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이자 민족문제연구소의 소장인 임헌영이 정치 권력을 ‘몸시 꾸짖는’ 평론집을 들고 나왔다. 최근 출간한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소명출판)에서 그는 우리 문학에 커다란 획을 그은 대가들의 작품 중 ‘정치를 질타하는 문학’만을 다뤘다. 4.15 총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다시 한번 한국정치를 돌아보게 하는 작가의 글들을 이번 평론집에서 만나볼 수 있다.
2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내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임 소장은 “이번 평론집은 문학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재밌게 읽을 수 있게끔 썼다”며 “문학이 언제부턴가 사회와 일반시민들, 교양인들을 외면하고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고 집필계기를 밝혔다.
|
11인 작가의 비판 문학 소개
임 소장은 “전후 문학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는 작가들을 모두 포함해서 가장 정치적인 비판과 역사의식을 다룬 사람은 단연 조정래다”며 “하지만 조 작가는 주로 근대사를 다뤘고, 외세와 미국 문제를 최인훈 선생처럼 심각하게 다룬 작가는 없다”고 강조했다.
남정현은 분단문제와 제국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보여준다. ‘분지’에서는 한국 정치판을 향해 “너희들은 도대체 뭣을 믿고 밤낮없이 주지육림 속에서 헤게모니 쟁탈전에만 부심하고 있는가”라고 질타한다. ‘편지 한 통-미 제국주의 전상서’에서는 한의 민족적 정서에서 핵개발의 저의를 찾는다.
임 소장은 “남정현은 20~30년 전에 오늘날의 북미회담이나 북핵문제 등을 이미 예견했다”며 “미국이 진정으로 제국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북과 실질적인 관계 정상화를 도모하지 않는 한 북핵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 남 작가의 평화관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도 나오지만 작품에서 청년 암살단이 왜 박정희를 죽이려고 했는지 ‘다섯가지 이유’를 대는데, 그 어떤 정치적인 식견보다 낫다”며 “박정희 정권을 가장 흥미롭게 비판한 건 이병주만한 사람이 없다”고 평했다.
이외에도 조정래의 ‘아리랑’을 비롯해 박완서의 처절한 오기, 항일 여성투사의 삶을 다룬 박화성에 대한 폭넓은 작품군을 다뤘다. 임 소장은 “은연중에 제국주의 문화가 거대담론을 쇠퇴하게 만들었다”며 “100년 뒤 남을 소설은 결국 거대담론을 다룬 소설”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