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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근태의 靑春전략)초년고생은 사서도 한다
  • [이데일리 한근태 칼럼니스트] 부자 부모 덕에 대학시절부터 차를 끌고 다니던 사람이 있었다. 지금이야 자가용이 별 것 아니지만 그 시절에 자가용이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집안에 재산 있고 편안하니까 당연히 공부는 게을리했고 학교 졸업 후에는 내키는 대로 여러 일을 했다. 부모 회사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독립을 한답시고 부모가 차려준 가게를 경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해도 신이 나지 않았고 잘 되지도 않았다. 일 보다는 인생을 즐기는데 에너지를 썼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았는데 갑자기 부모 사업이 망하면서 그의 인생도 엉키기 시작했다. 전문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준비를 한 것도 아니고,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요즘 엄청 고생을 하고 있는 그는 이렇게 고백한다. “저는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베짱이입니다. 남들이 땀 흘려 노력하는 젊은 시절을 아무렇게나 보낸 대가를 지금 받는 것 같습니다.”청년들이 쉽게 실망하고 좌절하는 이유는 현실을 현실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도한 기대 때문에 실망을 하게 되고, 꿈은 다부지지만 아직은 그 꿈을 이룰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좌절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세상을 냉철하게 볼 수 있고, 자신이 아직은 그런 그릇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실망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청춘은 누구나 과대망상증이 있다.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잘 나고, 자신의 눈 앞에는 탄탄대로가 펼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바로 그랬다. 사회는 나 같은 유능한 사람이 빨리 나오기를 학수고대할 거로 생각했다. 사람들이 길 옆에 죽 서서 나를 환영하면서 “왜 진작 우리 회사에 오시지, 이렇게 늦게 오신 겁니까?”라고 박수를 칠 줄 알았다. 내가 하는 일마다 사람들이 격려하고 지지할 걸로 생각했다. 아무런 장애물 없이 탄탄대로를 걸으며 살 줄 알았다. 하지만 결코 그게 아니었다. 연구소에 들어간 내가 깨달은 첫 번째 사실은 “아는 것이 너무 없다. 내가 이 회사에 기여를 하려면 적어도 3년은 있어야겠구나, 이런 내가 월급을 받는 것은 너무 미안하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온갖 불평을 하며 지냈다. 내가 뭐라도 되는 양 폼을 잡고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필라코리아를 만든 윤윤수 회장은 젊은 시절에는 되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었다고 고백한다. 부모를 일찍 잃고, 원하는 대학에 떨어지고, 취직 잘 안 되고, 들어간 회사에서도 별로 인정 받지 못하고…그야말로 자빠져도 코가 깨질 정도로 재수도 없고 하는 일마다 꼬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지금의 필라를 만들었다. 지금의 윤윤수를 만들었다.성공을 위해서는 의도된 초년고생을 해야만 한다. 거친 세상에 자신을 던지고, 이 과정을 통해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세상이 얼마나 넓고 거친 곳인지 알아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이 있건 없건 세상은 아무 일 없이 돌아간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우리 자신이 얼마나 별 볼일 없다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얼마나 이기적인 존재인지도 알아야 한다. 초년 고생과 말년 고생 중 하나를 택하라면 어느 것을 택하겠는가? 당연히 초년 고생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초년 고생을 사서도 하라고 했다. 편한 것이 능사가 아니다. 불편하고 고생스러워야 무언가 깨달음이 오고, 그런 깨달음이 있어야 사업도 잘 하고 가정도 잘 다스릴 수 있다. 우리가 힘든 이유는 의미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만일 지금 하는 일마다 꼬이고, 힘이 들고, 어려운 것이 다 나중에 약이 되고 효용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의미부여를 할 수 있다면 하나도 힘들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고생을 한 번 해 보자.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 보자. 내가 지금의 고생을 기억했다 나중에 자서전에 기록해주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고생을 고생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해야 할 질문들…1) 성공한 사람 중 아무런 고생 없이 성공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주변에서 한 번 찾아보자.2) 지금의 고생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면?3) 초년고생을 통해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2005.11.23 I 한근태 기자
  • [20대 ''부자되기'' 열풍] 대학생 새 트렌드 "우리 관심은 돈!"
  • [조선일보 제공] 이화여대 경영학과 3학년 최선아(24)씨는 직원 6명을 거느린 ‘사장님’이다.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 ‘아이러브핑크(www. ilovepink. co.kr)’는 옷·가방·신발 판매로 지난 10월에만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루 방문자 8000명. 작년 9월 학교앞 자취방의 고물 컴퓨터로 시작한 것이 이젠 알짜배기 사업체로 컸다. “가령 1만원을 벌었다고 칩시다. 그걸 좋아라 하고 그냥 먹어 치웠다면 경영 마인드가 없는 겁니다. 그 돈으로 해외 수입이나 직접 제작을 하며 계속 투자해야 해요.” 얼굴은 분명 앳된 대학생인데 하는 말은 족족 ‘사장급’이다. 평범한 경영학도였던 최씨가 창업한 것은 학비가 필요해서였다. 그는 “악바리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밤을 부지기수로 세웠다”고 했다. 덕분에 1년 사이 체중이 10㎏이나 빠졌다. 이젠 학비를 벌고도 남아 친구들로부터 ‘재벌’ 소리를 듣는다.  그래도 여전히 수면시간은 하루 4시간을 넘지 않는다. 아침엔 직원들과 함께 고객 불편 사항에 대해 회의를 거듭하고, 밤엔 발이 부르트도록 동대문시장을 돌며 좋은 물건 사냥에 나선다. 그의 꿈은 졸업 후 자기 브랜드를 갖고 사업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 평범한 대학생에서 직원 6명을 거느린 사장으로 변신한 최선아씨. "성공 비결은 발품과 철저한 시장 조사"라며 웃었다. /이덕훈 기자재테크 열풍은 대학가에도 불어닥쳤다. 이념과 구호가 사라진 캠퍼스에선 창업이며 주택청약저축 가입하기, 펀드투자 등등이 대유행이다. 과거 ‘돈’ 얘기 자체가 금기시되던 대학 분위기는 이제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공기로 바뀌었다.지난해 대학가에서 처음 등장한 서울여대의 ‘부자학 개론’ 강의는 수강신청 2분 만에 정원 350명이 채워졌다. 인터넷 커뮤니티 ‘20대 부자 만들기’는 개설 1년 만에 회원 수 6만명을 돌파했고,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재테크 코너’에는 책가방을 멘 앳된 얼굴들이 바글댄다. 연세대 캠퍼스 커플 박현우(23·정외과 3년), 손정현(22·통계학과 3년)씨는 이미 3년 전에 ‘내 집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대학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함께 주택청약부금에 가입한 것이다. 둘이서 용돈과 아르바이트비를 매달 30만원씩 모아 통장에 넣었다. 대신 독하게 안 쓰고 안 먹었다.“집 사기가 하늘의 별따기잖아요. 주택청약권 하나는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청약부금은) 오래 둘수록 당첨 확률이 높으니깐. 게다가 3년 전엔 청약부금 이자율이 연7%대로 예금 금리보다 훨씬 높았어요.”(박현우씨)3년 만기가 끝난 올 연초, 두 사람은 청약권 유지를 위해 아파트 최소 평수에 해당하는 300만원만 남겨놓고 나머지 금액은 빼서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노후’는 먼 장래 문제가 아니다.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준비하는 ‘현재형 화두(話頭)’다. “취직해도 언제 잘릴지 모르는 세상 아닙니까. 그래서 정년이 따로 없는 주식투자를 은퇴 후 직업으로 삼으려고요.” 이렇게 말하는 김정석(25·전주대 3년)씨는 작년 7월 주식 시장에 뛰어들었다. 3년간 아르바이트로 번 400만원을 종잣돈 삼았다. 자신에게 익숙한 식료품과 게임업체 종목에 주로 투자하는데, 연 수익률이 20%가 넘는다. 장래 본격 재테크 전문가가 되기 위한 일종의 연습 게임이라고 했다. 웬만한 대학이면 주식투자 동아리가 3~4개씩에 이르고, 서울 노량진에 밀집한 부동산 공인중개사 학원 수강생의 30% 정도는 대학생이 점령했다. 1990년대말 코스닥 버블 때도 대학생들 사이에 주식투자 붐이 일었다. 그러나 그때의 ‘묻지마 투자’와 지금의 ‘계획된 부자열풍’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한동철 서울여대 교수(경영학)는 말했다. 90년대말은 대박을 노리는 앞뒤 안 가리는 열정에 비롯됐다면, 지금은 “저금리 상황에 맞서 현실성 있게 재테크하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20대 재테크 열풍의 원인은? 서윤석 이대 경영대학장은 “직장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노력하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생 직장이 사라진 데 대한 20대의 ‘자위권(自衛權) 발동’인 셈이다.
  • (edaily리포트)어머니의 기도
  •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군대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니까 군대 안가지`라는 말이 나올 만합니다. 이럴 때마다 군 당국의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말들은 거짓처럼 들립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아마 알 것입니다. 몸이 아파서 군의관을 찾아도 퉁명스러운 말과 함께 `꾀병 부린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습니다. 최근 사고도 경험을 떠올려보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 안타까움을 증권부 황은재 기자가 전합니다. "남자에게 20대는 8년이다"며칠전 마지막 예비군 훈련 입소 안내문이 집으로 도착했습니다. 마지막 훈련이라는 홀가분함 보다는 또 다시 군복을 입고 전투화를 착용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앞섰습니다. 비록 하루의 훈련이지만 말입니다. 가끔 꿈을 꾸면 다시 입대하는 모습이 벌어집니다. 화들짝 놀라 깨면 꿈이란 것을 알고 안도할 때가 많습니다. 신체 건강한 남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야 할 곳이 군대라지만 20대 가장 혈기 왕성한 시간을 군대에서 보낸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해외에서 살다가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군대를 가야한다는 사명감 있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 사람들을 보면 제 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만.... 군대 가면 이런말 종종 듣습니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한 것이다"듣다보면 `신성함`보다는 `의무`에 방점이 더 찍힙니다. 신성함을 쫒아 간 것이 아닌 군에 갈 나아기 돼서 간곳이기 때문입니다. `의무`때문에 간 군대에서 요즘들어 일어나지 않아야할 일들이 자꾸 일어납니다. 얼마전에는 `길 이병`이 행군도중 사망했습니다. 조교나 교관들이 조금만 더 세심한 관찰을 했었더라면 한 생명은 살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군인정신`만을 강조하며 행군할 것을 요구했으리라 여겨집니다. 이런 말도 덧붙였겠죠 `군인은 아파도 참을 줄 알아야한다`고 말입니다. 전역 보름만에 위암판정을 받고 사망한 고(故) 노충국씨 사연도 아실 것입니다. 노씨를 진찰했던 군의관은 진료기록까지 조작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총기 난사사건도 있었죠.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님들 심정은 `우리 아들도 그렇지는 않을까`하고 잠을 못주무셨을 것입니다. 군대를 갔다온 사람들은 그런 일들은 이미 예고된 사고라고 입을 모읍니다. `예고된 사고` 그렇다면 막을수도 있었던 일었다는 점에서 사고에 대한 충격은 더 커집니다. 군 당국은 신세대 장병들의 편의를 위해 내무반 시설을 바꾸는 등 `선진 병영`을 만들겠다고 나섰습니다. 이를 위해 내년도 정부가 편성한 국방예산안은 올해 예산(추경 제외)과 비교할 때 9.8% 증가한 22조8632억원으로 편성됐습니다. 사병봉급은 상병 기준으로 현재 4만5000원보다 훨씬 늘어난 7만5000원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요. 그렇지만 오히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건물이 바뀐다고 될까요? 좋은 모포와 피복류를 지급한다고 될까요? 급여를 올려준다고 해결이 될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내세울 것은 있겠죠. 우리도 이정도 노력을 하고 있다고요. 근본적인 원인은 `군대는 군대다`라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니다. 군대에서는 `군인은 쌀 보다 못한 보급품`이라는 자조섞인 말들이 흔히 오갑니다. 얼마전에 일어난 `멸치관리 부실 장병 폭행 사건` 기억나시나요? 이 사건을 보면 군대에서 장병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자기 자식처럼 관리해주고 점검하는 군 간부들도 있습니다. 그 분들의 노고가 몇몇 불미스러운 사건에 매장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군 당국이 가장 신경써야할 부분은 외적인 측면보다는 `인간적인 군대`를 만드는게 가장 필요합니다. 상명하복이라는 명제도 중요하고 전투병 양성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인간에 대한 신의하에 이뤄진다는 점을 기억해야할 것입니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듭니다. 믿고 신뢰할 수 있는 군대를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정신적 고통이 가해지지는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이른바 `정신교육`이라는 또 다른 압박아닌 압박을요. 입소할 때 어머니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몸 다치지말고 건강하게 다녀와야 한다. 꼭 명심해라`오늘도 수많은 부모님들이 기도를 하고 계십니다. 우리 아들은 제발 무사히 군복무를 마쳤으면 하고 말입니다. 어머니의 기도가, 아버지의 기도가 헛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군 관련 사고가 터질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하는 부모님의 심정. 군당국은 다시 한번 헤아려보시길 바랍니다. 군은 그 목적때문에 폐쇄적입니다. 보안을 최선으로 하는 곳이니까요. 아직까지 세상에 잘 드러나지 않는 곳이고 이 시대의 `성역`이라는 비아냥까지 받고 있습니다. 잘못은 드러내야합니다. `군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숨길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숨기면 숨길수록 군대에 대한 이미지는 점차 왜곡될 것이고 사기는 더 떨어질 것입니다. `남자의 20대는 8년이다`이라는 푸념이 오늘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은 2년은 군대에서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군대에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우리 부모님들, 나아가 우리 국민들은 군대만 바라보면 2년씩 더 늙어갑니다. 이제는 제발 군에서 안좋은 소식이 들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잃어버린 2년이 아닌 꽉꽉 채워오는 2년이 되기까지 군 당국의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세계 최강도 그래야 가능할 것입니다.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2005.11.17 I 황은재 기자
  • (글로벌워치)아드보카트와 왜고너
  • [이데일리 조용만기자] 점심식사 때도 화제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었다.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총체적 위기로 평가받던 대표팀이다. 어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의 평가전을 지켜본 이들은 한국 축구가 정신력과 체력, 조직력면에서 확실히 업그레이드 됐다고 입을 모은다.표면적으로 달라진 점은 지도자가 바뀌었다는 것 뿐이다. 운동장에서 90분을 뛰어다니는 건각들의 면면은 그대론데 결과와 평가는 달라졌다. 그래서 나오는 얘기가 `아드보카트 효과`다. 그가 천명한 무한경쟁 시스템은 선수들의 정신 재무장을 통해 강력한 동기부여를 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후반전 체력이 걱정될 정도로 공에 집착하는 모습이 이를 반영한다.때마침 히딩크 감독의 호주 대표팀도 숙적 우루과이를 꺾고 32년만에 독일 월드컵 진출의 꿈을 이루면서 지도자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켰다.지도자의 역할은 비단 스포츠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세계 금융시장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슈는 제너럴모터스(GM)의 파산 가능성이다. 외신들은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의 경영위기가 심화되고 있으며 릭 왜고너 회장이 시장에서 신뢰를 잃고 있다고 일제히 타전했다.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 출신인 왜고너는 1977년 GM 뉴욕사무소에 애널리스트로 입사한뒤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47세의 젊은 나이에 CEO가 됐고 2003년에는 회장직까지 올랐다.GM은 1928년 포드를 제친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해왔지만 올들어 계속된 악재로 파산이 머지 않았다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올초 신용평가기관들로부터 쓰레기(정크본드) 취급을 받으면서 미국의 자존심이라는 GM의 명성은 바닥으로 추락했다. 부품공급업체 델파이의 파산보호 신청과 회계오류 등의 악재가 터지면서 주가는 반토막이 났고,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상황은 계속 진행중이다. 왜고너 회장은 인력감축 등을 통해 구조조정에 나사고 있지만 자리보전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분위기다.지도자의 역할과 관련해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GM 위기가 과연 누구 책임이냐는 것이다. GM 위기의 원인중 주로 부각되는 부분은 근로자들에 대한 과다한 비용구조다. 고임금은 기본이고 의료비 부담, 연금과 퇴직후 노후보장까지 가세, 고비용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경영위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영난 탈출의 해법도 인력감축이나 노조와의 비용절감 협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근로자들에 대한 고비용 부담이 GM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에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회사 재무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몫 챙기기에만 급급한 근로자들이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은 동의하기 어렵다. GM의 경영난과 신뢰추락은 판매 부진과 적자확대에서 촉발됐고 변칙회계가 드러나면서 증폭돼 왔다. 판매가 신통치 못했던 것은 시대 흐름과 소비자들의 욕구를 제대로 짚어내지 못한 것이 주원인이다. GM의 캐쉬카우인 스포츠 유티리티 차량(SUV)이 고유가 시대를 맞아 찬밥신세가 된 것과는 달리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은 날개를 달고 활개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근로자가 아니라 경영진의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도요타의 도약은 GM의 몰락과 흔히 대조된다. 근로자 처우에 관한 한 도요타도 결코 처지는 기업이 아니다. 도요타 근로자들은 일본에서 가장 높은 임금을 받고 있고, 종신고용을 보장받는다. 도요타의 1인당 인건비는 GM보다 높고, 인위적 구조조정을 위한 대량 해고는 지난 50년간 없었다. 도요타가 잘 나가는 것은 근로자들에게 투입되는 비용을 줄여서가 아니다. 근로자들을 비용요인으로 인식하기 보다 투자개념으로 접근했고, 소비자들의 욕구를 발빠르게 감지, 신모델과 품질개선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도요타 경영철학의 핵심은 `가이젠`(改善)이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도 `가이젠`이 토대가 됐다. 도요타도 1950년대 재정난을 이유로 25%에 달하는 직원을 정리해고하자 근로자들이 반발, 장기간의 파업투쟁을 벌였다. 파업 여파로 도요타가 부도위기에 직면하자 도요타 창업자인 기이치로 사장은 본인과 임원진이 물러나는 대신 노조에 회사 재건을 위해 협력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이후 한국전쟁 특수와 맞물려 도요타의 경영은 정상화되고 노사상생과 협력의 문화가 자리를 잡아 50년 넘게 무분규 기록을 이어오고 있다.축구로 돌아가보면, 운동장에서 뛰는 선수들은 똑같다. 선수들을 대하는 지도자의 태도와 철학이 분위기를 바꾸고, 다른 결과물을 낳게 한다. 선수들에게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휘에는 문제가 없는데, 선수들이 이를 받쳐주지 못한다고 항변하는 감독은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지도자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 전임 감독이 그랬다. 선수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플레이어들의 생각을 바꿔서 보다 나은 성과를 얻도록 하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이다. GM과 왜고너 회장에게 닥친 위기는 현지 언론들이 보도한 제목("GM CEO faces loss of confidence") 그대로 신뢰상실에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근로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해고와 비용절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CEO를 근로자들이 신뢰하기는 힘들다. 회사에서 신뢰받지 못하는 CEO를 시장이 믿어줄 리도 만무하다. 왜고너 회장이 스스로 연봉을 40%이상 삭감했지만 근로자들에게 가진 것을 내놓으라고 설득하려면 보다 가혹한 자기희생이 전제돼야 한다.
2005.11.17 I 조용만 기자
(Zoom-In 증권가)최연소 여성지점장, 황선영씨
  • (Zoom-In 증권가)최연소 여성지점장, 황선영씨
  •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증권사 최연소 여성지점장이 탄생했다. 증권가에는 여성 임원은 물론, 여성 지점장도 흔치 않다. 그런 가운데 30대 초반의 여성 지점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미래에셋증권의 황선영 영통지점장(사진). 72년생으로 올해 33세인 그는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65번째로 개설한 수원 영통점을 책임지게 됐다. 젊지만 경력은 짧지 않다. 올해로 자산관리 영업만 13년째이다. 지난 93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2000년 6월 미래에셋으로 둥지를 튼 것. 그래도 그의 진급은 매우 빠른 편이다. 그의 동기들은 대부분 아직 대리급. 황선영 지점장은 "갑자기 지점장으로 발령이 나 기쁘면서도 막중한 임무를 맡아 어깨가 무겁다"면서 "여성으로서 섬세하게 고객관리를 강화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래에셋이 그를 지점장으로 발탁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섬세함과 꼼꼼함을 무기로 일궈낸 그의 고객자산 관리 성과를 높게 산 것. 미래에셋으로 옮긴 후 5년간 수원점에서 기반을 넓힌 황 지점장은 마당발이다. 보유한 고객은 700명, 자산은 300억원에 달한다. 강남과 같은 부자 동네가 아닌 곳에서 소액투자자들로 이만한 고객 기반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특히 수원은 삼성 공장이 들어서 있어 삼성증권이 두각을 나타내는 지역이기도 하다. 황 지점장은 "영통 지역은 신혼부부가 많고 30~40대 직장이 대부분이어서 자산관리에 대한 관심도 높고 미래에셋의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며 "회사에 보답하는 의미로 능력을 키우고, 고객 기반을 넓혀가겠다"고 말했다.수원 영통점에서 그만한 능력을 발휘할 인재는 없을 것으로 미래에셋은 판단한 것이다. 황 지점장의 영업비법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항상 고객 입장이었으면 어땠을까를 먼저 생각하라는 것. 그는 "자산관리가 빡빡한 고객의 경우에는 5만원짜리 적립식부터 시작하라고 권한다"면서 "고객의 돈이 남의 돈 같지 않아 정말로 눈덩이처럼 굴려주고 싶은 마음이 막 든다"고 전했다. 황 지점장은 "특별한 자격증이 있거나 내세울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단지 고객들의 입장에서 진솔하게 대하면서 자산관리를 같이 고민하면서 상담을 해왔다"고 말했다. 한번 거래한 고객이 이탈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그는 "주식영업은 고객들도 다양하고 거친 면이 있지만 자산관리쪽은 여성들이 근무하기 좋다"면서 "미래에셋은 주식영업은 기본으로 하고, 자산관리를 중점으로 하는데다가, 펀드도 다양하고 수익률도 좋아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좋다"고 말했다. 내친 김에 증권사 최초의 여성 임원의 꿈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출세 욕심은 전혀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다만 "맡는 지역에서 자산관리를 책임지고 싶은 욕심은 있다"면서 "자산관리에 고민하고 있는 분들에게 상담을 한번 받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객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황 지점장은 한가지 부탁을 했다. "기사 쓸 때 꼭 영통점 주소와 전화번호도 같이 넣어주세요." 항상 영업 마인드를 잊지 않고 산다. 왜 최연소 여성 지점장으로 발탁됐는지 알만한 대목이다. 영통지점은 14일 개점 예정으로 수원시 영통구 보보스플라자빌딩 206호에 들어선다. 이 빌딩은 영통 홈플러스에서 수원 인터체인지 방면 150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다. 연락처는 031-205-0900.  
2005.11.11 I 조진형 기자
  • “퇴직후에 어떻게 사냐고 물으면 웃지요”
  • [조선일보 제공] 42년간 교편을 잡다 1999년 안양 호성초등학교장을 끝으로 정년 퇴직한 사상진(72)씨. 사씨는 퇴직 당시 ‘연금’ 대신 ‘일시불’을 선택해 목돈 2억원을 손에 쥐었다. “외환위기 직후라 연금이 곧 고갈된다는 소문이 돌았고, 아내가 ‘평생 쥐꼬리만한 월급만 갖다 줬는데, 죽기 전에 큰돈 한 번 만져보자’고 해 일시불을 선택했지요.”&nbsp;정년퇴직으로 정기적인 수입원이 끊긴 사씨는 퇴직금으로 소형 아파트를 사 월세를 놓고, 조금 남은 돈은 은행예금에 넣어 이자로 생활비를 조달했다. 하지만 저금리로 이자수입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살림살이가 점점 힘들어 졌다. 고민하던 차에 친한 친구 하나가 주택임대 사업을 해보라고 권유했고, 사씨는 ‘바로 이거다’ 싶어 바로 행동에 옮겼다. &nbsp;그는 살고 있던 아파트(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소형 임대아파트를 정리해, 서울 잠실본동 석촌호수 부근의, 막 짓고 있던 다가구 주택을 구입했다. 총 투자금 10여 억원 중 50%는 자기자금으로, 나머지 50%는 전세보증금을 받아 해결했다. 그가 구입한 다가구 주택은 19세대 5층짜리 건물. 꼭대기 한 층(44평)만 사씨 부부가 쓰고, 나머지는 모두 세(貰)를 놓고 있다. 가구수가 많아 관리가 어려울 것 같지만, 의외로 신경쓸 일이 거의 없단다. 도둑 걱정은 보안시설 설치로 해결했고, 주차장·계단청소 등은 가구별로 월 1만5000~2만원씩 관리비를 받아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함으로써 해결하고 있다. 전기·수도·난방 시설은 가구별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주인이 일일이 챙길 필요가 없다. 유일한 걱정거리인 전세가격 하락은 ‘예비자금’ 비축으로 대비하고 있다.&nbsp;현재 사씨의 월 임대소득은 약 200만원가량. 넉넉하진 않지만, 노부부 둘이 사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한 달에 30만원씩 적금도 붓고, 1년에 한 번 이상은 해외여행도 다닌다. 올해도 중국 상하이에 사는 아들(43·자동차부품제조업체 중국현지 공장장)네 집에 들렀다 유명 관광지인 황산에도 다녀 왔다. 사씨는 “연금 대신 일시불로 받은 다른 동료들은 자식들 사업자금 대고 하느라 빈털터리가 된 친구들이 많은데, 나는 그래도 성공한 편”이라며 “나름대로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해둬 죽을 때까지 큰 걱정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적 안정 덕분에 사씨는 활기찬 ‘2부(部) 인생’을 살고 있다. 사씨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부인(71)과 함께 석촌호수 주변을 산책한 뒤, 송파노인복지관으로 달려가 컴퓨터를 배우고 있다. 자격증까지 따서, 노인 전문 컴퓨터 강사가 되고 싶은 게 사씨의 꿈이다.&nbsp;▲ 사상진(72)씨는 교직에서 정년퇴직한 뒤 가진 자산을 몽땅 털어 주택임대업에 투자함으로써 노년 생활비 걱정에서 해방됐다. 사씨가 부인 김춘강(71)씨와 함께 빌라형 임대주택 꼭대기층에 마련한 새 보금자리에서 화초를 가꾸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전기병기자 gibong@chosun.com<!--E_ARTICLE_CONTS--><!!--bodyend-->
  • ''얼짱女격투사'', "제 주먹 맛좀 보실래요!"
  • [노컷뉴스 제공]&nbsp; "하루 10시간씩 '독종훈련'이 우리 체육관 훈련 모토에요."'2005 K-1 코리아 맥스&히어로스 서울대회'를 코 앞에 두고 강렬하고 뜨거운 경기를 선보이겠다며 각오를 내보인 선수들 뒤로 눈길을 끄는 'K-1 히어로스 걸' 이수연(22)씨가 눈에 띈다.지난 3일 서울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K-1 서울대회 참가선수 공동기자회견장에 등장한 거구의 선수들 틈에서 이수연씨는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이다. 다른 K-1 걸들이 사진기자들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는 동안 그녀의 눈은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보기에 바빠보였다. 여성격투기계의 신예, 22살 이수연 선수…K-1걸 깜짝 변신6명의 K-1 걸 중에서 가장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그녀는 프로레슬링 12전 출전, 제1회 코리아 스맥걸 우승, 제1회 KPW 여성 무체급 우승 등 각종 격투기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여성 격투기계의 신예다. "어릴때부터 태권도 같은 무술을 배웠는데, 아버지가 직업군인이시다 보니 내면에 여성스러움과 거친면을 동시에 갖게된 것 같아요. 사실 격투기는 개인적으로 저를 괴롭히는 사람이 있었는데, 호신용으로 배울려는 욕심으로 시작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어느샌가 격투기 매력에 푹 빠져있더라고요."산소(02)학번인 그녀는 대구카톨릭대 패션산업학과를 2년 다니다 휴학했다. 시합때마다 손수 시합복을 만들정도로 패션감각과 손재주가 뛰어나다. 피아노 경력도 8년이나 돼 웬만한 연주곡은 손에 익을 정도다. 현재 경기도 화성에서 개인 코치겸 트레이너이기도 한 윤강철(나이 비공개)씨와 함께 격투기 체육관 공동관장으로 '자이안트 짐'을 운영하고 있기도 한 그녀가 갑자기 험하디 험한 격투기 세계에 도전장을 내민 이유는 무엇일까."격투기에 입문한지 1년정도 됐는데, '사모예드'라는 시베리아산 애견 동호회에서 윤 관장님하고 처음 만났어요. 처음에는 별로 안친했는데, 원래 운동을 하던 관장님이 체육관 개관식을 한다고 사람들을 초청해 가게됐다가 연무시범으로 현란한 발차기와 야구방망이 3개를 발차기로 부러뜨리는 것을 보고 너무 멋있어서 저도 해보겠다고 시작한거죠." '공동관장'의 하드 트레이닝에 힘들다고 아령 집어던져 관원들 "옴마야~"오랫동안 태권도와 합기도 등 종합무술을 수련한 윤 관장은 이런 수연씨가 기특하기도(?) 하지만 연습을 게을리 한다고 타박한다. 그래도 명색이 체육관을 함께 운영하는 '공동관장'이다 보니 큰소리 치기도 어렵다."운동을 해야하는데 잘 안합니다. 기본체력이 받쳐줘야 하는데 웨이트 트레이닝도 힘들다고 하루 하고 사나흘 쉬었다가 하니까 잘 안늘죠. 이종격투기는 타격이 중요한데 편식을 하면 안돼요. 수연이가 그래플링(유술)에는 정말 뛰어난데 발차기는 잘 안할려고 하니까 걱정입니다."따끔한 트레이너의 지적에 수연씨 본인도 수긍하는 표정이다. 하지만 하고싶은 말이 남은 모양이다."윤 관장님은 훈련을 너무 쎄게 시켜요. 얼마전에는 우리 체육관에서 헬스도 함께 하는데, 너무 힘들다보니 저도 모르게 들고있던 아령을 집어던져버렸어요. 우리 체육관 모토가 '독종훈련'이거든요."그때를 생각하니 민망했는지 수연씨가 배시시 웃는다. 윤 관장은 눈도 안마주치고 암담한듯 고개를 뒤로 젓힌다. '뭔가 있구나' 직감에 속사정을 추궁(?)하자 '아령사건' 이후 100여명 가까이 있던 회원들이 80%이상이 떨어져 나갔더란다. 체육관 월세내기도 급급하다는데 청천벽력같은 소리다.학교만 다니기 갑갑했던 수연씨가 휴학을 하고 사회경험을 쌓자는 생각에 도전한 것은 한전 컴퓨터설계입력원에 속옷가게 점원, 맛사지관리사 보조원까지, 생김새와 취미도, 전공도,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격투기와 K-1 걸, 거기다 기독교 신자이기까지. 어쩌면 그리 연관성이 없는지 모를 일이다. 힘들고, 경기앞둔 대회 전날엔 손수 시합복 만들어흔히 운동선수들이 시합에 나갈때 생기는 징크스같은 것은 없냐고 묻자 "의상을 준비한다"며 뜬금없는 대답이 나온다. "경기에 출전할때는 의상을 제가 직접준비하는데, 꼭 시합 임박해서 만드는 징크스가 있어요. 시합전날 불안하고 긴장되니까 집중이 안되면 1시간이고 2시간이고 의상을 만들어요."복싱연습과 발차기에 더 주력해 단점보완을 지시하며 다그치는 윤 관장의 마음을 수연씨도 안다. 요리만들기도 좋아하고, K-1 걸을 하며 1년만에 해보는 화장도 너무 좋다는 수연씨. 처음엔 격투기 한다고 격려해주던 부모님도 눈두덩에 든 멍이 안스러웠는지, 차라리 모델같은 것을 해보라며 적극 후원해주는 가족이 가장 고맙단다. 수연씨와 윤 관장은 자금력있는 격투기/프로레슬링 단체를 만들고, 자신들이 지은 타이틀로 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꿈이다. 없는 돈 쪼개가며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그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서기 위해서다.경기도 화성에 있는 체육관 '자이안트 짐'에는 '아령사건'이후 남은 30여명의 관원들(대부분 헬스회원이긴 하지만)이 이들과 구슬땀을 흘리며 체육관 바닥을 적시고 있다. 그녀의 멋진 '싯다운 파워밤'을 보고 싶다면 체육관문을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자이안트 짐&이수연 팬 페이지 (http://cafe.daum.net/nkpw)
세계 인터넷업계 `영역 파괴`로 무한경쟁 돌입
  • 세계 인터넷업계 `영역 파괴`로 무한경쟁 돌입
  •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터넷 시장에 진출, 구글과 야후의 아성을 위협한다. 구글은 오픈소스 데이타베이스(DB)를 출시, 최대 온라인 경매업체 이베이의 텃밭을 넘본다. 이베이는 스카이페를 인수, 인터넷전화시장(VoIP)을 공략한다. 세계 주요 기술주들이 주력업종의 경계를 뛰넘어 다양한 인터넷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제2의 닷컴붐`의 꿈이 영그는 가운데, 급성장하는 인터넷 및 인터넷 광고시장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그간 눈부신 성장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 기업은 `따로 또 같이` 전략으로 대규모 자금 및 기술을 양껏 투자하며 앞다퉈 신세계에 발을 들인다. 한 사업분야에서의 아군이 다른 시장에서는 적군으로 둔갑하는, 바야흐로 `만인의 만인에 대한 전쟁`이 전개되고 있다. ◇`온라인 도서관` 선점戰..`저작권`이 관건가장 눈에띄는 움직임은 `온라인 도서관` 전쟁이다. 각기 다른 도서관에 소장된 방대한 서적을 인터넷에 데이타베이스(DB)화 하겠다는 야심찬 도전은 야후-MS 대 구글의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구글은 작년 12월 미국·영국 주요 연구소 도서관들과 함께 소장도서를 스캔·DB화 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의 하버드, 예일, 영국의 옥스퍼드 등 주요 대학 도서관들이 합류 의사를 밝혀, 총 3천만권의 책이 디지털화될 전망이다. 소위 `구글 프린트`인 이번 프로젝트는 저작권 시한이 만료되거나 절판된 책은 물론 현재 시중에 유통중인 책들도 모두 포함한다. 작가 및 출판업계의 반발은 불보듯 뻔한 일. 결국 지난달 미국 작가협회 등이 저작권 침해 소지가 높다며 소송을 걸기도 했다. 뒤따라 나선 야후는 인터넷 아키브, 캘리포니아 대학 등과 손잡고 수십만권의 도서를 디지털화해 그룹 웹사이트(opencontentalliance.org)를 통해 제공키로 했다. 구글의 DB는 자사 검색엔진에서만 검색되나, 야후의 DB는 다른 사이트에서도 검색할 수 있다. 야후는 일단 저작권이 만료된 도서들을 스캔한 뒤, 이후에는 저작권 보유자들의 승인을 얻은 작품만 DB화 하겠다고 밝혔다. 또 휴렛패커드(HP), MS, 어도비 등 다수 IT 기업들과도 제휴해 기술적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인터넷 서점으로 유명한 아마존닷컴도 경쟁에 나섰다. 아마존닷컴은 3일(현지시간) 디지털 북과 관련해 두 개의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소액을 지불하고 디지털 북의 일부 혹은 전부를 구매할 수 있게 된다.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아마존닷컴이 작품에 대한 로열티 혹은 저작권료를 지불할 것으로 보여, 성공할 경우 구글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온라인 도서관` 경쟁의 핵심은 누가 저작권 문제를 보다 현명히 처리하고 보다 많은 자료를 확보하는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VoIP 진출 랠리..경쟁 격화최근 유망한 수익원으로 떠오른 인터넷전화(VoIP)는 이미 선수등록이 어느정도 마무리됐다. 야후, MS, 구글, 이베이, AOL 등이 이미 관련사 인수 등을 통해 업계 진출을 표명했으며,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포털업체 야후가 지난 6월 다이얼패드 인수를 발표해 첫 테이프를 끊었고, 8월에는 MS가 텔레오 인수를 공식화했다. 뒤이어 이베이가 26억달러라는 거금을 들여 VoIP의 선두주자 스카이페를 인수했다. AOL과 구글은 이미 관련 서비스 `토털토크`와 `구글토크`를 공개했다. 특히 `구글토크`의 경우 인스턴트 메세징 기능 또한 갖추고 있어 MS, 야후, AOL 등의 기존 업체들과 메신저 전쟁도 벌이게 된다. 메신저 시장에서는 현재 AOL이 점유율 56%로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고, MS가 25%, 야후가 19%, 이제 막 시장에 진출한 구글이 1%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MS와 야후가 최근 업계 최초로 메신저 호환을 실시키로 해, 양사에 대한 선호도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 업체들의 VoIP 경쟁은 통신업계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다. VoIP는 광대역 인터넷망을 통한 통신 서비스로, 기존 유무선 전화와 달리 시내·시외요금간 차이가 없다. 특히 같은 서비스 가입업체일 경우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경쟁력을 상실한 기존 통신업체들은 물론 대형 케이블 업체들까지 VoIP 진출을 계획·검토하고 있어, 전쟁의 판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전망이다. ◇무한도전..`상대의 텃밭을 노려라`경쟁이 새로운 시장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승자가 가려진 시장에서도 서로 도전하기를 주저치 않는다. MS와 구글이 번갈아 상대방의 텃밭을 넘보고 있고, 온라인 경매의 최강자 이베이도 구글에게 뒤통수를 맞았다. MS는 지난 1일 OS 윈도와 오피스 어플리케이션의 온라인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윈도 OS와 인기있는 어플리케이션에 온라인 기능을 추가해, 구글 등 급성장하는 도전퓿5湧?위협을 막겠渼募?계산이다. "구글은 인정하고 있지만 결코 두려워하지는 않는다"고 공언했던 빌 게이츠 MS 회장은 윈도의 온라인 버전인 `윈도 라이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즉 급성장하는 인터넷 광고시장에서 구글과 맞붙겠다는 각오다. 구글은 이에 앞서 MS의 텃밭인 사무용 프로그램 시장을 공격했다. 썬 마이크로시스템과 공동으로 `오픈오피스` 등 사무용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키로 한 것. OS와 오피스를 묶어 판매하려는 MS의 전략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글은 이베이와도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10월말 새로운 오픈소스 DB `구글 베이스`의 존재가 알려지자 이베이의 주가가 4% 급락했다. 구글베이스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올린 정보를 구글 DB에 무료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로, 1대 1 거래등의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옥션 판매금액의 약 7%를 수수료로 떼고있는 이베이에게는 충격적인 발표가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구글은 쇼핑 비교사이트 `프루글`은 물론 자체 전자결재 서비스를 런칭하며 이베이에 도전했다. 이베이는 자체 검색엔진 `마젤란` 개발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 구글의 텃밭인 검색엔진 영역에 발을 들였다.
2005.11.04 I 김경인 기자
(세계의 자동차)`너희가 속도를 아느냐`..부가티 베이론
  • (세계의 자동차)`너희가 속도를 아느냐`..부가티 베이론
  • [이데일리 조영행기자] "당신은 `빠르다`는&nbsp;게 무엇인지를 압니까? 저는 그걸 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틀렸습니다. 이제껏 저는 빠르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모르고 살았습니다."어떤 자동차 평론가가 새 자동차를 시승하고 나서 남긴 말입니다. 흔히 빠르다고 하는 자동차는 많지만,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는 오직 하나 뿐입니다. 부가티의 슈퍼카 `베이론`은 `빠르다`는 의미를 알려주는 바로 그 자동차 입니다.얼마전에&nbsp;소개를 했듯이 공인기록상 세상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는 스웨덴의 코닉세그 CCR이다. 지난 2월 시속 387.87 킬로미터의 속도를 내면서 맥라렌 F1이 1998년부터 갖고 있던 종전의 공식 세계 최고속도인 시속 386.4 킬로미터를 돌파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조만간 깨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속 400 킬로미터의 벽을 허물겠다고 등장한 자동차가 있기 때문이다. 그 차가 바로 부가티의 EB 16-4 베이론이다.`부가티`는 1909년 프랑스에서 창업해 2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그랑프리 경주용 자동차와 고급 세단을 생산하다가 창업자의 사망으로 세상에서 사라졌던 브랜드다. 1980년 중반 이탈리아에서 다시 부가티라는 이름을 부활시켰지만 경영난을 겪다가 1999년 폭스바겐에 인수됐다. 사실상 새로 부활한 부가티의 첫 작품인 베이론은 1931년 부가티를 몰고 우승 경력을 쌓던 카레이서 피에르 베이론의 이름을 땄다.폭스바겐이 1999년 도쿄 모터쇼에서 부가티 EB 18-4 베이론이라는 이름의 컨셉카를&nbsp; 발표했고, 이를 양산차로 전환한 것이 바로 EB 16-4 베이론이다. 당시 컨셉카에 얹었던 18기통 엔진을 16기통 쿼드(V16X4) 터보 엔진으로 바꾸면서 모델명에도 변화가 생겼다.베이론의 제원상 최고속도는 407 킬로미터다. 특수차량을 제외한 일반 차량으로써 시속 400킬로미터의 벽을 깬 것은 인류 역사상 베이론이 처음이다. 실제 주행속도로 400킬로미터를 돌파했다는 공식기록은 아직 받지 못했지만, 조만간 세계 최고 속도의 자동차로&nbsp;등극할 것이 확실시된다.베이론의 엔진은 부하가 걸린 상태에서의 실제 출력을 의미하는 제동마력(bhp)을 기준으로 무려 1000마력에 가까운 힘을 발휘한다. 자동차 평가 사이트인 포카 채널포(4Car Channel4)의 사막 주행테스트에서는 987 마력의 힘을 발휘했다. 당시 온도가 섭씨 40도에 달해 터보에 산소공급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nbsp;출력이 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이 폭스바겐측의 주장이다. 상온인 섭씨 20도에서는 최대 출력이 1035마력에 이른다는 설명이다.자동차의 실제 속도감을 좌우하는 최대토크는 922 lb ft로 맥라렌 F1의 479 lb ft를 압도한다. 엔진의 힘을 놓고 보면 기존의 자동차와는 아예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이 같은 힘을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96킬로미터)에 이르는 정지가속도 약 2.5초에 불과해 3초대의 벽을 허물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엔진에 전자 속도제한 장치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최고시속 407킬로미터는 엔진의 힘을 최대로 발휘한 속도가 아니라 안전 때문에 제한을 둔 속도라는 것이다. 현재 그 이상의 속도를 견뎌낼 수 있는 타이어가 없어서 이런 속도제한 장치를 달 수 밖에 없다. 솔직히 말해서 베이론의 진짜 최고속도는 아무도 모른다.이 `괴물`의 심장은 폭스바겐의 파사트 엔진과 아주 유사하다. 파사트 엔진 2개를 합치고 여기에 미쓰비시 터보 차저 4개를 창작해 출력을 극대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엔진과 트랜스 미션을 식히기 위해서 다른 자동차는 1개 밖에 장착하지 않는 라디에이터를&nbsp;무려 10개나 달고 있다.이 같은 `괴물` 엔진을 제어하는 트랜스미션으로는 컴퓨터가 변속과 클러치 동작을 제어해 0.2초 이내에 변속이 이뤄지는 듀얼클러치 시스템을 채용했다. 또 1000마력의 파워 때문에 차체가 돌아버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풀 타임 4륜 구동방식이 적용됐다. 또 카본 세라믹 재료로 제작된 브레이크는 시속 400 킬로미터의 고속에서도 10초 이내에 차량을 정지시킬 수 있다. 타이어는 지금 껏 도로 주행용으로 제작된 제품으로는 가장 두껍다는 미쉐린 PAX 런 플랫 타이어를 달았다.차량의 기본 골격 역시 카본 화이버 모노코크로 제작해 강성을 높였다. 또 문과 윙을 알루미늄으로 제작한 것을 제외하고는 외부 판넬도 모두 카본 화이버로 제작됐다. 부가티의 엔지니어들은 '측면 에어백을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말할 정도로 차체의 강성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세금을 제외한 차량 가격만 120만 달러에 이르는 고급 스포츠 카답게 인테리어도 최고급이다. 실내에 플라스틱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다. 가죽과 알루미늄 뿐이다. 연간 생산계획도 50대에 불과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꿈속의 자동차`이기는 하지만 단점도 없지 않다.우선 무겁다. 맥라렌 F1이 1200 킬로그램도 안나가는 반면 베이론은 공차중량이 1888킬로그램이고, 주유를 한 상태에서는 1950 킬로그램이다. 사람이 승차하면 2톤이 넘어간다는 이야기다. 시내 주행시 연비가 리터당 4.3 킬로미터에 불과하다.좁은 도로에서 몰기에는 차량의 폭이 다소 넓게 설계됐고, 차량의 코너와 어깨 너머쪽의 시야가 막혀 있어 혼잡한 시내 주행이나 좁은 구역에 주차를 할 때의 편의성은 크게 떨어진다. 엔진이 뒤에 장착돼 트렁크가 앞면에 설치돼 있지만 작은 가방이 겨우 들어갈 정도로 적재능력이 형편없다. 차에 올라 타기도 쉽지 않은 구조라 등뒤로 몸을 밀어넣은 뒤 떨어져 앉아야 한다. 요즘은 2만 달러 짜리 차에도 다 달려 있는 좌석 및 운전대 자동조절 장치도 없다. 좌석과 운전대 높낮이를 손으로 조절해야 한다는 이야기다.베이론은 최강의 힘과 속도로 보는 이들의 혼을 쏙 빼놓는 자동차임에 틀림없지만, 일상 생활속에서 추구하는 실용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있다는 느낌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야 애초부터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말 그대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자동차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2005.11.02 I 조영행 기자
김혜경 대표 "전자책 밀리언셀러 꿈"
  • [프랑크푸르트도서전]김혜경 대표 "전자책 밀리언셀러 꿈"
  • [프랑크푸르트=이데일리 전설리기자] "전자책은 쿨미디어(Cool Media)지만 따뜻한 컨텐츠를 담으면 됩니다. 전자책 밀리언셀러가 저희 업계의 꿈입니다. U-북(Ubiquitous-Book) 상용화와 더불어 비로소 전자책 시대가 무르익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기쁩니다" 20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현장에서 만난 김혜경 북토피아 공동대표(52)의 말이다. 올해 주빈국으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참가하고 있는 한국의 승부처 `U-북` 사업을 이끌고 있는 그녀의 어깨는 무겁다. 여기까지 오는데 더디고 힘든 세월을 보냈다. 그러나 쌀쌀한 한기가 스며드는 프랑크푸르트 날씨와 달리 그녀의 꿈은 뜨거웠다. 김 대표는 "PC와 PDA, 휴대폰을 넘나들며 구현되는&nbsp;U-북 서비스로 전자책 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며 "음악 컨텐츠의 디지털화가 MP3플레이어를 통해 구현됐듯이 편리한 디바이스를 개발해 책 컨텐츠의 디지털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0분 독서용 전자책 상품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공모전 등을 통해 전자책의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포부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처음인가. 이번 도서전을 본 소감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는 3년전부터 왔다. 저작권 계약이 많이 이뤄지기 때문에 직접 오지 않더라도 직원들을 보낸다.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여한 이번 도서전은 인상적이다. 준비과정이 매끄럽지는 못했지만 국가 브랜드 이미지의 제고를 위한 많은 노력이 들어갔다. 유럽 사람들에게 한국이 아직 제3세계로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다. 그러나 한국은 대단한 출판 강국이다. 인구 4000만명밖에 안되는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출판시장 6~7위를 달리고 있다. 책으로 닦여진 컨텐츠 기반은 드라마나 영화가 돼 아시아 문화권의 한류를 이끌고 있다. 특히 한국은 아시아권을 대상으로 한 문화 마케팅에 있어 유리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 한국의 경제 발전과 문화적 역동성에 관심이 많다. 한국 출판도 이제 점진적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110개 출판업체들이 이번 도서전에 참여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불과 몇 평의 부스 전시를 위해 5000~6000만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실제로 저작권을 팔아 그만큼의 수익을 올리기는 어렵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세계시장 진출의 포석을 마련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10년 넘게 현대건설 홍보실에서 일했다. 대기업 조직원으로 일하기 보다는 나만의 보람있는 일을 찾기 위해 출판업계에 뛰어들었다. 1999년 인터넷 붐이 일면서 출판사들이 홈페이지를 만드는 붐이 일고 있었다. 인터넷 서점들도 대거 생겨났다. 전자책 사업도 이때 시작됐다. 전자책 기술을 가지고 있는 와이즈북과 우리의 컨텐츠를 합치면 시너지가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업투자사들도 관심을 갖고 참여하면서 그림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기획과 기술개발, 출판, 마케팅, 고객관리까지 총체적 라인업을 모두 갖춰 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았다. 혼자 다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이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지금의 U-북이 실현되기까지 밑단에서 많은 노력이 있었다. -전자책 산업의 향후 전망은.&nbsp;▲지금은 행복하다. 전자책에 대한 비전과 확신을 가지고 있다.&nbsp;문제는 사업적으로 얼마나 빨리 정착시키느냐다. 이전에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무작위 복사&nbsp;등으로 비롯된 저작권 문제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 출판협회나 저작권자들의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신뢰를 쌓아왔다. 꾸준한 매출을 통해 시장규모를 키우고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출판사는 매우 우호적이다. 이제 출판업계도 블로그나 인터넷 광고를 통한 홍보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또 꿈이 있다면.▲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 나가면서 전자책에 적합한 컨텐츠를 발굴해 나갈 것이다. 네이버와 진행하고 있는 도서본문 검색서비스와 같은 창의적인 비지니스 모델 발굴도 중요한 과제다. 다양한&nbsp;컨텐츠 확보도 중요하다. 현재 전자책은 5만종이다. 전자책 읽기에 적합하고 편리한 디바이스 개발도 중요한 과제다. 2~3년 이내에 전자책을 읽기에 편리한 디바이스들이 좋은 가격에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기다렸던 환경이 속속 조성되고 있다. 전자책 밀리언셀러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주요 포털 인기검색어에 종이책 베스트셀러가 아닌 전자책 베스트셀러가 나오는 것, 그것이 꿈이다. 한번 밀리언셀러가 나오면 대중화의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 -향후 U-북서비스를 비롯한 전자책 활성화를 위한 사업 계획은. ▲U-북 서비스가 전자책 활성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음악 컨텐츠의 디지털화가 MP3플레이어를 통해 구현됐듯이 편리한 디바이스를 만들어 책 컨텐츠의 디지털화를 이끌어 나갈 것이다. 언제쯤 시장이 열릴지 모르지만 단말기와 디스플레이 창이 좋아지고 있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전자책만의 독특한 상품 가치를 홍보하고 발굴해 나갈 계획이다. 사이버상의 나만의 개인 도서관 `U라이브러리` 등은 충분히 매력적인 상품이다. 현재 재미있고 유쾌한 10분 독서용 작은 상품 등을 기획중이다. 내년쯤 대대적인 전자책 상품 공모전도 계획하고 있다. 중요한 아이디어는 늘 소비자들로부터 나온다. 실용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기쁨과 행복한 마음을 주는 상품을 만들어 나갈&nbsp;것이다. 선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는. 쿨미디어를 벗어나기 어려운게 전자책이지만 휴식과 위안이 되는 따뜻한 컨텐츠를 담으면 된다.
2005.10.23 I 전설리 기자
(변신! 정유업계)④"해외서 심봤다"..자원개발 승부
  • (변신! 정유업계)④"해외서 심봤다"..자원개발 승부
  •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SK(003600)㈜ 석유개발 사업부 김현무 상무의 주된 업무는&nbsp;유전과 가스전을 찾아나서는 일이다. 그러나 최근엔 한가지 일이 더 늘어났다. 자원개발사업을 함께 할 인재를 찾아내는 일이 그것이다.&nbsp;지난해부터 김 상무는 국내외 대학과 대학원을 찾아다니며 자원개발 사업을 함께 할 인재 물색에 나서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김 상무가 찾는 인재풀은 다양하다. 서울대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학생에서부터 미국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에너지 기업에 근무하던 실무자에 이르기까지 자원공학, 지질학에 정통한 인재들이 속속 합류하고 있다. SK㈜는&nbsp;보다 체계적으로 인재들을 확보하기위해&nbsp;내년부터 산학 장학생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자원공학이나 석유공학, 지구물리, 지질학 분야의 학사 및 석박사 과정 학생들을 1년에 4~5명 선정해 장학금과 생활비를 지원해주기로 한 것. SK㈜가 자원개발 전문 인력 확보에 열을 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해외 자원개발을 확대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단순히 광구에 지분을 참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운영권을 갖고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재 확보가 절실한 상황. SK㈜, GS(078930)그룹 등 국내 업체들이 공격적으로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이유는 유전이나 가스전이 상업화에 성공하면 고유가 추세속에서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은 거위`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 자원개발은 그만큼 실패 위험도 큰 사업이지만 `무자원 산유국`의 꿈을 이뤄주게 했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할 사업으로 정유업계들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SK㈜, 국내기업 최초 "4억배럴 확보"국내 민간기업 중 가장 활발하게 자원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는 SK㈜는 1년새 1억배럴의 매장량을 추가로 확보했다. SK㈜는 지난해까지 해외 유전과 가스전을 통해 총 3억 배럴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올들어 탐사단계였던 브라질 광구의 상업성이 확인되고 예멘정부로부터 예멘LNG의 개발계획을 승인받으면서 총 4억 배럴을 확보하게 된 것. SK㈜는 내년부터 `보유 매장량 4억배럴`을 공식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규모는 연간 국내 원유 소비물량(약 7억배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한국석유공사의 현재 보유 매장량 3억1800만배럴을 넘어서면서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4억배럴에 도달하게 됐다. SK㈜의 원유과 가스의 하루 평균 생산량도 지난해 2만4000배럴에서 현재 2만6000~2만7000배럴까지 늘었다. 오는 2007년에는 하루 6만배럴, 2010년에는 10만배럴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무엇보다 SK㈜는 광구개발 전권을 갖고 있는 미국 루이지애나 북이베리아 광구가 지난 12일 탐사정 시추를 시작하면서, 단순 지분 참여 업체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하게 전문 기술력을 보유한 석유 개발회사로 인정받게 됐다. SK㈜는 앞으로도 운영권을 확보해 주도적으로 유전개발을 해나가는 전략을 적극 펼쳐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운영권자가 되면 단순히 지분을 참여한 경우보다 리스크를 훨씬 많이 떠앉게 되지만 그만큼 개발 성공에 대한 자신감이 붙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SK㈜는 원유 뿐 아니라 천연가스 개발에도 잇단 성과를 보이고 있다. 지난 지분 30%를 참여한 페루LNG가 오는 2009년부터 연간 420만톤의 LNG를 미국과 멕시코에 공급키로 한 데 이어, 미국과 우리나라에 2008년부터 20년간 천연가스를 공급할 예멘 LNG에 대한 개발작업을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특히 최근 LNG 가치는 급상승하고 있다.&nbsp;카트리나 사태이후 뉴욕 선물거래소에서 천연가스 가격은 원유가격보다 비싼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nbsp;미국 천연가스의 주 공급원인 캐나다에서는 새로운 가스전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페루LNG와 예멘LNG가 상업생산을 시작하는 2008년, 2009년까지도 LNG 가격은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 SK㈜의 탄탄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nbsp;김현무 석유사업개발 상무는 "SK㈜의 자원개발부문은 최근 2년간 급격히 변신하면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미국 루이지애나 광구와 같이 개발전권을 확보하는 전략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GS그룹, 석유개발사업 확대 `돌입`GS칼텍스는 상대적으로 뒤늦게 석유개발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허동수 회장의 적극적인 관심하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GS홀딩스도 별도로 해외 광구에 지분 참여를 진행하고 있어 그룹 전반적으로 해외 자원 개발 사업에 대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GS칼텍스는 약 1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캄보디아 블록 A광구에 대해 지난 2003년부터 탐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초에 확인된 시추 결과 가격을 높게 받을 수 있는 양질의 경질 원유로 나타나 상업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허 회장은 오는 2010년까지 정제능력 기준으로 자주 개발 원유를 10~15%까지 확보한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현재 GS칼텍스의 일일 정제능력 65만배럴중 6만5000~10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자체 유전 개발을 통해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지주회사인 GS홀딩스도 올들어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 3월 인도네시아 `넴 1` 및 `넴2`, `워캄` 광구에 대해 지분을 참여하는데 142억원을 투자했다. 또 예멘에 있는 16광구과 39광구에 대해서도 유전개발권 획득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경쟁사인 SK㈜에 비해 해외 자원개발에 상대적으로 미진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GS그룹은 현재 개발중인 유전 외에도 중동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등지의 해외 광구 개발에 투자를 확대하면서 본격적인 해외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들 방침이다. ◇ 석유개발사업의 명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지난해 SK㈜ 석유개발사업부의 1인당 영업이익은 90억원에 달했다. 영업이익률은 70%를 넘었다. 우리나라 5대 그룹 상장사의 1인당 영업이익은 2700만원이고 제조업체의 영업이익률이 7%대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금액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SK㈜ 석유개발사업부는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익이 각각 전년비 167%, 184%씩 증가한 2757억원, 1982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각각 4585억원, 605억원으로 58%, 39%씩 늘었다. 이같은 급성장을 일궈낸 직원은 고작 28명이다. 고유가 덕에 석유개발 사업이 더욱 높은 수익성을 가져다주자, 정유업체를 비롯해 도시가스업체 등 에너지 관련기업들과 종합상사 등 국내 기업들이 해외 자원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를 경계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탐사에 나섰지만 가스나 원유가 존재하지 않거나 규모가 작아 상업성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스 존재를 확인해 개발에 성공했다하더라도 수송비 등에서 경제성있는 공급처를 찾지 못하면 뿜어져 나오는 가스를 다시 묻어야 한다.&nbsp;유전을 개발해 놓고도 국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현금화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실제로 한국가스공사(036460)와 SK㈜, GS칼텍스, 대우인터내셔널(047050) 등이 참여한 러시아 서캄차카 광구는 현지 국영석유회사가 까다로운 세부 조건을 내걸고 있어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 한국석유공사를 주축으로 SK㈜와 LG상사, 삼성물산 등이 투자한 카자흐스탄 잠빌광구도 노무현 대통령의 에너지 외교 성과로 대대적으로 부각됐지만 현재 본계약 체결이 지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도입하기 위해 추진중인 이르쿠츠크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의 경우 러시아의 에너지산업 보호정책으로 무산될 위기에 놓여있다. 가스공사와 석유공사, LG상사(001120), 효성(004800) 등 국내 업체들이 타당성 조사에만 총 100억여원을 쏟아부었지만 고스란히 손실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가적인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해외 자원 개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점차 확대될 기업들의 석유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해 협상력을 높이고 전문가 양성과 기술력 확보에 적극 나서야한다는 지적이다.
2005.10.20 I 하수정 기자
  • (edaily 리포트)정치적 중립 일깨운 총장
  • [이데일리 조용철기자] `정치적 중립`이 이렇게 현실감있게 다가온게 참 오랜만입니다. 최고 권력기관중 하나인 검찰의 수장이 이 때문에 교체됐습니다. 그는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수용하는 대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었습니다. 정치적 중립이 그렇게 중요한지 다시 생각해볼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경제부에서 검찰 출입을 맡고 있는 조용철 기자의 느낌입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이야말로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가치". 김종빈 검찰총장이 이 결연한 말을 남기고 6개월여의 짧은 재임 기간을 마감했습니다. 지난 17일 검찰청을 떠나는 모습은 처연했습니다. 김 전 총장은 퇴임식에서 밝힌 퇴임사에서는 정부를 강력히 성토했습니다. "구체적 수사 지휘권이 행사된 순간 그동안 쌓아온 (검찰의)정치적 중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의 독립은 어떤 일이 있어도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과거에 검찰을 평가할 때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검찰`이라는 표현을 자주 써왔는데 그 이유가 검찰이 정치에 흔들렸기 때문"이라며 "검찰은 자성한다는 의미에서도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재삼 `정치적 중립`에 절대적 가치를 부여했습니다.검찰은 김 전총장이 할말을 충분히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지, 일단 정중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나 하나 물러난 것으로 충분하다. 더 이상 집단행동을 하지 말아달라"는 김 전 총장의 간곡한 당부도 기여했습니다. 사실 검찰이 이를 두고 집단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상황을 또다시 급변했을 것입니다.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과 형사소송법 개정, 공직부패수사처 설치 등 여러 중요한 현안을 앞두고 검찰이 자칫 조직의 이해관계를 위해 `저런다`식의 비판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우려한 것이라고 해석됩니다. 김 전 총장이 당부한 대로, 국민은 정치권력의 수사 개입이나 외압에 굴복하는 검찰을 바라지 않습니다. 검찰이 정치권 등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어떤 영향도 없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공정하게 수사가 이뤄져야 하고, 그래야만 국민은 법원에서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김 전 총장의 사퇴는 검찰 구성원들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웠습니다. 또 중립성을 침해받을 우려가 언제라도 있다는 사실도 새삼 상기시켰습니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시대정신을 읽었기 때문에 당선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노 대통령의 바로 그 `시대정신`은 바로 `탈권위, 탈권력`이었습니다.이같은 시대정신의 연장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도 `검찰도 시대정신에 따라야 한다`며 강정구 동국대 교수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천정배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를 정당화하기도 했습니다.천 장관은 사실 국회의원으로 재직하던 2001년, 참여연대가 법무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삭제한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소개하는데 찬성해 불과 4년만에 변한 `소신`의 가벼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검찰의 권력 남용은 견제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검찰에 대한 올바른 통제는 헌법재판소와 법원, 그리고 국회와 국민등이 골고루 통제의 주체가 되어서 행사해야 할 것입니다. 지금 상황에서 절실한 것은 정치권의 검찰에 대한 통제가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현재 진행중인 검찰개혁이 `정치권의 검찰 길들이기`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김 전 총장은 "역대 법무장관들이 수사지휘권 행사를 자제한 것은 규정의 존재 자체로 상징적 역할을 다하는 것이고 그것을 행사하면 정치적 중립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전 총장의 이 말은 법대 학부생 수준의 아주 원론적이고 당연한 말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 말이 서초동 법조 마을에 계속 메아리로 맴돌고있습니다. 그리고 `총장직을 거는 검찰총장이 5명은 나와야 한다`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하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의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2005.10.18 I 조용철 기자
쇠고랑 찬 월가의 `마무리 투수`
  • 쇠고랑 찬 월가의 `마무리 투수`
  • [이데일리 김현동기자] 하루 4시간 이상 자지않고, 가끔은 오전 6시에도 출근하는 지독한 일벌레. 영국계 럭비선수였던 미국 최대 선물 및 상품브로커 회사의 대표 필립 R. 베넷(57)은 월가에서 `클로저(closer`라는 애칭으로 더 잘 통한다. `클로저`란 말 그대로 계약을 마무리하는 사람을 말한다. 야구에서는 팀의 승리를 지켜내며 게임을 끝내는 마무리 투수를 의미한다. 레프코에서 그가 구축한 이미지도 별명 만큼이나 완벽주의자 그 자체다. 1970년 체이스 맨해튼의 뱅커로 월스트리트에 첫 발을 디딘 베넷은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81년 레프코에 입성한다. 그 때부터 이미 그는 레프코의 재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첫해 레프코의 재무담당 자회사인 레프코 캐피탈을 설립했고 1983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된다. 2년후에는 최고경영자(CEO)를 꿰찼다. <증권사기 혐의로 구속되는 필립 베넷>&nbsp;재무전문가로서의 명성 만큼이나 레프코를 미국 최고의 선물중개 회사로 이끈 장본이기도 하다. 경쟁사들이 모두 상품중개 영업에서 발을 뺄 때 그는 오히려 회사의 규모를 늘리는 전략을 택했고, 레프코는 상품 중개 업계에서 업계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 1998년 레프코는 오스트리아 은행인 방크 아르바이트 앤 비르샤프트와 합작벤처사를 설립, 유럽 선물옵션 결제서비스 사업에 진출했다. 2000년에는 인도 시장에도 진출해 레프코-리피 증권을 설립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선물회사인 한맥선물을 인수하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파생상품 거래를 중개하는 독보적인 회사로 성장한다는 야심을 목표를 추진했었다. 두달전에는 레프코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지난 주말까지 그가 보유한 주식평가가치만 16억달러에 달했다. 그렇지만 이같은 레프코의 꿈은 지난 10일 베넷이 회사 부채 4억3000만달러를 은폐했고, 해외 은행 계좌를 통해 그의 계좌로 송금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산산조각났다. 검찰은 11일 베넷을 증권사기 혐의로 체포했고 12일자 미국 언론들은 레코프 관련 기사를 대서특필하며 그의 퇴장에 놀라움을 표했다.
2005.10.14 I 김현동 기자
  • (금요일 오후에)삼성 뒷다리잡기가 아니다
  • [이데일리 문주용 경제부장] 똑똑한 삼성맨들이 몰라서 묻는다.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 좀 가르쳐달라." 이들에게 지금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며 내놓는 정치적 타협안이 무의미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타협안은 또다른 임시변통으로 치부되거나 특혜 시비를 불러올 뿐이다. 일각에서는 삼성 논란에 대해 `정치적 포퓰리즘`이라며 비판하고, 다른 기업들은 삼성문제가 남의 일이 아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럴까? 기업들 대부분은 삼성 논란을 구경할 뿐이지 걱정안할 것같다. 삼성과 딴 기업은 입장이 너무 다른 까닭이다. 삼성 논란은 삼성이기에 발생한 논란이다. 삼성이 아니면 생기지 않는 논란이다. 그것은 단순히 기업으로서의 삼성에 관한 것이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에 대한 독특한 접근법을 보인 `삼성`이라는 실체에 관한 것이다. 또 시대적으로 본다면 이병철 회장 시대가 아닌 이건희 회장시대의 영광 뒤에 숨어 있는 그림자, 한계들과 관련된 것이다. 논란의 첫째는 편법 증여를 통한 경영권 변칙 상속 논란이다. 법적으로 옳고그름은 법원이 따질 문제라 차치할 수 있지만 , `법적으로 문제없다`식의 삼성 주장은 `윤리 경영`을 그토록 강조해온 이건희 회장의 잣대에는 크게 배치되는 주장인 것은 분명하다. 그동안의 행적에 비춰보면 최소한 `윤리적으로 잘못된 것을 인정한다`라는 정도는 고백할 수 있어야 한다. 이 회장의 윤리경영에 대한 수준이 어느정도였는지를 보자. 지난 93년6월 프랑크푸르트 선언때 이렇게 말했다. "시급한 것은 인간미와 도덕성의 회복이다. 도덕성을 회복하고 인간미를 살리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없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다" 또 이런 얘기도 한 적이 있다. "기업이 돈 잘버는 기계여서는 안된다. 도덕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이회장의 윤리경영 철학에 비춰보면 윤리적 잣대와 법적 잣대를 뒤섞어서 논쟁할 이유가 없다. 또 기업윤리와 개인 윤리가 다를 까닭도 없다. 금산법 개정 논란도 이와 같다. 법적으로는 삼성 주장이 맞을 수도, 참여연대 주장이 맞을수도 있다. 중간에서 적당히 타협하자는 대통령의 생각이 현실에 부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이 역시 단순명쾌하게 풀었어야 했다.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라고까지 하면서 초일류기업 도약을 위한 의식혁명을 주창한 이건희 회장이 금융계열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 순환출자구조를 통한 지배구조등에서는 변칙적 접근법을 그대로 뒀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당시의 법으로는 허용되었다 하더라도, 법의 취지나 한국경제의 미래를 항상 걱정할 정도로 사려깊은 이건희 회장 이라면 그 충분히 긴 시간동안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삼성이 법리논쟁으로 뭉갤 게 아니었다. 삼성 논란의 근본적인 것, 즉 `삼성공화국` 논란도 역시 큰 얘기다. `삼성 공화국`이라는 비판적 시각은, 국가경제의 20%를 차지할 만큼 삼성이 `소인국의 걸리버`같은 힘을 가졌기 때문에 생긴 시각만은 아니다. 기업 규모의 확대 뿐아니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이 정치에 대해 매우 관심이 컸다는 점, 정치자금을 적극 제공했고 정치권력과도 가까웠다는 점, 언론·문화 등 경제외적인 분야로도 영향력 확대를 적극 꾀해왔다는 점 등이 `삼성공화국`의 징후로 국민들에게 다가왔던 것이다. 이 회장은 지난 95년 4월 베이징에서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는 발언으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다. 정치, 행정 수준을 절묘하게 비유한데다, 국내 1위기업의 총수 발언이었기에 폭발력이 매우 컸었다. 이처럼 이회장의 발언록 등을 보면 이 회장은 정치, 행정등 경영의 외부환경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너머 이런 외부환경을 개선시켜야한다는 `애국주의자`같은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수 있다. 그래서 삼성의 정치자금 문제가 다른 기업의 경우와 달리 느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른 기업들의 경우 정치권이 손을 내미니까 `보험`든다는 생각, 사후에 이권을 챙길수 있겠다는 생각의 `비지니스적` 행동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X파일 사건에서도 드러나듯이 삼성은 정치에 개입한다. 보험을 드는 정도가 아니라 정치판에 영향을 미치려한다.완벽경영, 무결점경영 스타일인 이 회장 경영방식은 기업 경영에서 엄청난 성공을 이룬게 사실이다. 이런 성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삼성은 경영의 주변환경인 정치, 사회, 문화, 스포츠 등에도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해왔다. 이것이 `삼성 공화국`의 실체다. 이런 공화국의 꿈은 다른 기업들은 꾸지 않았지만, 삼성은 이병철회장에서 시작해 이건희 회장때에 현실화했다.하지만 삼성은 이에 대한 반발, 외부의 경계심을 방치했다. 이 경계심이 국민정서라고 한다면 단순히 `잘난 놈`에 대한 질시같은 성격은 아닌 것이다. 삼성은 엄청난 성공을 거듭했고, 기업을 너머 공화국이라는 아성을 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상속, 삼성차문제, 상호출자구조, 무노조 등 초일류기업이라면 논란거리에서 벗어나야할 문제들에 대해선 `의식혁명`수준의 해결방안을 찾지 못함으로써 `모순`의 상황을 맞았다. 삼성 문제를 이렇게 풀어야 한다는 식의 대안제시는 참으로 어렵다.`잘못하지 않았느냐`고 정치, 사회가 삼성을 비판할 상황만은 아니다. 이보다는 삼성이 보지 않으려는 `어두운 면`을 겸허하게 바라보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이 회장 경영체제의 훌륭한 성과뿐아니라, 정반대의 방향으로 짙게 드리워진 그림자도 보도록, 삼성맨들이 스스로 각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또한 IMF위기를 겪고 탈권위·평등주의를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국민들사이에 기업윤리에 대한 기대 역시 매우 높아졌다는 사실도 삼성맨들이 수용했으면 한다. 삼성 논란이 이 회장이 가장 싫어하는, `잘하는 사람 뒷다리잡기`가 결코 아님을 삼성이 이해했으면 좋겠다.
2005.10.07 I 문주용 기자
  • 현찰 없으면 청약 꿈꾸지 마?
  • [조선일보 제공] 서울 광진구 중곡동에 사는 류모(34)씨. 2년 전 33평형 빌라를 샀던 그는 최근 분양 중인 서울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를 찾았다. 하지만 분양 신청은 엄두도 못내고 그냥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 이유는 중도금 대출을 받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샐러리맨치고 돈을 쌓아놓고 아파트를 분양받는 경우는 없고 대부분 대출을 받는다. 건설사 직원은 류씨에게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기존 주택을 1년 내 반드시 팔아야 대출받은 중도금을 회수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씨는 기존 빌라를 사면서 7000만원의 은행 대출을 받았다. 그는 “아파트야 매매가 비교적 활발하니까 팔릴지 모르지만 빌라나 개인 주택은 팔기가 너무 어렵다”면서 “앞으로 아파트 분양은 꿈도 못꾸게 됐다”고 낙담했다. 실제로 류씨는 아파트 분양을 받기 위해 지난 4월 시세보다 2000만원 싼 1억6000만원에 살고 있는 빌라를 내놨지만 아직 전화 한 통 없다. &nbsp;‘새 아파트를 분양받고서 기존 주택을 1년 내 팔지 않는 경우 신규 담보 대출을 회수하라’는 금융감독원의 담보대출 시행 지침에 주택 실수요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기존 집 못 팔면 대출 원금 회수&nbsp;금감원은 지난 6월 말 ‘투기지역에서는 기존 주택의 처분을 조건으로 신규 대출을 해주라’는 지침을 내렸다. 서울·경기도 대부분 지역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상태여서 사실상 이 지역 모든 아파트 분양에 지침이 적용되는 셈이다. 지침이 하달된 후 일선 금융기관 대출 담당자나 소비자들은 한동안 혼란을 겪어야 했다. ‘기존 주택의 처분’이 ‘기존 주택 대출금을 갚으라는 뜻’인지 ‘집을 무조건 팔라는 것’인지가 헷갈렸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지난 15일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으면 대출금을 회수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예컨대 A 아파트를 2억원의 대출을 받은 뒤 구입해서 살다가 평수를 조금 넓히려고 B 아파트를 분양받는다고 가정하자. B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한 중도금 대출을 받으려면 A 아파트의 대출금 2억원을 갚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1년 안에 A 아파트를 반드시 팔아야 한다는 뜻이다. ◆실수요자 아파트 구입 포기 속출&nbsp;이번 조치로 신규 아파트 분양시장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청약이나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1주택자 중에서 새 아파트로 옮기려는 실수요자들이 기존 주택 처분에 불안을 느껴 분양받을 엄두를 못내는 것. 서울 정릉동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H건설 관계자는 “당초 집을 사겠다던 사람 중에서 대출 제한 얘기를 듣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매일 1만명 이상 다녀가는 화성 동탄 L 아파트 모델하우스에도 대출 제한과 관련된 실수요자 상담이 쏟아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고객의 절반 이상이 1주택자”라며 “현찰이 없는 수요자들은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분양시장·주택 매매 위축새로운 담보대출 기준을 따르면 결국 중산층이나 서민 같은 실수요자만 손해를 보는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빌라나 다세대주택, 비(非)인기 지역 주택 보유자는 턱없이 싼 가격에 집을 내놓기 전에는 기존 집을 팔기 어렵다. 반면 1주택자라도 돈이 많은 사람들은 새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좀더 큰 집으로 옮기는 데 경쟁이 줄어들어 훨씬 유리해졌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집값 하락세로 비인기 지역은 거래가 완전히 끊어졌다”면서 “비인기 지역의 경우 매물이 더 늘어나고, 분양시장도 결국 위축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 (edaily리포트)가난한 CEO들을 위한 변명
  • [이데일리 이진우기자] 한국의 유명한 벤처기업을 꼽으라면 열손가락 안에는 꼭 들어가곤 했던 터보테크가 700억원이라는 거액의 분식회계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대우사태에서 보듯 분식회계는 기업이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죄입니다. 투자자들에 대한 사기죄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벤처신화의 대표격인 장흥순 회장은 왜 그 죄를 저질렀을까요. 증권부 이진우 기자는 그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의 경계로 떼밀려있는 벤처CEO가 비단 장 회장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샐러리맨들에게 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열이면 일곱 여덟은 '자기 사업을 하는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재벌기업처럼 크지는 않더라도 알차고 튼튼한 내 회사를 갖고 싶다는 게 이나라 월급쟁이들의 꿈입니다.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오늘도 '투잡스'에 관심을 갖고 사업을 구상합니다. 실제로 벤처열풍이 불었던 99년에는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를 뛰쳐나와 벤처기업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벤처기업을 차려 성공한 사장들은 시대의 영웅으로 부러움과 존경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신문들은 틈만나면 벤처갑부들의 재산이 몇백억인지 계산해서 순위를 매깁니다. 이번에 분식회계를 시인한 장흥순 회장은 그런 직장인들의 우상이었습니다. 코스닥 상장법인을 두 개나 갖고 있고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5년이나 맡으면서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터보테크는 몰라도 장 회장을 아는 사람도 꽤 많으니까요.벤처 신화의 주인공들을 취재하면서 기자는 '도대체 이 사람들은 고민이 뭘까?' 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머리가 빠진다거나 자식들이 말을 안듣는다거나 배가 자꾸 나온다거나 하는 소소한 고민들이야 한두개씩 갖고 있겠지만 몇날 며칠을 머리싸매고 고민해야 할 그런 일은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실제 벤처기업들의 사장들을 만나보면 저의 이런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다들 그러더군요. "그렇게 좋아보이면 한 번 해보세요. 저도 해보기 전엔 몰랐습니다. 보기와는 정말 달라요"벤처기업 CEO들의 여러가지 고민중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의외로 '돈 고민'이었습니다. 한 벤처기업 사장의 말입니다."대학교 졸업하고 곧바로 친구들과 의기투합해서 7년만에 회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켰습니다. 요즘도 제 주식가치는 100억원이 넘어요. 그런데도 늘 돈 문제가 고민이에요. 큰 돈 번줄 알고 돈 쓰라는 곳은 많은데 제 재산은 팔지도 못하는 주식이 전부거든요"배부른 사장들의 어줍잖은 투정으로 받아들이기에는 그들의 사정이 실제로 딱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특히 증자를 할 때 이런 고민은 커집니다. 회사가 주주들을 상대로 '사업좀 하게 돈 좀 주십시오'하고 부탁하는 게 바로 유상증자입니다. 그런데 회사의 대표이사도 주주입니다. 대부분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주주죠. 그러니 주주인 본인도 회사에 돈을 내야 하는데 그 규모가 만만치 않습니다. 물론 유상증자를 포기하고 실권을 해도 되지만 돈 달라고 한 사람이 자기 돈은 못 내겠다는 모양새가 영 곱지 않습니다. 주주들로부터 100억원을 조달하려면 대주주인 본인도 지분에 따라서 20억~30억원은 회사에 넣어야 합니다. 그럼 그 돈이 어디서 나올까요?이런 경우에 벤처CEO들이 택하는 수단은 크게 세가지 입니다. '유비무환형' CEO들은 이럴 때를 대비해서 코스닥 상장 전에 미리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주식을 분산해둡니다. 코스닥에 상장되어 주가가 오르면 그 차명계좌의 주식들을 팔아 현금화합니다. 그리고 유상증자를 하게 되면 그 돈을 회사에 넣습니다. 이런 일은 불법이지만 적발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많은 CEO들이 애용해왔습니다.'자급자족형' CEO들은 이럴 때 자기 주식을 들고 증권사나 은행으로 갑니다. 갖고 있는 회사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리죠. 그 돈을 유상증자 대금으로 내고 주식을 받습니다. 이런 일이 되풀이 되다 보면 이런 '자급자족형' CEO 들은 빚도 많고 주식도 많은 그런 상황이 되죠.'정면돌파형' CEO들은 그냥 자기 주식을 적당한 시점에 시장에 내다 팝니다. 대개 유상증자 가격이 주가보다 할인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식을 100주쯤 팔면 150주정도의 유상증자에 참여할만한 자금이 나옵니다. 주가가 아주 좋을 때 팔면 판 주식의 2~3배를 유상증자 주식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럴 경우 투자자들이 욕을 하지요. '대표이사가 회사에 확신이 없어서 주식을 판다'는 둥 '자기는 팔면서 우리보고는 사라고 한다'는 둥 말이 많지만, 그냥 정면돌파 합니다. 내 무덤에 침을 뱉으라는 식이죠.이번에 분식회계로 문제가 된 장흥순 회장은 '자급자족형'이었습니다. '유비무환형'은 불법이고 '정면돌파형'으로 가기엔 벤처업계의 대부로서 가지는 명예가 마음에 걸렸을 겁니다. 이런 자급자족형 CEO들의 문제는 주가가 내려갈 때가 고민입니다. 100억원어치 주식을 맡기고 50억원을 빌려서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 빌릴때보다 주가가 반으로 내리면 돈을 빌려준 사람은 추가로 담보를 내놓으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담보로 맡길 주식도 없습니다. 이럴때는 어떻게 해결할까요.자급자족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리면 방법은 정면돌파형 또는 유비무환형 둘 뿐 입니다. 그런데 정면돌파형의 치명적 약점은 자칫하면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는 겁니다. 주가가 높을 때 정면돌파해서 팔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주가가 낮으면 지분은 많이 팔고 돈은 얼마 못 건집니다. 그래서 '상당수'의 CEO들은 알게 모르게 유비무환형을 점점 선호하게 됩니다. 아니면 회사 돈에 손을 대게 되지요.이런 분위기는 요즘도 별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대주주가 주식을 팔면 무슨 큰 죄를 지은 것인 양 손가락질을 합니다. 대주주도 사람이고 돈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예외도 없고 용서도 없습니다. 주식은 못 팔게 하지 돈 쓸일은 많지, 대주주의 입장에서는 참 난감합니다.장 회장의 700억원대의 분식회계도 이런 분위기에서 생긴 부작용입니다. 돈 쓸일이 있으면 자기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다가 주가가 떨어지니 어쩔 수 없이 회사 돈을 끌어다 넣은 것입니다. 물론 그 유혹을 떨치지 못한 장회장의 잘못은 당연히 추궁해야 하겠지만, 대책없는 낭떠러지로 벤처기업인들을 몰아가는 업계의 분위기도 함께 바뀌어야 할 듯 합니다. 대주주가 주식을 파는 것이 주주들에게는 마뜩잖은 일이겠지만 가끔은 '그래도 사채 안쓰고 주식 팔아 쓰는구나 그만하면 대견하다'는 시선으로 이해하는 것도 필요할 듯 합니다. 이제는 '안그러면 도둑질 해오라는 것 밖에 더 되냐'는 벤처기업가들의 항변에 귀를 기울일 때도 됐습니다.
2005.09.29 I 이진우 기자
  • (edaily리포트)`웰컴 투 한국경제`
  • [이데일리 류의성기자] 추석 연휴에 북핵 6자 회담이 타결됐다는 소식이 긴급 속보로 날아들었습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국이 북한을 침략할 의사가 없음을 확인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였습니다. 북한핵은 그동안 한국경제가 제대로 할인돼 평가받는 주요인이었습니다. 증권부 류의성 기자는 `코리안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려면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작년 2월초로 기억합니다. 당시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38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개봉됐습니다. 한국전쟁을 소재로 두 형제의 비극적인 운명과 형제애를 담은 영화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영화가 끝난 뒤 눈을 닦고 나오느라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당시 열렸던 2차 6자 회담은 북핵 해법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완전검증 가능한 핵프로그램 폐기를 내세웠고 북한은 미국이 말하는 불가침을 믿을 수 없다고 맞받아쳤습니다. 실질적인 회담 성과 도출에는 실패했습니다. 올해 추석 연휴에는 한 방송사에서 이 `태극기 휘날리며`를 방송하더군요. 실미도 북파부대원들 사건을 다룬 영화 `실미도`도 추석 TV 안방을 찾았습니다. 모두가 남북 분단의 아픈 현실을 담은 영화였습니다.북핵 6자 회담 극적 타결 소식을 알리는 징조였을까요. 최근 극장가에는 반대로 남북 화해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선을 보이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강원도 첩첩산중 한 마을에 남과 북, 미군 병사까지 찾아들며 서로 마음을 열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린 `웰컴 투 동막골`은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4위에 올라섰습니다. 극장가에서 느꼈던 남북 화합의 메시지를 추석 연휴에 `북핵 6자 회담 극적 타결`이라는 큼지막한 선물을 받고 나니, 이런 소식이 영화의 한 장면으로 재구성된 듯한 착각도 느끼게 됩니다.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했던 한국의 지정학적 위험(Country Risk)가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가 잇따라 쏟아졌습니다. 외국인 투자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됐고 남북 경제협력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2003년 8월 시작된 1차 6자 회담이 북핵 평화적 해결이라는 큰 그림을 내놓기 전까지 약 2년이 걸렸습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6자회담의 결과는 불투명했습니다. 무산되는게 아니냐는 쪽으로 무게중심이 실리는 분위기였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쟁점사항에 대해 한발씩 물러나 극적인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회담을 마친후에도 핵폐기가 먼저냐, 경수로제공이 먼저냐를 둘러싸고 다소간의 의견차이가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도 포괄적인 원칙에 합의를 했을 뿐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합니다. 영화 `웰컴투 동막골`에서 서로 사이좋게 지내다가도 문득 문득 불거지는 `갈등의 앙금`처럼 말이죠. 이날 증시에서는 6자회담 타결이라는 훈풍이 투자심리를 가볍게 했습니다. 종합주가지수는 1190선에 올라섰고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60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증시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 지속될 것이란 기대가 충만했습니다. 마침 이날 전해진 뉴스는 한국경제의 장래를 더욱 밝게 합니다. 투자회사인 어라이언스 트러스츠는 최근의 성장추세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2050년 세계 8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 G8 정상회담의 회원국이 될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특히 투자자들에게 `친디아(중국과 인도의 영어식 합성어)를 잊고 한국을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일단 가닥을 잡은 북핵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남북간 시너지`도 무시할수 없을 테니까요. 영화가 `꿈`을 실현시켜주기도 하지만 그 꿈을 잉태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화해 무드를 주제로 그린 한국영화에서 앞으로는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세계 중심으로 커가는 과정을 그리는 영화가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그러기위해서는 북한의 핵포기와 미국의 불가침 의사 표명, 남한의 경제협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이번 6자회담의 공동성명(Joint Statement)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어렵게 이끌어낸 결과이니만큼 잘 키워가는 일입니다.외교도 이번처럼 매끄럽게 하고 내부의 적인 보혁갈등도 잘 치유해서 앞으로의 실천과정도 공동성명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더불어서 한국 경제가 에누리를 많이 당하지 않고 어디서나 환영받을 수 있게 되는 날이 앞당겨지기를 시장과 함께 기대해보겠습니다.
2005.09.20 I 류의성 기자
  • [나훈아]"노래인생 40년 깨달음? 오직 연습뿐이라는 것"
  • [조선일보 제공] 한 마리 ‘호랑이’가 앉아 있었다. 지난 14일 오후 여의도 MBC 방송센터에서 만난 나훈아(58). 질박한 경상도 억양으로 인사를 건네는 그와 악수를 하면 손이 뻐근하다. 청바지에 검은 재킷 위로 드러나는 몸매, 군살 하나 없다. 부릅뜬 눈 주변의 팽팽한 피부에서도 세월의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머리칼과 수염을 물들이고 있는 흰 빛은 옹골찬 39년 노래 인생을 상징하는 ‘훈장’이다. ―내년이면 데뷔 40주년이다. 기분이 어떤가? 오랜 세월 깨달음이 있다면.“특별한 건 없다. 연습, 연습, 연습 뿐이라는 것 정도? 초등학교 4학년도 다 느끼는 것일거다. ‘무슨 일을 하든 연습만이 최상의 길’이라는 걸 매번 깨닫고 있다.&nbsp;―무대 이외의 곳에서는 왜 이렇게 만나기가 힘든가?“스타가 뭔가?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다. 그리고 꿈을 파는 사람이다. 관객은 꿈을 사러 오는 사람이고. 우리는 그대로 꿈이고 별이어야 한다. 대중이 스타에 대해 이것저것 다 알아버리면 무슨 재미가 있겠나?66년 데뷔, 소리를 꺾고 비틀며 감정을 집어넣는 창법을 창조한 ‘트로트 황제’는 아직도 날이 서 있다. 노래인생 40주년을 앞두고 신곡으로 채워진 기념앨범 ‘벗’, ‘뉴 프리 스타일(New Free Style)’을 발매했고, 지난 10일에는 한강 노들섬에서 광복 60주년 기념 대형공연 ‘나훈아의 아리수’(17일 밤 9시40분 MBC 방영)를 펼쳐 1만4000여명 관객을 끌어모았다. ‘강촌에 살고싶네’, ‘머나먼 고향’, ‘고향역’, ‘물레방아 도는데’, ‘고향무정’…. 숱한 고향 노래를 불러 명절이면 더욱 생각나는 이 타고난 소리꾼. 3년여 만에 인터뷰에 응한 그로부터 마음 깊은 곳 얘기들을 하나 둘 끄집어냈다.&nbsp;―음반사에서 사환 생활을 하며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로 고생한 끝에 데뷔했다는 얘기가 있다.“하하, 다 거짓말이다. 옛날 기자들이 소설 쓴 거다. 무역상을 하던 아버지 덕에 부산 우리 집은 상당히 부자였다. 나 어렸을 때, 부산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 4층이었는데 아버지가 3층짜리 건물을 갖고 있었으니. 옛 기사에는 내가 구두닦이를 했다는 내용도 있는데 우습다. 대학 간 형 따라서 서울로 왔고, 서라벌 예고 시절 학교에서 ‘노래 잘하는 녀석’으로 소문 나면서 오아시스 레코드 사장 앞에서 노래를 했다. 이어서 바로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 수록된 음반을 취입했다. 느닷없이 떠서 솔직히 제대로 된 신인시절이 없었다.”―나훈아 하면, 60~70년대 남진과의 치열한 라이벌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그야말로 ‘공생공존(共生共存)’이었는데 정말 대단한 시절이었다. 남진은 전라도 출신에 하얗고 예쁘장하게 즉 도회적으로 생겼고, 나는 경상도 촌놈에 시커먼 게 소도둑처럼 생겼으니 완전히 대조적인 거다. 당시 김대중, 김영삼 등 지역을 대표하는 두 정치인의 대결구도에 편승한 측면도 있다.”&nbsp;―두 사람의 경쟁은 누구의 승리로 끝난 걸까?“글쎄, 각자의 길을 갔기 때문에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 남진은 크든 작든 많은 무대에 서서 자신의 끼를 발산하는 스타일이고, 나는 배가 고파 라면 하나를 먹는 한이 있어도 내가 설 자리가 아니면 나서지 않는 식이었다.&nbsp;―”남진이 시켰다”고 횡설수설하며 한 관객이 무대에 뛰어올라와 사이다 병을 휘둘러 얼굴을 70바늘이나 꿰맨 사건도 있었다.“아마 목포 공연이었던 것 같다. UDT 출신이라던데, 하여튼 죽을 뻔 했다. 내가 완력이 있으니까 이 정도지 목을 겨냥하고 들어왔으니 다른 가수였으면 살아남기 힘들었을 거다. 당시 무대에서 10여분간 싸웠는데, 관객들은 장난인 줄 알았던 것 같다. 그러다 피가 쏟아지는 걸 보고 경찰이 출동했다.”&nbsp;이어, 만면에 웃음을 머금은 나훈아가 자신의 왼쪽 뺨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직도 굵은 흉터가 선연하게 얼굴 한 쪽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는 “그 일 말고도 연예인 주변에서 서성거리는 깡패들과 싸운 일이 여러 번. 그래서 7번쯤 경찰서에 들어갔다 훈방됐다”며 “쇼를 할 때마다 분장실에 찾아와 여자 무용수 가슴을 마구 주무르는 깡패들 작태를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당신은 타고난 소리꾼인 것 같다. 가수로서의 인생에 만족하나?“다시 태어나면 노래 안 한다. 내 스타일은 어쩌면 남대문 시장에서 수건 하나 목에 매고 소리치며 장사하는 거다. 끝나면 저녁에 소주 한잔 마시며 옛 노래 부르고…. 그런데 이렇게 평생 노래하며 살고 있으니 항상 불만스럽다. 그래도 가수 또는 연예인으로 스스로 도취돼있지 않기 때문에, 항상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반성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nbsp;―특유의 꺽고 비트는 창법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어려서 할머니 따라다니며 민요공연을 봤던 영향이다. 최희준, 남일해 등 선배들은 노래를 깨끗하게 불렀는데, 나는 민요에 바탕을 둔 창법으로 음을 이렇게 저렇게 꺾어 불렀다. 이후 후배들은 내 창법을 교과서처럼 따라하고 있다. 가요사에 남을 일이라고 생각한다.”&nbsp;나훈아는 ‘트로트’라는 표현에 극도의 거부반응을 보였다. “영어로 쓰면 ‘trot’인 ‘트로트’는 4분의 2박자인 리듬을 나타낼 뿐이다. 더구나 우리의 정서와 한을 담은 전통가요를 일컫는 명칭이 왜 외국어라야 하냐?”며 ‘트로트’ 대신 ‘아리랑’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그는 몇개월전 각 방송사 음악 프로 관련 PD들에게 이런 생각을 담은 문건을 일제히 보낸 적도 있다.―직접 작사, 작곡도 하는 당신의 음악활동은 끝이 없다. “내 자랑 한번 하자. 이 정도로 긴 세월 노래하며 끊임없이 새 히트곡을 내는 가수가 있는가? 게다가 나는 80년대 이후 방송의 힘도 외면한 채, 라이브에만 전념했다. 마이클 잭슨만 봐도 예전 히트곡을 계속 우려먹지 않는가? 난 언더그라운드 아리랑 가수다. 이번에 나온 ‘벗’ 앨범은 유명 작곡가 14명이 나를 위해 곡을 써서 만들어진 기념비적 음반이다. 100년쯤 지나면 희귀앨범이 될 것이다.”&nbsp;―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20~30대 못지 않은 근육질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운동 안 하면 2시간 공연도 못한다. 빨리 걷는 운동을 한다. 대중 앞에 서는 스타가 배는 불뚝 나오고 살이나 디디(많이) 쪄있으면 어쩌겠나? 담배도 끊은지 5년이 넘었다. 사명감에서 한 일이다.”나훈아는 사생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을 피했다. 85년 14년 연하의 후배가수 정수경씨와 결혼, 1남1녀를 두고 있다. 1970년대 당대의 여배우 김지미씨와의 열애설은 중년 팬들에게는 아직도 기억에 뚜렷한 ‘사건’. “예전 김지미씨와…”라고 운을 떼자 “어허 됐다니까”라며 슬쩍 웃어넘긴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나훈아의 아리수’ 공연 녹화 테이프를 보며 제작진과 함께 편집 작업을 하고 있다. 거대한 성(城) 모양의 세트를 뚫고, 말을 탄 채 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는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친다.
  • 잘나가던 애널리스트 신성호씨 "내가 직접 투자해보니…"
  • [조선일보 제공] 신성호(49) 동부증권 법인본부장(상무)은 증권가에서는 알아주는 정통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1981년 삼보증권(현 대우증권) 조사부에서부터 리서치 업무를 시작, 1990년대 말에는 ‘리서치 본가’라는 말을 듣는 대우증권의 대표 애널리스트로 활약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 3월 현직을 떠나 스스로 투자에 나섰었다. 우리증권 리서치센터장을 그만두고, 동부증권 영업맨으로 돌아오기까지 약 5개월간 야인(野人)으로 지내며, 자신의 재산을 주식·펀드·옵션 세 분야에 나눠 직접 돈을 굴려봤다. 결과는 ‘성공’이라고 부르기는 다소 어색한 것이었다. 특히 옵션 분야에서는 손실을 봤다고 그는 얘기한다. 그는 “과도한 단타성 매매의 유혹을 견디기 힘들었다”며 자신의 체험담을 직접 소개한다. &nbsp;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상황판단이라고 생각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제력’이 중요했다. 오랫동안 증권업계에서 종사했던 나에게도 매매과정에서의 자제력 유지는 어려웠다.나는 3월 중순부터 증권회사를 떠나 있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동안 주식을 매일 연구하기는 했지만 애널리스트라는 특수한 상황 때문에 본인이 직접 투자를 할 수는 없었다. 회사란 틀에서 자유로워진 후 스스로 투자에 나섰다.&nbsp;◆가지고 묻어둔 주식에서는 이득 봤다5개월 후 현 직장에 복귀하기까지 주식관련 자산을 인덱스펀드, 주식현물, 옵션의 세 부문으로 나눠 투자했고, 인덱스펀드와 주식현물 부문은 좋은 성과를 거뒀다.증권사 재직 중에서도 인덱스펀드는 투자할 수 있었다. 2년 전 펀드 가입 이후 지금까지 주가지수는 53.8% 상승했는데, 내가 든 펀드는 수익률이 74%에 달했다. 이 펀드는 아직도 보유 중이다.&nbsp;주식 현물은 딱 한 종목만 투자했다. 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중저가 대형주로 기관과 외국인이 선호할 만한 것이었다. 4개월 15일간 보유하다 동부증권 입사가 결정된 직후 팔았다. 29.1% 차익을 봤는데, 이 기간 중 종합주가지수가 10.5% 상승했으므로 만족할 만한 성과였다.◆옵션의 실패&nbsp;사실 기대를 크게 걸었던 것은 옵션투기거래 쪽이었다. 적은 자금으로도 기하급수적으로 큰돈을 만들 것이란 희망 때문이었다.1000만원 넘는 돈으로 투자를 했다. 처음에는 아무리 단기투기매매가 성행하는 옵션이라도 장기적으로 투자를 가져간다는 전략이었다. 원래 투자전략이 전공이었으므로 자신이 있었다. 길게는 1개월, 짧게는 3~4일 동안의 주가흐름을 예측한 채 투자를 했다. 초기엔 성공했다. 순식간에 투자금이 3배로 불었다.&nbsp;“이러다가 조만간 떼부자가 되어 크루즈 여행이나 하며 지내는 것 아니야?” 머릿속은 온갖 꿈으로 가득 찼다. 더구나 시장흐름이 생각과 비슷하게 흘러가며 자신감은 확신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nbsp;그런데 시간이 경과하면서 욕심이 생겼다. 점점 단기에도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생선가시에 붙어있는 매우 작은 살점까지 발라서 먹는 식으로, 더 빨리 승부를 보고자 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매가 잦아졌다. 어떤 때는 사고 10분 만에 팔았다.◆성격이 조급해진다&nbsp;그 다음에는 이런 불안감으로 행동이 거칠어지고 조급해졌다. 매매를 하지 않으면 허전해졌다. 마치 어린아이들이 게임에 몰두하는 것 같았다. 어찌 보면 투자가 게임으로 변질 된 것인데, 주변에 아는 사람들이 이런 매매를 할 때마다 비판하고, 냉소적이었던 나 자신도 그렇게 변했던 것이다. 결국 이 때문에 옵션의 큰 흐름을 놓쳤고, 결국 거의 투자자금이 반토막나고 말았다.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8월 초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주식투자에서 1조6000억원 가량 평가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개인투자자 실패의 상당부분은 나와 같은 단기매매 때문이 아니었을까. 덧붙여 자금여력보다 엄청 더 큰 주식매매를 가능하게 하는 미수(외상)매매도 절제력을 약화시키고 투자의 단기화를 유발시켜 성과를 낮추었을 것 같다.&nbsp;[투자 실패 5가지 교훈]①시장의 큰 흐름을 파악하라 이득을 본 것은 언제나 시장의 큰 흐름이 오르는 것인지 내리는 것인지를 생각해 투자했을 때였다.&nbsp;②해당종목의 가치를 파악하라한 종목을 가지고 오래 보유하고 있는 만큼 그 종목이 얼마나 장기적으로 믿을 만한지가 중요했다.&nbsp;③작은 이익에 연연하지 말 것작은 이익에 연연할 경우 오히려 큰 시장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nbsp;④단기 매매는 금물이다.단기 매매의 중독성은 심각했다. 이런 중독성은 정확한 판단을 흐리게 만들었다.&nbsp;⑤간접상품 활용으로 위험통제스스로 자제하는 것이 힘들다면, 누군가가 자제시켜 줘야 한다. 전문가의 얘기를 듣든지 아니면 간접상품을 활용하라.
  • LG화학, 자동차소재 국산화 `박차`
  •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LG화학(051910)이 자동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를 우리 기술로 개발해 국산화하는 데 가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자체 개발한 에어백 커버 소재 `키플렉스 BT`를 현대자동차(005380)의 신형 `베르나`와 `싼타페` 후속(프로젝트명 CM)에 공급키로 했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되는 차량 뿐 아니라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될 `싼타페` 후속에도 LG화학의 에어백 커버 소재가 부착될 예정이어서, 국산화에 따른 수입대체 효과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품질을 인정받게 됐다. 신형 `베르나`는 연간 글로벌 판매 3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싼타페`후속도 앨라배마 공장 생산 15만대와 국내 생산 10만대 가량으로 예상되는 등 현대차가 내세우는 해외 수출 전략 차종들이다. 에어백 커버 소재는 그동안 미국 화학업체 `듀폰`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으며 국내 업체들도 대부분 듀폰으로부터 제품을 수입해 생산해오고 있는 실정. LG화학은 지난 98년 에어백커버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을 시작해 99년 기아자동차 `세피아`, 2002년 `옵티마 리갈` 내수용에 일부 납품을 해왔다. 내수뿐 아니라 수출용까지 대규모로 공급하는 것은 베르나, 싼타페가 처음이다. LG화학은 2007년과 2008년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신차에도 확대 적용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 메이커에도 공급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함께 LG화학은 `듀폰`와 `몬텔`등이 주도해오던 자동차 도어 및 계기판 스킨재도 국내 최초로 개발하고 적용차량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친환경적인 부품소재인 `TPO(Thermoplastic Olefin)`로 기아차의 `그랜드카니발`에 적용됐으며 내달 중순 출시될 `로체`(옵티마 후속)에도 공급하게 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자동차 소재는 안전성과 내구성을 담보해야하기 때문에 충분히 검증되고 신뢰성이 확보되야만 공급이 가능하다"며 "과거에는 수입소재와 경쟁하거나 대체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최근 국산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5.09.15 I 하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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