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 뒤따르는 쿠팡
쿠팡은 지난해 8월 쿠팡페이를 분사시키면서 간편결제 분야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쿠팡페이 대표는 쿠팡의 핀테크 사업부 기술 총괄을 했던 경인태 시니어 디렉터가 맡았다. 쿠팡은 쿠팡페이에 결제, 선불 충전 등 기존 서비스를 이어나가기 위해 쿠팡이 수집하고 보유한 신용정보를 이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서는 쿠팡페이의 사업 방향성에 대해서 아직은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 신용리스크 관련 과·부장급 인력 채용에 대해서도 “‘나중결제’ 사업에 한정된 인력”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업계에서는 쿠팡이 결제와 송금은 기본으로 대출과 자산관리 보험 서비스 등으로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도 간편결제로 시작해 대출과 보험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했기 때문이다.
실제 법인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쿠팡페이의 사업 목적을 보면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와 사업 방향이 유사하다. 쿠팡페이는 사업 목적에 있어 △자료처리 및 컴퓨터시설관리업 △데이터베이스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통신판매업 △전자상거래에 의한 금융업 △전자지급결제대행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 등을 기재했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에도 비슷하게 명시된 내용이다. 범 금융업 플랫폼을 염두에 둔 사업 계획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쿠팡의 금융사업이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쿠팡 내부에서는 ‘아마존 서비스를 응용해 아이디어를 내면 무조건 오케이를 받는다’라는 인식이 많다”면서 “아마존이 하는 금융 추천 서비스를 쿠팡도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쿠팡이 최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출시한 것도 아마존의 아마존프라임 서비스를 벤치마킹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를 통해 다양한 사용자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한 금융 관련 서비스를 내놓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플랫폼과 금융의 결합, 물밑 작업 가시화
쿠팡이 금융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최근 온라인 플랫폼들이 금융사업과 결합해 시너지를 모색하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11월 현대카드와 PLCC(사용자 브랜드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PLCC는 기존 제휴카드보다 카드사와 기업 간 협력 관계가 밀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순히 혜택을 더 주는 것을 넘어 공동 마케팅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데이터를 공유하는 협력도 한다.
배달의민족은 국내 최대 배달 플랫폼으로 사용자의 구매 이력과 입점 업체들의 매출 기록을 볼 수 있다. 이를 갖고 대출 상품 등을 기획해 추천할 수 있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소비자 구매 기록과 입점 업체 매출 기록 등으로 신용평가를 하고 대출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비스 시작 이후 수백억원대 대출이 집행될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1금융권 대출이 힘들었던 스마트스토어업체 입점업체들이 대안신용평가 수혜를 입었다고 전했다.
반면 금융 데이터와 구매 기록 데이터를 융합하는 게 쉽지 않고 내부 역량도 아직은 한계가 있는 것도 현실이다.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내부 입점 업체에 대출 상품을 추천하는 식의 금융상품을 꾸리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사업 영역이 배달과 외식업 등에 한정돼 있어 각 개인의 신용도를 평가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쿠팡과 네이버 등은 신용평가를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다”면서 “여신 금융 서비스를 하기 위한 환경이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잘 갖춰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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