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왕해나 기자]사상 초유의 백신 상온 노출 사태가 일어나면서 의약계에서는 제품의 저온 유통(콜드체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앞두고 안전하게 백신을 운송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요구가 크다. 업계에서는 콜드체인에 정보통신기술(ICT)를 접목, 운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방안이 대두되고 있다.
| 서울 동대문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서울동부지부에서 의료진이 독감 예방접종을 위해 백신 포장을 뜯고 있다. (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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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거진 백신 유통 문제와 관련해 의약품 운송 시스템 혁신을 이루려는 의약계와 물류계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SDS(018260)는 제약사, 유통업체, 약국·의료기관들로부터 신청을 받아 실무협의체를 구성, 이달부터 3~6개월 가량 블록체인 기반 의약품 유통 이력관리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에는 △반품·회수 검증 △자동 이력관리 △사물인터넷(IoT) 연계 온도 이력 추적 등의 서비스가 포함될 예정이다. 삼성SDS는 지난 2017년 해운물류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시범사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삼성SDS 관계자는 “콜드체인 시범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제품 이력은 물론 운송 과정에서의 문제를 실시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다만 이번 시범사업 신청이 막 시작한 상태라 업체 모집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약사 중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국내 의약품 운송 시장 70~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다. 동아쏘시오는 자회사 용마로지스를 통해 화장품 및 의약품 유통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용마로지스는 온도를 유지하는 상태로 제품을 분류하고 실시간으로 온도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정온 배송 시스템을 구축 중이며 조만간 시스템을 완료할 예정이다. 항온·항습 설비에 대한 감시 시스템도 구축해 제품에 이상이 발생할 때 즉각 조치가 가능하도록 24시간 경보체계를 갖췄다. 보통 택배기사들이 1인 사업자인 것과 달리 자회사가 직접 고용을 통해 기사들을 교육하고 관리하고 있다. 동아쏘시오 관계자는 “고객사가 의약품 운송에 대해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녹십자(006280)그룹도 선진적인 콜드체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자회사 GC녹십자랩셀은 업계 최초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해 검체의 위치, 온도, 진동 등 모든 물류 과정을 모니터링하며 검체 수거에서부터 도착까지 예측 가능한 위험을 제어하고 있다. 특히 제품과 동일한 자재를 사용한 모의제품, 운송 컨테이너, 온도센서, 통관서류까지 실제와 흡사한 상황을 준비해 배송 과정을 점검한다. 녹십자 관계자는 “수출 물량이 많은 만큼 해당 국가의 보건당국이 직접 배송을 요구한다”면서 “모의테스트와 밸리데이션(제품 생산 보증) 업데이트를 통해 운송 사고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는 의약품 운송 시스템에 신기술을 도입하는 데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백신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도매업체들이 오래되고 보수적인 곳이 많아서 신기술 도입에 시간이 걸리고 시범사업을 할 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