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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 원인유전자 규명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분당서울대병원 안과(우세준, 주광식, 박규형 교수)와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성문우, 박성섭 교수) 공동 연구팀이 한국인 유전성 망막질환의 원인유전자를 확인, 7일 발표했다. 유전성 망막질환은 하나의 단일 질환이 아니라 여러 가지 희귀질환이 합쳐진 질병군으로 대개 어린 나이에 발병해 평생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망막 시세포의 변성으로 시력이 점점 감소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결국은 실명하게 되는 난치성 질환이다. 현재는 항산화제치료, 인공망막이식, 줄기세포치료 등이 돌연변이의 차이와 관계없이 치료 방법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유전자치료밖에 없다. 그나마 유전자치료가 가능한 경우도 전체 유전성 망막질환의 1% 미만이다.이러한 유전성 망막질환의 유전자 이상은 서양인에서는 많이 연구돼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현실로 연구팀은 국내 환자 86명을 대상으로 유전성 망막질환에 대한 원인유전자를 찾고자 했다. 현재까지 보고된 연구 중 가장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최신 유전자 분석기법을 사용해 질환을 야기한 원인유전자를 규명했다. 분석 결과 전체 유전성 망막질환 환자 86명 중 38명(44%)에 대해서만 원인유전자를 찾을 수 있었다. 유전성 망막질환 중 가장 흔한 망막색소변성에서도 원인유전자 발견 확률이 약 41%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연구진은 “같은 유전성 망막질환이라 하더라도 원인유전자가 매우 다양한 경우가 많아 유전자 검사를 적극적으로 진행해봐야 원인유전자를 찾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유전 상담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한편, 국내 케이스와 비교 결과 서양인과는 원인유전자 돌연변이의 종류, 빈도에 차이가 있었지만, 일본 등 동양인에서 발견된 원인유전자 빈도와는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우세준 교수는 “이전까지는 유전성 망막질환에 대한 연구 및 진단 환경이 매우 열악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연구는 한국인 유전성 망막질환에 대한 진단과 치료의 기초자료로서 의의가 있다”며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원인유전자 검사를 시행해야 이에 대한 데이터 및 치료가능 환자 리스트를 확보할 수 있고, 향후 유전자치료 임상시험 및 신약개발도 순조롭게 진행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과거에는 유전성 망막질환에 대한 원인유전자를 진단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고 유전자 검사 비용이 고가인 만큼, 진단과 치료가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유전자 진단을 수행하는 병원이 많아 졌고 보험혜택을 통해 비용 부담도 감소했기 때문에 진단의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2017년 유전성망막질환의 RPE65 유전자치료가 세계 최초로 FDA 승인을 받으며 치료의 기회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우세준 교수는 “현재로서는 유전성 망막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뚜렷한 방법이 없긴 하지만 가족력과 원인유전자 발굴을 통해 위험성 예측과 조기 발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조기에 발견하게 되면 유전자 치료와 시력교정을 통해 시력 악화를 막을 수 있고 적절한 직업 선택은 물론 사회 활동도 가능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게재됐다.
- 복잡한 계산도 ‘척척’...슈퍼컴 ‘코로나19’ 종식 앞당길 해결사될까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대유행을 하루라도 빨리 종식시키기 위해 전 세계 각국이 슈퍼컴퓨터까지 동원해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아직까지 백신, 치료제 개발은 동물실험이나 임상 전 단계에 해당하는 신약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있다. 최근 국립보건연구원은 코로나19 백신 플랫폼 중 하나로 바이러스유사체 기반 백신 후보물질을 제작했고, 호주 모나쉬대 연구진은 구충제를 활용한 세포 실험에서 48시간안에 바이러스를 사멸시킨다는 결과를 얻었다.이러한 후보물질 발굴은 에이즈치료제, 구충제 등 기존에 시판중이거나 임상중인 약물을 재활용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개발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슈퍼컴퓨터가 시간을 앞당기는데 활용되고 있다.미국은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코로나 19 고성능 컴퓨팅 컨소시엄’을 발족해 백신과 치료제에 활용할 약물을 분석중이다. 현재 IBM, 아마존웹서비스, 구글 클라우드, HPE, 마이크로소프트, 미국항공우주국, MIT,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등이 참여해 보유한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최근에는 인공지능까지 접목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미국 오크리지국립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이자 인공지능을 탑재한 IBM의 ‘서밋’을 활용해 화합물 8000종을 대상으로 최종 7종을 선별해 미국 테네시대에서 효능을 검증하고 있다. 또 미국의 인공지능 회사 C3.ai를 중심으로 프린스턴대, 카네기멜론대, MIT,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참여하는 민관 컨소시엄이 발족돼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를 통해 코로나19를 치료할 방법을 찾고 있다. 중국도 슈퍼컴퓨터 톈허로 코로나19 진단용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구동시켜 우한병원 등에서 컴퓨터단층촬영(CT) 폐 사진을 보고 감염여부 판정에 활용하고 있다.왜 슈퍼컴인가...빅데이터와 빠른 연산, 시뮬레이션으로 시간 단축일반적으로 슈퍼컴퓨터는 연산처리 속도가 세계 500위안에 해당하는 컴퓨터를 지칭한다. 슈퍼컴퓨터는 빅데이터를 빠르고, 장기간 처리할 수 있다. 그동안 국방, 우주, 재난 등 국가 안보 분야에서 활용됐지만 바이오, 신소재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슈퍼컴퓨터에 관심이 높은 이유는 신약개발에 필요한 개발기간을 단축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변이가 심한 바이러스 특성상 제때 맞춰 백신이나 치료제가 공급돼야 한다. 슈퍼컴퓨터는 몇개월이나 수년이 소요되는 시뮬레이션을 빠르게 진행해 감염병 확산 경로 예측, 바이러스 구조 이해, 치료후보물질 탐색 등에 쓰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백신이나 치료제를 개발하려면 먼저 바이러스의 구조를 이해하고, 백신이나 치료제에 활용할 후보물질을 찾아야 한다. 일반적인 신약 개발에서는 이 과정이 수개월 또는 수십년 이상 소요된다. 후보물질을 연구자가 하나씩 실험하면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우리 몸의 특정 세포에 선택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확인하고, 세포 반응을 시뮬레이션으로 미리 예측해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가령 ‘서밋’은 149페타플롭스급 실측 성능을 갖췄다. 1페타플롭스는 1초당 1000조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하다는 의미인데 전 세계 70억명이 420년 투입해야 하는 계산을 1시간 만에 해낼 정도로 빠르다. 이식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박사는 “슈퍼컴은 감염병 역학조사, 항체 시뮬레이션, 치료제 후보물질 탐색을 통해 생명공학자와 의학자가 최종 판단하기 전 단계에서 컴퓨팅 자원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며 “목표로 하는 단백질 3차원 구조나 구성성분, 후보물질 탐색 등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어 관심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연구자들이 슈퍼컴퓨터를 통해 분석한 자료들을 살펴보고 있다.<사진=강민구 기자>국내 기관, 기업들도 후보물질 도출, 바이러스 침입 억제제 개발에 슈퍼컴 활용국내 기관, 기업에서도 코로나19에 슈퍼컴퓨터를 속속 활용하고 있다. 신테카바이오는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을 결합해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 30종을 도출했다. 회사는 후보물질의 효능 예측 결과 검증을 거쳐 유효한 물질들의 특허 출원과 영장류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은 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을 활용해 프로테아제 억제제 후보 약물을 탐색하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프로테아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침투해 바이러스를 복제하는 데 활용하는 효소인데 이를 억제할 물질을 찾고 있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국가슈퍼컴퓨팅본부장은 “2주 전부터 누리온을 활용해 프로테아제 억제제 탐색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면서 “약 2만여종의 약물을 대상으로 40~50개의 후보물질을 빠르게 선별중이다”고 말했다.황 본부장은 “슈퍼컴퓨터를 활용하면 수천종에서 수백만종에 달하는 화합물을 시험관 내 실험을 통해 직접 후보약물을 탐색하는 것에 비해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서 “동물실험, 임상실험에 앞서 신약후보물질을 빠르게 선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도 ‘코로나19’ 관련 활용도가 국내외에서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슈퍼컴퓨터 5호기 ‘누리온’.<사진=강민구 기자>
- “신속한 코로나 치료제 개발,스마트팩토리가 해법”
- [이데일리 류성 기자] “신약 개발은 불확실성이 매우 높은 대표적 분야이다. 이 불확실성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수 있는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게 필수적이다.”박정수(사진)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교수는 신약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팩토리가 해법이라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스마트팩토리 전문가인 박교수는 스마트팩토리를 “생산 현장의 각종 설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빅데이터 관리기술을 활용하여 표준화해 실시간 혹은 주기적으로 운영현황을 알려주고, 축적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지식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박교수는 국내 제약업계에서 스마트팩토리를 모범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대표적 제약사로 한미약품을 꼽았다. 한미약품(128940)은 경기도 화성에 ‘제제연구’의 성과를 바로 생산에 적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팩토리를 가동하고 있다.그는 “한미약품의 스마트팩토리는 단순히 주문을 받아 위탁 생산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제약회사 등 고객이 요구하는 수준의 의약품을 연구, 개발, 상용화할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는 주문, 연구, 제조, 검사, 출하의 생산과정 전반에 ICT기술을 도입하여 데이터 축적과 분석을 통해 생산 최적화 환경을 구축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그는 최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과정에서도 스마트팩토리를 활용해 큰 성과를 거둔 사례로 씨젠(096530)을 들었다. 박교수는 “씨젠은 AI를 활용한 진단시약 개발 프로세스의 자동화로 시약 개발기간을 단축시켜 하루 최대 10만개 생산을 할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며 “여기에 60여개국에서 취합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바이러스 변이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자별 맞춤형 의약품 시대가 성큼 다가오면서 제약업계에게는 스마트팩토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교수는 “스마트팩토리는 환자나 고객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최적의 효과를 낼수 있는 맞춤형 의약품 제조를 가능하게 한다”며 “앞으로 제약을 포함한 제조업은 고객과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그는 스마트팩토리가 왜 중요하냐는 질문에 “제조업의 대응력을 개선하기 위한 제조업의 경영전략일 뿐아니라 고객과 시장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축적하여 납기, 품질, 원가우위를 실현시키는 고객과 시장 맞춤형 생산전략이다”며 “빅데이터 관리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축적된 역량으로 생산, 판매, 공급망을 아우르는 제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동력의 최적화된 제어이기 때문이다”고 평가했다.그는 스마트팩토리는 과거의 다양한 경영시스템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기존 시스템은 생산기술의 변화가 주도했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정교화하고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하는 변화관리 측면이 강하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비해 “스마트팩토리는 생산기술보다는 인터넷과 통신기술의 발달로 고객과 시장이 까다롭게 변화하기 때문에 제품과 서비스를 융합하여 시장과 고객이 요구하는 주문에 대응하는 역량을 갖춰 나가는 변화”라고 그는 정의했다.“현재 국내 제조업은 스마트팩토리를 활용하는 수준이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은 아직도 제조 현장에서 빅데이터 관리기술을 활용하는 수준이 매우 낮은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여전히 스마트팩토리를 시스템 구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다.”박교수는 스마트팩토리는 시스템이 아니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제조업의 경영기법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해야 할 근본적인 실마리는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찾아야 하고 그 해답은 고객만이 알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그는 국내 제조업이 글로벌하게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반드시 확보해야 할 핵심 요소로 ‘개념을 디자인하는 역량’을 첫손에 꼽았다. 박교수는 “국내 제조업은 개념을 디자인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글로벌 기업들을 따라 잡을수 없다”며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개념을 디자인하는 역량은 미국, 독일, 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 배워오거나 사오면 된다는 뿌리깊은 착각에 사로잡혀 있다”고 질타했다.박정수 성균관대 스마트팩토리 융합학과 교수. 성균관대 제공
- 개별 나노입자 '3D 증명사진' 촬영...원자 수준 결함도 확인
-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국내 연구진이 해외 연구진과 함께 추측만 해오던 나노입자의 정밀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했다. 동일한 조건에서 합성된 나노입자라 하더라도 원자 수준에서 구조가 달라 물성에 차이가 있었던 부분을 개선해 신약 개발, 촉매 성능 개선, 디스플레이 색 순도 향상에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백금 나노입자의 3차원 사진.<사진=기초과학연구원>기초과학연구원(IBS)은 박정원 나노입자연구단 연구위원 연구팀이 호주 모나쉬대,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팀과 0.02나노미터까지 관찰할 수 있는 분석기법을 개발하고, 개별 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포착했다고 3일 밝혔다.높은 성능을 갖춘 나노소재를 설계·합성하기 위해서는 물질의 구조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나노입자의 원자 배열이 미세하게 바뀌면 촉매의 활성이 저하되거나, 디스플레이의 색 순도가 바뀌는 등 물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노 입자의 전체 형상만 관찰할 수 있었고, 원자 배열을 입체적으로 관찰할 방법이 없었다.연구진은 나노입자가 녹아있는 극미량의 용액을 담을 수 있는 특수용기인 액체 셀을 자체 개발하고, 액상 투과전자 현미경을 이용해 나노입자를 관찰했다. 액상 투과전자현미경은 용액 내에서 회전하는 나노입자를 관찰하며 초당 400장의 이미지를 촬영했다. 연구진은 개별 나노입자의 위치를 추적하며 촬영한 수천 장의 이미지를 알고리즘으로 3차원으로 재구성해 정밀한 입체구조를 얻었다.이후 용액 상에서 합성된 백금 나노입자의 3차원 원자 배열을 관찰하고, 동일 조건에서 만들어진 나노입자라 하더라도 원자 수준에서는 배열 등 구조가 각각 다른 것을 확인했다.박정원 연구위원은 “인공지능으로 물질의 성질을 예측하고, 합성하는 것이 미래 소재 개발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대두되고 있다”며 “촉매, 디스플레이, 신약 개발 등 과학기술 분야에서 나노재료의 설계와 합성에 중요한 단서를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3일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 2년 만에 ‘HK이노엔’ 간판 바꾸는 CJ헬스케어…36년 역사 속으로
-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한국콜마(161890)의 자회사 CJ헬스케어가 ‘HK이노엔(HK inno.N Corporation)’으로 사명을 바꾸고 새 출발한다. 지난 2018년 한국콜마에 인수·합병(M&A) 된지 2년 만이다. CJ헬스케어는 1984년 제일제당 제약사업부로 출범한 이래 36년만에 이름이 사라진다.서울 중구 을지로 HK이노엔 본사 사옥. (사진=한국콜마)강석희 HK이노엔 대표는 1일 사내 방송을 통해 “창업 36주년인 4월 1일은 HK이노엔으로서 첫 발을 떼는 기념비적 날”이라며 사명 변경을 공식화했다. 당초 이날 창립 기념식 및 비전 선포식 개최를 계획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행사를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HK이노엔(HK inno.N)’은 혁신을 뜻하는 ‘이노베이션(innovation)’과 글로벌 바이오헬스 기업으로서 갖춰야 할 정신인 ‘새로움(New)’, ‘연결(and)’, ‘미래(Next)’를 함축적으로 표현했다. 새로운 회사명에 담긴 의미처럼 HK이노엔은 신약 및 신기술 연구, 오픈 이노베이션, 고객 지향적 제품 개발 등 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 리더로 세계를 향해 나아간다는 비전을 세웠다.(그래픽=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올 2월 주총서 ‘법인명 변경’ 결의…두 달간 병행 사용 종료이미 지난 2월 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씨제이헬스케어 주식회사’에서 ‘에이치케이이노엔 주식회사’로 법인명 변경을 의결했다. 두 달 가까이 병행 사용에 관한 유예기간을 뒀다. HK이노엔을 약호로 쓰면서 동시에 브랜드 아이덴티티(BI)로 개발했다. 이 BI는 제품·광고·사회관계망(SNS) 등 고객 접점 채널에 적용된다.한국콜마와 한 식구가 된 이후 연착륙에 성공한 HK이노엔은 2018년 7월 ‘대한민국 제30호 신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3월에는 시판에 들어갔다. 케이캡정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가운데 새로운 계열인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P-CAB·Potassium-Competitive Acid Blocker)다.올해 2월까지 출시 1년이 채 안 돼 누적 판매금액 359억원을 기록하며 국산 신약 블록버스터로 등극했다. 통상 제약업계에서는 연간 실적 100억원을 돌파하는 제품들을 ‘블록버스터’라고 칭한다. 지금까지 국내에 선보인 신약은 총 30개로 이 중 한해 100억원 넘게 팔린 의약품은 케이캡을 포함 7개 정도에 불과하다. 첫 해부터 100억원을 돌파한 제품은 케이캡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캡은 해외 22개국으로 수출하고 있다.케이캡정을 앞세워 글로벌 무대 활동 영역을 확장한 HK이노엔은 지난해 3월 베트남 호치민에 법인도 설립했다. ‘컨디션’ 브랜드를 딴 베트남용 건강기능식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현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하는 성과를 보였다.HK이노엔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정` 30정 및 300정 제품. (사진=한국콜마)◇ 호치민 법인 설립…베트남 건강기능식품 시장 공략앞으로 HK이노엔은 케이캡의 뒤를 이을 신약 발굴에 집중할 계획이다. 자가면역 치료제와 항구토제 등에 관한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암·간질환 등 7개 후보물질을 연구 중이다. 바이오 의약품의 경우 수족구 백신 임상 1상을 비롯해 두창 백신 비임상 단계에 있으며 폐렴·암·자가면역 질환 등 4개 후보물질을 시험하고 있다.신(新)성장 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활발한 투자 역시 이어졌다. 대표적 수액제제 생산기업 중 하나인 HK이노엔은 연(年) 5500만 개(백)에 달하는 수액제를 양산할 수 있는 충북 오송 신 공장을 건설하며 수액 사업 키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종전 충북 음성 대소공장과 합치면 연산 1억 개에 이른다.HK이노엔 브랜드 아이덴티티(BI). HK이노엔은 사명과는 별개로 BI를 개발했다. 이 BI는 제품·광고·SNS 등 고객 접점 채널에 적용된다. (사진=한국콜마)그동안 헬스앤뷰티(H&B) 부문 강화, 수액 신공장 증설, 건강기능식품 수출 등으로 미래 먹거리를 확보해 온 HK이노엔은 제약회사 이미지를 벗어내고 글로벌 바이오헬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강 대표는 “지난 30여 년간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만드는 혁신의 여정을 걸어왔다”면서 “국내 최초 EPO제제(신성 빈혈치료제) 개발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30호 신약 케이캡정 개발, 베트남 건강기능식품 시장 진출, 수액제 신공장 투자 등 끊임없는 도전을 지속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약산업을 넘어 글로벌 바이오헬스 산업을 선도하는 100년 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새로운 도전을 함께 하자”고 다짐했다.HK이노엔은 지난해 매출액 5426억원, 영업이익 852억원으로 사상 최대 경영실적을 달성했다. 한국콜마에 인수되기 직전 년도 2017년 매출 5205억원 및 영업익 817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4.2%, 4.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