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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안 대도 쑥쑥 커지네…오픈마켓 성인코너 '후끈'
- 어른을 위한 장난감을 파는 해외 온라인샵 ‘Japi Jane’ 광고.[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고객님이 주문하신 ‘XX 러브젤’은 오후 6시 도착 예정입니다.”‘19금 딱지’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계 ‘히든카드’로 부상했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 ‘은밀히’ 거래되던 콘돔과 섹스토이 등이, ‘클릭’ 한번으로 간편 거래가 가능한 온라인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성인용품 매출이 오름세를 타면서 11번가와 쿠팡 등 오픈마켓도 부랴부랴 판매 신장을 위한 프로모션 준비에 들어갔다. ◇ ‘민망할 일 없는 모니터로’...쑥쑥 크는 온라인 어덜트 시장한국에서 성(性)은 터부시되는 분야다. 이 탓에 성인용품을 당당히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용 기구인 바이브레이터나 러브젤 같은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오프라인 어덜트샵은 여전히 ‘망측한 곳’이라는 편견에 가려있다. 최근 독일의 성인용품 기업 ‘베아테우제’와 ‘플레져랩’ 같은 신(新) 성인용품 매장이 길가에 들어섰지만, 아직 제3자 앞에 성욕을 드러내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그래서일까. 성인용품이 최근 온라인마켓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주변 눈치 탓에 성인용품을 구매하지 못했던 이들이, ‘나만 아는 쇼핑’이 가능한 11번가와 G마켓, 위메프 등 오픈마켓으로 몰려들고 있는 것. 이에 성인용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판매자(셀러)들이 저렴한 가격의 성인용품을 온라인 장터에 내놓으면서 관련 매출이 크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20일 SK플래닛이 운영하는 11번가에 따르면 콘돔, 젤, 기구 등으로 이뤄진 성인용품 카테고리의 경우. 올해 1월~6월14일까지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했다. 같은 기간 G마켓은 전년대비 관련용품 판매가 19% 늘었다. 위메프는 성장세가 더 가팔랐다. 올해 위메프의 전년대비 성인용품 판매 증감율은 △1월 -3.74% △2월 40.85% △3월 114.57% △4월 333.92% △5월 355.96% △6월(1~13일) 290.41%로 집계됐다.위메프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본인이 원하는 성인제품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다”며 “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물품 거래가 가능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활성화도 성인용품 매출을 늘리는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 ‘대세’ 된 성인용품, 프로모션 강화하려니 ‘이미지’가 발목 성인용품이 향후 오픈마켓 판도를 뒤흔들 ‘진앙’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장잠재력이 그만큼 크다. 지난해 국내 성인용품 시장 규모는 약 400억원으로 2015년에 비해 2배 가까이 성장했을 것으로 유통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성인용품이 온라인 ‘대세 상품’이 됐다. 중국 온라인매체 잔장즈자(站長之家)에 따르면 중국 최대 오픈마켓 알리바바 타오바오는 성인용품 관련 브랜드만 약 3600개, 관련 상품은 20만개 이상 판매하고 있다. 국내 오픈마켓은 직접적인 홍보활동을 펼치지 않았음에도, 성인시장이 ‘셀프 성장’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오픈마켓이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 등을 앞세워 본격적인 ‘19금 마케팅’을 펼친다면 판매량이 더 신장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11번가는 올해 ‘여름 바캉스 성인용품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은 성인용품 판매신장을 위해 △셀러 확대 △배송방법 변경 △관련 카테고리 세분화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다만 일부 오픈마켓의 경우 성인용품 판매에 열을 올릴 시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 마케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거 소셜커머스가 야한 사진이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를 앞세워 성인용품을 팔았다가, 청소년 유해성 논란을 빚은 바 있기 때문이다. 오픈마켓 한 관계자는 “아직 국내 정서상 성인용품 판매가 ‘클린하지’ 못하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관련 프로모션을 활성화하기 전에 성인 인증 등을 강화하고 판매이미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의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 시리즈를 마감하며...'나의 몸'이란 열린 바다로
-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8월의 마지막 날,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의 폐장일이다. 올여름 천 4백만 명이 넘는 피서객이 다녀갔단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해변은 적막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텅 빈 바닷가를 보며 [두 여사장의 성 이야기] 시리즈를 마감하는 글을 쓴다.왜 갑자기 부산에 와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도 있겠다. 바로 얼마 전 플레져랩의 세컨드 브랜드 ‘잇츠 마이 플레져(잇마플)’ 매장을 해운대 마린시티에 개장했기 때문이다. 우리를 포함한 몇 팀원이 한동안 부산에 머무는 중이다 보니 마지막 칼럼 역시 해운대에서 쓰게 되었다. 한국 최초의 여성 친화적 섹스토이숍을 표방하며 플레져랩이 런칭한 것이 작년 8월. “왜 우리나라엔 여자가 맘 편히 섹스에 관해 이야기할 공간이 없을까?”라는 친구끼리의 대화가 계기가 되었다. 회사명엔 ‘기쁨을 연구하는 곳’이 되려는 바람을 담았다. 시작 당시 우리의 목표는 여성을 위한 섹스토이를 파는 한편 섹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안전한 장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오랫동안 성적 대상으로만 소비되고 섹스의 즐거움에선 소외되었던 여성들에게 딜도와 바이브레이터를 쥐여주고 자신의 기쁨을 찾을 용기를 주고 싶었다.우리의 포부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지만, 냉소적으로 바라본 이들도 적잖았다. 혹자는 “여자들이 이런 물건을 살 거 같냐”며 이 불황에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것이 어리석다고도 했다.하지만 지난 1년간 온·오프라인을 아울러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플레져랩을 찾았다. 게다가 우리 고객의 70% 이상은 ‘보란 듯이’ 여성이다. 우리를 적극 지지하는 여성들이 쇼핑뿐 아니라 섹스토이 세미나, 영화 관람, 저자와의 만남, 클럽 파티 등 플레져랩 주최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조언과 격려뿐 아니라 각종 관련 서적을 선물로 주기도 했다. 가끔 이 모든 게 기적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골목 안쪽에 자리해 길을 잃지 않으면 절대 발견할 수 없는 합정점, 검색이 잘 안 되는 플레져랩 온라인 사이트를 어떻게 알고 찾아내는지. 늘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다.두 명의 여자들로 시작한 플레져랩은 이제 프랜차이즈인 ‘잇츠 마이 플레져’까지 갖춘 종합 어덜트 토이 브랜드로 성장했다. 국내외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우리는 라스베이거스, 홍콩 등지에서 열리는 국제 성인용품 박람회에 참여할 때마다 해외 거래처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예쁜 섹스토이숍”이란 찬사를 듣는다.하지만 그런 칭찬보다 더 우리를 춤추게 하는 건 매장에 온 여성들이 방문을 계기로 비로소 즐거움의 힌트를 찾았다고 할 때다. 가족과 친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고민을 우리에게 털어놓을 때 뭉클하게 감동한다.많은 여성이 우리를 찾는 이유는 여전히 한국에 여자가 섹스에 대해 말하고 즐거워지고 싶은 마음을 토로할 곳이 너무 없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의 성 문화는 바뀌어야 할 부분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올 하반기엔 건강한 섹스 라이프를 위한 큰 물결을 만들고 싶다. 부족한 실력에도 이데일리의 전폭적인 격려 덕분에 20회가 넘게 연재하게 되었다. 시간을 쏟은 만큼 괜찮은 글이 나오면 좋겠지만 늘 아쉬움이 많았다.자신을 인용하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지만, 마지막으로 첫 칼럼의 한 문단을 다시 소개하면서 이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구독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바다가 깊을수록 많은 신비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오르가즘도 한 꺼풀, 두 꺼풀 안으로 들어갈수록 새로운 짜릿함이 있다. 아직 자신의 성감을 잘 모른다면 섹스토이를 사용하며 자신의 반응에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몸을 만지며 자신의 숨소리, 점점 격렬해지는 몸의 반응, 머릿속에서 진해지는 판타지, 그리고 뿜어내는 숨 막히는 에너지와 짜릿하게 훑고 지나가는 경련까지 느껴보자. 그리고 마침내 찾아올 오르가즘은 누군가에겐 폭죽, 누군가에겐 불꽃놀이, 혹은 우주 속으로 튕겨 나가는 느낌일 것이다. 그런 경험은 찰나의 신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 내내 이어지는 낮은 허밍 같은 기쁨이리라 확신한다.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나의 몸’이란 열린 바다로 들어가 보자. 거기서 무얼 만날진 당신에게 달렸다.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22)5월은 자위의 달.."자위를 막지 마라"
-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저는 그것이 인간 성생활의 일부라고 여기며, 교육에 포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1994년 12월. 제복을 입은 미 보건 위생국 장관 조슬린 엘더스는 단어에 힘을 실어 말했다. 당시 UN에서 열린 에이즈 관련 컨퍼런스에 연사로 온 그녀가 “청소년들이 위험한 성활동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위’를 권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받은 후 내놓은 답변이었다. 그리고 이 한마디 때문에 엘더스는 직위를 잃었다.기독교 단체가 판매했던 자위 억제 기구. 사진=babycenter미국 남부 아칸소 주, 가난한 소작농의 8남매 중 장녀로 태어난 엘더스는 치열하게 한계를 넘으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간호조무사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녀는 군인으로 3년 복무를 마친 뒤 의대에 진학해 소아과 의사가 되었고, 이후 아칸소 주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에게 발탁돼 보건부 책임자로 임명되었다. 2년간 소아 조기 건강 검진율을 10배 이상 끌어올리는 등 눈부신 활약을 보인 엘더스는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 국민의 위생과 보건을 담당하는 기관의 수장이 된다. 첫 흑인 보건 위생국 장관이었다.의사로서 최고 영예로운 직위. 그러나 엘더스는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안전한 발언’만 하는 것을 택하지 않았다. 현실적인 그녀의 견해는 늘 논란이 되었는데, 특히 성교육에 관한 발언이 늘 표적이 되었다. 美 보건 위생국 장관이었던 조슬린 엘더스. 사진=플레져랩한 방송에서 엘더스가 “우리는 콘돔에 관해 이야기 할 겁니다. 만약 제대로 된 피임법을 가르친다면, 낙태가 필요 없게 되겠죠.”라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야당은 “다섯 살 난 아이들의 호주머니에 콘돔을 넣어주란 소리냐”며 비꼬았다.그렇게 2년간 수많은 비판을 받던 그녀였지만, 클린턴 대통령은 엘더스를 지지했다. 하지만 ‘자위발언’ 에 대한 잡음이 일파만파로 커지자 결국 그녀를 해고했다. 엘더스는 자신의 발언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이 과정을 지켜본 샌프란시스코의 유명 섹스토이샵, ‘굿 바이브레이션즈’는 분통이 터졌다. 사회의 금기였던 마스터베이션(자위)에 대해 목소리를 낸 유일한 사람이 불명예를 당하다니! 도저히 이대로 넘길 수 없다고 생각한 이들은 엘더스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자위의 중요성을 상기하기 위해 날짜를 정해 기리기로 했다.그게 바로 어제인 5월 7일이었다. 한 섹스토이샵이 20년 전 선언한 “전국 자위의 날”은 이제 그 규모가 점점 커져 “세계 자위의 달”로 번졌다. ‘마스터베이션(Masturbation)’과 ‘5월(May)’의 단어 첫 자가 ‘M’으로 같기도 하고, 흔히 성에 눈을 뜨는 것을 봄에 비유하기에 5월이 제일 적절하다고 여긴 것이다. 남녀노소 즐기는 마스터베이션이지만 여전히 일반적인 인식은 부정적이다. 서양에선 자위를 하면 손에서 털이 나거나 눈이 멀 거라며 겁을 준다. 어린이가 성기를 더듬다 걸리면 부모는 당혹, 경악하며 눈물 쏙 빠지게 혼을 낸다. 또 성인이 되어 자위하는 것을 유치한 행동, 또는 매력 없는 사람들이 ‘찌질하게’ 자신의 성욕을 해소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노년층의 자위는 채신머리없다고 여긴다.그런 인식을 바꾸고 자위의 긍정적 효과를 이야기 하기 위해 5월을 “M” Month -자위의 달 - 로 기념한다. 우디 앨런이 영화 <애니 홀>에서 말했듯, “자위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의 섹스”다. 상식선에서 안전하고 위생적으로만 하면 더없이 즐거울 뿐 아니라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또 내가 어떤 자극을 좋아하는지 찾을 수 있고 내 몸의 반응을 직접 살필 수 있다. 플레져랩도 “M”Month의 이념을 기리며 마스터베이션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물론 홀로 몸을 더듬는 것도 좋지만, 한편으론 <자위의 달>을 맞아 다양한 문화 속의 ‘자위’코드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영화 <리틀 칠드런(2006)>, <준벅(2005>, <어메리칸 뷰티(1999)>,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1998)>를 권하고 싶다. 대놓고 자위를 다룬 영화는 아니지만, 주인공들이 자위를 하는 상황이 흥미롭다. 책으로는 얼마 전 출간된 작가 임성순의 소설, <자기 개발의 정석>을 추천한다. 셀프 기쁨이야말로 진정한 자기 개발임을 보여준다.깨끗한 손, 깨끗한 침구, 약간 엉큼한 마음과 더 많은 이들이 특별한 5월을 보내길 바라본다. 해피 자위의 달!최정윤(오른쪽)·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레져랩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22)성인용품사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 [최정윤·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플레져랩을 창업한 지도 어느새 8개월하고도 2주가 되었다. 수년간 직장인으로, 프리랜서로 커리어를 꾸려 온 우리가 이십 대의 끝자락에 전 재산을 털어 성인용품 매장을 차린 것은 나름 인생을 건 도박이었다. 사업 초기, 대출은 줄줄이 거절당하고 규제까지 신경 써야 하는 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지만, 그래도 오픈 하자마자 ‘젊은 비혼 여성 둘이 여성을 타겟으로 한 성인용품 사업을 한다’라는 특이점으로 관심을 끌 수 있었다.그간 30차례 이상 국내외 언론에 소개된 덕분에 꽤 많은 이들이 플레져랩을 찾고 있다. 작년 8월 서울 합정역 인근의 점포 하나로 시작한 우리가 지난달 신사동 가로수길에 두 번째 매장을 차리는 등 첫 자영업 도전치곤 나쁘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다. 최정윤(오른쪽), 곽유라 플레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레져랩몇 번 우리의 매출 규모를 경제지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그 이후 부쩍 창업 문의가 늘었다. 전화, 이메일, 그리고 직접 방문으로 성인용품점 창업에 관심이 있는데 컨설팅을 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다. 수년간 비슷한 아이템을 고민했노라는 이들부터 은퇴 후 한 번 도전해 보고픈 사업이라는 사람들까지 그 사연과 연령대가 다양하다. 절박한 심정을 담아 “한 수 가르침을 받고자 한다”는 자필 편지를 등기로 보낸 사람도 있었다.안타깝지만 현재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씩 일을 하는 우리로선 창업 관련 상담을 할 여력이 없다. 그렇지만 하루에 적게는 한두 명, 많게는 다섯 명 이상으로부터 비슷한 질문을 받다 보니 그냥 단순히 거절하는 것으로는 좀 모자란 것 같았다. 우리가 당장 돕진 못해도 무언가 건설적인 조언을 할 수 있다면 그리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 사업을 한 지 일 년이 채 되지 않은 우리 보다 업계에서 10년 이상 버텨 온 터줏대감들이 해줄 말이 더 많을 것이다. 이들이 지난 세월 동안 법정 싸움 끝에 성인용품 수입 합법화를 이뤄내는 등의 노력을 했기에 이젠 큰 무리 없이 합법적으로 성인용품 사업을 할 수 있다.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성인용품 사업은 특수하고 제약이 많다는 점을 작년에 플레져랩을 세우면서 톡톡히 느꼈기에, 그걸 보탠 몇 가지 생각을 나누려 한다.먼저 이 사업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적성은 ‘섹스토이를 좋아하는 것’이다. 성인용품을 접할 기회가 없어서 안 써본 것은 문제가 아니지만, 앞으로 관련 사업을 하고 싶다면 남자건 여자건 본인이 직접 사용해 보고 기기가 주는 감각과 그 기쁨을 느껴보는 것이 맞는 순서라 생각한다. 자신도 매혹하지 못하는 물건을 남들에 파는 것이 잘 되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지론이다.다음, 사업적 전망을 보자. 국내 섹스토이 산업은 지속해서 팽창하겠지만, 새로 유입된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성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일단 국내 온라인 성인용품 사이트는 현재 포화상태다. 이미 많은 물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업체들이 자리 잡은 지 오래고, 그 이외의 사이트들의 상품과 가격, 서비스는 비슷비슷하다. 아주 특이한 물건을 판매한다거나 확 튀는 신선한 방식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꾸밀 재량과 예산이 없다면, 괜히 사이트 제작비만 낭비하는 셈이 될 수 있다. 온라인 홍보엔 제약도 많다.성인용품점 ‘미스에스리더’ 전경. 사진=플레져랩그렇다면 오프라인 매장을 차리는 건 어떨까? 과거에는 많은 상점이 정식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기기, 디자인 카피 제품, 불법 의약품 등을 마구잡이로 ‘부르는 게 값’ 식으로 팔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게 통하지 않는다. 검열과 단속도 더 까다로워졌음은 물론, 소비자도 검색을 통해 대략의 시세를 파악하고 있다. 아, 그리고 오프라인 매장을 차린 후 홍보를 하고 싶어도 역시나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만약 자리를 잡을 몇 달간 버틸 여력이 있다면 괜찮지만, 그게 아니라면 초조해질 것이다. 또 점포를 차리는 데는 아무리 간단하게 해도 기본적으로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게다가 성인용품은 ‘향락 산업’으로 분류되어 그 어떤 창업 지원금도 받을 수 없다. 간혹 이 일이 ‘소액 창업이 가능한 쉬운 사업’이라 하는 문구가 눈에 띄기도 하는데, 이 비즈니스는 절대로 간단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그 어떤 업종보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업종이다. 문화 트렌드를 읽어내는 한편, 다양한 섹스토이와 그 특질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굿바이브레이션즈 전경. 사진=플레져랩우리가 이상적으로 보는 섹스토이의 천국, 샌프란시스코엔 이름을 떨치는 가게만 해도 스무 군데가 넘는다. 이 상점들은 제각각 고유의 개성을 갖고 있고, 몇 년에서 수십 년 까지 영업하며 지역의 명물로 거듭났다. 대표적인 섹스토이 브랜드 ‘굿 바이브레이션즈(Good Vibrations),’ 지난 27년간 가죽 페티시 제품을 판매해온 ‘미스터 에스 레더(Mr.S Leather),’‘ 란제리에 방점을 둔 ’핑크 버니(Pink Bunny),‘ 소규모에 좀 더 캐쥬얼한 ’시크릿츠(Secrets)‘ 등이 각기 다양한 고객층을 유치하며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우리나라에도 이렇게 생기 있는 섹스토이 생태계가 생겨날 수 있다면 우리로서도 반가운 일이다. 그러니 위에 열거한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꼭 성인용품점을 열고 싶다면 자신의 철학을 녹여낸 특별한 성인용품점을 기획하길 바란다. 섹스토이 소비자로서 불편했던 점, 아쉬웠던 점 등을 곰곰이 생각해 보고, 그걸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를 만든다면 그나마 승산이 있을 것이다.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20)장난감이지만 장난 아닌 사업, 섹스토이
- [최정윤·곽유라 프레져랩 공동대표] “전 딜도(삽입형 섹스토이)가 ‘그냥 마법처럼 존재한다’고 느꼈지 실제로 누가 만든다고는 생각 못 했어요.”(윌 포테)“아니, 그게 버섯처럼 숲 속에서 자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코난 오브라이언)두 달 전 한국을 찾아 화제를 모았던 미국의 인기 코미디언 코난이 자신의 이름을 딴 토크쇼에 출연한 작가 겸 배우 윌 포테와 함께 나눈 대화다. 포테는 자신이 출연 중인 시트콤 촬영장 근처의 성인용품 공장을 견학했던 경험을 나누며 섹스토이 제조가 ‘진짜 비즈니스’라며 놀라워했다. 딜도를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틀에 라텍스를 붓고, 누군가는 그걸 식히고, 다른 한 무리의 여성들은 거기에 핏줄을 그려 넣고 있더라’면서 말이다.우리가 일상 속 사용하는 모든 물건처럼 섹스토이 역시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해 판매하는 이들이 있는 ‘진짜 비즈니스’다. 아니, 전 세계적으로 거래 규모가 17조 원이 넘는 거대 산업이다. 그렇지만 막상 ‘성인용품’ 하면 한 번에 떠오르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없기에 그 제조와 유통 과정은 상상하기 어렵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그런 물건’을 만들어 파는 사람들을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다.그렇기에 우리는 늘 섹스토이의 브랜드화와 대중화를 고민한다. 그리고 지난 주말,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뜨는 브랜드와 신제품을 접하고 견문을 넓히기에 성인물품 박람회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사흘간 열리는 ‘국제 란제리 쇼’에선 평소 눈여겨봤던 섹스토이 제조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성인용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도 ‘나이키’나 ‘코카콜라’에 견줄만한 압도적인 인지도를 가진 섹스토이 브랜드는 아직 없다. 그렇지만 수십 년에 걸쳐 섹스에 대한 인식 개선과 문화의 발전, 그리고 끊임없는 기기의 진화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덕분에 섹스토이 산업은 이제 당당한 생활용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트로잔 같은 유명 콘돔 브랜드들도 점점 섹스토이 제품군을 넓혀가고 있으며, 미국 전역의 드러그 스토어 체인에 납품하고 있다. 30도 안팎의 날씨, 모든 것이 번쩍이는 라스베이거스 시내 리오 호텔에서 열린 박람회는 활력이 넘쳤다. 이전에도 만났던 샌프란시스코의 섹스토이 스타트업 ‘크레이브(Crave)’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제품을 의기양양하게 전시하고 있었다. 이메일로만 소통했던 딜도 속옷 ‘스페어파츠(SpareParts)’ 관계자들은 이제야 자기들의 제품을 직접 보여줄 수 있어서 정말 신난다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미국 라스베가스 ‘국제 란제리쇼’에 참가한 곽유라 플레져랩 대표. 사진=플레져랩물론 전시된 물건들이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화려한 모델과 포토샵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제품도 많다. 그럴싸한 모양새와는 달리 정작 내장된 모터가 엉뚱한 쪽에 달린 바람에 사용자의 몸에 닿는 부분엔 아무 감흥이 없는 제품도 있고, 건전지를 교체하는 방식이 불편한 기기도 있고, 조작 버튼이 잘 안 눌러지는 토이도 있다. 결국 사용자에 대한 배려를 디테일에서 살리지 못하는 브랜드는 서서히 도태될 수밖에 없단 생각이 들었다.역시 눈길을 끄는 제품은 역시 실용성과 창의성, 유머감각을 고루 녹여낸 제품, 나아가서는 맞춤 의상처럼 개개인의 개성과 체형, 필요에 맞출 수 있는 섹스토이였다. 각기 다른 속도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진동 패턴 역시 사용자의 리듬에 맞춰 조정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짧은 일정이지만 우리와 비슷한 철학을 가진 해외 업체들과 만나 유대를 맺으며 자신감도 더 생겼다. 섹스토이 산업은 미국에서도 오랫동안 음지에서 제대로 된 비즈니스 취급을 못 받았지만, 확신을 갖고 길을 일궈낸 이들 때문에 현재 많은 사람이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듯 세계의 어떤 나라에선 에로틱한 상상력을 자유롭게 펼치고 그 결과물을 화려한 조명 밑에서 전시하는 한 편, 다른 한쪽에선 ‘외설적 기기’인 섹스토이를 터부시하거나 법으로 금하고 압수하기까지 한다. 결국 이 세상의 ‘기쁨 지도’를 넓히려면 섹스토이를 일상에 양념을 더하는 ‘즐거운 보조기’로 여기는 이들이 많아져야 할 터. 이를 위해 우리는 국내 성인용품 대중화에 더욱 집중할 생각이다. 설령 ‘그런 일’을 하는 괴짜 취급을 받더라도 말이다.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19)소라넷 폐쇄가 우리에 던지는 의미
-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날씨가 무척이나 화창했던 지난 화요일, 출근하자마자 등기 한 부를 받았다. 여성가족부가 보내온 이 우편물의 골자는 ‘플레져랩이 회사 사이트에 청소년유해매체물 광고를 했으니 시정하라’라는 내용이었다.회사 소개 및 위치 안내를 게재한 우리의 공식 홈페이지에 ‘청소년유해물건’인 성인용품을 파는 플레져랩 쇼핑몰 주소를 올려둔 것이 화근이었다. 온라인몰 입장을 위해 철저히 19세 인증 절차를 거치게 하고, 무미건조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극적인 사진이나 문구를 의식적으로 배제해온 우리가 ‘청소년의 심신발달에 장애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물건을 파는 ‘유해업소’ 취급을 받으니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그러면서도 이 우편물은 10대들에게 정말 해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에 대해 곱씹는 계기가 되었다. 경험으로 우리가 하는 일이 성적 즐거움을 찾고자 하는 성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깨달았지만, 과연 10대들에겐 어떨까? 섹스와 섹스의 기쁨에 대한 말하는 것이 청소년에게 진짜 안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걸까? 개인적인 자아와 세계 사이에 틈이 생겨나며 사춘기를 맞는 청소년기. 모순투성이인 세상을 알아가는 이때, 호르몬은 춤을 추고, 욕망은 충동적이다. 그리고 어른들이 감추려 하는 것일수록 더 알고 싶어진다.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청소년이었던 십 몇 년 전에도 ‘섹스’라는 단어를 철저히 금기시했다. 그 말을 들으면 간지러운 기분이 들고 얼굴이 달아올랐지만, 한편 그게 도대체 뭔지 알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PC통신 초창기 시절에도 클릭 몇 번으로 야한 소설부터 포르노까지 검색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렇게 온라인, 그리고 성인소설과 만화, 잡지 등으로 얻은 성에 대한 정보는 뒤죽박죽이었고, 틀린 내용이 많았다. 가장 큰 문제는 현실적인 성교육의 부재였다. 학교와 가족 내, 그리고 대중문화에 성 담론이 없었고, 성에 관해 당당히 이야기하는 롤모델을 찾기 어려웠다. 성관계 영상 유포 범죄의 피해자인 여성 연예인들은 되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사과했고, 그게 TV 연예 프로그램에 반복 재생되었다. 성범죄에 대한 보도는 자극적이었고, 주로 여성 피해자에 불필요하게 초점을 맞췄다. 이런 장면들이 모여 자라나는 이들의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특히 드라마와 영화 등 대중문화가 10대 여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성욕을 가지는 것, 섹스에 대해 말하는 것은 여자로서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그나마 90년대 말, 우리 또래라면 기억하는, 성에 관한 전국적 신드롬이 있었다. 성교육 강사인 구성애씨의 ‘아우성-아름다운 우리 아이들의 성’ 강연이 공중파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어머니 세대의 여성이 자신의 사례는 물론, 실제 있었던 케이스를 들어가며 성에 관해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공중파로 보는 것은 매우 신선했다.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래져랩돌이켜보면 우리의 청소년기에 ‘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더 부정적인 결과를 불러 일으킨다’고 말해주는 어른이 있다는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이전보다 온갖 정보 검색이 편해진 지금, 청소년들에게 가장 유해한 것은 제대로 된 정보의 부재, 그리고 대중문화가 은연중에 풍기는 왜곡된 성 인식이다.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성적 즐거움을 음란한 것, 쉬쉬해야 하는 것으로 여긴 잘못된 인식의 결과 중 하나가 소라넷이다. 지난 17년간 최대 음란 사이트로 군림해오다 얼마 전 폐쇄된 이 온라인 커뮤니티는 ‘성인이 은밀한 욕망을 탐험하는 공간’이 아니라 강간 모의, 유출된 성관계 영상, 몰카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던 범죄 사이트다. 그러나 대다수 회원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것’을 ‘성인으로서의 성적 즐거움과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것’으로 착각하고 이 공간을 이용해왔다. 올바른 성적 즐거움을 찾는 방법에 대한 교육도, 논의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라넷같이 음지에 있는 사이트가 아니어도 청소년의 건강한 심신 발달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들은 한국 대중문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것, 평균치에서 조금 다른 외모를 희화화하는 것, 폭력을 로맨틱하게 보여주는 것 등은 비뚤어진 메시지를 전한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거칠게 상대를 제압하거나 자기 멋대로 하는 행동을 ‘상남자’로 포장해 주는 것이 그 예다. 이런 상황이지만 어쨌든 청소년에게 해로운 것은 섹스토이를 판매하는 우리(라고한)다. 억울한 노릇이다. 만일 우리의 10대 시절에 성적 기쁨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탐구하는 것이 괜찮은 것이라고 말해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지금 10대들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성적 행위는 부끄러운 것이 아니지만 책임감 없는 행동과 파트너를 배려하지 않는 게 나쁘다는 것, 건강과 위생 문제는 타협해서 안된다는 현실적인 조언일 것이다.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18)아름다운 섹스토이..1700만원 고급제품까지
-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잊을만하면 인터넷 유머 사이트에 한 번씩 등장하는 ‘택배 레전드’ 중 하나. 섹스토이를 온라인으로 구매한 고객이 메모에 ‘성인물품이란 거 티 안 나게 보내달라’ 라고 요청한 내용을 떡하니 송장에 인쇄해 배송한 것을 찍은 사진이다. 남들 모르게 물건을 받아보려다 오히려 내용물을 만천하에 공개한 모순된 상황이 웃음을 자아낸다.위의 에피소드는 남의 일이니 피식 웃고 넘긴다지만, 사실 실제로 인터넷으로 성인용품을 사는 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비밀 배송 여부다. 플레져랩도 항상 송장에 물품 내역이 인쇄 되는지, 포장은 꼼꼼한지 등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아무래도 자신이나 파트너 외에 누군가 내가 성인용품을 쓴다는 사실을 아는 것은 불편하기 때문이다. 성생활을 하거나 섹스토이를 쓰는 것, 혹은 남들과 조금 다른 성적 취향을 가진 게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굳이 내 사생활을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성인용품은 보통 침대 옆 서랍장, 아니면 상자 안에 넣어 비밀스럽게 보관한다. 나 역시 과거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위험한 동행 취재를 위해 중국으로 떠나면서 ‘만약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가족이 내 자취방을 정리하다가 섹스토이를 발견하면 곤혹스러울 테지,’하며 출국 전 모든 물건을 내다 버린 적이 있다. 지금이야 성인용품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으니 뭐, 말 다했지만 말이다.한편으론 우리가 이 일을 하는 덕에 친구들의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 주기도 한다. 곽 대표의 경우 친한 친구의 어머니가 딸의 방을 치우다 섹스토이를 발견했는데, 추궁에 당황한 이 친구가 ‘성인용품 사업을 하는 곽유라라는 친구의 부탁 때문에 해외여행 갔다가 사온 것’이라는 변명을 했다고 한다. 어머님이 그걸 믿으셨을는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성인용품을 ‘나만 알고픈 기쁨’으로 감춰두고자 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반영해 21세기에 들어와서는 디자인이 세련된 제품, 혹은 그냥 인테리어 소품 같아 보이는 물건들이 섹스장난감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여성용 섹스토이는 한계가 없다고 할 정도로 발랄한 디자인의 제품이 지속해서 개발되고 있다. 물론 좋은 섹스토이는 예쁜 외양보다는 기능이 우선이지만, 최근 글로벌 성인용품 시장에서 눈에 띄게 선전하는 제품들은 아름다움과 기능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제품들이다. 부드러운 곡선, 고급스러운 소재, 흠 잡을 데 없는 마감에 매끈한 거치대까지, 이젠 감추는 게 아니라 꺼내어 전시하고플 정도로 매력적이다. 크레이브의 목걸이형 성인용품. 사진=크레이브게다가 이젠 아예 몸에 두르고 다니는 액세서리형 섹스토이도 있다. 영국 왕립 예술 대학 출신의 여성 디자이너와 스탠퍼드 출신의 산업 디자이너가 뭉쳐 설립한 미국의 크레이브(Crave)는 최초의 충전식 목걸이 바이브레이터로 돌풍을 불러일으켰다. 이들의 히트상품인 ‘베스퍼’는 늘씬한 외양으로 원하는 부위를 정확하게 짚어서 자극을 가할 수 있으면서도 어쩌다 핸드백에서 굴러 나와도 전혀 위화감이 없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사실 ‘액세서리 겸용’인 제품치고 정말 괜찮은 물건은 찾기 어려운데, 이 제품은 패션 아이템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런 디자인의 다양화가 민망함을 방지해 줄 뿐 아니라, 어떤 문화권에선 사용자의 안전을 보장해준다. 해외 매체에 플레져랩이 소개된 덕에 이슬람 국가에서 온 여성 관광객들을 매장에서 종종 만나볼 수 있는데, 이들은 ‘만약 내 가방에서 섹스토이가 나온다면, 난 말 그대로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자신은 물론이고 언니, 여동생, 친척까지 다양한 이들을 위한 토이를 구매하면서 당연히 ‘가장 성인용품같이 보이지 않는 제품들’만 산다.물론 노골적인 성인용품도 여전히 수요가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대다수의 여성 고객들은 나뭇잎, 눈사람, 도토리 모양 등의 귀여운 제품들을 압도적으로 선호한다. “그 누구도 이게 뭔지 모르겠네요!” 또는 “너무 예뻐서 실내 장식으로 두고 싶어요!” 라며 말이다.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는 중인 섹스토이는 이제 초고가 상품, 혹은 예술적 오브제로까지 진화했다. 레로의 24캐럿 금으로 도장된 성인용품 ‘이네즈’. 사진=레로2000년대 초반부터 국제 성인용품 산업을 선도해온 스웨덴의 레로(LELO)가 내놓은 24캐럿 골드 딜도형 바이브레이터 ‘이네즈(Inez)’는 무려 1만5000달러다. 유리장에 넣어서 장식해도 될 만큼 아름다운, 그야말로 하나의 작품이다. 레로는 이 제품이 “기쁨엔 가격을 매길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이들”을 위한 제품이라 말한다. 늘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몇 배로 비싼 가격의 기기가 몇 배의 큰 오르가즘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인정신과 정성이 깃든, 미세한 디자인 디테일까지 신경 쓴 제품이라면 사용자의 기쁨을 꼼꼼히 고려했을 확률이 높다. 올해엔 또 어떤 아름답고 기발한 ‘기쁨 기기’가 나올는지, 다음 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성인물품 박람회에 참가를 준비하는 마음이 설레온다.
- [두 여사장의 性이야기](16)성인용품 강권은 폭력이다
-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파트너가 있는 사람들에게 섹스는 큰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때론 고통의 원인이 된다. 성행위 없이도 만족스러운 생활을 이어가는 커플들도 있으나 많은 이들이 상대방과 육체적 긴밀함을 원하면서도 뭔가 잘 맞지 않을 때 고민에 빠진다.연인 혹은 부부 사이에서 상처가 되는 섹스 중 하나는 ‘없는 섹스’다. 서로 원하는 바가 달라 섹스를 포기한 채 관계는 이어나가는 섹스리스. 원인은 다양하다. 파트너에 대한 실망이 성행위 거부로 이어지기도 하고, 더는 파트너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해 섹스에 흥미를 잃기도 한다. 아니면 한쪽이 성욕이 없거나 성에 관한 관심이 미미한 예도 있다. 그건 타고난 것일 수도 있고, 성감이 개발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섹스를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인지한 커플의 경우, 반응은 두 가지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액션을 취하거나, 회피하고 침묵하거나. 전자의 경우 성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를 시도하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인다. 그로 인해 문제가 풀리는 예도 있지만, 이런저런 노력이 성과가 없을 땐 큰 좌절로 이어지기도 한다. 플레져랩을 방문하는 많은 이들이 성관계 단절을 호소하며 도움이 될만한 섹스토이를 찾는다. 보통 파트너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오는 이들이 많은데, 사연을 들어보면 섹스를 하지 않은 기간은 1년 미만에서 15년 이상까지 다양하다. 여전히 파트너와의 섹스를 노력으로 개선코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파트너와의 즐거움 찾기는 아예 포기했으니 자위 기기를 추천해 달라고 하는 이들도 있다. 최정윤·곽유라 플래져랩 공동대표. 사진=플래져랩혼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성인용품을 추천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문제는 파트너와 사용할 제품을 제안해 달라고 할 때다. 딜레마다. 섹스토이는 성관계를 즐겁게 해주는 데 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한편 상호 간 성적 접촉이 한동안 없었던 관계에 기기를 ‘투입’한다고 해도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 성인용품 사용에 합의한 상태라면 모를까. 성능 좋은 섹스토이를 산다고 해서 마법처럼 얼었던 사이가 녹고, 경직된 몸이 풀리고, 이전엔 몰랐던 성감이 ‘번쩍!’하고 눈을 뜨는 것은 아니다. 사용자의 의지가 없다면 제아무리 훌륭한 바이브레이터라도 어깨 안마기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그럼 섹스리스들은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일단 파트너와 서로를 존중하며 상대에게 기쁨을 주기 원한다는 확신을 하는 것이 섹스토이 사용에 앞서야 한다. 상호 간에 ‘섹스에 양념을 더해 보자’는 설득과 합의, 조율 없이 파트너에게 불쑥 성인용품을 내밀지 말자. 오히려 ‘어디서 변태물건 가져와서 나를 모욕하느냐?’는 원망을 들을 가능성이 크다. 파트너에게 섹스를 억지하고 섹스토이 사용을 강권하는 것은 폭력이다. 법적인 부부, 혹은 파트너 관계라고 하더라도 한쪽의 성욕 충족을 위해 섹스 요구에 전적으로 응해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상호 간 행복을 추구하기로 약속 한 사이기 때문에 노력은 필요하다. 한쪽이 절망감, 박탈감, 외로움을 호소하는데 그것을 모른 체하는 사이라면 함께 하는 의미가 없는 것 아닐까.상대방을 정성스럽게 만지고 안는 파트너 섹스에서 꼭 성기가 결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훌륭한 몸매, 화려한 스킬이나 성기의 크기 역시 기쁨을 위한 결정적인 요소라고 보기 어렵다. 오르가즘에 도달했냐 역시 훌륭한 섹스의 필요조건은 아니다. 그러니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강박, 오르가즘을 느껴야 한다는 조급함, 나는 부족한 파트너라는 자격지심 같은 방해 요소를 버리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열린 마음을 갖췄을 때, 서로를 다시 보듬을 준비가 되었을 때 함께 섹스토이 사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기쁨 장난감’이 가진 극적인 효과는 둘의 관계가 회복되었을 때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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