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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생물로 질병 치료…제약사 '마이크로바이옴' 선점경쟁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에 이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인체 공생 미생물)에 대한 관심에 쏠리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관련 기술 선점을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이 비만·당뇨병 등 내분비질환을 비롯해 우울증·치매 등 정신질환, 심지어 암과의 연관성까지 밝혀지면서 향후 활용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된다.7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가 매년 20% 이상 성장, 오는 2025년에는 9억달러(약 1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우리 몸에 사는 미생물인 마이크로바이옴은 인체 내에 약 100조개가 존재한다. 이는 세포 수의 10배에 달하고, 몸무게의 최대 3%를 차지한다. 이들이 가진 유전자 수는 인간 유전자보다 150배나 많다. 입·코·배꼽·피부·생식기 등에서 발견되지만 95% 이상은 장에 산다.유산균은 당분을 분해해 젖산을 만드는 세균, 프로바이오틱스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미생물을 말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이들보다 범위가 훨씬 넓다. 황혜진 천랩 이사는 “유산균이 장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그동안 유산균의 어떤 유전자 부위가 질병과 관련이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며 “최근에 유전자 염기서열분석법이 발달하면서 유산균의 유전정보를 분석, 질병 치료와 관리에 더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미생물의 염기서열 분석으로 질병과 미생물간 관계를 밝히는 연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 덕에 염증성 장질환과 당뇨병, 바이러스감염질환, 치매, 아토피 피부염, 난임, 우울증 등 각종 질병이 몸 속 미생물과 연관 있다는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 박한수 지놈앤컴퍼니 대표는 “유해균과 유익균의 균형이 깨져 유해균의 비율이 높아질 경우 면역시스템이 망가진다”며 “유익균을 늘려 균형을 맞추는 게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질병치료의 개념”이라고 말했다.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제약사 중 가장 활발하게 마이크로바이옴 사업화를 추진하는 곳은 일동제약(249420)이다. 일동제약은 6000종 이상 미생물 샘플을 확보, 아토피 개선과 피부 주름개선, 콜레스테롤 개선, 치매예방물질 생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마이크로바이옴을 연구 중이다. 지난해에는 바이오벤처인 천랩과 공동으로 신약연구소도 설립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아직 공개하기에는 이르지만 연구가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라고 말했다.일동제약과 협력하는 바이오벤처인 천랩은 생명정보기술을 기반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의 유전체 염기서열 분석에 특화한 업체다. 천랩은 8만종 이상의 미생물 염기서열 정보를 자체적으로 확보했다. 황혜진 천랩 이사는 “미생물의 특성을 나타내는 핵심 염기서열 정보를 보유했다”이라며 “지난해 천랩의 데이터베이스를 인용한 논문이 전세계에서 6000건 이상 발표됐다”고 말했다.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의약품 사업화에 직접 뛰어든 업체도 있다. 쎌바이오텍(049960)은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한 대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쎌바이오텍 관계자는 “대장암을 치료하는 단백질을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해 전달, 기존 항암제의 부작용과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효율성은 높이는 방식”이라며 “동물실험에서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확인했으며 연내 임상시험에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바이오벤처인 지놈앤컴퍼니 역시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 면역력을 높이는 항암제를 개발하고 있다. 박한수 대표는 “유익균이 줄면 면역력이 감소해 항암제 효과도 떨어진다”며 “유익균을 늘려 항암제의 치료 효과를 높이는 방식의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개념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미국 업체는 이미 임상1상에 돌입한 상황이다. 지놈앤컴퍼니는 미국 현지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성운파마코피아는 산모의 질에서 채취한 168종의 마이크로바이옴을 이용해 비만·당뇨병·뇌졸중·질염·아토피 피부염·치주염 등 다양한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뇌졸중 치료제는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정부 과제로 선정, 동물실험에 필요한 연구비를 지원받게 됐다. 정인화 성운파마코피아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는 존슨앤드존슨·노바티스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자체 연구나 인수·합병에 뛰어들 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라며 “미국은 오바마 정부 때부터 수조원의 예산을 투입했을 만큼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 셀트리온·삼성바이오·코오롱 등 '바이오USA'서 신약 공개
- 지난해 열린 바이오USA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각 공장 모형을 보며 설명하고 있는 모습.(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비즈니스 교류의 장에 대거 참가한다.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068270), 코오롱생명과학(102940) 등 국내 업체 20여 곳이 이달 4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2018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 참가한다. 바이오USA는 미국바이오협회가 주관하는 행사로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세계 최대 행사로 꼽힌다. 바이오USA에는 글로벌 제약사 상위 25개사를 비롯해 임상시험전문기관(CRO) 상위 20개사, 의약품 위탁생산전문(CMO) 상위 20개사 등 70여개국에서 5000개 이상 업체 및 기관이 참가한다. 국내 기업들은 이번 행사에서 현재 개발 중인 신약과 함께 최신 제품을 선보이는 한편, 기술 이전과 판권계약 등 다양한 형태의 비즈니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코오롱생명과학은 단독으로 부스를 마련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를 넘어 의약품 개발제조(CDO) 사업을 중점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최근 회계 논란과 관련해 김태한 대표가 처음으로 불참하게 됐다”며 “수장이 없는 가운데 기존 거래처와 신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미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셀트리온은 연구·개발(R&D)인력 8명을 포함해 10명 이상을 현장에 투입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와 ‘트룩시마’, ‘허쥬마’ 등 바이오시밀러(생물학적 의약품 복제약) 홍보에 주력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 행사에서는 글로벌 기업들과의 네트워킹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하면 ‘바이오시밀러 강자’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올해는 바이오신약을 위한 후모물질 탐색 등 업체들 간 네트워킹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이밖에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해 출시한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홍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코오롱생명과학 관계자는 “국내에서 시술 건수가 1000건을 돌파하는 등 상용화에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을 위한 다양한 미팅을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바이오 벤처기업들도 R&D 중인 프로젝트를 적극 알릴 예정이다. 나이벡(138610)은 펩타이드를 기반으로 한 골다공증 치료제와 염증성 면역질환, 항암제 파이프라인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알테오젠(196170)은 황반변성치료제인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와 함께 ‘ADC’(항체 약물 결합) 유방암 치료제, 성장호르몬 등의 파이프라인을 선보인다. 알테오젠 관계자는 “이미 40개 이상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미팅이 잡혀 있다”고 말했다. 항암 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 중인 신라젠(215600)은 ‘펙사벡’ 외에 차세대 항암 바이러스 ‘JX-970’의 공동연구 및 상용화를 함께 할 파트너를 물색한다. 신풍제약(019170)은 개발 중인 뇌졸중 치료제 ‘SP-8203’의 임상 결과 발표와 함께 현재 시판 중인 말라리아 신약을 소개할 예정이다.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한국바이오협회는 공동으로 회원사를 소개하는 부스를 운영한다. 여기에는 휴온스(243070), 알테오젠, 강스템바이오, 코아스템, LSK글로벌PS 등 14개 업체들이 참가한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자신들의 기술을 글로벌 무대에 소개하는 기회로 바이오USA를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코오롱생명과학이 바이오USA에 꾸민 인보사 부스.(사진=이데일리 DB)
- 난치성 위암서 표적항암물질 발견…치료제 개발 '탄력'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국내 의료진에 의해 난치성 위암으로 불리는 상피중간엽전이(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EMT) 분자아형 위암에서 표적 항암물질이 발견됐다. 이에 따라 난치성 위암 치료제 개발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연세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부 김현석 교수 연구팀과 외과학교실 정재호 교수 연구팀은 표적항암제와 면역치료제에 저항성을 가진 EMT 분자아형 위암에서 표적 항암물질 후보와 동반진단법을 발견했다고 23일 밝혔다.이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진흥원 연구중심병원 육성 R&D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 졌으며 연구 결과는 소화기계에서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가스트로엔터롤로지(Gastroenterology)’ 온라인판에 게재됐다.위암의 경우 세계적으로 연간 100만명 이상이 진단을 받고, 국내 암 사망자수에서도 3위에 올라 있다. 수술 등 치료법이 발달하고 항암제가 개발되면서 생존율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재발, 전이된 위암에서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런 치료 실패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EMT 현상이다. EMT는 상피세포성 암이 중간엽세포 특성을 지닌 종양세포로 변형되는 것으로, 치료제 내성이나 암세포의 전이를 유도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글로벌 제약사들이 참여한 아시아 암 연구그룹에 따르면 모든 위암의 코호트 데이터에서 재발, 전이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EMT 분자아형에 속하는 환자들은 전체 위암 환자의 15%~43%에 이른다. 그리고 이들의 5년 생존률은 30% 미만으로 가장 예후가 나쁜 환자군에 속했다.현재 EMT 신호전달을 직접적으로 매개하는 여러 표적을 대상으로 표적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물질들에 대한 임상연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암 사멸 효과가 미미하거나 정상세포에 대한 부작용으로 임상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EMT 분자아형 위암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표적과 동반진단 마커 발굴이 중요해지고 있다.김현석 교수 연구팀은 자체 구축한 바이오마커-항암제 동시 개발 플랫폼을 이용해 1500여개의 임상약물 및 항암약물 스크리닝을 통해 EMT 분자아형 위암에 선택적 치료효과를 갖는 물질을 탐색했다.탐색결과 NamPT 기능을 억제하는 FK866이 합성치사(Synthetic lethality) 기전을 통해 NAPRT 효소의 발현이 억제된 EMT 분자아형 위암에서 선택적으로 항암효과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NamPT와 NAPRT는 세포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의 생합성에 상호 보완적인 성질로 관여하는 효소이다. EMT 분자아형 위암의 경우 NAPRT 효소가 억제돼 있어 NamPT 효소를 통해 NAD를 합성하고 성장과 줄기세포를 유도한다. 따라서, NamPT 생성을 약물로 억제할 경우 에너지를 생성을 하지 못해 EMT 분자아형 암세포만 굶어죽게 된다.<그림> NamPT 저해제의 중간엽전이 (EMT) 분자아형 암세포에 대한 작용 기전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FK866의 임상적 유효성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정재호 교수 연구팀이 자체적으로 확보한 환자유래 위암 이식 동물모델(PDX)을 활용해 생체내에서 FK866가 EMT 분자아형 위암의 종양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을 검증했다. 또, 942명의 세브란스병원 위암 환자의 종양을 대상으로 면역화학염색분석을 통해 EMT 현상에서 암 전이를 억제하는 E-cadherin 단백질의 소실이 NAPRT 단백질 결핍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추가적으로 연구팀은 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NAPRT의 발현억제가 위암뿐만 아니라 대장암, 췌장암의 EMT 분자아형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것을 밝혀 이번 연구를 통해 발굴한 NamPT 저해제를 여러 난치성 암종에 확대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김현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표적 치료제, 면역치료제에도 저항성을 갖는 EMT 분자아형의 위암뿐만 아니라 같은 아형의 대장암, 췌장암이 갖는 아킬레스건을 최초로 발견한 것”이라며 “이들 암에 적용 가능한 치료 표적과 동반진단법을 동시에 제시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또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FK866의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후속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