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칩4동맹·반도체법' 우려 속…완충 역할 나선 존 뉴퍼[핫피플]

존 뉴퍼 美반도체산업협회장 방한
산업부·반도체협회·기업 연쇄 접촉
  • 등록 2022-09-06 오후 8:07:25

    수정 2022-09-06 오후 9:28:18

[이데일리 이준기 김형욱 기자] “절묘한 균형이 필요합니다. 한국 정책입안자들이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고민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방한 중인 존 뉴퍼(사진)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이 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반도체산업협회는 물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 반도체 기업들과도 머리를 맞댔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인 ‘칩4’(Chip4·한국 미국 일본 대만)와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반도체 및 과학법’에 따른 한국 정부와 국내 반도체 업계 위기감·불안감을 불식시키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우리 기업들 역시 뉴퍼 회장이 미국 정부의 대중(對中) 강경 기조에 일종의 ‘완충’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2015년 1월부터 미국 반도체 업계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온 뉴퍼 회장은 과거 7년 넘게 미국무역대표부(USTR)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대표보를 지낸 정통 관료 출신이자 아시아통이기도 하다. 애초 지난 7월 방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확진으로 약 2개월 늦춰졌다.

사진=코트라
미국 ‘반도체 및 과학법’에는 ‘미국 정부 지원을 받는 반도체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에 신규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이 담겨 있다. 이로 인해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셈법은 복잡해졌다. 대중 투자에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칩4 대화 역시 우리 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슈 중 하나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로선 반도체 산업이 워낙 국제 분업 구조를 가진 탓에 칩4 대화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경우 미·중 경쟁 심화에 따른 중국 보복 등 부작용은 우리 기업들이 감당해야 한다.

뉴퍼 회장은 우리 기업들에 기대와 우려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퍼 회장은 지난달 말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가드레일 조항은) 미국 의회가 첨단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는 정치적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미국 정부 의도는 전 세계 모든 반도체 공장을 미국에 들이겠다는 게 아니라 서서히 무너져 온 자국 반도체 제조업에 균형을 맞추려는 것이라는 게 뉴퍼 회장의 설명이다.

동시에 미국 반도체 기업의 현실과 비슷하다는 점도 부각했다. 뉴퍼 회장은 “미국 반도체 기업은 5달러를 벌면 1달러는 연구·개발(R&D)에 재투자를 해왔는데 매출이 줄어들면 그만큼 재투자 여력이 떨어진다”며 “(중국 시장을 잃으면) 혁신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고 했다. 인텔과 마이크론, 온세미컨덕터, 텍사스인스트루먼트, 인피니언, NXP, 글로벌파운드리, 브로드컴 등 미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 역시 중국 전역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뉴퍼 회장은 미·중 갈등 속 중국에 대한 견제도 안보에 중요한 문제인 만큼 “서울, 일본 도쿄, 미국 워싱턴, 유럽연합(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 정책 입안자들은 중국 정책에서 ‘균형’을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와 우리 기업들은 뉴퍼 회장에게 향후 미국 정부가 만들고 있는 반도체 및 과학법 시행지침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유연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백악관과 상무부 등은 시행 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기준을 마련 중이다. 현재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정부 관계자와 만나 반도체 지원법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뉴퍼 회장은 칩4 대화와 관련해선 “이들 4개국은 반도체 공급망, 보조금, 지식재산권, 인재 교류 등의 측면에서 협력할 영역이 있다”고 했다.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기술적 우위에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얻는 효과도 클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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