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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사상 최악의 테러 ‘뮌헨 참사’…50년 만에 배상 합의
  • 올림픽 사상 최악의 테러 ‘뮌헨 참사’…50년 만에 배상 합의 [그해 오늘]
  •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1972년 9월 5일 새벽 독일 뮌헨 올림픽 선수촌에 무장 괴한이 들이닥쳤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분파 조직인 ‘검은 9월단‘ 테러범들이 가방 안에 총기를 넣은 채 침입한 것이었다. 이들은 이스라엘 대표팀을 인질로 붙잡고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게릴라 등을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스라엘 측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서독 정부의 구출 작전이 실패하며 인질 모두가 숨지는 참담한 결말을 맞이했다. 올림픽 역사상 최악의 참사가 벌어진 순간이었다. 1972년 9월 5일 뮌헨 올림픽 선수촌 건물 발코니에서 이스라엘 올림픽 선수단을 인질로 붙잡은 테러범이 얼굴을 두건으로 가린 채 모습을 드러냈다. (AP=연합뉴스)◇2명 살해, 9명으로 인질극 벌이다 전원 숨져대회 폐막을 6일 앞두고 벌어진 이 참사는 검은 9월단 테러범 8명이 선수촌 건물에 잠입하며 시작됐다. 이들은 저항하는 이스라엘 역도 선수 1명과 레슬링 코치 1명을 살해한 뒤 육상, 펜싱 등 종목의 선수와 코치 9명을 인질로 잡았다. 테러범들은 이스라엘 정부를 향해 팔레스타인 게릴라 등 236명을 석방하지 않으면 인질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서독 당국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움직였고 경기는 예정대로 진행됐다가 인질극 발생 7시간여 만에 중단됐다. 테러범들이 살아서 서독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인질 협상에 성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골다 메이어 당시 이스라엘 총리는 테러범 측 요구를 거부했고 개최국인 서독에 해당 사안을 해결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스라엘 측은 자국 군대를 투입하겠다고도 했지만 서독은 이를 거절하고 인질 협상을 진행했다.서독 당국은 테러범과 협상해 이들을 이집트로 보내주겠다고 한 뒤 조직원 사살 및 인질 구출 작전을 개시했다. 테러범들이 서독 측에서 제공한 비행기에 탑승하면 승무원으로 위장한 경찰이 이들을 제압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위험성 등을 이유로 진행되지 않았다. 당국은 테러범들이 비행기를 타려고 할 때 사살하는 계획을 실행했지만 인질 전원이 사망하며 실패로 돌아갔다. 이날 인질 9명과 서독 경찰 1명이 숨졌고 테러범 8명 중 5명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탈출했던 테러범 3명은 곧 서독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상황 종료 후에는 당국이 테러범의 인원조차 파악하지 못했고 이들을 제압할 때 적절한 무기를 사용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져 부실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선수촌 보안부터 테러범을 진압하기까지 사실상 제대로 된 대비책이 없었던 셈이다.2022년 9월 21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항구에서 열린 1972년 뮌헨 올림픽 참사 50주년 추모식에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유족을 위로하고 있다. (AP=연합뉴스)◇독일 비행기 공중납치…테러범 3명 본국으로 풀려나그러나 체포된 테러범 3명은 곧 풀려났다. 검은 9월단 관련자들이 독일 항공편을 납치해 테러범 3명의 석방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같은 해 10월 29일 서독에 구금된 테러범 3명을 풀어달라며 튀르키예 상공에서 루프트한자 항공기를 납치했다. 이에 서독 정부는 이들 3명을 교도소에서 빼낸 뒤 인질들과 교환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레바논 등지의 PLO 캠프에 수차례 폭격을 가했고 자국 대외정보부인 모사드를 통해 검은 9월단에 보복했다. 모사드의 작전은 ‘신의 분노’라는 이름으로 20여년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모사드 암살팀이 모로코 출신 청년을 검은 9월단 조직원으로 착각해 노르웨이에서 살해하는 일도 벌어졌다. 암살팀을 지휘했던 모사드 요원 마이크 하라리는 이 사건으로 1998년 노르웨이 검찰에 기소된 바 있다. 이 기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국 간의 갈등은 계속됐다. 이스라엘 대표팀의 유족들은 사실 관계 등을 파악하기 위해 오랜 기간 목소리를 내야 했고 참사 발생 20년이 지나서야 독일 정부로부터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받게 됐다. 유족들은 2015년 미국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1992년 독일 당국으로부터 받은 80장 분량의 경찰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전까지는 20시간가량의 대치 상황에서 테러범들이 어떻게 인질을 다뤘는지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보고서에는 테러범들이 인질의 신체를 산 채로 절단하는 등 잔혹했던 사건의 전모가 담겨 있었다. 수록된 사진은 그 참혹함을 고려해 기사에 넣지 못할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이스라엘 선수단의 펜싱 코치 안드레 스피처의 부인은 보고서에 수록된 사진을 두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고 표현했다. 이어 “테러범들은 ‘누구도 죽이려 한 것이 아니고 동료를 이스라엘 감옥에서 석방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이는 거짓말”이라며 “그들은 사람을 죽이려고 범행했다”고 말했다.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 부부(왼쪽)와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 부부가 2022년 9월 5일 독일 바이에른주 뮌헨 인근에서 열린 1972년 뮌헨 올림픽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헌화식에 참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참사 20년 만에 경찰 보고서 받아…배상은 50주기에 합의유족들과 독일 정부 간 배상 합의는 뮌헨 올림픽 참사 50주기인 지난해에 이뤄졌다. 배상액은 2800만유로(약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같은 해 9월 5일 개최된 뮌헨 참사 50주기 추모식에서 유족을 향해 사과하기도 했다. 그는 “독일을 대표해 뮌헨 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들에 대한 보호와 이후 진상규명이 부족했던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며 “적절한 배상을 합의하는 데 50년이 걸렸다. 그러나 지금에서야 구한 합의도 모든 상처를 봉합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같은 해 8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의 회담 이후 검은 9월단 테러에 대한 사죄 여부에 즉답을 피했다. 그는 회담 이후 ‘검은 9월단 테러와 관련해 독일과 이스라엘에 사과할 계획이 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과거를 돌아보고 싶다면 해보자. 이스라엘은 1947년 이후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50건에 달하는 학살을 자행했다”고 답했다. 뮌헨 올림픽 참사는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이 대테러 전담 부대를 꾸리고 올림픽 개최국이 대회에 대한 안전 비용을 늘리는 계기가 됐다. 다만 당시 테러범의 인질극이 생중계된 것을 두고 테러리스트 단체가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테러범들이 인질극을 벌이며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일부 실현한 것이 전 세계로 방송된 탓이었다.
2023.09.05 I 이재은 기자
시진핑·김정은이 함께 움직인다면
  • 시진핑·김정은이 함께 움직인다면[생생확대경]
  • [이데일리 김정남 글로벌경제부 차장] 이스라엘은 중동의 시리아·사우디·이집트·이라크·이란 등과 인접한 나라다. 뉴욕특파원 시절 동네 이웃의 상당수가 유대인(jewish)이었는데, 이스라엘을 자주 오가는 그들에게 “(이스라엘 최대 도시인) 텔아비브는 위험하지 않으냐”고 종종 물었다. 그들 중 일부가 되물었던 말은 지금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서울은 괜찮아?”BBC, CNN 등이 서울에 지국을 내는 것은 중요한 이유가 있다. 평양에 지국을 내기 어려우니 가까운 서울에서라도 취재를 하자는 것이다. 취재 중요도가 높은 것은 단연 북한이다. 한국 사람들은 서울에서 전쟁 날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외부의 눈으로 북한·중국·대만·러시아·일본 등과 가까운 한국은 준(準)분쟁 지역에 가깝다. 한국을 잘 모르는 유대인 눈에도 서울의 위치는 그렇게 보였을 것이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제공)미국이 가장 관심을 쏟는 지정학 이슈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아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이다. 공산당의 정통성과 직결된 대만 문제는 중국이 바로 발끈하는 이슈다. 대만은 남중국해, 동중국해를 발판으로 태평양까지 힘을 뻗치려는 중국에 전략적인 요충지다. 반대로 미국 입장에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팽창을 막을 교두보가 대만이다.기자가 뉴욕과 워싱턴 취재 현장에서 놀란 점은 대만 전쟁에 대한 우려가 상상 이상이었다는 점이다. 주요 외교군사 싱크탱크들은 중국이 언제 대만을 침공할지, 어떻게 공격할지, 얼마 만에 전쟁을 끝내려 할지 등을 계속 시뮬레이션 한다고 한다. 심지어 금융시장 인사인 댄 나일스 사토리펀드 설립자는 “중국이 최소 5년 안에 대만을 통일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과 타이베이는 민간 여객기로 2시간 반 거리다. 대만의 문제는 곧 한국의 문제다.더 주목할 건 북한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 중국 혹은 북한 어느 한 나라와 군사적으로 충돌하면 결국 남은 다른 국가와도 전쟁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이 역내 미군 병력 증강에 위협을 느껴 중국 편에 가담하거나 주한미군의 방위 태세가 약해졌다고 보고 선제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그 전장이 한반도라는 점은 뻔하다.‘미국 고립주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시나리오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의 정치 슬로건 자체가 세계 동맹국들의 안위보다 미국 시민의 살림살이에 더 쏠려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트럼프의 생각에 엘리자베스 워런 같은 민주당 내 인사들마저 공감한다”며 “‘왜 이렇게 다른 나라들을 도와야 하느냐’는 미국 내부의 불만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한국은 그렇게 안전한 나라가 아니다. 거칠게 말하면, 북한과 언제든 넘을 수 있는 작은 철책 하나 놓고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는 나라다. 최근 긴박한 국제 정세를 보면서, “한반도에서 당장 내일 전쟁이 날 수 있다”는 준비 태세가 불가피하다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전쟁은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재앙이다.
2023.09.04 I 김정남 기자
러 정부, 프리고진 없는 바그너그룹 접수 본격화
  • 러 정부, 프리고진 없는 바그너그룹 접수 본격화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러시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사망한 이후 러시아 정부가 바그너그룹 접수에 나섰다. 과거 중동·아프리카에서 바그너그룹을 앞세웠던 것과 달리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지난달 사망한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AFP)블룸버그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바그너그룹의 모든 해외 네트워크가 곧 러시아군 지휘 하에 편입될 것이라고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러시아 국방부와 제휴된 다른 민간회사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바그너그룹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유스스벡 예브쿠로프 러시아 국방부 차관은 최근 리비아·시리아를 잇달아 찾아 이들 국가에서 활동 중인 바그너그룹을 러시아 국방부과 통제하는 방안을 두 나라 정부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바그너그룹은 앞서 말한 세 나라 외에도 수단과 말리, 앙골라 등 중동·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세력을 키웠다. 지난 6월 무장반란이 무위로 끝난 이후에도 이들 지역에선 바그너그룹의 영향력이 유지됐다. 다만 지난달 바그너그룹의 수장 프리고진이 항공기 사고로 사망한 후 바그너그룹은 리더십 공백에 빠진 상태다.이런 상황에서 러시아 정부가 직접 바그너그룹 작전권 접수에 나선 건 바그너그룹을 약화하면서 물론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러시아 정부가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에서 바그너그룹이 닦아 놓은 중동·아프리카 영향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러시아 친정부 정치평론가인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현상을 유지하고 어쩌면 러시아의 존재감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포스탱 아르샹주 투아데라 중아공 대통령의 선임고문인 피델 관지커는 중아공 내 바그너그룹 작전권을 러시아 국방부가 통제하는 다른 기관으로 넘길 것이냐는 블룸버그 물음에 “그것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한편 프리고진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후 푸틴 대통령을 향한 러시아군 핵심 인사들의 충성 서약도 이어지고 있다. 프리고진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 선두에 섰던 람잔 카디로프 체첸자치공화국 수반은 지난 30일 자신의 SNS 계정에 “나는 내가 죽더라도 블리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푸틴 대통령)의 명령을 이행할 준비가 됐다”고 썼다.
2023.09.01 I 박종화 기자
구스타보·정우재·안현범, 수재민 돕기 위해 1000만원 기부
  • 구스타보·정우재·안현범, 수재민 돕기 위해 1000만원 기부
  • 전북현대 공격수 구스타보가 정우재, 안현범과 함께 수재민을 돕기 위해 기부금을 전달했다. 사진=전북현대[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전북현대모터스FC가 폭우와 태풍의 피해를 입은 이웃들에게 기부금을 전달한다.전북은 21일 선수단과 팬이 함께 기부하는 네이버 해피빈 콩 저금통의 새로운 기부 테마를 공개했다.전북은 올 여름 갑작스런 폭우와 태풍으로 수해 피해를 입은 이웃의 아픔을 나누고 일상 복귀를 응원하고자 새로운 기부 테마로 수재민을 돕기로 결정했다. 해피빈을 통해서 정우재와 안현범, 구스타보가 총 1000만 원을 기부했다. 21일부터 팬들도 해피빈 콩 저금통을 통해 선수들과 함께 수재민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전북은 이미 지난 11일 익산시 수해 복구를 위해 홍정호를 비롯한 주장단이 1000만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이번에 모금될 기부금은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피해를 입은 전국의 수재민 이웃에게 전달될 예정이다.기부에 참여한 정우재는 “이번 수해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게 저희의 도움으로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전북은 지난 7월에도 류재문과 맹성웅이 팬들과 함께 기부금 564만900원을 모아 대지진을 겪은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민들에게 기부금을 전달했다.
2023.08.21 I 이석무 기자
새만금 잼버리 파행…정부 무관심, 지자체 방관, 조직위 일방통행 '합작품'
  • 새만금 잼버리 파행…정부 무관심, 지자체 방관, 조직위 일방통행 '합작품'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공동위원장인 이상민(가운데)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3일 야영지 내 글로벌 청소년 리더센터에서 열린 긴급 현장 대책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관영 전북도지사,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부족한 준비와 미흡한 대응으로 파행 위기를 자초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범정부 대응으로 위기를 모면하며 지난 11일 공식 폐영했다. 국내에서 32년 만에 열린 대회에는 150여개 국가에서 4만3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자녀의 잼버리 참가에 맞춰 방한한 동반 가족도 1000~2000여명에 달한다. 역대 최대 규모 세계 청소년 야영대회로 기록될 뻔했던 새만금 잼버리는 부실한 준비와 태풍 악재가 겹치면서 100년 잼버리 역사상 가장 불운한 대회가 됐다. 특히 수년간의 준비기간, 수천억의 막대한 예산도 치밀한 준비와 실행 가능한 메뉴얼 없이는 아무 소용이 없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국가적인 행사에 무한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무관심에 가까울 정도로 말로만 철저한 준비를 주문했다. 대회를 유치한 전북은 6년간 대회 준비보다 새만금 개발에만 몰두했다. 이 같은 정부의 무관심, 지자체의 방관 속에 한국스카우트연맹 인사들로 채워진 조직위원회는 주먹구구식, 일방통행식 운영으로 대회를 파국으로 몰고 갔다.윤은주 한림대국제대학원대학 교수는 “새만금 잼버리는 대한민국 국제행사 개최사(史)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됐다”며 “국제행사는 백 번의 성공보다 한 번의 실패를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을 되새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김현숙 장관 (사진=연합뉴스)◇행안부, 문체부 6개월 남겨 놓고 뒤늦게 합류컨트롤타워 부재는 정부 무관심 행정을 빼고는 설명이 안된다. 2018년 제정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은 유치 당시 491억 원이던 예산을 두 배 넘게 늘리는 보증서 용도로만 쓰였을 뿐, 행사 성공 개최에 필요한 충분조건이 전혀 되지 못했다.2017년 장관이 직접 유치 현장까지 동행했던 여성가족부는 유치 성과에만 도취해 6년을 ‘허도세월’했다. 폭염, 모기, 위생 등 문제에 발 빠른 대응은 고사하고 아무런 대책도 주도적으로 내놓지 못하면서 주무 부처로서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잼버리 주무 부처가 여가부였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존재감마저 없었다.지난 2월 합류한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역시 전체 준비 기간의 90% 이상이 허비된 상황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 전북도 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이대로 가다간 큰 사단이 난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행안부, 문체부가 합류하고 143억원이 긴급 편성된 올 2월 이후 4~5개월간의 골든타임 중에도 상황이 나아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무관심 행정의 증거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여가부는 잼버리 유치 이후 장관이 4차례 바뀌는 동안 정영애 전 장관과 현 김현숙 장관 단 2명만 새만금 현장을 찾았다. 횟수도 정 전 장관이 한 차례, 지난해 5월 취임한 김 장관 세 번이 전부다. 개영 일주일 전인 지난달 24일 김 장관이 직접 챙긴 현장점검도 요식행위에 그쳤다. 점검 현장엔 김 장관 외에 임상규 전북 행정부지사, 권익현 부안군수 등이 동행했지만 그 누구도 파행의 직접 원인이 된 부실한 화장실, 샤워실 등 시설 문제를 짚어내지 못했다.위생과 방충은 무관심을 넘어 직무유기에 가깝다. 코로나19 감염이 완전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150여개 국가에서 4만 명이 넘는 청소년(만 14~17세)이 한곳에 모이는 행사에 범정부 차원의 방역 대책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더군다나 개영을 1주일 남겨놓은 7월 말은 일일 감염자 수가 4만 명을 넘어서며 재유행 우려가 커지던 때였다.1000억원이 넘는 사업 예산 중에서 방역 관련 예산은 전체의 2%가 조금 넘는 28억원이 전부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사전에 코로나19 방역 대책만 제대로 세웠어도 현장에서 위생, 방충 문제는 크게 불거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태풍 카눈 북상으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조기 퇴영이 결정된 지난 6일 행사 관계자들이 그늘막을 해체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4만명 참여 국제행사에 행사 전문가는 배제 전북은 염불보다 젯밥에 더 관심이 많았다. 예산 419억원을 투입한 전북은 대회 준비에는 소홀한 채 새만금 개발에만 열을 올렸다. 도청 안에 설치한 잼버리 추진단은 내부에서조차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역할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은 그나마 있던 추진단도 대회를 1년 넘게 앞둔 지난해 초 10명 규모의 2개팀(지원팀·시설팀)으로 축소해 버렸다.전북은 잼버리 유치로 황무지나 다름없던 새만금에 인프라를 확충할 명분을 얻게 된 데에만 주목했다. 잼버리 참가자 이동편의를 위해 필요하다며 7900억원을 들여 새만금 내부 동서남북을 잇는 십자도로를 개통했고, 새만금 국제공항은 예비타당성까지 면제받으면서 정부로부터 8000억원을 받아냈다. 국제공항 없이 잼버리를 여는 건 국제적 망신이라던 주장과 달리 새만금 국제공항은 아직 착공도 못한 상태다. 2조원 가까이 들어가는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 역시 아직 건설이 진행 중이다.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송언석 의원은 “새만금 신항만(3조 2000억원), 인입철도(1조 3000억원), 연결도로(1조 1200억원) 등 그동안 잼버리를 이유로 정부로부터 받아낸 예산만 11조원”이라며 “잼버리와 상관없는 새만금 개발에만 몰두한 결과가 새만금 잼버리 총체적 부실로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지난 8일 조기 퇴영 결정으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철수한 독일 잼버리 대원들이 용인시 처인구 명지대에서 기숙사 입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정부의 무관심과 전북의 방관을 등에 업은 조직위는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의해 주먹구구식, 일방통행식으로 운영됐다. 조직위는 시설 부족 등 부실한 준비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불편을 감내하는 것이 스카우트 정신’이라며 묵살하기 일쑤였다.대회 준비와 운영에 국제행사 개최 경험을 갖춘 총괄 운영사 등 전문가는 애초부터 배제됐다. 여기에 협력사는 전북 기업 우선 배정이라는 지역주의까지 더해지면서 조직위는 더더욱 폐쇄적으로 운영됐다. 5본부 34부 40팀으로 세분화한 조직위는 몸집은 비대해지고 역할과 책임은 모호해지면서 현황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회가 절반 가까이 지날 때까지도 조직위는 예멘과 시리아, 수단 등 국가들이 입소하지 않았다는 사실 조차 전혀 모르고 있었다.김한석 한국이벤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국제행사는 잘해도 본전, 한 번 실수하면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큰 ‘독이 든 성배’와 같은 것으로 정부와 지자체, 민간의 긴밀하고 유기적인 협력체계는 필수”라며 “새만금 잼버리 준비와 운영 상의 문제점을 모두 백서로 남겨 다시는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2023.08.14 I 이선우 기자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전세계 끊이지 않는 칼부림 난동
  •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전세계 끊이지 않는 칼부림 난동
  •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시내 번화가에서 벌어진 잇단 흉기 난동에 한국은 물론 전세계가 큰 충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신림역, 서현역에서 끔찍한 사고가 벌어진 이후 다른 지역에서도 칼부림 예고가 잇따르고 있어 초긴장 국면이다.지난 3일 흉기 난동이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주변에 4일 경찰이 배치돼 있다. (사진=연합뉴스)총기를 소지할 수 있는 미국에서는 소총이나 권총 등 살상무기를 든 괴한들이 대규모 인명 피해를 입히는 사건이 종종 벌어진다. 반면 한국처럼 흉기를 무차별 휘둘러 사람을 다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국가도 적지 않다.AP통신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최근 두세달 동안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는 물론 영국, 프랑스 등 유럽권에서도 흉기 난동 사건이 수차례 발생했다.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벌어졌던 지난달 21일, 이틀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한 남성이 열차에서 3명을 해치는 사건이 발생했다.AP는 일본 경찰 발표를 인용해 용의자는 37세 남성이었으며 일본 오사카의 JR 열차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당시 용의자는 한쪽 손에 두자루, 다른 손에는 한자루 등 3자루의 칼을 들고 있었으며 20대 열차 차장과 20대 및 70대의 남성 승객 두명 등 총 3명에게 칼을 휘둘렀다.다행히 피해자들은 생명에 지장이 없었으며 경찰로부터 살인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일본은 엄격한 총기 규제법이 있어 관련 범죄는 극소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지하철에서 무작위로 칼을 휘두르거나 방화를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해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AP는 전했다.이보다 앞선 지난달 10일에는 중국 남동부의 한 유치원에서 칼을 든 남성이 6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25세 남성 용의자가 저지른 범죄로 유치원생 3명과 학부모 2명, 교사 1명이 숨졌다.중국 역시 총기 소지를 금지하고 있으며 칼 같은 흉기로 흉악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유치원 대상 범죄가 잦은 편인데 지난해 8월과 2021년 6월에도 장시성, 베이류시 유치원에서 각각 3명, 2명이 숨지는 흉기 사고가 일어났다. 특히 2010년 약 20명의 어린이가 사망하는 사건으로 보안 조치를 강화하기도 했다고 AP는 전했다.지난 6월 13일 흉기 난동으로 3명이 사망한 영국 노팅엄 일원에서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있다. (사진=AFP)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영국에선 6월 13일 30대 남성이 노팅엄 대학교에 다니는 10대 대학생 두명과 학교 관리인 등 3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있었다. 용의자는 이후 승합차를 훔쳐 보행자 3명을 치기도 했다.CNN에 따르면 프랑스의 알프스 마을인 안시에서는 6월 8일 시리아 망명 신청자인 30대 용의자가 놀이터에 들어가 칼부림을 벌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용의자 공격으로 4명의 어린이들이 입원했고 성인들도 부상을 입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당시 공격 이후 “절대적인 비겁한 공격으로 어린이와 어른들이 생사에 놓였다”며 “국가가 충격에 빠졌다”고 밝히기도 했다.흉기를 든 괴한들의 묻지마식 공격이 계속되면서 한국은 물론 전세계가 충격과 공포에 놓였다. 이에 공권력을 강화해 치안을 돌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한국의 잇단 칼부림 사건을 조명하며 앞으로 유사 범죄의 발생 가능성이 큰 만큼 당국이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도했다.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로이터에 “용의자의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이런 범죄를 예방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찰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공장소에서 의심스러운 행동에 대한 신고가 있으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2023.08.04 I 이명철 기자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본 해외피랍 실태...예방하려면?
  •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본 해외피랍 실태...예방하려면?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최근 개봉한 영화 ‘비공식작전’은 1986년 레바논에서 피랍됐던 도재승 서기관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도 서기관 납치 사건은 광복 이후 첫 납치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피랍사건은 일어나고 있지만 형태는 과거와 달라졌다. 국내외 피랍사건 현황을 분석하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사진=쇼박스)◇무장단체 피랍은 감소 추세…해적 납치 등은 여전히 벌어져1986년 1월 31일 오전 8시 10분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 도재승 2등서기관은 대사관 앞에서 무장 괴한에 피랍된다. 이슬람교와 기독교간의 내전이 펼쳐지는 레바논에서 한국 외교관을 납치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무장단체는 ‘리비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투쟁혁명 세포’로 알려졌고, 이들은 돈을 요구했다. 정부는 긴 협상을 이어갔고, 도 서기관이 풀려난 건 납치 1년 9개월만인 1987년 10월이다. 영화 비공식작전은 교섭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1987년 레바논에서 피랍됐던 도재승 서기관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사진=KTV 유튜브 갈무리)3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은 30여건에 달한다. 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 피랍됐던 김선일씨 사건,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피랍된 분당 샘물교회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사건, 2018년 리비아 무장괴한에 현지 회사원 피랍, 2021년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됐던 사건 등 매년 3~4건의 피랍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다만 탈레반 등 무장단체가 우리 국민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사건은 2007년 샘물교회 사건 이후 급감했다. 외교부가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이라크 등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했기 때문이다.여권법 개정에 따라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해외 국가를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하는 ‘여권의 사용제한’ 조항은 2007년 4월 20일부터 시행됐다.샘물교회 사건은 선교를 위해 교회 성도들이 그해 7월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외교부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3개 국가를 16년째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이외 러시아 일부지역, 리비아, 시리아, 수단,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예멘, 우크라이나, 필리핀 일부지역, 이스라엘(가자지구) 등이 여행금지 국가다.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해적이 많아진 것은 경제적 이유 탓이다. 극심한 가뭄 탓에 식량 부족이 만연하고, 이슬람 무장단체 알 샤바브가 장악하면서 해적활동이 생계수단이 됐다.이에 우리 정부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해적 피해를 막기 위해 청해부대를 2009년부터 파견하고 있다. 현재는 광개토대왕함급 구축함을 보유한 청해부대 40진이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임무를 하고 있다.외교부 여행경보4단계 여행금지 지역(사진=외교부)◇“예방이 우선”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앱 안내외교부는 ‘해외 피랍 예방법’을 4가지로 안내한다. 먼저 여행지에서 낯선 이들에게 자신의 이름, 숙소, 향후일정 등 여행 관련 정보나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말라고 권고한다.더불어 공신력 있는 여행사 또는 현지를 잘 아는 사람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또 납치나 강절도 등 신변 위협을 항상 고려하면서 주변의 변화를 경계하고, 현지 문화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주의한다.외교부 영사안전국은 여행사와 선교단체 등을 대상으로 안전간담회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 세계 테러ㆍ치안 동향 공유 △종교 관련 해외법령 제ㆍ개정 정보 공유 △피랍상황 가정 모의훈련 프로그램 실시 △트라우마 힐링센터 운영 등을 안내하고 있다.또 안전한 해외여행을 위해 홈페이지와 ‘해외안전여행 국민여행’ 앱에 현지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정강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은 “여권법에 따라 여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이후로는 무장단체 피랍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여권분실 등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는데, 외교부 홈페이지 등 안내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3.08.04 I 윤정훈 기자
베네수엘라 “브릭스 신청” 공식화…‘반미 연대’ 공고해지나
  • 베네수엘라 “브릭스 신청” 공식화…‘반미 연대’ 공고해지나
  •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베네수엘라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회원국으로 있는 브릭스(BRICS)에 공식 가입을 신청했다. 미국 정부의 ‘대테러 비협력국’으로 지정된 베네수엘라가 브릭스 회원국이 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반(反)미국’ 연대가 공고해질 전망이다.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AFP) 1일(현지시간) 브라질CNN, 텔레루스 등 중남미 언론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홍보방송(마두로와 함께 플러스)에서 “브릭스에 가입 요청을 보냈고 현재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마두로 대통령은 “브릭스는 다극(多極)세계의 출현을 위한 역동적인 세력”이라며 “지정학적으로 브릭스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이 대중매체를 통해 브릭스 가입 신청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브릭스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의 러시아 제재 동참을 거부하는 등 사실상 반미노선을 걷고 있다. 지난 5월 북한·쿠바·시리아·이란과 함께 미국 정부의 ‘대테러 비협력국’으로 지정된 베네수엘라가 브릭스 회원국이 된다면, 국제질서 재편을 노리는 중국과 러시아 등의 영향력 확대에는 더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브릭스는 오는 22일부터 3일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제15차 정상회의를 연다. 회원국 추가 가입 등 브릭스의 외연 확장이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드미트리 페스코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갈수록 많은 국가가 브릭스 가입 의사를 밝히고 있기에 외연 확장은 브릭스 회의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라고 밝혔다.
2023.08.02 I 김영은 기자
경찰청, 수해 지원금 4억6000만원 전달…"전국 경찰 10만명 손모아"
  • 경찰청, 수해 지원금 4억6000만원 전달…"전국 경찰 10만명 손모아"
  •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경찰청은 31일 호우로 발생한 인명·재산 피해 복구 지원을 위한 성금 약 4억6000만원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전달한다고 30일 밝혔다.경찰청 (사진=이데일리DB)경찰청은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2023 호우 피해 국민 성금 모금’ 운동을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경찰청과 전국 18개 시·도 경찰청, 5개 부속기관 소속의 약 9만6000명 직원들이 동참해 약 4억6000만원 성금이 모였다.이번 성금은 호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생활 복구를 위한 긴급 구호 물품 지원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경찰은 지난 13일부터 경북, 충남 등 수해 피해 현장에 연인원 1만7188명의 인력을 동원해 수해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경찰력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윤희근 경찰청장은 “이번 호우로 피해를 입은 국민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며 “모든 경찰 가족이 한마음 한뜻으로 모은 이번 성금이 피해를 입은 국민들의 일상 복귀에 조그마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경찰청은 지난 2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지원 성금 모금에서도 약 4억3000만 원을 기부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힘쓰고 있다.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이웃에 대해 나눔과 봉사활동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2023.07.30 I 손의연 기자
리조트·호텔·쇼핑몰을 한 곳에..아난티 매출 1조 시대 연다
  • 리조트·호텔·쇼핑몰을 한 곳에..아난티 매출 1조 시대 연다
  • 이데일리TV.[이데일리TV 문다애 기자][앵커]고급 리조트로 인지도가 높은 아난티가 부산에 역대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오픈했습니다. 부산에 이어 서울, 청평과 제주도까지 아난티 타운을 조성하는데요. 단순 리조트가 아닌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라이프스타일브랜드로 거듭난다는 목표입니다. 문다애 기자입니다.[기자]부산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에 위치한 빌라쥬 드 아난티.앞에로는 탁 트인 바다가, 뒤로는 산이 한 눈에 보이는 수영장에서 가족고객들이 물놀이를 즐깁니다. 아난티가 부산 기장에 역대 최대 규모인 ‘빌라쥬 드 아난티’를 오픈했습니다.대지 면적은 기존 아난티 코브의 두 배인 16만㎡(4만8400평)로, 카트를 타고 이동해야할 정도입니다.작은 도로를 두고 양쪽으로 단독주택이 들어선 펜트하우스 구역은 유럽 마을을 연상케하고, 호텔(아난티 앳 부산)은 요트를 콘셉트로 전 객실 복층으로 설계됐습니다.빌라쥬 드 아난티는 아난티의 3세대 플랫폼으로, 일종의 마을 개념.리조트가 아닌 ‘플랫폼’이란 이름엔 사람들이 즐겁게 모이는 ‘5일장 같은 장터’를 만들겠다는 이만규 대표의 의지가 담겼습니다.숙박시설과 함께 각종 문화생활시설을 대거 들인 것도 같은 이유에섭니다.리조트 가운데 6000평에 달하는 복합문화공간엔 리테일숍과 편집숍, 갤러리를 비롯해 전세계 최초로 오픈하는 세인트제임스 카페 등이 오픈했습니다. 11개에 달하는 야외 광장에서는 매주 음악 공연과 전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전개합니다. 이를 통해 전원생활과 도시의 문화를 한 곳에서 누릴 수 있는 부산의 대표적인 공간으로 거듭납니다.아난티가 역대 최대 규모로 부산에 둥지를 튼 것은 대규모 숙박 및 마이스 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벡스코를 제외하면 대규모 국가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곳은 아난티가 유일합니다.아난티는 부산에 이어 서울에도 아난티 타운을 조성하고, 청평과 제주도, 여기에 싱가포르 등 해외까지 영역을 확대해 호텔업계 최초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입니다.이만규 대표는 “우리는 경쟁사가 없다”고 자신감을 보이며 “독특한 포지셔닝으로 글로벌까지 확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영상취재 이상정/영상편집 김태완]
2023.07.28 I 문다애 기자
클린스만호,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중국·태국 등과 같은 조
  • 클린스만호, 북중미월드컵 2차 예선 중국·태국 등과 같은 조
  •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사진=연합뉴스)[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중국, 태국 등과 아시아지역 2차 예선에서 맞붙는다.아시아축구연맹(AFC)은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AFC 본부에서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 추첨식을 열었다. 이날 조 추첨에서 한국(28위)은 중국, 태국, 싱가포르-괌의 1차 예선 승자와 함께 C조에 편성됐다.1차 예선은 오는 10월 12일 시작하고, 2차 예선은 11월부터 내년 6월까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치른다.2차 예선에 직행한 한국은 11월 16일 싱가포르-괌전 승자와 홈에서 첫 경기를 치른다. 이어 11월 21일에는 중국과 원정경기를 갖는다. 이후 2024년 3월 21일 태국과 홈경기로 3차전을 벌이고 곧바로 3월 26일 태국과 원정에서 맞붙는다. 2024년 6월 6일에는 싱가포르-괌 승자와 원정경기를 치르고 6월 11일 중국과 홈경기를 끝으로 2차 예선 일정을 마무리한다.2026년 월드컵부터 출전국이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면서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 티켓도 4.5장에서 8.5장으로 증가했다. 이에 지역 예선은 1, 2차로 나뉘어 열리며 1차 예선은 FIFA 랭킹 기준 AFC 소속 하위 18개 나라가 먼저 치른다. 이후 1차 예선을 통과한 9개 나라가 남은 27개 나라와 함께 2차 예선을 진행한다.1986년 멕시코월드컵부터 지난해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오른 한국은 2차 예선부터 나선다. 각 조 1, 2위는 3차 예선 통과와 함께 2027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 본선 티켓도 획득한다.북한과 일본은 시리아, 1차 예선 통과 팀(미얀마 혹은 마카오)과 B조에 속했다.
2023.07.27 I 주미희 기자
美 "러 전투기 ‘또’ 드론 공격" Vs 러 “자동 발사일뿐”
  • 美 "러 전투기 ‘또’ 드론 공격" Vs 러 “자동 발사일뿐”
  •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러시아 전투기가 시리아 상공에서 미국 드론에 또 공격을 시도했다. 러시아 측은 자국 전투기를 표적으로 삼은 미국 드론을 감지해 자동 발사로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미국 국방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자국의 MQ-9 리퍼 드론 가까이에서 비행하는 러시아 전투기 사진을 공개했다.(사진=AFP)26일(현지시간)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이슬람국가(IS) 격퇴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드론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비행했다는 초동 보고가 이번 주 두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사건이 발생한 정확한 시간과 장소, 경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AP통신은 지난 25일과 26일 러시아 전투기의 조명탄에 의해 미국 MQ-9리퍼 드론이 공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 군용기를 상대로 위협을 가한 사례는 이달 들어서만 6번째라고 전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러시아 전투기가) 통상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 드론에 접근해 시리아 상공에서 플레어(미사일 교란용 조명탄)를 투하한 건 국제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 드론이 자국 항공기를 표적으로 삼아 비행을 했기 때문에 전투기 시스템에 따라 조명탄을 자동 발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 산하기관인 시리아 내 분쟁당사자화해센터의 올레그 구리노프 부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드론이 오늘 새벽 러시아 전투기에 위험할 정도로 근접 비행했다”며 “타깃을 감지해 자동으로 조명을 발사하는 시스템을 탑재한 SU-35와 SU-34 항공기에서 조명탄이 저절로 나간 것뿐”이라고 일축했다.시리아에선 2011년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와 시리아 민주군(SDF) 간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SDF를,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정부군을 각각 지원하며 군사 작전을 펼쳐 왔다. 한 군사전문가는 AP통신에 “러시아의 조명탄 공격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 작전을 돕고 있는, 또 시리아에서 미군을 제거하려는 이란을 지원하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충돌이 계속돼 미·러 대치가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문가는 러시아의 공격을 ‘(미국) 괴롭히기 작전’이라 규정했다.
2023.07.27 I 김영은 기자
군인공제회, 집중호우 수해복구 지원한 장병에 위문금 전달
  • 군인공제회, 집중호우 수해복구 지원한 장병에 위문금 전달
  •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군인공제회가 집중호우 수해복구에 지원한 군 장병들에게 위문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이흥석 군인공제회 회원사업본부장(오른쪽)이 지난 26일 육군50보병사단 서대석 작전부사단장에게 위문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군인공제회)27일 군인공제회에 따르면 홍수로 큰 피해를 본 충북지역과 경북지역의 피해복구를 도운 군 장병의 노고에 감사의 뜻을 담아 37사단과 50사단에 각각 500만원의 위문금을 전했다.정재관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전례 없는 집중호우로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재민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무덥고 습한 날씨에도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장병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군인공제회는 ‘ESG-윤리경영’의 하나로 △국가유공자와 참전용사 위문 △현충원 묘역 봉사활동 △사랑의 밥퍼 및 연탄 나눔 봉사활동 등 다양한 사회적 책임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올해 초에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임직원들이 성금을 모아 기부했으며, 지진 피해 현장에서 수색구조 작전을 수행한 특수전사령부와 의무사령부에 위문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2023.07.27 I 김대연 기자
김선형·허훈 등 남자농구대표팀 확정...,올림픽 사전예선 출격
  • 김선형·허훈 등 남자농구대표팀 확정...,올림픽 사전예선 출격
  •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사진=대한민국농구협회[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한국 남자 농구를 대표하는 김선형(SK), 허훈(상무) 등이 2024 파리 올림픽 본선 티켓 사냥에 나선다.대한민국농구협회는 26일 국제농구연맹(FIBA) 올림픽 사전예선 대회에 나설 국가대표 12명 명단을 발표했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은 8월 12일부터 20일까지 시리아에서 열리는 FIBA 올림픽 사전예선 대회에 출전한다. FIBA 랭킹 38위인 한국은 대만(69위), 인도(82위), 바레인(84위)과 함께 A조에 편성됐다. B조는 카자흐스탄(65위), 사우디아라비아(68위), 시리아(72위), 인도네시아(85위)다.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나라는 다른 대륙 국가들과 올림픽 출전 티켓을 놓고 겨루는 올림픽 최종예선에 나갈 수 있다. 남자농구 대표팀은 27일 충북 진천선수촌에 모여 훈련을 시작한다.하지만 시리아가 여행 금지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 기관의 허락을 받아야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선수단 안전을 최우선으로 정부 기관과 긴밀한 논의를 진행 중이며 이른 시일 내에 파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FIBA 올림픽 사전예선 대회 남자농구 국가대표▲ 감독= 추일승 ▲ 코치= 이훈재▲ 선수= 김선형(SK) 허훈 송교창(이상 상무) 박지훈(인삼공사) 전성현(소노) 이우석(현대모비스) 문성곤 하윤기(이상 kt) 문정현(고려대) 라건아 이승현(이상 KCC) 김종규(DB)
2023.07.26 I 이석무 기자
내전 우려까지 나오는데…네타냐후, 사법개혁 왜 강행했나
  • 내전 우려까지 나오는데…네타냐후, 사법개혁 왜 강행했나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은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영국의 채널4 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민주주의의 뿌리를 위협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우리가 받아들이거나 용인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가 (국민) 다수에 의해 불법으로 인식된다는 측면에서 시민 불복종, 즉 내전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법 개혁을 추진하는 동안 현재와 같은 국가 분열 상황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었다. 올해 1월부터 ‘사법부 무력화’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29주 연속 이어진 데다, 지난 3월 자신의 뜻을 거스른 국방장관을 해임한 이후 예비군들마저 반대 여론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최우방국인 미국까지 우려를 표했음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개혁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유죄 판결 막으려 ‘사법부 장악’…장기집권 야욕 드러내네타냐후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기본법 개정안을 가결한 이후 TV 연설을 통해 “3부(입법·사법·행정부) 간의 균형 복원 등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입법을 계기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는 시민 다수의 결정에 부합하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며 “유권자의 의지를 실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종말이 아닌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집권 연정 소속 극우 의원들은 수십만명 규모의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와 야권 의원들의 반발에도 사법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합리성’(reasonableness) 원칙에 근거해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사법심사 권한을 박탈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여당 의원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인 행정부 권한을 일반 공무원인 판사가 억제하는 기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네타냐후 총리의 유죄 판결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9년 11월 뇌물 수수, 사기, 배임 등 3건의 범죄 혐의로 공식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역사상 현직 총리가 수뢰 혐의로 기소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007~2016년 온라인 매체 ‘왈라 뉴스’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기사들을 쏟아내는 대가로 산업 규제를 풀어 이 매체를 운영하는 이스라엘 최대 통신회사 베제크가 5억 2000만달러의 이득을 챙기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프리티 우먼’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과 또다른 억만장자로부터 수년간 고급 샴페인과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달러 상당의 대가성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AP통신은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지지자들은 사법 개혁이 민주주의를 강화한다고 말하지만, 반대 시위자들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파트너들의 개인적· 정치적 불만에 의한 권력 장악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없도록 사법부를 장악해 장기 집권을 위한 야욕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헌법학 교수인 아미카이 코헨은 AP통신에 “사법부는 정부 권력에 대한 유일한 견제 도구”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경찰이 24일(현지시간) 텔아비브의 사법 개혁 반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물대포를 뿌리고 있다. (사진=AFP)◇둘로 쪼개진 민심…정치·안보·경제적 후폭풍 우려올해 내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등 혼란이 이어져 왔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우려가 잇따른다. 갈라진 민심이 이스라엘 정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은 분열로 이어지고, 외교·안보 및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여서다. 최근 이스라엘 국영방송 칸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6%가 사법 개혁에 반대하고 35%는 찬성하는 등 극명하게 여론이 나뉘었다.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11월 말까지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야당 측과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반대 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경찰과 시위대 간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대학생들부터 대기업, 의료계, 금융권, 법조계 등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파업을 선언하거나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며 병원, 은행, 쇼핑몰, 상점 등이 폐쇄됐다. 이스라엘 국방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예비군 수만명이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복무 거부 선언을 한 예비군엔 시리아 폭격 등 실제 작전에 투입되는 1000여명의 공군 조종사와 정보 및 특수부대 소속 병력이 포함돼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앙숙인 이란을 비롯해 그 대리세력으로 꼽히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등과도 무력 대치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기술 국가로 이끈 스타트업 기업 가운데 70%는 사회적 혼란과 보수화를 우려해 일부 사업을 해외로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 4월 사법 개혁을 둘러싼 혼란을 우려하며 이스라엘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 전복을 시도한다고 비난하고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제시한 타협안을 거부하는 등 사법 개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에 이스라엘의 국가적 갈등 및 혼란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의 한 보수 싱크탱크는 “사법개혁을 둘러싼 공론 분열로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군사적 대립 발판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언론들도 “네타냐후 우파 연정이 국가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2023.07.25 I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 사법부 무력화 후폭풍…'민심 분열'로 안보·경제 타격 우려
  • 이스라엘, 사법부 무력화 후폭풍…'민심 분열'로 안보·경제 타격 우려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이스라엘 초강경 우파 정부가 안팎의 거센 비판과 저항에도 사법부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법안 처리를 끝내 강행했다. 네타냐후 정권은 사법 체계 개편을 위한 추가 입법까지 추진하고 있어 반대 시위 등 정치적·사회적 갈등과 혼란이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가 “야권과 대화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아울러 보수화를 우려한 상당수 기업들이 이미 해외로 이전하는 등 경제적 타격도 예상된다. 외교·안보적으로도 이란,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과의 무력 대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를 훼손했다는 국제사회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운데)와 야리브 레빈 법무장관(오른쪽),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24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 있는 크네세트(의회)에서 사법 정비를 위한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표결하고 있다. 예루살렘에서는 이날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의회의 입구를 막으며 시위를 벌였다.(사진=EPA/연합뉴스)◇네타냐후, 거센 저항에도 ‘사법개혁’ 법안 가결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현지 언론 및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집권 연정이 발의한 ‘사법부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 2∼3차 독회(讀會)를 열고 법안을 찬성 64표, 반대 0표로 가결 처리했다. 최종 표결을 보이콧한 야당 의원 56명은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지속하며 30시간 가까이 격렬히 저항했지만 법안 통과를 막지 못했다. 야권은 물론 시민단체 등 상당수 국민들이 표결 결과에 분노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의사당 밖에서는 수만명이 천막을 치고 밤샘 시위를 벌였다. 대학생부터 법조계, 의료계, 예비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위 그룹으로 나뉘어 법안 저지를 위해 항의를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시위대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대 시위는 네타냐후 정권이 사법 개혁을 발표한 지난 1월 이후 29주 동안 이어졌다. 시위가 격화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생중계 TV 연설을 통해 “3부(입법·사법·행정부) 간의 균형 복원 등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항변하며 오는 11월 말까지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야당 측과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이날 가결된 법안은 여당이 법관 인사를 담당하는 법관선정위원회를 통제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동안 최고 법원인 대법원은 ‘합리성’에 근거해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사법심사를 통해 뒤집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당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인 행정부 권한을 일반 공무원인 판사가 억제하는 기존 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대법원의 ‘사법 심사’ 권한을 박탈해 사법 시스템을 무력화한 것이다. 이번 사법 개혁은 사기 및 뇌물 수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유죄 판결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사법 개혁으로 네타냐후 총리가 방어 체제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언론들은 “네타냐후 우파 연정이 이스라엘을 헌법 위기에 빠뜨렸다. 군 복무 중요성을 포함해 이스라엘의 가장 신성한 ‘신화’(myths) 일부가 삭제됐다”고 비판했다. ◇둘로 쪼개진 민심 “외교·안보·경제에 치명적” 경고 잇따라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두고 갈라진 민심이 이스라엘 정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은 분열로 이어지고, 외교·안보 및 경제에도 타격을 입힐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이스라엘 국방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예비군 가운데 수만명은 지난 22일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이들 예비군은 지난 3월 사법 개혁에 반대하는 요아브 갈란트 당시 국방부 장관이 해임된 이후 대다수가 반대 여론으로 돌아섰다. 이스라엘의 한 보수 싱크탱크는 “사법개혁을 둘러싼 공론 분열로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군사적 대립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복무 거부 선언을 한 예비군엔 시리아 폭격 등 실제 작전에 투입되는 1000여명의 공군 조종사와 정보 및 특수부대 소속 병력이 포함돼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앙숙인 이란은 물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등 이른바 이란의 ‘대리 세력’(proxy)과 무력 대치하고 있는 이스라엘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경제적 파장도 예상된다. 이스라엘을 기술 국가로 이끈 스타트업 기업 가운데 70%는 사회적 혼란과 보수화를 우려해 일부 사업을 해외로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150여개 대형 기업과 은행 등이 참여하는 이스라엘 비즈니스 포럼도 총파업 선언으로 반정부 시위에 힘을 실었다. 이스라엘 의료협회는 이날 25일부터 24시간 파업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법안을 설계한 법무부 장관은 사법 체계 개편을 위한 추가 입법까지 예고한 상태여서 이스라엘의 혼란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이스라엘 예루살렘 의회 앞에서 ‘사법 정비’ 입법 반대 시위가 열리고 있다. (사진=AP)◇“민주주의 훼손”…美 등 국제사회 우려 목소리 커질듯국제 사회에서도 민주주의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집권 이후 7개월 만에 성사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네타냐후 총리 초청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스라엘의 최우방국인 미국 백악관은 법안이 통과된 이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민주주의에서 주요한 변화가 계속되려면 가능한 광범위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밝혀 왔다”며 “오늘 (의회) 표결이 가능한 가장 적은 수의 찬성으로 진행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정치적 대화를 통해 더 넓은 합의를 도출하려는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과 이스라엘 정치 지도자의 노력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이 직면한 위협과 도전의 크기를 감안할 때 지도자들이 사법정비를 서두르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 국민을 합의로 이끄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앞서 지난 3월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스라엘의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며 우려 표명한 바 있다.
2023.07.25 I 방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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