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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등 당첨금 1조7000억원…美서 '인생역전' 주인공 나오나
- [이데일리 유찬우 인턴기자] 미국에서 당첨자가 38번 연속 나오지 않아 이번에 1등이 되면 12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받을 수 있는 복권 ‘파워볼’ 추첨이 오는 2일(현지시간) 열린다. AP통신 등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매주 세 번 열리는 파워볼 추첨에서 지난 8월 3일 이후 1등이 나오지 않아 당첨금이 12억달러로 늘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당첨금이 1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파워볼 사상 이번이 세 번째다.파워볼 복권.(사진=AFP)파워볼은 숫자 1∼69중 ‘화이트 볼’ 번호 5개, 숫자 1∼26중 ‘파워볼’ 번호 1개 등 총 6개의 수를 알아맞히는 방식의 복권이다. 1등 당첨 확률은 2억9220만분의1(0.000000003%)이다. 한국 시간으로 1일 정오에 열린 추첨 번호는 화이트 볼 13, 19, 36, 39, 59, 파워볼 13이다.1등 당첨자는 29년에 걸쳐 연금 방식으로 당첨금을 나눠 받거나, 한꺼번에 받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당첨금을 한 번에 수령하면 액수가 줄어드는데, 다음 추첨 당첨자가 한 번에 수령하는 방식을 택할 시 5억9600만달러(약 8450억원)를 지급받게 된다.현재 파워볼은 미국 내 45개주와 워싱턴 D.C., 푸에르토리코(카리브해 대앤틸리스 제도에 위치한 미국 자치령), 미국령 버진아일랜드에서 구매가 가능하다.지금까지 기록된 세계 복권업계에서 가장 큰 당첨금 액수는 2016년 파워볼 1등 당첨금액이었던 15억8000만달러(약 2조2600억원)다. 당시 당첨금은 3명이 나눠 가졌다. 이에 대해 AP는 “미국 복권 판매 관계자들이 최고 당첨금을 올리기 위해 게임 규칙과 복권 가격을 조정하며 최근 몇 년 동안 엄청난 액수의 잭팟(1등 당첨)이 흔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 로또 1등만 433명, 번호도 이상하다?…'조작설' 나온 필리핀
-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필리핀에서 1부터 55까지의 숫자 가운데 6개를 맞춰야 하는 로또복권의 1등 당첨자가 무려 433명이나 나와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4일(현지시간) 필리핀뉴스통신(PNA)과 미국 블룸버그통신,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지난 1일 필리핀 복권 ‘그랜드 로또’의 추첨 결과 1등 당첨 번호는 9, 18, 27, 36, 45, 54가 나왔다.1등 당첨자는 총 433명이 나왔는데, 이들은 2억3600만페소(한화 약 57억원)를 나눠 가지게 되면서 1인당 54만5000페소(1325만원)을 얻게 됐다.다만 당첨 번호가 모두 9의 배수인 데다 1등 당첨자가 너무 많이 나오면서 조작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사진=트위터)필리핀 로또는 45개의 숫자 중 6개의 추첨 번호를 맞춰야 하는 국내 ‘로또 6/45’와 비슷하지만, 숫자 폭이 더 넓어 맞출 확률도 적다.국내 1등 로또에 당첨될 확률은 약 814만분의 1, 필리핀의 경우는 약 2900만분의 1이다.BBC씨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로또 참가자가 1000만 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이처럼 많은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0.1의 1224제곱 수준이라고 설명했다.필리핀의 상원 아퀼리노 코코 피멘텔 원내대표는 “통계적으로 매우 드문 사건이다. 로또는 정부의 승인하에 벌어지는 사업으로, 무결성을 유지하고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상원의 아키노 피멘텔 3세 의원 역시 “이상하면서 이례적”이라며 로또 결과에 대한 조사를 요구했다.반면 국영 복권운영업체인 필리핀복권위원회(PCSO) 측은 조작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이날 “어떤 조사도 환영한다”면서 조작설을 일축하고 나섰다. 멜키아데스 로블레스 PCSO 총책임자 또한 “부정행위는 없다”면서 “필리핀 사람들은 숫자 배열에 돈을 거는 경향이 있다”고 반박했다.테렌스 타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의 수학 교수는 특징을 가진 일련의 숫자가 당첨되는 것에 “드물다”면서도 “통계적으로 수십 년마다 전 세계 복권 중 특이한 패턴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 삼성, ARM 인수해 시스템반도체 1위 도전…반독점 논란 돌파 관건
- [이데일리 김상윤 최영지 이다원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며 ‘반도체의 중립국’으로 불리는 반도체 설계회사 ARM 인수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의 인수가 무산된 이후 대주주인 손 회장은 한때 나스닥 기업공개(IPO) 쪽으로 발을 옮겼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인텔, 퀄컴 등이 인수 의향을 보이면서 다시 매각 시도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반도체 독과점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글로벌 경쟁 당국의 칼을 피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2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1일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내달 서울서 ARM 인수 본격 논의21일 중남미, 영국 등 글로벌 경영행보를 마치고 귀국한 이 부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영국에 본사를 둔) ARM 경영진은 안 만났지만, 내달 (대주주인) 손 회장이 서울에 와 만날 것”이라며 “(손 회장이) ARM 인수 관련 제안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ARM 인수·합병(M&A) 관련 구체적인 행보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1990년 영국에서 설립한 ARM은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계의 팹리스’라고 불린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애플, 화웨이, 미디어텍 등 세계 1000여 기업에 반도체 기본 설계도인 아키텍처(프로세서 작동법)를 만들어 제공하고 사용료(로열티)를 받고 있다. 무겁고 전력 사용이 많은 인텔의 아키텍처에 비해 작고 효율적인 프로세서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저전력이 필요한 스마트폰의 90% 이상, 태블릿PC의 85%가 ARM이 기본 설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사용하고 있다.소프트뱅크는 지난 2016년 ARM을 320억달러에 매입한 이후 4년 만에 400억달러 가치를 받으며 그래픽 반도체 팹리스인 엔비디아에 매각을 시도했다. 하지만 반독점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미국의 공정거래위원회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면 다른 팹리스 업체에 대한 라이언스 제공이 불리해지거나 거래가 아예 차단되는 ‘봉쇄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M&A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ARM을 인수한 엔비디아는 반도체 설계에 대한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면서 경쟁사 대비 우월적 지위에 오를 수 있었지만, 눈물을 머금고 인수를 포기했다.엔비디아 인수가 매각되면서 ARM의 행방은 오리무중이 됐다. 손 회장은 매각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IPO도 고려했지만, 여러 반도체 설계회사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반독점 논란을 피하면서 인수에 나서는 방안을 제안하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유력한 인수 주체로 부상한 셈이다.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하지만, 중앙처리장치(CPU) 등 프로세서 분야에서는 후발주자다. ARM이 보유한 반도체 설계 기술력이 더해진다면 삼성전자가 내세우는 ‘2030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 5G, 인공지능(AI) 등이 발전하면서 빅데이터를 처리하면서도 에너지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저전력 프로세서에 대한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ARM을 인수한다면 인텔 등을 제치고 시스템반도체 선두주자로 오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다.◇반독점 논란 피할 인수방식 관건관건은 인수 방식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다른 전략적 투자자(SI)와 컨소시엄을 꾸려 공동인수에 나서는 방식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독 인수에 나설 경우 시스템반도체 사업부문과 시너지를 만들면서 효율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지만, 반독점 심사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은 터라 독과점 남용 가능성을 최대한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팻 겔싱어 인텔 CEO가 지난 5월 이재용 부회장과 서울에서 만나면서 ARM 공동인수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ARM의 아키텍처와 인텔의 아키텍처가 합쳐지면 수직결합의 봉쇄효과를 넘어 아키텍처 수평결합에 의한 독과점까지 불거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오히려 ARM의 아키텍처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 차량용 반도체 팹리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삼성전자가 ARM 인수에 성공하면 전장·오디오 전문기업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한 지 6년 만에 대형 M&A가 이뤄진다. 그간 사법 이슈로 적극적으로 경영에 나서지 못한 이 부회장이 복권 이후 본격적으로 ‘뉴삼성’ 플랜에 나서는 셈이다.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전력 반도체 핵심 설계기술을 보유한 ARM을 인수하는 것은 삼성전자로서 상당히 의미가 크다”면서 “다만 반독점 이슈가 워낙 거센 상황에서 매각 주체인 소프트뱅크와 함께 정교한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삼성 '컨트롤타워 설립' 필요한 이유, 셋
- [이데일리 이준기 김상윤 최영지 이다원 기자] “지금 삼성의 상황이 좋아 보이지만 속을 뜯어보면 굉장히 위험합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삼성이 맞닥뜨린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가장 잘 나간다는 반도체 하나만 놓고 봐도 그렇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를 미래 먹거리로 꼽고 공을 들이고 있지만 글로벌 파운드리 최강자인 대만 TSMC의 벽은 높기만 하다. 세계 최초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제품 양산이라는 승부수를 띄웠으나 아직 고객 확보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애플·AMD 등 큰 손들은 여전히 TSMC에 독점적으로 물량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이 인텔을 앞세워 파운드리 시장 탈환에 나선 점도 위기를 증폭시키고 있다.신사업 방향 설정, 대내외 위기 타개, 향후 지배구조 개편 등 삼성이 떠안고 있는 각종 숙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면 이재용 부회장의 복권을 계기로 하루빨리 그룹 내 ‘컨트롤타워’를 복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는 이유다.사진=방인권 기자◇3개 TF체제 한계 봉착현재 삼성은 사업지원(삼성전자), 금융경쟁력제고(삼성생명), EPC(설계·조달·시공)경쟁력강화(삼성물산) 등 사업부문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룹을 이끌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 결정권이나 실행 권한을 가진 조직이 아닌 만큼 과거 미래전략실과 비교해 효율성 면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물론 그간 이 부회장의 리더십 공백이 가장 큰 이유로 꼽혀오긴 했지만 산업 대전환기 삼성은 혁신 측면에서 발 빠른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이 뒤따랐다. 일각에선 한시적인 계열사별 각자 도생 체제 자체가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잖았다. 지난 5월 1조원 이상 규모의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 네트워크의 대규모 통신장비 공급사 선정, 같은 달 삼성전자와 미국 인텔 간 협력체제 구축, 지난달 세계 최초의 GAA 기술 적용 3나노 파운드리 제품 생산 등 굵직굵직한 성과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린다. 더욱이 2017년 초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이후 삼성전자의 대형 인수합병(M&A) 계보는 명맥이 끊긴 상태다. 올 초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모바일·가전 등 전 사업부문에서 ‘빅딜’을 예고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성과는 전무하다.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은 반도체와 가전, 금융 등 안 다루는 분야가 없을 정도”라며 “이들 분야 모두 상호 연결성을 키워 발전시켜야 할 사업들인 만큼 이를 전체적으로 바라보고 더 나아가 글로벌 환경에 맞춰 정책을 검토하고 실현하는 구심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룹 경영 차원에서 방향성 제시할 확실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무엇보다 이 부회장이 4세 경영 승계를 포기한 만큼 향후 이사회와 전문 경영인 중심의 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이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뒤따르려면 그룹 컨트롤타워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재계 전반의 시각이다.그래픽=문승용 기자◇핵심은 ‘권한과 책임 일치’전문가들은 삼성 컨트롤타워의 핵심을 ‘권한과 책임의 일치’로 꼽는다. 구조조정본부·미래전략실 등 과거 컨트롤타워 모두 권한만 비대했지 책임은 지지 않는 불투명한 구조였다는 점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고위 관료는 “컨트롤타워에 정답은 없다”며 “(주)LG와 같은 지주회사가 과거에는 일반적 표준이었지만, 삼성처럼 지주사가 없는 곳은 답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태로든, 그룹 전체의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에 따른 책임을 지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그게 컨트롤타워의 핵심”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컨트롤타워를 복원하되 신사업 추진 등으로 기능을 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과 같은 거대 기업의 경우 투자 전략을 담당하고 분석하는 확실한 역할 및 기능을 담당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황용식 교수는 “컨트롤타워가 재건되면 가장 먼저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10년, 20년 후를 대비할 미래 먹거리를 일단 제시해 앞으로 어떤 분야의 선도기업 될 건 지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MZ세대와 셀카 찍는 이재용 부회장…삼성 조직문화 확 바꾼다
- [이데일리 김상윤 이준기 최영지 기자] “재드래곤 떴다! 입사 첫해 잊지 못할 추억 생성!”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인스타그램)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 로비에 800여명의 직원들이 대거 모였다. 8·15 광복절 특사에 이름을 올려 복권된 이 부회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지난 19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반도체 R&D(연구개발)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데 이어 닷새 만에 계열사를 방문하며 현장 경영 보폭을 넓힌 셈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4조5000억원 규모의 멕시코 타바스코주 도스 보카스 정유 프로젝트, 1조4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 처리시설 등 해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이번 방문을 통해 중동사업에 보다 힘을 실어주는 한편, ‘기술 중시’ 경영 기조를 비전자 계열사에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사업 점검도 있지만 이 부회장이 노린 ‘카드’는 또 있다. 이 부회장은 GEC 구내식당에서 임직원과 점심식사를 하면서 격의 없는 소통 행보도 시작했다. 사내 어린이집을 방문해 운영 현황을 살펴보고 보육 교사들을 격려했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들은 이 부회장과 셀카나 단체 사진을 찍었고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일일 카메라맨’을 자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손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삼성 직원 SNS)◇네카라쿠베 조직문화로 바꾸는 삼성전자이 부회장이 복권된 이후 사내 스킨십 광폭 행보를 펴는 건 조직문화 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글로벌 기업과 초격차 기술을 다투기 위한 ‘뉴삼성’으로 도약하려면 일하는 문화부터 미래지향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게 이 부회장의 생각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 출장길에 “추격이나 뒤따라오는 기업과의 격차 벌리기만으로는 이 거대한 전환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 새로운 삼성을 함께 만들어 가자”며 ‘뉴 삼성’ 구축을 재차 강조한 바 있다.실제 삼성전자는 새로운 인사 실험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발표한 인사제도 및 조직문화 개편안을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 새 인사제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앞으로 임직원 승진 때 ‘직급별 체류기간’을 폐지해 과감한 발탁 인사를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그간 삼성전자의 직원 직급단계는 CL(Career Level) 4단계(CL1∼CL4)로 돼 있었다. 승격하기 위해선 단계별로 최소 4~5년씩 10년 이상의 기간을 채워야 했다. 하지만 새로 도입된 ‘승격 제도’를 통해 내년도부터는 업무 성과와 직무 전문성만 입증하면 사원에서 부장까지 단 몇 년 만에 승진이 가능해진다.여기에 ‘부사장, 전무’로 나뉘던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전격 통합해 임원 직급 단계도 줄였다. 젊은 경영진을 조기에 육성하기 위해 30대 임원, 40대 최고 경영자(CEO) 등이 나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삼성전자는 사내 인트라넷에 직급 및 사번 표기도 삭제하고 승격 발표도 폐지했다. 여기에 상호 높임말 사용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2017년 직급단계를 기존 7단계에서 4단계로 단순화하면서 직원들 간 호칭도 ‘프로’ 등으로 통일했지만 상호 존댓말 쓰기를 시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네카라쿠배(네이버·카카오·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등 IT 기업 같은 수평적 조직문화를 안착시키겠다는 취지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서울 강동구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글로벌엔지니어링센터(GEC)를 방문해 직원들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 직원 SNS)◇절대평가 확대로 팀 간 협력도 강화여기에 고과 평가방식을 고성과자(10%)를 제외하고 나머지 90%에 대해서는 기존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동료평가도 도입했다. 상위 고과를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고 절대평가를 확대해 팀 간 협력 강화를 꾀한 셈이다. 디바이스솔루션(DS)글로벌 채용 그룹장인 김희승 상무는 지난 23일 성균관대 제1공학관에서 개최한 ‘T&C(Tech&Career) 포럼’에서 “삼성전자를 최고 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사람이 모이는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며 “일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 바꾸고 있다”고 누차 강조했다.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조만간 뉴삼성을 위한 비전을 보다 구체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 제일’ 창업이념을 핵심 가치로 삼아 인재 육성과 조직 성장을 위한 인사 혁신을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이다.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 입장에서는 구글, 애플, TSMC 등 세계 유수 기업과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조직문화 변화, 조직문화 혁신이 없다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며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경영 행보에 나선 만큼 글로벌 1등 기업다운 혁신 문화 심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삼성 인사제도 개편 (그래픽=김일환 기자)
- 이재용 복권 후 첫 경영행보..삼성 기흥 R&D센터는 어떤 곳?
-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이 복권 후 첫 현장 경영의 장소로 꼽은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의 연구개발(R&D) 단지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이 기술 초격차를 거듭 강조한 만큼 기흥 R&D 단지는 미래 반도체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최첨단 복합 연구개발 시설로 조성될 방침이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삼성전자는 19일 기흥캠퍼스 R&D단지 착공식을 개최했으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든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이날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경계현 DS부문장, 정은승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임직원 100여 명이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R&D 단지 착공식에 참석했다. 기흥캠퍼스는 지난 1983년 삼성의 반도체 사업이 태동한 곳으로, △1992년 세계 최초 64M D램 개발 △1992년 D램 시장 1위 달성 △1993년 메모리반도체 분야 1위 달성 등 반도체 초격차의 초석을 다진 곳이다.삼성전자가 기흥에 새로 건설하는 반도체 R&D단지는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 반도체 R&D 분야의 핵심 연구기지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기흥 반도체 R&D 단지는 약 10만9000㎡(3만3000여 평) 규모로 건설된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 중순 가동 예정인 반도체 R&D 전용라인을 포함해 2028년까지 연구단지 조성에 약 2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그간 화성캠퍼스 내 디바이스솔루션리서치(DSR), 반도체연구소(SRD) 등을 중심으로 반도체 기술을 연구했다. 기존 R&D 시설에 엔지니어 수와 설비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연구·사무 공간이 크게 부족한 상태로, 기흥 R&D 단지가 완공할 경우 신기술 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사진 가운데)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진교영 삼성종합기술원장, 경계현 DS부문장, 이재용 부회장, 정은승 DS부문 CTO,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진=삼성전자)기흥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이재용 부회장이 직원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대만 TSMC와 미국 인텔 등 경쟁사들도 R&D 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어 향후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한 R&D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 준비 역시 기흥 R&D센터의 과제로 꼽힌다. 이 부회장은 이날 “40년 전 반도체 공장을 짓기 위해 첫 삽을 뜬 기흥사업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며 “차세대뿐만 아니라 차·차세대 제품에 대한 과감한 R&D 투자가 없었다면 오늘의 삼성 반도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술 중시, 선행 투자의 전통을 이어 나가자”며 “세상에 없는 기술로 미래를 만들자”고 강조했다.앞서 이 부회장은 6월 유럽 출장 귀국 당시 “첫번째도 기술, 두번째도 기술, 세번째도 기술”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네덜란드의 ASML과 벨기에의 종합 반도체연구소(아이멕·imec)에 가서 차세대, 차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어떻게 되는지 느낀 게 제일 중요했다”며 R&D와 핵심 장비 시설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생생확대경]경제인 광복절 특사 단 4명, 그 숨은 의미
- [이데일리 이준기 산업부 차장] 2007년 12월28일 당선인 신분으로 가장 먼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찾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차기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로 만들겠다”고 했다. 당시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대불공단 전봇대’ 발언과 함께 친기업 정권의 상징적 단어가 됐다. 그러나 MB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 글로벌 금융위기,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등 숱한 파란을 겪으며 지지율 급락을 경험했고, 2009년 후반기 돌연 친서민 기조로 정책 방향을 확 바꿨다. 그해 9월 “대기업의 선제적 투자는 사회적 책임이자 소명”이라는 발언과 함께 대기업에는 사회적 책임론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MB는 부침 속에서도 지지율 고공 행진을 거듭했고 이내 정권 재창출까지 이뤘다.최근 재계 안팎에선 지지율 급락으로 정치적 위기에 놓인 윤석열 대통령이 자칫 MB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가 제법 들린다. ‘민간 주도 성장’을 내세우며 화려하게 정권을 탈환한 윤 정부가 국면전환을 위해 친서민·반기업으로 국정운영 기조를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8·15 광복절 특사는 그 전조 현상이다. 사면·복권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경제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 4명. 얼핏 MB,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이 일괄 배제된 것과 비교될 수는 있으나 실상을 보면 경제계의 바람과는 차이가 크다. 경제계 고위 관계자는 “경제단체들이 법무부와 청와대에 사면·복권을 건의한 경제인은 얼추 수십 명에 달한다”며 “고작 10분의 1 정도 수준만 사면·복권 대상이 된 것”이라고 했다.그간 수세에 몰렸던 정부들의 가장 큰 특징은 포퓰리즘의 정치적 활용이었다. MB 정부는 민심을 돌리고자 재래시장 방문 등 서민 행보를 연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등록금 후불제, 보금자리주택, 미소금융 등 당시 시민단체나 민주노동당(정의당 전신) 등에서나 주장했던 정책들까지 과감히 도입했다. 최근 논란의 대상에 다시 오른 대형마트 의무휴업제 역시 MB 정부의 작품이었다. 대신, 대기업을 향해선 법인세 인하 등 감세 정책에도, 투자 미진·일자리 증가세 미흡 등을 꼬집으며 “사회적 책임”을 압박했다. 당시 여권 안팎에서 분출했던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회전을 하고 있다’는 비아냥도 뭉갰다. 그만큼 정치적 이득이 컸다. 한때 10% 대에 그쳤던 MB 지지율은 2009년 친서민 정책 시행 이후 50%대까지 치솟았으며, 퇴임 때까지 부침 속에서도 30%대(리얼미터 기준)의 안정적 지지율을 유지했다.국내 10대 기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 5월 향후 5년간 100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30만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 속 반도체 등을 둘러싼 미·중 패권경쟁이 한창이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는 기업들의 복안이 묻어났다. 이 와중에 삼성·SK 등 대기업들은 자진해서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정치적 위기 타개를 이유로 기업들의 기를 죽이는 자충수는 두지 말아야 한다.
- 삼성전자, 소액주주 600만명 육박…주가부진에도 85만명 '쑥'
-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삼성전자(005930) 소액주주가 600만명에 육박했다. 올 상반기 85만명 이상 늘어나면서다. 이 기간 삼성전자 주가는 약 27% 하락했지만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5조원 넘게 사들였다.16일 삼성전자가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소액주주(지분율 1% 이하) 수는 592만269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506만6351명)보다 85만6342명 늘어난 규모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삼성전자 주가는 올 연초(1월3일) 7만8000원대에서 6월 말 5만7000원대를 기록하며 27.20% 하락했다. 이 기간(1~6월)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15조161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9조230억원, 기관이 6조4430억원 순매도 팔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각종 매크로(거시경제) 악재가 맞물리면서 실적 펀더멘털 대비 큰 폭 조정받아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지정학 위기, 중국 봉쇄, 인플레이션 등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경기 둔화 우려가 번졌다. 하반기 들어선 국내 증시가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를 이어가는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는 일부 회복세를 보였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1.33% 오르며 6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1일 종가 기준 7.02% 상승한 것이다. 개인과 함께 외국인이 동반 ‘사자’세를 보이며 주가 반등세를 이끌었다. 하반기 같은 기간 개인은 4960억원, 외국인은 3880억원을 사들였다. 기관은 9700억원을 팔아치웠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 들어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감과 함께 2분기 기업 실적과 전망이 우려보다 양호하게 나타나면서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주요국 증시와 반도체 섹터가 큰 폭 상승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달엔 법무부가 8·15 광복절 특별사면 발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별복권을 공식화하는 등 상승 모멘텀이 작용하기도 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 복권을 계기로 향후 경영 복귀가 현실화된다면 이 부회장, 태스크포스(TF), 전문 경영인 등과 협의해 2016년 11월 하만 이후 부재한 대형 인수합병(M&A)과 핵심 전략 사안에 대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삼성전자가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 반도체 지원법 (Chips Act)에 따른 해외 생산거점 확대와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칩4(Chip 4) 참여 등의 현안 해법 모색, 반도체 선단공정 투자 확대 등이 예상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주가 불안 요소도 남아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론이 실적 가이던스 하향과 캐팩스(시설투자) 축소 계획이 연달아 발표되면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D램 현물가는 지난 주까지 8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 리서치센터장은 “유가가 크게 튀지 않는다면 인플레이션은 내년 3~4월을 지나면서부터는 더욱 의미있는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주가에 부정적인 요인 중 하나는 최소한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이제 기업 실적이 중요한 주가의 변수로 부각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 연관성이 높은 엔비디아, 마이크론, AMD, 인텔, 퀄컴 등의 업데이트된 가이던스는 확실히 별로 좋지 않다는 점에서 낙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물가는 꺾였는데…美 FOMC에 쏠리는 눈[주간증시전망]
-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미국의 물가 우려가 정점을 찍고 내려올 것이란 기대가 커지며 코스피에도 훈풍이 불었다. 다만 이번주(16~19일)에는 미국 주요 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가 남아 있는 만큼, 단기 조정 가능성도 열어둬야 할 전망이다. 또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 내용도 18일 공개될 예정이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긴축 속도에 대한 입장도 확인해야 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50bp? 75bp? …FOMC 회의록 주목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코스피는 전주(2490.80) 대비 37.14포인트(1.49%) 오른 2527.94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잠시 2500선 밑으로 떨어진 채 장을 마쳤지만 하루 만에 회복했다. 한 주간 외국인은 2269억원을 사들였고 기관도 3014억원을 순매수했다. 기관 중 금융투자가 2735억원을, 연기금이 1390억원을 사들였다. 반면 개인은 6569억원을 팔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증권가는 이번 주 코스피가 2450~2580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보다 낮게 나온 만큼, 물가 우려가 한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를 둘러싼 이번 주 최대 화두는 FOMC 회의록 내용이 될 전망이다. 현재 시장은 연준이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과 50bp를 인상하는 ‘빅스텝’ 가능성이 비슷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가운데 연준 의원들이 ‘긴축 지속’이냐 ‘선제적 인상’ 중 어느 쪽에 가중치를 두느냐를 볼 수 있는 FOMC 회의록에 따라 추가 상승의 폭이 달라질 것이란 얘기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견조한 고용과 물가 피크아웃(정점 통과)이 경착륙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에너지 하락에 기댄 물가 정점이라는 판단이 전제되면 긴축 속도를 앞당길 명분도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마트, 홈디포 등 미국 소비재 기업의 실적 발표도 주목해야 한다. 7월 발표된 물가 지표는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지만 유가 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유통 기업의 실적이 경기 둔화 가능성으로 점화할 수 있어 주목해야 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비스 물가와 주거비·임대료 등이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는 점은 여전히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높은 물가 수준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돼 미 연준의 매파들의 스탠스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대장주 삼성전자, 업황 우려 속 대규모 투자 기대도물가 지표를 둘러싸고 거시경제의 혼돈이 이어지는 가운데 코스피에서는 3분기 실적이 빠르게 하향하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특히 코스피를 이끄는 삼성전자(005930)의 3분기 실적은 가파르게 내려오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 전망치는 79조7007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30% 내렸고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3조5472억원으로 7.81% 감소했다. 글로벌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과 엔비디아가 모두 반도체 수요 부진을 이유로 실적 전망을 줄인 만큼, 이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반도체 업체들이 가이던스 하향을 연달아 제시하고 있다”며 “반도체 수요 둔화가 기존 시장 예상보다 심화되고 있어 국내 반도체 업종에 대한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반도체의 비중이 더 큰 SK하이닉스(000660)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4조1483억원으로 한 달 사이 23.67% 감소했다. 실적 우려 속에 삼성전자는 지난 10일 5만9100원에 마감하며 7월 14일 이후 약 한 달 만에 ‘5만전자’로 추락하기도 했다. 12일에는 6만200원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상승 동력은 여전히 크지 않다는 평가다. 다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경영 활동이 가능해진 만큼, 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이나 대규모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이란 판단도 나온다. 조만간 삼성전자가 보유한 124조원의 현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과 빅딜에 나서거나 인공지능(AI), 로봇, 차세대 이동통신 등 신성장 사업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 등 우려가 남은 상황에서 목표가 상향 조정은 부담스럽다”면서도 “어려운 환경이 이어질수록 삼성전자의 잠재력이 부각되며 시장 우려가 과도했다는 점이 설득력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 경영 복귀’ 임박한 JY...뉴삼성 전략 드라이브 본격화
-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이 결정되며 빠른 시일 내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간 이 부회장의 부재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대형 인수합병(M&A)과 반도체·바이오·5세대 이동통신(5G) 등 대규모 투자 계획 실행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1등 전략인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실현과 ‘칩(Chip)4 동맹’에서의 우리나라 입지 강화를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할 것으로도 기대된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정부의 8·15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 포함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서초구 서울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 부정과 부당합병 혐의 관련 공판에 출석한 뒤 나와 복권 결정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겠다”…‘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속도낼듯이 부회장은 전날 복권된 직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욱 열심히 뛰어서 기업인의 책무와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이날 법무부가 밝힌 경제인 특사 결정의 이유가 경제 활성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인 만큼 이 부회장은 경영에 복귀해 투자와 고용에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삼성은 지난 5월 향후 5년간 450조원 투자 및 8만명 신규 고용 계획을 내놨다. 반도체, 바이오, 5G, 배터리(이차전지)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주력하고 있는 사업 대부분의 투자가 진행 중인 만큼 조속히 경영에 복귀해 이를 총괄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목소리다.그중에서도 반도체 부문을 직접 챙기며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하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반도체의 경우 경기침체 우려·물가 상승으로 인해 구매 수요 하락 가능성이 점쳐지는 데다 파운드리 역시 1위 업체인 대만 TSMC과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좁히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영진과 함께 사업장 방문 등을 통해 사업 현안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삼성전자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직접 주재함으로써 현장 경영, 임직원 소통 행보를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멈춰섰던 삼성의 M&A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도 기대된다. 124조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삼성의 대형 M&A는 2016년 11월 미국 자동차 전장업체 하만을 9조40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전무하다. 반도체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서 적극적인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지난 6월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을 떠나 반도체, 자동차부품 전문 기업에 대한 M&A를 검토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네덜란드의 NXP, 독일 인피니언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과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인 ARM 등이 후보로 꼽힌다.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시찰 후 연설을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美 파운드리공장 착공식서 바이든 만나나…글로벌 네트워크 총동원이 부회장의 복권 후 첫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짓고 있는 제2파운드리 공장 착공식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착공식에 이 부회장과 한·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다면 올해 5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서 이뤄진 삼성전자를 고리로 한 한·미 양국 간 ‘경제·안보 동맹’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5월 방한하자마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을 첫 일정으로 소화하며 한국과의 반도체 동맹을 강조해 왔다. 이때 이 부회장은 양국 대통령에 3나노 공정 신기술을 직접 소개했다.출장의 제약이 없어지며 특히 미국 출장을 통해 사업 파트너들과의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캐나다와 미국의 여러 사업파트너들을 만나겠다고 출국한 바 있다. 이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등 IT 기업과 통신기업 버라이즌, 제약기업 모더나 등 다양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남으로써 글로벌 인맥을 과시했다.올해 유럽 출장에서도 네덜란드 ASML을 찾아 평소 친분이 있는 피터 베닝크 ASML CEO를 만나 EUV 장비의 원활한 공급을 요청한 것으로도 알려진다. 파운드리 사업 강화를 위해 직접 미국 빅테크 기업 경영진들을 만나는 등 글로벌 광폭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30부산세계박람회(부산엑스포) 유치 지원 행보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선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도 지난 2009년 특별사면을 받은 뒤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선 바 있다.이 부회장 역시 이건희 회장처럼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광폭행보를 보일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이 회장은 사면 이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복귀해 1년6개월 동안 10여 차례의 해외출장, IOC 위원 110명과의 미팅 등을 강행했다. 이 회장은 평창올림픽 유치 후에도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있도록 각종 시설 등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