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미래 모빌리티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 리비안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 (사진=리비안 뉴스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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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각) 폭스바겐은 리비안에 2026년까지 50억달러(약 7조원)를 투자하고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양 사 합작법인을 통해 폭스바겐은 리비안의 전기차 아키텍처(구조)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 SDV 전환을 위한 기술력을 확보했다. 그간 SDV 전환에서 뒤처져 있던 폭스바겐이 검증된 기술을 갖춘 리비안을 품는 것으로 전략을 바꾼 모양새다.
폭스바겐은 일찌감치 자체 SDV 투자에 나섰으나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야심차게 설립한 소프트웨어 전문 계열사 카리아드(CARIAD)는 수 번의 리더십 교체로 진통을 앓았고, 브랜드와 그룹 전반의 소프트웨어 개발 계획도 여러 차례 수정돼 신차 개발 계획까지 조정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SDV 기술 기반을 투자로 확보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이유다.
| 송창현 현대차·기아 SDV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가 올 1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현대차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기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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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대를 맞아 SDV 기술 확보 여부와 속도가 모빌리티 경쟁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면서 미래차 소프트웨어 기술에 투자하고, 글로벌 기업간 ‘합종연횡’도 불사하는 완성차 제조사가 늘고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SDV 전환에 집중하며 소프트웨어 관련 투자를 늘린 대표 사례다. 현대차·기아는 이달 계열사 포티투닷(42dot)에 총 2617억원 규모의 추가 출자를 단행했다. 앞서 약속한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세 단계에 걸쳐 진행하는 것으로, 이번이 두 번째 투자다.
지난 2022년 그룹이 인수한 포티투닷은 현대차그룹 SDV 전환의 핵심 역할을 맡은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다. 현대차·기아 AVP(첨단차량플랫폼)본부를 이끄는 송창현 사장이 대표이사를 겸하며 이를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포티투닷은 2차 투자금을 기술 개발과 인재 확보에 쏟아, 내년까지 SDV 기술 개발을 마치고 2026년부터는 그룹 전 차종에 이를 적용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 시스코(CISCO) 척 로빈스 회장과 회동하는 등 글로벌 기술 기업과의 협력도 집중하고 있다.
SDV 기술 경쟁력이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좌우할 요소로 떠오른 만큼 앞으로 이같은 투자·협력 사례는 늘어날 전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시대에 대한 회의감이 팽배한 시기지만 폭스바겐의 대규모 투자는 여전히 미래 방향성은 전기차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도 레거시 업체의 여러 형태의 투자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