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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인뉴욕)콩가루 가족의 좌충우돌 여행기
  • (필름인뉴욕)콩가루 가족의 좌충우돌 여행기
  • [뉴욕=이데일리 하정민특파원] "남들이 보지 않을 때 내다버리고 싶은 존재" 일본의 영화감독이자 명 코미디언인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 바 있다. 버리자니 남들의 눈이 무섭고 같이 살자니 감당해야 할 짐들이 너무 버거운 애물단지. 기타노에게 가족은 그런 의미였던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도 가족의 의미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살아가는 이유이자 어떤 고난도 참고 이겨내게 하는 힘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짐스럽고 귀찮으며 인생 최대의 걸림돌로 여겨지기도 한다. 최근 미국에서는 괴짜 가족의 희한한 여행길을 다룬 블랙 코미디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어린이 미인대회에 출전하려는 막내 딸을 위해 콩가루 집안의 일원들이 펼치는 좌충우돌 여행기를 그린 `리틀 미스 선샤인`이다. 뉴멕시코 주 앨버커키에 사는 후버 가족은 인생 낙오자들의 집합소다. 아빠 리처드는 인기없는 성공학 강사로 입만 열면 승리와 성공을 외치지만 정작 본인은 파산 직전에 몰려 있다.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 셰릴은 그나마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매일 저녁 식사를 KFC 통닭으로 차려낸다. 헤로인 상습 복용자이자 포르노 중독자인 할아버지는 15살짜리 손자에게 섹스가 절대 선이라고 가르친다. 니체 철학에 심취한 아들 드웨인은 세상을 증오하고 있고, 전투 조종사가 될 때까지 가족과 대화를 않겠다며 자신의 의사를 노트에 끄적여 전달한다. 젊은 애인에게 버림받고 장학금 타는데도 실패한 셰릴의 게이 오빠이자 철학자 프랭크는 자살 시도 후 이 콩가루 가족에 얹혀 산다. 7살짜리 딸 올리브는 미소녀와는 거리가 있는 외모지만 어린이 미인대회에 나가는 것에만 집착한다. 어느 날 올리브는 남부 캘리포니아 레돈도 비치에서 열리는 `리틀 미스 선샤인` 대회의 출전권을 따낸다. 비행기를 탈 돈이 없는 후버 가족은 이를 위해 낡은 고물 버스를 타고 캘리포니아로 향하면서 갖가지 사건들을 겪는다. 클러치 고장으로 차를 탈 때마다 온 가족이 밀어서 간신히 타고, 빠듯한 예산 때문에 아버지는 딸의 아이스크림을 뺏어먹으려 잔꾀를 부린다. 외삼촌 프랭크는 자기를 찬 젊은 게이 애인이 부자 남자 친구와 만나는 모습을 목격하고, 비행사가 꿈인 아들은 자신이 색맹이란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관계도 파국 일보 직전으로 치닫는다. 가뜩이나 서로를 못마땅해하고 미워하는 이 가족은 이로 인해 더욱 상처주는 말을 내뱉으며 증오심을 불태운다. 그런데 갑자기 할아버지가 약물을 복용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시신 수습 때문에 어린이 미인대회에 참석하지 못할 지경에 몰린 후버 가족은 급기야 할아버지 시체를 차 트렁크에 넣고 해변으로 내달린다. 미인대회 장소에 도착해서도 갖은 일화를 겪으면서 후버 가족은 그간 잊고 있었던 가족애를 느끼기 시작한다. 미워도 미워할 수 없고,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는 가족이라는 공동 운명체. 아무리 지지고 볶고 싸워도 결국엔 가족이라는 큰 틀 안에서 조금만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가족이란 끈끈한 줄기는 결코 쉽게 끊어지지 않으며 힘들고 괴로울 때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가족의 또 다른 정의가 `미친 듯 도망치다 스스로 되돌아오는 요요` 같다는 생각도 든다. 북미 박스오피스의 흥행작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헐리웃 메이저 영화사가 몸값 비싼 스타들을 데리고 찍은 후 첫 주에 엄청난 숫자의 스크린을 확보해 몇 주안에 수억달러를 벌어들이는 블록버스터 영화가 있는가 하면, 소규모 제작비에 적은 스크린에서 개봉을 한 영화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점점 인기를 얻는 경우도 있다. 3년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 `나의 그리스식 결혼`이나 지난해 미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펭귄 : 위대한 모험`은 후자의 대표작들이다. 스타 한 명 나오지 않고, 눈 돌아가는 화려한 액션 씬도 없지만 공감가는 내용에 박장대소할 유머와 훈훈한 결말까지 갖춘 `리틀 미스 선샤인`도 작은 영화의 매서움을 보여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6.08.30 I 하정민 기자
 은밀히 사랑을 봉인했던 돌벽 주변엔 ‘1달러 행렬’만
  • [세계영화기행] 은밀히 사랑을 봉인했던 돌벽 주변엔 ‘1달러 행렬’만
  • ▲ 앙코르 유적지에서 만난 캄보디아 소녀.[조선일보 제공] ‘화양연화’에서 차우와 리첸은 각자의 배우자가 서로 연인 사이임을 알고 문제를 논의하다 사랑에 빠진다. 다가서지도 물러나지도 못한 채 미끄러지기만 하는 인연.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영화의 자취를 찾아 떠나는 이의 가슴은 ‘사랑의 달콤한 패배감’에 대한 감상적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적어도 처음엔 그랬다. ◆홍콩 여행이 기대와 달라진 것은 영화 속 치파오(원피스 형태의 중국 전통의상)의 산실을 찾아나설 때부터였다. ‘화양연화’는 스물여섯 벌의 치파오를 갈아입으며 연기한 배우 장만옥이 가장 아름답게 나온 작품이었다. 그런데 극 중 의상을 담당했다고 주장하는 가게는 하나가 아니었다. 크게 성공한 ‘화양연화’의 상업적 위력 때문이었다. 코즈웨이 지역의 낡은 건물 2층에 있는 ‘롱콩 레이디스 테일러’는 ‘화양연화’ 미술감독의 친구란 인연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다는 양랑광씨가 주인이었다. 영화와의 인연에 대해 계속 질문했더니 대답 대신 장만옥 장쯔이 등 스타들이 그의 옷을 입고 함께 찍은 사진들이 담긴 파일을 보여줬다. 좁고 허름한 실내엔 재단 중인 옷들로 가득했다. 란콰이퐁 지역의 치파오점 ‘린바 테일러’는 매장을 제대로 갖추고 기성복과 맞춤복을 팔았다. 손님인 듯 고를 땐 친절하던 주인이 기자 신분을 밝히자 차갑게 변했다. “‘화양연화’ 옷을 만든 곳이 맞냐”고 묻자 “화양연화의 옷과 같은 치파오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애매하게 답했다. 한자로 ‘연화(年華)’를 표기한 간판을 가리키며 “상호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냐”고 한 뒤 “영화와 관련된 어떤 말도 할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화양연화’의 옷을 만든 곳에 대해 자료마다 엇갈렸다. 멜로 한 편이 명성을 얻고 나면, 환상엔 늘 돈 냄새가 들러붙는다. 어쩌면 판타지란 구름처럼 성기고 몽글몽글한 유동체가 아니라 각을 이뤄가며 정교하게 가공된 금속성 고체 같은 건지도 모른다. ▲ 앙코르 유적지의 아침은 앙코르 와트의 탑 위로 불쑥 해가 오르면서 갑자기 찾아왔다. 연못은 해와 탑이 빚은 풍경을 거꾸로 비쳐 거대한 환(幻)의 세계를 그려냈다.◆캄보디아 ‘화양연화’는 앙코르 와트로 간 차우가 오래된 석조 건물 구멍에 대고 뭔가 속삭인 뒤 진흙으로 메우는 상징적 장면으로 끝난다. 그들 사랑이 안타깝게 끝난 후 먼 훗날의 일이었다. 캄보디아로 간 것은 그 장면의 비밀을 엿보고 싶어서였다. 시엠립 인근 거대한 고대 유적터의 중심을 이루는 앙코르 와트는 전성기를 누리던 앙코르 왕조가 12세기에 건립한 힌두교 사원이다. 일출 때 방문한 앙코르 와트는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새벽 5시에 도착해 어둠 속 앙코르 와트의 차가운 돌 벽을 더듬어 걸어갈 때 허둥대는 손과 발을 타고 묵은 시간이 고스란히 옮아왔다. 사원에서 나와 연못가에 자리 잡았다. 불그스름한 기운이 주위로 퍼지더니 어느 순간 탑 위로 태양이 불쑥 솟아올라 눈부시게 빛났다. 연못은 풍경을 거꾸로 비쳐내 거대한 환(幻)을 빚었다.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은 유구했다. 세월을 이겨낸 돌은 당당했다. 그러나 인간은 그럴 수 없었다. 바푸온 사원 근처를 어슬렁대자 팔찌 3개를 1달러에 팔려는 다섯 살 남짓 아이가 끝까지 따라왔다. 따 프롬 사원에서 헤맬 때 길을 가르쳐준 청년은 ‘원(one) 달러’를 외쳤다. 신상(神像)의 얼굴에 넉넉히 머물렀던 ‘크메르의 미소’는 현실에서 늘 1달러짜리 그림자를 달고 다녔다. 앙코르 와트를 포함해 유적지 곳곳의 사원들은 정교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화양연화’의 사랑은 점차 희미해졌다. 대신 최빈국 캄보디아의 거리 풍경이 여행자를 압도해왔다. 관광객이 지나다니는 곳마다 할머니들이 빈 페트병을 찾아 쓰레기통을 뒤졌다. 왓 트마이의 위령탑 안에는 킬링 필드 학살 때 죽은 사람들 해골이 쌓여 있었다. 허름한 농가를 개조한 지뢰 박물관엔 다리 잘린 청년이 목발을 짚은 채 방문객을 따라다녔다. 박물관 천장의 선풍기가 제대로 바람도 일으키지 못한 채 요란한 소리만 냈다. 과거를 찾아나섰다 현재와 마주쳤고, 판타지를 좇다 리얼리티에 부딪혔다. 오토바이에 태우고 다니며 이틀간 안내해준 스물두 살 청년 품라는 캄보디아인치고도 유달리 피부가 검었다. “실내에서 일하기에 피부가 하얀 당신과 난 여건이 다르다”며 “피부색 차별이 없는(그는 그렇게 믿었다) 미국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캄보디아를 떠나기 직전 ‘똔레 삽’을 ‘관광’한 건 정말 실수였다. 수상 마을이라기에 이국적 풍광을 기대했는데, 보트를 타고 다니면서 점점 더 마음이 무거워졌다. 캄보디아에서도 최빈층이 모여사는 그곳 실상은 참담했다. 호수라고 불리는 그 거대한 흙탕물 바다는 거주민들의 삶 자체였다. 주민들은 그 물을 그냥 마셨다. 아이들은 잠수해 물고기를 잡거나 대야를 타고 다니며 관광객에게 손을 벌렸다. ‘똔레 삽’이 ‘신선한 물’을 의미한다는 역설 속에 세계의 부조리가 들어앉아 있었다. 보트 운전사 코이는 임신한 애인 집에서 180만원의 지참금을 요구해 결혼을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캄보디아에선 돈이면 청부살인도 할 수 있다”던 코이는 “난 아무것도 아닌 놈이니까 오늘 죽어도 상관없다”는 말을 끝으로 입을 닫았다. ‘관광’의 마지막은 침묵이 지배했다. 흙탕물 속에서 그물을 던지던 아이들 쪽으로 애써 고개를 돌리다가 무의식적으로 손에 쥔 콜라 캔을 비웠다. 탄산이 입에서 톡 쏘며 가볍게 터졌다. 음료가 목구멍을 시원하게 넘어갔다. 견딜 수 없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빈곤을 눈요기하며 상대적 행복감을 제공하는 관광은 얼마나 비윤리적인가. 그리고 가지지 못한 자에게 물질만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얼마나 큰 위선인가. 다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해도, 비참한 생활의 현장을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일만큼은 명백한 잘못이었다. 수백년된 돌 벽에 사랑을 봉인(封印)해 영원을 꿈꿨던 차우는 다시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사랑을 애틋하게 기억할까. ‘화양연화’ 자취를 찾아 캄보디아를 찾았던 여행자가 그렇게 묻는다고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늦은 밤 시엠립 공항에서는 전혀 다른 물음이 꼬리를 물었다. 코이는 신부를 데려올 수 있을까. 품라는 미국에서 일할 수 있을까. 설혹 그게 제대로 꾼 꿈이 아니라 해도. 당장이 아니라 멀고 먼 훗날이라도.최고의 사랑영화로 흔히 거론되는 ‘화양연화’는…홍콩의 대표적 감독 왕가위의 2000년작이다. 왕가위는 국내에도 허다한 팬을 갖고 있는 인기 감독이지만, ‘화양연화’는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60년대 홍콩의 아파트를 배경으로 아프게 사랑을 나누는 남녀 이야기를 시적이고 음악적인 영상에 빼어나게 담아냈다. 홍콩 배우 장만옥과 양조위가 가장 멋지게 등장한 작품으로 꼽히기도 한다. 양조위는 이 영화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이웃에 살던 차우와 리첸은 서로의 배우자끼리 연인 사이임을 알게 된다. 서로를 위로하는 과정에서 점차 사랑을 느끼게 된 둘은 심각한 고민에 빠진다. ★여행수첩=앙코르 와트를 중심으로 한 앙코르 유적지는 캄보디아의 도시 시엠립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아시아나 항공에서 인천-시엠립 직항편을 운행한다. 핵심인 앙코르 와트는 12세기에 전성기를 누렸던 앙코르 왕조의 뛰어난 축조술을 보여주는 힌두교 사원이다. 어느 때 방문해도 좋지만, 일출 무렵에 가장 아름답다. 나무들이 유적지 벽을 무너뜨린 채 자라면서 폐허 같은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는 따 프롬, 앙코르 유적지 중 유일한 불교 사원인 앙코르 톰, 멋진 일몰 풍경을 볼 수 있는 프놈 바켕과 프레 룹 등도 인상적이다.
  • 사람들이 비웃었던 그 소년, 유명 아티스트로 성장하다
  • [조선일보 제공] “열일곱에 가출해 그림을 그리면서 막막할 때도 있었죠. 주변 사람들이 그래가지고 깡패 밖에 더 되겠느냐’고 비웃을 때마다 혼자 속으로 되뇌었어요. ‘나는 그림을 그릴 거다!’라고요.”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혼자 책을 보며 그림을 그리던 한 남자 아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로 성장했다. 독학으로 만화, 초상화, 벽화를 섭렵한 지성진(28)씨. 그림에 매료돼 고등학교까지 중퇴한 그가 스프레이로 벽에 그림을 그리는 새로운 예술 ‘그래피티’에 정착했다. 지씨는 월간 톱클래스 9월호와의 인터뷰에서 “장소와 배경에 구애 받지 않고 여기저기 낙서를 하듯 그림을 그리면 온 세상이 다 캔버스”라며 “여러 일을 해봤지만 그림만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건 없었다”고 말했다. 지씨의 활약은 눈부시다. 2004년 서태지의 ‘Live Wire’, 휘성, 양동근의 뮤직비디오와 영화 ‘S다이어리’, ‘내사랑 싸가지’, ‘6월의 일기’, 드라마 ‘루루공주’에 이르기까지 여러 매체에서 접했던 그래피티 중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다. 각종 그래피티 대회의 심사위원도 단골로 맡았다. 영화, 드라마, 광고에도 출연했고, 다큐멘터리 주인공이 된 적도 여러 번. 이쯤 되면 ‘종합 엔터테이너’라 이름 붙여도 손색이 없다. 지난 6월 광릉 아프리카 미술박물관 그래피티를 성공리에 마친 그는 최근 SK건설이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짓고 있는 도심형 실버 레지던스 ‘SK 그레이스힐’의 내부 디자인을 맡았다. 거실 바닥에 연못, 수풀 등을 그래피티로 그려 넣어 실버 주택에 젊은 감각을 가미하면서 큰 호응을 얻어냈다. 지 씨는 서너 살 때부터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학원에 다닐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림이 배워서 되는 건가요? 열정만 있으면 되지”라고 했다. 중학교 시절엔 마로니에 공원에서 자화상을 그려주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영화에서 본 그래피티에 완전히 빠져든 그는 아예 학교를 그만뒀다. 집에서 그림을 못 그리게 해 가출까지 했다. 그림을 배우는 데 학교 도움을 받은 적이 없지만, 몇 년 전 모 대학에서 그래피티 학과를 개설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을 당시엔 교수 임용 제안도 받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제게 어느 대학 나왔느냐고 묻는 사람이 많았어요. 요즘은 제가 고교 중퇴인 게 다 알려졌는지 고등학교도 졸업 안 했는데 어떻게 그림을 배웠느냐고들 물어요. 계속 그림을 그리다 보니 학력도 무의미해지던 걸요.” 지씨의 꿈은 자신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어머니를 위해 집을 한 채 사드리는 것이다. 현재 통장 잔고는 비어있지만, 그래도 적금을 붓기 시작했다며 자랑이다. 벽에 낙서를 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도시 곳곳에 생명을 불어넣는 지성진씨. 미국의 낙서화가 장 바스키아처럼 주체할 수 없는 낙서 본능으로 현대미술의 스타가 될 날이 머지 않았다.
  • [Cool한 여행지]③알래스카 호머
  • [스포츠월드 제공] 키나이 반도의 끝 호머(Homer). 길가에 배낭을 짊어진 사내 하나 앉아 있다. 한 손에는 ‘앵커리지’(Angchorage)라 쓴 종이를 들고 있다. 그는 앵커리지까지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배낭여행자다. 버스같은 대중교통이 전무한 알래스카에서는 흔한 일이다. 여름 알래스카에서는 저마다의 방식대로 여행을 한다. 호화 유람선을 타고 나선 부유한 사람들도, 캠핑카를 끌고 일주일씩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달려온 사람들도, 배낭 하나 달랑 짊어지고 두 발과 히치하이킹으로 여행하는 배낭족도 제각각의 스타일로 알래스카의 여름을 만끽한다.호머는 알래스카에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남쪽에 있는 포구다. 가는 길도 독특하다. 하이웨이에서 오른쪽으로 난 샛길을 따라가면 어김없이 바다와 만난다. 이 바다는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이 갯벌을 무대로 하는 조개잡이도 이 지역의 꽤 유명한 관광 상품 가운데 하나다. 호머를 앞에 두고 길은 왼쪽으로 크게 휘어진다. 전망대가 있는 이곳에 차를 멈추면 호머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절벽에 자리한 아담한 집 너머로 바다를 향해 걸어 들어간 항구가 아련하다. 바다 건너로는 빙하와 흰눈을 이고 있는 아름다운 산들이 배경으로 둘러쳐 있다.호머는 마을이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하나는 호머 스핏(Homer Spit)이라 부르는 항구와 다른 하나는 다운타운이다. 호머 스핏은 다운타운에서 바다를 향해 10㎞ 떨어져 있다. 본래 섬이었지만 100년 전 석탄을 실어나르는 포구로 개발된 후 내륙과 방파제로 연결됐다. 호머 스핏의 항구에 정박중은 700여척의 배들.호머 역시 핼러버트 낚시의 고향이다. ‘세계 최고의 핼러버트 낚시터’라는 애칭처럼 이곳에서는 거대한 핼러버트를 잡으려는 꿈에 부푼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역대 최고 기록은 1956년에 잡은 1000파운드(약 450㎏)다. 이것 말고도 해마다 300파운드 이상 되는 핼러버트가 수시로 올라온다. 호머는 또 뭍이지만 배를 타고 가야 하는 셀도비아(Seldovia)로 가는 길목이다. 배낭족들은 이곳에서 워터택시(Water Taxi)라 불리는 배를 타고 인간의 그림자가 얼씬도 하지 않는 자연을 찾아간다. 호머 스핏의 집들은 하나같이 허공에 떠 있다. 이것은 1964년 알래스카를 덮친 최악의 지진 참사에서 얻은 교훈이다. 당시 해안가 저지대의 집들은 지진으로 인한 쓰나미로 ‘물벼락’을 맞았다. 그 후 쓰나미가 몰려와도 안전하도록 건물의 바닥을 허공에 띄워 지은 것이다. 호머 스핏의 집들은 저마다 특색이 있다. 찻집이며 낚싯배 대여점, 해산물 가게, 기념품점 등이 독특한 장식으로 치장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호머 스핏의 거의 끝머리에 자리한 등대 카페. 기념품과 커피를 함께 팔고 있는 이 집은 나무로 지은 등대 아래 자리했다. 아름다운 등대와 갖가지 장식으로 꾸민 이 집은 누구라도 지친 다리를 쉬어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매력적이다.호머 스핏 초입에 있는 피싱 홀(Fishing Hall)은 여름이면 연어 낚시터가 된다. 인공으로 만든 저수지처럼 보이는 이 곳은 한쪽만 바다와 통할 수 있게 터놓았다. 이곳으로 길을 잃은 연어들이 몰려든다. 이 연어들은 산란을 할 수 없는 초라한 신세들이지만 낚시꾼들에게는 더 없는 손맛을 제공한다. 다운타운과 포구의 중간에 자리한 벨루가 호수(Beluga Lake)도 매력적이다. 가장 알래스카다운 풍경 가운데 하나인 수상비행기가 이곳에 몰려 있다. 호수를 박차고 날아오르는 수상비행기의 경쾌한 모습이나 호수 한켠에 정박해 있는 비행기들을 볼 때면 이곳이 진짜 알래스카라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다운타운에서 힐 로드(Hill Road)를 따라 가면 절벽 위에 서게 된다. 이곳은 바다에서 500m 높이에 불과하지만 전망은 상상 이상이다. 당연히 호머에서 돈 좀 만진다는 부자들이 이 언덕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부러워할 일만은 아니다. 언덕의 전망대에 서면 벨루가 호수와 700여척의 보트가 정박한 호머 스핏, 바다 건너 아름다운 빙하와 산자락이 와락 가슴에 안긴다. 이 풍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래스카의 남쪽 끝 호머를 찾은 수고는 충분히 보상받고도 남았다. [여행쪽지]배낭여행 꿈 꾼다면 히치하이킹 활용알래스카 대중교통편 거의 전무호머에서 앵커리지로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여행자.미국 본토에서는 히치하이킹이 불법이다. 길 위에서 손을 들어도 차를 멈추지 않을 뿐더러, 설령 차가 멈췄다고 하더라도 차를 얻어타는 일은 극히 드물다. 이것은 히치하이킹이 범죄에 이용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래스카에서는 예외다. 도로에서 손을 들고 히치하이킹을 시도하는 배낭여행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이것은 알래스카의 치안이 그만큼 안정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실제로 알래스카는 범죄율이 ‘제로’에 가까울 만큼 치안이 안정되어 있다. 오히려 사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자연적인 위험이다. 이를 테면 곰의 습격이나 번개에 의해 발생하는 산불 등이 안전을 위협한다. 여름 알래스카에는 해마다 수십건의 자연발생적 화재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도로가 통제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알래스카는 대중교통편이 거의 전무하다. 앵커리지에서 위디어나 디날리국립공원을 오가는 특급열차를 제외하고 버스 등의 교통수단은 없다. 다만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여행하는 배낭여행자를 위해 여름 한철만 페어뱅스나 앵커리지에서 캐나다 와이트호스나 더슨 크릭을 오가는 승합차가 있을 뿐이다. 또 마린 드라이브라 부르는, 시애틀에서 해안가의 주요 도시를 따라 운행하는 페리를 이용한 여행도 가능하다. 그러나 내륙을 갈 때는 역시 특별한 교통수단이 없다.따라서 배낭여행을 꿈꾼다면 히치하이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방법이다. 자전거를 사서 이용하는 것도 유용하다. 물론 어느 방법을 이용하더라도 고생스럽다. 그러나 배낭여행의 고전에 가장 충실한 방법(?)이다. 또 경비를 줄일 수 있는 것도 잇점이다.배낭여행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숙박이다. 그러나 알래스카는 캠퍼들의 천국이다. 게스트 하우스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텐트 하나면 충분한 캠핑장이 지천이다. 특히 이름난 관광명소나 해안가의 도시에는 캠핑장이 몇 곳씩 된다. 앵커리지 시내에도 4곳의 캠핑장이 있다. 캠핑장은 테이블과 주차장, 음수대, 화장실, 바비큐 시설이 기본으로 갖춰져 있다. 또 관리소에서 캠프 파이어용 나무도 살 수 있다. 이용료는 위치에 따라 다르다. 알래스카 주에서 운영하는 캠핑장의 경우 10∼15달러 내외다. 이용자가 많을 경우 직접 받으러 오지만, 외진 곳에 있는 캠핑장은 캠퍼가 신청서를 작성하고 사용료를 첨부해 캠핑장 입구에 마련된 통에 넣는 경우도 있다.
''無자녀가정'' 저축률 ''有자녀''의 최고 4배
  • ''無자녀가정'' 저축률 ''有자녀''의 최고 4배
  • [조선일보 제공] ‘살기가 갈수록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시 근로자들의 소득은 매년 3~5%씩 오르고 있다. 집값 상승에 힘입어 재산 평가액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도 저축통장은 늘 비어 있다.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본지는 한국인들의 저축·소비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재무설계㈜의 도움을 얻어 직장인 629명을 면담 조사했다. 조사 결과 도시가구의 소비가 소득보다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교육비(육아비용 포함)와 주거비용의 증가는 위험 수위에 도달해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자녀가 저축률을 결정한다 직장인에게 저축이 힘든 이유를 물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자녀 교육비 부담’이다. 면담자의 대부분이 소득의 20~50%를 자녀 교육비로 쓰고 있으며, 이 때문에 월급의 15% 이상을 저축하기 힘들다고 답변했다. 그러면 자녀가 없으면 저축을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이번 조사에서 저축률이 가장 높았던 권인혁(36) 김미주(36)씨 부부는 학원강사로 일하는 맞벌이 부부다. 두 사람은 7년 전 결혼할 때 아이를 낳지 말고 열심히 돈을 벌어 40대 후반에 조기은퇴를 하자고 합의했다. 저축을 늘리기 위해 권씨 부부는 자동차를 팔아버렸고, 돈 안 드는 독서와 음악감상으로 여가시간을 보내고, 외식도 한 달에 2~3차례만 하고 있다. 이렇게 절약하여 월 소득 650만원(세후) 가운데 500만원을 저축하고 있다. 저축률이 무려 76%에 달한다. 한국재무설계 오종윤 이사는 “무(無)자녀 가정의 저축률은 20~70%선으로 유자녀 가정의 저축률(0~20%)보다 2~4배 높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저축 갉아먹는 자동차·휴대폰·카드 80~90년대 20%선을 넘나들던 가계저축률이 최근 한 자리 숫자로 급락한 데는 교육비 증가와 함께 소비 증가가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승용차·휴대폰·신용카드 보급의 영향이 컸다. 자동차는 연료비, 자동차세, 보험료, 수리비를 합치면 한 달 평균 운행비가 40만~100만원에 달한다. 휴대폰은 초등학생들도 하나씩 가질 정도로 보급이 늘어났다. 신용카드는 성인이라면 보통 2~5개씩 갖고 있을 정도다. 한국은행 유경원 박사는 “휴대폰 보급으로 통신비를 20만~40만원씩 내는 가정이 많아졌고, 신용카드는 충동구매를 자극해 소비성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저금리가 불러일으킨 실망 소비 가계살림에서 최근 두드러지는 것은 ‘실망 소비(discouragement consumpt ion)’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IMF 이후 은행금리가 4%대로 떨어지면서 열심히 저축을 해도 목돈이 모이질 않는 데 실망한 사람들이 돈을 그냥 써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면담자 가운데 저축을 5년 이상 꾸준히 하는 직장인은 드물었다. 2~3년 저축을 하여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그것을 깨서 자동차, 냉장고, 식기세척기, PDP TV 등을 사는 데 써버린다. 월 저축액이 30만원 이하인 가구에서 이런 현상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와 다른 X세대 나이가 40~50대인 베이비붐 세대는 어렸을 때부터 저축 습관을 몸에 익힌 세대다. 생활이 어려워도 매월 20만~50만원씩이라도 꼭 저축을 하려 하고 외상 구매를 꺼린다. 또 저축 목적을 물으면 ‘내 집 마련’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내 집 마련에 대한 집착이 매우 강하다. 반면 20~30대인 X세대는 빚을 별로 무서워하지 않는다. 자동차·냉장고·TV 등 내구소비재를 살 때 할부(割賦) 방식으로 즐겨 구입한다. 신한은행 한상언 재테크 팀장은 “최근 집값이 급등하자 젊은 세대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유보하고 여유자금으로 인생을 즐기려는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미 상황은] 미국인들 ‘학자금 부담’ 자식에게 떠맡겨 신용카드 덜 쓰는 佛·獨 저축률 10% 넘어 저축을 많이 해야 노후(老後)가 편안해진다. 노후에 돈이 있어야 자식들이 자주 문안 인사를 올 것이고, 친구들과 어울려 밥도 먹고 여행이나 운동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제도가 불충분한 한국에선 노후 준비는 본인 책임에 맡겨져 있다. 그래서 은퇴할 때 적어도 4억~6억원의 돈을 가질 수 있도록 저축을 열심히 하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면 국가가 노후를 보장해주는 유럽 복지국가들은 어떨까. 상식적으론 저축을 열심히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가계저축률이 낮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딴판이다. 프랑스(12.3%)와 독일(10.6%)의 가계저축률은 미국(-1.4%)은 물론이고 저축을 열심히 한다는 일본(3.2%)보다도 높다. 덕성여대 이원복 교수는 “저축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계획적인 소비 습관”이라고 말했다. 미국인들은 카드로 외상 구매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유럽인들은 신용카드를 별로 쓰지 않는다. 적은 금액은 현찰과 직불카드를 사용하고, 큰 금액은 가계수표를 발행한다. 충동 구매를 적게 한다는 뜻이다. 주거비가 싼 것도 저축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유럽에는 적은 비용으로 입주가 가능한 임대주택이 많다. 내 집 마련에 대한 집착도 약하다. 따라서 한국인들처럼 거액의 은행 빚을 얻어 집을 사고 이 돈을 갚으려고 평생 고생하는 일이 없다. 미국인들은 신용카드로 생활비를 조달하는 상황에서도 나름대로 살 길을 찾고 있다. 집을 살 때는 은행 돈을 빌리지만 대학 학자금은 부모가 부담하지 않고 자식이 은행에서 대출받아 다니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 주립대학생의 50%, 사립대학생의 72%가 현재 학자금을 빌려 쓰고 졸업 후 돈을 벌어 갚고 있다. 졸업 후 결혼 비용도 스스로 조달한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한국 부모들은 막대한 사교육비에다 대학 등록금, 결혼 비용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삶은 유럽·미국인들보다 훨씬 버겁다”고 말했다.
(클릭! 새책)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外
  • (클릭! 새책)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外
  • [이데일리 전설리기자]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 적립식 펀드가 대세라기에 적금을 깨서 펀드에 가입하니 주가가 폭락하고, 재테크의 기본은 내 집 마련이라기에 대출까지 받아 무리하게 아파트를 장만했는데 아파트값이 도통 오르지 않아 괴로워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새책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에 주목해보자. 이 책은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박경철 원장이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는 투자서. 현직 외과의사인 그는 증권가에서 그만큼 풍부한 인문학적 안목과 시장에 대한 통찰을 유려하게 풀어내는 사람이 없다고 할 정도로 유명한 인물. "이렇게 하면 돈 번다"는 기존의 투자서와 달리 "이런 부분을 깊이 생각해보자"는 방식으로 투자원리와 전략을 서술한다. 유망 종목이나 개발 유망지를 알려주기 보다는 수요공급 현황과 가격논리를 통해 시장 전체를 읽는 눈을 길러준다. 특히 돈에 대한 독특한 해석과 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부자는 10억을 가진 이도, 20억을 가진 이도 아닌, `부를 늘리는 게 관심이 없으며 더 이상의 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박경철 지음. 리더스북. 1만2000원. ◇마스터풀 코칭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이 책 `마스터풀 코칭`은 `훌륭한 회사`를 넘어 `위대한 회사`로 가기 위해 리더가 오르지 못할 나무를 꿈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위대한 리더는 `불가능한 미래(impossible future)`를 꿈꾸고 선언하며 그 원대한 목표를 고수하고 현실화 시킬 수 있도록 나침반과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고. 그것이 바로 `마스터풀 코칭`이라고. 책은 `마스터풀 코칭`의 철학과 방법론을 체계적으로 제공한다. 저자 로버트 하그로브는 바로 `마스터풀 코칭`의 창시자. 1999년 미국 링키지사가 10만명의 고위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영자 코칭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코치로 선정됐다. 박재원 외 옮김. 김앤김북스. 1만6000원. ◇연금술사의 황금경영 `위기`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위기`라는 글자에는 `기회`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기도 하다. 위기의 이면에는 더 나은 상황을 향한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연금술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저자는 현대 경영법칙을 이성적(인간-도구-영감)으로 재인식해 인생과 기업경영을 위한 새로운 이론, `연금술 경영법칙`을 제시한다. 인간과 도구와 영감, 이 세 가지 힘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면 목표와 비전을 성취할 수 있을까? 이 사실을 깨닫는 것이 바로 연금술 경영법칙의 핵심이라고 책은 주장한다. 저자 쟈샤 쿠글러는 독일 에어랑엔 뉘른베르크 대학 경영학과 출신으로 비즈니스맨, 경영인 경영 컨설턴트로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 현재 연금술 경영협회를 설립해 연금술 경영법칙을 토대로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김현정 옮김. 시아출판사. 1만원.
2006.07.26 I 전설리 기자
대기업도 손들었다 그의 손맛에…
  • 대기업도 손들었다 그의 손맛에…
  • [조선일보 제공] 미국 시카고의 유명 중국음식점인 ‘대양장’ 조내복 사장은 춘장(키워드 참조)만큼은 꼭 한국산 ‘사자표’를 쓴다. 그는 “사자표 아니면 자장면의 깊은 맛이 안 난다”고 했다. 대양장은 그냥 중식당이 아니라 ‘한국식 중식당’이다. 뉴욕의 삼원각, 보스턴의 북경반점 같은 ‘한국식 중국집’은 북미 곳곳에 퍼져 있고, 일본에도 적지 않은 숫자가 있다. 이들은 처음엔 교민을 상대로 했다. 하지만 지금은 현지인도 ‘한국식 중국음식’을 찾아 몰려든다. 외국인 고객을 끌어 모으는 바탕에는 한국식 자장면을 만들어낸 ‘한국식 춘장’이 있다. ◆충성도 높은 사자표 고객들 중국에 자장면은 있지만 ‘한국식 자장면’은 없다. 중국의 춘장(사실은 첨면장)은 우리와 달리 검은색이 아닌 누렇거나 허여멀겋고, 맛도 다소 달고 텁텁하다. 조선호텔 중식당인 ‘호경전’의 조내성 주방장은 “한국식 춘장은 1940년대 말 한국의 화교(華僑)가 캐러멜을 넣는 독특한 방식으로 만들어냈다”면서 “주방장들은 향미(香味)뿐 아니라 볶을 때의 손맛도 사자표에 길들여져 있다”고 말했다. 사자표 춘장을 만드는 영화식품은 1948년 화교 1세인 고(故) 왕송산 회장이 창업했다. 왕 회장이 만든 한국식 춘장은 지금 20개 가까운 경쟁 제품을 물리치고 200억원에 이르는 춘장 시장의 절대 강자 자리를 60년 가까이 지켜오고 있다. 최근 대기업인 대상이 ‘품질, 가격, 서비스에서 모두 앞서는 제품’이라며 업소용 춘장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고전 중이다. CJ도 10여년 전 춘장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가 항복하고 말았다. 대기업조차 꼼짝 못하는 이유는 사자표에 대한 뿌리깊은 ‘고객 충성도’ 때문이다. 최근 몇 가지 이유 때문에 대상 춘장으로 바꾼 ‘동보성’(서울 남산)의 공헌장 수석주방장은 “바로 다 바꾸지 않고 대상 춘장을 섞는 비율을 20%, 40%씩으로 점차 늘려가고 있다”면서 “사자표 맛에 익숙한 손님들이 느낄지 모를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의 길 포기하고 가업 이은 화교 3세 사장 지난 24일 서울 문래동 ‘영화장유공장’을 찾았다. 왕학보(王學輔·45) 현 사장은 아파트촌 가운데 있는 나지막한 붉은 벽돌 건물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60년대 초등학교 서무실 같은 분위기. 화교 3세인 왕 사장은 서울에서 한성화교학교를 졸업하고, 대만으로 가 국립대만대 의대를 마친 뒤 전문의로 일했다. 거기까진 “대만에서 돌아오지 말고 자리 잡고 살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잘 지킨 셈이다. 그러나 어느날 아버지의 병환이 심해지자 의사 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할아버지가 만든 가업(家業)을 쉽게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춘장만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처음엔 간장도 했지만 60~70년대에 화교에게 주어진 갖가지 제약 때문에 사업을 키울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춘장에만 전념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십 년간 개인사업자로 머물다 최근에야 ‘영화식품주식회사’라는 법인을 만들었고 김포에 새 공장도 짓고 있다. 할아버지가 만든 춘장 덕분에 세계 곳곳에 한국식 중국집이 성업하고 있어 자부심이 대단할 텐데, 그는 그저 “그러니 지켜야죠”라고 담담히 말했다. 사실 춘장 시장은 정체(停滯)하고 있다. 가정에서 춘장을 별로 쓰지 않고, 자장면을 최고로 쳤던 어린이들조차 이제 넘쳐나는 다른 먹거리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춘장은 원재료나 제조공정 대부분이 간장, 된장과 유사해 장유(醬油)업을 하는 기업은 다 뛰어들 수 있는 사업이다. “맛은 우리가 최곱니다. 대기업 이름을 달아 납품했다면 매출을 몇 배로 늘릴 수도 있었겠죠. 그러나 그랬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가업과 우리 식구(사원)를 지키는 것 말고는 큰 꿈은 없어요.” [키워드] 춘장 자장을 볶을 때 쓰이는 검은색 발효장.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춘장의 어원은 중국의 ‘첨면장(甛麵醬)’이라는 설이 많다. ‘첨면장’을 ‘첨장’으로 줄여 부르다가 ‘춘장’이 됐다는 것. 밀가루와 콩, 소금으로 발효시켜 만들며 간장, 된장과 공정이나 재료가 유사하다.
홍성흔 "찬호형, 형이 준 금가루 먹고 MVP 먹었어"
  • 홍성흔 "찬호형, 형이 준 금가루 먹고 MVP 먹었어"
  • [노컷뉴스 제공] ‘오버맨’ 홍성흔(29.두산 베이스)이 올스타전의 ‘별중의 별’로 떴다. 홍성흔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6 삼성 PAVV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선제 결승 2점홈런 포함 3타수 3안타 2타점 2득점의 맹타를 휘둘러 경기 최우수선수인 ‘미스터 올스타’로 뽑혔다. 홍성흔은 경기 후 기자단의 최우수선수 투표에서 전체 50표 중 45표를 얻어 이날 3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의 호투로 5표를 얻은 롯데 자이언츠 장원준을 여유있게 제쳤다. 홍성흔은 지난 1999년 프로 데뷔 후 8번 올스타전에 출전한 끝에 첫 MVP에 선정되며 트로피와 상금 1,000만원, 부상으로 삼성 PAVV PDP 50인치 TV를 받았다. 역대 두산(OB 포함) 출신으로는 지난 1983년 신경식, 2001년 타이론 우즈에 이어 세 번째다. 또 포수 출신으로는 지난 1986년 해태 김무종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삼성, 두산, SK, 롯데의 동군은 홍성흔, 장원준의 활약과 함께 6회 박재홍(SK), 박기혁(롯데) 등의 적시타로 대거 4점을 뽑으며 현대, 한화, KIA, LG의 서군에 6-1 낙승을 거뒀다. 이로써 동군은 역대 전적에서도 19승 11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롯데 에이스 손민한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승리투수와 함께 우수투수로 선정됐고 현대 유니콘스 장원삼이 2이닝 2실점하며 패전을 안았다. MVP 투표에서 5표를 얻은 장원준이 감투상을, 박재홍이 우수타자상을 받았다. LG 권용관이 선구회가 주는 선구회상을 받았다. 상금은 각각 200만원씩. 홍성흔은 사실 홈인 잠실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예선에서 1홈런에 그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지만 경기에서는 선제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0-0이던 2회 2사 1루 볼카운트 0-2에서 현대의 특급 좌완신인 장원삼의 3구째 140km짜리 높은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지난해 올스타전 솔로홈런에 이어 2년 연속 아치다. 4회 2사에서도 좌전안타를 뽑아낸 홍성흔은 6회 무사 1루에서도 중전안타를 뽑아내며 대량득점의 물꼬를 텄다. 동군은 후속 타자가 아웃카운트 2개를 당했지만 이후 연속안타를 터뜨렸고 홍성흔은 박기혁의 안타 때 과감한 홈 쇄도로 팀의 4점째를 올렸다. 이어진 2사 2, 3루에서 동군은 박한이(삼성)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했다. 서군은 7회 동군의 4번째 투수 정대현(SK)을 상대로 1사 만루에서 김태균(한화)의 우익수 뜬공으로 1점을 내는 데 그쳤다. 서군은 이날 3안타의 빈공을 보였다. 홍성흔은 경기 후 "낮에 꿈을 꿨는데 (박)찬호형이 금가루를 줬다. 그걸 먹었더니 MVP까지 먹은 것 같다. 찬호형에게 전화해야 겠다"며 예의 '오버'를 잊지 않았다.
''AMOLED 언제 뜨는거야?''..삼성-LG 3색 전략
  • ''AMOLED 언제 뜨는거야?''..삼성-LG 3색 전략
  • [이데일리 양효석기자]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의 시대가 언제 열릴 것인가.TFT-LCD를 뒤이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라는 AMOLED시장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합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LG필립스LCD가 서로 다른 전략을 구사하고 나서 관심을 끈다. AMOLED는 TFT-LCD보다 훨씬 선명하면서도 더 얇은 두께, 1000배 빠른 반응 속도 등으로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고 있다. 반응속도가 빨라서 잔상이 남아 눈에 무리를 주는 기존 디스플레이의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다.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OLED 시장은 2006년 7억5700만달러 규모에서 2009년 53억5100만달러로 급성장할 전망이어서, 시장성도 우수하다. 하지만 당장은 시장성이 떨어져 선뜻 나서기도 힘든 상황.  ◇삼성SDI `전진 앞으로`..LG필립스·삼성전자 `글쎄`이 같은 여건에서 현재 AMOLED 시장창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업체는 삼성SDI다. 삼성SDI(006400)는 휴대폰 액정용으로 사용될 AMOLED를 내년초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이를 10월로 앞당겼다. 삼성SDI는 현재 천안사업장에 4655억원을 투자해 4세대 저온폴리실리콘(LTPS) 방식으로 연간 2000만개 생산이 가능한 AMOLED 전용라인을 건설중이다. 노키아, 모토로라 등이 내년부터 휴대전화 디스플레이로 TFT-LCD 대신 AMOLED를 단계적으로 채택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이들 업체와 공급계약을 위해 노력중이다. 최근에는 이례적으로 네티즌을 상대로 휴대용 디스플레이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중이다. 삼성SDI는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AMOLED가 기존 TFT-LCD 보다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등 TFT-LCD를 대체할 차세대 디스플레이 임을 강조해나갈 구상이다. LG필립스LCD(034220)가 그 뒤를 잇고 있지만, 삼성SDI 보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올 4분기중 AMOLED를 양산할 것이라는 내부 계획만 갖고 있을 뿐 대외적으로는 거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LG필립스LCD는 경북 구미 P1라인에 AMOLED 양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LG필립스LCD는 오는 11월께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LG필립스LCD가 생산할 제품은 2.4인치 휴대폰용 QVGA(240×320) 해상도급 제품. LG필립스LCD는 TFT-LCD를 주력으로 생산하면서 AMOLED 시장형성 상황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005930)는 가장 소극적인 입장이다. 향후 AMOLED 수요가 일정수준 형성됐을 경우를 대비, 연구개발만 진행중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같은 삼성계열사인 삼성SDI와의 사업조정도 유보해놓고 사업성을 지켜보고 있다.◇수익구조 차이가 주 원인..TFT-LCD 투자 `본전부터 건지자`  그동안 디스플레이사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이들 3사는 AMOLED 분야에서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AMOLED의 경우 시장 전망에 대한 시각차 외에도 수익구조상 서로 입장이 서로 달라 `3사 3색`의 전략을 보이고 있다. LG필립스LCD와 삼성전자는 현재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주력사업으로 키운 TFT-LCD를 당분간 더 디스플레이 시장의 강자로서 유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굳이 AMOLED에 무리한 투자를 할 필요가 없는 처지다. 이에 반해 새로운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삼성SDI로선 TFT-LCD를 대체하는 새로운 AMOLED 시장을 만들어 이를 선점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시급한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AMOLED가 주도할 것이란 점에는 업계 모두 공감하지만, 문제는 그 시기"라며 "휴대폰 제조사 등 세트업체들이 얼마나 TFT-LCD 대신 AMOLED를 채용할 것인지에 따라 성공여부가 갈릴 것이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 회사의 전략이 어떻게 먹혀들지는 전적으로 앞으로의 시장상황에 달려 있는 셈이다. 
2006.07.11 I 양효석 기자
  • (edaily 리포트)勞使는 사랑하면 안되겠니
  • [이데일리 지영한기자] 자동차 노조의 ‘하투(夏鬪)' 열기가 서서히 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과거엔 봄철에 임단협이 많아 ‘춘투(春鬪)'가 유행어였습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에선 언제부턴가 여름휴가 직전에서 협상이 타결되는 사례가 많아졌고, ‘하투=자동차 파업’이란 인식이 자연스레 자리잡게 됐습니다.마침 완성차업체들이 줄줄이 ‘산별노조’ 전환을 결정, 산업계 안팎의 관심이 자동차 노조에 쏠리고 있습니다. 증권부 지영한 기자가 완성차 '산별노조'에 대한 단상을 정리했습니다. 요즘 산업계에선 완성차업계의 산별노조 전환이 큰 관심거리로 부상했습니다. 민주노총 최대 사업장인 현대차를 비롯해 기아차와 GM대우 등 굵직굵직한 완성차 노동조합들이 잇따라 산별노조 전환을 결의했습니다. 완성차 노조의 산별전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정확히 3년전인 2003년 6월에도 현대차 노조는 산별노조 전환을 시도했지만, 간발의 차이로 무산된 적이 있습니다. 조합원 투표결과 가결기준에서 불과 0.4%가 모자라, 산별전환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그래선지 주식시장에선 완성차 메이커들의 산별노조 전환이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완성차 업체들이 이번처럼 무더기로 ‘산별노조’로 전환한데 대해선 다소 ‘의외’라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완성차 노조들은 ‘왜’ 한꺼번에 산별노조 전환에 나섰을까요. 시장에선 내년부터 바뀌는 노사관계 규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새로 바뀌는 규정이 ‘사측’에게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자, 조합원들이 위기의식에서 ‘산별노조’를 선택했다는 분석입니다. 예컨대 내년부터는 복수노조가 허용됩니다. 이에 따라 현재의 노동조합으로선 복수노조로 인해 자신들이 ‘사분오열’ 되는 것을 어떻게든 막아야할 처지라는 것이죠. 여기에다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금지도 산별노조 전환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을 것이란 관측입니다. 그러나 기자는 완성차업계가 한꺼번에 ‘산별노조’로 전환한 주된 배경을 노사 양측의 고질적인 불신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이나 회사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산별노조’라는 또 하나의 두터운 ‘벽’을 쌓은 것으로 이해를 하고 있습니다. 간단한 사례를 들겠습니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체제로 전환한 후 글로벌 확장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도공장과 중국공장에 이어 얼마전엔 미국공장까지 가동했습니다. 유럽에선 슬로바키아공장 건설이 한창이고, 체코에도 공장을 지으려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의 사측 관계자는 얼마전 (신형 아반떼 생산차질과 관련지어)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노조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다. 생산라인에 인력을 배치하려 해도 노조가 ‘노우(NO)’ 하면 안된다. 사사건건 발목 잡는데, 어떻게 일하겠나. 우리는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다.” 다소 감정이 섞였지만, ‘얼마나 답답했으면 저렇게 까지 말할까’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에 대한 노조원들의 생각은 어떨까요. 많이 다릅니다. 앞으로 해외공장의 사업비중은 높아만 갈 것이고, 현지화 전략도 가속도가 붙게 되면, 결국엔 국내공장의 일자리를 빼앗길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위기감’을 적지 않게 느끼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가난할 때 고생한 ‘조강지처’를 버리고 혼자 살겠다고 딴 집(해외) 살림을 차리고 있다는 ‘냉소’도 나옵니다. 최근 현대차 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이자 시장 관계자로부터 관전평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현대차 노조를 보면, 마치 ‘회사가 줄 여력이 있을 때 빼먹자, 더 늦으면 빼앗을 것도 없다’는 식으로 달려들고 있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거친 표현이지만, 앞서 지적한 현대차 근로자들의 걱정을 고려하면 100% 틀린 말도 아니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러나 기자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확장전략은 ‘생존전략’이며 불가피한 조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중 19년이나 파업을 해 온 노조가 미워서도 아니고, 해외사업에 ‘올인’하기 위해 국내공장의 과도한 희생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판단을 갖고 있습니다. 과거 ‘엔고’ 시절에 도요타와 혼다가 북미공장을 짓고 나가, 오늘날 글로벌 톱 메이커로 거듭 태어났습니다. 국내 메이커들도 원화절상과 무역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해외로 나가야만 했습니다. 글로벌 메이커와 경쟁하기 위해선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볼륨’이 필요합니다. 현대차가 생존을 위해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죠. 엄밀히 말하면 국내공장과 한국시장(국내소비자들의 높은 충성도)이 든든하게 뒷받침됐기에 해외진출도 가능했습니다. 도요타 마찬가지였구요. 국내공장 근로자들의 ‘피와 땀’과 내수시장이 없었다면 감히 해외진출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따라서 ‘생존’이라는 대의를 전제한다면, 글로벌 확장전략을 둘러싸고 현대차 노사의 시각이 크게 엇갈릴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회사 밖에서 보기엔 글로벌 확장전략은 물론이고, 매사에 현대차 노사는 사사건건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비쳐집니다. 저는 앞서 지적했듯이 이러한 원인을 노사간 ‘불신’으로 보고 있습니다. 얼마전 경상북도 경주시 인근에 위치한 한 자동차부품회사를 탐방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노사관계가 좋은 것으로 주변에 소문이 많이 나 있더군요. 마침 자동차업계의 ‘하투(夏鬪)’가 이슈로 부상해, 회사 사장님께 ‘노사화합의 비결이 뭐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대뜸 ‘부인한테는 잘 하고 계시나요?”라고 묻더군요. 그 분의 경우엔 최근 출장길에 화장품을 하나 사서 부인에게 선물했다고 하더군요. 화장품을 고를 때 등에 땀이 날 정도로 이것 저것 따져보고, 신경을 쓴 탓인지 부인이 매우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그분의 요지는 “종업원들을 ‘배우자’처럼 사랑하고 믿음을 주면 노사문제는 저절로 풀린다”는 겁니다. 억지 웃음도 한두 달이지, 가식은 드러나게 돼 있으니, 종업원을 진정으로 좋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상대자인 근로자의 노력도 필요하겠죠. ‘사랑’과 ‘믿음’을 왜곡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하고, 상대편에게도 그에 상응한 ‘애정’과 ‘신의’를 안겨줘야 하겠지요. 뜬금없는 주장인 줄 모르나, 기자는 산업계의 뿌리깊은 노사의 불신이 ‘사랑’으로 풀릴 날을 기대해 봅니다.
2006.07.06 I 지영한 기자
  • (edaily리포트)채권시장이 증협에게
  • [이데일리 황은재기자] 월드컵은 끝나지 않았지만 우리나라의 16강행 실패로 월드컵 열기는 한풀 꺾였습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월드컵에 비교할 만한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해묵은 논쟁이기는 하지만 `채권 장내거래 문제`를 놓고 그동안 밀리기만 했던 증권업협회와 증권업계가 정부와 증권선물거래소에 본격적인 반격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7월 채권시장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되는 `장내거래 의무화` 논쟁을 예감하며 채권외환팀의 황은재 기자가 증권업협회에 한마디 하고 싶답니다.채권 장내거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정부와 증권선물거래소 등이 고집스럽게 `장내거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고, 증권업계와 채권시장 곳곳에서는 이런 당국의 방침에 끌려가면서도 불만과 반발을 키워 왔던 해 묶은 논쟁입니다. 일부 교수들은 장내거래가 활성화돼야 국내 채권시장이 선진화된다고 주장하고, 한국금융연구원 같은 곳에서는 실효성도 없는 장내거래 의무화를 집어 치우라고 반박하는 등 전문가들도 서로 대립하고 있습니다.  (관련기사) : 누굴 위한 채권거래 장내화인지? 갈등이 표출될 때마다 유야무야되기는 했지만, 언제든지 전면전으로 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전면전으로 갈 경우 채권시장의 파행은 불보듯 한 것이고요. 이미 장내거래 수수료 문제로 채권시장과 증권예탁결제원, 증권선물거래소가 한 바탕 전쟁을 치뤘습니다. 결과는 임시 방편 땜질 처방으로 끝났죠. (관련기사) 채권장내거래 파행오나장내거래 활성화에 가장 열심인 곳은 물론 증권선물거래소입니다. 반면 증권사들의 자율 규제 기관인 증권업협회는 정반대로 장외거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채권시장은 거래소보다 증권업협회에 더 불만인 듯 싶습니다.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동지`인데도 말입니다. "장외거래 활성화를 위해 증권업협회가 도대체 뭐 한게 있느냐"는 게 시장의 불만입니다.  증권업협회가 추구하는 바는 분명해 보입니다. 지난 3월 증권업협회(이하 협회)는 프리보드관리부 산하에 있던 채권시장실을 별도의 채권시장실로 독립 승격시키고 부서 책임자도 팀장급에서 부장급으로 격상했습니다. 주식시장에 치중했던 협회가 `장외 채권거래 시장 챙기기`를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당시 증권업협회 채권시장실장으로 취임한 성인모 실장은 "장외시장의 효율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정부 당국과 증권선물거래소, 금융감독원의 장내거래 의무화 추진에 대항하기 위한 증협의 발걸음에 시장도 기대반, 의심반으로 지켜봤습니다. 이후, 애초의 의욕만큼 달라진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지난 1월부터 발표중인 채권시장지표 외에는 눈에 띄는 것이 없습니다. 3개월이란 짧은 시간 탓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기대는 `시장이 피 흘려 싸울 때 증협이 뭘 한 것이 있냐`고 지적합니다. 한 증권사 채권영업부장은 "증권사들의 이익집단인 협회가 그동안 채권 장내거래 의무환 문제에 대해 너무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며 "증권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곳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증권사의 분담금으로 월급만 챙겨가는 곳이 증협이라고 노골적인 불만까지 터트렸습니다. 증협이 아무 역할도 해주지 못하니, 시장은 정부 당국과 거래소의 장내거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올 때마다 전전긍긍하며 숨죽인 채 지켜봐야 했다는 겁니다.“이번에는 바로 잡겠다”-증권업협회 엎드릴 만큼 엎드린 것일까요? 시장 말대로 월급받은 만큼 일을 하겠다는 것일까요? 회원사인 증권사와 채권시장의 비난에 증협이 그동안 갈아왔던 칼을 빼들 기세입니다. 정부 당국과 증권거래소의 `말도 안 되는 주장`(증협 관점) 직접 반박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채권 장내거래 논쟁을 둘러싼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업협회는 다음달 6일에 채권시장 전문가와 관계자들 약 200여명을 초청해 채권 장내 거래 의무화의 문제점 대한 주제발표를 계획 중입이라고 합니다. 이번 세미나를 통해 증협은 채권 장외 거래 문제로 제기된 거래 시스템의 비효율성 문제 등에 대한 오해를 잠재우겠다고 합니다. 성인모 실장은 “국채거래 집중화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보다 효율적인 채권 장외거래 시스템을 위한 방안 모색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거래소의 장내거래 의무화 문제를 공론화 시키겠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성 실장은 이어 "그동안 증협이 채권장내거래 문제에 대해 너무 소흘히 해왔다"며 "이제는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금감원의 채권시장제도관련 TFT에서도 채권시장 발전에 대해 좀 더 긴 안목을 갖기로 하고 논의를 유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제부터 장내거래 문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채전문딜러(PD) 가운데도 장내거래 의무화에 반발하고 있는 곳이 많아 수 싸움에서는 증협이 다소 우세해 보입니다. 지난 장내거래 결제수수료 논쟁에서도 PD들은 수수료 부담을 이유로 장내거래를 전면 중단하고 장외거래를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장내거래가 매력이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증권업협회의 행보가 너무 늦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동안의 서운함 때문일까요?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까지 말없이 있다가 갑자기 목소리를 내겠다는 점이 마땅치 않은 기색입니다. 혹시 겉모양만 `척`하는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강합니다. 증권사 채권관계자는 "증권업협회가 보신주의로 일관하면서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했다. 장내거래 문제에서도 이제서야 나서는 게 유감"이라며 "세미나를 통해 최소한 장내거래 문제에 대해 논의의 선상에라도 올려 놓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채권시장 관계자들, 한마디 더 합니다.  "늦었지만 하려면 똑바로 하라"고 말입니다. 이번 7월 세미나가 그동안에 나왔던 장내거래 문제점 지적 보고서 수준에 머무른다면 아마 채권시장은 다시 협회를 외면할 것이라는 게 그들의 경고였습니다. 
2006.06.26 I 황은재 기자
장수비결 15계명
  • 장수비결 15계명
  • [조선일보 제공] 고대부터 사람들은 장수하기를 원했다. 사람은 누구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꿈일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하면서도 좀더 오래 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미국의 경제전문 격주간지인 포브스의 인터넷판은 지난 5월 장수비결 15가지를 공개했다. 첫 번째 조언은 잠을 너무 많이 자지 말라는 것. 가장 이상적인 수면시간은 6~7시간이며, 8시간 이상 잠을 자면 오히려 수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4시간 이하로 수면을 취하면 사망률도 높아진다. 일본의 다마코시 교수팀의 연구에서는 수면시간이 4시간 이하인 사람의 사망률은 7시간인 사람에 비해 남자는 62%, 여자는 60% 높았다. 수면시간이 10시간 이상인 사람도 7시간인 사람에 비해 각각 73%, 92% 높게 나타났다. 남녀 모두 수면시간이 감소하거나 증가할수록 사망률이 높은 셈이다. 다음 비결로는 결혼을 잘 하라는 것. 요즘 여성의 결혼 조건 1순위는 경제력이 뛰어난 남성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하라는 뜻은 아니다. 가급적 조부모가 살아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는 것. 장수 또한 유전적 요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감정조절에 능한 것 역시 장수비결로 꼽았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자극을 받으면 불안해지거나 심하게 화를 내는 사람의 수명은 그만큼 짧다. 2002년 존스 홉킨스 대학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화를 잘 내거나 흥분을 쉽게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장질환에 걸릴 확률이 3배나 높게 나타났다. 명상도 빠지지 않았다. 한 시간 잠자는 것보다 명상 15분이 스트레스 해소에 훨씬 효과적이라고 한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마음의 고요와 평화일 것이다. 명상은 마음의 고요와 평화에 이르는 지름길이다. 15분이 여의치 않다면 일과 시작 전 2분 정도의 명상도 큰 도움이 된다. 충분한 성관계 역시 장수에 도움이 된다. 성관계가 인간의 수명 연장을 어떻게 도와주는가에 대해서는 아직 많은 연구결과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섹스가 한 번에 2500㎉를 소모하는 효과적인 운동이며, 활발한 성생활이 생활의 만족감을 높이고 대인관계를 원활하게 해주어 생명연장에 이로울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는 성관계 자체가 장수를 돕는 것은 아니지만 애정 어린 육체적 접촉이 인간에게 심리적 위로감과 만족감을 동시에 충족시킴으로써 정신적,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유지시켜 주기 때문이라는 것. 이와 함께 정기적으로 콜레스테롤 검사를 받고 비타민 A, C, E와 같은 항산화제(Antioxidant)를 섭취하는 것도 젊음을 유지하고 장수하는 비결. 항산화제는 노화현상을 더디게 하는 역할을 한다. 경제적인 부유함도 장수의 주요인으로 나타났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는 ‘모든 면에서 뒷전으로 밀린다’는 생각에 신경을 많이 써 만성질환자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 밖에 포브스는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도 오래 살 수 있는 방법의 하나로 들었고, 긍정적인 사고와 자주 웃는 습관, 스트레스 해소, 체중감량, 규칙적인 운동이나 담배 끊기처럼 잘 알면서도 실천을 못 하는 것들을 장수비결로 꼽았다. 그러면서 포보스는 다음을 강조했다. “개인의 유전적 요인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규칙적인 생활습관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_ARTICLE_CONTS--><!!--bodyend--><!--S_ARTICLE_AUTHR-->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졌지만 아름다운 열정'' 붉은악마, 응원전서 스위스 압도
  • [노컷뉴스 제공] 경기는 패했다. 2회 연속 16강 진출의 꿈도 물거품이 되었다. 그러나 24일 스위스전에서 붉은악마들이 보여준 뜨거운 열정만큼은 결코 사라질 수 없는 것이었다. 경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양팀의 응원 열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스위스 응원단과 붉은악마는 경기 시작 전 다 함께 파도타기 응원을 하며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사방이 붉은색으로 뒤덮인 채 파도타기를 하는 모습은 마치 한국에서 홈경기를 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 경기 시작전에는 온통 붉은 색인 까닭에 한국과 스위스의 구분이 없었지만 경기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양팀 응원단은 정확히 반으로 갈렸다. 한국이 공을 잡을때는 스위스의 응원단이, 스위스가 공격을 시작할때는 한국의 붉은악마가 상대 선수들의 기를 꺾기 위해 거센 야유를 퍼부었다. 예상대로 하노버 월드컵경기장에는 붉은악마보다는 스위스 응원단의 수가 월등했다. 남측 좌석에 자리한 대규모의 붉은악마 응원단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한 스위스 응원단 속에 군데 군데 한국 응원단이 섞여 있는 양상. 이 때문에 한국 선수들은 공을 잡고 결정적인 찬스를 맞을 때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우는 야유와 맞써 싸워야 했다. 수적으로는 열세에 놓였지만 일사분란한 한국의 응원은 분명 스위스를 압도했다. 붉은 악마는 단 한번도 자리에 앉지 않은채 끊임없이 한국응원단의 응원을 주도했고 한국의 응원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전반 23분 스위스의 수비수 펠리페 센데로스의 선제골이 들어가자 기쁨에 넘친 스위스 응원단이 내뿜는 열기에 한국 응원단은 잠시 주춤 했다. 그러나 곧 전열을 정비한 붉은 악마는 다시한번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전사들에게 힘을 줬다. 붉은악마의 응원에 힘을 얻은 듯 태극전사들을 거센 공세를 펼치며 스위스의 골문을 노렸다. 하지만 후반 프라이의 석연치 않은 골이 들어가자 붉은악마 역시 넋이 나간듯 한동안 응원을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0-2 패배로 끝이 났다. 태극전사들은 자리에 주저앉아 뜨거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다. 하지만 태극전사들보다 먼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은 붉은 악마들. 붉은 악마들은 무거운 걸음을 떼 관중석으로 향한 태극전사를 향해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그동안의 노력을 격려했다. 또한 경기 후 스위스 응원단의 축제의 장이 된 하노버월드컵경기장에서 일찍 자리를 뜨지 않은채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정리하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세계를 놀라게 했던 ‘붉은악마’다운 모습을 잃지 않았다. 국내서도 전국 월드컵 경기장, 야구장 등서 138만여명 모여 '길거리 응원' 한편 국내에서도 서울 시청광장 등 길거리 응원에 나선 시민들은 우리 태극전사들의 월드컵 16강 진출이 좌절되자 안타까운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민국 붉은 악마의 함성은 스위스의 붉은 물결보다 강했다. 그러나 전반 23분 스위스의 선제골이 터지자 새벽 잠을 포기하고 응원에 나선 시민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민들은 이미 토고전과 프랑스전에서 극적인 승부를 벌인 바 있는 태극전사들에게 열렬한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경기 후반 토고가 프랑스에 두 골을 허용했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은 안타까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희망을 버리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이 스위스에 2대 0으로 패해 16강 진출의 꿈이 좌절되자 시민들은 크게 실망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아쉽지만 그래도 열심히 싸웠다"고 선수들에 대한 격려를 잊지 않았다. 한편 새벽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일대는 스위스전 거리 응원에 나선 사람들로 가득찼다. 전날 오후부터 모이기 시작한 시민들은 경기 당시 서울에만 70만명이나 돼 스위스전에 대한 시민들의 부푼 기대를 반영했다. 그밖에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과 대구 두류 야구장 등전국적으로 138만 명의 시민들이 태극전사들을 응원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두 남자가 만드는 작은 파리
  • 두 남자가 만드는 작은 파리
  • [조선일보 제공] 마티유는 한국에 사는 입양아 출신 모임에서 다미앙을 만났다. 미식가인 다미앙과 요리사인 마티유는 금방 의기투합했다. 그리고 ‘르 쁘띠 파리’(Le Petit Paris)를 열었다. ▲ 초콜릿 케이크(작은사진 아래), 따뜻한 염소치즈를 얹은 샐러드(작은사진 위), 테이블에 앉은 다미앙과 마티유식당을 운영하면서 둘은 조금씩 한국 사회와 문화에 익숙해지고 있다. 한국 손님들은 짠 음식이라면 질색이다. 그래서 마티유는 파리에서보다 양념을 덜 넣고 요리한다. 또 한국 손님은 식사가 급하다. “한국 손님은 식사시간이 보통 1시간이에요. 밥 먹으면서 대화도 별로 하지 않아요. 프랑스에서는 2~3시간씩 대화를 즐기면서 식사하죠.” 서울 생활에서 가장 힘든 건 역시 언어. 다미앙은 천천히 한국어로 말하면 알아듣지만, 마티유는 많이 서툴다. 마티유는 “주방에서 혼자 음식 만들다보니, 한국말 쓸 기회가 별로 없다”고 했다. 다미앙은 또다른 이유를 말했다. “한국말을 하면 어렸을 때 힘든 기억, 나쁜 기억이 되살아나요. 뭔가 머리 속에서 가로막는 느낌? 대부분 입양아 출신들이 그걸 느껴요. 그래서 한국말을 더 열심히 배우려 하지 않죠.” 말하면 무언가 머리 속에서 가로막는 느낌?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 식당은 10여 평 남짓 규모. 작고 허름하다. 정식 레스토랑이 아니라 ‘브라세리’(brasserie)라고 둘은 설명했다. 편하게 식사도 하고 술도 마시는 곳. 한국의 선술집과 백반집을 합쳤달까. 서울의 프랑스 레스토랑은 너무 비싸단다. 그래도 한우 안심 스테이크가 1만5000원이면 너무 싸지 싶었다. “그래도 (이윤이) 남아요. 많지는 않고 아주 조금이지만.”호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아도 제대로 된 프랑스음식을 즐길 수 있는 식당. 다미앙과 마티유가 꿈꾸는 ‘작은 파리’의 모습이다. “가격 괜찮고 맛 괜찮은 식당이라고 들었어요. 그리고 주방장 경력이 특이하다고. 프랑스로 입양됐다가 돌아왔다던가? 프랑스에 관심 많은 선배한테 듣고 오늘 처음 와 봤어요.” 지난 16일 연세대 영문과 후배 서현정(22), 백송화(23)씨와 함께 ‘르 쁘띠 파리’를 찾은 안지영(25)씨 말이다. 두 남자의 꿈은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었다. <관련기사>나를 낳은 한국에서 나를 키운 파리를 요리합니다다미앙 "처음 맛본 김치 반해 10kg 사들고 가"
  • (토종PEF)②신뢰의 위기
  • [이데일리 조진형기자] 국내&nbsp;사모투자전문회사(PEF)가 도입되기 1년전인 2003년 12월. 금융감독원에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펀드가 등록됐다. 이른바 `이헌재 펀드`로 불렸던 한나무 사모M&A펀드다. &nbsp;첫 토종펀드로 주목받았던 이 펀드는 3개월여 후 투자실적은 물론 자금조성도 없이 해체됐다.&nbsp;2004년초 이헌재 전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입각했기 때문이다.&nbsp; 그러나 이 전 부총리의 입각으로 PEF 설립에 대한 논의는 더 뜨거워진다. 이 전 부총리는&nbsp;펀드를 포기하는 대신 PEF를 제도화하는데 힘을 썼다. 경제부총리가 팔을 걷어붙이고 추진된&nbsp;PEF는 탄력이 붙었다.&nbsp;이 전 부총리의 입각과 거의 동시에 &nbsp;육성을 골자로 한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간투법)이 개정됐고 2004년 12월 공식 첫 PEF가 설립됐다. ◇ 반쪽 출발의 허점이 전 부총리는&nbsp;펀드 설립으로&nbsp;PEF에 불씨를 당기고, 법제화까지 마무리했다. 외환위기 구조조정을 이끈 이 전 장관의 '토종자본 육성론'은 PEF 도입에 힘을 실어줬다. 해외투기 자본의 대항마로 국내 토종펀드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PEF 제도화는 1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거의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식으로 진행됐다. 빠른 속도만큼 PEF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시장은 우리나라에서도 론스타나 뉴브릿지 같은 펀드가 나올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다. 무엇보다 토종 PEF는 외환위기이후 헐값매각으로 조단위로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nbsp;국부유출 경로를 안으로 되돌려놓을 대안으로 제시됐다. &nbsp;올해초 칼 아이칸의 KT&G에 대한 경영권 공격에서 극명하게 나타났지만 외국계자본의 토종기업 경영권 위협도 막아줄 것이란 기대감도 컸다. 그러나 이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도입된 지 1년 반.&nbsp;토종PEF의 규모는 초창기 기대에 비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nbsp;성과는 없다. 이러다보니 시장은 PEF를 외면하고 있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토종PEF도 엄연한 투자수단인데 시장에서는 그 매력을 인정은 커녕 인식되지도 않고 있다"면서 "법을 만든다고 해서 시장이 만들어지는게 아니라는 법칙이 다시 한번 증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토종펀드 육성이란 의도는 나쁘지 않지만 국내 PEF는 불완전하게, 너무 급작스럽게 출발했다"면서 "진정한 투자수단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 이헌재 사단이&nbsp;활성화 주도&nbsp;&nbsp;이 전 부총리가 도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불신을 받는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PEF시장 활성화에 앞장 선 것도 이헌재 사단으로 분류되는 금융계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이헌재 사단의 '우등생'으로 알려졌던 김영재 전 금감위 대변인은 PEF 전도사로 나섰다. 그는 지난 2004년 10월 칸사스자산운용을 출범시킨 이후 잇따라 PEF를 설립했다. '제2의 이헌재 펀드'로 주목받기도 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칸서스1호는 계획했던 투자에 차질이 생겨 해산됐고, 현재 칸서스3호가 1505억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 지난해에는&nbsp;변양호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이 가세했다. 그는 토종펀드를 주창한 보고펀드를 설립하고 5110억원 규모의 PEF를 설립했다. 우리금융지주의 황영기 회장도 PEF를 설립하고, 투자하는 등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3000억원 규모로 KDB1호 PEF를 운용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PEF는 이 전 부총리와&nbsp;그 측근들에 의해 탄생, 발전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 한 PEF업계 관계자는 "PEF는 설립할 때는 물론 성장과정에서도 시장을 뒤로한 채 이뤄진 측면이 크다"면서 "자연스럽게 PEF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nbsp; ◇GP와 LP간의 신뢰도 문제 PEF의 운용주체인 GP(무한책임사원)와 투자주체인 LP(유한책임사원)간의 신뢰도 바닥이다. 무엇보다 PEF운용 경험도 없고, 운용성과(레코드)도 없다. 자연스럽게 LP들도 PEF에 돈을 주기 미심쩍어하는 것이다. 한 생명보험사 투자담당자는 "토종PEF에 믿을만한 인력이나 과거 성과도 없다"면서 "투자제안서는 검토하고 있지만 여지껏 투자를 집행한&nbsp;적은 없다"고 말했다. PEF업계 관계자는 "LP들 대부분이 대형 금융기관이나 연기금으로 국한된 상황에서 투자받기가 쉽지 않다"면서 "애써 투자를 받더라도 보수적인 LP들의 눈치를 봐가면서 아무래도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nbsp;고충을 토로했다.&nbsp;사실 리스크가 있는 투자를 하기에는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nbsp;금융감독원 관계자는 "PEF 운용자들 대부분이 국내 시중은행 출신들로 금융전문가이긴 하지만 기업전문가가 아니다"라면서 "PEF 전문인력도 없고 네트워크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PEF는 인수합병(M&A)도 중요하지만, 기업 구조조정을 통해 회사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더욱 중요하다. ◇ 손발을 묶고 활성화를 기대하다니..업계에서는 PEF 규제가 지나치게 많아 활성화를 방해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종PEF는 투자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 론스타, 뉴브리지 등 외국계 거대자본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토종PEF는 부실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수익을 거두는 바이아웃펀드로 국한된다. 이 마저도 투자대상과 투자기간, 지분취득 요건 등 여러가지 규제를 받는다. PEF법이 규제법인 간투법에 포함된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기업 M&A시장은 얼어붙었다. 한&nbsp;관계자는 "IMF 직후와는 달리 시장에 매력적인 매물을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우량 대기업은 매각가가 수조원에 쳐다보지도 못하고, 괜찮은 중소기업이 있다고 해도 경쟁자가 많아 가격메리트가 없다"고 설명했다. 여러자산에 다양한 투자가 가능하다면 M&A 시장 불황도 피해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그러나 금감원 관계자는 "외국에서 PEF는 규제를 피하기 위해 만든 것이지만 국내에서는 규제를 정하고 만들었다"면서 "도입 때부터 규제는 점차 완화하고&nbsp;있지만 PEF 투자자와 운용자 모두 초보자여서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PEF는 이렇게 신뢰의 위기를 겪고 있다. 손발을 묶은 상태에서 '한국형 론스타'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은&nbsp;애초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2006.06.21 I 조진형 기자
  • `레게의 고향` 자메이카
  • [스포츠월드 제공] 카리브해 남동쪽에 떠 있는 작은 섬나라 자메이카.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레게의 고향’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인다.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흑인 노예들이 고향을 떠올리며 부르던 노래와 서구의 소울이 어울어져 만들어진 독특한 음악이다. 이 레게음악이 탄생한 곳이 자메이카다. 공장 굴뚝 하나없는 이 가난한 섬나라가 세상에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은 순전히 레게 덕분이다.자메이카는 260만명이 사는 작은 나라다. 또 중남미 국가에서 몇 안되는 영어를 쓰는 나라이기도 하다. 남한의 8분의1 크기인 이 나라는 커피와 바나나 등 몇몇 농산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관광에 의존한다. 휴가를 맞아 며칠쯤 일탈을 꿈꾸는 미국인들이 이 나라에서 흥청망청 마시고 놀며 뿌리는 돈으로 먹고 산다. 따라서 가난한 나라이지만 관광객에게만은 고약할 정도로 물가가 비싸다. 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 인근에 자리한 트레져 비치. 자메이카 해안 일주를 하면 카리브해에 접한 다양한 표정의 해변을 만날 수 있다.몬테고 베이(Montego Bay)에서 렌터카로 2시간 30분을 가면 오초 리오스(Ocho Rios)다. 이곳은 미국 마이애미에서 출발한 크루즈 정박지다. 자메이카 도미니카 멕시코 칸쿤으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꿈의 크루즈 여행으로 불린다. 오초 리오스에서 이름난 곳은 코야바 리베르 정원. 특별히 아름다운 정원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이 ‘레게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보브 말리(1945∼1981)가 태어난 곳이다. 중년의 백인 아버지와 10대의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보브 말리. 이 가난한 시골 소년은 훗날 레게 음악의 창시자로 평화·자유·정의·형제애를 부르짖어 수많은 이들의 우상이 됐다. 그가 만든 레게음악은 카리브풍의 독특한 리듬으로 미국과 유럽의 대중음악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자메이카의 우거진 정글 속으로 악어 탐험을 떠나는 블랙 리버.던스(Dunn’s) 계곡은 자메이카에서 특별한 곳이다. 해변에서 보면 그저 평범한 숲이지만 계곡 안으로 들면 300여개 이상의 바위들이 계단을 이룬 폭포로 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카리브해의 뜨거운 태양도 제빛을 발휘하지 못한다. 오히려 한기가 느껴질 만큼 시원하다. 다만 외국인에게는 10달러씩 받는 입장료가 부담이다. 오초 리오스에서 다시 2시간쯤 해안선을 따라 동쪽으로 가면 포트 안토니오다. 이곳에는 롱 비치가 있다. 자메이카의 모든 해안선에는 그림같은 해변이 있지만 이곳은 좀 더 특별하다. 특히 해안선을 따라 지어놓은 방갈로에서의 하룻밤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한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춤추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맞는 저녁은 꿈처럼 달콤하다. 악어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블랙 리버의 보트 투어.자메이카의 수도 킹스턴(Kingston)으로 향하면 블루마운틴 산맥을 넘는다. 최고봉이 2256m나 되는 이 산맥은 연 강수량이 5000㎜에 달한다. 산맥의 좌우에는 양치식물 등 열대 우림으로 빽빽하게 뒤덮였다. 이 산맥의 남쪽 사면은 최고의 커피 경작지로 불린다. 이곳에서 생산된 커피는 ‘블루마운틴’이란 이름으로 팔려나가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블루마운틴에서 내려다보는 킹스턴의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해먹 위에서 쉬고 있는 자메이카의 소년.킹스턴은 자메이카의 남동부에 자리한 천연의 항구다. 1655년 영국이 점령하며 식민도시가 건설됐으며 한때는 해적의 소굴로 악명을 높였다. 18세기에는 노예무역의 거점으로 이용됐고, 자메이카의 수도가 된 것은 1870년의 일이다. 지금은 커피·바나나·사탕수수 등 자메이카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수출하는 항구다.킹스턴에서 서쪽으로 해안선을 따라 3시간쯤 가면 작은 마을 블랙 리버(Black River)에 닿는다. 이곳은 보트 투어로 유명하다. 보트를 타고 강을 거슬러 가며 악어를 관찰하는 정글보트투어가 인기다. 또 블랙 리버는 게와 새우가 많이 잡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레스토랑에서 게와 새우로 만든 푸짐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블랙 리버에서 종착점인 몬테고 베이까지는 2시간이면 넉넉하다. 몬테고 베이에 닿으면 ‘카리브해의 진주’ 자메이카 일주 드라이브 여행은 끝이 난다. 여행쪽지한국에서 자메이카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미국 LA를 경유해야 한다. 자메이카에는 킹스턴과 몬테고 베이에 국제공항이 있다. 중미와 쿠바에서 들어가는 비행기는 대부분 몬테고 베이로 가고, 파나마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킹스턴으로 간다. 파나마∼킹스턴 편도 항공요금은 300달러 선이다. 쿠바에서 몬테고 베이로 가는 항공료도 비슷하다. 쿠바 여행 후 자메이카를 거쳐 파나마로 나오는 일정으로 짜도 좋다. 자메이카 해안일주는 일주일이면 넉넉하다. 대중교통편이 좋지 &50527;아 렌터카를 이용하는 게 편리하다. 렌트비는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일주일의 경우 1일 50달러 선이다. 렌트를 할 때 예치금으로 1000달러가 필요하다. 예치금은 렌터카를 반환할 때 돌려준다. 킹스턴 등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길 찾기도 수월하고 교통도 한적한 편이다. 또 영어권 국가인데다 치안도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큰 부담은 없다.자메이카 여행에서 가장 큰 골칫거리는 높은 물가다. 이곳은 공산품을 모두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중남미의 다른 국가에 비해 아주 비싸다. 숙박료는 허름한 곳도 2인1실 기준 35∼45달러 선. 포트 안토니오의 해변에 자리한 운치 있는 방갈로 야힘바(http://yahimba.com)의 경우 1박에 75∼90달러 한다. 자메이카는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정돼 있다. 그러나 여자와 마리화나는 조심해야 한다. 킹스턴이나 몬테고 베이 등은 길거리에서 매춘을 하는 여성들이 많다. 또 자메이카는 섬 전체가 마리화나로 썩어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만큼 가는 곳마다 마약을 파는 이들이 득시글거린다. 또 과일이나 식품을 살 때도 바가지를 쓰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자메이카인들은 우선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한 후 ‘어느 나라 돈으로 지불할 것인지’ ‘얼마에 사고 싶으냐’고 묻는다. 따라서 물가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바가지를 쓰지 않는다.
  • ''2002처럼'' 태극전사 유럽행 노크
  • [라이프치히=스포츠월드 제공] 태극 전사들이 세계 축구계의 양대 산맥 중의 하나로 꼽히는 유럽 무대 진출을 노크한다.2006독일월드컵축구이 끝난 뒤의 관심사는 태극전사 몇 명의 거취문제. 과연 몇 명의 태극전사가 유럽무대에 진출할지 비상한 관심이다. 벌써 몇몇 선수의 에이전트들은 유럽 등 해외 구단으로의 진출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고 있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난 후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러시를 이뤘던 만큼 태극 전사들은 이번 독일월드컵을 유럽 진출의 기회로 삼고 있다.2002년 월드컵 대표팀의 유럽파는 단 2명. 당시 안정환이 이탈리아의 페루자에서, 설기현이 벨기에의 안더레흐트에서 뛰었다. 하지만 한일월드컵에서 선수들이 뛰어난 활약으로 4강의 성적을 냈고, 월드컵 이후 선수들의 해외 진출이 봇물을 이뤘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거스 히딩크 전 한국 대표팀 감독의 부름을 받고 네덜란드로 건너갔고, 이천수는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에서 뛰었다. 또 송종국, 김남일, 차두리, 이을용 등도 유럽행 꿈을 이뤘다.이번에도 선수들은 이번 월드컵을 계기로 한 단계 도약을 원하고 있다. 토고전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 안정환(뒤스부르크)은 스코틀랜드의 셀틱과 하츠, 글래스고 레인저스 등의 구단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안정환은 쏟아지는 질문에 “모든 결정은 월드컵 이후에…”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는 상태. 미드필더 이호(울산 현대)도 러시아행이 점쳐지고 있다. 월드컵 이후 딕 아드보카트 한국 대표팀 감독과 함께 러시아의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이적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왼쪽부터)이천수, 이호, 김두현또 지난 시즌까지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뛴 설기현(울버햄프턴)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울버햄프턴이 설기현을 이적시키기 위해 몇몇 구단과 협상을 하고 있는 상황. 설기현은 “월드컵이 끝난 뒤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프리미어리그 이적 가능성을 시사했다.송종국(수원 삼성)도 다시 한번 유럽 무대를 노크하고 있다. 송종국은 “외국에서 3∼4년 더 경험하고 싶다”며 “유럽 특히 잉글랜드로 가고 싶다”며 포부를 밝혔고, 이천수(울산 현대), 박주영(FC 서울), 김두현(성남 일화) 등도 월드컵 이후 유럽 무대 진출을 꿈꾸고 있다.하지만 관건은 월드컵 성적. 지난 한일 월드컵 이후 선수들이 대거 해외로 이적할 수 있었던 것은 3∼4위전까지 7경기를 치르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번에도 2002년과 비슷한 성적을 내 오랫동안 기다려온 태극전사들의 꿈이 이뤄질지 기대된다.
대~한민국 기운 받고 으랏차차, 새소리 벗삼아 쉬엄쉬엄
  • 대~한민국 기운 받고 으랏차차, 새소리 벗삼아 쉬엄쉬엄
  • [조선일보 제공] 3대가 덕을 쌓아야만 맞을 수 있다는 지리산 천왕일출(天王日出). 천지창조의 순간과도 같은 감동을 준다는 그 천왕일출을 보기 위해 200여명의 등산인들이 칠흑 같은 어둠을 가르며 천왕봉 꼭대기로 올라섰다. 날이 희붐해지자 모두들 한쪽 방향으로 시선이 몰렸다. 그러나 일출시각을 얼마 앞두고 점점 차 오른 새벽 안개에 가려 천왕일출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도 아쉬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모두들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라는 글이 새겨진 정상석을 기념비 삼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찍었다. 신혜정씨와 친구 김수양(23·광주시 오치2동)씨도 마찬가지였다.▲ 제석봉 부근의 고사목 지대에서 환한 미소를 짓는 신혜정(왼쪽)씨와 김수양씨“수고했어 혜정아.” “고마워 수양아, 내가 이렇게 끝까지 걸을 줄은 몰랐어.”&nbsp;신혜정씨와 김수양씨는 사흘 전 성삼재를 출발했다. (1일차 09:30) 어린 시절 부모님 따라 뱀사골계곡에 놀러온 게 ‘지리산행’의 전부인 혜정씨가 지리산 종주를 오래 전부터 머릿속에 그려왔다. 대학산악부 출신인 수양씨 영향이 컸다. 마라톤용 운동화와 트레이닝 차림에 침낭과 배낭은 수양씨 것을 빌렸다. 침낭과 갈아입을 옷에 간식거리까지 집어넣었으니 배낭 무게는 7㎏쯤 나갔다. 그런데도 두어 달 동안 수영장을 다닌 덕분인지 첫날 산행은 수월했다. 노고단 정상 탐방로를 거닐며 초원 같은 산사면에 뒤늦게 핀 봄 꽃을 볼 때는 “환상적이다”라며 감탄사를 터뜨렸다. (10:30~11:30) 평일인데도 종주객들이 많았다. 진주에서 왔다는 중년의 부부는 짐을 잔뜩 메고 걸었다. 공원 내에서는 야영이 허용되지 않건만 두 사람만의 호젓한 시간을 갖기 위해 텐트에 침낭까지 짊어지고 있었다. 혜정씨는 주능선에서 비껴 솟은 반야봉(1732m)에 올라서서야 천왕봉이 얼마나 멀리 있는 지 깨달았다. (14:25) 정말 멀었다. 갈지(之)자로 뻗은 능선 맨 끝에 희미하게 보이는 봉이었다. 이렇게 장대한 능선을 마주한 것은 처음이었다. 한 줄기로 곧게 뻗는 게 능선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좌우로 틀어지고 중간중간 산봉이 솟아 있는가 하면, 좌우로 가닥을 뻗어 거대한 산군을 이루고 있었다. 늦은 점심 먹겠다고 화개재에서 200m 아래 뱀사골대피소로 내려섰다가 (15:50) 다시 화개재로 올라선 다음 가파른 능선을 따라 토끼봉을 올라설 때는 “어휴~”, “아구구~” 소리가 나고, 다리도 뻐근해졌다. (17:20) 그 모습에 동행인 이영석(40·안성시 금산동)씨는 “혜정씨 얼굴이 노란 게 아무래도 헤어질 때가 된 것 같다”며 은근히 ‘협박’을 해댔다. “이번이 세 번째 종주예요. 1학년 때는 새벽에 노고단에 올라와 어둠 속에서 밥 먹느라 고생 많이 했어요. 3학년 때는 겨울방학 때 걸었어요.” 오후 7시 연하천대피소에서 만난 이재국(경기 일산 상탄초 5년)군. 아빠와 함께 왔다. (19:00) 대피소 앞마당의 통나무 탁자에 앉아 랜턴 아래 저녁을 먹는 사이 태양을 피해 있던 초승달과 별들이 하나 하나 모습을 드러냈다. “꿈 같아요. 제게 이런 날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어요.” 집에서 가져온 김치에 햄과 소시지, 꽁치통조림까지 집어넣어 맛이 궁금했는데, 의외로 훌륭한 잡탕찌개가 되었다. 이튿날 새벽 대피소를 나섰다. (2일차 05:50) 아침밥은 1시간 반쯤 거리를 둔 벽소령에서 먹기로 했다. 소화도 시키고 여유를 갖고 산행을 하기 위해서였다. 새벽 공기가 싸하게 몸을 파고드는 게 상큼했다. 산새들은 흥겹게 지저귀고, 딱따구리는 나무를 열심히 쪼아댔다. 이들의 소리가 산을 깨우고 있었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산행에 나서 선비샘에서 쉴 즈음 땀 냄새가 물씬 풍겼다. (10:00) 마라톤 동호회에서도 오고, 익산의 산악회에서도 왔다. 모두들 성삼재~천왕봉~백무동 구간을 당일에 주파하는 게 목표였다.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뭐가 저리도 급할까 싶네요. 저렇게 정신 없이 걷노라면 새소리도, 철쭉꽃이 파르르 떠는 모습도 보지 못할 텐데 말이에요.” 정오 무렵 영신봉(1651.9m)에 올라섰다. (12:00) 바위, 녹음, 고사목이 한데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 봉이었다. 천왕봉이 바짝 다가와 있었다. 등뒤로는 토끼봉 너머로 반야봉이 품을 넓게 펼친 채 솟구쳐 있었다. “정말 신비롭네요. 꼭 구름 타고 날아다니는 기분이에요.” 세석에서 점심을 먹고 장터목으로 향하는 사이 다리가 점점 무거워졌다. 그런데도 안개가 오락가락하면서 천왕봉이 모습을 감췄다가 다시 드러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지금 불어대는 바람 타고 훨훨 날아 천왕봉 꼭대기에 내려앉았으면 하는 꿈같은 공상도 떠올랐다. 그 꿈은 장터목에서 하룻밤 지낸 뒤 이루어졌다. (3일차 새벽) 혜정씨와 수양씨는 별을 따는 소녀였다. 밤하늘은 수많은 별들이 수를 놓고 있었다. 폴짝 뛰어 팔을 뻗으면 적어도 하나쯤은 따낼 것만 같았다. 한 발 한 발 오르는 사이 꿈이 이루어지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산정에 올라서는 순간 별들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렇지만 혜정씨 얼굴에는 ‘드디어 해냈다’는 뿌듯함이 배어나왔다. ▲ 임걸령샘. 물 한 바가지에 힘이 솟는다.숙박 국립공원 내에서는 대피소 외에서는 취사야영이 금지돼 있다. 능선 상에는 노고단, 연하천, 벽소령, 세석, 장터목, 치밭목, 로타리 등의 대피소가 있다. 뱀사골 대피소는 화개재에서 뱀사골 방향으로 200m 아래 위치해 있지만, 호젓한 분위기를 유지해 종주객들에게도 인기 있다. 예약은 국립공원관리공단 홈페이지(www.knps.or.kr)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 사람이 3명까지, 시설이용 희망일 15일 전(오전 10시)부터 1일 전(오전10시)까지 예약이 가능하다. 각 대피소는 오후 5시에 자리 배정 후 입실시키고, 오후 7시(5월~9월)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자동취소가 되어, 취소분은 대기자에게 넘어간다. 따라서 늦을 경우 해당 대피소로 사전에 연락해야 한다. 지리산 주능선 전역은 무선전화가 가능하다. 각 대피소에서 침낭(2000원) 혹은 담요(1000원)를 빌려주지만 청결을 위해 여름용 침낭과 매트리스를 휴대하는 게 좋다. 대기자의 경우, 이슬이나 비를 피할 만한 비닐이나 판초를 휴대하는 게 바람직하다. 각 대피소에서 햇반류, 컵라면, 과자류, 음료수, 버너용 가스 등을 판다. 하산지점인 중산리, 백무동, 대원사 방면에는 민박, 펜션 등의 숙박업소와 토종닭이나 산채 전문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지리산 능선 상의 대피소&nbsp;&nbsp;명칭요금수용인원전화노고단7000원210명(가족실도 있음)061-783-1507뱀사골5000원80명063-626-1732능선에서 뱀사골 방향 200m 아래 위치연하천5000원40명063-625-1586벽소령7000원140명016-852-1426세석7000원220명011-1769-1601장터목7000원150명011-1767-1915치밭목5000원40명없음로타리7000원40명없음<관련기사>인생에 오르지 못할 산은 없다천왕일출 보려면… 장터목에서 새벽 3시 출발!
  • MS는 한국기업과 동맹을 원한다
  • [조선일보 제공]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한국에 3000만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한국에 잇단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MS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반(反)독점 결정을 둘러싸고 한국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었다. 한때 한국 시장에서 윈도 사업을 아예 철수할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돌 정도로 분위기는 험악했다. 그런데 지난 5월 ‘서울 디지털 포럼 2006’ 참석차 방한한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은 공정위의 결정에 대한 불만 대신 선물 보따리를 들고 왔다. 노무현 대통령을 방문한 자리에서 그는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UMPC(울트라모바일PC)를 직접 들고 와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삼성전자의 UMPC는 A4용지의 절반 크기 만한 컴퓨터로 휴대하기 쉽고 가격이 110만원대로 저렴한 것이 특징이다. 발머는 또 “한국은 혁신과 하이테크의 나라”라고 추켜세운 뒤 한국의 IT(정보기술) 산업에 향후 3년간 3000만달러를 신규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직원들과 함께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한국 월드컵 대표팀을 열심히 응원했다. 한국의 교육 정보화 사업 및 노인 정보화에 관심을 표명하고 지원을 다짐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서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매년 한국의 이공계 학생 15명을 베이징 MS연구소의 인턴으로 선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붉은 악마가 된 스티브 발머 MS사장(가운데).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MS가 한국 정부의 반독점 결정 및 과징금 부과를 무마하려는 유화책에 불과하다”고 일축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작년 12월 7일 “MS 윈도에 미디어플레이어와 메신저 프로그램을 포함시켜 판매하는 행위는 끼워팔기”라며 3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당시 MS와 한국 정부 사이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작년 10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MS의 분기 보고서에는 “한국 공정위가 일부 프로그램을 제거하거나 한국 시장에 맞춰 특화된 윈도를 재설계할 것을 요구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 윈도 사업을 철수하거나 새로운 버전 출시를 늦출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그런데 발머 사장은 화해의 메시지를 들고 방한했다. 발머의 유화 제스처가 단순히 공정위 판결만을 의식해 머리를 숙인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오산이다. 빌 게이츠의 뒤를 이어 MS의 2인자인 발머는 끈질긴 승부사로 알려져 있다. MS의 공격적인 경영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몸을 낮췄다는 것은 더 큰 싸움을 염두에 두었다고 봐야 한다. 우선 발머의 UMPC 세일즈는 다분히 전략적이다. UMPC는 삼성전자의 야심작이자 동시에 “PC뿐 아니라 모든 전자 단말기에 윈도를 심겠다”는 MS의 염원이 담긴 제품이다. UMPC는 IT분야의 글로벌 선두인 삼성전자·인텔·마이크로소프트가 공동 개발했다. 삼성은 대용량 플래시 메모리 시장 확대를, 인텔은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 선점을, 마이크로소프트는 포스트PC에 윈도를 심으려는 의도로 각각 손을 잡았다. UMPC는 전용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PDA(개인휴대단말기)와 달리 윈도XP를 탑재해 PC용 프로그램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발머가 UMPC를 칭찬한 것은 MS와 한국 기업들이 상생하는 파트너십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이다. MS는 소비자의 관심이 MS가 이미 장악하고 있는 PC를 떠나 휴대폰·MP3플레이어·게임기 등 ‘포스트PC’로 옮겨 가는 것을 우려해왔다. 포스트PC 분야에서 MS의 입지는 확고하지 않다. 게임기는 소니, MP3플레이어는 애플, 휴대폰은 노키아에게 각각 선수를 빼앗겼다. 이 단말기들은 MS 윈도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있다. 반면 UMPC는 PC와 호환되는 휴대 단말기로 MS의 장기적인 비전을 담고 있다. 이 싸움에서 소니·애플·노키아는 MS의 경쟁자인 반면 삼성전자는 MS의 전략적 파트너인 셈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소니·애플·노키아와 경쟁 관계에 있지만 MS와는 뚜렷이 충돌하는 사업 영역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삼성물산과도 유비쿼터스 아파트 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유비쿼터스 아파트에 쓰일 전자기기의 호환 표준을 정하는 데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빌 게이츠 MS 회장의 행보 역시 MS가 한국 기업들을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빌 게이츠는 지난 5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한 기술 컨퍼런스에서 한국 레인컴이 개발한 MP3플레이어 ‘아이리버’ 신제품을 직접 들고 나와 시연했다. 게이츠 회장은 ‘클릭스’라는 이름의 이 신제품에 대해 “혁신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며 음악도 듣고 사진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클릭스는 MS가 애플의 아이튠 서비스에 맞서 MTV와 함께 개발한 디지털 음악 서비스 ‘어지’와 호환되는 모델이다. MS는 애플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아이리버 개발사인 한국 레인콤을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빌 게이츠는 지난해에도 소비자 가전쇼(CES)에서 레인콤의 ‘아이리버’를 직접 소개한 바 있다. -한국산 mp3플레이어 '아이리버'를 소개하는 빌 게이츠 회장. MS가 한국에 신규 투자하기로 한 3000만달러 역시 한국 내 파트너 기업을 발굴·육성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자금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이노베이션 센터(MSIC)’를 설립한 뒤 한국 소프트웨어 벤처 기업 중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잠재력이 있는 기업을 선별, 육성하고 기술을 공유하거나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MS가 지난해 3월에 모바일 이노베이션 랩을 설립해 투자하기로 한 3000만달러와는 별도로 새로 추가된 것이다. 한편 발머와 함께 ‘서울 디지털 포럼 2006’ 참석차 방한한 셰인 김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스튜디오(MGS) 대표는 한국 게임업체들에게 러브콜을 했다. 셰인 김은 한국인 2세로 MS에서 16년간 근무한 뒤 2004년 한국계 최초로 MS 계열사 사장이 된 인물이다. 셰인 김은 서울 디지털 포럼에서 MS의 장기 비전인 ‘라이브 애니웨어(Live Anywhere)’ 전략을 설명하고 한국 게임업체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라이브 애니웨어’는 PC와 X박스, 휴대폰 등 단말기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동일한 게임을 인터넷으로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이다. 집에서 X박스로 하던 게임을 PC방에서 PC로 계속하거나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PC 이용자와 X박스 이용자가 같은 서버에 접속해 함께 게임을 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그는 “한국 게임 개발사들의 개발력이 뛰어나고 PC용 온라인 게임에 강한 한국의 게임 개발 환경이 MS의 라이브 애니웨어 전략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판타그램·웹젠·소프트맥스 등의 업체와 X박스 게임을 개발해 왔으며 한층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S의 신형 게임기인 X박스360이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한국 온라인 게임과 연동될 수 있다면 소니와의 게임기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MS는 또한 한국에서 게임 개발 대회를 열어 선발된 게임을 자사 온라인 서비스인 ‘X박스 라이브’를 통해 전 세계에 서비스할 것이라고 밝혔다. 셰인 김이 이끄는 MSG는 직원이 1100명으로 MS의 게임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김 사장은 국제 게임쇼인 E3에 빌 게이츠 회장을 처음으로 참석하게 하는 등 MS 내에서 입지가 탄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사장은 “X박스360을 아시아에서 일본 다음으로 두 번째 출시할 정도로 한국 시장을 중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시장에서 X박스는 이미 실패를 맛본 바 있다. 게임 타이틀이 부족하고 그나마 한글화를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X박스360은 3개월 만에 31개의 타이틀을 출시하고 이 중 절반을 한글화하는 등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 비결은 ‘독점력’에 있다. PC 초창기 인기 게임이나 업무용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려면 MS의 운영체제인 DOS가 꼭 필요했다. 많은 사람들이 DOS를 사용했기 때문에 응용 소프트웨어가 풍부해졌다. 이렇게 풍부해진 DOS용 응용 프로그램 때문에 소비자는 다시 윈도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IBM OS/2 등 기술적으로 우수한 운영체제가 등장했지만 이미 독점적 지위에 올라선 윈도를 따라 잡지는 못했다. MS는 오피스·웹브라우저 등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마다 단시간에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는 것을 우선적으로 추구했다. 개발비와 마케팅비를 아끼지 않았고 출혈 경쟁을 유도해 수많은 경쟁자를 쓰러뜨렸다. 이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웨어는 세계 곳곳에서 독점 기업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미국 내에서 반독점 소송에 장기간 휘말린 데 이어 유럽과 한국 등에서도 반독점 소송이 걸려 있는 상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은 선(善)이고 독점은 악(惡)으로 통한다. 그러나 독점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독점의 기술’의 저자인 밀랜드 레레는 “성공 기업들의 비결은 독점에 있다”며 “독점은 모든 기업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고 주장한다. 그에게 독점은 “어떤 기업이 일정 기간 동안 유일하게 소비자의 새로운 요구를 충족시켜주는 상황”을 뜻한다. 독점의 원천은 배타적인 사업권, 기술력, 브랜드 파워 등 다양하다. 모든 기업은 일정 기간 동안 경쟁자의 방해로부터 자유롭게 투자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레레의 논리다. 미국 월가의 전설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은 한 분야에서 확고한 독점 기업이 아니면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장기 투자를 하는 버핏에게 고수익을 내고 있지만 독점적 지위를 언제든 빼앗길 수 있는 기업, 진입 장벽이 낮아 쉽게 경쟁에 노출되는 기업은 위험한 투자처일 수밖에 없다. 독점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일정한 상황에서 생겨난 독점 기회는 시간이 지나면 소멸된다. 상황적 독점을 상실해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하는 기업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새로운 독점을 창출하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나의 독점에서 다른 독점으로 계속 갈아타기를 하면서 정상의 지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해왔다. 현재 MS는 PC용 소프트웨어 업체에서 온라인 서비스 기업으로, 포스트PC 업체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 기업은 구글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다. 포스트PC 분야에는 애플·노키아·소니 등이 진을 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정상의 자리를 유지하려면 이들과의 일전에서 승리해야 한다. MS의 전략은 인터넷 창인 익스플로러를 중심으로 검색 엔진·포털 서비스 등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통합하고, PC와 포스트PC의 호환성을 내세워 PC 시장에서의 지위를 포스트PC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MS가 주최한 2006 노소공감 정보검색 대회. MS는 2000년 게임기 사업에 진출한 이후 5년 동안 흑자는커녕 수조원을 날렸다. 그런데도 이 사업에 수조원을 더 투입할 계획이다. 게임기가 거실의 TV를 완전히 장악하고 게임·음악·영화·TV 등 가정용 멀티미디어 정보를 통제하는 핵심 포스트PC 단말기가 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가 원한 것은 게임기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갈 운영체제(OS)를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는 소니와 손잡기를 원했다. 게이츠는 1999년 이데이 노부유키 당시 소니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소니가 개발하고 있던 PS2에 MS의 운영체제와 프로그래밍 개발도구를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이데이는 제안을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 게이츠는 상당히 불쾌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MS는 독자적인 게임기 개발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2001년 말 출시된 X박스는 연산 속도와 그래픽 등 게임기의 성능 면에서 PS2를 능가했다. 그러나 후발주자라는 약점과 게임 타이틀 개발업체 확보 경쟁에서 밀리는 바람에 PS2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그러나 X박스의 잠재력은 오히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나타났다. 전 세계 해커들에게 X박스는 꿈의 기계였다. 웬만한 PC 못지 않은 성능을 갖추고도 가격은 10만원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해커들은 X박스의 기존 운영체제 대신 자신들이 만든 소프트웨어를 설치, mp3파일이나 동영상을 온라인으로 감상하는 미디어플레이어로 개조해 사용했다. MS가 차기 버전에서 갖추려던 기능을 해커들이 먼저 선보인 것이다. 구글 역시 MS의 존립을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 등 사용자들이 열광하는 각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키워드 광고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였다. 구글의 독점은 MS의 독점과 달리 소비자의 저항을 거의 받지 않는다. 소비자에게 돈을 내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MS는 소비자에게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 소비자들의 반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MS에도 구글과 같은 무료 서비스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삼성ㆍMSㆍ인텔이 공동개발한 UMPC 센스 Q1. MS와 구글의 주도권 경쟁은 치열하다. 구글은 지난 5월 26일 세계 PC 생산 1위인 델과 ‘동맹’을 선언했다. 델이 생산하는 연간 2000만대의 PC에 구글의 검색 기능을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툴바’를 설치하기로 했다. 구글의 전자우편과 하드드라이브 검색용 소프트웨어도 설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델PC 이용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클릭하는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구글 검색으로 갈 수 있다. 이에 앞서 구글은 MS와 치열한 경쟁 끝에 아메리카온라인(AOL)과의 제휴를 따냈다. 반면 MS는 아마존닷컴의 검색엔진 공급 경쟁에서 구글을 제쳤다. 이들의 경쟁은 여러차례 법정 시비로 번졌다. 미국 법무부는 최근 MS가 새로 개발한 검색툴을 윈도에 기본 탑재하는 것은 불공정 행위가 아니라고 결론냈다. 이번에는 MS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MS는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동맹 세력을 모으고 있다. MS의 입장에서 보면 삼성전자 등 상당수 한국 기업들은 경쟁 기업이 아니라 동맹자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레인콤 등은 TV·휴대폰·MP3플레이어 등 포스트PC 단말기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는 반면 소프트웨어는 주력 사업이 아니다. 반면 MS는 하드웨어를 주력 사업으로 보지 않는다. MS가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할 경우 제휴 기업 역시 일정 기간 동안 시장에서 우월한 지위를 누리거나 협상을 통해 유사한 권리를 요구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MS의 배신을 우려한다. 그러나 비즈니스 세계에서 영원한 동맹은 있을 수 없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 MS의 독점 폐해는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다. 인터넷 메신저의 경우 MSN 메신저는 국내 시장에서 1위 자리를 SK 네이트온에 내줬다. 네이트온은 2003년 출시된 이후 2년 만에 MSN 메신저를 추월했다. 미디어플레이어 역시 대중적인 인기는 윈도 미디어플레이어에 비해 국산 곰플레이어가 더 높다. DIVX 등 다양한 동영상 포맷을 지원하고 더 편리한 자막 및 화면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굴뚝 산업 시대에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이 소프트웨어 등 신경제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에 대해 논란이 많다”며 “우리나라의 경우도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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