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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위원장이 주도할 '반값 탈모약' 정책, 실상은?
- [이데일리 김지완 기자]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대선 후보시절 내세웠던 ‘반값 탈모약’ 공약이 제약바이오 업계 도마 위에 올랐다. 안 위원장이 윤석열정부의 과학기술 및 의료 정책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안 위원장의 ‘반값 탈모약’ 공약이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안철수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당 정책공략집’을 통해 ‘반값 탈모약’ 공약을 내놨다. 안 위원장은 ‘반값 탈모약으로 탈모인 부담 덜고,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구호와 함께 ‘탈모약 제네릭(복제약) 1정당 가격을 600원~800원 수준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제20대 대선 국민의당 대선공약집 가운데 일부. (제공=국민의당)◇ 반값 탈모약이 650원? 350원 짜리도 이미 존재하지만 이데일리 취재 결과, 반값 탈모약 공약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프로페시아(피나스테리드) 탈모약 종류는 100여 종에 이르고, 경쟁심화로 가격은 1정당 평균 650원~850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특히, 라온파마의 ‘피나원’ 가격은 1정당 350원으로 안철수가 제시한 반값 탈모약의 43%~58% 수준에 불과하다. 신풍제약, 현대약품, 라이트팜텍 등 프나스테리드 제네릭 가격도 1정당 380원 내외로 저가를 형성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해외직구로 구매할 경우 배송비 포함 1정당 가격은 200원까지 떨어진다. 현재 인터넷에선 시플라(Cipla)사의 ‘핀페시아’ 600정을 배송비 포함 12만원에 판매 중이다.복제 탈모약을 제조·판매하는 중견 제약사 고위 임원은 “제네릭 탈모약 가격이 이미 650원~850원 수준에서 형성돼 있고, 또 가격 아래 약품들도 수두룩하다”면서 “반값 탈모약 공약은 무엇을 기준으로 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부천에 거주 중인 A씨는 “반값 탈모약 공약을 언론을 통해 접하긴 했다”면서도 “지금까지 약값에 부담을 느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에게 종로에서 처방받았다는 5개월치 약가 영수증을 보여줬다. 해당 영수증엔 5만7000원이 찍혀 있었다. 1정당 가격은 안 위원장 공약 한참 아래인 380원이었다.탈모환자가 공개한 신풍제약 ‘바로피나정’ 150정 약값 영수증. (제공=부천거주 A씨)◇ “비급여 약품은 회사가 알아서 가격 결정...시장 조사도 미흡”안철수 위원장이 이재명 전 대선후보의 공약에 급히 대응하면서 시장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위원장은 공약집에서 ‘탈모약은 오리지널과 제네릭 가격차가 크지 않아 건겅보험 적용 시 재정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이 전 후보 공약에 맞섰다.업계 관계자는 “현재 프로페시아 오리지널은 1정당 2000원, 제네릭은 최저가가 350원”이라며 “무려 5.7배 차이다. 급하게 공약을 내면서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것 같다”고 비판했다.제네릭 가격을 인센티브를 통해 낮추겠다는 정책도 제약업계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단 비판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내 머리론 안철수 위원장 정책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면서 “제네릭 탈모약은 비급여 품목이다. 비급여 품목은 식음료처럼 회사가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을 정하는 것이다. 이걸 마치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약품처럼 심평원에서 약가를 정하겠단 얘기인가”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오리지널 충성도 높아...차라리 처방전 발급 면제해달라”반값 탈모약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탈모약 시장 구도가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제약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탈모 환자 중 약 50%가 오리지널 약을 복용한다”면서 “값이 싼 제네릭이 있는데도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이유는 환자 입장에서 훨씬 안전하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탈모 오리지널약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높아, 반값 탈모약이 현실화돼도 시장 반응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날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국내 탈모약 점유율은 지난 2020년 기준 피나스테리드 성분에선 MSD(머크)가 44.0%, ‘두타스테리드’ 성분에선 GSK(글락소 스미스클라인)가 53.0%로 각각 나타났다. MSD와 GSK는 해당 성분의 탈모약 오리지널 제약사다. 국내 탈모약 원외시장처방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1100억원을 기록했다.서울에 거주 중인 탈모 환자 B씨는 “현재 탈모약보다 3개월 주기로 1만5000원씩 내는 처방전 발급비용이 더 부담”이라며 “차라리 의사 처방없이 탈모약을 구매할 수 있게 해주면 경감효과가 클 것 같다”며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 "피부과 전문의약품 해외직구·중고거래 위험"
-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대한피부과의사회가 피부과 전문의약품 불법유통의 위험성을 지적했다.최근 전문의약품의 온라인 불법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전문의약품의 온라인 판매 광고 적발은 2016년 2만4928건에서 2019년 3만7343건으로 4년 새 50% 가까이 증가했다. 최근 5년 간(2015년~2020년 8월) 총 15만5435건의 광고가 적발된 가운데 이 중 7%(10,255건)는 피부질환 치료제가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상준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은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의료진의 처방 이 필요함에도, 확인되지 않은 온라인 직구 사이트를 통해 불법 거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피부과 영역에서도 이러한 불법 유통 사례가 많은 것으로 확인 되고 있다. 최근엔 판매 행위가 중고 거래 플랫폼과 SNS 등으로 확대 되면서 의료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대표적인 거래 품목에는 탈모치료제가 있다. 탈모는 원인과 증상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눠지는데 국내에서 가장 흔한 유형은 남성형 탈모이다. 남성형 탈모 치료에는 호르몬을 억제하는 피나스테리드 등의 5알파 환원효소 억제제 약물치료가 주로 사용된다. 피나스테리드의 오리지널 제제는 ‘프로페시아’인데, 현재 직구 문제가 되고 있는 제품은 국내 허가를 받지 않은 제네릭 제제인 ‘핀페시아’로 알려져 있다. 국내 허가된 제품들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때문에 불법임을 알고도 이를 찾는 탈모 환자들이 많은 상황이다.문제는 핀페시아가 국내에 허가된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효능을 담보할 수 없고, 부작용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실제 탈모 환자들이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핀페시아 복용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주로 언급되는 부작용은 발기부전, 사정장애, 무기력증, 여성형유방증이 있다. 또 오리지널 제제를 복용하다 핀페시아로 바꾼 후 탈모 증상이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는 내용의 게시글도 다수 확인된다.탈모 모발이식을 주로하는 조항래 대한피부과의사회 총무이사는 “탈모는 유형에 따라 치료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의 올바른 진단이 선행 되어야 한다. 또한 핀페시아와 같은 무허가 제네릭 제제는 오리지널 제제와 효능, 안전성이 동일하다는 검증이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유통 과정도 불분명해 불순물 혼입 위험이 높고 부작용 우려가 큰 상황이다”고 전했다.이러한 불법 거래는 탈모치료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드름 치료에 사용되는 이소트레티노인 제네릭 제제인 ‘아큐파인’의 불법 거래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당 제제는 태아 기형 등 부작용 우려 때문에 해당 약을 처방 받을 때에는 반드시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약 또한 SNS에서 검색만 하면 구매대행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다.온라인 직구 업체 SNS에 업로드 된 ‘핀페시아’, 이소트레티노인‘ 판매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