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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의 과욕인가, 신세계의 소심함인가
-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롯데와 신세계, 두 유통회사의 자존심 싸움이 뜨겁다. 겉으로 보면 최근 롯데의 승기가 역력하다. 과감한 베팅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잇따라 경쟁 부지를 확보했다. 신세계는 주춤하다 롯데에 뒤통수를 맞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해석은 갈린다. ‘변화가 없으면 곧 쇄락’이라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는 롯데를 두고, 뒷 탈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투자 효율성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는 신세계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이 너무 소심해진 것 아니냐는 관전평도 있다. ◇ 비싸도, 중복돼도..너무 과감한 ‘롯데’롯데자산개발이 개발하는 과천복합문화관광단지(위)와 롯데백화점이 부지를 매입한 의왕 백운지식문화밸리 내 복합쇼핑몰 위치(아래). 직선 거리가 10km 정도에 불과하다. (사진=네이버지도 캡쳐)롯데백화점(롯데쇼핑(023530))은 지난 3일 의왕시 백운지식문화밸리 내 부지를 전격 매입했다. 롯데는 2017년까지 4000억원을 투자해 쇼핑과 문화시설을 갖춘 복합쇼핑몰로 개발할 계획이다. 이 부지는 신세계가 공을 들였던 땅이다. 지난 2012년 투자의향서(MOU)도 맺었다. 하지만 신세계가 막판 가격 협상에서 이견이 생기자, 롯데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신세계 관계자는 “의왕시 측이 기존에 생각했던 토지 가격보다 20% 이상 높은 가격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롯데는 높아진 토지 가격을 감수했다는 뜻이다. 사실 복합쇼핑몰은 도시 외곽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쇼핑객을 얼마나 유인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따라서 비수익 사업인 관광 요소를 최대한 만들어야 한다. 신세계 관계자는 “토지매입 가격이 높으면 수익성 위주로 운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복합쇼핑몰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롯데의 중복투자 가능성도 제기된다. 롯데백화점이 의왕의 부지를 매입한 그날, 롯데자산개발은 과천시와 과천복합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곳에도 대규모 복합쇼핑몰이 들어선다. 백운지식문화밸리와 과천복합문화관광단지는 직선거리로 10km정도에 불과하다. 차로 20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다. 외부 출신인 김창권 대표가 맡고 있는 롯데자산개발이 다른 롯데 계열사와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얘기도 흘러나온다. 김 대표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모건스탠리 부동산투자팀을 거쳐 삼성KPMG 부동산본부장 등을 역임하다 지난 2007년 롯데자산개발 대표로 영입됐다. 롯데자산개발 관계자는 “롯데백화점과 별도로 자체적인 쇼핑몰을 운영할 계획”이라면서도 “상권이 다르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 가격 따지다 기회 놓쳐..너무 신중한 ‘신세계’그렇다고 신세계(004170)가 의왕을 포기한 것이 과연 좋은 선택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교외형 복합쇼핑몰은 신세계그룹 차원의 역점 추진 사업이다. 특히 의왕은 신세계의 ‘교외형 복합쇼핑몰 벨트’ 가운데 남부 상권을 담당할 핵심 지역이었다. 의왕시와의 양해각서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직접 체결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의왕을 대체할 수 있는 땅을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아직 뚜렷한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의왕을 뺏겼다는 건 앞으로 신세계가 추진하는 교외형 복합쇼핑몰의 개발 계획을 다시 짜야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왕시는 롯데를 끌어들여 부지 가격을 높였다. 다른 지방자치단체 역시 의왕시의 사례를 모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곧 전반적인 교외형 복합쇼핑몰의 개발단가 인상을 의미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반적으로 개발가격이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신세계가 추진하는 교외형 복합쇼핑몰의 개발 계획을 재검토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달라진 신세계의 분위기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가격협상에 몰두하다 사업 기회를 놓쳐버리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기 때문이다. 2012년 신세계백화점이 입주해있던 인천버스터미널 건물과 땅 매입을 두고 인천시와 줄다리기를 벌어디가 결국 롯데로 넘어갔고, 지난 2월에는 알짜 매물로 통하던 제주공항 내 면세점 입찰에서 과감한 베팅에 나서지 못하면서 간발의 차이로 한화갤러리아에 밀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요즘 신세계를 보면 과감한 출점으로 이마트를 대형마트 1위로 이끌었던 적극적인 성향이 보이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유통시장이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에는 앞뒤 가리지 않고 투자하지만, 지금은 유통성장이 정체되는 시기여서 투자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정답”이라고 설명했다. ▶ 관련기사 ◀☞10km 거리에 또 롯데?..롯데 복합쇼핑몰 중복투자 우려☞이인원 롯데 부회장 "어떠한 금품도 받은 적 없다"☞'성장 멈춘' 아웃도어..봄날 가나
- 지난해 건설업·장년층·질병 산재 늘었다
- [이데일리 유재희 기자] 지난해 건설 근로자의 산업재해가 전년보다 소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고령자 및 중소사업장에서의 산재 사고와 질병 산재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고용노동부는 31일 이 같은 내용의 ‘2013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을 발표했다.산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자수는 총 9만1824명(재해율 0.59%)으로 전년 9만2256명보다 소폭 감소했다. 특히 연초에는 삼성전자(005930) 불산 누출, 현대제철(004020) 아르곤 질식사고 등 대형화학사고로 재해가 크게 증가했지만, 정부가 예방대책을 추진하면서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조사됐다.전체 재해자 중 사고로 인한 재해자수는 8만4197명으로 전년(8만4784명)보다 586명 줄었다. 반면, 질병으로 인한 재해자수는 7627명으로 2012년 7472명보다 155명(2.1%) 늘어났다. 이는 업무적 요인과 개인 질병 등 업무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작업관련성 질병(근골격계 관련 질환, 뇌심질환)이 지속적으로 증가한 탓이다.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건물 종합관리사업 등이 포함된 기타의 사업(33.2%), 제조업(32.1%), 건설업(25.7%) 순으로 산재 발생률이 높았다. 제조업의 경우 작년보다 산재 발생이 7.1% 감소했지만, 기타의 사업과 건설업은 각각 4.7%, 1.1% 늘었다.규모별로는 50인 미만 중소 사업장에서 대부분의 재해(81.5%)가 발생했고, 재해유형은 주로 넘어짐(19.2%), 끼임(16.0%), 떨어짐(15.0%) 등이었다.연령별로는 55세 이상 장년층에서 재해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5세 이상 근로자 중 3만1816명이 재해를 입었는데 이는 전년보다 9.26% 늘어난 수준이다.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장년층이 정년퇴임 이후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해 새로운 일을 맡게 되면서 재해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한편, 지난해 산재 사망자수는 총 1929명으로 전년 1864명보다 3.5% 늘었다. 사고 사망자수는 1090명으로 전년(1134명)보다 44명 감소했지만, 질병 사망자수가 전년보다 14.9%(109명)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사망만인률(근로자 1만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의 비율)은 2012년 1.2%에서 지난해 1.25%로 0.05%포인트 상승했다.사고 사망자는 건설업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특히 노량진 수몰사고(사망7명), SK남북항연결도로공사(4명) 등 중대 사고가 많이 발생하면서 건설업에서만 총 516명의 사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는 전체 사고사망자의 47.3% 수준이다. 방하남 고용노동부장관은 “올해는 근로자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특히 2009년이후 지속적으로 증가추세에 있는 건설 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주력하겠다”며 “또한, 사내하도급에서 발생하는 재해를 줄이기 위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코스피, 개인 매물에 하락 전환..1980선 턱걸이☞삼성 UHD TV, 佛 베르사유 관광객에 '인기'☞인텔코리아, '엔터프라이즈 솔루션데이' 내달 3일 개최
- '어벤져스2', 마포대교에서 촬영하던 날..11시간의 기록
-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한국촬영이 시작된 30일 서울 마포대교에서 촬영스태프들이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날 촬영으로 오후 5시30분까지 마포대교 1.6km 양방향을 통제한다고 밝혔다.(사진=김정욱기자)[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전례에 없던 블록버스터의 국내 촬영에 연일 떠들썩했던 지난 며칠. 막상 해가 떴을 땐 크게 달라보일 것 없는 주말 풍경이 펼쳐졌다.영화 ‘어벤져스2’가 30일 오전 6시부터 서울 마포대교에서 국내 첫 촬영을 시작했다. 전편인 ‘어벤져스’가 국내 700만 관객을 동원한 수작이었고, 이후에도 ‘아이언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 등 ‘어벤져스’의 캐릭터들이 주연하는 영화들이 국내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으며 ‘어벤져스2’에 대한 관심은 높은 상황이었다. 여기에 ‘IT 강국’ 한국이 전체 영화 중 20여 분을 차지하는 비중으로 등장하는 데다 한국 여배우인 수현이 한국 과학 기술자 역할로 캐스팅돼 ‘어벤져스2’의 국내 호응도는 최고조로 오른 분위기였다. 누가 올지, 어떤 장면이 촬영될지, 떠들썩했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하루였다. 오전 6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이어진 ‘어벤져스2’ 국내 첫 촬영을 실시간으로 정리했다.“촬영 시작합니다.”(사진=김정욱기자)◇오전 6시평일이었다면 ‘출근 러시’에 교통대란을 겪었을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주말 중에서도 일요일이었던 터라 아침엔 길이 한산했다. ‘어벤져스2’로 인해 마포대교 양구간이 모두 통제될 거란 사실이 언론 보도와 서울시 공문 등으로 일찍이 알려진 덕이기도 했다. 공덕동에서 마포대교로 향하는 구간에서도, 여의도에서 마포대교를 넘어오는 구간에서도 도로를 이용하는 차들은 큰 무리 없이 행선지를 옮겨가는 모습이었다. 마포대교 방면으로 시선을 돌렸을 땐 몇몇 스태프가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었고, 촬영 관련 차량들과 교통 통제 차량 등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차량 통제 합니다.”(사진=김정욱기자)◇오전8시여의도의 한 고층 건물에서 바라본 전경은 큰 변화가 없었다. 이른 아침 시간이라 ‘어벤져스2’ 촬영을 구경하러 나온 시민들도 많지 않았다. 다만 29일 비가 내린 날씨로 흐렸던 하늘이 개고, 햇살도 따사로웠던 터라 벚꽃길로 유명한 여의도에 ‘어벤져스2’와는 상관없는 나들이객이 붐빌 것으로 예상이 됐다. 이날 현장에 파견된 영등포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데일리 스타in에 “정말 영화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오히려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히려 여의도에 나들이를 나온 분들이 ‘이게 뭔 일인가’ 싶어서 들르지 않을까 싶어 제대로 된 정보를 드리고,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설명 지침서를 마련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모습이 CCTV로 생중계 중?”(사진=김정욱기자)◇오전 11시시민들의 ‘인증샷’을 걱정하고, 실시간 SNS를 통한 ‘제2 유포’를 우려하고, 취재진의 보도 경쟁으로 ‘줄줄이 소송’ 등에 노심초사했던 ‘어벤져스2’. 하지만 진짜 범인(?)은 내부에 있었다. 박원순 시장까지 나서 시민들의 적극적인 도움과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고, 언론이 나서 교통 통제 구간과 촬영 일정 등을 연일 상세히 보도했건만, 서울시에서 폐쇄회로(CCTV)를 관리하는 데 소홀한 모습을 보였다. 마포대교 북단 상황을 보여주는 CCTV가 차단되지 않아 실시간으로 ‘어벤져스2’가 촬영되는 모습이 홈페이지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던 것. 수 시간이 지난 오후가 돼서야 서울시는 카메라의 방향을 틀었다. 수입사인 디즈니는 “특별한 피해나 문제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굉장히 당황스러웠다”며 “시민들의 도움으로 이 같은 정황이 파악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사드린다”고 밝혔다.“벚꽃 보러왔다~ ‘어벤져스2’도 구경하자!”(사진=김정욱기자)◇오후2시예상대로 여의도는 나들이객으로 붐볐다. 일찍 핀 벚꽃으로 윤중로는 물론 여의도 공원 인근 사람들이 몰렸다. 여의도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3명은 “‘어벤져스2’ 촬영이 있다는 건 알고 있는데 어짜피 볼 수 없기 때문에 ‘꽃놀이’를 나왔다”며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몰릴 줄 알고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아 친구들끼리 놀기로 했다”며 웃었다.일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강변북로 방향에서도 교통 정체가 시작됐지만 이 역시 ‘꽃박람회’로 인한 교통량 증가의 영향이 있어보였다. 고양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일요일 오후 보통 성산부터 한남까지가 정체 구간으로 꼽히는데 지금은 이산포부터 행주까지 자유로 정체가 심해지고 있다”며 “‘어벤져스2’ 촬영 소식까지 접해 혼잡도가 가중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보통 꽃박람회를 개최했을 때의 교통량보단 크게 많지 않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다음 촬영부턴, 실수 없도록해요.”(사진=김정욱기자)◇오후4시“촬영하는 것 맞아?” 이리 뛰고, 저리 구르고. 여기서 터지고, 저기서 부서지고. ‘어벤져스’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어벤져스2’ 촬영이 예정됐을 때 이러한 스케일 큰 장면들을 기대했을 터다. 이날 마포대교 인근에 몰린 시민들 사이에서 유독 저런 말이 많이 들린 이유이기도 하다.‘어벤져스’는 물론, 이러한 영화들은 대부분이 컴퓨터그래픽(CG)로 연출된다. 아이언맨이 하늘을 날고, 토르가 땅에서 솟고, 헐크가 대교 상판을 부수는 등의 화면은 내년 영화관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때문에 이런 화면이 나올 것이라는 조금의 예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현장은 조용했다. 촬영하는 감독과 스태프는 심혈을 기울인 촬영을 진행했겠지만 감독의 ‘오케이’, ‘컷’, ‘엔지’ 등의 목소리 조차 들릴 수 없는 먼 현장이었던지라 뭔가를 기대했던 시민들에겐 “별것 없네”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어벤져스2’는 향후 새빛둥둥섬과 상암동 DMC 인근, 청담대교 인근 등에서도 촬영을 진행한다. 앞으로 약 10일의 촬영일이 더 남아있다. 30일 마포대교에서 진행된 ‘어벤져스2’의 첫 국내 촬영은 ‘떠들썩했지만, 그럴 필요까진 없었다’는 체험학습이 된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