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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워치)워렌 버핏은 `돈`을 안다
-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세계적 석학 레스터 서로우 교수가 쓴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는 원래 제목이 `Fortune Favors The Bold`다. 요지는 세계화는 불가피한 추세이기 때문에 빨리 동참하라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직접 내린 결론은 이렇다. "뛰어드는 사람이 더러 패배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는 사람은 항상 패배자일 뿐이다. 부는 용기있는 자의 편이다" 서로우 교수는 책에서 자본주의의 성공을 이끄는 동시에 파탄을 불러오는 3가지 요인을 지목했다. 탐욕(greed)과 낙관론(optimism) 군중심리(herd mentality)라는 인간의 본성이 그것이다. 군중심리와 관련해 그는 초원에서 풀을 뜯는 사슴 무리와 사냥감을 노리는 사자의 예를 들었다. 사슴 입장에서 사자가 자기를 노리고 있는지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사슴의 움직임이다. 무리가 도망갈 때는 무조건 도망가는 것이 현명하다. 정말 사자가 있는지 기다리고, 사자가 배고픈지 확인하려는 사슴은 손쉬운 먹잇감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2000년 금융시장을 덮친 닷컴버블 붕괴와 주가 폭락에도 같은 분석틀을 제시했다. 거품이 한창 부풀어 오를 당시 닷컴주식이 과대평가돼 있다는 생각을 가진 펀드매니저들은 시장동향을 따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복직에 성공한 사람은 없었다. 서로우 교수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군중의 생각이 틀릴 때 조차도 군중과 함께 달려야 보상이 따르는 법"이라고 설파했다. 여기에 걸출한 예외가 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74)이다. 당시 버핏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뛰쳐나가는 상황에서 소신을 꺾지 않았다. 그는 닷컴기업을 행운의 편지라고 부르며 매수를 마다했다. 소신의 대가는 혹독했다. 그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수익률은 바닥을 기었고, 언론은 그를 `한물갔다`고 폄하했다. "버핏, 실수를 저지르다" "올해는 우리가 버핏보다 현명해질 수 있을 것""오마하의 현인, 이제 은퇴할 시기인가".투자의 귀재였던 그가 어떤 곤경에 처했는지가 기사 제목에 잘 나타나 있다. 버블을 부추기고, 시류에 편승한 이들에게 언론이 `인터넷 전도사` `넷의 여왕` 같은 수식어를 붙여주고 있을 때였다. 서로우 교수는 버핏이 중국의 문화혁명 당시와 같은 자아비판을 강요당했지만 해고되지는 않았다면서 "그는 너무 부유한데다, 자기 회사의 지분이 너무 많았고, 해고되기에는 과거의 이력이 너무 화려했다"고 썼다. 버핏은 닷컴버블이 끝난 뒤 열렬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거품이 꺼진뒤에야 사람들은 그의 생각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버핏은 자신이 돈이 된다고 생각한 기업의 주식을 끈질기게 들고 있다가 끝내는 괄목할 성과를 일궈내곤 했다. 지난해초 프록터&갬블의 질레트 인수 당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역시 버핏`이란 말이 다시 회자됐다. 16년전 사들인 질레트 주식이 약 5조원 가까운 투자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5년전 투자했던 석고보드 업체로부터 1000억원이 넘는 평가차익을 거뒀다. 이 회사는 버핏이 지분을 사들인지 1년이 못돼 파산위기에 직면, 주가 폭락으로 버핏을 곤경에 빠트린 장본인이었다. 버핏의 역량을 보여주는 건 이런 대목들이다.놔두면 언젠가는 돈이 될 안정적 주식만 골라 투자했다는 지적은 아직도 있다. 수천개의 기업중에서 싹수있는 종목을 골라내는 것은 그렇다 치자. 다른 종목은 하늘로 치솟는데, 내 주식만 날개없이 추락하는 상황에서 손절매와 손바꿈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그는 단돈 100달러로 주식투자를 시작했고, 재산을 40조원으로 불리며 세계 2위의 갑부의 반열에 올랐다. 주식투자로 이만한 재산을 거머쥔 이는 유일무이하다. 시골에 묻혀 소박하게 살면서도 세계 금융시장의 흐름을 꿰뚫는 혜안은 그의 주가를 더욱 높였다. 지난해 한 투자자는 살아있는 전설과 한끼 점심 식사를 위해 3억5천만원을 쾌척했다. 버핏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최근 설문조사에서 잘 나타났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가 4000명을 대상으로 `세계에서 돈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의 44%가 버핏을 꼽았다. 18년반동안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해 온 `마에스트로` 앨런 그린스펀 전 FRB의장은 2위를 차지했지만 지지율은 한참 처졌다. `헤지펀드의 대부` 조지 소로스도 돈에 관한 한 버핏의 그림자를 밟기 어려웠고,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점심 대접할 돈이 있다는 세계 최대 갑부 빌 게이츠 회장은 8위에 머물렀다. 서로우 교수는 부는 용기있는 자의 편이라면서 세계화에 뛰어들라고 강조했지만 버핏은 다른 분야에서 역발상을 통해 이같은 명제를 체현해냈다. 남들이 뛰어드는 시기에 용기있게 다른 길을 택함으로써 부와 명성을 모두 거머쥔 것이다. 네가 잃어야 내가 따고, 남들이 틀려도 시류를 따라야 보상받는다는 투자의 세계에서 그가 지켜낸 `가치투자`는 그래서 더욱 빛을 발한다.
- “이 XX들 총질을 해? 우린 서울로 간다”
- [조선일보 제공]‘실미도 사건’이 벌어졌던 1971년 8월 23일, 실미도 부대원들이 탈취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의 생생한 경험담이 20일 공개됐다 ‘구사일생-실미도 난동자와의 동승기’라는 제목이 붙은 이 글을 쓴 사람은 인천시립박물관장을 지낸 인천 지역 화가 고(故) 우문국(禹文國, 1917~1998)씨. 우 화백은 사건 당시의 상황을 다룬 수기(원고지 40여매 분량)를 직접 써서 보관하고 있었다. 화백의 마지막 전시회가 열렸던 1998년, 아들 경원(45)씨가 아버지의 수필과 그림을 정리하다 이를 발견하고 워드로 정리해 보관하고 있었다. 이 문서가 이번에 공개된 것. 동승기는 경인일보가 ‘인천인물 100인’ 시리즈를 준비하며 우 화백의 유가족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밝혀지게 됐다. 우 화백이 직접 쓴 원고는 그 후 몇 번의 이사 끝에 사라져 지금은 찾을 길이 없다고 유족인 딸 미령(48·인천시 남동구 간석동)씨는 전했다. 미령씨는 이날 기자와 만나 “사건 당일, 아버지는 자식 4명을 불러 앉혀 놓고 당시의 이야기를 해 주셨다. 승객들도 타고 있었는데 먼저 총을 쐈던 진압군에 대해 굉장히 분노하셨다”며 “언젠간 밝혀야겠다고 생각해서 생전에 문서를 계속 갖고 계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작성 일자가 실미도 사건 직후인 71년 9월이라 적혀 있는 문서 서문에는 “이 글은 사건 당시 보도된 신문이나 국회의원 조사에서 송도교전 상황이 약간 차이가 나기에 적어두며, 발표해도 무방할 시기가 올 때까지 보류해 둘 것”이라고 씌어져 있다. 우 화백의 동승기는 영화 실미도를 통해 일반에 알려진 것과는 몇몇 대목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다음은 주요 내용. ◆버스 탈취 과정 우 화백은 사건 당일 12시40분경 송도 유원지 정문 앞에서 인천시내로 가는 버스를 탔다.당시 버스 승객은 자신과 20대 남녀 한 쌍이 전부였다고 한다. 다음 정류장에서 면식이 있는 동서기 외 한 명과 고등학생 한 명, 두서너 명의 남자가 올라탔다. 버스가 수인선 송도역을 출발하자 그곳서 약 100미터 앞 옆길에 일단의 군인들이 길 양쪽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차가 그들이 있는 곳에 이르자 그들은 길을 일(一)자로 막고 대위 계급장을 단 장교가 장총을 들어 차를 세웠다. 20명 내외로 보이는 그들이 다 차에 오르자 장교는 여차장 옆에서 “다 탔나? 너희들은 오른쪽에 자리 잡고 일반 손님은 왼쪽으로 보내” 하고 명령조로 말하여 모두들 자리를 바꾸게 했고 곧이어 누군가가 “운전사, 빨리 몰지 않으면 죽인다” 하고 위협을 했다. 실미도 부대원들이 송도에서 버스를 탈취한 후 바꿔타지 않고 곧바로 서울로 향하는 영화와는 달리, 동승기는 버스가 인천시내 석바위를 넘다가 타이어 펑크 때문에 멈춰서자 군인들이 모두 내려 뒤에 오던 버스를 탈취해 서울로 향했다고 썼다. 이때 우 화백은 군인들과 섞여서 버스에서 내려 오른쪽 언덕 위 인가에 숨어 들었다고 한다. ◆최초 사격자 최초 사격자는 영화에서처럼 실미도 부대원(설경구)이 아니라 진압군이었다고 한다. 동승기는 “부대원들이 탄 버스가 출발하는 순간 차창은 2㎝간격으로 구멍이 뚫리고 동시에 외부에서 연발의 총성이 들려왔다”고 기록했다. 그 순간, 자신이 타고 있던 버스에선 “엎드려!” “이 새끼들, 총질을 해?”라는 소리가 들리며 동시 교전이 벌어졌다고 한다. ◆최초 격전지 부대원들과 진압군간의 첫 총격전이 벌어진 곳도 영화처럼 바리케이드가 쳐진 평지가 아니라 아무런 저지선이 없는 내리막길이었다. 동승기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이들이 차에 오를 땐 외부의 그 어느 곳에도 군인들이 있는 것을 못 보았는데…(중략). 버스 오른쪽은 차가 서 있는 도로변에서 완만한 경사의 밭과 야산이 수인선 철로까지 연장되고 철로를 넘어서서는 경사가 빠른 산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외부에서는 내려다보며 사격을 할 수 있고 표적이 움직이지 않는 버스와 차내에 있는 인원은 독 안에 든 쥐나 다름없이 절대 불리한 입장에 놓여 있었다.” ◆목적지 영화에는 부대원들이 처음부터 청와대로 향한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동승기에 의하면 정해진 목적지가 없었던 것 같다. 동승기는 “사격이 멎자 제멋대로들 지껄이기 시작했다. 장교인 듯한 사람이 승객들은 머리를 들지 말고 (좌석 바닥 쪽으로 머리를 숙인) 그 자세 그대로 있으라고 소리쳤다. 내 옆쪽에 있던 병사가 ‘프린스 호텔로 몰아라’고 외치자, 가운데 쪽에선 ‘사령부로 가자’고 맞섰다. 차가 학익동을 지날 때는 ‘한국은행으로 가자’ ‘서울로 차를 돌리라’고 외치자 이곳저곳서 ‘서울로 가자’하고 운전사를 위협했다”고 한다. 동승기는 또 그때 장교인 듯한 사람이 앞으로 나와 “ 다들 결의가 돼 있나?” 하니 모두 “네” 하고 대답했고 장교는 “우리는 서울로 간다. 앞으로 행동을 같이 해야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미도 부대원들의 태도 영화에선 부대원들 모두가 비장한 결의를 보였던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인간적인 고뇌도 다소 드러났었다고 한다. 우 화백 앞에 있던 한 부대원은 풀죽은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나도 집에는 부모가 있는데”라고 중얼거렸다. 또 창 밖을 내다보던 군인 하나가 옷을 잘 차려입은 남녀를 보고 “야, 저 새끼 옷 잘 입고 간다. 쏠까?” 라고 하자 누군가가 “야, 민간인은 다치지 말아”라고 말했다는 구절도 나온다. ◆대원들이 밝힌 자신의 정체 영화 속에서 설경구는 승객에게 “주석궁을 폭파하고 김일성의 목을 따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기록에는 한 대원이 “우리는 공비가 아니다. 우리는 김일성이를 적으로 싸우는 특수부대인데 4년 동안을 시골에서 죽을 고생만 했다. 그런데 나라가 우리를 배반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대원들은 승객들의 의심을 풀려는 의도인지 “여기저기서, 또 그 후에도 다른 병사들이 몇 번씩 이 말을 되풀이해서 말했다”고 동승기는 썼다. 인천=오윤희기자 oyounhee@chosun.com
- 다우 세자릿수 낙폭..나스닥 1%이상↓
- [뉴욕=이데일리 안근모특파원] 2일 뉴욕증시 주요 지수들이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다우지수는 세자릿수의 낙폭을 기록했고, 나스닥은 1%이상 떨어졌다. 추가적인 금리인상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경제지표가 잇따라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기업실적은 호재와 악재가 섞여 나왔지만, 마음이 상한 투자자들은 악재쪽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였다.1월 소매점 판매 실적이 비교적 양호했고, 유가도 64달러대로 급락했으나, 투자자들의 우려감을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테러 경계경보가 상향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돌아 매물을 부추겼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경보를 높일 계획이 없다"며 소문을 일축했으나, 투자심리는 이미 훼손된 상태였다.오전장중 일찌감치 낙폭을 정한 지수들은 반등시도 한 번 하지 못한 채 바닥에서 옆걸음만 쳤다.이날 다우지수는 0.93%, 101.97포인트 하락한 1만851.98, 나스닥지수는 1.25%, 28.99포인트 떨어진 2281.57, S&P500지수는 0.91%, 11.62포인트 내린 1270.84를 기록했다.손바뀜이 계속해서 활발하게 이뤄졌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량은 25억6512만주, 나스닥에서는 22억6291만주였다.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승대 하락종목 비율은 28대67, 나스닥에서는 31대63이었다.서부텍사스산 원유(WTI) 3월 인도분은 2.8%, 1.88달러 하락한 배럴당 64.68달러에 마감했다. 미국이 "이란에 대해 당장은 경제제재를 가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따른 원유공급 차질 우려가 크게 줄었다. ◆긴축 우려 커져..금리 민감주 약세지난해 4분기 생산성이 0.6% 하락, 지난 2001년 1분기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을 쳤다. 최근 4주간 실업자가 된 사람 수는 일주일간 평균 28만4250명으로 2000년 6월이후 5년반만에 가장 적었다. 금리정책에 민감한 업종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주택건설업(HGX)이 2.1%, 유틸리티(DJU)가 1.5%, 은행업(BIX)이 1%, 증권업(XBD)는 0.8% 하락했다. 씨티그룹(C)이 1.4%, 뱅크오브 아메리카(BAC)는 1.2% 떨어졌고, AIG는 1.2% 하락했다. ◆실적, 악재에 무게화재경보기 및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타이코 인터내셔널(TYC)은 1회계분기 순이익이 22% 감소했다고 밝혀 5% 떨어졌다. 주당 순이익은 예상보다 조금 많았지만, 이번분기중 실적이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고 경고해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미국 최대의 케이블TV회사인 컴캐스트(CMCSK)는 3.3% 하락했다. 컴캐스트의 분기 순이익은 69% 급감했다. 주당 순이익은 시장 예상(15센트)의 절반도 안되는 6센트에 불과했다. 반면, 스타벅스(SBUX)는 9.7% 급등했다. 스타벅스의 지난 1회계분기 순이익은 20% 증가, 주당 22센트의 순이익을 냈다. 시장 예상치를 2센트 상회했다. 스타벅스는 올해 이익 전망치도 주당 68∼70센트로 5센트 상향조정했다. 메이택(MYG) 인수될 예정인 생활가전 업체 월풀(WHR)도 실적호재로 7.3% 뛰어 올랐다. 월풀의 4분기 순이익은 30% 증가했다. 주당 1.83달러의 흑자를 내 시장 예상치 1.70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자동차 실적호재 하루만에 소멸예상을 깨고 1월 자동차 판매가 증가했다고 발표, 전날 동반 상승세를 탔던 자동차 빅3가 하루만에 일제히 급락했다.GM이 3.7%, 포드(F)는 3.4%, 다임러크라이슬러(DCX)는 1.8% 떨어졌다. 이날 UBS는 GM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축소`로 하향했다. UBS는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가운데, 판매가 강하기는 하지만 대단하지는 않다"면서 "이런 판매추세에 따라 재고는 지난해 초에 나타났던 과도한 수준에 근접하며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드 최대의 납품업체인 비스테온(VC)이 7.6% 급락하는 등 부품주들도 곤욕을 치렀다.◆소매업체 1월 매출 호조소매업체들의 지난달 판매실적이 예상보다 좋았다. 연말에 대거 풀린 상품권이 새해 들어 소비되기 시작한 것이 실적에 잡혔다. 소매업종 지수(RLX)는 0.3% 상승했다. 세계 최대의 소매체인인 월마트(WMT)는 예고한 대로 지난달 동일점 매출이 4.7%증가했다고 발표해 0.3% 올랐다. 라이벌인 타겟(TGT)도 예상보다 높은 5.2%의 판매신장률을 발표해 1% 상승했다.미국 최대의 의류체인점인 갭(GPS)도 동일점 판매가 1% 증가했다. 모처럼 판매 증가세를 발표한 갭은 2005회계연도 주당 순이익이 1.22∼1.25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 1.16달러를 기대하던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갭 주가는 3.2% 올랐다. 한편, 기술주들은 대체로 부진한 모습이었다. 반도체(SOXX)가 1.5%, 컴퓨터 하드웨어(GHA)는 1.6%, 소프트웨어(GSO)는 1.7% 인터넷(GIN)은 1.8% 떨어졌다. 유가 급락세가 이어진 영향으로 석유업(XOI)이 1.8% 떨어진 반면, 항공서비스(XAL)는 2% 상승했다.
- (미리보는 경제신문)"당장은 증세 주장 안해"
- [이데일리 정재웅기자] 다음은 26일자 경제신문 주요기사다.(순서는 가나다순) ◇매일경제 ▲1면 -"당장은 증세주장 않는다. 美, 北압박땐 이견 생길것" -원화값 급등 970원선도 깨져 ▲종합 -소주가 더 순해져요 -검찰 "체세포 줄기세포 없다" ▲경제·종합 -盧대통령 신년회견 "세금 안올리고 해결하는 방안강구" -재건축 규제강화·분양가 인하..고강도 처방 내달에 발표할 듯 -"야당반대로 연금개혁 안돼" 직격탄 ▲정치·종합 -美 對北봉쇄 운직임에 강한 반박 -美 강경분위기에 6자회담 `찬물` -野 "추가 부동산대책 8.31 실패 인정한 것" ▲경제·종합 -소비·투자회복세 뚜렷 건설경기는 급속 냉각 -깜빡 놓친 연말정산 5월에 다시 ▲금융·재테크 -"변액보험 환매 서둘지 마세요" -두산重 800개 협력업체 신용만으로 돈 빌린다. ▲국제 -등돌린 부시-푸틴 -`호리에 수법` 교묘하네 -하마스, 의석 30% 차지할 듯 ▲기업과 증권 -현대차 중국에 6년간 3조투자 -하이닉스 4분기 `깜짝실적` -삼성전자 장기 신용등급 `A`로 -KT&G "실적 둔화에도 배당 늘려" -현대 모비스 영업익 2천억 넘었지만.. -미수거래의 끝은 `깡통계좌` -중소형株 비중 높은 펀드 손실커 ▲기업·경영 -쌍용차-상하이차 플랫폼 공동개발 -현대아산 금강산에 2조 투자 ▲중기·벤처·과학기술 -자영업자 골치아픈 세무처리 값싼 온라인서비스로 해결 -수도권 미니공단 3곳 조성 ▲코스닥·증권 -인터넷株 일제히 반등 "실적발표후 주가 차별화 될 것" -휘닉스피디이 깜짝실적에 상승 탄력 ▲증권·시황 -외국인 공격매수로 이틀째 반등 -최대주주 폭락장서 주식샀다 ▲부동산 -충남연기 행정도시 수혜 27% 상승 -"가족 일부만 살아도 1주택 비과세" -盧대통령이 말하는 `시장 교란집단`은? ◇서울경제 ▲1면 -"세금 안올리고 양극화 해소 재원 마련" -한달 세수 차질만 1000억 -작년 4분기 GDP 5.2% 성장 ▲종합 -대기업, 협력사 신용 실시간 체크 -하이닉스, 올 3兆 6000억 투자 -"투기하면 손해보는 부동산제도 만들것" -"국민동의 없으면 증세 못해" -내달발표 `8.31후속대책` 촉각 -작년 전국 땅값 4.98%상승 3년來 `최고` ▲해설 -경기회복, 이젠 내수가 이끈다 -"外資 경영권 위협 현실성 없는 주장" ▲금융 -"원하는 통화로 대출받으세요" -생보사, 보험금 증액 계획 -"손보, 무사고 운전자 홀대말라" ▲국제 -포천지 `美 차세대 스타경영자` 12인 선정 칼혼 GE부회장 1위에 -中 세계 4위 경제대국 부상 -디즈니, 픽사 스튜디오 74억弗에 인수 ▲산업 -하이닉스 올 3兆6000억 투자 삼성전자와 `양강체제` 굳히기 -E1 "물류사업 진출" -쌍용차 "글로벌 RV社 도약" -TU미디어는 재주만 넘는 곰? -포스데이타-인텔 와이브로 제휴 -올 1600개 매장 오픈 사상최대 `유통대전` ▲증권 -기관·외국인 "누가 더 쎌까?" -KT&G "인삼公 상장계획 없다" -하이닉스 "더 좋을 수는 없다" -항공주, 고도 높인다 -엔터테인먼트株 "겉보다 속을 봐라" ▲사회 -"줄기세포 원래 없었다" -부산항 컨 물량유치 빨간불 -KTX `샴페인`...지방공항은 `울상` -울산 대형사업 잇단 백지화 -인천경제자유구역 기반시설 조성 본격화 ▲부동산 -지방공장·버스터미널·학교 부지 등 아파트로 속속 탈바꿈 -연기·공주 `행정도시 수혜`초강세 ◇한국경제 ▲1면 -盧대통령 신년회견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강화될듯 -외국인 7200억 순매수 주가 급등 -정부, 生保상장 본격 추진 ▲종합 -정통부 "융합서비스 불가능" 반발 -"外資 호감도 개선됐지만 경영권 위협 인식은 여전" -盧대통령 신년회견 稅감면 축소·고강도 세출 구조조정 나설듯 -"기업 직접규제 철폐...정부는 감시만" -환율 1弗=1014원→960원 삼성硏, 올 전망치 대폭 낮춰 ▲정치 -`전략적 우연성`합의 댓가인가 -`北위폐 대응` 韓美 엇박자 ▲국제 -BRICS서 차라리 `B`를 빼라 -日 `황금株` 3월부터 도입 ▲산업 -하이닉스 질주 언제까지 -쌍용차, 매출 2배이상 키운다 -와이브로 캐나다로 해외 첫 진출 -"제약사 손안대니 내게는 블루오션" -두산소주, 마지막 승부수? ▲부동산 -강남권 1억~5억 이상 등급 수두룩 -금통위원들 `8.31 대책 실효성` 갸우뚱 -수도권 남부에 고급 빌라 `벨트` ▲금융 -국민銀, 대기업 협력社도 신용대출 -우리금융, 신한과 광고전 `속앓이` ▲증권 -외국인 `GO` -현대 모비스, 매출 7조 돌파 -KT&G 자사주 올 300만주 소각 -우리홈쇼핑 상장 낸년 상반기로 연기 -LG텔, 어닝 서프라이즈 -"예보 보유 지분 매각은 우리금융 저가매수 기회" ◇한국일보 ▲1면 -"당장 증세 주장 안해" -한미 `北금융제재` 갈등 증폭 -환율 970선 붕괴 ▲종합 -내달부터 月소득 318만원 이하 가구 5세아동 유치원비 지원 -여론 역풍에 증세 수면아래로 -"탈당 언급은 옛날 일 말한 것" -"집값 폭등 꼭 잡겠다" 의지 -"여러집단이 부동산 무력화 노력" -작년 4분기 5.2%성장 -건강검진 받지 않으면 10년내 병원비 두 배 든다 ▲사회 -디지털 갭 `극과 극` -檢 "맞춤형 줄기세포 없었다" -4대江 수질개선 26조 쏟아붓고 `반타작` -尹씨, 靑비서관에 청탁 -檢, 하지원 `주가조작 혐의` 소환 ▲경제 - `악플` 달고 이젠 못 숨는다 -"외자도입, 得도 失도 없었다" ▲머니 -이제 바닥탈출? "글쎄 아직은..." -외국인 `바이 코리아` 시동?
- (미리보는 경제신문)광화문 광장 조성
-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다음은 25일자 경제신문 주요기사다.(순서는 가나다순) ◇매일경제 ▲1면 -광화문광장 조성..청와대 뒷산 개방 -증시 `외국인의 힘` -일본 `호리에 쇼크` -그린벨트 566곳 연내 해제 ▲경제/종합 -추락하던 코스피·코스닥 반등 성공 -정부 "부동산 빼고 시장에 맡긴다" -한국 올해 5.5% 성장 가능..美 경제예측전문가 시나이 박사 -불가피하게 금융지주회사 됐을 때 1년내 해소안하면 주식 강제매각 -자영업자 절반 `월소득 42만원 이하` -무역수지 불안한 출발..이달들어 수출 20% 증가, 수입은 33% 늘어 ▲정치/안보외교 -설 직후 차관급 15명 교체 -美 금융범죄 담다 부차관보 "한국 대북제재 동참하라" -박주선씨 전남지사 출마 선언 ▲금융/재테크 -대리점 신용대출상품 나왔다..우리銀 삼성전자와 협약체결 -개인신용정보 관리 깐깐..KCB 내달 서비스 ▲국제 -中 가전4사 LCD 공동 생산 -이란핵 위기로 유가 오르면 금값 800달러 가능성 -호리에 쇼크..자민당 불똥튈까 전전긍긍 ▲기업/증권 -LG전자 "휴대폰 고맙다"..4분기 실적발표 -SK 매출 40조시대 열어 -SK텔레콤 무선 인터넷 덕봤다 -중견기업 삼성전자 임원 잡자 -진대제 장관 인터넷 TV 조기서비스 촉구 -영창악기 표류 이젠 끝날까..세정악기 등 6곳 의향서 제출 -행남, 4대째 도자기 맥 잇는다 ▲부동산 -300억 이상 공공공사 최저가 낙찰..3월부터 시행 -부녀회가 정한 가격 이상 파세요..아파트 담합 다시 기승 -판교 중형 임대아파트 8월 첫 공급 ◇서울경제 ▲1면 -증시 반등 성공 안정 되찾아 -서울시 모습 크게 바뀐다..광화문 광장 조성 -환율하락 또 970원대 -정부, 소액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않기로 확정 ▲경제/종합 -그라바티, 나스닥 퇴출위기 -칼람 印 대통령 내달 방한..준 FTA 협상개시 합의할 듯 -금융지주사법 개정안 입법예고..삼성 지배구조 다시 논란 -돌아온 외국인..조정틈타 4일간 9751억 주식 순매수 -기업들 작년 달러 대거 매도..환리스크 대비 -미 경상적자 감당하기 힘든 수준..가이스너 뉴욕연준 총재 -두바이유 또 최고치..소폭 올라 60.78弗 -ABM암로 등 글로벌 금융기관 `악의축` 국가들과 거래중지 -무역수지 연초부터 불안 ▲금융 -SOC금융 주선경쟁 연초부터 후끈 -한국개인신용, 내달부터 서비스 시작 -실손보장 건강보험 나온다..대한생명 상품개발완료 ▲정치 -한나라-靑 `윤상림게이트` 공방 -與, 5월 지방선거 승리에 사활걸 듯 -한·미 `北 위폐제조`싸고 시각차 ▲국제 -포드 구조조정 회생계기 될까 -2006 다보스포럼 개막..주제는 `창조적 대응` -中 알리바바 영토학장 가속화 ▲산업 -GM대우, 5000cc급 세단 만든다 -LCD-PDP업계 증설경쟁 -LG전자, 폴란드에 공장 설립..1200억 투자 -KT, IT서비스 사업 강화 -네이버도 인터넷 전화 서비스 ▲증권 -은행주, 반등 주도주 나서나 -기관, 코스닥 주가 상승 발목 -펀드매니저 리스크관리 비상 ▲부동산 -올 임대 아파트 전국 4만여가구 공급 -대동건설, 올 수도권 등 9143가구 공급 ◇한국경제 ▲1면 -준농림지 절반이상 개발제한 풀린다 -코스닥 널뛰기끝 16P 반등 -子회사 주가올라 금융지주회사 됐어도 1년내 주식처분 안하면 강제시정 -中 외국인투자 6년만에 첫 감소 ▲종합 -한국 IT `허울좋은 보급률 세계 최고`..컴퓨터로 게임·서핑만 -크레디스위스銀, 北과 거래중단 -달러가치 3년간 약세..경기예측전문가 앨런 시나이박사 강연 -코스닥 `뒷문입장` 더 많았다..작년 우회상장 72곳 -두바이유 60.78달러로 사상 최고 ▲정치 -與 원내대표에 김한길 선출 -李 총리 "전공노와 단체협약 지자체 강력 조치" -靑-한나라 윤상림사건 정면충돌 ▲국제 -중국 `外資 브랙홀` 위력 줄었다..외국인 직접투자 6년만에 뒷걸음 -美 저축률 72년만에 마이너스..과잉 소비풍조 확산 ▲산업 -대기업 임원되는데 LG 20년, 동국제강 26년 걸려 -LG전자 폴란드에 1200억 투자..유럽 프리미엄 가전 공략 -박성봉 엠파스 사장 "올해 포탈 2위 도전하겠다" ▲부동산 -설 연휴 뒤 분양 `福따리` 풍성 -그린벨트 전국 566곳 연내 해제 -임대아파트 청약 "올해가 기회" ▲증권 -단기바닥 확인했다 -증시 바겐세일 종목 속출 -펀드환매 걱정은 기우
- (클릭! 서평)멋대로 살아라
-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처음 이 책이 내 손에 쥐어졌을 때 "눈길은 끌지만 썩 맘에 들지 않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모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난 쓸 생각이 없다`로 시작되는 머릿말을 접했을 때 조금 불편해졌다. "어떤 책일까?"하는 생각으로 책장을 쭈르륵 넘겼을 때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주인공의 사진에 "이거 화보집 아니야?"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길수록 잡다한 생각이나 의심, 불편한 마음은 따뜻한 봄날 눈녹듯 사라졌다. 그녀의 밝고 경쾌한 발걸음을 따라 장단 맞추며 온 가슴으로 울고 웃게 됐다. 시인 류시화는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에서 이렇게 적었다.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사람의 머리와 가슴까지 30cm밖에 안되는 거리`라고. 그녀는 딱 힘을 빼고 한 발자국 뛰었다. 머리에서 가슴까지 포~올~짝~. 우리도 따라해 볼까. 먼저 근육 풀기! 그녀는 심각한 사람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심각한 인간이 받는 벌이란 결국 그 `심각함`이라고. `심각함`과 `신중함`은 다르다고. 심각함은 굳은 얼굴과 무거운 마음의 딱딱한 등껍질속에 웅크리고 들어가 삶의 수많은 아름다운 순간들을, 농담들을, 놀이들을 놓쳐버리는 것이라고. 준비 운동을 마친 우리에게 그녀는 아름다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제안한다. 인도에서 길거리에 버려진 가난한 개들에게 마음이 꽂힌 `안나`, 그녀는 전 재산을 팔아 매일매일 산만한 빵 광주리에 빵을 가득 사서 앙상하게 뼈만 남은 개들을 먹인다. 만나는 관광객마다 덥썩 끌어안는 포옹주의자 `사히드`. 허깅을 우습게 보지 마라. 치밀하게 계산할 줄 아는 명석한 두뇌(IQ)와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부드러운 가슴(EQ), 끌어당기고 리드할 수 있는 카리스마(CQ)의 오묘한 배합이 바로 허깅(HQ, Huggish Quotient)이다. "답례하실 필요 없어요. 멀리서부터 우리 마을에 와 주신 분들께 그냥 춤을 추어드린 것 뿐이예요" 가난하지만 자존심을 잃지 않는 히말라야 여인까지.본격적인 수업 시간! 따뜻한 건 환영이지만 뜨거운 건 조심할 필요가 있다. `열연`은 거부한다. 이렇게 말하기 정말 미안하지만 어떠한 관계도 영원하지 않기에. 조금 `cool`한 냉각장치가 필요하다. 차가운 버터가 단단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것처럼. 외롭다면 위로받자. 괜찮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누구나 위로를 원한다. "All by myself"를 외치는 브리짓 존스도, 신혼의 신부도, 구걸하는 아이도, 악수하는 정치인도. 경고한다. 위로받지 못한 상처는 포악한 마음으로 흉터진다. 도저히 웃을 수 없는 순간에도 웃자. 그러면 `웃을 수 없는 순간`이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웃음은 어두운 방안에 불을 켜는 것과 같다. 아무리 깊고 오랜 어둠일지라도 씨앗만한 불빛만 있다면 단숨에 아침 안개처럼 사라져 버린다.힘겨운 요가 동작들을 끝내고 온몸의 근육이 구석구석 즐거운 땀냄새에 젖어 환희에 찼을 때 그녀는 `의미심장한 명상`을 제안한다. "그대들의 손가락을 보라. 무엇이 보이는가? 힘차고 당당한 엄지는 에고(ego)다. 언제 어디서나 불쑥불쑥 고개를 쳐든다. 나, 내것. 검지는 지배욕이다. 모두을 내 휘하에 두고 싶고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은 욕망. 중지는 동물적인 욕구. 가슴 밑바닥에서 숨겨진 채 끓고 있는 육욕과 탐욕이 그대들 손 한 가운데에서 가장 길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보라! 약지는 지식욕이다. 그것은 자리만 바꾼 지배욕과 같다. 지식으로써 남 위에 서고자 하는 욕구. 보라. 검지와 약지는 똑같은 길이로 동물적 욕구를 떠받치고 있다. 소지는 사랑받고자 하는 나약한 의지다. 보호받고자 하고 애정의 그늘에서 자란 이끼 같은 심성이다. 그대들에게 말한다. 이제부터 명상을 할 때에 엄지와 함께 그 모든 손가락을 돌아가며 맞대어 에고와 함께 그 욕망들이 모깃불처럼 하나씩 사그라드는 것을 지켜보도록 하라. 지배의 욕망, 육신의 쾌락, 지식의 욕구, 애정의 갈구가 가뭇없이 사라진 자리에 무엇이 남는가? `쉬움(Easiness)`, 그것만이 남는다. 그 쉬움의 상태가 그대 본연의 모습이다. 그것을 늘 거울처럼 가슴에 지니도록 하라"<작가> 곽희영.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나라기획, 금강기획에서 카피라이터로 활동했다. 1999년, 회사를 그만두고 인도 정부의 문화교류장학생 프로그램으로 유학을 떠난다. 정통요가, 춤, 태극권, 명상 등을 배우고 귀국해 클럽메드 GO(Gentle Organizer)가 됐다. 잡지 `코스모폴리탄` 등 외국 언론에 `동양의 신비로운 요가 강사`로 소개되기도 했으며 `아시아 지역 대표 GO 4인`으로도 뽑혔다. 5개국어를 구사하며 가방 두개와 웃음을 가지고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출판사> MCS<정가> 9500원
- "아니... 엄마는 왕소금처럼 짠돌이잖아?"
- [오마이뉴스 제공]"느그들이 정신이 있냐? 없냐? 지금 돼지들이 배고파 죽겠다는데, 밥풀이 하수도에 떠내려가면 되것냐?"아버지는 설거지를 하던 내게 벼락같이 고함을 치셨다. 초등학생 어린 것이 설거지를 하다 웃물만 버리고 밑에 가라앉은 물은 돼지 구정물통에 부으려고 하다 그만 몇 알의 밥찌꺼기가 하수도를 타고 흘러 떠내려간 걸 아버지가 멀찌감치 보신 거다."너 저녁밥 먹지 말고 니 밥은 돼지 줘라."밥알 몇 알 떠내려 보냈다는 이유로 아버진 어린 내게 저녁밥을 굶으라며 호통을 치셨다. 그때는 그 말씀이 왜 그리도 서운하던지.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아버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 당시 아버지 이마의 주름살 같은 천수답 다랑지 논 두어 마지기를 짓던 우리 집엔 식구가 아홉 명이나 됐으니 정말 꽁보리밥도 배곯지 않고 먹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또 전기는 얼마나 아꼈던지,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얘기가,"전기 불 빨리 꺼라.""전기세를 지리산 중이 대신 내 준다더냐?"집이 지리산 턱밑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지리산 중은 시주 돈이 많이 들어왔는지 꼭 돈 얘기 앞에 아버지는 지리산 중을 들먹였다. 실수로 화장실에라도 갔다가 불을 안 끄고 나오는 경우엔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혼이 났었다. 정말 나는 커서 아버지처럼 안 살겠다고 했는데, 내 자식들에게는 물과 전기를 맘껏 쓰라고 싶었는데… 나도 영락없이 그 아버지의 그 딸이 되어버렸다.아버지는 세숫물도 대야에 곡용 2리터쯤 가지고 세수를 하셨다."아부지… 두레박으로 푸면 되는 물을 고렇게 쬐끔 가지고 세수를 하요?""야~ 야 한 바가지만 더 있으먼 멱도 감것다.""아부지! 아무리 퍼 써도 날마다 펑펑 솟아나는 물을 뭣하게 애낀다요?"그렇게 딸들과 아버지 사이엔 입씨름이 오갔다. 요즘 딸아이와 난 아버지가 내게 했던 것처럼 전쟁 중이다."엄마! 엄마는 그 옛날 못 살던 얘기를 요즘 디지털 세대에게 하면 어떻게 해?""그래. 디지털 세대들은 물이고 전기고 펑펑 써도 된다더냐? 전기세랑 수도세랑 지리산 중이 대신 물어 준다더냐?""아니… 엄마는 왕소금처럼 짠돌이잖아?"우리 집 6학년 딸과 내가 매일 하는 얘기의 대부분이다. 정말 5·16 군사혁명이 일어나기 전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나와 남편은 절약이 몸에 배어서 이젠 아무리 구세대 습성을 버리려 해도 버릴 수 없다.그 옛날 호롱불 밑에서 한글을 깨우치면서 전기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매일 아이들에게 전기 불 아끼라는 말을 입에 달며 살고 있다. 우리들 어려서 화장실엔 5W짜리 고추 전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 희미한 전구 불빛에 의지하며 재래식 화장실에서 일을 봤는데, 요즘 아이들 전기불은 벌건 대낮처럼 밝히며 물은 흥청망청 마구 쓰는 것에 남편은 쌍심지 켜며 아이들에게 말을 한다."거실 불이 켜져 있을 때는 화장실 불 안 켜도 일 볼 수 있지 않냐?"부부가 일심동체가 되어 휴지도 돌돌돌 풀어쓰는 것을 보지 못 한다."이것도 다 돈이다. 아껴야 잘 산다."그렇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전혀 틀리지 않다. 우리 집 아이들에겐 무노동 용돈이 없다. 아빠에게 안마를 하든지 구두를 닦든지 해야 용돈이 주어진다. 딸아이는 일요일 재활용품을 버릴 경우 500원의 용돈이 주어진다. 우리 집 아이들 학용품은 직접 대형 마트나 문구점에서 사다 놓는다.모든 학용품은 견출지에 이름을 써서 붙여 주고, 남들에게 하찮을지 모를 연필 한 자루도 내 아이들이 소홀하게 다루지 말고 내 물건은 꼭 챙겨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 줬다. 노트도 한 권을 다 써야 새 것을 내 주고, 연필도 몽당연필이 되면 조그마한 상자에 넣어두고 작은아이에게 쓰도록 한다. 손이 조막만 해서 아직은 잡는데 별 문제가 없다.그렇게 해야 아이들도 돈의 소중함을 안다. 그 용돈도 자기들 마음대로 쓰는 경우는 없고 다 어디에 썼는지 선 결제는 못 받아도 사후 보고를 한다. 친척들이나 아빠친구들한테 받은 만 원 짜리는 감히 쓸 엄두를 내지 않는다. 아이들은 만져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바로 통장으로 들어가 버린다. 두 아이는 서로 자기들 통장을 비교하며 숫자 불어나는 재미를 느끼도록 했다. 가끔 딸아이는 내게 묻는다."엄마! 나는 언제쯤 만 원 짜리를 마음대로 쓸 수 있어?""중학생 때쯤 되면 가능 할 거다.""엄마! 나는 언제쯤 휴대폰 사줄 거야?""너 휴대폰으로 돈 벌 거니? 그렇지 않으면 필요 없잖아? 남들 가졌다고 필요 없는 걸 사는 것도 낭비야."난 아직까지 두 아이들 머리를 직접 잘라준다. 이젠 커서 집에서 자르기 싫다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10여분만 자르면 돈 오천 원을 버는데, 조금만 참자" 하며 머리를 잘라준다.20여 년 전 누군가 앞으로 물을 사 먹는 시절이 올 거라 했을 때 다들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그 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데 몇 년 걸리지 않았다. 경제교육은 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시켜야 한다.1억 원도 단돈 10원부터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깨우쳐야 하고, 버스를 탈 때 10원이라도 부족하면 못 탄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일러줘야 한다. 요즘 길바닥에 떨어진 10원짜리는 아이들도 줍지 않는다는데, 난 아이들에게 직접 주으라고 한다. 10원도 분명 돈이고, 100만원에서 10원이 부족하면 분명 부족한 건 사실이다. 아이들에게 "너희들 온 종일 땅을 파 봐라. 10원이 나오는지…" 하면서 10원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건물이 튼튼하려면 기초공사가 잘 다져져야 한다. 부실한 기초공사 위에 좋고 멋있는 건물을 지었을 경우 그 건물이 오래 가는지. 어린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제대로 시켜야 훗날 어떠한 시련과 고초에도 잘 견딜 수 있는 튼튼한 사람이 되는 거다. 내가 학교 다닐 때 부잣집 아이들이 흥청망청 쓰다가 부모 돌아가시고 그 씀씀이를 줄이지 못하고 신용불량자가 되는 걸 봤다. 난 결혼 전부터 가계부를 쓰고 15일쯤 중간 계산을 하고 월말이면 주산으로 월말통계를 내며 허튼 곳에 쓴 게 없나 또 한 번 훑어본다. 돈을 꼭 써야 할 때는 써야 하지만, 물과 전기 등은 아무리 귀가 아프도록 아끼라는 말을 많이 해도 해롭지 않다.
- "연구원은 허울뿐..우유배달로 먹고살아요"
- [오마이뉴스 제공] "연구원 대부분이 일반적인 비정규직에도 못 미치는 대우를 받아요. 사실상 일용직 수준이죠. 그래도 현장을 지키는 연구원들은 자부심으로 버팁니다." 이과 계열 석사급 연구원 김모씨는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30대 연구원이다. 몇 년전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서울지역 한 대학의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김씨는 '생명공학 비정규직 연구원 모임'(cafe.daum.net/bioworkers) 회원이다. 이른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표현되는 연구원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12일 만들어진 생명공학 비정규직 연구원 모임에 벌써 70여 명의 회원이 모였다. <오마이뉴스>는 3일 밤 서울 시내에서 김씨를 만나 이공계 연구원이 처한 현실을 들었다. 실험실은 군대... 제왕적 교수와 소모품 연구원 김씨는 "실험실은 군대이고 연구원은 소모품"이라며 "연구원들이 제왕적 교수들의 종노릇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교수 자제 컴퓨터 수리, 통장 정리 등 은행업무, 이삿짐 나르기, 심야 상가집 지키기 등 교수 개인의 뒤치다꺼리는 기본이다. 김씨는 "결코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며 10년 전과 달라진 게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누구도 이런 분위기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 "교수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논문이 통과되지 않아요. 생사여탈권이 교수 손에 있는데 누가 감히 말을 꺼낼 수 있겠어요. 이 바닥을 떠날 생각이라면 모를까." 김씨는 이런 이유로 연구원들이 연구성과를 내더라도 다른 실험실로 옮기는 것조차 쉽지 않다고 말한다. 실험 잘 하는 연구원을 놔주지 않으려 하기 때문. 김씨는 "논문이 통과되도 대개 2~3년은 계속 데리고 있으면서 부리려고 한다"면서 "교수 눈 밖에 나면 쫓아내고 잘 하면 안놔주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의 역할은 교수가 지시하는 내용을 기술적으로 실현하는데 국한된다는 게 김씨의 생각이다. 그는 황 교수팀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 조작을 밝혀내는 데 브릭(생물학연구정보센터)이 중요한 역할을 한 데서 드러나듯 현장에서 직접 데이터를 다루는 연구원들의 능력은 탁월해요. 그러나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사장될 수밖에 없어요." 특히 황 교수팀은 수직적 구조가 가장 두드러졌다고 한다. 황 교수팀에 비서울대 출신 연구원이 많은 것도 그 같은 이유로 해석됐다. 유별난 황 교수팀의 수직적 구조를 학부 때부터 접한 서울대 수의대 출신 중에는 연구원으로서 전망을 다른 곳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적지 않았고 그 자리를 이른바 '비서울대' 출신 연구원들이 채웠다는 것. "한 달에 40만원? 많이 받네"... 10~20만원 받는 대학원생들 비민주적 실험실 구조는 연구원들의 열악한 처우로 이어졌다. "그 고생을 하면서도 한 달에 10~20만원밖에 못 받는 대학원생이 적지 않아요. 등록금 지원도 안 되는 경우가 많고요. 황 교수팀 연구원들이 월 40만원 정도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 제 주변에서는 '우와, 많이 받네'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어요." 이는 연구원의 급여 자체가 낮을 뿐 아니라 서류상 기록된 급여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김씨의 분석. "연구원 월급은 대개 학사급 80만원, 석사급 120만원, 박사급 150만원 정도로 책정돼 있어요. 1년 기한, 1억원짜리 프로젝트를 예로 들면 학·석·박사급 연구원을 각 1명씩 채용할 경우 인건비만 4200만원이죠. 그리고 관행적으로 프로젝트비의 10~15%는 연구팀이 속한 기관에 귀속됩니다. 그러면 프로젝트비의 절반도 안 남고 연구비가 모자라게 되는데 연구원 급여를 줄여 충당하는 방식이죠." 김씨는 사비를 털거나 별도 재원을 마련하는 '스승'들도 간혹 있지만 대개 연구팀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오히려 그 와중에도 연구원들 급여를 '삥땅치는' 일부 교수들도 있다는 것이다. 김씨는 110만원대인 급여가 제대로 들어오는 등 자신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액수이기에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도 새벽 우유배달, 건설공사장 일용노동자 등 부업을 병행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높은 비정규직 비율 "4대보험 적용과 경력 인정만이라도" 정규직 자리가 줄어든 것도 연구원들을 더욱 고달프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브릭에서 2005년 3/4분기 바이오분야 연구개발 인력의 구인 정보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정규직(계약직+일용직)이 68%로 정규직의 두 배가 넘는다. 특히 국가기관(98.4%), 대학(96.6%), 정부출연연구원(94.7%), 의대 및 병원(92.8%)은 비정규직 비율이 90% 이상이다. 또한 전체 구인 기관 중 4대보험 적용 비율은 57.5%이며 비정규직의 경우 37.4%에 불과하다. 특히 의대 및 병원(20.9%)과 대학(27.2%)은 비정규직의 4대보험 적용 비율이 더 낮았다. 생명공학 비정규직 연구원 모임은 연구원에 대한 신분보장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김씨는 "궁극적인 목표는 정규직화"라며 "당장 정규직화가 어렵더라도 최소 생활 보장을 위한 몇 가지 요건은 시급히 실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제시하는 요건은 ▲프로젝트 기간만이라도 비정규직 연구원들에게 4대보험을 적용하고 연금을 도입할 것 ▲정규직 임금의 70% 수준은 맞춰줄 것 ▲'연구원 변경 신청' 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해 교수들이 마음대로 내쫓지 못하게 할 것 ▲기준급여 책정시 연구원 경력을 인정할 것 등이다. 김씨는 특히 "이 계통에서는 무엇보다 실험 경력이 중요한데도 '학·석·박사급 각 얼마'라고만 규정된 현행 급여 체계에서는 연구원 경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젊은 과학자들에게 지원하도록 책정돼 있던 10억원을 전용해 황 교수팀에게 예산을 몰아준 과학기술부 등의 사례를 들고 "젊은 과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방안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들이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교수는 전체방향만 잡아주는 쪽으로 역할도 바꿔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구원 방치한 채 기술유출 운운말라 "이번 황 교수 파문 때 몇몇 언론에서 기술유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걸 보고 한참 웃었어요. 석박사급 연구원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을 방치한 채 기술유출 운운하는 건 말이 안 되죠. 현장에서 단련된 이들이 억압적 구조와 곤궁한 생활을 견디다 못해 외국으로 떠나는 일은 이제 막아야 하지 않겠어요?" 김씨는 현장에서 훈련된 연구인력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또 세포든 무엇이든 자신의 연구대상에 삶을 일치시키는 현장 연구원들의 '자부심'이 더 이상 현실에 짓밟히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연구원들이 떠나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아세요? 교수가 돼야겠다는 집착으로 버티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그보다는 벽에 부닥쳐 진척되지 않던 실험을 끝내 성공시켰을 때, 문제를 해결해 데이터들이 좌르르 펼쳐질 때 느끼는 그 손맛을 잊지 못해서입니다." 김씨는 생명공학 비정규직 연구원 모임 활동과 관련, "앞으로는 더욱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대학원생과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활동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 PD수첩 제작진 `황우석 파문` 취재후기 공개
- [노컷뉴스 제공] MBC 'PD수첩' 제작진이 황우석 파문과 관련, 처음으로 취재를 시작하게 된 배경과 그간의 취재과정을 다룬 취재후기를 공개했다. 김선종 연구원을 미국 피츠버그 대에서 한학수 PD와 함께 인터뷰한 김보슬 PD는 27일 발행된 MBC 노보 제114호에 'PD수첩 이렇게 제작되었다"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문을 실었다.다음은 그 전문.PD수첩 제보란에는 하루 평균 2~30여 건의 제보가 올라온다. 주로 개인적인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단체의 비리를 고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지난 6월 1일. 제보란에 ‘황우석 교수 관련한 제보’라며 쓰여 있는 내용은 기존의 것들과는 너무나 다른 충격적인 것이었다. “2005년 논문은 거짓이다.” 이런 엄청난 제보를 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제보자들을 만나기 전 그들에 대해 들은 이야기는 그들이 매우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라는 것과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의 핵심연구원들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2005년 논문의 허위 여부는 모두 취재진이 밝혀야하고 또 그것이 제보자의 추론과 상상에 불과한 것으로 결론 날 경우, 우리는 엄청난 시간과 인력만 낭비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필자가 처음 제보자들을 만났던 것은 8월 초, 정식 인터뷰를 하던 날이었다. 그들 중 한 명은 그동안 이 모든 사실을 털어놓기까지 엄청난 정신적 괴로움에 시달렸고 자신의 이야기를 믿고 들어준 것만으로도 많은 짐을 덜었다며 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약 3시간 넘게 지속된 인터뷰. 내용은 제보만큼이나 충격적이었다. 특히 2005년 논문의 허위뿐만이 아니라 그간의 모든 업적들을 다시 한 번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2005년 논문이 허위라는 것에 대해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았다. 또 다른 제보자는 국민들에게 황우석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를 생각해보면 과연 이런 얘기들이 얼마나 받아들여질까, 지금 하는 얘기들이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충분히 각오하고 있다며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또 진실은 밝혀야한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지만 결과적으로 스승을 공격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에 괴로움을 느낀다고 했다. 제보자들은 하나같이 취재하는 몇 개월간 우리가 허위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수십 번 오락가락할 때조차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우리가 취재를 계속할 수 있게끔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바로 제보자들이었다. 우리는 시사교양국의 모든 국원뿐 아니라 「PD수첩」의 같은 팀원들에게조차 비밀로 한 채 본격적인 취재를 시작했다. 이미 2달 여 간의 사전 조사작업이 이루어진 상태였고 취재할 대상을 작성한 목록만 150페이지를 넘는 방대한 분량이었다. 그리고 취재라인에 있는 사람들 중 가장 외곽에 있는 사람들부터 취재해 나가며 제보자의 모든 증언들을 하나하나 검증하기 시작했다. 2005년 논문의 허위와 함께 제보했던 난자매매와 관련한 내용들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정말 믿기 힘든 2005년 논문의 허위 가능성도 점점 높아져갔다. 다만 황우석 교수팀은 그들이 언론을 통제할 정도의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섭외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고, 특히 수의대 내부를 취재하기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연구원들조차 황우석 교수의 허락 없이 접촉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초기취재는 주로 미즈메디병원과 공동연구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25명에 달하는 논문의 공저자들을 만나면서 전혀 연구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논문에 버젓이 이름이 올라 있다는 데 놀랐고, 줄기세포의 실체를 보지 못한 사람이 상당수라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점점 실제 핵심인력들에 접근해가면서 줄기세포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되었고, 연구결과가 상당부분 부풀려졌다는 분명한 결론에 도달하였다. 10월 말, 미국으로 김 연구원을 만나러 가면서 우리는 빈손으로 돌아올 것을 각오하고 갈 수 밖에 없었다. 만에 하나 그가 정말 진실을 모른다면, 그리고 알더라도 말할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엄청난 일에 대해 그는 난생 처음 본 낯선 이들에게 과연 진실을 말할 수 있을까? 게다가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김 연구원은 그 날이 계대배양하는 날이라며 곧 연구실로 들어가 봐야 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짧은 시간 안에 결코 얻기 쉽지 않은 증언을 들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이 무리한 취재를 하게끔 만들었던 것 같다. 게다가 두 달 동안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한 내용 중에서는 ‘2005년 논문이 거짓이다.’라는 명제를 확립시킬만한 확실한 증거를 찾지 못했기 때문에 모든 키를 쥐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김 연구원의 증언이 더욱 절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빈손으로 돌아갈 것을 각오하고 왔음에도 막상 현실 속에서는 그런 부담감을 이기지 못했고, 그로 인해 해서는 안 될 말을 했던 것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잘못일 수밖에 없음을 다시 한 번 사죄드리고 싶다. 여담이지만 사실 그 때 6mm 카메라와 몰카, 그리고 녹취용 MP3를 함께 돌리고 있었지만 김 연구원의 결정적 증언은 테잎이 다 돌아간 후 MP3에만 녹음이 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MP3가 에러를 일으키는 바람에 그 결정적 증언이 녹음되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게 된 것은 서울에 도착해서였다. 며칠을 애간장을 태웠던 증언인데 결국 취재윤리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나니 그 때 차라리 녹음이 안됐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1시간 넘는 시간 동안 지속된 김 연구원과의 대화. 그는 2005년 논문이 허위라는 우리의 이야기에 대해 큰 충격을 받은 듯 했고 모르는 사실이라며 부정했다. 그러나 신원보장에 대한 확답을 받아낸 후에야 비로소 중요한 증언을 하기 시작했다. 황 교수의 지시에 의한 데이터 조작. 김 연구원과 함께 있는 박 연구원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자 박 연구원은 바로 황 교수에게 확인해보겠다며 우리의 이야기를 믿으려 하지 않았다. 황 교수팀이 우리가 2005년 논문의 허위에 대한 취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바로 그 때였다. 한국에 돌아온 후 황 교수를 만나게 되었다. 촬영이 아닌 녹취만을 허락한 인터뷰였다. 밤 9시 반, 수의대에는 황 교수뿐만 아니라 이병천, 강성근 교수를 포함한 공동저자들 10여 명 정도가 모여 있었다. 안규리 교수와 황 교수의 대리인이라는 윤태일을 처음 만난 것도 그 자리에서였다. 황 교수는 한학수 선배와 나를 앉혀놓고 체세포 복제에 대한 브리핑을 10여 분 간 하고 난 후 연구실 모니터를 통해 새로 만든 줄기세포라며 몇 개를 보여주었다. 공동 저자들도 신기한 듯이 그 줄기세포들을 구경했다. 사실 그 때까지만 해도 도저히 그런 일을 했을 거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당당한 모습에 주눅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새로 루프스 환자의 줄기세포를 만들었다. 이건 또 뭐지? 그리고 시작된 인터뷰. 약 4시간 동안 계속된 인터뷰 내내 황 교수는 미리 준비해 온 듯 답을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예상치 못한 제작진의 질문에 연구진들과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125년 역사의 사이언스 표지를 장식했던 그 대단한 논문의 제1 저자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을 모르더라는 것이었다. 황 교수는 언제 처음으로 환자유래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establish 되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했고, 테라토마 실험을 어디서, 누가 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은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는 모습이었다. 과연 줄기세포는 만들었으나 기억을 잘 못한다는 것이 진실이었을까? 며칠 후 번호를 특정해주지 않고 줄기세포 4점만을 주겠다는 것에 합의를 보지 못해 1차 인수에 실패하고 안규리, 문신용 교수의 도움을 요청했다. 안규리 교수는 한학수 선배와 김형태 변호사가 함께 한 자리에서 2005년 논문이 허위라고 믿고 있는 우리에 대해 그동안 무척 걱정했다고 했다. 그리고 모든 의혹을 풀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에게 세포를 주고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끔 하는 것이라는 것에 대해서 동의했다. 안규리 교수는 처음에 만났을 때 느꼈던 것처럼 2005년 논문에 대해 실질적으로 깊숙이 개입하지 않았으며 단지 그것이 허위라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확신만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이후 실제로 논문 조작 데이터가 발견되고 공론화됐을 때조차 믿지 않았다고 하니 안 교수로서는 그런 조작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사람이며 따라서 믿기 힘들었을 거라고밖에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2차 샘플 인수 날, 수의대 회의실에는 10여 명의 관계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세포를 인수하기 앞서 계약서를 작성하길 요구했다. 이미 문구는 다 갖춰놓은 상태였고, 사인만 하라는 것이었는데, 그 내용은 우리가 절대 합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았다. 심지어 결과가 제보자가 주장하는 것과 다르게 나올 경우 그를 법적으로 처벌하는 것에 MBC가 협조해줄 것을 요구하는 문항도 있었다. 1시 간 가량의 실랑이 끝에 문구 하나하나를 고치고 결과가 다르게 나올 경우 1주일 안에 재검을 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 이후 세포를 분리하기까지 모든 과정은 순조로웠고 결과만 기다리면 되는 상황이었다. DNA 분석을 의뢰한 후 기다리는 며칠, 정말 그것이 가짜라면 절대 주지 않았을 텐데, 그럼 진짜 만들었던 것일까? 결과만 나온다면 문제는 아주 간단해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말 어이없게도 검사 결과는 오로지 2번 줄기세포 하나에서만 확실히 나왔고, 4번은 불충분한 데이터가 나왔다. 그 날 검사결과를 알리며 만난 자리에서 황 교수는 계약서에 나와 있듯이 재검에 응하겠다며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하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며칠 후 대리인인 윤태일만 나와 재검에 응할 수 없음을 통보했다. 이후 난자의혹을 방송한 후 쏟아진 엄청난 인민재판과 2005년 논문의 진위여부에 대한 황 교수 쪽과 PD수첨 팀의 끝없는 공방, YTN의 보도와 MBC의 취재윤리 위반에 대한 즉각적인 사과, 그리고 PD수첩의 방송유보결정까지 일련의 상황들이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그러나 제작진에게는 이 기간이 취재윤리위반으로 진실이 발목잡혀버린 참담한 상황을 목도하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러던 중 Bric이라는 사이트에서 제기된 논문의 사진 중복과 DNA 자료에 대한 의혹들이 밝혀지면서 ‘논문의 진위여부’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과학계에선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하게 됐으며, 한국의 젊은 생명공학도들이 앞장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어 노성일 원장의 폭탄선언과 함께 방송이 결정되고 그동안 입에 재갈이 물려져 있던 「PD수첩」은 지난 15일 밤 “우리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 것이었습니다.”를 외치고 있었다. 난자의혹이 방송되기 전 여론의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을 때 최승호 선배는 사원들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믿어달라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그리고 방송이 나간 후에는 다 말하지 못했음에도 믿어준 구성원들에게 감사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비록 취재윤리를 어겨 MBC에 커다란 상처를 남긴 죄는 지워지지 않겠지만, 특종에 환장한 꼴통들이 아닌 진실에 환장한 꼴통들을 믿어주신 조합원 여러분께 필자를 비롯한 PD수첩 제작진 모두가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아직 모든 것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MBC는 언제나 늘 옳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그리고 서로가 더욱 신뢰하는 하나의 MBC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