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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aily리포트)2003년 1월 뉴욕의 겨울풍경
- [edaily 정명수기자] 미국 제1의 도시 뉴욕은 겨울에도 좀처럼 영하로 떨어지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주에는 영하 17도까지 떨어지는 혹한이 엄습했습니다. 9.11테러, 자본주의의 심장, 급락하는 주가, 이라크 전쟁.. `빅 애플`로 불리는 뉴욕은 영욕의 현장입니다. 경제부 정명수 기자가 얼어붙은 뉴욕을 다녀왔다고 합니다. 2003년 1월 뉴욕이라는 공간의 이모저모를 들어보시죠.
우리에게 미국은 뭘까요. 미국 경제는 뭘까요. 미국 경제의 심장, 뉴욕은 또 뭘까요. 우리는 뉴욕 증시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받습니다. 그러나 정작 뉴욕이라는 공간에 대해서는 잘 모르죠. 그 속에 있는 건물들, 사람들, 공원, 박물관 등등.. 뉴욕은 이 모든 것이죠.
타임스퀘어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번화한 거리입니다. 추운 날씨에도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큰 전광판이 있습니다. 주식 시세를 보여주죠. 뉴스도 나옵니다. 타임스퀘어 한 구석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앉아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어떤 뉴스가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노무현 당선자는 북핵 문제를 대화로 해결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뉴욕 주가에 영향을 주는 뉴스 중 하나로 노 당선자의 인터뷰가 전광판을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그걸로 끝. 타임스퀘어에서 북한 핵 문제는 이렇게 한줄로 정리됐습니다.
케이블TV
제가 묵었던 곳에는 채널이 800개가 넘는 케이블 TV가 있었습니다. CNN, MSNBC, FOX등 채널을 돌릴때마다 이라크 전쟁과 관련된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바그다드, 터키, 쿠웨이트, 사우디를 인공위성으로 연결, 그곳에서는 전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시시각각 보고하고 있는 것이죠. 백악관 주변의 시각, 의회 지도자, 군사 전문가도 끊임없이 등장하구요.
심지어 이라크 침공 루트를 설명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TV들은 이미 전쟁을 시작한 것 같았습니다. 아니, 전쟁을 하라고 조장하는 것 같았습니다. 9.11테러가 후세인 소행이라고 믿는 미국인들도 있답니다. 언론의 위력이죠.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미술관 중 하나입니다. 아침 일찍 레오나르도 다빈치 특별전을 보러 갔습니다. 평일인데도 관람객이 많았습니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드로잉을 모아서 전시회를 연 것이죠.
이 전시회는 모건스탠리의 후원으로 열렸습니다. 증시 상황이 나빠지면 감원의 칼날을 뽑아드는걸 주저하지 않는 투자은행이 그림 전시회를 후원하다니... 낯설게 느껴지더군요.
또 하나. 전시된 그림을 설명해주는 오디오 가이드가 있습니다. 5달러를 내면 녹음기 같은 것을 줍니다. 그림에 붙어 있는 번호를 누르면 설명이 나옵니다. 재밌는 것은 오디오 가이드 후원사였습니다. 9.11 테러 직후 뉴욕 시장에 당선된 마이클 블룸버그, 그가 운영하는 경제 통신사 `블룸버그`였습니다.
투자 은행은 전시회를 후원하고, 투자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는 오이오 가이드를 후원하고...
버스
미술관을 나와서 버스를 탔습니다. 숙소가 있는 롱아일랜드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죠. 뉴욕의 버스에는 토큰이 없습니다. 우리의 교통카드 비슷한 메트로 카드가 있죠. 지하철과 버스를 동시에 탈 수 있습니다. 메트로 카드가 없으면 반드시 동전을 내야합니다. 버스 요금통이 지폐를 인식하지 못하거든요.
1달러50센트하는 버스 요금이 없었습니다. 지폐뿐이었습니다. 당황했죠. 우락부락하게 생긴 흑인 운전기사가 뭐라고 야단입니다. 여행 가이드책에 이런 경우, 승객들에게 동전 교환을 부탁하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Can you exchange this bill to coins...?" 되는 영어인지 안되는 영어인지 무작정 옆자리 승객에게 부탁했습니다. 한참을 가방을 뒤져서 동전을 찾더군요. 근데 없다는 거에요. 그 옆에 여자 승객에서 부탁했죠. 역시 동전이 없데요. 그런데 굉장히 미안한 표정을 짓더군요. 결국 앞자리의 흑인한테서 동전을 바꿨습니다.
버스 승객들은 매우 친절했습니다. 동전을 바꿔달라는 제 요청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줬습니다. 이런 미국인들이, 이런 뉴요커들이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고, 이라크와 전쟁을 못해 안달이라는 것이 믿겨지십니까.
기차
저녁 8시. 팬실베니아 스테이션은 퇴근하는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뉴욕 맨하탄은 집값이 워낙 비싸 대부분 기차로 한두시간 거리의 교외에 집이 있습니다. 우리로 치면 분당이나 수원 쯤에서 통근하는 거죠.
기차는 승객들로 꽉찼습니다. 좌석이 없어 서서 가는 승객도 많습니다. 햄버거로 간단하게 저녁을 때우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이 펼쳐든 지역 신문을 유심히 봤습니다. 헤드라인이 뭘까요. 실업률 기사였습니다. "올해도 실직은 계속된다. 노동시장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기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은 그래도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출퇴근을 하니까요. 보통의 뉴요커들은 주중에 딴 짓을 거의 못한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 6시에 집에서 나와야 8시까지 출근이 가능하고, 퇴근하고는 곧바로 집으로 가야 내일 아침 또 출근을 하죠. 직장을 잃지 않으려면 어쩌겠습니다. 집-직장-집-직장.. 다람쥐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유태인과 한국인
록펠러 센터 뒤편으로 가면 서울 종로와 같은 금방 거리가 나옵니다. 대부분 도매상입니다. `LK 메가 골드`라는 금방을 경영하는 한국인 사장님을 만났습니다.
우리도 그렇지만 미국에서 금장사를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진입장벽이 높고, 인맥이 있어야 하니까요. 미국의 귀금속 시장은 유태인이 꽉 잡고 있는 모양입니다.
까만 외투에 높은 모자, 턱수염을 길게 기른 유태인, 아니면 빵떡 모자를 쓴.. 이런 유태인들이 좌지우지하는 뉴욕의 금시장에 한국인들이 얼마나 진출해 있을까요.
놀랍게도 금 거래의 모든 단계에 한국인들이 있었습니다. 금을 세공하는 공장, 그 공장에서 물건을 받아서 도매로 넘기는 도매상, 그 도매상과 연결돼 있는 소매상, 심지어 금세공 장비를 파는 가계까지. 다이아몬드 거래에도 한국인들이 관여하고 있었습니다.
`LK 메가 골드` 사장님은 10년전 무작정 미국으로 온 불법 체류자였다고 합니다. 어려움도 많았지만, 꿈을 향해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미국에 사는 한국 교민들은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 촛불 시위를 보도하는 미국 현지 언론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거죠. 그래도 유태인을 능가하는 끈끈한 삶의 의지를 누가 꺾겠습니까.
- (전문)임채정 인수위 위원장 연설문
- [edaily 박영환기자] 오늘 귀중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김창성 회장님! 그리고 함께해주신 내외귀빈 여러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 임채정 입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러분들에게 새 정부의 정책구상에 대해 얘기할 수 있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우리경제의 일선을 지휘하는 분들입니다. 정책이란 현장과 맞닿아야 하고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더욱더 여러분들과의 대화가 소중하게 생각됩니다.
그럼 이제부터 새 정부의 국정운영의 방향과 정책구상에 대해서 중요한 몇 가지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노무현 정부 출범의 의미
지난 한 해 우리사회의 역동성은 단연 변화에 대한 열망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그 중심에 붉은 악마도 있었고, 노사모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분출하고자 하는 열정의 응어리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오늘의 시대가 넘고자하는 낡은 질서의 극복과 정의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로운 내일을 열고자하는 시대적 열망을 함축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동성의 끄트머리에 노무현 정부의 탄생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두고 사람들은 드라마라고도 하고, 異變이라고도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 결과에 상관없이 진행될 수밖에 없었던 합법칙적인 질서이고, 누가 정권을 잡았더라도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노무현 정부의 출범은 한국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급진적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민주주의와 시장질서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대화와 타협, 자율과 분권, 공정과 투명, 원칙과 신뢰, 통합과 균형의 기조아래 합리적, 점진적인 절차에 의해 전개될 것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변화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일부영역에서 남아있는 동원과 배제, 분열과 갈등, 타율과 집권, 억압과 통제 등과 같은 과거의 부정적인 유산에서 완전히 탈피할 때에 실질적으로 달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2.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
현재 북한 핵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북한과 미국의 대치상황은, 남·북·미 관계는 물론 민족의 운명과 동아시아의 평화가 걸린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94년 미 국방부의 전쟁시나리오에 의하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경우 사망자 100만 이상, 미국인 사망자 8만~10만, 전쟁 비용 1천억달러 이상, 남북한과 주변국의 재산파괴, 경제활동 중단 등에 따른 손실을 1조달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 때의 전쟁시나리오가 부활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북한을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좋은 전쟁, 나쁜 평화란 없습니다.
다행히 대화로 풀 수 있는 가능성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고, 이러한 방향으로 해결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새 정부는 남북한 화해협력의 시대를 뛰어넘어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평화와 통일을 위한 국제환경을 능동적으로 조성하고, 진행되고 있는 남북교류와 회담 등을 제도적 차원으로 발전시켜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를 구축하기위한 방도를 마련할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는 과거의 비극을 청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풍요한 미래를 약속하는 이정표입니다. 이는 동북아가 공동번영으로 나아가는 관문입니다. 이미 당선자께서는 대북 정책에서 5원칙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첫째 신뢰우선주의, 둘째 국민과 함께 하는 정책, 셋째 장기적 투자로서의 대북 경협, 넷째 군사와 경제를 함께 하는 포괄적 안보, 다섯째 당사자 주도에 입각한 국제협력 등입니다.
저희는 대북 5원칙을 전제로 하여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한 6대과제도 제시하였습니다.
첫째 남북 화해-협력의 제도화, 둘째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해결, 셋째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협력, 넷째 북한의 개혁-개방 지원, 다섯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여
섯째 동북아시아 경제 및 평화 협력체 창설 등이 그 내용입니다.
6대 과제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 이 과제 해결이 없이는 우리는 동북아시아의 변방이란 위치에서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이는 허황된 장미 빛 꿈이 아닙니다. 이번 북한 핵 사태야말로 평화와 번영의 미래로 갈 것인지 냉전과 대립의 과거로 돌아갈 것인지 판가름하는 기로임을 명심합시다.
3. 동북아 경제중심 국가 건설
새 정부는 남북평화와 번영을 기반으로 동북아 경제 중심 국가로 나아가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북아는 전세계 생산의 1/5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교량입니다. 서울에서 반경 1200km 내에 7억의 인구가 살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과 EU를 합친 것 보다 많습니다. 또한 고급 두뇌와 제조업 생산기반, 세계적 수준의 정보화 기반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천신공항, 부산항, 광양항 등 충분한 물류기반도 구비하고 있습니다.
동북아 중심국 비전은 유리한 경제적 여건과 지정학적 이점을 바탕으로, 인접국인 중국, 일본, 북한의 경제적 기회를 활용하고 함께 발전을 도모하는 전략입니다. 대륙과 해양세력의 접점인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고, 남북간의 경제협력이 활발해진다면 동북아가 세계경제의 한축으로 자리 잡는데 크게 기여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새 정부는 남북한 경제협력, 물류와 비즈니스의 중추를 지향하는 Hub of Asia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경의선과 동해선 개통을 통해,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완성하고, 이를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몽골횡단철도(TMR)에 연결하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아시아 연결망이 완성되게 됩니다.
이를, 부산항, 광양항, 인천국제공항 등과 연계성을 강화하여 물류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가겠습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자유무역지역을 동북아 물류중심기지로 강화하기 위해 기 지정된 군산·대불·마산자유무역지역 조성·개발을 마무리하고, 투자유치활동을 강화하여 물류중심기지로 육성하고, 다국적기업의 물류센터를 적극 유치하여 국제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겠습니다.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을 외국인이 투자하기 좋은 나라, 기업하기 편한 나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개혁하고,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관치경제의 잔재로 남아있는 규제, 내용이 애매한 법규조항, 근거가 희박한 준조세 조항 등을 과감하게 폐지하고, 규제전반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 할 것입니다. 공장설립 제한을 최소한으로 하기위해 수도권 입지에 대한 총량적 규제 또한 과감히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이제 새 정부는 대통령 직속으로 동북아 중심국 프로젝트 전담기구를 설치해 동북아 중심국으로의 발전비전과 장단기 추진 전략을 구체화함으로써, 동북아 경제중심국 건설의 꿈을 구호가 아닌 실현가능한 현실로 구현해 낼 것입니다.
4.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의 확립
경제하시는 분들은 변화에 민감하고 잘 적응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의 기업인들은 변화에 대한 일말의 두려움 또한 적지 않은 듯 합니다. 새 정부를 바라보는 일부의 시각 또한 이러한 점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선자께서는 일찍이 경제개혁의 방향을 자율성, 투명성, 공정성 확보에 두고, 장기적, 점진적, 자율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원칙을 밝힌바 있습니다.
경제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하여 시장이 예측가능성을 갖도록 하고,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가 살아 숨쉬도록 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경제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현실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와 시간, 폭이 실질적으로 보장되고 배려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는 정말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럼 과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란 무엇이겠습니까.
옛날처럼 정부가 관치금융으로 기업에게 돈을 몰아주고, 경찰을 동원해서 노사분규를 막아주고, 탈세를 묵인해 주고, 엉터리 회계장부도 눈감아 주고, 이렇게 해 주는 것이 기업하기 좋은 시장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일까요?
정부는 시장의 룰에 대한 공정한 감독자가 되어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너무나 당연한 정부의 역할입니다. 시장의 질서와 원칙이 준수되도록 하고, 시장 지배력이 남용되거나 약자와 이해관계자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불공정한 시장에서는 효율도 정의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회계제도를 더욱 투명하게 만들고, 그 제도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제한된 범위에서의 증권관련 집단소송제 또한 조속히 추진하겠습니다.
집단소송제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룰입니다. 우리가 도입하려는 집단소송제는 분식회계, 허위공지, 주가조작 등 명백한 불법행위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결코 무리하거나 충격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업 스스로도 투명한 경영이야 말로 기업이 제대로 성장하기 위한 유일한 길임을 더 심각하게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회사들이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발하게 하고, 동시에 기업에 대한 경영활동을 충분히 감시하면서 서로가 함께 성장해 가야 할 것입니다.
정부 또한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입니다. 예산과 정부회계, 성과 관리 등을 연계한 21세기형 통합재무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것입니다.
책임예산제도 등 분석과 평가에 기초한 과학적 예산제도를 정착시키고, 한국형 성과관리제도와 성과주의 예산제도를 구축할 것입니다. 또한 국정과 국민의사를 반영하는 예산 구현을 위해 자원배분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5. 신 성장전략과 노사협력체제의 구축
골고루 잘 사는 튼튼한 경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잠재성장능력 외에 동북아 특수와 기업 및 시장개혁,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확대, 인재육성과 연구개발 시스템의 혁신, 노사화합, 미래산업과 금융산업의 육성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경제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고, 미국·이라크간 전쟁발발가능성으로 인한 유가 폭등 등 여건이 매우 불투명합니다.
세계의 제조업 투자를 블랙홀처럼 흡인하고 있는 거대한 생산 공장인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협력하고,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지속적으로 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선진국들을 추격하여, 당당한 선진산업국가로서의 위상을 갖추어야 하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기존의 전략과 방법을 그대로 답습해서는 이러한 도전에 슬기롭게 대처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과거와 같은 자본 투입형·외형성장전략에서 벗어나 혁신주도형·질적 성장전략을 추진해할 때 입니다. 지난 고도성장과정에서 자본 투입에 의존했던 성장전략은 외환 위기 당시 그 한계를 드러냈으며, 지금은 선진국과 같이 총 요소생산성 향상을 통해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혁신주도형 성장전략의 추진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혁신주도형 전략은 산업발전의 중심을 자본·설비 등 하드웨어에서 기술·효율성 둥 소프트웨어로 이동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는 高기술, 高생산성, 高부가가치의 3高 戰略의 추진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이를 실현하는데 모든 역량을 결집해 나가는 것입니다. 각 경제주체들도 "열심히 일하는 데서 지혜롭게 일하는 것"으로 일하는 의식, 문화, 방법의 전환이 동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 볼 경우 IT·BT·NT·CT·ET·ST등 6대 신기술산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전략의 추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신기술개발에 소요되는 막대한 투자자금의 공급 역할은 신기술산업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존의 주력산업이 짊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자동차, 철강, 조선, 반도체 등 주력산업이 세계 일류경쟁력을 갖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IT 등 신기술 개발 및 접목 등을 통한 생산성 향상을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아울러 신기술산업에 대해서도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기술개발을 적극 추진해 나감으로써 신기술산업의 개화를 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밖에도 마케팅, 인적자원 관리, 유통, 물류 등 우리 제조업의 발전에 필요한 각종 자양분을 제공할 서비스 산업의 기반확충과, 이러한 제조업 관련 서비스 산업의 질적·양적 성장을 위한 전략의 추진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新성장 전략은 남북 화해와 노사화합,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는 성장과 분배의 善순환구조를 확립하고자 하는 새 정부의 전략노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새로운 노사협력체계의 구축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국가의 기본적 의무로 생각하는 새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노-사관계는 서로를 동일한 동반자적 경제주체로 인정하고 협력하는 것입니다. 협력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끌어 낼 수 있으며, 대화와 타협은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신뢰는 투명성을 바탕으로 쌓이게 됩니다.
불행하게도 한국의 노-사관계는 분단과 개발독재의 과정을 거치며 비밀주의와 편협한 계급적 배타성이 상호간에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대화를 힘들게 하고 타협에 미숙한 오늘날 한국 노-사문화의 뿌리입니다.
1년을 넘게 협상하고도 결론을 내지 못한 주5일 근무제 문제는, 노-사가 공히 가지고 있는 서로에 대한 배타성과 非主體的인 對정부 의존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공정한 규범과 신뢰의 토대위에 노-사-정 토론을 통해 노-사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주준을 높여 간다면, 노사는 점차 새로운 공동체 관계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노사정위원회의 기능과 위상을 조정하여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기구로 이끌어가겠습니다. 협력적 노사문화를 형성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절감된 사회적 비용을 성장에너지로 집결해 나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 모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중심 요소일 것입니다.
6. 국민통합과 국가균형발전
새 정부는 통합과 원칙이 사회적 중심가치로 자리매김하고, 지방과 서울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수십 년 동안 이 나라를 지배해온 지역주의는 정치적 몰상식과 사회적 몰염치를 낳았습니다. 이것은 우리사회의 낡은 행태라 할 수 있는 모든 연고주의, 정실주의의 온상입니다.
당선자는 이 불합리와 이율배반을 헤쳐 오면서 가슴에 피멍이 든 사람입니다. 당선 후에도 "지역 구도를 제도적으로 깰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권력의 절반을 내어주더라도 그만한 양보를 할 각오가 되어있다고 했습니다."
우선 지역구도 해소를 위한 선거제도를 만드는 것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봅니다.
사실 선거제도나 정당제도는 대단히 바꾸기 힘든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권력경쟁의 핵심 규칙인 선거제도의 변화는 이해관계가 다른 어느 일방에 의하여 결정되기가 어렵고, 의회 내에서 만장일치를 보아야하는 현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제도들에 대한 사회적 불만이 충분히 성숙할 때 개혁의 창은 열리고, 그 시점을 놓치면 그 창은 바로 닫히고 말 것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들은 공약에서 국회의원 선거구제의 중대선거구제 전환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표명하였으나, 지역주의와 지역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라면 어떤 것이라도 환영할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는 동서의 분열이 심각한 문제라면, 사회·경제적으로는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이 우리사회의 통합을 가로막는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입니다. 수도권은 전국토의 11.8%에 불과하지만, 전체인구의 47%가 밀집해있고, 중앙부처의 100%, 30대 대기업본사의 89%, 금융거래의 70%, 조세수입의 81%가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집중이 야기하는 폐해와 지역간 불균형은 더 이상 거론하지 않아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문제입니다.
새 정부는 새로운 행정수도의 건설과 더불어 중앙집권체제를 분권화·분산화 시키는 국가개조 프로그램을 의지를 가지고 실천할 것입니다.
첫 단계로 인수위원회는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기본구상 및 추진체계의 정비, 부동산 투기 방지책 수립, 수도권 발전계획의 수립 등의 정책을 마련할 것입니다.
지역경제 진흥을 통해 지역간의 균형발전을 꾀하고자 하는 것이 지역특성화 전략입니다.
이에는 지방특화산업의 진흥, 지방 물류 및 유통기반의 확충, 지방성장 인프라의 구축, 지방 연구개발 기능과 인력의 확충, 지역 산업클러스터와 산학연간 협력을 통한 지역혁신체계의 개선 등이 포함될 것입니다.
나아가 지방거점대학육성, 지방대학의 연구개발 잠재력 확충, 지방전략산업과 지방대학의 연계체제 강화 등을 통해 새로운 지방화 시대의 걸음을 시작할 것입니다.
7. 국민 참여를 통한 열린 정부의 실현
국민이 국가정책 결정과정에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참여민주주의의 실현이라는 측면에서 대단히 큰 의의가 있습니다.
시대의 요구가 국민 참여의 실현이 점차 확대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아직도 국민의 요구에 비하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새 정부는 국민들이 국가정책 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현재 인수위 국민 참여센터에서 접수받고 있는 "국민제안"과 "인사제안"은 국민들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입니다.
국민제안, 인사제안에 대한 폭발적 관심은 그만큼 국민들의 참여욕구가 강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할 마땅한 창구가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입니다.
새 정부는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국정제안제도, 옴부즈만 제도의 활성화, 시민사회단체의 정책참여, 국정자문위원회의 효율화 등 여러 가지 실질적이고 다양한 방법들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에 처음 실시된 국민 인사추천제는 여러 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부분을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국민인사추천의 의의는 그동안 소수의 사람이 밀실에서 행하던 인사문제를 공개적인 자리로 이끌어내 "투명한 절차"와 "공정성"을 확보하고 "참신한 인물"을 발굴한다는 데 있을 것입니다.
참여민주주의는 국민들과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가능한 것입니다. 새 정부는 앞으로 국민이 국정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해 나갈 것입니다.
함께하신 내외귀빈 여러분!
지금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는 정치·사회적인 여러 징후는 향후 한국사회 전반에 걸쳐 질적 도약을 담보할 매우 중요한 여정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변화에 당황하기도 하고, 때로는 기득권 수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여기저기서 표출되기도 하며, 느닷없이 변화와 발전을 희망하는 개혁역량이 이념적 범죄행위처럼 모독당하기도 하는 작금의 상황이 어쩌면 당연히 겪어야할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냉소를 극복하고, 이제서야 분출되고 있는 이 활력을 희생시키지 않는 것이야말로, 시대를 함께 하고 있는 정치인으로서 짊어져야 할 무거운 무게의 책임일 것입니다.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중국, "매력적 시장"으로 급부상
- [edaily 전설리기자] 중국이 값싼 생산기지에서 거대 소비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어 국제 기업들이 앞다퉈 중국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가 보도했다.
1980년대 초 중국이 처음으로 서방 세계에 문호를 개방했을 당시 막연한 꿈을 안고 중국 시장에 진출했던 해외 기업들은 잇따라 쓰디 쓴 실패의 잔을 마셨다. AT&T, 크라이슬러, 골드만삭스 등이 고배를 마셨던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1990년대 중반까지도 중국으로 진출한 대부분의 서방 기업들은 중국 정부의 변덕스런 정책과 계속되는 적자로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물러서기가 일쑤였다.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부터 서서히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프록터앤갬블(P&G)은 1990년대 중반 중국에 진출해 수익을 낸 대표적인 기업이다. 그러나 이 때까지 만해도 P&G의 성공은 업계에서 예외적인 경우로 치부되었고 중국 정부는 결국은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중국 시장을 발달시키고 선진 기술을 이전해주는 해외 기업들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그러나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은 더 이상 외국 기업들에 있어서 개척 불가능한 수수께끼 같은 시장이 아니었다. 많은 외국 기업들이 여전히 중국 진출에 실패하고 있지만 성공하는 기업들이 실패하는 기업들을 능가하기 시작했고 중국은 이제 많은 기업들의 주요 해외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한 처음에는 값싼 노동력을 이용한 생산기지로 주목받던 중국은 이제 서서히 거대한 소비 시장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최근 몇년간 8%의 성장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연간 1인당 국민소득도 1200달러를 넘어섰다. 또 인구 14억7000만의 중국은 인도를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소비시장이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휴대폰 가입자 수가 많아 올해 말까지 휴대폰 가입자 수가 2억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필름 수요는 일본보다 많고 자동차 수요는 독일과 맞먹는다. 통신업체와 DAD플레이어나 전자제품 제조업체, 샴푸, 소프트웨어, 햄버거 판매업체들은 속속 중국 시장에 진출해 성공을 거뒀다. 독일의 지멘스와 미국의 모토롤라, 핀란드의 노키아, 스웨덴의 에릭슨, 일본의 도시바, 맥도날드, 켄터키후라이드치킨, 이스트만코닥 등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하버드비지니스스쿨의 황 야셍 교수는 최근 연구보고서를 통해 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 성공은 정부 지배를 받는 중국 기업들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중국 국내 기업들이 경쟁에서 약세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자본 집약적인 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더욱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연구 결과도 19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중국이 브라질, 멕시코, 터키와 같은 이머징마켓과 비슷한 투자수익률을 기록했음을 입증했다. 중국의 투자수익률은 13~14%로 인도의 6%를 훨씬 상회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중국 시장의 잠재력을 인정하지만 여전히 중국은 진출하기 까다로운 시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부패한 중국 정부는 이제서야 비로소 자본주의의 기본원칙인 사적 재산권을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많은 중국 제조업체들이 외국 상품을 표절하고 지적 재산권을 침해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P&G와 유니레버 등이 자사 제품을 표절한 중국 제품이 시장에 판을 치면서 잇따른 손실을 기록했으며 호주의 포스터와 미국의 밀러 등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같은 이유로 투자를 철회했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점차 개선될 전망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마이크로 소프트(MS)는 중국 컴퓨터의 90% 이상이 불법 복제된 자사 소프트웨어가 깔려 있어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최근 윈도우XP를 출시하면서 컴퓨터 한대당 80달러의 소프트웨어 사용료를 받기 사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시아 담당 이사인 톰 로빈슨은 "중국 시장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고 평가하고 "최근 중국 지역 매출이 40% 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 (신년사)한보철강 나석환 사장
- [edaily 김기성기자]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지금 부도이후 가장 뜻 깊은 한 해였던 2002년 임오년을 보내고, 이제 새로운 전환점인 희망찬 2003년 계미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뒤돌아보면 2002년은 세계적으로는 끊임없는 테러의 악순환으로 인한 불안과, 경제적으로는 선진국들의 자국산업보호를 위한 수입 장벽등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으며, 국내적으로는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로 온 국민들이 한마음이 되었던 감격도 있었지만, 대선 및 각종 정. 재계의 비리 사건등으로 인하여 정치,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혼란이 있었던 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도 우리는 창사 이래 가장 양호한 경영실적을 시현하였고, 오랫동안 추진해 오던 회사매각도 본 계약을 체결하는 단계에까지 와 있습니다. 이는 우리 한보 가족 모두가 하나가 되어 회사의 발전을 위하여 온 정성을 다 한 결과로써 그 동안 여러분들의 노고와 이를 뒷바라지 해 주신 가족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제 지난 해에 세웠던 경영 목표를 중심으로 그 결과를 회고 해 보고져 합니다.
첫째 목표는 수익창출의 극대화였습니다.
2002년을 우리는 수익창출 극대화의 해로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인 한 해였습니다. 우선 생산량 증대를 위한 로벽버너를 도입하여 2월부터 가동하였고, 압연 또한 일부 시설을 부분적으로 보완하였습니다. 그 결과 제강 123만톤, 압연118만톤 이라는 최대 실적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판매 또한 호조를 보여 연초 계획을 초과한 119만톤의 봉강과, 7만여톤의 빌레트를 판매하여 4,370여억원의 매출을 시현함으로써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하였습니다.
제조원가 부분에서도 계속하여 타사 대비 최저의 원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각 부분에서의 철저한 원가 절감 운동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것은 수익으로 나타나는 바 우리가 가장 중요시하는 지표인 상각전 경상이익은 706억원으로 전년대비 24%가 증가된 실적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당사가 "97년 긴급 운영자금으로 차입하였던 956억원의 공익채권을 전액 변제 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평소 생산현장에서는 물론 지원부서의 모든 직원들까지 상호 긴밀히 협조하여 얻어진 귀중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목표는 최고 전문가의 양성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한보 인은 신지식인 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모든 직원들의 능력 향상을 위하여 매진하여 왔으며, 이를 위하여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가지고 교육 훈련을 실시하여 왔습니다. 작년 한해 동안 교육에 참가한 연인원은 2,378명으로, 이는 2001년의 1,170명에 비해 103%가 증가한 수치이며, 그 중 사이버 통신교육은 2001년의 305명에 비하여 53%가 증가한 468명의 직원이 이 교육을 이수하였습니다.
우리 회사의 지식 창고인 사내도서실 이용도 이제 우리직원들의 생활의 일부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보유한 총 도서는 12천여권에 이르며, 도서 대출 또한 지난해에 7,600여권의 도서가 대출되어, 이는 직원 1인당 12권이 넘는 도서량으로서 가족 도서를 포함 한 것이긴 하지만 이만한 기록이면 여타 회사의 어느 직원들 못지 않은 독서량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창조경영의 일환으로 추진해온 "VISION 21"을 통하여 우리는 분임조 활동과 제안 활동의 활성화에 역점을 두어 왔습니다.
분임조활동은 사이버 분임조를 포함하여 56개의 분임조가 매 분기마다 발표회를 열고 있으며, 작년에는 총 89개의 테마를 가지고 발표회를 가진 바 있습니다. 그 중 설비관리팀의 다크호스 분임조가 충청남도 대회에 참가하여 국내 유수기업과의 경쟁에서 대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제안활동에 있어서도 지난 일년 동안 고안제안건수 26,147건과 성과제안건수 22,221건으로써 1인당으로는 41건에 달하며, 이는 2002년 목표인 1인당 24건의 2배 가까운 수치이고, 2001년에 비하여서는 3배 이상의 제안 건수 증가를 기록하였습니다. 이러한 제안 추세는 우리회사 기술수준의 밝은 미래를 전망해 볼 수 있는 것이며, 이렇게 향상된 기술은 좋은 경영 실적으로 직결될 것입니다.
셋째 목표는 건전한 기업문화의 정착이었습니다.
우리 경영이념중의 하나는 직원 개개인의 삶의 질 향상입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일환으로 건전한 기업문화의 정착을 위하여 우리는 여러 면에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 중 하나가 금연운동입니다. 작년 초 우리공장을 금연공장으로 선포한 이후 67%에 달하던 흡연자가 11%대로 줄어드는 성과를 거두어, 많은 직원들이 금연에 성공하였습니다. 이러한 직원들의 금연과 꾸준한 체력 단련으로 작년에 실시한 체력측정에서는 우리 전 직원의 평균 체력이 전년 대비 크게 향상된 수치가 나왔으며, 평소 건강관리실을 찾는 인원도 줄어들었다는 사실은 반가운 일입니다.
우리는 지난 11월 노사한마음 체육대회를 가진 바 있습니다. 가정과 함께 하는 회사가 되기 위한 일환으로 가족들도 초청하여 300여분이 넘는 가족들이 참가하셨고 특별히 화창한 날씨 속에서 모든 직원들과 가족들이 하나가 되어 마음껏 달리고 뛰었던 아름다운 모습은 한보인들의 자랑이었습니다.
또한 건전한 취미활동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하여 동호회 활동을 활성화하였던 일입니다. 작년에 새로 결성된 낚시동호회를 포함한 13개의 동호회 활동은 여러분들의 삶을 보다 살찌우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임으로, 회사에서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것들을 종합해 보면 지난 한 해는 당초 목표를 만족할 만큼 달성한 한 해였던 것으로 평가되며, 외부 기관에서도 이러한 전반적인 내용을 인정하여 노사화합 부분에서는 신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을, 기업 협력 부분에서는 산업 협력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그 외 다수의 직원 개인 표창과, 몇 개 부분에서는 표창이 상신되어 있는 상태에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무재해 2배 달성 인정은 우리회사가 우량기업으로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실적들은 우리 회사와 관계가 있는 모든 분들과 어려운 여건 가운데에서도 열심히 일해 주신 직원 여러분들과 이를 뒤에서 내조해 주신 가족들의 공로로써 다시 한번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결과를 자축하면서도 한편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 회사로 인하여 크나큰 손실을 감수하고 있는 채권금융기관들 및 협력업체들 그리고 그 종업원들이 있다는 사실이며, 이를 생각하여 항상 겸허한 마음을 견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새로운 해, 2003년의 경영목표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금년은 우리 모두의 "희망과 도약의 원년"입니다. 우리 회사 Slogan도 "희망찬 한보인 도약하는 한보철강"이라고 정하였습니다. 이 희망과 도약을 실현하기 위하여 구체적인세 가지 경영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첫째는 최대 생산, 최대 수익의 실현입니다.
작년에 이미 우리는 최대생산, 최대 판매, 최대 수익을 실현한 바 있습니다. 그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에 또 다시 기록을 갱신하고자 합니다. 금년에도 건설 경기의 호황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부분에 있어서는 봉강 제강 130만톤, 압연 120만톤 생산으로 최대생산을 하여야 하며, 판매 또한 전량을 소화하여 최대의 매출 실적을 시현하여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하여 생산부분에 있어서는 모든 생산시설에 대한 예비 점검을 철저히 하여 고장율을 최소화하고, 조그마한 안전사고도 용납될 수 없으며, 생산성향상을 위한 끊임 없는 연구개발과 투자가 계속되어야 하겠습니다. 판매 또한 주요거래처 관리를 철저히 하여 고객위주 경영방침을 실천함으로써 생산 전량을 매출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없어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최대생산, 최대 판매의 결과로 나타나게 될 수익은 봉강부분 EBITDA 800억원의 달성입니다. 작년 추세대로라면 그리 어려운 목표는 아닙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아시는 바와 같이 제조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crap 가격이 작년 말부터 톤당 150불 이상의 초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력료 또한 인상되어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 요인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Vision21"운동을 강력히 추진하여 원가절감 노력을 더욱 강화하여야 하겠으며, 판매부분에 있어서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수익성 위주의 판매전략의 정착과 미수채권 ZERO의 해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관리 부분에 있어서도 자금운용의 효율화와 경비절감등을 통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하여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CSP의 재가동 실행입니다.
우리는 지난 98년 7월 열연공장 가동을 중지할 수 밖에 없었던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그로 인하여 우리의 많은 동료들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아픔이 있었습니다. 그 후 우리는 HR제품 가격의 변동을 예의 주시하며, 재가동시기를 모색하여 왔습니다. 이제 금년이 당사 매각과 시장 상황등을 종합하여 볼 때 그 적기라고 판단되며, 생산 시기는 금년 10월 이후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재 가동 후 또다시 과거의 쓰라린 경험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가동준비를 철저히 하여야 하겠습니다. 재가동을 위한 세부적인 준비 사항은 열연 가동 중단 후 계속하여 Update 하여 왔지만 각 분야별 담당별로 또다시 점검하여야 하겠습니다.
또한 CSP 가동이 중단 된지 5년여가 경과하여 그 동안 세계적인 신기술과 격차가 있을 것이므로 선진 제강사들로 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야 하겠고, 조직 또한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겠습니다.
가동 후에도 정상 조업도를 조기에 달성하고, 조기에 수익성을 확보하여야 하므로 전사적으로 핵심역량을 집중하여 안정적인 원료조달과 정비계획, 가동율 향상과 실수율 향상, 다양한 판매전략과 자금계획등 완벽한 대응책을 시뮬레이션의 반복을 통하여 치밀하게 검증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여야 하겠습니다.
셋째는 자랑스러운 회사 만들기의 해가 되도록 합시다.
부도이후 몇 년 동안 우리는 우리의 피나는 노력과는 관계없이 외부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많은 외부인사들과 언론으로부터 격려와 찬사의 말을 들어 왔습니다. 이제 금년은 자랑스러운, 가슴 벅찬 회사로 만들어 가는데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하겠습니다. 내 스스로 우리 회사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의 가족들이, 그리고 지역 사회가, 나아가 국가가 자랑스러워하는 회사로 만들어 나갑시다.
그러기 위하여 먼저 한보인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충분하게 대화하며, 회사의 발전과 직원 개개인의 발전 및 혜택을 위하여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또한 회사의 발전은 우리 개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금년에도 직원 모두의 교육 훈련 강화에 힘쓰겠습니다. 지식 경영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스스로 계속 연구개발하고, 자기 능력을 향상시켜 나아가야 하겠으며, 만일 이 대열에 동참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도태 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회사 또한 무임승차하려는 직원에 대하여는 열심히 땀흘리는 직원을 위해서라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음은 우리 회사 정도의 규모가 있는 회사는 지역사회와 유기적인 관계를 가져야 하며, 좋은 기업문화를 지역 사회에 확산시켜 나아가야 합니다. 회사 차원에서는 물론 직원 한 사람, 한사람 또한 한보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사회에 좋은 영향은 주는 위치에 서야 할 것입니다. 체육계나 문화계, 그리고 교육계에, 또한 불우 이웃들에게 무엇인가 기여하는 회사와 가족이 되어 한보가족의 좋은 이미지가 지역사회에 구축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노력하여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만이 우리의 가족과 자녀들이 지역사회에서 자긍심과 보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제 회사매각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작년에 우리가 오랫동안 고대해 오던 회사매각을 위한 MOU가 체결되었고, 12월중에는 본 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나, 인수사측과 추가적으로 몇 가지 조율할 부분이 있어 본 계약 일정이 다소 지연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진행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해 상반기 중에는 새주인을 맞게 될 것입니다.
4. 직원들에 대한 당부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우리회사가 큰 희망을 가지고 당진 갯벌에 공장 터를 닦기 시작한 1990년 말부터 부도가 발생한 97년1월까지를 "태동과 좌절"의 1기라면, 부도 후 법정관리의 시작으로부터 안정화를 이룩한 작년 말까지를 "시련과 극복"의 2기라고 볼 수 있고, 매각과 열연가동이라는 희망적인 과제가 있는 금년부터는 "희망과 도약"의 3기라고 구분할 수 있으며, 금년이 그 원년입니다. 이 중요한 원년을 정말 잘 출발하여야 하겠습니다.
임직원 여러분!
우리는 말의 해인 작년은 말처럼 씩씩하게 달려온 한 해였습니다.
올해는 양의 해인 계미년입니다. 양은 뜨겁고 풀이 귀한 사막이나 극심한 추위가 엄습하는 바위절벽 같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어느 가축보다도 꿋꿋이 살아가는 강인한 동물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새 주인을 맞고, 열연공장을 재가동하고, B지구에 대한 방향을 현명하게 깊이 검토하여 양처럼 꿋꿋하게 대처해 나아간다면 우리에게 금년은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며, 희망과 도약의 산뜻한 새출발이 될 것입니다.
5. 맺음말
임직원 여러분!
저는 오늘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에게 2년전 당사에서도 시청한 적이 있는 대우중공업 김규환 명장의 이야기로 신년사를 맺고져 합니다. 그는 초등학교도 다녀보지 못하고, 15살에 소년가장이 되었으나 초인적인 노력으로 대통령표창 4번, 장영실상 5번, 초정밀가공분야 명장, 제안건수 2만4천6백12건, 국제발명특허 62개를 받아 누구나 다 존경하는 유명인사가 된 사람입니다. 그 김규환 명장이 한 이야기 중 인상 깊었던 말은 "자기가 만든 제품에 혼을 싣지 않고 품질을 얘기하지 말라", "하루종일 쳐다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 해답이 나온다", "가공기계 개선을 위해 석달 동안 고민하다가 꿈에서 힌트를 얻어 해결하였다", "목숨을 걸고 노력하면 못할 일이 없다"라는 말 등입니다. 무엇이든지 노력입니다. 노력해서 안되는 일은 없습니다. 발명왕 에디슨도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이라고 했습니다. 금년은 우리 모두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몸을 던져 큰 업적을 남깁시다. 발명특허를 비롯한 굵직 굵직한 특허나 신기술이 나오도록 하고, 관리부분에서도 기존의 틀을 크게 개선해 나갑시다.
정말 금년은 한보철강의 해가 되도록 만들어 갑시다. 그리고 새로운 회사에서도 우리가 계획한 모든 일들이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계승되어 지기를 함께 기원합시다.
끝으로 양의 해에 여러분들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 넉넉한 마음이 양털과 같은 포근함으로 충만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신년사)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 [edaily 이진우기자] <2003년 한화그룹 신년사>
한화그룹과 대한생명 임직원 여러분!
희망과 서기가 어린 계미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금년 한 해도 여러분 가정에 평안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올해는 환희와 비탄으로 굴곡졌던 영욕의 지난 반세기를 거치며 한화와 대한생명 임직원 모두에게 새로운 50년의 첫 출발을 기약하는 원년입니다. 국가적으로도 21세기 들어 첫 선거를 통해 선출된 새로운 지도자와 함께 변화와 개혁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한화와 대한생명은 지난 IMF 위기의 터널을 지나, 숱한 시련과 난관을 극복하는 가운데 미래의 운명을 같이 할 공동체로서 새롭게 태어났으며, 그 결과 재계의 이목은 우리의 제고된 위상과 비약적인 행보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난 50여 성상을 각기 다른 분야에서 국가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유구한 역사를 이어 온 한화그룹과 대한생명 임직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이제 한화와 대한생명은 상생과 공존을 바탕으로 한 제 2의 창업을 염원하는 가운데, 새로운 한화, 새로운 대한생명의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뉴비전을 창출하고 한마음으로 매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친애하는 임직원 여러분!
우리가 추구하는 기업의 미래상은 확실한 핵심역량을 바탕으로 강력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 집단입니다. 그룹의 근간이 되어왔던 제조업은 물론 향후 그룹의 성장 축이 될 금융, 유통, 레저, 서비스 각 분야에서 세계수준의 경영성과를 이룩하는 초 일류 기업이 우리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인 것입니다. 특히 대한생명은 미래사업 구조로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는 그룹의 주력사로서 강력한 성장엔진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각 사별로 구체적인 전략이 도출되어야 하겠습니다만, 그룹 차원에서는 다음과 같은 전략들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첫째, 대한생명의 조기 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대한생명은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민의 기업인 만큼, 경영성과는 곧 국민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우리에겐 환골탈태한 대한생명의 새로운 발전상을 국민 앞에 보여주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습니다. 특히 방카슈랑스의 도입과 외국 보험사의 시장공략 확대로 더욱 치열한 생존경쟁을 경주해 나가야 하는 만큼, 장기적인 비전과 확고한 경영전략을 조속히 수립하여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경영역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한낱 기우였음을 증명해 보이는 한편, 경영의 투명성과 윤리경영을 통해 시장의 신뢰도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려야 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대한생명과 한화는 따로 따로 분리된 경영의 길을 가면서도 결코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공동 운명체인 것입니다.
제가 대한생명 경영에 직접 관여하는 이유 또한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국민의 기업을 조속히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기업인으로서의 사명감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한생명의 향후 진로와 성패야말로 그룹의 백년대계를 좌우하게 될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단기적으로 대생조직의 화합과 안정화를 조기구축하여 일류 생보사로서의 생산성과 경영효율을 달성하도록 독려할 것입니다.
둘째, 사업구조와 재무구조의 혁신을 통해 고수익 사업 군으로 재편되어야 합니다.
재무구조의 혁신차원에서는 창립 50주년 기념사에서도 강조한 바 있습니다만,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을 넘지 못하는 한계기업은 언제라도 조기에 퇴출될 것이며 시장 점유율과 수익성에서 국내 TOP 3 진입이 신규 사업 전개의 목표이자 기존 사업 운영의 최저 가이드 라인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아울러 시장의 변화가 심할수록 사업 진입과 확장을 통한 수익 확보 기회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음을 주지하고 "항상 준비"하는 자세로 시장 동향을 예의 주시하여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전통의 제조업 군이라 할지라도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입니다.
대한생명의 경우도, 방카슈랑스 허용에 따른 영업부문의 대응방안을 철저히 강구해 나가야 합니다. 선진 마케팅 기법을 개발하고 다양한 판매채널을 발굴, 육성해 나가는 한편, 과거의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에서 벗어나 고객만족의 극대화를 우선시하여 고수익을 달성하는 선진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투자수익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해외 자산운용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며, 금년을 중국진출의 원년으로 삼아 면밀한 검토아래 조속히 추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또한 기존의 증권, 투신, 손보사 등과의 업무 연계체제를 전략적으로 구축함으로써 상품개발 및 자산운용 등에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켜 나가는 것도 상생과 공존의 경영전략이 될 것입니다.
셋째, 창의력 있는 인재와 선진 시스템이 가동되는 인사, 조직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환골탈태한 한화와 대한생명의 미래상은 결국 사업운영에 가장 효과적인 조직과 인재를 구축 하는데 그 성패가 달려있다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서 국내는 물론 다국적 기업의 담당자들과 능히 일대일로 겨룰 수 있는 수준의 전문가를 영입 또는 육성하고, 이들이 공정한 평가기준을 통해 경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합니다. 또 모든 사람이 성과 창출에 기여한 만큼 보상 받을 수 있는 평가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조직은 활기에 넘쳐, 가능한 모든 대안이 자유롭게 토론되는 역동적이고 유연한 구조를 갖추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일상적인 의사결정은 윗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속하게 처리될 수 있어야 하며, 아무리 중요한 의사 결정이라 할지라도 타이밍을 놓쳐 사업기회 자체를 상실하지 않도록 다양한 촉진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Speedy, Dynamic, Flexible 이 세가지가 조직 시스템 구축의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외부의 변화속도보다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고, 상하간의 막힘 없는 커뮤니케이션 활성화로 조직의 역량을 유기적으로 극대화 시켜 나가야 합니다. 변화의 폭풍 속에서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새로운 미래의 꿈은 요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변화의 흐름을 쫓아 이전의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한화와 새로운 대한생명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체가 될 것입니다. 아무쪼록 끊임없이 흐르는 물처럼 생명력이 넘치는 조직과 구성원들로 새롭게 탈바꿈할 것을 당부 드립니다.
넷째, 국가, 사회, 고객과 함께 하는 기업이 되어야 합니다.
이제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기업시민으로서의 자세를 요구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창업 초기의 경영이념처럼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기업 보국의 전통을 살려나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나아가 선호도 제 1위의 기업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인류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고객만족 경영을 실현해 나가고 있는 대한생명에 있어서는 투명경영과 책임경영이야말로 무엇보다도 고귀한 가치라 할 것입니다.
수십 년간 쌓아 온 "신용과 의리"라는 자랑스러운 전통을 신뢰의 기업정신으로 계승, 발전시켜 한화와 대한생명이 국민들의 가슴속에 "정도를 걷는 기업, 모범이 되는 기업"으로 각인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길 당부드립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국가의 기간산업 뿐 아니라 국민의 레저, 건강, 생명, 안전을 책임지는 품위있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혁신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전략들이 궁극적으로 기업문화로 정착되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음을 또한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혁신적 정책과 시스템이 완전히 뿌리 내린 위에 모든 임직원들의 의식 속에 공유되고 체화된 기업문화는 다른 어떤 전략무기보다도 항구적이고 글로벌 한 핵심역량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그룹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고 있는 그룹의 심볼 교체작업 또한 전 한화와 대한생명의 혼을 하나로 결집하고 기업문화를 활성화시켜 나가는 데 큰 힘이 되어 줄 것입니다.
아무쪼록 일시적인 구호와 개혁운동에 의한 혁신이 아닌 각 계열사, 각 사업장, 각 임직원 스스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명확히 도출하고, 모두가 뉴 비전을 공유하여 한데 뭉쳐 나아갈 때 비로소 원하는 기업문화의 혁신을 달성할 수 있음을 명심해 주길 바랍니다.
한화인 여러분! 그리고 대한생명인 여러분!
지금 우리 앞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강력한 경쟁상대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이들은 첨단 경영기법과 효과적인 경영 시스템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그들과의 피할 수 없는 승부에서 우리 모두는 과연 당당하게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는 서로를 의지하는 동지로서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뉴 비전을 구체화시켜 나가는 희망의 여정이자, 나아가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향하는 도전의 역사, 바로 그것입니다.
저는 지난 50년간 수 많은 대기업들의 명멸 속에서도 굳건히 성장해 온 우리 한화인과 대한생명인 여러분의 저력을 믿습니다. 또한 그것이 향후 그룹 100년사를 이어갈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이라는 것도 확신합니다.
이제 한화와 대한생명의 100년을 기약하는 가열찬 도전이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한화 공동체라는 이름아래 다 함께 혼연일체가 되어 영광된 길로 나아 갑시다. 도전과 혁신의 기치를 앞세워 새로운 역사의 주역으로서 힘차게 전진합시다.
새해에도 여러분의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03년 새해 아침에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 (edaily리포트)IMF 5년의 가족사
- [edaily 문주용기자] 지난 5년간 아픔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날입니다. 임창렬 경제부총리가 5년전 오늘밤 IMF구제금융을 정식 요청하면서 IMF사태는 시작됐습니다. IMF사태를 국난이라고까지 하는 까닭은 나라님만이아니라 백성 개개인 모두에게 참혹함을 안겨줬기 때문입니다. 산업부 문주용 기자가 짧은 가족사를 통해 IMF 5년을 되돌아봤습니다.
5년전 오늘, 스탠리 피셔 IMF부총재를 만나고 나서 임창렬 부총리는 구제금융 요청사실을 정식으로 밝혔습니다. 이어 열흘가량이 지난 12월3일. 임 부총리는 저녁9시 TV중계를 통해 210억달러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IMF와 합의했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읽어내려갔습니다.
"우리가 감당하고 넘어가야 할 고통의 불가피성을 이해해주시고 어느 곳에서 어떤 일을 하시든지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노력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백성이 어느 곳에 있게 될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알수 없다는 뜻일까?
저는 미셸 캉드쉬와 임 부총리의 모습을 처가 가족들과 지켜봤습니다. 이렇게 저는 처가와 함께 IMF를 맞았습니다. 처가 어른 중 한 분이 "캉드쉬 영어발음 한번 엉망이네. 아무리 프랑스 사람이라지만 IMF총재가 발음이 뭐 저래"라고 하셨죠. 영어발음은 어리버리했지만 그가 제시한 긴축정책은 추상 그자체였습니다.
가장 먼저 캉드쉬의 발음을 놀리시던 그 분이 회사를 그만두셔야 했으니까요. IMF사태가 시작된지 며칠 지나잖아서 기업들마다 인원정리 태풍이 불었습니다. 곧 저의 처가에 두번째 실직자가 나왔습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다닌다며 자랑하기도 했는데, 어느 회사보다 먼저 삼성이 먼저 손을 댔습니다.
IMF 위기가 기업들의 과잉투자 때문에 빚어졌다는 분석이 나온 것도 이맘때 같습니다. 반도체 호황이 가져다준 반짝 경기에 도취한 나머지 이기업, 저기업마다 은행돈 빌려서 투자에 나섰다가 빚만 지게됐다는 지적이었습니다. 한보그룹이 무너지고, 기아자동차가 부도나는 등 과잉투자의 산물들이 하나씩 드러났습니다.
얼마있지 않아 또다른 가까운 처가친척이 회사에서 그만뒀습니다. 희망퇴직이라는 희한한 단어가 그때 탄생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던 그 불안한 시대에 누가 퇴직을 희망하겠습니까마는, 그는 어처구니없이 희망퇴직이라는 역겨운 이름아래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이미 정년퇴직했기에 쉬고있던 또다른 처가친척, 다니던 중소기업이 인원조정에 나서는 바람에 사표를 낸 또다른 처가 가족이 방바닥을 긁고 있었습니다. 수년째 계속된 건설경기 침체로 또다른 처가 어른은 수년째 공사장에 나가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98년이 되자 우리의 대마(大馬), 대우그룹이 벼랑끝에 몰렸습니다. 노무라증권 보고서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건 단지 불씨였을 뿐 훨씬전부터 대우그룹은 무너져내리고 있었습니다. 금융권 구조조정도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98년6월말 모처럼 불안감을 잠시 잊고 본가의 형제들끼리 짧은 휴가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난데없이 둘째 형님의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서울로 올라오라는 급전이었습니다. "은행 합병이 금방 발표됐다. 우리 은행이 경기은행과 합친대. 나는 내일부터 경기은행 파견나간다. 나중에 합병되면 내 자리 있을까 모르겠다. 지금 올라가야겠다" 황망히 서울로 올라간 둘째형님은 근 두달간 경기은행 본점옆의 여관에서 잠을 자야했습니다.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한 것은 이맘 때였습니다. 저는 두 아이 돌잔치때 들어왔던 반지들을 긁어모았습니다. "나중에 너네들 크면 꼭 갚아줄께"라고 다짐하면서. 또다른 금반지도 냈습니다. 이태전에 돌아가신 선친께서 제가 대학교 다닐 때 "혹시 돈이 떨어지면 이 반지 맡겨서라도 잠은 따뜻한데서 자라"며 주셨던 정년퇴직 기념반지. 아마 살아계셨으면 이 반지까지 맡기겠다는 제 뜻을 "가상타" 하셨을 겁니다.
저에게 짙은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당시 노조를 이끌고 있었는데, 봐서는 안될 것을 본 것이 화를 키웠습니다. 회사의 자금상황을 알려주는 장부. 진작에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모기업, 제가 다니는 회사, 다른 계열사의 자금 사정을 보고 입을 다물어야 했습니다. 그 장부에는 "회사가 살아날 방법은 절대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숫자들만 깨알같이 흩뿌려져 있었습니다.
불면의 밤이 한동안 계속됐습니다. 아무리 피곤하고 술취한 채 잠들어도 새벽 5시만 되면 사나운 꿈때문에 눈을 떠야했습니다. 꿈속에서 갓난아이 티를 벗은 둘째아이와 첫째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해 허덕대는 저 자신을 수도 없이 발견했습니다. 더 괴로왔던 건 그렇게 가위눌리고 눈앞이 캄캄했지만 장부 얘기를 아내는 물론, 동료 누구와도 나눌 수가 없었다는 겁니다. 회사보너스가 끊긴지 수개월이 된 후에도.
존경하는 선배에게 차마 하지못할 말을 꺼내기도 했습니다. 회사에서 인원정리가 시작됐는데 한 선배에게는 누구도 말을 못했습니다. 이 회사를 나가면 다른 곳에 쉽게 정착할 수 있을 것같은 선배들이야 회사에서 쉽게 말했지만 유독 한 분에게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선배님,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도와드릴 방법이 없어 죄송하게..." 악역이 저에게 주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변의 상황이 더 심각하게 변해갔습니다. 저는 처가, 처이모네 등 주변 다섯 가족을 통틀어 그나마 월급이라도 받아오는 가장이 저 혼자뿐일 정도가 됐습니다. 이 어려운 시기가 조금만 더 계속되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그러나 처가 친척들은 나름대로 생계 대책을 세우며 재기에 나섰습니다. 처가는 서울에 있는 아파트를 처분해서 신도시로 옮겼고, 처이모 한 분은 낮시간 식당일로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집이 두개면 한개를 팔고, 빚을 얻어 샀던 부동산은 헐값으로라도 내놓아 빚을 갚아나갔습니다.
그렇게 버틴 지 2~3년, 경기가 풀리면서 하나둘 예전의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처가가족과 친척들은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데 성공했으며 더이상 자신을 내쫓았던 회사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저 역시 그 장부의 망령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직장을 구했습니다.
IMF 덕분에 고쳐진 것도 있습니다. 실속을 챙기는 자세를 갖게 된 것은 그중 하나일 겁니다. 휘황찬란하고 요란한 술집의 술맛이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 회사가 언제라도 제 목에 칼을 들이댈 수 있다는 자각도 하게 됐습니다. 때문에 항상 회사가 발전하는 것보다 빨리 나아가도록 자기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많은 아픔과 불면의 나날들, 길거리로 내몰렸던 선후배 동료들의 힘겨운 어깨떨림들. 어떤 분은 저보다 더 심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겁니다. 이런 기억들을 우리의 아들, 딸에겐 절대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하루입니다.
- (마켓피플@홍콩)②토마스 리 캔터피츠제랄드 이사
- [edaily 하정민기자] `마켓피플@홍콩`의 두번째 주인공은 캔터피츠제랄드 홍콩 지점의 토마스 리 이사다. 이 이사는 뱅커에서 브로커로 전업한 후 원화 이자율 스왑시장의 태동기부터 활동해왔다.
이 이사는 "해외에서 일하면서 고객의 소중함에 대해 더욱 절실히 느끼게됐다"며 "브로커리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에 있는 사람들이 더욱 열심히 일해야한다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이 발전할수록 브로커리지 업무가 발전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시장의 `real demand & supply`는 브로커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브로커가 되기 위한 그의 노하우를 들어봤다.
-캔터 홍콩 지점에서 언제부터 일했나.
▲85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 제조업체에서 잠깐 일했다. 이후 영국계 은행으로 옮겨 10년 넘게 트레저리 파트에서 일했다. 브로커로 전업한 것은 99년 11월이다. 툴렛 싱가폴 지점에서 코리안 트레저리 담당 브로커로 일하기 시작했고 캔터 홍콩지점에는 지난해 초에 왔다.
-99년부터 원화 이자율 스왑 브로커리지 업무를 했다면 초창기부터 일한 셈인데.
▲한국 이자율 스왑시장의 태동기부터 몸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만해도 로컬 은행 2~3개, 외국계은행은 합병 전의 JP모건, 체이스, 도이치은행 정도였고 역외에서는 골드만삭스 정도가 참여했다. 과연 이 시장이 제대로 발달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도 굉장히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시가평가제 도입, 국채선물 시장 개설을 기점으로 이자율 스왑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자율 스왑은 궁극적으로는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이다. 스왑이나 이를 매개로 한 다양한 트레이딩 스킬이 없으면 숏 포지션을 취할 길이 없으니까. 원화 IRS가 도입되기 전에는 한국 본드마켓에 스프레드 플레이가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왑이 도입되면서 1-2, 2-3니 하는 장단기 스왑 스프레드 플레이가 가능해졌고 본드-스왑 스프레드 차이를 이용한 커브 플레이어도 나타났다. 현물-선물-스왑을 통한 삼각 거래가 활발해졌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초창기 시절의 스왑 트레이더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때는 하루에 스왑 1계약이 거래되기도 힘들었다. 시장참여자가 빤하다보니까 굳이 브로커를 통하지않고 다이렉트 딜을 할 수 있는데도 스왑 시장을 키워야한다며 브로커리지 하우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줬다.
-한국에서 십 수년을 일하다가 해외에서 일하고있는데. 어떤 점이 차이가 있나.
▲일단 개인 신상에 관해 묻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성별, 나이, 출신지, 대학, 결혼 유무 등 사생활에 관한 것은 묻는 사람이 전혀 없다. 오직 그 사람의 커리어를 보고 "너 잘할 수 있냐"를 물을 뿐이다. "Yes I can" 하면 그만이고.
경쟁심이 저절로 생긴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지연, 학연 등을 따져서 대충 일하는 풍토가 남아있고 나 역시 그런 문화에 젖어있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 와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경쟁하다 보니 뒤지기 싫다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경쟁의식을 통해 고객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자주 느끼게 된다. 모든 브로커가 마찬가지겠지만 감사하는 마음의 크기가 훨씬 커졌다고나 할까.
-처음 브로커리지 업무를 시작했을 때 어려움은 뭐였나.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했으니까 다 어려웠다. 브로커가 되고 나서 3개월만에 체중이 8킬로그램이나 줄었다. 싱가폴에서 일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모두 영어를 사용하지만 영국인, 호주인, 싱가폴인, 말레이시안 차이니즈 등 국가 별로 발음이나 억양이 너무나 달랐다. 외국계은행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영어를 새로 배우는 기분이었으니까.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다.
-중개업무를 하다가 실수한 적은 없나. 안타까움을 느낄 때는.
▲많다.(웃음) 스크린 플레이가 아니고 모든 것을 손으로 커버하다보니 실수는 필연적이다. 초창기에는 비드-오퍼 스프레드를 거꾸로 하는 초보적 실수를 종종 저질렀고 나중에는 유형도 갖가지로 늘어났다.
예를 들어 3-5년 스왑 스프레드가 5bp여서 고객이 "05" 라고 쿼트했는데 마침 3년 IRS가 5.05%여서 끝 두 자리가 비슷해 3년 아웃라이트 거래로 착각하고 말하는 식이다. 3년 아웃라이트가 5.04%여서 고객이 "오포"(zero four)라고 쿼트했는데 나는 offer라고 알아듣고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
애써 가격을 붙여놨는데 다른 하우스에서 채 갈 때 가장 안타깝다. 안당해본 사람은 그 심정 모른다. 또 다른 데서는 중개를 쉽게 하는데 우리는 이상하게 잘 안 될 때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에게 항상 "신선이 돼라"고 말한다.(웃음)
-실수했을 때는 어떻게 복구하나. 고객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뭐 말할 필요도 없이 난리가 난다. "페널티로 1주일간 거래 없어" 정도는 양반이다.(웃음) 다시는 거래하지 않겠다거나 육두문자가 난무하기도 한다.
그게 중요하지는 않고 일단 실수했을 때는 빨리 정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고객에게 실수했으니까 빨리 포지션을 꺾던가 선물 등으로 헤지하라고 신속하게 리포트한다. 브로커리지 피에서 얼마를 디스카운트 할 때가 많다. 이 모든 실수를 되풀이하지않고 언젠가는 고객에게 보답한다는 마음 자세를 지니는 것이 좋은 브로커임은 물론이다.
-올들어 한국 스왑시장 거래 규모가 상당히 커졌는데.
▲아직도 시장이 너무 얇다. 싱가폴이나 홍콩 스왑시장의 일일 거래규모는 1조를 훨씬 넘는다. 본드 마켓의 자체 규모만 따지면 우리 나라가 크지만 FX 거래량이 뒷받침되지않다 보니 스왑 거래규모 증가에 한계가 있다. 스왑이 은행간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업체가 움직일 때 마다 은행이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일평균 5000억원 정도만 꾸준히 거래돼도 지금보다 훨씬 시장의 효율성이 커질 것이다.
-올해 이자율 스왑을 해서 돈 번 하우스가 많지않다. 스왑의 필요성도 큰 편이 아니다.
▲그건 내가 대답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필요성의 문제를 말하자면 스왑은 `speculation`의 대상이 아니다. 트레이더가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tool` 중 하나다. 돈을 벌고 못 벌고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브로커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직업에게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것이겠지만 첫째는 성실성이다. 둘째는 체력과 목소리다. 고객과 항상 보이스 박스를 통해 만나는 직업의 특성상 신뢰감있는 목소리를 지니는 것은 필수적이다. 발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있고 처지지않은 목소리를 고객에게 들려줘야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강인한 체력은 필수 아니겠나. 그 외에 마켓을 보는 능력도 중요하다.
물론 신뢰도도 빼놓을 수 없다. 브로커리지 업무야 말로 사람 장사가 전부니까. 거래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트레이더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 거래가 뜸한 고객에게는 주니어 브로커에게 쿼트를 맡기는 식으로 한다면 얼마나 이 장사를 할 수 있겠나. 나는 부하 직원도 비싼 사람을 우선 채용하는 주의다.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한국 시장에 있는 모든 상품의 중개 업무를 하고 싶다. 선물이나 스왑 중개는 기본이고 신용파생상품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나 기후 등 다양한 상품이 분명히 거래될 것이다. 공해배출권도 거래되는 마당에 어떤 상품이 언제 나타날 지 누가 알겠나. 비단 아시안 마켓에서만이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관련 상품? 미스터 리에게 물어봐"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다.
사실 브로커리지는 절대적인 marginal business다. 장사가 잘 되면 fee가 낮아지기 마련이고 장사가 안 되면 굶어야한다. 원화 IRS 스왑 fee도 초창기 1bp에서 최근 0.5bp까지 떨어졌다. 성장의 한계도 분명한 산업이다.
그러나 곧 브로커리지 시장도 개방될 것이고 그럴수록 더욱 해외에 나와있는 사람들이 노력해야한다. 우리 하우스의 경우 홍콩 지점에만 8명의 한국인이 있는데 "시장이 개방되면 너희가 큰 일을 할 사람들이니까 더욱 열심히 일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는 브로커라는 용어 자체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특히 한국에서는 `broker` 하면 불법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내가 브로커라서가 아니라 브로커리지는 정말 중요한 funtcion중 하나다. 금융이 발전할수록 exotics가 자꾸 나오니까 우리가 할 일도 자꾸자꾸 커진다.
우리는 시장 변화 그 자체다. 단말기에 나오는 숫자가 시장을 말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 시장의 "real demand & supply"는 우리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 (마켓피플@홍콩)②토마스 리 캔터피츠제랄드 이사
- [edaily 하정민기자] `마켓피플@홍콩`의 두번째 주인공은 캔터피츠제랄드 홍콩 지점의 토마스 리 이사다. 이 이사는 뱅커에서 브로커로 전업한 후 원화 이자율 스왑시장의 태동기부터 활동해왔다.
이 이사는 "해외에서 일하면서 고객의 소중함에 대해 더욱 절실히 느끼게됐다"며 "브로커리지 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에 있는 사람들이 더욱 열심히 일해야한다는 소명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시장이 발전할수록 브로커리지 업무가 발전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시장의 `real demand & supply`는 브로커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브로커가 되기 위한 노하우를 들어봤다.
-캔터 홍콩 지점에서 언제부터 일했나.
▲85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 제조업체에서 잠깐 일했다. 이후 영국계 은행으로 옮겨 10년 넘게 트레저리 파트에서 일했다. 브로커로 전업한 것은 99년 11월이다. 툴렛 싱가폴 지점에서 코리안 트레저리 담당 브로커로 일하기 시작했고 캔터 홍콩지점에는 지난해 초에 왔다.
-99년부터 원화 이자율 스왑 브로커리지 업무를 했다면 초창기부터 일한 셈인데.
▲한국 이자율 스왑시장의 태동기부터 몸 담았다고 할 수 있다. 그 때만해도 로컬 은행 2~3개, 외국계은행은 합병 전의 JP모건, 체이스, 도이치은행 정도였고 역외에서는 골드만삭스 정도가 참여했다. 과연 이 시장이 제대로 발달할 수 있을 것인가하는 의문도 굉장히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시가평가제 도입, 국채선물 시장 개설을 기점으로 이자율 스왑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자율 스왑은 궁극적으로는 발전할 수 밖에 없는 시장이다. 스왑이나 이를 매개로 한 다양한 트레이딩 스킬이 없으면 숏 포지션을 취할 길이 없으니까. 원화 IRS가 도입되기 전에는 한국 본드마켓에 스프레드 플레이가 전무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스왑이 도입되면서 1-2, 2-3니 하는 장단기 스왑 스프레드 플레이가 가능해졌고 본드-스왑 스프레드 차이를 이용한 커브 플레이어도 나타났다. 현물-선물-스왑을 통한 삼각 거래가 활발해졌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초창기 시절의 스왑 트레이더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 때는 하루에 스왑 1계약이 거래되기도 힘들었다. 시장참여자가 빤하다보니까 굳이 브로커를 통하지않고 다이렉트 딜을 할 수 있는데도 스왑 시장을 키워야한다며 브로커리지 하우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줬다.
-한국에서 십 수년을 일하다가 해외에서 일하고있는데. 어떤 점이 차이가 있나.
▲일단 개인 신상에 관해 묻지 않는다는 점이 좋다. 성별, 나이, 출신지, 대학, 결혼 유무 등 사생활에 관한 것은 묻는 사람이 전혀 없다. 오직 그 사람의 커리어를 보고 "너 잘할 수 있냐"를 물을 뿐이다. "Yes I can" 하면 그만이고.
경쟁심이 저절로 생긴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지연, 학연 등을 따져서 대충 일하는 풍토가 남아있고 나 역시 그런 문화에 젖어있었을 지 모른다. 그러나 여기 와서 다양한 국가의 사람들과 경쟁하다 보니 뒤지기 싫다는 마음이 절로 생긴다. 경쟁의식을 통해 고객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자주 느끼게 된다. 모든 브로커가 마찬가지겠지만 감사하는 마음의 크기가 훨씬 커졌다고나 할까.
-처음 브로커리지 업무를 시작했을 때 어려움은 뭐였나.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했으니까 다 어려웠다. 브로커가 되고 나서 3개월만에 체중이 8킬로그램이나 줄었다. 싱가폴에서 일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모두 영어를 사용하지만 영국인, 호주인, 싱가폴인, 말레이시안 차이니즈 등 국가 별로 발음이나 억양이 너무나 달랐다. 외국계은행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영어를 새로 배우는 기분이었으니까. 하루하루가 고역이었다.
-중개업무를 하다가 실수한 적은 없나. 안타까움을 느낄 때는.
▲많다.(웃음) 스크린 플레이가 아니고 모든 것을 손으로 커버하다보니 실수는 필연적이다. 초창기에는 비드-오퍼 스프레드를 거꾸로 하는 초보적 실수를 종종 저질렀고 나중에는 유형도 갖가지로 늘어났다.
예를 들어 3-5년 스왑 스프레드가 5bp여서 고객이 "05" 라고 쿼트했는데 마침 3년 IRS가 5.05%여서 끝 두 자리가 비슷해 3년 아웃라이트 거래로 착각하고 말하는 식이다. 3년 아웃라이트가 5.04%여서 고객이 "오포"(zero four)라고 쿼트했는데 나는 offer라고 알아듣고 난리가 난 적도 있었다.
애써 가격을 붙여놨는데 다른 하우스에서 채 갈 때 가장 안타깝다. 안당해본 사람은 그 심정 모른다. 또 다른 데서는 중개를 쉽게 하는데 우리는 이상하게 잘 안 될 때도 마찬가지다. 후배들에게 항상 "신선이 돼라"고 말한다.(웃음)
-실수했을 때는 어떻게 복구하나. 고객의 반발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뭐 말할 필요도 없이 난리가 난다. "페널티로 1주일간 거래 없어" 정도는 양반이다.(웃음) 다시는 거래하지 않겠다거나 육두문자가 난무하기도 한다.
그게 중요하지는 않고 일단 실수했을 때는 빨리 정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고객에게 실수했으니까 빨리 포지션을 꺾던가 선물 등으로 헤지하라고 신속하게 리포트한다. 브로커리지 피에서 얼마를 디스카운트 할 때가 많다. 이 모든 실수를 되풀이하지않고 언젠가는 고객에게 보답한다는 마음 자세를 지니는 것이 좋은 브로커임은 물론이다.
-올들어 한국 스왑시장 거래 규모가 상당히 커졌는데.
▲아직도 시장이 너무 얇다. 싱가폴이나 홍콩 스왑시장의 일일 거래규모는 1조를 훨씬 넘는다. 본드 마켓의 자체 규모만 따지면 우리 나라가 크지만 FX 거래량이 뒷받침되지않다 보니 스왑 거래규모 증가에 한계가 있다. 스왑이 은행간 거래임에도 불구하고 업체가 움직일 때 마다 은행이 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일평균 5000억원 정도만 꾸준히 거래돼도 지금보다 훨씬 시장의 효율성이 커질 것이다.
-올해 이자율 스왑을 해서 돈 번 하우스가 많지않다. 스왑의 필요성도 큰 편이 아니다.
▲그건 내가 대답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필요성의 문제를 말하자면 스왑은 speculation의 대상이 아니다. 트레이더가 사용할 수 있는 유용한 tool 중 하나다. 돈을 벌고 못 벌고의 문제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브로커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직업에게 공통적으로 통용되는 것이겠지만 첫째는 성실성이다. 둘째는 체력과 목소리다. 고객과 항상 보이스 박스를 통해 만나는 직업의 특성상 신뢰감있는 목소리를 지니는 것은 필수적이다. 발성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감있고 처지지않은 목소리를 고객에게 들려줘야한다는 얘기다. 그러려면 강인한 체력은 필수 아니겠나. 그 외에 마켓을 보는 능력도 중요하다.
물론 신뢰도도 빼놓을 수 없다. 브로커리지 업무야 말로 사람 장사가 전부니까. 거래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트레이더를 동등하게 취급하는 것은 기본 자세라고 생각한다. 거래가 뜸한 고객에게는 주니어 브로커에게 쿼트를 맡기는 식으로 한다면 얼마나 이 장사를 할 수 있겠나. 나는 부하 직원도 비싼 사람을 우선 채용하는 주의다. 장기적 안목에서 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한국 시장에 있는 모든 상품의 중개 업무를 하고 싶다. 선물이나 스왑 중개는 기본이고 신용파생상품도 마찬가지다. 언젠가는 우리나라에서도 에너지나 기후 등 다양한 상품이 분명히 거래될 것이다. 공해배출권도 거래되는 마당에 어떤 상품이 언제 나타날 지 누가 알겠나. 비단 아시안 마켓에서만이 아니라 글로벌 마켓에서 "한국관련 상품? 미스터 리에게 물어봐"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다.
사실 브로커리지는 절대적인 marginal business다. 장사가 잘 되면 fee가 낮아지기 마련이고 장사가 안 되면 굶어야한다. 원화 IRS 스왑 fee도 초창기 1bp에서 최근 0.5bp까지 떨어졌다. 성장의 한계도 분명한 산업이다.
그러나 곧 브로커리지 시장도 개방될 것이고 그럴수록 더욱 해외에 나와있는 사람들이 노력해야한다. 우리 하우스의 경우 홍콩 지점에만 8명의 한국인이 있는데 "시장이 개방되면 너희가 큰 일을 할 사람들이니까 더욱 열심히 일해야한다"고 강조한다. 개인적으로는 브로커라는 용어 자체도 바뀌었으면 좋겠다. 특히 한국에서는 "broker" 하면 불법적인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내가 브로커라서가 아니라 브로커리지는 정말 중요한 funtcion중 하나다. 금융이 발전할수록 exotics가 자꾸 나오니까 우리가 할 일도 자꾸자꾸 커진다.
우리는 시장 변화 그 자체다. 단말기에 나오는 숫자가 시장을 말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 시장의 "real demand & supply"는 우리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 삼성전자, 온라인게임 포털 사이트 오픈
- [edaily 양효석기자] 삼성전자(05930)는 온라인게임 프로젝트투자 및 게임데이터센터(GDC)운영 등을 통해 최대 퍼블리셔로서 거듭난다는 계획 아래 온라인 게임포털 사이트인 "게임엔조이(www.gamenjoy.com)"를 오픈한다고 30일 밝혔다.
10월1일 오픈하는 게임엔조이는 기존 포털형태의 링크서비스가 아닌 프로젝트 투자 및 게임개발사의 인큐베이팅에서 회원관리, 통합 과금시스템, 콜센터운영 등의 고객마케팅, 수출상담 등 국내외 마케팅을 포괄하는 게임포털이다.
게임엔조이는 온라인게임, 보드게임, 액션게임, 퍼즐게임, 싱글게임등 전 장르의 게임경험이 가능하며 클로즈베타부터 일반유저들이 게임에 참여해 삼성전자 프로게이머 "칸" 선수와의 대전 기회도 제공되는 등 게임유저들을 위한 서비스차별화가 실시될 계획이라고 삼성전자측은 말했다.
삼성전자는 또 토크박스, 길드, 마이홈피 등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사회적 유대감 확대와 게임 캐릭터로 꾸미는 아바타 서비스도 선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개발자 등용문 코너를 통해 우수개발사는 솔루션 및 자금 지원을 통한 투자는 물론 테스터 모집, 전시회지원, 수출상담, 온라인 고객지원, 제휴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마케팅 기법과 지원을 받게 되어 게임개발의 꿈을 실현할 수 있다.
- "IT 투자활성화대책 곧 마련"-정통장관 일문일답
- [edaily 조용만기자] 이상철 정통부 장관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달안에 투자활성화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설비투자외에 R&D, 벤처, 소프트웨어 투자 등으로 IT산업을 다양화하고 발전시키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유효경쟁이 안되면 궁극적으로 소비에게 편익도 줄 수 없다"면서 "유효경쟁 정책은 특정 통신사업자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며 요금인하 문제도 이러한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 최근 열린 물가대책회의에서 재경부가 10월중 휴대폰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했는데, SK텔레콤 요금인하에 대한 입장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통신산업과 규제정책을 같이 들여다 봐야 한다. 원가와 이익이 얼마인지, 또 경영효율화가 이익에 기여한 부분은 얼마인지 자세히, 합리적으로 따져 볼 것이다. 이익 난 것을 요금인하로 다 환수한다면 경영 합리화나 효율화를 해야 할 목적이 없어지는 것 아니냐. 경영합리화 부분, 원가요인 등을 다 따져서 결정할 것이다.
- 011-017 합병인가와 관련한 부분은 어떻게 되가고 있나
▲10월중에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합병인가 조건 이행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 KT가 외국인지분한도 철폐문제를 거론했는데.
▲민영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KT가 비전을 갖고 있는 것은 좋지만 우리가 49%로 한도를 확대한 것은 세계적인 예를 봐도 상당히 개방적인 자세다. 외국인지분한도 철폐는 지금 당장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세계시장의 변화와 추세에 맞춰 나중에 생각해 볼 문제다
- LM(유선-무선)통화 개방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LM통화는 궁극적으로 경쟁차원에서 개방해야 한다. 하지만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LM을 열려면 시내전화를 봐야 하는데 시내전화 자체가 전화국 90%이상이 적자를 내는 등 왜곡돼 있어 이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검토가 끝나면 시기는 곧바로 잡을 수 있다.
- 이달안에 투자활성화 방안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세계적으로 IT경기가 침체되고 국내 IT산업도 언제 위험해 질 지 모른다. 때문에 통신사업자들의 투자활성화가 IT산업의 규모확대로 연결되고 이것이 국민소득 증대와 다시 투자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이 사이클이 잘 돌아가지 않을 때는 모멘텀이 필요하다. 오늘 해외진출 종합대책도 IT산업이 수출의 25% 차지하는 상황에서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내놓은 것이다.
- 투자활성화의 세부적인 방안은
▲투자자들이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논리를 잡아가고 있다. 유선, 이동전화, 초고속 모두 포화상태가 돼 가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 IT산업이 뭘 먹고 살 수 있는지를 세밀히 따져야 한다. 투자활성화는 설비투자외에 R&D, 벤처, 소프트웨어 등으로 다양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IT산업을 다양화하고 발전시키 것이 초점이다. 지금의 설비투자 외에 컨텐츠 솔루션, 홈 네트위킹 등 디지털라이프, 소프트웨어 부문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조성에 주력할 것이다. 이 세가지가 향후 가능성있는 부분이며 이쪽으로 투자하는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다.
- 취임때 국민편익을 우선시 한다고 했는데, 오늘 내용은 산업과 투자활성화에 더 비중이 주어진 느낌이다. 정책의 우선 순위가 바뀐 것인가
▲취임당시 국민편익을 우선시 한다고 말한 것은 정보화 정책측면에서 얘기한 것이다. 단지 돈 1000원을 주는 것을 국민에 대한 혜택이라고 한다면 내 생각과는 다르다. 정통부는 산업정책과 규제정책을 다 들여다 봐야 한다. 개인정보화와 기업정보화 등의 하드웨어 인프라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한다.
- 소비자 편익에 맞춘 유효경쟁 체제를 강조하면서 3강정책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소비자 편익 위주의 서비스를 펼치겠다는 것과 유효경쟁 체제로 간다는 것은 다른 얘기같지만 사실은 같은 얘기다. 유효경쟁이 안되면 궁극적으로 소비에게 편익도 줄 수 없다. 통신사업자들이 적정 경쟁을 통해 시장이 잘 돌아가는 것이 `꿈의 경쟁체제`인데 이것이 현재는 3강 체제로 나타나고 있다.시장변화에 따라 4강이나 2강도 될 수도 있기 때문에 3강을 강조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효경쟁 정책은 특정 통신사업자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요금인하 문제도 이러한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다.
- KT가 중국내 설립을 추진중인 마케팅 전담회사는 어떤 성격인가
▲대중국 마케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물이 없다. 중소기업들은 아무래도 현지 네트워크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자본금 100~200만불의 마케팅 전담회사를 설립해 대기업의 브랜드를 가지고 중소기업이 마케팅과 함께 수출할 수 있도록 돕는 개념이다. 설립시기는 올해 12월을 목표하고 있다. 현지에서도 출자를 받아 현지인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 1억불 코리아글로벌 펀드의 재원과 용도는
▲정부가 3000만불, 군인연금공제 기금과 주간운용사인 산은캐피탈 등이 나머지를 내서 IT기업들이 출자받는 형태로 지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 기업은행, 창립 41돌.."고객중심 1등서비스"
- [edaily 문병언기자] 기업은행(은행장 김종창)이 다음달 1일로 창립 41주년을 맞는다. 중소기업자의 자주적인 경제활동과 경제적 지위향상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은행은 창립 당시 자본금 2억원, 점포 31개에서 현재는 자기자본 3조3000억원, 총자산 64조원, 국내외 점포 383개의 대형은행으로 성장했다.
질적으로도 국내 최고의 신용등급과 건실한 자산건전성을 보유한 우량은행으로 발돋움했다.
기업은행(24110)은 지난 41년간 수많은 중소기업을 중견기업 또는 대기업으로 육성하며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해 왔다. 특히 IMF 경제위기 때는 중소기업 지원에 발벗고 나서 경제회생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공공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안전성과 수익성, 자산건전성을 고루 갖춘 건실한 우량은행으로 변모한 기업은행의 변신은 국책기관의 모범적인 경영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또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고객에게 최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앞선 서비스와 최고의 경쟁력"으로 새로운 금융문화를 정착시키는 한편 고객가치와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가치경영, 고객감동경영, 열린경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초 기업은행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아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김종창 행장은 "변화경영"과 "현장위주의 경영전략"을 통해 직원들의 의식변화와 끊임없는 변화를 강조, 향후 성과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돈 버는 국책은행"을 강조한 김 행장은 고객중심, 시장중심의 경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사업부제를 전격 도입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게다가 차장급 부서장 보임, 대리급 점포장 발탁 등 인사관행 파괴와 직위·직급을 탈피한 능력과 열정 위주의 인사개혁으로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활성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밖에도 기업은행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 대응해 고객중심, 시장중심의 사업부제 조기정착과 함께 드림기업팀(소기업팀)과 기업금융지점(RM) 등 100여개 기업금융 전담조직을 신설했다.
한편 김종창 행장은 31일 창립기념사를 통해 "고객중심의 1등 서비스로 더욱 치열해질 경쟁의 파고를 헤쳐나가 중소기업이 국민경제의 주체로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지원 역할에 더욱 충실하자"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금융에서의 경쟁우위를 확고히 다지고 우수고객기반 확대, 건전성 제고 및 수익 확대, 개인능력 개발로 직업윤리와 도덕성을 겸비한 금융인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으로 "세계속의 일류은행"인 우리의 꿈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 (이진우의 FX칼럼)너무 취약한 시장구조
- [이진우 칼럼니스트]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3개월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줄곧 빠지기만 하여 170원 가량의 낙폭을 기록하던 환율이 이틀 만에 35원도 튀어 오르는군요. 1170원 아래에서 달러를 던졌다면 배 아프고 억울해 이 장세를 어찌 눈 뜨고 지켜 볼 수 있겠습니까? 한 차례 중간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 했습니다.
◇시장에 대한 예측보다는 시장 움직임에 대한 대응
1180원 아래로 환율이 미끄러졌을 때부터 “반등에 대한 기대”를 못 버리는 코멘트를 계속하던 필자에게 한 후배가 메시지를 보내 왔었다. “Cope with any situation! Foretelling is not important…항상 느끼는 거지만 머니게임에서 중요한 건 대응이지 예측이 아닌 듯 합니다. Nobody knows what will happen next…”
지난 번 칼럼에서 언급했던 “박찬호와 선동열論”을 주장했던 친구는 필자가 지금까지 보아 온 “딜러” 중에서 단연 한국 최고라고 서슴없이 말할 수 있는데(기계보다 정확한 손절매 원칙 준수, 3분 동안 포지션 방향이 열번도 바뀐 적 있는 순발력과 탄력성, 오랜 기간 꾸준한 수익률로 나타나는 총잡이로서의 실력), 이따금씩 그 친구에게 “지금 뷰는 어때?”라고 질문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늘 똑 같았다. “뷰? 나 그런 거 없어. 시장이 위로 가자면 사고 못 가면 파는 것 뿐…”
최근 몇 주 동안의 국내외 증시와 환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 정말 “예측이 무의미한 시장”임을 절감하게 된다. 그러나 그러한 예측과 전망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은 당장 내일 아침 아니면 오늘 오후에 헛소리로 판명될지언정 아무도 모르는 “잠시 후”에 대하여 온갖 상상력과 알량한 경험을 동원하여 썰(說)을 풀어 나갈 수 밖에 없다. 그 말 같지 않은 말들도 잘만 활용하면 트레이딩에 어떤 의미에서건 도움은 된다. 참고로 월요일 아침 모 증권사가 하반기에 종합주가지수가 580까지 밀릴 수 있다고 리포트를 내 놓았는데(그 회사가 바로 환율 폭등 직전에 연말 환율 1150원으로 하향조정 한다는 리포트도 냈었다), 한 번 지켜 볼 일이다.
◇시장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초라한 원/달러 시장
은행권의 구조조정 및 합병을 거치면서 이른바 시중은행이라 불리는 은행의 숫자가 많이 줄어 들었다. 거기에다 워낙 안 움직이기로 유명한 데에다 그 움직임조차도 일관성을 결여하고 차트도 잘 안 맞는 시장이 되고 보니 외국계 은행들 중 상당수는 아예 원/달러 시장에서 발을 뺀 곳도 많다. 먹을 것도 없을 뿐더러 잘 먹여주지도 않는 곳이기에……
그러다 보니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문 좀 낸다 할 만한 은행들은 외국계를 포함하더라도 열 손가락이면 충분하다. 업체들도 마찬가지, 환율 빠지는 장에서 주목 받는 전자회사, 중공업 회사, 자동차 회사 몇 군데와 환율 오르는 장에서 무서워지는 정유사 몇 군데 빼면 시장을 움직일 만한 업체라 해 봐야 그 또한 열 손가락도 못 채운다.
이런 장에서 힘 쓸 수 있는 세력이라면 이른바 역외세력이라 불리는 해외 투자은행 몇 군데와 외환당국… 역외가 산다 판다 말도 많지만 알고 보면 골드만 삭스나 모건 스탠리 같은 투자은행 한 두 군데가 조금(?) 매수세를 늘려보거나 달러를 팔겠다고 나서는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역외가 떴다 하면 시장은 시쳇말로 알아서 긴다. 그들은 길게 보고 방향 잡아주는 세력들이며 손절도 없는 슈퍼맨이라는 잘못 된 인식이 우리 외환시장을 지배한지 오래다. 당국 또한 욕 먹는 것으로는 세계 누구도 부럽지 않은 곳이다. 환율 빼겠다고 달려들면 국책은행 매수세 보인다 그러지 좀 위로 당길 만하면 국책은행 패밀리라 불리는 외국계 은행들 물량 털고 있지, 그래서 시장참여자들이 이런저런 사이버 공간을 통해서 당국을 원망도 많이 한다. 그러나 시장이라 부르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의 우리 원/달러 시장에서 그나마 당국이라도 없으면 어찌 될까 생각해 보면 아찔해 진다. 하루 20원 안팎의 움직임으로 지난 금요일 서울 외환시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는데, 당국마저 없다면 우리 외환시장은 매일 하루 50원에서 100원도 움직일 수 있는 곳이다. 환율 빠질 만 하면 매수세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환율 좀 오른다 싶으면 그 동안 그렇게 많다던 오퍼(Offer) 물량이 눈 녹듯 사라지며 오퍼공백 상태까지 가는 이 시장에서 그나마 견딜만한 레벨에서 손절매라도 할 수 있는 것은 당국이 시장참여자들 중 큰 축을 감당해주기 때문에 가능하다.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만 원/달러 시장이 시장답게 움직이려면 시장참여자들의 저변이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하다 못해 가구전문 상가나 고서적 취급 서점들이 몰려있는 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포 숫자는 되어야 한다. 한 두 군데에서 마음 먹기에 따라 언제든지 시장을 들었다 놓았다 할 수 있는 곳이라면 “법 보다는 주먹”이 말을 하는 곳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손님들”이 다 떠날 수 밖에 없는 곳이 될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 조금 더 잘난 척을 해본다면…
우리가 매 순간 모니터를 쳐다보며 시장을 쫓아 간다고 해서 좋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지난 금요일 미리 잡혀 있었던 가족들과의 휴가계획 때문에 목요일 뉴욕시장의 결과도 확인하지 못한 채 데일리 전망을 하루 전날 저녁에 올리고 갔다.
“하루 휴가로 목요일 저녁 시간에 뉴욕시장의 결과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쓰는 전망이라 신뢰할 만한 데일리 전망은 될 수가 없다. 그러나 환율의 추가급락을 기대하고 믿는 시장참여자들도 다음 사항은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첫째,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는 SK 텔레콤 지분매각과 관련한 12억불 가량의 공급물량을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시장에서 일찌감치 노출되고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재료는 막상 그 여파가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상례다. 확인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SK 측에서 이미 지분매각과 관련한 물량을 이번 달러 급락장의 와중에 알게 모르게 처리해 왔을 수가 있고(전형적 달러 매수세력인 정유사가 그 동안 달러매도에 치중해 왔다) 당국이나 업체 측에서 밝히듯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중립적 처리”를 거친다면 당장에 달러/원 시장에 환율하락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둘째, 1달러선에서 방황하는 유로화나 115엔대 진입을 매우 두려워 하는 달러/엔 환율이나 지금 당장 달러 대비 급등세를 지속하기에는 부담스럽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말발 안 서고 시장에서 무시 당하는 폴 오닐 현 미국 재무장관을 대신하여 클린턴 행정부 시절 시장과 아주 호흡을 잘 맞춰 왔던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은 주목할 만 하다. 그리고 유럽이나 일본의 통화도 마냥 달러 대비 강세를 지속할 만한 경제적 명분이 뚜렷하지 않다. 25일 발표된 경제지표만 보더라도 독일의 7월 IFO 지수가 89.9로 나타나며 2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고(6월은 91.3) 영국의 6월 소매매출도 예상 밖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일본 또한 6월 소매매출이 전년 동기비 3.7%나 줄어드는 모습을 보여 최근 달러 약세는 유럽이나 일본의 경제상황이 미국보다 월등히 나아서 이루어진 현상이라고 볼 수는 없게 만든다.
셋째, 월말을 맞아 네고물량의 공급을 기대하지만 의외로 네고물량이 적고 그 동안 발을 빼고 있던 결제수요의 유입이 이루어지면 수급상 달러수요 우위로 장세가 전환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 동안 나올만한 물량은 얼추 나왔다는 계산과 달러가 필요한 세력들이 1170원 아래에서는 자꾸 막히는 환율을 보고 서서히 매수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정인데, 여기에 역외세력의 매수세까지 재개된다면 의외로 급한 환율의 반등도 가능하다.
달러/엔 및 NDF 시세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정해 보는 일중 레인지는 막연하다. 1160원에서 1180원 사이라 해두면 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아예 뉴욕시장을 안 보고 쓴 전망이 시기적절한 코멘트가 되었지만, 만약 금요일 시장 한가운데에 있었더라면 1180원이라는 황송한 레벨에서는 고점매도에 나서라고 주변에 권하다 된통 망신을 당할 뻔 했다.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1160~1180원”의 일중 예상 레인지도 우스운 얘기가 되어 버렸다. “예측”보다는 “대응”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늘 틀리는 예측이라도 우리는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 본 칼럼을 통해 자주 이야기 해왔듯이 “모두”가 간다고 할 때가 제일 조심해야 할 때이다. 경제신문과 일간지를 거쳐 TV에서까지 환율 폭락세를 다룰 시점이 되었으면 달러를 매수할 시점을 조율하는 것… 시장에서 잔 뼈가 굵었다는 사람들은 이런 점을 의외로 중요시 한다. 그리고 국내 프로야구 해설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는 하일성 씨도 9회까지 이어지는 경기를 해설하는 동안 “이 한방이(혹은 이 한 번의 야수실책이) 지금까지의 경기흐름을 돌려 놓을 가능성이 있어요. 지금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 가거든요.”하는 식의 가능성과 분위기 해설로 경기를 풀어가지 않는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시장의 흐름을 짚어가는 본 칼럼에서 매일매일의 환율 등락을 다룰 수는 없다. 필자의 데일리 시황(www. nfutures.co.kr)에 대해서도 지적과 편달을 아끼지 않는 독자 분들이 계셨으면 하는 개인적 소망을 밝힌다.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비해 토론 문화가 가장 뒤떨어진 외환시장에서 서로의 정보와 뷰를 교환하면서 “휘둘리지 않는 개미”가 되었으면 하는 오래 된 꿈을 같이 이루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