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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릭! 새책)김봉수 KRX이사장이 말하는 채권시장은?
-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자금의 조달과 운용에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채권시장에 대한 연구는 전문 분야로 간주돼 일반인들에겐 어렵게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투자와 재테크와 관련한 관심과 연구는 주식시장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펀드와 재테크에서 채권은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상품이기도 하다. 채권시장에 대해 업계 종사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 보다 알기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알파에서 오메가까지 소개한 책이 출간됐다. 새책 `한국 채권시장의 실제와 이론`(사진)은 김봉수 한국거래소(KRX) 이사장과 정희준 전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의 공저로 출간됐다. 김봉수 이사장은 작년말 공모를 통해 한국거래소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의 표결로 최종 선출됐다. 한국거래소 출범 이후 순수 증권업계 출신 인사가 수장에 오른 것은 김봉수 이사장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김봉수 이사장은 옛 쌍용투자증권, SK증권 등을 거쳐 지난 99년 온라인 증권사 키움닷컴증권 창립멤버로 참여해 2001년 3월부터 올 4월까지 8년여간 대표직을 수행했다. 특히 신생 키움증권을 브로커리지 부문 1위 증권사로 끌어올리는 돌풍을 일으킨 인물이라기도 하다. 따라서 김 이사장이 채권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에겐 `한국 채권시장의 실제와 이론`이란 책은 한번쯤 눈여겨 볼 만 하다. 새책 `한국 채권시장의 실제와 이론`에선 김 이사장이 채권시장에서 오랜기간 실무를 직접 담당하며 시장발전에 대한 소명과 학문적 관심을 담았다. 쉬운 언어로 채권시장의 현상과 배경, 행간의 의미까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오늘의 시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저자는 채권시장의 발전은 자금의 조달과 운용, 이를 통한 산업의 성장이라는 결실과 분배를 통해 경제주체들과도 상호 교감을 크게 하면서 시대의 요구를 수용하고 발전하는 과정이었다고 소개한다. 채권의 의미에서부터 분류체계, 이자의 발생과정과 평가 등 채권의 기본적인 이론은 물론, 거래시스템 등 제도를 채권 구조에 근거해 일관적이고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채권수익률과 채권가격과의 관계를 비롯, 가치 평가에서도 실례를 들어가며 꼼꼼히 전함으로써 독자들의 쉬운 이해를 돕고 있다. 우리나라 채권시장의 발전과정을 소상히 알 수 있도록 했다는 것도 특징이다. 채권의 기본이론과 구조화 채권, 이자율 및 통화스왑 등의 파생상품에 대한 이론 및 평가와 더불어 한국채권시장의 발전과정 및 제도변천사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도 한국 채권시장의 발행시장과 유통시장 구조, 이들 제도의 메카니즘 및 주요 규정 및 제도에 대한 자세한 언급으로 채권시장을 폭넓고 깊게 이해할 수 있다. (코리아본드웹 출판/ 김봉수·정희준 공저/ 710쪽/ 3만3000원)
- (국제협상 25시)UAE원전 수주 성공, 제발 그만 떠들자
- [이데일리 박상기 칼럼니스트] UAE 47조 원전 사업 수주로 온 언론이 떠들썩하다. 그리고, 대통령으로부터 시작하여, 전 국무총리의 협상 무용담이 언론을 도배질하고 있다. 국가 최고 통치권력이 직접 발벗고 나서서 협상전략을 기업에 코치하고, 아랍의 왕세자를 감복시키고, 각종 위기 상황에서 절묘한 각종 협상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여 우리나라 해외건설 역사상 최대규모의 단일 건설수주 건을 따 내었다는 얘기다. 정말 대단한 성과이자 업적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금번 수주에 크고 작은 기여를 한 모든 분들에게 치하와 축하를 드려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나, 금번 사업건은 단순한 상품 판매계약이 아니라, 최초 발주 계약서에 상호 합의한 그대로 사업이 완료된다는 보장이 힘든 대규모 장기 토목공사이다. 더욱이. 프랑스와의 협의가 이미 끝났다 하고선 우리측의 뒤늦은 구애에 못이기는 듯, 추가 가격인하와 각종 사업협력과 외교국방 협력을 덤으로 얻어냈다. 프랑스와의 기존 계약합의를 과감히 번복하는 협상전술을 거리낌 없이 구사하는 아랍 상인들의 의외로 치밀하고도 매몰찬 협상 태도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다 끝난 것으로 여겨 요란스레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지만, 47조원 원전사업의 실질적인 협상은 이제서야 본격적인 협상라운드에 돌입한 것으로 보는 게 오히려 맞다. 이 부분, 중동지역에서 직접 건설사업을 수주하고 진행한 장본인인 이명박 대통령께서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계시리라 확신한다. 즉, 중동과의 비즈니스 협상이란 계약서에 사인했다고 끝난 게 결코 아니며, 따라서 앞으로 상당기간 실제적인 쌍방간의 다양한 협상의제가 남아 있는 진행중인 협상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아직 종결되지 않은 협상, 적어도 기존 계약 내용을 끊임없이 흔들어 실속을 챙기는 협상전략 구사가 상당히 능하다고 알려진 그들이다. 지금처럼, 누가 무슨 협상전략을 어떻게 구사하여 어떤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라고 제 입으로 온 세상에 떠버리는 협상참여 당사자나 일부 언론의 태도는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우리는 끝나지 않은 협상을, 스스로 성공협상이라 자부하며 그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우리가 어떤 협상 전략전술을 구사했는지 자랑스레 떠들어대다 된서리를 맞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중에서도 한미FTA협상은 그 대표적인 현재 진행중인 사례이다. 아직도 미 의회의 책상에서 수년 묵은 먼지를 뒤집어 쓴 체 공전하고 있으며, 미 의회 비준 협력을 빌미로 우리 정부와의 외교협상에서 크고 작은 양보를 꺼 집어 내는 데 약방의 감초처럼 미국 정부가 활용할 수 있었던 배경중의 하나는, 바로 우리의 섣부른 공치사와 언론 공개가 낳은 소치가 결코 작지가 않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할 것이다. 2009년 무역결산을 해 보니, 우리 나라가 이제 세계 아홉번째 경제대국으로 랭크 되었다고 한다. 다시 말해, 유사 이래 최초로 세계 열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대국으로 당당히 선 것이다. 실로 기적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통한 수탈과 한국전쟁으로 피폐할 대로 피폐해진 한국은 선진부국의 원조에 기대야 겨우 연명이나 하는 최빈국으로 출발한지 불과 반세기 만에 달성한 위업이니 우리 스스로도 충분히 대견해 할 만하다. 자동차, 전자, 중공업, 조선, 철강 등 주요 산업에서 피나는 노력과 숭고한 희생을 바탕으로 기존의 기라성 같은 글로벌 기업들을 하나씩 뒤로 물리치며 확고한 강자로 하나씩 자리매김해 나가고 있으며, 그 영역은 나날이 확대되어 갈 것이며 확대 되어야 할 것이다. 정말 문자 그대로 국운이 떨쳐 나간다는 것을 핏줄이 떨릴 만치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동이다. 그러나 동시에, 지난 반세기 동안 구미 경제대국들의 경쟁대상이 될 수 없으리라 여겼던 대한민국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 바로 그 경제대국들과 거대한 이권을 다투는 무서운 경쟁자로 부각하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정부를, 대한민국의 기업을 진정으로 염려해 주고, 배려해 주는 국가나 기업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냉혹한 글로벌 비즈니스 전쟁에 아무런 특혜나 어드밴티지 없이 맨몸으로, 실력만으로 뛰어 들어 이기고, 살아남아야 하는 이제 막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로마의 검투사 같은 입장에 놓인 셈이다. 즉, 끊임 없이 실력을 향상시켜야 하며, 자신만의 필살기는 결코 적에게 노출시키지 않아야 하며, 지나친 힘의 과시나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로 상대의 적개심과 과민반응 불러 일으키는 누를 범해서는 안 되는 승자의 깊은 지혜를 배우고 익혀야 하는 때에 이른 것이다. 그러한 지혜를 갖지 못한다면, 하룻밤 반짝 타오르다 꺼지는 싸구려 불꽃처럼, 우리의 번영과 영광의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아직까지 미국의 FTA협상팀이 한미 FTA협상 전략을 어떻게 준비하고 진행했으며 어떠한 성과를 보았다는 언론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없다. 한-EU FAT도 마찬가지로 EU 협상팀이 대한미국 협상팀을 상대로 어떠한 협상전략 전수를 구사하여 어떤 성과를 거두었는지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없다. 아마도 그들이 실제로 작성한 협상전략보고서는 비밀문서로 분류되어 오랜 기간 햇빛을 볼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하필 대한민국의 협상팀은 그리고 언론은, 아직 끝나지 않은 협상들에서 우리의 협상전략과 성과를 그리도 속속들이 기사화 하고 있는 것일까? UAE 측이 금번 협상을 자신들이 성공한 협상으로, 유리한 협상으로 확신할 수 있도록, 아니 최소한 한국 협상팀에 밀리지는 않았다고 느낄 수 있는 기사는 왜 이다지 보이지 않는 것일까? 금번 UAE 원전 사업건은 당초 계획보다 가격이나 내용면에서 사실상 UAE의 요구를 과도하게 혹은 일방적으로 수용한 측면이 없지 않아 적지 않는 부작용이 예상된다거나, 통상적인 국제 관례상으로 보더라도 UAE측의 요구는 다소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 라거나, 금번 계약건 관련 일부 문제 조항에 대해선 해당 인사에 문제의 책임을 물어 징계가 불가피하게 되었다는 등, 현재 계약 내용의 번복이나 변경을 방지하고 향후 관련 협상에서 지나친 추가 양보 요구 의지를 약화시키는 언론의 국익을 위한 협상자적 역할이 아쉽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나 더 분통 터지게 만드는 것은, 언론을 탓하기에 앞서 진정한 협상가라면 상대가 조금이라도 졌다고, 밀렸다고 느끼게 할 수 있는, 그 어떠한 말도 표정도 지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우리측 협상당사자들만 모르고 있단 말인가? 성공적인 협상이었다면, 성과가 큰 협상이었다면 그럴수록 말을 아껴야 한다는 것을 왜 아직도 깨닫지 못하는가?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 실책을 지켜봐야 하단 말인가? 박상기 글로벌협상컨설팅 대표
- 하이닉스 주인찾기 시작..누구 품에 안길까
-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세계 2위 메모리 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전이 향후 몇달내로 본격화 할 전망이다. 아직은 대놓고 하이닉스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없다. 하지만 딜의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현금능력이 뛰어난 몇몇 대기업들이 자연스레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우선 하이닉스가 과거 현대전자와 LG반도체가 합쳐진 회사인 까닭에,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009540), 현대그룹 등 현대家 기업들과 LG그룹내 LG전자(066570) 등이 거론된다. 또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분주한 포스코(005490)와 SK텔레콤(017670)도 인수 가능 후보로 꼽힌다. 경우에 따라선 사모펀드(PEF)가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는 현재 크레디트스위스(CS)에 연말까지 하이닉스 지분매각에 대한 용역을 준 상태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크레디트스위스가 제출한 방안을 토대로 내년 상반기에는 하이닉스 매각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하이닉스와 과거 인연 맺었던 현대家와 LG전자 거론 LG전자의 경우엔 하이닉스와 사업연관성이 높다. 디지털 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하이닉스가 새롭게 시작한 CMOS 이미지센서와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가 다름아닌 LG전자이다. 그러나 LG는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LG의 부회장급 고위 임원은 하이닉스 인수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LG의 다른 관계자는 "메모리사업을 해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고 밝히는 등 LG 관계자들은 일관적으로 인수의사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LG로선 외환위기 때 전개된 대기업 빅딜(사업맞교환)로 20여년간 공들여온 반도체사업을 포기해야 했던 아쉬움이 적지 않다. 그래선지 LG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LG가 하이닉스를 인수해 비메모리사업을 강화할지 모른다는 전망이 흘러 나온다. 현대차그룹, 현대그룹,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家도 인수후보중 하나다. 이중 현대차그룹은 증권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어, 반도체사업까지 여력이 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범 현대家가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아무래도 현대차보다는 현대중공업, 또는 현대그룹이 나설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느냐는 관측이다. ◇ 성장동력 필요한 포스코와 SK텔레콤도 나설지 주목 SK텔레콤은 국내부문의 성장세 둔화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적극 찾아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예컨대 국내외에서 기존사업과 관련성이 높은 이동통신이나 방송분야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거나, 새로운 성장사업을 발굴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통신업계에선 반도체사업이 SK텔레콤의 기존 사업과 연관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하이닉스 인수전에 SK텔레콤이 실제 뛰어들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현금이 많은 기업이다 보니 인수합병(M&A) 시장에선 약방의 감초처럼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일본에서도 한 때 철강업체들이 반도체사업에 관심을 보인 적이 있다. 고베제강의 경우엔 2000년 반도체 자회사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매각했지만, 메모리 반도체사업에 뛰어든 전례가 있다. 굴뚝산업인 포스코가 IT 사업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철강업계에선 '설마'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해외 철강사업을 통해 성장전략을 짜고 있는 것 같다"며 "이구택 회장의 의지를 보더라도 철강관련 사업을 계속 추구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 PEF 인수 가능성도 배제 못해..지분 쪼개어 매각할 수도 일각에선 사모펀드(PEF)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이닉스 채권단으로선 적정한 가격이라면 단일 기업이 됐든, PEF이든 굳이 가릴 필요가 없다. 때문에, 3~5년뒤 재매각을 목표로 하는 PEF가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하이닉스 M&A건이 워낙 큰 딜이라 국내 PEF가 이를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재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은 11조원 정도로, 30% 정도를 '프리미엄' 없이 시가로 인수하더라도 4조원에 달한다. 규모가 큰 PEF가 1조원 정도라는 점에서 '딜'이 너무 크다. 따라서 하이닉스 지분매각을 원활히 하기 위해 지분을 쪼개어 매각할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만약 국내기업이나 PEF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중국 등 해외기업들이 하이닉스 인수전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반도체산업 보호 의지가 변수이긴 하지만, 만의 하나 하이닉스가 중국 등 반도체 후발국으로 넘어가면 국내 반도체산업에 미칠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다른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거론되지만, 그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PC 제조사들은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특정 반도체사에게 30% 이상 주문을 몰아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삼성이 하이닉스를 인수해 하나가 될 경우엔 양사가 각각일 때보다 오히려 시장점유율이 떨어질 수가 있다.
- 한국 미사일이 북한보다 정확도 높다
- [조선일보 제공] 1944년 9월 8일 런던 시내에 포탄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난 뒤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정체 모를 폭발물의 위력은 예상보다 컸다. 38채의 가옥이 부서졌고 2명이 사망, 20여명이 부상했다. 히틀러의 ‘비장의 무기’ V2 로켓이 처음으로 사용된 순간이었다. V2의 정식 명칭은 A4. 사정거리 320~360㎞로 최대 1000㎏의 탄두를 운반할 수 있었다. 1945년 3월 27일까지 3172발 이상이 영국으로 발사돼 2754명의 사망자와 652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영국이 실제로 입은 타격은 크지 않았으나 런던 시민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정밀유도 기술이 없었던 V2의 정확도는 17㎞에 달했다. 하지만 무기 개발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V2는 흔히 ‘탄도미사일(Ballistic Missile)의 원조’라 불린다. 탄도미사일은 발사된 뒤 관성의 법칙에 따라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비행해 목표물에 떨어진다. 독일은 또 2차 대전 때 V2와 함께 V1이라는 신형무기도 2만5000여발이나 발사했다. V1은 발사되고 일정 고도를 유지하며 비행한 뒤 떨어져 ‘순항미사일(Cruise Missile)의 원조’라 불린다. 현대 미사일의 양대 산맥인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이 모두 독일에서 태동한 셈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사태로 주목을 받고 있는 ‘미사일(Missile)’은 원래 투창·화살·총포 등 날아가는 무기를 뜻했다. 오늘날은 유도 무기로서 유도 미사일(guided missile)을 가리킨다. 그런 점에서 유도 장치를 갖지 않은 로켓과 구분된다. 하지만 러시아에선 서방 측에서 말하는 미사일을 로켓이라 부르고 있다. 미사일은 무기체계 안에 사람의 감각, 신경, 두뇌에 해당하는 장치를 갖추고 지상, 함정, 항공기로부터 유도를 받거나 자체 센서로 속도, 방향 등을 수정, 목표물에 도달해 명중시킨다. 미사일 유도 장치로는 레이더, 레이저, 적외선, 소나, 자이로, 무선지령 등이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발사 플랫폼(장소·수단)과 사정거리, 유도 방식, 사용 목적 등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북한의 대포동·노동·스커드 같은 탄도미사일은 지상발사 탄도미사일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나눠볼 수 있다.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은 보통 사정거리에 따라 ▲ 5500㎞ 이상은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 2500~5500㎞는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 1000~2500㎞는 준(準)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 1000㎞ 이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로 분류된다. 사정거리 150㎞ 이하는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되기도 한다. 순항미사일도 공중, 지상, 수상함정 및 잠수함 등 발사 장소(플랫폼)에 따라 구분된다. 미사일은 또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것을 목표로 발사되느냐에 따라 ▲ 지대지(地對地), 지대공(地對空), 지대함(地對艦) ▲ 공대공(空對空), 공대지(空對地), 공대함(空對艦)▲ 함대함(艦對艦), 함대공(艦對空), 함대지(艦對地), 잠대함(潛對艦) 미사일 등으로 나뉜다. 보통 미사일이 로켓이나 각종 포탄에 비해 위력을 발휘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정확도다. 과학자들의 실험 결과 탄두의 위력을 높이는 것보다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것이 파괴력을 높이는 데 훨씬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미사일 하면 백발백중, 족집게 공격을 연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정확도는 흔히 ‘원형공산오차’라 해서 CEP(Circular Error Probability)로 표현된다. 목표물을 중심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절반이 떨어지는 반경(半徑)이다. CEP가 1㎞일 경우 목표물을 중심으로 반경 1㎞ 안에 절반이, 나머지 절반이 반경 1㎞ 외곽지역에 떨어진다는 얘기다. 군 당국의 추정에 따르면 북한이 600여발을 보유 중인 스커드 B·C의 CEP는 450m~2㎞다. 북한이 서울 용산 국방부를 향해서 100발의 스커드를 쐈을 경우 50발은 반경 450m~2㎞ 이내, 나머지 50발은 반경 450m~2㎞ 밖에 떨어진다는 의미다. 국방부를 향해서 쐈는데 청와대나 시내 호텔, 강남에 얼마든지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가 개발한 ‘현무’ 지대지 미사일은 정확도가 50m 이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확도가 탄두의 위력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파괴력은 우리 현무가 스커드보다 앞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의 정확도는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2차 대전 때 사거리 300여㎞인 V2의 정확도는 17㎞에 달했으나 현재 사정거리 1만5000여㎞에 미국 대륙간 탄도미사일 ‘피스키퍼(MX)’의 정확도는 50m 이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정밀 관성항법장치(INS)와 GPS 위성항법장치 등 유도장치의 발달에 따른 것이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재래식 탄두를 장비한 지대지 미사일이 여러 차례 실전에서 사용됐었지만 전세를 바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적은 한번도 없다”며 탄도미사일의 한계를 지적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지대지 미사일이 전혀 쓸모없다’는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분쟁 또는 경쟁 상태에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은 장거리 지대지 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북한을 비롯,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과 이집트·이란·이라크 등 중동국가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이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장비하면 강대국도 쉽게 덤빌 수 없게 만드는 ‘리치가 긴 펀치’가 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국제정치적 지위가 높아지고 발언권이 강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탄도미사일과 함께 1990년대 들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미국의 토마호크와 같은 순항미사일이다. 토마호크 크루즈 미사일은 2500여㎞ 떨어진 목표물도 족집게로 집어내듯 정확히 공격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걸프전을 비롯, 보스니아 사태, 아프간전, 이라크전 등 주요 분쟁 때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빠짐없이 등장하고 있다. 최신형 토마호크는 5m 이내의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관성 및 위성 항법장비는 물론 미사일이 비행하면서 컴퓨터의 디지털 지도와 비교, 경로를 수정해 가면서 예정 코스대로 날아가는 ‘지형대조방식(TERCOM)’, 컴퓨터에 입력된 목표지점의 영상과 미사일에 설치된 광학측정 장비 또는 적외선 탐색기가 촬영한 자료를 비교해 목표물에 명중토록 하는 ‘영상대조방식(DSMAC)’ 등 첨단 유도장치에 의해 가능해졌다. 토마호크는 지상 30~200m 고도로 지표면을 따라 저공비행, 적 레이더에 쉽게 탐지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순항미사일은 개발 사거리의 제한을 사실상 받지 않기 때문에 우리 한국군은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상 사거리 300㎞ 이하로 제한된 탄도미사일 대신 순항미사일 개발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출총제, 쏟아지는 M&A의 `뜨거운 감자?`
- [이데일리 김수헌기자] 대우조선(042660)·인터내셔널·건설 등 옛 대우 계열 3사와 현대건설(000720), 하이닉스반도체(000660), 대한통운(000120) 등 굵직한 기업 매각을 앞두고, 정부 일각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에 손을 대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정위는 "출총제는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더 완화하는 방향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혀, 향후 기업 M&A에서 출총제가 이슈로 부상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출총제 완화는 재벌개혁과 맞물려 있는데다 외국자본에 대한 대항마로 내세우는 것은 부당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24일 재경부·공정위·기획처 등에 따르면 내년말까지 매각예정된 공적자금 투입기업들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국내 금융·산업자본들이 적극적으로 M&A시장에 뛰어들 수 있는 방안을 놓고 정부가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아직 PEF(사모투자전문회사)가 미흡하고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M&A에 가담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들이 인수전에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출총제 완화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출총제는 재벌들이 과거처럼 순환출자 등을 통해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늘리지 못하도록 자산규모 6조원 이상인 대기업집단(그룹) 계열사의 경우 회사 순자산의 25% 이상을 다른 회사에 출자하지 못하게 한 공정거래법상 제도다. 공정위는 그러나 동종 또는 밀접한 업종기업에 대한 출자나 기업구조조정 출자 등은 출총제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예컨대 두산중공업의 대우종합기계 인수같은 경우는 동종업종으로 인정을 받아 출총제한 예외가 인정됐다. 따라서 현단계에서 출총제를 추가 완화한다는 것은 결국 동종 또는 밀접 업종이 아니더라도 지분을 인수할 수 있게 터주자는 것으로, 사실상 출총제 폐지 주장이나 다름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약방에 감초같은 대책"이라고 말해,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출총제는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매물로 나와있는 기업 M&A과정에서 외국자본에 비해 국내자본이 차별받을 소지가 있다는 국가적 인식이 있다면 완화할 수도 있다"고 밝혀,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예컨대 하이닉스반도체같은 기업들이 해외투기자본에 넘어갈 경우 국부유출에 대한 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출총제에 대해서는 국가적 사회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인수의사를 가진 국내자본이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를 고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2007년에 시장상황을 평가해 재벌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고 시장자율 감시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는 판단이 서면 출총제 등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잇다. 한편, 정부 내에서는 국내 금융·산업자본의 M&A시장 참여를 지원하는 조치들이 자칫 국내외 자본을 차별대우한다는 인식을 불어오는 등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음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자본에 넘어가지 않아야 한다는 것보다는 국내외 자본간 경쟁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를 최대화해야 한다는 것이 더 상위목표"라며 "정부가 나서서 국내자본을 지원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자본이 준비가 덜 돼 있다면 매각시기를 다소 늦출 수는 있을지 몰라도 국제금융시장의 비난을 불어올 소지가 있는 조치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말했다.
- (윤영환의 크레딧스토리)신용위기와 정보투명성
- [edaily] 최근의 난치병 연구를 보면 병의 본체가 아닌 매개체나 전달물질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혁혁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꼭 난치병에만 국한되는 얘기는 아니다. 금융시장의 치명적인 질병인 `신용위기`에 대한 예방이나 처방도 마찬가지다.
모든 신용위기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은 바로 정보의 투명성문제. 위기의 본질은 아니지만 위기의 전달과 확대과정에서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정보투명성만 잘 관리해도 신용위기의 대부분은 사전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신용위기 이후의 정보투명성 관련 제도 개선
신용위기에서는 `외양간 고치기`가 매우 중요하다. 위기의 원인을 찾아내고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투명성과 관련한 제도개선은 그야말로 필수 코스다.
미국 엔론사태 이후 `외양간 고치기`의 하일라이트는 기업과 투자자 사이의 정보비대칭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사반스-옥슬리(Sarbanes-Oxley)법의 제정이었다. 이후 Sarbanes-Oxley법은 기업 투명성에 대한 국제기준이 되었으며, 우리나라의 공정공시제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내에서 발생한 신용위기에서도 비슷한 경험들이 있다. 95년 고려시멘트 부도(덕산 사태: 친족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지급보증공여와 축소보고)를 계기로 은행의 여신거래정보가 본격적으로 집중 관리되기 시작했고, 외환위기 이후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DART)이 도입되었다. 지금은 지난해 카드위기의 도화선이 되었던 기업어음(CP)의 거래정보를 집중관리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한창 진행중이다.
회계제도 역시 이러한 위기를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보완되어 왔다. 덕산사태는 주석사항과 회계감사 검토의견 강화의 계기가 되었고, 외환위기는 결합재무제표와 연결재무제표의 도입 및 강화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연결재무제표를 주재무제표로 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한데 이 역시 SK글로벌 및 카드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 평소엔 `묵인`하다 위기 터지면 `패닉`
그러나 정보투명성 이슈에 대한 시장의 자세는 참으로 묘하다. 평소의 시장은 정보투명성 이슈에 대해 관대한 수준을 넘어서 아예 언급을 기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다가도 일단 문제가 터지면 갑자기 태도가 돌변, 마치 전염병자 대하듯 극단적인 반발을 보이곤 한다. 이러한 모순된 기회주의적 태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왜 이러한 극단적 현상이 빚어질까?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SK글로벌의 해외부문 부실은 갑작스러운 이슈가 아니었다. 해외현지법인 재무정보의 비공개에 대한 문제제기는 꾸준히 있어 왔다. 그런데 만일 SK글로벌이 선선히 정보공개를 했다면 시장이 과연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었을까?
패닉에 따른 비용증가와 자금조달 차질로 경쟁에서 밀려났을 것이다. 다른 신용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보공개 수준이 높았던 외환카드가 먼저 디스카운트 되었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기업은 정보공개 요구를 무시하기 마련이다. 결국은 관성에 빠져서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조차도 희박해진다.
이러한 관성은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특별한 계기`가 만들어지기까지 정보투명성 이슈를 거의 자각하지 못한다. 어떤 선지자가 이를 지적하더라도 절대적인 권위가 있거나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시장은 이를 무시하고 그냥 잊혀지고 만다. 나중에 경고가 현실로 들어나더라도 선지자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이런 구조에서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겠다고 나서겠는가?
신용평가도 별로 다르지 않다. 정보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신용평가사는 특수한 지위를 바탕으로 시장보다 높은 수준의 정보를 제공받고,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도 신용등급에는 엄정하게 반영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이 자료제출을 거부하면 신용평가조차도 속수무책이다.
◇ 위기이후 제도개선, `투명성 제고` 역할
그러면 특별한 계기는 무엇인가? 가장 화끈한 것은 역시 신용위기다. 숨겨진 모순이 터져 나오고 기업부도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하면서 모든 타성이 순간에 사라지고 그 동안 잘 설명되지 않았던 온갖 모호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단계에서의 정보공개는 순환적인 자학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의심스러워 디스카운트하고, 밝혀지면 놀라워 또 디스카운트하고, 그래도 의심스러워 다시 디스카운트하는 불신의 악순환이다.
일단 신용위기가 발생하고 나면 불신은 산불처럼 자꾸만 번져간다. 이때 방화선의 역할을 하는 것이 당국의 단호한 대응과 제도 개선이다. 이처럼 위기가 있으면 원인을 찾아 제도를 보완하고, 또 다른 구멍이 생기면 또 다시 막는 것이 바로 금융제도의 발전 과정이다.
제도개선으로 정보투명성이 높아진 사례를 간단히 살펴보자. 전자공시시스템 도입 전에는 감사보고서 변조사례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누구도 그런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 계열사간 거래를 통한 이익조작은 가장 보편적인 분식 수단이지만 연결재무제표로 들여다보면 대부분 헛수고가 된다. CP시장의 정보투명성 제고에 주목하는 이유의 하나도 단기자금시장이 불투명한 자금거래의 온상이 될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 사이에 많은 기업들이 대손상각을 통해 불투명한 부분을 대거 정리한 것도 증권집단소송제도의 도입에 대한 사전적 대비로 보고 있다.
◇ IR 한번 없이 채권발행 가능..`개선해야`
위기 이후의 제도 보완은 어쩔 수 없이 이미 상당한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난 후의 뒷북이기 마련이다. 역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사전적인 예방이다. 그러나 정보투명성 관리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투명성 정도를 계량화할 객관적인 지표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신용평가시장에서 정보투명성의 지표화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정보투명성 이슈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은 정보의 비대칭성이다. 정보의 비대칭은 접촉의 빈도와 질을 개선함으로써 풀어야 한다. 우리의 금융현실을 짚어보자.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채권을 발행할 때는 반드시 상당한 IR과정(로드쇼)을 거친다.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충분한 기업설명자료가 제시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왜 국내 회사채 발행에는 이런 과정이 없는 것일까? 공시자료가 충분히 제출되기 때문이라는 것은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의 회사채 발행절차는 사실상 공시자료(유가증권신고서) 제출 전에 모두 끝난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공모 및 청약은 대부분 형식절차에 불과하다. 과거 보증회사채시장의 관성과 회사채시장의 후진성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회사채발행절차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신용(Credit) IR에 대해서는 정말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변변한 IR 한번을 제대로 하지 않고도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우리의 현실은 참으로 기가 막히는 것이다. 이러한 관행과 문화 속에서 회사채시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기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발행기업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기업설명자료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기업설명자료는 기본적인 기업실적의 전달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나마도 예전보다는 진일보한 것이지만 여전히 빈약한 수준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의 연간 사업보고서에서 보듯이 핵심이슈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는 것은 과연 불가능한 일인가?
끝으로 시장의 이슈형성 능력을 지적해야 할 것 같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기업의 투명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대한 맹신이 결국은 SK글로벌과 신용카드의 실패를 불렀다. 믿기 위해 의심하는 것은 신용분석의 본질이다. 지속적으로 깨어 있기 위한 노력만이 시장을 지켜준다. 강세장일수록 원론을 간과하기 쉽다. 원론이 성과를 만들어주지는 못하지만, 원론을 무시하면 모든 성과는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