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한국전력공사(015760)(한전)가 영국 정부와 원자력발전(원전)과 관련해 실무 논의를 진행했다. 영국 정부가 최근 자국 내 원전 확대를 공언한데다 우리 새 정부도 수출 확대를 포함한 원전정책 강화 방침을 확정한 시점이어서 한전을 비롯한 우리 기업의 영국 신규 원전사업 참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 원자력발전소 모습. (사진=이미지투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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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현지매체 텔레그래프는 2일(현지시간) 우리나라가 영국 내 신규 원자력발전소(원전) 사업 참여를 위해 협상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크와시 쿠르텡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장관이 최근 한전 관계자와 만났다고도 했다. 한전 관계자도 3일 “장관과 면담하거나 투자 관련 논의를 한 것은 아니지만, 실무자가 최근 영국 정부의 원전 정책 추진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출장을 다녀왔다”고 전했다.
영국은 최근 공격적인 원전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3월 21일(현지시간) 자국 원전 발전 비중을 2050년까지 25%로 끌어올린다고 발표했다. 2020년 기준 영국의 원전의 전력생산 비중이 16.1%인데 이를 9%포인트(p) 가까이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국 내에 소형모듈원전(SMR)을 포함해 6~7기의 신규 원전을 짓는다는 계획을 추진 중으로 알려졌다.
영국은 현재 자국 내 총 설비용량 9기가와트(GW) 규모 원전 약 10기를 운영 중이다. 영국은 2010년 이후 노후 원전을 잇따라 영구정지하며 원전 비중을 줄였다. 이를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대체해 그 비중을 40.9%(2020년 기준)까지 끌어올렸으나 재생에너지의 갈헐성을 보완하기 위해 함께 늘린 천연가스 비중(36.5%)도 함께 늘며 최근의 에너지 안보 위기를 맞았다. 영국 내 천연가스 핵심 공급원인 러시아가 올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고 서방 주요국의 대러 제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결국 원전 확대를 통해 이 같은 상황의 원천 차단키로 한 것이다.
현 시점에서 양국 간 대화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실무 차원의 논의 수준이지만, 영국이 계획대로 신규 원전 확대를 추진한다면 우리 기업의 참여 기회가 열린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어닥친 탈원전 여파로 원전기술 보유 국가·기업이 계속 줄었기 때문이다. 앞선 체코 신규 원전사업 본입찰에도 한전의 발전 자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릭 컴퍼니(WEC), 프랑스전력공사(EDF) 3곳만이 참여했다. 러시아 로사톰과 중국 CGN 같은 기업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영국과 중국·러시아의 관계를 고려하면 이들은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이 두 기업은 터키 신규 원전 입찰 때도 터키 정부가 안보를 이유로 배제했다. 영국 내 원전은 모두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사업을 도맡아 왔다.
때마침 이달 10일 원전 최강대국 건설을 천명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3일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등 내용을 담은 탈원전 정책 폐기 과제를 3번째 우선순위로 채택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존슨 총리와 통화하고 디지털, 산업, 군사 부문 협력을 심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원전 강국이라는 점도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영국의 원전산업과 비교하면 그 역사가 짧지만 2020년 현재 전체 전력생산의 27.9%(2020년 기준)을 원전으로 만드는 주요 원전국이다. 한전과 한수원은 1978년 국내 1호 원전 고리1호기 이후 40여년 동안 원전 26기(2기는 영구정지)를 건설·운용한 경험이 있고 현재도 원전 4기를 추가로 짓는 중이다.
한전 관계자는 “영국의 원전 건설 논의가 아직 본격화한 것은 아니지만 영국이 신규 원전 사업을 발주한다면 우리 역시 참여를 희망하고 계속 접촉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