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풀 꺾인 '서학개미'…해외 증권투자 대부분 '공공 자금'

국제금융센터 보고서
작년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순투자
월 평균 32.3억달러 순투자, 장기평균 하회
개인투자자, 보험·증권사도 투자 위축
환헷지 비용 높아지고 투자 여력 축소
  • 등록 2023-07-10 오후 4:49:01

    수정 2023-07-10 오후 7:24:34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내국인의 해외 증권 투자가 작년 11월 이후 6개월 연속 순투자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대부분 공공자금일 뿐 서학 개미 등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국제금융센터가 최근 발간한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 동향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는 작년 9~10월중 순매도세를 보이다가 11월 이후 다시 순투자가 재개됐다. 6개월 연속 순투자로 월 평균 32억3000만달러가 순투자되고 있다. 다만 이는 2015년 1월부터 작년 8월까지 월 평균 52억8000만달러에는 못 미치는 규모다.

공적연금 등 일반 정부의 해외 증권 투자 규모가 월 평균 21억8000만달러로 장기 평균(15억5000만달러)을 상회하면서 전반적인 해외 증권투자 순매수를 이끌고 있다.

출처: 국제금융센터
반면 민간 투자자들은 해외 증권투자에서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포함되는 ‘비금융기업’의 경우 작년 11월 순투자 규모가 월 평균 2억2000만달러로 장기 평균(7억6000만달러)보다 적고 4월 이후에는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5월, 6월에 각각 6억3000만달러, 7억2000만달러 순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예금취급기관, 보험사 및 증권사 역시 3~4월께 순매도세로 전환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술위 국금센터 책임연구원은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개인투자자들은 국내 예금으로, 보험과 증권사는 대체자산으로 관심이 전환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원화 약세와 환헷지 비용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환헷지비용이 꽤 커졌다. 2017~2020년에도 환헷지 비용을 감안한 미 국채 수익률은 원화채 수익률을 하회했으나 그 차이는 월 평균 60bp(1bp=0.01%포인트)에 불과했던 반면 올 4월엔 206bp로 확대됐다.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여력도 축소됐다는 평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의 평균 순자산 규모는 작년말 4억4000만원에서 올 3월 3억9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신 책임연구원은 “재작년에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우세했던 반면 최근엔 가격이 상승한 종목을 추격 매수하기보다 고점에서 차익실현하려는 경향이 증대했다”며 “실제로 순매수 상위 종목 중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다수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큰 폭의 주가 상승이 이뤄진 데다 ‘밈 주식’ 등의 부재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신 책임연구원은 “민간 투자자의 소극적인 해외 증권 투자는 최근과 같이 경상수지 흑자폭이 축소되고 외환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선 원화 약세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주요국의 통화 긴축이 종료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감소할 경우 개인 등 민간투자자의 해외 증권투자가 다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상수지 개선 없이 내국인의 해외 증권투자가 증가할 경우 외환수급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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