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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제 '아파트' K여가수 美 빌보드 최고층 입성…세계 홀린 협업·말맛
- (사진=더블랙레이블)[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 노랠 듣고 10초 만에 후회했다. ‘아파트’가 종일 머릿속을 괴롭힌다.”유튜브에서 ‘아파트’(APT.)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한 해외 누리꾼의 댓글 반응이다.그룹 블랙핑크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의 협업곡 ‘아파트’가 K팝 여가수 최고 기록을 경신하며 영국과 미국의 메인 팝 차트를 점령했다. 영어권에 생소한 한국식 외래어 ‘아파트’ 특유의 독특한 발음, 누구나 따라하기 쉬운 중독성있는 멜로디, 팝스타와의 협업 시너지가 맞물린 결실이란 분석이다.미국 음악 전문매체 빌보드가 29일(한국시간) 공개한 예고 기사에 따르면 ‘아파트’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100(이하 핫100) 최신 차트(11월 2일자)에 8위로 진입했다. 이는 로제가 발매한 솔로곡 중 가장 높은 순위이자 생애 첫 핫100 톱10 진입이다. 블랙핑크가 셀레나 고메즈와 협업한 ‘아이스크림’으로 거둔 최고 기록 13위도 가뿐히 제쳤다. 솔로, 그룹을 통틀어 K팝 여성 가수 중 최고 순위다.로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세상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정말 대단하고 고맙다”며 “이건 내 꿈이 현실이 된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핫100은 피지컬 싱글 및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수치, 라디오 에어플레이 점수, 유튜브 조회수 등을 총망라해 순위를 매기는 차트다. 라디오 방송 스트리밍 수치가 순위에 차지하는 비중이 커 미국 내 대중적인 인기 지표로 쓰인다. 특히 핫100 톱10은 현지 팝가수들조차 진입이 어렵다. 그만큼 ‘아파트’가 K팝을 꾸준히 소비해 온 일부 마니아층을 넘어 현지 대중의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K팝 가수가 핫100 톱10에 진입한 건 싸이, 방탄소년단, 지민, 정국 이후 로제가 다섯 번째다.빌보드 글로벌 차트로는 정상을 찍었다. 빌보드 글로벌(미국 제외)과 빌보드 글로벌 200에서 모두 1위를 기록했다. 빌보드와 함께 팝 시장 양대 차트로 꼽히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100에서도 4위에 처음 진입해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국내 음원차트 및 음악방송 순위 올킬에 스포티파이 미국 및 글로벌 주간차트 1위까지 접수했다.로제 ‘아파트’의 인기에 동명의 국내 히트곡 윤수일의 ‘아파트’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제목이 같아 화제를 모으며 ‘원조 아파트’란 별명도 생겼다.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K팝 곡, 영어권 팝송들이 선보여온 문법과 확실히 차별화된 스타일”이라며 “‘아파트’란 제목처럼 영어권과 한국의 문화가 적절히 뒤섞인 매력적인 곡”이라고 평했다.브루노 마스의 대중성과 영향력도 크게 한몫했다. 빌보드 핫100 최신차트에는 8위의 ‘아파트’와 더불어 브루노 마스가 레이디 가가와 지난 8월 선보인 또 다른 협업곡 ‘다이 위드 어 스마일’(Die With A Smile)이 4위를 기록 중이다. 특히 브루노 마스는 ‘아파트’ 전까지 이 곡으로 글로벌 스포티파이 차트 정상을 2개월 넘게 유지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술 마시기 게임 구호인 ‘아파트’의 거센 발음이 영어권에 신선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면서도, “브루노 마스가 음원시장에서 지닌 파워가 기여한 바도 무시할 수 없다”고 평했다.
- 공연 박스오피스 만든다더니…제작사는 정보 감추고, 정부는 손놨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이데일리 김현식 기자] . “그 공연 정말 잘 됐나요?” 콘텐츠 전문 투자사의 투자 담당자 A씨는 뮤지컬·연극 작품 투자를 고민할 때마다 답답함을 느낀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이하 KOPIS·코피스)에서 영화 분야와 달리 관객 수, 티켓 판매액, 예매점유율 등 공연별 실적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탓에 직접 발품을 팔아 흥행 여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답답함을 느끼는 건 공연제작사 대표 B씨도 마찬가지다. KOPIS 공연별 실적 데이터가 베일에 감춰져 있어 투자사들이 뮤지컬·연극 업계를 폐쇄적인 시장으로 인식하고 있어서다. 이에 좋은 작품이 있어도 투자사를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운영하는 KOPIS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 속 뮤지컬·연극 업계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뮤지컬·연극 분야는 어느덧 연간 티켓 판매액이 총 5000억원(2023년 집계 기준, 뮤지컬 4591억원·연극 630억원)이 넘는 덩치 큰 시장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KOPIS가 공연별 실적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 머물러 있어 공연예술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 산업 투명성 제고라는 취지에 맞는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2023년 뮤지컬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명단에 오른 ‘오페라의 유령’의 한 장면(사진=에스앤코)◇연간 20억 투입하는데…KOPIS 개선 지지부진KOPIS는 공연예술 분야에도 영화 분야와 같은 통합전산망이 필요하다는 요구 목소리가 나오면서 2014년 구축됐다. 운영 초기에는 제작사와 티켓 판매 대행사의 참여가 거의 이뤄지지 않다가 2019년 공연법 개정으로 실적 데이터 제공이 의무화되면서 수집률을 90% 이상까지 끌어올렸다.문제는 구축 10년째를 맞고도 공연별 실적 데이터가 아직 완전한 공개 단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KOPIS는 전체 시장 규모와 티켓 예매액 순위 등 일차원적 궁금증을 해소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화 분야가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을 통해 작품별로 관객 수, 티켓 판매액, 좌석 점유율 등을 상세히 공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29일 업계에 따르면 KOPIS에는 한해에만 시스템 운영비와 데이터 활용비로 각각 약 10억 원씩, 약 20억 원의 국고가 투입된다. 수집 데이터량이 증가함에 따라 운영비 또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어느덧 지난 10년간의 KOPIS 운영비는 구축비를 포함해 1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적잖은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전산망인 만큼 조속히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예술경영지원센터는 일부 제작사들의 비협조적인 태도 탓에 실적 데이터 공개 추진이 더디다는 입장이다. 공개 추진을 꺼리는 측은 작품이 관객몰이에 실패해 흥행 성적이 저조할 경우 투자 유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대표적인 반대 이유로 든다. 뮤지컬과 연극은 영화처럼 개봉 시기에 단발성으로 승부를 보는 콘텐츠가 아니라 초연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검증받은 뒤 시즌제로 공연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에 실적 데이터 공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KOPIS 관련 공연법 시행령에 ‘공연정보제공자의 기업비밀이 공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업계와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공개를 강행할 경우 법적 분쟁의 여지가 생길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KOBIS 운영 규정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지만 내부 합의가 이뤄져 문제 되지 않는 것”이라면서 “KOPIS는 무용, 국악, 클래식 등 순수 예술 분야 공연까지 아우르는 전산망이라 뮤지컬, 연극 분야만 별도로 공개를 추진하기 애매한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2023년 연극 티켓판매액 상위 10개 공연 명단에 오른 ‘파우스트’의 한 장면(사진=LG아트센터, 샘컴퍼니, ARTEC)◇“업계의 건강한 성장 위해 공개 추진 필요”전문가들은 일부 제작사들의 낡은 사고방식을 깨야 업계가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눈앞의 흥행 실패를 두려워할 게 아니라 검증받은 좋은 작품들이 한층 더 수월하게 투자를 받는 건강한 구조가 만들어져야 업계가 더 큰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이다.최지현 일신창업투자 벤처투자본부장은 “KOPIS를 통해 관객 수와 티켓 판매액을 확인할 수 있게 되면 공연별 경쟁력 파악 및 투자 의사 결정 과정이 한층 더 수월해질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작품에 참여한 배우, 창작진, 스태프들의 알 권리와 정산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서도 공개 추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한 공연연출가는 “흥행 실패로 제작사가 손실을 본 이후 임금 체불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며 “공연별 실적 데이터 공개가 이뤄진다면 그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피해 보상 규모를 책정하는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일각에선 예술경영지원센터의 미온적 움직임을 비판한다. 실험성에 초점을 맞춘 소규모 비상업적 작품을 제외한 채 티켓 판매액 상위권 작품이나 공개를 원하는 제작사 작품의 실적 데이터를 우선적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 KOPIS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도 문제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부터 유통지원사업 선정작에 한해 관객 수와 티켓 판매액을 시범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향후 점진적으로 KOPIS의 공연별 실적 데이터 공개 범위 확대하고 이를 위한 포럼과 공청회 개최 등을 지속 추진하겠다고도 밝혔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KOPIS가 투자 활성화 및 업계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는 전산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데이터 제공에 따른 혜택 부여 등 업계 내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진행하며 강제가 아닌 합의를 통한 실적 데이터 공개를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 [속보]나스닥 사상 최고치…국채금리도 소폭 하락
-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갔다. 국채금리 상승세가 잠시 멈췄고, 미국 소비자들의 경제에 대한 자심감이 다시 커지고 있고, 기업들의 호실적 기대감에 기술주들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2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블루칩을 모아놓은 다우존스 30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0.36% 내린 4만2233.05에 장을 마감했다.반면 대형주 벤치마크인 S&P500지수는 0.16% 상승한 5832.97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만 0.78% 오른 1만8712.75에 거래를 마쳤다. 실적 발표를 앞둔 알파벳(29일), 메타(30일), 마이크로소프트(30일)가 각각 1.78%, 2.62%, 1.26% 상승 마감했다. 인공지능(AI) 칩 최강자인 엔비디아도 0.52% 상승했다. ◇美소비자신뢰지수 9.5p 급등..2021년 3월 이후 가장 큰폭미국 소비자들이 경제에 대해 더욱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면서 투심이 개선되고 있다.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는 10월 미국의 소비자신뢰지수가 108.7(1985년=100 기준)로 한 달 전(99.2) 대비 9.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지난 1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이고, 지난 2021년 3월 이후 가장 큰폭으로 상승했다.향후 6개월 후 단기 전망을 반영한 ‘기대지수’도 89.1로 6.3포인트 상승, 경기침체 위험 신호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80선을 크게 웃돌았다.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현재 사업·노동시장 상황에 대한 소비자 평가를 반영한 ‘현재 상황 지수’는 138.0으로 14.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2021년 5월 이후 가장 큰폭으로 상승했다.현재 일자리가 많다고 답한 소비자비율은 3.8%포인트 상승한 35.1%로, 2021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은 16.8%로, 전월보다 감소했다.컨퍼런스 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다나 피터슨은 “현재 일자리 가용성에 대한 견해는 몇 달간의 약세 이후 반등했으며, 이는 잠재적으로 더 나은 노동 시장 데이터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구인건수는 3년반만에 최소…엇갈린 신호다만 이날 발표된 구인건수는 미국 경제가 점차 식고 있다는 신호를 보였다.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지난 9월 구인 건수는 744만건을 기록했다. 월가 예상치(798만건)을 밑돈 수치로, 지난 2021년 1월 이후 최소치다. 8월 구인건수도 기존 804만건에서 786만건으로 하향 조정됐다.미국의 구인 건수는 2022년 3월 1200만 건을 정점을 찍은 이후 감소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해고 건수는 183만건으로 2023년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자발적으로 직장을 그만둔 건수는 줄어드는 등 새로운 직장을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구인·이직보고서는 설문조사의 표본수가 상대적으로 작고 응답률이 낮아 미국의 공식 고용보고서와 차이가 있다. 미국의 10월 고용보고서는 다음달 1일 발표된다. 월가에서는 비농업일자리가 전월보다 11만5000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증가분(25만4000개)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실업률은 4.1%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달에는 허리케인 영향과 보잉사 파업 영향으로 수치가 왜곡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연방준비제도가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나온 고용지표를 무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시장은 연준이 11월 ‘스몰컷’(25bp)인하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다. 페드워치에 따르면 11월 기준금리가 25bp 내릴 가능성은 98.9%를 가리키고 있다. 동결 가능성은 1.1%로 낮아졌다.◇국채금리는 소폭 하락..10년물 4.26%국채금리는 소폭 떨어졌다. 오후 4시기준 글로벌국채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1.4bp(1bp=0.01%포인트) 내린 4.264%를 기록 중이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연동하는 2년물 국채금리는 2.9bp 떨어진 4.111%에서 거래되고 있다.
- “건보 재정 누수 막기 위해…특사경법 이번엔 국회 통과해야”①
- [이데일리 이지현 안치영 기자] “국민건강보험 누수를 막기 위해선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법이 꼭 통과돼야 합니다.”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9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건강보험재정 건전화를 위해 꼭 필요한 2가지로 특사경 도입과 비급여 관리를 꼽았다.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잡아 국민이 적절한 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의사들 반대해도 국민 위해 꼭 필요한 일”현행법은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의 자격을 정하고 있다. 법에서 정하고 있는 자가 아니면 의료기관 개설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있는 의사라 하더라도 의사 한 명은 하나의 의료기관 개설만 가능하다. 이미 의료기관을 운영 중인 의사가 다른 의사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의사를 ‘바지사장’으로 고용하는 일명 ‘사무장병원’은 불법의료기관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개설돼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환자들에게 피해를 준다. ‘환자=돈’으로 인식하고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병실 안에 환자 침대를 빼곡히 채워 넣고, 서류상 가짜 환자까지 만들어 멀쩡한 사람을 입원환자로 둔갑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해 법으로 엄격히 금지해왔다.하지만 사무장병원은 난립하고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10년간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된 사례는 1447곳이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연평균 100곳 이상씩 적발되던 것이 수법이 좀 더 교묘해지는 등의 이유로 적발건수는 100건 이하로 줄어든 상태다. 정기석 이사장은 “사무장병원 신고자에게 20억원의 포상금을 내걸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사람도 면허를 대여해 준 의사도 모두 의료법 위반이다.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의사면허 자격 정지나 취소 등 행정처분도 내려진다. 공단은 사무장병원이 운영되었던 기간 중 10년간 지급했던 요양급여 진료비(공단부담금+자기부담금)를 환수한다.하지만 여기에 급여비 전액을 환수할 수 없다는 허점이 있다. 의료기관 일상 운영비 등을 고려해 지급된 급여비 일부는 ‘정상’으로 간주해 그 부분을 감면한 후 징수해야 한다. 또 공단이 관여하지 않는 ‘비(非)급여’ 진료비는 환수 대상이 아니다. 이런 점을 노려 ‘비급여’가 많은 영역의 진료를 위주로 하는 불법의료기관이 적지 않다.문제가 발생해, 폐업 또는 잠적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건보공단에 사무장병원의 수사권이 없어 행정조사로 불법개설을 추정할 수 있지만, 실제 경찰 수사와 행정처분까지 소요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한계점이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지난 10년간 환수결정금액은 2조 6543억원이나 되지만 실제 환수액은 1956억원에 그치고 있다. 환수율이 8%에도 못 미치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건보재정 누수로 이어진다.이를 틀어막기 위해 정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취임하자마자 국회를 찾았다. 그리고 의원들을 한 명 한 명 찾아다니며 특사경 제도 설득에 나섰지만, 일부 반대 의견에 회기 만료로 법안은 자동폐기되고 말았다. 20대 국회에선 법사위 문턱조차 밟지 못했던 안건이 법사위서 다뤄진 것만으로도 작은 성과였지만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정 이사장은 “국회에서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그동안 국회에서 이 제도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 때문이다. 의료단체들은 의료인의 기본권 제한은 물론 공단에 사찰권까지 부여해 국민 건강에 위해를 끼치는 침탈행위라며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의료계 자정 운동을 통해 근절해 나가겠다고도 했다.정 이사장은 “의사협회에서 찾아와 기회를 달라며 자율 자정에 맡겨달라고 했지만, 의협의 적발건수는 0건”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 자정노력이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이다. 정 이사장의 강한 드라이브에 법 통과 가능성이 커지자 그를 향한 의사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이건 오기도 아니고 의료계에 부정이 있어서도 아니다. 사회 정의에 관한 문제”라며 “건보 가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건강보험 재정 비급여 관리 핵심비급여 관리도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는 데 꼭 필요한 부분이다. 급여는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의료 서비스, 비급여는 건강보험에서 제외돼 환자 본인이 전액 부담하거나 실손보험이 적용되는 의료 서비스다. 문제는 물리치료인지 마사지인지 모를 정도의 행위들이 비급여라는 이름으로 행해져 의료비를 눈덩이처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비급여 본인부담액은 2013년 17조 7129억원에서 거의 매년 증가해 2021년 30조원을 돌파했고 이듬해 32조 3213억원까지 늘었다. 정 이사장은 “단순 건강관리 목적인지, 치료 목적인지 애매한 것들을 하나씩 발견해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이를 위해 공단은 올해 처음으로 전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비급여 진료 보고제도를 실시했고 95%(7만 2815개소 중 6만 9200개소 참여)라는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이를 통해 공단은 자료 축적을 통해 전체 비급여를 파악해 유사한 것은 묶어서 코드화하고 원가도 분석할 계획이다. 신규 비급여도 꾸준히 관리해나갈 방침이다. 정 이사장이 생각하는 의료비용 지출 방식은 엄격한 프로세스를 통해 걸러진 비급여, 즉 국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비급여는 실손보험에서 보장해 주는 형태다. 정 이사장은 “실손보험은 필요하며 공보험이 발달한 영국에서도 사보험에 가입한 국민이 많다”며 “다만 국내 사보험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손보험 업계는 꼭 필요한 비급여에 대해서 보상을 하되 비급여가 무분별하게 확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선 앞으로 공공에서 정리하면 민간보험이 의심하지 않고 실손보험업을 영위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정 이사장은 “국민 중 4000만명이 이미 사보험을 들고 있다”며 “당장 구조 개선은 어렵지만 이러한 역할 정립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향후 비급여 관리와 경상의료비 증가세 억제, 이는 모두 건강보험 재정과 연결돼 있다”며 “이러한 재정을 지키기 위한 방안을 계속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정기석 이사장은△1958년 대구 △서울의대 졸업 △서울대 대학원 의학박사 △한림대학교성심병원장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장 △한림대의료원장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국가감염병위기대응 자문위원회 위원장 △중앙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특별대응단장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 '죽을 맛' 그래도 중국 포기 못하는 이유
- [광저우=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에서 K뷰티요? 솔직히 이제는 없다고 봐야죠. 중국 화장품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 갑자기 어떤 업체가 크기도 하고 없어지기도 합니다. 지금은 고객사 관리·영업과 제품 경쟁력이 제일 중요해요.”(박대근 코스맥스 광저우 태평공장장)“지금 여기서 생산량, 매출을 따지는 건 무의미합니다. 다만 장기로 봤을 때 중국은 탄소중립을 포함한 에너지 산업 재편 과정에서 주무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당장 큰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사업을 접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오승찬 HTWO광저우법인 총경리)현대차 광저우 HTWO공장이 만드는 수소연료전지 제품 모습. (사진=현대차)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칼날이 갈수록 매서워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류를 등에 업고 한국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던 시대는 옛말이 된 지 오래”라고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오히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 중국 업체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우리 기업들을 구석으로 내몰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은 여전히 놓칠 수 없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다. 지난 22~23일 중국 광저우에서 꿋꿋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현대차(005380)와 코스맥스(192820)의 현지 법인을 찾아 현지화 전략 등에 대해 들어봤다. ◇“전기 다음은 수소” 에너지로 재편하는 현대차광저우에는 현대차의 수소 관련 브랜드 HTWO 로고가 적힌 큰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연료전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현대차가 100% 지분을 투입해 설립한 현지 법인이다. 이곳에선 수소연료전지의 주요 부품인 스택(Stack)을 적층 구조로 쌓은 후 조립과 검사 등 과정을 고쳐 완제품으로 만드는 후공정 부분을 담당한다. 완성된 수소연료전지는 수소를 사용해 전기에너지를 발생한다. 공장에서는 90kW(킬로와트)급 전지를 생산한다. 현재 시판 중인 수소차 넥쏘에도 이 전지가 들어간다.현재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6500기인데 실제로는 1000기 정도만 출고하고 있다. 아직까지 중국에서 수소 산업이 활성화되지 않은 탓이다. 오승찬 총경리(법인장)는 “중국은 5개 시범도시에서 5년간 3만대의 수소차를 생산할 계획인데 이는 연간 6000대 정도”라며 “중국 내 해외 제조업체와 중국 업체까지 경쟁하기 때문에 지금 모든 시장(6000기)을 장악하기엔 힘들다”고 설명했다.중국의 수소 굴기는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광저우 공장은 이미 연간 10만기의 수소연료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여유 부지까지 확보했다. 공장 앞에는 중국 에너지 국영기업인 시노펙 공장이 있는데 앞으로 대규모 생산을 염두에 두고 수소 조달까지 잠정 협의한 상태다.오 총경리는 “(중국의 수소 정책이) 조금 미뤄지고 있지만 2035년까지 (수소차) 누적 100만대라는 전체 방향성은 명확하다”며 “초기엔 상용차 위주로 진행하고 승용차도 순차적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 중이라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현대차 광저우 HTWO공장 관계자가 회사의 수소 에너지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현대차는 이미 중국에서 쓴 실패를 겪었다. 현대차의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은 2016년 180만대에 달했으나 지난해 24만대로 뚝 떨어졌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에 따른 한한령과 중국산 전기차 브랜드의 급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광저우 공장은 실제 생산량이나 매출, 이익 부문에서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은 성과보다는 미래를 위해 투자할 때라는 판단이다. 전기차로 빠르게 변한 중국 시장 대응 실기를 되풀이하지 말고 향후 수소 굴기에 맞춰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다.수소 시장이 커진다고 해도 독점하기엔 쉽지 않을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이미 토요타는 베이징에 수소 공장을 지었고 유럽 부품 전문기업 보쉬도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국 내에는 리파이어, 상하이수소추진기술(SHPT) 같은 톱티어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다.오 법인장은 “지금 지표상으로 누가 낫느냐보다는 20년 이상 진행한 우리 기술과 노하우를 통해 경쟁 우위를 갖고 가야 한다”며 “중국 시장에 맞춰 신뢰성 있는 신뢰성과 상품성 있는 좋은 제품을 먼저 준비하는 게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중국서만 7개 공장 운영, 지역 특색 맞춤형 제품 내놔2004년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 최초로 중국 시장에 진출한 코스맥스는 현지 연구혁신(R&I) 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소비자 취향을 연구,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중국 광저우의 코스맥스 태평공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포장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광저우에는 코스맥스가 가동하는 공장만 두 개가 있다. 2013년 각 화장품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태평공장을 세웠고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유명 화장품 기업인 이센그룹과 함께 조인트벤처(JV) 방식으로 명주공장을 설립했다.명주공장은 코스맥스와 이센그룹이 각각 지분 51%, 49%를 투자해 만든 곳이다. 코스맥스가 생산과 연구를 맡고 이센그룹은 재무·영업을 전담한다. 각자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서다.공장의 생산능력(CAPA)은 월 1300만개 수준이지만 지금은 400만~500만개 정도를 만들고 있다. 판매는 꾸준한데 계절성을 타는 화장품 특성상 시기별로 부침이 있다. 덥고 습한 광저우 지역 특성상 여름철에는 색조 화장품 판매가 여의찮은데 가을철 이후 수요가 늘어난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태평공장은 중국 내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하며 제품을 공급하고 있었다. 싼즈탄, 싼즈양 같은 중국 내 유명 브랜드가 고객이며 미니소 같은 곳에도 납품한다.태평공장의 김도형 품질본부장은 “스킨·에센스, 폼클렌징 등을 생산하며 생산능력은 한달에 1900만개, 연간 2억3000만개 정도”라며 “현재 월 1000만개 정도 생산하고 있는데 계졀적으로 추워지면 수요가 늘어 다음달엔 풀 생산능력을 가동할 것”이라고 예상했다.코스맥스는 중국의 ODM 1위 기업으로 중국서만 7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코스맥스 중국 법인들의 총 생산능력은 연간 14억9000만개로 14억명 정도인 중국 인구 수준을 웃돈다. 현지 연구혁신(R&I) 센터를 운영하면서 고객·소비자 취향을 연구, 현지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찾은 광저우 공장에서도 이센그룹을 비롯해 각 고객사의 구매자들이 찾아와 시제품을 찾아보고 시연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현지 취향에 맞는 제품 개발도 중요하다. 각 공장에는 원료 등을 생산하는 연구실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연구원들이 색조부터 스킨케어까지 제품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 박 공장장은 “중국은 국토 면적이 넓고 기후가 다양해 지역마다 색조 화장품이나 폼클렌징 같은 제품의 수요가 다 달라 현지 요구 파악이 필수”라고 전했다.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코스맥스 태평 공장 전경. (사진=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