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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P시장은 "동면 중"
- [edaily 이학선기자] 기업어음(CP) 시장이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SK글로벌 사태 이후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CP시장은 현재 발행량과 거래량 모두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향후 경기전망이 불확실해 기업들이 단기자금 조달을 꺼리는 데다, CP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많아 수요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손발이 맞지 않는 정부정책도 CP시장 죽이기에 한몫하고 있다.
◇CP물량 반토막..신뢰상실·경기부진 영향
CP는 기업들이 단기자금을 끌어쓰기 위해 발행하는 무담보 어음이다. 신용도만 보장되면 곧바로 발행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단기자금조달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SK글로벌 사태 이후 CP시장이 급속히 얼어붙었다. A2등급의 SK글로벌이 무너지는 마당에 여타 기업 CP를 어떻게 믿겠냐는 것이다.
여기에 신용카드사의 유동성 위기까지 겹쳐 카드사 CP를 중심으로 발행 여건이 크게 악화됐고, 투신사와 은행신탁의 수신 감소로 매수기반마저 무너지는 이중고를 겪기 시작했다.
실제로 SK글로벌 사태 직전 54조원이었던 CP매출잔액은 지난달 말 현재 21조억원으로 반토막났다. CP 유통의 척도가 되는 할인잔액도 33조원에서 16조원으로 뚝 떨어졌다.
수요가 없으니 기업들이 발행을 할 수가 없고, 경기가 바닥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양호한 신용도를 가진 기업조차 투자의욕을 잃어 CP 발행을 꺼리는 것이다.
◇CP금리, 하향안정화..착시효과 한몫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CP 금리는 하향안정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발행물량이 크게 줄어든 대신, CP를 매입해야 하는 고정수요로 인해 수요가 많은 듯 보이는 "착시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국민건강보험공단, 대한주택공사, 한국가스공사 등 공사가 발행한 CP와 유동성과 신용보강이 이뤄진 ABCP, 카드캐피탈 CP에 국한된 얘기지, 여타 기업 CP는 명함조차 내밀기 힘든 지경이다. ABCP는 ABS처럼 매출채권 등에 신용보강을 거쳐 발행한 CP로 도로공사 ABCP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기업 단기조달금리 잣대로서의 CP역할을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나이스채권평가 방혁준 선임연구원은 "ABCP를 발행하며 거치는 유동성 보강 과정에서도 기준물 금리는 CP가 아닌 3개월 CD가 되고 있다"며 "CP고시금리는 신뢰도가 떨어져 CP시장에서조차 외면받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증권원협회가 고시하는 3개월물 CP 유통수익률은 신용등급 A1이상의 기업이 발행한 CP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결국 우량기업의 CP금리가 업계 전체의 자금조달상황을 대표하는 듯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정부, 땜질처방이 CP 침체 키워
CP시장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땜질식 처방이 CP시장 침체의 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재정경제부와 협의를 거쳐 올해부터 자산총액 70억원 이상의 기업에 대해 CP 발행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CP발행기업이 1만개 이상 늘어날 것으로 금감원은 전망했다.
그러나 지난달 금감원은 MMF(초단기수익증권)가 편입할 수 있는 CP를 신용등급 A2 이상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MMF가 CP의 최대 수요자임을 감안하면, 결국 반년도 안돼 기업의 단기자금조달 통로를 막아버린 셈이다.
이 경우 지난달 말 기준으로 신용등급 A3+인 금호타이어, 삼성테크윈, 한솔제지, 현대미포조선 등이 발행한 CP는 MMF 편입대상에서 배제된다. A3등급인 동아제약, 대우정보시스템, 워커힐, 하나로통신 등의 CP도 MMF 편입대상에서 제외된다.
방혁준 선임연구원은 "단기자금시장을 시장의 필요악으로 보는 시각은 고사상태에 빠진 CP시장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정부의 일관성 없는 대책에 일침을 가했다.
방 연구원은 "현재 CP매입 입장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CP발행 규모"라면서 "CP발행총량을 확인할 수 있게끔 CP총액관리제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에서 차입한도제(backup Iine of credit) 도입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 경우 사실상 은행 보증이 필요해 CP금리가 크게 오를 여지가 있다"면서 "기업입장에선 조달금리가 높아지는 것을 우려할 수 있는 만큼 현실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Poll-①)5월 환율 1152~1184원..완만한 상승 추세
- [edaily 최현석 이학선기자]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이번달 환율이 달러강세 영향으로 완만한 오름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3일 edaily가 외환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폴을 실시한 결과, 이달 달러/원 환율의 저점은 1152.10원, 고점은 1184.30원으로 전망됐다.
추세가 전환된 만큼 1190원을 향한 상승시도가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긴축 돌입 가능성 등이 환율 상승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대 변수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수출 호조세 둔화 등을 통해 원화가치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당국 개입으로 주요레벨마다 하방경직성이 확보된 점도 상승시도를 편하게 만들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110엔대로 진입한 달러/엔이 일본 경제의 개선 영향으로 상승을 제한받을 경우 달러/원 오름세도 강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본이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은 달러/엔 급등락을 제어할 요인으로 지목됐다.
중국과 미국의 금리인상이 조기에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될 경우 하락세를 재개하며 1140원대로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신한은행 백학성 과장
환율이 바닥을 다진 것 같다.
당국이 1140원대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150원대에서 개입해 1155원 정도를 지지선으로 형성된 만큼 그 밑으로 가기는 힘들어졌다.
정부가 물가 상승 등을 감안 너무 오르는 것도 달갑게 여기지 않을 수 있어 1185원 정도가 고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달 주 거래범위는 1165~1185원 정도가 될 것이다.
중국 이펙트는 많이 반영한데다 단기간에 정책 변화를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한달내로 추가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미국 금리 역시 우리가 손을 쓸 수 없는 변수이기는 하나, 올 하반기까지 인상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 대통령 선거 등 정치적 변수도 달러 초강세를 막을 수 있는 요인이다. 달러/엔은 110엔대를 바닥으로 다지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나, 급등은 제한될 것이다.
◆칼리온은행 이병협 이사
이번달 최대 관심사는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및 역외의 공격적 매수세 지속 여부가 될 것이다. 중국의 긴축정책 선회로 촉발된 외국인의 아시아 시장 이탈이 가속화 될 경우 달러/엔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며, 국내 주식 시장 및 외환 시장도 이러한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 될 경우 기존의 달러 약세 기조가 마감됐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다만, 달러/원 환율 하락시 시장 개입을 통해 비축해 놓은 달러가 있기 때문에 상승 속도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출이 매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 하는 등 달러 유입이 증가되고 있고 계절적 요인에 의한 에너지 관련 기업의 수입이 감소되고 있어 환율 상승을 염려한 가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적으로 금주는 달러/엔이 재차 110엔대에 진입했기 때문에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지속될 경우 1180원 상향 돌파를 위한 시도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매도 개입이 우려되는 상황이므로 1차적으로 고점 매도 전략이 유지되며, 1170원대 초반에서의 매수 전략 또한 유효할 것이다.
◆삼성생명 신금덕 박사
위안화 절상압력이 줄었으나,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의 긴축 정책이 자국 부동산 등에 충격을 줄 것이나, 성장 동력을 억누를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경기과열을 막기위한 3번의 조치에도 불구, 약발이 받지 않자 긴축을 경고하고 있다.
중국이 위안화 절상대신 금리를 올리고 직접 대출을 통제하겠다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어 하드랜딩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경착륙을 각오하고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인 만큼 처음에 충격으로 출렁인 뒤 차츰 연착륙쪽에 무게가 실릴 것이다.
달러는 미 GDP가 좋을 것이라는 가정하에 올랐으나, GDP가 예상보다 크게 좋지 않아 상승세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반면 일본 GDP는 지속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여 엔화가 상대적 강세를 나타낼 여지가 있다.
외국인의 주식매도 속도를 감안하면 달러/원이 이달 1180원 위로 오를 수 있으나, 그만큼 쉽게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쇼크에도 불구,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직접투자자금 유입도 꾸준할 수 있는 만큼 1140원 부근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것이다.
- 유시민 "궁중정치, 체질에 안 맞아"
- [오마이뉴스 제공] 자타가 공인하는 열린우리당 논객중의 논객인 유시민 의원이 중앙당의 "궁중정치"를 비판하며 더 이상 중앙당직을 맡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유 의원은 앞으로는 온라인 활동을 통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당원·지지자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도록 "온라인 정치"에 더욱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유 의원은 지난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열린우리당 중앙당을 떠나며"라는 글을 통해 "지난해 11월 창당대회 무렵부터 4월 15일 총선 투표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무척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며 반 년 세월을 견뎠다"며 "큰 정당의 중앙당에서 하는 `궁정정치`는 제 체질에 맞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다"고 토로했다.
그에게 비쳐진 중앙정치는 "이런 저런 인맥을 통해 이루어지는 비공개적 정보유통과 치열한 자리다툼, 밖으로 내건 좋은 명분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주고받기, 한편으로 스스로 모사(謀事)하면서 끊임없이 타인의 모사(謀事)를 의심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유 의원은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 그 날 이후 미래에 대한 불안과 왠지 모를 좌절감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우울했다"며 당원 중심의 정당,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춘 정당이라는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반문했지만 "텔레비전 토론에서 자신있게 큰소리 친 것과는 달리 조용한 골방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면 자신 있는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유 의원은 "지난 반 년 동안, 중앙당 지도부의 내노라 하는 분들을 모시고 협력하고 봉사하고 토론하면 가장 빨리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지만 이젠 그 믿음을 일단 접었다"며 "앞으로는 당원과 지지자들과 함께 아직 이루지 못한 정당혁명의 꿈을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중앙당 정치를 접고 컴퓨터 키보드앞에서 우리당이 원내에서 되도록 진보적 개혁적 노선을 견지하게끔 노력하겠다"며 "개미 군단"의 뜻을 대변하는 바닥 정치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한 그는 "나도 네티즌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 자주 글도 쓰고 (네티즌들과) 채팅 기회도 만드는 온라인 활동을 통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당원·지지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 보겠다"며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과 주요 당직자들이 하루에 몇 번이라도 당원게시판이나 지지자들이 많이 오는 정치사이트를 접속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도록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개혁국민정당 출신의 열린우리당 원내·외 인사들은 지난 4월 28일 당선자 워크숍 이후 모임을 갖고 "참여정치연구회"를 결성하기로 합의하는 등 우리당 지도부의 애매모호한 "짜깁기식" 노선을 비판하고 개혁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데 주력할 것임을 다짐했다.
이런 가운데 유 의원이 중앙정치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과 더불어 "개미군단 속으로"를 선언하고 나서 향후 열린우리당 안의 개혁그룹의 목소리와 행보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음은 유시민 의원이 1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전문이다.
[열린우리당 중앙당을 떠나며]
선거 때문인가요? 봄이 온 기억이 없는데 날씨는 벌써 여름입니다. 일교차가 무지 큰 요즘, 네티즌 여러분 건강하십니까. 열린우리당 17대 국회의원 당선자 유시민입니다.
제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어디냐구요? 컴퓨터 키보드 앞이죠. 지난해 11월 창당대회 무렵부터 4월 15일 총선 투표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저는 무척 어울리지 않는 곳에서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일들을 하며 반 년 세월을 견뎠답니다.
큰 정당의 중앙당에서 하는 "궁정정치"는 제 체질에 맞지 않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했습니다. 이런 저런 인맥을 통해 이루어지는 비공개적 정보유통과 치열한 자리다툼, 밖으로 내건 좋은 명분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 주고받기, 한편으로 스스로 모사(謀事)하면서 끊임없이 타인의 모사(謀事)를 의심하는 소위 중앙정치, 저로서는 참 적응하기 어려운 분야입니다.
설악산 워크숍이 끝난 후 어떤 초선 당선자가 물었습니다. 워크숍 막바지에 토론을 더 하자고 소리지른 걸 두고 한 질문입니다. 당신은 지도부 아니냐며, 지도부가 왜 그렇게 하느냐, 그는 그렇게 물었습니다.
전 대답했죠. 나는 지도부가 아니랍니다. 저는 그 날 워크숍의 "돌출발언"을 통해 저에게 더 잘 어울리는 곳으로 돌아가려는 결심에 못을 박았습니다. 저는 중앙당의 당직을 더는 맡지 않겠다는 뜻을 당 지도부에 전달했습니다. 새로운 당직은 물론이요, 기존의 당직도 사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 보도를 보면 송영길 의원이 전자정당위원장을 맡을 모양입니다. 저보다는 더 잘 하리라 믿고 떠납니다.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해맑게 웃으며 행복해 하는 선배 다선 의원들을 보면서 저도 잠시 동안 흐뭇했습니다. 소수야당 또는 소수여당으로서 맛보아야 했던 비애가 얼마나 컸기에 저리도 좋아할까, 저도 조금은 겪어보았기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과반수 의석을 획득한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 그 날 이후 저는 왠지 마음이 무겁고 우울합니다. 커다란 성취의 뒤끝을 밟고 오기도 하는 일시적 허탈감 때문일까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곰곰 생각해 보니 미래에 대한 불안과 어떤 종류의 좌절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정치인이 내면의 불안을 공개적으로 고백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전에도 종종 그랬던 적이 있는 만큼, 말 꺼낸 김에 하는 데까지는 해 보겠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해 명확하고 자신있게 대답하기 어렵다는 데서 나옵니다.
"열린우리당은 정말 당원이 주인인 정당인가?"
"만약 아직은 아니라면, 그렇다면 예견할 수 있는 미래에 확실히 그런 정당이 될 수 있는가?"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퇴임 이후의 대한민국도 책임질 수 있는 정당인가?"
텔레비전 토론에 나가서는 큰 소리를 쳤지만, 조용한 골방에서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 보면 자신 있는 대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우울한 것은, "권력을 국민에게, 당권을 당원에게" 돌려주는 정치개혁 정당혁명의 꿈을 열린우리당을 통해 이룰 수 있다고, 분명하게 확신이 묻어나게 외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열린우리당 중앙당을 떠나 컴퓨터 키보드 앞으로 돌아왔습니다. 반 년 동안, 중앙당 지도부의 내로라 하는 분들을 모시고 협력하고 봉사하고 토론하면 가장 빨리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그 믿음을 일단 접습니다. 앞으로는 당원과 지지자들과 함께 아직 이루지 못한 정당혁명의 꿈을 밀고 나가겠습니다. 지난 시기 제 꿈에 상처를 입혔던 많은 분들을 잊으려고 노력해 보겠습니다. 이 꿈에 대한 저의 "병적인 집착" 때문에 상처 입으신 분들도 저를 잊어 주시기를 희망합니다.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저는 어떤 국회의원도 소외당하지 않는 교섭단체를 만들겠습니다. 원하는 국회의원이라면 누구나 발언할 수 있고, 소수 의견도 당당한 시민권을 인정받는 풍토를 만들겠습니다. 당원과 지지자들의 뜻을 원내 대표단에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애쓰겠습니다. 우리당이 원내에서 되도록 진보적 개혁적 노선을 견지하게끔 노력하겠습니다.
열린우리당의 중앙위원으로서 최고의결기관인 중앙위원회가 당의 중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중앙위원회가 당 지도부 선출권과 공직후보 선출권 등 중요한 권한을 당원에게 돌려주는 정당혁명의 주체가 되도록 힘있게 세우겠습니다. 중앙위원회의 권한을 침해하거나 제약하려는 모든 형태의 도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맞서 싸우겠습니다.
저는 열린우리당의 경기도당 위원장입니다. 법정지구당이 해체된 상황에서 당원 조직을 어떻게 재편하며 도당 대의원과 상무위원들을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 당원들의 일상적 정치활동을 도당이 어떻게 지원할지 연구하는 중입니다. 곧 새로운 방침을 마련할 것입니다. 임시전당대회를 열면 시도당 위원장을 포함한 중앙위원 선거도 새로 해야 할 지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 도당위원장을 그만두는 그 날까지, 당헌·당규가 부여한 도당위원장의 모든 권한을 행사하여, 열린우리당 경기도당을 기간 당원 중심의 상향식 정당조직으로 자리잡게 하겠습니다.
저는 또한 네티즌의 한 사람입니다. 이제 자주 글을 쓰겠습니다. 채팅 기회도 만들겠습니다. 온라인 활동을 통해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당원, 지지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 보겠습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과 주요 당직자들이 하루에 몇 번이라도 당원게시판이나 지지자들이 많이 오는 정치사이트를 접속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겠습니다. 저부터 더 적극 대화하고 소통하겠습니다.
네티즌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 개인에게 보내주신 그 엄청난 후원도 고맙고, 어려웠던 총선 막판에 보태주셨던 그 많은 표도 너무나 고맙습니다. 여러분은 대통령을 살렸고 정당개혁의 꿈을 살렸고,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살리셨습니다. 꼭 보답하겠습니다.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정당혁명의 꿈을 열린우리당을 통해 실현하겠습니다. 잠깐 그림이 흐려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열린우리당을 떠나지는 마십시오. 스스로 이루지 않으면 누구도 주인노릇을 할 수 없습니다. 다른 정당에서도 할 수 있겠지만, 기왕이면 국정을 책임지는 열린우리당에서 저와 함께 그 꿈을 이루어 갑시다.
네티즌 여러분 건강하십시오.
2004년 5월 1일
열린우리당 중앙위원 유시민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Productivity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프린터 잉크가 떨어져서 서킷시티에 갔다. 서킷시티는 우리나라의 전자랜드라고 할 수 있다. 잉크 카트리지를 사서 계산대 앞에 섰다.
이날따라 손님이 많아서 줄이 길었다. 짜증이 났다. 여유 있는 직원들을 계산대로 보내면 줄이 훨씬 짧아질텐데,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몇명씩 직원들이 붙어있었다.
다른 손님들도 불평하기 시작했다. 미국인들은 웬만하면 줄서기에 짜증을 내지 않는다. 그때서야 매장 책임자가 직원 몇명을 비어있는 계산대로 보냈다.
내 차례가 됐다. 내가 산 잉크 카트리지는 두 개, 20달러가 조금 넘는 것이다. 직원이 바코드를 찍는데, 기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손으로 제품 코드를 입력한다. 코드를 일일이 확인한다. 3초면 끝날 일을 2~3분 걸려한다.
23.87달러를 내란다. 매장에 붙어있는 제품 가격에는 세금이 포함돼 있지 않다. 가격표대로 돈을 준비하면 낭패 보기 일쑤다. 세금을 나중에 합산하기 때문에 늘 잔돈이 생긴다. 1센트 단위까지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 우리 식으로 하면 `89원27전` 이런 가격이 나오는 것이다.
20달러 한장, 5달러 한장을 줬다. 거스름돈은 1달러13센트. 간단한 셈이다. 이 직원은 전자계산기에 25달러라고 입력하고, 기계가 계산한 거스름돈을 확인한 후 금전등록기를 열어서, 1달러 지폐 한장과, 10센트 동전 한개, 1센트 동전 세개를 영수증과 함께 준다. 이 영수증이 가관이다.
잉크 카트리지 2개의 가격이 각각 얼마라고 찍혀있고, 그 밑에 제품 리턴을 할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깨알같은 설명이 죽 적혀있다. 다소 과장한다면 영수증 길이가 A4 용지와 맞먹는다.
카트리지 두 개를 계산하는데 한 20분은 기다린 모양이다. 서킷시티 직원이 손님 한명을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 계산기를 작동하는데 들어간 전력, 엄청나게 긴 영수증을 찍어내는데 들어간 종이 등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것이 세계 최고의 `생산성(Productivity)`을 자랑하는 미국 전자제품 매장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서킷시티의 경험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것은 미국 경제의 생산성이 일상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제조업 부문의 단위시간당 생산량 증가율은 5%가 넘었다. 서킷시티의 느릿느릿 움직이는 직원들로 가득한 미국 기업들이 한해에 5%나 많은 `아웃풋`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난주 의회 청문회에서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인플레이션과 고용, 생산성 등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린스펀 의장은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저금리 정책이 가능했다"고 단언했다.
미국의 생산성에는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생산성과 실업
미국 노동부가 집계하는 노동생산성 지표는 10여가지가 넘는다. 대표적인 지표만 나열해보면 이렇다.
단위시간당 제조업 생산, 단위노동비용당 제조업 생산, 실질 시간 임금당 제조업 생산, 단위시간당 기업 생산, 단위노동비용당 기업 생산, 실질 시간 임금당 기업 생산, 단위시간당 비농업부문 생산, 단위노동비용당 비농업부문 생산, 실질 시간 임금당 비농업부문 생산 등등.
세부적으로 생산성 지표의 특성이 조금씩 다르겠지만, 생산성은 인풋(Input)에 대한 아웃풋(Output)의 변화로 표현된다. 시간, 노동, 임금이 일정할 때 생산량이 얼마나 달라졌느냐를 따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생산성은 실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난 21일 상하 양원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그린스펀이 한 말을 들어보자.
"1990년대 후반의 자본투자를 근거로 효율성을 증대시킬 기회가 필연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생산성 증가는 의심할 여지없이 느려지게 될 것입니다. 만약 수요가 계속해서 견고하다면, 기업들은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궁극적으로 노동력을 늘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 고용은 더욱 안정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As the opportunities to enhance efficiency from the capital investments of the late 1990s inevitably become scarcer, productivity growth will doubtless slow from its recent phenomenal pace.
And, if demand continues to firm, companies will ultimately find that they have no choice but to increase their workforces if they are to address growing backlogs of orders.
In such an environment, the pace of hiring should pick up on a more sustained basis, bringing with it larger persistent increases in net employment than those prevailing until recently.)
단위 시간, 단위 노동, 단위 임금당 생산량이 꾸준히 증가한다면 기업들은 굳이 직원을 고용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서 정식 직원을 채용한다는 것은 의료비, 연금 등 부수적인 비용까지 감당한다는 뜻이고, 이는 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비용을 늘릴 수는 없다. 지금까지 미국 기업들이 높은 생산성에 의존하면서 고용을 늘리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린스펀은 생산성이 궁극적으로는 둔화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효율성이 점차 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기계도 짜꾸 쓰면 닳아 없어지기 마련이다. 인풋을 고정하고 아웃풋을 최대한 짜낸다고 하더라고 한계가 있다. 어느 순간 그 한계가 넘어가면 인풋(고용)을 늘려야만 한다.
그린스펀은 그러면서도 미국 고용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경계했다. 그는 "실업자들이 느끼는 근심(the anxiety)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3월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가 30만개 이상 급증했지만, 아직도 매주 8만5000명의 실업자들이 실업보험이 소진돼 절망감을 맛보고 있다. 이는 2000년 9월 수준의 2배에 달한다.
평균 실직 기간도 2000년 9월 12주에서 지난 3월 현재 20주로 늘어났다. 그린스펀은 "이같은 노동 환경이 노동자들의 불안정성을 뚜렷하게 높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성과 기업실적
위 그림에서 실업률과 생산성은 함수관계를 찾기가 쉽지 않다. 생산성 지표의 변화율이 의외로 심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와 생산성을 그린 것이다. 두 지표의 이동평균선을 들여다보면, 실업률보다는 분명한 상관관계를 볼 수 있다.
신규 일자리가 바닥을 치고 나면 생산성도 피크에 도달했다. 그린스펀이 말한대로 신규 고용을 미루고 버티던 기업들이 구인광고를 내면서, 인풋이 증가하게 되고, 상대적으로 아웃풋이 적어지면서 생산성도 낮아지는 것이다.
다시 그린스펀의 증언을 들어보자.
"최근 생산성 증가는 기업들의 급격한 세전이익 증가에 반영돼 있습니다. 기업 이익은 2001년 3분기 7%선에서 지난해 4분기 12%선으로 호전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 실질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매우 완만했습니다. 그 결과 노동자들의 수입에서 차지하는 임금의 비율이 과거 30년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업이 고용을 늘리지 않고, 임금 비용을 아낀 결과가 기업 이익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불황을 견디는 힘은 과감한 인력 구조조정에서 나온다. 일단 고비를 넘기면 기업들은 현재의 인풋을 유지하면서 최대한 아웃풋을 만들어냄으로써 비용을 아낀다. 미국식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생산성은 이처럼 비인간적인 면모가 강하다.
◇생산성과 사회 안정성
그러나 생산성이 노동자들에게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면 사회 안정성이 유지될 리 없다. 미국 노동자들이 순순히 감원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뭘까.
실직을 당하면 실업급여를 받지만, 이것도 무한정 지급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생산성을 이유로 감원을 정당화할 때 노동자들에게도 반대급부가 있어야, 계급간 간장이 증폭되지 않는다.
이쯤에서 정부 정책이 개입한다. 부시 행정부가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감세 정책을 추진한 것이나, 그린스펀이 40년래 최저 수준까지 금리를 낮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많건 적건, 미국인들은 지난 2년 동안 정부로부터 세금을 돌려받았다. 세금 환급 수표가 우편으로 날라오면, 자동차도 바꾸고, 가구도 들여놓고, 옷도 샀다. 실직으로 수입이 줄어든 가계에 이 수표는 귀중한 생활 보조 수단이었다.
보다 직접적인 사회 안전망은 모기지 리파이낸싱이다. 미국에서는 일단 집이 있으면 모기지라는 파이프를 통해서 저금리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주식시장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이 `부의 효과`를 창출해 낸 것이다.
기업이 생산성을 무기로 불황을 탈출한다면, 가계는 감세와 저금리 파이프 라인에 의지해서 긴긴 겨울을 나는 셈이다.
이제 경기가 풀리기 시작했다. 기업은 고용을 늘리려하고, 감세와 저금리 파이프도 천천히 잠기게 된다. 그린스펀은 정책 변화의 타이밍이 임박했다고 선언했다.
◇생산성과 인플레
다시 그린스펀의 증언으로 돌아가자.
"과거의 예를 따른다면, 어느 순간 기업 이익은 실질 시간당 임금으로 이전될 것입니다. 이같은 변화는 고용 증가를 수반하면서 수입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역사적인 평균 수준으로 증가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같은 과정에서는 인플레 압력이 추가되지 않습니다. 비록 노동비용이 이전처럼 떨어지지 않더라도, 이같은 비용이 아직은 명확하게 상승 반전한 것은 아닙니다.
설사 임금이 상승 반전하더라도, 기업의 높은 마진을 생각하면 임금 비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입니다."
(If history is any guide, competitive pressures, at some point, will shift in favor of real hourly compensation at the expense of corporate profits. That shift, coupled with further gains in employment, should cause labor"s share of income to begin to rise toward historical norms.
Such a process need not add to inflation pressures. Although labor costs, which compose nearly two-thirds of consolidated costs, no longer seem to be falling at the pace that prevailed in the second half of last year, those costs have yet to post a decisive upturn.
And even if they do, the current high level of profit margins suggests that firms may come under competitive pressure to absorb some acceleration of labor costs.)
아래 그림은 물가와 생산성을 함께 그린 것이다. 물가는 전년동월비이고, 생산성은 전분기대비이기 때문에 정밀한 해석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인플레와 생산성의 상관관계를 대략적으로 살필 수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최근까지 인플레는 생산성과 역의 관계에 있다. 생산성이 높아지면 인플레 압력이 낮아졌고, 생산성이 낮아지면 인플레 압력이 높아졌다. 그러나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나중인지는 분명치 않다.
생산성이 높다는 것은 가계 수입에서 임금 비중이 낮아진다는 것이고, 이는 소비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는 뜻이므로, 가격이 하락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할 수도 있다. 또, 경기 침체의 결과로 물가가 떨어지고, 동시에 감원이 증가하면서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도 있다.
일단 그린스펀은 생산성이 임금비용을 절감함으로써 향후에 나타날 인플레 압력을 낮춰준다는 주장을 폈다. 그린스펀은 "임금 비용 증가가 지속적으로 가속된다면 인플레이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Should such an acceleration of costs persist, however, higher price inflation would inevitably follow.)
생산성이 인플레이션의 버퍼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생산성이 인플레에 대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그린스펀이 생산성과 임금에 주목하는 이유는 임금이 비용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기업들은 궁극적으로 그 비용을 가격으로 전환시켜 소비자에게 이전시키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에게 통화긴축을 촉구하는 비판론자들은 이미 인플레가 목전에 와 있다면서 상품가격의 상승을 경고한다.
그린스펀은 그러나 "상품가격은 인플레에 아주 제한적으로 연결돼 있을 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인플레에서 중요한 것은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금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생산성의 함정
생산성, 임금비용, 인플레를 연결하는 그린스펀의 논리를 비판하는 또 다른 주장은 `주택경기 과열론`이다.
지난 21일 청문회에서도 공화당의 론 폴 뉴저지주 상원의원은 "주택시장이 버블을 형성하고 있다"며 주택 소유자들의 부채 증가와 주택 가격 상승을 경고했다. 폴 의원은 "저축없이 진정한 부가 형성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주택경기 과열론은 저금리 정책의 아킬레스 건이다. 그러나 그린스펀이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 것은 앞서 지적한 사회 안전망과도 연결돼 있다.
주기적인 실직은 원래 임금이 낮았던 저소득층에게는 만성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러나 매달 모기지 이자를 갚아야하고, 자녀들이 대학에 다니고, SUV를 굴리던 중산층 가계에서 실직은 훨씬 치명적이다.
중산층이 붕괴할 경우 사회적 위기감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유럽식 복지제도를 거의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위기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저금리와 모기지 리파이낸싱으로 이들 중산층 가계의 수입을 보조(?)해 주지 않았다면 미국의 정치사회적 안정성이 유지될 수 없었을 것이다.
저금리가 필연적으로 주택 버블을 만들었지만, 정치적으로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생산성을 강조하는 미국식 자본주의에서 주기적인 감원은 필연이다. 감원에 따르는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금융 리스크`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유럽 경제가 복지혜택으로 사회적 긴장을 해소하는 대신 기업과 정부가 막대한 비용(재정)을 감수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시장과의 대화
그린스펀은 청문회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시장이 내가 말한 것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효율과 생산성을 신봉하는 그린스펀이 자신의 정책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는 그렇게 썩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연방기금금리와 생산성의 상관 관계도 겉으로 보면 그렇게 긴밀한 것 같지는 않다.
연준리, 엄밀하게 말해서 그린스펀의 금리정책은 이전과 달리 상당한 비판을 받고 있다. 90년대 IT 버블을 연착륙시키지 못하고 금리를 1%까지 끌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자체가 비판의 대상이다. "왜 미리 경기변동을 스무딩하게 만들지 못했느냐"는 비판이다.
그린스펀은 숫자와 통계를 절대적으로 신임하지만, 인플레이션 타겟팅은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정해진 숫자에 연연해서 정책을 수행할 경우 미묘한 경제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린스펀 자신도 IT 버블 붕괴의 조짐을 미리 찾아내고, 대비하는데는 실패했다.
생산성에 집착하는 그린스펀의 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적들도 많아졌다. 사실 "높은 생산성이 인플레 압력을 완화시킨다"는 주장은 90년대 `신경제론`과 같은 것이다. 신경제론자들은 당시 Y2k 등 비정상적인 IT 경기확장을 눈치채지 못하고, "기술 발전과 생산성 향성이 인플레없는 무한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고 주장했었다.
연준리가 금리인상에 과감한 태도를 보이지 못함으로써 또 한번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그린스펀이 이번 청문회에서 비교적 뚜렷하게 "디플레 종료"를 선언,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한 것도 이같은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청문회 이후 많은 연준리 관계자들이 그린스펀의 코멘트를 부연 설명했다.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설명이 벤 버난케 연준리 이사로부터 나왔다.
버난케 이사는 그린스펀 청문회 다음날 미국 채권시장협의회 연설에서 "경제지표 호전에 따른 시장 반응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은 이미 긴축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통화정책이 다루는 금리는 단지 연방기금금리만이 아니다"면서 "다양한 금리와 수익률이 시장에서 형성되는데 3월 고용지표 발표후, 연방금리가 1%에 머물고 있음에도 `통화 환경`은 분명하게 긴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연준리가 실질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않았지만, 경제지표와 그린스펀의 코멘트 등이 어우러져서 시장 금리가 이미 상승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다.
그린스펀은 시장에 메시지를 던졌고, 시장은 나름대로 그 메시지를 해석했다. 채권수익률은 상승하고 있고, 주식시장도 금리인상에 적응하느라 무분별한 랠리를 자제하고 있다. 미국 경제는 이번에도 역시, `그린스펀의 의도`대로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 (정명수의 월가 키워드)100 Phone Calls Program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월스트리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근사한 사무실, 멋진 옷, 엄청난 연봉 등등. 월스트리트를 움직이는 엔진 중의 하나가 바로 애널리스트다.
"이 주식을 사시오. 이 주식은 파시오" 유명 애널리스트들이 리포트를 공개할 때마다 해당 종목들은 춤을 춘다. 몇 줄의 글로 전세계 투자자들을 울고 웃기는 애널리스트는 월가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선망의 직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진정한 애널리스트의 세계는 어떤 것일까. `월스트리트 미트(Wall Street Meat)`라는 책이 묘사하는 애널리스트는 한없이 나약한 존재다.
이 책의 저자 앤디 케슬러는 1985년 파인웨버를 시작으로 모건스탠리, CSFB 등에서 20여년간 기술주 분석을 담당했던 애널리스트다.
케슬러는 벨연구소 출신의 공학도다. 처음부터 애널리스트가 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초년병 애널 시절부터 그는 `요지경 월스트리트`를 비판적으로 바라 볼 수 있었다.
그가 월가에서 만나, 함께 일했던 사람들 중에는 잭 그룹먼, 프랭크 쿼트론, 헨리 블로짓, 메리 미커 등이 포함돼 있다. IT 버블 시대 월가를 주름잡던 기술주 분석가들이다.
메리 미커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지금은 애널리스트가 아니다. 엘리어트 스피처 뉴욕주 검찰총장이 파헤친 `거짓 리포트 사건`으로 현직에서 쫓겨나거나,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내야할 처지가 됐다.
케슬러가 바라본 월가 애널의 세계에는 신비감이라고는 전혀 없다.
◇며느리도 모르는 주가
케슬러는 벨연구소의 경력을 인정받아 반도체 업종 담당자가 됐다. 인텔, AMD 등 자신이 맡은 기업을 탐방하고 돌아온 케슬러가 처음으로 리포트를 작성하게 됐다.
케슬러는 한 선배 애널에게 물었다.
"밥, 주식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죠?"
선배는 "아하. 주식의 기초를 가르쳐줄 때가 됐군. 지금 기업 수익을 다루려는 것이지. 그렇다면 간단하지. 주식의 가치란 미래 수익의 총합에 지나지 않는거야."라고 명쾌하게 말한다.
케슬러는 "그게 전부인가요"라고 되묻는다.
밥이 말한다. "좋아. 조금 더 깊이 들어가지. 내년도 기업 이익은 올해 기업 이익보다는 가치가 덜 나가지. 왜냐. 인플레이션이라는 게 있잖아. 그 만큼 가치를 디스카운트해야지. 미래 수익의 총합을 구하기 전에 디스카운트를 해야만 한다구."
케슬러의 의문은 계속된다.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요. 그런데요. 어떻게 미래 수익을 디스카운트 하죠?"
밥은 "디스카운트 레이트를 쓰지"라고 말한다.
"아하. 여기 공식이 있군요. 이제 계산을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디스카운트 레이트가 뭐죠?" 케슬러는 머리를 긁적 거린다.
밥은 "경우에 따라 달라지지. 인플레이션, 금리 등등 변수가 많이 있지"라고 말한다.
케슬러는 "월스트리트저널같은 데를 보면 디스카운트 레이트가 나와있나요"라고 묻는다.
밥은 "그렇다면 너무 쉽지"라며 빙긋 웃는다.
"그럼 이건 도대체 무슨 숫자죠" 케슬러는 점점 더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누구도 디스카운트 레이트가 얼마인지는 몰라. 그게 바로 주식시장을 신비스럽게 하는 거지. 누구도 어떤 기업의 미래 수익을 알 수는 없다구. 그리고 특정한 디스카운트 레이트도 없지. 모든 애널리스트들은 자기자신만의 숫자를 만들어. 결국, 주식의 가치가 얼마인지 진정한 답은 없는 것이지."
케슬러는 황망하게 선배를 바라봤다.
◇애널=엔터테이너
`기관투자자(Institutional Investor)`라는 잡지가 있다. 월가에서는 이 잡지를 이니셜을 따서 `II`라고 부른다. II는 70년대부터 `All American Research Analyst Poll`이라는 것을 해왔다.
매년 5월이 되면 II는 수백명의 바이 사이드(Buy Side) 투자자들에게 "각 분야별 최고의 애널 3명을 선정해달라"며 폴을 실시한다.
이 폴에 선정된 이른바 `우수 애널`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그 기관의 리서치 파워를 대변한다. 월가의 애널들은 이 폴에 선정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케슬러가 소속된 파인웨버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료 애널은 이렇게 말했다. "분명히 알아야할 것이 있어. 너는 분석가가 아니야. 너는 엔터테인먼트 직업을 선택한 거라구."
II 폴과 리포트의 정확성과는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 케슬러의 선배는 II 폴에 선정되는 비법을 이렇게 정리했다.
"전화, 방문, 리포트, PR, 아참, 잊을 뻔 했군. 분석의 정화도."
월가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대부분 `한달에 100통화(100 Phone Calls a month program)` 정책을 쓰고 있다. 애널들에게 톱 100위 드는 투자기관에 최소한 한달에 한번 전화를 하라는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물론 애널들의 전화 내역은 기록으로 남겨지고, 데이터 베이스로 관리된다. 월가 애널들은 자신의 근무시간 중 절반이상을 `전화걸기`에 할당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전화걸기`는 II 폴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케슬러는 전화걸기를 무척 싫어했다. 시간을 너무 잡아먹는데다, 전화걸기에 집착하다보면 자신이 맡은 업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흐름을 놓칠 때도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전화걸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1년에 한번, 또는 두번 맡은 기관을 방문한다"는 원칙도 있다. 애널을 맞이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반응도 가지각색이다. 묵묵부답형이 있는가 하면, 설명 중에 꾸벅꾸벅 조는 펀드매니저도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리포트를 가지고 오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고약한 매니저도 있다.
전화걸기와 방문 사이사이에 애널 본연의 임무(?)인 `리포트`를 써야한다. 리포트는 내용이 어떻든 일단 보기가 좋아야한다. 수많은 애널들이 비슷한 내용의 리포트를 만들어서 투자자들에게 보내기 때문에 튀지 않으면 읽히지 않는다.
케슬러는 한 펀드매니저의 사무실에서 6피트(182센티미터) 높이로 쌓인 리포트 더미를 본 적도 있다. 이 매니저의 전화기에는 전화메일 저장 기능이 있었는데, 오전 11시만 되면 전화메일이 꽉차버렸다. 100통화 한도가 오전 중에 다 소진되는 것이다.
◇"튀고 싶다구, 그럼 언론을 이용해"
이런 치열한 경쟁에서 애널들이 II 폴에 선정되는 진정한 비법은 뭘까. 리포트와 전화만으로는 매니저들의 눈에 띠는데 한계가 있다.
정답은 바로 언론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고정 칼럼인 `Heard on the Street` 담당자한테서 전화라도 받는다면 자신의 이름이 인용될 수 있도록 `확실한 것`을 기자에게 알려줘야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리포트에도 쓰지 않은 진짜 근사한 아이디어를 기자에게 살짝 흘려줄 필요도 있다. 기관투자자들은 나중에 기사를 보고 투덜대기도 한다.
"왜 우리 회사가 당신네 증권사에 수백만달러씩 수수료를 내야하는 거죠. 75센트만 내면 당신 리포트의 핵심 내용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볼 수 있는데."
케슬러 자신도 `언론 플레이`로 이름을 널리 알린 경험이 있다. 1987년 케슬러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를 탐방했다. 당시 마이크론 CEO였던 조 파킨슨의 집에서 저녁을 먹을 기회를 잡았다. 케슬러는 마이크론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파킨슨 사장은 자신만만했다. "일본 반도체 회사들의 도전이 만만치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인텔도 손을 들었으니까요. 우리는 인텔과는 달라요. DC가 우리 편이거든요."
"DC(워싱턴DC)가 우리 편이라구" 케슬러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했다.
케슬러는 미국전자협회에 전화를 걸어서 DC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탐문하기 시작했다. 피트 윌슨 상원의원이 주도가 되서 일본 반도체 기업에 대한 덤핑 제재가 기획되고 있었던 것이다.
케슬러는 반도체 업계에 엄청난 사건이 벌이지고 있음을 눈치챘다. 리서치 회의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말했다. 리서치 팀장은 "그럼, 반도체 주가가 올라가는거야, 떨어지는거야"라고 물었다.
케슬러는 "글쎄요. 알 수 없죠"라고 얼버무렸다. 팀장은 "확신이 서면 다시 말해"라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케슬러는 곧바로 평소 알고 지내던 뉴욕타임즈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며칠후 뉴욕타임즈 1면에 "레이건 행정부가 일본 반도체 업체에 대한 무역제재를 준비중"이라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기사 중에 케슬러의 코멘트가 인용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케슬러는 ABC방송의 `나이크라인`에 게스트로 초청되기도 했다.
◇파이터를 원하는 월가
초년병 애널 시절 케슬러의 옆방에서는 잭 그룹먼이 통신업종 담당자로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었다. 그룹먼은 AT&T 출신으로 AT&T의 분기 실적을 1센트까지 알아맞히는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월가에는 세가지 타입의 애널이 있다. 1)자신이 맡은 업종의 핵심 사항을 잘 알고 있는 그 누군가를 알고 있는 애널 2)자신이 맡은 업종 자체를 잘 알고 있는 애널 3)업종도 모르고, 사람도 모르는 애널.
그룹먼은 통신업종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고, 업계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룹먼이 AT&T의 분기 실적 전망치를 어떻게 내놓느냐에 따라 AT&T 주가가 달라졌다. 그룹먼은 당시 마젤란펀드를 맡고 있던 피터 린치에게 핸드폰 시장에 대한 특별 강의를 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그룹먼은 한 때 필라델피아에서 골든 글러브 복싱 선수로 활약했었다. 거친 운동을 한 탓에 그룹먼은 불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레스토랑에서 웨이터가 신속하게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주먹을 휘두르려고 하는 것을 케슬러가 말리기도 했다.
한번은 AT&T의 분기 실적이 그룹먼이 예측한 것보다 2센트 적게 발표된 적이 있었다. 그룹먼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서 "Goddamn, sonofa(son of a bitch), shit, goddamn.." 등을 연발하더니, 전화기를 바닥에 내동댕이 쳤다.
월가에는 운동선수 출신 애널이나 트레이더가 많다. 월가 격언에 이런 것이 있다. "훌륭한 트레이더를 찾으려면 퀸즈로 택시를 타고 가라. 택시 미터기가 10달러가 됐을 때 거리에서 만난 첫번째 사람을 고용해라."
퀸즈는 뉴욕 맨해튼의 외곽 지역으로 원래는 공장지대였다. 거리 생활에 익숙한 주먹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동네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월가에서 성공하려면 `파이터`가 제격이라는 뜻이다.
그룹먼은 통신업계 애널로 승승장구, 시티살로먼스미스바니의 스타 애널로 성장한다. 시티그룹의 샌디 웨일 회장과도 긴밀한 관계가 된다. 그룹먼은 그러나 스피처 검찰총장의 칼을 맞고, 부와 명예를 모두 잃었다. 샌디 웨일 회장도 `거짓 리포트 스캔들`에 연루돼 시티그룹의 CEO 직에서 물러나야했다.
월가는 고상한 경제 담론을 논하는 아카데믹한 곳이 아니다. 권모술수와 욕설이 난무하는 시장판이다. 그 곳에서 성공하려면 남들과 다른 뭔가가 있어야한다.
- 채권수익률, 장기물 불안으로 제한적 강세(마감)
- [edaily 이학선기자] 19일 채권수익률이 강보합 마감했다. 장 초반 미국 시장을 반영해 지표금리 기준 5bp가량 하락 시도가 있었지만, 장기물 위주로 금리상승 우려가 커지며 채권매수심리가 약해졌다.
기술적 반등 외에는 큰 의미를 둘 수 없다는 지적도 많았다.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조짐을 보이는 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가 높아지는 등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장중 국고 10년물 입찰은 발행공백 기대에도 불구하고 오전보다 3bp 높은 5.30% 수준에서 낙찰금리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강해지면 팔자는 심리가 채권시장을 지배했고, 전날보다 1bp 정도 낮은 수준에서 이날 거래를 마감했다.
지표금리인 국고 3년물 4-1호는 전날보다 1bp 하락한 4.59%를 기록했다. 경과물인 국고3-5호는 2bp 떨어진 4.54%였다. 국고 5년물 4-2호는 1bp 하락한 4.94%, 경과물인 국고 3-6호도 1bp 떨어진 4.90%를 기록했다.
장내시장에서는 8800억원 가량 거래됐다. 직전거래일의 절반 수준을 다소 웃도는 데 그쳤다. 국고3-5호가 3700억원정도로 가장 많이 거래됐고, 4-2호도 2010억원어치 손바뀜이 있었다. 그밖에 국고 4-1호가 1110억원어치 거래됐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 호가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이 1bp 떨어진 4.59%, 5년물이 보합인 4.95%였다. 10년물은 1bp 오른 5.30%였다. 통안채 2년물은 1bp 떨어진 4.46%였고, 통안채 364일물은 보합인 4.15%를 기록했다. 회사채 3년물은 AA-가 1bp 하락한 5.33%, BBB-가 보합인 9.80%를 나타냈다.
◇수익률 하락 뒤 되돌림..장기물 불확실성 높아져
수급 우호적인 여건에도 불구하고 장기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매수심리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이날 국고 10년물 입찰에서는 응찰률이 220%를 넘었지만, 낙찰금리는 오전 유통금리보다 3bp나 높았다.
LG선물 이재형 연구원은 "수급변수보다 장기물 전망의 불확실성이 장을 얇게하는 것 같다"면서 "이날도 5년 이상 현물 매수세는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응찰규모는 컸지만 경계심리가 많아 낙찰금리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대외내 동향이 채권매수를 어렵게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은 쏠림에 대한 경계심리도 크게 작용했다. 거래규모도 8000억원대로 뚝 떨어졌다. 외국계은행 한 딜러는 "쏠림에 대한 경계심리로 조용하게 눈치보는 장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강해지면 팔자 심리..통안 입찰은 큰 부담 없어
특별한 재료가 없는 한 보합권 등락이 예상된다. 지표금리 4.50%는 바닥이라는 강해 쉽게 매수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그러나 수급여건이 나쁘지 않아 금리가 크게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도 만만찮다. 당장 내일 1조원 규모의 통안채 182일물 입찰이 예정돼있지만, 크게 부담을 느낄 정도는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투신사 한 매니저는 "11월 만기 통안채를 찾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통안채 1조원 정도면 시장에서 큰 무리 없이 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따라서 통안채 입찰이 시장에 큰 영향을 주기는 힘들어 보인다"면서 "오늘 밤 미국시장 움직임에 국내시장도 좌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 이재형 연구원은 "21일(현지시간) 그린스펀 의장 발언이 예정돼있어 시장 불안감도 강할 것"이라며 "강해지면 팔자 심리가 내일도 우세할 것 같다"고 예상했다.
- 채권수익률, 펀더멘털 우려로 큰폭 상승(마감)
- [edaily 이학선기자] 14일 채권수익률이 큰 폭 상승했다.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1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펀더멘털 개선 우려가 컸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와 주간신규실업수당 발표 등이 대기하고 있는 점도 매수심리 위축에 한 몫 했다. 이날 채권시장은 수급보다 펀더멘털이 좌우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주 예정된 국고10년물 입찰 뒤 발행공백을 기대하는 쪽도 있었다. 그러나 주택금융공사의 매도헤지와 외국인이 손절성 매물로 이 같은 기대가 한 풀 꺾였고, 장 마감에 접어들수록 매수세는 힘을 잃는 모습이었다.
일부에서는 금리기조 자체가 바닥을 본 만큼 듀레이션(잔존만기)을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지표금리인 국고 3년물 4-1호는 전날보다 10bp 오른 4.65%로 거래를 마감했다. 경과물인 국고3-5호도 10bp 오른 4.65%를 기록했다. 국고 5년물 4-2호는 4.98%로 전날보다 9bp 상승했고, 경과물인 3-6호는 4.95%로 10bp 올랐다. 통안채 2년물은 4.52%로 전날보다 7bp올랐다.
장내시장에서는 9400억원 가량이 거래됐다. 국고3-5호가 4700억원 정도 손바뀜이 있었다. 국고 4-1호는 2300억원 가량 거래됐다. 국고3-2호는 1200억원 가량 거래됐다.
증권업협회가 고시한 최종호가수익률은 국고채 3년물이 10bp 오른 4.65%였다. 국고채 5년물은 9bp 오른 5.04%를 기록했다. 통안채 2년물은 7bp 오른 4.52%, 통안채 364일물은 3bp 오른 4.16%였다. 회사채 3년물 AAA-와 BBB-는 나란히 9bp 오르며 각각 5.40%, 9.86%에 고시됐다.
◇채권시장, "수급"보다 "펀더멘털" 먼저
이날 채권수익률은 미국 시장을 반영하며 상승 출발했다. 전날 미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예상을 웃도는 3월 소매판매로 4.35%선까지 급등하며 연중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국내시장은 한 때 수급호조 기대로 상승폭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유가급등과 수입물가의 고공행진이 확인되자 매수세가 위축됐고, 약세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장 후반 접어들수록 펀더멘털에 대한 부담이 부각됐다. 3월 소매판매에 이어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게다가 총선이라는 변수도 매수측에 부담을 줬다.
외국인이 국채선물을 내다판 것도 수익률 상승을 부추겼다. 외국인은 이날 1500계약 이상 순매도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외국인이 순매수포지션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채권시장 자산운용담당자는 "국채선물은 주택금융공사의 매도헤지,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팔자 분위기로 외국인의 매수단가 아래로 떨어졌다"면서 "순매수포지션 2만개를 갖고 있는 외국인이 크게 손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물가격, 하락 가능성 높아
펀더멘털 개선 우려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물가불안 우려도 높아져 적정금리 찾기의 금리상승을 예상하는 곳이 눈에 띄게 늘었다. 국채선물 저평가 축소작업이 선물가격 상승보다는 현물가격 하락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앞서 자산운용담당자는 "지금처럼 40틱 정도로 저평가가 확대되면 선물이 오르거나, 현물이 밀려야 한다"면서 "금리의 레벨상향을 감안한다면, 선물가격 상승보다는 현물가격 하락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현대선물 정성윤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방향성을 쥐고 있다"면서 "주요지표들이 산재해있는 만큼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연구원은 "정책당국의 수급기조 변화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많지만, 디커플링도 한계가 있는 만큼 향후 채권시장 전망에 대해 확신하기 힘든 상태"라며 "미국발 세계 펀더멘탈 변화조짐, 경기 및 인플레 우려 고조로 인한 단기 수급기조의 불확실성 등이 채권시장 경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그린스펀은 언제 금리를 올릴까"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3월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13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시장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달초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가 30만건 늘어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이 기사는 오전 10시28분 edaily의 유료 채권프로그램 "마켓플러스"를 통해 출고됐습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체감하는 금리인상 압력은 임계점에 다달았다. "금리를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언제, 얼마나 금리를 올리느냐"가 시장의 화두가 됐다.
◇TIPS 인기 급상승
펀더멘털을 선반영하는 것이 시장의 속성이라면 미국 국채시장은 벌써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을 채권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인플레 방지 국채(Treasury Inflation Protected Securities:TIPS) 가격이 치솟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다.
10년만기 국채와 10년만기 TIPS의 스프레드는 240bp를 넘어섰다. 지난 3월3일 248bp를 기록한 이후 다시 2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것. 일반 국채와 TIPS의 스프레드는 시장이 느끼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비례한다.
TIPS는 인플레이션을 감안, 금리를 지급하기 때문에 보통 국채보다 수익률이 낮다. 인플레가 1%,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3.5%라고 하자. TIPS 수익률이 2.5% 이상만 되면 일반 국채보다 TIPS가 유리하다. 인플레를 감안한 국채의 실질 수익률이 2.5%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일반 국채와 TIPS 수익률의 차이가 시장이 예측하는 인플레이션인 셈이다.
핌코와 같은 미국 채권시장의 큰 손들은 벌써부터 TIPS 투자를 강화했다. 인플레이션의 공격을 피하자는 전략이다.
◇FRB의 선제적 통화정책
TIPS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연준리는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연준리가 지금까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 중요한 이유는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리는 과거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기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긴축정책을 펴곤했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연준리의 선제적 정책은 짧으면 7개월, 길면 1면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중반, 연방기금금리는 소비자물가가 고점을 찍기 1년6개월 전에 고점을 형성했다.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1년6개월 먼저 금리를 올린 것이다.
IT 버블이 붕괴하면서 연준리가 저금리 정책으로 돌아서기 직전인 2000년에도 7개월 정도 선행해서 금리 정책을 구사한 것으로 나온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매우 안정된 상태다. 고유가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는 전년동기대비 2%선을 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연준리의 칼`은 늘 금리가 낮을 때 칼집을 빠져나왔다.
◇고용지표와 금리의 함수
그린스펀이 인내심을 발휘하는 두번째 이유는 고용시장때문이다. 특히 신규 일자리가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저금리 정책의 기본적인 배경이다.
재미있는 것은 실업률과 신규 일자리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가계를 대상으로 수집, 산출된다. 반면 일자리 통계는 기업 사이드의 통계다.
이달초 발표된 3월 고용지표에서도 실업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신규 일자리는 대폭 늘어났다. 연준리는 실업률과 함께 일자리 추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고용지표 중에서도 실업률은 일자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행적이다. 고용시장 회복 초기에는 구직을 포기했던 실업자들이 대거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순간적으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금리저점은 실업률을 보라
아래 그림은 1980년부터 실업률과 연방기금금리의 상관 관계를 그린 것이다. 금리의 고점과 실업률의 저점이 대체로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그래프를 그대로 따른다면 연방금리는 현 시점에서 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시장의 예측과도 일치한다. 연준리가 추가로 금리를 낮출 것으로 생각하는 시장참가자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하반기 중 단행 가능성
"연준리가 언제 금리를 올릴까"라는 질문의 단초는 신규 일자리에 있다. 일자리 추이가 방향을 바꾼 이후 연준리의 정책이 뒤따라 바뀌는 사례가 여러차례 발견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1980년 이후 일자리와 연방금리 추이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다.
연준리는 1986년 8월 금리인하를 중단한다. 때마침 신규 일자리도 전월대비 감소에서 증가로 반전된다. 이로부터 1년7개월 동안 연준리는 5~6%대의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하다가, 1988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긴축에 돌입한다.
1990년대 초반에도 비슷한 정책 사이클이 보인다. 1991년 9월 신규 일자리가 저점을 찍고, 상승 추세로 돌아섰지만, 연준리는 1993년 2월까지 1년5개월동안 금리인하를 계속한다. 연방금리는 3%선에서 1년여를 더 머물다가 1994년 1월부터 상승하기 시작, 6%대까지 수직 상승하게 된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리가 금리인상에 실기, 국채 시장을 붕괴시켰다"고 비판한 시기가 바로 이즈음이다.
정리하면 연준리는 고용지표가 바닥을 찍은 것을 확인한 이후에도 최대 30개월 정도 펀더멘털 지표를 살펴본 후에 긴축을 단행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정책 사이클은 어떨까. 신규 일자리 지표는 이미 2002년 2월 하락 사이클을 마감하고 저점을 찍은 것으로 나온다. 연준리는 1991년과 마찬가지로, 일자리 지표가 저점에 도달한 이후에도 1년4개월 동안 추가적으로 금리를 낮춘 후, 지난해 6월 연방금리를 1%로 고정하고 금리인하를 중단했다.
연준리가 과거 `정책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면 1994년의 경우처럼 1년 정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후 2004년 6월 이후부터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금리인상의 폭은
일단 연준리가 금리인상으로 정책 방향을 돌려 잡으면 그 폭과 속도는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1988년의 경우 연방금리는 1년5개월간 6.5%에서 9.5%로 300bp 상승했다. 1994년의 경우도 3%에서 6%로 300bp 상승하는데 1년4개월이 걸렸다.
마찬가지로 이번 정책 사이클에서도 300bp 가량 금리가 상승한다면 2006년초까지 연방금리는 4%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얼마전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의 로버트 패리 총재가 언급한 `연방금리 3.5% 주장`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연준리는 1980년대부터 앨런 그린스펀이라 막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이코노미스트가 지배해온 조직이다. 연준리가 비슷한 정책 사이클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련한 그린스펀이 과거 20년간 보여줬던 `습관`을 답습한다면 미국 국채 시장은 지금 폭풍 전야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 "그린스펀은 언제 금리를 올릴까"
- [뉴욕=edaily 정명수특파원] 3월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13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시장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달초 비농업부문 신규 일자리가 30만건 늘어났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채권시장 참가자들이 체감하는 금리인상 압력은 임계점에 다달았다. "금리를 올릴 것이냐, 말 것이냐"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언제, 얼마나 금리를 올리느냐"가 시장의 화두가 됐다.
◇TIPS 인기 급상승
펀더멘털을 선반영하는 것이 시장의 속성이라면 미국 국채시장은 벌써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을 채권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인플레 방지 국채(Treasury Inflation Protected Securities:TIPS) 가격이 치솟는 것이 대표적인 증거다.
10년만기 국채와 10년만기 TIPS의 스프레드는 240bp를 넘어섰다. 지난 3월3일 248bp를 기록한 이후 다시 2년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선 것. 일반 국채와 TIPS의 스프레드는 시장이 느끼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비례한다.
TIPS는 인플레이션을 감안, 금리를 지급하기 때문에 보통 국채보다 수익률이 낮다. 인플레가 1%, 10년만기 국채 수익률이 3.5%라고 하자. TIPS 수익률이 2.5% 이상만 되면 일반 국채보다 TIPS가 유리하다. 인플레를 감안한 국채의 실질 수익률이 2.5%이기 때문이다.
역으로 말하면 일반 국채와 TIPS 수익률의 차이가 시장이 예측하는 인플레이션인 셈이다.
핌코와 같은 미국 채권시장의 큰 손들은 벌써부터 TIPS 투자를 강화했다. 인플레이션의 공격을 피하자는 전략이다.
◇FRB의 선제적 통화정책
TIPS 가격에 반영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연준리는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연준리가 지금까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한 중요한 이유는 인플레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준리는 과거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들기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긴축정책을 펴곤했다.
아래 그림에서 보면 연준리의 선제적 정책은 짧으면 7개월, 길면 1면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이뤄진 것을 알 수 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중반, 연방기금금리는 소비자물가가 고점을 찍기 1년6개월 전에 고점을 형성했다.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1년6개월 먼저 금리를 올린 것이다.
IT 버블이 붕괴하면서 연준리가 저금리 정책으로 돌아서기 직전인 2000년에도 7개월 정도 선행해서 금리 정책을 구사한 것으로 나온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매우 안정된 상태다. 고유가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는 전년동기대비 2%선을 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연준리의 칼`은 늘 금리가 낮을 때 칼집을 빠져나왔다.
◇고용지표와 금리의 함수
그린스펀이 인내심을 발휘하는 두번째 이유는 고용시장때문이다. 특히 신규 일자리가 생각만큼 늘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 저금리 정책의 기본적인 배경이다.
재미있는 것은 실업률과 신규 일자리가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실업률은 가계를 대상으로 수집, 산출된다. 반면 일자리 통계는 기업 사이드의 통계다.
이달초 발표된 3월 고용지표에서도 실업률은 소폭 상승했지만, 신규 일자리는 대폭 늘어났다. 연준리는 실업률과 함께 일자리 추이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고용지표 중에서도 실업률은 일자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행적이다. 고용시장 회복 초기에는 구직을 포기했던 실업자들이 대거 시장에 진출하기 때문에 실업률이 순간적으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금리저점은 실업률을 보라
아래 그림은 1980년부터 실업률과 연방기금금리의 상관 관계를 그린 것이다. 금리의 고점과 실업률의 저점이 대체로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그래프를 그대로 따른다면 연방금리는 현 시점에서 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는 시장의 예측과도 일치한다. 연준리가 추가로 금리를 낮출 것으로 생각하는 시장참가자는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금리인상 하반기 중 단행 가능성
"연준리가 언제 금리를 올릴까"라는 질문의 단초는 신규 일자리에 있다. 일자리 추이가 방향을 바꾼 이후 연준리의 정책이 뒤따라 바뀌는 사례가 여러차례 발견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1980년 이후 일자리와 연방금리 추이를 그래프로 그린 것이다.
연준리는 1986년 8월 금리인하를 중단한다. 때마침 신규 일자리도 전월대비 감소에서 증가로 반전된다. 이로부터 1년7개월 동안 연준리는 5~6%대의 저금리 정책 기조를 유지하다가, 1988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긴축에 돌입한다.
1990년대 초반에도 비슷한 정책 사이클이 보인다. 1991년 9월 신규 일자리가 저점을 찍고, 상승 추세로 돌아섰지만, 연준리는 1993년 2월까지 1년5개월동안 금리인하를 계속한다. 연방금리는 3%선에서 1년여를 더 머물다가 1994년 1월부터 상승하기 시작, 6%대까지 수직 상승하게 된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가 최근 보고서에서 "연준리가 금리인상에 실기, 국채 시장을 붕괴시켰다"고 비판한 시기가 바로 이즈음이다.
정리하면 연준리는 고용지표가 바닥을 찍은 것을 확인한 이후에도 최대 30개월 정도 펀더멘털 지표를 살펴본 후에 긴축을 단행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이번 정책 사이클은 어떨까. 신규 일자리 지표는 이미 2002년 2월 하락 사이클을 마감하고 저점을 찍은 것으로 나온다. 연준리는 1991년과 마찬가지로, 일자리 지표가 저점에 도달한 이후에도 1년4개월 동안 추가적으로 금리를 낮춘 후, 지난해 6월 연방금리를 1%로 고정하고 금리인하를 중단했다.
연준리가 과거 `정책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면 1994년의 경우처럼 1년 정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한 후 2004년 6월 이후부터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금리인상의 폭은
일단 연준리가 금리인상으로 정책 방향을 돌려 잡으면 그 폭과 속도는 시장의 예측을 뛰어넘었다. 1988년의 경우 연방금리는 1년5개월간 6.5%에서 9.5%로 300bp 상승했다. 1994년의 경우도 3%에서 6%로 300bp 상승하는데 1년4개월이 걸렸다.
마찬가지로 이번 정책 사이클에서도 300bp 가량 금리가 상승한다면 2006년초까지 연방금리는 4%선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는 얼마전 샌프란시스코연방은행의 로버트 패리 총재가 언급한 `연방금리 3.5% 주장`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연준리는 1980년대부터 앨런 그린스펀이라 막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이코노미스트가 지배해온 조직이다. 연준리가 비슷한 정책 사이클을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노련한 그린스펀이 과거 20년간 보여줬던 `습관`을 답습한다면 미국 국채 시장은 지금 폭풍 전야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 영남 누빈 한나라 "巨與견제 힘 달라"
- [조선일보 제공]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1일 전통적인 텃밭인 대구와 부산을 잇달아 방문,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2일에는 마산 3·15 국립묘지를 방문하는 것을 시작으로, 창원, 진해, 김해, 양산 등 경남 일대를 샅샅이 누빈다. 박 대표의 선출 이후 결속조짐을 보이는 TK(대구·경북)의 지지를 확고하게 다지면서, ‘박풍’으로 흔들리는 PK(부산·경남) 민심을 다잡기 위한 강행군이었다.
박 대표의 지역구가 있는 대구의 반응은 다른 지역보다 한층 강렬했다. 새벽 농수산물 도매시장(매천시장) 방문 때는 상인들이 경매를 중단하면서까지 박 대표의 연설을 들었고, 남구 쓰레기 분리수거장 방문 때는 박 대표를 보기 위해 지역주민 100여명이 새벽부터 기다리기도 했다.
서문시장에서는 상인들이 상가 2~3층 난간에 매달려 박 대표에게 손을 흔들고 이름을 연호했고, 일부 시민들은 종이박스에 ‘대한민국의 딸’ ‘근혜보면 눈물난다’ ‘사랑한다, 울지마라, 대구가 있다’ 등의 피켓을 만들어 박 대표를 격려하기도 했다.
특히 대구 시민들은 최근 저조한 한나라당의 지지율 때문인지 박 대표에게 “힘내라” “열심히 하라”는 등의 말을 많이 건넸다. 박 대표는 즉석연설을 통해 “그동안의 지지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제대로 보답을 못했지만, 앞으로 크게 반성하고 거듭날 테니 마지막 기회를 달라”며 “모든 것을 다 바쳐 사랑에 보답하겠다”고 호소했다.
한 당직자는 “과거 이회창 대통령 후보가 지지율이 바닥일 때 대구 서문시장 방문을 계기로 슬럼프에서 벗어났던 적이 있었다”며 “박 대표에 대한 대구시민들의 반응이 그때보다 훨씬 뜨거운 것을 보면 ‘박풍’이 돌풍으로 변할 것 같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고속철로 부산으로 이동한 박 대표는 부산역광장에서도 수백명의 환영인파를 만났다. 한 방송사의 ‘전국노래자랑’ 녹화를 지켜보던 시민들이 박 대표의 도착소식을 듣고 한꺼번에 몰려든 것. 이어 박 대표는 부산선대위 발대식과 기자간담회를 가진 뒤 못골시장, 거제시장, 평화시장, 씨파크, 젊은이의 거리(PIFF 광장) 등을 순회했다.
한편 박 대표는 그동안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총선 목표의석수가 100석임을 밝혔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개헌저지선을 못지키면 힘들지 않겠느냐. 열린우리당이 40여석밖에 안 되는데도 지금같은 탄핵정국을 만들었는데, 만약 200석 이상이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