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시작된 모더나 '희망고문'…"계약서 아닌 이메일, 아마추어 같아"

이번주 600만회분, 정은경 "일정 결정 시 알려드릴 것"
5일까지 들어오기로 계획, 일주일 안 남기고 '미정'
계획 꼬이면 18~49세 접종 일정, 일부 영향받을 듯
청소년·임신부 4분기 접종 "백신 공급량 굉장히 남아"
  • 등록 2021-08-30 오후 5:04:25

    수정 2021-08-31 오전 7:50:12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대한 ‘희망고문’이 또 시작됐다. 방역당국은 이번주 600만회분 수급 계획에 대해 모더나사(社)로부터 계약서가 아닌 이메일로 답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수급이 꼬이면 18~49세 접종까지 일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 (사진=뉴시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번주 모더나 수급과 관련 “현재 주간 단위로 백신에 대한 선적일정, 공급일정을 확정해서 통보를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주간 공급계획은 받긴 한다”면서도 “(백신이) 최종 선적돼서 공급하는 일정을 받아 접종계획을 (국민에) 안내해 드린다. 공급일정이 결정되면 별도로 안내드리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모더나 백신이 이번주에 확실히 들어올지 모른다는 답을 내놓은 것.

앞서 모더나는 예정된 8월 850만회분에서 ‘절반 이하’만 보내주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대표단까지 미국 현지에 파견해 701만회분을 받아오기로 했다. 지난 23일 101만회분은 도착했고, 나머지 600만회분은 내달 5일까지 도착할 계획이다.

문제는 해당 협의가 온전히 모더나사의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600만회분과 관련한 계약 문서가 있느냐’는 질문에 “문서로 확약돼 있지 않다”면서 “계약상 확약된 것이 아니라 정부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해서 협의한 결과이고 이후 이메일 정도로만 받은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이번주 백신을 예상량보다 적게 받거나 최악의 경우 받지 못해도 우리 정부는 딱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만약 실제 수급이 꼬이게 되면 현재 한창 접종 중인 18~49세 접종 역시 일부 지장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방역당국은 모더나 수급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이자 추석 이후(내달 22일 이후) 예약자들에 대해, 이를 앞당겨 9월 6일부터 재예약을 가능케 했다. 이를 통해 추석 전 1차 접종 70%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포석이었다. 하지만 600만회분이 정부 계획보다 늦어지면 일부 접종 일정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방역당국은 이날 4분기(10~12월)부터 12~17세 청소년과 임신부에 대한 접종과 추가접종(부스터샷) 방침을 밝혔다. 청소년은 화이자, 임신부는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다. 이날까지 미접종 청소년 인구는 275만여명이다. 정확한 임신부 숫자는 집계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백신 수급 불안 우려에 대해 정 청장은 “4분기에도 약 9000만회분 정도의 백신이 들어올 예정이다”며 “화이자, 모더나 백신 공급량이 굉장히 남아 있다. 노바백스 백신은 허가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고 일축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모더나와 백신 4000만회분에 대해 구매 계약을 맺었지만, 현재까지 국내에 공급된 백신은 347만 2000회분으로 계약 물량의 8.68%뿐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애시당초 우리가 백신 선(先)구매를 못해서 일어난 일”이라며 “모더나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고 하는데, 국제계약에서 서류가 없으면 확약된 게 아니다. 아마추어 같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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