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韓 진출 놓고 석 달째 장고…500억 묶인 고파이 피해자들

고팍스, 변경신고 3월 제출
통상 일주일 걸리는 과정인데 3개월째 지연 중
전북은행 위험평가 보고서 받고 종합 검토할 듯
FIU, 일본 금융청과 바이낸스 관련 화상 회의도
  • 등록 2023-05-30 오후 5:08:47

    수정 2023-05-30 오후 7:32:14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의 사업자 변경신고 심사가 늦어지고 있다. 신고 수리가 곧 바이낸스의 한국 진출 승인을 의미해 금융당국은 신중한 모습이다. 이달 전북은행이 고팍스를 상대로 실시한 위험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심사 지연으로 고팍스 서비스(고파이)에 500억 원 이상 묶인 이용자들의 불안은 커졌다.

30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고팍스는 지난 3월 6일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변경신고를 제출하고 석 달째 수리 여부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번 변경신고는 최대주주가 바이낸스로 바뀌고 등기임원에 변동이 생기면서 이뤄졌다. 지금까지 등기임원 변동에 따른 변경신고 수리가 일주일 이내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이데일리=이미나 기자]


전북은행 위험평가 보고서 받고 결론 낼 듯

금융당국은 신고 수리로 사실상 바이낸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게 되는 만큼, 신중한 모습이다. 일단 고팍스에 서류 보완을 요청하며 심사 기간 ‘카운트’를 중단시켰다. 변경신고 접수 후 45일 이내에 심사결과를 통지해야 하지만, 자료 보완에 걸린 기간은 제외된다.

그 사이 전북은행은 고팍스에 대한 위험평가를 실시했다. 전북은행은 고팍스에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위험평가는 이달 중순께 완료됐고 현재 평가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곧 금융감독원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금융 당국이 위험평가 결과를 종합해 결론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팍스가 금융 당국의 요청 자료를 늦게 제출했을 리 없는 만큼, 이제 전북은행의 위험평가 보고서만 받으면 내용을 종합해 결론을 내릴 것 같다”고 했다.

최근 FIU가 일본 금융청(FSA)과 바이낸스 진출을 놓고 화상으로 논의를 진행한 점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읽힌다. 바이낸스는 일본 현지 가상자산 거래소 ‘사쿠라 익스체인지’를 인수했는데, 일본 금융청이 허가해 6월부터 ‘바이낸스 재팬’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또, 경찰청은 최근 바이낸스에 범죄 수사를 위해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통해 국내 규제를 따르게 되면, 범죄수사 등에 있어서도 더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걸 정부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고파이 피해자 “정신적·재정적 고통 심각”

다만, 변경신고 심사가 지연되면서 고팍스 ‘고파이’ 서비스에 자금이 묶여 있는 피해자들의 불안은 크다.

고파이는 고팍스에 가상자산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상품이다. 미국 가상자산 예치·대출 업체 제네시스가 고팍스 예치금을 운용해 왔는데, 이 업체가 파산하면서 돈이 묶였다. 지난 13일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가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제네시스에 묶인 고객 가상자산은 약 566억원 상당이다. 바이낸스는 고팍스와 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고파이 원금과 이자를 전액 상환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고팍스와 인수 계약 직후인 지난 2월 피해금 중 25%를 지급했고, 변경신고 수리가 완료되면 나머지 75%도 지급하기로 했다.

고파이 피해자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심재훈 변호사는 “고파이 피해자 대부분은 출금이 중단된 지난 11월부터 7개월째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자금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과 치료를 받는 분도 생기고, 신용불량자가 된 분도 있을 만큼 피해가 심화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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