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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인수-합병, 실패확률 높아
  • 세계에 기업 인수-합병(M&A)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도이체 텔레콤이 1000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 미국 이동통신회사 인수에 나서고 있는 등 전 세계 통신업체들이 M&A 열풍에 휩싸인 모습이다. NTT 도코모의 KPN 지분 인수, 퍼시픽 센추리 사이버워크스의 케이블&와이어리스 HKT 인수 등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에서도 초대형 은행 탄생이 기정 사실화되어 있으며, 독일에서도 대형 은행간 합병 논의가 진행중이다. 영국의 브리티시 항공과 네덜란드의 KLM 항공이 합병 절차에 들어가 있으며, 미국의 항공업계도 생존을 위한 합병에 적극 나서고 있다. 스위스의 UBS는 최근 미국 4위 증권사인 페인 웨버 인수를 발표했다. 스페인의 테라 네트워크가 미국의 라이코스를 인수하기도 했으며, 광통신 네트워크의 JDS 유니페이스가 라이벌 업체인 SDL을 400억 달러에 인수,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IT 정보 및 서비스 업계의 1위 기업인 C넷이 2위 기업인 ZD넷을 인수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상황은 다르지만 삼성차 매각과 포드자동차의 대우차 인수 협상, 금융기관간 합병 분위기 등 인수-합병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각 증권사마다 M&A 테마주를 제시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최근호는 합병이 당초 예상했던 결과를 얻지 못한 채 실패로 끝나는 경우를 지적하고 나섰다. 이코노미스트는 인수-합병의 문제점을 지적하기 위해 앞으로 6주간 6회에 걸쳐 특집 기사를 내보내겠다고 했다. 다음은 그 내용은 요약한 것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업 합병이 실패하는 비율이 할리우드의 스타들이 실패하는 것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KPMG의 리포트에 따르면 합병으로 절반 이상이 주주 가치가 악화됐으며, 3분의 1 이상은 변동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2년간 전 세계의 기업들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규모로 적과 동침하기 시작했다. 1999년의 전 세계의 인수합병 규모는 3분의1 이상이 증가한 3조4000억 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가장 활발하게 합병이 일어나는 곳인 유럽이 두 배 이상 증가, 1조20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합병은 방어적으로 보인다. 위협을 느껴서 합병을 했다는 것이다. 종종 그 위협은 특정 시장의 본질이나 규모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맥도널 더글러스는 보잉에 합쳐졌는데, 그것은 펜타곤이 국방예산을 절반정도로 줄였기 때문이다. 세계화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크라이슬러가 다임러 벤츠와 합병했는데, 세계 3위 기업도 혼자서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부는 다른 육식동물을 피하기 위해서 합병하기도 한다. 독일의 바이에리체 베레인방크는 히포방크와 합병을 했는데, 그것은 경영진이 도이체 방크에 인수당할 것을 겁먹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위협을 피하기 위해 종종 결혼으로 그 문제를 해결한다. 새로운 파트너를 찾음으로써 도전보다는 기회를 보고는 한다. 그러나 히포방크의 경우, 결혼한 지 2년이 지나서야 베레인방크의 재무제표가 끔직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합병을 하기 전에 명확한 비전과 실사작업을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종업원들이 숙지하고 있듯이 합병은 실직을 의미한다. 합병이 선언되자 마자 가장 경쟁력있는 가치있는 직원들이 다른 기업에 이력서를 보낸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매니저들이 합당한 전략을 갖고 이를 실행에 옮길 때 합병기업은 상대적으로 잘 운영될 수 있다. 타임 워너의 터너 방송 인수가 바로 이런 범주에 들어간다. 타임 워너의 보스인 제럴드 레빈은 1980년대 후반에 근대적인 미디어 재벌에 대한 비전을 갖고 이를 발전시켰다. 다임러크라이슬러 역시 고대 투톤족의 현명함에 따라 통합을 이룩했다. 씨티은행과 트래블러스 그룹이 합병해 탄생한 씨티그룹은 애초 생각했던 잡다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시켰다. 모든 기업활동과 마찬가지로 행운과 경제적 배경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상승기에 합병하기는 쉽다. 주가가 오를 때는 금융비용을 쉽게 부담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경제가 성장하고 있기에 보상도 쉽게 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행운은 자기가 만들 수도 있다.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씽크탱크인 보잉의 팬텀 워크스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다양한 고객의 욕구에 보잉을 맞춤으로써 맥도널 더글라스와의 합병 후유증을 극복했다. 결혼과 마찬가지로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화학반응이 문제다. 그리고 이것은 최고경영자의 문제다. 어느 기업도 장기간 두 명의 보스를 둘 수는 없다. 씨티뱅크의 존 리드가 트래블러스의 샌포드 와일에게 양보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고경영진에 리더십이 없다면 인수된 기업은 점령지의 패배군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고 결국은 게릴라전을 전개하게 될 것이다. 합병이 종종 실패한다고 해서 기업들이 합병을 피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합병이 기업 문제를 해결하는 단순한 솔루션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혼인신고를 하기 전까지는 좋은 아이디어일 수 있다.
2000.07.21 I 김홍기 기자
  • 경제관료가 본 외환위기 극복과정(전문)
  • 한 경제관료가 본 외환위기와 그 극복과정 재정경제부 부이사관 변양호(국방대학교 파견 중) 1. 가령 한 환자가 심장병으로 사망했다고 하자. 당뇨나 비만 때문에 병세가 악화되었을 수도 있고 찬바람이나 의사의 부주의 때문에 좀 더 일찍 사망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사망원인은 심장병이다. 당뇨나 비만, 찬바람이나 의사의 부주의가 사망원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97년 외환위기의 원인은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었던 과도한 부실채권에 있었다. 우리 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면, 그래서 외국인들이 우리 금융기관들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지 않았다면 외환위기는 오지 않았다. 동남아 국가들의 위기나 국제금융체제상의 모순, 일본 엔화의 약세에 따른 일본 금융기관들의 여신회수, 국제투자자들의 herd behavior, 성급한 금융개방 등은 위기 발생의 시기를 다소 앞당기는 데 기여했을 뿐이다. 2. 97년 위기가 금융기관이 보유한 과도한 부실채권에 있지만 그 당시의 부실채권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 지는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금융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교과서적인 접근방법은 부실의 규모를 파악하고 (recognition), 부실금융기관의 처리방법을 정하고 (damage control), 이해관계자 간에 손실을 부담시키는 것이다 (loss allocation). 가장 먼저 부실채권의 규모를 알아야 하는 것은 그래야 부실로 인한 손실의 규모를 계산해 낼 수 있고 위기 극복을 위한 대책의 강도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98년 우리 정부는 부실채권의 규모를 118조원으로 전제하고 64조원의 공적자금 투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금융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수립하였고, 98년 하반기 개혁 진척 상황을 해외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부실채권의 규모가 최대 100조 내지 120조원으로 추정된다고 하였다. 그 당시 정부는 64조원의 프로그램을 가능한 한 조기에 집행하였고,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를 금융개혁을 위한 프로그램이 실제로 실천되고 있다고 판단하여 우리 경제가 신뢰를 회복하는데 큰 기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정부가 제시한 부실채권규모에 대해서는 시장이 전적으로 믿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우리 나라의 부실채권의 규모는 이 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하였다. 이제는 좀 더 객관적으로 부실채권의 규모를 밝혀 위기의 본질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3. 당시 부실채권이 언제부터, 왜 커졌는가 하는 것도 좀 더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심장병이 사망의 원인이라고 하더라도 심장병이 언제, 어떻게 생기게 되었는가를 밝히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한 그 동안의 연구는 크게 진전되지 못하였다. 차입 경영 등 우리 기업의 건전치 못한 경영과 우리 금융기관의 부실 경영은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왜 하필 97년에 위기가 발생했는지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동남아 위기의 전염효과라고 할 수만은 없다. 동남아위기가 우리의 문제를 국제금융시장에서 새롭게 노출되는 계기가 되었을 수는 있다. 과거부터의 부실이 동남아위기로 새롭게 노출되고 인식되어 위기가 발생했는지 아니면 실제로 97년 들어 부실채권이 늘어났는지 살펴 볼 필요가 있다. 97년에는 한보, 기아 등 많은 재벌 기업이 도산했는데 여기에는 96년의 교역조건의 악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 경제에서 명목GDP는 실제 경제 활동을 과대 평가한다. 반대로 디플레 경제에서는 실질GDP는 실제 경제 활동을 과대 평가한다. 디플레 경제에서 불변가격 기준으로 계산되는 부가가치는 높게 나올 수 있지만 기업들이 실제로 손에 쥐는 판매대금은 가격 하락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들의 유동성 사정은 그 만큼 나빠진다. 교역조건이 불변이라는 가정 아래 96년의 실질GDP을 계산하면 매우 낮게 나온다. 4.부실채권과 관련하여 현실적으로 중요한 과제는 부실채권을 예방하기 위한 충분한 노력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이다. 사실 최근의 금융 불안도 따지고 보면 금융기관들이 과연 건전한가에 대한 시장의 우려에서부터 출발하고 있다. 부실채권은 기업의 부실 경영, 금융기관의 부실경영, 그리고 금융감독의 미흡에서 연원하고 있기 때문에 부실채권의 예방을 위해서는 기업, 금융기관, 금융감독의 차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기업의 차원에서는 궁극적으로 경영의 합리성을 높여야 한다. 기업경영은 사적인 영역이므로 정부가 특정 기업의 경영 합리성 정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경영감시와 언론 등 사회적 감시가 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금융기관의 차원에서는 관치금융의 폐해를 말할 수도 있겠으나 금융기관들이 과연 독자적인 경영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보다 심도있게 논의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금융감독의 차원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긴급한 금융 및 기업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만큼 관련 금융관련 정부 기구의 역할분담을 평시체제로 전환하여야 한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유지 즉 부실채권의 예방을 위해서 만들어진 조직이다. 이들 기관들은 이 업무만을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부실채권을 예방할 수 있다. 이들 기관들이 단기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기관 경영에 부담을 주는 행위를 강요한다면 우리 금융기관들의 건전성은 확보되기 어렵다. 금융시장의 안정은 좁은 의미의 정부, 즉 재경부가 한국은행과 함께 관심을 가져야할 사안이다. 만약 금감위가 감독업무와 함께 금융정책업무까지 관장한다면 과거 재무부가 저지른 과오가 다시 되풀이 될 것이다. 금감위와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유지와 투자자보호에만 몰두하고 한국은행은 독자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하면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재경부와 협조하고 재경부는 금융산업의 발전과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노력할 때 금융은 보다 정상화될 것이다. 특히 금융정책을 수립하는 재경부의 권한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권한이 없어야 시장에서 받아주는 훌륭한 정책을 개발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힘이 있으면 당장 효과가 나올 수 있는 무리한 정책에 매달리게 되고 그 결과 중장기적으로 금융산업의 발전이 저해될 것이다. 최근 재경부장관의 부총리 승격과 관련하여 재경부가 여타 부처를 주도할 수 있게 힘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재경부에 힘이 있으면 시장 친화적인 정책이 나올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상태에서 재경부에 조정권한 이외에 더 줄 것이 있다면 예산 편성 규모, 즉 세출 세입 규모를 결정하는 권한을 주어 거시정책을 보다 합리적으로 수립하게 하는 것 외에는 없을 것이다. 최근 일본은 독립적인 금융감독기관의 필요성을 간과하고 감독기능과 금융정책수립기능을 한 곳으로 집중시켰다. 즉 금융감독청을 금융청으로 개편하고 그 동안 대장성에서 수행하던 금융정책업무를 모두 금융청에 이관하였다. 금융청에서는 지금까지 대장성에서 근무해왔던 금융관료의 채용을 거부하고 통산성 관료들을 대거 영입했다고 한다. 따라서 대장성관료가 통산성관료로 바뀌었을 뿐 기능 면에서 볼 때 금융청은 과거 대장성과 다를 바가 없으며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소지가 그대로 있다고 할 것이다. 5.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는 부분은 과연 우리 나라와 같은 위기 상황에서 고금리 정책이 타당한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학자들 간에 더 많은 논의와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지만 만약 우리의 문제가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로 본다면 고금리정책은 타당했었다고 판단된다. 우리의 문제가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으로 인한 금융기관의 과다한 부실채권이라면 문제기업의 퇴출이 필요하고 고금리정책은 이에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97년 위기 당시 처음부터 저금리/유동성확대 정책을 사용하였다면 문제기업의 퇴출을 지연시켜 결국 더 많은 구조조정비용을 지불하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퇴출되지 않았어야 할 기업들까지 도산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문제기업과 정상기업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초기에는 고금리정책을 사용하여 문제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유도하고 일단 어느 정도의 퇴출이 이뤄진 후 저금리정책으로 선회했던 그 당시의 정책운영이 현실적으로나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보인다. 당시 일부에서는 고금리정책이 환율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고금리정책의 유용성을 주장하기도 하였지만, 당시 채권시장이나 단기금융시장을 통한 자금의 유출입에 상당한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은 타당성이 없다고 할 것이다. 6. 당시 당면한 외환부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처음으로 추진한 것은 우리 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있었던 단기 외화채무의 만기를 중장기로 연장하는 것이었다. 외채만기연장에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이 만기연장금리였다. 만약 우리 나라가 그 당시 Moratorium을 선언하고 협상을 하였다면 만기연장금리를 더 낮출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대우와 같이 개별기업이 채무를 이행하지 못해 차입금을 갚지 못하는 경우는 외국에도 많이 있다. 그러나 국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우리 정부가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는 경우 우리 기업들은 국제거래에서 불이익을 상당기간 동안 받을 것이다. 예컨대 현금이 아니면 원자재 수입이 불가능하다면 대외의존도가 유난히 높은 우리 경제는 많은 부분에서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당시 우리 정부는 가능한 한 만기연장금리를 낮추지만 시장금리적인 성격이 유지되는 방향에서 협상을 하였다. 그 결과 217억불을 정부 지급보증아래 1년 내지 3년의 만기로 평균 Libor+250bp에 연장하였다. 우리측에게 Call option도 주어졌다. 당시 우리 금융기관들은 Libor+500bp을 주어도 소액의 초단기 자금을 융통하기 어려웠고, 지금도 일부 은행은 후순위채권 발행에 700-800bp 이상의 가산금리를 주고 있으며, 만기연장 후에 우리 금융기관과 기업들의 국제 금융거래가 점차 정상화되었다는 점등을 고려하여 협상 결과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7. 외채만기연장에 대한 합의 직후 바로 외화표시 외평채 발행을 추진하였다. 이는 외채만기연장 협상시 우리 정부가 외국채권은행들에게 한 약속이기도 하였다.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실제로 외화가 필요했었고, 우리가 Old money (기존채무의 만기연장) 뿐 아니라 중장기 New money (신규채권발행 등을 통한 신규자금 확보)도 국제금융시장에서 조달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외국의 신뢰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사실 97년 12월 외채만기연장 협의를 시작할 때 JP Morgan은 Old money와 New money를 함께 추진하지는 제안을 하였다. 이는 과거 일부 중남미국가에서 추진되었던 방법으로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여 우리 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있었던 기존외화채무를 정부채권으로 교환해 주는 동시에 신규투자자들에게도 정부채권을 발행하여 New money를 조달하자는 것이다. 발행금리는 기존채권자와 신규투자자가 함께 경매에 입찰하여 결정하고 이렇게 결정된 금리를 Old money와 New money에 동시에 적용하자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이 제안을 거부하였다. 기존채권자와 신규투자자 간의 상이한 수요탄력성을 고려할 때, 신규자금조달금리를 기존채무 만기연장에 적용하면 우리의 부담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 적용이 가능한 기존 부채의 만기연장을 우선 추진하고 이에 따라 우리의 신인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신규자금 차입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였다. 실제로 외평채는 변동금리부로 환산할 때 5년 만기와 10년 만기가 모두 Libor+304bp에 발행되었다. 외평채에는 Call option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기간이 장기라는 점을 고려할 때 기존외채의 만기연장금리 (Libor가산금리가 1년 만기 225bp, 2년 만기 250bp, 3년 만기 275bp)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볼 수 없고 무엇보다 신규자금이라는 점이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외평채 발행 직후 외평채 가격은 급등하여 약 2주일 동안 유통수익률이 40-50bp가 하락하였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발행금리가 잘못되었다 라는 비판이 있었고, 또 일부에서는 외평채 발행의 성공으로 우리 경제의 신인도가 상승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었다. 외평채 발행금리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소위 Book building 방식으로 결정되었는데 이러한 신규채권발행방식이 시장가치를 가장 근접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점, 그 당시 외평채 뿐 아니라 전 아시아 국가 채권의 수익률이 하락하였다는 점, 그리고 98년 5월 이후 상당기간 동안 외평채의 유통수익률이 발행수익률을 크게 상회하였다는 점들을 고려할 때 외평채 발행의 성공으로 한때 외평채를 비롯한 아시아 채권의 가격이 강세를 보였었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8. 우리의 위기는 피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영이 너무나 부실하였기 때문이다. 위기발생 이후 우리가 시행하였던 개혁 조치들과 공적자금의 투입 등을 미리 시행했더라면 위기를 피할 수 있었을 것이나 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우리 정부는 위기 예방에는 실패하였지만 위기극복에는 큰 능력을 발휘하였다. 지금 보면 그 때 제시되었던 프로그램이 충분하지 않게 보일 수 있으나 위기극복을 위한 종합적인 처방을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였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어느 외국투자자는 우리 국민은 위기 예방에는 큰 능력을 보이지 않지만 위기극복에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잘 한다고 한 적이 있다. 위기 발생 후 아무리 위기극복을 잘 한다 하더라도 위기를 예방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위기가 점차 극복되면 마음도 해이해지는 것이 인간이지만 위기가 또다시 코앞에 닥칠 때까지 해이한 마음에서 만용을 계속 부리는 것은 정말 현명하지 못하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은 저마다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필자가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을 말하라면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고 약속한 것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경제는 룰을 지키는 절도를 요구한다. 정부, 금융기관, 대기업, 노조 등 중요한 위치에 있을수록 남에게 믿음을 주어야 시장경제가 꽃필 수 있다.
2000.07.13 I 김홍기 기자
  • 핸디,경쟁력 갖춘 B2B업체로 성장-세종증권
  • 세종증권은 핸디소프트에 대해 B2B솔루션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업체로 성장할 것이라며 매수 투자 의견을 내놓았다. 목표주가는 5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세종증권은 27일 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국내 그룹웨어 1위 업체인 핸디소프트는 미국 상무부에 200만달러 규모의 워크플로우 제품을 납품하는 등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 상무부 보다 규모가 큰 미국 국방부 프로젝트에서 워크플로우 제품에 대한 최종 심사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증권은 특히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B2B솔루션시장에서 큰 폭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직 초기 단계인 B2B솔루션시장은 기업간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힘입어 올해안에 부각될 것이며 이같은 상황에서 핸디소프트는 그룹웨어와 워크플로우 분야에서 이룩한 영업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 B2B업체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인터넷 확산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의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들었다. 하지만 그룹웨어 분야는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쟁 격화로 수익성이 악화 추세에 있다고 밝혔다. 목표주가는 미국 B2B소프트웨어업체와 나스닥시장을 고려한 주가수익배율(PER)을 수정 적용해(69배) 5만4000원으로 산출했다.
2000.06.27 I 김기성 기자
  • 싸이버텍, 위노블닷컴과 제휴
  • 싸이버텍홀딩스와 아주로지스틱스는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각종 커뮤니티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노블닷컴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주한 외국인과 내국 기업간 거래를 활성화 하기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위노블닷컴은 국내 진출중인 외국기업과 주재원, 공관원, 비즈니스를 위해 중기 체류하는 외국인들, 교포들과 내국기업의 인적 교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DB를 축적함으로써 양 집단에 포진한 개인, 기업, 전후방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안정적이고 반복적인 온-오프라인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번 제휴를 통해 싸이버텍홀딩스는 시스템 구축을 담당하고 향후 사업전개 방향에 따라 필요한 각종 솔루션을 제공해주게 된다. 또 미 국방성이 인가한 한국내 독점 미군/군속 이주 화물업자이며 전세계 50여개 물류기업과 제휴, 택배 사업을 추진중인 아주로지스틱스는 주로 물류 및 택배 사업을 담당할 계획이다. 싸이버텍과 아주로지스틱스는 전략적 제휴관계를 공고히 하기위해 각각 8%정도의 지분을 출자했다고 밝혔다. 위노블닷컴은 이번 제휴를 바탕으로 외국인과 내국인의 커뮤니티 형성과 휴먼네트워크를 통한 새로운 사업의 창출을 지향하며 영문서비스를 기본으로 오는 7월 1일 오픈, 서비스를 시작하며 일어, 유럽어권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위노블닷컴은 오프라인 상에 주한 외국인들의 관심 사항별로 100여개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외국인간/외국인과 내국인간의 비즈니스 관련 전문 지식의 교류를 활성화시키고, 교류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발굴하며, 거래를 발생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2000.06.25 I 이훈 기자
  • (분석) 연합과 연방...차이점과 유사점
  • 남북한 정상의 공동선언문에서 서로 공통점을 인정키로 한 "연합제"와 "연방제"는 몇가지 점에서 유사점과 차이점이 있다.두 방안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살펴본다. 국가연합(邦聯.confederation)은 말 그대로 국가간 영토안전과 공동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체결한 공동체로 각국이 헌법은 물론 외교와 국방 등 주권을 보유하는 형태다.남북전쟁 당시의 미국의 각 주들의 연합형태나 옛소비에트연방(소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반면 연방(聯邦.federation)은 연방헌법을 기초로 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통치관계로 설명된다.대표적 사례는 현재 미합중국, 영국 연방(commonwealth) 등이다. 두 제도간의 공통점은 각국 또는 각주(州)가 독립적으로 자체적인 헌법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며 가장 큰 차이는 연방제는 각 지방정부가 군대를 보유할 수 없고,외교 문제 등을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이 발간한 "조.영사전"에 따르면 북한이 주장해 온 `고려연방제"는 영어로 "Democratic Confederal Republic of Koryo"로 번역돼 있다. 남,북한의 경우 양체제가 "공존"이라는 과도기를 거쳐 단일민족 공동체로 나간다는 전제하에 각각 연방제(북한)와 연합제(남한)의 두 방식을 제시해왔다. 북한이 줄곧 주장해온 고려연방제란 사상과 제도의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위에서 남북한을 지역정부로 하는 "1민족 1국가 2체제 2정부"의 연방을 구성한다는 내용이다.그러나 남한을 하나의 지역정부 수준으로 격하한다는 점에서 국내 통일 관련 학계인사들에겐 적화통일의 변형된 논리로 받아들여졌었다. 이번 정상간의 공동선언문에 명기된 "낮은 수준의 연방제"란 사실상 "연합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북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북한은 최근 고려연방제를 주장하되 두 체제를 인정하는 연방제를 주장해왔다.이는 곧 공동선언문상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뜻하는 것으로 2체제,2정부의 틀을 유지하는 방안이다. 한국정부의 공식적인 통일방안인 "국가연합제"는 남과 북이 현존하는 상태 그대로 이질적인 이념과 이질적인 정치를 그대로 유지한 채 분단상황을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향후 남북한간의 통합과정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과정에서 사실상의 통일(de facto unification)을 이룬다는 것에 무게를 싣고 있다. 그간 남과 북은 연방제와 연합제 등의 내용보다는 용어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으나 이번 정상간의 공동선언문에서 양자간의 공통점을 인정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이고 내용있는 통일논의에 한발 다가서게 됐다.
2000.06.15 I 이의철 기자
  • 남북경협 정부차원 격상- 확대정상회담(종합)
  • 남북은 14일 오전 9시30분부터 김대중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양측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확대정상회담을 개최했다. 김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확대정상회담후 별도의 단독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남북간 교류협력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그동안 민간차원에서 추진되던 남북경제협력 등 각 분야의 교류협력을 앞으로는 양측 정부차원의 당국간 협력을 축으로 하는 남북교류협력차원으로 격상시키는 문제를 집중 협의했다고 남북공동취재단이 밝혔다. 또 경제문제에 대한 별도 회담에서 남북은 금강산 관광사업, 자동차-전자 협력사업 등 기존의 교류협력 뿐만 아니라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 확충을 위한 협력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했다. 이와 함께 투자보장, 이중과세방지, 청산결제, 분쟁조정절차 등 경제협력의 제도적 기반 마련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양측은 남북기본 합의서에 따른 경제공동위, 사회문화 공동위 등의 가동문제와 경협 및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에 대해 협의했으며 남북연락사무소 설치문제와 기능 정상화 및 상주 연락대표부 설치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접근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2000.06.14 I 조용만 기자
  • 한국판 대북지원 마샬플랜 필요-KOTRA 북한실
  •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경협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대북 경협을 위해서는 "마샬플랜식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남북 경협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손곱히는 홍지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북한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이뤄낸 성과가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대북 경협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홍실장이 제시한 남북 경협 활성화 방안을 소개한다. "한국판 대북지원 마샬플랜이 필요하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됨에 따라 대북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와 전망이 큰 화두로 되고 있다. 남북 최고 책임당국자의 만남을 북한 지도부가 수용한 배경중의 하나는 무엇보다 거의 사망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는 자신의 경제를 되살려야 하는 절박한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경협은 단기적으로 응급처치에 가까운 일방적인 대북 지원일 수밖에 없으며 특수(特需)의 도래는 퍼붓기 식의 응급처치가 얼마나 오래 걸릴 것인가에 달려 있다. 현재 북한이 겪고 있는 전기사정의 악화는 식량부족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이며 수송망은 사실상 와해된 상태이다. 이런 사정인데도 정확한 딜리버리가 생명인 수출공단건설이니 임가공 확대를 운운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남북간 불신의 씨앗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이 상생(相生)할 수 있는 진정한 경협관계의 발전을 위해 몇 가지 착안해야 할 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대북경협의 바탕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한다. 작년도 남북교역은 약 3억 3천만달러이나 이중 약 1억 1천만달러 상당의 KEDO와 인도주의적 지원 및 현대의 비거래성 거래를 제외하면 순수 상업거래는 1억 9천만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130여개 업체들이 북한과 임가공이나 반출입 거래관계를 갖고 있으나 대부분 간접적인 방식이다. 대북경협의 성공 케이스라는 대우의 남포공단 투자사업 마저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명실상부한 상업적 투자는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남북경협은 말이 경협이지 단순한 반출입이 반복되는 물자거래 수준임을 인식하고 기존 경협의 확대라는 안이한 접근보다는 그야말로 "확 바꾸는" 자세로 출발해야 한다. 둘째, 북한을 일시적인 돈벌이 대상으로 여기지 말아야 한다. 노후설비나 제공하고 값싼 노동력에 눈독을 들이는 지금과 같이 우리끼리 사고 파는 식의 임가공은 바로 한계에 부딪칠 것이다. 우리나라의 해외 위탁가공용 원자재 수출이 년간 30억불 정도임을 감안한다면 북한의 인프라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북한산 원산지 제품의 미국시장 진입이 허용될 경우, 대북 임가공 무역만으로도 최소한 연간 5∼6억불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 따라서 기초적인 인프라 복원이 대북지원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셋째, 정부와 민간기업간에 역할의 한계를 분명히 하여 상호보완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지원성 투자와 사업성 경협을 구분하되 프로젝트의 주체는 반드시 민간기업들이 맡도록 하고 처음부터 경제성 검토와 사업추진계획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재원활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우리기업의 전진배치는 시장경제를 북한에 전파하여 궁극적으로 경제공동체의 회복을 촉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산업분야별로 전문기업끼리 묶어서 컨소시움을 구성하여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특히 일정비율의 중소기업들을 이 컨소시움에 참여시킴으로써 동반진출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본력과 정보에서 절대적으로 열세인 중소기업들이 이번 대북경협을 새로운 도약대로 활용하여 적어도 전체 중소기업의 20% 정도는 북한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배려가 요청된다. 이제 기업들의 대북 사업도 내부거래차원에서 승인과 허가제를 폐지하여 자체 판단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자유화를 할 시기가 왔다고 본다. 타당성 검토가 필요할 경우에는 해당 업체의 경제적인 관점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넷째, 북한경제의 원기회복은 동북아 지역에서 공동시장 형성 가능성과 직결된다. UNDP의 두만강 개발 계획이 지지부진한 가장 큰 이유는 지정학적으로 중심고리에 서 있는 북한의 능력부재였다. 지금까지 북한에게 사활적 원자재인 원유, 곡물, 유연탄의 젖줄 역할을 해 온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연해주, 북한경제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 온 철강공업이 집중 배치되어 있는 북한의 동북부 그리고 막대한 시장을 갖고 있는 남한간에 우선 철강산업 분야에서 원료 공급, 생산, 수송, 판매, 유통이 동시에 일어나는 "동북아 공동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될 경우, 북한이 시장경제의 가운데 놓이게 되는 전략적인 지각변동을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대북 경제협력은 중국, 러시아 및 일본 등 주변국가들에게 개방적이어야 하며 우리의 독점적, 선점적인 기득권 주장은 처음부터 포기해야 한다. 지난 50년간 모든 산업설비와 기술을 제공하여 북한경제 체제의 골간을 세워 준 나라가 바로 중국과 러시아다. 이들 두 국가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야말로 북한경제재건에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 결과로 진행될 대북경협은 긴급지원성이 강한 한국판 마샬플랜이 되어야 하며 일시적인 수혈식(輸血式) 지원보다 북한경제의 자생력 회복에 중점을 둔 조혈식(造血式) 경협으로 방향이 설정되어야 한다. 우리의 유연성이 북한의 요구를 어느 수준까지 수용할 수 있을 것인가, 투입된 자금흐름의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우리식 사회주의로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하는 북한의 경제주권과 우리의 현실적 전략간의 접목점을 어디에서 설정할 것인가 등이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제도적인 안전장치로서는 국내 참여기업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이중과세방지협정 정도로 족하며 현 단계에서 북한에게 무리하게 투자보장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청사진과 장미빛 전망에 도취할 일이 아니라 좀더 냉철함을 갖고 무엇보다 북한의 실상을 정확하게 인식한 바탕 위에 현실적인 대안을 준비하는 것이 성공적인 남북경협의 정도임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자 한다. (홍지선 KOTRA 북한실장)
2000.06.13 I 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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