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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한 美증시…인플레 대응하는 ‘진짜 성장주’는?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뉴욕 증시가 기업 호실적에 날아올랐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발(發) 경제지표 둔화에도 주요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연신 다시 썼다. 다만 화려한 상승장의 이면에는 인플레이션 장기화, 금리 상승 등 우려 요인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주식가치 하락 시나리오에도 탄탄한 실적을 이어갈 진짜배기 성장주를 골라 투자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시는 연초 이후 3분기 들어서도 꾸준히 선방하며 서학개미들의 손길을 이끌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호실적에 美지수 4거래일째 최고치…인플레 우려는 여전1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0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16% 오르며 4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업 실적 호조가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3분기 들어(7월1일 기준) S&P500 수익률은 3.4%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3.8%, 상하이종합지수가 -2.1% 기록한 것과는 대조된다. 이 시점까지 S&P500 기업 중 2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곳은 약 90%에 달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들 중 기술, 헬스케어, 금융 섹터 90% 이상의 기업들이 실적을 견인했다. 올 연간 S&P500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는 7~8월에만 4.5% 상향조정됐다. 특수 상점, 오피스 리츠, 재보험업, 건강관리 리츠, 인사·고용 섹터가 컨센서스 상향을 이끌었다. 기술주가 포진한 나스닥 지수와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2000 지수의 어닝 서프라이즈 비율은 약 60% 수준이다. 두 지수에서 소비 증가 수혜주들이 포함된 자유소비재 섹터의 호실적이 두드러졌고, 올해 EPS 컨센서스는 각각 8%대 상향조정됐다. 운송, 에너지, 컴퓨터, 자유 소비재, 보험 섹터가 이끌었다. 다만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이 상존해 주식시장에서도 대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차질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분기 선전한 미국 주요 기업들의 재고마저 대부분 바닥을 보이며 하반기 실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2분기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발표에서는 반도체 공급부족 우려가 쏟아졌다. 애플은 향후 아이폰 등 제품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시장조사업체 무어 인사이트&스트래티지는 3분기 재고까지 조기에 소진되면서 4분기 아이폰 수급을 우려했다. 테슬라는 올해 생산 예정이던 픽업트럭 생산 일정 연기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텔은 반도체 부족 현상이 2023년까지 이어질 것으로도 전망했다. 아울러 미국 소비자물가의 가파른 상승세는 진정됐지만, 하락폭도 제한적일 전망이다. 미국 7월 소비자물가는 0.5% 올라 2008년 6월 이후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지난 6월(0.9%) 대비 상승 속도가 둔화됐다. 다만 6월 미국 중간값 단독주택가격은 전년 대비 20%대로 상승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는 정점을 지나지만 높은 주택 가격에 수입물가도 6%대로 높아 향후 테이퍼링 속도를 빠르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중장기 IT·통신 인프라 확대, 온라인 광고 수혜주 주목”미국 증시가 인플레에 적응하며 신고점을 재차 세우고 있지만, 인플레 장기화에도 살아남을 중장기 성장 종목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키움증권은 △기업들의 강한 IT 인프라 디지털화 추세 △차세대 통신 인프라 투자 △미국 경기 재개에 따른 온라인 광고 성장 △코로나19 재확산세 속 차별화된 실적을 보이는 미국 내수 기업을 주목했다. 클라우드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밝다. 기업들은 올 들어 지난해 코로나19로 연기된 IT 예산 집행을 본격화하며 디지털화에 분주히 나섰다. 2분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의 실적 성장세가 두드러진 이유다. 관련 시설투자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유·무선 초고속 인터넷 수요도 늘고 있다. 2분기 미국 대형 통신3사 실적에서 5G, 광네트워크 서비스 이용객 증가 추세가 나타났다. 점유율 경쟁 속 시설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경제 재개에 온라인 광고 시장 성장세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여행플랫폼(OTA) 업체들은 미국 내 여행 수요 공략을 나서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에 해외 여행이 제한되면서 카지노·호텔 실적 회복도 본격화되고 있다.키움증권은 △반도체 부족이 완화될 시 실적이 기대되는 장비업체 램리서치 △다양한 기업 IT 인프라 솔루션을 보유한 시스코 시스템즈 △광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수혜주인 II-VI △재택근무 확산과 친이민 정책 장기 호황주 주택건설 업체 D.R. 호턴 △인플레 헤지 수단인 금 관련 금광 업체 뉴몬트 △온라인 광고 수혜주 알파벳 등을 꼽았다. △미국 내 항공수요에 보잉과 트랜스다임, 델타항공 △온오프라인 매출 증가세를 보이는 나이키 등 의류업체를 미국내 실적기대주로 꼽았다. 이원주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들 기업은 인플레이션, 금리 상승, 주식 가치 하락 시나리오에서도 가파른 실적 성장으로 주식 가치가 하락하지 않을 성장주로 본다”며 “중장기 성장 산업에서 핵심적이고 아직 그 성장성이 주가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델타 변이의 확산이다. 지난 주 미국 일일 확진자 수는 평균 12만명을 넘어서며 2월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미시건대 8월 소비자심리지수 잠정치는 70.2로 전월 13.5% 하락했다. 팬데믹 초기인 지난해 4월(71.8)보다도 낮다. WSJ 조사 결과 중소기업 560여개사의 39%는 향후 12개월간 미국 경제를 비관했다.
- 安, 독자행보 공식화…野 차기지형 ‘단일화 변수’ 등장(종합)
-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을 공식 선언하며, 제3지대 독자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야권의 대권 구도에 한층 유동성이 높아지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오전 국회에서 국민의힘과의 합당과 관련해 “국민의당과 국민의힘,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히며 ‘합당 결렬’을 선언한 뒤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두 정당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여기서 멈추게 됐음을 매우 안타까운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를 시작한 이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며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최종적인 결과에 이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지지층 확대가 아닌 합당을 위한 합당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게 안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한 야권 지지층의 확대를 가장 중요한 통합의 원칙이라고 강조해왔지만, 통합 논의 과정에서 국민의당 당원과 지지자들의 마음에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며 “단지 합당을 위한 합당 또는 작은 정당 하나 없애는 식의 통합은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또 “지금 제1야당만으로는 정권 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국민의당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하겠다”고 언급했다. 대선 출마 계획에 대해선 “앞으로 계획은 향후 따로 말씀드릴 시간을 갖겠다”며 “우선은 당을 추스르고 당원, 지지자들과 함께 논의해 길을 찾겠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제3지대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안 대표는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등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이라면 어떤 분이라도 만나서 의논할 자세가 돼 있다”고 답했다. 다만 대선 전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저는 정권교체를 바라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원하는 합리적인 중도층을 대변하고자 한다”면서 “저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안 대표는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에서 승패와 무관하게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양당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한 이후인 지난 6월 22일 합당 실무협상에 돌입했으나 당명 변경, 지분 확보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지난달 27일 실무협상이 결렬됐다. 국민의힘은 유감을 표명했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합당을 제안했던 서울시장 선거 때의 정치적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여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뒤집어버린 행동에 유감을 표한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과도한 지분 요구, 심지어 당명 변경과 같은 무리한 요구들이 나왔으나, 모두 양보하고 양해하는 자세로 임해 왔다. 그러나 하나의 요구를 수용할 때마다 더 큰 요구들이 추가되어왔던 것이 최종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안 대표의 향후 행보에 따라 야권 대권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대표가) 들어가 봤자 당권을 갖는 것도 아니고, 대선 후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보장되는 것이 없으니까 지금은 타이밍이 아니라고 본 것”이라며 “당장 야권 대권 구도에 변수가 되기는 어렵지만 가을께 국민의힘 대선주자가 결정되면 단일화를 시도해 볼 것이다. 단일화에 성공하면 체격이 커지겠지만, 만약 실패한다고 하면 다자구도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구도상 야당에 유리해진다고 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독립 향한 안중근 의사의 고뇌, 발레로 피어오르다
-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대한독립’이라고 쓴 거대한 태극기를 뒤로 한 발레리노들의 표정이 사뭇 비장하다. 높이 든 왼손, 네 번째 손가락 첫 번째 마디는 구부러져 보이지 않는다. 춤과 함께 태극기 위로 이들의 손바닥이 찍힌다. 안중근(1879~1910) 의사를 비롯한 12명의 독립운동가가 친일파 처단을 위해 왼손 약지를 잘랐던 ‘단지동맹’이 발레로 재탄생한 순간이다.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전막시연회에서 안중근 역의 발레리노 이동탁(가운데)을 비롯한 무용수들이 단지동맹 장면을 춤으로 표현하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올해 순국 111주기를 맞은 안중근 의사의 삶이 발레로 재탄생해 광복절 관객과 만난다. 오는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하는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이다. 문병남 안무가가 이끄는 M발레단 작품으로 예술의전당과의 공동제작으로 무대에 오른다.201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무용창작산실 우수작품 제작지원’을 받아 초연한 작품이다. 올해는 예술의전당의 지원 아래 의병부대 전투, 하얼빈 역 의거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장면을 대폭 확장해 스토리 전개를 보다 탄탄하게 다듬었다. 안무도 웅장하고 역동적으로 변화를 줬다.11일 열린 전막시연회에 양영은 연출은 “안중근 의사가 영웅으로 성장해가는 과정, 그리고 뤼순 감옥에서 느꼈을 내면의 감정에 집중해 작품을 다듬었다”고 초연과 달라진 점을 밝혔다. 문 안무가는 “안중근 의사의 내면을 표출하고 싶었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이번 공연은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출신 무용수를 비롯해 발레계 대표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관심을 모았다. 루마니아국립발레단 출신 윤전일,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이동탁이 안중근 역을 맡았다. 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김지영,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예은이 안중근의 아내 김아려 역으로 출연한다.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창작발레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 전막시연회에서 안중근 역의 발레리노 이동탁, 안중근의 아내 김아려 역의 발레리나 김지영이 파드되(2인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예술의전당)이날 시연회에서는 이동탁, 김지영이 페어로 출연했다. 두 사람은 2장 혼례식과 8장 뤼순 감옥 장면에서 리프트 등 고난도 동작으로 이뤄진 격정적인 파드되(2인무)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김지영은 “사랑이 사치일 수 있는 시대였지만, 그럼에도 안중근이 김아려와의 사랑을 통해 살아나갈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으로 작품에 임했다”고 말했다.이동탁은 거의 모든 장면 무대에 올라 독립운동가로서의 비장함과 그 이면에 감춰진 가족을 그리워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표현해보였였다. 그는 “안중근 의사가 한 사람으로서 가족 곁을 떠나 독립운동을 할 때의 심정, 단지동맹 이후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을 때 느꼈을 긍지, 뤼순감옥에서 마지막으로 환영처럼 아내를 만났을 때의 마음이 어떠했을지에 집중하며 연습했다”고 말했다.문 안무가는 러시아 유학 중 한국적인 발레에 대한 고민을 갖게 됐다. 이후 국립발레단 부예술감독, 상임안무가 등을 거치면서 ‘왕자호동’ ‘오월바람’ 등 한국적인 소재의 창작발레를 꾸준히 제작해왔다. 문 안무가는 “우리만의 이야기는 세계로 나아갈 충분한 힘이 있다”며 “이번 공연을 예술의전당과 함께 해 의미가 크고, 나아가 ‘안중근, 천국에서의 춤’이 해외에서 공연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니?"...5년 만에 돌아온 명불허전 '조드윅'
-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지난 4일 낮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긴 금발 머리에 짙은 화장, 굽 높은 부츠, 빨간 망토를 걸치고 나타난 ‘조드윅’(조승우+헤드윅)이 교태를 부리며 무대에 올라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니?”라며 새침하게 말문을 떼자, 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조승우는 휴식 없이 3시간 가까이 공연을 이끌어가며 관객을 들었다 놨다 했다. 특유의 넉살 좋은 입담과 끼가 ‘헤드윅’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됐고, 관객들은 그에게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다. 무려 5년이나 ‘조드윅’을 기다렸던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무대였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조승우가 연기하고 있다(사진=쇼노트)‘헤드윅’은 동독 출신 트렌스젠더 록 가수 한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성전환 수술에 실패한 헤드윅이 자신의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음악에 대한 열정,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는 콘서트 형식의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한국에서는 2005년 첫선을 보였다. 200석 소극장에서 출발한 작품은 입소문을 타고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 2016년 700석 규모 중극장으로 무대를 옮겼고, 이번에는 1250석 규모 대극장에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조승우는 한국에서 열린 13번의 시즌 가운데 6번 참여하면서 ‘헤드윅’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는다. 조승우를 빼놓고 ‘헤드윅’을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이번 시즌 코로나19로 인해 무대와 객석을 오가며 던지던 즉흥 대사도, 공연 도중에 벌어지던 객석 난입도 모두 금지됐지만, 그는 코로나19 시국의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을 담아 농을 치는 등 더 능수능란한 입담을 과시하며 무대를 가지고 놀았다.양봉용 모자를 쓰고 나타나선 “이거 쓰고 객석 내려가려고 했는데 안 된대”라고 하고, 땀을 닦은 뒤 화장이 묻은 손수건을 관객에게 건네는 장면에선 “이것도 안 된대”라며 손수건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대형 스크린을 통해 수많은 젤리가 낙하하는 장면에서는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에 맞춰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춤을 추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수위를 넘나드는 질펀하면서도 짓궂은 농담도 조승우가 하면 사랑스러웠다. 뮤지컬 ‘헤드윅’에서 조승우가 연기하고 있다(사진=쇼노트)‘헤드윅’은 큰 사건 없이 기쁨, 분노, 외로움, 슬픔, 고통 등 헤드윅의 감정선을 따라가는 공연이다. 조승우는 토미와의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부터 극한의 슬픔을 무대에 토해낸다. 이전까지 보여주던 익살스런 모습과 상반돼 더 애잔하고 처절하다. 관객들은 그런 그를 보면서 뭉클한 감동과 함께 짜릿한 해방감을 느끼며 극강의 카타르시스를 만끽한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여운이 짙고 오래간다. 이토록 불편한 얘기에 사람들이 열광하고 공감하는 이유다. 이번 시즌 조승우 외에 오만석, 이규형, 고은성, 렌(뉴이스트)이 ‘헤드윅’으로 출연한다. 헤드윅의 남편인 ‘이츠학’은 이영미, 김려원, 제이민, 유리아가 맡는다. 공연은 10월31일까지. ★★★★☆(지금은 헤드윅 타임)※별점=★★★★★(5개 만점, 별 갯수가 많을 수록 추천 공연) 뮤지컬 ‘헤드윅’에서 조승우가 연기하고 있다(사진=쇼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