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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설사 줄도산 공포…248곳 문닫자 1564곳 와르르
-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축도 풀리지 않으면서 건설사들 자금사정은 여전히 빨간불이다. 건설업은 수주산업 특성상 원·하도급 관계로 여러 기업이 얽혀 있어 연쇄 부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이데일리 문승용 기자]30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종합건설사의 폐업 건수는 총 248건으로 집계됐다. 12년래 최고치다. 지난해 종합건설사의 총폐업 건수가 362건이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올해 폐업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지난해 하반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이 시작된 이후 중소형 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 순위가 100위에 한참 못 미치는 중소건설사에 국한됐던 위기가 이제는 100위 전후 중견사까지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종합건설사의 경우 우석건설(202위), 동원건설산업(388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등이 부도를 맞았다. 우석건설은 충남 지역에서 6위 규모의 건설사로 1200억원대 매출 규모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납부기한인 어음을 결제하지 못했다. 동원건설산업은 매출 500억원대의 경남 지역 18위권 중견 건설사로, 업력만 20년이 넘는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의 회생절차 돌입은 지방 건설사가 아니라 상위 100대 건설사라는 점에서 업계 내 위기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자체 아파트 브랜드 ‘엘크루’를 보유하고 있다.올해는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133위), 대창기업(109위), 신일건설(113위)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에이치엔아이엔씨는 범현대가(家) 3세 정대선 씨가 최대주주다. 어려워진 자금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말 IT 부문을 물적분할해 매각했으나, 결국 자금난을 해소하지 못했다. 아파트 브랜드 ‘줌(ZOOM)’으로 알려진 대창기업은 설립 71년차인 관록의 중견 건설사다. 신일건설은 전북 전주를 본점으로 아파트 브랜드 ‘해피트리’를 가지고 있다. 한때 시공능력평가 순위 50위까지 올랐을 정도지만, 미분양 증가로 인한 자금난을 견뎌내지 못했다.건설업계에서 사업의 주체는 발주자는 시행사다. 이어 건물을 짓는 일은 원도급자(종합건설사)와 하도급자(전문건설업체)가 담당하게 된다. 종합건설사의 폐업 증가는 전문건설업체의 폐업으로 연쇄적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폐업 신고를 한 전문건설업체는 1546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1263건)보다 22.4%가량 늘어난 규모다.건설업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 물량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미분양 가구 총 6만8865가구 가운데 84.3%인 5만8066가구가 지방에 몰렸다.자금 조달 여건도 좋지 않다. 연내 만기를 맞는 10대 건설사 회사채 물량은 1조원에 가깝다. 여기에 GS건설의 부실공사에 따른 전면 재시공 결정, 새마을금고발 PF 불안까지 더해지면서 만기연장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건설사 회사채 금리도 끌어올리고 있다. 1군 건설사도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민간채권평가사 평균금리보다 더 얹어줘야 가능한 상황이다. 공모시장에서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자 사모사채로 눈을 돌리는 곳도 나오고 있다. 물론 금리부담은 더 높아져 동부건설의 경우 2년새 발행금리가 두배 수준으로 올라갔다. 문제는 신용등급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른 이자부담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신평사 3사는 하반기 건설업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태영건설과 한신공영 정도가 등급강등을 당했지만 하반기에는 줄줄이 강등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현재 등급전망이 ‘부정적’인 건설사만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일성건설, 벽산엔지니어링 등 네 곳이다. 홍석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하반기 이후에는 BBB급 건설사뿐만 아니라 A급 건설사 중에서도 최근 업황 저하에 대한 대응 수준에 따라서 등급조정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지구가 죽어간다..'지구 열대화 시대' 경제 페러다임도 바뀐다
-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지구 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는 끝났다. 지구 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도래했다.”안토니우 쿠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7일(현지시간)올해 7월의 온도가 역대 가장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세계기상기구(WMO)의 관측 결과를 토대로 이렇게 경고했다. 전세계적 폭염이 일상이 되면서 경제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고온으로 강철이 더 쉽게 휘어지고 공장 기계가 더 빨리 마모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비용이 증가해 정부 정책이나 기업의 경영방식도 이를 반영해 바뀌기 시작했다. 장기 가뭄으로 스페인 카탈루냐 사우 저수지가 메말라 있는 모습. (사진=AFP)◇정책·경영에 기후변화 비용 반영 시작…21년간 피해액 2경원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달 사상 최고 더웠던 6월을 기록한 데 이어 7월 1∼23일 전 세계 평균 지표면 기온도 16.95℃를 기록, 역사상 가장 더웠던 3주로 확인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수년간 폭염이나 혹한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해지면서 기업 경영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기후변화에 따른 비용 증가나 생산성 저하 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국가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경제적 피해가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다트머스대학교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최근 21년 동안 세계 경제가 기후변화로 입은 손실이 16조달러(약 2경 456조원)에 달했다.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스위스리도 최근 5년 동안 가뭄·산불 등에 따른 재해 손실이 464억달러(약 59조 3500억원)로 직전 5년(294억달러) 대비 1.5배 이상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아드리엔 아슈트-록펠러재단 탄력성 센터 소장인 캐시 보우먼 맥리드는 “폭염이 경제를 끌어내리고 성장을 저해하고 있다. 활주로가 휘어지고,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식당은 주방이 너무 더워 문을 닫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그동안 고려하지 않았던 비용증가가 가장 큰 부담이다. 우선 날씨가 더우면 평소보다 업무 속도가 느려져 생산성이 떨어진다. 근로자들의 건강 위험을 고려하면 더 긴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유엔 국제노동기구(ILO)는 2030년까지 전 세계 총근로시간이 매년 2%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 입장에선 같은 물량을 생산할 때 지출하는 급여 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근로자의 위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비용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섬유업의 경우 전 세계 노동자 6600만명 대부분이 저소득국에서 에어컨이 없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건강 위험 보험금이나 에어컨 설치 비용만 따져도 전 세계 규모 단위로 계산하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ILO에 따르면 야외 근로자, 특히 농업 및 건설업 근로자가 폭염 위험에 처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에선 1992~2016년 근로자 사망의 3분의 1이 건설 노동자였다. 실내 근로자가 위험이 덜한 것도 아니다. 캐나다기후연구소에 따르면 이례적 폭염을 겪었던 2021년 근로 현장에서 발생한 부상자는 직전 3년 평균 대비 180% 폭증했고, 이 가운데 3분의 1이 식당 주방이나 창고 등과 같은 실내 작업장에서 나왔다. 건설 노동자들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프랑스 지중해 섬 코르시카에서 39℃ 폭염 속에 도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사진=AFP)◇도로·공장 기계 더 빨리 상해…기후피해 예측 중요해져기후변화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커지면서 농업, 건설업, 운송업 등의 부문에선 경영방식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농업은 폭염, 폭우, 가뭄 등으로 수확량이 급감하자 재배 작물을 변경하는 농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7월 최고기온이 40℃를 돌파한 유럽 남부 지역에선 밀이나 쌀 대신 망고, 바나나 등 열대 과일을 재배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바닷물이 더 깊은 내륙까지 스며든 데다, 올해는 가뭄이 장기화하며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건설업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고온으로 강철이 더 쉽게 휘어지고 콘크리트가 더 빨리 굳어져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또 예상하지 못한 날씨에 공사가 지연되면 위약금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영국 왕실건설협회의 데이지 리스-에반스는 “최근 일부 건설사들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날씨를 예측한다. 폭염이 장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면 철강 주문을 보유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건물을 지을 때 지붕 위에 열을 반사하기 위한 흰색 페인트를 칠하거나 돌출부에 지붕을 설치해 그늘을 넓히는 방식을 도입하는 등 차별화하는 곳도 나타났다.강을 이용한 운송업은 가뭄으로 수위가 낮아져 존속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유럽에서 라인강 수위 하락으로 선박 운항이 중단된 게 단적인 사례다. 이러한 물류 방식을 이용했던 기업들은 불확실성이 커지자 다른 운송망을 개척하고 있다. 제조업 공장에선 근로자들이 폭염에 따른 사망 위험이 높아지고, 기계도 더 빠른 속도로 마모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경제적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피해 시기나 규모 등에 대한 정확한 예측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 보험사 등 일부 금융사가 대비에 나서기 시작했지만, 아직까진 구체적인 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선 산불이나 허리케인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보험금을 감당하지 못해, 즉 피해 규모 예측에 실패해 파산한 보험사도 나왔다. 또 아직까진 기후변화로 경제 피해가 발생하면 법적 소송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정부·기업 등의 소송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컨설팅업체 PwC 영국 지사의 일반 보험 책임자인 무함마드 칸은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기후변화로 작업이 더 위험해지면서 체계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큰 틀이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원격으로 오류수정 ‘척척’...로봇가출 막는 ‘R-brain’
- [이데일리 전선형 기자] 주행데이터나, 감지 센서에 오류가 생긴 ‘가출 로봇’ 얘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로봇청소기가 열린 현관문 틈을 비집고 나가 사라졌다거나, 식당의 서빙로봇이 테이블이 아닌 벽을 보고 서빙을 하는 경우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웃긴 사연이겠지만, 서빙로봇을 사용하는 자영업자들에게는 상당히 불편한 일이다. 사실상 일손 한 명을 잃는 셈이기 때문이다. KT는 이 같은 로봇의 운행 오류를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 ‘로봇플랫폼’을 만들어 지난해 10월부터 상용화에 들어갔다. 바로 로봇플랫폼 서비스 ‘R-brain’이다. R-brain은 로봇(Robot)의 R과 뇌를 뜻하는 브레인(brain)의 합성어로, 로봇데이터를 한데 모아 분석해 최적의 로봇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빙로봇 모습.(사진=KT)R-brain은 판매된 수천 대의 로봇을 통해 초 단위로 로봇의 활동 데이터(주행이력, 센서 및 배터리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모으는 데이터양만 하루 6000만 건. R-brain은 집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로봇의 설치와 운영, 관리를 돕게 된다.현재 R-brain이 제공하는 서비스 중 소비자들로부터 가장 만족도가 높은 건 바로 ‘운영지능’ 부분이다. 건물 지도, 로봇 주행경로, 센싱 정보 등을 화상 처리(Image processing)와 함께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분석한 후 로봇의 장애 상황을 예측하고 수정한다. 이 서비스는 로봇 제조사에 관계없이 모든 로봇을 대상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다. 찾아낸 로봇오류는 원격으로 수정할 수 있다. 고객들이 로봇의 오류를 인지하기 전에 해결하는 셈이다. 최지훈 KT 융합기술원 로봇지능 프로젝트팀 팀장.(사진=KT)실제 KT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고객의 로봇 품질 관련 문의가 작년대비 65%가 감소했다. R-brain이 도입된 후 로봇오류에 대한 불만이 현저히 줄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최지훈 KT 융합기술원 로봇지능 프로젝트팀 팀장은 “서빙로봇에 한번 문제가 생기면 사람이 현장에 출동해 고치는 데까지 3일 정도가 소요된다. 자영업자 입장에선 일하는 사람이 3일동안 안 나오게 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로봇 사용 고객들로부터 (고치는)시간을 단축 시켜달라는 요구가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이어 “로봇오류 중 대부분은 주행 위치가 잘못된 경우다. 업계에선 이를 ‘로봇이 가출했다’고 부르는데, R-brain을 통하면 단순한 주행오류 등은 원격 수정이 가능하다”며 “원격으로 신속하게 오류를 해결하면서 현장출동 부분을 줄여나가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R-brain은 원격으로 오류를 수정해줄 뿐 아니라, 고객이 요구하면 로봇기능을 최적화해 주기도 한다. 일종의 ‘로봇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것이다. 예를 들어 AI(인공지능) 방역 로봇을 R-Brain 내 공기질 솔루션과 연동하면 로봇이 방역을 수행하는 주기와 구역 등을 판단해 자동으로 방역을 진행한다. 먼지나, 공기오염이 많은 곳에는 로봇이 알아서 이동해 집중적으로 공기를 정화한다.KT는 R-Brain을 이용해 소상공인 등에게 서비스 로봇을 활용한 사업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서비스로봇 사용 시 줄일 수 있는 비용이나, 로봇의 활용도를 높일수 있는 방안 등을 알려준다.최 팀장은 “로봇을 활용하면 인력 몇 명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고, 인건비로 환산했을 때는 이만큼의 ‘절감 효과가 있다’라는 내용을 미리 컨설팅해 보여주고, 주기적으로 리포트도 보내준다”며 “로봇은 ‘인력을 대체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직원들의 피로도를 줄여주는 데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현재의 서빙 로봇, 방역 로봇, 실내 배송 로봇, 다양한 주거·오피스 공간을 이어주는 실외 배송 로봇 서비스 등 다양한 로봇사업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 LG전자와 현대엘레베이터와 함께 ‘로봇-승강기 연계 사업 협력 MOU’를 맺은 것도 로봇사업의 일환이다. 로봇이 엘레베이터를 알아서 탑승하고 자유롭게 공간을 이동해 배송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KT는 서빙이나 방역 로봇 외에도 이 같은 배송로봇 등에 R-Brain을 적용해 고객들의 로봇 서비스 만족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 녹지공간 내주고 층수 더 올린다…옛 중앙일보빌딩, 19층보다 높아져
- [이데일리 김성수 기자] 호암아트홀이 있는 서소문빌딩(구 중앙일보빌딩)이 당초 계획한 19층보다 더 높게 지어진다. 사업 시행을 맡은 삼성생명이 서울시가 추진 중인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에 발맞추고 있어서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건축규제를 과감하게 풀어 도심 녹지 공간을 늘리고 고밀·복합 개발을 유도하는 사업이다. 서소문빌딩 재개발 계획이 구체화되는 시점은 오는 8~9월경으로 예상된다. ◇ 삼성생명, 서울시·중구청과 협의중…8~9월경 확정 예상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에 맞춰서 호암아트홀이 있는 서소문빌딩(옛 중앙일보빌딩)의 층고를 높이기 위해 서울시, 중구청과 협의 중이다. 협의가 완료될 시점은 오는 8~9월경으로 예상된다. 도시 생태숲(안) (자료=서울시)‘녹지생태도심 재창조 프로젝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서울시가 부동산 개발주체에 건축물 높이와 용적률 등 건축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그 대가로 얻는 공공기여에 공원과 녹지를 만들어서 시민에게 제공하게끔 하는 게 골자다.대지 내 건축물의 면적을 줄이고 저층부에 녹지와 개방형 공공공간을 조성해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휴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오 시장이 추구하는 ‘녹지 생태 도심’의 모델은 일본 도쿄 도심 한복판에 있는 숲 ‘오테마치 포레스트’다. 서소문빌딩이 이 프로젝트에 따라 설계변경을 마칠 경우 층수가 지금 계획보다 높아질 예정이다. 기존 건물을 철거한 자리에는 당초 지하 7층~지상 19층, 연면적 21만3967.66㎡ 규모 업무시설이 지어질 계획이었다. 이 건물은 중구 순화동 7번지 일대 있으며 서울역-서대문 1·2구역 제1지구 재개발 사업에 해당한다. 내년 5월 말 완전히 철거되며 삼성물산이 시공을 담당한다. (자료=업계)건물 개발이 끝나면 현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있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자산운용이 모두 이전해올 예정이다.또한 새 건물에는 콘서트홀도 생긴다. 지면과 접하는 3개층(지하 1층~지상 2층)에 판매시설 및 광장이 계획돼 있고, 공중 4개층(지상 5~8층)에는 대규모 콘서트홀을 도입한다. 서울시는 강북 문화거점으로서 지역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소문·중앙·동화빌딩 인근에 ‘서울광장 크기’ 녹지 조성서소문빌딩 근처 정비구역들도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프로젝트’에 맞춰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소문 일대(서소문빌딩, 중앙빌딩, 동화빌딩)에는 서울광장 크기(1만3205㎡)의 개방형 녹지가 만들어진다. 이 중 중앙빌딩은 옛 중앙일보 빌딩이 있는 중구 서소문동 58-9 일대 서소문구역 제11·12지구를 말한다. 동화빌딩은 중구 서소문동 58-7 일대 서소문구역 제10지구에 해당한다. 서소문 일대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프로젝트’ 우선 추진사업장 (자료=서울시)중앙빌딩은 부동산 디벨로퍼 시티코어가 인수해 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동화빌딩의 경우 JB금융지주가 2632억원에 인수했다.서소문 일대에 들어설 대규모 녹지공간은 크게 4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세부적으로는 △민간과 공공부지 경계를 허물고 하나의 가로숲길 조성 △차로 폭을 축소해 보행자 중심의 도로 조성 △남산 소나무 숲을 확장하고 소규모 공간은 정원으로 조성 △지하수 및 우수를 활용해 도심 한가운데 물길과 숲 조성 △건축물 필로티 하부는 외부·내부의 중간 영역으로 날씨와 관계없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로 조성한다.또한 빌딩 숲 사이로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대규모 열린 정원과 클래식 전문 공연장이 어우러진 새로운 문화거점이 생길 예정이다.서울시는 정비계획 수립단계부터 설계, 시공, 유지관리 단계까지 아우르는 ‘개방형 녹지 가이드라인’을 올해 하반기까지 수립할 계획이다. ‘개방형 녹지’란 민간대지 내 지상에서 공중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상부가 개방된 녹지공간을 말한다.미래에셋자산운용이 매입 관련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는 을지파이낸스센터(EFC)도 이 정책과 맞물려 있다. 이 곳은 을지로3가구역 제1·2지구에 해당하며 ‘2030 서울시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 따른 ‘개방형 녹지’를 도입한 첫 사례다.삼성생명 관계자는 “서울시, 중구청과 층수를 얼마나 높일지 등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오는 8~9월경 협의가 마무리되고 확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수해 예방·대응 관련 법 국회 통과..."하천 관리 더 복잡해져"
-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최근 집중 호우로 인한 대규모 피해에 국회가 수해 예방 및 대응 관련 법안들을 서둘러 처리하면서 향후 관련 법들이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학계 일각에서는 오히려 하천 관리를 더 복잡하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지난 23일 광주 광산구 황룡강 임곡교 일원에서 119시민수상구조대가 하천 범람에 대비해 안전 점검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27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하천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개정안은 홍수 우려가 있는 지방 하천의 제방 공사 등 정비 비용을 국가가 부담할 수 있게 하는 게 핵심이다. 지방 하천 관리 책임이 있는 지자체의 예산 부족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소해 줌으로써 제방 관리 부실로 수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다. 이 법은 구체적으로 국가 하천의 배수 영향을 받는 지방 하천에 대해 국가 하천 공사의 시행 근거를 명확히 하고 공사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게 했다. 국가 하천 수위 상승의 영향을 받는 하천 구간에 국비를 우선 지원하자는 것이다.먼저 법 통과에 대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일원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명예교수는 “지금 정부가 지방 하천 관리 지원을 위해 지자체에 주는 예산은 럼썸(lump sum·일괄 도급 계약)으로 나가다 보니, 지자체장 입장에서는 하천 관리보다는 도로를 놓는다든지 건물을 짓는다든지 하는 실적 위주의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다”며 “바람직한 정책 방향이라고 본다. 앞으로는 지방 하천에 재정 지원을 할 때 좀 더 확실히 꼬리표를 달아서 정말 하천 관리에만 쓸 수 있도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지방 하천 관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대한하천학회 회장인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지난 2020년 지방 하천 관리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하고 정부에서는 교부세를 통해 지원을 해 왔는데, 지자체에선 아무래도 이 돈을 생색내는 사업에 쓸 수 밖에 없다”며 “이 부분을 기획재정부에서 조정만 해 주면 간단한 것인데, 법을 개정한다면 하천 관리 정책을 더 꼬아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앞으로는 지방 하천은 국비가 지원되는 하천과 그렇지 않은 하천으로 나눠지게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하천 관리를 단순히 치수(治水) 시설 구축으로만 한정짓지 말고 국가 빗물 관리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국토를 손바닥이라고 하면 하천은 손금(선)에 해당하는데, 지금은 선적인 관리에 매몰돼 정작 국토 전반에 떨어지는 전체 빗물 관리 즉 면적인 관리엔 무관심하다”며 “가령 50년 빈도의 대규모 홍수를 막을 수 있는 제방을 만든다고 하면 100년 빈도의 대규모 홍수가 온다면 말짱 헛수고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금강, 낙동강, 영산강·섬진강의 수해 방지 관련 법안인 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법 개정안 3건도 각각 통과됐다. 이 개정안은 기존에 수질 개선을 위해 쓸 수 있도록 정해진 수계관리기금의 용도를 가뭄, 홍수 등 물 관련 재해 대응 사업을 비롯해 물 관리 전반으로 넓히는 내용을 담았다. 이에 대해 서 교수는 “지금까지는 수계관리기금을 수질 관리를 위한 개발 사업 용도로 썼는데 수재해 예방도 뭣보다 중요하니 홍수나 가뭄 관리에도 기금을 같이 쓰자는 것은 아주 좋은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하지만 수도세에 포함돼 부과되는 물이용부담금으로 조성된 수계관리기금의 용도를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바꾸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박 교수는 “당장 낙동강만 보더라도 여름철 녹조로 엉망이다. 수질 개선을 위해 쓰도록 돼 있는 기금으로 정작 녹조는 방치하면서 홍수 예방을 한다며 그쪽에 투입하는 것을 해당 지역 주민들이 선뜻 납득할 수 있는 문제인지 의문”이라며 “적어도 공청회라든지 토론회라든지 그런 의사 결정을 위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 한 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환경부는 이날 국회 법 통과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 측은 우선 하천법 개정안에 대해 “이번 법 개정으로 환경부 장관이 ‘국가 하천 배수 영향 구간’을 따로 고시해 중앙 정부가 하천 공사를 시행하는 것은 물론 비용 부담도 가능하게 돼, 지방 하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대하고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 대응력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수계 물관리 및 주민지원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국민 안전과 안정적인 물 관리를 위한 사업까지 수계기금의 용도가 확대됐다. 이를 통해 가뭄이나 홍수 등 물 재해 대응이나 유충 발생, 적수 현상 등 수돗물 오염 사고 대응 등 기후 변화에 따른 물 관리 여건에 맞게 수계기금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이번 수해를 계기로 국무회의에서 “물 관리를 제대로 하라”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질타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치수 정책 강화 방침을 재천명했다. 한 장관은 “기후 변화 일상화로 인한 집중 호우로 국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국회에서 홍수 대응 법안이 신속히 통과됐다”라면서 “환경부 장관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재해 예방을 위한 준설, 지류·지천 정비 등 치수 정책에 신속히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 [단독]文정부 쪽방신세 ‘북한인권기록보존소’ 5년만 청사 복귀
- [이데일리 윤정훈 기자] 법무부 산하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건물에서 법무연수원 용인 분원으로 이전한 지 5년만에 다시 과천청사로 돌아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고 있는 북한 인권 개선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함이다.지난 2016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출범식. 당시 권정훈(왼쪽부터) 법무부 인권국장, 손광주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김형석 통일부 차관, 김현웅 법무부 장관, 유호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정점식 대검찰청 공안부장, 이정훈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최태원 북한인권기록보존소준비단장 등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법무부)25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이르면 8월 중 과천청사로 이전하는 것이 확정됐다. 2018년 9월 용인으로 이전한 지 5년만이다. 북한인권기록보존소가 과천으로 돌아오면 기능과 규모도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현재 이전을 위해 내부 공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박근혜 정부였던 2016년 9월 북한인권법이 시행되면서 출범했다. 이 법은 통일부 산하에 북한주민의 인권 실태 조사·연구 등을 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두고 이를 3개월마다 법무부에 이관하며, 북한인권기록 관련 자료를 보존·관리하기 위해 법무부에 담당기구를 두도록 하고 있다.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대화가 중시되면서 사무실은 이전되고, 조직도 축소됐다. 당초 부장검사급 4명이 파견되기도 했지만, 2018년부터는 검사 출신 인력도 배치되지 않고 있다. 2017년 18억4300만원이던 예산도 현재 2억3900만원으로 급감했다.비정부기구(NGO)와 북한인권단체 등의 요청이 이어지면서 법무부는 본사 복귀를 결정했다. 이는 인권증진을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자는 윤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국 의회 연설에서 한국 대통령 최초로 북한 인권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당시 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이 핵·미사일 개발에 몰두하는 사이 북한 주민들은 최악의 경제난과 심각한 인권 유린 상황에 던져지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 주민의 비참한 인권 실상을 전 세계에 알리는 동시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전달하는 의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이어 “국제사회는 이러한 북한 인권 유린의 참상을 널리 알려야 한다”며 “여기에 계신 의원 여러분들도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정부는 북한인권 개선 압박의 일환으로 지난 3월 북한 인권보고서도 최초 공개했다. 작년에는 5년간 공석이던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에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임명하고 북한인권 증진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통일부 조직개편을 통해 인도협력국을 격상해 인권인도실을 신설했다. 북한 인권 개선 업무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통일부는 향후 추가 개편을 통해 교류·협력 및 대북 지원 관련 부서 인원을 북한인권 업무 등에 재배치할 예정이다.정부 관계자는 “보존소가 용인으로 이전하면서 기능이 유명무실해졌는데 청사로 복귀한다는 것은 기능을 정상화한다는 의미”라며 “북한인권단체, 국내외 유관기관과 협력하고 공조할 수 있는 것이 많아져 긍정적으로 본다”고 설명했다.이와 관련해 법무부 관계자는 “8월 이전 목표로 이전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포르쉐 AG, 독일에 전기차 충전 ‘차징 라운지’ 최초 개소
- [이데일리 박민 기자] 포르쉐 AG는 26일(독일 현지 시간) 독일 빙겐에 프리미엄 충전 경험을 제공하는 자사 최초의 최첨단 포르쉐 차징 라운지(Porsche Charging Lounge)를 오픈했다고 밝혔다.포르쉐 차징 라운지는 교통량이 많은 나헤탈 고속도로 A60/A61 분기점에서 단 2분 거리에 위치한다. 연중무휴로 운영되며, 6개의 300kW DC 충전소와 4개의 22kW AC 충전소를 보유해 고성능 충전 서비스와 쾌적한 환경, 그리고 간편한 센트럴 빌링(Central Billing) 서비스를 제공한다.포르쉐 AG가 문을 연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나헤탈 고속도로 내 전기차 충전 ‘차징 라운지’.포르쉐의 모든 전동화 모델은 사우스 티롤린(South Tyrolean) 전자 전문 기업 알피트로닉(Alpitronic)이 제작한 강력한 차저로 충전이 가능하다. 파일럿 프로젝트로 운영될 첫 번째 포르쉐 차징 라운지는 최대 300kW 전력을 제공한다. 내년 초까지 업그레이드를 통해 충전 속도를 더욱 높여 각 충전소 당 400kW까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충전에는 인증된 재생에너지 소스가 사용된다.올리버 블루메 포르쉐 AG 이사회 회장은 “포르쉐는 2030년까지 전 차량의 80% 이상을 순수 전기차로 인도한다는 전동화 목표 달성을 위해, 고성능과 고밀도의 급속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익스클루시브 포르쉐 차징 라운지는 어떤 제약도 없이 지속 가능한 최첨단 충전소로, 아이오니티 네트워크는 물론 포르쉐 전동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포르쉐 전용 급속 충전소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미래 디자인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부유하는 듯한 슬림한 루프는 충전소와 건물을 연결하고 라운지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유리로 되어 건물의 내부와 외부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밝은 컬러와 우드 소재는 쾌적한 분위기를 더한다.냉난방 시스템은 화석연료 없이 작동하는 히트 펌프로 가동되고, 전력의 일부는 루프 위 태양 전지의 태양광 발전 시스템으로부터 공급된다. 디지털 빌딩 관리 시스템은 이용객이 없을 때 조명을 자동으로 낮춰 전력 소비를 최적화한다.이용객들의 쾌적한 방문을 위해 현대적인 위생 시설을 갖췄으며, 다양한 스낵과 음료를 제공한다. 직불카드와 신용카드는 물론 애플 또는 구글 페이로 결제할 수 있다. 아날로그 및 디지털 미디어와 고속 와이파이도 이용 가능하다. 또한, 충전 후 주행을 위해 운전자는 스마트 미러 앞에서 운동하며 컨디션을 관리할 수 있고, 인터랙티브 포르쉐의 콘텐츠도 체험 가능하다.포르쉐 차징 라운지는 포르쉐 차징 서비스에 통합되어 내비게이션에 표시되며, 센트럴 빌링 서비스를 지원한다. 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33센트이며 다른 포르쉐 네트워크 급속 충전소만큼 합리적이다. 충전소와 라운지 공간 이용을 위해서는 차량과 연결된 포르쉐 ID가 반드시 필요하다. 차량 등록번호는 마이 포르쉐 앱에서 간편하게 저장 가능하며 포르쉐 ID에 번호판이 저장되어 있다면 번호판을 인식해 차단기가 자동으로 열린다. 또한, 포르쉐 차징 카드나 마이 포르쉐 앱의 QR 코드를 사용해 충전소와 라운지를 이용할 수도 있다.포르쉐 도이칠란트 GmbH 이사회 회장 알렉산더 폴리히(Alexander Pollich)는 “포르쉐 차징 라운지를 통해 고객의 여정에 긍정적인 브랜드 경험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며, “새로운 포맷에 대한 고객들의 경험에 대한 피드백이 기대된다”고 전했다.포르쉐 차징 라운지는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 추가될 예정이다.
- 서울~대전 27분, 2년 뒤 초고속 이동시대 열린다 [미래기술25]
-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어릴 적 만화나 영화에서만 보던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동차의 시대가 현실로 성큼 다가왔습니다.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산업을 선도하는 업체들은 이르면 2024~2025년 에어택시의 사용 서비스 개시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드론 기술의 발전으로 활짝 열린 AAM 산업은 그동안 2차원에 머물렀던 인류의 이동 역사를 3차원으로 확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통해 교통혼잡은 물론 환경오염, 물류비용 증가 등의 문제 해결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항공사,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건설사, IT(정보통신) 기업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관심을 나타내는 AAM 산업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리고 현재 기술 수준과 상황은 어떤지 짚어보겠습니다.현대차 미래모빌리티 비전 이미지.(사진=현대차.)1982년에 개봉한 SF(Sci-Fi) 영화의 역사적인 명작 ‘블레이드 러너’를 아시나요. 201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에는 건물들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스피너’라는 비행 자동차가 나옵니다. 지상에서는 바퀴로 쌩쌩 달리다가 제트 엔진을 활용해 수직이륙도 가능한 말 그대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차’입니다. 아쉽게도 현재 기술은 영화가 만들어졌을 당시 예상했던 것만큼 진보하진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완전히 엇나간 미래를 예측한 것도 아닙니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의 시대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는데요. 이른바 ‘미래항공 모빌리티(AAM·Advanced Air Mobility)’라는 기술을 통해서입니다. ◇서울~대전 27분만 이동..초고속 이동시대 열린다AAM은 단순히 날아다니는 기체 개발만 뜻하는 용어는 아닙니다. 기체 개발은 당연하고요. 향후 날아다니는 기체들로 도심 하늘이 빽빽해질 때 교통은 어떻게 정리해야 하는지, 소음은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또 그에 따른 시스템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하늘을 나는 에어택시 산업은 당초 ‘도심 속 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에서 출발했습니다. 기술 개발 초기 단계에는 도심에서의 교통환경 혁신에만 초점을 맞춘 것이었죠. 그런데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 먼 거리를 비행하는 지역 간 항공교통(RAM·Regional Air Mobility)까지 그 범위가 확장했고, 이를 모두 포함한 상위 솔루션 개념인 AAM으로 발전했습니다. AAM은 인류의 이동환경을 송두리째 바꿀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선 이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됩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접해보지 못했던 초고속 이동 시대가 열리는 것이죠. 예를 들어 서울에서 대전까지 걸어서 34시간이 걸리는데요. 인류가 말을 타기 시작하며 이 시간이 10시간으로 줄었고, 자동차의 발명으로 2시간 16분까지 단축됐습니다. 그런데 에어택시를 타면 얼마나 걸릴까요. 단 27분이면 서울에서 대전까지 이동이 가능합니다. ◇도심화 교통혼잡 해결..연평균 30% 고속 성장미래 기술로 AAM이 각광 받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인류 태동 이후 2차원에 머물렀던 일상의 교통 환경이 3차원으로 확장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단순히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추가됐다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며 발생하는 교통 혼잡, 환경오염, 물류·운송 비용 증가 등의 문제를 해결할 중요한 열쇠기 때문입니다.국제연합(UN)에 따르면 전 세계 도시화율(도시 거주 인구 비중)은 2018년 55.3%에서 2035년 62.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도시화율이 진행되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교통혼잡인데요. 2020년 기준 주요 도시들의 도심 내 평균 주행속도는 3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만 보더라도 교통 혼잡으로 1인당 매년 97시간을 소모하며 국내총생산(GDP)으로 따지면 2~4%가 낭비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한 해 동안 차가 막혀서 발생한 다양한 형태의 손실을 돈으로 67조7631억원(2018년 기준)에 달한다고 합니다. 연간 GDP의 3.6%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치죠. 이미 도시는 각종 도로들이 미세혈관처럼 뻗쳐 있어 더 이상 도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만으로 해결은 어렵습니다. 요즘 차 없는 사람 없듯 자동차 보급을 늘려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AAM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전기 동력 등의 기술 발전으로 드론의 수직이착륙이 가능해지며 활주로를 확보할 필요가 없어졌고요. 최근에는 60데시벨 이하로 소음을 줄이는 데도 성공했습니다. 여기에다 최근 드론들은 모두 배터리 기반으로 만들어져 친환경적이기까지 하죠. 이러한 장점들 덕분에 앞으로 AAM 시장은 겉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미국 투자회사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오는 2040년 전 세계 AAM 시장 규모는 1조5000억달러(약 2000조원)로 추산됩니다. 연평균 성장률은 30%로, 같은 기간 글로벌 전기차(EV) 시장의 예상 연평균 성장률 18.9%를 웃도는 수치입니다. ◇산·학·연 모두 힘 합쳐 2025년 에어택시 띄운다AAM은 인류의 교통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 두 업체의 개인기만으로는 실현하기 어렵습니다. 기업들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가 뒷받침돼야만 하죠. 이를 잘 알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도 교통 혁명에 팔을 걷어부쳤습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로드맵’(K-UAM Road Map)을 통해 ‘2025년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상용화’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산업계·학계·연구기관·정부가 모두 힘을 합친 이번 프로젝트에는 통합운영 실증에는 7개 컨소시엄이, 단일분야 실증에는 5개 컨소시엄이 참여합니다. 현대자동차, KT, 대한항공, SK텔레콤 등 업종 불문 참여하는 업체 수만 46개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입니다. UAM 그랜드챌린지 코리아 개요.(사진=국토부)국토부는 올 8월부터 전남 고흥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에서 K-UAM 그랜드챌린지 1단계(2023년 8월~2024년 12월) 실증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1단계 실증사업을 통과한 컨소시엄은 실제 준도심·도심 환경에서 비행을 실증하는 2단계 사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수도권에서의 실증은 총 3단계로 이뤄집니다. 1단계는 아라뱃길 노선(드론시험인증센터∼계양 신도시) 실증이고요. 그 다음 2단계는 한강 노선(김포공항∼여의도공원∼고양 킨텍스)입니다. 마지막 3단계는 탄천 노선(잠실헬기장∼수서역)으로 2025년 5월부터 한 달간 실증이 이뤄집니다.
- [르포]철판에 꽃이 활짝…컬러강판 ‘1위’ 동국씨엠 부산공장
- [부산=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시뻘겋게 녹이 슨 쇳덩어리가 몇 가지 공정을 거치자 화려한 꽃을 수놓은 LG전자 냉장고 문짝으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1일 찾은 동국씨엠 부산공장 최종 라인에서는 ‘때 빼고 광낸’ 은빛 철판들이 쉼 없이 쏟아져나왔다. 냉장고 앞판과 같은 가전제품부터 나무 무늬의 스타벅스 건물 내장재, 파란색 이케아 외장재까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컬러강판’은 대중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가전이나 반도체처럼 우리 기업이 세계 1위를 달리는 분야 중 하나다.동국씨엠 부산공장 전경.(사진=동국씨엠)동국씨엠(460850)은 1972년 국내 최초로 컬러강판을 생산한 업체다. 이후 끈질긴 투자로 약 40년 만에 세계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동국씨엠의 전신인 연합철강은 2004년 유니온스틸로 사명을 바꿔 2015년 동국제강으로 합병됐다가 올해 6월 전문성 강화를 위해 동국씨엠으로 분할 출범했다. 이날 동국씨엠은 출범 후 처음으로 새롭게 단장한 부산공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벽면에 새긴 회사 로고는 물론 작업복과 안전모까지 모두 새 사명인 동국씨엠으로 바꿔 달았다.주장한 동국씨엠 부산공장장은 “1993년 입사 당시만 해도 라인이 2개에 불과했는데 어느새 컬러강판 9라인, 도금강판 6라인, 연속산세압연 1라인 규모의 큰 공장으로 성장하게 됐다”며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했다. 동국씨엠 부산공장 연면적은 35만3326㎡(10만7000평)로 1300여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다. 그는 “동국씨엠은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고 세계적 가전 회사인 월풀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장 한편에는 가공 전 상태인 녹슨 열연코일이 화장지처럼 둘둘 말려 야적돼 있었다. 전국 곳곳에 폭염 주의보가 발효된 탓에 후끈한 열기를 예상하며 공장 안으로 들어섰지만, 예상 외로 내부 온도는 높지 않았다. 뜨거운 쇳물을 직접 뽑아내는 것이 아닌, 고로에서 이미 생산된 철강재가 소비자에게 닿을 수 있도록 예쁘게 다듬는 게 이곳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공정 전반은 쇳덩어리에 미려함을 더하는 과정인 만큼 세심함과 정교함을 요구했다.동국씨엠 부산공장에서 생산된 냉연코일.(사진=동국씨엠)공장에 들어서니 열연코일들이 저장된 거대한 하이베이창구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창구에는 열연코일 2600여개, 총 7만5000톤(t)이 저장된다. 창구에서 운반된 날것 상태의 열연코일은 가장 먼저 여러개의 코일을 이어 붙이는 자동용접 공정으로 투입된다. 이어 용접된 열연은 1600MPM 속도로 다음 공정인 산세공정으로 이동했다. MPM은 1분당 1미터를 이동하는 속도다. 1년에 180만톤(t)의 열연코일이 이곳에서 처리된다고 한다.열연강판은 표면이 녹슬어 거칠고 두께가 일정하지 않다. 따라서 염산으로 세척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공정 첫 번째 라인인 연속냉간압연설비(PL-TCM)는 둘둘 말린 열연코일을 판판하게 피면서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했다.피클링(Pickling) 탱크가 고압 스프레이로 염산을 뿌려대자 열연코일이 금세 회색으로 변했다. 순도 높은 철이 완성된 것이다. 완성된 철을 5개의 스탠드와 6개의 롤로 밀면서 얇게 펴내는 과정(냉간압연)까지 마치면 두께 0.25~2.5mm의 얇고 단단한 철로 바뀌게 된다. 압연을 마친 이 상태를 ‘풀하드(Full Hard)’라고 부른다. 완성된 풀하드는 다시 둘둘 말려 5CGL(연속용융아연도금라인)로 이동했다.동국씨엠 컬러강판 생산 S1CCL 설비.(사진=동국씨엠)5CGL은 철에 아연이나 갈바륨(아연+알루미늄)을 도금하는 공정인 만큼 들어선 순간 화학제품 냄새가 확 풍겼다. 이곳으로 온 풀하드는 먼저 바깥에 묻은 압연유를 비눗물로 씻고 수세미로 문지르는 전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김덕민 품질관리팀 부장은 “철판에 기름이 남아 있으면 아연에 아무리 담가도 철판에 달라붙지 않기 때문에 잘 세척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금을 마친 철판은 라인을 따라 위에서 아래로 쏟아져 내려오며 마치 하얀 은빛 장막을 연상케 했다. 컬러강판 공정의 백미이자 마무리 단계인 S1CCL으로 들어섰다. S1CCL은 ‘스페셜 넘버원 컬러 코팅 라인’의 약자다. 고품질 라미나 제품을 생산하는 전 세계 유일 라인으로 1600mm의 광폭 생산이 가능하다. 반으로 자르면 바로 냉장고 앞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크기다. 이 라인은 부산공장에서 가장 최근에 지어졌으며 2021년 준공 후 이날 외부에 처음으로 공개됐다.동국씨엠 엔지니어가 컬러강판 S1CCL 생산제품을 육안 검수하고 있다.(사진=동국씨엠)냉연강판은 이 공정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진정한 컬러강판으로 거듭난다. 이곳에서 철판은 어떤 필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유리 혹은 나무가 될 수 있고, 원하는 무늬를 새겨넣을 수도 있다. 패턴이 정교하고 공정이 추가될수록 단가도 높아진다. 컬러강판 세계 1위 업체인 동국씨엠은 선두를 유지해 2030년 관련 매출 2조원, 100만t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최근 라미나 필름 생산라인(FCL)을 업계 최초로 구축해 컬러강판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 라미나강판은 표면 구현과 가공성이 뛰어난 프리미엄 컬러강판이다. 그동안 LX하우시스 등 외부에서 사오던 라미나 필름을 직접 생산해 원가를 줄이고 품질을 높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매출과 별개로 동국씨엠 질적 성장 목표의 핵심은 ‘친환경’이다. 컬러강판은 코팅과 오븐에서 가열·건조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는데, LNG 1㎥당 2㎏의 적지 않은 탄소가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코팅과 건조·가열 과정이 없는 ‘노 코팅 노 베이킹(No Coating No Baking)’ 방식을 구상해 냈다. 현재는 노코팅 1단계 실증을 완료한 상태다. 최우찬 동국씨엠 칼라연구팀 팀장은 “컬러강판 생산 시 외부에서 열을 주지 않고 원료가 자체적으로 화학반응을 일으켜 열을 발생해 알아서 건조할 수 있게 만들 예정”이라며 “실증 완료 후 2027년 에코컬러코팅라인(ECCL) 양산 설비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최우찬 동국씨엠 칼라연구팀장.(사진=동국씨엠)동국씨엠 공장 내부에 장세욱 동국홀딩스 부회장의 친필 서명이 적힌 컬러강판이 전시된 모습.(사진=김은경 기자)
- 돈없는 치매 노인도 요양시설 입주…'국가가 돌봐준다" 신뢰 굳건
- [아바나(쿠바)=이데일리 권효중 기자] 쿠바의 수도 아바나(Havana)의 플라야(Plaza) 지역, 대로변에 파란색으로 칠해져 눈에 띄는 집이 있다. 발코니에는 안락의자에 앉아 노인 여럿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직접 문을 열어주며 인사를 건넨 다니 로드리게스(79)씨는 이곳 ‘노인의 집’(Cada de abuelos)에서 친구들과 하루를 보낸다고 했다. 다니씨는 “친구들과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체조를 하거나 도미노 게임을 하는 것이 즐겁다”며 “혼자가 아닌 삶이야말로 건강한 노인이 되는 비법”이라고 밝혔다. 쿠바 아바나에 위치한 ‘노인의 집’, 노인의 집은 60세 이상이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기며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사진=권효중 기자)◇ “함께 늙어간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해” 지난달 5일 방문한 노인의 집에서 만난 노인들은 “삶의 어떤 부분이 가장 좋냐”는 질문에 모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노엘리아(91)씨는 “함께 사는 가족이 있지만, 이곳에는 또 다른 가족이 있다”고 소개했다. 노인의 집에 온 지 일주일여 됐다는 레글라(76)씨 역시 “자녀들이 타지에 살아서 혼자 살고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활동도 할 수 있고 인간의 온정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아바나 내 이러한 ‘노인의 집’은 49곳에 달한다.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열고, 세 끼 식사가 제공된다. 산책과 운동은 물론, 다양한 활동 프로그램이 있으며 노인들은 자유롭게 이에 참여할 수 있다. 벽 곳곳에는 노인들이 직접 그린 그림은 물론, 손수 만든 인형 등도 걸려있다. 이들은 자신이 젊었을 때 유행하던 음악을 듣거나, 젊었을 때의 흑백 사진을 보고 서로 누구인지 알아맞춰보는 게임 등을 즐긴다. 또 지역 아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원한다면 미겔 디아즈카넬 쿠바 대통령에게 직접 편지를 써 사회의 어른으로서 ‘정책 조언’도 할 수 있다. 이러한 ‘노인의 집’은 쿠바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노인들이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최소 연금은 1500 쿠바 페소(한화 약 7만원) 수준이지만, 식량과 생필품이 배급되고 의료비 부담이 들지 않으며, 원한다면 노인의 집을 방문해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최소한의 생활은 가능하다. 또한 원한다면 은퇴 연령을 넘겨서 일을 계속 할 수도 있다. 오마르(76)씨는 “코로나19와 미국의 경제 봉쇄 이후 우유와 유제품 등 수입품은 구하기 어려워졌다”라면서도 “기본적인 생활에 지장이 없고, 수동적으로 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마리엘라(63)씨 역시 은퇴 연령을 넘겨 31년째 노인의 집에서 일하고 있다. 마리엘라씨는 “60살 이상이라면 모두 이곳의 식구가 될 수 있다”며 “가족과 떨어져 살거나, 가정에서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하는 노인 등 도움이 필요하면 이곳에서 함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TV를 보더라도 혼자가 아닌, 타인과 함께 한 마디라도 더 나눌 때 노인들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감각이 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상주하는 마리엘라씨 외에도 의료와 일상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의사, 사회복지사 등이 팀을 이뤄 노인들을 돕는다. 의사 아나(57)씨는 “노인의 집은 지역 사회 단계에서 노인들의 활동을 돕고, 고독으로 인한 문제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수단이 된다”고 했다. 다른 의사 알베르토(54)씨 역시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노인들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며 “일상 속 ‘관계 맺음’을 통해 노인들에게 사회 내 역할을 부여하고, 사회나 국가가 이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인의 보금자리’에 거주하는 노인들과 의료진들 (사진=권효중 기자)◇ “넉넉하진 않아도…살아 있는 것이 좋아요” 지역 사회에 마련된 노인의 집 외에도 쿠바에는 치매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노인들이 24시간 상주하며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있다. 아바나 산타페(Santa Fe) 지역에 위치한 ‘노인의 보금자리’(Hogar de ancianos)는 2층짜리 건물로, 16명의 노인들이 24시간 생활한다. 이들을 위해 의사 1명과 간호사 등 보조인력 16명이 상주해 일상을 돕는다. 비용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한 달에 내야 하는 비용은 1260쿠바 페소(한화 약 6만원)이며, 이마저도 낼 수 없다면 국가가 지불한다. 이곳의 관리자 리세(41)씨는 “지역 사회에서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입소하면, 이곳에서는 하루 3번 건강 체크를 통해 다시 상위 의료기관으로 연결이 이뤄진다”라며 “노인 인구가 많고,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에서도 가장 신경쓰고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의 노인들은 대부분 치매를 앓고 있지만, 무력하게 앉아있지만은 않았다. 이들 역시 자신이 젊었을 때 나오던 노래를 감상하고, 손을 흔들거나 간단한 대화도 가능하다. 젊었을 때 시인이었다는 카리다(86)씨는 이곳에서 17년째 살았다. 치매를 앓고 있음에도 카리다씨는 지금 기분을 묻자 “아침마다 햇살이 내 얼굴에 입을 맞춰주는 것 같다. 살아있는 것이 좋다”며 웃었다. “내 시가 어땠냐”고 묻는 카리다씨에게 간호사들은 박수를 쳐주었다. 쿠바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산업인 관광업에 타격을 입은 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의 경제 제재 등도 고민으로, 휘발유와 의약품 등 각종 생필품이 풍족하지 않다. 그럼에도 가족은 물론, 지역에서부터 시작되는 보살핌 체제에 대한 신뢰는 존재했다. 리세씨는 “단순히 돈이 없다고 해서 시설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늙어가는 것은 모두가 당면한 문제인 만큼, 계속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통·번역 도움=손의정)
- “이태원과 비슷”…140만명 몰린 ‘이곳’, 참사 왜 일어났나[그해오늘]
-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인 7월 24일 오후 5시쯤 독일 뒤스부르크의 한 폐역을 개조한 축제장에서는 수만 명의 환호가 아닌 비명이 울려 퍼졌다. 이 축제장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로 21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당하며 유럽의 대표적 테크노 축제였던 ‘러브 퍼레이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러브 퍼레이드’는 1989년 동독에서 동독 출신 DJ 닥터 모테(DR. Motte)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150명의 사람이 모여 파티를 벌인 것을 시작으로 매년 7월 첫째 주 토요일에 열려왔다. 해당 축제는 매해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는 등 대표적 유럽 테크노 축제로 자리잡으면서 단 하루에만 2000만 유로(한화로 약 286억)의 수익금이 발생할 정도였다.2010년 7월 24일 독일 뒤스부르크에서 열린 ‘러브 퍼레이드’에서 21명이 사망하고 650여 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한 당시 모습. (사진=SNS 캡처)사고 당일 ‘러브 퍼레이드’는 2007년 이전까지 베를린에서 열렸으나 마약 및 쓰레기 처리 문제 등으로 인해 장소를 옮겨야 했다. 이후 2007년 에센, 2008년 도르트문트, 2009년에서는 보훔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안전 문제를 이유로 취소돼 2010년에 뒤스부르크에서 열리게 됐다. 문제는 행사가 열리는 장소였다. 과거 화물 열차역이었던 폐역을 개조해 만든 이곳은 큰 건물 2개와 몇몇 터널로 이뤄진 곳으로, 약 3만평의 부지였으나 140만 명의 사람을 수용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이에 주최 측은 공연장 내부에는 20만 명만 수용하기로 하고 공연장 외부에는 일정 거리 이상으로는 사람이 나갈 수 없도록 울타리를 쳐서 관리했다. 그런데 공연장으로 오고 가는 길에는 메인 출입구와 이곳을 관통하는 터널, 작은 출입구 하나가 있었다. 출입구로 사용되는 메인 출입구와 작은 출입구 둘 다 출구와 입구가 정확히 나뉘지 않아 지나는 사람 마음대로 오고 갈 수 있었고 출입구쪽은 경사가 있어 공연장보다 지대가 낮았다. 이는 압사 사고로 이어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당시 많은 인파가 몰린 가운데 11시에 오픈하기로 했던 공연장은 정오가 돼서야 공개됐다. 오후 2시경 유럽 각지에서 모여든 DJ의 공연에 맞춰 춤과 노래를 즐기며 DJ들이 탄 개조된 트럭의 뒤로 퍼레이드가 이어졌고 사람들의 이동에 따라 트럭의 이동도 느려졌다. 2시 42분쯤에는 공연장과 입구는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3시 30분쯤 관계자들은 경찰에 협조 요청을 구했다. 경찰은 메인 출입구에 몰린 사람들을 앞으로 보내 최대한 분산시키려 했으며 사람들이 메인 출입구로 몰려들지 않도록 공연장에서 나오는 다른 길목을 모두 막았다. 하지만 인파가 점점 몰리자 어느덧 경찰의 저지선은 터널에서 밀려났다. 4시 6분쯤 터널엔 메인 출입구로 들어가려는 사람과 나가려는 사람들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저지선 마저 무너지자 좁은 공간으로 사람들이 끝없이 밀려와 사람들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옴짝달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찰은 확성기로 더는 사람을 들여보낼 수 없다고 말했으나 소용없었다. 심상치 않은 상황에 일부 사람들은 직원용 자동차 위에까지 올라가며 위험을 피했고, 일부는 비상용 사다리, 터널에 붙은 간판 위로까지 대피했다. 통로에 있던 계단 난간은 이미 인파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러브 퍼레이드’ 압사 사고 직후 부상당한 이들이 여기저기 눕혀져 있는 모습. (사진=SNS 캡처)압사 신고가 있은 후에도 이미 너무 많은 인파에 구조대가 현장에 들어올 수 없었다. 결국 5시 2분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당시에도 공연을 이어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황에서 공연을 중단하면 사람들이 빠져나가며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사망자 발생 14분 후 메인 출입구에서 사람들이 물러나며 사태는 진정되는 듯 보였다. 드디어 터널로 진입한 구조대는 의식을 잃은 사람들의 응급 처지를 시도했고 주변에는 사람들이 흘리고 간 신발, 선글라스 등 집기들이 자리를 잃고 나뒹굴었다. 긴급 치료를 받는 부상자들도 여기저기 보였다.이로써 총 21명이 사망하고 650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상자 중에는 뼈가 부러지거나 관절에 큰 충격을 받아 장애를 입은 이들도 있었으며 이를 목격하면서 트라우마를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결국 이 사고로 러브 퍼레이드는 영원히 사라졌다. 사고 후 공연 주최 측과 경찰, 뒤스부르크 시장이 법정에 섰다. 이 과정에서 2009년 10월경 시장에게 “러브 퍼레이드가 열릴 장소는 사람 수백만 명이 모이기에 공간이 충분치 않다”는 담긴 공문이 도착한 바 있었으나 이를 무시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2012년 2월 시장은 탄핵당했으나 10년간 재판이 지속됐음에도 처벌받은 사람은 없었고, 막바지에 터진 코로나19 사태로 이에 대한 관심은 더욱 식어갔다.‘러브 퍼레이드’ 압사 사고는 좁은 출입구와 출입구 쪽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경사 등 이태원 압사 사고와 비슷한 사례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렇게 행사의 명맥이 끊긴 줄 알았던 2022년 8월, ‘러브 퍼레이드’의 정신을 이어받은 ‘레이브 더 플래닛’(Rave the planet)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행사가 열렸다. 20만 명 가량이 참여한 이 행사에는 경찰 600여 명이 투입돼 차량을 통제했다. 행렬 뒤에는 경찰차와 청소 차량이 대열을 이뤄 따라왔고 쓰레기를 즉각 수거하는 등 기존의 문제를 차단하는 모습으로 참사의 상흔을 기억했다.
- 이복현은 왜 증권사 10곳 긴급 소집했나[최훈길의뒷담화]
-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가 올 하반기에 가장 큰 걱정입니다.”금융당국에 ‘올해 가장 우려되는 금융리스크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니, 부동산 PF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부실 위험이 실제 지표로도 드러나고 있는데요.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에 13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돈을 빌린 건설사 등이 제때 갚지 못하면서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고, 이 부실을 돈을 빌려준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떠안고 있습니다. 이 부실이 우려되자 금융감독원은 이번주 목요일에 증권사 10곳의 임원들을 긴급 소집했습니다. 특히 증권사 부실이 우려됩니다. 수면 위로 문제가 스멀스멀 떠오르고 있는 형국인데요. 미래에셋증권(006800) 등 국내 금융기관들은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에 2800억원을 투자했다가 대부분 손실을 봤습니다. 관련 회의가 이번주 화요일에 있었는데, 우려대로 수천억원 손실이 났습니다. 오늘 뒷담화에서는 수년 전 저금리 상황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여겨졌던 부동산 PF가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한 원인, 파장, 대책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감독원)-오늘 뒷담화 키워드는 ‘부동산 PF 부실 공포와 하반기 뇌관’으로 준비하셨네요. △부동산 PF가 올해 하반기 시장의 뇌관이 될 우려가 커졌습니다. 우선 부동산 PF가 어떻게 부실이 됐는지부터 설명드릴게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란게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로부터 발생하는 미래 현금을 상환 재원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기법이잖아요. 쉽게 말씀드리면 건설사가 담보 없이 부동산 개발사업의 수익성이라는 계획(프로젝트)만을 보고 금융사로부터 돈을 빌려서 땅 사고 건물 짓는 겁니다. 담보가 없다 보니 리스크가 큽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말처럼 리스크가 큰 만큼 금융사는 많은 이자와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2020년 코로나로 저금리가 오고 부동산 호황기가 오면서 건설사에 빌려주는 금융사 대출이 많아졌습니다. 해외 부동산 대출도 많았구요. 그런데 이후 고금리가 되면서 이자 부담이 커지고 부동산 가격은 고꾸라지고 미분양이 많아지면서 건설사의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만기 때 연체가 느는 등 부실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빌려주는 금융사에 증권사들이 꽤 많이 뛰어들어 몸집을 불렸는데, 이게 감당이 힘들 정도가 돼서 증권사 부실 우려가 커졌습니다. -부동산 PF 금융사 대출 규모가 100조원을 넘을 정도로 크네요. △금감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가 이번 주에 공개됐는데요, 내용을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전체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이 잔액은 2020년 92조5000억원, 2021년 112조9000억원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습니다.더 큰 문제는 PF 대출 연체율의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입니다.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은 2020년 0.55%, 2021년 0.37%로 0%대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12월 말에는 1.19%가 되더니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2.01%로 올랐습니다. 불과 2년여 만에 4배 가량 연체율이 증가한 것입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금융권의 전체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1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자료=금융감독원, 그래픽=이데일리TV)-이런 상황에서 해외 부동산 부실이 본격적으로 나타났네요. △그렇습니다. 미래에셋 등 국내 금융사들이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에 투자했다가 2000억원 넘게 손실을 본 것도 같은 맥락인데요.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직접 투자금 300억원을 제외한 2500억원어치의 펀드를 조성해 국내 기관들에 판매했습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은 자체 자금으로 200억~400억원씩 투자했구요. 한국은행 노동조합이 투쟁기금을 넣고 우리은행 초고액 자산가들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부실이 커지면서 지난 18일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2019년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 대출을 위해 조성한 펀드 자산을 90% 수준에서 상각 처리하기로 하고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렸습니다. 손실 규모가 아직 완전히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자산 가치가 하락했을 것으로 간주하고 회계상 손실로 처리한다는 의미입니다.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도 이같은 연체율 증가와 맞물려 있지요. △최근 새마을금고 사태가 일어난 이유도 부동산 PF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동산 활황일 때 진행한 PF가 경기가 침체되면서 시행사와 시공사가 대출 상환을 할 수 없게 됐구요. 새마을금고는 연체율이 계속해서 올라갈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경기 남양주의 동부 새마을금고 최근 600억 원의 규모의 PF 부실 대출로 폐업하게 됐습니다. 대전과 대구 지역 금고들도 대출을 해준 사업장의 오피스텔 분양이 실패해 위기를 맞았구요. 그래서 새마을금고 고객들이 자금을 빼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는데, 정부가 새마을금고 파산 없고 고객 예금 보장을 하면서 일단 큰 위기는 넘겼습니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PF로 인한 대출 연체율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부동산PF 대출 관련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국내 증권사의 대출 잔액은 5조3000억원, 연체율은 15.88%로 집계됐습니다. 증권사의 연체율이 전 업권 중에 가장 높았습니다. 은행은 0%, 상호금융은 0.1%, 보험은 0.66%, 저축은행은 4.07%, 여신전문금융사는 4.20%였는데, 증권사의 연체율이 농협 등 상호금융보다 158배나 높은 셈입니다. 증권사의 PF 대출 연체율이 불어나는 속도도 상당히 빠른데요. 부동산 경기가 호조세를 보였던 2019년 말에는 1.3%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둔화한 2020년 말에는 3.37%, 2021년 말에는 3.71%였다가 작년 말에는 10.38%로 높아졌습니다. 그러다 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올해 1분기 말에 15%대로 급등한 것입니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이 전 업권 중에 가장 높았다. 올해 3월말 기준, 단위=%. (자료=금융감독원,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어디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높은 건가요. △금감원과 윤창현 의원실에 문의를 했는데요, 증권사별 부동산 PF 연체율은 비공개라고 합니다. 증권사 연체율이 평균으로 15.88%니까, 증권사 이름은 아니더라도 범위(레인지)를 알려달라고 했는데요, 그것도 개별 업체 관련된 거라 비공개라고 하네요. 그래서 ‘고정이하 자산 비율’ 지표는 공개가 돼 있어서요, 이를 통해서 리스크 수준을 가늠해 봤는데요. ‘고정이하 자산비율’은 이익이 나지 않는 자산인 ‘고정자산’, 손실 가능성이 높은 자산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요. 고정이하 자산이 부실 자산과 똑같이 볼 순 없으나, 고정이하 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자산건전성이 악화하는 건 사실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으로 20대 주요 증권사 중 하이투자증권이 7.13%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어 유진투자증권(001200) 6.17%, 신한투자증권 3.59%, 현대차증권(001500)(001500) 2.96%, BNK투자증권 2.66%순이었습니다.-금감원은 20일 증권사와의 간담회에서 어떤 대책을 논의했습니까. △금감원은 20일 황선오 부원장보 주재로 10개 국내 증권사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등 담당 임직원들과 ‘증권사 부동산 익스포져(위험 노출) 리스크 관리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금감원은 이날 간담회에서 각 증권사에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의 안정적 관리, 부동산 익스포져 추가 부실 대비를 위한 손실흡수능력 확보, 투자자 피해 발생 가능성 최소화 등을 제시했는데요. 쉽게 말씀드리면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 관리를 철저하라는 뜻입니다. 부실채권에 대해서는 조속히 상각해 털어버리고, 사업성 저하로 부실이 우려되는 PF대출도 외부 매각 등으로 신속히 정리하고,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앞으로 금감원은 만기연장 등 특이 동향에 대해서 일일 모니터링을 하고, 충당금 설정과 부동산 익스포져 평가의 적정성 등을 수시로 점검할 예정입니다. 리스크 관리가 취약한 증권사에 대해서는 별도 관리방안을 제출하도록 해 점검하고, CEO 개별 면담까지 실시할 예정이구요.특히 이번 간담회를 주재한 황선오 부원장보는 자본시장감독국장을 맡는 등 자본시장을 잘 아는 금감원 임원입니다. 그는 ‘금감원 야근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신속하게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스타일이구요. 그러다 보니 이복현 금감원장이 이번에 부원장보로 승진 인사를 내고 계속 중책을 맡기고 있습니다. 여의도 증권가가 뿌연 구름으로 휩싸여 있다. (사진=연합뉴스)-하반기 증권사 실적이 악화할 것으로 보이네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용평가사들도 증권업 전망이 흐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일제히 증권업종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증권사의 일회성 손실 규모도 상당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데요. 현대차증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실적은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28.1% 밑돌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PF 부담이 커지면서 한국거래소의 증시 지표인 ‘KRX 증권업 지수’도 최근 한 달(6월12일~7월10일)간 6.57% 하락했습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4.24%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증권업 지수가 더 크게 빠진 셈입니다. -이러다가 하반기에 더 큰 문제로 확산되는 것 아닌가요. △리스크가 커질 우려 때문에 현재 금융위, 금감원에서는 부동산 PF 파장을 1순위 리스크로 챙기고 있습니다. 여당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구요.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대해 기자들과 만나 “자연스러운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일부 시공사나 건설사가 어려움에 직면하겠지만,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에서 지난 4월부터 부동산 PF 대주단 협약을 재가동하는 등 안정화에 나서는 만큼 우려가 과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새마을금고는 리스크가 높은 딜에 참여하는 구조지만, 증권업계는 상대적으로 선순위 또는 높은 내부 통제로 결정된 딜에 참여하고 있어 증권사 부실이 파국 상태로 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12월 결산 국내 증권사 22곳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2회계연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증권사 등기임원(사외이사 제외) 50명은 지난해 평균 11억200만원, 증권사 미등기임원 911명은 지난해 평균 5억8100만원 연봉을 받았다. 증권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5200만원을 기록했다.-금융위원회에서는 PF 관련 대책으로 증권사 임직원 성과급 제도개편을 준비 중이죠. △이윤수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금융위 자본시장국장 때인 지난달 8일 ‘금융투자업계의 체질개선과 내부역량 강화’ 세미나에서 부동산 PF 원인을 증권사의 성과급과 연결지어 발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 국장은 “증권사들이 리스크가 큰 부동산 PF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은 단기 수익이 크게 나기 때문이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증권사) CEO 입장에서는 단기적 수익이 나는 부분을 좇아서 가게 된다. 그리고 증권사에서 일 잘하는 선수들도 부동산 PF쪽으로 옮겨다니면서 연봉을 올리게 된다. 따라서 부동산 PF 문제는 증권사들이 단기적 수익, 성과급을 좇다 시스템 리스크로 번진 측면이 있다. 자본주가 발달하려면 성과주의 문화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단기 성과주의가 금융회사에 리스크를 주고 시스템 리스크로 가기 때문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앞으로 증권사 성과급을 단기 수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성과와 연계하는 쪽으로 강화하는 것에 공감한다. 증권사 성과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향후 구체적인 성과보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금융위가 장기성과와 연동된 성과보수 제도 강화, 성과급 조정·환수 효과 제고, 보수체계 투명성 강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어서요, 향후 어떤 대책이 나올지 주목됩니다. -결국 하반기에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게 중요하네요. △그렇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한국의 PF 대출은 자금 구조가 취약하고 만기 불일치도 상당하다”며 “부동산 가격 하락 등 역풍이 계속되고 있어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7월에 미국 금리가 한 번 더 오르고 기준금리가 더 오르지는 않지만, 이대로 계속 갈 가능성도 있거든요. SK증권은 ‘2023년 수정 전망’ 리포트(윤원태·안영진·강재현·조준기)에서 “현재 한국 경제에서 부동산이 가장 큰 리스크”라며 “내년까지 예정돼 있는 공급 물량과 저조한 분양률, 높은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부동산 시장은 최소 내년에도 보수적 관점을 지속할 것”이라고 지적했구요. 새마을금고의 인출사태에서 보듯 시장은 정부의 대책을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일부 증권사의 부실 규모는 임계치를 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선제적 채무조정에 돌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료=한화투자증권)-끝으로 다음주 주목할 만한 국내외 경제일정 소개해주시지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5~2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할 예정입니다. 0.25%포인트 인상이 예상됩니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27일 오전 3시에 예상대로 결과가 나올지, 어떤 언급을 할지도 주목됩니다. 27일에는 미국의 2분기 GDP도 발표됩니다.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한미 간 금리 격차는 상단에서 2.0%포인트로 벌어집니다. 한미 금리 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지는 것입니다.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원·달러 환율 급등 등이 없도록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한국은행이 내달 24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어떻게 대응할지도 주목됩니다. 주요 기업의 2분기 실적도 발표됩니다. 24일 POSCO홀딩스(005490), 25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26일 SK하이닉스(000660), 27일 삼성전자(005930)·LG에너지솔루션(373220) 등입니다. 실적에 따라 주가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획재정부는 내년에 시행할 ‘2023년 세법 개정안’을 다음 주에 공개합니다. 통계청은 28일 ‘6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합니다. 산업생산, 소비, 투자 지표 모두 증가한 것이 6월에도 이어질지가 관전 포인트입니다.한은은 오는 25일 ‘2023년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을 발표합니다. 시장에서는 올 2분기 성장률이 전기대비 0.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25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수정 전망치 등을 포함한 ‘2023년 7월호 세계경제전망(WEO)’을 발표합니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1.4%)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2020년 성장률(-0.7%) 이후 3년 만에 최저치인데요,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글로벌 경기 흐름과 하반기 경제정책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이슈나 정책 논의 과정의 뒷이야기를 추적해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