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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률 2%p 올리기)⑤3차 세계대전 `자원개발`에 나서다
  • (성장률 2%p 올리기)⑤3차 세계대전 `자원개발`에 나서다
  •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비즈니스'라는 단어에는 '좋은 매너'와 '페어 플레이'라는 어감이 함께 녹아있다. '비즈니스맨'과 '젠틀맨'이 비슷한 뉘앙스로 다가오는 까닭도 마찬가지다. 사실 세계의 모든 비즈니스들은 대개 룰과 관행에 따라 물 흐르듯 흘러간다. 치열한 정보전쟁과 물밑교섭은 있을지언정 막무가내식 돌발행동이나 국수주의적 주장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자원개발 비즈니스'로 접어들면 이같은 상식과 선입견은 모두 무너진다. 기업의 대표이사들이 직접 서명한 계약서가 잉크도 마르기 전에 휴지조각이 되는 경우는 다반사다.  유전개발을 놓고 가끔은 정규군 탱크가 동원되기도 한다. '비즈니스'라는 탈만 쓰고 있을 뿐 실제로는 전쟁이다. 때로는 쌀이나 밀보다 더 중요한 에너지를 놓고 싸우는 게임이기 때문이다.◇총성없는 3차대전..에너지 전쟁 자원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대기업의 한 임원은 "실제 현장을 들여다보면 이미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자원개발에 투자하려면 종잡을 수 없는 국제유가와 함께 더 갈피를 잡기 어려운 현지의 정치적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우리가 정치적으로 모른체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전쟁이 '에너지 전쟁'이라면 모른체 하는 순간 우리가 쓸 석유는 구할 길이 없다.  총성없는 전투가 벌어지는 에너지 전쟁터에 우리는 정부군인 석유공사, 가스공사와 함께 SK(003600) LG상사(001120) 대우인터내셔널(047050) 현대상사(011760)같은 민간기업들을 '파병'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3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석유와 천연가스 등 베네수엘라의 모든 천연자원을 국유화하겠다고 갑자기 발표했다. 그로부터 한달 뒤 한국석유공사가 지분 14%를 갖고 있던 베네수엘라의 오나도 광구의 권리 가운데 60%가 베네수엘라 정부 소유로 넘어갔다. 결국 석유공사 지분은 5.64%로 줄었다. 석유공사는 이 광구에 3500만 달러를 투자했으나 2100만달러 정도만 회수한 상황. 그러나 사업을 포기하던가 아니면 지분 감소를 받아들이던가 둘 중 하나를 요구한 베네수엘라 정부의 우격다짐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정권이 바뀌거나 상황이 변하면 계약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 유전개발 도중에도 세금이나 로열티를 올려받겠다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9월 러시아 정부가 수십억달러 규모의 해상 가스전 사업인 사할린2 프로젝트의 환경면허를 정지시킨 것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가만히 있다가도 갑자기 우리 땅에서 가스를 캐지 말라고 하면 캐지 말아야 하는게 이 바닥의 '룰'이다.볼리비아는 지난 5월 천연가스 사업의 국유화를 선언하고 가스전에 군대를 파견했다. 가스전에 투자한 외국계 회사들에게 국유화에 협조할 것인지 국외로 떠날 것인지를 선택하라면서 압력을 행사했다. '비즈니스'에 몰두하고 있던 오일맨들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탱크와 군인들을 보고 황당해할 수밖에 없었다.그렇다고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선진국에서만 에너지를 캐기는 어렵다.  돈이 될만한 유전과 가스전들은 대부분 후진국의 심해나 오지, 밀림 속에 있기 때문이다. 70년대 서독으로 파견된 광부들, 80년대 중동으로 몰려간 건설노동자들이 흘렸던 피땀을 21세기에는 해외자원개발에 나선 기업인들이 흘리고 있는 셈이다. ◇ 정유사·종합상사 등 석유전쟁에 올인SK(003600)(주)는 해외 투자 유전에서 실제로 매일 2만배럴의 원유를 뽑아 올리는 유일한 민간기업이다. 2만배럴이면 우리나라의 하루 필요 석유량의 1%도 안되는 금액이지만 우리나라가 투자한 해외유전에서 생산하는 원유(하루 11만5천배럴)의 20%에 가까운 수치다. SK는 하루 2만배럴씩 생산되는 자체 개발 원유를 시장에 팔아 지난해 2000억원 가량을 벌어들였다. SK(주) 연간 영업이익의 15% 정도다.  올해 하반기 이후에는 브라질의 BMC 광구와 예멘의 LNG 광구, 페루의 LNG 광구에서 생산을 시작하기 때문에 2009년 말에는 현재의 3배가 넘는 하루에 7만배럴 가량을 생산하게 될 예정이다. GS칼텍스도 지주회사인 ㈜GS홀딩스와 함께 해외유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GS칼텍스는 유전개발사업을 통해 하루 정제능력인 72만 2500배럴의 10~15%까지 자체 조달한다는 계획. 지난해 8월에는 태국 육상의 탐사광구 두 곳의 지분 30%를 일본 회사로부터 사들였는데 탐사를 시작한지 석달여만에 대형 유전을 발견하는 성과를 거뒀다. ▲ 국내 기업들이 진출한 자원개발 현장LG상사는 현재 카자흐스탄 지역에서 4개의 탐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이 가운데 3개 유전의 매장량은 모두 2억 배럴 전후로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둘 경우, 유전별로 연간 200억원의 이익이 20여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대우인터내셔널도 미얀마에서 이미 가스전 개발에 성공했다. 가스 판매처를 확보하고 나면 매년 수천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 역시 워크아웃이 진행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꾸준히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해외자원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건 애국심의 발로라기 보다는 기업의 수익성 확보 차원이지만 석유수입규모 세계 3위, 비산유국 가운데 세계 2위의 석유수요를 갖고 있는 유가 급등에 따른 경제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기업이 뛰고 정부가 돕는다..자원외교도 활발'에너지 비즈니스'가 보통 비즈니스와 다른 것은 정부가 팔을 걷어부치고 노골적으로 지원하는 비즈니스라는 점이다. 다른 분야에서는 정부의 지원이 '반칙'또는 '특혜'로 인식되지만 여기서만은 예외다. 중국도 국영은행에서 지원한 자금으로 국영석유회사가 해외 유전을 사들이는 공격적인 방식을 펼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유전을 사들이는 걸 지켜보면 마치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사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가격을 불문하고 필요하면 무조건 사겠다는 의지가 보인다"고 말했다.정부도 적극적인 자원외교를 통해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을 돕고 있다. 대통령이 순방하고 나면 산자부가 길을 뚫고 우리 기업들이 투입되는 방식이다. 산자부는 이미 기업들을 중심으로 '에너지산업 해외진출협의회'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여기에 가입한 기업은 한국석유공사, 한국전력, 가스공사, 광업진흥공사, 지역난방공사 등 에너지공기업 5개와 SK, 대우인터내셔널, 삼성물산, GS칼텍스, 포스코, 고려아연, 삼탄 등 24개 기업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만 현대건설, 현대중공업, 도로공사, 한화, 삼천리도시가스, 수출입은행이 새로 가입해 해외진출에 팔을 걷어 붙였다. ▲ 최근 국내 기업들의 자원개발 투자액 추이(자료 : 산자부) 해외자원개발에 투입되는 자금도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산자부가 35개 해외자원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해외자원개발 분야에 투자하기로 한 자금은 전년대비 81.2% 늘어난 37억8000만달러다.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자원보유국에 도로나 전력 등 사회 인프라를 깔아주고 원유개발권을 따오는 물물교환식 패키지딜'이 늘어나고 있다"며 "에너지 확보를 위해 정부와 한국의 주력기업들이 사실상 올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04.04 I 이진우 기자
  • (미리보는 경제신문)국회가 날린 46조원
  •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다음은 4월4일자 경제신문 주요기사다.(가나다순)◇매일경제▲1면-FTA 취약기업 집중지원-국회가 날린 46조원-매출 늘어도 이익은 줄었다-상장사 작년 실적-신세계 주가, 삼성전자 주가 장중 추월-소비경제의 힘▲종합(KORUS FTA)-한미 FTA 독소조항 ISD-초일류 기업과 맞장떠서 이겨야 산다-5월 광우병 안정 판정나면 수입 논의-음지서 맹활약한 주연급 조역-美 한인경제권 한단계 도약-美 제조업계 `굿`..축산업계 노골적 불만-미국 반응▲정치외교-FTA 타결 후 지지도 상승세▲국제-中 이번엔 외국 프랜차이즈 규제-유럽 시가총액 미국 추월▲금융재테크-주택담보대출 확 줄었다▲기업과 증권-LCD 패널 가격 바닥쳤다-서울 전역서 이동 중 초고속 인터넷-맥문동(백합과 속하는 한약제)서 뇌기능 향상물질 추출-중국펀드 수익률 별볼 일 없네-금융·유통 등 내수주 장사 잘했다-12월 법인 작년 실적▲사회-국회 `백태클`에 주저앉은 연금개혁◇서울경제▲1면-맥시코·캐나다 사육소도 미국産 쇠고기 된다-쇠고기, 감귤, 콩 등 피해 소득보전-수익성 10대그룹이 더 악화▲종합-"한국제품 구매 늘리겠다"..美, 中, 日 기업 문의 쇄도-정부 보완대책, 경쟁력 강화방안 없고 자금지원 나열 그쳐-미국측 이해관계 엇갈려 `국론 분열` 양상-속속 밝혀지는 FTA 타결내용, 입법 예고기간 20일서 40일로-차 세제 변화..에쿠스3.3 연 6만7000원 인하-개성공단 사업 활기띨 듯-"한국 신성장 동력은 IT 산업"-진대제 전 장관 인터뷰▲금융-저축銀, 부실채권시장 `큰손` 부상-주택담보대출 시장 `냉각`▲국제-美 제약사 주가 하루 150% 껑충-위안화 또 사상최고▲산업-"수출전략 다시 짜라" 초비상-"기아차 디자인은 직선의 단순화"-슈라이어 부사장-휴대폰 사용자 30% "SMS 안써요"-"FTA비즈 무료상담 받으세요"-올 수용복 시장 `빅뱅` 예고▲증권-"FTA보다 실적을 보라"▲사회-연세대 송도복합단지, 인천도개公도 개발참여 추진▲부동산-미분양 주택 갈수록 `눈덩이`◇한국경제▲1면-현대차 美 시장 겨냥 픽업생산 검토-농업지원에 119조+α-서울시 경전철 4개 추가-美 의회 "쇠고기 수입 재개해야 승인"▲종합-한덕수 총리, 취임 하자마자 FTA 드라이브-해외건설 펀드 만든다..올해 1억불 규모-개성 '역외지대' 인정..아전인수 해석-기업들 美 시장 전략 더 공격적으로-소리·냄새도 상표등록 할 수 있다-타결내용 숨어있던 1cm-연금법 개정안 국회 부결...정치권 `화살`-한미 FTA 협상 막전막후▲정치-노 대통령·한나라 FTA 대연정?▲사회-벅스 `무제한 다운로드` 피소▲국제-USTR 무역장벽 보고서..中 미흡한 지재권 보호에 타깃▲산업-"기아차 디자인 방향은 `직선의 단순화`-슈라이더 부사장-삼양사, 자동차 구동장치 5년만에 국산화-서울 어디서나 와이브로 쓴다-화이자, 고지혈증 치료제 가격 무려 30% 자진 인하▲부동산-신혼부부·부금 가입자 청약전략▲부동산-다음달 전국 1만4554가구 입주-주택대출 조건비교 "클릭하세요"..금감원 은행 홈페이지에 공시
2007.04.03 I 좌동욱 기자
 교토, 전통 속을 경쾌하게 누비다
  • [업글! 아시아] 교토, 전통 속을 경쾌하게 누비다
  • [조선일보 제공] 10년 전 처음 교토(京都)에 갔다. 한창 여름 휴가철 성수기에, 가장 흔한 패턴인 오사카-교토-나라 3종세트로 묶어 가서 ‘잠만 자고 나오는’ 비즈니스 호텔을 대충 골라 교토서 1박만 했다. 기요미즈데라(淸水寺)-킨카쿠지(金閣寺)-긴카쿠지(銀閣寺)를 점 찍고 서둘러 나라의 도다이지(東大寺)와 사슴 공원으로 떠났다. 교토 스타일을 찬찬히 느끼기에는 마음이 바빴고, 환율이 무서웠고, 일본 특유의 끈적한 습기 때문에 너무 더웠다. 사찰과 신사가 2000여 군데에 달하고 아직도 기모노와 버거운 머리장식 차림의 게이샤들이 거리를 오가는 교토. 진짜 부담스러웠다. 그런데도 은각사 근처 ‘철학의 길’을 걸으며 든 생각. ‘어, 여기 예쁘장 하네? 다음에 오면 슬슬 산책하고 싶다….’ 첫째날: 기본 떼기…히가시야마 인천서 일찍 떠나도 교토 도착하면 오후. 일단 기요미즈데라 인근 산넨자카→니넨자카 산책부터 마칠 것. 교토에 단 하루 있는다면, 역시 교토 관광의 엑기스, 1번지라할 히가시야마(東山)쪽 구경에 나서야 한다. 요즘에는 고다이지(高台寺)에서 5월초까지 야간 조명(라이트 업) 행사 중이다. 벚꽃과 단풍 시즌에 펼쳐지는 교토 ‘라이트 업’은 색색 조명이 아닌, 그저 화이트 톤인데 분위기가 더욱 산다. 거리에 유치찬란, 난리 난 간판이 없어 조명이 산다. 어둠이 깊어지면 본토초(先斗町)로. 교토를 흐르는 가모강(교토 도시샤대 2학년 와타나베 유코양은 “가모강변이야 말로 교토에서 가장 낭만적인 곳”이라고 말한다)에 붙은 유흥가다. 사람 둘이 나란히 가면 어깨를 스칠 만큼 좁은 길 양 옆으로 전통 이자카야부터, 사케 바, 프렌치 레스토랑, 교야사이(교토 야채) 전문점까지 미니 가게들이 줄줄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간판과 문짝과 창문이 예뻐서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금방 고를 수가 없다. 유흥가라 하면, 축축, 퀴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여긴 그런데 너무 깨끗하다. 당장 청결검사를 해보자는 심정으로 이 코너 저 코너를 뒤져도 완벽한 정리정돈의 흔적만 발견할 뿐이다. 본토초 초입 ‘우미(海)’는 200종 이상의 청주와 200 종 이상의 일본 소주를 갖춘 전통주점. 술 이름을 적은 종이로 실내가 온통 도배돼 있다. 술은 한 잔에 500엔 대부터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부어라’ ‘마셔라’ 폭음할 만한 저렴한 술집은 아니지만, 한 잔에 35도 이상도 있으므로, 취하는데 문제는 없다. ‘교토매실주(12도)’가 한 잔에 890엔. (075)213-1860 ▲ 아라시야마 덴류지에서 노노미야신사를 지나 기오지 쪽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청량감 만점의 대나무숲.둘째날: 아라시마야 산책 교토역에서 28번 버스 타고 교토 시내 서북쪽 벚꽃놀이·단풍놀이 명소 아라시야마(嵐山) 도착. 점심은 오반자이(교토 가정식)로 결정했다. 9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음식점 ‘가게쓰엔후쿠야(花月園 福家·075-861-0225)’에서는 오반자이가 2625엔. 식당 입구에서 ‘스미마셍(실례합니다)’이라고 부르니 기모노를 입은 종업원이 종종 걸음으로 달려 나와 마루에 쿵 하고 무릎을 꿇는다. 이어 또 다른 종업원이 달려 나오더니 역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다시피 공손하게 손님을 맞는다. 이 집 오반자이는 다른 집에 비해 좀 더 스타일을 살렸다. 손바닥 만한 바구니에 한폭의 산수화, 아니 작은 우주를 담았다. 보들보들 달걀말이는 한쪽 꼬리를 살짝 들어 올린 자태. 한 송이 매화 모양의 어묵은 반쯤만 살짝 핑크 물을 들였고 은행은 한 귀퉁이에 금박 장식을 달고 있다. 새우는 허리에 김 장식을 날렵하게 둘렀다. 이건 인건비가 장난이 아니겠다. ‘이러니까 교토 물가가 비싸지’란 생각이 절로 든다. 맛은? 쨍한 맛에 익숙한 한국 관광객의 혀에는 애매모호 찝찔 짭짤. 그러나 엄청난 공을 들인 스타일링에 이미 압도당해 맛이 있고 없고는 큰 문제가 아닌 것이 돼 버렸다. 음식 나르는 종업원도, 먹는 손님도 모두 소근소근. 속이 뒤집어져야 후련하게 먹었다 싶은 관광객은 절대 가면 안 된다. 그래도 조심조심 먹다보니 배는 부르다. 이어 대나무 길 산책이 기다리고 있다. 아라시야마 덴류지(天龍寺)옆으로 해서 노노미야신사(野宮神社)쪽으로 걸어가면 대나무길을 만난다. 덴류지 북문을 지나면서 줄기는 굵어지고 빛깔은 연청록에서 청회색으로 깊어진다. 이끼 정원으로 유명한 기오지(祇王寺)를 찾아가는 길에는 주택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공방 정원에서 그네를 타고 있는 인형, 옛날 가옥 마치야를 개조한 찻집 등이 전통을 세련되게 디스플레이하는 ‘교(京) 스타일’의 진수를 보여준다. 푹신한 융단같이 펼쳐진 기오지의 연한 올리브색 이끼 정원 위로 한 송이 붉은 동백이 떨어져 있다. 당장 액자에 담고 싶은 풍경. 휙휙 돌면 5분이면 다 보고 나올 스케일인데 입장료는 300엔. 밤에는? 당연히 다시 본토초로. ▲ 후시미이나리다이샤에서는 붉은 도리이 터널 속을 걷는 특이한 산책을 할 수 있다.셋째날: 좀 더 낯선 산책…후시미이나리다이샤 교토 시내 남쪽에 자리잡은 후시미이나리다이샤(伏見稻荷大社·JR 이나리역)는 일본 만화, 그 중에서도 요괴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딱이다. 여기서는 여우가 추앙 받는다. 방울을 달거나 흰 수건을 두른 여우상이 곳곳에 서 있다. 이나리산(233m)을 따라 4㎞쯤 산책로가 이어지는데, 촘촘히 세워놓은 빨간색 ‘도리이(보통 신사 앞에 세워놓는 문)’가 신비로운 터널을 만든다. 걷다 보면 공동묘지도 만나고, 사당도 만난다. 어두컴컴한 실내를 들여다보니, 한 가운데 한 쌍의 여우를 사이에 두고 거울을 모셨다. 그리고 그 앞에서 타오르는 촛불. 은근히 겁이 나다가도 도리이 기둥마다 적힌 이름을 보면 분위기 ‘깬다’. ‘○○주식회사 △△대표이사’ 등 수백만~수천만엔의 기부금을 낸 기업인들의 명단이 줄줄이 이어진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그리고 현실적인 분위기가 뒤섞인 공간이다. 점심도 해결할 겸 교토 중심가 ‘니시키 시장(錦市場)’ 구경을 갔다. 400m 남짓한 거리에 126개의 점포가 밀집된 이 시장은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곳. 1620년에 창업했다는 생선가게, 50가지 어묵을 파는 50년 된 어묵 가게, 70년 된 야채절임 전문점 등이 하나같이 얄밉도록 똑 떨어지는 진열과 포장의 기술을 자랑한다. 예쁘다 못해 교태를 부리는 듯한 교토 화과자, 손님 도착 직전, 욕조에 뜨거운 물 받고 뚜껑을 덮어놓는 료칸, 길이 1㎝, 폭 5㎜ 짜리 쓰케모노(절임) 한 점 위에 굳이 초미니 레몬 조각을 붓 터치처럼 올리는 상차림…. 전통으로부터 요즘 사람들에게 어필할 만한 현대적 감각을 뽑아내는데 귀신이다. ‘이 사람들, 왜 이렇게까지?’ 싶다가도 즐거운 닭살이 살짝 살짝 돋는 재미가 있는 곳이 교토다. 가는 길|인천~오사카 간사이 공항까지 비행시간은 이륙 후 약 1시간20분. 간사이 공항서 JR하루카 열차 타고 교토까지 75분. 자유석 2980엔/지정석3690엔. 대략 매시 16분·46분 출발. 100엔=약 800원 쇼핑|교토역 교토 시내 화과자점에 들를 시간이 없었다면, 교토역 ‘JR 중앙 출구’ 옆 ‘京名菓’에서 사가면 된다. 딱히 ‘교토스러울’ 필요가 없다면, 평범한 카스텔라나 모나카, 찹쌀떡 등은 간사이 공항 면세점에서 사도 된다. 열차 시간까지 1시간 반 넘게 남았다면 이세탄 백화점 6층의 찻집 ‘쓰지리(都路里)’에 들려보자. 기온에 본점을 둔, 교토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찻집 겸 카페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초반 자취를 감춘 ‘파르페(여기서는 ‘파훼’)’가 있다. 녹차 아이스크림과 떡을 유리잔 안에 타워처럼 쌓아 놓았다. 토요일 점심에 갔더니, 30분 줄 서고, 20분 기다려서야 ‘파훼와 떡 세트(1155엔)’를 먹을 수 있었다. 맛 보다는, 거의 모든 여행 가이드에 등장하는 ‘유명한 곳에서 파훼를 먹었노라’ 정도로 만족. 교토에서 건진 게 없어 허전한 여행자라면, 마지막 날 눈을 뜨자마자 그냥 간사이 공항으로 가 버린다. 공항에 짐 맡기고 ‘린쿠(Rinku) 프리미엄 아울렛’으로 셔틀버스(100엔)를 타고 간다. 편도 30분. 아르마니, 돌체앤가바나 등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지만 엄청난 것을 건질 것이란 기대는 금물. www.premiumoutlets.co.jp 자세한 교토 관광 문의는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 (02)777-8601, www.welcometojapan.or.kr 여행문의|①오사카·교토 자유 호텔팩 4일=일본항공 이용. 3박 4일. 43만 9000원~45만 9000원선. 6월 말까지 가격. 인천~오사카 항공권·비즈니스 호텔 세미 더블 3박, 공항세, 유류 할증료 별도. ②교토·고베·나라·오사카+온천 4일 (1일 자유)패키지=대한항공 이용. 3박 4일. 69만 9000원선. 문의 넥스투어 (02)2222-6652, www.nextour.co.kr 교토 먹거리 ▲ ①‘사바 즈시 세트(1785엔)’. 소금에 절인 고등어에 식초·설탕·소금으로 간한 밥을 올리고 김밥 싸듯 꾹꾹 누르고 하루 정도 숙성 후 썰어 먹는다. 시모가모 신사 인근 ‘사바카이도 하나오레(花折)’. www. hanaore.co.jp▲ ② ‘오반자이(2625엔)’ 중 메인 요리. 아라시야마 ‘가게쓰엔후쿠야’.▲ ③1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야채상 ‘가네마쓰’ 2층에 있는 식당 ‘야오야노 니카이’의 ‘장수 (長壽)런치 세트(2100엔)’. 손님은 오전 11시부터 하루 200명만 받는다. 담백한 교토 야채 요리로 유명한 집. http://nishiki-kanematu.com/nikai.htm, 예약 이메일(한국어 가능)은 kyotoyaoyanonikai @yahoo.co.jp▲ ④ 말차와 화과자(1020엔선). 난젠지 인근 화과자점 ‘세이칸인(淸閑院)’. www.seikanin.co.jp호텔 VS 료칸 깔끔한 일본풍 욕실에서 낭만 꿈꾼다면 '호텔' 영화 속 주인공 같은 하루 원한다면 '료칸' ▲ 하얏트 교토 ""딜럭스 발코니 룸"" 욕실(하얏트 호텔 사진)하얏트 리젠시 교토 교토역에서 택시 타고 가면서, 히가시야마라는 고풍스러운 동네에 하얏트라는 국제 체인 호텔 건물이 어울릴까 싶었다. 운전 기사가 ‘다 왔다’고 해서 두리번 두리번. 하얏트 호텔은 교토국립박물관 맞은편에 거의 숨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조용하게 들어앉아 있다. 법적으로 외관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30년 된 구식 건물을 내부만 개조해 지난해 문 열었다. 로비에서부터 인테리어를 맡은 수퍼포테이토 그룹(서울 파크 하얏트 디자인)의 내공이 느껴진다. 로비 천장에는 하얀 종이판 곳곳에 자를 대고 칼로 섬세하게 오려 낸 듯한 거대한 구조물을 설치했다(저녁에 불이 들어오면 더욱 장관이다). 딱, ‘컨템포러리 교(京)스타일’이다. 방(딜럭스룸)은 천장도 낮고 넓지 않지만 창밖에 심어놓은 대나무, 종이 바른 조명 갓, 비단을 덧대 놓은 듯한 침대 머리맡 장식까지, 하나도 튀는 것이 없고 마무리가 완벽하다. 욕실에는 작은 나무의자를 배치해 히노키 욕조 없이도 일본풍 욕실 분위기를 완성했다. 딜럭스 룸은 비수기 주중 기준으로 2만엔대부터. 벚꽃 시즌 등 성수기에는 3만엔대로 뛴다. (075) 541-1234, http://hyattregencykyoto.com  ▲ 히이라기야 료칸 객실(히이라기야 사진)료칸 히이라기야 일본의 3대 여관 중 하나. 1818년에 문을 열었다. 오카미상(료칸 여주인) 니시무라 아케미씨는 창립자의 6대손이다. ‘어디서 묵냐’는 교토 사람의 질문에 찰리 채플린도 자고 가고, 엘리자베스 테일러도 묵었다는 ‘히이라기야’라고 대답하는 순간, 인상이 확실히 업그레이드 된다. 그렇다고 포시즌스풍의 럭셔리를 기대하면 안 된다. 문짝, 복도, 계단, 그리고 방 안의 탁자, 경대, 시계, 연필꽂이, 재떨이까지 시간의 때가 묻어 있으면서도 완벽하게 계승되고 관리돼, 반들반들 윤기가 나는 모습을 눈 여겨봐야 한다. 낡아서 아름다운 것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처음에는 좀 실망. 최근 확장 공사를 마쳤다는 ‘신관’을 구경하러 갔다. 일본 곳곳에서 문을 열고 있는 최신 스타일 료칸이다. 고야마키로 만든 욕조는 구관보다 큼지막하고, 누드톤 나무로 꾸민 객실은 더욱 환하고 현대적이다. 그런데 구경을 마치고 다시 구관으로 돌아오니,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같은 낡은 방이 더 근사해 보인다. 일본 료칸이 비싼 건 밥 때문이다. 어차피 교토에서 저녁식사로 교토 요리의 정수 가이세키를 예약해서 먹을 생각이라면 료칸에 머무는 것이 편하다. 꽃잎을 띄운 핑크색 전통주는 벚꽃이 만발한 교토의 봄. 색색 건더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꼭 연못 같은 국 그릇을 들여다 보면 작은 물고기가 휙 지나갈 듯 하다.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쓴 료칸은 북쪽에 따로 있지만, 이곳 히이라기야에서는 비 내리는 풍경에 푹 빠졌다고 한다. 미시마 유키오도 머물렀다. 평범한 여행자라도 날카롭게 깎아놓은 연필로 반 투명 편지지에 뭔가 쓰지 않고는 못 배길 분위기다. 1인당 3만엔(신관은 3만5000엔부터)부터. 조식·석식 포함. 노천탕이나 대욕탕은 없다(가족탕은 있다). 결론은 숙박시설이 여행의 경험을 완전히 바꿔 놓는다는 것. 아침·저녁 먹는 캬라멜 마키아토 한달만 끊고 가볼만 하다. (075)221-1136, www.hiiragiya.co.jp
 가나 <2>
  • [박정석의 아프리카 에세이] 가나 <2>
  • ▲ 엘미나 성 앞의, 이제는 화석이 된 커다란 대포 위에 아이들이 걸터앉아 있다.[한국일보 제공] 합승택시를 타고 엘미나 성에 내리자마자 성 앞에서 진을 치고 기다리고 있던 소년들 십 수 명이 벌떼처럼 달려들었다. “엘미나 축구클럽에 기부를 좀 해 주세요. 유니폼도 사고 공도 사게요. 여기 이 명단을 보시면 지금껏 기부한 외국인들 이름과 기부금 액수가 적혀 있어요.” 아이들은 나를 빙 둘러싸더니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끈질기게 졸라댄다. “일본인이지요? 기부 좀 하세요.” “내 친구가 되어줄래요? 기부 좀 하세요.” “이메일 주소를 알려줄래요? 기부 좀 하세요.” 혼자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성 앞의 대포 위에 올라타고 있는 꼬마들을 발견했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소녀들 두 명. 서로 장난을 치며 갈색 고철 위에서 놀고 있었다. 거리는 약 30미터 정도. 완벽한 피사체였다. 사바나에서 아름답고 겁 많은 초식동물을 발견했을 때처럼, 나는 카메라 가방으로 손을 뻗어 소리없이 망원렌즈를 꺼냈다. ‘잠깐만 그대로 있어 봐.’ 그 애들은 날개를 접은 채 잠시 쉬고 있는 새들 같았다. 곧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렌즈를 바꿔 끼는 내 손은 초조했다. 오랜 세월 비바람에 부딪혀 조개껍질처럼 희게 빛이 바랜 성벽,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인 엘미나 성을 배경으로 원색의 옷을 걸친 두 명의 어린 생명들. 망원렌즈의 초점이 맞은 순간. 삐, 카메라가 소리를 냈고 나는 얼른 셔터를 누르려 했다. 그러나 바로 그 때, 소녀들은 멀리 있는 내가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린 것처럼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카메라 렌즈 속에서 얼굴을 가린 손가락 틈으로, 그 애들의 눈과 내 눈이 마주쳤다. 그 애들은 내가 무엇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내 눈에 띄리라는 것을 알고 바로 그 때문에 대포 위에 기어 올라갔던 것이다. 쉽게 얼굴을 보이면 안된다는 것까지 알고 있었다. ‘얼굴을 보여 봐라.’ 영리한 아이들은 여전히 얼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깔깔 웃고, 대포에서 매달리고, 목청껏 노래를 불러댔지만 끈질기게 얼굴을 한 손으로 가린 채였다. ‘얼굴을 보여 달란 말이야.’ 한참을 기다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내 눈치를 살피던 두 소녀는 어느 순간 동시에 손을 내렸다. 카메라 렌즈를 향해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었는데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내 귀에 방울소리처럼 맑은 환청이 울려 퍼질 정도로 환한 미소였다. ▲ 엘미나는 노예 무역이란 아픈 역사를 품고 있는 땅이다. 원색의 깃발, 원색의 빨래가 펄럭이는 엘미나 포구(왼쪽)와 그들의 검은 피부를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눈부신 흰 성벽(가운데). 유럽인들의 노예 무역 거점이었던 엘미나 성(왼쪽).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연속해서 셔터를 누르고, 초점과 노출을 확인하고, 다시 셔터를 눌렀다. 덤불 사이로 보이는 연약한 짐승의 목덜미를 곧장 겨냥한 사수처럼, 모든 신경이 눈동자와 손가락 끝에 집중되었다. 몇 장만 더. 이윽고 대포에서 소녀 한 명이 내려왔다. 푸른 잔디를 밟고 나를 향해 비칠거리며 다가왔다. “이제.......돈을 주세요.” 소녀는 수줍은 듯 웃었다. 내가 자신들의 사진을 찍었다고 확신하는 것 같았다. “돈을 달라고? 내가 너에게? 왜?” 소녀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손으로 자기 입을 가리키며 맥없이 중얼거린다. “......먹을 것 사려고요.” 그 애는 아직 어렸지만 벌써 부끄러움에 대해 알고 있었다. 내 표정을 보더니 곧 포기하고 뒤돌아섰다. 다시 깡총거리며 멀리 대포 위에서 기다리고 있는 친구에게로 되돌아갔다. 돈을 받지 못할 것을 알게 된 애들은 더 이상 얼굴을 가리는 헛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이제 인색한 이방인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었다. 더러운 수건을 파란 하늘에 대고 깃발처럼 흔들며 노래하고 있었다. 운이 좋은 날이면 이렇게 대포 위에서 잠깐 기분을 내는 것만으로도 얼마간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는 애들이었다. 운이 나쁜 날이면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그러나 일한 자는 먹어야 한다. 나는 주머니에서 지폐 한 장을 꺼내 멀리 있는 소녀들을 향해 흔들었다. 소녀는 내 신호를 이내 알아들었다. 조그만 얼굴이 기쁨에 넘쳤다. 원하기만 한다면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도 있을 것처럼. 낡아빠진 옷을 걸친 맨발의 여자애는 푸른 풀밭을 박차고 하늘을 날 듯 이쪽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자칫 앞으로 쓰러질 듯 위태롭게. 나는 반사적으로 다시 카메라를 들어올렸다. 소녀의 환한 얼굴, 가냘픈 팔다리, 좁은 가슴을 정조준했다. ‘너희들은 새. 나는 포수.’ 엘미나에서 케이프코스트로 돌아오는 합승택시 속에는 케이프코스트 여인 두 명이 타고 있었다. 어시장에서 생선을 사들였는지 비린내가 진동했다. 영어를 하지 못하는 여자들은 택시기사를 통해 내 이름을 물어왔다. “오브루니.” 내가 대답하자 뒷좌석의 여자들은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 말고, 당신 진짜 이름이 뭔지 궁금하대요.” “아쿠아(Akua).” 여자들은 더 큰 소리로 웃어 젖혔다. 어쩌면 나는 정말 수요일에 태어났는지도 모른다. 예나 지금이나 수요일이 좋았다. 좋은 날이었다. 고통스러운 월요일과 화요일은 이미 지나갔고 이제 하루가 갈수록 점점 즐거워질 일밖에 남지 않은 일주일의 중간이었다. 오늘이 바로 수요일이다. 내 생일날.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진 후였다. 다친 다리의 상처가 아직도 쑤셨고 어깨에 멘 카메라는 쇳덩어리처럼 무거웠다. 엘미나의 소녀들은 디지털 파일에 갇힌 채 죽지도 썩지도 못하고 박제된 동물처럼 어린 모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방으로 통하는 길고 좁은 복도는 어두컴컴했고 누가 후추를 넣고 요리를 하는지 자극적인 냄새가 코를 찔렀다. 쇠로 된 커다란 열쇠를 방문에 꽂고 이리저리 돌렸지만 손잡이는 너무 낡아 잘 열리지 않았다. ▲ 엘미나 성 (Elmina Castle) 흑인들 한 서린 노예무역 거점 1482년 포르투갈 상인들이 세운 엘미나 성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첫 번째로 건설된 유럽인들의 노예무역 거점이다. 성의 상층부에는 서아프리카의 유럽식 성들이 보통 그러하듯 유럽인들을 위한 호화로운 객실이 위치하고 지하에는 잡혀온 노예들이 감금되는 감옥이 있었다. 한 방에 많은 경우에는 200명까지 수용되어 제대로 눕지도 못할 정도로 좁았으며 위생과 영양상태가 매우 열악하여 말라리아와 황열병이 자주 발생, 노예들 중 상당수가 엘미나 성의 '돌아오지 못하는 문(The Door of No Return)'을 지나 아메리카와 카리브 등지로 팔려가기도 전에 숨을 거두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현재 '엘미나 전략 2015'의 일환으로 보수 중이다. 지하 감옥 입구에 걸린 현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죽은 자는 편히 잠들고 돌아온 자는 뿌리를 찾게 하소서. 다시는 이런 불행이 없기를, 살아있는 우리는 맹세합니다.' 케이프코스트(가나)=글ㆍ사진 소설가 박정석
  • 코스피, 1450선 상회..완만한 상승세
  • [이데일리 손희동기자] 코스피 지수가 개장초 1450선을 돌파하며 완만한 상승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23일 오전 9시25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66포인트(0.32%)상승한 1453.19를 기록중이다. 간밤 뉴욕증시가 혼조세 속에 마감했지만, 같은 시각 개장한 일본 닛케이 지수는 상승세로 출발하는 등 글로벌 증시 여건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업황이 반전하면서 D램 부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삼성전자(005930)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 관련 기업들이 상승세다. &nbsp;은행은 혼조세다.&nbsp;국민은행(060000)과 하나금융지주는 상승세인 반면 우리금융과 신한지주는 약보합권을 형성하고 있다. 외국인이 186억원 순매수를 기록해 나흘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개인은 337억원 순매도로 대응하고 있다. 최성락 SK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는 꾸준히 상승세를 시현중이지만 전고점(1471)을 뚫고 올라가기에는 모멘텀이 부족하다"면서 "4월초 어닝시즌이 개막되기전까지는 뚜렷한 모멘텀이 보이지 않아 시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관망했다. 다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악재가 어느 정도 희석됐고,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의 하락을 방어할 것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2007.03.23 I 손희동 기자
  • `화이델` 어떻게 급성장할 수 있었나
  • [이데일리 조진형 양이랑 기자] "관치금융으로 낙후된 한국 시장에서 월 200~300% 수익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다." 화이델인베스트코리아(이하 화이델인베스트)는 워렌 버핏의 버크셔 헤서웨이, 론스타 등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이같이 호언장담했다. 고수익을 제시한&nbsp;것에 그치지 않고 과감한 영업방식을 도입, 조직적으로 세를 불리며 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M&A 투자도 활발하게 펼치며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로 급성장했고, 이달 들어 창업투자 설립허가까지 신청하며 제도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금융 감독당국은 이렇다할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령상 해석이 충돌한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참조 <펀드도 아닌 것이 투자금 모아 M&A투자..`파장 확산`>◇고수익 제시 투자자&nbsp;끌어모아 22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화이델인베스트의 '4차 투자제안서'에 따르면, 화이델인베스트는 지난해 10월부터 프로젝트 투자를 설정하고 현재까지 3차에 걸쳐 자금을 모집했다. 최근까지 약 300억원의 자금을 조달(회사측은 배당금으로 370억원을 지불했다고 주장)했고, 참여한 투자자는 2000여명에 달한다. 현재 내달까지 4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하루 평균 10%가 넘는다`는&nbsp;수익을 자신하면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 화이델인베스트는 특히 운용주체인 미국 펀드매니저 출신이라는 고목민 회장(43)을 내세우고 있다. 화이델인베스트는 "골드만삭스 출신으로 뉴욕 펀드매니저를 12년간 지낸 고목민 회장를 중심으로 미국 국적등 펀드매니저 11명이 팀을 꾸려 고수익을 내고 있다"고 선전했다. 회사 이름도 미국 자산운용사 피델리티(Fidelidy)를 연상시키는&nbsp;화이델(Fidel)로 지었다. 화이델인베스트는 특히 과감한 영업방식을 도입해 급성장하고 있다. 신규 투자자를 끌어오는 투자자한테는 투자금의 5%를 돌려주는 방식이다.&nbsp; 투자자 입맛에 맞게끔 투자 옵션도 다양하다. 현금은 물론, 부동산(감정가액의 50% 인정)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또 설립초기엔 투자자의 의심을 피하고자 부동산을 투자자한테 담보로 제공, 원금보장형 투자를 할 수 있게끔 했다. 화이델인베스트의 또 다른 투자자는 "토지 등 부동산을 담보로 설정해 원금보장 투자를 할 수 있지만 배당률이 일반투자보다 25% 적어 많이 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배당은 월별로 지급되며 투자옵션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투자자가 수익의 40%, 회사가 40% 가져갔다. 나머지 20%는 비용으로 책정됐다. ◇코스닥 시장 M&A 큰 손 부상..제도권 진입&nbsp;눈앞 조달 자금을 토대로 화이델인베스트는 비상장업체 인수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인수하거나 인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곳만 10여곳에 달할 정도다. 특히 인수한 비상장업체를 통해 상장업체 인수에 나서고 있다.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폭등세를 탔던 삼원정밀금속(037760)과 유니보스(038870)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들은 각각 화이델인베스트의 자회사인 디지털파워와 아이옵스가 인수했다. 그 과정에서 삼원정밀 주가는 50여일만에 약 20배 뛰었고, 유니보스는 한달도 채 안돼 8배 올랐다. 지난해에는 에스제이윈텍에도 투자했지만 재미를 보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이델인베스트 관계자는 "이외에도 현재 다른 상장사 지분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면서 "투자금액에는 소액투자자 자금 뿐 아니라 자기자본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제도권 진입도 눈앞에 둔 상황이다. 최근 설립된 화이델벤처투자는 지난주 중소기업청에 창투사 인가 신청을 내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창투사 납입자본금 요건 70억원은 화이델인베스트 주식을 팔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금 90억원의 화이델인베스트는 투자자에 한해 주당 5000~6000원에 주식을 팔았다. 화이델인베스트 관계자는 "그동안에 유사수신행위로 오해될 수 있는 투자모집 대신 제도권으로 진입해 창투 조합원을 끌어모아 자금을 조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 위해 교통정리 시급 이 같은 급성장을 타고 있지만 화이델인베스트의 위법 여부를 따지는 법적해석에는 논란이 있다. 금감원은 현재 이들의 자금조달과 운용·배당 방법에 있어 유사수신행위 및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이하 간투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화이델인베스트는 상법에 명시된 익명조합이라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간투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투자자들에게는 법무법인 화우와 법률자문 계약을 맺었다고 안심시키고 있다. 반면 법무법인 화우의 담당 변호사는 "인수합병에 관한 컨설팅 계약을 맺은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유치 행위에 대한 법률자문은 맺고 있지 않다"고 부인하고 있다. 화이델인베스트를 둘러썬 상황이 복잡하게 흐르자 금감원은 수습에 나서고 있다. 일단 화이델인베스트를 포함해 유사수신행위 혐의가 있는 업체 25개사를 경찰청에 통보했다.&nbsp;하지만 과거부터 존재해 온 익명조합과 간투법 간에 해석상에 애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화이델인베스트는 유사수신행위를 담당하는 비은행감독국과 간투법 담당인 자산운용감독국, 불공정거래 담당인 조사국 등이 걸려 있다"면서 "비은행감독국의 수사기관 통보를 시작으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라도 해결방안을 찾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03.22 I 조진형 기자
  • "버냉키 랠리 일시적..실적주로 압축하라"
  • [이데일리 오상용기자] 미국이 시장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덤으로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간밤 뉴욕증시는 이에 호응하며 강세를 탔다. 버냉키의 약발이 당분간 국내 증시에도 먹힐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 등 국지적 긴축이 상존하지만, 큰 틀에서 글로벌 유동성 긴축우려는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하고 당분간 안도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증시 급락의 원인이었던 미국 모기지 부실과 경기우려감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 흐름은 1분기 기업실적과 2분기 실적전망에 집중될 전망. 전문가들은 어닝시즌을 앞두고 종목별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낙폭과대주 보다는 실적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버냉키 판정승.."당분간 안도랠리" 전날 뉴욕증시 흐름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판정승으로 정리된다. &nbsp;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한 앨런 그린스펀의 그림자가 미국 모기지발 불똥에 기름을 부으며 글로벌 증시의 우려를 낳았지만, 시장은 일단 버냉키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관련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 부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일본 엔캐리 자금 청산, 중국 긴축 등 글로벌 3대 이슈가 완화되며 진행되고 있는 안도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FOMC발표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포한 문구가 삽입된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천대중 대신증권 연구위원도 "당분간은 불확실성 제거에 따른 반등 장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nbsp;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위원도 "연준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호재"라며 "글로벌 증시에 숨통을 열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달라진게 있는가..안도하기 이르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간밤 FOMC가 미국 경기와 모기지부실 우려와 관련, 시장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줬지만, 미국시장의 숙제는 여전히 남겨져 있어 안심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뉴욕증시 강세는 모기지 부실화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가 당장 폭발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한 안도감일뿐 결코 모기지 부실문제가 해소된데 따른 안도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부실이 우량 모기지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책변수가 적절히 작동할 것인지, 나아가 부동산 경기 부진이 소비둔화나 고용악화등 경기전반에 걸친 어려움을 확대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해소시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순표 한양증권 연구위원 역시 "미국 부동산 경기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월 미국 주택착공이 예상치를 상회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들이 자금난을 다소 해소했지만, 주택 경기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건설허가가 예상치를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nbsp;이어 "오는 23일 공개될 중고주택판매 역시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 부동산시장 펀더멘털의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어닝시즌 홍역이 남았다 문제는 역시 기업들의 실적이다. 김중현 연구위원은 "FOMC는 한차례 확인 과정이었을뿐 무게추는 개별실적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시장은 본격적으로 경기나 기업 실적에 대한 검정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종목별로 실적에 따라 철저히 차별화되는 장세가 기다리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임정현 부국증권 연구원은 "주요기업들의 1분기 성적이 다소 우려스럽다"며 "최근 OECD 경기선행지수의 3개월 연속 내리막이 목격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보면 2분기 실적바닥론마저 불투명해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이런 배경으로 인해 지수흐름이 상당기간 박스권에 묶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용석 연구위원도 "FOMC이후 시장 관심은 1분기 실적으로 옮겨갈 텐데, 일단 1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조5000억원대로 내려앉았고, 일부에서는 1조3000억원으로 보는 등 IT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실적 하향 조정이 여전하다는 것. 다만, 류 연구위원은 "1분기중 증시가 기업실적을 반영해 급등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종목별 차별화 장세..뭘 살까 어닝시즌을 앞두고 예상되는 종목별 차별화에서 관심을 둘 종목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중현 연구위원은 "낙폭 과대주를 노리기 보다는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면서 시장흐름을 선도하는 주도주를 중심으로 매수하는 전략이 좋다"고 조언했다. 임정현 연구위원은 "금융과 내수 유틸리티 등 1분기 실적호전주와 황사 하이브리드카 폭염 FTA 3월고배당 등 일부 테마주에 관심을 가져볼만하다"고 했다. 이어 "장기소외 정도가 심한 IT부품주에 대해서도 순환매 및 단기 시각에서 저가매수를 노려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가 국내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상향한 것은 한국증시의 재평가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업종은 은행주"라고 말했다.
2007.03.22 I 오상용 기자
(서브프라임 대해부)⑨누가, 왜 웃나
  • (서브프라임 대해부)⑨누가, 왜 웃나
  • [이데일리 김유정기자] `위기는 언제나 기회와 함께 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nbsp;위기 상황에서 기회를 놓치는 것은 막상 눈앞에 닥치는 위험을 피하는데 급급해 스쳐지나는 기회의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nbsp;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글로벌 시장 곳곳에서 탄식과 우려의&nbsp;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앞으로 떨어질 수입을 계산하느라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는 투자자들도 있다. 서브프라임&nbsp;리스크를 미리 감지하고 일찌감치 손을 털었거나, 리스크가 높아질 것이라는데 베팅한 이들이 주인공.&nbsp;&nbsp;서브프라임 먹구름이 시장 전반을 뒤덮고 있는 요즘, 모기지 부실의 원인이나 타격과는 별도로 위기상황에서 어떻게 기회를 포착하고, 투자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지 점검하는 것도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비싼 수업료를 냈다면 앞으로는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위기가 던져준&nbsp;교훈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nbsp;◇서브프라임&nbsp;부실로 `대박난` 헤지펀드들&nbsp;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글로벌 증시 폭락을 부르며 파국의&nbsp;경고음을 울리던&nbsp;지난 13일. 전문가들은&nbsp;미국인들&nbsp;150만~200만명이 집을 뺏기고, 모기지 업체의 연쇄 도산과 대규모 해고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쏟아냈다. &nbsp;마치 딴 세상 이야기인 듯,&nbsp;일부 외신들은 모기지 부실&nbsp;덕분(?)에 활짝 웃고 있는 헤지펀드들의 스토리를 소개했다.&nbsp;&nbsp;블룸버그 통신은&nbsp;미국 헤지펀드 마그네타 캐피털이 지난달 6.4%의 수익을 올렸고, 주가도 2.8%나 올랐다고 전했다.&nbsp;비결은 마그네타가 보유 자금의 17%를 서브 프라임과 관련된 투자로 구성하면서, 모기지 부실 리스크가&nbsp;커지면&nbsp;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데 있었다.&nbsp;일종의 역발상 투자로 모기지 부실이 심화되는데 베팅을 함으로써 위기를 기회로 돌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마그네타의 데이비드 스니더만 헤드는 "작년 초부터 이미&nbsp;서브프라임 시장에 대한 우려를 키워왔다"며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최근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 변동성에 따라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 3월16일까지 ABX 지수 급락헤지펀드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고 있는 배경에는 ABX 지수가 자리잡고 있다. `BBB-` 등급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의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반영하는 ABX지수 하락에 베팅, 매도세를 취한 헤지펀드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리스크가 높아질수록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있는 것이다. ABX지수는 채권의 크레딧 디폴트 스왑(CDS) 비용을 측정한 것으로 이 지수가 낮을수록 채무자의 파산위험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이 ABX지수에 베팅해 재미를 보고 있는 헤지펀드로는 전 베어스턴스 투자 전문가인 존 폴슨이 설립한 헤지펀드&nbsp;`폴슨&코`와 `MKP 캐피털 매니지먼트`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 주간지 `비즈니스위크`(BW)에 따르면 이들 헤지펀드들이&nbsp;ABX지수 하락을 점쳐 숏(매도) 포지션을 취해 얻은 수익만 수백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KP 캐피널 매니지먼트의 펀드매니저들은 작년초 서브프라임 부실을 예상, 이들&nbsp;채권을 매도하고 ABX 지수 하락에 대해 숏 포지션을 취해 큰 차익을 남겼다. ◇ 뉴 센추리 파산에도 수혜자는 있어&nbsp;미국 2위 서브프라임 업체 `뉴 센추리`가 파산에 직면하면서 시장 불안감은 더욱 고조됐지만 뉴 센추리 붕괴 과정에서 미리 손을 털어버림으로써 손실을 최소화한 발빠른 투자자들도 있었다. 뉴 센추리 주식을 진작에 팔아치운 설립자들은 주머니를 두둑히 하고 이미 시장을 떠났다. 톰슨 파이낸셜에 따르면 뉴 센추리를 설립한 로버트 콜과 에드워드 고트쉘, 브래드 모리스는 지난 2001년에서 2006년 사이 주식을 팔아 이득을 챙겼다. 고트쉘은 뉴 센추리 주식을 주당 7.33~51.93달러에 매각해 4300만달러를 벌었고, 콜은 7.33~46.60달러에 팔아 3300만달러를 현금화했다. 모리스도 2200만달러를 챙겼다. 공격적인 영업으로 돈을 끌어모을 때&nbsp;리스크를 판단, 차익을 실현하고 손을 털어버린 것. 도덕적인 입장에서 투자자와 고객들이 비난을 할 수는 있겠지만&nbsp;자산가치가 언제 정점이 될 지를 판단하는 것도 투자의 지혜다.&nbsp;씨티그룹과 모간스탠리는&nbsp;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뉴센추리 자금줄이&nbsp;바닥을 드러내기 전에 미리 손을 써 부실채권을 되팔았기 때문이다. 씨티그룹은 지난주 뉴 센추리로부터 매입한 모기지를 7억1700만달러에 되사줄 것을 요청했고, 뉴 센추리는 모간스탠리로부터 조달한 자금으로 이를 매입했다. 이 과정에서 씨티그룹은 결과적으로 803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모간스탠리는 지난주 뉴 센추리에게 모기지를 담보로 2억6500만달러의 자금을 대출해줬다. 물론 손실에 노출됐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지만 뉴 센추리가 파산보호를 신청할 경우 담보인 모기지를 유동화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nbsp; 월가 투자은행들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nbsp;매사추세츠주가 베어스턴스와 UBS 등 &nbsp;뉴 센추리에 대해 긍정적인 투자의견을 낸 투자은행들도 소환 조사하겠다고 나서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 혼란속에서 살아남은 일부 투자은행들은 장기적으로 업계 경쟁이 진정되면서 반사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nbsp;애널리스트들은 지금의 혼란이 진정되면&nbsp; `제 2의` 뉴 센추리가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990년대 말 유나이티드 컴퍼니스 파이낸셜 코프와 바톤 루즈 모기지 컴퍼니 등의 업체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파산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nbsp;전문가들은 뉴센추리나 노바스타 등 업체들이 회생할 가능성은 적어 보이지만 몇몇 업체의 파산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시장이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며 2~3년 후에는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이들이 `적자생존`을 통해 진화, 발전해나갈 것이라는 얘기다.
2007.03.15 I 김유정 기자
출출하고 심심해? 시장 한바퀴 돌아볼까
  • 출출하고 심심해? 시장 한바퀴 돌아볼까
  • [조선일보 제공] 심심한 날, 기분이 바닥에 깔린 날에는 시장으로 가자. 고무줄 바지 입고 가서 시장판의 ‘먹자 골목’을 누비는 거다. 재래 시장 중에서도 청계천 복원 후 다시 ‘떴다’는 광장시장을 추천한다. 특수 플라스틱 천장 아래 반짝이는 노점의 불빛. 굵기가 팔뚝 만한 ‘왕 순대’에 기가 질리고, 찰랑대는 기름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소한 빈대떡 냄새에 혼미해진다. 별미 시식 사이사이에는 산처럼 쌓인 옷감 더미, 한복과 이불, 전통의 ‘코티분’과 ‘99% 다크 초콜릿’을 늘어놓은 수입잡화상을 구경하며 돌아다닌다. 어느새 불룩했던 배가 쑥 꺼진다. 게다가 시장 밖으로 나서기만 하면 바로 최고의 산책코스로 떠오른 청계천이니, 광장시장이야 말로 최고의 맛집 기행지인 셈. 단, 깔끔 떠는 사람, 시장이라고 무조건 쌀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가지 말 것. ① 먼저 30년 전통의 마약 김밥을 찾아갔다. 정식 이름은 ‘꼬마 김밥’. 시장통에서는 ‘손가락 김밥’ ‘모녀 김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어머니에서 딸로, 대를 이어 김밥집을 한다고 해서 붙은 ‘모녀 김밥’이란 수수한 별명 대신, 2000년대에는 좀 더 강력한 애칭을 얻은 셈. 한 입 먹는 순간, 바로 중독된다는 뜻이다. 기대에 부풀어 손가락 만한 김밥을 겨자 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다. ‘이게 도대체, 왜, 특별하다는 거지?’ 사장 유양숙(46)씨도 “들어간 것이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먹으면 먹을수록 멈출 수가 없다. 얇게 썬 단무지나, 그저 시금치·홍당무가 겨우 들어가 있는 김밥이나 특별할 게 없다. 심심하고 참기름 발라 살짝 짭짤한 맛인데, 자꾸 옛날에 집어 먹던 김밥 생각이 난다. 1인분에 2000원. 한 입에 쏙 들어가는 ‘미니 유부 초밥’도 2000원. 광장시장 먹자 골목에서 좀 떨어져 있다(지도 참조). 영업 시간은 밤 9시~다음날 오후 5시 무렵까지. 토요일 밤에는 쉬고, 일요일 밤에 다시 나온다. (02)2264-7668 ② 어머니와 함께 은성횟집을 이끌어가고 있는 김중현(40)씨는 “매운탕(2인분 1만3000원, 3인이 2인분 주문 불가) 드실 거죠!”라고 인사하며 손님을 맞는다.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불에 올릴 수 있도록 대구와 내장의 일종인 곤이, 보리새우 등 매운탕 건더기를 가득 담아 입구에 켜켜이 쌓아 놓은 냄비는 굉장한 설치 미술이다. 육수를 큰 솥에 따로 끓여두었다가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건더기에 부은 후 미나리를 푸짐하게 얹어 끓여 낸다. 덕분에 건더기가 풀어지지 않고 쫄깃쫄깃 잘 씹힌다. 민물새우를 넣어 국물이 시원하고 곤이가 담백하다는 것도 은성횟집의 자랑이다. 매운탕이 가장 유명하지만 회도 푸짐하다. 광어 2만5000원/3만5000원, 농어·도미 4만원/5만원, 해삼 1만5000원, 멍게 1만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밤 10시(주문은 오후 9시까지). 신용카드 사용 가능. (02)2267-6813 ③ 광장시장 빈대떡집들을 보면 걱정이 된다. ‘맛 보고 가라’며 쉬지 않고 빈대떡 조각을 손에 쥐어 준다. 노점상 앞을 몇 번 왔다 갔다 하다 보면 공짜로 빈대떡 맛을 실컷 보게 된다. 아무튼 아주머니들이 쉴새 없이 빈대떡 반죽을 솥뚜껑만하게 펼치고, 기름 위에서 노릇노릇 지지고, 가위로 한 입 크기로 싹둑 싹둑 자르는, 그 빈틈없고 규칙적인 리듬을 지켜보면 절로 침이 꿀꺽 넘어간다. 순희네 빈대떡 사장 추정애(54)씨는 “빈대떡을 부칠 때는 절대로 꽉 누르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빈대떡은 1장에 4000원. 겉은 바삭바삭. 속은 촉촉하고 폭신폭신하다. 흥건한 기름기가 은근히 걱정 되면서도 역시 한 번 먹으면 멈출 수가 없는 별미. 식당은 오전 9시 30분~밤 12시(노점은 오전 8시~밤 9시까지) 영업. (02)2268-3344 ④ “여기서 장사한 지 몇 년 되셨어요”, “몰라, 40년 됐나”, “처음엔 얼마였나요”, “한 그릇 50원, 국수 20원!”…. 귀여운 빨간 털모자를 쓴 원조 쌀·보리밥 권영문(75) 할머니에게서 돌아오는 투박한 대답들이 재미있다. 친절하게 손님을 맞고 혼자 온 단골이 심심치 않게 명랑한 입담을 펼치는 ‘마케팅 담당’은 딸 조향(48)씨다. ‘무제한 리필’ 보리밥에 국과 된장찌개까지 합친 가격은 착하게도 3000원. 보리와 쌀을 반씩 섞은 밥에 기타 재료를 마음대로 얹은 후 고추장과 참기름에 비벼먹는 뷔페 비빔밥이다. 배추김치·깍두기·멸치·파·고사리·콩나물·상추·무나물·돈나물·참나물· 부추…. 총 스물 두 가지. 입맛 따라 골라 넣으면 된다. 지게꾼들이 오며 가며 싼 값에 배 채우라고 개발된 메뉴라는데, 지금은 건강 채식으로 인기다. 영업 시간은 오전 8시~밤 10시. (02)2267-5478 ⑤ 100년 된 광장시장에 ‘2대째 장사’는 흔하다. 할머니집 순대는 시어머니 한상임씨가 꾸린 맛집을 며느리 오인숙(58)씨가 이어 받은 경우다. ‘함경도 사람’에게 순대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는 한씨는 13년 전 ‘비법’을 며느리에게 전수하고 함께 장사를 해오다 2년 전 세상을 떴다. 쫄깃한 돼지 머리고기와 적당히 간이 밴 막창·대창 순대(한 접시 5000원)를 먹다 보면 동동주 한잔(1000원) 생각이 안 날 수 없다. “울 어머님은 인심이 후해서 인기가 많았지. 덕분에 단골이 1000명이 넘어. 1960년대 가난한 대학생들은 순대에 술까지 잔뜩 먹고 어머님 졸고 계신 틈을 타 도망치고 그랬다지, 아마. 요즘도 가끔 돈 갚겠다는 아저씨들이 찾아오고 그래.” 영업시간은 오전 9시~밤 10시. (02)2274-1332 ⑥ 사람마다 순대 취향이 제각각이겠지만, 광장시장 3시 50분 순대를 ‘내 인생의 순대’로 명명할 순대 마니아들이 분명히 있을 듯. 정확히 오후 3시 50분에 등장한다. 거대한 대야 속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가 가득 담겼다. 그 앞에 작은 도마를 놓고 앉은 이복자(60)씨는 “1976년부터 이 자리에서 장사를 했다”고 한다. 후추를 듬뿍 넣어 매콤하고, 순대의 사이즈가 빈약하지 않으면서도 찹쌀이 촘촘하게, 꽉꽉 들어차 씹는 순간의 만족감이 확실하다. 포장은 300g에 3000원, 400g에 5000원. 먹고 가면 1인분에 2000원. 국물은 없다. 아주머니가 간을 줄 때도 있고, 안 줄 때도 있다. 그래도 이왕이면 앉아서 먹고 가자. 순대 써는 아주머니 곁에 바짝 붙어 앉아(나무 의자가 너무 낮아 거의 시장 바닥에 앉는 수준. 그런데 그렇게 앉으니 시장 풍경이 달리 보인다) “난 이제 여기 순대 밖에 못 먹어”라며 찾아오는 단골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오후 7시면 영업 끝. 일요일은 쉰다. ⑦ “카, 먹다 보니 국물까지 후루룩 비워버렸네. 난 뜨끈뜨끈한 여기가 안방보다 좋은데…. 그래도 어여 자리 내줘야겠지?” 칼국수 한 그릇을 8분만에 뚝딱 잡수신 50대 아주머니 덕분에 간신히 자리가 비었다. 강원도 칼국수. 어깨를 맞댄 손님들은 은박 쿠션이 깔린 좁은 의자에 참새처럼 촘촘히 앉아 있다. 밥벌이의 지겨움과 세상사의 고단함을 시장 골목에 부려놓은 사람들. 3500원짜리 맛깔진 칼국수 한 그릇이 가져다 주는 짧고도 완전한 행복에 풍덩 빠진 듯 좁은 자리에도 즐거워 보인다. 이 집 칼국수는 국수 씹는 맛이 일품이다. 여섯 번, 일곱 번 열심히 빚은 밀가루 반죽을 나무 도마에서 쓱싹쓱싹 쓸어내는 주인 아주머니 김일내(62)씨의 ‘손맛’이 듬뿍 배어서 그렇단다. 담백한 국물과 어우러지는 상큼한 열무물김치도 맛깔스럽다. 오전 6시 30분~오후 8시, 일요일은 쉰다. (02)2269-1387 ⑧ 먹자골목서 도자기상가 쪽으로 살짝 돌면 양념 돼지고기로 이름난 ‘남매등심’이 나온다. 메뉴는 동그랑땡(250g 8000원)과 꼼장어(200g 1만원) 단 두 개. ‘동그랑땡’은 양파·마늘즙과 고추장 등을 섞은 양념에 무친 얇은 목살 숯불 구이다. 간판에 대문짝만하게 써있는 ‘등심’은 메뉴에 없는데, 굳이 찾는 이들에게는 내주기도 한단다. 그런데 왜 가게 이름이 ‘남매 등심’? “아, 그게 남매목살, 남매목살…. 듣기에 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등심이라고 했어요. 남매등심, 남매등심…. 괜찮죠?” 양념 목살을 ‘동그랑땡’이라 부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에 누가 동그랗다고 농담처럼 ‘동그랑땡’이라고 했는데, 그냥 괜찮은 것 같아서”라는 주인 조태수(59) 아주머니의 설명이다. 이쯤 되면 “정말 남매가 하는 집인가요” 란 질문은 하나마나다. “그냥 듣기 정겨워서 붙인 이름이지, 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 30분~밤 12시. 신용카드 사용가능. (02)2272-3034
도다리, 어린 쑥과 만나 통영의 봄이 되다
  • 도다리, 어린 쑥과 만나 통영의 봄이 되다
  • ▲ 한산섬식당 도다리 뼈회[조선일보 제공] 경남 통영시 ‘한산섬식당’. 문을 밀고 들어서자 허름한 식당 안은 봄 냄새로 가득했다. 대단히 귀하고 값비싼 별미라도 대접 받는 양 식당을 가득 채운 손님들은 커다란 스테인리스 국그릇에 코를 박고서 허겁지겁 국물을 퍼먹는 중이었다. 연한 초록빛이 감도는 투명한 국물 속에서 생선살이 하얗게 빛나고, 쑥 향이 향긋하게 피어 오른다. 따뜻한 봄 바다가 국그릇에 그대로 담긴 듯하다. 도다리쑥국이다. 도다리쑥국에는 별다른 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냄비에 물과 납작하게 썬 무를 몇 조각 넣는다. 물이 팔팔 끓으면 남자 어른 손바닥만한 도다리 한 마리와 파, 마늘, 풋고추를 조금 넣는다. 극상에 오른 도다리 자체의 맛을 살릴 정도로만 간을 할 뿐이다. 도다리가 슬쩍 익을 즈음 쑥을 손으로 뚝뚝 뜯어서 넣고 숨이 죽으면 그릇에 담아 손님상에 낸다. 광어와 거의 똑같이 생긴 도다리는 남해안이 아니면 통 보기 힘든 생선이다. 양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통영 서호시장 상인들은 “아직까지 통영에서 양식 도다리는 보지 못했다”고 했다. 통영도촌동수협공판장에 만난 한 거래인은 “도다리가 다 자라려면 3~4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도다리는 맛이 워낙 좋은 생선. 생선에 대해선 누구보다 까다로운 입맛을 가졌다고 자부하는 통영 사람들이 잡히는 족족 먼저 먹어 치운다. 이곳 주민들은 “(도다리 맛 모르는) 서울 사람들은 광어를 최고로 치더라”며 안타깝단 듯 말한다. 특히 봄 도다리를 최고로 친다. 지금 도다리는 산란을 앞두고 살이 오를 대로 오른 상태이다. 운이 좋으면 배에 알이 가득 찬 암컷이 나오는 행운이 따르기도 한다. 물론 “알이 찬 도다리는 영양을 몽땅 알에 빼앗겨 버려 살이 푸석푸석, 맛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통영 토박이들도 있긴 하다. 하지만 아무리 도다리가 좋아도 쑥이 없으면 도다리쑥국은 미완성. 반드시 요즘 막 나오기 시작한 어린 쑥이 들어가야만 한다. 얼었던 땅을 뚫고 나오는 햇쑥은 여리지만 특유의 향기가 강렬하다 못해 코가 아릴 지경이다. 쑥은 보통 음력 정월 이후부터 나오기 시작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날씨가 따뜻해 지난 1월 말부터 쑥이 나왔다. 그러나 도다리 살이 덜 올라 맛이 덜하다. 그래서 쑥도 먹을 만하고, 도다리도 통통한 요즘부터 앞으로 한 달 가량이 ‘도다리쑥국’이 가장 맛있는 철. 이때가 지나면 쑥이 ‘뻐세서’(질겨서) 맛이 떨어진다. 강렬한 쑥향이 먼저 코를 잡아채고 기름기 없이 맑고 담백한 국물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도다리 살은 눈처럼 뽀얗고 하얗다. 목구멍을 타고 스르르 사라진다고 느껴질 만큼 생선 살이 연하면서도 기름이 올라 푸석하지 않다. 통영에서는 정량동 기업은행 뒤 ‘한산섬식당’(055-642-8330)이 도다리쑥국을 잘 끓이기로 소문 났다. 한 그릇 8000원. 생선회는 4만·5만·6만원짜리가 있다. 여러 생선회가 섞여 나오는데, 도다리회만 달라고 해도 된다.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도다리를 뼈째 자른 뼈회(세꼬시) 스타일로 주로 나온다. 반찬으로 나오는 ‘볼락젓’이 별미다. 무와 고춧가루를 더해 보름에서 한 달 정도 가볍게 삭힌다. 시큼하면서 가벼운 감칠맛이 깍두기처럼 매콤달콤하게 익은 무와 기막히게 어우러진다. 작은 볼락이 통째로 나오니 비위 약한 분이라면 굳이 권하지는 않겠다. 이외에 여객선 터미널 주차장 앞 ‘터미널회식당’(055-641-0711), ‘통영회식당’(055-641-3500), ‘분소식당’(055-644-0495)도 도다리쑥국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통영 바로 옆 거제에서도 도다리쑥국을 즐겨 먹는다. 거제에서는 맹물 대신 쌀뜨물에 된장을 조금 풀어 맛을 내는 집이 많다. 하지만 역시 슴슴하게 도다리와 쑥의 맛과 향을 살리는 정도로만 자제한다. ‘평화횟집’(055-632-5124), ‘웅아횟집’(055-632-7659) 등이 유명하다. 도다리쑥국 한 그릇에 8000원~1만원 받는다.&nbsp;▲ 멸치밥, 멸치회, 멸치튀김, 멸치쌈, 멸치젓, 멸치전, 멸치볶음, 멸치시락국(시래기국), 멸치액젓으로 무친 파김치…. 통영 멸치마을의 멸치요리는 주인의 멸치 사랑만큼 다양하다.
  • (edaily리포트)서브프라임 유감
  • [이데일리 김국헌기자]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개인에게 고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는 것을 말하는데요, 느슨한 규제속에 마구잡이로 이뤄진 모기지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왔습니다. 모기지 부실은 이런 측면에서 지난 2003년 한국 금융시장을 강타한 `카드대란`과 유사한 부분이 없지 않은데요, 국제부 김국헌 기자는 두 사태가 `도덕적 해이`와 `빚`을 공통 분모로 하고 있다고 얘기합니다. `자기 돈으로는 돈을 못 번다`는 속설은 서민들에겐 하나 마나 한 소리입니다. 남의 돈을 빌릴 담보나 신용도 없고, 돈을 불릴 비법도 잘 모르니 로또 대박이 터지지 않는 한 부자되기는 `낙타 바늘구멍` 격이나 다를 게 없습니다. 맨손으로 부자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신용도 그저 그렇고, 재테크도 어두운 현대인들은 알게 모르게 `빚`에 훨씬 더 가까워졌습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짧은 기간이지만 매달 빚을 지고 삽니다. 직장인들 가운데 상당수는 마이너스 통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 집을 사기 위해 좀 더 큰 돈을 오랫동안 빌리기도 합니다. 이른바 `빚을 권하고, 빚으로 소비하는` 시대가 펼쳐진 셈이죠. 그런데 우리의 생활 속에 빚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으면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보다 큰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단적인 사례가 지난 2003년 한국의 카드 대란과 2007년판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아닌가 합니다. 정부와 기업(금융기관), 그리고 개인의 안이함이 삼박자로 맞아들면서 신용카드와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괴물`로 탈바꿈 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선도적 위상을 점해왔기 때문에 미국發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은 세계 금융시장 전체를 뒤흔들었습니다. 미국의 모기지 부실과 한국의 카드대란은 엄밀히 따져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그 배경에 경쟁적으로 빚을 권하는 메커니즘이 자리잡고 있었고, 경제주체들의 `도덕적 해이`가 가세해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점은 상당히 유사합니다. 일단 정부의 해이부터 살펴보시죠. 한국의 정부는 닷컴 거품이 꺼지자 신용카드를 대안으로 내놓고, 기본적 규제까지 풀어주면서 내수 부양에 나섰습니다. 아무런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이나, 지하 사글세방에서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이들도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강남 부유층 못잖은 소비를 과시했습니다. 덕분에 카드사들의 매출은 쑥쑥 늘어났지만 안에서는 부실의 고름이 커져만 갔습니다. 미국도 바닥인 저축률과 만성적자 문제가 주택경기 호황으로 상쇄되며 소비와 내수를 이끌어내자, 모기지 시장의 하단부인 서브프라임에 거품이 끼는 것을 팔짱을 끼고 쳐다보기만 했습니다. 미국은 소비가 전체 경제의 3분의 2를 이끄는 대표적인 소비국입니다. 저금리 기조와 주택경기 호황이 이어지던 시절, 미국인들에게 주택은 일종의 현금지급기 같은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축이라면 손사래를 치는 미국인들이 막상 자금수요가 생기면 고금리 모기지 대출을 저금리로 갈아타고, 주택가격 상승으로 높아진 담보여력을 활용해 추가 대출을 받음으로써 소비 자금을 마련했다는 것이죠. 언제나 후회는 늦은 법. 지난해 말 이미 서브프라임 채무불이행이 4년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던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전까지 감독당국은 구두 경고에만 그쳤을 뿐 문제를 시정하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지난 2월말 세계 증시가 연쇄적으로 붕괴되며 파장이 지구촌 전반으로 번진뒤에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의회가 뒤늦게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습니다 금융기관들은 경쟁에서 이겨보겠다는 욕심 때문에 치명적인 독약을 매일 조금씩 먹은 꼴이 됐습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들은 보다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상대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자격기준에 못 미치는 사람들에게 예외규정을 남용하며 대출자금을 풀어줬습니다. 카드대란으로 많은 한국인들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모기지 사태로 수백만명의 미국인들은 거리로 나앉을 처지가 됐습니다. 도덕적 해이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소득에 걸맞는 소비를 하기보다 미래의 빚을 끌어다 분에 넘치는 생활을 영위해 온 결과가 끝내 파국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죠. 한국은 카드대란으로 큰 교훈을 얻었지만 금세 잊은 듯 합니다. 올해 은행권이 적극적으로 카드 사업 확장 전략을 펴면서 출혈경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금융 리스크는 조금만 방심하면 곧바로 다른 영역으로 전파되고, 확대 재생산 됩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도 연쇄 충격을 불러오며 시장 곳곳을&nbsp;전염시키고&nbsp;있습니다. 전설적 투자자이자 세계 2위 갑부인 워렌 버핏의 주식투자 원칙 두 가지는 `손실을 보지 말라`와 `잊지 말라`입니다. 아주 기본적인 원칙이라 실망할 지도 모르겠지만 투자로 `현인`의 반열에 오른 이에게도 모든 것은 기본적인 원칙에서 출발합니다. &nbsp;대란을 겪고도 언제 그랬냐는 듯 심드렁한 우리 국민들과 대란위기에 직면한 미국인 모두가 다시 한번 되새겨야 봐야 할 `기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007.03.14 I 김국헌 기자
"CEO 연봉 덜 받으니 기업 살더라"
  • "CEO 연봉 덜 받으니 기업 살더라"
  • [이데일리 김윤경기자] 최근 지난 해 미국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nbsp;연봉 등 회사로부터 보상을 받았는지 잇따라 발표되면서 시장은 `실적에 비해 얼마나 받았는지` 비교해 보기에 여념이 없다. &nbsp;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실적 위기에 빠진 기업들이라면 이를 정상궤도에 올리는 데에 CEO들의 연봉 삭감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nbsp;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인 기업이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 테크놀러지. ▲ 애플턴 마이크론 CEO이 회사 스티브 애플턴 CEO는 지난 2001년 10월 80만달러에 달하던 연봉을 거의 `제로(0)`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마이크론은 실적 부진으로 직원들을 대대적으로 내보내는 등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었다. 애플턴 CEO는 `좋은 리더십이란 고통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연봉을 거의 받지 않겠다고 나선 것이다. 마이크론은 2년이상 1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냈고, 애플턴 CEO는 새로운 반도체를 개발, 발표하는 등 턴어라운드 계획을 실행에 옮기며 이 기간동안 거의 회사로부터 돈을 받지 않았다. 스톡옵션이 있었지만 주가가 바닥이 상황에선 거의 무용지물이었다. 현금을 손에 넣기 위해 그는 별장을 팔았고, 휴가를 위해 갖고 있던 소형 비행기들도 매각했다. 가족들도 신용카드 사용액을 줄였다고 그는 후에 말했다. 2003년 12월 마이크론은 흑자로 전환했다. 애플턴 CEO는 다시 연봉을 받기 시작했다. 주가도 그 해 초 7달러였던 것이 11달러로 회복됐다. 인력회사 머서의 경영자 연봉 전문가 다이안 더블데이는 "경영진의 연봉 삭감은 꽤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다"고 밝혔다. 그는 "직원들이 여기에 중요하게 반응한다"며 "실적 회복이나 어떤 행동이 수행되어야 할 때 좋은 방법이며, 연봉 삭감을 통해 CEO는 가외의 신뢰를 얻게 된다"고 말했다. &nbsp;존 챔버스 시스코 CEO는 2001년 연봉을 1달러만 받을 뿐 아니라 항공비나 기타 비용도 직접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시스코는 2003년 실적이 회복됐다.&nbsp;그러나&nbsp;챔버스 CEO는 여전히 비용은 자신이 지불하고 있다. &nbsp;그러나 이것이 늘 효과적인 방법은 아니다. &nbsp;찰스 슈왑의 전 CEO 데이비스 포트럭은 2001년 회사가 닷컴 버블 붕괴로 어려움에 빠지자 상당액의 연봉을 줄였으나 기대만큼 수익 향상이 이뤄지지 않았고, 2004년 좌천됐다.&nbsp;&nbsp;WSJ은 또 CEO들이 상황을 보고&nbsp;조심스럽게 연봉 삭감에 나설&nbsp;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nbsp;&nbsp;▲ 돈 카티 전 아메리칸에어 CEO&nbsp;돈 카티 전 아메리칸 에어라인즈(AA) CEO는 2001년 말 연봉없이 일하겠다고 밝혔지만, 2003년 초 회사 사정은 더 악화됐고, 회사측은 노조와 10억달러 이상의 연봉, 인원 감축 등을 포함한 구조조정안을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nbsp;이 때 카티를 포함한 최고 경영진이 4100만달러에 달하는 연금(pension plan)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오히려 카티는 비난을 받았고, 곧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2007.03.12 I 김윤경 기자
"경찰, 등 뒤에서 곤봉으로 뒤통수 내리쳐"
  • "경찰, 등 뒤에서 곤봉으로 뒤통수 내리쳐"
  • [조선일보 제공] 경찰이 10일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반(反) FTA 시위를 취재중인 기자 10명을 무차별 폭행, 일부 기자가 얼굴이 찢어지는 중상을 입고 병원치료를 받았다. 경찰은 폭행 당하는 취재진이 기자 신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곤봉과 방패로 내리쳤으며, 땅바닥에 쓰러진 기자들을 발로 찼다.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기자는 조선일보 기자 2명을 비롯,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연합뉴스 KBS MBC SBS 기자 등 취재·카메라기자 10명이다. 이 중 오마이뉴스 기자는 코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다. 이처럼 경찰이 시위 현장을 취재중인 기자들을 무더기로 폭행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이번 경찰의 폭력은 기자들이 신분을 밝힌 이후에도 계속돼 고의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이례적인 취재진 집단 폭행 경찰은 이날 오후 6시50분쯤부터 광화문우체국 앞 차도를 점거한 시위대 2000여명을 향해 물대포를 쏘며 해산을 시도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격렬하게 맞붙자,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이 과정에서 전경들은 시위대는 물론, 취재수첩과 카메라를 든 기자들에게도 방패를 휘둘렀다. 전경들이 카메라 기자를 향해 방패를 찍어 내리는 시늉을 하며 위협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이 과정을 취재하던 오마이뉴스 최 모 기자는 경찰 방패에 얼굴을 찍혀 콧잔등이 찢어졌고, 병원서 다섯바늘을 꿰매는 치료를 받았다. 머리에 상처를 입은 한겨레 신문 최모 기자는 "쫓겨가는 시위대를 따라가고 있었는데 경찰이 뒤에서 곤봉으로 뒤통수를 때렸다"고 말했다. ‘민중의소리’ 사진기자는 경찰 방패에 카메라가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현장에 있던 SBS 기자는 “취재장비를 보여주며 기자임을 밝혔으나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방패를 휘둘렀다”고 했다. 오후 7시20분쯤 경찰은 종로 보신각 앞 차도의 시위대를 인도로 밀어붙였다. 이때 20대 여성 2명이 경찰에 밀려 쓰러진 뒤 항의하는 장면을 취재하던 조선일보 이인묵 기자의 머리를 향해 경찰이 2차례 곤봉을 휘둘렀고, 이 기자는 팔로 곤봉을 막았으나 손목에 타박상을 입었다. 이 기자는 “곤봉이 손목 시계줄에 맞아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곤봉에 맞아 넘어진 이 기자를 발로 짓밟기도 했다. 이 기자는 폭행을 당한 뒤 “취재기자”라고 신분을 밝혔음에도 경찰은 다시 이 기자를 밀어붙여 넘어뜨린 뒤 방패로 찍고 발로 걷어찼다. 이 기자가 폭행 전경에게 “어디 소속이냐”고 묻자, 전경은 “(폭행하는) 사진을 찍었으면 경찰에 신고하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또 조선일보 이재준 기자도 진압 경찰에 밀려 넘어진 뒤 경찰에 의해 밟혔으며 이 과정에서 소지중이던 노트북 컴퓨터가 부서지는 피해를 입었다. 또 여러 기자들이 방패에 등이나 배를 찍히고 곤봉으로 맞거나 발로 밟혔다. ◆ 이례적인 무더기 폭행 그간 폭력시위 현장에서 기자들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무차별 폭행을 당한 예는 거의 없었다. 경찰은 이날 시위가 밤 10시까지 이어진다는 첩보에 따라 오후 7시를 전후해 강제해산 작전을 시작했고, 기자 폭행은 대부분 이때 벌어졌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기자들이 진압경찰과 시위대 사이에 무리하게 끼어들면서 사고가 벌어진 것 같다”며 “기자 식별이 뚜렷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위대로 오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기자들은 회사 로고가 찍힌 카메라를 들고 있었으며, 폭행 당한 일부 기자는 ‘PRESS’라고 쓰인 헬멧을 쓰고 있었다. 이번 경찰의 언론 폭행에 다분히 고의성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할 수 있는 대목이다. ◆ 기자협회, 공개사과 촉구 한국기자협회(회장 정일용)는 11일 경찰이 한미FTA반대집회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취재기자들을 폭행한 것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고 이택순 경찰청장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기자협회는 “기자들이 신분을 분명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폭행을 가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며 “경찰의 총수인 이택순 경찰청장이 직접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책임을 통감하며 해당 기자·언론사와 국민들께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며 “향후 진압대원 안전수칙과 인권교육 강화와 진압작전시 기자와의 완충지대 설정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현재 진압상황에 대한 진상조사를 진행중이며 결과가 나오는대로 관련자 문책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 (미리보는 경제신문) 한미FTA 24일 이전 타결될 듯
  • [이데일리 문승관기자] 다음은 3월12일자 경제신문 주요 기사다.(가나다순) ◇ 매일경제 ▲ 1면 - 의학대학원생 1/3이 공대출신 - 1천만원 투자땐 주식에 240만원- "고위급 두차례면 타결 가능"- 美 서머타임 시작▲ 종합 - 양도세 피하려 위장이혼까지- 주택담보대출 감소세로- 300조원 美조달시장 열린다- "4점대 학부성적도 미래없다" - 1인당 근소세 10년새 2.3배 늘어- 세금 안내는 근로자 53% - 양도세 이달부터 실거래가도 신고▲ 금융·재테크- 금융권 사외이사 선임 `극과 극` - "은행에 교육세 부과 부당"- 은행이 주택대출 위험 부담해야- 생보 사회공익기금 막판 조율 ▲ 국제 - 한·중·일 화물 3각 운행시대- 일본·호주 안보협력- 구글 급성장 비결은 직원 만족- 태국 외국인 투자제한 없앤다▲ 기업과 증권 - 삼성 고민도 깊어만 간다- SK컴, 동영상사업 강화- LS전선의 성과급 실험- 조정때 우량주 분할매수 나서라- 중국IPO과열 올해 진정될 듯- 자사주 매각한 에쓰오일 반등 언제쯤- HTS 10년의 명암- 부동산리츠펀드 괜찮나- 2분기 이후엔 부식비중 늘려라- 장기투자땐 선취수수료 상품 유리- 금융업종 미인주는..국민銀·기업銀·대우證·동부화재- 이트레이드-키움증권 e증권사 선두 경쟁▲ 중소기업·벤처- 국내서도 선박·함정 성능실험- 국제인증은 비용 아닌 투자- 대학보유기술 특허지도 그린다▲ 증권·코스닥- NHN·Daum 올해도 고속성장- 공모시장 4월께 물꼬 트일듯- 부실 바이오株 더 나올라▲ 부동산 - 건설사 아파트 분양 앞당긴다▲ 소비생활- "홈플러스, 이마트 잡겠다"- 화이트데이엔 커플 속옷을◇ 서울경제 ▲ 1면 - 주력산업 아성 흔들린다- 연내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 농업·車협상 이달말 고위급 회담으로 넘겨▲ 종합 - 청약시장 양극화 뚜렷- 美 금융제재 전면해제 약속- 공기업 취업 더 좁은문- 한미FTA 8차협상 조달시장 개방문 넓어져도 영향 적을 듯- 한국 대미수출 경쟁력 떨어진다- 앤캐리트레이드 현실화땐 세계 자산시장 거품붕괴 신호▲ 금융 - 보험사 표준이율 7년만에 인상- 삼성전자·새마을금고 잔산 1조 돌파- 현대건설 매각 장기표류하나- 일반 손해보험료율 내달 평균 5.3% 인하 ▲ 국제 - 우울한 야후..신나는 구글- 에탄올 생산소비 美·브라질 손 잡았다- 美 모기지 부실 시작에 불과▲ 산업 - 포스코, 프리미엄급 초고강도 차강판도 다임러에 수출 - LG "이젠 이머징 마켓이다"- 금호 해외 레저사업 진출- 삼성프린터 "B2B시장잡자"- 중소 인터넷업체들 "틈새 검색시장 공략"- 중금속·가소제 사용않은 친환경 바닥재 첫 개발- 중소택배사 설 자리 잃어간다- 유통가 "화이트데이 준비하세요"- 식음료업계 봄맞이 경품행사 풍성▲ 증권 - 국내펀드, 해외펀드 보다 `선방`- 펀드투자자들 "다시 국내로"- 자연과 환경 `이상한 거래`- 1분기 `숨은 실적주`노려라- 마이애셋, 헬리아텍 투자 `대박`- 美·日 증시 따라 불규칙 등락 예상- IT관련 수출주 대거 러브콜▲ 부동산- 연립주택으로 매수세 몰린다 - 올 공동주택 51만7000가구 공급- 1·11대책 두달만에 송파 재건축 값 급락- 대출규제 직격탄 경매도 찬바람◇ 한국경제 ▲ 1면 - IT 더이상 성장동력 아니다- 동네 통장도 구조조정- 한미FTA 24일 이전 타결될 듯▲종합 - 골프 회원값이 23억- 해외주식 안방거래 확산- 양도세 실거래 신고 안하면 세무조사- 현대차 노조 산별 첫 선거 걱정되네- 공기업 올해도 `좁은 문`- 한국 상품 美시장 점유율 급락- 자이툰 파병지역 유전개발·건설, 한국기업이 맡아주길- 주택대출 시장 갈수록 꽁꽁- IT 주력제품 레드오션..수익성 악화 심각- 車등 핵심쟁점 최고위급서 막판 빅딜▲ 국제 - 인프라 덫에 걸린 인도..투자 포기 속출- 美일자리 창출 2년만에 최저- 부시·룰라 에탄올 대량생산 협력▲ 산업 - LCD·PDP업계 판도? 내게 물어봐라- 현대차, 美시장 공략 승부수- LG전자 프리미엄 마케팅 결실 英서 슈퍼브랜드 올라- 이윤 포스코 사장, 니켈 자급률 20%대로 올리겠다- 금융·정유·통신서비스 카드 하나로- KT, UCC장터 만든다- 국내기업 디자인경쟁력 C학점- 중기중앙회 회장단 중심 운영 강화- 매출 5% 뿐인데..백화점 명품 유치전쟁 왜?- 소주도 프리미엄 시대 ▲ 부동산 - 정부 "올 50만 가구 공급 무난" 주택업계 "분양가 규제로 어려울듯"- 송도 오피스텔 분양에 `밤샘 줄서기` ▲ 증권 - 상반기 조정거쳐 하반기 상승 재개- 대우증권 배당 대박- 원천기술 없어도 코스닥 상장- 신한지주, 크라운제과의 백기사- 세신·로케트전기 등 유가증권시장도 관리종목 지정 예고 잇따라- 두산重 박용성 前회장 이사건 처리- 외국인 러브콜 집중종목 코스닥 시총순위 `껑충`- 김수현 주가? 세고 엔터 주가관심▲ 머니종합- 환테크 등 위험관리가 수익률 결정- 체크카드 연회비 없어 좋아요- 가랑비 은행수수료 3색 우산 쓰세요
2007.03.11 I 문승관 기자
(르포)헬리아텍 자원개발 현장을 가다
  • (르포)헬리아텍 자원개발 현장을 가다
  • [파푸아 뉴기니아 = 이데일리 김세형기자] 에너지 개발 붐이 불면서 주식시장 상장사들도 앞다퉈 에너지 개발 사업에 나서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비롯해 카자흐스탄이나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그리고 러시아, 남미 지역은 평소 들어보기라도 했다. 그런데 파푸아 뉴기니아라니. 도대체 어디 붙어 있는 나라란 말인가. 지난 6일 포트 모르즈비(Port Moresby)에 도착했다. 포트 모르즈비는 파푸아 뉴기니아(이하 PNG; PNG로 표기하고 말하는 것이 현지에서는 일반화돼 있었다)의 수도. 전해 들은 바에 따르면 PNG의 총인구는 대략 600만명. 수도의 인구라고 해봤자 고작 40만명에 불과했고 여기저기 인구가 산재해 있었다. 부족사회의 전통이 여전한 탓인지 언어는 무려 800여개에 달했고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제 서서히 개발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개발이 진행되면서 영어가 점차 공용어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상태였다.&nbsp;자원 쟁탈전은 점점 가열되고 있다. 현지 교민이나 인터오일 등에 따르면 파푸아 뉴기니아는 자원 매장량만큼은 어느 나라 못지 않은 곳이다. 석유를 비롯해 천연가스, 그리고 각종 광물 등 개발 여지가 상당한 편이다. 이미 쉘과 엑슨모빌, BP 등 다국적 석유회사들이 원유를 생산하고 있었고 최근 들어서는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에 이어 중국까지 PNG의 광산에 손을 뻗치고 있었다. 한국가스공사 역시 파푸아 뉴기니아 자원 개발 사업 검토를 올해 사업 계획중의 하나로 올려 놨었는 데 이같은 열기와 무관치 않은 셈이었다. 캐나다 석유회사인 인터오일(http://www.interoil.com, 오른쪽 사진은 인터오일이 개발권을 갖고 있는 지역)은 헬리아텍이 투자키로 한 PNG 가스 및 유전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시행자다. 7일 인터오일이 PNG에서 추진중인 에너지 사업 현장을 돌아봤다. 인터오일은 사업의 대부분이 PNG 지역내 에너지 사업에 집중돼 있다 인터오일은 가스전과 유전의 탐사에서 시추, 그리고 생산, 정제 혹은 가공, 판매까지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다.&nbsp;&nbsp;지난해 엘크1 광구 가스전 발견으로&nbsp;주가가 상당히 상승한 상태로 현재 시가총액은 대략 7000억원 정도에서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nbsp;PNG에서 인터오일의 입지는 상당히 굳건했다.&nbsp;인터오일은 90년대 초반 설립돼 지난 96년 개발권을 따내면서 PNG내 에너지 개발을 본격화했다.&nbsp;현재 PNG에서&nbsp;우리나라 면적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지역에 대한 개발권을 갖고 있고&nbsp;거의 독점에 가까운 석유 사업자가 돼가고 있다. 쉘과 BP로부터 주유소를 인수, PNG 전역에 50∼60개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고 전체 시장점유율은 60∼65%에 달하고 있다. 특히 인터오일은 포트 모르즈비의 바다 건너, 맞은 편에서 PNG 유일의 원유 정제소(사진)를 운영하고 있다. BP 등이 캐는 원유는 모두 이곳으로 보내져 석유 완제품이 된다. 정제소의 하루 생산량은 3.2만∼3.6만 배럴로 인구 5000만의 미얀마의 하루 생산량 6만량의 절반을 넘고 있다는 설명이다. PNG의 하루 석유 소비량은 현재 2만 배럴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나머지는 주로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정제소 건너편에는 LNG 플랜트 건설에 대비, 6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거시설이 있었고 그 옆이 LNG 플랜트가 들어설 부지였다. LNG 플랜트는 현재 시추중인 지역내 여러 광구의 매장량이 상업생산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될 경우 본격 건립에 들어가기로 돼 있었다. 휴즈 헬리아텍 사장은 "인터오일은 지형적으로 매우 유리한 곳에 정제소를 갖고 있고 LNG 플랜트도 건설할 계획"이라며 "LNG 플랜트 건설이 이번 프로젝트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LNG의 경우 액체 상태로 만들어야 하므로 채취는 기본이지만 플랜트 건설이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정제소를 둘러본 뒤 드디어 시추 장소로 이동했다.&nbsp;인터오일 주요주주중 한 사람으로 PNG 에너지 사업 전체를 총괄해 온 크리스티앙 빈슨 인터오일 부사장(Excutive Vice President)이 정제소에 이어 시추 광구에 대해서도 안내했다. 헬리아텍은 클라리온 파이낸스의 자회사와 투자 계약을 맺은 바 굳이 인터오일측 경영진까지 나설 필요가 없어 보였지만 그는 그렇게 했다. 휴즈 사장이 말했던 것처럼 그와 인터오일측 경영진간 관계는 무척 돈독했다. 포트 모르즈비의 잭슨 공항에서 경비행기를 2시간 가량 탄 뒤 임시 비행장에서 다시 헬리콥터로 10분 가량을 가서 엘크2(ELK2) 광구에 도착했다. 밀림속에 위치, 몹시 무더웠고 그 가운데서 인부들이 돌아가면서 시추공을 지켜보고 있었다. 주로 인도네시아인들이 고용돼 일하고 있다했고 점차 PNG인들도 쓸 계획이라는 게 현지 관계자의 이야기였다. 헬리아텍에 따르면&nbsp;엘크2를 비롯한 엘크 지역 광구는 헬리아텍의 전체 투자 금액 4억2500만달러중 2950만달러가 투자된다. 헬리아텍의 개발탐사 투자 총액 6000만달러중 절반이 투입되는 핵심 광구다. 인터오일은 지난달 이 광구가 중순 천연가스 뿐만 아니라 원유의 매장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발표했다. 대략 1시간 가량 머물다 엘크2 광구를 떠났다. 사실 찜통 더위에 시추기가 여러 사람에 둘러 싸여 일하고 있는데 문외한인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돌아오면서 공중을 통해 인터오일이 진행중인 시추 장소 여러 곳을 볼 수 있었다. 먼저 본 곳은 엘크1 광구(사진), 가스가 발견됐다는 광구로 아쉽게도 이미 시추가 끝나 시추 장비는 철수했고 엘크2 광구를 비롯한 광구들의 시추가 성공적으로 완료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보고 싶었던 가스 분출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지만 여전히 헬리콥터가 오가고 작업자들을 위한 시설도 그대로 있었다. 이와 함께 인터오일이 인근에서 진행하고 있는 시추 후보지들을 3∼4군데 볼 수 있었다. 인터오일이 시추하고 있는 곳의 공통점은 비교적 넓은 강이 부근에 있다는 것. 인터오일은 가스 송유관을 강바닥으로 깔아 바다까지 통로를 확보하고 이를 다시 바다에 면한 LNG 플랜트까지 보낸다는 구상을 갖고 있었다. 이에 대비해 강가에는 부두 시설도 지어지고 있었다. 광구에서 돌아온 뒤 현대중공업에서 있다가 10년 가까이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는 현용순 현대파워(Hyundai Power(PNG) Limited) 사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인터오일의 정제소에 현대중공업이 만든 발전설비를 납품했고 PNG의 에너지 개발 사업에 무척 관심이 많았다. 현 사장은 "PNG는 자원만큼은 풍부한 나라로 인터오일은 PNG 정부와 막역한 관계를 맺고 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 PNG의 에너지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회사"라고 높이 평가했다.
2007.03.09 I 김세형 기자
(열려라!지표)집값으로 점쳐보는 주택경기..HPI
  • (열려라!지표)집값으로 점쳐보는 주택경기..HPI
  •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데이비드 래들리는 위스콘신주 애플톤에 전세로 살고 있던 주택을 구매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는&nbsp;주택구입 자금 18만달러를 은행에서 빌리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신용도가 낮은데다 이자를 상환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러워서 곤란하다는 게 이유. 어쩔 수 없이 금리가 높기는 하지만 신용도가 낮은 이들에게도 돈을 빌려주는 서브 프라임 업체를 찾았다. "은행에서 `노`라고 말할 때 우리는 `예스`라고 말한다"를 모토로 내걸고 손님 끌기에 바빴던 서브 프라임 전문업체도 "좀 보고"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유는 은행과 다를 바 없었다. 물가를 감안하면 집값은 실질적으로 떨어지고 있는데 함부로 주택을 담보로 대출해 줬다가 이자를 갚지 못하면 그 부실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집값의 움직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이것이 바로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이 발표하는 주택가격 지수다. 물론 미국 상무부나 스탠다드앤푸어스(S&P)에서도 주택가격을 계량화해 정기적으로 발표하지만 OFHEO의 지수가 현실을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집값 파악?..패니매·프레디맥 활용해볼까&nbsp;미국 연방주택기업감독청(OFHEO)은 미국내 주택경기를 부양하고 모기지 파이낸싱 업체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의 건정성을 감독, 주택금융 시스템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내에 독립 기관으로 설립됐다. 패니매와 프래디맥의 감독을 맡고 있는 만큼 주택가격의 얼마까지를 담보로 인정해주는가를 나타내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변동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을 반영한 지수가 필요했다. 처음에는 상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동급주택 가격지수`(CQHPI)나 연방 정부가 활용하는 민간 연구소의 주택가격 지수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결국 자체적으로 집계하는 방식을 택했다. 통계치 산정에는&nbsp;패니매와 프레디맥을 통해 이뤄지는 모기지 거래 데이터를 활용키로 했다.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모기지 거래가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거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만큼 보다 정확한 주택가격 지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OFHEO는 지난 96년 3월부터 `HPI`(house price index)를 분기별로 내놓기&nbsp;시작했다. 이후 매분기가 끝나면 약 두달 후에 HPI를 발표해왔다. ◇美 주택마련&nbsp;필수상품 `모기지`..주택가격 기초자료&nbsp;OFHEO는 기본적으로 프레디맥과 패니매로부터 모기지 자료를 받아 이를 기초로 HPI를 산정한다. HPI에는 단독주택만 반영되며 콘도나 다세대주택, 공동주택 등은 제외된다. 또 패니매나 프레디맥의 가이드라인을 충족시키면서 일정 규모 이하인 `컨포밍 론`과 연방주택관리국(FHA) 등 정부 기관이 보증하지 않은 모기지만을 대상으로 한다. `컨포밍 론`은 41만7000달러(96년 기준)&nbsp;이하의 모기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 이상은 `점보 론`이라고 부른다. OFHEO는 이를 기초로 75년 1월 이후부터 두번 이상의 모기지가 발생한 단독주택의 가격 변화를 추정한다. 이처럼 동일한 주택에 대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거래를 추종하기 때문에 매 조사때마다 대상 주택이 들쭉날쭉한 경우 생길 수 있는 오차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또 미국 전역에 걸쳐 일어나는 모기지를 기초로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주택가격지수보다 샘플범위가 넓다. 상무부 지수는 연간 1만4000건의 신규 주택 판매 및 판매의뢰건수를 기초로 작성된다. 이에 비해 OFHEO가&nbsp;처음 발표했던 HPI 지수는 95년 12월 당시 690만건의 모기지를 기초로 했다. 지난 32년간 반복적으로 일어난 모기지 건수는 3100만건에 달한다. S&P에서 발표하는 `케이스-쉴러 지수`는 최근 미국 전역의 분기별 주택가격을 반영한 지수를 고안해 지난 27일 처음 발표하기도 했지만 이전까지는 10개 대도시 및&nbsp;20개 대도시의 주택가격을 반영한 지수만을 내놓았었다. 미국 전역의 주택경기를 판단하기에는 부족했다. 분기가 끝나고 나오는 OFHEO 보고서는 대략 80페이지 안팎이다. 여기에는 각 주와 워싱턴 D.C의 주택가격 상승 순위, 9개 인구조사구역별 변동율, 275개 대도시권 통계지역(MSA)과 도시의 주택가격 상승률 순위, 모기지 거래가 1만5000건 미만이어서 순위에 포함시키지 않은 도시의 1년, 5년 주택가격 변동율 등의 내용이 정리돼 있다. 이렇게 산출된 HPI지수는 부동산 분석기관이나 이코노미스트들에게 제공되며 모기지 파산율, 조기상환, 주택구입능력 등을 측정하는데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다만 HPI는 인플레이션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단독주택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약점이다. ◇집값으로 점친 주택경기..어디로?그렇다면 OFHEO가 1일 발표한 작년 4분기 주택가격은 어땠을까. 작년 4분기 미국 전역의 주택가격은 전분기에 비해 1.1% 올랐다. 3분기 1% 오른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nbsp;작년 한해동안의 상승률은 5.9%로 지난 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nbsp;보였다. 재작년에 13% 올랐던 것에 비해 주택가격 상승률이 상당히 둔화된 것이다. OFHEO의 제임스 B. 록하트 이사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르고 있다"며 "과거 역사적인 평균치 수준"이라고 말했다. OFHEO는 주택가격이 그래도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지만, 주택경기는 아직 바닥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높다. 특히 부동산 붐 당시&nbsp;앞다퉈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금리는 오르고 집값은 떨어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브 프라임 업체들의 파산이나 폐업이 줄을 잇고 있고 이에 겁먹은 업체들은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최근에는 우대금리인 프라임 모기지와 서브 프라임간 중간 단계인 `알트-에이` 모기지 파산율도 증가하는 등 모기지 업계에 부실이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다. 주택시장 유동성 공급에 핵심 역할을 했던 프레디맥까지 최근 서브 프라임 관련 채권 매입 기준을 강화하면서 주택 구입자에서부터 건설업계에 이르기까지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분기별 주택가격 지수는 OFHEO의 홈페이지(http://www.ofheo.gov)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07.03.02 I 권소현 기자
전자제품만 AS? 프라이팬도 받을 수 있다
  • 전자제품만 AS? 프라이팬도 받을 수 있다
  • ▲ 주부 고현애씨는 사용하던 주방용품에 문제가 생기면 꼼꼼하게 무상 AS기관과 조건을 체크해 소비자의 권리를 제대로 챙기고 있다.[조선일보 제공] 사용하던 프라이팬의 코팅이 벗겨져 그냥 버린 적은 없는지?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 가전제품만 애프터서비스(AS)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품질보증서가 첨부된 제품의 경우, AS 조건만 만족한다면 프라이팬 등의 주방용품도 당당하게 AS 받을 수 있다. 주부 고현애(48ㆍ신정동)씨는 부침이나 볶음요리 좋아하는 가족을 위해 프라이팬을 자주 사용한다. 일반 프라이팬의 코팅이 쉽게 긁혀 불편함을 느꼈던 고씨, 최근 TV홈쇼핑채널에서 숟가락이나 철수세미로 표면을 긁어도 사용할 수 있다는 주물 프라이팬 광고를 보고 주저 없이 구입했다. 하지만 5개월 후, 고씨는 새로 산 프라이팬 표면이 벗겨져 있는 것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버리지 않고 보관했던 품질보증서를 점검하고 판매업체에 전화해 AS를 요청했다. 1년간 제품의 하자 발생 시 ‘무상 교환’이 가능하므로 고씨는 못 쓰게 된 제품을 새것으로 교환 받을 수 있었다. 고씨처럼 현명한 주부가 되기 위해서는 꼼꼼히 무상 AS 기간과 조건 등을 체크해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야 한다. 주방용품과 가전제품의 유형별 무상 AS 가능 기간과 조건을 체크해 AS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품질보증서를 잘 보관하자! 품질보증서에는 제품성능에 관한 정보와 무상 AS 기간 등 다양한 사항이 명기돼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제품 구매일을 기록할 수 있는 공란도 있다. 이곳에 구매일을 적어 놓으면 유사시 무상 AS 기간을 가늠할 때 편리하다. 품질보증서나 구매를 입증할만한 영수증 등의 자료가 없을 경우, 제품 구입 날짜를 알아내기 어려워 판매업체가 유상 수리를 적용시켜 소비자에게 비용을 물게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모든 제품을 구입할 때, 품질보증서를 버리지 말고 잘 챙겨두어야 하며 제품 구입일을 기록해 놓는 것이 좋다. 식기류를 포함한 주방용품과 가전제품의 무상 AS 기간은 대부분 1년이다. 이 기간 안에 소비자의 과실이 아닌 제품 하자로 못쓰게 된다면 무상 수리, 교환 또는 환불 받을 수 있다. 단, 화재, 수해, 지진 등 천재지변에 의한 경우는 제외된다. 제품 구입할 때는 하자 발생 시 보상 받을 수 있는 판매업체인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품 구매일을 모르면 냉장고, 세탁기 등 부피가 큰 가전제품은 제품 구매일과 AS를 신청할 수 있는 연락처가 명기된 스티커를 붙여 판매되기도 한다. 이 경우 소비자는 무상 AS 기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자잘한 주방용품에는 대부분 이런 스티커가 붙어있지 않다. 품질보증서도 없어 결국 구매일이 언제인지 모를 경우, 제품 제조일로 무상 AS 기간을 가늠할 수 있다. 이때는 제품 제조일로부터 3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무상 AS 기간을 계산한다. 유리 식기가 깨졌거나 금장도금이 벗겨졌을 때 잘 안 깨지는 식기’로 유명한 ‘코렐’의 제품은 압축강화유리를 소재로 사용했다. 하지만 아무리 강해도 유리는 유리다. 심한 충격을 가하면 깨지기도 한다. 이 경우 구입일로부터 1년 이내라면 파손된 제품의 무상 교환이 가능하다. 금이 가거나 이가 빠진 경우,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생긴 경우도 무상 교환할 수 있다. 금장 도금이 된 식기는 고급스러운 느낌 때문에 많은 주부들이 선호하는 아이템이다. 하지만 사용 중 도금이 벗겨지면 마음까지 우울해지기 마련. 구입일로부터 1년 이내 제품에 이상이 생기면 하자로 처리해 무상 교환이 가능하다. 찻잔 이외의 공기나 접시 등 일반 자기류 역시 동일하다. 단, 철 수세미나 강한 산성 물질 등에 의한 손상은 제외된다. 식기나 자기제품 등은 배송과정에서 깨지는 경우가 있다. 제품 특성상 유통ㆍ배송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대표적인 소비자 불만사항이다. 이런 제품들의 경우 배송 받자마자 곧바로 깨지거나 금 간 곳이 있는 지를 꼭 확인해야 한다. 압력밥솥에서 증기 샐 경우, 주저 말고 AS 받을 것! 식탁 차리는 주부의 영원한 동반자. 바로 압력밥솥이다. 압력밥솥의 경우, 구입일로부터 1년 이내에 본체와 뚜껑이 잘 밀착되지 않아 증기가 새는 등 제품상의 하자가 발생하면 무상 수리나 교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비자의 부주의로 형태가 변형되거나 파손된 경우, 고무패킹이나 손잡이 등을 열에 태운 경우, 뜨거운 밥솥을 갑자기 찬물에 집어넣어 바닥이 떨어진 경우 등은 소비자의 과실로 처리된다. 생산 중단돼 무상 교환할 제품이 없는 경우 못쓰게 된 제품이 무상 AS 조건을 충족했다 하더라도 무상 교환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바로 생산 중단돼 시중에 동일 제품이 없을 때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동일 제품의 생산 중단 등의 사유로 무상 교환할 수 없을 때는 제품 구입 금액을 환불 받을 수 있다. 만일 무상 AS 기간이 지났다면 구입금액에서 감가상각비를 뺀 후, 남은 금액에 10%를 가산해 환불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구입금액이 1만원이고 감가상각비가 5000원이라면 5500원을 환불 받게 된다. 가전제품은 어떤 부품이 문제인지 체크 TV,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은 계절과 상관없이 늘 사용하는 가전제품이다. 이런 제품들의 경우 무상 AS 기간은 1년이다. 반면에 특정 계절에만 사용하는 에어컨, 가습기, 선풍기, 온풍기 등은 무상 AS 기간이 2년이다. 또한 가전제품은 부품에 따라 무상 AS 기간이 다를 수 있다. 일반 부품이 아니라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의 경우, 품목별로 무상 AS 기간이 2~4년이다. 예를 들어 TV나 모니터의 핵심 부품에 해당하는 ‘CRT’나 냉장고, 김치냉장고, 에어컨의 ‘콤프레셔’는 무상 AS 기간이 4년. 세탁기의 ‘모터’, 전자레인지의 ‘마그네트론’, PC의 ‘메인보드’ 등은 무상 AS 기간이 3년이다. 그리고 컴퓨터의 기억장치인 ‘하드디스크’는 별도 구매하면 무상 AS 기간이 2년이다. 하지만 PC 구입할 때 장착된 하드디스크는 1년을 적용한다. 이런 핵심부품은 일반적으로 가격이 높다. 따라서 제품이 고장 나 수리할 때 어떤 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무상 AS 기간에 저촉되는 핵심부품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무상 AS를 통해 무료로 수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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