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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X파일]'유한양행 매출 1조' 누가 돌 던지나
- 유한양행 본사 사옥[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지난 19일 유한양행(000100)은 올해 누적 매출 1조100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례적으로 결산실적 공시가 아닌 올해 초 내놓은 영업실적 전망을 수정하는 형식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기록을 공개했다. 별도 법인으로는 117년 국내제약 역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 고지를 유한양행이 최초 정복한 것이다. 김윤섭 유한양행 사장은 이날 “제약 역사상 첫 1조의 주역을 유한양행이 이룩한 것에 대해 큰 자부심과 감사함을 느낀다”고 자축했다.◇2011년부터 도입신약 판매 전략으로 매출 51%↑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유한양행의 매출 1조원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다국적제약사의 제품을 대신 팔면서 거둔 실적이기 때문에 ‘첫 1조원’의 의미가 퇴색됐다”라는 논리다. 지난 몇 년간 유한양행은 다국적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의 국내 판권을 따내 외형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지난 2011년부터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 당뇨약 ‘트라젠타’, 고혈압약 ‘미카르디스’, 페렴백신 ‘프리베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등 굵직한 제품을 연이어 장착했다. 베링거인겔하임, 화이자, 길리어드 등 글로벌제약사들도 유한양행과의 제휴를 선호했다.도입신약 판매 전략은 즉각 반응을 보였다. 2011년 6677억원이었던 매출은 3년 만에 무려 51.3% 뛰었다. 유한양행이 파는 제품은 대부분 ‘히트 제품’의 반열에 올랐다. 주요제약사 상품매출 비중(단위: 억원, %, 자료: 금융감독원)도입신약의 판매가 성공하면서 유한양행의 상품매출 비중도 높아졌다. 지난 3분기 기준 유한양행의 상품매출 비중은 72.3%로 상장 제약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상품매출로 집계되는 원료의약품 수출 실적을 제외하더라도 높은 편이다. 유한양행은 자회사인 유한화학이 생산한 원료의약품을 미국, 유럽, 일본 등에 판매하는데, 지난해 업계 최초로 원료의약품 수출 실적이 1000억원을 넘어선 바 있다.유한양행의 낮은 연구개발(R&D) 비중도 도마 위에 오른다. 지난 3분기까지 유한양행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 비율은 5.7%로 한미약품(22.4%), 동아에스티(10.9%) 등 경쟁사들에 크게 못 미친다. 신약 성과도 지난 2005년 항궤양제 ‘레바넥스’ 이후 소식이 끊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한양행이 다국적제약사의 도매상 역할을 하면서 국내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효과적인 영업전략 성과..“경쟁사들도 도입신약 팔지만 성과 미미”유한양행의 실적 고공비행을 보는 따가로운 시선에도영업현장에서는 부러움을 표출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한 상위제약사 영업본부장은 “유한양행이 영업을 잘해서 거둔 실적일 뿐, 다른 제약사들은 문제를 제기할 처지가 안된다”고 진단했다. 현재 제약 환경에 맞는 효율적인 영업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유한양행 뿐만 아니라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대웅제약, 녹십자, 종근당, 일동제약 등 국내업체 대부분 다국적제약사의 신약 판권 도입 경쟁에 나섰다. 심지어 일부 업체들은 다국적제약사들이 만든 제네릭 제품도 대신 팔아주는 굴욕도 감수하는 실정이다. 심각한 먹거리 고민에 빠진 제약사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약가인하, 리베이트 규제 강화 등의 환경변화로 복제약(제네릭)으로 외형을 확대하는 기존 전략은 더 이상 시장에서 통하지 않을 뿐더러 굵직한 신약을 발굴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현실이다. 도입신약으로 외형을 키우면서 신약개발을 위한 자금도 확보하겠다는 게 제약사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제약사들이 건강기능식품이나 식품 영역에도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무엇보다 유한양행이 단지 좋은 제품을 많이 가져왔다는 이유로 매출이 급증한 것만은 아니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한양행이 판매 중인 신약 제품의 특성을 따져보면 당초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라는 평가다. 의약품 조사 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유한양행의 주력 신약 3인방인 트윈스타(780억원), 트라젠타(810억원), 비리어드(670억원) 등 3개 품목은 지난달까지 총 2260억원을 합작했다. 내년에는 3개 제품 모두 1000억원을 내다볼 정도로 파죽지세다. 연 매출 1000억원은 전체 의약품 중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당초 트윈스타와 트라젠타는 기존에 발매된 다른 제품과 유사한 ‘후발주자’라는 이유로 시장성이 높게 평가되지 않았다. 2012년 발매된 트윈스타의 경우 두 가지 성분의 고혈압약이 결합한 복합제인데, 노바티스의 ‘엑스포지’, 한미약품의 ‘아모잘탄’ 등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이후 뒤늦게 발매됐다. 그럼에도 트윈스타는 현재 고혈압약 1위로 우뚝 섰다. 2012년 출시된 트라젠타는 같은 ‘DPP-4 억제 계열’ 당뇨치료제 중 4번째로 등장한 약물이다. 당시 MSD의 ‘자누비아’(2008년 발매), 노바티스의 ‘가브스’(2009년 발매), 아스트라제네카의 ‘온글라이자’(2011년 발매) 등이 대웅제약, 한독 등과 손 잡고 영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유한양행은 한발 늦게 시장에 진입하고도 역전에 성공했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트라젠타가 발매될 당시 유사 제품이 많다는 이유로 도입 배경에 물음표를 제기하는 시선이 많았다”고 말했다.비리어드는 유한양행의 판권 도입 경쟁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비리어드는 지난 2012년 말 유한양행이 판권을 가져갈 당시 ‘블록버스터 보증수표’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유명세를 탄 제품이었다. 국내 의약품 시장 1위를 기록중인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보다 우수한 약물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한 개발담당 임원은 “비리어드는 국내 도입 이전부터 연 매출 1000억원이 보장되는 제품으로 평가받으면서 업체간 판권 도입 경쟁이 치열했다”고 회상했다. 유한양행이 신약 판매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다국적제약사들도 유한양행을 제휴 파트너로 선호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연도별 유한양행 매출 추이(단위: 억원, 2014년은 12월19일까지 누계 매출)◇‘제네릭보다 신약 판매 전념’ 영업전략 주효신약 판매에 전념하는 영업전락도 주효했다. 최근 유한양행은 제네릭 영업 의존도를 낮추고 도입신약 판매에 집중했다. 올 상반기에는 영업사원의 동기부여를 위해 성과급을 예년보다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제약사들은 신약을 발매하더라도 거래처를 많이 방문하지 않고 제품력에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유한양행은 제품력도 우수한 신약을 제네릭 팔듯 자주 의료진을 찾아다니다보니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김윤섭 사장이 직접 영업사원과 함께 거래처를 뛰어다닐 정도로 열정을 보인 점도 유한양행 영업력의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다.유한양행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이 열심히 뛴 결과 성과가 좋았다”면서 “최근 허가받은 고혈압·고지혈증약 복합제를 중심으로 바이오신약, 천연물신약 등 자체개발 제품의 시장 확대에도 주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유한양행, 외형확대로 수익성 개선..'매수'-신한☞유한양행, 유일한상에 김모임 前 장관 선정☞유한양행, 매출 1조 돌파..업계 최초
- "정부 R&D 비용 수천억 썼지만 글로벌신약은 0개"
-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국내제약업체들의 신약 성과는 아직 초라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허가받은 국산신약 21개 제품 대부분 내수용인데다 3개 제품을 제외하고는 매출이 100억원에도 못 미친다. 지난 2011년 이후 4개의 줄기세포치료제가 승인받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제품과는 거리가 멀다.국산신약 생산실적 현황(단위: 억원, %, 자료: 식품의약품안전처)그나마 국내업체가 개발한 의약품 중 글로벌 시장에 가장 근접한 제품으로 보령제약(003850)의 고혈압약 ‘카나브’와 셀트리온(068270)의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램시마’가 꼽힌다.국산신약 중 가장 많이 팔리는 ‘카나브’는 멕시코, 중국 등 총 16개국에서 약 2억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는 유럽, 일본, 캐나다 등에 발매됐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입성을 앞두고 있다. 보령제약은 카나브 개발에 총 282억원을 투입했는데 이중 정부 지원금은 32억원에 불과하다. 램시마는 연구개발에 2000억원 이상이 소요됐지만 정부로부터 단 1원도 지원받지 못했다. 정부 지원이 상업화로 이어진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얘기다.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 2013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제약산업과 연관이 깊은 생명과학과 보건의료 분야에 지원된 연구·개발(R&D)비용은 1조9324억원으로 2009년 1조3911억원에서 매년 증가추세다. 하지만 이중 직접적으로 의약품 개발에 투입된 비용은 2885억원에 그쳤다. 연도별 보건의료·생명과학 분야 정부 R&D 지원금(단위: 억원, 자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그나마 2011년 2994억원에서 2년새 3.8% 줄었다.업계에서는 글로벌 신약 1개 품목 개발을 위해 10~15년 동안 1000억~1조원 가량이 소요된되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남윤인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혁신형제약기업에 선정된 제약사 41곳에 직접 지원한 R&D 비용은 324억원이다. 업체당 불과 8억원 가량 지원받은 셈이다. R&D 지원 규모 확대와 함께 효율적인 투자 시스템 정착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정부 한 관계자는 “매년 수많은 과제들이 R&D 지원을 받지만 정작 성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고 성과에 대한 추적 시스템도 없다”면서 “비전문가들이 지원 과제를 선정하는 경우도 많아 과연 제대로 평가가 이뤄지는지도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성과 추적 시스템의 부재로 업계 일각에서는 “프리젠테이션만 잘해서 지원만 받아내면 끝”이라는 도덕적 해이도 만연한 실정이다. 정부 지원금을 놓고 산·학간의 갈등도 노출되기도 한다.지난해에는 한 대학교 연구진이 대웅제약을 상대로 “소유권이 없는 특허기술로 정부 지원금을 따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발생했다. 2011년 대웅제약은 A 대학으로부터 넘겨받은 물질로 정부 지원금을 18억원을 따내고 연구를 진행했는데, 독성이 나왔다는 이유로 연구를 중도포기했다. 하지만 기술이전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해당 물질의 개발자에게 사용료를 지급하지 않으면서 갈등이 촉발됐다. 지원을 결정한 산업자원통상부(당시 지식경제부)가 성과관리를 제대로 않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업계에서는 범 정부 차원의 R&D 컨트롤타워가 절실하다는 요구가 많다. 전문가들은 지난 2011년부터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등 3개부처가 공동으로 진행 중인 범부처 신약개발사업단을 주목하고 있다. 3개 부처는 오는 2020년까지 총 53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 시장 진출이 가능한 신약 10개 이상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직 사업 시행 초기단계이지만 사업단의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다. 지난 9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미래부에 제출한 범부처전주기신약개발사업에 대한 특정평가 자료를 보면, 올해 2월까지 총 40개 과제에 정부 출연금이 627억원 투입됐는데 기술이전 실적은 총 4개 과제 72억원에 불과하다. 기술이전 4건 중 2건(제넥신 46억원, SK바이오팜 18억원)은 사실상 자회사간 기술이전이어서 실제 효과는 8억원인 셈이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의 기술이전 실적(2014년 2월 기준, 자료: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정부 부처가 손잡고 만들어도 R&D 지원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인데도, 지금은 각 부처간 아무런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중복투자도 많은 편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은 사업목표를 지난해 ‘신약 10개 이상 개발’에서 ‘신약 10개 이상 기술이전’으로 수정하는 시행착오도 겪었다. 정윤택 보건산업진흥원 제약산업지원실장은 “정부의 R&D 지원사업이 역사가 20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까지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면서도 “앞으로는 글로벌 신약이라는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중복투자를 방지할 수 있도록 범부처차원의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보령제약, 고혈압신약 '카나브' 에콰도르 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