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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월 급락 증시, 그 이후..`4대 그룹 성적표 보니`
- [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삼성·현대그룹은 선방했고, LG·SK그룹은 부진했다. 지난 8월 급락장에서 줄줄이 하락했던 국내 대표그룹주들이 최근 안도랠리에서 차별화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일 기준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250조5479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1일 시총과 비교했을 때 1.13% 줄어든 수치다. 코스피가 급락했던 지난 8월22일, 시가총액 규모가 200조원대로 떨어지면서 8월초 대비 20.4%나 떨어진 것을 감안할 때 빠른 회복을 보인 셈이다. 특히 같은 기간 코스피 전체의 시총 규모가 약 13% 가량 감소한 것에 비하면, 상당히 선방했다. 삼성그룹의 시총규모 회복을 이끈 1등 공신은 삼성전자(005930)다. 삼성전자의 시총규모는 지난 8월1일 128조1504억원에서 3일 142조438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 8월22일 60만원대 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현재 100만원대 안착을 시도하고 있다. 이외 호텔신라(008770) 제일기획(030000) 시총규모도 8월초에 비해 각각 27.9%, 19.7% 늘어난 것도 그룹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여러가지 악조건 속에서 3분기에 매우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던 것이 컸다"면서 "4분기에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영업이익이 기대되는 만큼 주가 흐름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 시총은 8.54% 하락했다. 해외수출 확대 등으로 자동차 3인방 중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의 주가가 그나마 빠르게 회복한 편이라, 시총 감소폭도 다른 그룹에 비해 적은 편이었다. 현대차 기아차의 시총은 8월초 대비 각각 1.91%, 7.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대모비스(012330)의 시총은 16.4% 떨어지며 여전히 저조한 모습이었다.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펀더멘털이 강화된 것이 유효했다"면서 "현대모비스의 경우 실적 부진 및 신규 성장모멘텀 부족 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LG그룹의 시총은 22.68% 떨어지며 가장 부진했다. LG유플러스(032640)(26.16%)가 LTE 기대효과로 크게 상승했고, LG생활건강(051900)(4.23%)도 선방했지만, 지주회사인 LG(003550)(-31.4%)와 LG디스플레이(034220)(-24.3%) LG전자(066570)(-23.9%) LG이노텍(011070)(-27.1%)의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LG전자는 지난달 무디스, 스탠더드&푸어스, 피치 등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잇따라 신용등급이 강등됐고, 3분기 실적이 저조하면서 투자심리가 꺾였다. 여기에 3일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도 주가 하락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김혜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의 경우 피처폰과 스마트폰 출하량이 모두 감소해 3분기 영업적자폭이 확대됐다"면서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이 기존사업에 대한 시설투자와 운영자금을 위한 것인 만큼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게 확인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주가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은 SKC(011790)(-44.8%)를 비롯해 SK이노베이션(096770)(-27.6%) SK(003600)(-24%) SK네트웍스(001740)(-20.2%) 등이 부진했다. SK텔레콤(017670)(-2.01%) SK C&C(034730)(7.9%) 등이 그나마 선방했지만, 그룹 시가총액은 16.07% 감소했다.▶ 관련기사 ◀☞[마켓in][크레딧마감]LGD 끝없는 추락☞"공정위 과징금 부당"‥발끈한 LGD 행정소송 제기☞[마켓in][크레딧마감]LGD 회사채값 또 급락
- [마켓in][14th SRE 노치업]여천NCC `꿈의 직장`
- 마켓in | 이 기사는 11월 01일 11시 4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지난달 국정감사 기간, 여천NCC의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건이 있었다. 여천NCC라는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고 어떤 회사인지 문의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연봉순위 1위에 올랐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게다가 전체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도 19.5년에 달해 상위 100개 기업 중 가장 오래 다니는 회사로 꼽혔다. 그만큼 회사가 탄탄하고 직원 만족도도 높다는 뜻으로 풀이돼 어떤 이들은 ‘꿈의 직장’이라며 추켜세웠다. 이런 대외적인 평판이 당연하다는 듯 지난 4월 신용등급도 A+로 올라섰다. 지난해 4월 A를 회복하고 정확히 1년만이다. 여천NCC는 2005년 A로 올라섰지만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며 2009년 A-로 떨어졌었다. 이번 등급 조정은 실적과 영업현금흐름창출력이 좋아지고 차입규모는 줄어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최대의 기초유분 생산능력과 주주 계열사를 통한 안정적인 판매구조도 인정받았다. 신용평가사는 “우수한 사업경쟁력에 기반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충분한 재무완충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오를 만 했다는 평가다. 기초유분 생산력 국내 1위 여천NCC는 지난 1999년에 대림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이 함께 설립한 기초유분 전문 생산업체다. 두 회사가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공동 경영을 해 나가고 있다. 국내 1위의 기초유분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산업 내 입지는 탄탄하다. 기초유분은 합성수지나 섬유, 고무 등의 주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으로 나눠지는데 여천NCC는 연간 191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생산된 에틸렌의 25%를 여천NCC가 생산했다. 매출의 70%가 양대 주주사를 비롯한 관계사에서 발생하는 만큼 판매 기반도 안정적이다. 한화케미칼, 대림산업, 폴리미래 등 다운스트림(기초유분을 다시 분해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제품을 만드는 공정) 제품 생산업체와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파이프라인(Pipe-Line)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외 매출의 30% 정도는 중국 등 수출을 통해 발생한다. 신용평가사는 “국내 최대 기초유분 생산능력, 관계사 기반의 수요처 구성 및 안정적인 판매구조 등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사업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도 “현금흐름이 좋고 이익잉여금이 많은 회사”라며 “안정적인 납품 구조를 가지고 있어 향후 전망도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익은 늘고 차입금은 줄고 지난해 말 기준 재무구조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09년 말 4조831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6조3171억원으로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5283억원으로 2005년 이래 최고치다. 매출증가와 수익성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5200억원 규모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을 창출해냈다. 반면 순차입금은 줄었다. 2008년말 274%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2년만에 107% 수준으로 안정을 찾았다. 60%를 넘어서던 차입금의존도도 31%로 돌아왔다. 신용평가사는 “주력 제품의 시황과 실적전망 등을 감안하면 재무구조 개선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고비는 있었다. 지난 2008년 원재료인 나프타(Naphtha)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여천NCC의 실적은 악화됐다. 비싸게 사놓은 재고 때문이었다. 유가가 떨어진 만큼 제품 가격도 하락, 재고로 사놓은 원재료 값보다도 제품 가격이 더 싸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쳐 제품 값을 올릴 수도 없었다. 물건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된 것.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유가 하락과 금융위기로 2008년 말 적자가 심하게 났다”며 “이 때문에 매출실적은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상황은 반전됐다. 2009년 말 34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년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 수요는 늘고 가격은 안정을 찾아가는 등 우호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나프타 값이 하향 안정된 가운데 석유화학업계의 가동률이 낮아져 공급량이 줄어든데다 중국의 내수경기 부양에 힘입어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단일제품·과도한 배당 부담” 다만 전업 석유화학사로 기초유분에 집중된 사업 구조는 위험으로 지적된다. 경기변동에 따른 수익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NCC(Naphtha Cracking Center: 나프타를 열분해하여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사업) 업체가 기초유분 이외에도 다운스트림 제품까지 생산하는 방식으로 다각화를 이룬 것과 비교된다. 신용평가사는 “한화케미칼 등 관계사가 다운스트림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여천NCC 입장에서 사업다각화를 이루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시황 변동에 따라 노출된 위험이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과도한 수준의 배당금 지급도 재무구조에는 부담이다. 여천NCC는 매년 지주사에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실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벌어들인 순이익은 약 1조3000억원이었던데 비해 같은 기간 지급된 배당금은 1조원에 이른다.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2008년에도 2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이 지급됐다. 배당금이 연초에 지급됐기 때문이었지만 2009년 `대규모 설비투자와 배당금 지급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신용평가사는 당시 A였던 신용등급을 A-로 떨어뜨렸다. 자산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이익잉여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최근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기 흐름도 변수다. 올초 시장은 경기 회복에 따라 석유화학경기도 좋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섣불리 앞날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거시경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상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불안감이나 중국의 긴축 재정 등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상반기 좋은 실적을 유지했지만 하반기 실적은 그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
- [마켓in][14th SRE 노치업]현대백화점 나도 AA+다
- 마켓in | 이 기사는 11월 01일 11시 46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난 욕망한다, 내겐 너무 먼 명품백을. 생산이 삶의 방식과 사회구조를 결정한다던 19세기 담론은 이곳 문을 들어서는 순간 여지없이 해체된다. 삶이 곧 소비이고 소비가 곧 존재 이유인 이곳은 바로 백(百)·화(貨)·점(店). 욕망의 배설구, 무한 복제되는 욕망 아메바의 집합소라는 비난과 21세기 컨슈머헤븐(Consummer Heaven)이라는 찬사가 엇갈리는 곳이다. 다들 힘들어 죽겠다는 이 순간에도 대형 백화점은 밀려드는 고객들로 ‘행복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중에도 최근 2년간 보여준 현대백화점의 선전은 두드러진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연례행사처럼 신용등급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 AA-에서 AA로 상향된지 1년만에 다시 AA+로 올라섰다. 롯데쇼핑, 신세계와 같은 반열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등급상향 배경에는 꾸준히 늘고 있는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개선 등이 자리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낮아져 재무안전성도 개선됐다. 실제 2007년 1618억원이던 현대백화점의 연간 영업이익은 2008년 1697억원, 2009년 1949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175억을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는 올 들어서도 이어져 상반기까지 14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의 절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것.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 역시 2007년 2112억원에서 지난해말 267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07년 61.4%에서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말 50.6%로 줄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 역시 11.6%에서 9.6%로 감소했다. 세마리 토끼몰이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로 다른 업종이 살얼음을 걷고 있는 시기에도 현대백화점은 매출성장과 수익성 개선, 재무건전성 제고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았다. 위기의 시기 현대백화점이 선전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점포들의 유리한 입지환경과 브랜드 인지도 소비양극화에 따른 변화된 소비패턴, 백화점 업계의 과점체제 구축 덕분이다. 이는 현대백화점은 물론 신세계와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 빅3의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현재 운영중인 현대백화점 점포는 총 13개다. 압구정 본점과 수탁경영중인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 주력 점포들이 서울 강남권 등 핵심지역을 배후상권으로 하고 있다. 지방 점포들 역시 대구와 부산, 울산 등 소비여력이 높은 상권에 몰려있다. ‘현대백화점=고급백화점’이라는 브랜드 인지도 또한 높다. 이는 충성도 높은 VIP고객 증가로 이어졌는데, 현대백화점의 VIP고객 비중은 2005년 2.6%에서 2010년 10.1%로 늘어났다. 이들의 매출 기여도 역시 같은 기간 28.5%에서 50.7%로 늘었다. 김희은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은 고마진 위주의 상품 입점과 거래업체에 대한 높은 교섭력으로 매출원가율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영업이익률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20.5%이던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21.1%, 2009년 23.2%, 지난해 25.1%로 매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와 공급측면에선 가파르게 진행된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현대백화점을 비록한 빅3 백화점 업계 전체의 자양분이 됐다. 더 많은 가처분소득을 축적한 상위계층과 명품을 갈망하는 젊은층의 가치소비가 더해지면서 백화점업계의 매출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공급측면에선 지방의 유수 백화점이 쓰러지고 빅3 백화점의 점포망은 강화됐다. 과점체계를 형성한 빅3 백화점들은 VIP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흡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덕분에 백화점 업계의 총 매출은 글로벌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2008년 이후 오히려 연간 10%대의 신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 주식·회사채 시장 반응은 증권업계에서도 현대백화점의 실적모멘텀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는 2015년까지 현대백화점은 경쟁업체 중 가장 높은 매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 실적 비교에서도 가장 높은 영업이익증가율을 기록하며 실적모멘텀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실적 성장세를 감안했을 때 현대백화점은 유통주 내에서도 피난처 역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자본시장내 큰 손인 국민연금도 현대백화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3분기중 5% 이상 지분을 새로 사들인 27개 대량보유종목에는 현대백화점(5.1%)이 포함돼 있다. 회사채 시장내 평가도 달라졌다. 지난 5월말 현대백화점은 3년만기 회사채 1500억원을 국고채3년물에 25bp(0.25%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발행했다. 등급상향이 이뤄진 직후이기는 했지만 당시 현대백화점은 동일조건 동일등급의 회사채 민평금리보다 30bp 가까이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걸림돌은 없나 현대백화점이 계획하고 있는 매장 확장전략은 향후 회사 재무에 적잖은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올해 대구백화점을 출점한 현대백화점은 내년 청주, 2013년 양재, 2014년 안산과 판교 광교, 2015년엔 아산점 개점을 계획하고 있다. 같은 기간(2012~2015년) 롯데가 4곳, 신세계가 2곳의 신규점포를 계획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공격적인 확장전략이다. 백화점 점포 하나당 개설에 드는 비용이 2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4년간 총 1조8000억원 안팎의 대규모 투자가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신규투자비의 30~40% 가량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외부차입으로 충당해야 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다만 연결기준 6000억원을 상회하는 우수한 현금창출력과 최근의 이익규모 증가세를 감안할 때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크게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체 투자규모가 적지는 않지만 회사내 유보된 이익잉여금 규모와 꾸준한 실적증가세를 감안하면 AA+등급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6월말 현재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조2844억원에 달한다. 김희은 애널리스트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신규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간별로 적절히 배분돼 있어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백화점업의 특성상 운전자본을 활용한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고, 보유 부동산의 높은 자산성 등으로 금융시장 접근성도 좋아 재무탄력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백화점 수수료율 정상화 정책도 향후 영업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실 그간 백화점업계는 중소 협력업체에 30~40%에 이르는 높은 수수료율과 각종 명목의 판매 비용을 전가해 왔다.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해선 입점 유치를 위해 인테리어 비용까지 떠안으며 특혜를 베푼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책의 영향권에서 현대백화점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며 “다만 향후 소비자물가가 안정되고 대내외 경기가 회복되면 정부의 압박강도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
- [마켓in][14th SRE 노치업]여천NCC `꿈의 직장`
-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지난달 국정감사 기간, 여천NCC의 홈페이지가 다운되는 사건이 있었다. 여천NCC라는 이름이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리고 어떤 회사인지 문의하는 질문이 쏟아졌다. 삼성전자를 제치고 연봉순위 1위에 올랐다는 소식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 게다가 전체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도 19.5년에 달해 상위 100개 기업 중 가장 오래 다니는 회사로 꼽혔다. 그만큼 회사가 탄탄하고 직원 만족도도 높다는 뜻으로 풀이돼 어떤 이들은 ‘꿈의 직장’이라며 추켜세웠다. 이런 대외적인 평판이 당연하다는 듯 지난 4월 신용등급도 A+로 올라섰다. 지난해 4월 A를 회복하고 정확히 1년만이다. 여천NCC는 2005년 A로 올라섰지만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하며 2009년 A-로 떨어졌었다. 이번 등급 조정은 실적과 영업현금흐름창출력이 좋아지고 차입규모는 줄어 재무구조가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최대의 기초유분 생산능력과 주주 계열사를 통한 안정적인 판매구조도 인정받았다. 신용평가사는 “우수한 사업경쟁력에 기반한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충분한 재무완충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오를 만 했다는 평가다. 기초유분 생산력 국내 1위 여천NCC는 지난 1999년에 대림산업과 한화석유화학이 함께 설립한 기초유분 전문 생산업체다. 두 회사가 50%씩 지분을 보유하고 공동 경영을 해 나가고 있다. 국내 1위의 기초유분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산업 내 입지는 탄탄하다. 기초유분은 합성수지나 섬유, 고무 등의 주원료로 에틸렌, 프로필렌 등으로 나눠지는데 여천NCC는 연간 191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해 낼 수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생산된 에틸렌의 25%를 여천NCC가 생산했다. 매출의 70%가 양대 주주사를 비롯한 관계사에서 발생하는 만큼 판매 기반도 안정적이다. 한화케미칼, 대림산업, 폴리미래 등 다운스트림(기초유분을 다시 분해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 제품을 만드는 공정) 제품 생산업체와 장기공급계약을 맺고 파이프라인(Pipe-Line)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외 매출의 30% 정도는 중국 등 수출을 통해 발생한다. 신용평가사는 “국내 최대 기초유분 생산능력, 관계사 기반의 수요처 구성 및 안정적인 판매구조 등을 감안하면, 전반적인 사업안정성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도 “현금흐름이 좋고 이익잉여금이 많은 회사”라며 “안정적인 납품 구조를 가지고 있어 향후 전망도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익은 늘고 차입금은 줄고 지난해 말 기준 재무구조는 눈에 띄게 좋아졌다. 2009년 말 4조8317억원이었던 매출액은 지난해 6조3171억원으로 늘어났다. 영업이익도 5283억원으로 2005년 이래 최고치다. 매출증가와 수익성 상승에 힘입어 지난해 5200억원 규모의 총영업활동현금흐름(OCF)을 창출해냈다. 반면 순차입금은 줄었다. 2008년말 274%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은 2년만에 107% 수준으로 안정을 찾았다. 60%를 넘어서던 차입금의존도도 31%로 돌아왔다. 신용평가사는 “주력 제품의 시황과 실적전망 등을 감안하면 재무구조 개선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고비는 있었다. 지난 2008년 원재료인 나프타(Naphtha)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여천NCC의 실적은 악화됐다. 비싸게 사놓은 재고 때문이었다. 유가가 떨어진 만큼 제품 가격도 하락, 재고로 사놓은 원재료 값보다도 제품 가격이 더 싸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까지 겹쳐 제품 값을 올릴 수도 없었다. 물건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된 것.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유가 하락과 금융위기로 2008년 말 적자가 심하게 났다”며 “이 때문에 매출실적은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09년부터 상황은 반전됐다. 2009년 말 343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년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 수요는 늘고 가격은 안정을 찾아가는 등 우호적인 상황이 이어졌다. 나프타 값이 하향 안정된 가운데 석유화학업계의 가동률이 낮아져 공급량이 줄어든데다 중국의 내수경기 부양에 힘입어 수요가 늘기 시작했다. “단일제품·과도한 배당 부담” 다만 전업 석유화학사로 기초유분에 집중된 사업 구조는 위험으로 지적된다. 경기변동에 따른 수익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른 NCC(Naphtha Cracking Center: 나프타를 열분해하여 석유화학 기초원료를 생산하는 사업) 업체가 기초유분 이외에도 다운스트림 제품까지 생산하는 방식으로 다각화를 이룬 것과 비교된다. 신용평가사는 “한화케미칼 등 관계사가 다운스트림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여천NCC 입장에서 사업다각화를 이루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시황 변동에 따라 노출된 위험이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과도한 수준의 배당금 지급도 재무구조에는 부담이다. 여천NCC는 매년 지주사에 2000억~3000억원 규모의 배당금을 지급하고 있다. 실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벌어들인 순이익은 약 1조3000억원이었던데 비해 같은 기간 지급된 배당금은 1조원에 이른다. 적자를 기록했던 지난 2008년에도 2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이 지급됐다. 배당금이 연초에 지급됐기 때문이었지만 2009년 `대규모 설비투자와 배당금 지급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신용평가사는 당시 A였던 신용등급을 A-로 떨어뜨렸다. 자산운용사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이익잉여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지급하고 최근 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경기 흐름도 변수다. 올초 시장은 경기 회복에 따라 석유화학경기도 좋아질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섣불리 앞날을 예측하기는 힘들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거시경제에 영향을 많이 받는 석유화학 업종의 특성상 지속되고 있는 글로벌 불안감이나 중국의 긴축 재정 등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상반기 좋은 실적을 유지했지만 하반기 실적은 그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
- [마켓in][14th SRE 노치업]현대백화점 나도 AA+다
-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난 욕망한다, 내겐 너무 먼 명품백을. 생산이 삶의 방식과 사회구조를 결정한다던 19세기 담론은 이곳 문을 들어서는 순간 여지없이 해체된다. 삶이 곧 소비이고 소비가 곧 존재 이유인 이곳은 바로 백(百)·화(貨)·점(店). 욕망의 배설구, 무한 복제되는 욕망 아메바의 집합소라는 비난과 21세기 컨슈머헤븐(Consummer Heaven)이라는 찬사가 엇갈리는 곳이다. 다들 힘들어 죽겠다는 이 순간에도 대형 백화점은 밀려드는 고객들로 ‘행복한 눈물’을 흘리고 있다. 그 중에도 최근 2년간 보여준 현대백화점의 선전은 두드러진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부터 연례행사처럼 신용등급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3월 AA-에서 AA로 상향된지 1년만에 다시 AA+로 올라섰다. 롯데쇼핑, 신세계와 같은 반열이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등급상향 배경에는 꾸준히 늘고 있는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개선 등이 자리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낮아져 재무안전성도 개선됐다. 실제 2007년 1618억원이던 현대백화점의 연간 영업이익은 2008년 1697억원, 2009년 1949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2175억을 기록했다. 이같은 추세는 올 들어서도 이어져 상반기까지 145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해의 절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것.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창출능력을 보여주는 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전 영업이익) 역시 2007년 2112억원에서 지난해말 2670억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07년 61.4%에서 꾸준히 낮아져 지난해말 50.6%로 줄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 역시 11.6%에서 9.6%로 감소했다. 세마리 토끼몰이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로 다른 업종이 살얼음을 걷고 있는 시기에도 현대백화점은 매출성장과 수익성 개선, 재무건전성 제고라는 세마리 토끼를 잡았다. 위기의 시기 현대백화점이 선전할 수 있었던 동력은 무엇일까. 점포들의 유리한 입지환경과 브랜드 인지도 소비양극화에 따른 변화된 소비패턴, 백화점 업계의 과점체제 구축 덕분이다. 이는 현대백화점은 물론 신세계와 롯데백화점 등 백화점 빅3의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현재 운영중인 현대백화점 점포는 총 13개다. 압구정 본점과 수탁경영중인 무역센터점, 목동점 등 주력 점포들이 서울 강남권 등 핵심지역을 배후상권으로 하고 있다. 지방 점포들 역시 대구와 부산, 울산 등 소비여력이 높은 상권에 몰려있다. ‘현대백화점=고급백화점’이라는 브랜드 인지도 또한 높다. 이는 충성도 높은 VIP고객 증가로 이어졌는데, 현대백화점의 VIP고객 비중은 2005년 2.6%에서 2010년 10.1%로 늘어났다. 이들의 매출 기여도 역시 같은 기간 28.5%에서 50.7%로 늘었다. 김희은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현대백화점은 고마진 위주의 상품 입점과 거래업체에 대한 높은 교섭력으로 매출원가율이 줄어들고 있다”면서 “영업이익률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20.5%이던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2008년 21.1%, 2009년 23.2%, 지난해 25.1%로 매년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소비와 공급측면에선 가파르게 진행된 한국 사회의 양극화가 현대백화점을 비록한 빅3 백화점 업계 전체의 자양분이 됐다. 더 많은 가처분소득을 축적한 상위계층과 명품을 갈망하는 젊은층의 가치소비가 더해지면서 백화점업계의 매출은 최근 빠르게 늘고 있다. 공급측면에선 지방의 유수 백화점이 쓰러지고 빅3 백화점의 점포망은 강화됐다. 과점체계를 형성한 빅3 백화점들은 VIP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을 흡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덕분에 백화점 업계의 총 매출은 글로벌 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2008년 이후 오히려 연간 10%대의 신장세를 구가할 수 있었다. 주식·회사채 시장 반응은 증권업계에서도 현대백화점의 실적모멘텀을 눈여겨보고 있다. 정연우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는 2015년까지 현대백화점은 경쟁업체 중 가장 높은 매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어 “올 하반기 실적 비교에서도 가장 높은 영업이익증가율을 기록하며 실적모멘텀이 지속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실적 성장세를 감안했을 때 현대백화점은 유통주 내에서도 피난처 역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자본시장내 큰 손인 국민연금도 현대백화점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3분기중 5% 이상 지분을 새로 사들인 27개 대량보유종목에는 현대백화점(5.1%)이 포함돼 있다. 회사채 시장내 평가도 달라졌다. 지난 5월말 현대백화점은 3년만기 회사채 1500억원을 국고채3년물에 25bp(0.25%포인트)를 더한 금리로 발행했다. 등급상향이 이뤄진 직후이기는 했지만 당시 현대백화점은 동일조건 동일등급의 회사채 민평금리보다 30bp 가까이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걸림돌은 없나 현대백화점이 계획하고 있는 매장 확장전략은 향후 회사 재무에 적잖은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올해 대구백화점을 출점한 현대백화점은 내년 청주, 2013년 양재, 2014년 안산과 판교 광교, 2015년엔 아산점 개점을 계획하고 있다. 같은 기간(2012~2015년) 롯데가 4곳, 신세계가 2곳의 신규점포를 계획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공격적인 확장전략이다. 백화점 점포 하나당 개설에 드는 비용이 2000억~4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4년간 총 1조8000억원 안팎의 대규모 투자가 기다리고 있다. 금융권에선 신규투자비의 30~40% 가량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외부차입으로 충당해야 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다만 연결기준 6000억원을 상회하는 우수한 현금창출력과 최근의 이익규모 증가세를 감안할 때 회사의 재무건전성을 크게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체 투자규모가 적지는 않지만 회사내 유보된 이익잉여금 규모와 꾸준한 실적증가세를 감안하면 AA+등급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6월말 현재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조2844억원에 달한다. 김희은 애널리스트도 “올해부터 본격적인 신규투자가 이뤄지고 있지만 기간별로 적절히 배분돼 있어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봤다. 이어 “백화점업의 특성상 운전자본을 활용한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고, 보유 부동산의 높은 자산성 등으로 금융시장 접근성도 좋아 재무탄력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의 백화점 수수료율 정상화 정책도 향후 영업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실 그간 백화점업계는 중소 협력업체에 30~40%에 이르는 높은 수수료율과 각종 명목의 판매 비용을 전가해 왔다. 해외 명품 브랜드에 대해선 입점 유치를 위해 인테리어 비용까지 떠안으며 특혜를 베푼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책의 영향권에서 현대백화점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며 “다만 향후 소비자물가가 안정되고 대내외 경기가 회복되면 정부의 압박강도도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
- [마켓in][14th SRE 서베이]한기평 1위…한신평 다시 외면
- 마켓in | 이 기사는 10월 31일 18시 57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이변은 없었다. 14회 SRE에서도 등급신뢰도 1위는 한국기업평가가 차지했다. 이로써 한기평은 14번의 설문조사에서 1위를 9번 차지했다. 2위, 3위와의 격차도 더 커졌다. 지난번 SRE에서 0.1포인트 차이로 3위를 했던 NICE신용평가는 2위로 올라섰다. 한기평은 등급신뢰도 부분에서 3.5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는 한기평의 최고점이기도 하다. NICE신평이 3.14점으로 뒤를 쫓고 있지만 선두와의 간격은 좁히지 못했다. 한국신용평가는 3.04점을 기록해 간신히 2점 대를 벗어나긴 했지만 3위로 한 발 물러섰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더 박하다. 한기평이 3.51점, NICE신평 2.94점, 한신평은 2.71점을 얻었다. 평가에 참여한 크레딧애널리스트는 “한기평은 유일하게 크레딧애널리스트들로부터 3점대 신뢰도를 갖는 평가사가 됐고 개선폭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신평의 신뢰도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등급보고서, 세미나, 스페셜리포트 등의 영향이 컸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이어진다. 신평사는 기업의 등급을 제대로 매기는 게 가장 중요한 존재의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차이가 나지 않으니 외적인 요소에 주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홈페이지가 얼마나 보기 좋은가, 보고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가’ 등에서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평가사간의 등급이 다른 경우가 있느냐”며 “시장참여자들이 신평사 역할을 등급이 아닌 정보제공, 서비스 등에 더 가중치를 두는 것 같고 그래서 한기평 신뢰도가 높게 나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뢰도와 같은 등수를 보인 보고서만족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은 한기평의 평가보고서에 높은 점수(3.59)를 줬다. NICE신평이 3.17점, 한신평이 3.09점으로 뒤를 이었다. 한 크레딧애널리스트는 “등급이 거의 같은 상황에서 평가보고서는 질적 차이가 두드러지기 마련이니 이 부분이 신뢰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용도에 있어서는 한신평이 NICE신평을 앞섰다. NICE신평의 보고서를 주로 본다고 한 이들이 19%에 그친 반면 28%가 한신평의 보고서를 자주 이용한다고 답했다. 크레딧애널리스트들은 “NICE신평의 자료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활동과 세미나 부분에선 단연 NICE신평의 만족도가 높았다. NICE신평은 등급신뢰도와 평가보고서 부분에서 2위에 머물렀지만 연구활동과 세미나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1%가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한기평 23%, 한신평 16% 순이다. 크레딧애널리스트들은 “지난 9월 세미나를 했던 NICE신평의 가계부채와 한기평의 조선사 이슈에 대한 스페셜리포트가 좋았다”며 “시장의 위험경고라는 신평사로서 할만한 문제제기였던 만큼 신뢰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반면 “NICE신평과 한기평이 세미나로 점수를 얻었다면 한신평은 오히려 점수를 잃은 것 아닌가 싶다”며 “근거자료도 부족했고 등급부여 기업을 지나치게 두둔한다는 인상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 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
- [마켓in][5th 커버]14th SRE, 1~3위 신평사 격차 역대 최대
- 마켓in | 이 기사는 10월 31일 16시 11분 프리미엄 Market & Company 정보서비스 `마켓in`에 출고된 기사입니다.[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비디오아티스트 고(故) 백남준 선생 가라사대, “예술은 사기다.”저게 뭐야, 무슨 의도야 라고 고개를 갸웃대는 대중에게 예술가는 사기를 쳐야 한다. 그것도 고등의 사기를 쳐야 먹힌다. 지난 6개월 국제신용평가사도 온몸으로 외쳤다. “신용평가는 쇼”라고. 쇼가 먹혀 들려면 충격을 줘야 한다. 그것도 센 놈을 쥐고 흔들 때 충격은 배가된다. 2011년 금융시장은 국제신평사의 강렬한 퍼포먼스에 휘청였고, 일부 논객은 늦은 감이 있지만 후련하다고도 했다. 한바탕 푸닥거리로 국제 신평업계는 구겨진 체면을 다소나마 회복한 것 같다. 그럼 국내 신평업계의 체면은, 신뢰도는 얼마나 회복됐을까.14회째를 맞은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조사(SRE)를 통해 회사채 시장 전문가의 평가를 들어봤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국내 신평업계의 등급신뢰도는 6개월만에 다시 높아졌다. 14회 SRE 설문에 응한 전문가 112명이 국내 신평업계에 부여한 등급신뢰도 평균점수는 3.15로, 지난 13회 설문 때 보다 0.15포인트 올랐다. 신평사의 신용등급 신뢰도는 ‘높다’를 5점, ‘낮다’를 1점으로 해서 설문참여자가 1~5점까지 책정한 점수를 평균해서 산출한다. 지난 2009년 4월 9회 SRE 이후 내리막을 타던 신평사 등급신뢰도는 12차 때 반짝 회복후 떨어진 뒤 이번 조사에서 다시 상승반전했다. 14차 SRE에서 집계된 등급신뢰도 3.15는 지난 10차 설문(3.17점)이후 가장 높다. 응답자중 보수적 태도를 견지해 왔던 크레딧 애널리스트들도 이번에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크레딧애널리스트 51명이 부여한 점수는 평균 2.92로 9회 SRE(2.96점) 이후 가장 후하다. 지난번 설문 때 보다는 0.26포인트 높아졌다. 개별 신평사를 살펴봐도 3개사 모두 13회 SRE 때 보다 신뢰도 점수가 올랐다. 신평사별로 많게는 0.3포인트, 적게는 0.06포인트 높아졌다. 신평업계내 어떤 변화가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일까. 신용평가 3사의 평가관행이 개선된 것일까. 등급버블 논란이 가실 만큼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탄탄해지고 실적은 개선된 것일까. 신평사의 평가논리는 치밀해지고 평가방법은 더 정밀해진 것일까. 위험산업, 개별기업의 재무리스크에 대한 신평사의 조기경보 기능은 강화된 걸까. 사고가 적었을 뿐 6개월 사이 신평사의 평가역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보는 전문가는 없다. 자체 역량개선 보다는 외부 환경변화에서 이유를 찾는 이가 많다. 그 중에도 이번 설문조사 대상기간(2011년5월~2011년10월)중 굵직한 신용사고가 적었던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3회 SRE 대상기간이던 작년말과 올해초엔 재벌계 건설사와 메이저 해운업체들이 잇따라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신청해 시장참여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효성그룹 계열의 진흥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가 하면, LIG그룹의 LIG건설, 한솔그룹의 한솔건설이 줄줄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중견 건설사의 크레딧 이벤트는 13회 SRE가 한창이던 4월까지 이어져 삼부토건과 동양산업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연초부터 부산저축은행 사태도 터져 나왔다. 재벌계 건설사에 이은 대형 저축은행의 퇴출로 여기저기서 피해자가 속출했다. 저축은행 예금자와 훈수위채권자는 발을 동동 굴렀고 구조조정 건설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보유했던 사람들의 손실도 적지 않았다. 신용사고가 잇따르자 이들에게 후한 등급을 부여했던 신평사에 대한 원성도 높았다. 위험산업과 위험기업에 대한 조기경보 역할은 나몰라라 했고, 부실한 등급평정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키웠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는 13회 SRE에서 신평사의 등급신뢰도가 떨어졌던 이유다. 반면 이번 설문 대상기간(5~10월)중엔 신용사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 프라임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 신청이 있었지만 파장은 제한적이었다. 9월 저축은행권의 추가 퇴출은 연초 보다 파괴력이 덜했다. SRE 한 자문위원은 “5월 이후 굵직한 신용 사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면서 “크레딧 시장 전반이 조용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그 덕에 신평사에 대한 시장의 불만도 줄어 신평사의 등급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굶주렸기에 회사채 투자에 나선 시장 참여자가 늘어난 것도 신평사의 등급신뢰도가 높아진 요인으로 거론된다. SRE 한 자문위원은“최근 시장 참여자들이 회사채에 많이 굶주린 것 같다”며 “이런 시장 환경이 신평사의 등급신뢰도 상승에 일조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내 ‘사자’ 분위기가 형성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신규 발행물이나 기존 유통물이 예뻐 보이게 마련. 수급효과로 매수한 회사채의 가격이 오르기라도 하면 덩달아 해당 회사채에 등급을 부여한 신평사 역시 투자자로부터 긍정적인 평을 듣게 된다. 반면 회사채 시장내 `팔자` 분위기가 우세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런 시기 재무위험이 커지는 기업이 나타나면 여기에 등급을 부여한 신평사는 투자자로부터 뭇매를 맞고 신뢰에 금이 간다.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이 13회 SRE 때 보다 적었던 것도 등급신뢰도 상승에 일조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등급상향 업체 수가 적다 보니 등급평정의 시빗거리도 줄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역으로 신용등급 버블이 포화상태까지 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증권업계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서둘러 등급을 끌어올린 탓에 더 이상 올릴 만한 업체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닥거리 반사효과 국제신평사의 공격적인 행보로 국내 신평업계가 반사효과를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S&P는 넉달 뒤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미국 하원과 상원의 정부채무 법정한도 상향에 대한 합의안이 가결된 직후 이뤄진 조치였다. 불변의 ‘트리플 A’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자, 국제신평사의 행보에는 거칠것이 없었다. 이는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에 대한 폭격으로 구체화됐는데, 그리스에 대한 추가적인 등급강등 조치가 취해졌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떨어졌다. 뒤이어 주요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갔고, 프랑스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도 무더기로 떨어졌다. 최근 무디스는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2차 소버린 쇼크의 시발점은 미국이지만 실상 더 큰 피해자는 유럽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월가의 예상대로 애초부터 공격목표는 미국이 아닌 유럽이었는지 모른다. 2008년 위기 때도 흔들림 없는 달러패권을 확인했던 만큼 ‘월가의 충견’들로선 부담이 적었던 전략이다. 이들의 쉼 없는 신용등급 강등 조치에 금융시장 불안감은 커져 갔다. 반면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흉이자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던 국제 신평사들로선 자신의 존재감, 존재의 이유를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기회였다. SRE 한 자문위원은 “해외 신평사들이 등급 하향을 많이 하니까 국내 신평사도 등급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착시현상이 생긴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해외 신평사의 굵직한 이벤트로 국내 신평업계가 반사효과를 봤다는 말이다. 다른 자문위원은 “이는 역으로 그만큼 국내 신평사의 등급조정에 시장이 무관심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벌어진 격차 = 시장의 냉혹한 평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국내 신평사의 등급신뢰도 상승은 외부 요인에 기댄 측면이 크다. SRE 한 자문위원은 “평정대상 기업체 수는 미국발 금융위기전인 2007년과 비슷하지만 BBB등급의 수는 반으로 줄고 A등급의 이상의 비중은 80%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과 비교해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이슈도 많았는데도 왜 우리기업만 좋아졌다고 국내 신평사들은 이야기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했다.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지만 신평사들이 역량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SRE 다른 자문위원은 “신용등급 버블이라 불릴 만큼 등급상향 추세가 이어져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신평사의 역량이 과거에 비해 전혀 나아진 게 없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SRE 등을 통한 시장의 요구로 신평사의 기능과 역할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면서 “만약 시장의 아무런 견제 없이 초기 등급평정 방식이 계속됐다면 지금의 등급버블은 훨씬 심해졌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참여자의 감시는 최근 들어 신평 3사에 대한 옥석가리기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등급신뢰도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신평사와 최하위 점수를 받은 신평사간 격차는 최근 들어 확대되는 추세. 이는 14회 SRE 들어 더 확연해졌다. 이번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신평사를 한국기업평가로 3.53점,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곳은 한국신용평가로 3.04의 평점을 기록했다. 1위와 3위간 점수차는 0.49포인트로 지난 2005년 4월 SRE는 실시한 이후 역대 최대다. 51명의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이 매긴 평점에서도 이같은 양상은 두드러진다. 한기평은 이들로부터 평균 3.51의 점수를 받은 반면 한신평은 2.71의 점수를받았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이 매긴 1,3위간 점수차는 0.8포인트에 달해 지난 1차 SRE(0.85포인트)이후 가장 컸다. 반면 3개 등급사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은 전체의 25.9%를 기록, 지난 9차 SRE이후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1위와 3위 신평사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개별 신평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인식이 그만큼 냉엄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신평업계 전반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다소 호의적으로 돌아섰지만 잘하는 신평사와 못하는 신평사를 구분하려는, 즉 옥석을 나누려는 시장의 의지는 강인해진 것이다. 물론 신용등급 결과물만을 놓고 보면 신평사간 차이를모르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SRE 한 자문위원은 “발행사의 입김이 워낙 강하다 보니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다”면서“다만 행간에 의미를 실어 시장에 최대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 평가보고서의 품질, 연구활동 등에서 1위와 3위간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등급신뢰도가 높은 신평사가 인정받고 시장점유율도 확대돼야 하지만, 실상은 등급신뢰도가 높을수록 기업들로부터 외면 받는 역(易)의 상관관계를 지닐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회사채 투자자와 인수 증권사, 회사채 발행사(기업), 감독당국 등 시장 참여자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기사 미리보기 끝-->
- [마켓in][14th SRE 서베이]한기평 1위…한신평 다시 외면
- [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이변은 없었다. 14회 SRE에서도 등급신뢰도 1위는 한국기업평가가 차지했다. 이로써 한기평은 14번의 설문조사에서 1위를 9번 차지했다. 2위, 3위와의 격차도 더 커졌다. 지난번 SRE에서 0.1포인트 차이로 3위를 했던 NICE신용평가는 2위로 올라섰다. 한기평은 등급신뢰도 부분에서 3.53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이는 한기평의 최고점이기도 하다. NICE신평이 3.14점으로 뒤를 쫓고 있지만 선두와의 간격은 좁히지 못했다. 한국신용평가는 3.04점을 기록해 간신히 2점 대를 벗어나긴 했지만 3위로 한 발 물러섰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의 평가는 더 박하다. 한기평이 3.51점, NICE신평 2.94점, 한신평은 2.71점을 얻었다. 평가에 참여한 크레딧애널리스트는 “한기평은 유일하게 크레딧애널리스트들로부터 3점대 신뢰도를 갖는 평가사가 됐고 개선폭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지만 한신평의 신뢰도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결과는 등급보고서, 세미나, 스페셜리포트 등의 영향이 컸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는 회의적인 시각으로 이어진다. 신평사는 기업의 등급을 제대로 매기는 게 가장 중요한 존재의 이유다. 그런데 여기서 차이가 나지 않으니 외적인 요소에 주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면 ‘홈페이지가 얼마나 보기 좋은가, 보고서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가’ 등에서 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평가사간의 등급이 다른 경우가 있느냐”며 “시장참여자들이 신평사 역할을 등급이 아닌 정보제공, 서비스 등에 더 가중치를 두는 것 같고 그래서 한기평 신뢰도가 높게 나온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뢰도와 같은 등수를 보인 보고서만족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시장은 한기평의 평가보고서에 높은 점수(3.59)를 줬다. NICE신평이 3.17점, 한신평이 3.09점으로 뒤를 이었다. 한 크레딧애널리스트는 “등급이 거의 같은 상황에서 평가보고서는 질적 차이가 두드러지기 마련이니 이 부분이 신뢰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용도에 있어서는 한신평이 NICE신평을 앞섰다. NICE신평의 보고서를 주로 본다고 한 이들이 19%에 그친 반면 28%가 한신평의 보고서를 자주 이용한다고 답했다. 크레딧애널리스트들은 “NICE신평의 자료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활동과 세미나 부분에선 단연 NICE신평의 만족도가 높았다. NICE신평은 등급신뢰도와 평가보고서 부분에서 2위에 머물렀지만 연구활동과 세미나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1%가 가장 만족스러웠다고 답했다. 한기평 23%, 한신평 16% 순이다. 크레딧애널리스트들은 “지난 9월 세미나를 했던 NICE신평의 가계부채와 한기평의 조선사 이슈에 대한 스페셜리포트가 좋았다”며 “시장의 위험경고라는 신평사로서 할만한 문제제기였던 만큼 신뢰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반면 “NICE신평과 한기평이 세미나로 점수를 얻었다면 한신평은 오히려 점수를 잃은 것 아닌가 싶다”며 “근거자료도 부족했고 등급부여 기업을 지나치게 두둔한다는 인상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 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
- [마켓in][5th 커버]14th SRE, 1~3위 신평사 격차 역대 최대
- [이데일리 오상용 기자] 비디오아티스트 고(故) 백남준 선생 가라사대, “예술은 사기다.”저게 뭐야, 무슨 의도야 라고 고개를 갸웃대는 대중에게 예술가는 사기를 쳐야 한다. 그것도 고등의 사기를 쳐야 먹힌다. 지난 6개월 국제신용평가사도 온몸으로 외쳤다. “신용평가는 쇼”라고. 쇼가 먹혀 들려면 충격을 줘야 한다. 그것도 센 놈을 쥐고 흔들 때 충격은 배가된다. 2011년 금융시장은 국제신평사의 강렬한 퍼포먼스에 휘청였고, 일부 논객은 늦은 감이 있지만 후련하다고도 했다. 한바탕 푸닥거리로 국제 신평업계는 구겨진 체면을 다소나마 회복한 것 같다. 그럼 국내 신평업계의 체면은, 신뢰도는 얼마나 회복됐을까.14회째를 맞은 이데일리 신용평가 전문가 설문조사(SRE)를 통해 회사채 시장 전문가의 평가를 들어봤다. 결과부터 이야기하면 국내 신평업계의 등급신뢰도는 6개월만에 다시 높아졌다. 14회 SRE 설문에 응한 전문가 112명이 국내 신평업계에 부여한 등급신뢰도 평균점수는 3.15로, 지난 13회 설문 때 보다 0.15포인트 올랐다. 신평사의 신용등급 신뢰도는 ‘높다’를 5점, ‘낮다’를 1점으로 해서 설문참여자가 1~5점까지 책정한 점수를 평균해서 산출한다. 지난 2009년 4월 9회 SRE 이후 내리막을 타던 신평사 등급신뢰도는 12차 때 반짝 회복후 떨어진 뒤 이번 조사에서 다시 상승반전했다. 14차 SRE에서 집계된 등급신뢰도 3.15는 지난 10차 설문(3.17점)이후 가장 높다. 응답자중 보수적 태도를 견지해 왔던 크레딧 애널리스트들도 이번에는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크레딧애널리스트 51명이 부여한 점수는 평균 2.92로 9회 SRE(2.96점) 이후 가장 후하다. 지난번 설문 때 보다는 0.26포인트 높아졌다. 개별 신평사를 살펴봐도 3개사 모두 13회 SRE 때 보다 신뢰도 점수가 올랐다. 신평사별로 많게는 0.3포인트, 적게는 0.06포인트 높아졌다. 신평업계내 어떤 변화가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일까. 신용평가 3사의 평가관행이 개선된 것일까. 등급버블 논란이 가실 만큼 기업들의 재무구조는 탄탄해지고 실적은 개선된 것일까. 신평사의 평가논리는 치밀해지고 평가방법은 더 정밀해진 것일까. 위험산업, 개별기업의 재무리스크에 대한 신평사의 조기경보 기능은 강화된 걸까. 사고가 적었을 뿐 6개월 사이 신평사의 평가역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보는 전문가는 없다. 자체 역량개선 보다는 외부 환경변화에서 이유를 찾는 이가 많다. 그 중에도 이번 설문조사 대상기간(2011년5월~2011년10월)중 굵직한 신용사고가 적었던 점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13회 SRE 대상기간이던 작년말과 올해초엔 재벌계 건설사와 메이저 해운업체들이 잇따라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신청해 시장참여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효성그룹 계열의 진흥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가 하면, LIG그룹의 LIG건설, 한솔그룹의 한솔건설이 줄줄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중견 건설사의 크레딧 이벤트는 13회 SRE가 한창이던 4월까지 이어져 삼부토건과 동양산업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여기에다 연초부터 부산저축은행 사태도 터져 나왔다. 재벌계 건설사에 이은 대형 저축은행의 퇴출로 여기저기서 피해자가 속출했다. 저축은행 예금자와 훈수위채권자는 발을 동동 굴렀고 구조조정 건설사의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보유했던 사람들의 손실도 적지 않았다. 신용사고가 잇따르자 이들에게 후한 등급을 부여했던 신평사에 대한 원성도 높았다. 위험산업과 위험기업에 대한 조기경보 역할은 나몰라라 했고, 부실한 등급평정으로 투자자의 손실을 키웠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이는 13회 SRE에서 신평사의 등급신뢰도가 떨어졌던 이유다. 반면 이번 설문 대상기간(5~10월)중엔 신용사고가 눈에 띄게 줄었다. 프라임그룹 계열사의 워크아웃 신청이 있었지만 파장은 제한적이었다. 9월 저축은행권의 추가 퇴출은 연초 보다 파괴력이 덜했다. SRE 한 자문위원은 “5월 이후 굵직한 신용 사건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면서 “크레딧 시장 전반이 조용한 편이었다”고 말했다. 그 덕에 신평사에 대한 시장의 불만도 줄어 신평사의 등급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굶주렸기에 회사채 투자에 나선 시장 참여자가 늘어난 것도 신평사의 등급신뢰도가 높아진 요인으로 거론된다. SRE 한 자문위원은“최근 시장 참여자들이 회사채에 많이 굶주린 것 같다”며 “이런 시장 환경이 신평사의 등급신뢰도 상승에 일조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내 ‘사자’ 분위기가 형성되면 투자자 입장에선 신규 발행물이나 기존 유통물이 예뻐 보이게 마련. 수급효과로 매수한 회사채의 가격이 오르기라도 하면 덩달아 해당 회사채에 등급을 부여한 신평사 역시 투자자로부터 긍정적인 평을 듣게 된다. 반면 회사채 시장내 `팔자` 분위기가 우세해지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런 시기 재무위험이 커지는 기업이 나타나면 여기에 등급을 부여한 신평사는 투자자로부터 뭇매를 맞고 신뢰에 금이 간다. 신용등급이 오른 기업이 13회 SRE 때 보다 적었던 것도 등급신뢰도 상승에 일조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등급상향 업체 수가 적다 보니 등급평정의 시빗거리도 줄었다는 이야기다. 이는 역으로 신용등급 버블이 포화상태까지 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증권업계 한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서둘러 등급을 끌어올린 탓에 더 이상 올릴 만한 업체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닥거리 반사효과 국제신평사의 공격적인 행보로 국내 신평업계가 반사효과를 입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4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S&P는 넉달 뒤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미국 하원과 상원의 정부채무 법정한도 상향에 대한 합의안이 가결된 직후 이뤄진 조치였다. 불변의 ‘트리플 A’ 미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리자, 국제신평사의 행보에는 거칠것이 없었다. 이는 재정위기에 처한 유럽 국가들에 대한 폭격으로 구체화됐는데, 그리스에 대한 추가적인 등급강등 조치가 취해졌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신용등급이 잇따라 떨어졌다. 뒤이어 주요국 은행들의 신용등급이 내려갔고, 프랑스 대형 은행들의 신용등급도 무더기로 떨어졌다. 최근 무디스는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2차 소버린 쇼크의 시발점은 미국이지만 실상 더 큰 피해자는 유럽이다. 성동격서(聲東擊西), 월가의 예상대로 애초부터 공격목표는 미국이 아닌 유럽이었는지 모른다. 2008년 위기 때도 흔들림 없는 달러패권을 확인했던 만큼 ‘월가의 충견’들로선 부담이 적었던 전략이다. 이들의 쉼 없는 신용등급 강등 조치에 금융시장 불안감은 커져 갔다. 반면 미국발 금융위기의 원흉이자 개혁 대상으로 전락했던 국제 신평사들로선 자신의 존재감, 존재의 이유를 유감없이 드러낼 수 있는 기회였다. SRE 한 자문위원은 “해외 신평사들이 등급 하향을 많이 하니까 국내 신평사도 등급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착시현상이 생긴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 해외 신평사의 굵직한 이벤트로 국내 신평업계가 반사효과를 봤다는 말이다. 다른 자문위원은 “이는 역으로 그만큼 국내 신평사의 등급조정에 시장이 무관심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벌어진 격차 = 시장의 냉혹한 평가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국내 신평사의 등급신뢰도 상승은 외부 요인에 기댄 측면이 크다. SRE 한 자문위원은 “평정대상 기업체 수는 미국발 금융위기전인 2007년과 비슷하지만 BBB등급의 수는 반으로 줄고 A등급의 이상의 비중은 80%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과 비교해 유럽과 미국 등 글로벌 이슈도 많았는데도 왜 우리기업만 좋아졌다고 국내 신평사들은 이야기 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고 했다.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지만 신평사들이 역량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SRE 다른 자문위원은 “신용등급 버블이라 불릴 만큼 등급상향 추세가 이어져 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신평사의 역량이 과거에 비해 전혀 나아진 게 없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그는“SRE 등을 통한 시장의 요구로 신평사의 기능과 역할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면서 “만약 시장의 아무런 견제 없이 초기 등급평정 방식이 계속됐다면 지금의 등급버블은 훨씬 심해졌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장 참여자의 감시는 최근 들어 신평 3사에 대한 옥석가리기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등급신뢰도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신평사와 최하위 점수를 받은 신평사간 격차는 최근 들어 확대되는 추세. 이는 14회 SRE 들어 더 확연해졌다. 이번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신평사를 한국기업평가로 3.53점,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곳은 한국신용평가로 3.04의 평점을 기록했다. 1위와 3위간 점수차는 0.49포인트로 지난 2005년 4월 SRE는 실시한 이후 역대 최대다. 51명의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이 매긴 평점에서도 이같은 양상은 두드러진다. 한기평은 이들로부터 평균 3.51의 점수를 받은 반면 한신평은 2.71의 점수를받았다. 크레딧 애널리스트들이 매긴 1,3위간 점수차는 0.8포인트에 달해 지난 1차 SRE(0.85포인트)이후 가장 컸다. 반면 3개 등급사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은 전체의 25.9%를 기록, 지난 9차 SRE이후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1위와 3위 신평사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것은 개별 신평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인식이 그만큼 냉엄해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신평업계 전반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다소 호의적으로 돌아섰지만 잘하는 신평사와 못하는 신평사를 구분하려는, 즉 옥석을 나누려는 시장의 의지는 강인해진 것이다. 물론 신용등급 결과물만을 놓고 보면 신평사간 차이를모르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SRE 한 자문위원은 “발행사의 입김이 워낙 강하다 보니 표면적으로 그렇게 보일 수 있다”면서“다만 행간에 의미를 실어 시장에 최대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 평가보고서의 품질, 연구활동 등에서 1위와 3위간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다른 SRE 자문위원은 “등급신뢰도가 높은 신평사가 인정받고 시장점유율도 확대돼야 하지만, 실상은 등급신뢰도가 높을수록 기업들로부터 외면 받는 역(易)의 상관관계를 지닐 때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회사채 투자자와 인수 증권사, 회사채 발행사(기업), 감독당국 등 시장 참여자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숙제라고 했다[이 기사는 이데일리가 제작한 `제5호 마켓in`에 게재된 내용입니다. 제5호 마켓in은 2011년 11월1일자로 발간됐습니다. 책자가 필요하신 분은 문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의 : 02-3772-0344, bond@edaily.co.kr]<!--기사 미리보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