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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백질 분석해 신약개발하는 세계강소기업...크리스탈지노믹스
-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가 실험실에서 포즈를 취했다.(사진=크리스탈지노믹스)[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지난 2003년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9월호 표지에 3차원 분자 구조 모형이 실렸다.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PDE-5’ 효소의 결정구조다. 이 효소가 증가하면 음경 근육이 이완돼 발기가 풀린다. 비아그라나 시알리스 같은 발기부전약은 이 효소의 작용을 막아 발기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어떤 원리로 약 성분이 PDE-5 효소를 억제하는지는 수수께끼였다. 국내 바이오벤처인 크리스탈(083790)지노믹스가 포항의 방사광가속기로 PDE-5 효소의 구조를 분석해 이 원리를 밝혀낸 것이다.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빠른 속도로 가속시켜 빛을 방출해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는 원자나 분자를 수천분의 1초 단위로 관측하는 장비로 이를 이용하면 세포 속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 조중명(70·사진)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는 “발기부전약이라는 열쇠가 PED-5라는 자물쇠의 어느 위치에 어떻게 결합하는지 밝힌 것”이라고 말했다.발기부전치료제의 원리를 분자구조 모형으로 설명해 네이처 표지에 실렸다.(사진=크리스탈지노믹스 제공)◇단백질 구조분석 기반 신약개발 특화크리스탈지노믹스의 핵심 기술은 질환과 관련된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하는 것이다. 조 대표는 “우리 몸의 세포나 효소는 모두 단백질로 이루어졌는데, 이 단백질이 손상되면 병이 생긴다”며 “단백질의 구조를 분석해 여기에 맞는 분자구조의 약 성분을 찾으면 그만큼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방사광가속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회사 중 하나이다. 조 대표는 “방사광가속기는 단순히 가동한다고 결과를 얻는 게 아니라 이를 분석해 해석하는 게 핵심 기술”이라며 “크리스탈지노믹스는 방사광가속기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원천기술이 가장 앞선 곳 중 하나”라고 자부했다.크리스탈지노믹스는 조 대표가 2000년 창업했다. 조 대표는 1984년 럭키(현 LG화학(051910) 생명과학부문)의 미국 바이오텍연구소에 입사해 3년만에 소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바이오텍연구소는 박사급 100여명을 포함해 250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하는 국내 최대 수준의 생명과학연구소였다. 국산 신약으로 처음으로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항생제 ‘팩티브’가 조 대표 작품이다.그는 2000년 초 연구소를 나왔다. 조 대표는 “하고 싶은 연구를 제대로 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가장 컸다”고 회고했다. 네이처 표지를 장식하자 일본의 다이이치산쿄, 유럽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먼저 연락을 취했다. 개발 중인 항암제·항생제와 관련한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달라는 것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신약개발을 위해 국내 업체와 협력한 것은 당시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처음이었다.크리스탈지노믹스가 개발한 국산 신약 22호 아셀렉스.(사진=크리스탈지노믹스 제공)◇진통제·항생제·항암제 3각 편대 집중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15년 국산 신약 22호인 관절염 치료제 ‘아셀렉스’를 개발했다. 10년 동안 400억원을 투자했다. 기존 소염진통제는 관절 이외 위나 심장에도 영향을 줘 속쓰림이나 위장출혈을 비롯해 드물긴 하지만 뇌졸중이나 심장발작 부작용을 일으켰다. 통증 관련한 효소가 관절 외 위와 심장에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셀렉스는 같은 효소라도 관절에 있는 효소에만 작용하도록 개량했다. 조 대표는 “경쟁 약 대비 100분의 1의 양으로 더 안전하고 빠르게 진통을 없앨 수 있다”며 “성분이 적기 때문에 마약성 진통제나 말초신경병증, 대상포진 치료제와의 복합제로 개발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셀렉스는 지난해 터키, 중동, 북아프리카 19개국에 진출했으며 중국, 남미, 러시아, 동남아 국가들과는 수출 협상단계다. 정인철 크리스탈지노믹스 부사장(CFO)은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은 해당 지역에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 대한 기술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크리스탈지노믹스의 파이프라인은 크게 진통제, 항생제, 면역항암제 등 세 가지다. 다양한 아셀렉스 복합제, 췌장암·급성골수성백혈병·면역 및 표적 항암제 등 19개 신약을 연구 중이다. 췌장암 신약은 미국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급성골수성백혈병 신약 후보물질은 지난해 캐나다 앱토즈 바이오사이언스에 353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다. 연구 중인 항암제 중에는 혈압약으로 쓰는 약도 있다. 국내 인공지능 신약개발 벤처기업인 스탠다임과 협력을 통해 찾은 약이다. 그는 “인공지능으로 기존 약에 대한 정보를 탐색해 후보물질을 추리면 단백질 구조 규명 기술로 이를 검증하는 협업”이라며 “기존 치료제의 또 다른 활용, 연구개발 중에 탈락했던 후보물질의 새로운 가능성 탐색 등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성공가능성은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크리스탈지노믹스는 글로벌 제약사인 길리어드가 벤치마킹 대상이다. 길리어드는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C형간염치료제 소발디·하보니 등 바이러스 질환에 집중해 성장한 회사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직원 66명 중 연구인력이 50명이나 된다. 매년 매출 50% 이상인 60억~70억원을 R&D에 집중한다. 조 대표는 “진통·소염, 감염병, 항암제 분야에서 연구개발부터 상품화까지 전문성을 갖춘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 [보령제약 60주년 김승호 회장 특별대담]1%양보하며 회사 일궜더니, 메이저 제약사 되더라
- 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은 “1%를 상대방에게 양보하면 그것이 나중에는 10배, 100배 커진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대담=류성 벤처중기부장, 정리=강경훈 기자] “손해 보지 않으려고 조금이라도 내것 먼저 챙기면 결국 손해를 봅니다. 하지만 1%라도 남을 먼저 배려하면 열배, 스무배 자신에게 이익으로 되돌아 오더군요.”1957년 서울 종로5가에서 조그만 약국에서 시작해 매출 8000억원 규모의 메이저 제약그룹으로 성장한 보령제약이 오는 10월 창업 60주년을 맞는다. 김승호(85)보령제약그룹 회장은 아직까지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몇 안되는 ‘제약업 1세대’다. 모태인 보령제약은 큰딸인 김은선 회장이, 유아용품 전문 보령메디앙스는 4녀인 김은정 부회장이 회사경영을 맡고 있지만 김 회장은 여전히 매일 출근해 굵직굵직한 경영현안을 직접 챙긴다.창업 60년을 맞는 소회를 묻는 질문에 김 회장은 “회사 60년이 무슨 의미가 있나, 60년이면 회갑이니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지”하면서도 “다만 창업자가 회사를 60년간 이끌어 왔다는데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김 회장이 꼽은 보령 60년의 가장 큰 자랑은 국산 신약 15호인 혈압약 ‘카나브’ 개발이다. 1992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2010년 9월에 승인을 받았으니 꼬박 18년이 걸렸다. 그동안 쏟아부은 개발비가 500억원에 이른다. 카나브는 개발 자체에 의미를 두던 여타 국산 신약과 달리 경제적으로 성공한 약으로 평가받는다. 고혈압 단일제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 매출을 올리고 있고 올해 500억원 매출을 바라보고 있다. 세계 51개국에 진출해 그간 올린 누적 수출액이 4억1000만 달러(약 4640억원)에 달한다. 카나브 성공으로 보령제약은 보건복지부 우수혁신형제약기업상, 3000만불 수출탑을, 김승호 회장은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하지만 60년이 마냥 꽃길은 아니었다. 1970년대 수해로 공장이 완전히 망가지는 피해를 보기도 했고 글로벌 제약사의 특허소송으로 수년간 마음고생을 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지나고 보니 단순히 실패와 좌절의 순간이 아니라 직원들이 더욱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고 회고했다.보령제약은 지난 1월 지주회사인 보령홀딩스를 설립했다. 현재 보령제약을 비롯해 유아용품 전문 보령메디앙스, 유전체, 제대혈 등 바이오의약품에 집중하는 보령바이오파마, 의료기기 회사인 보령A&D메디칼, 유통 전문 보령컨슈머헬스케어 등 8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두 딸이 경영을 지휘하고 있고 외손주도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마당에 적당히 내려놓고 여생을 즐겨도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김 회장은 “창업자에게 졸업은 절대로 있을 수 없고, 창업자는 자신이 세운 기업에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며 “다행히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건강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 건강하지 않다면 나오라고 해도 못 나온다”고 웃었다.김승호 보령제약 회장은 85세의 적지않은 연세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체력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것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이데일리 노진환 기자]-약사 출신도 아닌데 제약회사를 세운 이유는? 회사 이름을 보령이라고 지은 이유가 있나?△예상했겠지만 고향인 충남 보령에서 따온 이름이다. 보령은 한문으로 ‘지킬 보(保)’에 ‘편한할 령(寧)’을 쓴다. 사람의 안녕을 지키고 가꾼다는 뜻이다. 제약사에 딱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단순히 고향이라는 의미만 있는게 아니라 약과의 인연이 시작된 곳이라는 의미도 있다. 1940년대 형님이 보령에서 약방을 운영했다. 지금은 편의점이 들어와 있던데, 당시 그곳은 내 놀이터나 다름 없었다. 크기와 색이 각기 다른 알약은 신기함 그 자체였다. 초등학교 졸업 후 서울 숭문학교로 유학을 왔는데, 당시 육촌 형님 집에 머물렀다. 공교롭게 그 형님도 종로5가에서 약방을 운영했다. 일손이 모자랄 때면 틈틈이 약국 일을 도왔다. 약에 대해 배우지는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약은 나에게 숙명 같은 존재가 아니었나 싶다.-약국을 5년만에 국내 최대로 성장시킨 비결은?△군대 제대 후인 1957년 10월 1일, 신혼집을 팔아 마련한 300만환(약 570만원)을 가지고 종로5가에 다섯평 짜리 작은 약국을 열었다. ‘저렴하게’ ‘다양하게’ ‘친절하게’ 를 모토로 제일 먼저 문을 열고 제일 늦게 닫을 정도로 열심히 했다. 5년만에 국내 최대 약국이 돼 있었다. 도매상에서 받은 가격에 최소한의 이익만 붙여 팔았고, 손님이 찾는 약이 없으면 자전거로 서울시내를 다 뒤져서라도 약을 구해왔다.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되는 약품 진열대도 가장 먼저 만들었고, 전표제로 약의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한 곳도 보령약국이었다.-약국과 제약사는 차원이 다른데, 약을 직접 만들 생각을 한 계기가 있었나?△좋은 약을 싸게 공급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직접 좋은 약을 만드는 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초기에는 원료를 소분해 포장하는 정도였지만 정성만큼은 다 했다. 보령제약이 처음 자리잡게 된 계기는 용각산이었다. 이미 일본에서 140년 전통의 명약이었고 일제시대 때 우리나라에 소개돼 인지도가 높았으며 1960년대 경제부흥 시대 현장 근로자, 매연에 노출된 시민 등 시장성이 충분했기 때문이다. ‘이 소리가 아닙니다. 이 소리도 아닙니다. 용각산은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라는 광고 하나로 용각산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1966년 584만원이던 매출은 1967년 용각산이 나오면서 1980만원, 1968년에는 9442만원으로 급격히 늘었다.본격적인 성장의 계기는 겔포스였다. 1969년 일본 매체의 유럽순방에 따라나섰다 프랑스에서 ‘포스파루겔’이라는 제품을 접했다. 알약, 가루약, 물약이 전부였던 당시 현탁액(미세한 입자가 물에 섞여 걸쭉한 형태)은 굉장히 낯설었다. 하지만 자극적인 식습관·스트레스·과로 등으로 위장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은 시절이라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해 도입했다. 노동의 고단함을 쓴 소주 한 잔으로 달리던 1970년대 중반, 겔포스는 ‘술먹기 전에 먹으면 위장을 보호해 술이 덜취한다’고 알려지면서 날개돋힌 듯 팔려 나갔다. 1975년 안양에 겔포스 생산을 위해 지은 2000평 규모의 공장은 당시 국내 최대 제약공장이었다.[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보령제약 김승호 회장 데스크 대담-보령제약 60년 중 가장 힘들었던 때는?△지금도 그 당시를 떠올리는 것 자체가 솔직히 싫다. 1977년 여름이었는데, 당시 30년만에 가장 많은 비가 쏟아졌다. 안양공장에 물이 들어차 설비가 모두 망가졌다. 장비는 진흙탕 속에 잠겼고 만들어 놓은 겔포스가 물에 둥둥 떠다녔다. 직접 피해액 5억원, 영업손실을 감안하면 12억원이 넘는 피해를 봤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직원들과 그들의 가족을 떠올리면 어떻게든 재기를 해야 했다. 다행히 전 직원이 노력한 덕에 3개월만에 공장을 정상화시켰다.-보령제약이 자체 개발한 혈압약 카나브는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카나브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1980년대 지금은 없어진 스퀴브라는 제약사가 만든 약의 특허를 피해 혈얍악을 만들었다. 하지만 스퀴브는 가만히 있지 않고 이런저런 특허소송을 제기했다. 기술력은 자신 있었지만 남의 약을 요리조리 변경해 약을 개발하면 또 다시 소송에 휘말릴 게 뻔해 우리만의 약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1만2000여개 후보물질에서 자잘한 성공과 실패의 반복을 18년 동안 한 셈이다. 하지만 수출로만 4000억원 이상 벌어들였으니 신약을 개발해야 할 이유가 카나브로 모두 설명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카나브가 국산 최초 고혈압 신약이긴 하지만 의사들에게 한 번도 ‘국산 약이니 써 주십시오’라고 얘기하지 않았다. 대신 약의 효과에 대한 다양한 임상시험을 진행해 의사들에게 효과를 인정받는 정공법을 택했다. 카나브 개발과정에서 겪은 수 많은 실패의 경험은 그 자체가 역량이 되어 다른 신약을 개발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지금도 대사성질환치료제나 면역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는데, 경험이 있다 보니 예상보다 진행속도가 빠르다는 판단이다.-국내 제약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인가?△결국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한 R&D이다. 한정된 국내시장만으로는 성장은커녕 생존도 한계가 있다. 신약다운 신약, 인정받을 만한 신약을 만들어 세계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카나브를 보면 알 수 있다.-보령제약 60년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인가?△돌이켜 보니 부족하긴 하지만 ‘공존공영(共存共榮)’하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제약업은 이윤만 추구해서는 절대로 오래 갈 수 없고 인류 건강에 기여한다는 사명감과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비로소 사회에서 인정받는다. 40년 뒤 보령제약이 100년이 됐을 때 ‘신약을 몇 개 개발했다’ ‘매출이 이만큼 늘었다’ 같은 수치가 아니라 ‘긍정의 힘을 믿는 기업’ ‘이웃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기업’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한 기업’이라는 얘기를 듣는게 소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이 회사를 성장시키고 직원이 보람을 찾고 환자를 건강하게 한다는 것을 전 직원이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김승호 보령제약그룹 회장은,1932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숭문고등학교 국학대학(현 우석대학) 상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1957년 보령약국을 열고 1963년 보령제약으로 확대했다. 고혈압약 카나브를 개발해 세계 50여개국에 수출한 공로로 한국제약협회 회장, 한국생명공학연구조합 이사장, 한국종균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 [송도 바이오 개벽]⑤1200조원…바이오시장 규모 '車+반도체'보다 커
-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의 키워드는 ‘제약·바이오의약품’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688억달러(약 1209조원)에서 연평균 4~7%씩 성장해 2020년이면 1조4000억~1조4300억달러(약 1584조~161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자동차(약 650조원), 반도체(약 400조원) 시장을 합친 것보다 크다.국내 제약·바이오의약품 업계도 지속적으로 커지며 경제성장, 일자리창출 측면에 기여하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국내 제약사의 생산액은 2007년 13조4332억원에서 지난해 20조5487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었다. 같은 기간 종업원 수도 943개 업체 7만2179명에서 853개 업체 9만4929명으로 업체 수는 줄어든 반면 종사자 수는 31.5%나 늘었다. 종근당,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 주요 제약사는 올해에도 세자릿수 정도의 신규 인력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한 제약사 인사 담당자는 “이직이 잦은 영업조직을 비롯해 R&D 투자 강화로 연구인력을 대폭 늘린다는 방침”이라며 “복제약으로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경쟁해 봐야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인식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10년 통계를 보면 전체 종업원 중 사무직이나 생산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영업직은 2007년 2만5252명(35%)에서 지난해 2만6443명(27.9%)으로 줄어든 반면 연구직 종사자 비율은 6845명(9.5%)에서 1만1862명(12.5%)로 늘어났다.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바이오의약품이다. 바이오의약품은 인슐린이나 백신 같은 단백질의약품을 비롯해 항체의약품, 면역항암제, 유전자치료제 등 생물의 단백질이나 세포를 이용한 의약품으로 주로 암, 자가면역질환 같은 난치성 질환에 쓴다. 이들 질환은 기존 화학의약품으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고 치료효과만큼 부작용이 크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을 쓰면 증상의 진행을 막거나 완치도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리서치·컨설팅사인 프로스트앤설리번에 따르면 2021년까지 전세계 의약품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5.9%이지만, 같은 기간 바이오의약품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9.4%에 이르고 전체 의약품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도 23.4%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미래창조과학부는 바이오의약품을 비롯한 바이오생체의료기, 유전체의학, 맞춤형 진단분석 등 바이오산업의 시장 규모가 2014년 1조4000억달러(약 1584조원)에서 2024년이면 2조6100억달러(약 2952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같은 기간 반도체·화학품·자동차 등 국내 수출효자상품의 세계시장 규모는 1조5000억달러(약 1670조원)에서 2조5900억달러(2929조원)로 바이오시장이 현재의 수출효자산업 시장규모를 앞지른다는 것이다. 제약업계가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업계 종사자 수는 2011년 3만5718명에서 2015년 3만9686명으로 4년새 11% 늘었다. 단순히 인력만 늘어나는 게 아니다. 고급인력 수요를 창출하는 데에 더 큰 의의가 있다. 2015년 현재 바이오산업 종사자의 68.5%가 학사 이상 학력 소지자이고, 26.4는 석사학위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었다. 노범섭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 바이오센터장은 “사실 바이오업체는 제조업이라고 해도 오염관리 등을 이유로 공정을 자동화해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며 “대신 고급 인력의 수요가 많아 부가가치가 높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 면역력 떨어지는 환절기... 예방 접종으로 질환에 대비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커지면서 면역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큰 일교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행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외에도 가을철 미세먼지, 건조해진 날씨, 그리고 큰 일교차가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절기에는 어린아이, 노인, 면역력이 약한 분들이 병세가 악화되거나 뜻밖의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해 필요한 백신들을 미리 챙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인플루엔자 예방접종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에서 조사한 정보를 바탕으로 매년 유행할 인플루엔자 유형을 예측하고, 약제를 생산한다. 예측된 유형은 개인별 면역체계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서는 매년 접종이 필요하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하면 2주 후부터 면역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예방접종을 맞아야 올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 면역 효과는 약 6개월간 70~90% 지속된다. 인플루엔자는 기침, 재채기 등으로 전염되는 비말 감염질환이다. 감염력이 매우 높아 전체 성인의 10%, 소아는 30% 감염된다. 기침, 목통증 등 호흡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고열, 두통, 전신근육통, 설사, 복통과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부분 일주일 전후로 호전되지만 ▲2세 이하의 소아 ▲65세 이상의 노년층 ▲당뇨, 만성호흡기질환 등이 있는 환자들은 기관지염, 폐렴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한 고령 환자는 심하면 사망으로까지 이를 수 있다. 실제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수의 95%가 50세 이상 이었다. ◇폐렴구균백신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기관지 및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폐렴은 암이나 다른 질환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어 위험하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폐렴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1만 4,718명으로 2011년 대비 약 71% 증가했다. 폐렴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폐렴구균백신 접종이다. 건강한 성인은 65세 이후 1회 접종을 하면 되지만 ▲당뇨, 만성신질환, 만성심혈관질환, 만성간질환 등과 같이 기저질환이 있거나 ▲항암치료 또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성인의 경우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접종이 필요하다. 특히, 만성 폐쇄성 폐질환, 기관지 천식 같은 만성폐질환이 있는 환자는 꼭 맞아야 한다. 이전에 폐렴구군백신을 맞은 적이 없다면 인플루엔자와 함께 접종하는 것도 좋다. ◇대상포진 예방접종면역력이 떨어지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또 있다. 바로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뒤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진 순간 발병한다. 신체 한쪽 부위의 피부에 심한 통증과 물집을 형성한다. 주로 배나 가슴 부위에 증상이 생기고 얼굴, 목 부위에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요즘에는 과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 젊은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상포진 역시 예방접종을 받으면 도움이 된다. 1회 접종으로 60~70%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천웅 교수는 “백신 외에 환절기에 건강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환경부 인증 미세먼지용 방진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며 “또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 음식 등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한올바이오, 독자 개발 항체의약품 915억원에 기술수출
- 왕징송(왼쪽) 하버바이오메드 대표와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가 기술수출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있다.(사진=한올바이오파마 제공)[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국내 제약사가 독자 개발한 항체의약품 후보물질이 사상 처음으로 해외에 기술수출됐다. 한올바이오파마(009420)는 독자 개발 중인 자가면역질환 항체치료제 ‘HL161’과 안구건조증 치료제 ‘HL036’의 중국 사업권을 중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항체 개발전문 기업인 하버바이오메드에 8100만달러(약 915억원)에 기술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항체를 표적으로 하는 신약으로는 첫 기술수출이다.한올바이오파마는 매출이 1000억원이 되지 않는 중소제약사지만 매년 매출액의 1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할 만큼 바이오의약품, 개량신약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대웅제약에 인수합병됐다. 이후 한올바이오파마는 자체 연구비에 대웅제약의 공동투자 연구비가 투입되면서 R&D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박승국 대표는 “공동경영 3년차를 맞아 그동안 준비한 시너지 전략들이 서서히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바이오의약품 R&D에 역량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이번 계약으로 하버바이오메드는 HL161과 HL036에 대한 중국 내 임상시험과 생산, 품목허가 및 독점판매를 진행하게 된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우선 계약금으로 400만달러(45억원)를 받고, 이후 개발 진행에 따라 단계적 기술료(마일스톤) 7700만달러(약870억원)를 받게 된다. 상업화에 성공하면 판매에 따른 로열티는 별도로 받는다.HL161은 면역계의 이상으로 우리 몸을 스스로 공격하는 병원성 자가항체를 분해해 없애는 약물로 기존 류마티스항체치료제인 휴미라·램시마·엔브렐 같이 TNF-α 항체를 억제하는 대신 세포표면에서 면역글로불린(IgG)과 결합하는 수용체인 FcRn항체에 작용한다.우리 몸속 혈액이나 체액의 단백질은 세포 속으로 들어가면 단백질분해효소에 의해 제거된다. 하지만 자가항체를 가진 면역글로불린 항체는 FcRn의 작용으로 세포 안에서 분해되지 않고 다시 혈액으로 나온다. FcRn의 이런 단백질 재활용은 항체의약품의 안정성을 높여 반감기를 길게 하고 유익한 항체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중증 근무력증이나 천포창, 시신경척수염, 장기이식 거부반응, 면역성 혈소판감소증 같은 자가면역질환에서는 자기를 공격하는 자가항체의 분해를 막아 병을 더 악화시키게 된다. HL161은 이 FcRn의 항체 재활용을 억제해 자가항체를 제거한다. HL161은 기존 치료법인 혈장분리 반출술이나 고용량 면역글로불린 주사요법(IVIG)에 비해 약효, 가격, 안전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HL161의 전임상시험을 마쳤으며 호주에서 임상1상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안구건조증 치료제 후보물질인 HL036은 한올바이오파마와 대웅제약이 공동으로 개발 중인 바이오베터(성능을 개선시킨 바이오의약품 복제약)로 눈에 한정해서 적용할 수 있도록 개량된 TNF-α 항체 물질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수용성 TNF 수용체를 자체 개발한 분자개량 플랫폼 기술인 ‘Resistein’을 이용해 조직투과성을 높이고 TNF-α 항체를 억제하는 능력을 160배 이상 강화했다. 이 약은 임상1상시험을 모두 마치고 미국 안과 전문 CRO(임상시험 수탁전문 기업)인 ‘오라(Ora)’를 통해 올해 하반기에 미국에서 임상2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승인 신청을 해 놓은 상태다.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는 “HL161은 의약품이 개발되지 않은 신규 타겟에 도전하는 최초 신약(First-in-Class)이고, HL036은 기존 약물을 눈에만 국소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한 제품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두 약을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으로의 기술수출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하버바이오메드는 미국 보스톤에 비즈니스 본부를 두고 중국 상하이에 연구개발센터를, 네덜란드에 항체플랫폼 기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면역항암제와 면역질환분야에서 혁신적인 바이오신약을 연구개발하는 기업이다.
- 가을, 예방접종으로 건강하게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아침, 저녁 상쾌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하지만 일교차가 10도 안팎으로 커지면서 면역력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큰 일교차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유행을 알리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인플루엔자 외에도 가을철 미세먼지, 건조해진 날씨, 그리고 큰 일교차가 건강을 크게 위협하고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환절기에는 어린아이, 노인, 면역력이 약한 분들이 병세가 악화되거나 뜻밖의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이를 대비해 필요한 백신들을 미리 챙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에서 조사한 정보를 바탕으로 매년 유행할 인플루엔자 유형을 예측하고, 약제를 생산한다. 예측된 유형은 개인별 면역체계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서는 매년 접종이 필요하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하면 2주 후부터 면역항체가 생기기 때문에 늦어도 10월 말까지는 예방접종을 맞아야 올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다. 면역 효과는 약 6개월간 70~90% 지속된다. 인플루엔자는 기침, 재채기 등으로 전염되는 비말 감염질환이다. 감염력이 매우 높아 전체 성인의 10%, 소아는 30% 감염된다. 기침, 목통증 등 호흡기 증상은 감기와 비슷하지만, 고열, 두통, 전신근육통, 설사, 복통과 같은 전신 증상이 동반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대부분 일주일 전후로 호전되지만 ▲2세 이하의 소아 ▲65세 이상의 노년층 ▲당뇨, 만성호흡기질환 등이 있는 환자들은 기관지염, 폐렴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면역력이 약한 고령 환자는 심하면 사망으로까지 이를 수 있다. 실제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 수의 95%가 50세 이상 이었다. ◇폐렴구균백신폐렴은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기관지 및 폐에 염증이 발생하는 호흡기 질환이다. 폐렴은 암이나 다른 질환의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어 위험하다.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2015년 폐렴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1만 4,718명으로 2011년 대비 약 71% 증가했다. 폐렴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폐렴구균백신 접종이다. 건강한 성인은 65세 이후 1회 접종을 하면 되지만 ▲당뇨, 만성신질환, 만성심혈관질환, 만성간질환 등과 같이 기저질환이 있거나 ▲항암치료 또는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성인의 경우에는 나이에 상관없이 접종이 필요하다. 특히, 만성 폐쇄성 폐질환, 기관지 천식 같은 만성폐질환이 있는 환자는 꼭 맞아야 한다. 이전에 폐렴구군백신을 맞은 적이 없다면 인플루엔자와 함께 접종하는 것도 좋다. ◇대상포진 예방접종면역력이 떨어지면 찾아오는 불청객이 또 있다. 바로 대상포진이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가 소아기에 수두를 일으킨 뒤 몸속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진 순간 발병한다. 신체 한쪽 부위의 피부에 심한 통증과 물집을 형성한다. 주로 배나 가슴 부위에 증상이 생기고 얼굴, 목 부위에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떨어진 50대 이상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요즘에는 과로,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으로 인해 젊은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상포진 역시 예방접종을 받으면 도움이 된다. 1회 접종으로 60~70%의 예방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최천웅 교수는 “백신 외에 환절기에 건강을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손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은 환경부 인증 미세먼지용 방진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며 “또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 음식 등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비브리오 패혈증, 상처 통해 감염돼 치사율 40~50% 달해 조심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경기도에 거주하는 30대 박모씨는 친구들과 남해로 휴가를 갔다가 회와 조개 등 해산물과 어패류를 먹었다. 그런데 음식을 먹고 난 후 이상하게 배가 아프고, 오한, 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 응급실에 가보니, ‘비브리오 불니피쿠스’에 감염됐다고 한다.찌는 더위가 한 풀 꺾이고 가을이 한발자국 다가왔지만, 해안지역에서는 비브리오 균으로 인한 감염병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양식 어류가 폐사 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고, 비브리오균은 일반적으로 해수 온도가 15℃ 이상이 되는 5월부터 생기기 시작해 수온이 높은 8월부터 10월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비브리오 패혈증’은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Vibrio vulnificus;비브리오 패혈증균)에 감염되는 것으로, 이 균을 가지고 있는 어패류를 날 것 혹은 덜 익혀서 먹거나 어패류나 바닷물, 갯벌에 들어있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이 피부 상처에 접촉되었을 때 감염된다. 주로 면역기능이 떨어진 사람들에게 잘 감염되며, 만성 간질환을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치사율이 4~50%에 이른다.비브리오균에 감염된 경우, 증상은 2가지로 나뉜다. 피부상처에 감염된 창상감염형은 해안에서 조개껍질이나 생선 지느러미에 긁혀서 생긴 상처를 통해 바닷물에 있던 균이 침입해 상처 부위에 부종과 홍반(붉은 반점)이 발생하는 것으로 증상이 급격히 진행되며 대부분의 경우 수포(물집)성 괴사(세포가 죽는 것)가 생긴다. 잠복기는 12시간이며 기존에 앓고 있던 질환이 없는 성인의 경우에는 항생제 투여와 외과적 치료에 의해 대부분 회복된다.기존에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오염된 해산균을 익히지 않고, 날 것으로 먹었을 경우에 생기는 원발성 패혈증(일차적인 패혈증, 즉 다른 질환에 의해 부차적으로 발생하는 패혈증이 아니라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 그 자체가 패혈증의 1차적인 원인이 됨)으로 급작스런 발열, 오한, 전신 쇠약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구토와 설사가 동반되기도 한다. 잠복기는 16~24시간이며, 증상이 발생한 뒤 30여 시간 이내에 대부분의 환자에서 피부에 병적인 변화가 나타나는데 사지, 특히 하지에서 부종, 발적, 반상 출혈(피부에 검보랏빛 얼룩점이 생기는 피하출혈, 멍), 수포형성, 궤양, 괴사(세포나 조직의 일부가 죽는 것)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김선빈 교수는 “비브리오 패혈증의 증상이 심해지면 쇼크에 빠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 회복이 매우 힘들며, 발병 후 48시간이내에 사망하기도 한다” 며 “최근 1주일 이내에 제대로 익히지 않은 해산물이나 어패류를 먹었거나, 바닷물에 접촉하였거나, 해안가에서 낚시를 하거나 어패류를 손질하는 중 상처가 난 후에 이상 증세가 발생했다면 당장 병원에 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치료는 페니실린, 암피실린, 세팔로틴, 테트라사이클린 등 비브리오 불니피쿠스 균에 효과가 있는 항생제를 투여하고, 병적인 변화가 나타난 피부 부위에 괴사된 조직이 있는 경우, 절개 등의 외과적 치료를 한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올해의 경우 신고된 8명의 확진신고자중 3명이 사망했으며, 질병관리본부의 연도별 비브리오패혈증 환자 발생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2012년 64건(사망자수 37명), 2013년 56건(사망자수 31명), 2014년 61건(사망자수 40명), 2015년 37건(사망자수 13명), 2016년 42건(사망자수 14명)이었다. 또한 월별 발생현황을 살펴보면 5월부터 환자가 발생하여 8월부터 10월까지에 집중되어 있다. 최근에는 해수 온도 상승으로 더욱 주의를 요하고 있는데,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대략 3도 정도 웃돌아 비브리오 패혈증의 확산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김선빈 교수는 “간 질환자, 알콜중독자,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부신피질호르몬제나 항암제 복용 중인 자, 악성종양, 재생불량성 빈혈, 백혈병환자, 장기이식 환자, 면역결핍환자와 같은 고위험군은 발병하면 치사율이 50%까지 높아지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예방수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브리오패혈증 예방수칙 5가지△ 피부에 상처가 있는 사람은 바닷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어패류는 5도 이하로 저온 보관하고 85도 이상 가열처리한다.△ 조개껍질이 열린 뒤 5분 간 더 끓인다.△ 날생선 및 어패류를 요리한 도마, 칼 등은 반드시 소독 후 사용한다. △ 어패류를 장만할 때 조리장갑을 착용하고, 조리 시에는 해수를 사용하지 말고, 꼭 흐르는 수돗물을 사용한다.
- 암 치료, 면역력에서 답을 찾다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병원장 김상일)이 개인종합병원으로는 유일하게 면역항암제 급여 투약 기관(총92개 의료기관)에 선정됐다. 이번 면역항암제 급여 투약 기관은 차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면역항암제의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인정되는 기관으로 기존 1억 원 이상의 약값을 부담해야 했던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부담을 연간 5% 이하로 낮출 수 있게 됐다. 양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선혜 과장은 “면역항암제는 기존 치료제 대비 부작용이 적고 효과 지속 기간도 긴 치료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고가여서 환자들의 접근성이 낮았던 문제가 있었다”며 “이번 건강보험 적용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환자들이 보다 큰 치료효과를 보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면역항암제, 체내 면역체계 활용해 기존 항암제 대비 부작용 적고 효과 지속기간이 길어그 동안 암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크게 외과적 수술, 방사선 치료, 약물 치료 등이 활용되었다. 그 중 약물치료는 전이 등으로 인해 외과적 수술로 제거가 어렵거나, 수술 전 종양 크기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활용돼 왔다.그러나 약물치료는 부작용이 심해 환자 부담이 컸다. 1세대 항암제로 꼽히는 화학항암제가 대표적으로, 암 세포가 다른 세포보다 빨리 자란다는 점을 이용해 정상 세포보다 성장이 빠른 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경우 암세포는 물론 모발, 백혈구, 생식세포 등 성장이 빠른 정상세포도 공격해 탈모나 구토, 피로 등의 부작용이 있었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의 특정 유전자만 공격, 화학항암제보다 부작용은 적지만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들에게만 적용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반면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처럼 약물이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대신, 환자의 왜곡된 면역체계를 복원해 면역세포가 암 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방식이다. 암세포는 끊임없이 자신을 변화시키면서 체내 면역체계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게 면역세포를 왜곡하고, 이로 인해 면역세포가 암을 공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면역항암제는 이러한 암세포의 면역회피기능을 제거,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든다. 결국 화학항암제보다 부작용은 적으면서도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와 관계없이 항암효과를 나타내며, 1,2세대 항암제에서 보여주지 못한 지속 가능한 항암효과를 보여주기도 한다.다만 면역항암제는 항암제에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가 아직 완전하지 않고, 치료 초기 질병이 진행하는 양상을 띄는 경우도 있어 경험 있는 의료진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 다른 단점은 부작용이다.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이 적다고 하지만, 약의 특성 상 독특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데 면역항암제는 체내 면역체계를 정상화,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암을 치료하기 때문에 이 때 면역세포의 과잉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이 경우 갑상선염, 당뇨, 폐렴, 간염, 장염 등 다양한 면역 관련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혈액종양내과를 비롯해 감염내과 혹은 내분비내과, 병리과, 응급의료센터 등이 갖춰진 병원에서만 면역항암제 처방이 가능하다. ◇올 8월부터 92개 병원 통해 보험급여 적용, 점차 활용 범위 넓어질 것지난 8월 정부에서 면역항암제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시작됨에 따라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인 가격에 대한 환자들의 부담은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문재인 케어’에 의하면 약에 따라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350만원~ 490만원 선으로 이전 대비 5% 정도만 부담하면 된다.다만 급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지정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면역항암제에 대한 사용경험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만큼 예상치 못한 부작용에 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흑색종과 비소세포폐암을 제외한 암의 오프라벨(허가외 사용) 처방을 받기 위해서는 다학제 심사위원회가 갖춰진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다만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보다 넓은 암 질환에서 효과를 보이고 있어, 보건당국의 허가가 떨어질 경우 더 많은 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실제 최근 1개 약물에 대한 적응증이 추가되었고 다른 1개 약물 또한 적응증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인데, 이를 통해 보다 많은 암 환자들이 면역항암제를 통한 치료가 가능해질 전망이다.김선혜 과장은 “면역항암제는 암 치료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으나 어떤 환자들이 효과를 볼 지에 대해 판별하여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향후 수 년 내 많은 암환자들의 치료효과를 확신하기 위한 임상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절실하다” 고 말했다.
- 삼성서울병원, 부인암 환자 1만명 돌파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센터장 이정원)가 부인암 등록건수 1만명을 돌파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 94년 개원과 함께 부인암 환자를 치료한 지 23년만이다. 2016년 말 기준 자궁경부암 환자 4,380명을 비롯해 난소암 3,444명, 자궁내막암 1,946명, 기타암 513명 등 총 1만 283명의 부인암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연 평균 428명꼴이다. 이들 부인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13년 처음으로 연간 등록환자 수가 700명을 넘어섰고 2016년에는 736명의 부인암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특히 난소암 환자의 증가세가 두드러져 5년 전인 2012년에 비해 23.2% 늘어 지난해에는 307명을 기록, 300명대에 첫 진입했다. 국가암정보센터가 발표한 2014년 신규 난소암 환자 2,413명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난소암 환자 100명 중 12명은 삼성서울병원(당시 293명 등록)에서 치료받는 셈이다.본원에서 초기부터 치료를 시행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5년 생존율은 국내 평균을 상회한다. 이들 부인암 환자의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5년 상대 생존율을 확인한 결과 자궁경부암 환자의 경우 85.9%, 난소암은 65.9%, 자궁내막암은 90.1%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생존율은 자궁경부암 79.7%, 난소암 64.1%, 자궁내막암 87.9%였다. 삼성서울병원 부인암센터는 이번 1만명 등록을 계기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 부인암 특성상 가임력 보존과 동시에 수술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최소침습수술 개발에 힘쓰기로 하는 한편, 생존율을 높이고 재발률을 낮추기 위한 연구에도 투자와 지원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 개원 이후 시행된 부인암 수술 7800여건 중 26%가 복강경으로 진행됐다. 또 최근에는 자궁경부암 재발환자를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치료효과를 확인하기 위하여 임상연구도 한창이다. 특히 오는 9월에는 4세대 로봇수술 장비 ‘다빈치 Xi’를 도입해 부인암 수술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정원 센터장은 “본원에서 치료받은 부인암 환자가 1만명을 넘어섰고, 이들이 높은 생존율을 보인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 더욱 더 부인암 환자들의 생존율과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