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말 많은 신라젠, 그래도 도전은 계속돼야

  • 등록 2019-08-05 오후 5:33:25

    수정 2019-08-05 오후 5:33:25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사람들의 허황된 믿음이 만들어낸 망상이다”(H투자증권 연구원)

“임상시험은 원래 성공 가능성이 제일 높은 적응증을 대상으로 한다. 그게 무너졌는데 다른 암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건 터무니없다”(서울 대형병원 종양내과 L의사)

신라젠이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했던 신약 항암제 후보물질 ‘펙사벡’ 개발을 접기로 하면서 신라젠을 두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해당 기업을 빼고는 주위에서 기업을 두둔하는 이를 찾기가 어려웠다. 앞의 H연구원은 “시총이 13조원까지 갔던 회사인데 그 밸류(기업가치평가)를 받을 만한 가치가 1도 없는 회사”라며 사실상 ‘사기꾼’에 가깝다고 혹평했다. 신라젠은 지난 2016년 적자상태에서 ‘기술특례상장’으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 대한 기대로 연초까지만 해도 5조원 넘는 시총 2위까지 올랐던 회사다.

하지만 실적은 볼 게 없다. 최근 3년 영업손실이 각각 468억원, 506억원, 590억원, 당기순손실도 740억원, 570억원, 562억원에 이른다.

사실상 신약 개발의 기대 하나로 주가가 고공행진을 한 것이다. 이쯤되면 신라젠에 대한 시장 기대가 적정한 것이었는지 점검해볼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유일한 가치인 신약개발의 임상 상황에 대해서도 보다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가령 임상 3상 이전의 임상 2a상에서 30명의 간암 환자를 대상으로 펙사벡을 투여한 결과 암이 완전히 없어지는 ‘완전관해’가 관찰됐다는 결과를 두고도 시장에선 펙사벡 효과인지 자연적 현상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이미 있었다.

그럼에도 단 한가지 명확한 사실은 신라젠의 이번 실패가 신라젠 전체의 실패는 아니라는 점이다. 또한 신라젠 전체 실패 역시 K바이오 전체 실력과 등치할 수 없다는 점이다. SK증권에 따르면 지난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FDA 임상 결과 임상 3상의 통과 가능성은 58.1%에 그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제네릭)에 의존하던 국내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너도나도 나선 것은 2015년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이 터지면서부터였다”며 “K바이오의 신약 도전은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말했다. 거품을 걷어내더라도 K바이오의 ‘싹’을 밟아서는 안 된다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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