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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달러=150엔’ 저렴해진 日…“인재·자본 유출 등 국력저하 우려”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 엔화 가치가 32년 만에 150엔까지 떨어지면서 일본의 경제 경쟁력, 나아가 국력까지 약화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42년 만에 처음으로 경상수지 적자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저렴해진 엔화보다 달러화 등의 급여를 선호하는 핵심 인재들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고 있어서다. 엔저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으로 소비자물가마저 31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경제 부담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AFPBB/로이터)◇경상수지 적자→자본유출→엔저 가속화 ‘악순환’ 우려21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전날 오후 달러·엔 환율이 ‘거품(버블) 경제’ 후반기였던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50엔을 돌파한 것과 관련, “엔저로 수출이 늘어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수입 비용이 크게 부풀어오르는 단점만 부각되고 있다”며 “너무나도 값이 싸진 엔화는 자본 및 인재 유출로 이어져 국력을 저하시킬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과거에는 일본 기업들의 생산기지가 대부분 국내에 있었던 탓에 엔저는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대외 가격경쟁력 강화로 기업들의 수출이 늘고 벌어들인 외화를 다시 엔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엔저 압력을 막아줬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대다수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면서 환전을 위해 엔화를 사들이는 일이 크게 줄었다. 엔저에 제동을 걸어줄 수단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관광 수입 등이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아 큰 기대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 결과 에너지와 식품을 수입하는 비용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닛케이는 지적했다. 일본의 식량 자급률은 40% 미만이며,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0%를 웃돈다. 특히 국제유가는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 간 갈등으로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엔저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리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저금리·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하면서 촉발됐다. BOJ가 통화정책을 변경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연준이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동안에는 엔저가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경상수지도 4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닛케이가 1달러=150엔을 전제로 추산한 결과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르면 지난해 12조엔을 기록했던 경상수지 흑자는 2023~2024년 1조~3조엔으로 대폭 줄어들고, 유가가 120달러까지 치솟으면 적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측됐다. 일본은 이미 7월과 8월 2개월 연속 경상수지(계절조정치) 적자를 기록했다. 닛케이는 “경상수지 적자는 일본에서 자본이 해외로 유출된다는 의미”라며 “이는 엔저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인재 유출도 문제다. 엔저는 대외 구매력이 그만큼 떨어져 소비자 부담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닛케이는 엔화의 대외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실효환율이 1973년 이전 1달러=360엔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에서 더 좋은 급여를 제시할 경우 노동력이 빠져나갈 수 있다. 일본은 이미 고령화·저출산 등으로 경제활동 인구 급감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협력기구(JICA)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오는 2040년엔 지금보다 약 500만명을 추가 수용해야 한다. (사진= AFP)◇에너지·식품 수입비용 상승→31년래 최대폭 물가 상승엔저에 따른 구매력 저하 및 소비자 부담 확대는 이미 가시화하고 있다. 에너지·식품 수입 비용 급증은 고스란히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일본 총무성은 이날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3.0%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4년 9월 이후 가장 큰 폭의 물가 상승률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의 CPI 상승률이 10%에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지만, BOJ의 인플레이션 목표인 2%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NHK방송은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돼 물가지수에 반영된 2014년 4월을 제외하면 1991년 8월 이후 3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라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엔저 및 이에 따른 물가 상승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시장에선 1달러=150엔선이 완전히 무너지면 일본 정부가 개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금융당국은 지난달 22일 환율이 달러당 145.90엔까지 올랐을 때 24년만에 달러를 팔아 엔화를 사들이는 개입을 단행했다.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이날 “투기에 의한 과도한 변동은 용인할 수 없다. 외환시장의 동향을 긴장감을 느끼며 주시하는 동시에 과도한 변동에 대해서는 적절한 대응을 취한다는 생각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며 개입 의지를 확인했다.
- 비트코인, 변동성과 헤어질 결심…바닥 다진 후 반등?
-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비트코인이라고 하면 늘상 따라 붙던 수식어는 `변동성(Volatility)`이라는 단어였다.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마치 널뛰기를 한다거나, 롤러코스터를 탄다거나 하는 표현도 흔히 쓰였다. 그랬던 비트코인이 달라지고 있다.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들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시세 흐름을 보였던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드디어 뉴욕 증시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의 변동성보다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실제 현재 비트코인의 30일 가격 변동성은 23.09%를 기록해 28.46%를 기록하고 있는 S&P500지수의 변동성 아래로 내려갔다. 이처럼 비트코인과 S&P500지수 가격 변동성이 역전된 것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2년 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역사적으로도 둘 사이의 가격 변동성 역전은 2015년과 2018년, 2020년 이어 이번까지 딱 4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이뿐 만이 아니다. 흔히 공포지수로도 불리는 비트멕스(BitMEX) 거래소가 산출하는 30일 역사적 변동성지수(BVOL)도 전날 19% 아래로 내려갔다. 이 역시 팬데믹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비트코인의 높았던 가격 변동성이 낮아진 걸까. 가상자산 거래 플랫폼인 EXMO를 이끌고 있는 세리 츠다노프 최고경영자(CEO)는 “비트코인 가격이 큰 폭으로 추락한 이후 거시경제 악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가 크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워낙 가격이 싸지니 치솟는 인플레이션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긴축도, 향후 경기 침체 우려도 큰 악재가 받아 들여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과 S&P500지수의 30일 변동성과 둘 사이의 변동성 스프레드(차이)특히 그는 “(연저점이었던) 6월만 해도 가격이 급락하면서 거래대금이 워낙 줄어 변동성이 더 커졌지만, 이번에는 그나마 거래대금이 받쳐주고 있어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줄어들고 있다”고 봤다. 6월에 비트코인 가격이 1만8000달러까지 떨어질 당시 BVOL은 85.18%까지 치솟기도 했다.니콜라스 콜라스 데이터트렉 리서치 창업주는 “현재 (위험자산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시장은 연준의 통화긴축에 의해 좌우되는데, 연준의 정책 기조 자체가 쉽사리 바뀔 것 같지 않으니 오히려 시장심리가 안정적인 것 같다”고 해석했다. 다만 작용이 있다면 반작용이 있는 법, 변동성이 줄어들면 나중에 다시 변동성이 늘어나게 된다. 이 때 위로든, 아래로든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코인 트레이더인 알렉스 크뤼거는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트윗에서 “BVOL이 25% 이래로 내려갈 때마다 머지 않아 비트코인 가격이 폭발적인 움직임을 보이곤 했다”면서 “두 차례는 상승하는 폭발이었고, 한 차례는 하락 쪽이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결국 지금 장세는 연준의 통화정책이 좌우하는 만큼, 비트코인 변동성이 다시 커질 때 상승랠리가 전개될 지, 추가 하락세를 보일 지도 연준의 행보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연준 정책금리와 점도표 및 OIS에서의 금리 전망현재 금융시장은 연준이 최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내놓은 점도표에서 약속한 ‘내년 4.60%’라는 최종금리를 믿지 않고 있다. 연준이 워낙 강력한 통화긴축 의지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인데, 단기자금 헤지를 위한 스왑 상품인 OIS를 기준으로 현재 시장이 점치는 최종금리는 5%가 넘어가고 있다. 결국 연준이 원래 약속대로 가느냐, 시장이 예상하는대로 가느냐가 변수다. 에드워드 모야 오안다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금리가 뛰면서 달러화가 강해지고, 그로 인해 (달러화와 역상관관계를 가진) 비트코인이 약해지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그래도 최근 시장금리가 크게 뛰는 와중에도 비트코인이 1만9000달러에서 지지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건 긍정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인상적인 회복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몇 주일 간 더 이어질 지지력 테스트를 견뎌 낸다면 상승 쪽으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커스 소티리우 글로벌블록 애널리스트도 “비트코인은 요즘 부정적인 거시경제 뉴스에도 안정적으로 매물을 소화해 내고 있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1만7600~1만9000달러 선에서 진정한 바닥을 다질 것으로 점쳤다. 이어 “이 지점에서 바닥을 확인하고 나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다시 변동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상당한 폭의 안도랠리를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