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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뤼플 초콜릿과 화이트 소스에 조려낸 돼지고기
- ▲ 내 마음 속에 있는 당신에 대한 사랑처럼 예쁜 바구니에 담은 트뤼플 초콜릿. 필자에게는 어린 유학시절 지독한 향수병을 달래줬던 친구들의 ‘우정의 초콜릿’이기도 하다. 음식 김노다ㆍ사진 김상영[한국일보 제공] 친구란, 아무런 이유 없이 그 존재감만으로 큰 힘이 된다. 기쁠 때는 물론이고 슬프거나 아플 때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나게 하는 그런 이상야릇한 힘을 가진 존재. 어떨 때는 가족보다 더 끈끈한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존재…. 일본 유학시절이었다. 나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어렸을 적 몇 년간 일본에 거주했던 덕분에 낯선 타향 땅에 초등학교 친구가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환절기 탓인지 내 몸은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심한 감기몸살을 앓고 있었다. 아마 자취생이나 유학생 등 집을 떠나 있는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나 또한 엄마가 막 해주신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하얀 밥 한 그릇에 뜨끈한 국물을 떠먹으며, 옆에서는 말이 없이 걱정스레 나를 보시는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식음을 전폐하고(?) 며칠간을 지내고 있었다.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내 고마운 친구들 아키라와 타이라가 나를 위해 기운을 내라며 무언가를 사온 것이 아닌가. 뚜껑을 열어보니 참 못나게 생긴 팥고물 경단 같은 것이 들어있다. 입에 하나를 베어 무니 너무 달지도 않으면서 부드러운 초콜릿에 씁쓸한 맛까지 더해진 초콜릿. 손이 새까맣게 변할 정도로 정신없이 먹었다. 마법이라도 부리는 양 입 안에서 느낄 수 있는 모든 맛을 뿜어내는 초콜릿의 능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픈 몸에 감격스러운 음식이라 더 맛있었을까. 그 후로도 친구들과 함께 그 제과점을 여러 번 찾아가 그 맛을 즐기게 되었고, 어느덧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뜻하지 않게 이탈리아의 유명 요리학교인 I.C.I.F에 현지 요리를 배우러 떠나게 되었다. 그 곳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된 이탈리안 룸메이트는 한동안 일본 만화에 심취되어 있어 나에게 일본 만화에 대한 정보들을 연신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항상 도움을 받기만 했던 자신이 미안했던지 하루는 특별히 하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어 왔다. 난 기다렸다는 듯이 이탈리아 가정에서 먹는 음식들이 궁금하다고 답했고 그는 학교에서 20분 정도 걸어가면 자신의 할머니 집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주말에 같이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 와 난 흔쾌히 받아들였다. 드디어 주말에 그 녀석의 할머니 집에 가게 되었다. 너무나 따뜻이 맞아주시는 할머니께서 자신이 요리를 만드는 동안 뭐라도 조금 먹겠냐며 제법 큰 바구니에 종이를 한 장 깔아 한 아름 내어주신 초콜릿. 예전 친구들의 감동스런 초콜릿을 뜻하지 않은 곳에서 만나다니. 또 이렇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예고 없이 찾아와 초면에 무례를 범하면서 할머니를 졸라 배워보았다. 일단, 3가지의 초콜릿을 중탕으로 녹여 생크림을 섞은 후 기다란 틀에 넣어 굳힌 뒤 가래떡 썰 듯 썰어내어 코코아 가루에 버무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놀랍도록 쉬운 요리법에 또 한번 감탄하며 제대로 맛을 보니 왜 카카오가 ‘하늘이 내려주신 신의 재료’라 칭해지는지 조금이라도 알 것 같다. 사실 카카오는 지독하리 만치 씁쓸한 재료이다. 여기에 섞이는 덩어리 초콜릿들의 진한 맛도 맛이지만 코코아 가루 역시 반드시 달지 않은 무가당 코코아 가루여야만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할까? 인절미 마냥 콩고물의 텁텁함 안에 쫄깃한 떡을 즐기듯 서양사람들도 텁텁하면서도 씁쓰레한 코코아 가루 사이로 달콤하면서도 묵직한 부드러움이 흘러나오는 트뤼플 초콜릿을 사랑하는 가보다. ▲ 화이트 소스에 조려낸 돼지고기이것만으로 나의 이탈리안 가정 방문기가 끝나도 후회가 없으련만, 나를 위해 할머니께서 한껏 솜씨를 뽐내며 만들어 주신 돼지고기 요리를 맛보는 시간이 다가왔다. 얼핏 보면 수프 같기도 한 이 요리는 우리나라 식으로 말하면 보쌈이나 김치찜 같이 덩어리째 푹~ 끓여내어 도톰하게 썰어내는 요리와 비슷하다고 할까? 우유의 담백한 맛과 진한 향이 돼지고기를 감싸고 또 우유가 연육작용을 하여 씹는 감촉마저 못 느낄 정도로 훌훌 넘어가기까지 한다. 오래토록 사랑으로 끓여내는 정성이 있어서일까. 고기의 지방이 녹아내려 고기자체는 담백해지고, 끈적할 것 같은 국물은 시원한 감마저 돈다. 이렇게 먹고 있자니 보쌈을 응용하여 백김치와 함께 해도 어울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메뉴들은 나의 발렌타인데이 강의에 주 메뉴가 되고 있다. 사제 초콜릿을 사서 예쁘게 포장하는 것도 방법이지만 음식은 본인의 정성이 들어갈 때 감동이 배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친구들의 사랑하는 마음과 손자를 대하는 마음의 요리를 내어 놓으신 이탈리안 할머니까지, 그들의 정성이 있기에 나에게 그 요리들은 감동으로 돌아왔고 또한 나는 그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답하는 사랑공식이 생기는 것이 아닌지…. 물론 발렌타인데이는 여성이 연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지만, 나에게 있어서 발렌타인데이는 사랑하는 나의 아내에게 정성스럽게 준비한 화이트소스 돼지고기와 트뤼플 초콜릿을 함께하며 내 방식대로의 사랑을 표현하는 날이 되었다. 나는 이 날을 위해 또 올해에도 어김없이 이 식탁을 차려내려 한다. ▲ 트뤼프 초콜릿 초컬릿 재료: 생크림100cc, 세미 다크 초콜릿200g, 다크초콜릿300g, 와일드베리쨈60g, 바카디2큰술 장식 재료: 코코아 파우더 적당량, 슈가 파우더 적당량 초컬릿 다져서 녹이기 - 일단 다크초코렛은 잘게 다진다. - 냄비에 생크림을 넣어 중불에서 실리콘주걱으로 끓기 직전까지 젓는다. 끓기 직전에 불을 끈 다음, 세미 다크 초콜릿과 다크 초콜릿을 넣어 휘스크로 잘 저으면서 서서히 녹인다. - 전체적으로 녹으면 와일드베리쨈, 바카디를 넣은뒤 역시 휘스크로 잘 젓는다. 주머니에 넣어 굳힌 후 자르기 - 냄비에서 스텐볼로 옮긴 후 얼음물에 중탕해 바닥면이 굳기 전에 재빨리 섞어준다. - 뭉치기 시작하면 삼각주머니에 넣고 냉장고에서 약3~5분간 둔다. - 넓은 쟁반에 두께2cm, 길이 6cm로 짜 놓은 다음 냉장고에 약 5분간 굳힌 후 적당한 크 기로 떡을 썰듯이 자른다. 코코아 가루 묻히기 - 큰 볼에 코코아 파우더를 넣고 그 안에 잘라놓은 초컬릿을 굴리면서 옷을 입힌 후 살짝 굳히면 완성! 화이트 소스로 조려낸 돼지고기 (조리시간 : 약2시간) 재료: 돼지목살2근(1.2kg), 황토소금1g(없으면 구운소금) 화이트 소스: 우유 2리터, 월계수5장, 생로즈마리20g, 통후추1g, 감자2개 ▲ 돼지고기 밑간하기, 재료 손질하기 - 돼지목살에 황토소금을 뿌린 다음에 손으로 문지른다. 실온에서 약15분간 재워놓고,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3cm 두께로 자른다. 화이트 소스 만들기 - 볼에 화이트 소스 재료를 모두 넣어 잘 섞어준다. 끓이기 - 중간냄비에 재워둔 목살, 생로즈마리, 월계수, 우유를 넣고 강불에서 끓이다가 끓어오르면 약불로 조절한 후 감자를 넣고 조려낸다. 국물에 목살 기름기가 떠오르면서 감자가 익으면 불을 끄고 목살을 건져낸다. 소스 조리기 - 남아있는 국물을 다시 약불에 올려 우유가 되직할 때 까지 조려준다. 찍어먹는 소스 곁들이기 : 요플레1개(100cc), 머스터드1큰술, 머스터드씨1큰술, 다진양파2큰술, 타바스코소스 1작은술을 골고루 섞어 낸다. Cooking Tip - 목살을 통으로 이용할 경우는 칼집을 넣어 유연하게 만든다. 생로즈마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수 있으며 1팩에 2,000원 정도다. 요플레는 플레인 요플레를 구입하는것이 좋다. 푸드스타일리스트 김상영
- 이 사랑스러운 사람들,이 저릿한 영화를 어쩌면 좋으랴(VOD)
- [조선일보 제공] ‘빤쓰’ 하나 바꿨을 뿐이다. 담벼락 아래 빨래하시던 둘째 할머니, 햇빛 아래 드러난 제 낡은 속옷을 치켜들고는 불현듯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리고 난생 처음 화려한 색깔의 팬티를 사 입는다. 낡은 고쟁이처럼 나달나달 닳아가던 세 자매들이 꽃분홍색 새 팬티로 갈아입고 난 뒤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숨넘어가게 웃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어라, 눈가에 예상치 못한 눈물이 맺혀 있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가여운 속물성에 대해 이만한 위트를 가지고 서늘하게 통찰하는 영화를 최근에 또 본 적 있던가? 정직하게 고백컨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크게 외치고 싶었다. 미안해요, 미처 몰라봐서.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즐겁게 시청했지만, 영화제작 소식을 듣고선 좀 의아했던 게 사실이다. 무슨 깡이지? ▲ 만화적 과장과 일상의 리얼리티를 자유롭게 가로지르는 예지원(최미자 역)의 연기는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압권이다.미자(예지원)와 지PD(지현우)의 19금 에로신이라도 듬뿍 담을 예정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200회 넘도록 사소하게 굽이굽이 흘러온 시트콤의 서사를 어떻게 두 시간으로 압축해 관객들을 만족시키겠다는 건지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영화가 시작되고 3분여, 극장의 깜깜한 어둠 속에서 나는 (시사회동행자였던) 옆자리의 어머니와 의미심장한 눈길을 주고받았다. 별로 대단치는 않지만 우리 모녀의 안목을 걸고 권하련다. 연말연시 부모님께 모처럼 효도하고 싶다면, 혹은 왠지 서먹한 가족 간의 분위기를 훈훈하게 데우고 싶다면 딴 거 없다. 바로 이 영화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함께 보시라. “넌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거냐?” 라거나, “엄마아버지는 주책이야. 다 늙어서 왜 그러세요?”라는 세대 간 몰이해의 폭을 분명히 조금은 좁힐 수 있을 테니까. 극장판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2006년 한국영화가 이룬 의외의 성취라 부를 수 있다면, 그것은 인기리에 종영된 텔레비전 시트콤을 원형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온 발 빠른 기획력 때문이 아닐 것이다. 현란한 카메라워크 등 시각적 쾌락에 복무하는 스타일적 요소도 이 영화와 어울리는 설명이 아니다. 이 영화의 힘은, 무조건 선량하지도 사악하지도 않은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세심하게 공들인 시나리오로부터 온다. 영웅은커녕 변변히 제 앞가림하며 사는 인물 하나 없고, 두 노처녀의 짝사랑 사연과 한 노총각의 어설픈 범행모의(?) 말고는 전체를 관통하는 중심서사조차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것이 핵심이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들의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를, 웃고 있어도 눈물나게 만드는 내공이야말로 세상 모든 대중예술의 목표이자 의무가 아니던가.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먹먹한 장면 하나. 좌충우돌 미자네 식구들이 제각각 경찰서에 몰려가 한바탕 소용돌이를 겪어낸 다음날 아침, 누군가 심상하게 김치 한 포기를 썰고 있다. 그 손은 이윽고 국수 꾸미를 정성껏 삶는다. 그동안 있는 듯 없는 듯했던 미자 아버지의 손이다. 모두가 괴로운 아침, 그러나 인간이므로 밥을 먹어야만 하는 것이다. 식구가 말아낸 국수 그릇 앞에 외로운 식구들이 빙 둘러앉는다. 아버지는 딸의 손에 가만히 젓가락을 쥐어준다. 무심코 지나쳐버렸던 큰할머니의 한마디가 그제야 머릿속을 쾅 울린다. “사는 게 별거냐. 그냥 아침에 눈 떠지면 사는 거야.” 아아, 이 사랑스러운 사람들을, 이 저릿한 영화를 어쩌면 좋으랴. 시트콤 ‘올드미스다이어리’ 영화화 노처녀와 연하남 연애스토리 담아 영화 ‘올미다’(올드미스다이어리)는 2004년 11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1년간 KBS에서 방영됐던 동명의 TV 시트콤을 스크린으로 옮긴 극장판 버전이다. 시트콤 ‘올미다’는 예지원, 김지영, 오윤아 등 30대 노처녀 세 명과 할머니 세 명, 그리고 ‘연하남’ 지 PD를 내세우면서 세대를 아우르는 독특한 시각으로 결혼과 연애에 접근, 마니아 층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시트콤 김석윤 PD가 감독을 맡았고, 김영옥, 김혜옥, 임현식, 우현 등 시트콤 주요 출연진이 영화에도 같은 배역으로 등장한다. ▲영화 ‘올드미스다이어리’ 스페셜 동영상
- 술 못마시는 그녀 소주 이름 히트치다
- ▲ 히트소주 이름을 연이어 지은 손혜원 크로스포인트 대표. 손대표는“상상력이 이름짓기의 기본 ”이라고 강조했다.[조선일보 제공] ‘참나무통맑은소주, 참이슬, 산, 처음처럼, 화요….’ 브랜드 컨설팅 회사인 크로스포인트의 손혜원(51·여) 대표가 지금까지 지은 소주 이름들이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히트친 소주들 이름은 대부분 손 대표 작품. 손 대표에게 남자들이 많이 마시는 소주 이름을 잘 짓는 이유를 묻자 너털웃음부터 터뜨렸다. “제 주량은 소주 반 잔도 안 돼요. 남성과 여성 구분을 떠나 인간의 욕망을 들춰내는 게 제 직업이에요. 소주 이름도 인간의 욕망과 관련있어요.” 알아듣기 힘든 대답이지만 소주 이름 하나만큼은 손 대표가 잘 짓는 것만은 사실이다. 지난 2월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처음처럼’은 사실 ‘아하’란 이름을 달고 나올 뻔했다. 두산에서 ‘아하’로는 뭔가 모자란 것 같아 출시 한 달 전 다급하게 손 대표에게 작명을 의뢰했다. 그가 고민한 지 2주 만에 만든 이름이 ‘처음처럼’이다. 이뿐 아니다. 최근 현대건설이 선보인 아파트 브랜드 ‘힐 스테이트’도 그의 작품이다. 여성의류 베스띠벨리·씨(1990년), 아기기저귀 보솜이(1993년), 화장품 식물나라(1995년), 드럼세탁기 트롬(2001년), 대우자판 아파트 이안(2002년), 공기청정기 청풍무구(2003년), CJ 비트드럼(2004년), 우리투자은행 ‘오토머니백’(2006년), 롯데 식초음료 사랑초(2006년) 도 그의 대표작이다. 손 대표는 숙명여고, 홍익대 미대를 나와 디자이너의 길을 걷다가 1990년 현 회사를 인수하면서 이름과 디자인을 합친 브랜드 컨설팅회사로 변모시켰다. 손 대표는 이름을 잘 지을 수 있는 비결은 감성적 상상력에서 나온다고 했다. 다방면의 독서는 기본이고 여기에 감성적 상상력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어릴 적부터 만화를 포함해서 닥치는 대로 읽었어요. 난독(亂讀)이지요. 그러면서 상상하는 시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직원 15명이 일하는 손 대표 사무실에는 개와 고양이 5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직원들도 일하면서 감성을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가 이름을 짓는 과정은 이렇다. 예컨대 아기 기저귀 브랜드 이름을 의뢰 받고는 대형 한영(韓英)사전을 펼쳐놓고 며칠을 고민했다. 아기는 ‘사랑’으로 키워야 하므로 사랑에 해당하는 영어를 찾아봤다. 맘에 드는 영어단어가 나오지 않아 이번엔 엄마가슴을 연상해서 가슴에 해당하는 영어를 찾아봤단다. 그래서 발견한 단어가 ‘bosom’. 이를 한국식으로 발음해 ‘보솜이’라고 지었다. 손 대표는 “짓고 보니까 보솜이에서 ‘솜’은 흡수한다는 느낌도 가지고 있어 제품 정체성과도 잘 맞아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최근 현대건설의 ‘힐 스테이트’도 수개월간 고민하다가, H로 시작하는 영어단어에서 ‘Hill’이 고급주택을 의미한다는 것에 착안해 하루 만에 결정했다. 그의 다음 계획은 미국의 핵심인 뉴욕 맨해튼에 진출하는 것. “직원들을 매달 돌아가며 뉴욕지사에 보낼 거예요. 그래야 무언가 상상력을 충전하고 돌아올 테니까요. 그리고 미국 기업 이름도 지어줄 거예요.”
- 뉴 피터팬, 16일 한국 온다
- [조선일보 제공] 주홍색 옷 갈아입은 피터팬 여전히 제멋대로 악동! 웬디는 ‘적극적 여성’으로 변신 후크 선장? “직접 읽어보세요” 영·미서 지난 5일 출간 한국어판 ‘돌아온 피터팬’ 비롯 전세계 30개국에 소개 네버랜드’(작품 ‘피터팬’의 공간적 무대)를 날아다니는 영원한 소년 피터팬이 100년 만에 독자를 네버랜드로 다시 초대한다. 한 세기 만에 나오는 ‘피터팬’의 공식 후속 작품으로, 출간 전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끌어왔던 ‘돌아온 피터팬’(원제 Peter Pan in Scarlet)이 지난 5일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됐다. 초판만 50만 권을 찍은 ‘돌아온 피터팬’은 곧바로 인터넷 서점 ‘아마존 영국’의 종합 베스트 셀러 5위, ‘아마존 미국’의 동화 부문 2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 30개 나라에서 34개 언어로 출간 예정이고, 한국어판은 오는 16일 김영사에서 나온다. 속편의 작가는 영국 소설가 제랄딘 매커린(McCaughrean·55). 지금까지 139편의 소설과 동화를 썼으며 영국의 권위 있는 아동문학상인 휘트브레드상을 3회 수상한 인기 작가다. ▲ 피터팬이 초록색 나뭇잎 옷을 벗었다. 후크 선장이 즐겨 입던 주홍색 해적선장 옷을 차지한 속편의 피터팬은 멋쟁이가 되어 보물찾기에 나선다. ‘돌아온 피터 팬’의 미국판 표지그림.매커린은 ‘피터팬’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런던의 그레이트 오먼드 스트리트 아동병원이 2004년 실시한 작가 공모에서 20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공식 속편의 작가로 선발됐다. 이 병원은 1929년 원작자인 제임스 배리(Barrie)로부터 저작권을 기증받았으며, 병원의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유럽연합(EU)의 저작권 만료 시한인 2007년 말 이전에 속편을 내기 위해 준비해 왔다. ▲ 제랄딘 매커린/속편 작가매커린은 5일 공식 발간 직후 가진 영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속편은 영국적인 스타일의 소설인데 한국이나 러시아의 반응이 어떨지 몰라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배리의 원작에 충실하기 위해 피터팬을 여전히 제멋대로인 악동으로 등장시켰다”면서도 “그러나 전편에서 네버랜드 고아들의 어머니 역할을 했던 웬디가 적극적인 여성으로 변신하는 등 요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변화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관심을 끄는 후크 선장의 부활 여부에 대해서는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라”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번 공식 속편과 미국 디즈니사에서 발간한 비공식 속편들 사이의 경쟁도 관심거리다. 2004년 공식 속편 발간 계획이 발표된 직후, 디즈니사는 ‘피터팬과 별잡이들’(Peter Pan and the Starcatchers)을 출간해 선수를 쳤고, 지난 7월 출간한 ‘피터와 숨은 도둑들’(Peter and the Shadow Thieves)은 두 달 사이에 35만부나 판매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지난 9월28일에는 30만 명의 중학생이 동시에 참가하는 ‘피터팬 속편 읽기 대회’를 열고, 이 대회를 ‘가장 많은 사람이 참여한 동시 낭독 세계 기록’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청서를 기네스 위원회에 보내기도 했다. 공식 속편을 출간한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 출판부는 7일 저자 사인이 들어간 양장본 한정 판매, 피터팬 아이스쇼단과의 만남, 저자 초청 낭독회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이벤트로 ‘미국 피터팬’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뉴 피터팬 줄거리와 등장인물 20년 후, 다시 찾아간 네버랜드에선… 새 악당 ‘라벨로’ 새 요정 ‘파이어…’ 전편에 이어 속편의 무대도 네버랜드. 소설 속 시간은 웬디가 전편에서 네버랜드를 여행하고 돌아온 지 20년 후인 1926년이다. 엄마가 된 웬디와 네버랜드를 떠나 어른이 된 고아들의 꿈 속에 위기에 빠진 네버랜드가 나타난다. ‘웬디들’은 다시 한번 요정가루를 몸에 바르고 어린이가 되어 네버랜드로 날아간다. 피터팬과 소년들이 후크 선장이 생전에 숨겨놓은 보물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것이 속편의 주요 내용. 새로운 인물도 등장한다. 전편에서 악어에 먹힌 후크 선장 대신 새로운 악당 라벨로가 탄생한다. 후크 선장이 명문 이튼스쿨 학생이었지만 ‘쇼핑중독증’에 걸린 엄마로 인해 불행한 어린 시절을 겪다가 악당이 되었다는 설정이 눈길을 끈다. 요정 팅커벨이 퇴장하고, 파이어플라이어(Fireflier)가 피터팬과 소년들의 새로운 요정으로 나온다. 소설의 종반부에 다시 등장한 팅거벨과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웬디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마이클이 속편에서는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사한 것으로 처리되며, 소년 투틀즈는 네버랜드에 가기 위해 소녀로 성전환을 한다. 소설은 신비에 싸였던 라벨로의 정체가 드러나며 깜짝 놀랄 결말로 끝맺는다. 기대모으는 명작동화 속편 피노키오·보물섬·소공녀 2탄 ‘두근두근’ ‘피터팬’의 속편 발간을 계기로 명작 동화의 속편 제작과 번역 출간에 출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속편 발간이 기대되는 작품으로는 콜로디의 ‘피노키오’, 스티븐슨의 ‘보물섬’, 버넷의 ‘세라 이야기(소공녀)’, 린드그렌의 ‘삐삐 롱스타킹’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돌아온 피터팬’에 이어, 이달 말 독일 소설가 랄프 이자우가 쓴 동화 ‘비밀의 도서관’(미하엘 엔데의 소설 ‘끝없는 이야기’의 속편)이 번역 출간된다.독자의 가슴에 남은 많은 명작 소설들이 그간 속편으로 부활해 왔다. 요한나 슈피리의 ‘하이디’는 그녀의 소설을 영어로 번역했던 찰스 트리튼에 의해 1938년과 1939년 각각 ‘하이디 자라다’와 ‘하이디의 자녀들’이라는 속편으로 독자를 찾았다. 1912년 ‘키다리 아저씨’를 발표했던 진 웹스터는 속편 ‘디어 에너미’(Dear Enemy)에서 주디의 친구인 샐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기를 이어갔다.성인 문학 중에는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 1993년 에마 테넌트에 의해 ‘팸벌리’(Pemberly)라는 제목의 속편으로 다시 선보였다. 영화 ‘카리브 해의 정사’의 원작 소설인 진 리스의 ‘넓은 사르가소 바다’(1966년)는 샬럿 브론테가 쓴 ‘제인 에어’의 속편이다.피터팬 일대기 ▲1902년: 제임스 배리가 성인용으로 쓴 소설 ‘작고 하얀 새’에 처음으로 이름 등장.▲1904년: ‘피터팬’이 연극으로 초연돼 큰 성공.▲1906년: ‘작고 하얀 새’에서 피터팬 만을 따로 떼어낸 동화 ‘켄싱턴 공원의 피터팬’ 발표.▲1912년: 런던 켄싱턴 공원에 피터팬 동상 건립▲1953년: 디즈니사에서 만화영화 ‘피터팬’ 출시▲1991년: 성인이 된 피터팬이 등장하는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후크’(Hook) 발표
- [새영화]김기덕 감독 `시간` 外
- [스포츠월드 제공] ◇시간 감독: 김기덕 주연: 성현아, 하정우, 박지연 장르: 드라마 개봉일: 8월 24일 등급: 18세 이상 관람가 감상포인트: 오랜 시간을 함께한 연인 세희와 지우. 세희는 지우의 사랑이 변했음을 느끼고 그 이유가 자신이 더 이상 새롭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세희는 어느 날 갑자기 모든 흔적을 지운 채 떠나고, 과감한 성형수술로 새희가 되어 돌아온다. 새희가 세희라는 걸 알아보지 못하는 지우는 결국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가 세희라는 걸 알고 놀라 떠나게 된다. 하지만 새희는 지우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 앞에 나타날 거라 믿고 있다. ◇무서운 영화4 감독: 데이빗 주커 주연: 안나 패리스, 크레이그 비에르코, 레지나 홀 장르: 코미디, 패러디 개봉일: 8월 2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감상포인트: 사랑스럽지만 약간 덜 떨어진 신디와 자기만 아는 섹스의 화신 브렌다 그리고 잘생겼지만 세상 물정 모르는 톰은 무자비한 외계인의 침공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온갖 영화를 패러디 한다. ‘우주 전쟁’ ‘그루지’ ‘빌리지’ ‘쏘우’ ‘쏘우 2’ ‘밀리언 달러 베이비’ 등이 곳곳에서 패러디 됐다. 여기에 카르멘 일렉트라, 샤킬 오닐, 빌 풀먼, 크리스 엘리오트, 레슬리 닐슨 등 유명 인사들이 대거 카메오로 출연한다. ◇13구역 감독: 삐에르 모렐 주연: 데이빗 벨, 시릴 라파엘리, 비비 나세리 장르: SF, 액션 개봉일: 8월 2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감상포인트: 정부도 손을 쓸 수 없는 부패의 도시 13구역. 그 곳의 독재자 타하와 그로부터 도시를 구하려는 레이토는 서로를 제거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레이토는 마약을 거래하는 타하를 붙잡지만 경찰서장은 오히려 타하를 풀어주고 레이토를 감옥에 가둔다. 6개월 후 타하가 호송 중인 핵미사일을 탈취하게 되자 그를 잡을 유일한 인물로 레이토가 거론된다. 레이토는 특명을 받고 13구역에 들어가지만 또 다른 음모가 기다리고 있다. ◇나인 라이브즈 감독: 로드리고 가르시아 주연: 다코타 패닝, 글렌 클로즈, 홀리 헌터 장르: 드라마 개봉일: 8월 24일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감상포인트: 어려운 집안형편에 사이도 좋지 않은 엄마와 아빠. 좋은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는 기회가 왔지만 엄마, 아빠를 두고 집을 떠나야 하는 사만다는 고민에 빠진다. 사만다의 엄마 루스는 외도를 결심하고 모텔을 찾지만 옆방에 묵던 ‘산드라’라는 여인이 경찰에 끌려가는 모습을 목격한다. 9명의 여인을 통해 딸로, 연인으로, 아내로 혹은 어머니로 그 역할을 달리하는 여성들의 감성을 그려 로카르노 영화제 최고 작품상을 수상했다. ▲영화 `13구역` 예고편
- 녹십자생명, 임산부 특화 보험상품 선보여
- [이데일리 문승관기자] 녹십자생명은 이달 24일부터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특화상품인 `엄마사랑아이사랑보험Ⅱ`을 판매한다고 23일 밝혔다. `엄마사랑아이사랑보험Ⅱ`은 여성산과(임신, 출산 및 산후) 관련 특정질환보장과 부인과질환보장 등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특화 상품이다. 이 상품은 생보업계 처음으로 임신 중이나 분만 후 42일까지 임신, 출산 및 산후관련 특정질환으로 산모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 이외에 `모성사망보험금`을 추가 지급한다.또한 엄마와 태어날 아기에게 중대화상치료자금과 수술비, 외모특정 상해수술비를 동시에 보장해준다.저체중아치료비, 선천이상수술비, 조혈모세포이식수술자금, 암진단자금, 암치료를 위한 수술, 입원, 통원치료비를 보장 등 아이를 위한 보장기능도 강화했다. 이밖에 `엄마사랑아이사랑보험Ⅱ`에 가입한 고객에게는 녹십자의료재단에서 실시하고 있는 제대혈보존서비스(선택 부가사항)도 제공한다. 보험기간은 10년과 15년 만기 두개로 나뉘었으며 가입나이는 산모 20세에서 42세까지다. 보험료는 적립형의 경우 최저 10만원부터 100만원까지고 거치형은 일시납보험료 300만원부터 5억원까지다.한편, 녹십자생명은 `엄마사랑아이사랑보험Ⅱ` 출시에 맞춰 이달 24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전시되는 `제10회 서울국제 임신 출산 육아용품전시회(Baby Fair)`에 참가해 전시관을 방문한 고객 대상으로 무료상담을 실시할 예정이다.
- “자고나면 붓는 눈, 어쩜 그리 아비 같은지”
- [조선일보 제공] <!-- 관련 사진 시작 --><!!--bodystart--><!--S_ARTICLE_CONTS--><!--google_ad_section_start--> ▲ 싱글 대디 정일호씨와 여덟살짜리 딸 신우, 그리고 친할머니가 환하게 웃고 있다. 신우는“할머니와 함께 받아쓰기 공부를 할 때가 참 즐겁다”고 말한다. /이진한기자 magnum91@chosun.com싱글 대디의 가장 큰 일은 아이 양육이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아빠가 바쁠 땐 대부분 친할머니가 임무를 맡는다. 최근 싱글 대디의 삶을 엮은 책 ‘미안해 사랑해’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프리랜서 사진작가 정일호(38)씨. 그가 집을 비우는 동안 딸 신우(8)의 친구는 할머니(65)다. 엄마 역할을 거뜬히 해내는 할머니는 힘은 들지만 보람도 크다. 정씨네는 이 일기를 조선일보 독자들에게 공개했다.▶ 2006년 5월 8일예상보다 모임이 늦게 끝났다. 설교를 하신 김 목사님을 모셔다 드리기 위해 인천으로 가고 있었다. “할머니, 언제 와?” 이미 밤 1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인데 신우가 울먹이며 전화를 해왔다. 저녁을 아범하고 먹었다기에 같이 있는 줄 알았더니 집에 혼자 있었나 보다. 어두운 집에 혼자 있다 보면 빨래 그림자만 봐도,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만 들려도 놀라는 법인데, 어린 게 얼마나 무서울까?“할머니랑 할아버지 금방 갈 테니깐 문단속 잘하고 먼저 자고 있어요. 알았죠?”아범이 늦은 시간까지 약속이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기억해 냈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서울 중곡동 집에 도착했다. 아픈 무릎을 양손으로 번갈아 짚어가며 서둘러 계단을 올라가보니 내 사랑스런 손녀딸은 새근새근 잠들어 있었다. ‘아이고, 내 불쌍한 강아지. 그새 잠들었구나.’잠든 신우 이마에 뽀뽀를 하던 내 눈은 안쓰러움으로 어느새 젖어 있었다. 오늘처럼 아들과의 의사소통에서 실수가 있거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가끔 신우 혼자 집에 있는 경우가 생긴다. 그럴 때면 신우나 아범한테 여간 미안한 게 아니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바쁘게 사는 탓에 늘 같이 못 있어 미안할 따름이다. <!--google_ad_section_end-->▶ 2006년 7월 6일“정 신 우~!”몸살기운 때문에 밤새 앓다가 잠을 설치는 바람에 늦게 일어났다. 혼자 자는 것을 무서워해 아직도 내 옆에서 잠들곤 하는 신우는 아직 꿈나라를 헤매고 있었다. 자고 나면 눈이 퉁퉁 붓는 것도 어쩌면 저렇게 아범하고 똑같은지. 겨우 잠에서 깬 신우는 시계를 보더니 곧바로 울상을 지었다.“숙제는 다 했어요? 준비물은?”욕실에서 세수를 하던 신우는 볼멘소리를 했다. 숙제는 다 했는데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다고. 간밤에 몸이 안 좋아 신경을 못 썼더니 미처 준비물을 챙기지 못했나 보다. 학교 갈 시간은 다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등굣길에 문구점에 들러서 사라고 2000원을 손에 쥐여 주었다.저만치 걸어가던 신우가 뒤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오래도록 건강하게 살아서 저 예쁜 모습을 계속 지켜봐야지…, 사랑한다.▶ 2006년 7월 11일“오늘 학교에서 우리 반 친구가 말이야…(재잘재잘).”어제 저녁에 신우는 아범이랑 피자를 시켜 먹었다고 한다. 할머니가 있는데도 밥을 챙겨주지 못한 미안함에 오늘 일정은 다 취소하고 맛있는 것을 해주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달려온 신우는 요리를 하는 내 옆에 앉아서 오늘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을 들려줬다. 그동안 나는 옥상 텃밭에서 캐온 부추랑 얼마 전 거제도에서 선물로 올라온 오징어로 전을 부쳤다.“앗, 뜨거!”뭘 먹여도 돌아서면 금방 배고파하는 신우는 채 식지도 않은 전을 급하게 집어들다가 호되게 놀랐다. 신우는 며칠에 한 번 해주는 간식에도 너무너무 행복해한다. “신우야, 아빠는 바쁘니깐 이거 못 먹겠다. 그치?”“아니야, 아빠 것 따로 챙겨줘요. 네? 할머니~~!”놀리려고 한마디 한 것인데 신우는 아빠라면 무조건 챙기려 든다. 할머니가 되었든 아빠가 되었든, 정성껏 차려주는 음식을 맛있게 먹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 신우는 분명 하늘이 우리 가족에게 보내주신 천사다. 사랑한다, 신우야.
- [싱글 대디 25만명] 아빠, 힘내세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어요
- [조선일보 제공] 2005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선 매일 867쌍이 결혼하고 352쌍이 이혼했다. 서울 강서구의 한 초등학교는 한 학급의 30%가량이 ‘한 부모 가정’일 정도로 이제 엄마나 아빠 중 한쪽이 아이를 키우는 모습은 우리 사회의 한 현상이 됐다.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엄마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 맘’(mom) 가정이 100만5000가구, 아빠가 키우는 ‘싱글 대디’(daddy) 가정이 24만2000가구다. 5년 전인 2000년엔 싱글 대디 가정이 22만4000가구였다. 1만8000가구나 증가한 수치다. 이달 1일 서울 잠실 롯데백화점 앞에서는 비영리단체인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주최로 대규모 캠페인이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1000여 명의 싱글 대디·싱글 맘 가족들은 “사회적 편견이 문제일 뿐 우리는 가족간의 사랑을 더 진하게 확인하며 생활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싱글 대디 25만’ 시대를 사는 가정들의 현주소로 달려가 그들의 삶과 희망을 취재, 리포트를 제출한다. ◆주부 가출 급증도 한 요인컴퓨터 수리업을 하는 양창호(40·서울 독산동)씨는 초등 2년생 딸과 둘이 살고 있다. 경기 불황에 빚이 늘어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차압까지 들어왔다. 부인은 2001년 일언반구 없이 집을 나갔다. 아이를 월~토요일 24시간 맡아주는 어린이집에 보내며 돈을 벌었지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자 모든 게 변했다. 낮 1시면 집에 오는 딸 아이를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일 구하기는 더 힘들어졌다. 방학은 ‘공포’ 그 자체였다.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는 심정을 알겠더라. 내 소원이 저녁에 혼자 밖에 나가 걸어보는 거다.”보험 영업사원인 이강희(37·서울 합정동)씨에겐 여섯 살 아들이 있다. 2004년 싱글 대디가 됐는데 아이는 할머니(63)가 키운다. 아들이 또래들과 다른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어린이집에서 월요일이면 지난 주말에 부모와 같이 했던 일을 얘기한다. 다들 엄마랑 있었던 일을 얘기하니 우리 아이가 거짓말을 지어낸다더라. 엄마 자랑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아이가 친구들을 미워한다.”싱글 대디 25만 가구 시대다. ‘홀 아빠’ 가정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아내들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경찰청 신고 기준에 따르면 2004년 주부 가출자가 1만271명, 매일 평균 28명이 가정을 버렸다. 최근 여자들의 재혼은 빨라진 반면, 남자들은 재혼 배우자감 부족과 경제적 문제 등으로 싱글 대디로 남는 기간이 늘고 있다.◆사회적 편견을 이겨내는 행복 경작법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빠의 고충은 엄마보다 훨씬 크다. 한국한부모가정연구소 황은숙 소장은 “사회적 편견으로 인한 고통은 상상 이상”이라고 지적한다. 사별이 아닌 이혼으로 싱글 대디가 된 경우 “남자가 오죽했으면 마누라가 애까지 버리고 갔겠나” 류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전국적으로 모자(母子)보호시설은 40곳이 있으나 부자(父子)보호시설은 단 한 군데도 없다. 보육시설에 맡기기도 어렵다. 돈 안 내고 도망갈 수 있다며 잘 받아주질 않는다. 전세나 월세 구할 때도 막연히 미덥지 않다는 생각에 집을 잘 안 내준다. 서울 동작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센터장이기도 한 김양희 중앙대 가족복지학과 교수는 “편부(偏父) 가정은 일반적으로 아이의 정서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며 “어머니 모성애와 아버지 부성애는 비교가 안 된다”고 말한다. 장진경 숙명여대 생활과학대 교수는 “싱글 맘이 경제력 때문에 고통 당한다면 싱글 대디는 양육기술 부족으로 고통받는다”고 말한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어요!그러나 최근 싱글 대디들을 위한 조직과 단체도 활발해지고 있다. 11세, 8세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김은수(가명·39·서울 봉천동)씨는 한국한부모 가정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월 정기모임에 2004년부터 다니고 있다. 둘째가 정신지체 2급으로 다른 싱글 대디보다 더욱 사정이 어려운 김씨는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도움받았다. 다른 아빠들이 아이 때문에 어떤 고민을 하고, 또 어떻게 그걸 극복했는지 들을 때마다 정신이 번쩍 난다”고 말한다.한 부모 가정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는 2002년 모자보호법을 모부자 보호법으로 개정, 싱글 대디·싱글 맘 가정에 저소득층과 동일한 지원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싱글 대디들은 “가정을 지키려는 아빠의 의지와 눈물겨운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합의 이혼 뒤 초등 4년 아이를 2년째 혼자 키우고 있는 김병석(43)씨는 “아빠와 아이, 단 둘이 사는 게 무슨 자랑거리는 아니지만, 얼마든지 행복을 일궈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우리 둘이 알아가고 있다”고 담담히 말했다.
- 여기는 유쾌한 도시 ''라스베이거스''
- [조선일보 제공] 당신이 사랑을 잃은 연인이라면, 당신이 사춘기 아들때문에 우울한 엄마라면, 당신이 삶의 중압감에 시달리는 50대 샐러리맨이라면, 미국 모하비 사막의 작은 도시 라스베이거스로의 여행이 '묘약'이 될지 모른다. 공항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당신은 잠시 미소 짓게 될 것이다. 미니 카지노 옆, 생뚱맞게 서 있는 생화(生花) 자판기 덕분에! 당신이 패키지 여행자라면 공항으로 마중나온 최고급 리무진 때문에 웃음이 터질 게 틀림없다. 불야성의 도시는 또 얼마나 감미로운가.해질녘 프랭크 시나트라가 부르는 '플라이 미 투 더 문'에 맞춰 거대한 분수 쇼가 시작되고, 수백만 개 전구가 빛을 뿜어내는 애니메이션 쇼가 자정까지 다운타운을 밝히는 도시. 30층 호텔 방 앞으로 아이들을 태운 롤러코스터가 아찔한 고공행진을 펼치는 이 도시는 여행자로 하여금 단 한 순간도 비참해질 자유를 주지 않는다. ▲ 해질녘 눈부시게 피어오르는 벨라지오의 분수대 앞에서 라스베이거스의 여행자들은 사랑을 노래한다.호텔이야? 놀이공원이야? ▲ 고공을 질주하는 ""뉴욕뉴욕""의 롤러코스터카지노 도시에서 가족 휴양지로 대변신중인 라스베이거스 여행은 메인 도로 양 옆으로 늘어선 호텔 투어로 시작된다. 고대 로마 건축을 모델 삼은 시저스 팰리스, 맨해튼을 본뜬 뉴욕뉴욕,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로 외관을 장식한 룩소 등 호텔들은 한마디로 거대한 테마 파크다.‘사막의 호텔 순례’를 위해 배낭족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또 걷는다. 이탈리아의 꽃 마을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했다는 벨라지오 호텔은 드라마 ‘올인’의 촬영지답게 입구부터 구경꾼들로 발디딜 틈 없다. 로비에 선 사람들이 일제히 목을 꺾어 천장을 바라보고 있는 이유는 세계적인 공예가 데일 치훌리가 만들었다는 2000개의 유리꽃 때문이다. 벨라지오는 또 라스베이거스에서 ‘사진발’이 가장 좋은 호텔로 꼽힌다. 9만 평방미터에 조성한 식물원(botanic garden)이 있어서다. 베니시안 호텔의 두 가지 명물 ‘마담투소’(22.95달러)와 ‘구겐하임 헤르미티지 미술관’(19.5달러)도 빼놓을 수 없다. 런던의 밀랍인형 박물관을 그대로 재현한 마담투소엔 타이거 우즈, 브래드 피트, 부시 대통령 등 유명 인사들이 실물 크기로 서 있다. 실제와 어찌나 비슷한지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볼에 키스를 퍼붓는 중년 남자들이 수두룩하다. ▲ 엘비스 프레슬리를 만날 수 있는 마담 투소.어린 자녀들과 함께 한 여행길이라면 수족관 ‘샤크 리프’(15.95달러)를 소유한 만달레이 베이 호텔이나, 미니동물원 ‘시크릿 가든’(15달러)이 있는 미라지 호텔, ‘어드벤처돔’을 갖춘 서커스서커스 호텔에서 숙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샤크 리프엔 2000마리가 넘는 해양동물이 살지만, 25㎝에서 4m에 이르는 10여 종의 상어가 어린 관람객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시크릿 가든엔 백호랑이와 백사자, 돌고래가 함께 산다. 날이 더운지 백호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기어나와 연못에 몸을 담그자 백인의 중년 여성들이 “오우, 베이비 베이비”를 연발했다.헬로우, 셀린 디옹! 거리 곳곳에서 조우하는 무료 쇼는 라스베이거스 여행의 진수다. 벨라지오 호텔 앞 분수 쇼는 낭만의 극치다. 오후 3시부터 15분 간격으로 물줄기의 춤사위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하루짜리 결혼식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뤄졌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는지. 누군가에게 사랑을 맹세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충동질하는 도시가 라스베이거스다.누군가 카페에 앉아 있는 톰 크루즈를 보았다고 허풍을 떨어도, 그것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곳이 또한 라스베이거스다. 실제로 시저스 팰리스 호텔의 콜로세움 극장에서는 셀린 디옹과 엘튼 존의 쇼가 펼쳐진다. 가장 싼 좌석이 100달러이지만 4000개 좌석이 거의 매진된다.무려 23년째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 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레전드 인 콘서트’(49.95달러)는 가장 라스베이거스다운 쇼다. 프린스, 블루스 브라더스, 휘트니 휴스턴, 엘비스 프레슬리를 모방한 가수들이 ‘립싱크는 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으로 열창하는 ‘가짜들의 진짜같은 축제’다.▲ 미라지 호텔의 명물 돌고래. 백화랑이와 함께 ""시크릿 가든""에서 만날 수 있다.매일 밤 프레몬트 거리에서 펼쳐지는 전구쇼도 명물이다. LG전자가 제작했다는 이 쇼는 1250만개의 조명이 450m 길이의 거리를 덮은 캐노피를 통해 ‘ET’류의 초미니 애니메이션부터 코믹 멜로물까지 다채롭게 토해낸다. 라스베이거스는 증언한다.인간은 과학과 이성만으로 살아갈 수 없음을, 우리에겐 판타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을.맛있는 도시, 라스베이거스또 있다. ‘여행에선 먹는 게 남는 것’이라는 상식! 45가지 음식이 선보이는 에펠타워의 10달러짜리 뷔페가 있는가 하면, 세계적인 요리사 찰리 팔머의 스테이크 음식점이 있다. 햄버거 입에 물고 춤출 수 있는 하드록 카페가 있는가 하면, 4층 건물 높이의 와인 타워를 감상하며 삶은 송아지 뺨살을 맛볼 수 있는 초특급 레스토랑이 있다. 공항 가는 길에 만난 이종백(44)씨는 택시기사였다. “택시 운전은 아르바이트고, 포커 치는 게 본업이며, 6월말 열리는 포커 세계대회에서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우승해 1000만불을 거머쥐는 것이 꿈”이라는 그에게 라스베이거스는 천국이었다. 한국에서였다면 손가락질 받았을 그의 허황된 꿈이 이 도시에선 너무나 유쾌하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 가짜 스핑크스와 가짜 에펠타워, 가짜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에 눈물 그렁이며 ‘브라보!’를 외쳐도 천박해보이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그 진실을 알기 위해서라도 당신은 일생에 한 번,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갈 필요가 있다.라스베이거스=글·사진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 이치로 되기전에 입치료 시키자
- [조선일보 제공] “30년 동안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보여주겠다” “선동렬 선수에게선 마늘냄새가 진동해 타석에 들어서면 머리가 다 어지럽다”….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은 끝났지만 엄마들 입에선 아직 ‘말버릇 없는’ 스즈키 이치로라는 이름이 오르내린다. 서울 번동에 사는 주부 김혜연(38)씨는 이치로가 욕 먹는 것을 보면서 가슴이 뜨끔했다. “이치로를 보니 분을 못 이겨 씩씩대다가 상대가 가장 가슴 아파할 대목을 콕콕 찔러가며 대드는 초등생 딸이 오버랩 됐어요. 사춘기라고는 해도 아이가 조목조목 말대꾸할 때는 기가 다 차요.” 철두철미한 자기 관리로 ‘완벽주의자’로 칭송 받아온 이치로 선수. 그러나 말 한 마디로 기본 교양마저 의심받는 이치로 선수처럼 키우지 않는 방법은 없을까. ◆‘똑부러진 부모’가 공격성 키운다 신철희 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상대의 감정을 후벼파는 언어의 폭력을 즐기는 사람의 내면엔 독기와 화가 고여 있다”고 진단한다. “나약하고 자신감이 없는 데다 자신이 실패하는 것을 참을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분노를 표출하고 본다”는 것. 자신의 열등감을 드러내지 않게 위해 남을 잔인하게 깎아내리는 것으로 자존심을 유지하려는 특성이 있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엄한 부모의 훈육이 이런 아이를 만들 수 있다. 부모가 지나치게 옮고 그름이 똑부러지면, 아이들은 부모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을 억누르고, 반대로 커서는 공격적 성격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신 소장은 “있는 그대로를 인정받고 사랑받은 경험이 없는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조기교육’ ‘조기 평가’에 상처받는 아이들 ‘현명한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대화법’을 펴낸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조기교육이라는 미명 아래 너무 일찍 아이들에게 평가의 잣대를 들이대는 우리 사회 교육풍토도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가는 아이들의 자신감을 가장 많이 갉아먹는 주범. “특히 나쁜 평가를 자주 받은 경우 자기에 대한 상이 지극히 부정적이어서 ‘너, 이거 못하잖아’라는 말 한 마디에 의기소침해 하고 그 상처를 쉽사리 떨쳐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철희 소장은 “부모가 아이를 혼내고 평가하는 강도와 빈도를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근이 많고 채찍이 적어야 훈육이 되고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는 것. 잘못한 것보다 과도하게 혼이 나는 게 익숙해지면, 가시 돋힌 언행으로 상대의 자존심을 구겨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으로 변한다. ◆‘과잉보호’도 毒이다 전문가들은 자기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할지언정 일단 내뱉고 보는 사람들은 충동조절력이 약하다고 진단한다. 원인은 둘 중 하나다. 아이가 요구하기 전에 모든 걸 챙겨주는 과잉보호형 부모나, 무조건 “안 돼!” 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서로 반대되는 태도인 것 같지만, 잘못된 훈육이라는 점에서는 같다. 신 교수는 “부모가 인내심을 갖고 아이와 밀고 당기는 협상을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간혹 아이가 말을 어른 뺨치도록 야무지게 해서 걱정하는 부모도 있지만, 언어발달과 ‘싸가지가 없는 것’은 다르다. ‘비뚤어졌다’는 것은 언어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의 문제이다. 욕하고 반항하는 것은 분노의 표현 방식으로 인정하고, 방식을 바꾸도록 노력하면 된다. 신철희 소장은 “부모가 아이를 편하고 너그럽게 대해야 아이도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다스리는 훈련을 한다”고 조언했다. ◆진심이 담긴 칭찬과 관심을… 우선 ‘자식을 위해서라면 이 목숨 다 바친다’는 환상, ‘엄모엄부(嚴母嚴父) 밑에서 인재 난다’는 환상에서 벗어나자. 부모의 언어습관도 돌아봐야 한다. 어릴 때 듣고 자란 말이 평생의 언어습관과 인격, 품성을 좌우한다. 평소 짜증과 신경질이 많은 엄마 아빠의 언행은 자녀의 감정 조절력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 신의진 교수는 “삼촌, 이모 등 부모 외의 조언자를 만들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한다. 엄마가 아무리 충고해도 안 되는 똑같은 말을 삼촌이나 이모가 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 게 아이들이라는 설명. 결론은 단순하고 명쾌하다. 부모의 진심을 담은 아낌없는 칭찬과 관심이 아이를 건강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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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아이들은 백지상태로 태어난다. 문제가 있다면 부모의 양육방식이 잘못된 것이다. 그래서인지 `교육`은 부모들의 변함없는 화두다. 남다른 교육열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최근 출간된 교육 서적 중 `아이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긍정 한계선` `우리 아이를 위한 용돈 경제학` 등을 소개한다.◇아이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긍정 한계선 부모: (화난 목소리로) 뭐 하는 짓들이야? 너희들은 어째서 허구한 날 그렇게 싸우니? 형: 내가 갖고 있었는데 저놈이 빼앗아갔어. 동생: 아니야. 내가 들고 있었어. 엄마, 형한테 빨리 돌려주라고 해! 부모: 누구 하나는 거짓말을 하는 거겠지? 똑바로 말해. 누가 먼저 집었지? 형·동생: 내가 먼저야! 부모: 아무도 갖고 놀지 마. 방안에 들어가 있어. 아이가 말을 무시하며 말을 듣지 않는가? 윽박지르지 않고 뜻을 전달하고 싶은가? 허용과 강압을 오가며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가? 오늘도 말을 듣지 않는 아이와 씨름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새책 `아이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긍정 한계선`은 긍정 한계선을 설정하라고 조언한다. `긍정 한계선`이란 아이로 하여금 규칙을 분명히 지키고 자신의 행동을 책임지게 만들기 위해 부모가 정해야 하는 경계선. 세상을 항해하는데 꼭 필요한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아이에게 그 나침반을 쥐어주는 사람은 바로 부모다. 경계선이 명확하고 일관되면 아이들은 그 길을 파악하고 따르기 쉽다. 하지만 경계선이 모호하고 일관되지 못하면 아이들은 길을 잃고 헤맨다. 책은 긍정 한계선을 설정하면 아이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전쟁을 치르지 않고, 너무 심하게 다뤘나 하는 죄책감을 갖지 않고서도 가르치고 싶은 것을 가르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긍정 한계선 안에서 자라난 아이는 책임감과 자긍심이 갖게 돼 새로운 세계를 접하면서 겪게 되는 저항과 좌절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게 된다고. 긍정 한계선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기를 살리는 메시지로 협력을 유도하고 ▲잘못을 깨닫고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도록 하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도록 적절한 벌을 주고 ▲타임아웃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숙제하는 습관 길들이기, 집안일을 통해서 책임감 길러주기 등 지금 당장 부모들이 가정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생활 규칙 설정법도 제시했다. 로버트 J 매켄지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1만원. ◇우리 아이를 위한 용돈의 경제학 부모 노릇하기 무서운 시절이다. 청년 신용불량자, 폐인, NEET(Not Employed & Education Training)족, 은둔형 외톨이..부모 가슴을 철렁하게 만드는 신조어들다. 미래를 걱정하지 않고 하루살이처럼 그날그날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는 젊은이들. 부모가 죽은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모든 부모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 좋은 인성을 갖추고 명확한 비전과 자신감을 갖고 성실하게 노력해 사회의 리더가 되기를 원한다.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사는 지혜도 갖췄으면 한다. 경제적인 감각도 뛰어나 부자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 아이를 위한 용돈 경제학`은 금융교육을 통해 이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실 금융교육은 다소 생경하다. 자식을 스크루지 영감 같은 수전노나 `베니스의 상인`의 샤일록 같은 냉혈한으로 만들라는 것이냐며 항의할 수 있다. 그러나 금융교육은 오히려 그런 사람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교육이다. 금융교육은 돈을 벌고, 아껴 모으고, 현명하게 쓰는 법을 배우는 교육이다. 돈을 함부로 다루는 사람은 자기 삶도 함부로 다룬다. 돈을 낭비하는 사람은 되는대로 사는 사람이다. 돈 버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사람이다. 돈을 소중하게 다루는 것은 돈을 숭배하라는 말은 아니다. 수입이 적든 많든 아끼고 불리고 남을 위해 기부할 줄 아는 것을 말한다. 책은 용돈교육을 통해 자녀들에게 올바른 금융교육을 하라고 조언한다. 용돈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경제감각을 키워 주라고. 아울러 부모가 먼저 일상에서 올바르게 실천하라고 충고한다. 아이와 쇼핑할 때는 최대한 드라이한 모습을 보여라. 아이가 `쇼핑은 즐거운 일`이 아니라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로 인식하도록. 외식은 음식을 하느라 고생하는 엄마나 아빠에게 휴식을 위해 하는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김지룡 지음. 김&정 출판. 4800원.◇논술이 저절로 좋아지는 책 그리스 아테네에 살고 있는 어떤 어머니가 정치계에 입문하려는 아들을 막으며 다음과 같은 논증을 폈다. "만일 네가 정직하면 세상 사람들은 너를 미워할 것이다. 만일 네가 부정직하면 신이 미워할 것이다. 너는 정치계에서 정직하든가 부정직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세상 사람들의 미움을 받거나 신의 미움을 받을 것이다"어머니의 논증에 대해 아들의 처지에서 반박 논증을 구성해 본다면?"만일 제가 정직하면 신이 사랑할 것이고, 부정직하면 세상 사람들이 사랑할 겁니다. 저는 정직하거나 부정직하겠지요. 그러므로 저는 신의 사랑을 받거나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겁니다"초등학교 시험부터 취업을 위한 면접에 이르기 까지 논술은 이제 누구에게나 필요한 공부가 됐다. 사실 일기, 편지, e메일, 인터넷 댓글 달기까지 우리 삶 자체가 글쓰기의 연속이다.새책 `논술이 저절로 좋아지는 책`은 위와 같이 재미있는 논리 퀴즈와 그리스 로마 신화 등을 통해 재미있게 좋은 글 쓰는 법을 제시한다.또한 다양한 어휘를 습득하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법, 논리적으로 추론하는 법, 설득력 있게 주장 펼치는 방법 등을 학생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수석 지음. 해바라기 주니어. 1만1000원.
- 사라진 콘돔 하나, 상상은 꼬리를 물고
- [오마이뉴스 제공] ▲ 요즘 젊은이들의 솔직발랄한 연애담을 그린 영화 <연애의 목적>. ⓒ 싸이더스"너도 저러니? 박해일은 완전히 발정난 개 같네. 저렇게 못 참겠어?""아휴, 엄마도 참…. 그냥 영화에 집중하세요.""봉태규 좀 봐라~ 자나 깨나 오로지 그 생각밖에 없잖아. 근데 아들아, 다 좋은데 엄만 낙태반대론자거든. 혹시라도 여자친구가 임신이라도 하면 바로 결혼이다, 알지?""엄마, 제발 좀! 한 번만 더 들으면 백 번째예요. 엄만 다 좋은데 아들의 성문제에 호기심이 지나쳐요. 관심 좀 꺼주세욧!"얼마 전 대학생 아들과 함께 <연애의 목적>과 <광식이 동생 광태>를 비디오로 보면서 나눈 대화입니다. 호시탐탐 자신의 성 문제에 관심을 표하며 협박(?)까지 일삼는 엄마에게 질렸는지 아들은 이렇게 내뱉습니다."물론(!?) 저도 그러고 싶지요. 펄펄한 이십 대 청년이 그런 생각이 없다면 거짓말이잖아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엄청난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으니까요. 고등학교 때 교회에서 '순결서약'한 거 잊으셨어요?"교회에서 금연서약서까지 쓰고도 담배를 피우는 아들이지만, 서약서 운운하며 세게 나오니 꼬리를 내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 내 한 번 믿어 주지', 이러면서 말이죠. 아들 책상 서랍 속의 '그것'... 외마디 비명을 지르다얼마 후 겨우내 쌓인 먼지를 털기 위해 대청소를 했습니다. 냉장고와 옷장 위, 책꽂이의 먼지를 구석구석 털어내다 보니 심하게 늘어놓은 아들의 책상이 영 눈에 거슬립니다. 일전에도 아들 책상을 정리했다가 중요한 영수증과 자료를 버렸다며 잔소리를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아들 책상에서 구더기가 나와도 안 건드린다고 다짐했지만 제 손은 이미 책상 위를 주섬주섬 치우고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는 아들의 어릴 적 사진이 놓여 있었습니다. '요렇게 아기처럼 귀여웠던 녀석이 어느새 스무 살이 됐네…. 세월 참 빠르다.' 이런 생각을 하며 사진을 간추려 서랍 속으로 넣으려는 순간, 전혀 예상치 못한 물건이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 아들의 서랍 속에서 콘돔이 나온다면? ⓒ 김혜원'어, 이게 뭐야? 이게 어디서 난 거지? 이게 왜 여기에 있는 거야?'제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게 한 '그것'은 바로 콘돔 박스였습니다. 남편이 정관수술을 한 이후 집안에서 콘돔 박스를 보기는 거의 10년 만이었습니다. 스무 살 아들 서랍에서 '그것'을 보다니…. '대략'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모름지기 콘돔이라 함은 성관계 때 사용하는 물건인데… 생각이 여기에 미치고 나니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얼얼했고 오만 가지 상상이 다 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놀라서 기절하기 일보 직전에 그것이 왜 아들 서랍에 있는지 기억해 냈다는 겁니다. 지난 해 봄 아들은 명동길에서 공짜로 콘돔을 나눠주는 '콘돔축제'가 열렸다며 집으로 콘돔을 가져왔고 저에게도 콘돔과 러브젤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그때 받았다는 그 상표가 맞습니다. '아휴, 내 정신 좀 봐. 그때 받았다고 했는데 그새 잊어버리고…. 그럼 그렇지. 휴우, 공연히 놀랐네.'평소에는 아들에게 굉장히 열린 척 "혹시라도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반드시 콘돔을 사용하라"고 조언하는 '신세대' 엄마지만 솔직히 고백하건대 그건 모두 콘셉트입니다. 자식들이 부모와 성 문제를 상의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그럴싸하게 말했던 거지요. 사라진 콘돔, '얘들이 미쳤어, 정말!'저는 엄한 사람 잡을 뻔했다며 마음 편히 아들 책상 서랍을 닫았습니다… 이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비극은 호기심에서 시작된다고, 아들의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호기심이 문제였습니다. 서랍을 닫다가 '혹시?'하는 궁금증이 발동한 거지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손은 어느새 서랍 속의 콘돔 박스를 열고 있었습니다. 마치 나쁜 짓을 하는 사람처럼(솔직히 착한 일은 아니지요) 가슴까지 두근거렸습니다. ▲ 사라진 콘돔에 대한 궁금증은 꼬리를 물고. ⓒ 김혜원'어머머...... 하나가 없네?'겉봉에 적히기로는 박스 안에는 콘돔 12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분명 남아있는 것은 11개뿐. 방금 전 '그럼, 그렇지'하던 아들에 대한 신뢰는 어디로 가고, 순간 아들 주변을 맴돌던 여자친구들의 이름과 면면이 차르르 슬라이드처럼 지나갑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등줄기로 식은 땀 한 방울이 주르르 흘러내립니다. '아니, 얘들이 미쳤어, 정말!'사라진 콘돔에 대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에 소설적 상상력이 더해져 드라마 열 편은 쓸 정도의 시나리오들이 머릿속에 가득 차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며칠을 혼자서 끙끙 앓다가 먼저 남편에게 말을 꺼냈습니다. "저어기 큰 아들 서랍에서 콘돔이 나왔는데… 그런데… 하나가 없어진 거 있지? 어떻게 해야 하지?"이 말을 들은 우리 남편, 벌레 보는 듯한 눈을 하더니 대뜸 훈계부터 시작합니다."어떡하긴 뭘 어떡해? 당신 양식 있는 부모 맞아? 아들 서랍은 왜 뒤지나? 스무 살 먹었으면 이젠 성인이야. 서랍 뒤지다가 그거 발견했다고 할래?""그러니까 당신이 어떻게 좀 돌려서 물어 보면….""당신이 항상 콘돔 사용하라고 가르쳤잖아. 그 말은 다 뭐야? 그래서 썼다고 하면 뭐라고 할 건데?" "뭐라고 하긴… 궁금해서… 아휴~ 속 터져. 당신까지 왜 이래?"남편을 지원군으로 확보하지 못한 저는 결국 정면 돌파를 결심했습니다. 안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지만 도대체 어디에 썼는지(?) 알지 못하면 아무 일도 못할 것 같았답니다. "착용감 알아보려고 썼어요, 뭐가 잘못 됐나요?"마침내 날을 잡아 아들과 단 둘이 텔레비전을 보다가 아무 일도 아닌 듯 가볍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너 저번에 받았다던 콘돔 아직도 가지고 있니?""콘돔? 무슨 콘돔이요?""작년에 명동에서 받았던 거, 그거 말야….""명동… 아! 그거, 아마 어디 있을 거예요. 그런데 왜요?""안 쓰면 이모 주면 안 될까? 이모가 슈퍼 가면 하나 사달라고 했는데 못 사왔거든.""그렇게 해요. 그런데 이모도 그거 쓴대요?""당분간 아이 낳지 않으려고 한대..."아들은 방에 들어가 서랍을 뒤지더니 문제의 콘돔박스를 들고 와 저에게 줍니다. 박스를 열어본 저는 '각본대로' 새삼 놀란 시늉을 합니다. "어머, 하나가 없네? 하나가 없어~ 니가 썼니? 설마 니 여자친구?"우리 아들, 엄마의 추측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입니다."내참, 아들을 그렇게 모르나? 걱정 마세요. 그런 일 없으니까. 하나 쓰긴 썼어요.""어… 디… 다? 그러니까 그걸 어디다 쓰냐고?""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예요?""당연히 모르지. 이걸로 풍선을 불었을 리도 없고….""나 참 창피하게… 착용감 알아보려고 한 번 해봤어요. 느낌이 어떤가 궁금해서요.""착용감? 정말?""다들 한 번씩 해본다던데. 아빠나 이모부한테 물어보세요. 다들 경험 있으실 걸요. 하하.""착용감이라고? 히히. 정말 웃긴다."며칠 동안 저를 고민하게 했던 사라진 콘돔 하나는 결국 시착용,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옵니다. 아들은 아직도 엄마가 자기 책상을 뒤지고 혼자 이상한 상상을 했다는 사실을 모른답니다. 평소 아들의 성 문제에 쿨한 척, 개방적인 척 하던 엄마가 그랬다는 걸 알면 얼마나 실망할까요.내 아들이 설마? 이젠 아들을 믿으렵니다▲ 아들은 자기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영화 <연애의 목적>의 한 장면. ⓒ 싸이더스스무 살 넘은 장성한 아들과 사는 엄마들이 가장 걱정하는 게 뭔지 아세요?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이 여자친구 데려와 "엄마, 얘 임신했어요", 이러는 거랍니다. 그래서 '다른 아들이면 몰라도 내 아들이 설마?'라면서도 엄마들은 때때로 아들의 방을 뒤지기도 합니다. 저 역시 스무 살 아름다운 청년이 된 아들을 지켜보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기쁘고 행복해서 일 때도 있지만 가끔씩은 뭔가 불안해서이기도 합니다. 이런 엄마의 걱정을 너무나 잘 아는 아들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만큼은 절대로 힘들게 하지도 아프게 하지도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하나님과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을 거라고도 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자기 방 물건을 들추지 말라고 합니다. 이쯤이면 아들을 믿어줘야겠지요? 저도 약속합니다. 다시는 아들 방을 몰래 뒤지는 일은 없을 거라고…. 김혜원(happy4) 기자
- (클릭! 새책)루비 레드
-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나는 백설공주의 친엄마였다. 나를 계모라고 하면 충격이 줄어들 것으로 여겨 사람들은 그렇게들 말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내 딸을 백설공주가 아닌 `루비 레드`라 부르고 싶었다" 동화 `백설공주`에서 딸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섬뜩한 악역으로 등장했던 왕비의 관점으로 새롭게 써내려간 백설공주 이야기다. 작가는 착하고 예쁜 공주의 이미지로 각인된 백설공주를 어머니인 왕비의 시선으로 되짚는다. 왕비에게 백설공주는 나약하고 수동적인 아이였다. 결국 그녀는 남편과 딸의 관계를 질투한 나머지 딸에게 독사과를 먹인다. 새책 `루비 레드`는 동화 형식을 빌려 가족의 병리 현상, 선과 악, 성 역할의 갈등, 사랑의 양면성 등 일상생활에서 겪는 `삶의 딜레마`들을 상징과 은유로 가공한다. 각 이야기 속에는 현실에서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기이하고 섬뜩한 일들이 펼쳐진다. 결혼을 기피하는 남자는 여자친구의 팔을 들고 도망간다. 그는 결혼을 요구하는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선언하지만 그녀의 팔이 해줄 수 있는 여러가지 이점(성가신 요구를 하지 않고, 자신이 원할 때만 스킨십을 할 수 있으며, 말없이 친구가 되어주는 등)을 못 잊어 결국 팔을 훔쳐 숲으로 도망친다.<내 여자친구의 팔> 거듭되는 사업 실패로 의기소침해진 남편은 어느날 갑자기 병속에 갇힌다. 평소 무능한 남편을 못마땅히 여겨온 부인은 그런 남편을 오히려 반긴다.<변신> 자식을 낳지 못하는 한 여인이 우연히 숲에서 발견한 알을 집으로 가져온다. 알에서 소녀가 태어나고 여인은 소녀를 애지중지 키운다. 사춘기가 된 딸의 등에 날개가 돋고 그녀는 몰래 날개를 잘라버린다. 언젠가 딸이 자신의 곁을 훨훨 떠날 것이 두려웠던 것. 하지만 결국 딸은 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면서 여인을 떠난다.<하늘 너머 하늘> 이처럼 비현실적인 설정을 통해 작가가 의도한 것은 `현실 풍자`. 심리학자이자 상담 치료가이기도 한 작가는 상담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심리적 고통과 갈등, 두려움을 소재로 15편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각 이야기에는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연인 등 가장 가까운 사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끼리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고 받는지, 평범해 보이는 일상속에 질투와 욕망, 소유와 애증 같은 감정들이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지 예리하게 보여준다. 우리가 애써 감춰온 삶의 생채기들을 남김없이 드러낸다. 마음의 상처를 거울로 비춰보는 과정은 그리 즐겁지 않다. 불편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저자는 그것이 `마음을 치유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단어들은 태초부터 인류가 걸어온 길을 표시하는 빵 부스러기입니다. 어떻게 어둠의 장막을 걷고 과자로 만든 집을 발견할 것인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로 잘 알려진 저자 로렌 슐레이터는 하버드 대학과 보스턴 대학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 현재 정신과 진료소 에프터케어 서비스의 소장으로 활동중이다. 1994년과 1997년 `미국 최고의 수필상`을 두차례 수상했고 1993년 `뉴 레터 문학상` 논픽션 부문 창작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Love Works Like This`, `Prozac Diary` 등이 있다. <에코의서재> 9500원.
- (클릭! 새책)우리를 철들게 하는 108가지 이야기
-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90세가 넘은 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자신의 손으로 인생을 이야기한다. "이 손이 우리에게 얼마나 값진 봉사를 했는지 생각해보렴. 넘어지면 받쳐주고 음식을 날라다주며 옷을 입혀주었지. 이 손으로 나는 자식들 눈물을 닦아주었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쓰다듬어 주었고 나라를 위해 총을 들었지. 한 여자를 사랑했고 `나는 그 사람 거`라고 이 손에 낀 결혼반지로 온 세상에 알렸지. 부모님과 아내를 땅에 묻을 때 떨렸던 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구나. 딸의 손을 잡고 결혼식장에 들어갈 때 역시 무척 떨렸단다. 부상당한 전우를 참호에서 끌어올릴 때 이 손에서 나도 모를 힘이 나오더구나. 이 손은 내 일생을 말해주고 내 모든 생고(生苦)를 의미하는 것 같구나" 김종욱 우리금융지주그룹 부회장이 엮은 `우리를 철들게 하는 108가지 이야기`에 나오는 일화다. 책에는 제목 그대로 우리를 철들게 하는 것들, 따뜻한 삶이 주는 용기,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성공하는 사람들의 처세에 관한 108가지 소중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꼭 누군가와 나누고 싶은 마음에 김 부회장이 직접 쓴 이야기와 다른 사람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를 10년간 엮었다고. "경이로움에 대한 매혹, 어린아이와 같은 탐구심, 삶에 대한 환희만 있으면 늙지 않는다"는 새뮤얼 울먼의 시구를 평생 실천해온 그의 넉넉한 웃음과 따뜻한 유머가 책 곳곳에서 묻어난다.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1만원을 들고 분유를 사러왔다. 분유 1통 값은 1만6000원. 힘없이 돌아서는 아이 엄마에게 가게 주인은 "통이 찌그러진 분유는 반값"이라며 2000원을 거슬러준다. 아이 엄마는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고 가게 주인은 천국을 얻었다. "일생을 마무리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한 기자가 테레사 수녀에게 물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먹이고 재우고 그들의 마지막 순간까지 돌봤던 테레사 수녀에게 생의 마지막 순간, 그들이 가장 간절하게 원했던 것을 묻고 싶었던 것이다. 테레사 수녀는 대답했다. "살아있는 몇 시간만이라도 자신이 버림받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일입니다" 김 부회장은 이야기한다. 자식들에게 매일 저녁 `탈무드`의 지혜를 가르치는 의무를 지켰던 유태인이 오늘날 전세계의 명예와 부의 반 이상을 차지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우리도 집집마다 또한 직장마다 자녀들과 직원들에게 첫째 비전을 제시하고, 둘째 잘잘못을 철저하게 가르치고, 셋째 어려움을 참도록 격려하며 모범을 보이고, 넷째 칭찬을 아끼지 말고, 다섯째 기를 살려주고, 여섯째 기도하는 마음과 감사하는 마음을 가르쳐주면 철이 들게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의 바탕에 사랑과 신뢰가 있어야 한다고. 복잡하고 시끄럽고 야비하고 가벼워졌다고 하는 요즘 세상이라도 소박하고 깨끗하며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도 참으로 많다. 철든 자녀가 있으면 집안이 잘되고, 철든 경영인과 사원이 많으면 기업이 발전한다. 책 한 권으로 철든 우리가 모여서 이 세상을 좀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하겠다. 예지.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