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검색결과 8,803건
- [명예기자석] Jose, 그가 내게 건네 준 마지막 싸인볼(中)
- [이데일리 SPN 고남욱 명예기자]이런 호세의 모습은 팬들은 물론 야구 전문가들에게도 로또복권의 맨 뒷자리를 확인하는 것만큼 설레는 기대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렇게 호세는 ‘언제나’라는 수식어를 붙여가며 팬들의 기대에 보답했다. "지금쯤 장타가 하나 나와야 롯데가 게임을 수월하게 이끌어 갈 수 있을 텐데요" 라는 야구 캐스터의 멘트가 나오면, 여지없이 홈런으로 답해주던 호세. 그는 크리스마스가 오지 않을 것 같던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산타클로스에게 전하는 편지 내용을 바꿔준 친구였다.그런 까다로움이 있기에 좌타자 호세를 상대하기 위해서 마운드로 걸어 나오는 상대팀 투수코치의 계산기는 항상 바빴다. 몸을 풀고 있던 좌완 투수가 투수 코치의 부름에 마운드에 올라와서 기다릴 타임이면 호세는 상대 투수를 한번 쳐다 보고, 자세를 가다듬고는 하였다. 그리고 다시 이내 표정 변화 없이 우타석에 다시 들어서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총탄을 맞이하였다. 이렇게 호세는 타 팀이 싫어하던 ‘균형’을 갖추려는 스위치 타자였다. 롯데 팬들이 그동안 갖지 못한 괴물 같은 이 선수에게 환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우타석에서 자신이 조금 부진하다 싶으면, 밤새도록 좌우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땀으로 운동복을 흠뻑 적셨고, 결국 1999년 5월29일 쌍방울 전에서 국내 처음으로 한경기 좌우타석 홈런을 날려 한국 야구 역사를 새로 쓰기도 했다. 2경기 연속 만루 홈런의 대기록, 프로야구 통산 10000호째 홈런은 그의 많은 기록의 부록이었다. 당시 백넘버 34번의 선수는 그렇게 그라운드의 베이스를 팬들의 기립 박수 속에 돌았다. 끊어진 테잎...호세는 1999년 기대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지만,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에 대한 미련때문에 고민에 휩싸이던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서 사직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가서, 혹독한 훈련의 끝을 맛보았지만, 돌아온 것은 예상치 못한 좌절감뿐이었다. 그 결과 자신의 크고 투박한 손으로 머리를 쥐어 잡으며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고, 자신이 겪은 혹독한 훈련의 대가를 상대팀에게 베풀기 시작했다. 2001년은 1999년의 끊어진 테잎 이라고 생각했었고, 롯데 팬들에게는 하나의 아쉬움이 아닌, 2000년의 아쉬움에 대한 변명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2001년 호세를 영입하기 전까지 당시 롯데 타선은 4번 타자 자리가 공석이었다. 1995년 데뷔 이래 줄곧 4번을 맡아왔던 마해영(37, LG 트윈스)이 고교 최고 타자 중에 한명으로 평가받던 김주찬(26, 롯데 자이언츠), 타격의 달인 장효조(54, 삼성 스카우트)가 선택한 남자 이계성(30, 롯데 자이언츠)과의 트레이드로 삼성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리그 최고수준의 4번 타자가 유망주 2명이라고까지 볼 수 있는 이 트레이드가 이뤄진 것은 명백히 구단입장에서 ‘암세포’로 여긴 선수협에 그가 적극적으로 활동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호세와 계약하지 못했다는 팬들의 거센 항의 속에 롯데 구단은 마해영을 대신할 선수로 아지 칸세코(43)를 염두에 두었고, 그의 인터뷰 내용은 기대감을 갖는 팬들에게 약물 투여와도 같았다. 그러나 불행인지 다행인지(?) 칸세코의 기량은 그의 체중만큼 실망스러웠고 결국 2001시즌 개막을 불과 나흘 앞둔 4월 1일 용병 교체를 단행하게 된다. 롯데 구단 프런트진은 이렇게 되자 당연히 호세의 전화번호를 찾기에 바빴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1999년 삼성을 침몰시킨 주인공 펠릭스 호세는 한국에 다시 오게 되었다. 롯데는 호세의 가세로 2001년 시즌을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타선 정비를 끝마쳤다. 팀은 호세와 새로 뽑은 멕시칸 리그출신의 장거리 타자로 평가받던 훌리안 얀(41, 前 롯데 자이언츠)으로 마해영의 공백을 메워 줄 것이라 생각했다. 깡마른 얀의 어깨에 힘이 들어갔음은 당연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얀은 어느 정도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호세는 혼자서 여러 명의 투수를 넉 다운 시킬만한 유능한 형님이자 장군이었기 때문이었다.Jose effect2001년 호세의 우산을 같이 쓰게 된 중심타선의 기대주는 조경환(34, 현 KIA 타이거즈)이었다. 단순히 당겨치는 스윙에 크게 의존하던 스윙에서 전지훈련 때 밀어치는 스윙으로 타격을 교정했다. 그런 타격에 김명성 감독이 흡족함을 표시하고, 호세를 한번 바라보면서, 조경환을 4번, 호세를 5번에 배치하기도 하였다. 그러기에 투수들은 무조건 호세와 승부를 피해야 하니, 조경환과 상대를 했어야만 했다. 조경환과 호세의 방망이가 불기둥으로 바뀌었을 때 투수들은 꺼려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이 둘을 거르자니 커리어 최초 3할을 기록한 선수들인 최기문(34, 롯데 자이언츠)과 김민재(34, 한화 이글스)등이 버티고 있었다. 마해영이 99년 호세의 앞자리에서 .372라는 엄청난 타율과 35개의 홈런을 양산해냈던 것처럼 김명성 감독은 호세에게 주문을 했다. 그리고 조경환(타율 .303, 홈런 26개, 102 타점, 장타율 0.559)과 호세의 효과는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호세는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여전히 배달만 할 뿐이었다.another Jose effect호세를 데려오기까지 프런트 진들이 수소문 한 것은 타선의 보강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다. 호세는 이른바 ‘호세 효과’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엄청난 팬 흡인력이 있었다. 구단 관계자들도 “만약 호세가 오면 관중이 몇 천명은 늘어날 것”이라고 장담했었고 호세 관련 루머는 항상 스포츠 뉴스의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2001년 잠시 사직을 비웠던 그가 돌아왔을 때, 좌석을 꽉 채운 모든 팬들은 일어나서 ‘호세’를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내주기도 하였다. 이런 광경에 타석에 들어서는 호세 또한 흥분한 가슴을 어루만지며, 한동안 물끄러미 관중석을 쳐다보았다. 이 장면은 클로즈업 되어 팬들의 뇌리에 새겨지기에 충분했다. 항상 외국인 선수 영입 1순위에 호세보다 좋은 기록을 가진 선수들도 존재했지만, 사직을 자주 찾는 이들은 호세를 가장 맨 윗줄에 기재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에 대한 믿음과, 그가 롯데 팬들에게 보여준 신뢰는 비즈니스가 아니었다.거인, 정글에서 라이언 킹을 만나다.2001년에는 호세에게 많은 일이 일어난 해였다. 2001년 6월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3연전이 펼쳐진 대구구장. 경기 전 삼성 이승엽(31, 당시 삼성 라이온즈)은 뜬금없이 롯데 자이언츠의 호세를 찾아가 사인 한 장을 받아서 돌아왔다. 주변에서는 이런 대선수가 왜 외국인선수인 호세에게 사인을 받는지 의아해 했고 기자들이 몰려들었다.그러자 이승엽은 아무렇지도 않게 “호세라면 어느 누구든지 인정할 만큼 대단한 선수 아닌가. 내 자신에게 다짐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기념으로 꼭 한 장 받고 싶었다. 평소 야구에 대한 철학이 대단한 선수에게 사인을 받는 다는 것은 나 또한 영광이다.”며 웃었다. 호세의 아쉬운 점을 묻는 질문에 그는 “흠잡을 데가 없다”라고 인터뷰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승엽 같은 슈퍼스타가 사인을 요청할 만한 선수가 바로 펠릭스 호세(37)였다.많은 야구인들은 98년 외국인 선수제도 도입 이후 가장 뛰어난 타자로 호세를 꼽는다. 2001년 고인이 된 김명성 前 롯데 감독은 평소 “(호세가) 내 선수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즈(38, 당시 두산 베어스, 現 주니치 드래곤즈)나 데이비스(38, 당시 한화 이글스)도 좋은 선수지만 방망이 하나만 놓고 보면 호세를 능가할 타자가 없다. 배팅능력뿐 아니라 찬스에서의 해결능력이나 투수와의 수읽기를 보면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투수들이 왜 호세를 피하는지는 다들 알지 않는가.”라고 종종 얘기하곤 했다. 그만큼 팀 내외에서 호세는 특별한 존재였다.그러나 그가 무너지는 롯데에 ‘자이언트’가 아닌 ‘자이언츠’인 것이 문제이기는 하였다.“나는 언제나 자신감과 자부심이 있다. 어느 투수의 공이나 때려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 기술적으로는 볼을 끝까지 제대로 보고 ‘반응(React)’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에 평소 연습할 때 날아오는 공에 내 몸이 얼마나 빨리 반응하느냐 하는 걸 많이 훈련한다. 상대투수의 직구나 변화구 등 특정구질을 노려 치지는 않는다. 노려 치기를 하면 제대로 맞혀낼 확률이 떨어진다.”2001년 더워지는 어느 여름 날 그늘을 뒤로 한 인터뷰에서도 호세는 자신만의 야구에 대한 철학을 짤막하게 표현했다. 단순히 잘해서는 안 되고, 자신이 만족할만한 플레이를 펼칠 때까지 노력했기에 호세는 최고의 위치에 존재했다. 그러나 멋지게 대답한 그의 인터뷰와는 달리, 팀의 시즌 성적은 결국 바닥을 쳤다. 2000년에 이은 또 한 번의 추락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문제이기는 했다. 호세가 오게 됨으로 인해서, 롯데의 타선이 강화됐단 점은 무시 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가 다시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 중 하나인 뉴욕 양키즈에 입단하겠다고 한 2000년 그리고 이어진 2001년에도 팀의 약점은 눈에 띄게 드러났다. 호세가 없으면 타선이 휑해지는 것도 숨겨진 문제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이런 부분은 호세가 2001년 9월 18일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경기에서 상대팀 투수 삼성 배영수(26, 삼성 라이온즈)를 경기 중 폭행한 사건으로 인해 출장정지를 받으면서 절정에 달했다. 롯데는 2001년 팀타율에서 1위를 차지했던 팀이기도 했다. 그러나 사건이 터진 후, 핵 타선은 거짓말처럼 위력이 사라져 버렸다. 어찌 보면 그런 상황 속에서 8위로 곤두박질 친 성적표가 책상 위에 도착해 있는 것은 당연했다. 막판에 힘 한번 못써보고 끝났다라고 사직의 팬들은 탄식하기에 바빴던 시간이었다. 호세의 매직은 여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2001년에도 홈런과 관련된 호세의 각종 기록 분석에서 잘 나타나듯 호세는 슬럼프와 담을 쌓았었다. 월별 홈런 분포만 눈 여겨 보아도 허벅지 부상으로 컨디션이 조금 하락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것이 그를 막지는 못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호세는 2001년 출장정지의 ‘족쇄’에 걸리기 직전까지 62경기 연속출루 신기록 행진 중 이었고, 한 시즌 최다기록인 128개의 사사구를 얻었다. 호세의 사사구기록은 1999년 이승엽의 124개를 뛰어넘은 것으로 그 가운데는 무려 28개의 고의사구가 포함돼 있다. 다른 팀 투수들이 그만큼 호세와의 맞겨룸을 피했다는 증거다. 2001년 홈런(36개) 2위, 타점(102개) 3위, 출루율(0.503) 1위, 장타율(0.695) 1위, 타율(0.335) 4위, 미궁에 빠지기 전까지는 손에 이제 쥐기만 하면 된다고들 여겼었다. 그러나 정규 시즌이 끝날 무렵 호세의 화려한 기록상 수치는 ‘가을의 성적’이 제외된 ‘과거의 기록’으로만 되어버렸다.“모든 팀들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힘든 경쟁을 하고 있다. 팀 승리를 위해서는 상대를 견제할 필요도 있다. 긴장상태에서 던지는 투수들이 불리한 입장이고 나는 오히려 우위를 점하고 공격을 할 수 있다. 나는 정면 승부를 좋아한다. 그러나 정면승부를 피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팀이 승리한다면, 나는 그 다음을 기다리면 된다. 내가 4번 타자이고 또 홈런도 많다 보니 투수들이 승부를 피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은 앞 타석에서 두 차례 범타로 물러났더니 투수가 정면 승부를 해 줬다. 앞으로도 이런 식의 흐름이 이어질 것이다.“포스트 시즌을 앞둔 그의 포부가 새겨진 인터뷰 또한 그렇게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1999년의 감동이 다시 오길 바랬지만, 고무팔 ‘에밀리아노 기론(34, 당시 롯데 자이언츠)’이 여전히 롯데 유니폼을 입은 것 말고는 롯데는 2001년 아쉬움이 가득한 한해였다.2001년은 호세의 우산 효과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실감하게 해준 것은 사실이다. 롯데의 혼(魂)으로 불리던 박정태(38, 롯데 자이언츠 코치)를 비롯 최기문, 조경환, 김민재, 김대익(35, 현 삼성 라이온즈)등 많은 타자들은 호세의 우산 안에서 더욱 큰 빛을 비추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런 와중에 감독님이라기보다는 형님 같았던 김명성 감독이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타계한다. 배영수와 안타까운 일이 있었을 때도, 호세를 원망하기 보다는, 다독여주시던 분이 돌아가시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로 호세 자신이 답답해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다가, 찾아오곤 하던 김무관 코치(43 , 롯데 자이언츠 코치)도 더 이상 그에게 짧은 스페인어로 그와 대화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된다. 2001년 팬들이 사랑했던 김명성 사단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리고 그런 팬들의 사랑이 때로는 지나쳤음을 알려주듯이 롯데의 암흑기는 호세가 다시 떠남과 동시에 지속되었다. 팀 내 에이스 손민한(32, 롯데 자이언츠)이 트레이드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이대호(25, 롯데 자이언츠) 최준석(24, 현 두산베어스) 입단과 동시에 시련을 맞기도 한다. 모든 선수들이 방황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2년간은 단순한 8위가 아닌, 완벽한 8위로 주저 앉아버렸다. 그 가운데에는 흔들리던 투박한 큰 손의 사내가 있었다.<사진-장원석>▶ 관련기사 ◀☞[명예기자석] Jose, 그가 내게 건네 준 마지막 싸인볼(上)
- 잭 웰치요? No! No! No!
- [조선일보 제공] 사진=린다 시세로 미(美) 스탠퍼드대 뉴스서비스 에디터 '하위 10% 직원을 내보내라.''항상 점검하고, 체크하라.''세계는 인재전쟁, 엄청난 돈을 들여서라도 최고의 인재를 데려오라.''매섭고 강인하며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가 승리한다.'오늘 많은 경영자들이 신봉하는 이런 비즈니스 상식들은 그의 검증 앞에서 무참하게 짓밟힌다.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세계 경영학계에서 그의 이름은 넘기 힘든 무게와 높이를 지닌다. 조직행동·리더십·인사관리 등 경영학 핵심영역의 세계 최고 대가로 '휴먼이퀘이션(Human Equation)' '왜 지식경영이 실패하는가(The Knowing-Doing Gap)' '숨겨진 힘(Hidden Value)' '사실(Hard Facts)' 등 11권의 책을 썼고, 주요 국제학술지에 11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그는 상식으로 간주되는 전통의 경영이론에 '자료'와 '증거'를 바탕으로 검증의 칼을 들이댄다. 기계처럼 인간을 다루는 신(新)자유주의적 경영방식이 집중적으로 그의 심판을 받아왔다. '해고(lay off)'와 '비용절감'이 경영자의 능력으로 평가되는 경영관행에 그는 “대체 어떤 근거로 그걸 믿고 있느냐”고 반문한다.페퍼 교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들여다보면 기업의 기술적 우위는 오래가지 않으며, 기업의 규모는 늘 과장되게 평가돼 있다”고 단언한다. 사우스웨스트항공, 싱가포르항공, 도요타자동차, 커머스은행(Commerce Bank) 등은 모두 시장에 맨 처음 진입한 기업도 아니고 가장 덩치가 큰 회사도 아니지만 최고의 수익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 경영귀재 잭 웰치를 혼낸 ‘Mr. 쓴소리’ 페퍼 교수는 오는 6월14일 한국왓슨와이어트 리더십센터 초청으로 방한(訪韓)할 예정이다. 방한을 앞두고 그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리틀필드’ 건물의 회의실에서 위클리비즈와 단독인터뷰를 가졌다. 인터뷰에서 그는 신(新)자유주의적 경영의 상징인 잭 웰치 GE 전(前) 회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잭 웰치의 강제배분평가방식(forced ranking system·직원을 상·중·하로 평가해 하위 10%를 내보내는 방식)에 대해 “그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어떤 체계적인 문서로 표현된 리서치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잭 웰치의 GE는 혁신(innovation)과는 거리가 멀며, 기본적으로 다른 회사를 사들여 큰 회사”라며 GE가 수년 전 화학물질을 뉴욕 허드슨강에 불법 방류하는 바람에 엄청난 벌금을 물었던 사례도 들었다. 그가 쏟아내는 잭 웰치에 대한 비난이 다소 부담스러워 ‘그래도 잭 웰치는 카리스마가 있는 지도자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는 “직접 본 적이 있느냐”고 되물었다. 페퍼 교수는 “잭 웰치가 위대한 리더라는 어떤 증거(one piece of evidence)도 없다”며 “그는 매우 언론플레이를 잘하는 대리인(press agent)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잘랐다. 그는 전 세계의 경영자들이 ‘잭 웰치가 했으니 우리도 한다’ ‘잭 웰치가 성공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면 성공할 거다’는 식으로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것에 대해 “터무니없는 논리(lousy reasoning)”라고 일축했다. 그는 “잭 웰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에디터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는데, 그렇다고 여러분이 똑같이 한다고 해서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학문적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며, 그의 메시지를 직접적이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스탠퍼드대 경영학과의 원로교수 중 하나인 찰스 오라일리 교수는 “그의 도전은 불편하지만(uncomfortable), 악의적(mean)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 “기업이 성공하려면 살맛 나는 직장 만들어야” 그는 비상식이 상식이 되어가는 비즈니스의 관행을 풍부한 사례와 근거를 들어가며 비판했다. 가령, 조직구성원들의 창의성을 살리고, 몰입(commitment)하도록 유도하는 직장을 만들려면 고용의 안정성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고용의 안정성을 해치는 대신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이 다운사이징과 구조조정을 일삼고, 이게 오히려 기업 경쟁력 회복의 원천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많은 기업들이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장기적으로 조직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처방을 남발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페퍼 교수는 이제는 기술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어 특허의 경제적 수명은 더욱 단축되고 있고, 시장에 맨 먼저 진입했다고 해도 곧바로 다른 기업의 추격을 받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이 온라인으로 책을 팔겠다고 결정한 첫 번째 기업이 아니며, ‘화이자(Pfizer)’의 대박상품인 ‘스탭(stab·분무형 인슐린 약)’ 역시 먼저 개발한 회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현대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재창조(reinvention)해야 하는데, 이는 결국 인적자본(human capital)과 이를 구축하는 인프라에 달려 있다”고 단언했다. 페퍼 교수는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의 인터뷰를 예로 소개했다. 슈미트 회장에게 핵심전략이 뭐냐고 물었더니, 곧바로 “기본적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면서 그들을 풀어놓는 것(turn them loose)”이라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직원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탁월한 성과를 거둔 사우스웨스트항공(Southwest Airlines)과 시스코시스템스(Cisco Systems), 사양산업인 남성용 의류산업에서 인력개발에 집중투자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거둔 멘즈웨어하우스(Men’s Warehouse), 소프트웨어업계의 관행인 스톡옵션제도와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고도 놀라운 성과를 거둔 에스에이에스 인스티튜트(SAS Institute)…. 그는 이들 기업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성공 열쇠를 ‘인간중심전략(human-centered strategy)’이라고 정의한다. 살맛 나는 직장, 신바람 나는 일터를 만드는 게 비결이라는 얘기다. 페퍼 교수는 “10년 동안 사두면 돈이 되는 주식을 찾는 비밀을 알려주겠다”며 “포천(Fortune) 선정 ‘일하고 싶은 100대기업’을 골라서, 앞부분의 리스트에 오른 기업을 사두면 실패하지 않는다”고 장담했다. 이 대목에서 경영학의 대가는 더욱 단호해졌다. “재무제표요? 볼 필요도 없죠.” ‘경영이론의 영원한 검증자’ 페퍼교수가 풀어내는 ‘인간냄새 나는 경영의 세계’로 안내한다. 페퍼 교수는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민감한 답변이 나와 재차 확인하려고 하면 어김없이 “틀림없다(absolutely)”고 못박았다. 페퍼 교수는 특히 잭 웰치 GE 전(前) 회장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일부 심한 표현도 있어, 그 부분은 부득이 완화했다.■ 새로운 성장엔진은 사람에게서 나온다―한국기업들의 현안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나갈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 상품개발과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해답을 찾고 있지는 못합니다. 교수님은 인간중심 전략(human-centered strategy)의 중요성을 강조하십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이 전략이 도움이 되는 건가요.“기술개발이 어디서 오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기술개발은 사람들의 마인드셋(mindset)에서 나오지 다른 데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2년 전 산업자원부 주최 국제회의에 참석해서 글로벌기업들이 역외생산(offshore)과 연구개발(R&D) 입지를 선정할 때 어떤 것을 고려하는지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세금이나 리베이트, 금융지원 등을 보고 입지를 선정하지 않습니다. 사람(people)을 보고 결정하죠. 실리콘밸리의 성공스토리는 낮은 노동비용과 생활비 등에 기인한 게 아닙니다. 가장 좋은 교육기관들을 갖고 있고, 전세계의 우수한 인재를 이민자로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결국 인재가 핵심이라는 얘기군요.“그렇습니다. 성공하는 기업과 경제의 비밀은 좋은 인재를 끌어들이고 유지하는 데 있습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에게 핵심전략이 뭐냐고 물으면, 기본적으로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면서, 그들을 풀어놓는 것(turn them loose)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재능과 기술을 이용해서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회사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지요. 상식을 바탕으로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한국을 생각해보면, 한국은 선진경제로 진입해 있습니다. 저임금으로 방글라데시 같은 곳과 경쟁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혁신과 제품서비스의 질에 집중할 수밖에 없고, 그것은 어떻게 사람을 경영하고 유지하느냐에 달린 것입니다.”―창조적인 잠재력(creative potential)을 최대한 끌어내라는 것이군요.“그렇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입니다. 그런데 회사는 직원들의 창의력을 구속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창의적이되 실패해서는 안된다’ ‘창의적이되 예산을 맞춰라’ ‘창의적이되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해라’…. 기업의 경영진은 관행적으로 직원들의 창의력에 제약을 가하죠.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의 첫째는 ‘해를 끼치지 말라(do no harm)’입니다. 사람들의 창의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그런 관행들을 삼가야 합니다.”―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내거나, 영속하는 기업을 만들어낸 CEO들을 많이 만나고 연구해 오셨습니다. 이런 CEO들에게서 보이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습니까.“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오라클의 래리 앨리슨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입니다만, 다른 대부분의 경우 성공한 CEO에게서 공통된 특징을 발견합니다. 그들은 최우선 순위를 기업문화를 세우는 데 둡니다. 기업문화를 제대로 세우면, 나머지는 따라온다는 거죠. HP 전성기의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이런 경우죠.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몇 년 전 점심을 한 적이 있죠. 그때 래리 페이지는 회사가 성장할 때 가졌던 마치 대학교 같은 문화를 상장 후에도 유지하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애기했어요.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얘기하는 ‘건설적 마찰(constructive confrontation)’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을 얘기하고, 다른 견해를 듣는 것이죠.”―혁신적인(innovative) 문화 같은 무형의 자산이 놀라운 기술보다 선행되어야 한다고 정말로 믿는 건가요.“물론입니다. 기술은 오고 가는 겁니다. 기술적 우위는 그리 오래 유지되지 않습니다. 아마존이 책을 온라인으로 팔겠다고 결정한 첫번째 기업이 아니고, 화이자는 스탭(stab·분무형 당뇨병 치료제)을 시장에 첫번째로 들고 나온 기업이 아닙니다. 시장에 첫번째로 나올 필요가 없는 거죠. 특허의 경제적 수명은 단축되고 있습니다. 기업은 제품과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재창조해야 하는 겁니다. 결국 일상적으로 이 일을 할 수 있느냐는 인간자본(human capital)과 이걸 구축하는 인프라에 달려있습니다.” ■ 진실을 말하는 CEO가 드물다―교수님은 여러 책을 통해 인간중시 경영에 성공한 여러 CEO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업체인 SAS의 짐 굿나이트,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허브 켈러허 등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런 CEO들은 잭 웰치와 같은 리더, 교수님의 표현대로 하면 과장된 카리스마 타입의 리더와 어떻게 다른가요.“카리스마를 갖춘 리더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라키시 쿠라나(Rakesh Khurana)가 쓴 ‘기업 구세주를 찾아서(Searching for a corporate savior)’나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잘 나타나 있습니다. 좋은 리더는 나대거나(high profile), 카리스마를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포천 매거진 커버에 사진이 나오는 걸 조심해야 합니다. 운동선수들이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에 등장한 뒤 좋지 못한 일이 생기는 걸 두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저주(curse)’라고 합니다. ‘포천 매거진 저주’도 있을 수 있어요.”―아무튼 좋은 리더들이 갖는 공통점은 어떤 게 있나요. 리더십 스타일이든 개인 성격이든….“좋은 리더들은 두세 가지 간단한 특징을 갖고 있는데, 이런 특징을 갖춘 사람들이 매우 드뭅니다. 첫째는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진실을 말하는 것은 쉬운 게 아닌가요. CEO로서 진실을 말하는 게 어려운 건가요.“그렇습니다.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의 CEO는 속입니다(spin). ‘요즘 어떠냐’고 물으면 ‘매우 잘하고 있다’거나 ‘우리는 감원(lay off)을 하지 않을 거다’는 식으로 말하죠. 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과 영국에서 직원들의 50~60%, 어떤 경우에는 3분의 2가 고위경영진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노(no)’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들이 거짓말하는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으면 경영진은 직원과 고객, 투자자들을 늘 속인다고 답하죠.”―그런데 좋은 리더들은 진실을 말한다는 거군요.“그렇죠. 좋은 리더의 두번째 특징은 자기가 모를 때 꾸미지(make it up) 않는다는 거죠. 그걸 인정하는 거죠. 모르면 일어나서 당당하게 ‘모른다’ 혹은 ‘확실하지 않다”고 말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죠.”―세번째 특징은 뭔가요.“매우 사람 중심(people-centered)의 핵심 가치체계를 갖고 있다는 거죠.”―정직하다는 것이 듣기에는 훌륭하지만, 이것만으로 성공적인 CEO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습니까.“정직한 게 필요합니다. 정직하지 못하다면 성공적인 CEO가 될 수 없습니다.”―한국적인 문화를 고려하면, 한국의 CEO들이 정직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에 따라서 거짓을 말해야 하는 압력을 받고 있는 한국의 CEO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시겠습니까.“그런 압력을 극복해야 합니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권력의 위계가 분명한(power distance)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과 한국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교수님은 논문과 책을 통해 리더들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얘기하셨지만, 중간관리자나 추종자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별로 말하지 않으셨는데요.“마찬가지입니다. 진실을 말하고, 모르면 모른다고 말하고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아래 직원들을 포함시켜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비범한 결과를 끌어내라―교수님은 리더십에 관한 전통적인 이론에 도전한 첫째 학자였죠. 지금도 리더십이 (기업의 성과에) 별 큰 차이를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그는 1977년에 쓴 논문을 통해 이런 주장을 한 바 있다.)“(그가 쓴 논문을 상기시키자, 손을 내저으며) 압니다, 기억합니다. 나쁜 리더십은 기업에 엄청난 해악을 끼칩니다. 하지만 좋은 리더가 혼자서 기업을 구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반면 나쁜 리더는 많은 사람과 유능한 인재를 기업에서 쫓아냅니다. 좋은 인재가 많이 남아있지 않으면 성공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죠. 나쁜 리더는 이런식으로 많은 해악을 끼치게 되는 거죠.”―써튼 교수가 ‘또라이 제로 조직’이라는 책에서 말한 ‘또라이(asshole)’라는 얘기죠.“그렇습니다.”―많은 기업들이 유능한 CEO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실수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는 많은 증거가 있습니다. 부즈 앨런 해밀턴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무엇보다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 영입한 CEO들의 대부분이 오래가지 못해요. 이런 경향은 아시아 유럽 등에서도 시작됐습니다. 평균 재임기간이 5~6년에 불과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서 영입해야 하죠? 도요타에서 10년간 일하다가 최근 미국 트럭회사에 영입된 고위간부를 만나서 ‘도요타에서 뭘 배웠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들이 영리하지(smart) 못해요. 그게 성공의 비밀이죠’라고 말하더군요. 시스템으로 움직인다는 거죠. 평범한(ordinary) 사람들이 비범한(extraord inary)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겁니다. 반면 다른 많은 기업에서는 비범한 사람들이 아무 결과도 못 내고 있어요. 중요한 것은 시스템과 관행입니다. 능력있는 개인과 영웅을 보유하고 있느냐가 아닙니다.”■ 창조성을 관리할 생각 말고, 직원들에게 자유를 줘라―한국기업들이 잠재적 창조역량을 최대화할 수 있는 손에 잡히는 아이디어를 좀 주시죠.“의사결정 권한을 아래로 내려보내야 합니다. 중앙에 권한이 덜 집중되어야 하는 거죠. 창조성을 관리(manage)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창조성은 대부분 밑에서부터 위로 올라오는 것이에요. 재능있고 똑똑하고 잘 교육된 사람들을 뽑아, 그들이 기술(skill)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구글의 예를 들어보죠. 구글은 어떤 종류의 서비스를 도입할지를 놓고 투표를 합니다. 내부시장(internal market)을 형성하는 거죠. 또 구글과 코닥은 종업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시간을 줍니다. 공식적인 회사 일 이외에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하는 거죠. 그것이 바로 그들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입니다.”―자유방임적인 리더십이 지시를 내리고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리더십보다 낫다는 얘긴가요.“그렇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이나 괜찮다는 자유방임은 아닙니다. 만약 핵심가치를 위반하거나 고객과 동료직원에 대해 적절치 못한 태도를 보인다면, 해고돼야 합니다. 하지만 조직 내 사람들의 재능과 지식과 아이디어를 사용하는 데는 매우 개방되어야 하는 거죠.”■ 앨빈 토플러와의 논쟁―2년 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와 논쟁을 벌이셨죠. 당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동전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하셨는데, 지금도 미래를 예측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이신가요.“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증거가 별로 없습니다.”―그럼 미래를 예측하려고 하는 것은 완전한 시간낭비라는 얘긴가요.“아뇨. 미래를 예측하는 데 돈을 지불하면서 즐기려는 수요가 있으니까요. 다만 MIT의 다이내믹스 연구소에 따르면, 미래를 예측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빨리 파악해서, 재빨리 대응하고 배우는 게 훨씬 성과가 좋습니다.”―2년 전 한국에 왔을 때 한국정부가 내놓은 미래 비전에 대해 비판하신 적이 있습니다. 근거가 약하다고…. 정부가 미래 비전을 말하는 것도 부질없는 겁니까.“비전을 세우는 것은 좋은 거죠. 미래예측(forecasting)과는 다른 겁니다. 미래에 뭐가 되고 싶다는 열망이며, 그곳에 어떻게 도달할 것이며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매우 중요한 겁니다.”―이렇게 빨리 변화하는 정보화시대에 한국정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한국정부는 국민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투자해야 하고, 노동시장을 개방해야 합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효과적인 것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시정책을 통해 기업들이 미시적으로 글로벌 마켓에서 보다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 ‘일하기 좋은 기업’이 좋은 기업―좋은 예가 될 수 있는 위대한 회사는 어떤 곳이 있는가요.“사우스웨스트항공, 싱가포르항공, 구글…. 포천지의 일하고 싶은 회사 100개를 보면 됩니다. 이들은 다른 기업들의 성과보다 훨씬 좋습니다.”―사람 중심의 전략을 믿고 계신 것 같네요.“나는 아무 것도 믿지 않습니다. 나는 과학자입니다. 데이터를 들여다볼 뿐입니다. 웹사이트에 가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 가운데 첫번째 페이지에 나오는 기업들의 주식을 사서 10년간 들고 계세요. 다른 주식보다 수익률이 훨씬 좋을 겁니다.”―그럼 심지어 재무보고서 등도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는 건가요.“물론입니다.” ―한국의 대기업 CEO를 위해서 조언해 주신다면.“상식을 사용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게 드물어요.”―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관찰(observation)에 근거하라는 겁니다. 어느 책에서 봤다고, 혹은 GE가 했다고 따라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사실과 증거에 주의를 기울이세요.”―교수님이 말하는 인간중심 전략을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관행을 도입해야 하나요.“직원들을 훈련시키는 데 투자하세요. 그들이 훈련에서 배운 기술(skill)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구체적으로 어떤 훈련이 필요합니까.“이론훈련(class training)과 현장훈련(on the job training)이 모두 필요합니다.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술(skill)을 훈련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을 주는 겁니다. 그래서 그런 기술을 발전시키고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거죠. 피아노를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피아노를 주고, 연주하게 하는 겁니다.”―이미 많은 기업에서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관찰해 보세요. 경기가 안 좋을 때 맨처음 하는 일이 훈련비용을 줄이는 거죠. 또 많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뭘 하라’고 지시하는 바람에 직원들이 훈련을 통해 배운 것을 써먹을 기회를 박탈하고 있습니다.”―그렇게 간단한데, 왜 많은 기업들이 따라하지 못하는 겁니까.“영문 3글자로 말하면 ‘자아(ego)’ 때문입니다. CEO의 자아 때문입니다. ‘CEO가 그렇게 하라고 했다’ ‘CEO의 결정은 거기에 참여한 수백명의 사람보다 뛰어나다’….”―이런 강한 자아의 문제가 중간관리자에게도 있는가요.“물론입니다. 조직의 위부터 아래까지 다 해당됩니다. 이런 문제가 없는 기업이 성공합니다.” "잭 웰치가 위대하다는 증거를 대라""그는 언론플레이에 능한 대리인이 있을 뿐"페퍼 교수는 잭 웰치 GE 전(前) 회장(사진)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참지 못했다. 그를 영웅시하는 비즈니스계의 관행과 미디어의 태도, 그를 모방하려는 시도에 대해 단호하게 ‘노(no)’라고 말했다. 세계 경영학계의 거목이 비즈니스계의 영웅 취급을 받는 CEO를 직설적으로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다음은 잭 웰치에 대한 페퍼 교수의 공격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GE의 잭 웰치는 가장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중의 한 명으로 꼽히죠. 직원을 A, B, C로 나눠 하위등급 직원을 탈락시키는 강제배분평가방식(forced ranking system)을 포함해 그의 리더십 스타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잭 웰치는 매우 언론플레이를 잘하는 대리인(press agent)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웃음) 잭 웰치가 그렇게 위대한 리더라는 어떤 증거(one piece of evide nce)도 없습니다.” (페퍼 교수는 경영학자 톰 피터스와의 다른 인터뷰에서 “(잭 웰치의) 강제배분평가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어떤 체계적이고 문서화된 리서치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 부분을 지적했더니 잭 웰치는 ‘이것은 정확히 학교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확히 맞는 말이다. 학교에서 학습에 관한 모든 교육연구 자료를 들여다보면, 강제배분평가방식은 사람들을 배우게 하고,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 최악의 방법이라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많은 잭 웰치 추종자들이 실망하겠는데요.“추종자(follower)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아요.(웃음)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를 보면 GE가 과장됐다는 게 나와요. GE가 그렇게 잘하고 있지 못하다는 다른 증거를 대 보죠. GE가 수년 전 화학물질을 뉴욕 허드슨강에 불법 방류하는 바람에 엄청난 벌금을 물었습니다. GE가 혁신(innovation)한 게 어떤 게 있나요? GE는 다른 회사를 사들이는 회사(buying company)입니다. 당신의 질문에 담겨 있는 논리는 잘못됐지만 흔히 저지르는 실수입니다. ‘잭 웰치가 했으니, 우리도 한다’ ‘잭 웰치가 성공했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면 성공할 거다’ 이런 식이죠. 잭 웰치가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의 에디터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습니다. 나중에 둘은 결혼했죠. 하지만 여러분이 그렇게 똑같이 한다고 해서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가 했던 것을 모방하려는 아이디어는 옳지 않습니다.”―하지만 그의 개인적 성격과 관련해 그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단호하게) 아닙니다(no). 그를 직접 본 적이 있나요?”―아뇨. 없습니다.“그는 키가 작고, 남자답지 못하죠. 그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냥 언론플레이에 능한 좋은 대리인을 갖고 있을 뿐입니다.” 제프리 페퍼 교수는 누구인재경영을 외친 ‘경영학계의 등대’ 정동일 미국 샌디에이고주립대 경영학과 교수제프리 페퍼 교수는 경영학을 전공하는 교수나 학생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역할모델(role model)이자 우상이다. 그의 이력서는 무려 25페이지에 달한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논문·저서 등 왕성한 저술활동이 이력서를 꽉 채우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다양한 경영학 이론들에 대한 명확하고 냉철한 판단이나 리더십의 본질에 대한 깊이있고 통찰력있는 이해 등 경영학자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퍼 교수는 지난 30여년간 정설(定說)처럼 받아들여지던 경영학 이론들에 대한 검증작업을 통해 학계 전체의 흐름을 숱하게 바꾸어놓았다. 경영학계 ‘최후의 심판자’이자 ‘등대’의 역할을 해온 것이다. 예컨대 1970년대 경영학계는 CEO(최고경영자)의 리더십이 조직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다. 대체로 CEO의 리더십은 조직의 성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주류였다. 하지만 페퍼교수는 1977년 ‘리더십의 모호성’(The ambiguity of leadership)이란 논문에서 “리더십의 개념이 일관성없이 부정확하게 사용된다”면서 기존 연구에 대한 각성을 촉구했다. 이 논문에서 그는 “조직이 리더를 선발하는데 리더십 역량과는 전혀 무관한 기준을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이 논문 이후 경영학계에는 리더십과 조직 성과 연구에 대한 재점검 바람이 불었다. 페퍼 교수는 1990년대 들어 또 한번 경영학계와 기업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당시는 많은 기업들이 다른 기업과 차별되는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원을 R&D(연구개발)에 투입하고 신제품 개발에 치중하고 있었다. 기업과 경영학계는 기업이 보유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강조했다. 최저의 비용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리는데 몰두한 것이다. 당연히 직원들에게 투입되는 자원은 투자라는 관점보다는 비용이란 시각에서 다뤄졌다. 페퍼 교수는 1994년 ‘사람이 경쟁력이다’(Competitive Advan tage through People)란 책에서 “기업이 진정으로 중시해야 할 것은 다름아닌 조직내의 사람이며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 만이 존속가능한 경쟁우위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이 책에서 “1972년부터 1992년까지 투자수익률이 가장 높은 기업 5곳을 뽑는다면 가장 정확한 기준은 기술·특허수·기업의 전략적 포지션이 아니라, 조직내 직원의 잠재력을 극대화하여 이를 경쟁우위로 삼았던 기업이냐의 여부”라고 밝혔다. 기술이나 전략 등의 경쟁우위는 산업구조나 기술 등 경영여건이 바뀔 경우 중요성이 감소하지만, 사람을 통한 경쟁우위는 환경변화에 관계없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한 페퍼 교수의 경영철학은 그후 ‘휴먼 이퀘이션’(Human Equation), ‘숨겨진 힘(Hidden Value)’ 등의 책을 통해 일관성있게 유지됐다. SAS의 굿나이트 회장, 인텔의 앤디 그로브 회장 등 월드클래스 조직을 이끌고 있는 수많은 CEO들이 페퍼 교수의 경영 철학에 영향을 받아 ‘인재경영’에 발벗고 나섰다.페퍼 교수는 최근 삼성 등 많은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는 ‘창조경영’에 대해서도 대가(大家)다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창조경영을 내세운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핵심인재를 개발하고 이들의 창의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페퍼 교수는 “핵심인재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직원 하나 하나가 가지고 있는 창조적 본능을 극대화 할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라”고 설파한다. 창조경영을 위해 CEO가 갖추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페퍼 교수는 ‘정직함’을 꼽고 있다. 단순한 정직함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유지하는 ‘가차없는 정직성’(brutal honesty)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다시 무리뉴, 무리뉴 축구다 (1) 성과로 말한다
- [이데일리 김삼우기자] 다시 조제 무리뉴, 그리고 무리뉴 축구다. 한풀 죽는 듯 했던 무리뉴 축구가 또 세계축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일 온갖 악재 속에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침몰시키면서 첼시를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정상에 끌어 올린 무리뉴 감독의 힘 때문이다. ‘역시 무리뉴’라는 찬사와 함께 ‘첼시 축구는 지루해’라는 냉소가 엇갈리고 있지만 이제 무리뉴 축구는 세계 축구를 주도하는 하나의 흐름으로서, 전 세계 축구 전문가와 지도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핌 베어벡 한국 대표팀 감독 또한 세계 축구를 이야기할 때면 단골메뉴로 첼시 축구를 예로 든다. 그가 인식하는 첼시 축구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역습의 대명사다. 물론 그는 첼시 축구보다는 더 공격적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축구를 선호한다. 하지만 지도자로서는 젊디 젊은 만 44세의 나이에 백전노장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을 울리고 웃기는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은 전 세계 축구 지도자들이 따라가고 싶어하는 그것이다. ▲ 실력과 성과로 말한다 무리뉴 감독이 돋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실력과 성과 때문이다. 지난 2000년 포르투갈의 명문 벤피카에서 처음 감독 생활을 시작한 그가 지금까지 거둔 성적은 화려하다 못해 경이적이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날리는 독설로 ‘축구의 적’이라는 악평을 얻기도 했지만 이는 그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벤피카에서의 생활은 평탄치 못했다. 시즌 시작 4주째에 전격 벤피카의 지휘봉을 잡고 라이벌 스포르팅 리스본을 3-0으로 대파하는 등 남다른 지도력으로 인기를 모았으나 시즌 중 구단주가 교체되면서 엇박자가 났다. 시즌 중간 그는 새 구단주에게 계약연장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체없이 사표를 던졌다. 때문에 그가 벤피카 벤치를 지킨 것은 9경기에 불과했다.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던 그는 2001~2002 시즌 이름없는 라이리아로 둥지를 옮기면서 그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포르투갈리그에서 그저 중위권에 만족하던 라이리아를 구단 사상 최고인 리그 4위까지 끌어 올린 것이다. 이런 무리뉴 감독을 눈여겨 보던 포르투갈의 명문 포르투가 마침내 그를 잡았다. 시즌 중이던 2002년 1월 옥타비오 마차도 감독을 경질하고 무리뉴에게 대신 사령탑을 맡겼다. 당시 포르투는 리그 타이틀 경쟁에서도 밀리고 유럽 클럽 대항전 출전도 물건너 가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은 상황. 하지만 무리뉴가 감독직에 오른 뒤 15경기에서 11승2무2패의 놀라운 성적을 올리면서 리그 3위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무리뉴 감독은 다음 시즌을 약속했다. 무리뉴 지도자 인생의 활짝 꽃 피기 시작한 때다. 약속대로 무리뉴는 포르투를 2002~2003, 2003~2004 시즌 연속 포르투갈리그 정상으로 인도했다.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거액을 받고 스카우트된 뒤에는 2004~2005, 2005~2006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2연패하며 또 다른 역사를 썼다. 4회연속 국내리그 제패의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재임 3년 동안 정규리그, FA컵, 칼링컵, 커뮤니티 실드 대회 등 잉글랜드의 모든 국내 대회를 제패한 것도 주목할 수 있다. 비록 첼시에서는 연거푸 쓴맛을 봤지만 포르투를 이끌고 2003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2004년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모두 정복, 유럽축구에서도 이룰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이뤘다. 이 과정에서 2004년과 2005년 연속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선정하는 ‘올해의 세계 최고의 감독’에 뽑힌 것은 당연할 결과였다. ▲ 초라했던 선수 시절, 인고의 지도자 수업 시절 이런 무리뉴 감독도 선수 시절은 초라했다. 그의 아버지 펠릭스 무리뉴가 포르투갈의 프로팀 비토리아 세투발에서 GK로 활약할 당시 세투발에서 태어난 무리뉴 감독은 그곳 유소년 클럽에서 처음 축구화를 신었다. 그러나 선수로서의 자질은 없었던지 몇몇 이름없는 클럽의 유스팀을 전전하다 23세때 선수 생활을 접었다. 좌절과 절망감에 빠질 법도 했지만 그는 축구 지도자로서 가능성을 찾았다. 현역에서 물러난뒤 지도자로 제 2의 인생을 연 그의 아버지의 길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의 지도자로서의 자질은 어릴 때부터 나타났다. 아버지가 세투발의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던 15세때 일이다. 아버지는 다음 경기 상대팀의 전력 탐색을 하고 싶었으나 코칭스태프 회의 때문에 따로 코치를 보낼 수 없게 되자 무리뉴를 대신 파견했다. 다음 날 아버지는 무리뉴가 내민 분석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상대 팀의 강점과 약점은 물론 우리 팀의 대응책까지 상세하고 정밀하게 분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리뉴 또한 경기의 흐름을 읽어내는 그의 남다른 자질에 자신감을 얻게 됐음은 물론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오만으로 비치는 자신감은 당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선수보다는 지도자가 자신의 길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 차근차근 그의 꿈을 실현해 나갔다. 리스본의 한 스포츠 문화 대학 체육교육과에서 스포츠 방법론을 전공한 그는 우선 졸업 후 고등학교 축구팀 감독 생활을 하다가 90년대 초반 에스트렐라 다 아마도라와 비토리아 세투발 등 작은 팀에서 코치로 프로 지도자 인생을 준비했다. 이런 그에게 전기가 찾아왔다. 당시 포르투갈의 스포르팅 리스본을 이끌던 영국 출신의 명장 보비 롭슨과의 조우였다.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롭슨 감독의 통역으로 발탁된 그는 롭슨을 따라 포르투, 1996년에는 FC 바르셀로나로 옮겨다니면서 코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됐다. 흔들림 없는 자신감과 자부심, 그리고 적극적이고 빈틈없는 성격이 그를 원래 이상의 위치로 올라서게 한 바탕이었다. FC 바르셀로나에서는 롭슨 감독 후임으로 온 루이스 반 갈 감독 밑에서 2년간 더 코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요즘 첼시 축구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바르셀로나, 그리고 네덜란드 축구를 코치 수업 시절 이미 경험한 셈이다.
- [SPN 포커스] 다시 무리뉴, 무리뉴 축구다(1) 성과로 말한다
- ▲ 첼시를 FA컵 정상으로 이끈 무리뉴 감독 [로이터/뉴시스][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다시 조제 무리뉴, 그리고 무리뉴 축구다. 한풀 죽는 듯 했던 무리뉴 축구가 또 세계축구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일 온갖 악재 속에 거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를 침몰시키면서 첼시를 잉글랜드 축구협회(FA)컵 정상에 끌어 올린 무리뉴 감독의 힘 때문이다. ‘역시 무리뉴’라는 찬사와 함께 ‘첼시 축구는 지루해’라는 냉소가 엇갈리고 있지만 이제 무리뉴 축구는 세계 축구를 주도하는 하나의 흐름으로서, 전 세계 축구 전문가와 지도자들의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핌 베어벡 한국 대표팀 감독 또한 세계 축구를 이야기할 때면 단골메뉴로 첼시 축구를 예로 든다. 그가 인식하는 첼시 축구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역습의 대명사다. 물론 그는 첼시 축구보다는 더 공격적인 스페인 바르셀로나 축구를 선호한다. 하지만 지도자로서는 젊디 젊은 만 44세의 나이에 백전노장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을 울리고 웃기는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은 전 세계 축구 지도자들이 따라가고 싶어하는 그것이다. ▲실력과 성과로 말한다 무리뉴 감독이 돋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실력과 성과 때문이다. 지난 2000년 포르투갈의 명문 벤피카에서 처음 감독 생활을 시작한 그가 지금까지 거둔 성적은 화려하다 못해 경이적이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날리는 독설로 ‘축구의 적’이라는 악평을 얻기도 했지만 이는 그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벤피카에서의 생활은 평탄치 못했다. 시즌 시작 4주째에 전격 벤피카의 지휘봉을 잡고 라이벌 스포르팅 리스본을 3-0으로 대파하는 등 남다른 지도력으로 인기를 모았으나 시즌 중 구단주가 교체되면서 엇박자가 났다. 시즌 중간 그는 새 구단주에게 계약연장을 요구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지체없이 사표를 던졌다. 때문에 그가 벤피카 벤치를 지킨 것은 9경기에 불과했다. 차분하게 때를 기다리던 그는 2001~2002 시즌 이름없는 라이리아로 둥지를 옮기면서 그의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포르투갈리그에서 그저 중위권에 만족하던 라이리아를 구단 사상 최고인 리그 4위까지 끌어 올린 것이다. 이런 무리뉴 감독을 눈여겨 보던 포르투갈의 명문 포르투가 마침내 그를 잡았다. 시즌 중이던 2002년 1월 옥타비오 마차도 감독을 경질하고 무리뉴에게 대신 사령탑을 맡겼다. 당시 포르투는 리그 타이틀 경쟁에서도 밀리고 유럽 클럽 대항전 출전도 물건너 가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대로 가라앉은 상황. 하지만 무리뉴가 감독직에 오른 뒤 15경기에서 11승2무2패의 놀라운 성적을 올리면서 리그 3위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무리뉴 감독은 다음 시즌을 약속했다. 무리뉴 지도자 인생의 활짝 꽃 피기 시작한 때다. 약속대로 무리뉴는 포르투를 2002~2003, 2003~2004 시즌 연속 포르투갈리그 정상으로 인도했다.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로 거액을 받고 스카우트된 뒤에는 2004~2005, 2005~2006 시즌 프리미어리그를 2연패하며 또 다른 역사를 썼다. 4회연속 국내리그 제패의 진기록을 세운 것이다. 재임 3년 동안 정규리그, FA컵, 칼링컵, 커뮤니티 실드 대회 등 잉글랜드의 모든 국내 대회를 제패한 것도 주목할 수 있다. 비록 첼시에서는 연거푸 쓴맛을 봤지만 포르투를 이끌고 2003년 유럽축구연맹(UEFA)컵, 2004년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모두 정복, 유럽축구에서도 이룰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이뤘다. 이 과정에서 2004년과 2005년 연속 국제축구역사통계연맹(IFFHS)이 선정하는 ‘올해의 세계 최고의 감독’에 뽑힌 것은 당연할 결과였다. ▲초라했던 선수 시절, 인고의 지도자 수업 시절 이런 무리뉴 감독도 선수 시절은 초라했다. 그의 아버지 펠릭스 무리뉴가 포르투갈의 프로팀 비토리아 세투발에서 GK로 활약할 당시 세투발에서 태어난 무리뉴 감독은 그곳 유소년 클럽에서 처음 축구화를 신었다. 그러나 선수로서의 자질은 없었던지 몇몇 이름없는 클럽의 유스팀을 전전하다 23세때 선수 생활을 접었다. 좌절과 절망감에 빠질 법도 했지만 그는 축구 지도자로서 가능성을 찾았다. 현역에서 물러난뒤 지도자로 제 2의 인생을 연 그의 아버지의 길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그의 지도자로서의 자질은 어릴 때부터 나타났다. 아버지가 세투발의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던 15세때 일이다. 아버지는 다음 경기 상대팀의 전력 탐색을 하고 싶었으나 코칭스태프 회의 때문에 따로 코치를 보낼 수 없게 되자 무리뉴를 대신 파견했다. 다음 날 아버지는 무리뉴가 내민 분석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상대 팀의 강점과 약점은 물론 우리 팀의 대응책까지 상세하고 정밀하게 분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무리뉴 또한 경기의 흐름을 읽어내는 그의 남다른 자질에 자신감을 얻게 됐음은 물론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오만으로 비치는 자신감은 당시의 경험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선수보다는 지도자가 자신의 길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식, 차근차근 그의 꿈을 실현해 나갔다. 리스본의 한 스포츠 문화 대학 체육교육과에서 스포츠 방법론을 전공한 그는 우선 졸업 후 고등학교 축구팀 감독 생활을 하다가 90년대 초반 에스트렐라 다 아마도라와 비토리아 세투발 등 작은 팀에서 코치로 프로 지도자 인생을 준비했다. 이런 그에게 전기가 찾아왔다. 당시 포르투갈의 스포르팅 리스본을 이끌던 영국 출신의 명장 보비 롭슨과의 조우였다. 뛰어난 영어 실력으로 롭슨 감독의 통역으로 발탁된 그는 롭슨을 따라 포르투, 1996년에는 FC 바르셀로나로 옮겨다니면서 코치 역할까지 수행하게 됐다. 흔들림 없는 자신감과 자부심, 그리고 적극적이고 빈틈없는 성격이 그를 원래 이상의 위치로 올라서게 한 바탕이었다. FC 바르셀로나에서는 롭슨 감독 후임으로 온 루이스 반 갈 감독 밑에서 2년간 더 코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요즘 첼시 축구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바르셀로나, 그리고 네덜란드 축구를 코치 수업 시절 이미 경험한 셈이다. [SPN 포커스] 다시 무리뉴, 무리뉴 축구다 (2) 꿈은 포르투갈 대표 감독 2007-05-21
- 개인명의 車는 ''혼다''..BMW는 회사차가 많네
-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올들어 국내에서 판매된 수입차중 개인명의로 가장 많이 구입한 브랜드는 '혼다'였다. 법인명의로는 'BMW'가 가장 많았다. 1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들어 1월부터 4월까지 개인명의로 구입한 차량 중 등록대수가 가장 많은 브랜드는 총 1439대가 등록된 '혼다'인 것로 집계됐다. 개인명의 구입 차량 중 '혼다'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것은 '혼다'의 주력 모델인 'CR-V'의 판매가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CR-V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어서 법인 보다는 개인들의 구매가 많을 수 밖에 없다. 혼다 CR-V의 판매량은 지난 1월 202대, 2월 281대, 3월 360대, 4월 344대 등을 기록, 지난 1월을 제외하고 3개월 연속 수입차 모델 중 가장 많은 등록대수를 보였다. 혼다 코리아 관계자는 "혼다의 브랜드 이미지가 대중적이어서 저변을 확대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혼다의 기본 방침은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합리적인 가격에 가장 많은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혼다 CR-V는 지난 95년 첫 출시 후 전세계 160여 개국에서 250만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링 모델.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5년 1288대가 판매돼 수입차 베스트셀링카 2위에 올랐다. 현재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CR-V는 3세대로 어코드 2.4에 장착하고 있는 직렬 4기통 2.4리터 i-VTEC엔진을 채택했다. 최고출력 170마력과 최대토크 22.4kg·m로 승용차 수준의 동력 성능과 정숙성을 갖추고 있다고 회사측은 밝히고 있다. 또 디자인과 내부 편의시설 등에서도 여성 운전자들에게 크게 어필한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KAIDA의 성별 등록대수 통계를 살펴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여성 개인 운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에 '혼다'가 1위를 차지했는데 이 중 많은 부분이 CR-V로 인한 것이라고 혼다 코리아측은 전했다. '혼다'에 이어 개인명의로 구입이 많은 브랜드는 '렉서스(600대)', '폭스바겐(560대)', 'BMW(507대)', '아우디(503대)', '크라이슬러(466대)', '벤츠(378대)', '푸조(337대)' 등의 순이었다. 한편, 법인명의로 구입한 차량 중 가장 많은 등록대수를 보인 브랜드는 'BMW'로 총 1716대가 등록됐다. KAIDA통계에 따르면 법인명의로 구입한 차량이 개인명의로 구입한 차량보다 훨씬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데 이는 법인명의로 구입할 경우, 세제 등 각종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법인명의로 구입한 후 개인이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BMW의 경우엔 올들어 지난 4월까지 판매된 차량(2223대) 중 법인구매비율이 77.2%이며 벤츠는 79%, 렉서스는 74%, 아우디는 72.2%에 달한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사업용차로 많이 구입하는 이유는 업무용으로 구입하면 혜택이 많기 때문"이라며 "BMW가 주는 중후하면서도 다이내믹한 이미지가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법인명의로 구입이 많은 차량 브랜드는 '렉서스(1711대)'가 근소한 차이로 'BMW'의 뒤를 이었으며 '벤츠(1475대)', '아우디(1308대)', '폭스바겐(671대), '크라이슬러(670대)', '인피니티(517대)', '푸조(442대)', '볼보(387대)' 등의 순이었다.
- [김삼우의 축구&] 씁쓸한 한국 축구 네티즌의 열정
- ▲ 영국 가디언지 홈페이지[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지난 달 영국의 ‘가디언’지가 진행한 한 인터넷 폴을 유심히 지켜봤다. ‘프리미어리그가 유럽에서 가장 강한 리그인가(Is the Premiership really the strongest league in Europe?)’를 묻는 폴이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첼시, 리버풀 등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한꺼번에 진출, 프리미어리그의 위세를 한껏 떨치던 때였다. 결과가 의외였다. 처음에는 ‘그렇다’ 50% -‘아니다’ 50%로 팽팽하더니 최종적으로는 ‘그렇다’ 51%-‘아니다’ 49%로 나왔다. ‘프리미어리그가 유럽 최고’라는 의견이 근소하게 앞섰을 뿐이었다. 당초에는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초강세가 분명한 상황에서, 더욱이 영국인들이 주로 표를 던졌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는 의견이 압도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지성(맨유)을 비롯, 이영표(토트넘) 설기현(레딩) 이동국(미들즈브러) 등 한국의 간판스타들이 활약하는 프리미어리그는 이제 K리그에 못지 않게 한국 축구팬들에게 익숙하다. 그 수준 등에 대해 관심도 많다. TV로 생중계 되는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현란한 기량과 첼시의 톱니바퀴 같이 맞물려 돌아가는 조직력 등을 보면서 국내 팬들도 프리미어리그의 수준을 궁금해 했을 터. 나름 세계최고라고 평가하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영국 현지 팬들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라는 반응이다. 더 눈길을 끈 것은 이 신문이 맨유가 이탈리아 세리에 A의 AC 밀란에 잡혀 결승 진출에 실패했을 즈음 다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였다. 이때 질문은 ‘정말 프리미어리그가 유럽 최고인가(Is the Premiership really the best league in Europe?)’. 결과는 더 신선했다. 참여자의 73%가 ’NO'에 표를 던졌고, 27%만이 ‘YES'라고 했다. ‘가디언’의 인터넷 폴을 이야기한 것은 프리미어리그의 위상을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영국 축구팬들이 보여주는 그들 리그에 대한 냉정한 평가 때문이다. ▲ 박지성 [사진=김정욱 기자]선수에 관한 폴도 있었다. 역시 맨유-AC 밀란의 챔피언스리그 4강전 직후 ‘가디언’지와 영국의 민간 방송 ITV가 실시한 폴이었다. ‘가디언’은 AC 밀란의 카카가 맨유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보다 더 뛰어났는가를 물었고, ‘ITV’는 카카, 디다(이상 AC 밀란) 대런 플레쳐, 호날두, 루니(이상 맨유) 등 5명을 제시하고 ‘맨유-AC 밀란전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선수’를 고르라고 했다. ‘가디언’의 질문에 대해선 참여자의 60%가 카카의 손을 들어줬다. ‘ITV’의 폴 결과도 카카가 39%로 1위였고, 루니가 24%로 그 뒤를 이었다. 물론 프리미어리그의 자존심 맨유을 격침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카카의 기량은 단연 돋보였다. 그럼에도 영국팬들이 당시 경기의 최고 선수를 카카라고 인정하는 대목은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 자존심이 세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영국인, 축구 종주국으로서 축구 열기 또한 세계 최고로 꼽히는 영국의 축구팬들이지만 인정해야 할 것은 인정할 줄 아는구나하고 느꼈다. 인터넷의 속성상 여타 유럽인이나 한국 등 아시아 축구팬들도 참여했겠지만 폴의 주체를 따지면 참여자의 주류는 영국 축구팬이었을 것이다. 성격은 좀 다르지만 영국의 ‘스카이 스포츠’에서 프리미어리그 경기 후 발표하는 선수 평점이 있다. 박지성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이후 국내 언론들도 매 경기가 끝난 뒤 인용하고 있는 것으로 그날 선수의 플레이를 점수로 나타낸다. 흥미로운 부문은 ‘스카이 스포츠’ 평점과 나란히 놓여 있는 네티즌들이 직접 평가하는 코너(Your Rating)다. 일종의 네티즌의 의견을 받는 곳이다. 지난 6일 이동국(미들즈브러)이 시즌 두 번째로 선발 출전했던 위건전 직후에도 평점이 발표됐다. 이날 ‘스카이스포츠’는 이동국에게 ‘훌륭하지 못했다’는 촌평과 함께 평점 5를 줬다. (5점은 평균 이하 플레이(Below Average) 를 했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의 평점 시스템에서 6점은 평균(Average), 7점은 ‘좋았다’ (Good), 8점은 매우 좋았다(Very Good), 9점은 훌륭했다(Excellent), 만점인 10점은 최고였다(Out of this world)를 뜻하고 5점 아래에는 보잘 것 없었다(poor)’는 수준의 4점이 있다.) 이때 네티즌들이 직접 매긴 이동국의 평점은 8.2였다. 미들즈브러에서 네티즌들로부터 이동국보다 높은 평점을 받은 선수는 에마뉴엘 포가테츠로 8.4. 그도 스카이 스포츠 평점은 평균인 6이었다. 왜 이런 차이가 날까. 우선 네티즌의 평점에는 냉정보다는 열정이 더 강하게 담겨있기 때문으로 분석할 수 있다. 대개 선수, 경기 등을 평가를 할 때는 객관적인 사실에 그들의 바람까지 담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인터넷 강국 한국과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한국 네티즌의 힘(?)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 네티즌들은 ‘스카이 스포츠’에 이 같은 코너가 있는 것을 알고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경험상 이동국 뿐만 아니라 박지성 이영표 등의 경기 후에도 결과는 비슷하게 나온다. 대부분 ‘스카이 스포츠’ 평점보다 월등하게 높다. 하지만 그 네티즌의 힘이 그다지 달갑게 여겨지지 않는다. ‘스카이 스포츠’ 평점 자체도 주관과 편견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아 신뢰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들의 평점과 네티즌의 그것이 이렇게 차이가 날 때는 오히려 허허롭다.. 우리 선수들이 잘 뛰고, 높은 평가를 받아 힘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평가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재미로 또는 바람을 담아 평점을 줄수는 있겠지만 그럴 필요까지야 있을까하는 생각이다. 스스로 전문가라는 마음을 가지고 냉정하게 평가를 해 보고, 그 결과를 스카이 스포츠의 그것과 비교해 보는 게 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우리가 높이 평가한다고, 그쪽에서 높이 봐주지는 않는다. 눈길을 끌었던 또 한가지 결과가 있었다. 10일 맨유-첼시전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가진 중국의 덩팡저우(맨유)에게 ‘스카이스포츠’는 ‘잊고 싶은 데뷔전’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평점 5를 줬다. ‘Your Rating' 코너의 평점도 5. 3이었다. 최근 온라인상에서 한국 못지않게 바람을 몰고 다니는 중국 네티즌들은 그렇게 극성스럽지 않았던 셈이다. 이런 코너가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르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말이다. [김삼우의 축구&]성남, 서운합니까 2007-04-27아직 2%부족한 라이벌,서울과 수원 2007-04-13
- (SPN) '전략가' 퍼거슨 감독으로 빛나는 맨유, 악재 겹치는 첼시
- [런던=이데일리 SPN 오태민 통신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초강세의 원동력은 역시 퍼거슨 감독의 지도력이다.’ 5일 밤(이하 한국 시간) 맨유가 맨체스터 시티 오브 맨체스터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06~2007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에서 홈팀 맨체스터 시티를 1-0으로 꺾고 정상 탈환을 눈앞에 두게 되자 현지 전문가들이 내놓는 분석들이다. 맨유는 이날 승리로 28승4무4패(승점 88)를 기록, 남은 두 경기서 승점 1점만 확보하면 자력으로 통산 16번째 리그 우승을 확정짓는 상황. 또 6일 자정 아스널과 원정 경기를 갖는 라이벌 첼시가 비기거나 패하면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우승이 결정된다. ▲ 퍼거슨 감독 [로이터/뉴시스]▲ ‘전략가’ 퍼거슨 감독의 힘 맨체스터 시티전이 끝난 뒤 ‘스카이 스포츠’ 축구 캐스터 등 현지 축구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퍼거슨 감독의 탁월한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시즌 초반 '악동' 웨인 루니의 부진 등으로 출발이 좋지 않았고, 첼시나 리버풀 등에 비해 선수 구성도 뚜렷하게 낫지 않은 맨유가 프리미어 리그 정상 등극과 함께 FA컵 우승까지 바라보게 된 힘은 ‘전략가’ 퍼거슨 감독의 역량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우선 퍼거슨 감독이 주전들이 줄부상으로 쓰러지는 위기에서 과감하게 선수 운용폭을 넓히고 선수들을 특정 포지션에 고착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가진 능력에 따라 미드필더에서 부터 최전방 골잡이까지 고르게 활용할 줄 아는 전략가라는 점을 높이 샀다. 여기에 특유의 카리스마로 세계적인 스타들로 구성된 선수단에 우호적인 경쟁심을 조성, 팀의 경기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웨인 루니,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라이언 긱스 등 개성이 강한 스타들이 한가지 목표를 가지고 하나로 뭉치도록 한 것은 퍼거슨 감독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마지막으로 맨유 팬들의 '절대적 지지'도 맨유가 최강의 클럽으로 자리잡게 하는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2006 독일 월드컵 직후 호날두가 영국 축구팬들과 맨유 팬들에게 '잠시' 적대적이었던 상황에 놓인 것을 제외하면, 맨유 팬들은 맨유 선수들의 일시적인 부진을 탓하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선수단에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현대 축구에서 결국 클럽의 마지막 선수는 '팬'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이는 첼시가 오는 19일 열리는 FA컵 결승 티켓을 판매하면서 팬들로부터 엄청난 항의를 받고 있는 상황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 악재 겹치는 첼시, 도대체 왜 이러나? 이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 진출에 실패하고 프리미어 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거의 놓친 첼시는 이제 FA컵 우승만을 기대할 수 있는 처지. 하지만 뜻하지 않은 악재가 겹치면서 팬들의 외면과 비난을 면치 못하는 지경으로 빠져들고 있다. 먼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호사가' 조제 무리뉴 감독이 또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무리뉴 감독은 최근 첼시의 유명 쇼핑가인 킹스 로드(Kings Road)에서 부인과 쇼핑을 즐기는 모습이 파파라치에 의해 포착되면서, '리그 운영은 포기하고 쇼핑할 돈만 받아가는 입만 살아 있는 감독'이라는 팬들의 질책을 받고 있다. 여기에 첼시 구단은 FA컵 결승전 입장 티켓 판매 사고를 일으켜 비난을 한몸에 사고 있다. 결승전 티켓을 인터넷으로 판매할 예정이었던 첼시는 팬들에게 약속한 날보다 하루 먼저 온라인이 아닌 오프 라인으로 6000매를 판매하면서 입장권 구입을 위해 컴퓨터 앞에서 기다리던 팬들을 격분케 한 것이다. 런던의 일간지인 ‘The London Lite-Sports’는 첼시의 구단 운영을 비꼬면서 "이런 여러가지 요인들이 첼시 팬들을 떠나게 하고 있으며, 이것은 첼시에게 치명적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맨유와 상반되는 경기운영으로 가뜩이나 '첼시 타도' 분위기가 높아진 요즘, 첼시는 그들의 팬들로부터도 "팀이 우리를 버렸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중이다. ▲ 5일 밤 영국의 축구팬들은 일순간 불안에 빠졌다. 리버풀 때문이었다. 리버풀은 UEFA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를 대표해 2005년의 영광을 재현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팀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영국 축구팬들은 그들이 응원하는 연고 구단을 떠나 리버풀의 한게임 한게임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리버풀은 이날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풀럼FC에 0-1로 무너지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최근 이천수(울산 현대)와 관련, 한국 팬들의 관심까지 끌고 있는 풀럼은 리버풀을 상대로 귀중한 승점 3점을 추가, 2007~2008 시즌 프리미어 리그 잔류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리버풀-풀럼전 결과는 한국팬들에게야 다섯번째 태극전사 프리미어리거 탄생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것이었지만 정작 영국팬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잔뜩 물이 오른 AC 밀란(이탈리아)을 제치고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선 리버풀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결승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리버풀은 스페인 출신의 미드필더 알론소가 풀럼의 마이클 브라운의 반칙으로 코피를 쏟는 부상을 당하는 등 피해가 막심했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몸도 무거웠고 예상밖의 패배로 심리적인 위축까지 감수해야 하는 처지다. 이날 스티브 베테트 주심의 오심으로 경기를 놓쳤다고 생각하는 리버풀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은 경기후 "주심을 20명으로 늘리고, 카메라를 2000대쯤 세우는 등 각종 전자장치를 설치한다고 해봐야, 보기 싫다면 절대 보이지 않는다"면서 주심의 판정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 김승연 회장 사건 세간의 궁금증을 풀다
- [조선일보 제공]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에서 ‘폭행 현장의 미스터리’ 외에, 세간에는 또 다른 궁금증이 떠돌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거의 한 달 보름이나 지나 언론에 보도된 이유는 무엇인지, 재벌마다 경호조직이 있는 것인지, 김 회장 아들이 갔다는 술집은 도대체 어떤 곳인지 등이다. # 왜 한달 보름 지나 보도됐나이 사건은 지난 3월8일에 발생했다. 하지만 4월24일 연합뉴스에 첫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왜 이런 시차가 있었던 것일까. 사건 발생 직후부터 증권가와 언론 쪽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여의도 증권가에 나도는 정보지(속칭 ‘찌라시’)에 김 회장 보복 폭행 건이 거론됐고, 한국일보와 국민일보, MBC, KBS 등이 이에 대한 첩보를 입수했거나 제보를 받았다. 사건 발생 나흘째인 3월12일, 이와 관련된 제보를 받은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사건 현장이었던 서울 북창동 S술집의 조모 사장을 만났다. 조사장 지인의 상가(喪家)에서 직접 폭행 사건의 전말을 전해 들었다. 그러나 조사장이 “한화측의 합의 요청이 있고 나도 이 건을 덮고 가기로 했다”며 기사를 쓰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요청하는 바람에 보도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민일보 역시 제보를 받은 뒤 2~3일 취재를 시도하다가 사건 당사자들이 모두 부인하는 바람에 중도 포기했다. MBC와 KBS 역시 사건 취재를 시도하다가 당사자와 경찰 모두 확인을 해주지 않아 기사화하지 못했다. 이 사건을 취재했던 언론사들은 피해자와 한화측이 모두 언론 보도를 원하지 않은데다, 경찰이 ‘모르쇠’ 작전으로 나오는 바람에 보도하는 데 실패했다. 당시 서울시 경찰청 출입기자 사이에서도 이런 첩보 내용이 나돌았지만, ‘워낙 황당하고 소설 같아서’ 기사화해야겠다는 생각은 대부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연합뉴스가 처음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연합뉴스 공병설 시경 출입기자는 “타 언론사에서 이 사건을 접하고 어느 정도 취재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사건을 제보 받은 즉시 취재에 나서 4월24일 기사를 썼다”고 말했다. ‘모대기업 회장이 자신의 아들이 술집에서 폭행당하자 경호원 등을 동원해 보복성 폭력을 휘둘렸다는 첩보가 입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는 내용이었다. 이 보도가 나오고 사흘 뒤 4월27일 한겨레신문이 김 회장의 실명을 거론한 뒤 그가 직접 폭력에 가담했다고 보도하면서 사건은 확대됐다. 한화측은 경찰이 이번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것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다. 한화의 한 관계자는 “사건 발생 이후 경찰이 사건 관련자들을 내사해왔다”며 “경찰 관계자가 언론에 제보한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늦게 제보를 접한 연합뉴스가 기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경찰이 내사(內査)를 했던 내용인 ‘3월28일자 경찰 첩보보고서’를 입수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리 취재에 나선 언론사들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지만, 연합뉴스의 경우 경찰이 작성한 문건이 있었기 때문에 김승연 회장의 실명만 공개하지 않고 사건의 내용을 보도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 재벌 경호팀 실체는과연 모든 대기업이 경호조직을 운영하는 것인지, 과연 그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을까.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한화와 삼성그룹, 현대차 등은 경호원들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물론 경호팀이라는 이름 대신 비서실의 직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한화의 경우, 김 회장 직속 경호원들은 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조직상에는 경호관련 팀은 없다”고 말했다. 언론에 보도된 ‘경호과장’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그런 직함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비서실 소속으로 되어있다. 2~3명이 한 조(組)가 돼 경호를 하며 3교대로 운영된다. 경호원들은 대부분 청와대 경호실이나, Y대와 H대 출신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정상 승진이 보장되는데다 웬만한 직원들보다 대우가 낫다고 말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재계 순위 10위인 한화에서 유독 경호팀이 눈에 띄는 것은 김회장 개인 특유의 ‘과시하는’ 스타일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직접 면접을 통해 경호원들을 특채하고 있어 일반 직원들은 이들의 실체에 대해 접근이 곤란하다. 김회장의 폭행 현장에 함께 했던 일부 건장한 청년들은 한화의 건물 경비 등을 담당하는 S경비용역업체 직원들이었다. 이 회사 대표 오모씨는 한화 출신이다.삼성은 ‘에스원’에서 파견나온 직원을 중심으로 이건희 회장 경호팀을 가동하고 있다. 에스원측은 “이 회장과 가족들의 경호를 위해 직원들이 파견 나가 있다”며 구체적인 인원이나 경호 시스템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하지만 한 경호업체 사장은 “평상시에도 이 회장 경호에만 6명의 경호팀이 가동된다”며 “아들과 딸 등 가족에 대해서도 1~2명씩 경호원이 따라붙는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경호실 출신들이 삼성에 상당수 정식 직원으로 고용돼 있다”고 말했다.현대차도 정몽구 회장 경호를 위해 경호원들을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경호원이 어떻게 활동하는지 등에 대해 관계자들은 “회장 경호는 대외비 사항”이라며 답변을 거부했다. 경호업체는 “기업에 채용된 경호원들은 단일 종목 4단 이상의 무술실력과 순발력 등이 탁월한 자들로 구성된다”며 “회장들의 일정이 외부에 노출돼 있지 않아 경호에는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LG, SK, 두산 등 나머지 대기업은 경호원들을 두고 있지 않았다. 이들 회사의 회장들은 수행비서를 대동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기업 역시 계열사나 하청업체 노조들의 시위나 테러 위험 발생 등 회장에 대한 경호가 불가피할 경우, 경호업체와 계약 형식으로 경호원들을 일정 기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경호·경비업체 수는 2500여개. 종사자 수는 약 12만 명에 이른다.# 청담동 술집은 어떤 곳사건의 발단이 된 서울 ‘G가라오케’는 청담4거리 근처 빌딩 1층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내외관 인테리어나 술값 등이 A급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연예인들과 스포츠 스타들이 자주 찾는 곳은, 바로 주변에 있는 H가라오케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위 업소 관계자는 “김 회장 아들이 왜 H가라오케가 아닌 G가라오케로 갔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아마도 H가라오케에 빈 방이 없어서 그곳으로 갔을 것이라는 게 유력한 해석이다.일반인들에겐 청담동은 부유층 자제들만 드나드는 A급 업소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다. 청담동은 술집 종업원이나 접대부들도 근무가 끝난 뒤 새벽 2~5시에 모여 자기들끼리 스트레스를 풀며 술을 마시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북창동 술집 종업원들이 청담동에서 술을 마셨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G가라오케는 국산 양주 1명, 안주, 기본음료, 맥주 5병 등을 기본으로 해서 20만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룸 DJ(방에 들어와 음악을 틀어주는 도우미)는 없다. 이런 업계에서는 룸 DJ의 유무가 가라오케의 등급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이곳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손님들이 대부분이며, 유흥업소 종업원들도 최근 자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 유럽 SUV, 한국 메이커에 새로운 기회
-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해치백 세단(뒷문이 위로 열리는 승용차)의 천국인 유럽시장에서 덩치가 큰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5사도 유럽 SUV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차는 내달부터 유럽공장에서 스포티지를 생산하고, 쌍용차는 SUV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네덜란드에 유럽부품센터의 문을 연다. 르노삼성은 SUV 신차인 'H45'를 내년부터 유럽시장에 내놓는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 자동차시장에서 SUV 차량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기술연구소의 분석으론 서유럽시장의 SUV 수요는 2004년 93만대, 2006년 11만대, 2008년 147만대, 2010년 158만대로 급증할 전망이다. 현재 서유럽 SUV 시장에선 고급 모델(SUV-E)은 BMW 벤츠 랜드로버 볼보 등 고급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지만, 시장규모가 급팽창하고 있는 준중형 모델(SUV-C)과 중형 모델(SUV-D)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메이커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차 유럽기술연구소에 따르면 투싼 스포티지가 속해있는 SUV-C 세그먼트의 수요는 2004년 37만대, 2006년 44만대, 2010년 65만대 수준으로 확대되고, 쏘렌토급인 SUV-D 세그먼트는 2004년 25만대, 2006년 29만대, 2010년 53만대 등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고급 SUV 시장에 머물렀던 유럽 브랜드들이 준중형 및 중형 SUV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으며, 국내 메이커들도 유럽 SUV 시장 팽창을 놓칠 수 없는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서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투싼과 작년에 신규 투입한 신형 싼타페를 앞세워 SUV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장기적으론 4륜 구동성능을 높이고, 충돌 안정성과 내구력(중고차 가격)을 개선한 유럽 전략형 준중형급 SUV도 선보인다는 복안이다. 기아차(000270)는 작년말까지 모든 SUV차량의 유럽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고 스포티지 쏘렌트 카니발을 앞세워 유럽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5월 중순부터는 슬로바키아공장에서 유럽형 스포티지를 생산해 유럽현지에 본격적으로 공급한다. 유럽공장에선 올해 유럽형 스포티지를 4만5000대 생산한다. 쌍용차(003620)도 서유럽에서 SUV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애프터서비스(A/S)를 강화하기 위해 금년중 네덜란드에 유럽부품센터를 설치한다. 이를 통해 올해 서유럽 SUV 수출을 작년(4만4050대)보다 29% 증가한 5만6940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이는 쌍용차의 올해 전체 수출목표인 7만5000대중 76%에 해당하며, 지난 2001년 서유럽 수출 규모인 3322대에 비해선 무려 17배나 급증한 수치이다. 쌍용차가 최근 몇 년간 유럽 SUV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르노삼성차는 준중형 SUV인 H45(코드명)를 내년부터 유럽시장에 본격적으로 수출한다. 금년말 출시되는 H45는 유럽지역에선 르노 엠블럼이 부착돼 판매된다. H45는 닛산의 X-트레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지금까지 SUV 모델이 없던 르노의 입장에선 H45가 르노의 엠블럼이 부착된 첫번째 SUV 모델인 셈이다. H45는 연간 7만대 정도가 생산돼 이중 절반 이상이 유럽에서 판매될 것으로 관측된다. GM대우도 작년에 출시된 '윈스톰'을 통해 유럽수출을 크게 늘리고 있다. 윈스톰은 유럽에서 시보레 브랜드 '캡티바'라는 이름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작년 5월부터 첫 선적이 이루어졌다. 특히 작년 5월 939대를 시작으로 작년 한 해 동안 2만5246대가 서유럽에 수출되었고, 올 1분기에만 1만9221대의 수출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동유럽 수출도 올 1분기 4099대를 기록, 작년 연간실적 4041대를 이미 넘어섰다. GM대우 관계자는 "윈스톰이 유럽 현지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어 향후 수출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손장원 기아차 중부유럽법인장은 "오스트리아 SUV 시장에선 기아차가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브랜드들이 SUV 신차를 앞다퉈 론칭하고 있다"며 "중부유럽 전체적으로도 SUV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제네바모터쇼에서 SUV 신모델이 많이 선보였 것도 소비패턴 변화에 대한 메이커들의 대응을 보여준다"며 "기아차는 SUV에 강점을 갖고 있어 이 곳 SUV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