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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전염병' 페스트(흑사병) 의심환자 발생...중국 '발칵'
  • '최악의 전염병' 페스트(흑사병) 의심환자 발생...중국 '발칵'
  • [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흑사병이라 불리는 페스트(Plague) 의심 환자가 중국 내몽고에서 발생했다.지난달 베이징 한 지역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기 위해 줄서 있다. (사진=AFP)지난 4일 중국 내몽고의 한 병원은 림프절 페스트로 의심되는 환자가 발생했다고 성명을 내고 밝혔다. 의심 증상을 보인 환자는 남성으로, 현재 내몽고 우라터중기 인민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피해를 완전히 수습하기도 전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 방역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방역 당국은 림프절 페스트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도 감염이 되기 때문에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예방수칙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전염 차단을 위해 내몽골 바얀나니어 보건위원회는 해당 지역에 위기 대응 경보 3단계를 발동했다. 이 경계령은 올해 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당국은 밝혔다.이에 현지 매체와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 실시간 검색어에도 흑사병이 오르내리는 등 불안감이 확산된 상태다.페스트는 중세 유럽 인구의 3분 1을 감소시켜 인류 역사상 최악의 전염병으로 손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페스트는 치료하면 증상이 빠르게 호전된다. 하지만 제때 치료를 하지 않으면 패혈증이 진행되고 다발 장기부전 등으로 성인이 24시간 안에 사망에 이를 수 있다.페스트는 크게 림프절 페스트, 폐 페스트, 폐혈증 페스트로 나뉜다. 이번에 내몽고에서 발견된 의심 사례는 림프절 페스트로, 페스트균에 감염된 포유동물이나 벼룩에 물려서 발생하는 세균성 질병이다.페스트는 야생 설치류의 체액이나 혈액에 접촉시, 혹은 폐 흑사병 환자가 기침할 때 나오는 침방울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일반적인 잠복기는 2일~6일이다. 증상으로는 갑작스럽게 38도 이상의 열이 오르고 오한, 근육통, 관절통, 두통 등이 나타난다.
2020.07.06 I 박한나 기자
'코로나19 포비아'…中 식탁에서 연어가 사라졌다
  • '코로나19 포비아'…中 식탁에서 연어가 사라졌다
  • 15일 베이징 한 일식집 메뉴판에 연어 관련 음식은 판매가 중단됐다고 적혀있다. 베이징 신파디 도매시장에서 수입 연어를 절단할때 쓰는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발표 이후 베이징 내 음식점에서 연어 메뉴가 사라지고, 마트에서도 연어를 찾기 어려워졌다. 사진=신정은 특파원[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 베이징 최대 농수산물 시장인 신파디(新發地) 도매 시장에서 코로나19가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중국의 식탁에서 연어가 사라졌다. 16일 중국 최대 음식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團)에서 ‘연어’를 검색하면 ‘관련된 결과가 없다’고 표시된다. ‘스시’나 ‘생선회’ 등을 검색하면 결과가 나오지만 ‘연어스시’라고 검색하면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 알리바바가 중국 대표 신선제품 배달 앱 허마센셩(盒馬先生)에서도 연어를 찾아볼 수 없다. 식당과 슈퍼마켓에서도 연어를 구매하기 어려워졌다. 베이징 시내 한 일식당에는 연어 관련 메뉴에 ‘판매 중단’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다. 이 식당 관계자는 “최근 연어 메뉴를 모두 중단했다”며 “다른 요리도 모두 익힌 것만 제공된다”고 말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베이징을 벗어나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중국 매체에 따르면 청두, 하얼빈, 시안, 타이웬 등 베이징과 가까운 지역에서 연어를 메뉴에서 삭제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일부 도시에서는 도매시장에서 육류 유통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중국 당국은 신파디 시장에서 감염자가 속출하자 조사를 시작했고, 이 결과 수입 연어를 절단할 때 쓰는 도마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다고 밝한 바 있다. 특히 베이징시 질병예방통제센터의 양펑(楊鵬)은 “신파디 시장에서 발견된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이 유럽 방향에서 온 것을 발견했다”며 “그러나 바이러스가 어떻게 왔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오염된 해산물이나 육류, 또는 시장에 드나드는 사람들의 분비물을 통해 전파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어 자체로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우려는 여전하다. 연어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국이 연어 수입을 중단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베이징 신규 확진자 추이. 자료=베이징시위건위, 슈쥐셴우쭌유(吳尊友) 중국질병예방통제센터(CDC) 수석 전문가는 전날 인민일보가 주최한 라이브 방송에서 “연어가 이번 바이러스의 전염원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며 “시장 내 직원이나 고객 등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도마 앞에서 대화를 하면 비말이 분출돼 도마를 오염시켰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일재경에 따르면 한 바이러스학 전문가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의 숙주는 포유류인데 연어나 다른 어류는 이 바이러스의 숙주가 아니므로 체내에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이 노르웨이와 덴마크 등 유럽산 연어의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노르웨이 로열 새먼(Norway Royal Salmon) 판매 책임자는 “우리는 중국으로의 모든 판매를 중단했고, 상황이 분명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덴마크령 패로제도에 본사가 있는 연어 공급업체(Bakkafrost) 대표도 “우리는 현재 중국에 연어를 보낼 수 없다”라고 했다. 두 업체 모두 직원들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았으나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었다고 밝혔다.다른 국가들도 중국이 연어 수입을 중단할까 우려하고 있다. 시웨스트뉴스(SeaWestNews)는 캐나다 수산물업계가 중국 시장에 “캐나다 연어는 안전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캐나다가 중국에 수출하는 해산물 규모는 2018년 기준 11억7000만달러였으며 그중 연어는 6000만달러에 이를 정도로 중요한 수출품이기 때문이다. 중국 베이징에서는 신파디 도매시장과 관련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해 닷새만에 확진자 수가 100명을 넘어섰다. 베이징시는 비상사태에 돌입했다.중국 베이징에서는 50여일 동안 지역내 확진자가 나오지 않다가 지난 11일 신규 확진자 1명이 나온 데 이어 12일에는 6명, 13일에는 36명으로 늘었다. 14일에 또다시 36명이 나왔고 15일엔 27명이 발견돼 모두 106명에 달한다. 중국 전문가들은 지난주부터 보고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5월 말부터 시작됐을 수 있으며 앞으로 사흘이 방역에 결정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바이러스가 우한 화난 수산시장에서 발견된 것보다 전염성이 더 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베이징 당국은 확진자가 나온 시장은 물론 주변 주택단지를 봉쇄하고, 초중고등학교 수업도 멈췄다. 관련자에 대한 대대적인 핵산 검사도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까지 베이징 시민 전체에 대한 핵산검사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중국 최대 음식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團)에서 ‘연어’를 검색하면 ‘관련된 결과가 없다’고 표시된다.
2020.06.17 I 신정은 기자
모든 야생동물 수입될 때 신고 의무화…양서류·파충류도 검역 신설
  • 모든 야생동물 수입될 때 신고 의무화…양서류·파충류도 검역 신설
  •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코로나19와 같이 야생동물에 기인한 인수공통감염병을 막기 위해 앞으로 모든 수입 야생동물의 신고가 의무화된다. 또 절차 없이 유입되던 양서류, 파충류에 대한 검역절차와 야생동물카페 등 소규모 전시·판매시설에 대해 업종도 신설해 관리에 착수한다.정부는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된 제107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해외 유입 야생동물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심의·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세계동물보건기구(OIE)의 국제적 검역 권고 기준과 선진국의 야생동물 관리제도를 참고해 수립했다.해외에서 유입되는 야생동물을 유입 이후에도 추적·관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에 지방환경청과 기초자치단체에 분산돼 있던 야생동물 현황을 모아 유통경로를 추적·관리할 수 있게 된다.이어 그동안 일부 야생동물에 대해서만 수입허가를 받아 관리했지만 허가 대상이 아닌 야생동물에 대해서도 신고제를 신설해 관리할 방침이다. 전체 해외 유입 야생동물 53만 마리 중 수입허가 대상은 동물은 약 20만 마리에 해당한다.통관단계에서부터 야생동물 검사도 강화된다. 그동안 야생동물에 대해 포유류나 조류 등 가축전염병 중심으로 검역을 시행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검역절차 없이 유입되던 양서류, 파충류에 대해서도 검역을 실시한다. 현재 전체 해외 유입 야생동물 중 양서류, 파충류가 약 96%를 차지한다.또 야생동물 전시·체험시설의 규모별 위생·질병관리 기준도 마련한다. 동물원과 달리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야생동물카페 등 소규모 전시·판매시설에 대해 업종을 신설하는 등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방침이다. 지난해 기준 민영동물원 90개에 달하고 야생동물카페와 이동식 전시시설 80개가 있다.주요 전시동물에 대한 사육방법 및 시설, 질병관리 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동물원에서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관리하고, 고위험 인수공통감염병 전파 우려가 있는 야생동물을 체험시설에 활용하고 반려동물로 판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야생동물 판매·개인소유 제한 종 목록’도 제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야생동물 위해성 평가할 때 ‘감염병 전파 위험도’ 항목을 추가하고, 범부처 인수공통감염병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한다. 해외 야생동물에 대한 위해성 평가를 생태계 영향 분석 위주에서 질병의 위험도까지 고려해 감염병 전파 우려가 큰 동물의 경우 사전적으로 유입을 막을 수 있도록 개선할 방침이다.자료=환경부 제공
2020.06.03 I 최정훈 기자
② 대상까지 받은 룰라·쿨…90년대 강타한 혼성그룹은?
  • [혼성그룹 뭐하니?]② 대상까지 받은 룰라·쿨…90년대 강타한 혼성그룹은?
  •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팬덤의 규모가 팀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금과 달리 1990년대 가요계에서는 강력한 화력을 갖춘 대규모 팬덤의 지원사격을 받지 않는 혼성그룹들도 굵직한 히트곡을 배출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했다. 룰라, 쿨, 샵 등의 곡을 만든 박근태 프로듀서는 이데일리에 “요즘 아이돌 그룹들이 팀 아이덴티티 구축에 초점을 맞춘 곡들을 주로 선보이고 있는 반면에 90년대 인기를 끈 혼성그룹들은 철저히 대중성과 유행에 중점을 둔 곡들로 활동하며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 받았다”고 말했다. 잼혼성그룹 전성시대의 서막을 연 건 1992년 데뷔한 철이와 미애와 잼이다. DJ 출신 신철과 댄서 출신 미애가 뭉친 철이와 미애는 중독성 있는 후렴구와 이른바 ‘때밀이 춤’ 퍼포먼스가 돋보였던 ‘너는 왜’로 전국의 클럽을 강타하며 댄스 뮤직 열풍을 이끌었다. ‘홍일점’ 윤현숙을 비롯해 조진수, 황현민, 신성빈, 김현중 등이 속한 5인조 그룹이었던 잼은 ‘난 멈추지 않는다’ 등의 곡으로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하며 인기를 누렸다. 이들은 경쾌한 음악에 스트릿 댄스를 접목한 에너지 넘치는 무대를 선보이며 당시 10~20대의 마음을 훔쳤다. 룰라1994년 나란히 데뷔한 룰라와 쿨은 가요계에 큰 족적을 남긴 레전드 혼성그룹으로 평가 받는다. 룰라는 고영욱, 김지현, 신정환, 이상민 등이 속한 4인조로 출발했다. 이들은 이듬해 군입대와 함께 팀을 떠난 신정환을 대신해 채리나를 영입한 뒤 낸 2집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날개 잃은 천사’를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활동한 룰라는 이상민의 폭발적인 랩, 김지현의 섹시한 보컬, 흥겨운 ‘엉덩이춤’ 등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앨범 판매량은 일주일 만에 100만 장을 돌파했을 정도. 이와 같은 활약에 힘입어 그해 혼성그룹 최초로 지상파 방송사 가요대상까지 받았다. 룰라는 3집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며 추락했으나 듀스 이현도에게 프로듀싱을 맡긴 4집으로 재기에 성공, 9집까지 활동을 이어갔다. 대표곡으로는 ‘백일째 만남’, ‘비밀은 없어’, ‘3!4!’, ‘연인’ 등이 있다.쿨쿨 역시 김성수, 이재훈, 유채영, 최준명으로 구성된 4인조로 출발했다. 세련된 쿨재즈풍 음악으로 활동하던 이들은 김성수, 이재훈, 유리 3인 체제로 변모한 뒤 대중적인 댄스 음악을 내세웠고, 3.5집의 ‘해변의 여인’이 대히트한 이후엔 매년 여름에 컴백하며 가요계 대표 여름 주자로 자리 잡았다. 2002년에는 혼성그룹 역사상 처음으로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기도 했다. 쿨은 혼성의 장점을 극대화한 드라마틱한 구성이 특징인 댄스곡뿐만 아니라 ‘송인’, ‘아로하’, ‘올 포 유’ 등 감미로운 발라드풍곡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영균 대중문화평론가는 쿨을 “혼성그룹이 낼 수 있는 최대치의 시너지를 낸 팀”이라고 평가했다. UP영턱스클럽이후 1996년엔 UP, 자자, 영턱스클럽이, 이듬해에는 스페이스A가 가요계에 출격했다. UP는 귀엽고 상큼한 이미지를 앞세워 ‘뿌요뿌요’, ‘바다’ 등의 곡으로 인기를 얻었다. 서태지와아이들 이주노가 제작한 팀으로 주목받은 영턱스클럽은 테크노, 하우스 기반 음악에 한국적 감성을 덧입힌 ‘정’, ‘질투’, ‘타인’ 등의 곡으로 꾸준히 활동했다. 자자는 ‘버스 안에서’ 한 곡으로 강한 인상을 남긴 대표적인 ‘원 히트 원더’ 혼성그룹으로 기억된다. 나이트클럽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기 시작한 스페이스A는 ‘성숙’과 ‘섹시한 남자’의 연속 히트로 입지를 다졌다. 샵코요태1998년엔 샵과 코요태가 데뷔했다. 룰라 이상민이 프로듀싱한 샵은 섹시와 큐트 콘셉트를 오가며 ‘텔 미 텔 미’(Tell Me Tell Me), ‘스위티’(sweety) 등의 곡으로 인기 그룹 반열에 올랐으나 멤버간의 불화로 인해 해체했다. 코요태는 시원시원한 가창력을 지닌 여자 멤버 신지를 필두로 ‘순정’, ‘만남’, ‘실연’, ‘파란’, ‘비몽’ 등의 히트곡을 냈다. 이들은 데뷔한 지 20년이 넘은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활동 중인 국내 최장수 혼성그룹이다. 거북이한편, 2000년대 들어서는 ‘빙고’, ‘왜 이래’, ‘비행기’ 등 리더 터틀맨이 만든 ‘뽕끼’를 가미한 댄스곡들로 사랑받은 거북이를 제외하곤 뚜렷한 성과를 낸 새로운 혼성그룹이 나타나지 않았다. 타이푼, 남녀공학 등 혼성그룹이 이따금 데뷔하긴 했으나 히트곡을 내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졌다. 현재 가요계에서 혼성그룹의 계보를 잇고 있는 팀은 남자 멤버 비엠과 제이셉, 여자 멤버 전지우, 전소민 등으로 구성된 4인조 그룹 카드 정도뿐이다.
2020.06.03 I 김현식 기자
이소영 “624일 만에 우승…결정타는 16번홀 버디”
  • 이소영 “624일 만에 우승…결정타는 16번홀 버디”
  • 이소영. (사진=KLPGA)[이데일리 스타in 임정우 기자] “16번홀(파5) 디봇에서 친 세 번째 샷을 붙였던 게 우승의 결정타였어요.”지난 31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오픈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은 이소영(23)은 이번 경기의 승부처를 이 같이 설명했다. 이소영은 1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두 번째 샷을 마치고 세 번째 샷을 하러 이동하는 과정에서 공이 디봇에 들어간 걸 봤다”며 “처음에는 왜 내게 이런 시련이 닥쳤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세번째 샷을 잘해야 우승할 수 있는 만큼 공을 홀에 붙이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공은 홀 옆 0.3m 거리에 멈췄고 이소영은 버디를 기록하며 2위와의 격차를 벌렸다.이소영은 이번 대회에서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 2위 유해란(20)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1억 6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준우승만 3차례 하며 아쉬움의 눈물을 삼켰던 이소영은 624일 만에 활짝 웃었다. 특히 이소영은 이번 대회에서 1라운드부터 최종 4라운드까지 한 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차지했기에 그 의미가 더 각별했다. 그는 “2018년 9월 올포유 챔피언십 이후 정상에 오르지 못해 마음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 우승으로 모든 걸 보상받은 것 같다”며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이소영의 우승 원동력 중 하나는 까다로운 거리로 꼽히는 2m 안쪽의 퍼트였다. 그는 어려운 경사에서도 이 거리의 퍼트 대부분을 성공시키며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지난해 정상에 오르지 못한 이소영은 올 시즌 우승을 위해 지난 겨울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샷과 퍼트 연습부터 웨이트 트레이닝, 7km 러닝까지 정상에 오르는 날을 상상하며 힘겨운 훈련을 이겨냈고 2020년 5월의 마지막 날 KLPGA 투어 5번째 우승 기념사진을 남기게 됐다. 그는 “이번 우승을 통해 노력과 땀이 배신하지 않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며 “계속해서 승수를 추가하고 골프를 잘 치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승을 위해 골프 선수를 그만두는 날까지 연습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고 덧붙였다. 이소영이 KLPGA 투어 4번째 우승 이후 5번째 정상에 오르기까지 624일이 걸린 만큼 지인들의 축하 인사가 쏟아졌다. 그렇다고 해서 이소영이 기쁨에 취해만 있는 건 아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나태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곧바로 다음 대회 준비에 들어갔다. 이소영은 4일부터 나흘간 제주 서귀포시 롯데스카이힐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롯데 칸타타 여자오픈 출전해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그는 “오늘 잘 돼도 내일 안 맞을 수 있는 게 골프인 만큼 이번 우승에 대한 기억을 지우고 다시 시작하려고 한다”며 “현재 좋은 분위기를 올 시즌 최종전까지 이어가는 걸 목표로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우승으로 상금랭킹과 대상 포인트 1위로 올라선 만큼 남은 시즌 목표가 궁금해졌다. 시즌 2승, 3승처럼 승수를 늘리는 것만이 목표는 아니다. 출전하는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평균 타수상을 타고 상금랭킹 톱5 안에 드는 걸 마음속에 품고 있다. 그는 “우승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매 대회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며 “꾸준한 활약의 지표인 평균 타수상을 타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승수를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올 시즌이 끝났을 때 후회가 남지 않도록 온 힘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소영의 16번홀 야디지북. (사진=임정우 기자)
2020.06.02 I 임정우 기자
`귀엽고 사람 잘 따르는` 라쿤이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 `귀엽고 사람 잘 따르는` 라쿤이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귀여운 외모와 사람을 잘 따르는 성향으로 인해 동물원과 동물 카페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라쿤이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는 생물로 지정됐다. 겉보기와 달리 라쿤이 가진 어떤 특성이 이런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일까. 지금으로부터 50여년 전인 1970년대 일본에서 애완용으로 처음 도입된 라쿤은 최근 들어 생태계 파괴종으로 지목됐다. 아메리카너구리과 포유류에 속하는 라쿤은 잡식성 동물인데, 다른 동물들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국내에는 동물원과 야생동물카페에서 주로 관리되고 있는 라쿤은 이 시설들을 탈출해 시내를 돌아다니다 구조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음식점 테라스 주변을 배회하는 라쿤이 CCTV에 찍혔는데, 테라스 바닥과 식탁을 코로 훑으며 먹이를 찾는 행동을 보이다 창고에서 과자봉지를 뜯어 먹기도 했다. 특히 비슷한 시기에 제주도에서 유기된 라쿤 두 마리는 다른 동물을 공격하는 등 난폭했고 일반 분양도 어려워 보호 중 안락사됐다.우리보다 앞서 라쿤을 수입한 일본에서도 유기된 후 야생화된 라쿤들이 농작물과 목조건물 등에 피해를 입혔고, 이로 인해 침입외래생물법 상 특정외래생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독일 등 유럽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앞서 프랑스자연사박물관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라쿤이 서식하는 지역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라쿤이 현재 서식가능한 지역은 원산지인 북미 대부분 지역을 비롯해 남미 중부와 남부, 아프리카 중부와 남부, 유럽 전체와 중동 일부, 중앙아시아 일부, 중국 및 한반도 전체, 동남아시아 일부, 호주 중부와 남부 등지에 걸쳐있다. 사실상 북극·남극권과 사막, 열대지방 등을 제외한 지구 대부분 지역에서 라쿤이 서식할 수 있는 셈.이처럼 라쿤과 같은 새로운 포식자가 나타날 경우 현재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생태계 균형이 깨지면서 생태계 전체에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라쿤 개체 수가 늘어나면서 크기가 작은 소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라쿤은 소형 무척추동물, 개구리 등 양서류, 조류와 그 알, 작은 포유류 등을 먹이로 삼고 있다. 도시환경에 적응한 라쿤의 경우 주로 음식쓰레기 등을 먹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 동물행동학 연구자인 수전 맥도널드 교수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라쿤은 귀여워 보이지만 교활한 동물이기도 하다”며 “어떠한 예비지식도, 대응책도 없이 들여올 경우 라쿤에게 대항하지 못하는 생물들 다수가 희생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에 지난 20대 국회에서 이용득 의원이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 이른바 라쿤카페 금지법을 발의해 카페, 음식점 등 동물원이나 수족관으로 등록되지 않은 시설에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에 속하는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놨지만,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이날 환경부 관계자는 “라쿤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크지 않지만 유기돼 생태계에 유출될 경우 생존능력이 좋고 국내 고유종인 삵, 오소리, 너구리 등과 서식지를 두고 다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특히 광견병 바이러스 등의 감염원으로 알려져 애완·관람용으로 사람과의 접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생태계위해우려 생물로 지정되면 상업적인 판매 목적의 수입 또는 반입은 지방환경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상업적인 판매 외의 목적일 경우에는 신고를 해야 한다. 또 생태계위해우려 생물을 생태계로 방출·유기 등이 금지되고,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박연재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앞으로 생태계에 유출될 경우 위해 우려가 있는 생물종 등 외래생물에 대해 관리를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2020.05.31 I 이정훈 기자
'악인전' 이상민, 공황장애 잊은 음악 열정 과시
  • '악인전' 이상민, 공황장애 잊은 음악 열정 과시
  • [이데일리 스타in 김은구 기자] ‘상마에’ 이상민이 ‘악(樂)인전’을 통해 음악적 재능과 감각을 확인시키고 있다. 공항장애 약을 잊게 한 ‘2020 인생은 즐거워’ 편곡 작업은 뜨겁고 진지했다.지난 30일 방송된 KBS ‘악(樂)인전’(연출 박인석) 6회에서는 ‘레전드’ 송가인의 첫 랩 도전, ‘힙합 여제’ 제시의 프로젝트 합류, ‘음악 늦둥이’ 김요한까지 가세한 이상민의 첫 실전 프로젝트인 ‘2020 인생은 즐거워’가 정체를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음악 천재’ 함춘호, 헨리와 ‘걸그룹 대표 보컬리스트’ 정은지의 특급 콜래보레이션이 펼쳐져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장르의 벽을 허문 안방 음악회는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다.KBS2 ‘악인전’(사진=KBS)이상민은 야심 차게 준비한 ’2020 인생은 즐거워’를 최초 공개했다. 원곡자 제시가 합류해 송가인, 김요한과 한 무대에 나설 것이 예고되며 역대급 혼성 콜래보레이션의 탄생을 알렸다. 나아가 송가인이 랩과 춤에 첫 도전하고 리아킴이 안무가로 등장하는 등 최정상의 라인업이 포진해 시청자들을 한껏 들뜨게 만들었다. 특히 이상민은 “송가인의 저음부터 고음까지 다 들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의 다양한 음역대를 이끌어 낸 편곡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무엇보다 송가인과 제시는 첫 만남부터 음악 워맨스로 시청자들을 미소 짓게 했다. 이미 제시의 오랜 ‘찐 팬’임을 밝혀온 송가인은 그를 보자마자 온 몸으로 성덕의 기쁨을 표현하는가 하면, “방송 이후 제시가 직접 DM을 보내줬다. 너무 좋았다”며 앞으로 펼쳐질 음악 작업에 대한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은 즉석에서 심수봉의 ‘그때 그 사람’을 함께 열창하며 첫 만남부터 흠잡을 데 없는 호흡을 자랑했다. 개성 강한 두 사람의 음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앞으로의 음악 작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이상민은 서장훈과 민경훈과의 만남에서 “음악 작업하는 동안 공황장애 약을 한 번도 먹지 않았다”고 고백해 눈길을 끌었다. 이상민이 프로듀싱에 푹 빠져 있음을 드러나 그가 ‘2020 인생은 즐거워’를 어떻게 완성시킬지, 기대감을 치솟게 했다.그런가 하면 천재 듀오 춘리(함춘호+헨리) 커플은 다양한 음악을 즉석 연주하며 시청자에게까지 그 즐거움을 전파했다. 특히 두 사람의 음악 티키타카는 장르를 가리지 않았다. 가요부터 팝송, 클래식에 이어 트롯까지 다양한 음악으로 시청자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두 사람은 나훈아, 남진의 트롯으로 하나가 되는가 하면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즉흥적으로 기타와 바이올린 연주 버전으로 편곡해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함춘호는 헨리에게 “당장 계약서 쓰자”며 헨리 영입에 나서는 등 서로의 매력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이날 정은지까지 합세해 더욱 풍부한 음악 콜래보레이션이 펼쳐졌다. 함춘호와 헨리, 정은지의 이름을 딴 일명 ‘춘.리.지’가 결성됐다. 마지막에는 세 사람이 함께 ‘올 포 유(ALL FOR YOU)’ 무대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귀를 호강시켰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함춘호와 헨리의 장르와 세대를 뛰어 넘은 환상적인 음악 교감은 ‘천재 듀오’의 탄생을 알렸다.7회 예고편에서는 ‘레전드’ 송창식을 찾아간 강승윤의 모습이 비춰져 관심을 증폭시켰다. 이에 더해 ‘2020 인생은 즐거워’ 프로젝트에 본격 돌입한 송가인, 제시, 김요한이 춤 연습에 나선 모습까지 그려지며 향후 방송에 기대감을 높였다.‘악(樂)인전’은 ‘음악인의 이야기’란 뜻으로,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한 많은 음악 늦둥이들이 레전드 음악인을 만나 새 프로젝트를 실현해가는 과정을 담은 리얼 버라이어티 음악 예능이다. 매주 토요일 오후 10시 55분 방송된다.
2020.05.31 I 김은구 기자
이소영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냐', 유해란 '신인 첫 승이냐'
  • 이소영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냐', 유해란 '신인 첫 승이냐'
  • 이소영이 1번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사진=KLPGA)[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이냐, 신인 첫 승이냐.’이소영(23)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 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사흘 연속 선두를 달리며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이소영은 30일 경기도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2개 골라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중간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적어낸 이소영은 최예림(21·13언더파 203타)에 1타 앞선 단독 선두를 달렸다. 대회 첫날 7언더파를 몰아치며 단독 선두로 나선 이소영은 2라운드에서 5타를 더 줄이면서 선두를 유지했고, 이날 버디가 2개밖에 나오지 않았으나 보기 없는 경기를 하며 1위를 지켜냈다. 2018년 올포유 챔피언십에서 통산 4승째를 거둔 뒤 지난해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한 이소영은 개인 통산 5승 고지에 바짝 다가섰다. 신인 유해란(19)은 2타 차 3위(12언더파 204타)로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이소영과 우승을 다툰다. 지난해 8월 추천 선수로 출전한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 정규투어 직행에 성공한 유해란은 올해 정식으로 신인 자격을 얻어 첫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투어에 합류했으나 정규 대회 출전수 부족으로 신인 자격을 받지는 못했다. 유해란이 역전 우승하면 이번 시즌 신인 가운데 첫 승을 올린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이정은(24)과 투어 2년 차 임희정(20)은 나란히 11언더파 205타를 쳐 3타 차 공동 4위로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2020.05.30 I 주영로 기자
'무결점 샷' 이소영, 7언더파 단독 선두..이정은 2타 차 추격
  • '무결점 샷' 이소영, 7언더파 단독 선두..이정은 2타 차 추격
  • 이소영이 14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한 뒤 캐디와 주먹을 맞대고 있다. (사진=KLPGA)[이천(경기)=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무결점 샷.’28일 경기도 이천시 사우스스프링스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8억원) 1라운드. 이소영이 자신의 마지막 홀(9번홀)에서 101m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을 홀 1.5m에 붙였다. 홀 쪽으로 내리막 경사였으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버디를 잡아냈다. 이날만 7개의 버디를 잡아낸 이소영은 7언더파 65타를 적어내 단독 선두로 나섰다. 프로 데뷔 5년 차 이소영은 KLPGA 투어의 조용한 강자다. 2016년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첫 승을 신고한 뒤 2018년 3승을 추가해 통산 4승을 거뒀다. 2018년엔 상금랭킹 5위, 지난해엔 우승 없이도 10위를 기록할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올렸다. 비결은 정확한 장타와 정교한 아이언샷이다. 지난해 드라이브샷 평균거리는 214야드로 전체 30위, 그린적중률은 75.5%로 12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엔 퍼트까지 좋아졌다. 지난해 30개가 넘었던 라운드 당 퍼트 수는 이번 시즌 29.85개로 줄었다. 더욱 탄탄한 실력으로 무장한 이소영은 이번 시즌 출전한 2개 대회에서 모두 4위에 올랐고, 3번째 대회에서 통산 5승 사냥의 시동을 걸었다. 시작부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1번홀부터 3번홀까지 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상승세를 탔다. 5번홀(파3)에서 다시 1타를 더 줄였고, 후반 들어서도 보기 없이 버디만 3개 골라냈다. 이소영은 “한 타 한 타 최선을 다하면서 경기했더니 보기를 안 하게 됐다”며 “부담을 갖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하다 보니 큰 실수가 없었고 몇 차례 실수가 있었지만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노보기’ 경기의 원동력을 차분한 경기운영으로 꼽았다. 8개월 만에 통산 5번째 우승의 기회를 잡았으나 아직은 신중했다. 그는 “코스 상태가 좋아서 다른 선수들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직 3일이 남았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하겠다”고 들뜨지 않았다. 이소영의 마지막 우승은 2018년 9월 올포유 챔피언십이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이정은(24)이 2타 뒤진 공동 2위로 이소영을 추격했다. 버디 7개에 보기 2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친 이정은은 최민경(27) 등 4명과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은은 2016년과 2017년 KLPGA 투어 상금왕이다. 국내에서만 통산 6승을 거뒀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첫 대회로 열린 KLPGA 챔피언십 우승자 박현경(20)은 이날 버디는 2개에 그치고 보기 7개를 쏟아내 5오버파 77타를 쳐 컷 탈락 위기에 몰렸다. 예상 컷오프는 1언더파다.
2020.05.28 I 주영로 기자
  • [이연호의 과학 라운지](67)왜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플까?
  •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픈 사람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우유를 마실 경우 복통, 설사, 방귀, 복명(腹鳴·장에서 나는 소리) 등의 증상으로 화장실로 직행하기 일쑤인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이런 사람들에겐 우유는 물론 우유가 들어간 커피인 카페라테도 꺼려지긴 마찬가지다.왜 우유를 마시면 배가 아픈 걸까. 이것은 우유에 들어 있는 유당(젖당·lactose)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유당은 포유류의 젖 속에 들어 있는 이당류로 모든 포유동물의 유즙에 약 5% 정도 함유돼 있다. 우리나라 성인의 75% 즉 4명 중 3명은 이 유당을 포도당(글루코스·glucose)과 갈락토스(galactose)로 가수분해할 때 촉매로 사용하는 효소인 락타아제(lactase)가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유당을 제대로 분해하지 못한다. 이를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Lactose intolerance)이라고 한다. 이당류(二糖類)인 유당을 단당류(單糖類)인 포도당과 갈락토스로 분해할 때 촉매로 사용되는 효소인 락타아제는 소장 벽에 있는 미소융모(絨毛) 부위의 점막세포에서 분비된다. 선천적으로 이 효소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의 경우 이 효소는 영아기의 소장 내엔 풍부히 존재하다가 이유기 이후부터 서서히 감소한다. 우유를 마시면 탈을 겪는 사람들도 요구르트나 치즈 같은 유제품은 별 탈 없이 잘 먹는 이유는 이 같은 유제품들은 발효를 거치면서 유당의 함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물론 유당불내증이 심한 경우엔 이 같은 발효유제품도 먹기 힘들다.그렇다면 유당불내증 환자들이 배탈 걱정 없이 우유를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답은 ‘예스(yes)’다. 유당(lactose)이 없는 우유라는 뜻의 ‘락토프리(Lacto-free) 우유’를 마시면 된다. 최근 몇 년간 이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각 우유업체들은 앞다퉈 락토프리 우유를 내놓고 있다. 이들은 미세필터를 이용해 유당을 걸러내거나 락타아제를 투입해 유당을 분해하는 방법을 쓴다.유당불내증으로 카페라테를 마시지 못하는 고객들을 위해 일부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는 우유 대신 두유나 락토프리 우유를 카페라테에 넣어 주는 경우도 있다. 유당불내증이 있는데 카페라테를 마시고 싶다면 미리 이에 대한 정보를 확인하거나 매장에서 두유나 락토프리 우유로 변경 가능한 지 물어보는 게 좋다.‘국민 두유’로 유명한 베지밀(Vegemil·채소를 뜻하는 ‘Vegetable’과 우유를 뜻하는 ‘Milk’의 합성어)의 탄생도 유당불내증에서 출발한다. 소아과 의사였던 정식품의 고(故) 정재원 창업주가 유당불내증을 앓는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1967년 치료용으로 두유를 만든 게 그 시초다. *편집자 주: 수학, 화학, 물리학, 생물학 등 기초과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이끄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그 중요성은 점차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대개의 경우 기초과학은 어렵고 낯설게만 느껴져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기초과학의 세계에 쉽고 재미있게 발을 들여 보자는 취지로 매주 연재 기사를 게재한다.
2020.05.24 I 이연호 기자
안지현, 드림투어 3차전 우승.."2승 더해 정규투어 복귀할 것"
  • 안지현, 드림투어 3차전 우승.."2승 더해 정규투어 복귀할 것"
  • KLPGA 무안CC·올포유 드림투어 3차전 우승자 안지현이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사진=KLPGA)[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안지현(21)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무안CC·올포유 드림투어 3차전(총상금 1억원·우승상금 1800만원) 정상에 올랐다. 안지현은 22일 전남 무안군 무안 컨트리클럽 서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2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쳐 합계 10언더파 134타로 우승했다. 대회 첫날 3타를 줄이며 공동 9위로 시작한 안지현은 이날 버디 8개를 몰아치고 보기는 1개로 막아내는 뒷심으로 짜릿한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지난해 KLPGA 투어에서 활동한 안지현은 25개 대회에 출전해 상금랭킹 91위에 그쳐 시드를 잃었다. 올해 드림투어에서 재기를 노리는 그는 1차전 4위, 2차전 9위에 이어 3개 대회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시즌 총상금을 2321만7500원으로 늘려 상금랭킹은 2위로 뛰어올랐다. 시즌 종료 기준 상금랭킹 20위까지 2021년 KLPGA 투어 출전권이 주어진다. 경기 뒤 안지현은 “16번홀에서 우승에 가까워졌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 떨리기 시작했다”며 “처음 우승했다는 것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으며 오늘 마침 친언니 생일이라서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는데 우승 축하파티도 함께 해야 할 것 같다”고 기뻐했다. 이어 그는 “동계훈련 때부터 올해 3승을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첫 승을 이뤘으니 남은 2승을 채워 정규투어로 복귀하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다졌다. 신의경(22)과 한나경(21)은 합계 7언더파 137타를 쳐 공동 2위에 올랐고, 최은송(23)과 박단유(25)가 공동 4위(합계 6언더파 138타)로 대회를 마쳤다.1차전 우승자 김재희(19)는 이번 대회에서 공동 16위에 그쳤으나 상금 1위(2600만4286원)를 지켰다.△안지현 홀바이홀3번 홀(파3,159야드): 7i→핀 우측 2m→버디6번 홀(파5,558야드): D→3W→109Y PW→핀 우측 4m 버디7번 홀(파4,373야드): D→109Y 50도웨지→핀 좌측 7m 버디8번 홀(파3,126야드): PW→핀 뒤 3m 버디9번 홀(파4,401야드): D→174Y 19도UT→핀 뒤 20m 3퍼트 보기12번 홀(파4,385야드): D→158Y 5i→핀 뒤 7m 버디14번 홀(파5,554야드): D→19도UT→131Y 8i→핀 좌측 3m 버디15번 홀(파3,153야드): 7i→핀 뒤 7m→버디17번 홀(파4,351야드): D→87Y 54도웨지→핀 좌측 10m 버디
2020.05.23 I 주영로 기자
  • "'개춘기' 실험으로 입증…호르몬 탓에 주인에 더 반항적"
  • (서울=연합뉴스) 사람과 마찬가지로 개도 호르몬의 영향으로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사춘기’를 겪는다는 연구 결과가 학술지에 실렸다.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에 따르면 강아지도 청소년기에 보호자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일간 가디언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공동 연구 저자인 루시 애셔 박사는 영국 왕립학회 학술지인 ‘생물학 회보’(Biology Letters)를 통해 강아지가 말을 듣지 않는 건 사람처럼 호르몬의 영향을 받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연구진은 개에서 인간의 사춘기에 해당하는 시기, 즉 ‘개춘기’가 시작되는 생후 6개월에서 9개월 사이를 포함해 다양한 나이의 독일 셰퍼드와 골든리트리버, 래브라도리트리버 또는 이들 종간의 잡종견을 대상으로 ”앉아“와 같은 명령에 얼마나 순종적인지를 관찰했다.생후 5개월 강아지 82마리와 8개월 강아지 80마리를 비교한 결과, ‘청소년기’에 있는 8개월 강아지가 5개월 강아지보다 보호자의 명령을 덜 따르는 것으로 드러났다.애셔 박사는 ”생후 5개월 때보다 8개월 때 ‘앉아’ 명령을 무시할 가능성이 거의 2배 가까이 높다“고 설명했다.반면 같은 기간 동안 낯선 사람을 따르려는 경향은 오히려 증가했다.실험에 참여한 생후 5~8개월 강아지 285마리는 이 시기에 보호자보다 덜 친숙한 훈련사들을 더 잘 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애셔 박사는 이 시기에 포유류 전체의 뇌 구조의 전면적 변화와 호르몬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특히 이 시기가 개의 행동과 어떤 관련이 있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애셔 박사는 또 ”일반적으로 부모와의 관계가 불안정한 10대 청소년이 더 많은 갈등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개들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그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보호자와의 유대가 불안정한 강아지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말썽을 피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그 외에도 반려견을 혼자 두었을 때 몸을 떠는 것과 같은 분리불안 징후가 생후 8개월 전후로 증가했으며, 이 역시 청소년기와 관련이 있다고 부연했다.또 암컷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보호자와의 애착 관계가 불안할수록 사춘기가 일찍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는 반려견이 사춘기가 됐을 때 보호소로 데려가는 주인들의 수가 급증한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로 보호자들이 그들의 반려견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헝가리 외트뵈시 로란드대 클로디아 푸가차 박사는 이 시기에 대한 선행 연구가 없었기 때문에 유의미한 결과라면서도 ‘부모 대 자식’과 ‘보호자 대 반려견’ 관계의 유사성 등은 자세히 알 수 없다는 점을 이번 연구의 한계로 언급했다.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세라-제인 블레이크모어 심리학 및 인지신경과학 박사는 이번 연구가 10대 청소년의 특징들이 꼭 인간만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며 흥미로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백신·비대면·디지털`…최재천 교수의 코로나 키워드
  • [인터뷰]`백신·비대면·디지털`…최재천 교수의 코로나 키워드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신종 감염병이 앞으로도 2~3년마다 반복될 수 있다. 수십년간 개선해도 효율성이 높지 않은 화학백신에 의존하기보다는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을 실천함으로써 이를 이겨낼 수밖에 없다.”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7일 신촌 이대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전망은 비관적이었지만, 우리가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폈다. 그리곤 ”코로나19 이후에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비대면 사회로 가고 국수주의가 심화되거나 아예 세계화가 끝날 것처럼 얘기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지역공동체가 더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했다.최재천 교수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다음은 최 교수와의 일문일답 전문.-코로나19가 박쥐로부터 옮겨진 바이러스에서 유래했다고 보는가.△절대적으로 동의한다. 박쥐는 종수(種數)가 많다보니 이렇게 바이러스를 옮기기 쉽다. 지구상 포유류만 보면 종수 절반이 설치류다. 그리고 그 나머지의 절반, 즉 전체 포유류의 25% 정도가 박쥐다. 박쥐는 열대에 워낙 종수가 많다. 이 때문에 박쥐만 빼고 보면 열대와 온대지방 포유류의 생물 다양성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열대에 주로 사는 박쥐의 분포가 넓어지고 있다. 우한만 해도 아열대기후이고 박쥐가 많다. 우리나라에도 제법 많지만 건물 형태가 바뀌어서 우리 주변에서 찾기 보기 어렵다. 그러나 일본이나 동남아시아만 가도 길에서 쉽게 박쥐를 볼 수 있다. 특별히 박쥐가 더러워서 바이러스를 옮기는 건 아니다. 인간과 달리 박쥐는 묘하게 밖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에 신경 쓰지 않는 식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면역력이 강하지 않다. 바이러스가 박쥐에 들어오면 적당히 살다가 빠져 나간다. 이렇듯 종수도 많고 바이러스가 들락거리기 쉽다보니 박쥐는 바이러스를 이리저리 옮기는 역할을 많이 한다. -박쥐가 인간에게 직접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옮긴 것인가.△박쥐는 우리와 같은 포유류라 조류독감에 비해 인간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기 쉽다. 그러나 대부분은 박쥐가 다른 동물에게 바이러스를 옮기고 이를 통해 인간에게 옮겨오는 식이다. 중국에서는 천산갑을 얘기하는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다른 중간숙주들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특이한 식습관 등에 따른 일종의 `자연의 역습`이라고 보나.△인간이 자연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옮겨올 일이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 컬럼에서 `숲으로 나는 길은 언제나 파멸로 이른다`고 쓴 적이 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숲에 길을 내다보니 이런 일들이 쉽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포유류가 인간이고 살아가는 밀도가 높다보니 바이러스로부터 공격 받을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한 사람이 바이러스에 뚫리면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겨 대유행을 만들 수밖에 없다. 다만 자연이나 환경의 역습이라고들 얘기하는데, 자연이 어떤 의도나 계획을 가지고 바이러스를 옮기진 않으니 이렇게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냥 확률상 인간에게 옮길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만약 숙주에 기생하는 바이러스 입장에서 누구에게 공격할지를 기획한다면 당연히 인간이 선택되지 않겠는가.-신종 감염병의 발병 주기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고들 한다. △코로나19 감염 원인이 이렇다면 결국 신종 감염병은 앞으로 계속 있을 것이고, 그 주기도 짧아질 것이다. 스페인독감 이후만 해도 신종 감염병은 20~30년에 한 번씩 터졌다. 그러다 21세기 들어와선 2002년 사스부터 신종플루, 메르스, 지카바이러스, 진드기, 에볼라바이러스 등 대충 2~3년에 한 번씩 터졌다. 통계자료가 감염병 발병 주기가 짧아졌다는 걸 보여준다. 앞으로도 2~3년마다 이런 일이 터질 것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이번 코로나19 만큼 대유행으로 갈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떤 특이점이 있나.△의인화 해보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지하게 영리하다. 에볼라나 HIV는 독성이 너무 강해 바이러스에 걸리면 초기부터 통증이 심하고 치명률도 높다. 그에 비해 코로나 바이러스는 초반엔 거의 증상이 없다. 이 때 증상을 못 느낀다는 것이지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코로나는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처럼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그러다 옮겨진 바이러스는 인체 내 기관지로 들어가면 급속도로 발전한다. 숙주를 찾았다 싶으면 공격해댄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약은 녀석이다.-그래도 우리나라는 이런 코로나 특성을 잘 간파해 초기부터 잘 대응했다.△우리 방역당국이 처음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의 속성을 잘 알고 대응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과거 메르스로 인한 경험을 토대로 나름 준비해온 덕이었다. 메르스 때엔 병원이 뚫리면서 큰 낭패를 봤고 그 때문에 초기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진 방역부터 철저히 했다. 또 단계마다 방역당국이 결정을 잘 내렸고 지극히 운도 따랐다. 신천지라는 변수만 없었어도 국내에선 코로나19가 별 볼일 없이 지나갔을 것이다. 치명률 2%라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은 초기에 잘못 판단했다. 미국에선 작년에만 유행성 독감으로 1만8000명이 죽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 통계를 쥐고 초기에 코로나19를 평가절하했다. 다른 나라들도 초기 대응할 시기를 놓쳐서 치명률이 높아지고 중환자실로 갈수밖에 없다 보니 병상은 부족하고 의료체계가 붕괴됐다. 지금 일본이 그렇게 가고 있다. 앞으로 이런 일들이 잦아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 대응을 전 세계가 벤치마킹하면서 배워나갈 것이다. 최근 해외 유명 저널에서 우리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글을 써달라고 해 쓰고 있다. 이 같은 우리와 다른 국가들의 초기 대응 차이가 결과적으로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었는지를 쓰고 있다. 4년 전쯤에 질병관리본부에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인간은 급해지면 몸이 반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화생물학에서 흔히 하는 얘기다. 숲에 서있는데 뒤에서 부시럭 소리가 나는데, 이성적으로 호랑이인지 고라니인지 판단해서 행동하려면 큰 일 난다. 다행히 인간은 부시럭 소리만 나도 일단 숨는 식으로 몸이 반응하도록 돼있다. 몸이 본능적으로 움직일 때까지 훈련하고 프로토콜을 만들고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정은경 본부장은 이미 바이러스 유행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이다는 것을 준비하고 예행연습까지 했다고 하더라. 그러다보니 동요없이 잘 대응한 것이다. 최재천 교수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가을, 겨울에 2차 대유행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2차 대유행이 당연히 올 수 있다. 2차 대유행이 오면 자칫 지금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과거 스페인독감 때에도 2차 대유행에서 환자가 1차의 5배 이상이었다. 더 험악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다만 우리는 이미 잘 갖춰진 방역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본다. 신천지 수준으로 돌발변수만 아니라면 사회에서 확진자가 생겨도 금새 드러날 것이고 시스템 내에서 격리와 조사, 접촉자 추적 등을 통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미국 등에서는 코로나19를 치료하는 치료제, 예방하는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지금도 우리는 늘상 쌀쌀해지면 독감 예방접종 백신을 맞는데, 이 백신이 처음 만들어진 게 1940년대다. 그런데도 아직 효율이 60~70%다. 독감 백신 접종을 해도 독감에 절대 안 걸리는 게 아니라, 10명 중 3~4명은 독감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백신이 개발되고 지금까지 70년간 그 정도 효율밖에 높이지 못했다. 이런 화학백신에 너무 큰 기대를 걸어선 안된다. 백신을 개발하는데만도 1~3년은 족히 걸리고 개발해도 그대로 쓸 수 없다. 효율성을 검증해야 한다. 사스나 메르스 백신이 개발되다가 멈췄는데, 이는 개발할 때쯤이면 환자가 없어 효율성 테스트를 못하기 때문이다. 또 만들어 봐야 팔 곳도 없다. 제약회사들이 개발하다가 대개 그만두는 이유다. 지금이야 급할 때라 모두가 백신과 치료제를 얘기하지만 이것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수십년간 해결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나 역시 백신을 개발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개발하되 거기에 목을 메고 있으면 안된다는 얘기다. 집단면역 실험을 얘기하는데, 그처럼 정부가 손놓고 있어도 1~ 2년이면 코로나19 확산도 끝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고 그걸 막기 위해 국가가 나서서 방역하는 것이다. 백신이 정답이라고 기다리고 있으면 그 엄청난 피해를 다 겪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두 가지 다른 백신을 생각해 봤다. 하나는 행동백신이고, 다른 하나는 생태백신이다. 행동백신이 바로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다. 우리의 행동으로 바이러스가 다른 숙주에게 옮겨가지 못하게 차단만 하면 된다. 우리 행동으로 막을 수 있다. 한국은 그걸 잘 한 나라다. 생태백신은 우리가 자연을 덜 건드리면 된다는 것이다. 우한에서도 박쥐나 천산갑을 안 건드렸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자연을 보호하는 게 우리에게 훨씬 좋은 보답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이 화학백신보다 더 효율적인 백신이 될 수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힘들어 하는 사람도 많다. 행동백신이 얼마나 현실적일까.△개인적으로 7~8년간 혐오의 진화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데, 인간은 혐오를 하도록 진화한 동물이다. 일례로 타인이 뱉은 침이나 분변을 보면 인간은 건들지 않는다. 또 외지인을 보면 경계한다. 인간이 그런 행동을 하는 건 근원적으로는 질병 때문이다. 혐오의 근원은 바이러스나 세균이다. 그렇게 우리는 진화해왔다. 이 연구를 일본 교도대학과 함께 해왔다. 교도대학은 원숭이를 연구해서 그런 혐오의 진화를 입증했다. 일본 원숭이는 그런 혐오반응을 실제 보인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그런 본능적인 혐오의 경향성이 없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기 어렵다. 인간에겐 `당신의 주변사람이 바이러스를 갖고 있을지 모른다`고 경고만 하면 된다. 그러면 인간은 거리를 둔다. 물론 이것이 더 심해지면 동양인이나 마스크 쓴 사람에 대한 차별적인 혐오로 나타나는 것이지 적당한 혐오는 좋은 진화의 산물이다. 반면 가족끼리는 코로나19에도 한집에 산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는 가까이 있어도 된다. 못 믿는 사람과는 거리를 떼는 것이다. 우리 본능에 있는 것이라 이를 적절히 활용하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이후 인간에게 타인과의 접촉을 회피하고 갈등하는 경향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많이들 비관적으로 얘기하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단순하진 않을 것 같다. 코로나19를 겪었다고 인간이 너무 지나치게 접촉을 피하거나 비대면 세계로 완전히 바뀔 것 같진 않다. 국수주의가 심화한다거나 아예 세계화가 끝났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보긴 어렵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을 것이다. 단서성 생물과 달리 인간이나 개미, 꿀벌 등은 여럿이 모여 사는 사회성 동물이다. 특히 인간은 그 많은 사회성 동물 중에서도 무지하게 독특하다. 다른 사회성 동물을 한 단계 더 넘어선 존재가 인간이다. 예를 들어 커피숍에 침팬지 20마리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옆동네 침팬지가 들어왔다고 하자. 그러면 그 20마리 침팬지들이 그 하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절대 영역을 침범 못하게 한다. 개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역 대합실에 200~300명 다녀도 다른 호모사피엔스들을 걱정하지 않고 다닌다. 우리는 그 단계의 진화를 한 유일한 동물이다. 특히 가족단위 유대가 더 강화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사회적 거리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의미가 없다. 가족 외에 공동체가 더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급속한 근대화로 지역공동체가 사라진 나라인데, 서양에 가보면 많은 도시에서 소도시나 동네 단위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모습을 본다. 한국에선 `저는 서대문구 구민입니다`라고 하지 않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동네 출신을 유독 강조한다. 압축성장으로 인해 완전히 잃어버렸던 그런 지역공동체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한다.-실제 비대면 거래가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는 수치도 있지 않나.△코로나19 때문에 바뀐 흐름이라고 보지 않는다. 원래 있던 현상이 코로나로 인해 더 가속화할 뿐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국내 모바일 뱅킹은 전 국민 중 이미 65%가 사용하고 있었다. 그 외 온라인 쇼핑이나 원격강의 등도 코로나로 인해 나타난 변화가 아니라 이미 바뀌고 있던 것들이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사회적 거리두기를 종료한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면서 우리는 `K방역`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정치에서도 총선을 치루면서 민주주의를 살려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제는 `K경제`를 해야할 때다. 이동 봉쇄령이 내려진 인도 뉴델리에서 한 시민이 `이대로 굶어죽느니 배불리 먹고 코로나19에 걸려 죽는 게 낫겠다`고 인터뷰하더라. 과거 6.25 전쟁에서도 포탄이 떨어지는데 할 일은 하면서 살았다. 바이러스가 돈다고 아무 것도 못하고 굶어 죽는다면 그런 방역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이는 절대 훌륭한 방역이 아니다.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갈 때다. 조심스레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생활방역 지침을 모두가 잘 지켜가며 경제를 되살려 내는 것도 세계에 모범을 보일 수 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너무 서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들이 우리가 경제를 되살리는 걸 보고 따라오도록 해야 하며 충분히 그럴 수 있다. -`K경제`는 어떤 방향이어야 한다고 보나.△`패러다임 시프트`라는 표현을 본따 `센터 시프트`가 필요하다고 본다. 중심을 이동하자는 것인데, 이 참에 우리 정부의 중심을 디지털로 완벽하게 옮겨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코로나19 방역에서 성공한 비결도 조기 진단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찾아내고 그 환자의 이동접촉을 디지털로 완벽하게 추적했고, 자가격리자도 디지털로 관리한 덕이었다. 이를 토대로 세계 최고의 디지털 국가로 가겠다고 표방한 뒤 모든 기준을 다 바꿔야 한다. 세계가 우리를 벤치마킹하면서 따라오도록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다. 택시산업을 보호하고자 타다라는 혁신서비스를 막았는데, 모든 사람 하나하나를 챙기기 위해 새로운 걸 못하게 만드는 건 포용국가가 아니다. 혁신을 하면서 뒤쳐지는 사람들을 보듬는 게 포용국가다. -디지털 국가로의 전환을 위해 필요한 것은 또 무엇인가.△교육 혁신이다. 교육을 뿌리채 뽑아서 새롭게 시도해 봤으면 좋겠다. 한 가정에 겨우 애가 둘인데도 어쩌면 이리 다를까 하듯이 아이들은 다 다르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을 앉혀놓고 똑같이 만들려고 기를 쓰고 있는 게 우리 교육이다. 이번 온라인 강의나 원격수업을 봐도 그렇다. 동시 접속자가 몰리니 시스템이 불안하고 다운되는데 굳이 같은 시간대에 컴퓨터 앞에 앉혀놓는 이유를 모르겠다. 온라인으로 개학을 했는데 방식은 오프라인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우리나라 교육혁명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보는데 교육부는 걱정만 하고 있다. 너무 가르치려고 들면 안된다. 학교 선생님을 왜 1타 강사와 비교하나. 그러니 선생님들이 원격수업하기 어려워 하는 것이다. 원격수업이라면 교사는 사후에 아이들이 공부한 것을 챙겨보고 지도하면 된다. 기왕이면 평가제도도 바꿨으면 한다. 공무원들이 혁신을 하지 못하는 건 평가 한 번으로 고위직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 때문이다. 이번 코로나19 방역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창의적인 국가로 떠올랐는데, 교육과 평가는 전근대적이다.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검사방식을 제안한 공무원도 평가를 안 받다 보니 창의적인 걸 편하게 제안한 것이다. 교육도, 평가도 풀어주면 창의적인 걸 해내는 게 우리 민족이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미친 긍정적 영향도 있을까.△이번에 우리 국민 모두가 느꼈을 것이다. 우리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그동안 `헬조선`이라며 자학하던 국민들이 이번 기회로 우리도 괜찮은 국민들이라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이것이 앞으로의 대한민국에겐 굉장히 큰 자산이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 젊은이들의 생각이 달라졌을 게다. 또 사회적 가치에 대한 생각들이 달라질 것 같다. 그동안 앨 고어, 제인 구달 등과 함께 그렇게도 자연 보호를 외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겪고, 앞으로 3~5년마다 이같은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 만큼 일반인들도 생태적인 면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근본적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환경친화적 기업들은 자연을 파괴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차원이었다면 앞으로는 보다 적극적 의미를 가질 것이다. 소비자들부터 지구나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기업 활동에 문제를 제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우리가 가고 있던 파멸의 길에서 궤도 수정해주는 일을 할지도 모르겠다는 기대다.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바뀔 것이다. 인간은 계산하는 동물인 만큼 이 참에 제대로 된 계산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2020.05.08 I 이정훈 기자
"코로나로 비대면사회 전환 안돼…지역공동체 더 활성화될 것"
  • "코로나로 비대면사회 전환 안돼…지역공동체 더 활성화될 것"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코로나19 이후에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비대면 사회로 가고 국수주의가 심화되거나 아예 세계화가 끝날 것처럼 얘기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이다. 인간도 근본적으로 여럿이 모여살 수밖에 없는 사회성 동물이고, 다른 사회성 동물보다 한 차원 더 진화한 사회성을 지녔다. 국내만 놓고보면 코로나 사태 이후 오히려 지역공동체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한다.”최재천 교수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전망을 내놓으며 “최근 비대면 거래나 회의, 강의 등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바뀐 흐름이라기보단 기존에 생겨난 현상이 코로나19로 인해 더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가진 본능에 기반한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최 교수는 이에 대한 신뢰로 이제는 일상으로의 복귀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과거 6.25 전쟁에서도 포탄이 떨어지는데 할 일은 하면서 살았다”며 “바이러스가 돈다고 아무 것도 못하고 굶어 죽는다면 그런 방역은 안하느니만 못하며 이 같은 방식은 절대 훌륭한 방역이 아니다”며 “조심스럽게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생활방역 지침을 잘 지켜가면서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갈 때”라고 강조했다.다음은 최재천 교수와의 일문일답.-코로나19가 박쥐로부터 옮겨진 바이러스에서 유래한 게 맞나△절대적으로 동의한다. 박쥐는 종수(種數)가 많다보니 바이러스를 옮기기 쉽다. 지구상 포유류만 보면 종수 절반이 설치류이고 그 나머지의 절반, 즉 전체 포유류의 25% 정도가 박쥐다. 특히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열대에 주로 살던 박쥐 분포가 넓어지고 있다. 우한만 해도 아열대기후이고 박쥐가 많다. 인간과 달리 박쥐는 묘하게 밖에서 들어오는 바이러스에 신경 쓰지 않는 식으로 진화했다. 그래서 면역력이 강하지 않다. 종수도 많고 바이러스가 들락거리기 쉽다보니 박쥐는 바이러스를 이리저리 옮기는 역할을 많이 한다.-인간의 특이한 식습관 등에 따른 일종의 `자연의 역습`이라고 보나.△인간이 자연을 건드리지 않았으면 옮겨올 일이 없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숲으로 나는 길은 언제나 파멸로 이른다`고 쓴 적이 있다. 개발이란 이름으로 숲에 길을 내다보니 이런 일들이 쉽게 일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포유류가 인간이고 살아가는 밀도가 높다보니 바이러스로부터 공격 받을 확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한 사람이 바이러스에 뚫리면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겨 대유행을 만들 수밖에 없다. 다만 자연이나 환경의 역습이라고들 얘기하는데, 자연이 어떤 의도나 계획을 가지고 바이러스를 옮기진 않으니 이렇게 표현하는 건 적절치 않다. 확률상 인간에게 옮길 가능성이 높을 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어떤 특이점이 있나.△의인화 해보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지하게 영리하다. 에볼라나 HIV는 독성이 너무 강해 바이러스에 걸리면 초기부터 통증이 심하고 치명률도 높다. 반면 코로나 바이러스는 초반엔 거의 증상이 없다보니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처럼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 그러다 옮겨진 바이러스는 인체 내 기관지로 들어가면 급속도로 발전한다. 숙주를 찾았다 싶으면 공격해댄다. 굉장히 약은 녀석이다.-그래도 우리는 코로나의 특성을 잘 간파해 초기부터 잘 대응했다.△우리 방역당국이 처음부터 코로나 바이러스의 속성을 잘 알고 대응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과거 메르스로 인한 경험을 토대로 나름 준비해온 덕이다. 메르스 때엔 병원이 뚫리면서 큰 낭패를 봤고 그 때문에 초기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진 방역부터 철저히 했다. 또 단계마다 방역당국이 결정을 잘 내렸고 운도 따랐다. 신천지라는 변수만 없었어도 국내에선 코로나19가 별 볼일 없이 지나갔을 것이다. 치명률 2%라는 게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유럽이나 미국은 초기에 잘못 판단했다. 다른 나라들도 초기 대응할 시기를 놓쳐서 치명률이 높아지고 중환자실로 갈수밖에 없다 보니 병상은 부족하고 의료체계가 붕괴됐다. 지금 일본이 그렇게 가고 있다.-가을, 겨울에 2차 대유행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2차 대유행이 당연히 올 수 있다. 2차 대유행이 오면 자칫 지금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과거 스페인독감 때에도 2차 대유행에서 환자가 1차의 5배 이상이었다. 다만 우리는 이미 잘 갖춰진 방역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본다. 신천지 수준으로 돌발변수만 아니라면 사회에서 확진자가 생겨도 금새 드러날 것이고 시스템 내에서 격리와 조사, 접촉자 추적 등을 통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코로나19 장기화로 코로나 이후 인간에게 타인과의 접촉을 회피하고 갈등하는 경향성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는데.△많이들 비관적으로 얘기하는데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게 단순하진 않을 것이다. 코로나19를 겪었다고 인간이 너무 지나치게 접촉을 피하거나 비대면 세계로 완전히 바뀔 것 같진 않다. 국수주의가 심화한다거나 아예 세계화가 끝났다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보긴 어렵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 순 없을 것이다. 단서성 생물과 달리 인간이나 개미, 꿀벌 등은 여럿이 모여 사는 사회성 동물이다. 특히 인간은 그 중에서도 독특하다. 예를 들어 커피숍에 침팬지 20마리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옆동네 침팬지가 들어왔다고 하자. 그러면 그 20마리 침팬지들이 그 하나를 가만 두지 않는다. 절대 영역을 침범 못하게 한다. 개미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는 서울역 대합실에 200~300명 다녀도 다른 호모사피엔스들을 걱정하지 않고 다닌다. 우리는 그 단계의 진화를 한 유일한 동물이다. 특히 가족단위 유대가 더 강화될 수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사회적 거리도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선 의미가 없다. 가족 외에 공동체가 더 발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급속한 근대화로 잃어버렸던 지역공동체가 더 활성화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한다.-실제 비대면 거래가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다는 수치도 있지 않나.△코로나19 때문에 바뀐 흐름이라고 보지 않는다. 원래 있던 현상이 코로나로 인해 더 가속화할 뿐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국내 모바일 뱅킹은 전 국민 중 이미 65%가 사용하고 있었다. 그 외 온라인 쇼핑이나 원격강의 등도 코로나로 인해 나타난 변화가 아니라 이미 바뀌고 있던 것들이 코로나로 인해 가속화하고 있다고 보는 게 옳다.
2020.05.08 I 이정훈 기자
"신종 감염병 2~3년 주기로 온다…행동·생태백신 만들자"
  • "신종 감염병 2~3년 주기로 온다…행동·생태백신 만들자"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같은 신종 감염병이 앞으로도 2~3년마다 반복될 수 있다. 수십년간 개선해도 효율성이 높지 않은 화학백신에 의존하기보다는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을 실천함으로써 이를 이겨낼 수밖에 없다.”최재천 교수 (사진=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국내 최고 권위의 생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7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을 덜 건드리는 삶의 방식을 통해 신종 감염병을 선제적으로 예방하는 생태백신과 감염병이 생겨난 뒤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함으로써 확산을 막아내는 행동백신을 실천하는 일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포유류가 인간이고 살아가는 밀도가 높다보니 바이러스로부터 공격 받을 확률이 높아지고, 한 사람이 바이러스에 뚫리면 다른 사람에게 쉽게 옮겨 대유행을 만들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1920년대 스페인독감 이후 20~30년에 한번씩 생기던 신종 감염병이 21세기 들어 그 주기가 굉장히 짧아졌고 앞으로도 2~3년에 한 번씩 이런 일이 터질 것이라 봐야 한다”고 점쳤다.미국 등지에서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최 교수는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우리가 맞는 독감 백신만 해도 1940년대에 만들어져 80년 가까이 개선시켜 왔는데도 아직 효율이 60~70%로, 10명 중 3~4명은 걸린다”며 “코로나19 백신도 개발에만 1~3년 걸리고 개발해도 효율성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을 개발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이런 (효율성이 떨어지는) 화학백신에 너무 큰 기대를 걸거나 목을 매선 안된다는 뜻”이라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근본적 해법인 바로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이라고 강조했다.특히 그는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됐듯이 인간은 불결하거나 낯선 것을 피하고 외지인을 보면 경계하는 등 혐오하도록 진화한 동물인데, 이는 바이러스나 세균으로 인한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차별적인 혐오는 문제지만 적절한 혐오는 좋은 진화의 산물인 만큼 이같은 본능을 활용한다면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을 충분히 체득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0.05.08 I 이정훈 기자
해수부 “낙지에서 스트레스 감소 성분 발견…특허 출원”
  • 해수부 “낙지에서 스트레스 감소 성분 발견…특허 출원”
  •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사진=이데일리 김태형 기자][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낙지에서 뇌 기능을 개선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신경조절물질이 발견됐다. 해양수산부는 27일 관련 연구팀이 특허 출원을 마쳤다고 밝혔다. 해수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8개 부처는 유전체 분야 기초·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산업화하기 위해 2014년부터 인간·동식물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 ‘포스트게놈다부처유전체 사업’을 진행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팀은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18년부터 ‘해양수산생물 유전체정보기반 헬스케어·재생의료소재 개발’ 과제를 추진했다.연구팀은 낙지가 무척추동물 중 가장 지능이 높고 복잡한 뇌신경계를 가졌다는 점에 착안한 유전체 연구를 통해 신경조절물질인 세파로토신을 발견했다. 세파로토신을 실험용 쥐에 투입한 결과 이 물질이 인지기능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 행동을 줄여주는 것을 확인했다. 해수부 관계자는 “낙지의 신경조절물질이 포유류 동물에도 효능이 있음을 세계 최초로 밝혀낸 성과”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에 대해 이달 9일 특허를 출원했다. 이어 향후 특허 등록을 마치고 이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위해 2023년까지 기술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다. 해수부는 기술 이전이 이뤄질 경우, 임상시험 등을 거쳐 인지기능 장애나 우울증 예방·치료 목적의 바이오 신약이나 건강기능식품 개발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김인경 해수부 해양수산생명자원과장은 “유전체 연구는 생명체의 기본 설계도를 밝혀내 새로운 물질을 찾고 이를 다각적으로 활용하는 의미 있는 연구”라며 “앞으로도 해양수산 분야에서 관련 연구가 계속되고 우수한 성과는 상용화까지 이어지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뇌의 신경세포에서 신경조절물질이 만들어지고 이러한 신경조절물질이 뇌 세포 간 커뮤니케이션을 유도해 학습, 기억, 감정 조절에 관여한다. 그림은 뇌기능 개선 신경전달물질의 작동 원리를 표현한 것이다. [자료=해양수산부]
2020.04.27 I 최훈길 기자
“라쿤 발견하면 신고하세요”…외래생물 관리 종합대응 지침서 발간
  • “라쿤 발견하면 신고하세요”…외래생물 관리 종합대응 지침서 발간
  •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라쿤이나 사향쥐 등 국내에 유입된 외래 생물이 생태계에 피해주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종합대응 지침서가 발간됐다.23일 환경부는 외래생물의 국내 유입에 따른 자연 생태계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외래생물 관리 종합대응 지침서’를 발간하고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24일 배포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침서는 외래생물의 분류군별 단계적 관리 방안과 최근 국내 생태계에 유입돼 피해를 일으킬 우려가 높은 대표적인 외래생물 6종의 종별 대응 방안이 수록됐다.외래생물 6종은 △라쿤 △사향쥐 △미국가재 △붉은배과부거미 △등검은말벌 △긴다리비틀개미으로 이 생물들은 미국, 중국, 아프리카 등에서 유입됐다.특히 라쿤은 생김새가 너구리와 유사하며 애완용 또는 관람용으로 국내에 도입돼 사육되다가 동물원, 동물카페 등에서 탈출 또는 유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라쿤을 발견할 경우 정부 안전신문고, 안전신고센터 등에 신고하면 지자체, 환경부, 국립생태원 등 관계기관에서 예찰 조사, 포획 등 방제작업을 수행한다. 분류군별 대응 방안은 포유류, 어류, 양서·파충류, 곤충류, 식물 별로 관심, 주의, 심각 단계에 따라 환경부, 지자체, 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 등 관계기관의 행동방안이 예시와 함께 제시돼 있다.이번 지침서는 환경부 홈페이지와 한국외래생물정보시스템에 전자파일 형태로 공개된다. 환경부는 외래생물에 대한 예찰·조사 및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있으며, 생태계교란 생물 등 외래생물을 발견할 경우 신고센터로 즉시 신고할 것을 안내했다.박연재 환경부 자연보전정책관은 “이번 지침서를 통해 관계기관 간 긴밀한 대응체계 구축과 방제조치 등 신속한 현장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지침서를 보완해 외래생물의 철저한 관리와 생태계 보전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라쿤(사진=환경부 제공)
2020.04.23 I 최정훈 기자
'치매' 따른 인지 능력 회복 가능성 높였다...KAIST 신경 펩타이드 발견
  • '치매' 따른 인지 능력 회복 가능성 높였다...KAIST 신경 펩타이드 발견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지난해 기준 국내 65세 이상 노인 중 10명 중 1명이 치매 질환을 갖고 있다. 치매가 기억력 손실이나 인지 기능 저하 등을 유발하는 가운데 인지 능력 회복을 위한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높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이승희 생명과학과 교수 연구팀이 소마토스타틴이 시각 피질의 정보 처리 과정을 조절하고, 이를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23일 밝혔다.소마토스타틴과 다른 신경세포간의 연결성을 나타낸 모식도.<자료=한국과학기술원>소마스타틴은 뇌세포 대사 기능을 억제 신경 안정 작용을 하는 신경 전달 억제 물질로 분비 신경 세포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 중 하나이다.이승희 교수 연구팀은 치매의 한 종류인 알츠하이머 질환 환자의 뇌척수액에서 소마타틴의 발현율이 감소했다는 점에 주목해 인지 능력 회복 가능성을 밝히는 연구를 수행했다.소마토스타틴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중추신경계에서 존재한다. 정상적인 포유류의 대뇌 피질에서 소마토스타틴을 발현하는 신경 세포인 가바를 신경전달물질로 분비해 흥분성 신경 세포의 활성을 억제해 정보 처리 정도를 조율한다.연구팀은 실험용 생쥐에서 시각정보 인지·식별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실험 장비를 개발하고, 생쥐의 시각피질과 뇌척수액에 소마토스타틴을 직접 주입해 이를 관찰했다. 그 결과, 생쥐의 시각정보 인지 능력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또 생체나 뇌 절편에서의 신경 세포 간 신경전달 효율 변화를 측정하고, 해당 신경망을 연속 볼록면 주사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해 시각인지 기능 향상이 이뤄지는 생체 내 신경 생리적 원리를 규명했다.연구진은 인간을 비롯한 포유류의 두뇌 인지 기능을 조절하고, 퇴행성 뇌 질환 등에서 나타나는 인지 기능 장애 치료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이승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두뇌 기능을 높이고, 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지난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2020.04.23 I 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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