 의상, 분장 다 깨워서 분장해줘, 의상 줘, 그러곤 술을 마셨다. 그런 뒤 숙소 주변을 돌아다니다 새벽에 방으로 돌아가 매니저를 앞에 앉혀놓고, '너, 나 자게 하면 죽는다'하곤 밤을 꼴딱 샜다. 술은 안 취해, 비몽사몽, 그냥 멍해. 그런 상태로 나를 카메라 앞에 집어넣었다." 돈 가방을 들고 잠실 롯데월드 앞을 달리는 장면, 마지막 엔딩을 장식한 뉴스보도 장면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감독이 물어. 컨디션 어때? 헉, 몰라! 그러면 오케이였다." 한편으론 감독의 무조건적 고집에 큰 자극을 받았다. "(감독이) 자기 입으로 이번 영화 찍다가 본성이 다 까발려졌다고 했다. 왜냐하면 범인이 (피해 부모를) 움직이게 한 장소 있잖아. 금호터널 앞이나 현대백화점, 그리고 H아파트 놀이터. (감독이) 그 장소에서 찍고 싶어 했다." 그러다보니 교통체증이 심한 서울 시내에서 차량을 막아놓고 영화를 찍는 게 다반사였다. "재연드라마도 아니고 뭘 그렇게까지 하냐고 하나둘씩 포기하면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뭔가를 포기하게 돼. 대낮에 차 다 막아놓고 무슨 짓이야. 뒤에 있는 사람들은 사연도 모르고 기다리는 거잖아. 하지만 고집을 피우니까 사람에 대한 믿음이 확 갔지." 설경구는 한마디로 박진표 감독의 지능적인(?) 괴롭힘에 기꺼이 몸을 맡겼다. "'(피해 부모가) 밥은 먹었겠냐?' 오케이! 안 먹어! '잠은?' 안 자, 안 자고 왔어! '나 죽어도 이 신 포기 못해. 지친 거 다 아는데 그래도 포기 못해' 그럼 '오케이, 가봐! 갈 때까지 가봐! 우리 또 그런 거 좋아하잖아." '그놈 목소리' 그렇게 끝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한 장면씩 치열하게 완성됐다. ♣ 설경구 충격 4탄 - "이젠 몸관리하고 옷도 잘 차려입기로 했다" 설경구는 명실공이 영화계의 톱스타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는 톱스타의 삶을 산 적이 없다. 일생생활은 거의 '80년대 풍'이었다. "촬영이 끝나면 몰아서 술을 먹어. 거의 매일. 일에 대한 보상이 술이었지. 여행도 없었어. 운동도 끝! '실미도' 할 때 매일 8㎞씩 뛰었어. 찌면 안 되니까. 전화도 안 받아. (촬영에) 너무 집중해. 하지만 끝나는 순간 푹 퍼져." 그야말로 삶이 일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개인생활이라곤 없었다. "개인생활이 그 지경이었지.(웃음) 나한테 투자한 게 아무것도 없어. 정신도 혼미하고 몸도 지친 상태에서 (다음 영화) 준비에 들어간 거야." 그랬던 설경구가 달라졌다. "너저분한 게 싫어졌어." 박진표 감독의 조언도 한몫했다. "(박진표) 형도 그런 말을 했지. 아무 거나 입고 다니지 말라고. 그렇다고 별거나 입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옷을 차려입으면 좀 긴장하잖아. 생각이 조금 바뀐 거지."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나이가 먹은 탓도 있을 테고, 지난해 공식 정리된 가정사도 한몫했을지 모른다. 다만 어느 순간 더 이상 이렇게 살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보니 내가 망가지고 있더라." 설경구는 이 날도 오전에 운동을 하고 인터뷰에 왔다. "'그놈' 찍다가 10kg 빠졌어. 예전 같았으면 원상 복귀됐을 거야. 70kg 후반 몸무게로. 내가 기특한 게 지난 해 연말을 넘기면서 술은 매일 안 먹었어. 먹더라도 다음 날 기어서라도 헬스장 가고. (몸매를) 유지시킨 거지." '그놈 목소리'의 한경배 앵커는 MBC의 '엄기영'처럼 유명한 앵커다. 하지만 아들을 유괴당한 뒤 자신의 삶을 곱씹게 된다. 설경구도 한경배처럼 자신의 삶을 재점검했다. 생각의 전환은 태도의 변화로 이어졌다. 그는 앞으로 자학을 하더라도 즐겁게 할 생각이다. "자학이란 걸 힘들게 하잖아. 주위에서도 보기 힘들게. 그걸, 하더라도 즐겁게 하고 싶어. 근데 바뀌면 얼마나 바뀌겠어." 하지만 그는 이미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Q & A◎ -결말이 작위적이다? '그놈 목소리' 엔딩장면에 대해 일각에서 작위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설경구는 말한다. "절대 작위적일 수 없다. 나도 상상이 안 되는데 그런 일 당한다 생각하면. 다만 우리가 생각한 최대한의 방법대로 한 거다. (박)진표 형이 그랬다. '오늘 내일 안 되면 몇 달이 걸려도 찍을 거야. 영화 개봉 안 해도 돼'." 설경구는 엔딩장면을 이틀간 찍었다. 첫 날 촬영이 마음에 안 들어 밤새 술 먹고 강남에서 여의도 63빌딩까지 걸었다. 찍다보니 울음이 터졌다. 대사도 뒤죽박죽됐다." 고통스러웠다. 근데 부끄럽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 부모 마음을. 몇 달 지나자 나도 정리가 돼 가. 촬영할 때는 막 아팠을지 몰라도." -흥행 때문에 방송 출연했다? 설경구는 딱 잘라 말한다. "농담 따먹기 했음 안 나갔지.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감동의 오락프로가 됐다." 설경구는 덧붙인다. "방송 출연해 흥행되면 다 나가겠어. 근데 안 되잖아. 내가 농담 따먹기 잘하고 그걸 즐기면 나가. (김)수로나 (차)승원처럼. 난 못 즐겨. 싫은 게 아니라. 근데 방송하는 사람들 대단한 거 같아. 프로야 프로. 이번에 (그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다." -꿈에서 그놈을 잡았다? "그게 서울극장인가, 무대인사 대기하고 있는데 누가 칼 들고 와서 (박)진표 형을 찔렀어. 범인임을 직감하고 싸우다가 손목이 나갔어. 잡긴 잡았지, 꿈에서. 언론 시사 전날에는 살인범에게 쫓기는 꿈도 꿨어."
-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 에 걸린 어른들
- [조선일보 제공] 결혼생활 10년 차인 강 모(35)씨는 항상 가족들을 불안하게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부인에게 “집을 계약했으니 이사 준비를 하라” “퇴근해서 해외 여행을 떠날 테니 지금 당장 가방을 꾸려라”고 말한다. 직장생활도 문제투성이다. 수시로 동료들과 다투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회사도 여러 번 옮겨야 했다. 박 모(32)씨는 어린 시절부터 화를 못 참았다. 요즘도 부인과 말다툼을 시작하면 물건을 부수고 폭력으로 끝을 맺는 일이 다반사다. 은행 등에서 차례를 기다리다 조금만 늦어져도 화를 내며 물건을 집어 던져 주위 사람을 당황케 한다. 김 모(여·29)씨는 중요한 물건을 수시로 잊어버린다. 작년에는 직장에서 중요한 서류를 잃어버려 해고당했고, 2년 전에는 은행에서 전세 계약금을 찾아 오다 잃어버렸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늘 무언가 실수해 야단맞은 기억들뿐이다. 세 사람은 현재 서울의 한 정신과 의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주의력 결핍, 산만함, 충동성, 과잉 행동 등이 주 증상인 ADHD(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는 소아·청소년들만의 병이 아니다. 성인들도 ADHD 진단을 받는다. 환자 수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추세. 미국의 ADHD 약 공급관리 업체 메드코 헬스 솔루션사는 2005년, 미국 20~64세 성인 중 150만 명 정도가 ADHD 약을 복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2000년, 이 회사가 발표한 성인 ADHD 수는 75만8000명이었다. 현재 국내 환자 통계는 전무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치료 받지 않고 있는 환자까지 포함하면 성인의 1~5%가 ADHD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산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홍성두 교수는“환자 수가 늘었다기보다는 예전보다 많이 발견되는 것”이라며“산만하고 충동적인 증상을 단순히 성격 탓으로만 여겼던 성인들이 ADHD를 의심하며 의사를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이들의 뇌는 일반인과 다르다.‘ 양전자방사단층촬영(PET scan)’을 하면 뇌의 포도당 대사 활성도가 일반인에 비해 떨어진다. 두뇌를 많이 쓰지 않는다는 뜻이다. 특히 주의, 계획, 실행, 논리적 사고 등을 담당하는 뇌 앞부분(Dosal Anterior Cortex)이 일반인보다 덜 활성화 돼 있다. 류한욱소아청소년클리닉 류 원장은“지능이 일반인에 비해 떨어진다는 뜻이 아니라 갖고 있는 지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며“천재적인 지능을 갖고 있더라도 ADHD가 있으면 평범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인 ADHD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유전적인 요인이다. ADHD 집안을 연구한 결과 부모가 ADHD 일 때 자녀가 ADHD일 확률은 57%였다. 일란성 쌍둥이는 80%, 이란성 쌍둥이 30%, 형제 30%였다. 유전자를 연구한 결과 도파민 유전자에 변형이 있었는데, 이 변이 유전자가 부주의함, 실행능력 저하, 신기함 추구 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환경적인 요인이다. 산모가 흡연이나 음주를 할 경우 ADHD 발생률이 높아진다는 보고가 있고 임신 중 스트레스, 저체중 출산도 연관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성인 ADHD는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면 단기간 내에 많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완치를 못하더라도 잘만 다스리면 축복이 될 수도 있다. ‘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의 축복(The Gift of ADHD)’의 저자인 라라 호노스웹은“모범생들이 생물 시간에 광합성의 원리를 배우는 동안 ADHD 학생들은 창 밖을 쳐다보며 광합성이 흐린 날에도 가능할까 궁금해한다. 이런 사고방식을 지닌 학생들이 성인이 되면 기발한 사업 아이디어를 내는 사업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할인 항공사의 선구자로 e티켓을 창안한‘제트블루’의 데이비드 닐먼은 자신의 ADHD를 최대 자산으로 여긴다. ‘ 주의력 결핍에서 구원 받다(Delivered From Distraction)’의 저자이자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정신과 교수인 에드워드 할로웰존과 존 레이티는“ADHD를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장점은 창의성, 통찰력, 왕성한 에너지다. 단점은 다양한 치료로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교수들도 ADHD 환자였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심한 경우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충동적 행동 등으로 대인관계에 지속적으로 실패, 좌절감에 사로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약물, 상담, 생활 적응 훈련 등으로 이뤄진다. 약으로는 두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을 활성화시키는 성분이 처방된다. 충동 및 과잉행동을 조절하고 주의집중력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다. 복용 초기에 식욕 저하, 두통, 소화가 안 되는 느낌,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수일간 복용 후에도 이런 느낌이 계속 되면 약을 바꾸게 된다. 성인 ADHD 환자들은 대부분 스스로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상담치료가 필요하다. 대인관계 실패로 인한 외로움, 피해의식, 열등감 등을 치유해야 한다. 가정, 직장 등에서의 적응훈련도 필요하다. 생활하면서 부딪히게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한 대처방법을 익혀야 한다. 성인 ADHD 체크 리스트 (12개 이상이면 전문가 진단 필요)1. 일을 순서대로 진행하기 어렵다. 2.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준비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린다. 3.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시작하지만 끝마치기 어렵다. 4. 책을 읽거나 대화하는 도중 쉽게 주의가 분산된다. 5. 어떤 일에 과도하게 집중한다. 6. 정밀한 일에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다. 7. 조심성이 없어 실수를 많이 한다. 8.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는다. 9. 지속적인 정신력을 요하는 작업을 피하거나 싫어한다. 10.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을 즉각적으로 말한다. 11. 지루함을 견디지 못한다. 12. 불필요하게 끝없이 걱정한다. 13. 위험을 고려하지 않고 행동한다. 14.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불쑥 대답해버린다. 15. 차례를 기다릴 때 초조하고 답답하다. 16. 술, 담배, 게임, 쇼핑, 일, 음식 등에 깊이 빠져든다. 17. 가만히 있지 못하고 손발을 움직이거나 몸을 뒤튼다. 18. 말을 지나치게 많이 한다. 19. 가끔 창조적이고 직관적이며 지적으로 우수해 보인다. 20. 가족 중 우울증, 조울증, 약물남용, 충동조절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다. 21. 돈을 충동적으로 쓴다. 22. 과속, 음주운전을 자주 한다.
- (권소현의 일상탈출)(20)C.S.T역과의 악연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메이 아이 헬프 유?" 뭄바이 콜바 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C.S.T역에 내리자마자 같은 버스를 탔던 한 남자가 말을 건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버스에서 내리면서 중심 못잡고 휘청했던 내가 안쓰러웠나보다. 밤 늦은 시간에 짐을 모두 챙겨서 둘러메고 기차역으로 간 것은 뭄바이보다 더 남쪽에 있는 해변 휴양지, 고아에 가기 위해서였다. 밤 11시에 기차를 타면 12시간을 달려 점심때쯤 고아에 내려준단다. 여행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짐은 더 커져만 갔다. 가방을 10분만 메고 있어도 어깨가 빠질 것만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게다가 버스가 선 곳은 C.S.T역 맞은 편이다. 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횡단보도가 없다. 도로 한 가운데 있는 허리 높이의 중앙 분리대만 눈에 띈다. 버스에서 내린 인도인들은 좌우를 재빨리 살피고는 무더기로 도로를 무단횡단해 중앙 분리대를 넘어 다시 반대차선 도로를 건넌다. 무거운 가방과 함께 하자니 중앙 분리대는 만리장성보다 더 높아 보인다. 가방만 아니었다면 아마 이 남자의 호의를 거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난이도로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나도 모르게 '땡큐'라고 답해버렸다. 거대한 가방은 그 남자의 어깨로 옮겨갔고 나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다른 인도인들을 따라 무단횡단을 감행했다. ▲ 인도 기차역 대합실 풍경, 바닥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있다.C.S.T역은 상당히 복잡했다. 남부로 가는 모든 열차가 이 역에서 출발하는 데다 교외선까지 있어 사람들로 북적였다. 플랫폼까지 걷는 동안 이 남자는 쉴새 없이 말을 했다.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기초적인 호구조사 수준이니 그럭저럭 말은 통했다. 짧은 시간 동안 그 남자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 아직 미혼이라는 것, 고아로 가기 위해 곧 기차를 탄다는 것, 벌써 1달째 여행중이라는 정도의 정보를 얻었고 나는 그 남자가 뭄바이에서 일한다는 것, 집이 외곽이라 늘 C.S.T역에서 교외선으로 출퇴근 한다는 것, 나이가 25살이라는 것 정도를 알게 됐다. 이 남자 대뜸 이렇게 묻는다. "뭄바이에서 하루 더 자고 가는게 어때?" "안돼. 나 고아 가는 기차 타야 한다니까. 예매까지 다 했다고" "나 니가 좋아. 하루 더 있다가 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남자는 점점 끈적끈적해진다. "나 진짜 니가 좋아. 사랑해. 너를 만나서 행복해" "....." 어이없는 내용으로 실갱이를 벌이는 사이 고아행 기차가 대기하고 있는 플랫폼까지 왔다. 기차 입구에 붙어있는 예약표에서 내 이름 석자와 좌석번호를 확인했다. 이제 기차를 타야 하는데 이 남자 가방을 넘겨줄 생각을 안한다. 예약표에 있는 이름 보여주면서 "봤지? 나 이 기차 타야해. 빨리 가방 줘" 뭔가 아쉽다는 표정의 이 남자, 마지못해 가방을 건네준다. 가방을 넘겨받은 순간, 새삼 가방의 무게를 실감하며 거듭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기차에 오르려고 돌아섰다. 뒷통수에 대고 이 남자는 또 말을 걸었다. "저기..할 말이 있어" 속으로 "아..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하면서 돌아선 순간. 그 남자 입에서 나온 말은 "나에게 돈을 좀 줄 수 없겠니? 가방 들어줬잖아" 갑자기 너털웃음이 났다. 뭐야 그럼 아르바이트였어? 그럼 그렇지..사실 가방을 처음 넘겨줬을 때에는 눈물나게 고마워서 뭔가 선물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부채 정도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러다 점점 끈적해지자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런데 돈을 달라는 이 남자 앞에서 지갑을 꺼내기가 갑자기 두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나는 가방을 뒤져 부채를 선물이라고 줬다. "이게 전부야?"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부채 비싼거야. 한국돈으로 3000원 정도니까 인도 루피로 하면 100루피나 한다고" 인도에서 100루피면 평범한 식당에서 두끼 정도를 먹을 수 있고 허름하긴 하지만 물가 싼 도시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수준이다. "나는 배낭여행자야. 돈 없어. 잘가" 냉랭하게 말하고는 돌아서 후다닥 기차에 올랐다. 왠지 기차 안까지 따라와서 돈을 달라고 할것만 같아 심장이 떨렸지만 다행히도 거기서 포기했나보다. 기차는 출발했고 C.S.T역은 시야에서 멀어졌다. ▲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된 C.S.T역,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고아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다시 뭄바이로 돌아왔다. 이번엔 델리까지 17시간 달리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델리는 뭄바이 북쪽에 있어 델리행 기차는 C.S.T가 아닌 센트럴역에서 출발한다. 뭄바이 시내를 둘러보다가 C.S.T역까지 왔다. 차트라파티 시바지 터미너스를 줄여서 C.S.T라고 부르는데 기차역이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됐을만큼 유서깊은 건물이다. 뭄바이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세히 보고 싶었다. 공작새와 원숭이, 사자 등 각종 동물의 형상이 기차역 기둥과 돔천장, 첨탑, 스태인드 글래스 창 등에 조각돼 있다. 고딕 양식의 화려하고 섬세한 건물이다. C.S.T역에서 버스를 타고 센트럴 역까지 갈 참이었다. 두 역을 연결하는 124번 버스를 기다렸다. 워낙 C.S.T역이 큰데다 교통 중심지여서 버스 정류장이 일정 간격을 두고 여러개 있다. 게다가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현지 문자로만 쓰여져 있어서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124번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보니까 고아로 떠나기 전 버스에서 내렸던 바로 그 장소다. 124번 버스가 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서 있는데 수염 덥수룩하고 이빨이 듬성듬성 빠진 아저씨가 나타나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을 건다. 어디가냐, 몇번 타냐, 거긴 왜가냐고 묻는다. 여기가 바로 124번 버스 서는데가 맞다면서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선심쓰듯 가르쳐준다. 그러더니 도쿄에서 왔냐고 묻는다. "노. 서울, 코리아"라고 답하고는 버스가 오나 살피는데 갑자기 껴안으면서 볼에 입을 맞추려 하는 것이다. 잽싸게 피하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너무 놀라서 토끼눈에 경직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얼어붙어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그 이상한 아저씨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유유히 사라졌다. 정신 차리고 보니 버스 스탠드에 길게 앉아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해 있다.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도 모두 시선 고정이다. 왜 C.S.T역 앞에만 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끈적이는 남자들을 만날까. 짜증이 몰려오고 있는 찰나, 버스 한대가 왔다. 갑자기 버스 스탠드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나를 향해 '뭄바이 센트럴'을 외친다. 124번이 아니라 125번이었는데 이것도 가니까 타라고 손짓한다. 버스 앞으로 다가갔더니 모두 먼저 타라고 길을 비켜준다. 한 동양 여성이 인도인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버스를 타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버스에 올랐더니 뒤따라 탄 한 인도 남자가 빈 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길을 만들어준다. 쭈뼛쭈뼛 가서 자리에 앉았는데도 여전히 놀란 가슴은 진정이 되질 않는다. 버스는 사람들을 가득 태운채 출발했고 창밖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갈수록 황당했던 그 아저씨보다는 '뭄바이 센트럴'을 동시에 외치며 길을 만들어줬던 인도인들이 떠올랐다. 빠르게 뛰었던 심장 박동수는 점점 제속도를 찾기 시작했고 나는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
- 클럽 찍고 누드쇼까지… 순진한 싱가포르는 잊어라!
- [조선일보 제공] ‘살균세척해 진공포장한 무균·무때의 도시’. 싱가포르는 이런 이미지가 강했다. 안전하고 깨끗하고 편리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금은 뻔하고 지루한 느낌의 그 곳. 그랬던 싱가포르가 확 바뀌었다. 관광객을 유혹하려면 이미지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지난 2003년 새벽 1시로 제한되던 식당·술집 영업시간을 새벽 3시(일부 지역은 무제한)로 풀었다. 런던 레이브클럽의 원조격인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Ministry of Sound·MOS)를 유치, 지난 8월 문 열게 했다. MOS 바로 옆에는 ‘세계에서 가장 예술적인 누드쇼’라 불리는 파리의 크레이지 호스(Crazy Horse)가 들어왔다. 양념이 가미된 싱가포르를 주말 동안 살짝 맛봤다. Friday회사 일을 후다닥 정리하다 오후 1시 인천공항으로 출발했다. 싱가포르행 비행기는 오후 4시 이륙했다. 6시간이 좀 지나지 않아 “싱가포르에 곧 도착한다”고 스튜어디스가 안내방송 했다. 오후 10시30분, 차이나타운에 있는 더 스칼렛 호텔(The Scarlet Hotel)에 체크인했다. 내일을 위해 바로 침대에 누웠다. 딸깍. Saturday ‘더 스칼렛’에서 눈을 뜨다 ▲ 더 스칼렛 호텔오전 8시 배고파 잠에서 깼다. 방문을 열었는데, 문 한가운데 붙은 원통 모양 가죽백에 동그랗게 말린 영어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가 담겨있었다. 더 스칼렛은 이렇게 곳곳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중국계 상인들이 살던, 1920년대 주상복합 건물을 호텔로 개조했다. 1929년 지은 건물을 개조한 호텔 1929,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이 설계한 갤러리 호텔과 함께 요즘 잘 나간다는 부티크 호텔이다. ‘주홍색’ ‘진홍색’이란 의미의 이름처럼 1층 로비 커텐과 소파, 카펫은 온통 붉은색이다. 여기에 황금색 샹들리에와 거울로 화려한 관능을 더했다. 로비 옆 바 ‘볼드’(Bold)는 어디 앉을까 고민될만큼 의자 디자인이 제각각 독특하다. 객실은 세련된 어두움이 가득하다. 모든 사람을 위한 호텔은 아니다. 방은 대부분 침대만으로 꽉 찰만큼 좁다. 화장실에 욕조가 없는 방도 많다. 1층은 창문이 없는 객실도 있다. 싸지도 않다. 뻔한 호텔이 지겹다면, ‘분위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적극 추천한다. ▲ T2 티샘플‘비보 시티’에서 쇼핑하다 비보 시티(Vivo City)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따끈따끈한 쇼핑몰이다. 오는 12월 1일이 정식 개장. 세일기간이 아니면 옷값은 한국과 큰 차이 없다. 아직 한국에 진출하지 않은 브랜드 상품은 살 만했다. 예를 들면 자라(Zara). 한국 ‘타임’ 스타일 스커트 정장이 239달러(이하 모든 가격 싱가포르달러 기준). 100% 실크 표범 무늬 블라우스는 145달러. 남성라인 자라 맨(Zara Man)에서는 스웨이드 옥스포드 구두(145달러)와 흰색 캔버스 운동화(89.90달러)가 탐났다. 네이비블루 또는 크림색 티셔츠(19.90달러)는 어깨에 같은 색상의 실크천을 덧대 세련됐다. 백화점 탕스(Tangs)도 비보 시티에 들어왔다. 호주 T2사의 차 제품은 포장이 예뻐서 식탁이나 찬장에 놓아두기만 해도 인테리어 소품이다. ‘부처의 눈물’(buddhas tears) 등 독특한 이름을 가진 차 3가지가 3단 원통에 담겨 나오는 ‘스택’(Stack) 세트 53.60달러(150g), 푸른 꽃잎이 섞인 ‘블루마운틴’(blue mountain) 향차 16.60달러(100g). 뉴 헤리티지 매장에서는 모택동 흉상 저금통(사이즈에 따라 19.90, 39.90달러)을 판다. ‘스파 보타니카’에서 마사지 받다 ▲ 스파 보타니카오전 11시30분쯤 케이블카를 타고 센토사섬으로 넘어갔다. 하버프론트 케이블카 정거장은 비보 시티와 맞붙어 있다. 왕복요금 10.90달러. 시간이 없다면 택시가 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버스를 1번 갈아타고 스파 보타니카에 도착했다. 버스는 공짜다. 점심을 스파 내 테라스(Terrace)에서 해결했다. 웨이터는 식전음료로 ‘민트치’(Mintchee·12달러)와 ‘디톡스’(Detox·12달러)를 추천했다. 그는 “레몬·민트·리치를 섞어 만든 민트치는 몸을 깨워주는 효과가, 디톡스는 몸을 정화시켜주니 마사지 전 최적”이라고 했다. ‘연어 스테이크’(21달러)만 먹었다. 마사지만 없었다면 ‘뷔페’(점심 32달러, 금~일요일 49달러)가 맛나 보였는데, 아쉬웠다. 주중에는 3일 전, 주말에는 일주일 전에는 예약해야 안전하다. 3시간짜리 ‘싱가포르 플라워 리추얼’(Singapore Flower Ritual·300달러)이 인기란다. 마사지에 이어 각종 허브와 꽃을 섞은 스크럽을 온몸에 발라준 다음, 꽃향기 그윽한 탕에서 마지막 남은 긴장까지도 녹여버리는 코스다.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없는지라 1시간30분짜리 ‘스웨덴식 마사지’(180달러)를 선택했다. ‘평소 통증 부위는?’ ‘마사지 강도는 어느 정도가 좋은가?’ 등 연말 세금정산서 수준으로 복잡한 문서를 작성하자 비로소 마사지 파빌리온으로 안내했다. 4가지 향유 중 하나를 고르란다. 마사지사가 로즈마리향 오일을 듬뿍 손에 발랐다. 그리곤 내 몸을 밀가루반죽처럼 밀고 당기고 쓸어내렸다. “허리 근육도 많이 뭉쳤네요.” 나도 몰랐다. 태국이나 중국과 달리 영어로 의사소통이 자유롭다. 호리호리한 몸에서 어찌 그런 악력을 발휘할까. 몸에서 서서히 열이 나는가 싶더니, 노골노골 녹아 내리는 기분. 무거운 몸은 남겨둔 채 영혼만이 아름다운 곳을 둥둥 떠다니는 느낌. 한참 좋은데 다 끝났다고 일어나라며 웃는다. 벌써? ▲ 베일린에서 판매하는 목걸이와 브로치싱가포르 디자이너 ‘베일린’ 매장에서 브로치를 사다 가볍고 상쾌해진 몸으로 스탬포드 하우스로 갔다. 현지 디자이너 매장이 차츰 들어서면서 패셔니스타들의 발길이 잦아진 곳이다. 패션디자이너 베일린 리의 베일린(Baylene) 매장에 들어갔다. 아방가르드하면서도 잘 재단된 옷이 인기다. 여성용 재킷이 280달러, 팬츠는 160달러 수준. 해외 수입 액세서리도 판매한다. 아크릴 소재 닭모양 펜던트와 실크 리본이 매달린 목걸이(105달러)가 시크했다. 여동생 생일선물로 샀다. 노란색 물방울이 검은 주전자에서 떨어지는, 역시 아크릴 소재 찻주전자 모양 펜던트(63달러)도 멋졌다. ‘마이 험블 하우스’에서 ‘화양연화’를 먹다 마이 험블 하우스(My Humble House·寒舍)를 번역하면 ‘누추한 나의 집’쯤 될까. 하지만 누추함이나 허름함과는 멀어도 한참 멀다. 분위기나 가격에서 싱가포르 최고다. 중국음식의 본질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재료와 요리법을 가미해 즐거움을 준다. 날씬한 여자 종업원들은 중국 무협영화에 나오는 천녀(天女) 의상이고, 의자는 예술품이다. 음식은 시적(詩的)이고, 메뉴판은 시첩(詩帖)이다. ‘화양연화’(花樣年華·In the Mood for Love·12달러)는 제철 과일에 주방장이 만든 식초드레싱을 뿌린다. 둘이서 저녁 먹으면 130달러쯤 나온다. 싸지 않지만 아깝지도 않다. 에스플러네이드 몰 2층에서 내려보는 야경이 기막히다. ▲ 마이 험블 하우스‘로체스터 파크’에서 칵테일을 홀짝이다 마이 험블 하우스에서 식사를 마치자 오후 9시. 나이트클럽 가기 좀 일러 로체스터 파크(Rochester Park)로 가서 칵테일을 마시기로 했다. 중심가에서 택시로 5분 거리. 싱가포르 기준으론 상당히 멀다. 단독주택을 개조한 고급 레스토랑과 바, 클럽이 줄지어 늘어선 길이다.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쯤 될까? 다 파올로 비스트로 바(da paolo Bistro Bar)를 찍었다. 야외 테라스 선베드에 누워서 떠들며 술 마시는 사람들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일행도 한 명씩 선베드에 드러누웠다. 11월에도 더운 싱가포르지만 밤바람은 신선했다. 이곳에서만 판다는 칵테일 ‘알바’(Alba) 15달러. ‘MOS’에서 클러빙 하다 오후 11시,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Ministry of Sound) 앞은 바글바글했다. 토요일 밤인데다, 영국의 인기 DJ 랭(Lange)이 음악을 맡은 밤이었다. 무려 3800평 규모로 음악 종류에 따라 5개 구역으로 나눠진다. 최첨단 음향효과와 조명이 대단하다. ‘워터커튼’이 압권. 분위기는 다소 썰렁하다. 서울 홍대 앞이나 강남역 ‘언니’, ‘오빠’들과 비교하면 의상이나 춤사위 등등이 퍽 얌전하다. ‘맥스웰 푸드센터’에서 야식을 먹다 새벽 1시30분, 호텔로 돌아오는데 출출했다. 더 스칼렛 옆 맥스웰 푸드센터(Maxwell Food Centre)로 갔다. 노점상이 모인, 이른바 ‘호커 센터’(hawker centre)는 싱가포르에 널렸지만, 그중에서도 맥스웰 푸드센터는 역사 길고 음식 맛있다고 인정받는다. 작은 식당 110여개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중 3분의 1 정도가 아직 영업 중이었다. 말랑말랑한 어묵을 국수와 함께 맑은 국물에 말아주는 ‘Fishball soup with nood le’(魚圓麵)이 작은 것 2.50달러, 큰 것 3.00달러. 해장용으로 딱이었다. 호커 센터 음식은 3달러 정도로 저렴하다. 세금과 봉사료도 따로 붙지 않는다. Sunday 열대 숲 속 브런치 늦게 일어났다. 10시30분쯤 체크아웃. 가방은 호텔에 맡겨두고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s)으로 갔다. 열대림 속에서 맛보는 브런치가 어떤 맛일지 궁금했다. 가든 안에 있는 레스토랑 헤일리아(Halia)에서 주말이면 브런치를 한다. 아뿔사. 브런치는 오전 11시15분까지였다. 대신 인도식 양고기 요리 ‘램 티카’(Lamb Tikka·19달러)를 주문했다. 매운 마살라 양념과 요구르트에 절여 구운 양고기가 볶음밥, 시금치, 인도식 크래커와 같이 나온다. 음료는 생강과 복숭아술, 파인애블 등을 섞은 ‘헤븐리 헤일리아’(15달러), 말린 생강에 꿀을 뜨거운 물에 타 마시는 ‘헤일리아 인퓨젼’(9달러)이 괜찮다. ‘하지 레인’에서 영국 그래픽디자이너 T셔츠를 사다 ▲ 하지 레인이슬람교도들이 몰려 사는 아랍 스트리트(Arab Street)에는 요즘 젊고 패션에 관심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좁은 골목이 있다. 하지 레인(Haji Lane)이다. 작고 개성 넘치는 옷가게 10여개가 길을 따라 늘어섰다. 하우스 오브 저팬(House of Japan)은 일본에서 수입한 헌옷을 판다. 청바지 10달러, 티셔츠 3·5·7달러, 가방 5~20달러, 스커트 5달러, 드레스 5~35달러. 3(Three)는 그래픽아티스트 티셔츠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 브랜드 ‘Scrawl Collective’, 그리고 영국 구두 브랜드 ‘Fly London’ 등을 판다. 영국 그래픽아트스트 대니 상그라가 디자인한 핸드프린트 티셔츠가 109달러, Fly London 스니커 249달러. ‘마칸수트라 글루톤스 베이’에서 굴 오믈렛을 먹다 호텔에 들러 짐을 챙겼다. 공항으로 직항? 그러기엔 아직 맛보지 못한 음식이 너무 많았다. 낑낑 가방을 들고 마칸수트라 글루톤스베이 푸드센터(Makansutra Gluttons Bay Food Centre)로 갔다. 에스플러네이드 몰 바로 옆에 있는 호커센터다. 레스토랑가이드 ‘마칸수트라’에서 인정한 노점상 10여곳이니 일단 맛은 보장된다. 다른 호커센터보다 깨끗하다. 대신 1~2달러 정도 더 비싸다. 뜨겁고 말랑말랑한 굴이 입에서 녹는 ‘굴 오믈렛’(4·6·8달러)과 새우 볶음국수 ‘차퀘이띠아우’(char kway teou, 4·6·8달러)는 꼭 맛보시라.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영업한다. 몇 가지 맛보지도 못했는데 오후 7시30분. 서둘러 택시 타고 공항으로 갔다. 서울행 비행기는 밤 10시30분 이륙, 월요일 오전 5시30분쯤 인천공항에 착륙했다. 여행수첩 ● 돈: 1싱가포르달러=약 600원 ● 시차: 한국이 1시간 빠르다. ● 이것만은: 싱가포르관광청에서 만든 무료 가이드북이나 지도를 서울 사무소 혹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챙긴다. 웬만한 유료 가이드북보다 정확하고 알차다. 문의 (02) 399-5570, visitsingapore.or.kr 호텔·음식점·스파 리스트 ● 더 스칼렛: 스탠다드룸 200달러, 디럭스룸 220달러, 이그제큐티브룸 300달러/33 Erskine Road//65-6511-3333/www.thescarlet.com ● 호텔 1929: 싱글·트윈·더블 130~190달러, 스위트 200~230달러/50 Keong Saik Road/65-6347-1929/www.hotel1929.com ● 갤러리 호텔:싱글·트윈·더블 295~395달러, 스위트 470~570달러 /76 RobertsonRoad/65-6849-8686/www.galleryghotel.com.sg ● 스파 보타니카: The Sentosa Resort and Spa 2 Bukit Manis Road Sentosa/요금에 봉사료 10%와 세금 5% 붙는다. 65-6371-1278 /www.spabotanica.com ● 베일린: Stamford House 01-0439 Stamford Road/65-6336-9619 /www.baylene.com ● 마이 험블 하우스: 수프·애피타이저 12~18달러, 메인요리 22~44달러, 디저트 12~26달러/02-27/29 Esplanade Mall/드레스코드는 ‘스마트 캐주얼’/65-6423-1881/ww w.tunglok.com ● 파올로 비스트로 바: 3 Rochester Park/65-6774-5537/ www.dap aolo.com.sg ●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 수요일 여성 무료 입장, 남성 20달러/목요일 남녀 20달러(주류 2회 제공)/금·토요일 남성 15달러(주류 1회 제공), 여성 12달러(주류 1회 제공)/ 65-6235-2292/www.ministryofs ound.com.sg ● 맥스웰 푸드센터: 차이나타운 사우스 브릿지 로드(South Bridge Road)와 맥스웰 로드(Maxwell Ro ad)가 만나는 코너에 있다. ● 하우스 오브 저팬: 55 Haji Lane /65-6396-6657 ● 3: 47 Haji Lane/65-6396-7871 ● 레드 닷 뮤지엄: 28 Maxwell Road/65-6534-7194/red-dot.sg ● 매드 선데이: www.maad.sg
- 해풍에 삭아내린 페인트조차 그림이 되는 곳, 아바나로…
- [조선일보 제공] 1 도적처럼 아바나행 밤비행기를 타다 카리브해의 흑진주 쿠바, 하고도 아바나. 치명적 중독성을 가진 도시. 살사 리듬과 혁명의 구호가 타악기와 랩처럼 공존하는 땅. 해풍에 삭아 내린 페인트조차 표현주의 회화의 화폭으로 전이되는 곳. 하루에 열두 번 바뀌는 카리브의 물빛. 해 저무는 기나긴 방파제, 말레콘. 웃통을 벗은 사내아이들이 마른 등을 보이며 푸른 파도 속으로 몸을 날리는 대양의 끝. 원색 패널의 집과 나부끼는 색색의 남루한 빨래에서조차 치유할 수 없는 낙천성을 내뿜는 골목들. 독한 럼과 시가냄새와 체 게바라의 흑백사진과 영혼을 움켜쥐는 반도네온 소리가 뒤엉킨 몽환의 도시. …그리고 무엇보다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 하루에 열두 번씩 변한다는 카리브의 물빛과 아이들. 늑골 사이의 습기마저 말려버릴 듯했던 멕시코만의 햇살을 뒤로하고 나는 아바나행 MX732편에 오른다. 밤 비행기는 다행이었다. 아바나에만은 어쩐지 도적처럼 한밤중을 골라 도착하고 싶었던 까닭이다. 햇빛 아래 을씨년스러운 담벼락의 혁명구호 같은 것을 맨 처음 맞닥뜨리기 싫어서이기도 했고 마치 오래 전에 이미 와본 듯한 기시감에 짐짓 딴지를 걸어 보고 싶기도 했던 까닭이다. 트랩을 오르기도 전,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앞둔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아바나를 떠나며’ ‘체 게바라 평전’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책과 영화로 먼저 만났던 탓일까. 아바나는 이상하게도 내게 예술적 영감뿐 아니라 성적 환상의 이미지로도 떠오르고 있었다. 저항할 수 없는 우수의 매력남 체 게바라, 그 원조 마초에서부터 헤밍웨이, 말론 브랜도, 카스트로, 무라카미 류에 이르기까지 동서의 내로라하는 거친 사내들이 아바나 용광로로 모여들어 흐물흐물 녹아 내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잘록한 허리 아래로 숨 막히게 확장되는 엉덩이를 가진 뮬라토 여인들의 그 비현실적인 육체의 굴곡 때문일까. 2 밤하늘로 솟아오르는 비행기는 나를 흥분시킨다 출발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비행기 옆자리는 스페인계 혼혈의 청년. 검은 셔츠의 단추 두 개를 풀어 헤치고 있다. 게다가 이 더위에 꼭 끼는 가죽바지란. 빡빡 밀어 버린 머리카락을 길러 묶으면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동생쯤으로 보이겠다. 성적 카리스마 넘치는 사내 곁에서 문약(文弱)한 내 남성은 십분 주눅이 들어 버린다. 비행기는 출발시간이 지났는데 꿈쩍도 않고, 무료해진 청년은 내게 말을 붙여 보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의 영어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스페인 식의 ‘R’자가 도드라지는 발음에다 생뚱맞게 ‘아리가토’라니. 도무지 의사소통이 어렵자 그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어주고는 신문을 집어 든다. 풀어놓은 윗단추 사이로 털이 부스스하다. 청년의 그런 모습이 일순 나를 동하게 한다. 오해 없기를. 먹 찍고 붓 세워 한 호흡에 그리고 싶다는 말이다. 짙은 어둠 속에서 초록과 빨강으로 고양이 눈처럼 빛을 뿜는 활주로의 불빛을 천천히 감아 돌던 비행기가 돌연 엄청난 힘으로 솟구쳐 오른다. 오오. 익숙해서 나른한 모든 것들을 몰아내는 아바나행 밤 비행기의 굉음과 속도여. 음지식물처럼 갇힌 남성성을 사정없이 유린하는 그 단순 무지막지한 힘이여. 눈을 감고 그제야 등받이에 나를 내려놓는다. 3 꽃들에게 내 슬픔을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낯선 도시에 도착해 형광등 불빛 아래 창백한 안색의 사람들과 입국절차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매번 속이 울렁거린다. 더위와 피로, 낯선 숙식과 스케줄에 대한 불안감에 살짝 체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 원색의 화려한 의상과 시가가 어울리는 쿠바의 여인들.어둑신한 호세마르티 공항은 소도시 버스대합실처럼 한산하다. 계급장 없는 허름한 군복을 입은 직원은 내 여권을 한참 동안이나 뒤적이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스탬프를 꽝 찍어 준다. 하염없이 기다려 짐을 찾아 나오는데 구석의 흐릿한 불빛 아래 젊은 남녀가 부둥켜안고 거칠게 입맞춤을 하고 있다. 푸르스름한 형광등 빛 때문일까. 열기보다는 허기가 느껴진다. 벽 위 낡은 액자 속에서 군복 입은 카스트로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사랑은 때로 이데올로기보다 더 사람을 허기지게 하는가. 문을 나서니 알도가 손을 번쩍 든다. 훌쩍 큰 키에 선량한 눈빛의 마흔아홉 살 쿠바 남자다. 김일성 대학에 유학하여 공부한 적이 있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거기서 익힌 한국어를 다섯 살짜리 소년만큼 구사한다. 그래서 그의 한국어는 어순이 잘 안 맞는 데다 북한식과 남한식의 표현이 뒤섞여 기묘한 느낌을 준다. 일테면 이런 식. “두 개의 한국말을 공부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한국말이 잘 조직될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지만 말 잘 조직되지 못해도 실례합니다. 며칠간 잘 소명하겠습니다.” 차는 희미한 불빛으로도 확연히 드러나는 가난과 남루의 거리를 지난다. 그 무너져 내릴 듯한 집들이 신경이 쓰였던지 그는 굳이 몸을 돌려 쳐다보며 힘주어 말한다. “쿠바는 안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살인이 잘 안됩니다.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거지도 없습니다. 쿠바 사람들은 그렇기 때문에 모두 행복합니다.” 우리나라 TV에서 가끔 본, 독특한 평양 억양과 표정마저 섞여 있다. 나는 조바심을 내며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의 공연에 대해 묻는다. 공연을 볼 수 있겠느냐고, 꼭 봐야 한다고. 하지만 그의 반응은 뜻밖에 차갑다. “선생님도 그 영화를 보셨습니까? 그 사람들 지금 아바나에 없습니다. 죽은 사람도 있고, 외국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 일없습니다. 그런 정도는 쿠바에 얼마든지 있습니다. …” 차에서 내리니 후끈한 무더위와 끈끈한 살사 음악이 살갗으로 스며든다. 아아, 쿠바에 왔다. 이브라힘과 오마라의 목소리에 홀려서. 글라디올러스와 흰 백합…. 꽃들에게 내 슬픔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내 눈물을 보면 꽃들이 죽을 테니까.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Buena Vista Social Club) 쿠바의 대표적인 아프로 쿠반 재즈그룹. 주로 노인들로 구성되어 있고 세계적인 쿠바음악 붐을 일으키며 수백만 장의 음반판매고를 올렸다. 1997년 그래미상을 받았으며 독일 영화감독 W 벤더스에 의해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어져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하였다. ■ 김병종 교수는… 2000~2001년 조선일보에 연재됐던 인기 시리즈 ‘김병종의 화첩기행’의 작가 김병종(53) 서울대 미대 교수가 ‘라틴화첩기행’으로 5년 만에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그는 ‘바보예수’ ‘생명의 노래’ 그림 시리즈로 유명한 동양화가로, 순수예술을 이어가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는 보기 드문 작가다. 또 평론·희곡·수필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글을 발표해, 소설가인 아내 정미경씨와 글발을 견주는 ‘문인 화가’이기도 하다. 5년 전 ‘화첩기행’에서 그는 전국을 답사하며 이 땅에 피고 진 각 분야 예술인들의 흔적을 찾았다. 올해 그는 남미의 강렬한 색채와 정열, 리듬을 따라가는 여행을 했다. 그의 여행기는 미술뿐 아니라 문학, 음악, 영화, 무용에 이르기까지 문화예술 전반을 넘나든다.
- `주식투자대회 머스탱 스포츠카가 경품`
-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굿모닝신한증권은 오는 23일부터 12월22일까지 두 달간, 굿모닝신한증권 거래고객을 대상으로 '가을맞이 빅 페스티발 행사'를 실시한다. 이번 행사는 총 1억5000만원 상당의 상금과 경품이 걸린 실전투자대회 '더 빅 게임(The Big Game)'과 고객의 자산 예치 규모에 따라 여행용품, 레저용품, 욕실용품 등을 증정하는 '고객 사은행사'로 구성된다. 실전투자대회인 '더 빅 게임'은 주식부문, 선물옵션 부문, ELW부문으로 나뉘어 진행되며, 각 부문의 기간별·누적별 수익률 상위자에게 해당 상금과 공예품 등의 경품을 증정한다. 특히, 1억리그, 2000리그, 500리그로 구별되어 펼쳐질 주식부문 실전투자대회의 1억리그 누적수익률 우승자에게는 4인승 머스탱 스포츠카가 주어질 예정이다. 실전투자대회의 접수기간은 오는 23일부터 12월15일까지이며, 대회는 오는 30일부터 12월29일까지 열린다. '고객 사은행사'는 굿모닝신한증권에 자산을 예탁하는 고객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고객의 예치 자산규모에 따라 여행가방용 세트와 타월세트 등을 제공하며 기간 중 추첨을 통해 매주 10명 , 총 90명의 고객에게는 레저용품인 MTB자전거를 증정한다. 자세한 사항은 굿모닝신한증권 홈페이지(www.goodi.com)나 고객지원센터(1 5 8 8-0 3 6 5)로 문의하면 된다.
- (권소현의 일상탈출)⑪마음이 아려오다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콜카타(캘커타), 시인 타고르가 '동방의 등불'을 읊조렸던 곳이며 라비 상카르가 전통악기 시타르를 튕겼던 곳, 또 힌두교의 성자 라마크리슈나와 그의 수제자 스와미 비베카난다가 가르침을 행했던 곳. 예술적으로, 종교적으로 콜카타는 위대한 도시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빈곤한 도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더 테레사가 빈민을 위해 온 생애를 바칠 수 있을 만큼 인도에서 가장 안타깝고 고통스러운 도시다. 그래서 콜카타를 가지 않으려 했다. 지금까지 봐온 인도도 힘들고 슬펐는데 콜카타에 가면 정말 우울해질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일정이 꼬였다. 네팔 카투만두에서 인도 바라나시행 교통편이 해결 안되는 바람에 콜카타행 비행기를 탄 것이다. 단 하루만 자고 다음날 기차로 곧장 바라나시로 가면 된다고 위로했다. 콜카타 공항에 내리자마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확 밀려왔다. '다시 인도구나'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며 공항을 빠져나왔다. 콜카타의 상징인 노란 택시들이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린다. 바가지 쓸 염려가 없는 프리페이드(prepaid) 택시 부스에 가서 미리 돈을 치루고 전표를 받아 택시에 탔다. ▲ 콜카타의 상징인 노란 택시도저히 시동도 안 걸릴 것 같았던 택시는 툴툴 거리면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택시가 내뿜은 뿌연 매연에 시야가 흐릿하다. 까만 피부의 운전사는 무표정하게 어디까지 가냐고 물었다. 배낭여행자들의 거리인 셔더스트릿으로 가자고 했다. 형식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왔냐, 인도에는 얼마나 있을 거냐 등등을 묻던 운전사는 뜬금없이 짐의 무게가 총 얼마냐고 물었다. 결국 짐에 대한 비용을 따로 내야 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앞에 워밍업으로 형식적인 질문들을 했던 것이다. 분명 추가 비용이 없는 프리페이드 택시를 탔는데 무슨 소리냐고 발끈했다. 25kg을 초과하면 1kg당 1루피씩 더 내야한다고 열심히 설명하는데 모르쇠 작전으로 나갔다. 아예 대꾸도 하지 않자 '헬로 마담?'하고 몇번 부르더니 포기했나보다. 조용해진다. 우리 모두 차창밖만을 주시하며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고 택시 안은 정적이 감돌았다. 그렇게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의아해졌다. 왜 콜카타를 빈민의 도시라고 했을까. 델리만큼 복잡했지만 적어도 공항에서 셔더스트릿까지 40분의 여정에서 느낀 콜카타는 깨끗하고 정돈된 도시였기 때문이다. 콜카타에 짐을 풀고 하루밤을 지내면서 당초 이틀간의 일정을 나흘로 늘렸다. 왠지 깔끔한 콜카타가 좋았다. ▲ 영국 식민지 시대의 건물인 라이터스(Writer's) 빌딩영국 식민지 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들은 여기가 유럽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게 했고 시내 중심의 '메이단'이라고 불리는 넓은 잔디밭은 눈을 시원하게 해줬다. 후글리 강변으로 나가면 시원한 강바람을 쐴 수 있었고 거리에는 걸인보다는 말끔하게 차려입은 인도인이 더 많았다. 델리보다 훨씬 일찍 지하철이 개통됐고 거리에는 오토릭샤보다 택시가 더 많았다. 트램과 인력거까지 뒤섞여 거리는 무법천지였지만 가고자 하는 곳을 가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빈곤의 도시' 보다는 '현대적인 도시'라는 표현이 더 어울렸다. 그렇게 콜카타를 휘젓고 다니던 어느날 길을 잃었다. 뒷골목으로 들어선듯 싶었는데 길 양쪽에 쓰레기가 한 더미다. 쓰레기 더미 사이로 뭔가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개이거나, 고양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더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등이 굽은 할아버지였다. 음식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아 들고는 마치 대어라도 낚은 듯 흐뭇해하는 노인이었다. 노인의 쾡한 눈과 마주친 순간, 그 자리에서 발을 뗄수가 없었다. 나의 놀란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음식 찌그러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황급히 걸음을 재촉해 골목을 빠져나왔다. 사실 뭔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빨리 피하고 싶었다. 저 노인이 다가와 구걸하며 만지기라도 하면 피부병에 걸릴 것만 같은 비겁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쓰레기 더미를 맴도는 파리와 그 속에 완전 동화된 듯한 노인의 비쩍 마른 몸은 한동안 뇌리에서 사라지질 않았다. 그 노인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한 게 두고 두고 후회됐다. 인도에서 거지를 보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보통의 거지들은 '적선함으로써 덕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이냐'는 철학에 떳떳하게 구걸한다. 그러나 눈물샘을 자극할 정도로 안타까운 경우도 종종 있다. 콜카타에서 본 그 노인이 그랬고 뭄바이에서 본 장애인들도 마음 한켠을 아리게 했다. 뭄바이의 해변에 있는 이슬람교의 성자 하지알리 무덤을 가는 길이었다. 아라비아해 해안에서 50m정도의 좁은 시멘트길로 연결된 하지알리의 무덤은 밀물때에는 섬이 됐다가 썰물때에는 육지가 된다. 그날 비가 왔고 파도도 높았다. 아라비아해에는 온갖 쓰레기와 검은 기름이 둥둥 떠있었고 파도가 한번 칠때마다 검은 구정물이 높이 치솟았다 떨어졌다. ▲ 아라비아해를 건너 하지알리의 무덤으로 가는 길우산도 없이 구정물 물벼락을 피하기 위해 멈췄다가 뛰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던 나는 좁은 길 중간에 딱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양팔이 잘린 사람, 그리고 양 다리가 잘린 사람, 팔다리가 하나씩 없는 사람, 이렇게 세 명이 길 한가운데 누워서 그나마 남은 팔과 다리를 흔들면서 구걸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와 파도에 흠뻑 젖어 앙상한 몸은 그대로 드러났다. 관광객과 순례자들의 시선을 끌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머리 속이 텅빈 느낌이었다. 그러나 얍삽한 나의 이성은 그렇게 멍하게 서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대로 있다가는 물벼락을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퍼득 들면서 그들을 피해 뛰기 시작했다. 이미 몇번 아라비아해의 파도에 맞아 인도에서 산 하얀 옷에는 군데군데 검은 얼룩이 들어있었다. 이번에도 그들을 도와주지 못했다. 마음은 아픈데 머리속에서는 가방에서 지갑을 찾아서 돈을 꺼내 그들에게 건네주는 시간이면 나도 같이 물에 빠쥔 생쥐꼴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거리에서 노숙자를 볼 때마다, 거지들이 구걸을 하러 다가올 때마다 나는 이들을 떠올렸다. 인도는 늘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시끌벅적하면서도 활기찬 나라였지만 한편으로는 슬픈 나라기도 했다. ▲ 콜카타의 후글리 강, 한 가족이 바람을 쐬러 나왔다.
- "제주도 갈 바엔 중국이나"..이런 말 왜 나오나 했더니
- [조선일보 제공]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회사원 3명, 느닷없는 휴가를 받았다. 주말을 포함해 2박3일. 조선일보 기자 3명이 이들을 대신해 고민을 해결해봤다. 목적지는 제주도와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威海), 그리고 일본 규슈지방 후쿠오카와 벳푸. 서울에서 1시간~1시간30분 거리에 있는 곳이다. 객관적인 비교를 위해서 각 관광지에서 관광객들이 가장 일반적으로 택하는 교통·숙박·식사를 선택했다. 결과는? 비용은 웨이하이 압승. 만족도는 규슈와 웨이하이 판정승. 제주도는 비용 면, 만족도 면에서 3등이었다. ◆항공요금은 제주도가 경쟁력 우선 항공요금. 지난달 중국 산둥성과 인천을 왕복하는 각 항공사가 항공요금을 20만원대로 50% 인하했다. 유류세와 세금을 합하면 총 요금은 30만원대. 여행사를 통해 구입한 아시아나항공 인천~웨이하이 왕복요금은 34만1100원이었다. 인천~규슈 왕복은 대한항공의 경우 39만2500원. 주말요금과 주중요금이 차이가 나는 제주도 왕복요금은 총 16만5800원이었다. 제주도의 ‘가격 우위’는 딱 여기까지. ◆현지 교통비는 웨이하이 KO승 웨이하이는 “위해에서 닭이 울면 인천 앞바다 덕적도에서 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 공항에서 셔틀버스와 택시를 갈아타고 40㎞ 거리 호텔에 도착했다. 버스요금 15위안(1800원)에 택시비 10위안(1200원) 합계 3000원. 2박3일 동안 택시를 대절하며 들인 교통비는 총 6만5350원이었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지하철과 고속버스 등으로 벳푸까지 2박3일 동안 돌아다니는 데 8만5250원. 렌터카 여행이 기본인 제주도에서 쓴 돈은 기름값, 주차비 등 포함해 26만500원이었다. 웨이하이-규슈-제주도 순(順). ◆하룻밤 7만원 안 되는 웨이하이 4성 호텔 다음, 숙박. 웨이하이의 4성급 시뷰가든호텔에서는 택시가 도착하면 자그마치 ‘5명’이 마중을 나와 문을 열어주고 경례를 하고 로비로 인도하고 가방을 들어주는 ‘황제’ 대접을 받았다. 1박 투숙비는 550위안, 2박에 13만2500원(1100위안)이 들었다. 숙박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일본. 하지만 그럭저럭 묵을 만한 ‘예쁜’ 호텔이 첫날에는 1만엔(8만5000원), 둘째날은 1만2000엔(10만2000원)이었다. 합계 18만7000원. 펜션이 주종을 이루는 제주도에서는 첫날 23평형 10만원, 둘째날 25평형 12만원 합계 22만원. 체력단련장, 식당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감안하면 웨이하이와 제주도는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 일본보다 비싸다. ◆현지 별미는 중국-일본-제주 순 해안도시인 웨이하이. 해산물 천국이다. 먹기만 하고 와도 본전을 뽑을 수 있는 곳이다. 2박3일 동안 먹은 음식 종류는 전복스프, 가자미찜, 야채, 조개살구이, 공기밥, 닭고기, 어죽, 마파두부, 해물스프, 계란탕, 쇠고기찜, 오징어찜, 토마토계란찜, 전복볶음밥, 쇠고기철판찜, 두부, 해물스프…. 다 먹는데 5만6560원 들었다. 제주도. 두 사람이 2박3일 동안 먹은 음식은 갈치조림, 황돔회, 오분작뚝배기, 제주흑돼지 등 제주 별미. 황돔회는 자그마치 8만3000원! 다음날 아침은 라면을 끓여먹어야 했다. 모두 16만5000원 들었다. 일본에서는 별미인 생라면, 온천도시 벳푸의 온천수 달걀, 초밥과 일본 정식 등등 먹었다. 총 비용 9만2500원. 자, 미식(美食) 비용은 웨이하이 1등, 규슈 2등, 제주 꼴찌. ◆제주, 관광지 입장료 부담 웨이하이는 진시황이 불로장생약을 찾아 어린 남녀 3000명을 동방으로 떠나보냈다는 곳이다. 19세기 말 청일전쟁 당시 격렬한 해전도 벌어졌던 곳이다. 장보고 장군 유적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2박3일은 이들 관광지를 다 돌아다니기는 벅찬 일정. 진시황 유적지인 천산터우(成山頭)와 청일전쟁 유적지인 류공다오(劉公島)를 중심으로 돌아다녔다. 천산터우에는 진시황과 신하들의 동상, 중국의 동쪽 끝 바다임을 알리는 자연석 표지판이 서 있다. 입장료는 60위안(7230원). 류공다오는 30위안(3610원). 깨끗한 풍경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거대한 수석(壽石)처럼 떠 있는 바닷가 기암괴석과 박물관인 화반채석풍경구도 볼 만했다. 입장료는 30위안. 입장료가 든 곳은 이 세 군데뿐. 2만1650원 들었다. 백조호수와 시내관광, 해변산책은 공짜. 일본 벳푸는 온천으로 유명하다. 색깔과 생김새가 희한해 ‘구경하는’ 온천도 엄청나게 많다. 특히 벳푸 옆 유후인 마을은 작은 노천온천과 아기자기한 풍경으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후쿠오카 시내관광과 벳푸 온천 구경, 유후인 마을 관광에 든 입장료는 모두 5만800원이었다. 제주도. ‘관광수입의 3분의 1은 과속위반차량 범칙금이, 3분의 1은 입장료 수입’이라는 우스개가 있다. 테디베어박물관, 용머리 해안, 섭지코지 안에 있는 드라마촬영장 올인하우스, 성산 일출봉, 분재예술원 등 모두 입장료를 받았다. 남들 다 가는 곳만 가며 들인 입장료는 모두 3만4500원이었다. 중국 1등, 제주 2등, 일본 3등. 하지만 유료 관광지 가운데 “이런 곳에서 입장료를 내야 하나” 하는 느낌이 드는 곳도 있었다. ◆총 비용은 웨이하이 1등, 규슈 2등, 제주 3등 2박3일 동안 웨이하이 관광에 들어간 총 비용은 70만7160원. 규슈 여행 경비는 80만8050원. 제주 여행에 든 돈은 85만8800원이다. ‘평균적인 직장인’들이 현지에 가서, 딱히 더 쓴 것도 없고 덜 쓴 것도 없이 쓰고 온 비용이다.
- 뉴요커의 명품 쇼핑 알뜰하게 즐겨볼까
- [조선일보 제공] '앞으로 이런 기회. 10년은 없다'는 여행사 광고 문구까지 만들어낸 올 추석 황금연휴. 다음은 일찌감치 항공권 예약해 두고 일정 짜느라 기꺼이, 즐겁게 고생 중인 여성들을 위한 런던·파리·뉴욕·홍콩·상하이·도쿄 여행 팁. ▲ 런던 `티 팔레스`에서 즐기는 애프터눈 티.● 런던 티 팔레스(Tea Palace·175 Westbourne Grove, Notting Hill, W11, www.teapalace.co.uk) 물가 비싼 런던에서 애프터눈 티를 합리적인 가격에, 그러나 우아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포토벨로 마켓 인근의 부자 동네 ‘웨스트번 그로브’에 위치한 예쁜 티 전문점. 아침·점심 식사도 가능하다. 애프터눈 티 타임은 오후 3시~7시. 갓 구워낸 스콘과 케이크, 핑거 샌드위치와 차를 포함한 세트가 1인 12파운드선. ‘오가닉 얼 그레이티’에 ‘단맛을 뺀 핑거 샌드위치’를 주문하며 ‘까다로운 척’ 해보면 어떨지. 런던 가면 꼭 들러야 하는 포토벨로 마켓에서 걸어서 3분. 오전 10시~오후 7시. 렐릭(Rellik·8 Golborne Road, W10, www.relliklondon.co.uk) 번화한 포토벨로 마켓에서 몇 블록 벗어난 곳에 위치한 유명 구제 패션숍. 스텔라 매카트니, 케이트 모스도 옷 사러 오는 곳. 일본과 파리의 쇼퍼홀릭들 사이에서도 알려진 명소다. 크리스찬 디오르, 이브생로랑, 꼼데가르송, 푸치 등의 1920년대~80년대 구제 의상과 백, 모자, 구두 등을 갖추고 있다. 런던의 매장답게 비비안 웨스트우드 제품이 유난히 많은 것도 특징. 이브생로랑 그린 에나멜 슈즈 60파운드, 스카프 30파운드, 비비안 웨스트우드 안경테가 60파운드, 핑크 새틴가방이 140파운드, 크리스찬 디오르 울 코트 195파운드.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 파리에서 한창 각광 받고 있는 디자인 호텔 `세즈`의 객실.● 파리 호텔 세즈(Hotel Sezz·6 avenue Fremiet 75016, www.hotelsezz.com) 파리에 갔다면 하룻밤 정도는 디자인 호텔에서 자야 한다. ‘호텔 세즈’는 최근 파리에서 디자인 호텔의 대표주자로 각광받고 있는 곳. 기존 디자인 호텔의 단점(인테리어가 너무 요란하다든가, 생긴 것만 ‘디자인 호텔’일 뿐 서비스는 형편없다든지)을 극복한 곳. 파리의 센강변, 한적한 주거지구에 위치한 이 호텔은 고풍스러운 외관과 초현대적 실내 공간이 대조를 이룬다. 검은색과 진한 회색에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준 객실. 방 한가운데 유리벽 너머가 욕실이다. 호텔 지하의 터키식 마사지룸과 뵈브 클리크 샴페인바도 인기. 인터넷 이용·영화 DVD 대여가 공짜. 일반 룸이 1박에 270유로(2인1실·세금 포함)부터. 라 그랑드 에피세리 & 델리카바(La Grande Epicerie & Delica Bar·24 rue Sevres 75007, www.lebonmarche.fr)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리의 백화점 르 봉 마르쉐. 라파예트와 쁘렝땅이 관광객들로 들끓는 백화점인데 반해 이곳은 멋스럽고 여유로운 파리지엔이 주 고객이다. 스낵바 ‘델리카바’의 눈부시게 흰 실내에는 선명한 레드·오렌지·핑크색 가구가 놓여있고 검은 유니폼을 입은 종업원들이 라운지 음악을 타고 매끄럽게 움직인다. 커피와 함께 내주는 초콜릿 한 조각과 단순한 그린샐러드(토스트와 함께 나오는 그린 샐러드 11.3유로)마저 파리의 명소답게 맛이 뛰어나다. 대형 식품관 ‘라 그랑드 에피세리’는 올리브 오일만도 80여 종류를 갖추고 있다. 파리·도쿄·밀라노 등 도시를 앞세워 각각 다른 맛을 선보이는 ‘카를라’ 잼이 6~8유로. 티 파티 때 내놓으면 좋을 감초·크림소다 등 다양한 맛의 마시멜로 20개들이 1팩이 7유로. 백화점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 ▲ 중고 명품 대장 `아이나`의 쇼 윈도.● 뉴욕 아이나(Ina·놀리타 매장은 21 Prince Street·소호는 101 Thompson Street, www.inanyc.com) 뉴욕 최고의 중고 명품 위탁 판매숍. 겉모습은 소박하지만 내부는 유명 브랜드의 옷과 구두, 가방, 액세서리로 넘쳐난다. 샤넬·발렌티노·디오르·프라다·구찌·마크 제이콥스·마놀로 블라닉 등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주로 취급한다. 4000달러가 넘는 샤넬의 트위드 재킷이 4분의1 가격이며, 다이안 본 퍼스텐버그의 잔잔한 꽃무늬 드레스가 120달러, 아네스베의 기본 면 셔츠가 22달러. 일~목요일 낮 12시~오후 7시, 금·토요일은 낮 12시~오후 8시. 첼시 마켓(Chelsea Market·75 9th Avenue, www.chelseamarket.com) 오래 전 문 닫은 과자공장의 외관과 골격을 그대로 살린 식품 매장. 맨해튼에서 유명세를 떨치는 상점 30여 개가 입점해 있다. ‘원 스톱 쇼핑’을 원하는 여행자에게 ‘강추’. 뉴욕의 일급 레스토랑에 빵을 제공하는 유명 제과점 ‘에이미스 브레드’의 커다란 통창 너머로 제빵 과정을 구경할 수도 있다. ‘엘레니스 쿠키’는 ‘쿠키의 패션화’를 이루어낸 곳. 이밖에도 유명 브런치 레스토랑인 ‘사라베스키친’이 운영하는 ‘사라베스 베이커리’와 ‘위치스 브라우니’도 있다. 미국 푸드 TV의 촬영 스튜디오도 있어 운 좋으면 스타 요리사와 마주칠 수도 있다. 오전 7시~오후 8시. ▲ 황후강이 내려다 보이는 와이탄의 레스토랑 `뉴 하이츠` 발코니.● 상하이 뉴 하이츠(New Heights·No.3 The Bund 7th Floor 3 Zhong Shan Dong Yi Road, www.threeonthebund.com) 홍콩의 야경이 백만달러라면 상하이 와이탄의 야경은 천만달러이다. 상하이에 갔다면 황푸(黃浦)강변을 따라 1920년대 전후로 지어진 와이탄의 서양식 건물과 동방명주 주변의 초현대, 초현실적인 빌딩들이 빛을 뿜어대는 야경을 놓치면 절대 안 된다. 상하이에서 가장 편안하고 우아하게 야경을 감상하고 싶은 분들께 이곳을 추천한다. 인근 레스토랑 건물 중에서 가장 높고 넓은 테라스가 있다. 칵테일 한 잔을 마시며 야경 감상하기에 좋다. 칵테일 한 잔이나 맥주 한 병이 우리 돈으로 5000~6000원선. 이곳에서 바라보는 한낮 풍경은 비록 야경보다는 덜 환상적이지만 상하이란 도시의 활력이 더 확실하게 펼쳐져서 좋다. 마늘밥과 삶은 닭요리가 나오는 아시아 런치세트메뉴 1만3000원선. 오전 10시~새벽 2시. 세포라(Sephora·1F 268, Shui Cheng Nan Lu, www.sephora.com)세계 최고의 화장품 쇼핑몰인 세포라. 상하이에도 있다. 각 나라의 물가지수에 맞춰 판매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파리나 뉴욕보다 상하이 세포라의 물건이 최고 20%까지 더 싸다. 특히 아시아 사람들이 선호하는 화이트닝 제품의 종류가 유럽에 비해 다양하고, 향수 섹션은 베스트셀러 순위대로 전시해놓아 쇼핑이 편리하다. 3만~5만원선에 베스트셀러 향수를 구입할 수 있다. 세포라에서 자체 제작한 화장품과 뷰티 도구는 1000~5000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오전 8시30분~밤 11시. 심플리 라이프(Simply Life·159 Ma Dang Road Unit 101, www.simplylife-sh. com)상하이에서 ‘가장 멋진 가게상’을 받은 이곳은 중국식 인테리어 소품과 주방용품, 중국 음반 등 중국에서 가장 트렌디한 물건들만 모아 판매하고 있다. 빽빽한 스케줄 때문에 이곳저곳 쇼핑할 시간 없는 분들, 여기만 갔다 오면 된다. 중국식 찻잔이나 주전자는 1만원선, 1960년대 중국에서 유행했다는 중국 재즈를 모아 둔 음반은 8000원선. 분위기 만점의 바와 레스토랑, 명품 의류·인테리어 소품 매장 등이 들어선 ‘신천지’에 있다. 상하이에 갔다면 꼭 들러야 하는 동네다. 일~목요일 오전 10시30분~밤 10시30분. 금·토요일 오전 10시30분~밤 11시30분. ▲ 1인당 1만원선에서 초밥을 배부르게 먹고 나올 수 있는 `키야스시`의 상차림.● 도쿄 한지루(Hanjiro·3·4F YM Square 4-31-10 Harajuku, www.hanjiro.co.jp)여행 중 발견한 최고의 보물 창고다. 일본·미국·유럽의 빈티지 의상과 소품을 세탁·수선해서 판매하는 일본 최대의 구제 매장 중 한 곳이다. 도쿄에만 5개의 매장이 있다. 그 중 규모가 제일 큰 하라주쿠 매장을 추천한다. 티셔츠 4000~5000원선. 구두는 1만원 미만이다. 일본에서 알뜰 쇼핑이 가능한 대표적인 매장. 매장 곳곳에 마련된 세일 코너는 절대 놓치지 말고 꼼꼼하게 챙겨 보아야 한다. 오전 10시30분~오후 8시. 카키야 스시(Kakiya Sushi·1-14-27 Jinguamae Shibuya-ku) )하라주쿠역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위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 때문에 비쌀 줄 알았는데, 웬걸? 1인당 1만원선에서 배부르게 먹고 나왔다. 회전대에 돌아가는 초밥보다는 그림 메뉴판을 보고 원하는 초밥을 주문하는 게 더 맛있다. 5가지 참치 부위를 하나씩 맛볼 수 있는 참치회 초밥을 강력 추천한다. 참치회 초밥 세트는 9000원선. 오전 10시30분~오후 8시. 코우코우(Cou Cou·20-5 Daikanyama-cho Shibuya-ku)‘300엔으로 당신을 행복하게 해 줄 물건을 찾으세요’라는 매장 슬로건처럼 이곳에서 판매하는 모든 물건이 단돈 300엔이다. 컬러풀한 인테리어 소품부터 가방, 지갑, 플라스틱 그릇, 헤어 액세서리까지 꽤 근사한 물건들이 많다. 일본에 갔다면 꼭 가봐야 할 최고의 쇼핑 장소다. 오전 11시~오후 8시. ▲ 홍콩 `사사`에 진열된 화장품.● 홍콩 사사(SASA·200 Ground Floor 200 Nathan Road, www.sasa.com)홍콩 곳곳에 있는 화장품 할인점. 수입 화장품을 백화점보다 최고 80% 이상 저렴하게 판매한다. 특히 향수 종류가 다양하며, 유명 명품 화장품의 미니 사이즈나 샘플, 미니어처 향수를 1000~3000원에 판매한다. 단, 파격 세일상품 중에는 유효기간이 지났거나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경우가 간혹 있으니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오전 10시~밤 11시. 더 레드 페퍼(The Red Pepper·7 Lan Fong Road. Causeway Bay)매운 맛이 사무칠 때 추천하고 싶은 집. 40년 전통의 사천요리 전문점으로 뜨거운 철판 위에 지글거리며 나오는 칠리 새우는 지금 생각해도 입 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맛있다. 홍콩 음식점 100위 안에 랭크된 집으로 이소룡의 마지막 영화 ‘사망유희’를 촬영한 곳이라고 한다. 칠리 새우 ‘중’ 사이즈 1만3000원, 고소한 땅콩이 믹스된 치킨요리 8000원선. 매운 맛을 달래주는 달콤한 리치티와 함께 주문할 것. 오전 11시30분~밤 11시15분. 지.오.디(G.O.D·Leighton Center Sharp St. East Enterance, Causeway Bay)홍콩에 매장이 4군데. 그중 교통이 편리하고 규모가 큰 코즈웨이점을 추천한다. 코즈웨이 역에서 걸어서 2분. 1층에서는 남자 티셔츠와 소품을, 2층에서는 인테리어 소품과 문구류·여성 의류와 소품·음반을 전시, 판매한다. 영국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주인의 감각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티셔츠 1만5000~2만원선. 낮 12시~밤 10시.
- 긴 여행의 끝에서 다른 삶의 물길을 여는 포구, 베니스
- [조선일보 제공] 어쩌면 이 여행기는 같은 자리를 몇 차례 맴돌다 미로 속에 갇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물이 길을 만들었다. 베니스를 처음 봤을 때 세상에 이런 곳이 있나 싶었다. 곤돌라가 누비는 수로마다 너무 로맨틱해서 비현실적인 낭만이 장밋빛 등불을 달고 동동 떠다녔다. 하지만 이곳 방문이 네 번째였던 그날은 달랐다. 영화 ‘베니스에서 죽다’에서 홀로 죽어간 작곡가 아센바흐의 자취를 좇는 여행이기 때문이었을까. 가끔씩 내리는 비에 베니스는 음울하게 젖어 있었다. 숙소로 가는 길, 짙은 녹색 바다는 응고된 푸딩 같았다. 배는 푸딩을 으깨듯 힘겹게 물 위를 지났다. 베니스에 쉬러 왔던 아센바흐는 비굴하거나 불친절한 베니스 사람들에 질릴 때쯤 열네 살 폴란드 소년 타치오를 발견한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러 온 타치오는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타치오를 찾지 못해 베니스의 좁은 골목에서 쪼그리고 앉아 울먹이는 꿈을 꾸던 아센바흐는 잠에서 깨어 땀을 흘린다. 그의 땀은 검은색이다. 젊음을 의식한 초로의 신사가 머리를 염색했기 때문이다. 신사는 마음을 진정시키려 종종 바다를 바라보지만 갈피를 잡지 못한다.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는 어떤 바람도 순풍이 되지 못한다. 빈 하늘을 어지럽게 떠도는, 새. ▲ 죄수들이 다가올 고문과 죽음을 생각하고 한숨지으며 건넜다는‘탄식의 다리’. 그 아래 좁은 수로 위를 베니스의 상징인 곤돌라가 여유롭게 떠간다.새들의 세상이었다. 베니스의 명소인 산 마르코 광장은 언제 가도 비둘기 천지였다. 도시 전체로 번져가는 전염병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아센바흐가 가로지르던 광장을 거닐 때, 노천카페의 악단이 영화 ‘모 베터 블루스’의 테마곡을 멋지게 연주했다. 비둘기들이 힘차게 공기를 가르며 관악기가 쏟아내는 음표 사이를 저공 비행할 때마다, 아이들의 즐거운 비명도 솟아올랐다. 새의 날갯짓과 어린이의 웃음소리와 브라스 밴드의 음악, 그리고 저 멀리 바다에 떠 있는 곤돌라 위의 연인들. 이보다 더 낭만적인 풍경이 있을까. 그러나 춤을 추는 사람 모두가 즐겁진 않은 법. 광장 구석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노인은 비둘기가 날아오를 때마다 찡그리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고 보니 손 어깨 머리 등 어디나 앉는 새들은 이악스러웠다. 1유로짜리 모이를 산 관광객이 채 펼치기도 전에 달려들었다. 받은 팁만큼 음악을 뽑아낸 브라스 밴드는 악기를 내려놓았고, 잠깐의 낭만을 선사한 곤돌라 사공은 웃돈을 요구했다. 그리고 흐려진 노안(老眼)에, 아이들은 유난스러웠다. 결국 되돌아왔지만, 아센바흐는 신발 끄는 소리와 긴 그림자를 남기고 전염병이 창궐하는 베니스를 떠나려 했다. 소리와 그림자 외에, 떠나는 자의 뒷모습이 남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깊을수록 고독한, 섬. 섬은 한적했다. 남북으로 좁고 긴 베니스 리도섬은 아센바흐가 묵었던 곳이다. 그가 투숙했던 ‘호텔 데 뱅’(Hotel Des Bains)으로 갔다. 이곳의 레스토랑과 카페와 엘리베이터에서 그는 타치오와 수 차례 마주치면서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다. 삐걱거리는 나무 복도를 지나 1층 카페로 들어가서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함께 나온 초콜릿 입힌 딸기를 보니, 딸기 하나를 먹고도 냅킨으로 깔끔하게 닦아 냈던 아센바흐가 떠올랐다. 손꼽히는 휴양지 리도섬은 여기서 열리는 베니스 영화제 기간에만 방문해서였는지 썰렁한 분위기가 익숙지 않았다. ▲ 산 마르코 광장을 뒤덮은 비둘기떼.비 뿌리는 해변엔 아무도 없었다. 아센바흐가 타치오를 무망하게 바라보던 바닷가에는 파란색 간이 의자들이 접혀진 채 열 맞춰 늘어서 있었다. 함께 있어도 외로운 것들이 있다. 늦은 오후, 우산도 없이 모래사장을 걸었다. 물이 땅에 남긴 흔적 위에 다시 인간의 흔적을 보태는 것은 망설여지는 일이었다. 아무리 곧게 걸으려 애써도, 돌아보면 발자국은 늘 어지럽다. 누구보다 이성적으로 살아온 독일인 아센바흐는 삶의 마지막 여행에서 어린 소년에게 매혹되어 극심한 혼란을 경험한다. 모래가 기억하는 비, 삶이 추억하는 여행. 여행이 가치있다면, 그건 끊임없이 움직이는 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해가 나면 모래는 곧 비를 잊는다. 그리고 삶은 끝내 웅덩이를 이루며 고인다. 흐린 하늘이 더욱 어두워졌다. 열정도 권태도 모두 집어삼키고서 시간의 웅덩이에서 영겁회귀하는, 밤. 밤이 서린다. 베니스의 굽은 골목길마다. 베니스를 떠나기 전날 밤 12시, 거리로 나섰다. 밤의 농도는 촉각으로 다가왔다. 아센바흐의 타치오에 대한 매혹의 정체는 뭘까. 동성애적인 그 감정은 이성의 신봉자였던 그가 투항하게 된 열정의 상징일 수도 있고, 예술가인 그가 빠져들 수밖에 없는 절대적 아름다움의 표상일 수도 있다. 베니스 골목길은 좁고 어두웠다. 운하를 만나면 길이 끊어지기도 했다. 낮에도 헤매기 일쑤인 베니스에서 밤의 골목길은 미로 그 자체였다. 그가 타치오를 미행하던 작은 운하길, 디에트로 라 페니체를 찾아 헤맬 때, 후미진 골목길로 방향을 틀었다가 예기치 않은 광경과 마주쳤다. 운하에 맞닿은 기둥에 기대선 채 격렬한 ‘행위’에 탐닉하던 남녀는 낯선 자가 나타나자 고개를 숙인 채 얼어붙었다. 더 당황한 행인은 왔던 길을 서둘러 되돌아갔다. 밤은 차가웠다. 그러나 적어도 밤은 겪어내고 견뎌내야 하는 시간은 아니었다. 자정을 넘긴 디에트로 라 페니체에서 어둠은 안온했다. 타치오가 건넜던 작은 다리 위에 서서 내려다보는 운하엔 가로등 불빛이 잉크처럼 번지고 있었다. 죽음의 그림자를 목도하고도 베니스를 떠나지 못했던 아센바흐는 결국 노년의 초입, 뜨거운 태양 아래서 숨을 거뒀다. 그러나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버나드 쇼의 말이 떠올랐다. 모든 일을 용서받는 청년기는 아무것도 스스로 용서하지 않으며, 스스로 모든 일을 용서하는 노년기는 아무것도 용서받지 못한다. 열여덟 편 영화의 궤적을 좇았던 긴 여행은 베니스의 폐곡선 같은 미로 속에서 마지막 장을 맞았다. 길은 모두 세계의 끝으로 통한다고 믿었지만, 어떤 길은 그 안에서 꼬리를 물고 맴돌았다. 이젠 정말 여행을 끝낼 때가 되었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과연 여정도 끝이 날까. 저 멀리서 누군가 가방을 끌며 뒤늦게 숙소로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바퀴가 달렸지만, 무거운 가방 소리였다. 아무도 오지 않는 다리에 서서 메마른 눈동자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지금 눈앞에서 검게 빛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저, 물. ‘베니스에서 죽다’는 이탈리아 거장 루키노 비스콘티의 1971년작이다. 작곡가 아센바흐는 휴식을 취하러 베니스에 갔다가 가족 여행중이던 열네살 미소년 타치오를 발견하고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다. 끝내 말 한 마디 나누지 못하지만, 매혹된 아센바흐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베니스를 떠나지 못한 채 결국 죽음을 맞는다. 말년에 이르러 탐미적 경향이 짙어진 비스콘티 작품세계를 또렷이 보여주는 걸작. 베니스의 빼어난 풍광을 담은 몽환적인 영상이 시종 관객을 사로잡는다. ★여행박스=베니스는 ‘물의 도시’란 별명으로 잘 알려진 유럽의 대표적 관광 도시다. 해상무역을 통해 중세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이 수상 도시는 버스와 택시에서 경찰차까지 모든 교통수단이 배로 되어 있다. 카날 그란데로 불리는 대운하와 150여개의 작은 운하들 사이사이로 좁은 골목길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비둘기 떼로 뒤덮인 산 마르코 광장과 강성했던 베니스의 영화(榮華)를 엿볼 수 있는 산 마르코 대성당이 최고 명소. 대운하 한 가운데 버티고 선 리알토 다리는 베니스를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방문하는 곳이다. 다리 근처에선 각양각색의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과 전통 시장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라노 글라스’의 원산지인 무라노섬,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섬도 들를 만 하다.
- (권소현의 일상탈출)⑨이마에 찍힌 붉은 점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한낮에 푸쉬카르 호수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태양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뜨거웠다. 호수를 빙 둘러싸고 있는 시멘트 계단도 후끈 달아올라 아래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만만치가 않았다. ▲ 전선줄에 빼곡하게 앉아있는 참새들그래서인지 모든 게 조용했다. 호수 가운데 있는 작은 섬과 육지를 잇는 전선줄에 참새가 빼곡하게 앉아있는데도 소음이 없다. 호수에 잔잔한 물결만이 눈에 띌 뿐이다. 호수를 따라 돌다 보니 가트가 나온다. 성스러운 물에 영혼의 때와 마음의 죄를 씻어버리려는 힌두인들은 땡볕 아래서 말없이 의식을 행하고 있다. 조용히 꽃을 물에 띄워보내고 물에 몸을 담그며 기도를 올린다. 이 조용한 성지가 좋았다. 이 풍경과 이 분위기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 싶었다.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그런데 갑자기 저쪽에서 호통을 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니 저쪽 멀리서 뚱뚱한 아저씨가 팔을 엑스로 겹쳐서 보여주며 소리를 지른다. 아마도 사진을 찍지 말라는 뜻인듯 하다. 바라나시의 화장가트나 힌두사원 같은 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이곳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고 언질을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래도 뜨끔한 마음에 얼른 사진기를 가방에 넣고는 다른 곳을 보면서 딴청을 피웠다. 그런데도 저쪽에서 계속 소리를 지른다. 힐끗 쳐다보니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하는 듯 하다. 영문도 몰랐고 별로 끌리지도 않았지만 그 아저씨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가 궁금해서 일단 건물 모서리를 돌아 아저씨 앞에 섰다. ▲ 푸쉬카르 호주 가트에서 꽃을 띄우고 기도를 하는 인도인들들어보니 원래 이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안되지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패스포트(passport)를 주겠다는 얘기를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했던 것이다. "잇스 프리(it's free), 프리, 프리"라면서 무료라는 부문을 몇 번이나 강조하면서 말이다. 뭔가 미심쩍었지만 일단 무료라는 말에 아저씨를 따라 가트의 시멘트 계단에 앉았다. 일행은 세명인데 각자 흩어져야 한단다. 서로 멀직이 떨어진 자리를 지정해주고는 가서 앉으라는 제스추어를 취한다. 시키는대로 쭈뼛쭈뼛 가서 앉았더니 세명의 남자가 꽃과 빨간 가루, 쌀알이 담겨진 작은 쟁반을 들고 나타났다. 그중 한 남자가 옆에 와서 앉았다. '무슨 이상한 의식을 행하려나..' 덜컥 겁이 났다. 정신적인 스승을 찾으러 인도를 찾았다가 사이비 수행자를 만나 감금과 폭행을 당하고 정신병자가 되어 끌려다니거나 손발이 잘려 앵벌이를 하고 있는 경우도 있더다라는 식의 끔찍한 얘기를 들은터였다. 일단 이 남자는 무표정하게 가족이 몇 명인지, 결혼은 했는지를 묻는다. 인도에는 언제 왔으며 얼마나 머물 것인지, 다음 행선지는 어디인지를 말하란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듯 성의없이 질문을 툭툭 던진다. 그러더니 이제 자기가 하는 말을 따라하란다. "아버지의 건강을 빌고, 어머니의 건강을 빌고, 동생의 건강을 빌고, 나의 건강을 빌고..." "아버지의 건강을 빌고, 어머니의 건강을 빌고, 동생의 건강을 빌고, 나의 건강을 빌고..." "아버지의 영적 평화를 바라고, 어머니의 영적 평화를 바라고, 동생의 영적 평화를 바라고..." "아버지의.. 뭐라고 그랬었지?? " "영적 평화" "아.. 아버지의 영적 평화를 바라고, 어머니의 영적 평화를 바라고, 동생의..."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아버지의 OOO를 바라고, 어머니의 OOO를 바라고, 동생의 OOO를 바라고.." 도저히 OOO부분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몇 번을 물어도 영어단어가 아니거나 내 머리속에 들어있는 어휘의 범주를 벗어나 있는 단어인듯 하다. 비슷한 발음으로 대충 넘겼다. ▲ 푸쉬카르 호수의 한가로운 풍경이런 문구 몇 개를 더 따라하게 만들더니 이제 영적인 자유를 얻었다며 빨간 가루를 물에 개어 쌀알 몇톨을 섞어 이마에 꾹 찍어준다. 이왕 찍어주는거 연지 곤지 다 찍어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우스꽝스러워질 것 같아서 참았다. 다음 의식은 쟁반 위에 있던 꽃을 호수 위에 띄우는 것이다. 주황색 금잔화를 손에 얹어주길래 짧은 기도와 함께 물에 곱게 띄워보내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이제 패스포트를 주겠단다. 드디어 목표물을 손에 쥐는구나 싶었다. 길거리에서 긴 설문조사 열심히 답해주고 마지막에 기념품을 받기 전의 느낌이랄까. 그런데 지금까지 드린 기도는 기부금을 내야 효력이 있기 때문에 많이 낼 수록 좋은데 최소 300달러는 내야 한단다. 그럼 그렇지..무료일리가..그런데 금액이 너무 높다. "300루피가 아니고 300달러? 확실히 달러 맞아?" 몇 번을 확인해도 천연덕스럽게 "US달러 몰라? 달러?" 이러면서 아예 주머니에서 1달러를 꺼내서 보여준다. 어느 여행자에게 갈취한 것이 틀림없다. 푸쉬카르에서 묵었던 게스트하우스 더블룸의 하루 숙박비가 200루피였다. 한국 돈으로 하면 4000원 정도다. 물가가 이런 수준인데 장난 같은 의식을 해주고는 30만원을 내라는 것이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다른 일행들을 소리쳐 불렀다. 큰 소리로 부르자 이 남자는 다급하게 막아섰다. 눈을 부릅 뜨고서는 의식중에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면 불행이 닥친다고 경고를 날린다. 두명 모두 아직도 주문을 외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쳐다보지도 않는다. 일단 달러도 없고 인도 루피도 많지 않다고 둘러댔다. 꼭 내야 한다는 최소 기부금 액수가 300달러에서 200달러, 100달러로 계속 떨어졌다. 그래도 복지부동이자 한숨을 푹푹 내쉰다. 영락없는 장삿꾼 표정이다. 이제는 루피로 협상을 시작한다. 1000루피에서 시작해서 점점 떨어졌다. 계속 반응이 없자 얼마를 낼 수 있냐고 물어본다. "가난한 배낭여행자라 돈이 없거든. 30루피 이상 못 내" 딱 잘라 말했더니 그거라도 내란다. 지갑을 열었더니 잔돈이 없다. 결국 50루피를 강탈당하고서야 자유로운 몸이 됐다. 일행에게 갔더니 한창 협상에 접어든 상태다. 둘다 지갑을 안 가져왔다고 버텨서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어넣었던 10루피 지폐로 해결하고는 패스포트를 얻었다. 실 몇가닥을 꼬아놓은 팔찌다. 생각해보니 나는 기부금을 가장 많이 내고도 패스포트를 못 얻었다. 냅다 달려가 팔찌를 내놓으라고 했더니 마지못해 준다. 앞으로 이 팔찌가 있으면 가트 어느 곳에서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 머리에 빨간 점을 찍고 손목에 노란색과 붉은색으로 짠 팔찌를 하고 있으려니 진짜 힌두교도가 된 느낌이다. 아까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고 호통쳤던 남자와 기부금 안내면 불행이 닥친다고 진지하게 협박했던 이들은 이제 평범한 인도 남자들로 돌아와 같이 사진을 찍자고 난리다. 사진이 잘 나오는 장소까지 가르쳐주며 안내한다. 이것도 사기당했다고 해야 하나..어찌됐든 인도 여행 내내 50루피 주고 얻은 패스포트를 손목에 차고 어느 도시를 가든 당당하게 가트를 걸어다녔다. ▲ 한낮의 푸쉬카르 호수, 조용하고 한가롭다.
- (머니팁)우리銀 "예금들고 의료비 보장 받으세요"
- [이데일리 김상욱기자] 우리은행은 상해·질병 등 사고에 대해 입원의료 실비를 보장해 주는 건강관리형 정기예금인 `뷰티플라이프 정기예금`을 5일부터 판매한다고 밝혔다.개인만이 가입할 수 있으며 가입금액은 500만원 이상이다. 이자지급 방법에 따라 만기일시지급식과 원리금분할지급식으로 나뉜다. 만기일시지급식의 경우 가입기간은 경우 1년 이상 연단위로 제한이 없다. 금리는 연 4.60%며 인터넷으로 가입하면 연 0.1%를 추가로 지급한다. 또한 1년후 가입기간 회전시 연0.1% 추가금리를 제공한다.원리금분할지급식은 1개월, 3개월 또는 1년마다 원하는 지급기간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나눠받을 수 있는 연금형태의 상품이다. 금리는 거치기간에는 연 4.60%, 원리금지급기간에는 연 4.40%가 적용된다.가입기간은 최장 8년 이내에서 거치기간(최장 3년)과 원리금지급기간(최장 5년)을 나눠 운용할 수 있다. 특히 이 상품은 3000만원이상 가입고객 중 만 15세 이상 만 65세 미만 고객에게 가입기간중 질병, 상해 등 각종 사고로 발생한 입원의료 실비를 최고 3000만원까지 보장하는 보험에 무료로 가입해 준다. 이 서비스는 본인부담 입원비는 물론 입원기간중의 식대, 선택진료비, 의사소견서를 첨부한 CT, MRI, 초음파 진단료가 포함되며 LIG손해보험과 제휴를 통해 제공된다. 그밖에 우리은행은 웹투어와 제휴해 이 상품에 가입한 고객에게 국내외 고품격 맞춤여행에 대한 안내, 예약, 여행정보 제공 서비스를 실시한다. 여행상품 구입시 최고 5% 할인된 가격과 함께 여행지역에 따라 가방, 와인, 꽃바구니 등 사은품도 제공한다.
- (권소현의 일상탈출)③노 프라블럼!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델리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시크교도들의 성지인 암리차르로 향했다. 일반 기차로 10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지만 셔따띠브 익스프레스로는 5시간이면 간다. 기차시간에 맞추려 새벽부터 부산을 떤 탓에 졸립기는 했지만 에어컨 기차에 개별석인데다, 식사까지 제공되는 특급 기차를 타본다는 설레임에 냅다 플랫폼까지 달려갔다. 델리에서부터 하늘이 우중충하더니 기어이 빗방울이 차창을 때린다. 암리차르역에 도착해서 보니 빗방울은 그새 빗줄기가 됐다. 나의 빨간 우산이 그리웠다. 한국에서 가져온 작은 3단 우산을 남부 고아에서 도둑맞았다. 큰 배낭 옆 주머니에 쏙 들어가 여행 내내 그렇게 옆에 꼿고 다녔는데 고아 마드가오 역에서 점찍은 숙소까지 잡아탄 오토바이 택시 운전사가 숙박비를 협상하고 있는 사이 짐을 옮겨놔주면서 슬쩍한 모양이다. 괜히 그 뚱뚱했던 오토바이 운전사가 원망스러워진다. 이상하게 암리차르역에는 릭샤왈라들이 없다. 인도 어느 역을 가나 바가지 씌우기 쉬운 외국인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이면서 달라붙는 왈라들이 득실거리기 마련인데 이상하다. 대충 둘러보니 주차된 오토릭샤도 별로 없다. 터번을 두른 아저씨가 다가와 어딜 가냐고 묻는다. '골든템플'이라고 했더니 가잔다. 물론 오토릭샤겠지 했는데 싸이클릭샤란다. 끌고 온 싸이클릭샤, 지붕이 있긴 한데 좀 짧아서 비가 다 들이친다. 이미 의자에도 물기가 흥건하다. 타려다 멈칫 했더니 '노 프러블럼(No problem)'이란다. 수건으로라도 닦아주겠지 하고 기다렸는데 계속 타라는 손짓만 한다. "내가 보기엔 프러블럼이 많다구요. 여기 물기 있는거 안 보여요?" 그래도 이 릭샤왈라는 계속 "노 프러블럼" "노 프러블럼".. l내가 졌다. 결국 모자를 깔고 올라탔다. 골든템플에 도착했을때 치마는 벌써 젖었고 참다못해 무릎위에 비막음으로 올려놓은 가방까지 축축해졌다. 이거 보라면서 투덜거리는 내게 릭샤왈라는 뒷통수에 대고 끝까지 "노 프라블럼"으로 작별인사를 했다. ▲ 아그라에서 탔던 싸이클릭샤. 언덕이 나오자 릭샤왈라가 내려서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고 있다타지 마할이 있는 아그라에서였다. 밤버스를 탄 탓에 새벽에 도착했다. 긴 일정만큼이나 배낭도 커져서 쌀가마니가 돼 버렸다. 여기에 앞으로 멘 가방, 옆으로 멘 가방까지 짐 무게에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내리자마자 릭샤왈라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 대부분 일일 관광을 하라는 얘기다. 타지마할과 아그라성, 몇 몇 유적지를 자기 오토릭샤로 하루동안 둘러보는데 1인당 300루피 정도 달란다. 그저 아그라 기차역까지 가고 싶었던 것 뿐인데 도저히 그렇게 가주지는 않을 듯 했다. 배낭이 무거웠지만 이들을 뿌리치고 무작정 걸었다. 싸이클릭샤가 앞에 멈춰서더니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아그라포트역!'이라고 대답은 했지만 속으로는 '이 많은 짐을 싣고 어떻게 자전거로..' 하는 생각에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싸이클릭샤 왈라는 노 프라블럼이란다. 당장 바로 앞이 언덕인데도, 마른 사람 두명이 간신히 앉을 만큼 의자가 좁은데도 노 프라블럼만 반복한다. 대체 짐은 어디다 실으라는 건지, 어떻게 저 언덕을 올라간다는 건지.. 배낭은 뒤에 어찌 어찌 매달더니 작은 가방은 안고 타란다. 두 명이 좁은 의자에 간신히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릭샤왈라는 목에 핏줄이 설 정도로 힘을 쏟으며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언덕이 나오자 내려서 싸이클릭샤를 천천히 끌고 올라갔다. 시간은 좀 걸렸지만 결국은 아그라역에 도착했다. 정말 '노 프라블럼'이네... 어디서든, 어떤 상황에서든 인도인들은 '노 프라블럼'을 외친다. 인도인들의 '노 프라블럼' 철학은 수많은 여행기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정말 입에 달고 산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이 한마디로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한다. 나도 어느새 `노 프라블럼`의 철학에 물들어 가고 있었다. 기차가 연착해서 1시간이나 늦는다는 방송이 나왔을때도 '노 프라블럼, 1시간 연착이면 양호하네.. ' 100달러짜리 한장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을 때에도 '노 프러블럼, 좀 더 아껴쓰면 되지..' 돌아올때 잠깐 머문 일본에서 비행기를 놓쳐서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을때도 나도 모르게 속으로 '노 프러블럼, 공항에서 하루 노숙 못할까...' 왠지 '노 프라블럼'을 중얼거리면 안 되는 것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인도 델리로 입국해서 첫 이동 도시 푸쉬카르로 가는 버스가 예정시각 보다 두시간 늦게 출발한 것에 화를 내며 초조해했던 내가 말이다. 인도인들이 내게 가르쳐준 첫번째 만트라, 그것은 '노 프라블럼'이다.
- 쇼핑에 미친 男자들
- [조선일보 제공] 쇼핑이 여성의 전유물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운동화 하나 사려고 백화점 꼭대기 층부터 차례차례 내려오며 모든 코너를 샅샅이 도는 ‘꼼꼼남’이 있는가 하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눈으로만 보고 즐기는 ‘아이쇼핑족’까지 유형도 가지각색. “쇼핑은 내가 남과 달라질 수 있는 권리”라며 여자보다 쇼핑을 더 잘하는 남자들의 노하우를 들었다. ◆그릇이랑 사는 서른네 살 남자, 김기환씨 인테리어, 영화미술, 푸드 코디네이터, 플로리스트까지 하는 직업이 많은 이 남자. 그의 쇼핑 목록 1호는 그릇이다. 7개월 전 분당에 스페인 식당 ‘델 시엘로’를 연 건 7년간 수집한 1000여 점의 그릇 덕분이다. 해외여행에선 그 나라만의 독특한 색깔이 묻어 있는 찻잔이나 그릇을 산다. 명품 그릇은 면세점을 이용하지만, 민속 공예품들이 많은 거리 상점이나 벼룩시장도 반드시 들른다. “군더더기 장식이 많지 않은 걸 골라요. 순백의 백자를 좋아하는데, 특히 초보는 무늬 없는 그릇으로 시작하는 게 좋아요.” 단골가게는 남대문 대도상가 4층에 있는 ‘형제주방’, 경기도 이천의 ‘고산요’를 비롯해 동대문 두타 지하의 그릇상가. 이태원 앤틱숍도 시간 날 때마다 둘러본다. 백화점은 가격이 비싸지만 가끔 그릇 하나가 빠진 세트 제품을 싸게 파는 경우도 있다. 그릇은 질감을 확인하는 게 중요해 오프라인 매장을 선호한다. ◆모자와 가방은 ‘밸리’에서! 마케팅맨 박재영씨 ‘MLB’나 ‘KANGOL’, ‘John Deere’ 등의 모자를 즐겨 쓰는 ‘엠플’ 쇼핑몰 마케팅 팀의 멋쟁이. 낡아서 버린 것 말고도 모자가 30개, 가방이 20여개. 명동 롯데 영플라자의 ‘Lids’가 단골가게. 루이까또즈의 녹색 빅 토트백이 가장 비싸게 구입한 제품.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샘플로 나온 것을 흥정해 40만원 줬다.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같은 스포츠브랜드 숍의 편한 가방 종류도 즐긴다. 힙합 스타일을 추구하는 박씨에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소품.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 박씨의 쇼핑 노하우는 대형 매장이나 광고를 옴팡지게 하는 대형사이트보다 골목골목 숨어 있는 ‘밸리(valley)’, 개인 블로거들의 ‘즐겨찾기’에 숨어 있는 사이트를 공략하는 것. 백화점은 갤러리아 매대, 압구정 ‘DC’, 명동은 파라디소(코즈니 건물 3층), 홍대는 고기골목 옆 패션밸리(스타벅스 맞은편 골목 쪽의 프리마켓들), 동대문은 ‘청대문’ 5,6층, 이화여대는 ‘1300K’부터 그 안쪽 골목을 쏘다닌다. 무슨 상품이 업데이트 될지 모르는 곳을 뒤지는 것이 온라인 쇼핑의 매력! ‘www.geopass.com’ ‘www.spoonhouse.com’과 팬시와 문구가 많은 ‘dutyfree365.com’, 빈티지 샵 ‘www.nirvanhwa.com’, 힙합의류 전문 쇼핑몰 ‘www.premiumshop.co.kr’을 즐겨찾는다. ◆청바지에 미친 남자, 회사원 박용근씨 박씨의 쇼핑 아이템은 ‘영원한 젊음의 상징’인 청바지와 티셔츠. 청바지가 장롱에 15장이나 쌓여있다. 가장 애착을 갖는 건, 동대문에서 산 디젤 ‘짝퉁’ 청바지. 제일 비싸게 산 건 17만 원짜리 버커루 진이다. 청바지를 고르는 큰 기준은 색상, 워싱 상태, 피팅 감. 요즘은 스키니 진이 유행이라 다크 색상의 약간 타이트한 제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박씨는 “유행이라고 아무나 스키니 진을 시도하면 낭패”라고 귀띔한다. 일단 청바지를 멋지게 소화하려면 자신의 체형을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경우 아랫배가 약간 나온 스타일이라 로라이즈 진에 부츠컷으로 체형의 결점을 보완한다. 허벅지가 굵은 경우도 부츠컷이 괜찮다. 밑으로 퍼지는 스타일이라 시선이 분산되기 때문이다. 또 다리가 짧은 경우는 밑위가 짧은 로라이즈 진이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한다고. 뚱뚱한 사람은 헐렁하게 입으면 더 뚱뚱해 보이므로 약간 조이는 청바지를 입는 게 좋다. 청바지에 가장 어울리는 윗옷은 흰색 셔츠라고 단언한다. 청바지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즐비한 진 매장들을 이용한다. ‘GQ’ 같은 남성잡지를 통해 미리 감각도 익혀둔다. ▲ 전세계 재미있는 그릇을 사모으는 게 취미인 김기환씨. 그릇뿐 아니라 신발, 시계, 안경도 수집하는 김씨는“술 안마시고 쇼핑하는 게 훨씬 더 즐겁다”는 쇼핑 마니아.◆쇼핑을 놀이처럼, 서울대생 전성호씨 따로 집중하는 쇼핑 아이템은 없다. 가방이면 가방, 셔츠면 셔츠 등 “필이 꽂히는 대로” 관심을 옮겨간다.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을 선호해 한 번 쇼핑을 나가면 3시간 이상 돌아다닐 정도로 지구력 강한 청년. 대신 쇼핑을 나가기 전 ‘세컨몰(www.secondmall.co.kr)’ ‘간지나라(www. ganzinara.com)’ 같은 패션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신제품 스타일을 확인한다. “사실 TV는 유행의 끝물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잡지도 직장인들이 타깃이라 저희 또래에는 잘 안맞아요.” 명동의 ‘파라디소’나 ‘유니클로(영플라자 6층)’ 등 점원이 적거나 없는 매장을 주로 이용한다. 물건을 편안한 마음으로 둘러보고 싶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선 ‘패션플러스(www.fashionplus.co.kr)’나 ‘스푼(www.spoon.co.kr)’에 자주 들러 감각을 익힌다. “쇼핑 잘하는 남자가 되려면 일단 다리 힘을 기르셔야 해요. 걷는 게 싫어 아무 옷이나 집으면 나중에 반드시 후회하니까요.”
- 7월 물가 2.3%상승..불안요인 상존(상보)
-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지난 7월 소비자 물가가 전반적인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계속되는 국제원유가격 상승과 정부의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 방침시사 등 불안요인은 아직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소비자 물가는 고유가로 석유류와 화장품류 등 공업제품과 도시가스, 전철요금 등 공공서비스 부문은 올랐지만 농축수산물이 과실류와 축산물을 중심으로 하락하면서 물가 안정을 주도했다.그러나 석유류는 국제유가 상승 등으로 전년동월대비 7.5%상승했고 공공서비스 부문도 전년동월대비 4.3%나 상승해 향후 물가상승의 불씨는 남아있는 것으로 조사됐다.통계청이 1일 발표한 `7월 소비자 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의 물가는 전년동월대비 2.3%상승, 지난해 6월 2.7%를 기록한 이래 13개월째 2%대를 유지했다.최근 이데일리가 실시한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에서는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2.7%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 바 있다. 최고 예상치는 3.1% 상승, 최저 예상치는 2.4% 상승이었다.전월비로는 농축산물이 장마의 영향으로 과실류, 축산물을 중심으로 전월대비 0.5%하락했고 공업제품은 0.2%, 집세 0.1%, 공공서비스는 0.9%씩 각각 상승했다.품목별로 살펴보면 전월과 비교해 상승한 품목은 상추(53.2%), 열무(36.6%), 호박(29.7%), 오이(16.1%), 깻잎(8.1%), 샴푸(7.9%), 승용차임차료(6.9%), 도시가스(6.7%), 경유(3.9%), 전철요금(3.1%) 등이었다.반면, 감자(25.1%), 참외(20.0%), 파(18.1%), 수박(12.9%), 여행용가방(9.3%), 풋고추(5.0%), 무(4.5%), 아이스크림(4.4%), 습기제거제(4.2%), 과실통조림(3.7%), VCR(3.1%) 등은 전월에 비해 하락했다.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전년동월대비 2.9%올라 지난달에 진입했던 3%대에서 다시금 2%대로 내려왔다.또한 통화정책의 지표가 되는 근원인플레(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는 지난달과 동일한 전년동월비 2.2%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 7월 2.1%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지역별 물가를 살펴보면 부산, 전북, 경북, 충북 등은 전체 도시평균인 0.2%보다 높았고 서울과 경기는 0.1%상승했다. 또 전주, 군산, 포항, 구미, 천안, 제주 등은 전체 도시 평균보다 높았으며 성남과 공주는 전월과 같은 수준(2.7%)인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경유가격 급등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이처럼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가통계에서 휘발유나 경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1%와 0.15%로 미미해 전체 물가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한성희 통계청 물가통계과장은 "지난 7월 하순에 집중호우로 채소류가격이 급등했지만 초순과 중순에는 장마의 영향이 안나타났다"며 "축산물은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하락했다"라고 말했다.한 과장은 또 "8월에는 7월 하순에 나타났던 장마의 영향이 더욱 나타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면서 "7월 하순 장마의 영향이 8월에는 더 많이 나타나겠지만 8월 중순과 하순에 날씨가 좋아지면 8월 물가는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