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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칩으로 리프트·곤돌라까지 원스톱 ''강원랜드 하이원''
- [조선일보 제공] 첫 인상은 커다란 덩치의 씩씩한 무사(武士) 같았다. 총면적 496만여㎡에 18면의 슬로프 면적(94만7000여㎡)은 용평과 무주에 이어 국내 3번째 규모. 정상에서 굽어보는 총길이 21㎞(표고차 660m)의 슬로프 역시 그 위세가 당당했다. 그러나 사이즈가 전부는 아니었다. 가족 단위 스키어들은 물론 초보자와 마니아 모두가 할께 즐길 수 있는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숨어 있었다. 거기에 최첨단 시설의 편리함까지. 12월 8일 개장을 앞둔 강원랜드 하이원 스키장에 다녀왔다. 흩날리는 눈발 속으로 8인승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니 가장 먼저 눈이 시원해졌다. 해발 1376m의 백운산 정상에 자리한 하이원 스키장의 마운틴 탑. 45분마다 한 바퀴를 도는 회전식 전망 레스토랑에 서니 발 밑은 구름과 안개, 산으로 가득 찼다. 태백산(1567m), 함백산(1673m) 등 백두대간이 나를 거쳐 뻗어나가는 것 같았다. 최정상에서 쭉 뻗은 하얀 슬로프를 내려보는 쾌감. 이런 정복감은 수년간 눈밭에서 내공을 쌓은 ‘고수’만의 것이 아니다. 하이원 스키장에서는 ‘제우스’와 ‘아테나’ 등 두 개의 초보자 슬로프가 맨 꼭대기에서 시작된다. 고수든 초보든 일단 정상에 올라가면 자기 실력에 맞는 슬로프가 펼쳐지는 것. 가족, 친구들끼리 스키장에 와서도 서로 다른 ‘수준’ 때문에 따로 노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특히 ‘제우스’는 총길이 4.2㎞, 최대폭이 80m에 달하는 매머드급 슬로프로 평균경사 7~8도의 완만한 코스여서 초보자들이 즐기기엔 딱 이었다. 초보자를 위한 스키 강습도 곤돌라를 타고 오른 정상에서 이뤄진다. 엉금엉금 걷고, 수없이 엉덩방아를 찧어도 기분만큼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부럽지 않을 듯. 스키 스쿨이 열리는 아테나 슬로프에는 302m 길이의 ‘T바’ 리프트가 설치된 것도 특이했다. ‘스키 좀 탄다’는 마니아들에겐 아폴로 4·5·6 슬로프가 제격. FIS(국제스키연맹)가 알파인 월드컵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공인한 최상급 코스로 짜릿한 활강을 책임진다. 전문가가 보는 슬로프는 어떨까. 히말라야 등 극한 지역에서 스노보드 활강 기록을 갖고 있는 대한스노보드협회 김은광 이사는 “슬로프가 상당히 곧고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초보자들은 안전하게, 중상급 이상의 마니아들은 시야가 트여 원하는 라이딩(riding)을 마음껏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는 또 “슬로프가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설계돼 추위는 덜 하고 눈이 날아갈 염려가 적어 설질(雪質) 유지가 잘 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이원 스키장에는 국내 최다인 3기의 곤돌라가 마운틴 콘도와 밸리 콘도, 하이원 호텔에서 출발해 정상인 마운틴 탑까지 운행된다. 5기의 초고속 리프트가 설치됐고, 이용객이 많은 초·중급자용 슬로프는 모두 6인승 리프트로 올라갈 수 있다. 스키하우스는 마운틴 콘도와 밸리 콘도 두 군데에 있다. 새로 개장하는 스키장인만큼 스키 2500세트, 보드 800세트가 번쩍번쩍 광을 내며 손님 맞을 채비를 하고 있었다. 평일 오전 9시30분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올림픽대로―중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IC)를 빠져나가 38번 국도를 이용했다. 영월을 거쳐 오후 1시쯤에 스키장에 도착했다. 휴게소에 한 번 들른 시간을 감안하면 그렇게 운전이 힘든 거리는 아니었다. 다만 영월부터 사북·고한까지 왕복 2차선의 구불구불한 길은 공사중인 곳이 많아 주의가 필요했다. ● 12월 8일 개장·www.high1. co.kr ● 위치: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 (033)590-7800 ● 시설: 슬로프 18면, 리프트 5기, 곤돌라 3기, 컨베이어벨트 11기, T바 1기 ● 리프트·곤돌라 요금(성인기준): 주간 5만7000원, 반일 4만6000원, 종일 7만2000원 ● 렌털 요금: 스키(2만3000~4만원), 보드(2만6000~4만3000원) ● 숙박: 리조트 내 마운틴·밸리 콘도(1588-7789), 하이원 호텔, 강원랜드 호텔 >> 강원랜드 이색 시설 증명 사진을 붙여 팔뚝에 둘러 맨 시즌권, 스키복 지퍼 고리에 스티커로 붙인 리프트 이용권…. 강원랜드 하이원 스키장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하이원 스키장은 곤돌라와 리프트 이용권을 모두 전자칩이 내장된 카드 형식<사진>으로 만들었다. 어느 주머니에든 카드를 넣고만 있으면 기계가 자동 인식해 리프트와 곤돌라를 탈 수 있다. 직원이 일일이 티켓을 확인하는 절차가 없어져 리프트 대기 시간을 더욱 단축할 수 있다는 것이 스키장측의 설명이다. 숙박 시설은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다. 가족 단위로 고품격 여행을 추구한다면 ‘마운틴 콘도’에, 연인이나 친구끼리 스키 여행을 계획한다면 ‘밸리 콘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280개 객실을 갖춘 마운틴 콘도<사진>는 전 객실에 빌트인(built-in) 냉장고와 대리석 바닥재를 사용하는 등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가장 호사스러운 방은 2개 밖에 없는 마운틴 프레지덴탈 스위트(1박 80만원)로 고급 빌라와 옥탑방의 매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복층 구조의 61평형 콘도에는 3개의 샹들리에와 50인치 PDP벽걸이 TV, 양문형 빌트인 냉장고 등을 갖췄다. 천장을 뚫고 전동 블라인드를 설치한 2층에서는 방안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는 운치가 있다. 123개 객실을 갖춘 밸리 콘도는 ‘있을 것만 있는’ 간결한 구조. 가장 많은 90개 객실이 9평 규모의 온돌방으로 1박 요금은 12만원이다. 스키장에서 차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 곳에 강원랜드 카지노가 있다. 내국인과 외국인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카지노 풍경도 하이원 스키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재미다.
- 보령제약, 내년 턴어라운드 기대..`매수`-하나
- [이데일리 양이랑기자] 하나증권은 24일 보령제약(003850)에 대해 올해 3분기의 영업효과가 내년부터 발생할 것으로 예상, 실적개선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매수의견과 목표가 4만8000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오만진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년 3분기에는 의원급 영업강화에 따른 유통재고 조절 등으로 적자전환했지만, 내년도부터 실적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말까지 의원급강화에 따른 판촉비용 부담은 피할 수 없지만, 이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 보령제약은 매출액은 작년보다 9.9%증가한 433.0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은 각각 18.7억원, 12.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오 연구원은 "이는 유통재고 조절, 인원충원에 따른 급여비용 증가, 의원급강화에 따른 판촉비용 부담 등에 기인한다"며 "3분기를 바닥으로 내년에는 본격적인 실적모멘텀이 예상된다"고 판단했다.또 "주력제품인 씨나롱, 혈전치료제, 세프트리악손(항생제), 메게이스(항암제) 등이 두 자리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며 아울러 "고령화진전에 따라 발빠르게 노인성질환(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핵심품목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오 연구원은 "지난해 발매된 옥살리틴(항암제), 세프리악손은 병원에서 다처방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등 시장에 빠르게 침투되고 있다"며 "항암제 및 순환기계통은 여전히 두 자리수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한편 의원급강화에 따른 영업효과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령제약은 전체 2만5000여개 의원중 연초에 4500여개만 커버했으나, 현재는 7000~9000여개로 대폭 증가하고 있는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 [롱 장갑] 소매는 짧게? 장갑은 길~게!
- [조선일보 제공] ▲ 왜 뜨냐고? 바로 이런 코트랑 코디하기 때문이지~. 볼레로 스타일의 귀여운 털코트와 어울리는 상아색 장갑. 양가죽 재질에 끝부분에 털로 장식돼 방한 기능을 높였다. 상아색, 검정색 두가지가 있다. 코트-피터섬(223만원), 장갑 31만5000원(엘리든 매장).길~어졌다. 2006 가을·겨울 시즌 ‘핫 트렌드’인 오버 사이즈 니트, 허벅지까지 오는 롱부츠에 ‘필(feel)’꽂힌 여성들이라면 이제 손을 주목하시라! 긴~ 장갑이 뜨고 있다. 긴 장갑이라…. 아주 새로운 아이템은 아니다. 팔꿈치까지 오는 우아한 새틴 장갑은 신데렐라를 꿈꿔온 여성들이라면 한번쯤 탐냈던 제품 아닌가. 셀린느를 비롯해, 알베르타 페레티, 입생로랑, 버버리 프로섬, 샤넬, 마크 제이콥스 등 유명 디자이너들이 이번 겨울 시즌 새롭게 내놓은 장갑들 상당수가 손목을 훌쩍 넘기는 길이로 승부하고 있다. ▲ 요즘 가장 떠오른다는 악어 문양 처리된 진한 밤색의 타임 장갑. 손등면은 소가죽이고 손바닥면은 양가죽이다. 팔꿈치를 넘는 긴 길이. 36만5000원.이번 유행은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파티룩을 너무나 환상적으로 소화한 오드리 헵번 룩(Look)의 재현이라고. 휘황찬란한 슬리브리스 드레스에 번쩍번쩍하는 주얼리를 주렁주렁 달고, 마지막으로 장식해주던 ‘그’ 장갑이 이제 평상복에도 적용됐다. 소재도 니트류에서 양가죽, 스웨이드, 털 장식까지 겨울까지 다양하다.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편집매장 ‘엘리든’의 숍 매니저 이 전씨는 “올 겨울 핫 아이템이 소매가 짧은 볼레로나 망토, 짧은 코트 류이기 때문에 패션을 중시하는 여성 고객 사이에서 팔목과 팔꿈치 부분의 보온성을 유지하면서 패션감각을 높일 수 있는 롱 장갑이 큰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아메리칸 이글, 어반 아웃피터스, 마크 제이콥스 등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상품은 각종 구매 대행 사이트를 통해 대거 입고됐다. 해외 의류 구매 대행 사이트인 ‘위즈위드(www.wizwid.com)’에서는 5만~15만원대 사이에 최신 유행 니트 롱 장갑을 살 수 있다. 여성들에게 인기인 미샤와 타임 매장 등에서도 롱 장갑을 만날 수 있다. ▲ 샤넬에서 이번 시즌 방한 아이템으로 선보인 스타일중 하나. 팔목 중간까지 오는 스타일로 속에는 부드러운 털을 덧댔다. 팔목 부분은 샤넬 캐비어 라인에서 본딴 격자형 스티치로 장식돼 있다. 100만원대. (왼쪽) 팔꿈치 밑으로 오는 길이의 양가죽 장갑. 브라운과 짙은 회색 두 종류가 있다. 스티치가 길게 들어가 손을 좀더 슬림하게 보이게 했고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미샤. 12만8000원.
- 청국장이 구리다고? 여기서 먹어봐
- ▲ 가스불 위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청국장.[조선일보 제공] 참 갑갑하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 밥집 보성식당에서는 뭐 하나 일찍 나오는 게 없다. 식사를 주문하고 최소한 10분은 기다려야 하는 것 같다. 주방에서 일하는 걸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감자부침’(1만원)을 시키니 그제서야 포대에서 감자를 꺼내 껍질 벗길 채비를 한다. ‘낙지볶음’(싯가·11월 21일 현재 3만원)은 더 심하다. 낙지가 있는지 미리 전화로 물어보고 주문을 넣어둬야 한다. 양파쯤은 미리 껍질을 까둘 법도 한데, 이마저도 낙지를 씻고 토막 친 다음에야 시작된다. 밑반찬이라도 미리 내주면 급한 허기라도 채우련만. 도대체 식당 돌아가는 게 왜 이리 비효율적이냐고 물었다. “(그러지 않으면) 맛이 없으니까.” 오로지 그 이유란다. 감자는 미리 껍질 벗겨 갈아두면 편하고 빨리 낼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간수를 잘 해도 시꺼멓게 변하는 걸 막기 어렵단다. 낙지는 살아있는 놈을 써야 그 맛이 나오기 때문이고. 그렇게 음식 만들어 손님에게 내놓은 지 이 자리에서만 10년, 방배동 카페골목 시절까지 합치면 18년이 지났다. 고춧가루와 된장을 포함한 모든 양념은 고향인 전남 보성에서 만든 것을 가져다 쓴다. 김치도 물론 고향집에서 담가온다. 18년 전과 똑같다. 그래서인지 맛도 ‘옛 맛’이다. 충무로식 낙지볶음은 매운 게 아니라 혀가 아프다. ‘가학적 요리사’가 ‘자학적 손님들’을 위해 만드는 변태적 음식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보성식당 낙지볶음은 우선 기본 재료인 낙지가 좋다. 씹으면 쫄깃쫄깃, 싱싱한 육즙이 입안에 흥건하다. 양념은 적당히 매우면서 단맛도 있어서 균형이 맞는다. 낙지 맛을 가리지 않고 돋우는 역할에만 충실하다. 아는 양조장에서 받아온다는 ‘순곡주’가 낙지볶음과 썩 어울린다. 한 주전자(한 되)에 8000원, 반 되 5000원 받는다. 한 주전자에서 소주잔보다 조금 큰 전용 잔으로 12잔쯤 나오는데, 둘이서 마시면 꽤 취한다. 감자부침은 접시만한 크기 한 장으로 부치면 편하겠지만, 더 맛 있으라고 손바닥 크기 다섯 장으로 도톰하게 부친다. 배추김치, 동치미김치, 시금치나물 등 그때그때 종류와 가짓수가 바뀌는 밑반찬도 간이 쏙 배었다. 이 집 대표 음식을 꼽으라면 ‘청국장’(5000원)이다. ‘생선찌개’(4000원), ‘순부두’(4000원), ‘비빔밥’(5000원)도 맛있지만 손님들은 대부분 청국장을 주문한다. 두툼한 뚝배기에 집에서 띄운 청국장과 잘게 썬 돼지고기, 호박, 양파, 버섯, 고추 등을 넣고 팔팔 끓여 낸다. 약간 되직한 청국장은 구리지 않고 구수하다. 딱 특유의 향과 맛을 살릴 만큼만 띄웠다. 여기에 밥 넣고 쓱쓱 비벼서 김치를 척 얹어먹는 맛. 한국사람으로 태어나 행복하다. 오전 11시 30분 문 열어 늦어도 오후 10시면 문 닫는다. 일요일은 오후 4시까지 연다. 주차장이 없으니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 맛 ★★★★ 서비스 ★★★ 분위기 ★ 만족도 ★★★★ (★=5개 만점)
- 할인점 성장세 주춤… 수입차·고가품은 호황
- [조선일보 제공] “말도 마세요. 택시 100대 중에 어떤 날은 30대가 서는데 최악이죠. 성장률이 어떻고, 그런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서울 독산동 S택시 대표는 “바닥 경기가 IMF 때보다 더 나쁘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본지가 각종 경기동향을 조사해본 결과, 수치상 지표는 별로 나쁘지 않다. 전문가들은 작년 4%에 머물렀던 성장률이 올해 5% 내외까지 상승하니 지표는 좋게 나올 것이라고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김범식 수석연구원은 “하지만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국내 투자·소비로 이어지지 못하고, 주택관련 비용과 사교육비 증가로 소비심리는 위축되고, 실질임금이나 일자리는 늘어나지 않아 체감 경기는 나쁘다”고 말했다. 수입차 같은 일부 고가품(高價品) 시장은 비교적 호황을 누리지만, 재래시장 등 서민 경기는 죽을 쑨다. 경기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사회 불안으로 연결될까 우려되고 있다. ◆백화점 매출 증가세는 하향세로 반전=22일 오후 서울 남대문 시장의 한 가방 상점. 행인들이 줄을 잇고 구경하는 사람은 종종 있어도 1시간이 지나도록 가방 하나 팔리지 않았다. 주인 김모씨는 “물건만 살펴보고 가는 손님이 너무 많다”면서 “북핵 문제가 터지고, 원화가 절상되면서 외국 바이어들 발길까지 끊어졌다”며 한숨 지었다. 서울시 재래시장클럽 유대길 회장(사러가 시장 대표)은 “재래시장 경기가 안 좋다는 건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매출이 20~30% 줄 것 같다”면서 “하반기로 접어들면서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지방도 마찬가지다. 최일만 포항죽도시장번영회장은 “추석 대목에 반짝했지만, 어려웠다는 작년보다도 매출이 1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백화점들은 그나마 버티고 있다.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아직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오지 않았는데도 이날 하루만 400만원 넘는 ‘블랙그라마 재킷’이 20장 이상, 300만~400만원 ‘시어드 밍크 반코트’가 10장 이상 팔렸다. 그렇지만 롯데·현대·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 8월부터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이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반면 수출은 원화강세에도 불구하고 선전(善戰)하고 있다. 지난 9월까지 2382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4.7%나 늘었다. 재래시장 사람들은 “수출 잘 된다고요? 그런 돈 구경해 본 적 없다”고 말한다. ◆수입차는 날고, 국산차는 기고=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666만~806만원대인 뉴마티즈는 작년보다 판매량이 3.1% 감소했다. 그러나 1억6200만~2억6600만원짜리 벤츠S클래스 판매량은 작년 514대에서 1419대로 176%나 증가했다. 3460만~5580만원짜리인 오피러스도 작년보다 86.8%나 판매가 늘었다. 현대·기아·GM대우·쌍용·르노삼성 등 국산 자동차 5사는 올해 내수 판매가 예상보다 저조하다고 울상이다. 올해 초 한국자동차공업협회의 내수판매 예상치는 125만대. 그러나 실제 내수판매는 예상보다 5만대 적은 120만대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114만대)보다는 5.3% 늘어났지만, 연간 판매량이 162만대에 달했던 지난 2002년에 비하면 판매가 크게 저조한 편이다. 반면 수입차 업계는 호황이다. 지난해 3만901대였던 수입차 판매가 올해 4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아예 여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집값 상승 때문에 차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더 주눅들고 있다고 분석한다. 현대차 서초지점 석광수 지점장은 “주택 구입으로 대출금이 많아진 소비자들 중에 자동차 구입은 미루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가전 대기업은 선전, 중소기업은 생사의 기로에=삼성·LG 등 전자 대기업은 올해 국내 시장 매출이 오히려 소폭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가 결혼하기 좋다는 쌍춘년인 데다가, 월드컵 특수(特需) 등의 영향으로 생활가전과 디지털TV 판매량이 호조를 보였기 때문. 비교적 고가인 LCD TV와 PDP TV 판매량 합계는 지난해 360만대였지만, 올해는 850만대(예상)로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휴대전화 내수 판매량도 지난해보다는 확실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견중소기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VK가 부도를 맞는 등 중견 휴대전화 업체의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으며, 레인콤·엠피오 등 MP3플레이어 업계의 중견기업도 급격한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바닥 체감 경기는 얼어붙고 있다.
- 밑바닥부터 실력 닦은 ‘맨발의 청춘’
- [조선일보 제공] 세대 문제 전문가들은 IMF세대가 “실용성과 강인함을 동시에 갖춘 세대”라고 정의한다. IMF 이전의 대표격인 ‘386세대’는 강인하지만 이념 편향적이다. 2001년 이후 안정기에 대학을 졸업한 ‘포스트IMF 세대’는 실용적이고 유연하나, 강인한 생존력은 약하다. 반면 IMF세대는 이념 대신 실질·실용의 마인드로 무장하고 강인함의 경쟁력으로 스스로를 담금질했다. 현택수 고려대 교수(사회학)는 “IMF세대는 386세대의 연장선에 있으면서도 과도한 이념성을 띠지 않고, 2000년대 학번처럼 극단적으로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 뒤 생존법을 찾은, 우리 시대의 이정표가 되는 세대”라고 말했다. 여기 밑바닥부터 시작한 IMF세대 3명의 분투기가 있다. 전쟁의 폐허와 보릿고개를 거친 아버지 세대만큼 극적이진 않지만, 환란(換亂)의 한복판에서 버텨낸 젊은이들은 또 다른 인생의 드라마를 쓰고 있었다. ▲ 이보람씨 (디지털오아시스 CEO) 과외 5개씩 뛰며 학비 벌어 2년간 퇴근 잊은채 IT경력 연매출 45억 벤처회사 창업.◆창업, 될 때까지 포기는 없다 친구들과 5000원짜리 점심 한 끼를 먹으면 하루 종일 굶어야 했다. 그래도 없는 티는 죽어도 내기 싫었다. 스무 살 여학생은 이를 악물었다. 이화여대 이보람(여·30·95학번·교육공학 전공)씨는 과외를 5개씩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댔다. 가난한 대학생에게 IMF는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1998년 초, 이씨는 휴학을 하고 돈을 벌기로 했다. 청첩장을 찍는 사업을 하겠다며 전국 200여개 예식장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한 곳도 뚫지 못했다. 주인이 던진 신발에 머리를 맞기도 했다. 대학축제 포스터와 책자를 디자인하면서 사업을 이어갔지만 신통치 않았다. 설상가상 1999년 초 IMF 때문에 사업에 실패한 건물주인이 보증금 6000만원을 떼먹고 도망갔다. 첫 사업은 이렇게 허무하게 정리됐다. “2000년 초 작은 IT회사에 들어갔어요. 월급이 문제가 아니라 인맥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요.” 회사에 살면서 1년에 딱 열흘 집에 들어갔다. 27살, 최연소 팀장이 됐다. 삶이 안락해질 때쯤 그는 제2의 도전에 나섰다. 2002년 온라인 웹페이지를 만드는 디지털오아시스를 창업한 것이다. 지금 그의 회사는 연 매출 45억원 규모로 컸고, 이씨는 주목받는 벤처 유망주가 됐다. ▲ 손승현씨 (한국증권 차장) ARS 증권서비스 바닥일 하루 2~3시간 자며 주식공부 꿈꾸던 증권사서 고속 승진.◆취업, 밑 바닥부터 차근 차근 1999년 2월, 손승현(32·93학번)씨는 증권사가 목표였지만 뽑아주는 곳이 없었다. 서울의 사립 K대 경제학과를 나왔고 토익도 900점, 미국선물거래소 자격증까지 땄지만 소용이 없었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 100곳이 넘게 정신없이 이력서를 넣었지만 번번이 낙방했다. 겨우 한 카드회사 계약직 고객상담원으로 취직했다. “하루 종일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접수하고 텔레마케팅을 하는 일이었죠. 그래도 고맙기만 했어요.” 꿈을 포기할 수 없어 6개월 뒤 결단을 내렸다. 바닥부터 시작했다. 증권정보를 전화 ARS(자동응답서비스)로 알려주는 서비스 업체에 취직했다. 월급은 100만원 안팎. 그래도 이곳에 가면 증권 차트를 보고 시장을 읽을 수 있었다. “지금 그렇게 하라면 못할 거예요. 아침 7시30분에 출근해서 하루 종일 차트보고,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분석했죠. 그리곤 퇴근해서 모든 종목의 차트를 새벽 3~4시까지 보고 잤으니깐요. 주말도 없었어요.” 그렇게 1년, 감(感)이 왔다. 2001년 4월 손씨는 목표하던 한국증권에 ‘경력직’으로 입사했고, 차장으로 승진했다. “바닥부터 시작해서 뭐든 열심히 하게 돼요. 어쩌면 20대에 인생의 가장 큰 좌절을 느낀 게 제게는 행운이었을지 몰라요.” ▲ 김정임씨 (두싯 두바이 호텔) 캐디생활로 돈 모아 호주로 500만원만 들고 두바이行 특급호텔에서 영업 담당.◆해외, 맨손으로 개척한다 1998년, 부모님의 고깃집에 손님이 없었다. 경북대 독문과 3년생이던 김정임(여·31·95학번)씨는 부모님께 “제가 돈을 벌게요”라고 선언하고 휴학계를 냈다. 무작정 대구의 집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첫 직업은 골프장 캐디였다. 악착같이 돈을 모아 1999년 호주로 떠났다. 토마토 농장 인부, 아이스크림 가게 점원 등을 하며 영어를 배웠다. 2000년 한국으로 돌아와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미국·태국·일본을 쫓아다니며 무역실무를 익혔다. 지난해 4월 다시 한 번 인생을 건 결정을 내렸다. 단돈 500만원을 들고 두바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이다. “한창 발전하는 두바이라면 저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상은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수십통의 이력서를 냈지만 채용하겠다는 연락은 없었다. 사막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속도 끓어올랐다. 가져간 돈이 거의 바닥날 무렵인 같은 해 7월, 극적으로 한 주상복합아파트에서 고객서비스 업무를 하는 일자리를 찾았다. 열심히 일했다. 5개월도 안 돼 두바이의 특급 호텔 ‘두싯 두바이’의 연회장 담당 직원으로 스카우트 됐다. “지금은 제가 원하던 세일즈팀으로 옮겨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하고 있어요. 대학 졸업장 없이도 나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이젠 부모님께 돈을 부칠 수도 있고, 스스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믿을건 실력뿐” 자기계발에 올인 IMF세대는 여전히 뜨겁다. 졸업 후 10년 세월이 흘러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은 채 자기 경쟁력 계발을 위한 투자에 열심이다.98년 졸업한 윤모(여·경희대 신방과·94학번)씨의 꿈은 애니메이션 전문가였다. 50여차례 면접을 봐 2000년 첫 직장에 들어간 이후 회사를 여섯번 바꿨다. 그래도 바꾸지 않은 것이 있다. 아무리 힘들어도 영어학원만은 계속 다녔다. 직장이 부도나 월급을 못 받아도 학원비는 냈다.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미국에 애니메이션 유학도 다녀왔다. 그 덕에 올 봄 유명 드라마 제작회사에 취직하는데 성공했지만, 지금도 영어학원은 다닌다. 결국 실력밖에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윤씨는 “다른 세대보다 우리 세대가 더 열심히 노력하며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온라인 취업사이트 잡코리아가 전국 1205명의 대졸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IMF세대의 10명 중 8명은 졸업 후에도 각종 학원이나 대학원에 다니는 등 자기계발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잡코리아의 변지성 팀장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성공한 젊은이들을 보면 IMF 시절에 졸업한 사람들이 많다”며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그들만의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 (미리보는 경제신문)주택담보대출 사실상 중단
- [이데일리 백종훈기자] 다음은 11월18일자 경제신문의 주요 기사다.(가나다순) ◇매일경제 ▲1면 -수도권 담보대출 사실상 중단 -오늘 한미일 정상회담 -아파트 분양원가 민간도 공개 검토 ▲종합 -도하라운드 협상 다시 열린다 -규제 시행전에 신청한 대출도 안돼 -서울 수도권 집값 상승세 주춤 ▲경제·금융 -저축은행 신용대출로 활로 찾나 -e-모기지론 중단 고객만 애탄다 ▲정치·사회 -경기도, 뉴타운지구 10곳 선정 -내년 건강보험료 6.5% 오를듯 ▲국제 -"정부개입은 반드시 실패" 설파..밀턴 프리드먼 타계 -올해 세계경제를 이끈 25명 -레노보 100달러 PC 만든다 -프랑스 첫 여성 대통령 나오나 ▲기업과 증권 -PDP TV 살까 LCD TV 살까 -故 이병철 회장 19주기 추도식 -대우건설 매각에 은행株 `방긋` -크레듀 PER 삼성전자의 두 배 ▲부동산 -건설사 "분양가 어떡해.." ◇서울경제 ▲1면 -일부銀 신규 대출 전면중단 -수도권 집값폭등세 한풀 꺾여 -통화주의 학파 창시자 프리드먼 타계 -한국기업 컨소시엄 단독 베트남가스전 개발 성공 ▲종합 -"건보료 최대 9.21% 인상" -원엔 환율 792.50원..9년래 최저 -LTV, DTI 규제만으론 역부족 판단 -전면중단서 오후 일부 재개..대출시점 내달 연기 권유도 -"돈 어디서 구하나" 발동동 -"새만금에 골프장, 테마파크 조성" -지방 건설사 "경기 더 악화" ▲국제 -버핏, 폴슨, 버냉키, 게이츠 부부..세계경제 파워 25걸에 ▲산업 -대기업 사옥 지역 명소로 뜬다 -현대 기아차 美서 잇단 호평 -"반도체 내년 매출 10% 증가" ▲증권 -현대상사, 워크아웃 졸업 기대로 급등 -팬택계열 신용등급 하향조정..한기평 이어 한신평도 -엠피오 `바닥 모를 추락` ▲사회 -法-檢 감정싸움 양상 -주공,토공,수공 `도덕적 해이` 심각 ◇한국경제 ▲1면 -주택담보대출 사실상 중단..금감원, 총량제한 -오늘 한미일 정상회담 -경기, 1차 뉴타운 10곳 선정 ▲종합 -집값 잡겠다지만 실수요자까지 피해 -고객들, 중단 사실 모르고 은행갔다 발길 돌려 -"시중銀 손발 묶였으니"..외국계銀 대출확대 박차 -새만금에 대규모 골프장, 테마파크 -무선 헤드셋값 30% 내려 -주공토공 등 도덕적 해이 -건보료 너무 쉽게 올린다 -김포공항 중국셔틀 성사되나 ▲국제 -유럽 정계 여풍 거세다 ▲산업 -수출시장 불안에 내수 U턴 -현대차 中 관용차 선정 가능성 ▲부동산 -아파트값 상승세 한풀 꺾였다 ▲증권 -너무 예쁜 子회사 -버핏, 폴슨, 버냉키, 게이츠 부부..세계경제 파워인물
- (투자의날을 만들자)<2부>⑩주식 `불신의 골` 너무 깊다
- [이데일리 김경근기자] 유명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은정(가명·여·34)씨는 주식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답답해진다. 주식투자로 잃은 돈을 생각하면 화까지 치밀어 오른다. 닷컴 붐을 타고 주식 열풍이 휘몰아 쳤던 지난 2000년. 김씨는 '대박'을 꿈꾸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신입사원 시절부터 한푼두푼 모은 거금 5000만원을 과감히 투자했다. 처음엔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올라갔다. 금새 수익률이 30%를 웃돌았다. 나도 이제 꽤 부자란 생각에 괜히 어깨가 으쓱해졌다. 김씨를 들뜨게 만들었던 기쁨은 잠시. 닷컴 버블이 꺼지며 일년만에 투자한 돈이 거의 반토막났다. 절망적이었다. 손해를 만회해 보려고 했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악화됐다. 자기가 산 주식은 가격이 떨어지고, 갖고 있던 주식을 팔면 기다렸다는 듯이 올랐다. 몇해가 지난 후 김씨 수중에 남은 돈은 겨우 1000만원. 손해를 만회하려고 추가로 투자한 돈까지 고려하면 지난 6년간 6000만원 정도가 날아갔다. 1년에 1000만원꼴로 잃은 것이다. 김씨는 이제 '주식'이라면 손사래부터 친다. "주식은 투자가 아니라 투기일 뿐"이라는 생각이 가득하다. "요즘 안락한 노후를 위해 주식에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지만 선뜻 나서기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며 한숨을 짓는다. "대박을 꿈꾸고 묻지마 투자를 한 책임이 있긴 하지만, 이제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부동산에 투자하는 편이 나을 것같다"는 게 그녀의 솔직한 심정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주식을 하면 패가망신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신뢰가 무너져 있다. 한국에선 여전히 주식이 건전한 '투자(投資)' 수단이 아닌 '투기(投機)'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 주식은 패가망신 지름길?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은 어제오늘이 아니다. 주식시장이 걸음마 단계이던 때부터 이같은 불신이 싹텄다. 지난 1975년부터 3년간 불어닥친 건설주 파동이 대표적이다. 당시 중동특수와 맞물려 건설주가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주식열풍에 빠졌다. 3년간 건설업종은 무려 5000% 이상 올랐다. 건설증권과 건설화학 등 단지 ‘건설’이란 이름이 붙었다는 이유로 주가가 폭등한 사례도 있다. 그야말로 '묻지마 투자'의 전형이었다. 지나침이 과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후유증이 무척 컸다. 시골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 일부 농부들까지 주식 바람이 불어 땅 팔고, 소 팔아 주식 투자에 나섰다가 쪽박을 찬 사례까지 나타났다. 주식시장에 대한 불신은 지난 2000년을 전후한 닷컴주 버블에 이르러 절정에 달했다. 닷컴을 앞세운 벤처 바람이 불면서 온 나라가 주식 열기로 뜨거웠다. '열기(熱氣)'가 아닌 '광풍(狂風)'이었다. 벤처에 투자해 열배, 백배를 벌었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리자 앞다퉈 주식투자에 나섰다. 조금만 여윳돈이 생겨도 너나 없이 주식에 투자했다. 증권사 창구엔 장바구니를 든 아줌마부대까지 등장했다. 빚까지 내 투자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때 마침 외환위기로 강제 내지 명예퇴직을 당한 사람들은 마지막 보루인 '퇴직금'을 싸들고 증권사 창구로 몰려들었다. 그렇게 일년 남짓. 주식투자 열풍이 지나간 결과는 참담했다. 닷컴주의 거품이 걷히고, 경기마저 침체에 접어들자 주가는 바닥 모르게 떨어졌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에 발목이 잡혔던 코스피 지수(연평균)는 406.07을 기록했다. 다음해인 2001년엔 닷컴붐에 힘입어 806.83으로 껑충뛰었다. 닷컴 붕괴 조짐이 보이던 2000년엔 734.22, 2001년엔 576.31로 추락했다. 주가 하락은 그대로 개인 투자자 피해로 나타났다. 일확천금을 노리며 '묻지마 투자'에 나섰던 소위 개미들의 꿈은 닷컴 거품과 함께 허망하게 날아가 버렸다.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가슴엔 불신만 남았다. 더이상 주식 투자를 않겠다며 밀물처럼 시장에서 빠져나갔다. 주식 시장도 차갑게 얼버붙었다. 외환위기를 지나 닷컴 붐이 절정에 달하던 지난 2000년 1205조원이었던 연간 주식거래대금은 다음해 917조원으로 떨어졌다. 특히 유가증권 시장은 지난 1999년 867조원을 정점으로 낮아져 2000년 627조원, 2001년 491조원으로 2년새 무려 40% 이상 줄었다. 그 결과 국민들에겐 주식은 '도박',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란 인식이 확실하게 심어졌다.◇ 줄잇는 금융사고..투자 분위기 찬물 지난 해부터 국내 주식시장이 불신을 딛고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저축의 시대가 가고 투자의 시대가 왔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 주식투자에 다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마침 은행창구에서 펀드가 본격적으로 판매되면서 간접투자 붐도 일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같은 투자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각종 금융 사고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증권사 직원이 고객 돈을 마음대로 유용하고, 횡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일부 증권사 직원들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개인 투자자들에게 다시 불신을 심어주고 있다. 정창모 금융감독원 총괄조정국 검사총괄 팀장은 "증권사 직원들이 고객 주식을 사고 팔면서 손실이 났을 때 이를 만회하기 위해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다른 고객 계좌에서 돈을 마음대로 옮겨 문제가 되는 일이 종종 생긴다"며 "심할 경우 고객돈을 갖고 사라지는 횡령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영대 대우증권 감사실장은 "직원들의 횡령 사고를 막기 위해 고객들의 도장과 주식거래 카드를 아예 갖고 있지 못하게 단속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고객들과 직원들이 편의상 이같이 거래를 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행히 정부 관리당국과 증권사들의 자정 노력으로 증권사 금융 사고는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1년 24건이던 증권사 직원의 횡령 및 유용은 2002년 20건, 2003년 15건, 2004년 13건으로 차츰 감소했다. 지난해엔 10건만 적발됐다. 그러나 횡령 및 유용 금액은 지난해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02년 464억원으로 최대를 기록한 후 대폭 줄었지만 작년에 207억원으로 껑충 뛰어 올랐다. 그만큼 횡령 사건을 일으킨 증권사 직원들이 대담해진 것이다. 증권사의 모럴 해저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의 잘못된 관행이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대우채 사건이 대표적인 증권사 모럴 해저드 사례로 꼽힌다. 증권사들이 위험이 있는 투자상품을 마치 저축상품인 것처럼 팔았다가, 대우사태가 터지면서 펀드에 엄청난 손실이 발생한 사건이다. 그 결과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증권사까지 불신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 자본시장 불신부터 해소해야..아직 갈길 멀다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국민들에게 건전한 투자의 장으로 인식되기 위해선 "시장의 투명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천웅 우리투자증권 전무는 "주식은 속성상 안전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항상 내재한다"며 "따라서 주식시장과 기업들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투기가 아닌 투자가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과거 한국 주식시장이 투기적인 모습을 보였던 건 시장 투명성 떨어져 투기적 기회를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주식시장에서 투자 정보가 평등하게 공개되고, 기업들이 투자자들이 신뢰할 만큼 투명한 운영을 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건전한 투자 환경이 조정된다는 것이다. 박 전무는 "개인 투자자들도 주식시장에서 단기간에 큰 돈을 만들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도 시장을 투기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성급한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시장은 신뢰를 먹고 산다. 투자의 시대에 걸 맞는 환경이 조성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시장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직 우리의 갈 길은 멀었다.* 협찬 :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증권선물거래소, 증권예탁결제원, 한국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 후원 :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도움주신 분들 :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 김일선 자산운용협회 이사, 변진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임종록 한국증권업협회 상무, 최창환 대우증권 전문위원 (가다나順)
- [김장여행] 김치가 맛있으면 겨울이 살맛 난다
- [조선일보 제공] ▲ 경남 거창 나투어농장에서 수확한 가을 배추와 무이하연(47)씨는 요즘 김장재료를 구하러 전국을 누비느라 바쁘다. 예년에 비하면 늦은 편이다. “윤달이 낀데다 날이 더워서 좀 늦게 담그게 됐네요. 올해는 11월말부터 12월 중순까지가 김장 담그기 좋을 것 같아요.” 한정식집 ‘봉우리’를 운영하던 이하연씨가 김치사업을 시작한지 3년째.강원도에 폭우가 쏟아져 배추와 무 값이 폭등하는 바람에 중국 김치가 대량 수입된다는 뉴스를 듣고서였다. 제대로 된 김치로 세상을 놀라게 하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게 ‘봉우리 찬·김치’다. 맛있는 김치의 기본은 역시 좋은 재료였다. 가장 중요한 배추는 물을 많이 주지 않은 곳에서 햇볕을 듬뿍 받으며 자라야 좋다. “요즘 배추를 빨리 크게 키우려고 물을 엄청 뿌려대요. 그렇게 키운 배추는 덩치는 크지만 속이 성글어요. 좋은 배추는 좀 질기면서 고소한 단맛이 나죠. 소금에 절여도 무게 차이가 크지 않아요.” 거창 배추·무 두 쪽 낼 수 있는 중간크기 배추가 ‘딱’ 이하연씨는 경남 거창에서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배추를 찾았다. 유기농기업 ‘게비스랜드’에서 운영하는 1만2000평 규모의 ‘나투어농장’이 있다. 해발 430m 고랭청정지. 배추와 무, 쌀 등 80여가지 농산물을 자체 공장에서 생산한 미생물 바이오비료를 이용해 키운다. 요즘 나투어 농장에는 배추걷이가 한창이다. 배추가 엄청나게 크다. 바깥으로 겉잎이 벌어져 꽃처럼 예뻤다. 배추는 2.5~3㎏ 정도의 중간 크기가 가장 맛있다. 이하연씨는 “네 쪽을 낼 수 있을만큼 큰 배추는 수분이 많아 잘 무르고 덜 고소하다”고 했다. 식칼로 배추 하나를 반으로 갈랐다. 속이 하얗고 노르스름했다. 배추 속이 차는 것을 ‘결구됐다’고 한다. “너무 결구된 배추는 향이나 맛이 덜해요. 80% 정도만 결구된 배추를 고르세요.” 배추밭 옆에는 무가 자라고 있다. 무는 1㎏ 정도 나가는 중간 크기의 조선무가 김장용으로 알맞다. 묵직하고 단단해야 수분이 적당하고 심이 없다. 무 한 조각을 잘라 입에 넣었다. 달큼하고 맵싸하다. ‘무 먹고 트림만 안 하면 인삼보다 낫다’는 말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트림이 났다. 무에는 소화를 돕는 효소인 아스타제가 많다. “김장철 무는 특별히 산지를 따질 필요가 없어요. 하지만 겨울부터 5월까지는 달고 아삭아삭한 제주산 무가 좋아요. 6월과 7월에는 맛도 없고 비싸니까 아예 김치에 무를 넣지 않아요. 8월초부터 가을까지는 고랭지 무를 쓰죠.” 나투어농장에는 견학 오는 사람들이 많다. 벼 베기에 이어 배추 뽑고 무 뽑는 농촌체험, 유기농채소 시식 등이 마련된다. 김장 재료를 사가기도 하지만, 택배 주문이 더 많다. 배추를 다듬어 소금에 절여줘 편하다. 절임배추 10㎏과 무 5개로 구성된 ‘김장세트’를 4만원에 판다. ● 가는길: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대진고속도로로 갈아탄다. 지곡·안의IC에서 마리삼거리(무주·수승대 방향) 쪽으로 달리다 수승대를 지나면 바로 나투어농장이다. ● 볼거리: 퇴계 이황이 “속세의 근심을 잊을만큼 경치가 빼어나다”고 칭찬한 수승대(愁勝臺), 금원산휴양림, 월성계곡, 송계사계곡, 구연서원 등이 가깝다. ● 맛집: 나투어농장 주변은 먹을만한 식당이 마땅찮다. 좀 멀지만 20㎞ 가량 떨어진 거창읍에 가면 ‘감악산’(055-942-6870)이란 고기집이 있다. 한우고기가 괜찮다. 육회 1인분(200g) 1만5000원, 등심·갈빗살 1만6000원, 삼겹살·목살 6000원. ● 문의: 게비스랜드 (02)794-7001(내선 2번) www.natur.co.kr, 봉우리 찬·김치 (02)567-8022 www.bongkimchi.com 영양 고추 태양초는 투명한 것으로 ▲ 강경 젓갈 시장가을이면 햇볕에 말리려 내놓은 고추로 경북 영양 전체가 벌겋게 물든다. 일교차가 심한 산간 고랭지에서 생산한 ‘영양고추’는 껍질이 두꺼워 빻으면 가루가 많이 나고, 국물에 넣어도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영양에서는 영양 고추만으로 만든 고춧가루를 ‘빛깔찬’이란 브랜드로 판매한다. 태양초도 있고 화건초도 있다. 태양초는 햇볕에 말린 고추. 노란색 꼭지에 몸통은 맑고 투명한 붉은색이다. 흔들면 씨앗 딸랑거리는 소리가 난다. 화건초는 쪄서 말린다. 녹색 꼭지에 표면이 매끄럽지 않고 탁한 붉은색이다. 한눈에 태양초와 확연히 구분된다. 화건초라고 태양초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이하연씨는 김치를 담글 때 화건초와 태양초를 섞어 쓴다. “태양초는 매운맛이, 화건초는 단맛이 나요. 영양학적으로는 높은 온도에 쪄서 말린 화건초가 태양초보다 우수합니다. 한 가지 고추를 쓰기보다 여러 종류를 섞어 쓸 때가 김치 맛은 더 좋아요.” 영양읍 입암면 선바위관광지 안에는 ‘영양고추홍보전시관’(054-682-6271)이 있다. 고추의 모든 것을 이해하도록 꾸몄다. ‘영양고추유통공사’(054-682-9797)에서는 영양고추를 구매할 수도 있다. ● 가는길: 서울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서안동IC에서 34번 국도를 탄다. 안동 시내에서 청송군 진보면에서 31번 국도로 바꿔 타 달리면 영양읍이 나온다. ● 맛집: 영양은 고추만큼이나 질 좋은 쇠고기로도 유명하다. 영양한우를 맛볼 수 있는 식당으로는 ‘맘포식당’(054-683-2339), ‘실비식당’(054-683-2463) 등이 있다. 1인분 200g 2만1000원 정도 한다. ● 문의: 영양군청 문화관광과 (054)680-6067, www.yyg.go.kr 강경 젓갈 분홍빛 띠는 통통한 새우젓이 좋아 젓갈 하면 역시 강경. 이하연씨는 “새우오젓과 새우육젓, 갈치속젓, 밴댕이젓, 곤쟁이젓 등을 강경에서 구입한다”고 했다. 충남 강경은 일제 강점기 하루 배 100여 척이 들락거릴만큼 성했던 포구다. 금강 하구에 둑이 생기면서 포구로서 기능은 사라졌지만 해산물 염장기술은 그대로 남은 전국 제일의 젓갈시장이다. 별의별 젓갈이 다 있지만 역시 새우젓이 많다. 새우젓은 껍질이 얇고 살이 통통하면서 밝은 분홍색이라야 좋다. 중국산은 끝맛이 쓰고 오래 보관하면 하얀 가루가 가라앉는다. 국산은 몸통이 희고 머리나 꼬리 끝으로 갈수록 분홍색을 띄는 반면, 중국산은 전체가 연분홍색을 띈다. 5월에 담근 새우젓을 ‘오젓’이라 한다. 이하연씨는 “오젓을 거의 모든 김치에 조금씩 넣어 맛을 잡아준다”고 했다. “온도 변화가 없는 토굴에서 뽀얗고 노랗게 삭아 고소한 맛을 내는 것을 골라야 김치 맛이 좋아요. 갈거나 다져 쓰죠.” 6월에 담근 육젓은 통통하고 색이 밝다. 백김치, 비늘김치, 석류김치 등 무가 들어가는 김치에 넣어 시원한 맛을 살린다. “백김치에는 물에 넣고 끓여 그 물을 걸러 써요. 새우젓 건더기를 손으로 짠 국물은 백김치 소를 버무릴 때 넣으면 좋아요.” ● 가는길: 천안-논산고속도로를 달리다 연무IC에서 빠져나와 강경 방향으로 좌회전한다. 기차로는 호남선 논산역에서 내린다. 서울 강남터미널에서 논산행 고속버스가 있다. ● 젓갈 사려면: ‘강경 맛깔젓’ 로고가 붙은 가게를 찾으면 안전하다. ● 팁: 보온도시락에 밥을 싸간다. 젓갈을 맛보다보면 혀가 아리다. ● 맛집: 젓갈 전문식당은 없다. 손바닥만한 밀복을 된장과 고추장 국물에 시원하게 끓인 복탕(1만원)을 내는 ‘태평식당’(041-745-0098)이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