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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클 브린의 서울Insight)이찬의 빈 의자
- [이데일리 마이클브린 칼럼니스트] 결혼한지 12일만에 파경에 이른 탤런트 이찬, 이민영 부부의 이혼소식으로 가정 폭력 문제가 사람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는 유명인들의 가십일 뿐 아니라 누구나 어느 정도 만연해 있다고 여겨지는 가정 폭력 문제를 공론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예기치 못한 비극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만든다. 이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아기이다. 유산을 한 이민영을 생각하기에 앞서 생명을 잃은 아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태어나기도 전에 자궁 안에서 살해당한 이 아기를 세상은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제 분노가 가라앉은 이찬 부부, 그들의 식탁엔 언제나 빈 의자가 덩그러니 남아있게 되었다. 두 번째 희생자는 이민영이다. 코가 부러지고 유산을 했다. 누구의 책임인지는 분명하다. 이찬이 아내를 때리고 아마도 발로 찼을 것이다. 매우 심하게. 이찬은 이민영을 손바닥으로만 때리고 자신도 맞았다고 주장했다. 복부를 발로 찼다는 것은 강력하게 부인했다. 거짓말일지도 모른다. 아니 오히려 그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분노와 도덕적 혼란은 기억을 흐리는 법이다. 이 사태의 바탕에는 한국사회의 문제를 비춰주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먼저는 젊은 남성이 여성들에 대해 느끼는 분노이다. 언론에 따르면 이민영은 4억원의 전셋집 밖에 얻지 못했냐며 남편 이찬의 무능력을 불평했다고 한다. 만약 폭력사태에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 누군가 이 같은 잔소리를 했다면 남자들은 “그런 여자는 한대 맞아야 정신 차려”라고 말했을 것이다. 여기 남성들을 위한 질문이 있다.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30세의 여성이 10억원 아파트가 없다고 불평을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그런 사람은 나와 인연을 맺을만한 사람이 아니다. 따라서 인연을 맺지 말라"이지 "화난만큼 폭력으로 죽기 직전까지 패라"가 아니다. 사랑보다 재산이나 사회적 위치를 더 따지는 여성이라면 평생 결코 만족을 못한다. 우리 때는 그런 여자를 `골드 디거(gold digger, 돈을 목적으로 하는 구혼자)`라고 불렀다. 물론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도시의 젊은 중산층 남성들이 자기가 아는 여자들 모두가 `부잣집 암캐`거나 `된장녀`라고 생각하는 데는 어쩔 도리가 없다. 고용시장과 주택가격을 놓고 볼 때, 여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는 도저히 역부족인 것이다. 남자들은 부모에게나 의존하는 무능력한 사내처럼 스스로 느낄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문제는 폭력이다. 이찬은 분명 화가 나서 성질을 터뜨렸다. 그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우린 모두 화를 낸다. 불가의 승려들도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그 분노가 도를 넘어, 물리적인 폭력조차 정당하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는 데서 발생한다. 한국사회의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발생한다. 한국인들은 어려서부터 폭력에 관대한 분위기 속에서 자라왔다. 하지만 폭력은 옳지 않다. 이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일 수 있다. 한국인 아내와 결혼한 외국인 중 한 친구가 결혼생활의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의 아내는 등을 한대 세게 맞아야 비로소 비이성적이고 감정적이고 폭력적인 말다툼을 그친다고 했다. 평소 온화한 매너의 이 남자는 마치 자신의 경험이 문화적인 통찰인양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하고, 한국인 아내를 둔 또 다른 외국인들은 고개를 끄떡이며 경청한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나는 매우 혼란스럽다. 왜 주먹에만 반응하는 여자와 한평생을 살고 싶을까. 문명화된 사회의 법칙은 매우 간단하다. 여자가 무기를 들이밀어 남자가 자신의 신체와 주변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남자는 결코 결단코 절대 어떤 최악의 상황에서도 아내를 때려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여자 역시 남편을 때려서는 안되고, 부모는 아이를, 교사는 학생을, 장교는 생도를, 고용주는 고용인을 결코 때려서는 안된다. 폭력배와 정신병자들만이 폭력을 행사한다. 사회는 이들을 감옥과 정신병원에 격리해 시민을 보호해야 한다. 문명사회에서는 회초리가 아닌 다른 수단으로 기강을 세운다. 신체적 위협이 아닌 설득의 전략으로, 주먹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다른 어떤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 마이클 브린(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즈 컨설턴츠 대표이사) <영어원문> The very public break up of actors Lee Chan and Lee Min-young, just 12 days after their wedding last month, has put the spotlight on the widespread problem of domestic violence in Korea. Everyone is talking about this story, not because it’s about celebrities, but because it concerns a really serious issue that touches everyone at some level in this society. This case is notable because it led to unforeseen tragedy. Instead of talking in terms of the mother’s “miscarriage,” we would do well to pause and reflect that the main victim was the baby. The world will never know this person, killed in the womb because of an argument between its parents. We should have some sympathy for the Lees, now that their anger has subsided, because there will forever be an empty chair at their table. The secondary victim was the mother, who, as everyone knows, suffered a broken nose along with the miscarriage. It is not difficult to assign blame. It is obvious that Mr. Lee beat his wife, and possibly kicked her, very badly. In his defense, he admitted “slapping” her, but claimed she also slapped him. He completely denied kicking her in the stomach. His version may be a pure lie. But it is more likely that he doesn’t remember exactly what happened. Fury and moral confusion have a way of killing recollection. There are two aspects to this situation that reflect broader social issues in Korea. The first is anger that young men feel towards women. According to media reports, Mrs. Lee complained about her husband’s inability to afford more than a 400 million won deposit on a house. If the outcome hadn’t been so bad, men hearing only this part of the story might mutter to themselves, “Slap her one for me.” Question for men: What kind of 30-year-old woman starting off married life whines because she’s not yet got her million dollar apartment? Answer: The kind you avoid. Why? Because, if she places material wealth and social status over love for you, she will never be satisfied. When I was growing up, we had a word for such girls - “gold-diggers.” They were not very common. But, a young middle class urban Korean man can be forgiven for feeling that all the women he knows are either rich bitches or dwoenjangnyo. Given the job market and house prices, he may feel helpless to meet their needs without relying, like a useless idiot, on his parents’ charity. The second problem is violence. Mr. Lee clearly got angry and lost his temper. Of itself, that is not a problem. We all get angry sometimes. Even Buddhist monks. The problem is when that anger convinces the conscience that physical assault is acceptable. And this is where we come across a real problem in Korea. People in this country are taught from an early age that physical assault of other people is acceptable. It isn’t. Now this may be a hard lesson. Among the many western people I know with Korean wives, one claims that his “problems” with his wife who would get irrational, emotional and violent ended when he hit her back hard enough to make the point. This otherwise mild-mannered man shared his experience as if it were a cultural insight and other western husbands of Korean wives nodded in understanding. But their acceptance of this puzzles me. Why would you want to spend your life with someone who only responds to the fist? In the civilized world, the rules are quite simple: a man should never, ever, even under the worst provocation, hit his wife, unless she’s coming at him with a weapon and he needs to defend himself or others. Similarly, a woman should never hit her husband, a parent should never strike a child, a teacher should never hit a student, an officer should never hit a cadet, and an employer should never hit an employee. That leaves only gangsters and psychos, and society has prisons and mental hospitals to protect its citizens against them. In the civilized world, people employ other means of discipline than the cane, other strategies of persuasion than physical fear, and other ways to express emotion than the fist. Anything less is unacceptable. By Michael Breen (The president of Insight Communications Consultants)
- 초록나무속 붉은 빛이 눈에 시리다
- [조선일보 제공] 1 높고 쓸쓸한, 외롭고 적막한 올드 아바나를 벗어난 차는 한적한 시골길로 들어선다. 나무그늘 아래서 놀던 아이들이 손을 흔들며 먼지 자욱한 길을 따라온다. 휘발유 냄새가 좋아 차가 지나가면 무작정 따라 달리곤 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문명은 늘 자연을 유혹한다. 그러나 그 유혹 속에는 언제나 얼마쯤의 치명적인 독의 기운이 들어있다. 울퉁불퉁한 비포장의 폭 좁은 길을 한동안 달리자 곰삭은 것처럼 오래된 마을이 나타난다. 산 프란시스코 데 파울로 마을. 마을 끝자락 오르막에 성채 같은 숲속의 집이 올려다 보인다. 원탁의 기사 속의 기네비어 공주라도 살 것 같은 그 집은 그러나 다가가서 보니 해수를 앓고 있는 짐승처럼 누워있다. 낡고 늙은 집은 성한 데가 없는데, 망루(La Vigia)라는 이름답게 저 멀리 아바나시내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만은 일품이다. 아바나 시내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 등을 옮겨 다니며 글을 쓰던 헤밍웨이는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여 정착한다. ▲푸른 숲, 붉은 꽃 속의 헤밍웨이 별장, 〈전망 좋은 집〉그러나 노벨상을 받고 세속적인 명성과 돈을 거머쥔 헤밍웨이가 살았던 곳이라기엔 이 집은 이제 너무 초라하다. 파삭 주저앉을 듯 노후 된 집은 창문이 깨지고 회벽이 군데군데 떨어져나갔다. 비가 오면 지붕과 벽엔 물이 샌다니 주인 떠난 집의 쓸쓸함은 쳐다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그가 읽던 책과 전장을 누비던 종군 기자복, 놓친 고기에 대한 허풍과 호탕한 웃음소리를 기억하고 있을 낚시도구며 사진자료 등은 다른 곳으로 옮겨져 있다 한다. 남아있는 흔적이라곤 그가 사랑했던 고양이들의 무덤(개의 무덤이라는 설도 있다) 몇 개뿐. 헤밍웨이가 떠난 후 방치되다시피 한 이 집은 허리케인에 시달려 붕괴 위험에까지 처한 상태란다. 쇠락한 집의 뜰에 서서 오래 전, 불빛이 은성하고 음악소리와 웃음소리가 왁자했을 이 곳을 상상해본다. 에바 가드너, 게리 쿠퍼 같은 스타들과 세계적인 명사들을 초청해서 파티를 벌이고, 문맹인 어부 친구들을 불러 앉혀놓고 그들을 모델로 쓴 소설을 낭독하곤 했다던 그 밤의 풍경들. 풍성한 음식과 불빛이 어룽거리는 풀 사이드에 앉은 그는 핑카 비히아의 황제였을 것이다. 헤밍웨이가 아바나 시내를 내려다보며 글을 썼다는 별채 3층의 작은 방에 올라가본다. 달랑 원목 책상과, 바닥의 호랑이 가죽, 그리고 안락의자 하나가 전부다. 내가 보았던 세상의 서재 중 가장 소박한 서재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그의 하드보일드 문장처럼. 1939년부터 20여 년 동안 이 집에서 살면서 문학사에 남을 작품들을 생산했고, 또 퓰리처상과 노벨 문학상을 받았으니 생애의 가장 화려하고 빛나는 나날들을 여기서 보낸 셈이다. 그 날의 불빛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나. 2 〈필라르〉는 기억하고 있을까 후원의 수영장 곁에는 그가 사랑했던 목선 〈필라르〉가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되어 있다. 이 배를 타고 청새치 낚시를 즐겼을 뿐만 아니라 2차 대전 중에는 쿠바 근처에 접근한 독일 잠수함을 추적하기 위해 1인 군대가 되어 기관포에 바주카포까지 싣고 출정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까지 남아 있다. ▲춤과 노래가 있는 아바나성당 부근 거리. 그는 네 번의 결혼을 했다. 열정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내들은 그의 음주벽과 거친 매너와 무질서한 일상에 진저리를 치며 떠나갔다. 이런 그의 곁을 변함없이 지킨 존재가 저 보트 필라르였고 그 배에 동승했던 쿠바인 어부 그레고리오 푸엔테스였다. 그러나 마음으로 후원했던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자 아이러니하게도 헤밍웨이는 소개령에 따라 이곳을 떠나게 된다. 이미 정신적 쿠바인이 되어있었던 그에게 이 디아스포라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그때 아바나를 떠나며 그는 이 정든 집 핑카 비히아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예감이나 했을까. 3 패배를 향해 쏘다 미국으로 돌아와 아이다호 근처에 자리를 잡은 헤밍웨이는 일생 동안 무수히 자신을 스쳐 지나갔던 검은 그림자의 사내와 다시 조우한다. 쾌활하고 호탕하고 지독히 쾌락지향적인 그의 내면에 웅크리고 있던 우울한 모습의 또 다른 헤밍웨이였다. 사냥과 투우, 이탈리아 북부전선에 스페인내전까지, 무모할 정도로 자신을 내몰아 육체의 극단을 실험하던 그였다. 그뿐인가, 자동차사고에다 아프리카에서의 비행기 추락사고까지 그는 자신의 육체를 놓고 무수하게 생사의 거래를 벌이곤 했다. 그리고 그런 모험 뒤엔 곧 “죽은 것처럼 공허하고 무가치한 느낌”에 빠져들곤 했다. 종종 수줍음을 타기도 했던 그에게는 다중인격적인 측면이 있었다. 그가 남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강인한 남근주의자의 모습 뒤로 감추고 싶었던 모습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그가 어쩌면 아주 연약한 내면을 가졌던, 소년 같은 남자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인간은, 파괴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작품 속에서 파괴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군상을 끊임없이 창조해냈던 헤밍웨이. 그가 정녕 두려워했던 건 기실 패배와 죽음의 그림자가 아니었을까. 육체적으로도 이미 쇠잔해있었지만, 더 이상은 글을 쓸 수 없다는 슬픈 깨달음에 도달한 그는, 패배를 인정하기 전에 스스로를 파괴해버리겠다고 작정했던 것은 아닐까. 아이다호로 돌아온 다음해, 1961년 7월 2일 아침. 고요한 숲을 뒤흔드는 총성에 그의 네 번째 아내 메리는 잠에서 깨어난다. 그 두 발의 엽총 소리를 마지막으로 그는 생을 마감한다. 정박한 배의 밧줄을 끊듯 그렇게 육체의 줄을 끊어버린다. 육체의 줄을 풀어 그는 다시 카리브의 푸른 물을 건너 이 핑카 비히아로 돌아왔을까. 그의 혼령인 듯, 초록나무 속에 점점이 박힌 프람보얌의 붉은 빛이 눈에 시리다.
- 신원, 4분기 실적 `전망치 초과`..목표가↑-대신
-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대신증권은 8일 신원(009270)에 대해 "4분기 영업이익은 기존 예상치를 초과하는 수준"이라면서 목표주가를 2만3000원으로 상향조정하고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다. 다음은 리포트의 주요내용 ◇신원(009270) -지난 4분기 실적, 예상외 호조 신원의 2006년 4분기 영업이익은 기존 예상치를 초과하는 수준으로 84억5000만원(전년대비 +33.1%)로 추정된다. 2005년 4분기에 패션의류 판매 호조로 영업실적이 호조를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4분기의 실적 개선폭은 기대 이상의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지난 3분기 수출부문에서의 일부 선적물량이 4분기로 이전된 효과와 베스띠벨리(bestibelli), 비키(VIKI), (지크)SIEG 등 내수 판매 역시 호조를 보이며 실적 개선을 견인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아 2007년 영업실적 역시 큰 폭 호전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증가율은 6.2%로 2005년 82.6%와 비교시 개선폭이 크게 줄어들었지만, 올해에는 다시 24.1%로 확대되면서 실적 개선이 부각될 수 있을 전망이다. 분기별로는 지난해 1분기 수출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로 금년 1분기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할 수 있겠지만 2분기에는 46.9%, 3분기에는 83.1% 등 실적 개선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올해 신원의 화두는? 금년 신원의 영업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는 크게 세가지로 정리되는데 ▲지난해 57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던 쿨하스의 적자폭이 금년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을지 ▲유통사업 정리 ▲수출에서 핸드백 구조조정에 따른 수익성 개선 여부가 될 것 등이다. 당사에서는 금년 쿨하스 적자폭이 15억원대로 줄어들고 유통사업 정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산매각을 통해 180억원 이상의 차입금 감소가 가능할 것이며, 핸드백 역시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원은 또 개성공단 진출과 이에 따른 리스크 부각, 지난해 3분기까지의 실적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현재 저평가 되어 있는데, 주가 추이에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실적 개선과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될 수 있어 바닥 탈피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연우 애널리스트)
- (미리보는 경제신문)생보사 하반기부터 상장
- [이데일리 이학선기자] 다음은 1월8일자 경제신문 주요 기사다. ◇매일경제 ▲1면 -"달러 10년간 20% 더 떨어져야" -생보사 하반기부터 상장 -현대車, 노조에 10억 손배소 ▲종합 -삼성생명 최대 1878억 계약자에 돌려준다 -에버랜드, 금융지주회사 될듯 -오일머니 위축 세계경제 침체 시그널?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투기과열지구만 적용 추진 ▲국제 -"美금리 올해 최고 1%P 하락" -中-이란 가스전 개발 삐꺽 -中 은행지준율 0.5%P 또 인상 ▲금융 -한은 올해 시중 돈줄 죈다 -20~30대가 대부업체 주고객 ▲기업 -현대車 악순환 이번엔 끊을까 -해운업계 몸집줄이기 나섰다 -중소기업간 경쟁입찰제 전면시행 ▲증권 -2월께 바닥 대형우량주에 관심을 -한섬 사업다각화 주가엔 악재 -큰손 미래에셋 영향력 막강 -韓·美 실적발표 시즌 돌입 -생보사 지분보유사 더 오를까 ▲부동산 -원가공개보다 원가연동제가 부작용 작다 -바뀌는 부동산 세금 모르면 낭패 ▲사회 -공무원연금보험요율 2배 올린다 -김중회 금감원부원장 오늘 구속여부 결정 ◇서울경제 ▲종합 -"올 집값5~10% 오를 것..2분기부터 상승폭 커져" -생보사 7월께 첫 상장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투기과열지구등에만 제한 -`2007 CES` 美 라스베이거스서 개막 ▲종합 -`준법 불감증` 연성장 1%P 깎아먹었다 -올 첫 금통위, 콜금리 동결에 무게 -고건 前총리 "교육·노동부 통합 새부처 필요" -공기업에 `물갈이` 한파 -한나라당 여의도로 다시 옮긴다 ▲금융 -교보·동부 "요건충족" 1호 대상 꼽혀 -대부업체 소액대출 급증 ▲국제 -"車업체, 中·印 비용절감 배워야" -中 개인외환 구매한도 2만弗→5만弗로 확대 -印 전략비축유 1000만톤 늘려 ▲산업 -제지업계 구조조정 태풍오나 -한국 `디스플레이 지존` 굳힌다 -MS, 국내 메신저와 재연동 추진 -글로벌 IT기업 R&D센터 "연구보다 상품개발에만 치중" -"中企 기술평가 받아야 보증지원" -식품업체 "건강기능식품으로 승부" ▲증권 -외국계펀드 내수·제약주 집중매수 -한화, 급랍장서도 상승세 꾸준 -코스닥, 사이드카 발동요건 강화된다 -코스닥 실전호전주 관심을 ▲부동산 -지자체, 高분양가 잇단 제동 -용인 흥덕지구 청약과열 조짐 -지난해 아파트 낙찰가율 평균 83% ◇한국경제 ▲1면 -현대차 노조發 위기 -生保 이르면 7월 상장한다 -개인파산 4년새 90배 늘어 ▲종합 -당·정, 분양가 상한제 혼선 -`금감원 고위층 돈유입` 추가수사 -"불똥 어디로" 금감원 초비상 -원자재시장 `버블붕괴` 시작되나 -생보사 상장안 최종확정..내년 7~8개사 상장러시 이룰듯 -美 `뼛조각 협상` 일방취소 통보 ▲정치 -與 신당파 이달말 집단탈당 가능성 -"전향적 조치 준비됐다..이젠 北이 반응할 차례" ▲국제 -"달러가치 20%는 더 떨어져야" -美고용호조…금리동결 힘실려 -온난화로 유럽 南·北 격차 커진다 ▲산업 -세계 자동차시장 올 화두는 `3D` -(주)두산 주가 오르는데 그룹 표정이… -LG전자 "北美 매출 100억弗 넘긴다" -LG CNS 거물급 영입하는 까닭은… -국제종합기계, 최고급 이앙기 개발 -KCC `건축자재 백화점 세운다 -제약사들 "매출액 한계를 넘어라" -에어컨 벌써부터 예약판매 ▲증권 -"자산주 상승세 올해도 지속" -DKR오아시스 `물량 주의보` -자사주 매입 `꿩먹고 알먹기` -유니테스트 CB 8배 투자이익
- 범여권 정계개편 어디로 가나?
- [노컷뉴스 제공] 2007년 대선의 가장 직접적인 변수는 크게 2가지다. 범여권의 정계개편의 향방과 한나라당 대선주자군의 분화 여부가 그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명박, 박근혜라는 2强 후보가 버티고 있는 반면 범여권에선 고건 전 총리를 제외하면 지지율이 바닥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위한 여권 내 꿈틀거림이 대선지형의 지각변동을 먼저 예고하고 있다.與 통합신당으로 항로 잡아열린우리당은 의원 워크숍에 이어 김근태, 정동영 두 전·현직 당의장이 지난 28일 전격 회동해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을 천명, 통합신당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이대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위기감이 가장 큰 동력이다. 심지어 "대선 4개월 후 치러지는 2008년 4월 총선에서도 변변한 야당조차 만들기 어려운 것 아니냐"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反한나라당 세력을 묶는 '대통합'이 최종 목표지만, 통합의 과정은 예측불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건 전 총리 세력, 시민사회세력 등 통합에 참여할 주체들의 셈법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통합 주도권 다툼 예고당내 대주주이자 정치적 라이벌인 김근태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손을 맞잡은 것은 지지부진한 통합논의에 가속도를 붙이고 대세를 굳히자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합쳐서 5% 미만인 낮은 지지율을 고려할 때 통합논의의 주도권을 고건 전 총리측에 넘기지 않겠다는 의미로도 읽힌다.'DY(정동영)-GT(김근태) 합의문'에 명시된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발전시켜'라든가,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의 표현은 다분히 고 전 총리 쪽에 참여한 세력을 겨냥한 측면이 있다. 신당추진이 본격화되면 김근태, 정동영 두 전·현직 의장 사이의 주도권 다툼도 부각될 공산이 크다. 우선 노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 있어 둘 사이에 온도 차가 있다. 또 정동영 전 의장은 실용 그룹의 결집을, 김근태 의장은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 등 외부세력의 영입을 주도해 '경제와 개혁'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통합의 한 축인 민주당의 경우엔, 한화갑 대표의 대법원 판결로 지도력에 변화요인이 생겨 정계 개편과 관련, 한층 유동적인 상황이 됐다.다양한 새판짜기 시나리오범여권 정계개편의 분수령은 내년 2월로 예정된 열린우리당의 전당대회가 된 전망이다. 신당파가 대세를 확산시켜 전당대회에서 통합신당 결의를 이끌어낸다면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을 묶는 '범여권 대통합신당' 추진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여기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고건 전 총리,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제3후보와 시민사회, 전문가그룹 등이 참여할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여당 내 신당파가 노무현 대통령을 뗀 신당을 추진하는 데 대해 열린우리당 내 사수파인 '혁신모임'에서 반발 움직임이 나오고 있고 29일엔 당헌·당규 개정에 대해 '혁신모임'측에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당의 진로를 둘러싼 신경전이 법정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양측의 격돌로 원만한 전당대회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최악의 경우 결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수파의 당 사수 의지가 확고하다면 신당파가 제3지대로 나가 외부세력과 합치는 방법밖에 없다. 따라서 두 번째 시나리오는 친노세력을 뺀 통합신당과 기존 열린우리당의 분열구도다.고건발 정계개편도 또 다른 시나리오 중 하나다. 열린우리당의 기존 후보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현 시점에서 가장 지지도가 높은 고건 전 총리는 통합신당 참여보다 자신을 중심으로 한 중도실용노선 신당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이와 관련, 고 전 총리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내 일부 신당파 의원들과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으며, 김성곤 의원은 '중도포럼' 구상도 밝힌 바 있다.이밖에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한나라당 중도개혁진영까지 미래세력에 포함하는 시나리오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통합신당이 가시화되는 시기는 이르면 내년 3,4월, 늦으면 5,6월이 될 전망이다. 후보간 경쟁인 오픈프라이머리는 7,8월쯤에 실시될 것으로 예상된다.통합신당의 모양새와 주도권은 대선주자들의 세력기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향후 여권발 정계개편은 각 정파간 고도의 수 싸움과 물밑 신경전이 뒤따를 전망이다.
- 07년 첫째주, `1월 랠리` 테잎 끊을까
-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2006년 국내 증시가 연말 상승장세 속에 마감하면서 1월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지난 12월 28일 코스피 지수는 1434.46포인트로 마감, 긍정적인 흐름속에 2006년 증시를 마감했다. 연간 상승률은 3.99%에 그쳤지만, 북한 핵실험과 유가의 사상최고치 돌파,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변수에 비춰보면 깔끔한 마무리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우리투자증권은 "수급상 발목을 잡았던 외국인 매도세가 11월을 피크로 추세적인 순매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기업 실적 측면에서도 지난해 2분기를 바닥으로 회복세가 뚜렷해 지고 있다는 데 무게중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특히 10월 북 핵실험 충격을 극복한 후 꾸준한 상승흐름을 이어간 것에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하반기 장세가 2007년의 산뜻한 출발을 예고하는 전조라는 분석이다. 이에 연말의 상승흐름이 연초까지 무난하게 연장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미국경제의 연착륙과 중국의 2008 올림픽 유치 등으로 인한 내수진작 효과 등 외부여건의 호조 등도 2007년 개장을 맞는 우리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1월 효과, 올해는? 1월 효과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1월 랠리에 대한 가능성을 높이고 있는 시점이다. 지난 1991년 이후 16년간의 코스피 지수 등락률 통계를 보면, 1월에 지수가 상승한 경우는 10번이었다. 하락한 경우는 6번. 월별 평균 등락률을 봐도 1월이 +4.89%로 가장 높았다. 또 1월지수의 방향성이 연간 지수 추이로 이어진 적은 13번이었다. 그만큼 1월 장세가 앞으로 1년간의 증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로 작용한다는 얘기다. ▲ 매년 1월 등락률 추이올해도 이같은 1월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올 1월 증시의 기대감에 대한 근거로 ▲미 경기 연착륙 가능성을 지지하는 경제지표 ▲달러·원 환율의 930원 복귀로 환율 불안감 극복 ▲8개월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외국인 등을 거론했다. 안태강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호재들은 2007년 증시에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이면서 2006년 투자심리를 억제해 왔던 요인들이기도 하다"면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2007년 증시는 2006년과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올 1월은 지난 연말의 그간 상승에 따른 부담감을 해소하면서 새로운 모멘텀을 찾아가는 장세를 펼쳐 보일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화증권은 "지난 8개월간 주가는 꾸준히 상승했지만 시장에 대한 평가를 바꿀만한 펀더멘털 요인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이는 시장을 압박할 수 있으며 2~3개월간의 조정장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정이 마무리되는 2분기 이후에는 지금까지의 상승세보다 빠른 상승속도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 연착륙 기대감..우리증시에도 호재 미국 경제가 연착륙 기조에 접어든 것은 우리 증시로서는 호재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1월 첫째주에 발표되는 미국의 다양한 경제지표들에 주목해야 한다. 한때 11월 ISM(공급관리협회) 제조업지수가 기준선을 50을 하회하면서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지수는 제조업과 달리 견조한 모습을 보여 현재 이러한 우려는 상당부분 희석된 상태다. 대우증권은 "미국 경기는 최근 혼조세를 보이면서 판단을 어렵게 하고 있으나 결국 경기 둔화의 막바지 모습으로 판단된다"면서 "경기 상승 전환에 대한 기대감은 1분기를 거치면서 점차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결국 테러나 유가폭등, 금리인상, 자산시장 붕괴 등 예기치 못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미국경제는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물론 일각에서는 미국 등 해외변수에 의한 예기치 않은 하락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미국 제조업 경기도 그러하지만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연초 단기 쇼크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는 게 그 근거다. 하지만 이 같은 사유들은 미국 경제의 경착륙과 그로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를 초래할 만큼의 변수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오태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제조업경기 둔화가 전 산업으로 확산되는 모습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면서 "또 미국 경기둔화가 나타난다 하더라도 이것이 글로벌 경기 동반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욱 낮다"고 평가했다. 또 9일(미국시간)부터 알코아를 시작으로 발표될 미국의 4분기 실적발표도 향후 우리증시의 방향성 탐색에 좋은 지표가 될 수 있으니 참고해야 한다.◇수급 개선, 환율·유가 안정 등..증시환경 `양호` 1월 증시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투신권 및 프로그램 차익거래 매물 출회로 인한 우려다. 현재 누적차익잔고 물량은 사상 최대치인 4조4000억원대에 다다른 상태. 이 물량이 한꺼번에 폭발한다면 우리 증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당분간 이같은 우려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증시의 볼륨이 커진데다 수급여건이 개선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에서다. 김민성 부국증권 책임연구원은 "연기금, 보험 등 기관이 증시 버팀목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연초에 정부의 경제정책 운용방향이 발표될 것이고,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들이 경기회복세를 시사할 것으로 예상돼 투자심리를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급 상황에 있어 이처럼 긍정적인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중 또 하나는 최근 순매수로 돌아선 외국인들의 투자 방향이다. 올해 11조원 가량을 순매도한 외국인들이 11월말을 기점으로 순매수로 돌아서고 있는 것. 이에 지난 12월 한달 동안에만 1조원을 순매수 하기도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이같은 외국인 매수세가 해외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금이 미국 외 지역에서의 비중을 상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으로 연초에는 그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경기 둔화 우려를 부추겼던 환율과 유가 등도 새해엔 다소 다른 국면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절상의 압력이 줄어들고, 유가 또한 급등락이 아닌 물가상승률 수준의 상승세가 전망된다는 게 그 이유다. 김세중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쌍둥이 적자 완화로 달러 약세가 완만하게 진행돼 원화에 대한 절상 압력은 줄어들 것"이라면서 "원유 또한 수급 불균형이 초래되지 않아 가파른 상승세는 재현되지 않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 백색의 양떼목장..하얀 겨울의 손짓
- [조선일보 제공] 허연 입김을 내뿜는 썰매견은 `알래스칸 말라뮤트`솜이불 덮었나? 눈 덮인 목장‘한국의 알프스’라는 불리는 대관령 양떼목장(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파란하늘 아래 펼쳐진 초록빛 들판에 몽실몽실한 양들이 모여 한가롭게 풀을 뜯는 이색적인 풍경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곳이다. 이곳의 참 멋은 눈 내리는 겨울에 제대로 볼 수 있다. 두툼한 솜이불을 덮은 양 포근하게 다가오는 목장 풍경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6만여 평의 하얀 설원에 낡은 풍금과 아담한 오두막집이 어우러진 이국적인 목장 길은 걷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산책로를 따라 능선 정상까지 올랐다가 초지를 가로질러 내려오는 거리는 1.2㎞. 수북하게 쌓인 눈길을 따라 목장을 한 바퀴 도는데 1시간가량 걸린다. 매표소(어른 3000원 어린이 2500원·입장료라기보다 양들에게 줄 건초를 사는 값)를 지나면 두 갈래 길이 나오는데 왼쪽 길로 올라가 목장을 한 바퀴 돌아본 후 오른쪽 길 초입에 자리한 건초주기 체험장에서 양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일반적인 코스. 체험장에서 건초교환권을 주면 양 먹이를 한바구니 건네준다. 건초를 손에 담아 내밀면 양들이 서로 먼저 먹으려고 머리를 들이댄다. 입을 약간 비튼 채 고개를 까닥이며 풀을 먹은 모습이 마치 껌을 질겅질겅 씹는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 양들의 헤어스타일도 스포츠형, 레게 머리, 아줌마형 퍼머 등 제각각이다. ▒ 여행정보 ▒ ● 관람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30분(오후 4시30분까지 입장가능·11월~4월). (033)335-1966 ●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횡계IC로 나와 우회전(용평리조트방향)-고가 밑 삼거리에서 좌회전-구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하여 직진-구 대관령휴게소(상행선)가 양떼목장 주차장 썰매개와 함께 설원을 질주하얗게 눈 덮인 수림대 마을 펜션 '개벽풍경' 인체에 가장 적합한 기압상태로 생체 리듬에 좋다는 해발 700m. 바로 그 위치에 자리한 펜션 700빌리지(평창군 평창읍 조동리)에 머물면 북극지방의 썰매견인 ‘알래스칸 말라뮤트’가 끄는 썰매를 타 볼 수 있다. 해발 1000m에 이르는 남병산 정상 임도를 타고 달리는 개썰매는 길이 평탄한데다 안전 브레이크 장치가 이중으로 설치되어 초보자도 얼마든지 탈 수 있다. 한쪽 발을 밀며 “가자!”라고 외치면 썰매가 출발. 이때 개에 연결된 끈을 팽팽하게 잡아야 한다. 끈이 느슨하면 개보다 썰매가 먼저 나가 자칫 개나 사람이 다칠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네 마리가 이끄는 개썰매의 속도는 30~40㎞. 썰매에 올라타면 체감속도가 더해져 짜릿한 스릴감이 전해온다. 썰매를 끌고 산 위로 올라가 약간의 내리막길에서 타고 내려오는 것이 개썰매 맛보기 코스(1인당 8000원). 30분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눈 덮인 산길을 개와 함께 산책하듯 올라 신나게 내려오는 재미가 그만이다. 개 썰매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눈 덮인 산속을 달리며 목장까지 둘러보는 개썰매 피크닉(3시간 소요, 1인당 8만원)을 권한다. 산 정상을 누비며 발아래 가득 고인 운무 등 주변 경치를 감상하는 맛에 더 취한다. 눈이 없으면 썰매 대신 수레를 매달아 달린다. ▒ 여행정보 ▒ ● 숙박요금: 15평(4인) 10만원·40평(15인) 20만원. (033)334-5600 ●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장평IC-31번 국도-방림 삼거리-평창읍 방향-조동리(평창읍에서 조동리까지 9㎞) 수림대 마을에서 모닥불에 직접 튀겨먹는 팝곤금당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한 수림대 마을(평창군 봉평면 유포3리)은 마을 주민들이 힘을 합해 만든 농촌체험마을이다. 푸근한 시골의 맛을 그리는 도시인들을 위해 철마다 색다른 이벤트를 선보이는 이곳의 겨울철 인기 아이템은 장작불에 팝콘 튀기기와 삼굿 체험. 칠흑 같은 산골의 겨울 밤. 마당 한가운데에 장작을 쌓아놓은 후 사람들이 모이면 깜짝 이벤트가 펼쳐진다. 축구공만한 불덩이가 야트막한 산 위에서부터 연결된 200m가량의 줄을 타고 내려와 점화되는 것. 순간 주변은 어느새 포근한 빛으로 감싸인다. 캠프파이어를 즐기다 불길이 잦아들면 옹기종기 둘러앉아 팝콘 튀기기 시작. 나무막대에 대롱대롱 매달린 냄비에 옥수수 한줌과 소금을 넣고 장작불 위에서 3분 가량 살살 흔들어주면 옥수수 알갱이가 터지기 시작한다. 냄비뚜껑을 덮고 좀 더 흔들어주면 냄비 안에서 톡톡 터지는 손맛이 낚시의 손끝 맛 못지않게 짜릿하다. 팝콘 터지는 소리도 정겹다. 뚜껑을 열면 하얗게 부풀어 오른 팝콘이 냄비에 한 가득. 트랜스지방 없는, 내 손으로 만든 따끈한 팝콘을 안주 삼아 맥주 한 잔 기울이면 금상첨화. 삼굿은 오래 전 삼베옷의 원료인 대마 껍질을 벗기기 위해 구덩이를 판 후 젖은 대마를 얹은 돌을 놓고 장작불을 지펴 수증기로 쪄내던 것으로 삼굿 체험은 그 원리를 이용해 돌 위에 약초를 깐 후 감자, 옥수수, 닭고기 등을 얹어 즉석에서 쪄 먹는 것(2시간 소요). 직접 불을 때며 음식을 익히는 재미도 있고 긴긴 겨울 밤을 보내기에 그만이다. 팝콘 튀기기와 삼굿 체험은 10인 이상 가능하지만 숙박 손님 대부분이 참가하기 때문에 ‘인원 미달’일 리는 거의 없다. 체험비 1인당 5000원.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고 물을 뿌려 살짝 얼린 다음 눈 조각을 해볼 수도 있다. ▒ 여행정보 ▒ ● 숙박요금: 8평(4인)의 경우 숙박만 하면 6만원, 1가지 이상 체험 신청 시 4만원, 10평(6인)은 숙박만 8만원, 체험 신청하면 6만원, 13평(8인) 숙박 10만원, 체험 포함 8만원. (033)332-6234 ● 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장평 IC에서 우회전-고속도로 밑을 지나면서 좌회전-금당계곡방향(424번 지방도)-금당계곡 따라 직진-유포3리(수림대 마을)입구 버스정류장 삼거리에서 우회전-수림대 마을 ● 겨울철 눈길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 .수림대 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낸 후 ‘700빌리지’에서 개썰매 체험을 하고 영화 ‘웰컴 투 동막골’ 세트장까지 돌아보는 1박2일 일정이다. 1~3월말까지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출발(30인 이상 가능). 어른 11만9000원, 어린이 11만5000원. 문의 ‘산바다여행’ (02)739-4600 (평창의 맛) ● 곤드레밥: 푹 삶은 곤드레나물을 들기름에 살짝 볶은 후 솥바닥에 깔고 쌀을 얹어 밥을 지은 다음, 양념간장에 비벼 먹는다. 곤드레나물에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A가 풍부해 건강식으로도 그만이다. 1인분 5000원(2인 이상 가능). 평창읍 대하리 ‘가마골’(033-332-6333) 등 평창에 가면 곤드레밥 전문점이 많다. ● 메밀부침개, 메밀전병: 메밀로 유명한 봉평면을 비롯해 평창 곳곳에서는 메밀로 만든 음식을 어디서나 맛볼 수 있다. 겨울에는 따끈하고 담백한 메밀부침개와 매콤한 메밀전병이 인기. 평창읍내 버스터미널 옆에 있는 평창시장에 가면 즉석에서 부쳐주는 메밀부침개와 메밀전병(각 2장에 1000원)을 맛 볼 수 있다.
- (edaily리포트)`브랜드 관리` 샛길은 없다
-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내년이면 세계 자동차 업계의 선두가 바뀔 듯합니다. 위기의 GM이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 타이틀을 결국 일본 도요타에게 내주게 된다는 것이죠. 도요타는 시가총액에 이어 생산량 기준으로도 명실공히 `넘버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됩니다. 도요타의 승리는 특히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고, 브랜드 관리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 메이커에게 시사점을 남기고 있습니다. 국제부 김유정 기자의 얘깁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5년전 오늘, 1991년 12월18일.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제네럴모터스(GM)는 향후 4년내에 북미 지역 공장 21개를 폐쇄하고, 수 만명의 직원을 감원하겠다는 우울한 발표를 했습니다. 지난 1980년대 후반까지 활발하게 진행하던 사업 다각화 노선에서 이탈, 설비가 노후된 공장을 폐쇄하고 감원하는 등 `합리화 계획`으로 돌아선 역사적인 날입니다. 80년대말 미국 국내시장의 침체와 90년대초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공세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감량과 경영진 교체 등 대수술에 들어간 것이죠. GM의 계획은 주요 경제적 사건을 날짜별로 기록해 놓은 책(This Day in Business History)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이후 GM은 비자동차 부문과 부품사업 부문인 델파이 등을 매각하고, 자동차 부문에 역량을 집중했지만 시장의 신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과도한 복지혜택에 따른 비용부담은 컸고, 구조조정도 회사의 의도대로 수월하게 이뤄지지는 못했습니다. 새로운 제품들을 내놨지만 고유가 등 변화하는 시대흐름을 선도하지는 못했습니다. GM은 신용도가 투기등급으로 추락하면서 파산 가능성이 제기되고, 기업사냥꾼의 공격으로 경영권이 위협받는 등 최악의 시기를 보냈습니다. 91년 이후 15년만에 다시 감원과 폐쇄,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에 기댄 것도 상황이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도요타는 올해 하이브리드카의 판매 호조 등으로 최고의 나날을 구가해 왔습니다. 그동안 도요타가 보여준 성장세를 감안할 때 GM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였고, 예상은 결국 내년에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도요타라고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도요타는 최근 차량결함 은폐와 리콜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품질` 신화에 큰 흠집을 남겼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GM을 따라잡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아대다가 정작 품질관리를 소홀히 한 것이 원인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요타는 문제를 숨기거나 해결을 늦추지 않았습니다. 드러내놓고 해법을 찾았습니다. 도요타는 지난 2개월간 제품개발 과정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일부 라인에서 보다 빨리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품질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합니다. 도요타는 결국 `성장을 양보하더라도 품질은 양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품질관리를 위해 성장계획에 자체적으로 제동을 걸었습니다. GM이 품질과 브랜드 문제를 외면하고, 비용부담 해소를 위해 대증적 요법을 반복한 반면 도요타는 품질과 브랜드라는 핵심사안을 바로 짚고 들어갔습니다. 품질과 브랜드에 문제가 있어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다면 어떤 제품과 기술로도 1등 자리를 꿰찰 수 없다고 본 것이죠.우리 자동차 업계는 어떨까요. 최근 외신에는 GM이나 도요타 못잖게 현대자동차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경제전문지 포천을 시작으로, 월스트리스트저널, 파이낸셜타임스, 비즈니스위크에 이르기까지 번갈아가며 현대차 문제를 꼬집습니다. 환율요인, 이른바 원화강세 때문에 경쟁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게 문제제기의 1차적 배경입니다. 여기에 현대차의 `평범치 않은` 노사관계, 정몽구 회장에 대한 재판과 그로 인한 경영공백 우려 등이 더해집니다. 외신 보도의 상당부분은 국내에서 익히 알려져 있는 내용이지만 그들이 전세계 금융시장과 관련업계에 두루 배포돼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상황이 좋지않다 보니 외신뿐 아니라 평소 현대차에 우호적 입장을 보였던 미국의 자동차품질조사기관도 `삼성은 전세계 브랜드지만 현대차는 아니다`는 쓴소리를 내놓습니다. 올해초 현대차가 기아차의 미국 진출을 확정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것에 비하면 상전이 벽해로 변한 느낌입니다. 외신의 관심과 시장 파급력이 큰 만큼 현대차의 대응도 민감합니다. 외신에 부정적 기사가 실리면 이 내용이 국내 언론에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분주한 모습입니다. 현대차는 갑자기 늘어난 비판에 전전긍긍하면서 비판적 기사를 막는데 급급하고 있지만 손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봐야 합니다. 외신에 공격의 빌미를 주고 있는 환율문제는 원고(高)를 이겨내기 위한 전략과 전술로 해법을 찾아야 할 사안입니다. 과거 엔고로 유사한 고통을 겪은 일본 도요타가 렉서스라는 고급 브랜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도요타는 엔고를 극복하기 위해 원가절감과 고급화 전략을 통해 환율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메울 수 있었습니다.일본 메이커들은 엔고 극복을 위해 전사적 품질관리와 재고 최소화 등 경영합리화를 추진했고, 글로벌 재배치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현대차가 위기를 방치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환율 파고를 이겨내기 위해 동남아시아와 남미 지역에도 해외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정몽구 회장은 브랜드 경영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이같은 노력을 몰라주는 외신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지만 문제를 덮어두는데 주안점을 두기보다는 해법을 찾고 있다는 점을 보다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노조 문제와 경영공백 우려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반복되는 파업과 구속수감되는 총수의 사진들을 신문에서 막는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죠.최근 기획취재차 기자가 방문했던 발렌베리(Wallenberg) 가문 기업들을 이끌고 있는 인베스터(Investor AB)의 브랜드 관리 키워드는 `존경`이었습니다. 사브, 에릭슨 등을 소유하고 있는 스웨덴 최고 재벌가문인 발렌베리는 국민들에게 그 이름만으로도 넘치는 존경을 받습니다. 소유 기업들의 이미지도 좋을 수 밖에 없겠지요. 발렌베리 기업들이 사회환원을 많이 하고, 스웨덴 국가 경제 전체를 이끄는 `국민 기업`이기는 하지만 해답은 여기에 있지 않았습니다. 자회사 경영에 대한 철저한 독립성과 투명한 경영 등 기업경영 그 자체에서 `존경`을 이끌어내는데 그 비결이 있었습니다. 이들에게 `존경`이 브랜드 관리의 중심에 있습니다.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의 브랜드를 `존경받는` 것을 통해 관리하겠다는 자존심. 국가 경제를 이끄는 기업의 브랜드 관리가 이 정도는 되어야겠지요. 도요타의 사례에서 보듯 위기일수록 기회는 가까이 있습니다. 환율과 노조문제, 총수 재판 등으로 악재가 중첩한 이 때, 현대차의 브랜드 관리가 무엇인지 바닥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 예술적인 건축물과 알프스의 자연이 만나다
- ▲ `테르메 팔츠`는 `물발`도 `물발`이지만, 건축으로도 유명하다. 건축학도들이 답사 올 정도다.(`테르메 팔츠` 제공)[조선일보 제공] 알프스 산골에 자리잡은 ‘테르메 팔츠’(www.therme-vals.ch)는 온통 회색빛의 석조건물이다. 유명한 스위스 건축가 페테르 줌토르가 설계한 건물은 막힌 듯 열린 독특한 실내공간이다. 전 세계에서 ‘작품’ 보러 건축학도들이 구경 온다. 중앙에 자리잡은 메인 풀은 섭씨 32도. 천장에서 푸른 조명이, 돌바닥에서 올라오는 노란 조명이 물에서 맞닿아 어른거리니 수채화같다. 탕에 몸 담그고, 따끈한 국물로 속 데우는 한국 사람에게는 미지근하다고 느껴지는 온도다. 하지만 스위스 연인들은 그 정도 따뜻함에도 사랑이 녹아나는지 물 안에서 껴안고 키스하기 바빴다. 대부분의 유럽 스파는 18세 미만 출입 금지 구역이다. 이곳은 5세 이상 아이들도 입장 가능하다(입장료 어른 30스위스프랑, 어린이 20스위스프랑). 아이들 데려온 한 스위스인 부부는 42도 열탕 ‘파이어 풀’ 앞에서 “세상에, 너무 뜨겁겠다”면서 멈칫거렸다. 한국식 목욕에 단련된 내 피부에는 적당한 따뜻함인데. 14도 찬물로 채운 ‘아이스 풀’, 꽃잎 띄운 ‘플라워 풀’, 알프스 바라보는 야외 풀 등 크고 작은 풀이 6개 있는 아담한 규모다. 스파는 알프스를 향해 커다란 창이 나있다. 건축가가 디자인한 긴 나무 의자에 누우면 알프스가 시야에 꽉 찬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된 기분이다. 팔츠는 땅 속에서 30도 온천이 난다. 절반은 식혀서 ‘팔체르’라는 이름의 미네랄 워터로, 나머지 절반은 데워서 스파에 쓴다. 마시는 물과 스파가 똑같으니 수질은 보증수표다. 호텔 방과 스파만 예약하고 갔는데 아뿔사, 그 시골에 마사지와 테라피 예약도 꽉 찼다. 딱 하나 남은 게 솔트 스크럽(20분에 55스위스프랑). 마사지룸에 들어서니 침대에 하얀 시트 깔고 그 위에 투명 비닐을 덧깔았다. 부직포 팬티 달랑 입은 민망한 차림으로 누우니 몸집 좋은 스위스 중년여성이 손바닥에 물과 소금을 얹어 조금씩 내 몸을 문질렀다. 상처난 곳만 쓰렸고, 나머지는 때밀이 수건으로 미는 것보다도 감촉이 덜 거칠었다. 얼굴 빼고 온 몸이 소금으로 뒤덮였다. 투명 비닐로 몸 전체를 감싸고, 그 위에 하얀 시트로 덮은 채 가만 누워있으니 염장 고등어 된 황당한 기분도 들었다. 조금 지나니 몸이 훈훈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따뜻한 물로 소금기를 씻었다. 몸에 붙어있던 세상 먼지도 소금과 함께 사라지나보다. 비누칠 않고도 몸이 매끈하고 개운했다. 스파 입장료 포함된 호텔 1박 가격이 1인당 205스위스프랑(더블룸 기준). 그밖의 마사지와 탈라소는 55~255스위스프랑이고 별도로 예약해야 한다. 1스위스프랑=약 770원 ●팔츠 가는 길 취리히에서 200㎞ 떨어진 알프스 산골이라 가기가 만만치 않다. 스위스철도(www.sbb.ch) 홈페이지에서 ‘취리히-일란츠’ 티켓을 왕복으로 구입한다. 취리히 중앙역에서 쿠르(Chur)행 기차타고 1시간 15분, 다시 쿠르에서 일란츠(Ilanz)행 기차로 갈아타고 35분쯤 간다. 왕복 기차요금은 94스위스프랑(2등석). 일란츠에 내리면 바로 시외버스 정거장이 붙어있다. 팔츠(Vals)행 시외버스를 타고 35분쯤 가면 테르메 팔츠(Therme Vals) 정거장에 세워준다. 왕복 시외버스 요금은 22.80스위스프랑.
- 스파왕국을 누벼라 - 중국편
- [조선일보 제공] ▲ 영수온천의 술탕. 와인을 풀어 붉은빛이 진하다.어메이산(아미산) 링슈온천에서 "헌 따! 헌 따!"<매우크다> 중국에 스파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약 2년 전. 기존 온천은 규모를 넓히고 새로 짓는 호텔들은 스파를 필수적으로 두기 시작했다. 처음엔 조금 ‘여유 있는’ 중국인들만 찾았다면 이젠 가족 주말나들이 코스로 자리 잡아가는 추세다. 시설은 대부분 일본과 유럽을 벤치마킹한 대신, ‘규모’에서 중국만의 색깔의 찾았다. 한국의 초대형 물놀이 시설을 닮기도 했다. 아무튼 특징이 무엇인지 물으면 다들 “헌 따! (매우 크다)”라고 외칠 정도로 ‘넓게’ 짓는 것이 유행이다. 쓰촨(四川省) 어메이 산(峨眉山·아미산) 링슈(靈秀)온천은 그 중에서도 가장 넓다. 총 규모가 1만2000 평으로 동대문 야구장의 2배 크기. 물놀이 시 설은 기본이고 물에 몸 담그고 공연을 볼 수 있는 무대까지 있다. 중국식 ‘대규모 스파’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입소문이 퍼져서 매년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다. ‘링슈 온천’은 어메이 산 자락에 폭 파묻혀 ‘작은 스파 왕국’ 같았다. 전해 들은 크기에 살짝 겁을 먹고 직원에게 바람직한 ‘동선’에 대해 브리핑까지 받았다. 하지만 에메랄드 빛 조명을 받으며 신선같이 야간 스파를 즐겨보겠다고 밤 10시에 찾은 스파, 방금 지나친 과일탕만 자꾸자꾸 나타난다. 스파로 땀내기도 전에 벌써 운동이 다 된 기분이다. 사실 링슈 온천은 규모보다 어메이 산 1500m지하에서 끌어올리는 ‘라돈’ 천으로 더 유명하다. 방사능인 ‘라돈’이 피부와 신경통에 좋다고 선전이 대단하지만 특별한 향이나 색이 없어서 며칠 몸을 담그는 걸로는 그 효과를 발견하긴 어렵다. 소용돌이 탕 등 실내에만 13개… 가운·슬리퍼는 내 몸같이 해야 입구부터 영어가 거의 안 통한다. ‘출구’ ‘입구’ 같은 서바이벌 중국어 몇 마디는 배워올 걸, 후회막심. 로비에서 옷장 열쇠를 받고 오른편 수영복 코너에서 수영복을 샀다. 신발을 벗어주고 슬리퍼를 받는데 발 사이즈는 못 따진다. 진열된 3~4개 중에서 적당히 맞는 것을 골랐다. 옷장에 든 담요 같이 폭신한 가운을 들고 실내온천으로 향했다. 입구 앞쪽 소용돌이 탕에 시선이 쏠렸다. 들어가 휩쓸리면 뱅뱅뱅 돌아 중간까지 간다. 재미도 있거니와 혈액순환에도 좋단다. 뱅뱅 도는 건 즐거워도, 뒤에서 아이들이 깔깔대는 소리는 감수해야 한다. 몇 번을 정신 없이 돌다가 나왔더니, 이런, 밖에 걸쳐놓은 가운이 사라졌다. 다시 받으러 갔더니 탈의실 직원이 손가락 하나를 꼿꼿이 세웠다. 한 사람 앞에 가운은 하나씩이라는 뜻. 그렇다고 실외에 나가 오돌오돌 떨 수는 없는 터. 한참 동안 직원을 쳐다봤더니 할 수 없다는 듯 새 가운을 건넸다. 실내탕으로 들어가는 복도에 물기가 많은 줄 알았지만 그렇게 미끄러울 줄 몰랐다. 슬리퍼를 안 신은 죄로 땅에 드러눕는 굴욕씬을 연출해야 했다. 잊지 말자 슬리퍼, 간수 잘하자 내 가운. 세찬 폭포를 뿜어대는 중국풍 코끼리 분수를 지나칠 수 없다. 물살이 꽤 세서 오래했더니 머리가 얼얼하다. 수치료 탕엔 정사각형 대리석 6개가 2열 횡대로 놓여 있는데 바닥에 빨간 버튼(눈에 잘 띄지 않는다)을 누르자 갖가지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온다. 돌 사이에 앉든, 돌 위에 올라 앉든, 기포 마사지를 받고 싶은 부위에 따라 포즈 변환 가능. 안타깝게도, 사방에서 물이 수 십 줄기로 쏟아져 나와 ‘침’을 맞는 효과를 낸다는 침탕은 공사 중이다. 소금을 넣어 사해(死海)처럼 몸을 둥둥 띄울 수 있다는 사해탕도 마찬가지로 ‘클로즈드’(closed)푯말이 붙었다. 닥터피시에게 살짝 발을 내맡기는 걸로 13개 실내탕 순회 끝. 차례로 온도 떨어지는 계단식 탕, 영지·인삼 가득한 한약재탕은 꼭 실외로 나가기 전에 머릿속 지도를 떠올렸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1000㎡이 넘는 탕만 4개에다 구석구석 숨은 탕이 40개 넘는다. 길 찾기는 포기하고 보이는 탕마다 몸을 내맡기기로 했다. 둘레길이가 300m로 수영하기 좋은 탕엔 사람이 가장 많다. 흔들 다리와 아치형 다리를 건넜더니 수풀 속에 숨어있는 민트·사과·바나나 과일탕이 나타났다. 노천탕의 하이라이트는 고온에서 저온까지 계단식으로 연결된 탕 5개. 가장 위 고온탕이 45도이고 아래로 갈 수록 2도씩 내려간다. 고온탕에 누워서 아래를 보니까 곳곳에서 폴폴 더운 김이 솟아오르는 탕들이 자그맣게 보인다. 멀리서도 한약냄새가 풍겨오는 곳은 영지, 인삼, 쇠양 등 6개 한약재탕. 한약향이 진한 대신 5명이 들어가면 꽉 찰 정도로 탕이 작다. 한쪽엔 양꼬치와 맥주를 먹을 수 있는 바가 있는데 직원이 없다. 돌아다니다가 ‘공사 중’ 푯말이 붙은 탕을 여러 번 만났다. 공사 중이거나 약간 지저분한 탕을 제외하면 40여 개 탕 중 한참 누워있다 오고 싶은 탕은 절반 정도였다. 돌다 보니 벌써 자정. 손님이 나갈 때까지 기다려 준다지만 살짝 한기가 들어서 나갔다. 샤워장엔 공동으로 쓰는 샴푸와 바디샴푸가 있다. 비누는 직원에게 달라고 해야 준다. ● 어메이 산 관광지구 안에는 스파가 4곳이다. 그 중 링슈 온천 규모가 가장 크다. ‘퍼블릭 스파’외에 따로 ‘프라이빗 스파’도 갖췄다. 2008년까지 지금의 2배(2만6000평)로 넓혀 ‘중국형 대규모 스파’를 보여주겠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입장료 실내+실외 168위안(주말 198위안), 실외만 98위안(주말 118위안) (1위안=약 120원) 차이나 항공으로 오후 2시5분 인천 출발, 5시30분 청두(成都)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어메이 산 관광지구까지는 자동차로 다시 2시간 30분쯤 가야 한다. 1시간30분쯤 가다 보면 차(茶)박물관 ‘천부다원’이 있다. 현지인들도 고속도로 휴게실처럼 사용하는 곳이라고 하니 화장실 갈 겸 들려서 구경하기 좋다. ● ‘하나투어’가 온천 관광을 앞세운 ‘청두·어메이 산 온천·상하이 5일’ 상품을 내놨다. 매주 수·일요일 출발, 74만9000원부터, 어메이 산 관광과 온천. 사천요리 특식, 발 마사지, 변검쇼, 상하이 마이청 서커스 관람, 청두~상하이 간 항공료 포함. 여기서 상하이를 뺀 ‘청두·어메이 산 온천 5일’은 매주 월·금요일 출발, 69만9000원부터. 어메이 산 관광지구 안에 있는 스파 3곳에서 온천하고 청두를 돌아보는 일정. ‘청두·주자이거우(九寨溝·구채구)·러샨(樂山)·어메이 산 6일’ 상품은 매주 수·일요일 출발, 94만9000원부터다. (02)3417-1212, www.hanatour.com
- (저금리의 비밀)③유동성의 `바통터치`..藥 혹은 毒(?)
-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돈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저금리 자금을 뿜어내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샘물은 해외로부터 수입됐고,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상에 전혀 제약을 받지 않았다. 금융기관들은 해외에서 싼 이자의 자금을 무더기로 들여와 국내 대출시장과 자본시장을 통해 풀었다. 그렇게 풀린 막대한 유동성은 부동산시장으로도 흘러들어가 이른바 `부동산 광풍`을 만드는데도 일조했다. ◇ 친숙했던 유동성은 사라지고... 2002년 11월말, 세밑을 한달가량 앞두고 한국은행에서 의미심장한 보고서가 발간됐다. 장동구 당시 금융경제연구원 국제경제팀장(현 거시경제연구실장)이 펴낸 <!--StartFragment-->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003년부터 시작해 짧게는 3~5년, 길면 10년 내내 적자를 지속할 것을 전망하고 있었다. 실제로 2003년 1분기 경상수지는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그러나 2003~2004년 중국시장의 등장으로 수출이 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 이에 따라 경상수지 적자에 대한 우려도 뇌리에서 잊혀졌다. 올해 경상수지 적자 우려는 연중 내내 끊이지 않았다. 1분기 경상수지는 적자를 기록했고 연간기준으로도 거의 균형 상태까지 내려왔다. 수출은 여전히 잘됐지만 수입도 늘었고, 서비스수지의 대규모 적자로 빠져나가는 달러가 급증했다. 때를 같이해 외국인 주식자금도 빠져 나갔다. 2000년 130억달러, 2001년 102억달러 순유입됐던 외국인 주식투자자금은 2002년 4억달러미만으로 떨어졌다. 이후 2003~2004년 240억달러 순유입되더니 지난해에는 32억달러로 줄었고, 올해는 3분기까지 68억달러 순유출로 돌아섰다. 2~3분기만 따지면 무려 120억달러 이상이 나갔다.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주식자금은 국내 외환시장에 외화의 최대 공급 채널이었다. 그 채널이 둘 다 막혔지만 2002년에도, 2006년에도 환율이 급락(원화 강세)했다. 이른바 `글로벌 달러 약세`라는 거대한 바람은 한국의 외환시장도 건너뛰지 않았다.2002년초 1320원이던 환율은 3월이후 외국인 주식자금 순유출이 되며 1332원까지 올랐지만,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확대 등에 대한 우려로 달러값이 국제시장에서 급락하며 연말에는 1186원까지 떨어졌다. 전년말에 비해 10.7%나 절하된 것.정부의 강력한 개입으로 이후 평행선을 긋던 환율은 2004년 4분기 정부 외평기금이 파생금융상품을 이용해 무리한 환율방어에 나섰다가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재차 급락하기 시작했다. 2005년 분기당 평균 1008~1040원에서 움직이던 환율은 올들어 9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새로운 얼굴의 `유동성`..단기 외채의 폭증은행들은 올들어 무려 400억달러 이상의 단기자금을 해외에서 차입하거나 기존 단기대출을 회수했다. 사상 유례가 없는 규모였다. 2002년에도 그랬었다. 그전까지만 해도 단기자금을 오히려 해외로 운용하던 은행들은 2002년 100억달러 이상을 단기차입하거나 회수했다. 그러나 올해 400억달러에 비하면 그 규모나 파괴력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2002년에는 은행 단기차입이 없었어도 외환은 공급우위였다. 다만 국제수지 흑자 규모가 47억달러에서 116억달러로 늘어났다. 올해는 기타투자수지를 제외하면 국제수지는 대규모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다. 단기자금이 유입을 뺄 경우 국제수지는 경상수지와 자본수지를 합해 9월까지 265억달러의 대규모 적자. 그러나 실제 국제수지는 150억달러 가량의 대규모 흑자다. 2002년과 2006년 모두 예금은행의 해외 단기차입에 힘입은 대규모 기타투자수지 흑자 덕분에 경상수지 흑자 감소와 주식자금 유출로 인한 유동성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 은행들은 왜 그 많은 외채를 차입했나올들어 은행의 단기 외화 유동성 사정은 말라가고 있었다. 경상수지 흑자로 들어오던 달러는 끊기고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을 팔고 속속 달러를 챙겨 떠났기 때문. 반명 달러 약세가 올해 다시 기승을 부리자, 수출 기업들은 수주가 이루어지는 즉시 미래에 수출대금으로 받을 달러를 선물환시장에서 팔았고, 수입기업은 달러를 더 싸게 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 기업들이 판 선물환을 매입해야 하는 은행들은 환 포지션 중립을 위해 현물시장에서 보유 달러를 팔아야 했다.이미 외화 자금 사정이 전만 못했던 은행들은 기업이 판 선물환을 받아주고 난 뒤 현물로 되팔아야 할 달러가 바닥이 나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 결국 외국의 다른 은행에게 손을 내밀어야 했다.그러나 올해 은행 단기차입 급증을 모두 기업 선물환 매도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기업들이 선물환을 판 때와 은행들이 단기자금을 조달한 시점은 그다지 일치하지 않았다. 한은이 콜금리를 올렸던 2월과 6월에는 단기외채 차입을 거의 하지 않았고, 반면 4~5월과 9월에는 그보다 매입한 선물환보다 훨씬 더 많은 단기외채를 들여왔다. 선물환매입 외에 은행들이 단기외채를 조달한 다른 배경이 또 있었다는 것. 그중 대표적으로 꼽히는 것이 급증한 외화대출 재원마련과 무위험 차익거래를 통한 국내 채권 매수다. 오인석 한국은행 외환시장팀 차장은 "과거에는 은행들 단기 유동성 사정이 풍부해서 외화 콜론으로도 자금을 많이 운용했다"며 "그러나 올들어 단기 유동성 자체가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외화대출에 대한 재원마련과 함께 환차익을 고려한 내외 조달금리 차이를 이용한 재정거래도 외화차입이 늘어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위험을 헤지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그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는 하지만, 둘다 저금리로 조달해 고금리에 투자한다는 면에서는 기본적으로 캐리 트레이드의 속성을 띠고 있다. 부동산 투자에도 활용됐다는 엔화대출의 경우 워낙 금리가 낮은데다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어 원화대출을 받은 기업들이 바꿔 탈 수 없느냐는 문의가 은행마다 쇄도했다. 한은 관계자는 "환위험을 헤지하지 않을 경우 금리를 1%포인트 가량 절약할 수 있고, 헤지를 해도 0.40~0.50%포인트를 낮출 수 있어 기업들 선호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똑같이 해외에서 유입되는 유동성이었지만,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랐다. 지난해 이전까지는 외국인 자금이 주로 주식시장으로 직행했다면, 단기차입과 대출회수로 들어온 새로운 유동성은 주식시장이 아닌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그곳은 금리가 결정되는 은행 대출시장과 채권시장이었다.특히 재정거래를 통한 채권매입은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국내 채권시장의 주도세력은 완전히 바뀌었고, `웬만해서는 오르지 않는 금리`를 만들어 놓았다.(4편으로 이어집니다)☞(저금리의 비밀)시리즈, 게재된 기사 바로 가기①왕따! 한국은행②`거품 경고`..2002년 재판인가③유동성의 `바통터치`..藥 혹은 毒(?)④외은지점, 한국 채권시장 `접수`⑤4월,거품을 잉태하다⑥`패거리금융` 진수 보여줬다
- (권소현의 일상탈출)(20)C.S.T역과의 악연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메이 아이 헬프 유?" 뭄바이 콜바 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C.S.T역에 내리자마자 같은 버스를 탔던 한 남자가 말을 건다. 커다란 배낭을 메고 버스에서 내리면서 중심 못잡고 휘청했던 내가 안쓰러웠나보다. 밤 늦은 시간에 짐을 모두 챙겨서 둘러메고 기차역으로 간 것은 뭄바이보다 더 남쪽에 있는 해변 휴양지, 고아에 가기 위해서였다. 밤 11시에 기차를 타면 12시간을 달려 점심때쯤 고아에 내려준단다. 여행이 막바지에 이를수록 짐은 더 커져만 갔다. 가방을 10분만 메고 있어도 어깨가 빠질 것만 같은 통증이 느껴졌다. 게다가 버스가 선 곳은 C.S.T역 맞은 편이다. 도로를 건너야 하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횡단보도가 없다. 도로 한 가운데 있는 허리 높이의 중앙 분리대만 눈에 띈다. 버스에서 내린 인도인들은 좌우를 재빨리 살피고는 무더기로 도로를 무단횡단해 중앙 분리대를 넘어 다시 반대차선 도로를 건넌다. 무거운 가방과 함께 하자니 중앙 분리대는 만리장성보다 더 높아 보인다. 가방만 아니었다면 아마 이 남자의 호의를 거절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난이도로 도로를 횡단하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나도 모르게 '땡큐'라고 답해버렸다. 거대한 가방은 그 남자의 어깨로 옮겨갔고 나는 해방감을 만끽하며 다른 인도인들을 따라 무단횡단을 감행했다. ▲ 인도 기차역 대합실 풍경, 바닥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워 있다.C.S.T역은 상당히 복잡했다. 남부로 가는 모든 열차가 이 역에서 출발하는 데다 교외선까지 있어 사람들로 북적였다. 플랫폼까지 걷는 동안 이 남자는 쉴새 없이 말을 했다. 영어가 유창하지는 않았지만 기초적인 호구조사 수준이니 그럭저럭 말은 통했다. 짧은 시간 동안 그 남자는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 아직 미혼이라는 것, 고아로 가기 위해 곧 기차를 탄다는 것, 벌써 1달째 여행중이라는 정도의 정보를 얻었고 나는 그 남자가 뭄바이에서 일한다는 것, 집이 외곽이라 늘 C.S.T역에서 교외선으로 출퇴근 한다는 것, 나이가 25살이라는 것 정도를 알게 됐다. 이 남자 대뜸 이렇게 묻는다. "뭄바이에서 하루 더 자고 가는게 어때?" "안돼. 나 고아 가는 기차 타야 한다니까. 예매까지 다 했다고" "나 니가 좋아. 하루 더 있다가 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남자는 점점 끈적끈적해진다. "나 진짜 니가 좋아. 사랑해. 너를 만나서 행복해" "....." 어이없는 내용으로 실갱이를 벌이는 사이 고아행 기차가 대기하고 있는 플랫폼까지 왔다. 기차 입구에 붙어있는 예약표에서 내 이름 석자와 좌석번호를 확인했다. 이제 기차를 타야 하는데 이 남자 가방을 넘겨줄 생각을 안한다. 예약표에 있는 이름 보여주면서 "봤지? 나 이 기차 타야해. 빨리 가방 줘" 뭔가 아쉽다는 표정의 이 남자, 마지못해 가방을 건네준다. 가방을 넘겨받은 순간, 새삼 가방의 무게를 실감하며 거듭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기차에 오르려고 돌아섰다. 뒷통수에 대고 이 남자는 또 말을 걸었다. "저기..할 말이 있어" 속으로 "아..또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하면서 돌아선 순간. 그 남자 입에서 나온 말은 "나에게 돈을 좀 줄 수 없겠니? 가방 들어줬잖아" 갑자기 너털웃음이 났다. 뭐야 그럼 아르바이트였어? 그럼 그렇지..사실 가방을 처음 넘겨줬을 때에는 눈물나게 고마워서 뭔가 선물을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 가져온 부채 정도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러다 점점 끈적해지자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 그런데 돈을 달라는 이 남자 앞에서 지갑을 꺼내기가 갑자기 두려워지는 것이다. 결국 나는 가방을 뒤져 부채를 선물이라고 줬다. "이게 전부야?" 실망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부채 비싼거야. 한국돈으로 3000원 정도니까 인도 루피로 하면 100루피나 한다고" 인도에서 100루피면 평범한 식당에서 두끼 정도를 먹을 수 있고 허름하긴 하지만 물가 싼 도시에서 하룻밤 묵을 수 있는 수준이다. "나는 배낭여행자야. 돈 없어. 잘가" 냉랭하게 말하고는 돌아서 후다닥 기차에 올랐다. 왠지 기차 안까지 따라와서 돈을 달라고 할것만 같아 심장이 떨렸지만 다행히도 거기서 포기했나보다. 기차는 출발했고 C.S.T역은 시야에서 멀어졌다. ▲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된 C.S.T역,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고아에서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고 다시 뭄바이로 돌아왔다. 이번엔 델리까지 17시간 달리는 기차를 타기로 했다. 델리는 뭄바이 북쪽에 있어 델리행 기차는 C.S.T가 아닌 센트럴역에서 출발한다. 뭄바이 시내를 둘러보다가 C.S.T역까지 왔다. 차트라파티 시바지 터미너스를 줄여서 C.S.T라고 부르는데 기차역이지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지정됐을만큼 유서깊은 건물이다. 뭄바이를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세히 보고 싶었다. 공작새와 원숭이, 사자 등 각종 동물의 형상이 기차역 기둥과 돔천장, 첨탑, 스태인드 글래스 창 등에 조각돼 있다. 고딕 양식의 화려하고 섬세한 건물이다. C.S.T역에서 버스를 타고 센트럴 역까지 갈 참이었다. 두 역을 연결하는 124번 버스를 기다렸다. 워낙 C.S.T역이 큰데다 교통 중심지여서 버스 정류장이 일정 간격을 두고 여러개 있다. 게다가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현지 문자로만 쓰여져 있어서 사람들에게 물어 물어 124번 버스 정류장을 찾았다. 보니까 고아로 떠나기 전 버스에서 내렸던 바로 그 장소다. 124번 버스가 선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는 서 있는데 수염 덥수룩하고 이빨이 듬성듬성 빠진 아저씨가 나타나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을 건다. 어디가냐, 몇번 타냐, 거긴 왜가냐고 묻는다. 여기가 바로 124번 버스 서는데가 맞다면서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을 선심쓰듯 가르쳐준다. 그러더니 도쿄에서 왔냐고 묻는다. "노. 서울, 코리아"라고 답하고는 버스가 오나 살피는데 갑자기 껴안으면서 볼에 입을 맞추려 하는 것이다. 잽싸게 피하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너무 놀라서 토끼눈에 경직된 표정으로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얼어붙어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그 이상한 아저씨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유유히 사라졌다. 정신 차리고 보니 버스 스탠드에 길게 앉아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해 있다.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도 모두 시선 고정이다. 왜 C.S.T역 앞에만 오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끈적이는 남자들을 만날까. 짜증이 몰려오고 있는 찰나, 버스 한대가 왔다. 갑자기 버스 스탠드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동시에 일어나면서 나를 향해 '뭄바이 센트럴'을 외친다. 124번이 아니라 125번이었는데 이것도 가니까 타라고 손짓한다. 버스 앞으로 다가갔더니 모두 먼저 타라고 길을 비켜준다. 한 동양 여성이 인도인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버스를 타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버스에 올랐더니 뒤따라 탄 한 인도 남자가 빈 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길을 만들어준다. 쭈뼛쭈뼛 가서 자리에 앉았는데도 여전히 놀란 가슴은 진정이 되질 않는다. 버스는 사람들을 가득 태운채 출발했고 창밖에는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갈수록 황당했던 그 아저씨보다는 '뭄바이 센트럴'을 동시에 외치며 길을 만들어줬던 인도인들이 떠올랐다. 빠르게 뛰었던 심장 박동수는 점점 제속도를 찾기 시작했고 나는 어느새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