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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바그너그룹, 레바논 헤즈볼라에 방공망 지원 계획
  • 러시아 바그너그룹, 레바논 헤즈볼라에 방공망 지원 계획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러시아 용병기업인 바그너그룹이 이란의 군사적·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제공하기로 합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으로 전개됐던 시리아 내전과 같은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SA-22.(사진=AFP)WSJ이 미국 정보당국이 입수한 첩보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바그너그룹은 러시아산 SA-22 시스템을 헤즈볼라에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대공포와 지대공미사일을 탑재한 전차 형태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최대 20㎞ 이내 전투기와 미사일 등을 요격할 수 있다. 러시아에선 판치르 S-1이라고 불린다. 이스라엘의 제공권을 무력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리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바그너그룹 용병들이 SA-22 시스템을 헤즈볼라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헤즈볼라에 전달됐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바그너그룹과 헤즈볼라 간 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은 “관련 정보가 없다”면서도 “사실이라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3일에 공개 연설을 진행할 예정이어서 관련 단서가 나올 것인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번 소식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북부 전선을 구축하는 등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헤즈볼라는 지난 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하자 즉각 하마스에 연대를 표명하고 지지·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후 이스라엘 북부 접경지역에서 교전을 펼치고 있다. 이날도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을 집중 포격해 군사기지 등 19곳을 공격했다. 미국은 헤즈볼라와 이란의 전쟁 개입을 저지하기 위해 동지중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배치했다. 한편 일각에선 러시아의 헤즈볼라에 대한 무기 제공이 현실화하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미국과 러시아, 이란 등이 개입해 대리전을 펼쳤던 시리아 내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러시아와 이란, 헤즈볼라가 시리아 정부군을, 미국이 반군을 각각 지원했다. 아울러 헤즈볼라와 바그너그룹은 시리아 내전 당시 긴밀히 협력했다.
2023.11.03 I 방성훈 기자
"민간인 대학살 끔찍"…가자지구 병원 공습에 국제사회 분노
  • "민간인 대학살 끔찍"…가자지구 병원 공습에 국제사회 분노
  •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 중 가자지구의 병원이 공습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는 소식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전쟁 중에도 국제인도법에 따라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을 엄격하게 제한하는데 교전과 아무 관련이 없는 여성, 어린이, 피란민 등이 대거 포함된 폭격에 분노가 들끓었다.18일(현지시간) 가자시티 알아흘리 병원 폭발로 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가운데 집을 떠난 팔레스타인인들이 피신할 곳을 찾고 있다.(사진=로이터)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WH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병원에 대한 공격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이곳은 환자와 의료진, 간병인, 피란민들이 있던 시설”이라고 비판했다. 알아흘리 병원은 부상을 입은 환자들을 치료할 뿐 아니라 집을 잃은 가자지구 주민들의 피난처 역할까지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북부의 알아흘리 병원에서 발생한 폭발로 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시리아 내전 등 그간 전쟁에서 병원을 폭격한 사례는 다수 있었지만, 이번만큼 대규모 인명피해가 난 것은 처음이다. WHO는 “알아흘리 병원은 이스라엘군이 대피 명령을 내렸던 가자지구 북부 지역 내 병원 20곳 중 하나”라며 “입원 환자들의 위중한 상태와 구급차·인력·병상 수용력 등을 고려할 때 대피령을 따르는 것은 불가능했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WHO는 이스라엘군이 대피령을 취소하고 민간인과 의료 시설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보호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또 WHO는 “국제인도법이 준수돼야 한다”면서 “이는 의료 서비스가 보호돼야 하고 결코 공습의 표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17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발로 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한 부상자가 치료를 받고 있다. (사진=로이터)유엔 등 국제기구들은 일제히 이번 공습을 전쟁범죄 정황으로 보고 강력히 규탄하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규탄 대상은 특정하지 않았다. 모두 제네바협약과 로마규정을 비롯해 이른바 ‘전쟁법’으로 불리는 국제인도법 체계 준수를 촉구했다. 국제인도법의 대원칙인 제네바협약은 전쟁에서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살상을 금지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모두 제네바협약 비준국이다.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팔레스타인 민간인 수백명의 죽음이 경악스럽다”며 “병원과 의료진은 국제 인도주의법에 따라 보호 대상”이라고 강조했다.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통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 대학살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아직 모르지만, 폭력과 살인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가자지구의 민간인 시설을 공격 표적으로 삼는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폭격으로 무너진 알아흘리 병원을 운영하는 성공회 예루살렘 교구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국제적 비난과 응징을 받아 마땅하다”며 “헌신적인 직원들과 연약한 환자들에 대한 극악무도한 공격에 애도하며 연대해주기를 간청한다”고 밝혔다.
2023.10.18 I 이소현 기자
이스라엘 "시리아·레바논서도 자국 겨냥해 로켓포 발사"
  • 이스라엘 "시리아·레바논서도 자국 겨냥해 로켓포 발사"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이 시리아와 레바논에서도 자국을 겨냥한 로켓포가 여러 차례 발사됐다고 밝혔다.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가자지구에서 로켓 공격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날 “이스라엘을 겨냥한 시리아의 발사체 여러개를 확인했다”며 “이 발사체는 이스라엘 영토에 진입했고, 공터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시리아 측에서 날아든 로켓포에 대응해 포격을 실시했다”며 “발사가 시작된 장소를 겨냥해 포병과 박격포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명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로이터는 시리아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팔레스타인측 무장대원들이 이스라엘을 향해 로켓포 3발을 발사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시리아에는 이란의 지원을 받는 다양한 시아파 무장단체가 있으며, 이들은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함께 내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은 또 레바논 남부에서도 자국을 겨냥한 로켓포가 발사됐다면서, 4기는 방공체계로 요격했고 10기는 공터에 떨어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에 대해서도 로켓포를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향해 포격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의 이슬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전차를 향해 대전차 유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2023.10.11 I 방성훈 기자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본 해외피랍 실태...예방하려면?
  • 영화 '비공식작전'으로 본 해외피랍 실태...예방하려면?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최근 개봉한 영화 ‘비공식작전’은 1986년 레바논에서 피랍됐던 도재승 서기관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도 서기관 납치 사건은 광복 이후 첫 납치사건으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40여년이 흐른 지금도 피랍사건은 일어나고 있지만 형태는 과거와 달라졌다. 국내외 피랍사건 현황을 분석하고,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사진=쇼박스)◇무장단체 피랍은 감소 추세…해적 납치 등은 여전히 벌어져1986년 1월 31일 오전 8시 10분 레바논 주재 한국대사관 도재승 2등서기관은 대사관 앞에서 무장 괴한에 피랍된다. 이슬람교와 기독교간의 내전이 펼쳐지는 레바논에서 한국 외교관을 납치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무장단체는 ‘리비아 정부의 지원을 받는 투쟁혁명 세포’로 알려졌고, 이들은 돈을 요구했다. 정부는 긴 협상을 이어갔고, 도 서기관이 풀려난 건 납치 1년 9개월만인 1987년 10월이다. 영화 비공식작전은 교섭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았다.1987년 레바논에서 피랍됐던 도재승 서기관이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사진=KTV 유튜브 갈무리)3일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해외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은 30여건에 달한다. 2004년 이라크 무장단체 피랍됐던 김선일씨 사건,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피랍된 분당 샘물교회 사건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된 삼호주얼리호 사건, 2018년 리비아 무장괴한에 현지 회사원 피랍, 2021년 이란 혁명수비대에 억류됐던 사건 등 매년 3~4건의 피랍사건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다만 탈레반 등 무장단체가 우리 국민을 납치하고 살해하는 사건은 2007년 샘물교회 사건 이후 급감했다. 외교부가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이라크 등을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했기 때문이다.여권법 개정에 따라 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특정 해외 국가를 방문하거나 체류하는 것을 중지하는 ‘여권의 사용제한’ 조항은 2007년 4월 20일부터 시행됐다.샘물교회 사건은 선교를 위해 교회 성도들이 그해 7월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건 이후 외교부는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소말리아 3개 국가를 16년째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이외 러시아 일부지역, 리비아, 시리아, 수단,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예멘, 우크라이나, 필리핀 일부지역, 이스라엘(가자지구) 등이 여행금지 국가다.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지역에서 해적이 많아진 것은 경제적 이유 탓이다. 극심한 가뭄 탓에 식량 부족이 만연하고, 이슬람 무장단체 알 샤바브가 장악하면서 해적활동이 생계수단이 됐다.이에 우리 정부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해적 피해를 막기 위해 청해부대를 2009년부터 파견하고 있다. 현재는 광개토대왕함급 구축함을 보유한 청해부대 40진이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임무를 하고 있다.외교부 여행경보4단계 여행금지 지역(사진=외교부)◇“예방이 우선”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앱 안내외교부는 ‘해외 피랍 예방법’을 4가지로 안내한다. 먼저 여행지에서 낯선 이들에게 자신의 이름, 숙소, 향후일정 등 여행 관련 정보나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말라고 권고한다.더불어 공신력 있는 여행사 또는 현지를 잘 아는 사람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라고 한다. 또 납치나 강절도 등 신변 위협을 항상 고려하면서 주변의 변화를 경계하고, 현지 문화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지 말라고 주의한다.외교부 영사안전국은 여행사와 선교단체 등을 대상으로 안전간담회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 세계 테러ㆍ치안 동향 공유 △종교 관련 해외법령 제ㆍ개정 정보 공유 △피랍상황 가정 모의훈련 프로그램 실시 △트라우마 힐링센터 운영 등을 안내하고 있다.또 안전한 해외여행을 위해 홈페이지와 ‘해외안전여행 국민여행’ 앱에 현지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정강 외교부 영사안전국장은 “여권법에 따라 여행금지구역을 설정한 이후로는 무장단체 피랍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다”며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여권분실 등 다양한 사건사고가 발생하는데, 외교부 홈페이지 등 안내를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23.08.04 I 윤정훈 기자
美 "러 전투기 ‘또’ 드론 공격" Vs 러 “자동 발사일뿐”
  • 美 "러 전투기 ‘또’ 드론 공격" Vs 러 “자동 발사일뿐”
  • [이데일리 김영은 기자] 러시아 전투기가 시리아 상공에서 미국 드론에 또 공격을 시도했다. 러시아 측은 자국 전투기를 표적으로 삼은 미국 드론을 감지해 자동 발사로 대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미국 국방부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자국의 MQ-9 리퍼 드론 가까이에서 비행하는 러시아 전투기 사진을 공개했다.(사진=AFP)26일(현지시간) AP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이슬람국가(IS) 격퇴 임무를 수행하는 우리 드론에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비행했다는 초동 보고가 이번 주 두 차례 있었다“고 밝혔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사건이 발생한 정확한 시간과 장소, 경위를 밝히지 않았지만, AP통신은 지난 25일과 26일 러시아 전투기의 조명탄에 의해 미국 MQ-9리퍼 드론이 공격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시리아 상공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 군용기를 상대로 위협을 가한 사례는 이달 들어서만 6번째라고 전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러시아 전투기가) 통상적인 임무를 수행하는 미국 드론에 접근해 시리아 상공에서 플레어(미사일 교란용 조명탄)를 투하한 건 국제 규범을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 드론이 자국 항공기를 표적으로 삼아 비행을 했기 때문에 전투기 시스템에 따라 조명탄을 자동 발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 국방부 산하기관인 시리아 내 분쟁당사자화해센터의 올레그 구리노프 부소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드론이 오늘 새벽 러시아 전투기에 위험할 정도로 근접 비행했다”며 “타깃을 감지해 자동으로 조명을 발사하는 시스템을 탑재한 SU-35와 SU-34 항공기에서 조명탄이 저절로 나간 것뿐”이라고 일축했다.시리아에선 2011년부터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와 시리아 민주군(SDF) 간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SDF를, 러시아는 이란과 함께 정부군을 각각 지원하며 군사 작전을 펼쳐 왔다. 한 군사전문가는 AP통신에 “러시아의 조명탄 공격은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군사 작전을 돕고 있는, 또 시리아에서 미군을 제거하려는 이란을 지원하려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충돌이 계속돼 미·러 대치가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전문가는 러시아의 공격을 ‘(미국) 괴롭히기 작전’이라 규정했다.
2023.07.27 I 김영은 기자
내전 우려까지 나오는데…네타냐후, 사법개혁 왜 강행했나
  • 내전 우려까지 나오는데…네타냐후, 사법개혁 왜 강행했나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이스라엘은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에후드 올메르트 전 이스라엘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영국의 채널4 뉴스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민주주의의 뿌리를 위협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우리가 받아들이거나 용인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가 (국민) 다수에 의해 불법으로 인식된다는 측면에서 시민 불복종, 즉 내전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사법 개혁을 추진하는 동안 현재와 같은 국가 분열 상황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었다. 올해 1월부터 ‘사법부 무력화’ 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29주 연속 이어진 데다, 지난 3월 자신의 뜻을 거스른 국방장관을 해임한 이후 예비군들마저 반대 여론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최우방국인 미국까지 우려를 표했음에도 네타냐후 총리가 사법 개혁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AFP)◇유죄 판결 막으려 ‘사법부 장악’…장기집권 야욕 드러내네타냐후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기본법 개정안을 가결한 이후 TV 연설을 통해 “3부(입법·사법·행정부) 간의 균형 복원 등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입법을 계기로 국민에 의해 선출된 정부는 시민 다수의 결정에 부합하는 정책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며 “유권자의 의지를 실현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종말이 아닌 기본”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집권 연정 소속 극우 의원들은 수십만명 규모의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와 야권 의원들의 반발에도 사법 개혁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은 최고 법원인 대법원이 ‘합리성’(reasonableness) 원칙에 근거해 장관 임명 등 행정부의 주요 정책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사법심사 권한을 박탈했다. 네타냐후 총리와 여당 의원들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인 행정부 권한을 일반 공무원인 판사가 억제하는 기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네타냐후 총리의 유죄 판결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019년 11월 뇌물 수수, 사기, 배임 등 3건의 범죄 혐의로 공식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역사상 현직 총리가 수뢰 혐의로 기소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2007~2016년 온라인 매체 ‘왈라 뉴스’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기사들을 쏟아내는 대가로 산업 규제를 풀어 이 매체를 운영하는 이스라엘 최대 통신회사 베제크가 5억 2000만달러의 이득을 챙기도록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영화 ‘프리티 우먼’으로 유명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아논 밀천과 또다른 억만장자로부터 수년간 고급 샴페인과 쿠바산 시가 등 수십만달러 상당의 대가성 뇌물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AP통신은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지지자들은 사법 개혁이 민주주의를 강화한다고 말하지만, 반대 시위자들은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파트너들의 개인적· 정치적 불만에 의한 권력 장악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죄 판결을 내릴 수 없도록 사법부를 장악해 장기 집권을 위한 야욕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헌법학 교수인 아미카이 코헨은 AP통신에 “사법부는 정부 권력에 대한 유일한 견제 도구”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경찰이 24일(현지시간) 텔아비브의 사법 개혁 반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물대포를 뿌리고 있다. (사진=AFP)◇둘로 쪼개진 민심…정치·안보·경제적 후폭풍 우려올해 내내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등 혼란이 이어져 왔지만,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우려가 잇따른다. 갈라진 민심이 이스라엘 정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뿌리 깊은 분열로 이어지고, 외교·안보 및 경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여서다. 최근 이스라엘 국영방송 칸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6%가 사법 개혁에 반대하고 35%는 찬성하는 등 극명하게 여론이 나뉘었다.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11월 말까지 포괄적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야당 측과 대화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반대 시위는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경찰과 시위대 간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대학생들부터 대기업, 의료계, 금융권, 법조계 등에 이르기까지 각계각층에서 파업을 선언하거나 반정부 시위에 동참하며 병원, 은행, 쇼핑몰, 상점 등이 폐쇄됐다. 이스라엘 국방 전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예비군 수만명이 복무 거부를 선언했다. 복무 거부 선언을 한 예비군엔 시리아 폭격 등 실제 작전에 투입되는 1000여명의 공군 조종사와 정보 및 특수부대 소속 병력이 포함돼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앙숙인 이란을 비롯해 그 대리세력으로 꼽히는 팔레스타인 하마스,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등과도 무력 대치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기술 국가로 이끈 스타트업 기업 가운데 70%는 사회적 혼란과 보수화를 우려해 일부 사업을 해외로 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 4월 사법 개혁을 둘러싼 혼란을 우려하며 이스라엘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렸다. 네타냐후 총리는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 전복을 시도한다고 비난하고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제시한 타협안을 거부하는 등 사법 개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에 이스라엘의 국가적 갈등 및 혼란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이스라엘의 한 보수 싱크탱크는 “사법개혁을 둘러싼 공론 분열로 이스라엘 내부적으로 군사적 대립 발판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언론들도 “네타냐후 우파 연정이 국가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2023.07.25 I 방성훈 기자
'반란가담 의혹' 러군 2인자, 알고보니 바그너그룹 비밀회원
  • '반란가담 의혹' 러군 2인자, 알고보니 바그너그룹 비밀회원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 이후 자취를 감춘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부사령관이 바그너그룹의 비밀 회원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부사령관. (사진=AFP)CNN방송은 29일(현지시간) 영국 소재 민간단체 도시에센터(Dossier Center)를 인용해 수로비킨 장군이 바그너그룹의 비밀 VIP 회원이었다고 보도했다. 도시에센터가 입수한 바그너그룹 내부 문서엔 수로비킨 장군의 바그너그룹 회원 번호와 VIP란 표시가 적혀 있었다. 도시에센터는 다른 러시아 군·정보당국 고위층도 30명 이상 바그너그룹 VIP 회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바그너그룹이 VIP 회원에게 어떤 혜택을 제공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이번 보도는 바그너그룹의 반란 사태 이후 수로비킨 장군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나왔다. 그는 24일 바그너그룹에 반란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영상을 올린 걸 마지막으로 행적을 감췄다.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은 수로비킨 장군의 행방에 대한 CNN 질의에 “노 코멘트”라고 답했다. 모스크바 타임스 등 러시아 현지 언론은 전날 소식통을 인용해 수로비킨 장군이 체포당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수로비킨 장군이 바그너그룹의 반란을 사전에 알고도 방조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란 세력에 대한 숙청 작업을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럽의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수로비킨 장군과 같은 러시아 고위층들이 바그너그룹의 반란 계획을 알고도 이를 푸틴 대통령에게 알리지 않고 상황을 지켜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수로비킨 장군은 우크라이나전 부사령관과 항공우주군 총사령관을 겸임하고 있는 러시아군 2인자다. 시리아 내전에 개입하며 민간인 공격도 서슴지 않아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 장군, ‘도살자’ 등의 별명을 얻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지난해 10월~올 1월 총사령관직을 맡아 초토화 작전을 폈다. 그는 바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과는 시리아에서 인연을 맺은 후 친분 관계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2023.06.30 I 박종화 기자
잡범에서 러시아 ‘쿠데타 수괴’로…‘반란 혐의’ 프리고진 누구?
  • 잡범에서 러시아 ‘쿠데타 수괴’로…‘반란 혐의’ 프리고진 누구?
  •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62)이 러시아 국방부에 맞서겠다고 밝히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쿠데타 수괴’로 위치가 강등됐다. 러시아 정부는 반란 혐의로 프리고진을 입건하고 체포 명령을 내린 상태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AP 통신)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이날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에 공개한 영상에서 “비행장을 포함한 로스토프나도누의 군사 시설이 우리의 통제 아래 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오지 않으면 로스토프나도누를 봉쇄하고 모스크바로 진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들의 행동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프리고진은 이에 앞선 텔레그램 메시지에서 군 수뇌부를 처벌하길 원할 뿐이니 러시아 정규군에 자신들을 막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는 “군사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의 행진”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러시아 국가반테러위원회는 프리고진에게 불법 행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고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바그너 그룹 용병들에게 프리고진을 붙잡아 당국에 넘기라고 요구했다.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일으킨 배경에는 바그너 그룹과 러시아군 수뇌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격전지인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것이 거론된다.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 최전선에서 전투를 벌였지만 프리고진은 러시아 국방부가 용병들에게 의도적으로 탄약 등을 제대로 보급하지 않았다며 바흐무트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 같은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 간 갈등이 불거지자 쇼이구 방관은 비정규군에서 국방부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라고 지시했고 푸틴 대통령 또한 이 방침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바그너 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사진=AP 통신)◇감옥서 12년 보낸 ‘잡범’이 ‘푸틴 요리사’로23일 AP 통신에 따르면 프리고진은 1981년 강도, 폭행 등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뒤 출소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식당을 차렸다. 그는 외식 사업을 하던 중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부시장이던 푸틴과 친분을 쌓았고 크렘린 궁에서 열리는 연회 등을 도맡으며 ‘푸틴의 요리사’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후에는 푸틴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정부가 주관하는 각종 행사에 음식을 공급하고 학교에 급식을 납품하는 요식업체를 운영하기도 했다. 2014년 바그너 그룹을 설립한 뒤로는 본격적으로 세를 넓히고 러시아의 크름반도 병합,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쟁에 투입돼 전투 작전을 펼쳤다. 또 시리아를 비롯해 리비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말리, 수단 등 국가의 내전에도 개입했다.이 과정에서 용병들이 사람들을 잔인하게 고문하는 모습이 온라인상 영상으로 드러나 악명이 높아지기도 했다. 2017년에는 무장한 용병들이 시리아인을 고문하고 시신을 훼손하는 등 장면이 공개됐으며, 지난해에는 전직 바그너 그룹 용병이 우크라이나 영토로 도주했다가 붙잡힌 뒤 망치에 맞아 숨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프리고진과 바그너 그룹 용병들이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 있는 남부 군관부 사령부에서 걷고 있는 모습. (사진=로이터 통신)◇바그너 그룹, 우크라이나 전쟁서 최전선 배치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 그룹은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돈바스 지역에 배치되는 등 최전선에 전투를 벌였다. 바흐무트 점령을 위한 러시아군의 작전에서도 선봉 위치에 있었다. 프리고진은 지난해 6개월간 러시아 내 교도소를 직접 돌며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싸우는 대가로 중범죄자들에게 사면과 금전적 보장을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프리고진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죄수 5만명 중 1만명이 바흐무트에서 숨졌고 바그너 그룹 용병 1만여명도 이 전투에서 사망했다. 프리고진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데 전과를 올린 뒤 해당 지역을 러시아 군에 넘기고 철수했다. 그러나 군 수뇌부가 무능하고 정규군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등 비판을 이어가며 국방부와 갈등을 겪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대국민 연설에서 와그너 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선포한 무장 반란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AP 통신)◇ 푸틴 “등에 칼 꽂히는 상황…반역 직면”이 같은 상황이 프리고진의 반란으로 이어지자 푸틴 대통령은 24일 TV 연설에서 “우리는 등에 칼이 꽂히는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 반역에 직면했다”며 “과도한 야망과 사욕이 조국과 국민에 대한 배반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바그너 그룹은 러시아군이 자신들을 공격했다며 우크라이나를 벗어나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노두로 진입해 군 시설을 장악한 상태다. 이들은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500㎞ 거리에 있는 보로네즈도 접수했다. 러시아 정부는 프리고진에 대한 체포령을 거두지 않고 모스크바와 보로네즈 지역에 대테러 작전 체제를 발령했다.
2023.06.24 I 이재은 기자
 난민법 발효 10년…국내 난민 현주소는?
  • [이희용의 세계시민] 난민법 발효 10년…국내 난민 현주소는?
  • 난민법 시행 후 인정률(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이희용 다문화동포팀 자문위원] 노르웨이 태생의 프리드쇼프 난센(1861~1930)은 해양학·동물학·지질학 등에 선구적 업적을 쌓았다. 1888년 처음으로 그린란드를 걸어서 횡단한 데 이어 1895년 북극점에 가장 가까운 지점(북위 86도 14분)까지 도달한 위대한 탐험가이기도 했다.오늘날 많은 사람이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난민 보호 운동에 남긴 뚜렷한 발자취 덕분이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결성된 국제연맹의 초대 난민고등판무관을 맡아 당시 러시아 내전에서 대량 발생한 난민 문제를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시키며 공동 해결 노력을 촉구했다.그는 모든 국가가 난민의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인도적 지원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이는 난민협약과 난민법의 토대가 됐다. 1922년에는 난민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자 52개국의 승인을 얻어 난민 여권을 발급하는가 하면 1928년 정착 기금 마련을 위해 난민 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이런 공로를 기려 노벨상위원회는 그에게 1922년 평화상을 수여했다. 유엔(국제연합)은 1955년 그의 이름을 딴 상을 제정해 해마다 시상하고 있다. 지난해 난센상은 시리아 난민 수용에 앞장선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에게 돌아갔다.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난민협약)은 1951년 7월 채택됐다. 국적국, 혹은 거주국으로 돌아가면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사람들을 모든 협약국이 차별 없이 보호하자는 것이 골자다. 당초 보호 대상자를 1951년 이전으로 한정했으나 1967년 난민의정서로 개편하며 기한을 없앴다.유엔은 1947년 국제난민기구(IRO)를 창설한 데 이어 1950년 유엔난민기구(UNHCR)를 출범시켰다. 2000년에는 총회 특별결의안을 통해 아프리카 난민의 날이던 6월 20일을 세계 난민의 날로 제정하고 이듬해부터 기념식을 열고 있다.한국은 1992년 12월 난민협약에 가입했다. 1993년 3월 3일 발효돼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니게 됐으며, 이에 따라 1994년부터 난민 신청을 받고 있다. 2008년에는 UNHCR 한국대표부를 설치한 데 이어 2012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해 이듬해 7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난민협약 발효 30주년이자 난민법 시행 10주년이기도 하다.우리나라 난민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법무부 통계월보에 따르면 94년 이후 누적 난민 신청자가 처음으로 9만 명을 돌파했다. 올 4월 말까지 난민 신청자는 9만327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심사 대기나 자진 철회 등을 제외하고 심사를 마친 사람은 4만8554명인데, 1364명만이 난민으로 인정돼 난민 인정률은 2.8%이다. 난민으로서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지만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인도적체류자 2516명을 합쳐도 보호율은 8.0%에 그친다. 이는 2000~2017년 190개국 평균 난민 인정률인 29.9%와 보호율 44.2%에 한참 못 미친다. OECD 회원국 중에서도 한국 뒤에 자리한 나라는 이스라엘과 일본뿐이다.낮은 난민 인정률뿐 아니라 부족한 난민심사관, 긴 심사기간, 불공정한 조사과정, 까다로운 절차, 열악한 대기실 환경 등도 문제로 꼽힌다. 난민 신청자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난민법이 난민보호법이 아니라 난민추방법이라는 말까지 듣는 실정이다.UNHCR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계 난민의 수효가 1억 명을 돌파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고 시리아나 예멘 등의 내전이 장기화하는데다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가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찍부터 난민 문제를 겪으며 포용과 연대의 가치를 지향해온 유럽에서도 최근 들어 찬반 논란이 격화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톨레랑스(관용)의 나라’ 프랑스는 물론 난민 수용 모범국으로 꼽혀온 독일에서마저 반난민 정서가 고조되는 실정이다. 한국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을 거치는 동안 많은 난민을 낳았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달성했다고 평가받는 요즘도 양심적 병역거부자나 성소수자들이 프랑스와 호주 등지에서 난민 인정을 받아 거주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한국의 역사적 경험을 거론하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올 4월 미국 의회 연설에서도 자유와 인권과 연대의 가치를 역설했다. 대통령의 약속이 난민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이희용 다문화동포팀 자문위원(전 연합뉴스 한민족센터 고문)
2023.06.20 I 고규대 기자
중동서 존재감 확대 나선 美…블링컨, 사우디 찾아 빈살만과 회담
  • 중동서 존재감 확대 나선 美…블링컨, 사우디 찾아 빈살만과 회담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을 가졌다. 사우디 실권자인 빈살만 왕세자와 미국 고위 관리가 사우디에서 회동한 것은 지난달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이어 한 달만이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7일 사우디 제다에서 회담했다. (사진= AFP)7일(현지시간) 사우디 국영 SPA통신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과 빈살만 왕세자는 이날 사우디 제다에서 만나 양국 관계와 다양한 분야의 협력 증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블링컨 장관은 전날(6일)부터 사흘간의 일정으로 사우디를 방문했으며,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를 주재하고 사우디와의 전략적 관계 강화를 위한 외무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사우디에서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현안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블링컨 장관의 이번 사우디 방문은 사우디가 이란에 이어 시리아와도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하는 등 중동 지역에서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로 7년 만에 외교 관계 정상화에 합의했으며, 블링컨 장관이 사우디에 도착한 6일에는 사우디 주재 이란 대사관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지난달에는 사우디와 시리아가 상대국에 주재하는 대사관을 다시 열기로 했다. 시리아 내전을 계기로 단교한 지 11년 만이다. 사우디가 이란과 시리아 등 중동 내 대표적인 반미 국가들과 관계를 개선하고 나서면서 중동에서 역외 균형자 역할을 해온 미국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사우디와 이란 관계를 중재하고 나선 중국의 역할은 부각되는 모양새다. 미국과 사우디는 전통적인 우방이었으나, 미국이 2018년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와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란과 지역 안보에서 유가에 이르기까지 수년 간 (미국과 사우디 간) 갈등이 심화한 가운데,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안정시키기 위한 임무를 띠고 사우디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2023.06.07 I 장영은 기자
영국·프랑스, 러 용병회사 와그너그룹 테러집단 지정 추진
  • 영국·프랑스, 러 용병회사 와그너그룹 테러집단 지정 추진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영국 등 유럽에서 러시아 용병기업인 와그너그룹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와그너그룹이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잔학 행위를 벌여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용병회사 와그너그룹의 본사.(사진=AFP)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9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정부가 최근 두 달 동안 와그너그룹에 대한 테러단체 지정을 검토해왔으며 조만간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보도했다.와그너그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민간 용병회사다. 시리아 등 아프리카 내전 지역에서 수년 간 학살 등 전쟁범죄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지난해부터는 우크라이나 전장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엔 우크라이나의 요충지 바흐무트 점령전을 주도하며 민간인 수백명을 학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영국 정부가 와그너그룹을 테러단체로 지정하면 이 그룹에 소속돼 있거나 참여를 독려하는 행위뿐 아니라 와그너그룹 로고를 게시하는 행위만으로도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영국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 거래도 제한된다. 타임스는 푸틴 대통령과 그 측근에 대한 금융 제재가 가해진 후 와그너그룹이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돈세탁에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영국 제1야당인 노동당은 와그너그룹에 대한 제재를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노동당 예비내각에서 각각 외무장관, 내무장관을 맡고 있는 데이비드 래미 의원과 이베트 쿠퍼 의원은 최근 성명을 발표하고 “와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및 전 세계에서 일어난 끔찍한 잔학 행위에 책임이 있다”며 “영국에선 누구도 와그너그룹에 속하거나 지원·홍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에서도 와그너그룹을 겨냥해 유사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이날 유럽연합(EU)이 와그너그룹을 테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의결했다. 프랑스의 집권 르네상스당 소속 베냐민 아다드 의원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와그너그룹은 단순한 용병집단이 아니다”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학살하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카트린 콜로나 외교장관은 프리고진 등 와그너그룹 핵심 인사가 이미 개인적으로 제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테러단체 지정에 따른) 직접적·부가적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3.05.10 I 박종화 기자
'민간인 학살' 시리아, 12년 만에 아랍연맹 복귀
  • '민간인 학살' 시리아, 12년 만에 아랍연맹 복귀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중동의 학살자’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아온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가 12년만에 아랍연맹에 복귀했다. 시리아의 국제무대 복귀는 사실상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아랍연맹 회의 모습.(사진=AFP)7일(현지시간) 알자지라방송 등에 따르면 아랍연맹은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외교장관 회의를 열고 시리아의 회원국 지위를 회복시키기로 결정했다. 22개의 회원국 중 13개 국가가 찬성표를 던졌다. 시리아는 알아사드 정부가 민간인을 포함한 반정부 세력을 무력으로 탄압하자 2011년 아랍연맹 회원국 지위를 정지당했다. 미국과 서방국들은 시리아의 유혈사태가 장기화하자 경제 제재를 강화하며 시리아를 압박했다. 이후 시리아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됐지만 올 초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 이후 아랍 국가 사이에서 점차 시리아에 온정적인 분위기가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시리아를 결정적으로 도운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다. 수니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는 시리아 시아파 정부가 수니파 반군을 무력 진압하자 2011년 단교를 선언하고 반군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 하지만 지난달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은 시리아를 찾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외교관계 복원 등을 논의했다. 사우디의 외교 방향 전환을 두고 중동의 정치·경제를 주도하길 원하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사우디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하는 대규모 개혁 프로그램인 ‘비전 2030’을 본격화하기 위해 올해 초 오랜 앙숙인 이란과의 관계도 정상화했다. 양국간의 대화 재개를 중국이 중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중심의 중동 외교 지형이 변화했다는 평가가 나온 가운데 이번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 역시 중동내 미국의 영향력 상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에 대해 알아사드 대통령이 시리아 내전으로 인한 위기를 해결하려는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복귀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영국 외무국제개발부도 “알아사드 정권과의 관계에 반대하고 있다”면서 알아사드 정권이 꾸준히 “무고한 시민을 구금·고문·살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3.05.07 I 박종화 기자
'국제 왕따' 시리아…아랍연맹 복귀하나
  • '국제 왕따' 시리아…아랍연맹 복귀하나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중동 국가와 시리아와의 관계 회복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제적으로 고립된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간섭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중동 외교의 주도권을 쥐길 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화해를 이끌고 있다.지난주 아랍연맹 회의 모습.(사진=AFP)1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아랍연맹은 14일 사우디 제다에서 외무장관 회의를 열고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를 논의한다. 아랍연맹은 중동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해 1945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22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시리아는 아랍연맹 창립 멤버였지만 시리아 정부가 반정부 세력을 무력으로 탄압하자 2011년 회원국 지위를 정지당했다.상황은 시리아에 우호적이다. 과거 시리아와 외교 관계를 복원할 계획이 없다고 천명한 카타르도 전향적으로 입장을 바꿨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마제드 알안사리 카타르 외교부 대변인은 “시리아 상황과 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에 대한 아랍 국가의 입장에 진전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른 아랍 국가 대부분도 올 초 시리아 북부를 강타한 대지진 이후 시리아에 온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가 아랍연맹에 복귀하게 되면 시리아 내전 이후 국제무대에서 고립된 시리아에 외교적 활로가 트인다.시리아의 아랍연맹 복귀에 적극 나서고 있는 국가는 사우디다. 수니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사우디는 시리아 시아파 정부가 수니파 반군을 무력 진압하자 2011년 단교를 선언하고 반군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러다 사우디는 최근 외교 기조를 바꿨다. 사우디는 다음 달 수도 리야드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초청했다. 사우디는 지난달 시리아와 대사급 외교관계 복원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는 아울러 ‘앙숙 국가’로 꼽히는 이란과 외교관계를 복원하는 등 중동 내 적대 국가와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가 반미(反美) 국가인 이란·시리아와 화해하는 데 불편해하고 있지만 사우디는 개의치 않는다.블룸버그는 중동 내 사우디의 영향력 강화와 관련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사우디를 아랍 세계의 정치·경제적 리더로 자리매김하길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간 사우디를 통해 중동 정세에 개입하던 미국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이 이를 방증한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는 자신이 추진하는 대규모 개혁 프로그램인 ‘비전 2030’을 본격화하기에 앞서 시리아 등 안보 불안 요인을 해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다만 이같은 사우디 움직임이 시리아의 아랍연맹 가입이 50년 넘게 세습 독재를 이어가고 있는 알아사드 정권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알아사드 정권은 독가스까지 사용해 민간인을 포함해 수만명을 학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3.04.12 I 박종화 기자
외국인보호소를 통해 본 이방인의 삶
  • [책]외국인보호소를 통해 본 이방인의 삶
  •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2015년 9월 터키 휴양지 보드람 해변에 세 살배기 아이 시신 하나가 쓸려 왔다. 고요한 해변에 덩그러니 놓인 아이의 사진 한 장이 세상에 공개되자 전 세계는 충격에 휩싸였다. 아이의 이름은 아일란 쿠르디. 시리아 내전을 피해 가족들과 유럽행 고무보트에 몸을 실었다가 풍랑을 만나 바다에 빠져 숨진 것이었다. 사진이 공개된 직후 유럽 각국이 난민을 대거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적 배경이었다. 2018년 제주 예멘 난민 사태에 이어 2021년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입국을 겪은 우리나라도 난민 수용 문제는 더이상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올해는 국내 난민법 시행일(2013)로부터 1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것이 난민에 대한 포용력과 이해의 깊이가 넓어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은 다문화 국가(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율 5% 이상) 편입을 목전에 뒀지만 난민 인정률은 1% 수준에 불과하다.소설은 ‘우리가 알지 못했고, 알려 하지도 않았던’(조해진 소설가 추천의 말) 외국인보호소라는 공간을 다룬다. 15년 동안 일하던 은행에서 희망퇴직을 권유받고 그렇게 전업주부가 된 화자인 ‘나’가 정기적으로 외국인보호소를 찾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본국 송환 전까지 머무르는 ‘그곳’에서 만난 여러 인물의 사연을 일종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곡진하게 펼쳐낸다. 작가는 실제 보호소를 방문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형편없는 보호소의 환경과 수용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을 섬세하게 들여다본다.‘나’가 처음 만나는 인물은 ‘파란’이다. 고향 땅인 나이지리아에서 종교분쟁으로 부모를 여의고 한국으로 도피해온 인물이다. 그가 처음 배운 한국어는 “살려주세요”(51쪽). 한국에서 이방인으로서 지내온 삶이 녹록지 않았음을 짐작게 한다.책은 ‘여기’ 사람이 있음을 증언하는 기록이자, 우리 역시 언제라도 이방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권리를 가질, 당연한 권리가 사라진 보호 외국인의 현실을 기록하는 자체로 울림이 큰 작품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보호소를 처음 방문했던 날 나는 줄곧 일직선으로 달리는 열차 안에 있었구나 생각을 했다. 나와 같은 인종의 얼굴만을 바라보고 같은 언어로 말하고 같은 꿈을 꾸고 있음을 확인하고 확인받으면서 (중략)”, “방문이 계속되면서 내가 탄 열차가 실은 곧게 뻗은 레일이 아니라 휘어진 곡선의 레일을 달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우리 안에 존재하는 이방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회로 변화하는 우회로를 달리고 있는 거라고.”
2023.04.12 I 김미경 기자
우크라 "러, 바흐무트서 초토화 작전 나서"
  • 우크라 "러, 바흐무트서 초토화 작전 나서"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하기 위해 공습과 포격을 총동원한 초토화 작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카스투스 칼신스키 연대 소속의 의용병이 바흐무트 인근 최전방에서 120mm 박격포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AFP)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이 바흐무트를 포위하고 건물과 진지를 파괴하고 있으며 공수부대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은 군 공보부와 인터뷰에서 “적은 시리아에서 사용했던 이른바 초토화 전술로 전환했다”며 “공습과 포격으로 건물과 진지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러시아는 2016년 시리아 내전에 정부군을 지원하며 개입했다. 당시 러시아군은 반군이 장악한 알레포 동부 지역에 전략 폭격기와 지상군을 동원한 무차별 폭격을 퍼부었다. 시르스키 사령관은 바흐무트 공격을 주도해온 러시아측 민간 용병기업 와그너그룹의 병력이 소진되면서 러시아가 특수부대와 공수부대를 바흐무트에 투입할 것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러시아가 바흐무트 서쪽에서 진격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최소 10여개 마을과 도시가 포격을 당했다고 했다. 또 러시아는 아우디이우카에서도 공격을 계속했으나 진척이 없었다고 우크라이나측은 전했다.바흐무트는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과의 전투가 가장 오래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양측은 무려 8개월 동안 이 곳에서 대치하며 소모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러시아의 바흐무트 함락이 임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나 우크라이나군이 아직 버티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반격을 준비하는 만큼 적군에 가능한 많은 피해를 입히고 싶다고 밝혔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주 만약 바흐무트에서 군대가 포위당할 위험이 있다면 철수할 수 있다는 뜻을 보였다. 러시아가 바흐무트를 점령할 경우 동부 돈바스(도네츠크주·루한스크주) 지역 전체를 장악하기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2023.04.10 I 장영은 기자
사우디, 예멘 후티 반군과 평화회담…9년 내전 종식되나
  • 사우디, 예멘 후티 반군과 평화회담…9년 내전 종식되나
  •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멘 후티 반군이 9년간 이어온 내전을 끝내기 위해 마주앉았다. 사우디가 후티 반군의 후견국 역할을 한 이란과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 후 회담이 급물살을 탔다는 평가가 나온다.예멘 후티 반군을 이끄는 메흐디 알마샤트(왼쪽) 최고정치위원회 의장이 9일(현지시간) 평화협상을 위해 수도 사나를 찾은 사우디 대표단을 접견하고 있다.(사진=AFP)9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사우디 대표단은 이날 예멘 수도 사나에서 후티 반군 측과 내전 종식을 위한 회담을 열고 내전 종식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우디 측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이달 21일 라마단 성월이 끝나기 전 새로운 평화안(案)이 발표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사우디가 내전을 끝내는 조건으로 공무원 급여 등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에 전했다. 장기적으로 예멘에 주둔 중인 병력을 철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는 대신 반군이 통제하는 공항과 항만을 다시 열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무함마드 알 부카이티 후티 대변인은 트위터에서 “협상이 성공할 것이라고 확신하긴 이르지만 낙관주의와 희망을 품을 만한 평화적 분위기가 예멘에 흐르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1990년 통일 이후에도 종파 갈등에 시달리던 예멘은 2014년 시아파 후티 반군이 수니파 정부를 공격하면서 내전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시아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란이 사실상 후티 반군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사우디 등 수니파 국가들이 수니파 정부를 지원, 내전에 개입하면서 예멘 내전은 사우디-이란 대리전으로 격화했다. 이 과정에서 후티 반군은 사유디 유전에 드론과 미사일에 공격을 단행했다. 9년 가까이 내전이 이어오면서 예멘에선 37만명 이상(2021년 말 기준)이 사망하고 수많은 난민이 발생했다.분위기가 반전된 건 2016년 외교 관계를 끊었던 사우디와 이란이 지난 3월 국교를 정상화하면서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후티 반군에 대해 지원을 축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이후 유엔 주재 이란대표부는 “사우디와의 관계 개선이 예멘의 오랜 내전을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실제 지난주 사우디 정부는 자국 포로 한 명을 받는 조건으로 후티 반군 포로 13명을 석방했다.최근 사우디는 이란과 시리아, 후티 반군 등 적대 세력과 관계를 개선하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로이터는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대대적인 경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외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데탕트(긴장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3.04.10 I 박종화 기자
이스라엘軍 시리아 군사시설 포격… 사상자 5명 발생
  • 이스라엘軍 시리아 군사시설 포격… 사상자 5명 발생
  •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파괴된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중심가 건물. (사진=로이터)[이데일리 이선우 기자]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시리아 군인 등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등은 시리아 국영 SANA통신을 인용해 2일(현지시간) 새벽 이스라엘군이 중부 도시 홈스 인근 군사시설에 폭격을 가해 시리아 군인 5명이 다쳤다고 보도했다.이날 시리아 군 당국은 레바논 방향에서 수십발의 미사일이 날아왔고 이 가운데 몇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공격 대상으로 삼은 군 시설은 친이란 민병대와 연계된 군수장비 연구개발센터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스라엘군은 시리아 내 친이란 세력 거점에 대한 공격을 이어오고 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올해 들어서만 이스라엘군이 모두 아홉 차례에 걸쳐 시리아를 공습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30일과 31일에도 연이어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친이란 민병대 진지를 공격했다. 당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대원 1명이 사망했다. 한편 이날 이란 반관영 메흐르 통신은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중상을 입은 혁명수비대 장교 메그다드 마간디가 치료를 받던 중 사망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란은 혁명수비대의 시리아 주둔은 시리아 정부의 요청에 따라 정부군 고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자국과 접한 시리아에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세력 주둔을 허용할 수 없다며 지난해부터 이란군 주둔지와 무기고에 대한 공격을 이어오고 있다.2011년부터 심각한 내전을 겪고 있는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는 이란과 러시아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국경 밖에서 테러리스트를 지원하는 정권은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이란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2023.04.02 I 이선우 기자
신태용 삼부자, 튀르키예 복구 위해 2억 기부... “전지훈련 가는 곳”
  • 신태용 삼부자, 튀르키예 복구 위해 2억 기부... “전지훈련 가는 곳”
  • 신태용 감독과 두 아들이 튀르키예·시리아 지역 지진 피해 환자 의료 지원을 위해 2억 원을 기부했다. (왼쪽부터 신재원, 신태용 감독, 신재혁) 사진=신태용 감독[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의 신태용(53) 감독이 두 아들과 함께 희망의 손길을 나눴다. 신 감독은 9일 신재원(25·성남FC), 신재혁(22·안산그리너스)과 함께 튀르키예·시리아 지역 지진 피해 환자 의료 지원을 위해 허준영 스포츠닥터스 이사장 겸 마이그룹 회장에게 2억 원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신재원과 신재혁은 신 감독의 뒤를 이어 현재 K리그에서 활약 중이다.신 감독은 이전에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스포츠닥터스에 1억 2천만 원을 기부한 바 있다. 신 감독 측은 “세계 최대 국제 보건의료 비정부기구(NGO) 단체인 스포츠닥터스는 2003년 UN 공보국(DPI) NGO로 정식 등록된 후 지난 28년간 국내외 의료, 스포츠,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신 감독은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소식을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며 “특히 튀르키예는 우리나라의 형제국이며 내가 해마다 전지훈련을 가는 곳이기도 하다”라고 인연을 밝혔다.그는 “이번 기회에 두 아들에게도 좋은 일을 같이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삼부자가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로 한 곳을 위해 기부 활동을 꾸준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신 감독은 스포츠닥터스에 인도네시아 의료 소외계층을 위한 치료도 요청했다. 허준영 스포츠닥터스 이사장은 “신 감독의 선한 영향력과 꾸준한 사회 환원 활동에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스포츠닥터스는 앞으로도 지진 지역(튀르키예·시리아), 전쟁 지역(우크라이나), 내전 지역(미얀마) 등에 집중적으로 의료 지원 및 의약품 후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3.03.09 I 허윤수 기자
튀르키예 대지진 사망자 5만명 넘어…이번 세기 6번째 인명 피해
  • 튀르키예 대지진 사망자 5만명 넘어…이번 세기 6번째 인명 피해
  •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으로 숨을 거둔 사람이 5만명을 넘어섰다. (사진= AFP)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재난관리국(AFAD)은 지난 6일 대지진 발생 후 누적 사망자 수가 이날 밤 기준 4만421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시리아 당국이 최근 발표한 사망자 수는 5914명이다.양국의 총사망자 수는 5만132명으로 5만명을 넘어섰다. 이번 튀르키예 대지진은 21세기 들어 6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낳은 자연재해다. 내전 중인 시리아의 경우 이번 지진 피해 상황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어 실제 사망자 수는 밝혀진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됐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새벽 4시를 조금 넘어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진도 7.8규모의 첫 지진이 발생한 이후 피해 지역에서는 9000여차례의 여진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규모 6 이상의 강진만 수십차례다.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는 약 53만명, 시리아에서는 10만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튀르키예에서는 현재까지 16만채가 넘는 건물이 붕괴되거나 심각하게 파손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이번 지진으로 이재민 150만명이 발생했으며 새 집 50만채가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한편, 튀르키예 정부는 주택 재건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초기 계획에 따르면 최소 150억달러(약 19조8000억원)를 들여 아파트 20만채와 마을 주택 7만채를 지을 계획이다.
2023.02.25 I 장영은 기자
지진 잔해 속 태어난 생명…고모네 품으로
  • 지진 잔해 속 태어난 생명…고모네 품으로
  •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 피해 현장에서 태어난 아기가 고모 가족에게 입양됐다. 지난 6일 시리아의 지진 피해 현장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아기 아프라 (사진=로이터)20일(현지시간) AP, 로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시리아 북부 진데리스의 5층 주택 잔해에서 숨진 엄마와 탯줄로 이어진 채 구조된 아기는 지난 18일 병원에서 퇴원해 고모 집으로 입양됐다. 앞서 이 아기의 엄마인 아프라 아부 하디야씨는 지진 발생 당일 남편과 자녀 4명과 함께 주택 밖으로 나가려고 하던 중 건물이 무너지며 숨졌다. 아기를 제외한 하디야씨 가족은 살아남지 못했다. 아기를 돌본 의사는 하디야씨가 출산 당시 의식이 있었지만 곧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아기는 지진 발생 10시간 만인 6일 오후 구조돼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아왔다.이 아기는 병원에서 신의 계시를 뜻하는 ‘아야’(Aya)라고 불리다가 새 보금자리로 옮겨가면서 숨진 엄마의 이름인 ‘아프라’(Afraa)를 물려받게 됐다.아프라의 고모 할라씨 (사진=로이터)직계 가족 없이 홀로 남은 아프라를 향해 각지에서 입양 문의가 빗발쳤지만 고모와 고모부는 직접 아프라를 데려가겠다는 입장을 공고히했다. 병원 의료진 또한 성급한 입양을 반대하며 퇴원할 때까지 아프라를 치료했다.고모부인 칼릴 알사와디는 “아기는 이제 내 자식 중 하나다. 내 아이들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기의 숨진 아빠와 엄마, 형제자매를 떠올리게 한다”며 “오히려 더 애틋하다”고 덧붙였다. 이들 또한 지진으로 집이 무너져 막막한 상황이지만 고모부는 아기가 혹여 납치될까 봐 걱정하면서 매일같이 병원에 찾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병원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를 거쳐 친척 관계임을 확인하고 고모와 고모부가 아프라를 데려가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 의료진은 아프라가 건강한 상태로 퇴원했으며 “간호사들이 눈시울을 적셨다”고 했다.한편 지난 6일 튀르키예 동남부와 시리아 서북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시리아에서 5800여명, 튀르키예에서 3만 9000여명을 넘어섰다. 10년 이상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시리아의 경우 정부와 반군 측 사망자 집계가 5814명에서 멈춘 상태다. 반군 장악 지역은 구호물자가 제때 도착하지 않는 등 다른 피해 지역보다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2023.02.21 I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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