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주력 사업인 메모리 업황 악화와 미·중 반도체 전쟁 여파, 대만 TSMC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질주라는 3중고(苦)에 빠졌다.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역량을 높여 정면 돌파에 나선다는 게 우리 기업들의 복안이지만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여기에 미국·중국·대만·일본 등 경쟁국에 비해 정부와 국회의 지원은 요원한 상황에서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위기 타개를 위한 ‘인위적 감산’은 없다는 게 우리 기업들의 설명이지만 업계 안팎에선 자연적 감산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11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오는 13일 발표 예정인 TSMC의 올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6130억대만달러(약 27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반면 지난 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같은 기간 반도체 부문 매출액(잠정)은 25조5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나 TSMC에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를 내줄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가격 하락·재고 증가 등으로 고전하는 메모리 업황에 따른 결과다. 일각에서 삼성전자 역시 글로벌 D램 3위인 미국 마이크론과 낸드 업계 2위인 일본 키옥시아의 감산 전철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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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들은 CLX(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 등 메모리는 메모리대로 기술발전을 통해 선두를 유지하고 사업다각화를 위해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TSMC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는 3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승부를 보거나, 영국 ARM 지분 인수 등을 통해 제품·고객을 다양화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