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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매도·홍콩 ELS·코인 ETF까지…총선 선그은 이복현[최훈길의뒷담화]
-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총선 출마 정말 안 하십니까”요즘 금융감독원 출입기자들이 이복현 금감원장을 만나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이미 이 원장은 총선 출마는 없다고 선을 그은 상태입니다. 그럼에도 이 원장에게 이 질문이 나오는 건, 현행법상 여전히 출마 가능성이 있어서입니다. 금감원장은 민간인 신분입니다. 따라서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선거 전 90일 사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 원장의 행보를 보면 총선 출마보다는 금감원장을 계속 하겠다는 분위기입니다. 최근 증시·금융 상황이 녹록지 않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등 해결해야 할 리스크도 산적한 상황입니다. 특히 이 원장이 올해 상반기에 월별로 제시한 로드맵을 보면, 금감원장직에 올인하겠다는 게 느껴집니다. 이 원장이 제시한 로드맵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에는 글로벌 투자은행(IB)에 대한 공매도 조사 및 홍콩당국과 공조, ELS 검사 결과 발표 및 배상안 제시, 기업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과 뉴욕에서 한국경제 설명회(IR),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가상자산 및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협의 등 금감원 현안이 산적합니다. 특히 이 원장은 올해 상반기에 홍콩, 뉴욕, 워싱턴 D.C. 출장 가능성까지 거론한 상태입니다. 오늘 뒷담화에서는 설 연휴 이후 주목할 만한 금융감독 이슈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오늘 주제를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오늘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예고한 투자 이슈’를 정리해봤습니다. 이번주 월요일(5일)에 이복현 원장이 ‘2024년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을 발표했는데요, 10여쪽에 자료에도 주목되는 내용이 많았지만 백미는 90분 기자간담회 내용이었습니다. 거의 1시간 반 동안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진행했는데요, 자본시장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스케줄까지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달력에 다 표시를 해놨는데요. 표시를 해놓고 보니 이달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쭉 자본시장 정책 관련해 ‘밑그림’이 그려지더라구요. 그래서 주식 등에 투자하시는 분들께도 관련 정보를 전해 드리면 좋을 것 같아서 관련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기사 내용을 보시면 올해 월별로 이같은 자본시장 정책 이슈가 터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실 것 같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작년 5월2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유관기관 합동토론회에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해 직을 걸고 전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사진=이영훈 기자)-그러면 우선 이달부터 소개하면?△2월부터 말씀드리면 우선 카렌더에 ‘공매도’를 표기해 놓으시면 좋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금감원·한국거래소가 작년 11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발표했잖아요. 현재 금융위는 상환기간·담보비율 일원화, 불법 공매도 차단 전산 시스템 구축, 불법 공매도 제재 강화 등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국회 정무위원회와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구요. 그런데 2~3월에 무슨 일정이 있냐면, 글로벌 IB에 대한 불법 공매도 조사 결과가 발표됩니다. 이게 중요한 게 공매도 제도개선을 제대로 하려면 제대로 된 조사부터 진행이 돼야 하거든요. 어디가 문제가 있는지를 포착해야 하니까요. 금감원은 국내 공매도 거래 상위 글로벌 IB 10여개사를 선정해 위반 개연성이 높은 종목과 기간을 추출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조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는데요. 지난해 금감원은 글로벌IB 두 군데에서 56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적발했구요. 지난 달에는 글로벌IB 두 군데에서 560억원 규모 불법 공매도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이복현 원장이 홍콩도 갑니까?△갑니다. 기자간담회에서 이 원장이 이렇게 얘기를 했습니다. 이 원장은 “2월 중에 금감원 실무팀에서 홍콩을 방문해 진행했던 공매도 (조사)상황을 공유하고, 그쪽에서 저희를 도와줄 게 있는지 등을 논의하려고 한다”며 “홍콩은 중요한 시장이라 저나 담당 부원장이 상반기에 홍콩을 방문해 (불법 공매도 관련 조사, 대책 등) 해당 입장을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IB들이 홍콩에 많이 있고, 불법 공매도로 적발되는 IB들도 많이 있다 보니 홍콩 금융당국과 공조할 것도 많거든요. 특히 금감원이 불법 공매도를 세게 제재하고, 홍콩 가서 설명하는 느낌도 듭니다. 이 원장은 이번 업무계획에서 “공매도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시장교란 행위를 엄단하겠다”, “공매도 거래 전산체계를 구축해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겠다”고 했거든요. 그러니까 조만간 세게 제제 결과가 나오고, 홍콩 가는 일정이 진행될 듯합니다. 지난해 1~8월 불법 공매도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건수는 45건, 과태료·과징금 부과 금액 합계는 107억475만원이었다. 외국계 금융사가 전체 과태료·과징금 부과액의 92%를 차지했다. (자료=금융위, 금감원,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실, 그래픽=김정훈 기자)-불법 공매도 혐의로 해외 국적 IB임원도 소환하나요?△불법 공매도 혐의 관련해 해외 금융사 임원 소환의 첫 사례가 나올 수 있어 주목됩니다. 법적으로 피의자를 국내 소환하는 건 검찰의 영역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금감원이 무슨 소환을 하냐’는 말이 나옵니다. 하지만 혐의가 불법 공매도에 관한 것인 만큼 금감원이 검찰과 함께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구상입니다. 금감원은 글로벌IB 임원 등 해외 국적 인사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발부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작년에 금감원은 주가조작 혐의를 받은 김범수 카카오(035720) 창업자를 금감원 ‘포토라인’에 세웠습니다. 금감원에 포토라인이 만들어진 건 1999년 금감원 출범 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 등 ‘경제 검찰’ 금감원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과거에도 금감원, 검찰은 도이치뱅크, 골드만삭스 임원을 시세조종이나 탈루 등의 혐의로 소환하려 시도한 적이 있습니다. 금감원은 2014년에 검찰, 국세청과 함께 골드만삭스에 대한 전방위 집중 조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해외 IB 임원들은 소환 조사에 불응했습니다. 이번에 금감원은 공매도 주문을 내는 쪽이 무차입 공매도 여부를 확인했는지와 수탁증권사들이 불법 공매도 확인 의무를 충실히 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금감원, 검찰 등의 최근 행보를 보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국내로 소환해서라도 국내 법에 따라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참조 이데일리 2월8일자<[단독]과징금으로 부족…‘불법 공매도’ 글로벌IB 임원도 ‘처벌’ 추진>)-금감원, 글로벌 IB쪽 내부 분위기를 좀 더 얘기하면?△사실 불법 공매도 여부를 놓고 기싸움이 거센데요. 관련 에피소드 하나 말씀드릴게요. 지난달 16일 저녁에 금감원에서 블룸버그 기사 관련 자료를 냈어요. 이복현 원장 취임하고 나서 외신에 대한 보도설명자료를 낸 게 거의 없는데, 어떤 내용인지 보니 공매도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15일 기사(<‘Rampant’ naked shorts found in just 0.001% of South Korea trades>)에서 최근 적발된 글로벌IB 4곳의 불법 공매도 규모가 한국 주식 거래대금 총액(2022~2023년)의 0.001%에 불과하다며 불법 공매도가 만연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도했습니다. 블룸버그는 “약 5000만 인구의 거의 30%를 차지하는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 침체를 종종 공매도의 탓으로 돌린다”고 보도했는데. 이어 “한국에서 불법 공매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발언을 전했구요. 이에 대해 금감원은 “‘한국 주식 전체의 거래대금 총액’이 아니라 ‘해당 종목의 거래대금’을 봐야 한다”면서 “일부 종목의 경우 공매도 위반비율(위반 주문금액/해당 종목 당일 거래대금)이 20%를 초과하는 등 종목별로 불법 공매도의 영향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 기사를 사실상 반박한 셈인데요. 금감원에선 외신에서 불법 공매도에 대해 어떻게 보도하는지 실시간으로 챙겨보고 있다고 하구요. 특히 위처럼 외신이 보도하는 건 조사 대상인 글로벌 IB쪽에서 뭔가 역정보를 흘리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하고 있어서요. 제재 결과 발표 및 홍콩 방문 앞두고 금감원과 글로벌 IB간 물밑 신경전이 거센 분위기입니다. ‘ELS 가입자 모임’ 350여명(주최측 추산)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고위험 상품을 불완전 판매한 만큼 원금 보상, 피해보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설 연휴 지난 뒤에 홍콩 ELS 건도 발표를 하지요?△금감원은 지난해 11월부터 홍콩H지수 ELS와 관련해 주요 판매사에 대한 실태점검을 진행했고, 지난달 8일부터 11개 주요 판매사(5개 은행·6개 증권사)에 대한 현장검사와 민원조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설 이후 2차 검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금감원은 이달 15~16일 2차 검사 나가 최대한 2월 중 배상안 결과를 마무리할 것으로 목표로 잡았습니다. 이 원장은 불완전판매 정황들이 확인됐다고 합니다. 이 원장은 “위험이 높은 것도 있지만, 파생금융상품은 풋옵션 같은 것들이 복잡하게 엮여 있는 구조라서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좀 어려운데 상품 판매 권유한 게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최대 쟁점은 배상 어떻게, 얼마냐인데. 이 원장은 “불법과 합법을 떠나 금융권 자체적인 자율 배상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최소 50%로라도 먼저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소비자 입장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많겠지요?△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어떻게든 많이 피해 배상이나 보상을 해주겠다는 뉘앙스로 계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은행 쪽을 취재해보면 명확하게 불완전 판매가 드러나 불법으로 확인되기 전까지는 대규모 피해 배상이나 보상을 하기 힘들다는 분위기입니다. 그렇게 해주면 배임이라는 말까지도 나오고요. 그런데 지금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배상이나 보상을 주겠다는 입장은 많이 보도되는데 정부나 정치권에서 배상이나 보상 힘들다는 얘기는 많이 안 하거든요. 하지만 실제 전문가분들 얘기를 들으면 홍콩 ELS 배상이 간단치 않습니다. 한국증권학회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전진규 동국대 경영대학 교수와 최근에 만나 인터뷰를 했는데요, 이런 얘기를 하더라구요. (참조 이데일리 2월2일자 <“홍콩 ELS 손실, 판매사만 잘못 아냐…투자자 ‘자기책임’도 살펴야”>)“ELS는 엄연히 투자상품이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ELS 상품에 투자한 뒤 손해를 입었는데, ‘은행에서 시키는 대로 했는데 손실을 봤다’고만 주장하는 건 투자에 대한 자기책임 원칙상 맞지 않다. 검사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발견될 수 있지만 설명 의무, 적합성 원칙 등에서 금융업계 전반적인 큰 문제를 발견하기는 힘들 것이다. 일괄적인 배상이나 선제적 보상 없이 개별 건별로 논의가 진행되고, 조정 결과를 놓고 이견이 생기면서 소송이 잇따를 것이다.”이처럼 4월 총선 이후에도 장기전이 될 수 있구요. 얼마를 배상이나 보상받는지 여부에 따라 갈등이 불거질 전망입니다. 제도개선 방안도 주목되는데 만약 은행권에 ELS 판매를 금지하게 되면 증권사 쪽으로만 ELS가 판매되니까, 시장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입니다. (자료=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그래픽=김정훈 기자)-주목되는 미국 일정도 있네요. △이복현 원장이 상반기에 미국 출장 가는 것을 예고했는데요. 뉴욕 일정부터 말씀드릴게요. 이 원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 관련 다양한 노력이 있다. 금융위에서 여러가지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5~6월 중에 뉴욕 등 주요 선진 금융시장을 (방문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노력을 설명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금융위, 한국거래소가 중심이 돼서 준비하고 있는데 이달 중에 구체안이 발표됩니다.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 기업을 투자자들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공시하구요. 관련 ETF도 만들구요. 그래서 시가총액이 보유 자산보다 적은 PBR 1배 미만 기업이 스스로 주가 부양책을 내놓도록 유도하고, 관련 종목 증시도 부양하는 취지입니다. 요즘 일본 증시가 좋잖아요. 일본이 이같은 정책을 추진해서 실제로 효과를 보다 보니, 우리나라도 일본 정책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이걸 2월에 발표하고, 올해 5~6월에는 뉴욕 IR을 통해 해외 투자자들에게 우리나라 투자 설명회를 하는 계획이라고 합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심각하니까, 해외 나가서 바이 코리아 홍보를 하고 있잖아요. 올해 금융위나 금감원이 해외 IR 나갈 때 상반기 중에 보따리에 싸가는 것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될 예정입니다. 한 시민이 작년 11월2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 D.C.에 위치한 증권거래위원회(SEC)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최훈길 기자)-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 워싱턴 D.C. 일정도 있네요. △이복현 원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게리 갠슬러 위원장과 만나 가상자산 이슈, 비트코인 현물 ETF 등 눈높이를 맞출 부분들이 있다”며 “지금은 SEC 정책이 전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하다. (올해 만나서) 협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갠슬러 위원장은 국제회의에서 이 원장과 만나 SEC로 이 원장을 초대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합니다. 가상자산의 경우 우리나라는 지난 달부터 회계처리 감독지침 제정, 주석공시 의무화로 가상자산 회계·공시가 도입됐습니다. 올해 7월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시행할 예정이구요. 미국은 가상자산법이 없는 상황이기는 한데요. 그래도 미국에서 가상자산 감독을 철저하게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SEC와 금감원과의 논의가 주목됩니다. 저는 작년 11~12월에 워싱턴 D.C. 취재를 갔습니다. 헤스터 피어스 SEC 위원(Hester Pierce SEC commissioner), 캐롤라인 팸 미국 상품선물거래 위원회(Caroline Pham CFTC commissioner) 위원을 인터뷰 했는데요. 미국에서도 가상자산 전담부서를 두고 다양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하더라구요. 금감원도 지난 달부터 가상자산 전담부서를 출범시켰기 때문에 관련 논의가 될 듯합니다.(참조 이데일리 12월14일자 <비트코인 ETF 임박? 美 SEC·CFTC 물어보니[최훈길의뒷담화]>)그리고 비트코인 현물 ETF 논의도 주목되는데요. 우리나라는 가상자산이 자본시장법상 기초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비트코인 현물 ETF가 현행법에 위배된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서 SEC가 지난달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했지만 우리나라는 불허 상황인데요. SEC가 5월에 이더리움 현물 ETF에 대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거든요. 한쪽에선 ‘비트코인 현물 ETF는 승인했으니까 당연히 승인될 것’이라는 말도 있지만, ‘이더리움이 비트코인보다 복잡한 구조이고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최초 신청(2013년)부터 10년 넘게 걸렸으니 힘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금감원장이 SEC를 찾아 위원장과 면담을 진행하는 것은 역대 최초입니다. 5~6월에 이 원장이 워싱턴 D.C.에 가서 게리 겐슬러 위원장과 어떤 논의를 할지, 시장에서 주목받을 전망입니다.※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
- ‘무명돌풍’ 박기호, 대회 최고 애버리지로 사이그너 제압…대회 16강行
- 박기호. 사진=PBA 사무국[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지난 4차 투어에서 4강으로 돌풍을 일으킨 ‘무명’ 박기호가 또 한 번 일을 냈다. ‘튀르키예 마술사’ 세미 사이그너(휴온스)를 상대로 대회 최고 애버리지를 쓰며 16강에 올랐다.박기회는 9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8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웰뱅 PBA-LPBA 챔피언십’ PBA 32강서 사이그너를 세트스코어 3-0으로 눌렀다. 두 차례나 ‘끝내기 하이런 10점’을 기록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첫 세트 초구를 4득점으로 연결한 박기호는 3이닝서 사이그너에 7득점을 허용해 5-10으로 끌려갔다. 하지만 5이닝 째 얻은 기회를 하이런 10점을 뽑으면서 1세트를 마무리했다. 이어 2세트서도 5-4로 앞선 4이닝째 하이런 10점을 기록, 15-4로 이기고 세트스코어 2-0으로 달아났다. 여세를 몰아 3세트 역시 6-3으로 앞서던 3이닝째 하이런 9점으로 15점을 채워 3-0 완승을 이뤘다.이날 12이닝만에 45점을 채운 박기호는 경기 애버리지 3.750으로 종전 사이그너가 128강에서 세운 2.842를 훌쩍 뛰어넘으며 대회 최고 애버리지를 세웠다. 동시에 PBA 세트제 역대 3위에 해당하는 기록도 세웠다. 매 대회 한 경기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뱅톱랭킹’(상금 400만원) 수상 가능성도 높였다.박기호는 지난 2021~22시즌 챌린지투어(3부)로 데뷔해 4개 대회 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등 해당 시즌 종합 2위로 한 시즌 만에 1부 투어에 승격했다. 승격 첫 시즌에는 이렇다 할 성적이 없었으나 이번 시즌 들어 4차 투어(에스와이 챔피언십)서 뛰어난 경기력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박기호는 당시 강동궁(SK렌터카) 잔 차파크(튀르키예·블루원리조트) 이상대(웰컴저축은행) 등 우승 후보를 연거푸 제압하며 ‘무명 돌풍’을 일으켰다. 건설 현장에서 미장·방수 업무를 하는 그의 본업도 화제를 모았다. 이번 대회서 또 한번 돌풍을 일으킨 박기호는 16강서 이상대를 만난다.이밖에 열린 PBA 32강전서는 강동궁 조건휘(이상 SK렌터카) 임성균(하이원리조트) 김병호(하나카드) 강민구(블루원리조트) 등이 16강 진출에 성공, 국내파 강세가 이어졌다. 16강 진출 자 가운데 하비에르 팔라존(스페인·휴온스)만 유일한 외국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반면 비롤 위마즈(튀르키예·웰컴저축은행), 모리 유스케(일본), 아드난 윅셀(튀르키예) 등 해외 강자들은 탈락했다. 전날 조재호(NH농협카드)를 제압한 김병섭을 비롯해 전인혁, 최성원(휴온스) 등도 고배를 마셨다.한편, 같은 날 열린 LPBA 8강전서는 김보미(NH농협카드)가 ‘당구 여제’ 김가영(하나카드)을 상대로 풀세트 끝에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하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통산 10번째 4강 무대에 오른 김보미는 프로 첫 우승에 도전한다.프로 출범 이후 열린 ‘웰컴저축은행 웰뱅 챔피언십’ 5개 대회 중 4개 대회서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웰뱅 여왕’ 임정숙(크라운해태)은 같은 팀 백민주(크라운해태)를 3-0으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임정숙은 이번 대회서 김가영-스롱 피아비(블루원리조트)가 경쟁중인 LPBA 최다 우승(6회)에 도전한다.또 ‘캄보디아 특급’ 피아비는 장혜리를 3-0으로 제압, 6개 대회만에 준결승 무대에 올랐다. 김가영과 나란히 6승으로 LPBA 최다승을 나란히 경쟁중인 피아비는 이번 대회서 단독 1위(7승)에 도전한다.김경자는 ‘일본 강호’ 히가시우치 나쓰미(웰컴저축은행)을 물리치고 원년 시즌(2019-20시즌) 이후 약 4년만에 프로통산 두 번째 준결승에 진출했다. LPBA 대회 4강전은 김보미-임정숙, 피아비-김경자 대결로 성사됐다.대회 7일차인 10일에는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2시, 저녁 7시, 밤 9시30분 4차례에 나누어 PBA 32강전이 치러지고, 오후 4시30분부터는 LPBA 8강전이 열린다.
- 김성현, PGA투어 피닉스오픈 1R 공동 3위…“팬들 함성에 소름 돋아”
- 김성현이 9일 열린 PGA 투어 WM 피닉스오픈 1라운드에서 아이언 샷을 날리고 있다.(사진=AFPBBNews)[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김성현(26)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WM 피닉스오픈(총상금 880만 달러) 1라운드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상쾌한 출발을 알렸다.김성현은 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TPC(파71)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3개를 엮어 4언더파 67타를 치고 공동 3위에 올랐다. 선두 사하스 시갈라(미국)와 2타 차다.10번홀부터 시작한 김성현은 12번홀(파3)에서 첫 버디를 기록했고, 13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을 핀과 2.7m 거리에 보내 가볍게 이글을 잡아냈다.18번홀(파4) 7m 버디 퍼트에 성공한 김성현은 굵은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한 후반 1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핀 50cm 거리에 바짝 붙여 연속 버디를 기록했다.김성현은 2번홀(파4)에서 스리 퍼트 보기를 범하긴 했지만 5번홀(파4)에서 6m 버디, 6번홀(파4)에서 3m 버디를 차례로 잡으며 공동 선두까지 올랐다.그러나 김성현은 마지막 8·9번홀(파4)에서 연속 보기를 적어내 선두에서 내려온 채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김성현은 경기 후 “날씨가 너무 추워서 경기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초반에 버디, 이글을 차례로 기록하면서 좋은 출발을 할 수 있었다. 남은 라운드도 열심히 플레이하겠다”고 밝혔다.올해로 PGA 투어 2년 차를 맞은 김성현은 열광적인 팬 문화 때문에 ‘골프 해방구’로 불리는 WM 피닉스오픈에 처음 출전했다.김성현은 “16번홀에 올라갔을 때 팬들의 함성이 너무 놀라웠다. 같은 조 선수가 버디를 기록했는데, 버디 퍼트가 들어갈 때 팬들의 함성이 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놀라웠다”면서 “남은 라운드에서는 저도 16번홀에서 버디를 만들어서 그런 경험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16번홀(파3)은 이 대회의 명물이다. 홀 주위에 큰 관중석이 설치돼 선수의 티샷 결과에 따라 엄청난 환호나 야유가 쏟아진다. 이날은 특히 비가 오고 기온이 내려가 날씨가 좋지 않았음에도 수천 명의 팬들이 16번홀에 남아 있었던 걸로 전해진다.임성재(26)는 버디 2개, 보기 1개로 1언더파 70타를 치고 공동 18위를 기록했고, 김시우는 5개 홀에서 1타를 줄여 나란히 공동 18위에 자리했다.안병훈(33)은 8개 홀에서 1타를 잃어 공동 80위에 머물렀고, 이경훈(33)은 4개 홀밖에 치지 못한 가운데 2오버파로 공동 97위에 그쳤다. 김주형(22)은 3오버파 74타로 경기를 마치고 공동 111위로 밀려났다.이날 경기는 악천후로 인해 약 3시간 30분 정도 중단되면서 일부 선수들이 1라운드를 마치지 못했다.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기록한 시갈라가 6언더파 65타를 적어내며 단독 선두에 올랐다. 시갈라는 지난해 9월 포티넷 챔피언십에서 처음 우승하며 PGA 투어 통산 1승을 기록하고 있다.앤드루 노백(미국)은 9개 홀밖에 경기를 치르지 못했고 5언더파를 치며 시갈라를 맹추격하고 있다.셰인 라우리(아일랜드)가 김성현과 함께 4언더파 공동 3위에 올랐고, 조던 스피스(미국)가 3언더파 68타 공동 5위에 이름을 올렸다.2022·2023년 이 대회 우승자로 3연패를 노리는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는 6개 홀밖에 치르지 못했는데, 1타를 줄여 공동 18위를 기록했다.WM 피닉스오픈 3연패 노리는 스코티 셰플러(사진=AFPBBNews)
- '나는 솔로' 16기 옥순, '돌싱'인 줄 모르는 소개팅 男에 당황
- [이데일리 스타in 김가영 기자] ‘나는 솔로’ 16기 옥순이 자신이 돌싱인 줄 모르는 상대에 난감함을 드러낸다.‘무엇이든 물어보살’12일 방송되는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254회에는 ‘2024 보살팅 시즌5’ 최종 선택 결과가 방송된다.보살팅의 시작을 알린 지난주 방송에서는 1차 키워드 랜덤 매칭을 통해 탄생한 ‘눈웃음-꾸니’, ‘단호박-환승남’, ‘국가대표-불꽃남자’, ‘백설공주-재수생’ 커플의 설레는 첫 만남이 그려졌다. 매력 발산 타임을 거쳐 파트너를 바꿀 수 있는 ‘사랑의 깃발 체인지’를 통해 ‘눈웃음-재수생’, ‘단호박-불꽃남자’, ‘국가대표-꾸니’, ‘백설공주-환승남’의 2차 커플로 재탄생했다.가장 큰 화두였던 나는 솔로 16기 옥순 ‘단호박’과 공주 소방서 킹카 ‘불꽃남자’ 두 사람의 핑크빛 기류의 결말과, 파트너 교체를 요구하며 주식 리딩방 사진 도용 피해남 ‘꾸니’와의 1:1 식사 데이트를 거부한 호텔리어 ‘눈웃음’의 최종 선택 여부가 12일 방송에서 공개될 예정이다.이날 방송에서 솔로남녀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1:1 식사 데이트를 통해 서로를 더욱 깊게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눈웃음’은 2차 커플로 매칭된 보살팅 인기남 ‘재수생’과 1:1 식사 데이트를 하며 그의 가치관에 “저도요! 이게 나랑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었다니!”라며 격한 공감을 보였으나 무의식중에 “이제 파트너 바꾸는 시간은 없으려나?”라고 내뱉는다. ‘눈웃음’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는지 궁금증이 모이는 상황.또한 자신이 유명인인 줄 전혀 모른 채 직진하는 소방관 ‘불꽃남자’와 2차 커플이 된 ‘단호박’은 “나솔 출연 이후 저에 대해 모르는 사람과 대화해 본 적이 거의 없다”라며 “나는 돌싱인데 이분에게 어떻게 말해야 되지”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다 ‘불꽃남자’에게 깜짝 놀랄 말을 건넸다. ‘불꽃남자’가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어 두 사람의 호감도에 변화가 생길지 궁금증이 모인다.‘백설공주’와 ‘환승남’은 의외로 대화가 잘 통하는 모습을 보이며 흥 넘치는 반전 케미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알듯 말 듯 속마음을 알아보는 ‘일등 꼴등 게임’과 서장훈·이수근 두 보살과의 단독 면담 기회, 단 한 번의 질문 기회 ‘지목 토크’까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마지막까지 예측 불가능한 보살팅의 뜨거운 분위기가 이어졌다는 전언이다.‘단호박’과 ‘불꽃남자’가 서로에게 건넨 충격적인 말과 ‘눈웃음’을 둘러싼 ‘꾸니’와 ‘재수생’ 두 남자의 묘한 신경전 등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최종선택은 본 방송에서 확인할 수 있다.‘무엇이든 물어보살’은 매주 월요일 오후 8시 30분 방송된다.
- [단독]집에서도 軍 막사에서도…`가스라이팅의 덫` 피할 수 없었다
- 가스라이팅 범죄는 과거 사이비 종교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만 벌어지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부·연인 관계는 물론 사제 및 선·후배 관계 등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습니다. 이에 이데일리는 최근 2년간 관련 판결문 전수 분석을 통해 가스라이팅 사례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모색했습니다. <편집자주>[이데일리 이영민 박기주 기자]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 범죄가 연일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데일리가 최근 2년간 관련 판결문을 전수 분석하며 확인한 사례를 보면 현실은 더욱 처참했다. 미성년자인 여아가 십여 년간 가스라이팅을 당하며 성범죄 등 강력 범죄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것은 물론 성인, 심지어 남성까지 그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희생양이 됐다.가스라이팅은 불안정한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타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를 뜻하는 말이다. 이는 특히 가정과 학교,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주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피해자는 공포심에 짓눌려 주위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지 못하고, 장기간 가스라이팅이 이어진 경우가 많아 복수의 범죄에 노출된 이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데일리는 최근 2년간 가스라이팅 관련 사건의 판결문을 전수 분석했다.(사진=손의연 기자)◇여성·미성년자 노린 성범죄…심리 불안 클수록 취약이데일리는 가스라이팅 범죄의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가스라이팅’과 ‘심리적 지배’가 명시된 판결문 121건을 분석했다. 이 중 가스라이팅 특징이 뚜렷한 판결문 42건을 살펴본 결과, 가스라이팅 범죄는 주요 타깃은 여성(72.1%), 미성년자(44.2%)였다. 판결문을 통해 피해자의 성별이나 나이를 확인 할 수 없는 경우(각각 14.0%, 16.3%)도 상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비율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우울 등 심리적 불안을 가진 정신질환자나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가진 지적 장애인을 상대로 한 범죄(25.5%)도 적잖았다. 범죄 유형별로는 강간 등 각종 성범죄가 전체 사건의 81%(34건)에서 발생했다.분석한 판결문에는 이 같은 ‘가스라이팅 범죄’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가 다수 등장했다. 미성년자인 여성 A씨는 지난 2020년 1월 교제하기 시작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는데, 해당 남성은 ‘안 맞은지 오래됐지’ 등 발언을 하며 깨진 소주병으로 협박을 했고, 성범죄를 자행했다. 이후 A씨는 ‘분리불안 관련 증상이 있어서 가스라이팅 등의 피해에 취약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진단을 받았다. 이처럼 가해자들은 공통적으로 상대방의 ‘불안’과 ‘공포’를 파고들었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2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이용해 지적장애인 여성에게 접근한 뒤 불특정 다수의 남성과 성매매할 것을 지시해 대금을 갈취한 B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B씨는 피해자가 성매매를 거절하면 헤어지거나 죽을 것처럼 협박하고, 피해자가 평소 먹는 간질약을 먹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이어갔다. C씨는 2019년 10월 당시 17세였던 여성 피해자를 유인해 함께 마약을 투약한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됐다. 그는 교도소에서도 심리적 지배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랑한다’, ‘함께 살자’라는 내용의 편지 144통을 피해자에게 보냈고, 마약에 중독된 피해자에게 가출과 성관계, 성매매를 종용했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성인·남성도 피하지 못한 덫…‘범죄 폭탄’에 노출그렇다고 성인이나 남성이 무풍지대인 것도 아니다. 남성은 14.0%, 성인은 39.5%로 비교적 적긴 하지만 이들 역시 가스라이팅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피해자가 됐다. 군복무 시절 범행이 시작된 사례도 있었다. 2018년부터 공군교육사령부에서 공군 병사로 복무한 D씨는 당시 후임인 피해자(23)의 미숙한 업무와 거짓말 때문에 간부들에게 혼날 때마다 피해자를 윽박질렀다. 그는 전역 후에도 피해자 때문에 군 복무가 힘들었다며 자신을 두려워하는 피해자에게 청소를 시켰다. 또 ‘가족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거나 폭행해 피해자가 담배 100개비를 한번에 흡연하거나 자신의 배에 담뱃불을 지져 2도 화상을 입게 했다. E씨는 2019년부터 고등학교 동창인 피해자(남·20세)를 지속적으로 협박하거나 폭행하는 방식으로 소변을 마시거나 유사성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 가스라이팅의 더 큰 문제는 하나의 범죄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원이 가스라이팅과 심리적 지배에 의한 피해를 인정한 사례 중 2개 이상 범죄가 발생한 사건은 10건 중 9건(38건)에 달했다. 가장 많은 혐의가 걸린 사건의 경우 강간과 상해, 사기 등 총 22개 혐의가 적용되기도 했다. 실제 F씨 부부는 2012년부터 친구인 피해자와 8년간 한집에 살면서 그와 유사성행위를 하고, “성폭행으로 고소하겠다”, “나도 잘못했지만 너의 잘못이 더 크다”며 피해자를 협박해 가스라이팅했다. 피고인들은 죄책감과 두려움 때문에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느낀 피해자를 폭행해 코뼈를 부러뜨리고, 소변과 곤충을 먹도록 강요했다. 이들은 쇠사슬로 피해자의 몸을 묶어 출입을 제한하고, 80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이 부부가 받은 혐의는 9개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양형 때 가스라이팅을 범죄 수단이나 가중처벌 조건으로 인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부연구위원은 “가스라이팅이나 심리적 지배는 사실 이전부터 여러 범죄에서 발생했지만 그동안 법원은 가해자의 범행 방식을 나타내는 위계나 위력으로 이 현상을 뭉뚱그려 표현해왔다”며 “판결문이나 뉴스에서 가스라이팅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피해자의 심리와 착취 구조에 집중하는 모습은 유의미한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스라이팅을 독자적인 범죄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폭행이나 협박처럼 심리적 지배를 범죄의 중요 기제로 이해하는 분야를 넓혀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