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시효(5년) 완성 ‘죽은채권’ 대부업체 등에 넘길 수 없다

25일부터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 제정
금융회사 채권 3개월내 재매각 금지
매각 금융회사, 매입회사 현지 실사
1년간 사후점검+3개월내 재매각 금지
  • 등록 2017-04-24 오후 12:00:00

    수정 2017-04-24 오후 6:46:49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앞으로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개인이 5000만원 이하로 빌려 만기일로부터 5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은 다른 금융회사나 대부업체 등에 팔 수 없게 된다. 대부업체라면 평생 한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이가 대부업체로부터 불법 부당한 채권추심을 받는 황당한 경우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5일부터 죽은채권 매각금지 가이드라인 시행

금융감독원은 25일 소멸시효가 완성된 대출채권(이른바 ‘죽은채권’)의 매각을 금지하는 내용 등의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을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회사가 대출채권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이다. 은행, 저축은행, 상호금융, 여전사, 보험사, 금융당국 관리감독의 대부업체 등 모든 금융회사에서 빌린 5000만원 이하 개인채무가 대상이다.

이에 따라 금융회사는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다른 금융회사나 대부업체 등에 매각할 수 없다. 매각 이후에라도 이런 매각제한대상 채권으로 확인되면 되사야(환매)한다. 소멸시효 완성 채권은 채권자가 돈 받을 권리를 일정 기간 행사하지 않아 채무자가 빚 갚을 의무가 사라진 채권이다. 금융회사 대출채권의 소멸시효는 5년이다. 채권 및 채무관계가 불명확한 채권이나 이런 이유 탓으로 소송 중인 채권 등도 마찬가지로 매각이 금지됐다.

이는 소멸시효 완성여부나 대응방법을 잘 모르는 서민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다. 그간 금융회사들은 대출취급 등으로 얻게 된 채권을 임의적으로 매각해왔다. 이에 따라 돈 빌린 서민은 채권자가 다른 금융회사나 대부업자로 일방적으로 변경됐고 불법·부당한 채권추심행위에 노출돼 왔다. 실제 금감원에 따르면 2010년 이후 5년간 162개 금융회사가 4122억원의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대부업체 등에 매각해왔다.

문제는 소멸시효 완성채권을 매입한 대부업체들이 법을 잘 모르는 서민을 대상으로 시효를 부활시켜 채권추심을 해왔다는 점이다. 가령 대부업체들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거나, 채무자에게서 ‘1만원만 입금하면 50%를 감면해 주겠다’는 식의 소액변제를 받아내는 방법을 써왔다. 채무자가 법원 지급명령에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거나 소멸시효 완성 후에도 채무자 스스로 변제하는 경우 소멸시효가 부활하는 점을 악용해왔다.

매입회사 현지실사...1년간 사후점검+3개월내 재매각 금지

이번 방안은 제윤경 국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제1호 법안인 ‘죽은채권부활금지법’에서 촉발된 측면이 크다. 다만 제 의원이 의원입법으로 제시한 방안에는 미치지 못 한다. 제 의원은 법안에서 채권추심회사가 시효를 부활시키기 위한 지급명령 청구나 압류 신청 등 시효부활 행위 자체를 금지했다. 또한 소멸시효 완성채권에 대한 추심금지를 위반해 손해를 입히면 손해액의 3배이내 범위에서 배상책임을 묻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대신 금감원은 금융회사에 채권 매각 시 매입기관에 대한 현지조사를 통해 리스크를 평가하고, 리스크가 낮은 매입기관에 채권을 매각토록 했다. 관련법규 준수 여부, 채권추심 인력 및 과거의 채권추심 행태 등을 평가해 불법 채권 추심의 리스크가 높은 곳은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얘기다. 특히 채권 매각 후라도 1년간은 대출채권 매입 기관의 규정 준수와 계약사항 이행 여부를 사후점검 하도록 했다.

또한 채권 매입기관이 최소한 3개월 동안은 사온 채권을 재매각 할 수 없도록 했다. 단기간에 다수의 채권자에게 서민이 추심 받는 경우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금융회사가 채권매각 시점에 채권의 원금, 이자, 수수료, 소멸시효 완성여부 등 중요사항을 매입기관에 정확하게 제공토록 했다.

임채율 금감원 신용정보실장은 “금융회사가 채권매각에 대한 일관성 있는 내부통제 기준을 구축토록 했다”며 “취약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고 금융회사의 건전성 및 평판리스크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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